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총탄피 구 체코제 확인/이한영씨 피격 수사
◎95년 부여 침투간첩 박광남것과 동일/무선호출기 발신지 13개 추적
이한영씨 피격 사건을 수사 중인 합동수사본부는 17일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는 옛 체코슬로바키아의 프라하에서 제조된 것으로 지난 95년 10월 부여 침투 간첩 박광남이 휴대했던 실탄과 동일한 회사에서 제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수사본부의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감정결과,수거한 탄피 노리쇠면에 SBP 및 S&B라는 문자가 음각된 점으로 보아 프라하의 Sellier & Bellot Plant에서 제작된 25 구경 권총 실탄의 탄피라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이씨 피격 사건은 북한에서 내려온 간첩이 저지른 범행임이 더욱 확실해지고 있다.
수사본부는 범행현장에서 찾지 못한 탄알 1개가 이씨의 상의 왼쪽 아랫부분을 통과해 안쪽에 박혀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밝혔다.발견된 구리 탄환도 25 구경 권총의 실탄인 것으로 확인됐다.
범인을 3명 이상의 북한공작원으로 판단하고 있는 수사본부는 또 범인들이 멀리 달아나지 않고 성남시 일대의 「비트」(비밀아지트)에 숨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사찰,암자,독거촌 등에 대한 탐문수사를 펼치면서 도주로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출소한 국가보안법 사범 가운데 친북성향이 강했던 사람들이 범행에 연계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들의 범행 당일 전후의 행적에 대해서도 조사중이다.
경찰의 고위 관계자는 『범인들에 대한 행방을 쫓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물증이 잡히지 않고 있다』면서 『범인들이 범행 전후 은신처나 정보 등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자들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이씨가 거주하던 아파트의 집주인인 김장현씨(44·한양대 직원)로 부터 이씨의 무선호출기를 넘겨받아 이 안에 들어있는 13개 전화번호의 발신자를 추적 중이다.이 가운데 빨리빨리 전화하라는 뜻의 「8282」가 찍혀 있는 3개의 전화번호를 주목하고 있다.경찰은 사건 발생 1시간전쯤 모 여성월간지의 기자를 사칭,아파트 주인 김씨의 부인 남상화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씨의 무선호출기 번호를 알아낸 범인이 이씨를 호출했을 가능성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범행 현장에서 발견한 혈흔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지문 5개,머리카락 10개 등을 채취,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정밀감식을 의뢰했다.
한편 경찰은 이번 사건이 이씨의 사업실패 등으로 빚어진 단순 형사사건일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김충남 경기 분당경찰서장은 『이씨의 사생활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금전적인 문제 등이 일부 드러나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씨의 사업 동업자와 지난 92년 이씨가 주택조합 사기사건으로 처벌받을 때 관련됐던 사람들을 소환,조사키로 했다.또 이씨와 가까운 사이인 박모씨(여)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경찰은 범인으로 추정되는 간첩 신고자에게는 이미 공고된 현상금 5천만원 외에 2천만원을 추가로 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