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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삭부인 살해’ 의사 무기징역 구형

    검찰은 18일 만삭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피고인 백모(31)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 한병의)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자신을 가장 사랑하고 돌보던 하나밖에 없는 아내를 살해하고 태중의 아이까지 죽게 한 범죄는 무게를 말로 할 수 없으며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구형이 내려지자 숨진 아내 박모씨의 가족들이 앉아 있던 방청석 쪽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서부지법 303호 대법정에서 열린 공판에는 피고인 백씨와 숨진 박씨의 가족뿐만 아니라 일반인들까지 70명가량이 자리했다. 검찰은 “피고인 측이 주장하는 대로 이상 증세에 의한 질식사라면 다른 사인이 없어야 하는데 현장 상황과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 법의학자들의 의견 등을 종합해 볼 때 명백한 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라면서 “게임중독인 피고인이 전문의 1차 시험을 마치고 불안 상태에서 군입대 문제 등을 놓고 아내와 다투다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황토색 반팔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백씨는 이날 검찰 측의 모든 질문에 대해 “방청하고 있는 가족과 피해자 유족들이 동요할 수 있다.”면서 진술을 거부,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진술거부권에 숨어 사건의 진실을 밝히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백씨의 변호인 측은 “검찰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백씨가 집을 나서기 전에 피해자가 사망했고 피해자의 사망 원인이 목졸림에 의한 질식사라는 사실이 입증돼야 한다.”면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는 신빙성이 없고 오히려 이상 증세에 의한 질식사라는 증거가 더 많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이어 “그럼에도 유죄라면 한 달 후 자신의 아이를 낳을 부인을 살해한 인면수심의 살인마”라면서 “재판부가 유죄라고 판단한다면 법이 허용하는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심공판은 다음 달 15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인가, 이타적인 동물인가.’  이 질문에서 어느 한쪽의 손을 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흔히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이타적이기도 한 양면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소한 현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은 ‘순수하게’ 이기적인 동물이다. 1976년 영국에서 출간된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 옥스퍼드대 교수의 이 이론은 여전히 생물학계의 주류로 각광받고 있다. 도킨스의 이론은 결코 이해하기 쉬운 내용은 아니다. ‘인간은 유전자의 꼭두각시이자 기계’ 정도로 요약된다. 모든 생명체가 자기 보존의 원칙이라는 한 가지 목적만을 갖고 있으며 유전자는 이에 맞춰 프로그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흔히 인간을 동물과 다르게 하는, 남을 위한 희생정신과 이타성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이타성은 수많은 학자들이 진화생물학을 반박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이번 주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 & What)에서는 ‘인간의 이타성’에 대한 공개재판을 열었다. 피고석에는 역사상 가장 ‘이타적인 과학자’로 꼽히는 러시아의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1887~1943)가 앉았다.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를 떠돌며 종자를 모았지만, 정작 본인은 감옥에서 굶어죽은 비극의 주인공이다. 인간의 근원에 대한 왕성한 탐구욕을 보여 온 영화 ‘혹성탈출’ 속 원숭이들의 영웅 시저가 검사로 나서 바빌로프의 이타적 유전자를 기소했다. 바빌로프의 변호는 그의 후계자로 평가받는 ‘녹색혁명의 아버지’ 노먼 빈센트 볼로그(1914~2009)가 맡았다. 시저 니콜라이 바빌로프. 1887년 모스크바 출생. 작물학자이자 식물유전학자, 수집가, 탐험가.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시저법정에 섰는데도 전혀 낯설어하지 않는다. 보통 피고인석에 서게 되면 죄를 지은 사람이나 아닌 사람이나 모두 긴장한 모습이게 마련인데. 바빌로프 2년 정도 수용소와 법정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때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나 의자가 편하다. 시저당신이 왜 여기에 불려 왔는지 죄목을 알고 있나. 바빌로프잘 모르겠다. 시저당신은 유전자의 법칙을 거스른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 진화생물학의 핵심 토대인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유전자는 오로지 생존만을 생각한다. 그런데 당신의 일생은 이 이론으로 잘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 자리의 배심원 앞에서 그걸 입증해 보이겠다. 당신의 집안은 꽤 부잣집이었다. 당신의 부모는 당신이 섬유공장을 물려받기를 원했는데 왜 따르지 않았나. 바빌로프우리 가족이 부유했던 것은 사실이었지만, 난 세 명의 형제들을 어려서 병으로 잃었다. 그 때문에 나를 포함한 나머지 형제들은 당시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던 과학과 의학을 통해 이 같은 불행을 없앨 수 있다고 믿었다. 누나 둘은 의사와 세균학자, 형은 물리학자, 난 식물학자가 됐다. 시저다른 형제들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왜 당신은 식물학인가. 당시에는 식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별 의미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바빌로프사실 의사가 될지 식물학자가 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학 입학 직전 러시아에 최악의 흉년이 닥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시저당신 자신을 위해서였다면 분명 의사가 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니었나. 잘살고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식량을 걱정해서 식물학자가 됐다는 사실부터 아이러니하다. 과학적 발견으로 인류의 고통을 덜 수 있을 것이라는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 아닌가. 바빌로프그게 나의 가장 큰 희망이었다. 난 새로운 발견을 할 때마다 ‘이 발견을 어떻게 농사에 활용할 수 있을까.’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기 위해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또 작물의 질병과 전염병 때문에 생겨나는 기아, 사망, 이주, 사회불안을 막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시저그래서 결국 당신은 가족조차 버리고 먼 길을 떠났다. 1916년에 처음 파미르 고원으로 ‘페르시아 밀’을 찾아 떠난 이후 1933년까지 115차례나 소위 ‘종자찾기 여행’을 했다. 첫 여행을 떠날 때는 신혼이었고, 아들이 태어났는데 안아 줄 시간조차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게 말이 되나. 도대체 얼마나 숭고한 여행이었기에 가족도 팽개쳤던 건가. 바빌로프작물이 지닌 질병면역력을 찾기 위해 지구상에 어떤 식물이 오랫동안 살아남았는지를 알고자 했다. 농작물이 잘 자라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 않다. 날씨의 영향도 있고, 병충해가 생겨서 순식간에 초토화되는 일도 많다. 무엇보다 인간이 생산성이 높다거나 하는 이유로 한 가지 작물에만 집착하면 그 작물에 병충해가 생길 경우 모두 굶어 죽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을 키울 수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더위에 강한 작물, 추위에 강한 작물, 생산성은 낮은 대신에 병충해에 강한 작물을 적절하게 섞어서 키운다면 어떤 경우에도 기아를 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작물의 근원을 찾아야했다. 밀, 벼, 콩 등이 처음 태어난 곳을 찾는다면 그곳에서 가장 강하게 자란 품종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시저그래서 도대체 품종을 얼마나 모은 것인가. 바빌로프정확하지는 않지만 5대륙을 모두 돌면서 나와 동료들이 모은 종자와 덩이줄기가 14만 8000개에서 17만 5000개 정도 될 거다. 당연히 모두 땅에 심는 순간 자랄 수 있는 발아 가능한 종자들이었다. 시저그동안에 당신은 이혼도 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인류를 구한다는 목표 아래 결국 가족을 잃은 건데, 만족하나. 바빌로프아내 에카테리나와 아들 올레그에게는 미안하지만, 난 거기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종자여행을 위해서 말을 배울 시간도 부족했다. 시저전 세계를 돌아다녔는데, 몇 개 국어나 할 수 있나. 바빌로프러시아어,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는 기본이고 에티오피아 공용어인 암하라어나 페르시아어까지 배웠다. 땅과 씨앗의 진정한 주인은 농부들이고, 종자에 대해서는 그들이 가장 잘 안다. 그들의 말로 대화하는 것이 종자여행의 핵심이었다. 시저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오로지 씨앗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고, 그 결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국가도 당신을 인정하지 않았다. 러시아에 식량이 부족해지자 스탈린 체제의 농업학자들은 당신이 지나치게 많은 종자를 가져와 방치했기 때문에 식량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뒀다. 재판에서 총살형을 선고받았고, 물론 다행히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식량을 모은 당신이 감옥에서 굶어 죽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잖은가. 당신은 뭘 위해 일한 건가. 유전자가 이기적이라면, 당신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 아닌가. 심지어 당신의 제자들은 연구소의 종자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 있다가 세계대전 중에 봉쇄된 도시에서 굶어 죽었다. 이 또한 당신의 책임 아닌가. 바빌로프…. 볼로그바빌로프의 성과가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에 대해서는 그 뒤를 이었던 내가 좀 더 보충하고 싶다. 병충해에 강하고, 식량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것이 당신의 목표였다. 맞는가. 바빌로프그렇다. 그것만이 인류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볼로그현재 러시아의 경작지 80%에서 바빌로프가 세운 연구소의 종자에서 개발된 품종을 키우고 있다. 불과 80년이 지나지 않아 수천년을 내려온 농업의 뿌리를 바꾼 거다. 종류는 1000가지가 넘는다. 그뿐만이 아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금 이 순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화두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병충해를 막기 위해 농약을 살포한 덕분에 땅은 피폐해졌고 새로운 병충해에 인간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결국 식물학자와 농업학자들은 80년 전 바빌로프가 주장했던 생물다양성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깨닫고 있다. 시저바빌로프의 노력들이 실제로 인류가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것인가. 볼로그나 역시 바빌로프의 여행에서 연구의 기본을 얻었다. 밀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결국 밀의 근원을 찾기 시작했고, 병충해에 강한 앉은뱅이 밀을 얻었다. 이 밀이 인도와 파키스탄의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을 기아에서 구했다. 시저그 덕분에 당신은 1970년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평생 아쉬움 없이 연구를 하고 영광을 누렸다. 그런데 바빌로프는 결국 아무것도 얻은 것 없이 희생만 한 것 아닌가. 여러 가지 정황상 바빌로프의 유전자는 유죄가 분명하다. 볼로그시저 당신은 ‘이기적 유전자’의 가장 큰 함정에 빠져 있다. 바빌로프가 이타적이냐 하는 질문에 당신은 ‘그렇다.’라고 대답하겠지만 실제로는 바빌로프야말로 가장 이기적인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주장하는 유전자 설계론의 핵심은 유전자가 자신이 속한 종이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유전자를 위해 행동하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이로운 행위를 하는 이타주의자들은 결국에는 생존을 위해 교묘하게 이타성으로 위장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바빌로프는 자기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하는 대신 인류라는 종의 생존을 위해 철저하게 프로그램된 유전자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까지 버릴 수 있는 이타성이 바로 지독한 이기적 유전자의 증거다. 오히려 바빌로프야말로 ‘이기적 유전자’ 그 자체가 아닌가. 바빌로프이기적 유전자니 이타적 유전자니 하는 부분은 잘 모르겠다. 난 그냥 내 머리와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다. 죽는 순간까지 내가 모은 종자들에 대해 걱정했는데, 그 덕분에 인류가 기아에서 조금이나마 해방됐다니 기쁘다는 생각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게리 폴 나브한·강경이/아카이브)  이타적 유전자(매트 리들리·신좌섭/사이언스북스)  이타적 과학자(프란츠 부케티츠·도복선/서해문집)  기아 더 이상 두고볼 수 없다(스코트 킬맨·이순주/에이지21)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이상임/을유문화사)  생각의 역사2(피터 왓슨·이광일/들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인간은 이기적 동물? 이타적 동물?…러시아 식물학자 니콜라이 바빌로프가 밝힌 유전자의 비밀
  • ‘피고’ 무바라크 “난 무죄”… 그는 끝까지 뻔뻔했다

    30년 철권통치 끝에 시민혁명으로 물러난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이집트 대통령이 퇴진 6개월 만에 시위대 유혈 진압과 부정 부패 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다. 하지만 무바라크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아랍권에서 전례 없는 전직 통치자의 재판에 중동은 물론 전 세계의 시선이 쏠렸다. 퇴진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홍해 휴양지인 남부 시나이반도의 샤름 엘 셰이크 병원에 입원해 있던 무바라크는 3일 오전(현지시간) 군용기를 타고 수도 카이로로 이동해 경찰학교에 임시로 마련된 특별법정에 출두했다. 지난 2월 11일 퇴진한 뒤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다. ●두 아들과 철창속 3시간 재판… 15일 속개 무바라크는 흰색 죄수복을 입고 이동 침대에 누운 채로 입장해 두 아들(알라, 가말)과 하비브 알아들리 전 내무부 장관, 6명의 고위 관료와 함께 금속 창살 안의 피고인석에서 인정신문을 받았다. 무바라크의 얼굴은 창백했지만 의식은 또렷했고 다소 긴장한 모습이었다. 무바라크는 시민혁명 당시 유혈 진압 지시를 내리고, 통치 기간 중 공공 재산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의 시민혁명 진압 당시 840명의 시민이 숨졌다. 혐의가 사실로 입증되면 무바라크는 교수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무바라크와 두 아들은 이날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한다. 무죄다.”라고 주장했다. 오전 10시 정각에 개정된 재판은 3시간 남짓 진행됐다. 시민혁명 희생자의 가족과 외신 기자 등 600여명이 법정을 가득 메운 채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봤으며 이집트 국영방송은 TV로 이를 생중계했다. 무바라크는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의 명령에 따라 샤름 엘 셰이크가 아닌 카이로 인근 군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판장을 맡은 아메드 레파아트 카이로 형사법원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건강 상태를 점검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속하게 재판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재판이 끝날 때까지 1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무바라크에 대한 재판은 오는 15일 속개된다. 알아들리 전 장관과 고위 관료 등 7명은 4일 재판을 다시 받는다. 이집트 시민들은 이번 재판이 독재자를 응징할 기회라고 반기면서도 한편으론 과거의 부정부패를 얼마나 일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시민혁명 이후 정권을 장악한 이들은 무바라크 재임 당시 임명된 인물들로 무바라크 기소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전 세계 언론들 시시각각 중계 BBC는 중동에서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시민들이 놀라움과 충격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민주화 시위 당시 정부군의 진압으로 22세 아들을 잃은 여인 하산 라우프는 재판정 바깥에 설치된 대형 TV 스크린을 통해 재판 모습을 지켜보며 “이제야 내 아들의 영혼이 안식에 들 수 있게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름 밝히기를 거부한 또 다른 시민은 “30년의 부패 끝에 드디어 정의가 행해지는 것을 보게 됐다.”고 흥분했다. 반면 무바라크 지지자들은 “우리의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시작되기 전부터 경찰학교 인근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무바라크의 지지자와 반대자 수백명이 투석전을 벌였고, 방패와 헬멧으로 무장한 군경이 이들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배심원 12명·통역 5명 최다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했다가 우리 해군에 생포된 소말리아 해적들에 대한 재판은 국내 첫 해적 재판이라는 것 외에도 여러 진기록을 남겼다. 27일 부산지법 등에 따르면 해적들은 2008년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받은 첫 외국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국민참여재판은 보통 하루 만에 끝났고 길어야 이틀을 넘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5일간이나 열렸다. 해적 5명 가운데 압둘라 후세인 마카무드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해 혼자 일반 재판을 받게 됐는데, 이처럼 공범이 각각 다른 형태로 재판을 받는 것도 처음이다. 국민참여재판의 배심원은 최다 9명까지 구성할 수 있고, 예비 배심원을 5명까지 둘 수 있다. 지금까지는 예비 배심원을 1명만 뒀으나 이번에는 ‘장기 레이스’에 대비해 예비 배심원을 3명이나 뒀다. 통역인 수도 단일 재판으로는 가장 많았다. 해적들이 대부분 이슬람권에서 널리 쓰는 아랍어도 구사할 수 없는 문맹 수준인 데다 국내에는 소말리아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한국어-영어-소말리아어’ 식으로 순차 통역할 수밖에 없었다. 영어 통역인 3명과 소말리아어 통역인 2명 등 모두 5명이 이번 재판에 매달려야 했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동시통역을 시도하다 보니 피고인들에게 헤드폰을 끼도록 했다. 또 세계적인 관심을 고려해 다른 강력 사건 피고인들과는 달리 수갑 등 계구를 사용하지 않았고, 변호인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피고인석과 변호인석을 분리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공범이 있는 형사사건에서 피고인별로 국선 변호인이 선임된 것도 흔치 않은 일인데 해적들은 1명당 국선 변호인 2명의 조력을 받았다. 부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너무 뚱뚱해서’ 재판참석 실패한 피고여성

    영국의 한 여성이 육중한 몸 탓에 법정에 들어서지도 못하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영국 런던에 사는 비벌리 더글라스(43)는 정부 보조금 부당수령 등 13개 사기혐의로 이너런던 형사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재판 당일, 더글라스는 법원에는 갔으나 피고인석에 앉지는 못했다. 법정은 좁은 계단을 따라서 2층에 위치해 있는데, 이는 그녀가 가기에는 체력적으로 너무 힘든 곳이었다. 게다가 재판소 출입문은 그녀의 몸은 통과할 수 없는 폭이었다. 결국 더글라스는 피고인석이 아닌 법원 복도에 앉아있어야 했다. 이 사건의 담당 판사 로저 채플은 이날 피고의 접근이 가능한 법정에서 다시 재판을 열겠다며 공판을 휴정했다. 결국 그녀의 재판은 신식 시설의 다른 법정에서 오는 7월 7일 재개된다. 한편 더글라스는 2004년 3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버스 운전과 CCTV설치 등으로 돈을 벌면서도 ‘수입 없음’으로 신고해 정부로부터 보조금 수천 파운드를 부당으로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다른 이유도 아닌 비만으로 이 법원에서 열린 공판이 미뤄진 첫 번째 사례로 화제가 되자 더글라스는 “단지 날짜만 바꾼 거 아니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폭력장 된 법정

    조직폭력배 두목이 법정에서 자신보다 형량이 낮게 나온 부두목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일 광주고법 전주재판부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 30분쯤 이 법원의 8호 법정에서 열린 전주시내 폭력조직 J파 두목 박모(48)씨와 부두목 한모(44)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박씨가 피고인석에 놓인 마이크로 한씨의 머리 부위를 한 차례 내려쳤다. 박씨는 마이크로 한씨를 계속 공격하려 했으나 법원 경위와 교도관이 제지해 폭행 사태는 마무리됐다. 박씨는 부두목의 형량이 자신보다 낮게 나온 데 불만을 품고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조직폭력단을 결성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됐으며 박씨는 이날 항소심에서 징역 6년, 한씨는 징역 4년이 각각 선고됐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열린세상]훈훈한 정의(正義) /차동엽 신부·인천가톨릭대 교수

    1908년 봄 안중근 의사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의병부대를 조직해 자신은 참모중장이 되어 일제에 대한 투쟁을 시작하면서 전과를 거두고 있을 때의 일이다. 그는 교전과정서 잡은 일본군 포로들을 죽이지 않고 모두 석방했다. 당시의 정황으론 단 한 명의 일본군이라도 더 죽이는 게 자신들의 신변은 물론 국익에 유리했을 법했지만 안중근 의사는 달랐다. “만국공법(국제법)에 사로잡은 적병을 죽이라는 법이 없다.”면서 이들을 석방하고는 신념을 분명히 밝혔다.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물리치고, 어진 것으로 악한 것을 물리친다.” 이렇게 의사(義士) 안중근은 보편적인 의(義)를 알았고 몸소 구현했던 인물이다. 그는 이 정신으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던 것이다. 세간에 ‘정의’(正義)라는 말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고전적인 주제가 요즈음 새삼 이슈가 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모름지기 ‘정의’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외침과 투쟁이 글로벌하게 전개되고 있는 현금에, 정작 정의(正義)의 정의(定義)는 여전히 모호한 채 남아 있기 때문이 아닐까. 차제에 ‘정의’의 참뜻을 궁굴려 음미해 볼 필요를 느낀다. 필자는 철학자이자 신학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의 정의(定義)를 가장 손색없는 것으로 꼽는다. 그는 “정의란 ‘각자의 몫을 각자에게’(라틴어:cuique suum) 돌려주는 데 있어서 완전하고 항구한 의지다.”라고 명쾌하게 정의하였다. 여기에 세 가지 포인트가 있다. 첫째, ‘각자에게 각자의 몫’이라는 표현이다. 이는 정의(正義)의 알토란에 해당한다. 정의는 한마디로 각자에게 합당한 책임과 정당한 권리가 분배되어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다. 토를 달 필요 없이 명징한 개념이다. 이는 정의(正義)가 거창한 구호로만 구현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소시민의 사소한 일상사를 통해서도 멋지게 실현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둘째, ‘완전하고’라는 낱말이다. 이는 정의(正義)와 불의(不義)를 가름하는 기준이 임의나 부족한 정보에 의해 설정돼선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구든지 정의를 말하려면 적어도 ‘완전’에 가까운 정보력과 판단력을 갖춰야 함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는 대단히 중요하다. 자칫하면 ‘정의’의 이름으로 ‘불의’를 자행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의롭기 위해 중용(中庸)의 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중용은 화살로 과녁의 중심을 맞혔을 때를 가리키는 용어다. 그러니 중용은 객관적인 사실에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부합하는 판단이다. 중용은 냉철한 ‘지성’을 요구한다. 이런 취지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것이다. 그러나 올바른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 적재적소에서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으로 화를 내는 것,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누구나 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셋째, ‘항구한 의지’라는 낱말. 이는 정의(正義)를 위한 노력이 외침이나 일시적 분노로 그칠 게 아니라 지속적이고 투신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함을 가리킨다. 개인적 차원서 말하자면 정의의 구현은 일생의 과제라는 뜻인 것이다. 이 정도의 정의(正義)라면 서늘한 눈빛이 아니라 훈훈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을 터다. 실제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은행가가 되었고, 다른 친구는 판사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어느 날, 은행가가 된 친구는 수백만달러를 횡령한 혐의로 기소당했다. 그런데 우연히 이 사건은 판사가 된 친구에게 배당됐고 언론은 사태추이에 큰 관심을 쏟았다. 재판 당일, 배심원들이 내린 판결은 유죄였다. 판사는 해당 죄목에 적용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형량인 수십억달러의 벌금을 피고에게 선고했다. 그런 다음 판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법복을 벗고는 피고인석으로 다가가 친구를 껴안으며 이렇게 말하였다. “내 모든 재산을 팔았네. 이것으로 자네의 빚을 청산하도록 하세.” 격이 높은 의로움의 시선은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하다.
  • “그 이도 천국서 기뻐 뛰겠죠”

    “그 이도 천국서 기뻐 뛰겠죠”

    전남 진도군 임해면의 한적한 어촌에 살던 김정인(사망 당시 41세)씨.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아내와 함께 오순도순 살았다. 아내와는 5남매를 두고 단란한 가정을 꾸렸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다. 1980년 8월 어느날, 갑자기 들이닥친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김씨는 끌려갔다. 아내와 어머니, 동생도 같이 연행됐다. 김씨가 1964년 외삼촌과 북한에 다녀왔고, 이후 간첩으로 활동했다는 혐의를 받은 것. 김씨는 “6·25 때 실종됐던 외삼촌이 갑자기 찾아와 일본으로 가자고 해 함께 배를 탔다. 그러나 배가 북한으로 가고 있어 애원 끝에 다시 돌아왔을 뿐”이라며 간첩질을 완강히 부인했다. 그러자 그를 기다린 것은 모진 고문. 옆 방에서는 역시 고문을 당하는 아내의 비명이 들렸다. ‘아내라도 살리자.’고 결심한 김씨는 결국 허위 자백을 했고, 1985년 10월31일 사형이 집행됐다. 이른바 ‘진도 간첩단 사건’이다. 김씨는 억울하게 처형됐지만, 두 눈을 기증했다. 졸지에 홀몸이 된 부인 한화자(67)씨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밤새 동네 거리를 돌아다녔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자식들이 간첩 자식, 미친년 자식이라는 소리를 듣겠구나.’라는 생각이 번쩍 들어 정신을 차렸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식모살이, 공장 야간작업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고문으로 뼈만 남은 몸이었지만, 일하고 또 일해 자녀 모두를 대학에 보냈다. 김씨의 명예가 회복된 것은 2007년. 진실화해위원회가 사건이 조작됐다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한씨는 남편을 대신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16일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성낙송)가 김씨에 대해 마침내 무죄를 선고했다. 1982년 김씨의 사형을 확정한 바로 그 법원이었다. 재판부가 10여분간 김씨의 재심 판결을 선고하는 동안 방청석 곳곳에서 흐느낌 소리가 흘러나왔다. 남편을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한씨도 결국 고개를 떨구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재판이 끝난 다음에도 울음을 멈추지 못했던 한씨는 “그 사람도 천국에서 기뻐 뛸 것”이라는 말만 간신히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A4 용지 2장 분량의 ‘판결을 맺는 말’을 덧붙였다. “법원이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무고한 생명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한 것은 아닌가 회한을 떨칠 수 없습니다. 본 재판부 법관들은 과거 잘못된 역사가 남긴 가슴 아픈 교훈을 깊이 되새기며, 이 사건과 같은 불행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각오를 새롭게 하겠습니다. 이 판결로 인해 이미 고인이 된 피고인의 넋이나마 조금이라도 위안을 얻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글 사진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피고인 방어권 대폭 강화… 무죄율 상승

    피고인 방어권 대폭 강화… 무죄율 상승

    법정에서 공판중심주의가 한층 활성화된다. 서울중앙지법이 공판중심주의 재판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그동안 통일된 매뉴얼이 없어 재판부마다 진행절차가 들쭉날쭉했다. 매뉴얼은 이를 해결하는 교과서 격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판중심주의는 사법부의 신뢰회복을 위한 것으로, 이용훈 대법원장도 이를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2008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됐다. 과거 30분이면 끝나던 재판이 2시간 이상 길어지면서 1심에서 무죄 선고율도 높아졌다. 이에 비상이 걸린 검찰도 공판양형 월례회의를 여는 등 문제점과 개선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지금 저 장면은 어떤 상황인지 피고인이 직접 설명해 주세요.” 지난 3일 서울중앙지법 525호 법정. A씨는 일하던 옷 가게의 장부를 조작해 1년간 6000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돼 법정에 섰다. 가게 주인은 A씨의 근무 모습을 촬영한 폐쇄회로(CC) 동영상 20여개를 증거로 제출했다. 법정에 마련된 모니터의 동영상에는 A씨가 손님에게서 받은 돈을 자신의 지갑에 넣는 장면이 나왔다. 재판장은 동영상을 정지시키고 물었다. A씨는 “거스름돈이 부족해 내 돈을 썼고, 나중에 이를 챙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장인 정선재 부장판사는 2시간 동안 동영상을 법정에서 같이 보며 A씨의 설명을 들었다. 형사재판이 확 달라지고 있다. A씨의 재판처럼 재판장이 법정에서 증거를 하나하나 따지며 확인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게 된다.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된 까닭이다. 서울중앙지법 법관 10명으로 구성된 ‘공판중심주의 구현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온 중앙지법은 공판절차 매뉴얼을 개발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중앙지법 관계자는 “형사 재판부 전체 회의 등을 거쳐 18일까지 매뉴얼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TF는 지난 1~4일 자신들이 심리하는 공판을 다른 판사들에게 공개했다. 판사가 공판 과정을 다른 판사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지법이 처음 개발하는 매뉴얼은 국내 공판중심주의 재판 절차의 ‘교과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전국의 다른 법원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매뉴얼은 재판장이 피고인에게 신문에 앞서 ‘진술 거부권’을 알려 주도록 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 대한 1심 재판 때 한 전 총리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해 주목을 받았다. ‘피고인 방어권’도 한층 강화된다. 검찰은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고소인 또는 참고인의 진술을 상세히 거론할 경우 재판장이 소송지휘권을 발동해 이를 막을 수 있게 했다. 재판부에 제시된 증거 서류는 가급적 법정에서 낭독해 피고인이 알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 복잡한 사건의 경우 공판 때마다 증거조사를 하도록 권장하고, 피고인이 자백한 사건은 검찰이 구형 직후 바로 선고를 하는 ‘즉일 선고’도 적극 활용하게 했다. 피고인이 판결을 선고받을 때 자리 잡는 위치는 변호인석 옆에 있는 ‘피고인석’으로 명확히 규정했다. 과거 재판장 정면 가운데 피고인석이 마련된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공판중심주의가 더욱 강화되면 무죄 선고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7년 0.26%였던 1심 재판부 무죄 선고 비율은 공판중심주의가 강화된 2008년 0.30%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0.37%에 달했다.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위해서는 보완 사항도 많다. 검찰의 경우 법원에 비하면 준비가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수사 중심의 검찰 인력구조를 바꿔야 하는데 검찰 안팎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서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1, 2심 형사 공판사건은 30만 8681건. 공판검사가 232명에 불과해 1명당 평균 1330.5건을 처리했다. 공판에도 일주일에 4일씩 연간 200일 들어간다. 밤 늦게 일해도 인력,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그만큼 공판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판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서울고검과 중앙지검 공판 검사들은 3일 처음으로 합동 세미나를 열었다. 이들은 형사소송법 중 증거 관련 규정의 쟁점과 실무상 유의점을 토론했다. ‘공판양형 월례회의’를 열어 공판 활동의 문제점과 개선책도 마련하고 있다. 정은주·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한명숙 1심 무죄] 韓 “진실 밝혀져…참 길고 험난했다”

    [한명숙 1심 무죄] 韓 “진실 밝혀져…참 길고 험난했다”

    9일 오후 2시20분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 재판장인 김형두 부장판사가 판결을 시작하자 피고인석에 앉아 있던 한명숙 전 총리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얼굴은 재판장과 검사석 중간을 향했지만 그는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김 재판장이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을 때도 한 전 총리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반면 검찰의 얼굴은 일순 얼음처럼 굳어졌다. ●변호인 6명 출석… 무죄 자신감 재판부의 판결은 1시간10분간 계속됐고, 한 전 총리는 지난 재판 내내 이름 대신 불렸던 ‘피고인’이라는 ‘낙인’을 벗는 순간이었다. 재판부가 마지막으로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은 박수로 뒤덮였다. 한 방청객이 “정치 검찰, 정신 차려라.”라며 고함을 쳤다가 법원 경위로부터 제지당했다. 한 전 총리는 이날 선고 예정시간인 오후 2시보다 20분 이른 오후 1시40분쯤 법원에 도착했다. 현관 인근에는 녹색 머플러를 두른 지지자들이 마중 나왔고, 한 전 총리는 웃음을 띠며 화답했다. 한 전 총리는 변호인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과 팔짱을 낀 채 입장했다. 재판장에 들어선 뒤에도 한 전 총리는 상당히 여유로워 보였다. 물을 마시면서 변호인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재판장에는 강 전 장관과 백승헌 변호사 등 한 전 총리의 변호인 6명이 보였다. 앞서 있었던 공판에서 보통 4명이 나온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변호인 측이 이미 무죄를 확신해 이들이 출석했다는 관측이 있다. ●“정치검찰 정신차려라” 고함도 재판장은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사였던 것을 보여 주듯 전에 없는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재판 시작 15분 전 이미 재판장이 꽉 찼으며, 수십명이 입장하지 못해 법정 밖에서 서성거렸다. 무죄 선고를 받은 뒤 지지자들의 환호를 들으며 법원 정문을 나선 한 전 총리는 “진실이 밝혀졌다. 저를 믿고 성원해 주신 국민에게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 참으로 길고 험난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 전 총리는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법원을 떠났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전단지 붙이면 유죄, 나눠주면 무죄

    전단지 붙이면 유죄, 나눠주면 무죄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법 408호 법정. 피고인석에 선 30대 남성 A씨가 머리를 조아리며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하소연을 했다. A씨는 길거리에서 음식점 광고 전단지를 나눠주다가 경찰에 단속돼 즉결심판에 회부됐다. 재판부는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는 A씨의 사정을 참작해 벌금 3만원을 선고했다. A씨처럼 전단지를 뿌리다가 즉결심판정까지 오게 되는 사례는 최근 경찰 단속이 심해지면서 부쩍 늘었다. 그런데 법원이 이런 경찰의 관행적 단속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즉결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17∼21단독 재판부는 지난달 14일 관할 경찰서 13곳에 “전단지를 단순 배포하는 행위는 단속대상에서 제외하거나 훈방 조치하라.”고 권고했다. 1주일 동안의 유예 기간을 주고, 그 사이 들어오는 사건은 모두 무죄 판결했다. 이유는 법리 검토 결과 전단지 단순 배포 행위를 처벌대상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 경범죄처벌법 1조는 ‘광고물 무단 첩부’와 ‘청객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전단지 등을 붙이거나 거는 행위, 여러사람이 다니는 곳에서 떠들썩하게 손님을 부른 행위를 처벌한다는 의미라 전단지를 조용히 나눠주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 청소년보호법에도 벽보·전단지 게재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이 있지만, 이는 불법 안마시술소 광고처럼 청소년에게 유해한 광고물일 경우만 해당된다. 법원이 이처럼 법리검토를 다시 하게 된 이유는 경찰이 지난해부터 ‘기초질서확립 계획’을 수립하고 단속을 강화하면서 적발 건수가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관련 유인물을 나눠주는 참가자까지 경범죄 위반으로 입건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김태호 경남지사 소환

    대검 중수부는 9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만달러를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태호 경남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김 지사는 지난 2007년 4월 경남 밀양시 영어도시 유치를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해 사업설명회를 한 뒤 맨해튼의 K한인식당에서 박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식당 주인 K씨에게서 수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지사를 상대로 박 전 회장과 함께 정산CC 등지에서 골프를 치면서 추가로 금품을 받은 사실이 있는지 등도 캐물었다. 검찰은 금품의 대가성이 드러나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 지사는 이에 대해 “박 전 회장과 금전거래를 했다는 등 의혹을 받을 만한 일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날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도 다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천 회장에 대한 보강조사를 마친 뒤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홍승면) 심리로 열린 공판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 디스크 증세가 악화돼 휠체어에 의지한 채 법정 앞까지 온 박 전 회장은 부축을 받아 피고인석으로 가면서 다리를 심하게 절었다. 한층 수척해진 모습으로 평소와 달리 질문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지친 듯 자주 고개를 떨궜다. 그는 “표현을 못 할 정도로 괴롭다. 불안해서 잠이 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유지혜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면목 없습니다” 노건평씨의 후회

    “국민들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께 심려와 실망을 끼쳐드려 면목이 없습니다. 앞으로는 모든 것을 반성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살겠습니다.”2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부장 이규진) 심리로 열린 공판의 피고인석에 앉은 노 전 대통령의 형 건평(67)씨는 또렷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심정을 밝혔다. 머리가 허옇게 센 채 재판정을 나가는 그의 눈빛은 동생마저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에 더 깊어졌다.검찰은 건평씨에게 정화삼·광용씨 형제와 함께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세종증권 인수를 청탁하고 29억 63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 추징금 6억 9000여만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형 화삼씨에게 징역 4년에 추징금 6억 7000여만원, 동생 광용씨에게 징역 3년에 추징금 13억 700만원을 구형했다.검찰은 “각종 이권에 개입해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안기고, 권력자의 측근에게 청탁하면 ‘무조건 OK’라는 잘못된 인식을 제공했다.”면서 “대통령의 친형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법자금 전달과 친인척 인사청탁에 관여한 정황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순진한 시골 촌부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가식에 불과하다.”고 건평씨에 대한 구형 이유를 밝혔다.변호인들은 세종증권 로비가 건평씨의 단독 범행이며 3억원을 받은 것은 인정하지만 매각 조건에 비춰볼 때 그의 역할이 크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한편 앞서 오전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연철호(36)씨의 아버지는 지난 2005년 연합캐피탈 감사로 일하게 된 계기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힘써 준 것을 나중에 알았다.”고 답했다.선고는 새달 14일 오후 2시에 이뤄진다.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국민참여재판 일단 ‘합격점’

    국민참여재판 일단 ‘합격점’

    18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508호 법정. 수면제를 달라는 어머니와 다투다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히고, 집에 불을 질러 화상성 쇼크로 어머니를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20대 조모씨가 항소심 선고를 위해 담담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들어섰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조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씨 외에 다른 사람이 불을 질렀을 가능성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배심원단의 평결대로 존속살해 등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흉기 존속상해만 인정, 징역 3년을 선고했었다. “원심에서 조사된 증거를 종합해 상해 부분은 유죄로, 나머지 존속살해 등 혐의는 무죄로 인정합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시 수면제를 과다복용해 심신미약 상태였던 점을 감안해 형을 감경합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 이기택)는 이날 조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뚜렷한 동기도 없이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정서상’ 받아들이지 못한 배심원단이 확신을 갖고 유죄로 판단하지 못한 것으로, 항소심에서는 판단이 바뀔 가능성이 크다는 주변 예측과는 다른 판결이었다. 시범 시행 1년 3달째에 접어든 국민참여재판이 ‘합격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 지식이 부족한 국민 배심원단이 감정에 휩쓸려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초기의 우려와 달리 60% 이상의 사건에서 배심원 평결대로 형이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대법원 국민참여재판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처음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된 이후 2009년 2월1일 현재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사건은 모두 64건으로 형이 확정된 사건은 43건이다. 이 가운데 60.4%인 26건은 배심원단의 평결대로 최종형이 결정됐다. 배심원 평결과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사건은 5건에 불과했다. 배심원단 평결과 같은 내용의 판결이 상급심에서 파기된 사건은 12건으로 형량 등 양형 판단이 달라진 경우가 7건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피해자와 합의를 해 형이 감경된 경우였다. 유·무죄 판단 자체가 뒤집힌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이 가운데 한 건은 야간주거침입절도미수 및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경우로 당초 피해자가 다치지 않았다고 위증을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판결이 뒤집혔다. 다른 혐의에 대한 배심원단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법원 관계자는 “배심원 평결 내용이 대부분 최종까지 유지된다는 것은 배심원들이 심리에 진지하게 임해 법관만큼이나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라고 말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신 대법관은 누구

    신영철(55) 대법관은 섬세한 성격이지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4년 1월 DJ 내란 음모 재심사건을 담당했을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피고인석에 서자 직접 일어나 깍듯하게 인사한 뒤 “대법원장 비서실장 시절 인사드린 적이 있다.”며 “불편하신 건 말씀해 달라.”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전고 동창인 황우석 교수가 잘나갈 때는 “황 교수와 제일 친한 사이”라고 주변에 말하기도 했다. 충남 공주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신 대법관은 충청지역 몫의 대법관 0순위로 꼽혀 왔다. 대법관도 고교 선배인 고현철 전 대법관이 퇴임하면서 이어받았다. 신 대법관은 동기 중에서 늘 선두를 달렸다. 사법연수원 8기로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으면서 최종영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으로 근무했다. 비서실장은 대법원장의 ‘최측근’이 아니면 발탁되기 어려운 자리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마침내 벗은 간첩누명

    “이제 법정 밖으로 나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도 좋습니다.” 법원이 19일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으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던 피고인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이중간첩’으로 사형된 이수근씨의 처조카 배경옥(70)씨는 39년 만에,‘조작 간첩’ 고(故) 이장형(사망 당시 74세)씨는 23년 만에 간첩 누명을 벗었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 박형남)는 배경옥씨의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죄에 대해 “이수근씨가 이중간첩이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이씨를 도왔다는 배씨의 혐의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죄를 선고했다.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씨 외조카 김세준(61)씨도 이날 무죄를 받았다.다만 배씨가 이씨의 변장 사진을 다른 사람 명의의 여권에 붙인 것은 공문서 위조라고 판단,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였던 이수근씨는 1967년 3월 판문점으로 귀순했다.그러나 69년 1월 위조 여권으로 캄보디아로 떠나다 중정 수사관에게 체포됐고 ‘이중간첩’으로 몰렸다.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이씨는 항소했지만,항소심 재판이 열리기도 전인 그해 7월 사형이 집행됐다.배씨도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89년까지 20년간 복역했다.김세준씨(61)도 이씨 도망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5년형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당시 중앙정보부는 영장 없이 피고인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했으며 검찰은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할 때마다 중정 수사관에게 자리를 내주는 등 인권 유린을 묵인했다.”면서 “법원도 증거재판주의 원칙을 지키지 못해 인권의 마지막 지킴이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광만)도 이날 고 이장형씨의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죄에 대해 무죄를 판결했다.다만 이씨가 기준 환율을 따르지 않고 엔화를 원화로 바꿔 외국환 관리법을 위반했다며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이씨는 조총련 간부인 숙부에게 간첩 지령을 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돼 85년 9월 무기징역을 확정받고 13년간 복역했다. 이씨를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은 부인 임윤근(74)씨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재판 소식을 물으며 기다렸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98년 8·15 가석방으로 출소한 이씨는 고문 탓에 허위 자백했다며 2005년 8월 서울중앙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그러나 2006년 12월27일 이씨가 암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지난 5월20일 진실화해위가 재심을 권고했고 지난 10월17일에 첫 재판이 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구속 영장도 없이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 57일간 불법 구금됐고 온갖 고문과 협박을 당해 허위 진술했다.”면서 “간첩 혐의를 자백한 진술조서는 신빙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라 유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한나라 소속 시의원 전원에 시간충분했으면 돈 줬을것”

    서울시의회 의장 선거를 앞두고 동료 시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귀환(60) 서울시의장은 25일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한나라당 소속 시의원 102명 전원에게 돈을 줬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광만)심리로 열린 서울시의원 28명에 대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의장은 “돈 줄 대상을 어떻게 선정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김 의장은 또 “총선 유세로 고생하는 동료 시의원을 격려하러 다녔는데 오히려 식사 대접을 받아 미안한 마음에 돈을 나눠줬다.”면서 “돈을 전달할 때 의원들은 대부분 ‘고맙게 잘 쓰겠다.’고 반겼고, 일부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결국 모두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시의원 28명은 이날 피고인석이 부족해 방청석까지 차지하고 앉았다. 이들은 법정 밖에서 재판을 기다리며 “끝나고 소주나 하자.”며 농담을 주고 받기도 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평생 참회하겠다” 간첩 원정화 첫 공판서 혐의 인정

    “평생 참회하겠다” 간첩 원정화 첫 공판서 혐의 인정

    탈북자로 위장한 여간첩 원정화(34)가 10일 첫 공판에서 군사 기밀을 빼낸 혐의 등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신용석)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원 피고인은 신 부장판사가 “공소사실이 맞느냐.”고 묻자 낮은 목소리로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신 부장판사가 “맞다고요?”라고 거듭 확인하자 “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재판부에 전향서를 제출했는데 본인 의사에 따른 것이냐.”는 질문에도 작은 목소리로 “예”라고 짧게 답했다. 원 피고인은 공판을 하루 앞둔 9일 법원과 검찰에 간첩 활동을 반성하는 내용으로 A4용지 3장씩에 적은 전향서 2통을 제출했다. 원 피고인은 전향서에서 “이제 7살배기 딸밖에 남지 않았다. 다시 살아갈 기회를 주시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에서 평생 참회하며 살겠다.”고 밝혔다. 원 피고인은 또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죄”라면서 “대한민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북한체제에 회의를 느끼고 심적 갈등을 겪었다.”고 적었다. 두번째 전향서에서 원 피고인은 “장군님이 최고인 줄 알았다. 대한민국에 들어와 많은 탈북자들을 접하면서 제 딸 키우면서 량심(양심)의 가책을 많이 느꼈다.”고 밝혔다.‘대역죄인 원정화’라고 끝낸 전향서 하단에는 애국가 가사 1절이 적혀 있었다. 옅은 녹색 수의를 입은 원 피고인은 공판 내내 초췌한 모습으로 고개를 깊숙이 숙인 채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검사가 피고인의 간첩 활동을 일일이 열거할 때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나지막이 흐느꼈다. 부장판사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반사적으로 일어나 대답하는 등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국내 언론사는 물론 일본 등 해외언론사 기자들까지 60여명이 몰렸다. 원 피고인의 법원 도착 모습을 촬영하려는 사진 기자들로 호송 통로가 북새통을 이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확 달라진 법정… 어떤 모습

    # 1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해)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모씨에 대한 첫 공판. 판사가 들어오자 모두 일어났다 앉는다. 판사가 사건 번호와 피고인명을 부르자 구속 피고인이 법대와 마주보고 있는 피고인석에 나와 앉는다. 변호사와의 거리가 떨어져 있어 서로 대화할 순 없다. 이어 검사가 일어나 공소사실을 요약해서 읽는다. 변호사도 다음 기일 전에 서면으로 변론내용을 제출하겠다고 대답한 뒤 자리에 앉는다. 재판은 판사가 다음 기일을 알려주는 것을 끝으로 30분 만에 마무리됐다. # 2 지난 15일 오후 1시20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재판부 417호 대법정. 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삼성가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이다. 공판준비기일은 지난해 개정된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판중심주의 실현을 위해 올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공판준비기일은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모여 앞으로 진행될 재판에 앞서 사건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방법 등을 논의하는 일정이다. 검찰 변호인단은 참석하지만 피고인은 출석하지 않는다. 재판장은 재판부를 소개하고 검찰과 변호인측에 “공판기일에서 변론 및 증거조사를 집중심리하기 위해 쟁점을 정리하고 충실한 입증계획을 수립하겠다. 사건의 실체 부분은 공판에서 심리하고 준비기일은 절차적 부분에 한정하겠다.”라고 설명한다. 검찰이 “사건이 워낙 오랜 기간 논란이 되고 기록도 많아 전모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하자 재판장은 “다 아는 것 아니냐?”고 대답한다. 재판장은 이어 “제가 보기엔 쟁점은 세가지 같은데.”라고 말한다. 변호사들도 공판일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겠다고 밝힌다. 첫 사례에서 드러나듯 과거 법정은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듯한 피고인이 검사석과 변호인석 사이에 주눅든 표정으로 앉아 재판이 끝날 때까지 ‘예’와 ‘아니오’를 반복해 왔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방관자나 관찰자처럼 아무 말없이 법대 위에 앉아 검사와 변호사가 읽는 서면을 듣기만 했다. 검사나 변호사가 불필요한 증인을 신청해도 법정에서 지적하는 사례도 드물었다. 방청석에 있는 피고인 가족들로서는 판사가 검찰과 변호인측이 제출한 서면을 사무실에 앉아 미리 검토하고 이미 유죄라고 판단하지 않았을까 걱정해야 했다. 이런 법정이 재판의 근간을 이루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변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재판부의 적극적이 개입이 눈에 띈다. 검사나 피고인측이 불필요한 증인을 신청하면 지적을 하기도 한다. 조서나 서면만 내놓던 검사와 변호사도 재판진행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계속되는 공방과 상대방의 증거를 깨트리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법무법인의 한 변호사는 “과거보다 형사사건이 배는 힘들어졌다.”면서도 “재판과정에서 피고인에게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게 된 거 같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민족일보 조용수사장 47년만에 무죄

    1961년 북한에 동조한 혐의로 사형 당한 민족일보 조용수 사장이 47년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 김용석)는 16일 ‘민족일보 사건’과 관련,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 위반 혐의로 사형이 선고됐던 조 사장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같은 사건에 연루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양모씨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씨에게 적용된 특수범죄처벌에관한특별법은 정당,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여야 적용이 되지만 ㈜민족일보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영리법인이어서 조씨는 이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소사실은 피고인 조씨가 사회대중당 주요간부라고 돼 있지만 당시 정당은 공보처에 등록돼 정치활동을 하는 집단인데 반해 사회대중당 결당 준비위는 공보처에 등록되지 않아 정당으로 볼 수 없고, 조씨가 창당준비위의 주요간부로 활동하지도 않았다.”면서 “정당,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를 전제로 한 피고인의 공소사실은 무죄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특별법이 조씨 체포 후 만들어진 법률인 데도 소급적용됐고, 평등원칙 및 명확성 원칙 등에 위배돼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면서도 “1962년 헌법 개정으로 이 법률이 효력이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기 때문에 위헌으로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날 사형 당한 형을 대신해 피고인석에 앉은 조 사장의 동생 조용준(74)씨는 판결 직후 “현명하고 정의로운 판결에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 “우리 사건뿐 아니고 기다리고 있는 억울한 사람들도 세상이 밝혀 억울함을 면할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조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뜻도 밝혔다. 한편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최근 인혁당 재심사건이나 수지김 사건에서처럼 항소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조 사장에 대한 이번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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