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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개혁의 추진과 사회적 합의/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개혁의 시대이다. 모든 나라의 집권자들이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영국:의회와 행정부의 책임성, 분권화, 사법개혁’, 일본은 ‘내각기능의 강화와 행정의 슬림화’, 미국은 ‘시민, 결과, 그리고 시장 지향적인 정부’, 독일은 ‘어젠다 2010’을 개혁의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다. 영국의 대처 총리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변화를 선창한 이래, 개혁은 식을 줄 모르는 세계적 물결이 되었다. 구조적으로 보자면, 개혁은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세계화로 인해 노동과 자본 같은 생산요소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상황 속에서 유독 각국의 공공부문은 수출이나 수입으로 대체할 수 없는 고정요소로 잔존하게 되었다. 이 공공부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드느냐가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되어버렸고, 이 공공부문을 효율화하려는 노력이 개혁의 물결로 나타났다. 집권자 개인의 차원에서 보자면, 개혁은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 위한 효과적 전략이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대단히 정치적인 일인데,‘개혁’이라는 구호를 통해 국가운영의 제반 정책을 탈정치화시키고 자신의 운신 폭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자치단체장이나 작은 조직의 리더조차도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기 일쑤이다. 개혁의 내용을 살펴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간에 재미있는 차이가 발견된다. 선진국은 예외없이 효율성 제고를 개혁의 내용으로 하는데 반해, 후진국은 부패척결과 참여의 확대를 내용으로 한다. 전자가 경제개혁의 성격을 띠는 것이라면, 후자는 정치개혁의 성격을 띤다. 한국의 경우 경제개혁과 정치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는 상황인데, 사실은 두 상이한 개혁 사이에 이질적 가치가 충돌하게 되어있다. 한국의 역대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근사한 개혁의 플래카드를 내걸어 왔다.YS정부는 세계화,DJ정부는 구조조정과 생산적 복지를 구호로 내걸었다. 구호 자체는 모두 첨단의 이론을 반영한 근사한 것이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개혁의 결실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당시의 정권들이 개혁의 의지를 분명히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개혁의 피로를 느끼는 일부 사람들은 아예 개혁의 유용성마저 부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당시의 개혁주체들은 자신들의 치적을 자랑하지만,IMF경제위기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지도자들에게 권리를 백지위임하며 희생한 국민들의 기대에는 어림없는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개혁이 성공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추진주체의 도덕성, 개혁의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개혁 프로그램의 실행을 위한 치밀한 계산과 과실의 배분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허점이 생기면 개혁은 성공하지 못한다. 많은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서 개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좌초하는 것은 이러한 요인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제 노무현 정부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있다. 취임사에서 노 대통령은 4대 국정운영의 원리를 제시하며, 개혁의 프로그램을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대했던 개혁의 추진과 성과는 미미하고, 집행력에 벌써 상당한 허점이 노출되고 있다. 개혁주체들이 참여정부의 상대적인 도덕성을 과신하며, 사회적 합의와 집행전략의 계산을 소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갈등을 유발하는 개혁의 전선이 너무 넓고 사회적 균열이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다. 개혁의 전선을 통합적 관점에서 체계화하여 메시지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막아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회적 합의의 수준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단지,‘과반’을 확보하는 전략으로써는 정치적으로 생존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가발전을 위한 개혁을 성공시키기 어렵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마음만 합치면 기적을 이루어내는 민족’이라고 말한 바 있다. 노무현이라는 인물 자체가 실제로 국민에게 신바람을 일으킬 만한 상징적 가치와 정치적 가능성을 보유하는 존재였다. 취임 2주년을 앞두고, 왜 그러한 가능성이 사장되고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이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 기업 이미지광고 “보도사진처럼”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로 그 어느 해보다 썰렁한 겨울이 일찍 다가왔다. 최악의 불경기를 반영하듯 일간지 사회면에는 솥단지를 집어 던지는 음식점 주인들을 비롯해 ‘생존권’ 플래카드가 유난히 자주 나온다. 사진 속 서민들의 얼굴에도 수심이 가득하다. 이같은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각 기업들의 기업이미지 광고가 사회면 보도사진을 닮아가고 있다. 광고사진을 그대로 지면에 옮겨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SK텔레콤이 진행하고 있는 ‘함께 하는 마음 행복한 대한민국’ 캠페인 광고에는 사회의 낮은 곳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싱싱한 얼굴이 나온다. 달동네 아이들을 위해 공부방을 운영하는 ‘수람’ 회원들이 공부방을 넓히는 공사 도중 페인트통을 배경으로 활짝 웃고 있다. 수람은 SK가 후원한 ‘장학퀴즈’ 출연자들의 모임이다.“더 넓어진 공부방에서 아이들의 마음도 한 뼘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카피는 사회면 기사의 클로징 멘트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치렁치렁 늘어진 전깃줄만큼이나 고단해 보이는 산동네를 환하게 만드는 불빛이 추위를 녹이고 있다. 수람 회원이 꼬마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는 집에서 새어나온 불빛이다. 인형극 자원봉사 모임인 ‘채널비’ 회원들이 연습 도중 꼬마들 앞에서 즉석 인형극을 선보이는 광고도 내용만큼이나 따뜻한 색감으로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삼성전자, 한국가스공사 등이 후원한 ‘열린사회시민연합’의 2004 나눔 ‘해뜨는 집’ 캠페인에도 눈에 익은 장면들이 나온다. 건축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해뜨는 집 자원봉사자들이 비가 오면 빗물을 받아내느라 한숨도 못잤다는 서울 미아동 박 할머니 집 지붕에 새 기와를 얹어주고 있다. 리어카 한 대도 지나가지 못할 정도로 좁은 골목길도 이웃을 위해 발벗고 나선 자원봉사자들을 막진 못한다.‘인간사슬’을 이어 연탄을 나르는 이들의 얼굴에 건강한 웃음이 묻어난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자사의 기업이미지를 화려하게 포장하기보다 실제 사회에 기여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보도사진’ 같은 광고가 소비자들에게 훨씬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삭발·혈서… 한나라·헌재 화형식

    삭발·혈서… 한나라·헌재 화형식

    신행정수도 예정지 주민들이 24일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 이후 처음으로 집단행동에 나섰다. 연기군 남면 주민 200여명은 이날 오후 1시 30분 남면 종촌리 성남중·고교 앞에서 ‘헌법재판소 및 한나라당 규탄대회’를 갖고 삭발식, 화형식에 이어 혈서 등을 쓰면서 헌재의 판결에 대해 거세게 항의했다. 집회는 행정수도 건설 후 토지수용에 대비해 다른 곳에 살 집과 땅을 샀다가 피해를 본 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열렸다. 이들은 ‘타도하자 한나라당 해체하라 헌법재판소’,‘정부와 여당은 개혁정치 중단말고 끝까지 추진하라’,‘수도권만 국민이냐 지방민도 국민이다’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행정수도 사업중단에 대해 울분을 터뜨렸다. 주민들은 “소수의견으로나 있을 수 있는 불문헌법 논리에 근거한 헌재의 위헌결정은 서울 중심주의와 이기주의를 정당화하기 위한 서울 거주 헌법 재판관들의 법 논리적 유희에 불과하다.”면서 “헌재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결정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행정수도 이전에 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히고 박근혜 대표가 총선 전 ‘행정수도 이전은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고 장담했던 한나라당의 사기극에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다.”며 한나라당도 거세게 성토했다. 시위에 참가한 종천리 주민 서상범(64)씨는 “행정수도 이전을 믿고 다른 곳에 땅을 샀다 망하게 된 집들이 한 둘이 아니다.”면서 “‘핫바지’라고 불리며 번번이 당하는 충청도민들이 더 이상 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어 ‘역사는 헌법재판소를 심판하리라’고 쓴 흰 천을 높이 4m의 볏짚 허수아비에 두른 뒤, 불을 붙이면서 헌재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주민 3명은 삭발식을 가졌다. 연기군 체육회 부회장인 김춘배(42)씨는 ‘충청단결’이란 혈서를 썼다. 집회에 참석한 이기봉 연기군수는 즉석 연설을 통해 “정치인들이 충청도민을 필요하면 쓰고 필요 없을 때는 버리고 있다.”며 “충청도가 더이상 ‘핫바지’ 소리를 듣지 않도록 함께 싸워 나가겠다.”고 분위기를 돋웠다. 주민들은 트랙터로 추수를 앞두고 있는 100여평의 인근 콩밭과 수수밭을 갈아 엎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날 남면 소재지인 중촌리 도로 곳곳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던 플래카드가 걷혀지고 ‘우롱당한 자존심 정부는 보상하라’,‘수도이전 왜곡보도 조선·동아일보 타도하자’란 주민들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가 내걸려 있었다. 시위현장에는 경찰 40여명이 지키고 있었으나 별다른 충돌은 없었으며, 주민들은 1시간쯤 시위를 벌인 뒤 자발적으로 해산했다. 연기군과 주민, 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25일 오전 11시 군의회에서 모여 행정수도 사업중단에 따른 ‘주민비상 대책위원회’를 구성한 뒤 다음주 중반 전 군민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가진 열린우리당 오시덕 의원은 “신행정수도 건설에 대비해 준비를 해 온 주민들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 정부와 당에서 깊이 생각하고 있으며 후속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빚내 대체농토 샀는데 웬 날벼락…

    빚내 대체농토 샀는데 웬 날벼락…

    “대통령더러 우리 땅 사가라 그래유.” 충남 연기군 남면 갈운리의 김옥태(48·여)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털썩 주저앉으면서 울음부터 터뜨렸다. 김씨와 남편 임재호(50)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와 토지가 수용될 것이라는 정부의 정책을 믿고 이웃들과 서면 아촌리에 8억원을 들여 집과 축사를 사들였으나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재산을 날리고 빚까지 떠안은 채 살아갈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땅과 집 값이 크게 떨어질 것이 뻔하고, 설령 싸게 내놓는다고 해도 사려는 사람이 없을 테니 울며 겨자먹기로 이자를 물어내며 갖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대유. 뭐 이런 게 다 있슈. 이래서는 안 되는 일이여유.” 김씨는 연방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가 땅을 사들인 것은 신행정수도 예정지가 결정되고 대통령이 강력한 추진의사를 밝힌 직후인 지난 8월. 김씨는 “처음엔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아 반대하다가 정부 의지가 워낙 강력해 어쩔 수 없이 고향과 가깝고 수용이 안 되는 서면에 앞으로 살아갈 땅을 샀다.”면서 “우리가 돌았어….”라고 되뇌었다. 김씨네가 이웃과 함께 산 부동산은 주택과 축사가 딸린 2600평짜리 논·밭이다. 평당 30만원으로 주변보다 조금 비쌌지만 집과 축사가 오롯이 지어져 있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김씨와 이웃집은 현재 소유하고 있는 집, 축사, 논·밭과 새로 사들인 부동산까지 모두 담보로 잡히고 농협에서 3억원씩 빚을 냈다. 나머지 1억원은 직장에 다니는 딸들이 빚을 냈다고 한다. 김씨는 “내년 1월부터 보상이 나오면 이 정도 빚은 너끈히 갚고도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가슴을 쳤다. 김씨 부부는 700평의 논·밭을 일구고 소 20마리를 기르며 알뜰하게 살아와 그동안에는 누구에게도 빚을 져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남편 임씨는 2년전 틈틈이 건축일을 다니다 다리를 다친 뒤에는 농사에만 전념했다. 김씨도 식당에 나가고 있다. 김씨는 “우리처럼 열심히 산 사람도 없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냐.”고 눈물을 쏟았다. 남편 임씨는 전날 한숨도 못자고 “소 먹일 짚 가지러 간다.”며 아침 일찍 나가서는 소식이 없었다. 김씨 부부는 지난 3월 폭설로 축사 지붕이 무너졌지만 ‘행정수도가 온다는데 뭘 고치냐.’는 이웃의 얘기에 일부만 고치고 나머지는 손도 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김씨네와 함께 땅을 산 성기정(54·여)씨도 “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나와 TV를 봐도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어제 무슨 토론인가를 보니까 헌법에 대해서만 얘기하던데 그게 문제라면 진작에 얘기를 했어야 하지 않았느냐.”며 화를 삭이지 못했다. 성씨와 남편 임정철(55)씨는 대지 1000평의 집과 축사,1200평의 논·밭을 갖고 있다. 이것과 서면에 산 부동산도 모두 농협에 부채 담보로 잡혔다. 농협에서 얻은 3억원 말고도 나머지 1억원은 사채를 얻어 충당했다. 두 집이 내야 하는 이자만 매달 500만원이 넘는다고 했다. 소 20마리를 기르고 있는 성씨는 “조상 대대로 살던 고향인데 행정수도가 오지 않으면 왜 다른 곳에 땅을 샀겠느냐.”면서 “영국에서 유학하고 있는 작은아들 보내주느라고 이전에도 8000만원의 빚이 있었는데 큰 일”이라고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성씨는 “이웃 마을에 사는 친척을 비롯해 부여 등에 농토를 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성씨는 “떨어진 콩 한톨이라도 모두 주워 된장을 만들어 팔고 뼈빠지게 농사를 지어도 1년에 겨우 천만원밖에 벌지를 못하는데 이 많은 빚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성씨는 “이자를 못내 전 재산이 경매에 넘겨지면 우린 죽는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하소연했다. 성씨는 “강아지도 몰아대면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다.”며 이같은 일을 자초한 대통령과 국회가 나서 해결해줄 것을 바랐다. 연기군 남면 한문수 면장은 “농민들이 더 오르기 전에 다른 곳에 농사지을 땅을 마련하려 빚을 내면서 우리 면에서만 지난해 말 이후 300억원이 대출된 것으로 안다.”면서 “지금 땅과 새로 산 땅을 모두 날릴 판”이라고 걱정스러워 했다. 22일 오후 충남 공주시 장기면. 마을 입구와 면사무소, 농협에 내걸렸던 ‘행복 1번지로 통하는 행정수도 이전’,‘아름다운 행정수도 이전 운동’ 등의 플래카드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면 직원은 “주민들이 속이 뒤집어진다고 해서 아침 일찍 떼어버렸다.”면서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계속 놔둬 본들 비웃음밖에 더 사겠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면사무소 주변에 밀집한 부동산 중개업소 20여곳 가운데 문을 연 곳은 1곳뿐이었다. 그나마 중개업자는 기자가 접근하자 “서울에 계신 높으신 양반들은 순진한 사람들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있느냐.”면서 “외지 사람과는 말도 섞기 싫다.”고 문을 닫아걸었다. 이날 면사무소 직원들은 하루종일 각 마을을 돌며 주민들을 위로해야 했다. 이주를 준비하다 낭패를 본 주민들은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런 꼴을 당하느냐.”며 공무원을 향해 분통을 터뜨렸다. ●면직원들 마을돌며 주민 위로 장기면 당암리에서 태어나 25년 동안 돼지와 소를 키워온 윤종환(50)씨는 행정수도가 들어서면 옮겨 가기 위해 지난달 이웃한 의당면에 축사부지 3000평을 사들였다. 이전하는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땅값이 뛸 것이 걱정돼 은행에서 3억원을 대출받고 쌈짓돈까지 모두 털어 5억여원을 마련했다. 이주 보상금을 받고 새 축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빚은 어렵지 않게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산된 지금은 당장 대출이자를 갚을 일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대출받아 새축사 마련했는데… 윤씨는 “배운 것이 소·돼지 치는 일밖에 없어 미리 준비를 한 것인데 이 일을 어떻게 하느냐.”면서 “우리가 수도 이전을 원한 것도 아닌데 왜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근처 축산농가들도 우리와 사정이 모두 비슷할 것”이라면서 “이제 당장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고 한숨지었다. 장기면 봉안리에서 평생을 살아온 최은철(48)씨는 논 옆에 농가주택을 지으려고 형질변경 허가 신청을 냈다가 지난 6월17일 정부가 개발행위와 건축허가 등의 제한을 고시하는 바람에 12월 말까지 허가를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씨는 “집을 짓기 위해 준비를 하다 형질 변경에서 가로막혀 반년 가까이 땅을 놀렸다.”면서 “애들 장난 같은 수도이전 싸움에 괜한 손해를 봤다.”고 억울해했다. 당암리 토박이 김모(60)씨는 행정수도 이전 소식에 욕심을 내 봄부터 채소 비닐하우스를 5동에서 15동으로 늘렸다. 은행에서 6000여만원을 대출받았으나 보상금을 받으면 어떻게든 메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것. 하지만 꿈은 한순간에 날아가버렸다. 그는 당장 대출금과 이자 상환금 마련 때문에 곤란한 처지에 놓인 것은 물론이고, 이웃들로부터 “한몫 잡아보려 투기를 했다가 저 지경이 됐다.”는 뒷말까지 듣는다고 했다.●“정부서 모른 척하지 않을것” 하지만 주민들은 아직도 ‘정부가 우리를 완전히 모른 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품고 있다. 정부가 ‘미안해서라도’ 다른 공공기관을 옮겨주지 않겠느냐는 것. 장기면 도계1리 토박이인 박모(65·상업)씨는 “주민들이 크게 실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돌아가는 마당에 적어도 대전으로 옮겨갔던 도청이라도 공주에 되돌려주지 않겠느냐.”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졌지만 그만큼 후속조치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공주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연기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수도이전 위헌 파장] 공주·연기 “뒤통수 맞았다” 서울·경기 “그럴줄 알았다”

    [수도이전 위헌 파장] 공주·연기 “뒤통수 맞았다” 서울·경기 “그럴줄 알았다”

    ■ 토지수용지역 주민은 환영분위기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온 뒤 충청지역 주민들과 자치단체는 망연자실해 있다. 그러나 신행정수도 예정지 주민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지방자치단체도 대체로 환영했다. 그동안 값이 크게 뛰었던 충청지역 부동산값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공주시 장기면 송문리 이용운(65)씨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수도가 들어서면 논·밭을 팔아 편히 살려고 했는데 다 글렀다.”고 말했다. 대전시 서구 둔산동 강완서(36·회사원)씨는 “기대가 컸었는데 무척 실망스럽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충북 청원군 강외면 오송리 주민 홍두표(44)씨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대전·충북주민들 아쉬움 반면 토지수용지역인 충남 연기군 남면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임만수(59)씨는 “우리들이 바라는 대로 잘됐다.”며 “수백년간 살아온 고향을 떠난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헌재 결정을 반겼다. 신행정수도가 들어서는 공주시 장기면과 연기군 남면·동면 등의 주민들은 마을마다 수도이전반대 플래카드를 내걸고 거세게 이전반대 운동을 벌여왔다. 동면 매천리 주민 강현식(51)씨는 “주민 중에도 농지를 적게 갖고 있거나 부안 임씨 등 집성촌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면서 “우리 지역은 발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곳이어서 일부 주민은 보상만 제대로 된다면 떠날 생각이 있었다.”고 전했다. 충남도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못한 채 망연자실해 있다. 충남도 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은 지난 19일 출범했는데 곧바로 해체될 운명에 놓였다. 공주시 관계자도 “헌법에 의해 구성된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제정한 특별법이 위헌이란 건 이해가 안 된다.”며 머리를 흔들었다. 대전시와 충남·북도 3개 시·도지사는 22일 오전 7시30분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헌재의 위헌결정에 대한 충청권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손학규지사 “이젠 민생 총력을” 한편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해 온 손학규 경기지사는 “오늘은 헌법이 엄연히 살아 있고 존엄성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헌재 결정으로 수도이전 특별법은 완전 소멸됐다.”고 선언했다. 손 지사는 “이제 사회적 갈등과 반목을 종식시키고 국론을 통합해 나가며 경제회복과 민생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경제자유구역의 안정적 개발을 위한 명분으로 공개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인천시도 드러내 놓고 환영 의사는 표시하지는 않았으나 반기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한 간부는 “수도가 이전되면 인천은 손해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명하지만 중앙 정부와의 원활한 협조관계 유지를 위해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것”이라며 “헌재 결정이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 이천열·서울 송한수기자 sky@seoul.co.kr ■ ‘수도이전’ 관습법 적용 헌법학자 기고문 화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논리가 서울대 최대권 교수의 ‘시민과 변호사’ 8월호 기고문과 일맥상통해 관심을 끌고 있다. 최 교수는 ‘신행정수도 이전 특별조치법은 위헌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헌법에 적혀 있지 않지만, 일종의 관습법으로 헌법개정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개정돼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합의로 법률이 통과됐다고 해도 관습헌법을 국민투표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독도의 경우 헌법에 명문규정이 없지만, 국회가 ‘일본에 귀속됐다.’고 의결할 수 없는 사항”이라면서 “헌법에 명시되지 않아도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기본규칙은 성문헌법과 동일하게 다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행정수도건설특별법은 국민투표는커녕 국회법이 요구하는 공청회도 회피하는 등 최소한의 국민 여론 수렴 과정까지 소홀히 했다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교수는 “북한도 1948년 최초 헌법에 수도를 서울이라 규정했고, 이후 평양으로 개정했다.”면서 “수도 이전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가의 상징을 옮기는 일인데 국회의원의 동의만 받은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자신의 기고문과 헌재의 결정이 유사한 것과 관련,“헌재도 관습헌법에 대해 상당히 고민한 듯하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이명박시장 “국민 모두의 승리” 이명박 서울시장은 21일 오후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헌재의 위헌 결정은 서울 시민의 승리라기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크게 반겼다. 이 시장은 “서울시장으로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역사적인 결정을 내려준 헌법재판소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시장은 “이제는 모두가 하나 되어 국민이 갈망하는 경제살리기에 온 힘을 모아야 한다.”며 “그동안 수도이전 반대가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두며, 앞으로 서울의 발전뿐만 아니라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시장은 또 현 정부가 수도이전을 강행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하려고 할 경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도이전 반대 홍보 및 설득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또한 “수도이전 문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고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필요한 예산도 당당하게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임동규 서울시의회 의장은 위헌 결정과 관련,“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는 헌재의 결정에 존경과 찬사를 보낸다.”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한 어떤 정책도 자의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교훈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임 의장은 28일 예정된 수도이전 반대 집회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 만큼 시민의 날로 정하고 축제의 분위기로 개최하겠으며 수도이전 반대 서명운동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시장과의 일문일답. 헌재의 결정을 사전에 알았나.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의 70% 이상이 수도이전을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 헌재의 판단을 기대한 것은 사실이다. 헌재의 결정을 앞둔 어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정부가 국민투표로 가고자 할 경우 어떻게 하겠나. -국민투표 부의는 대통령의 정책결정에 달려 있다. 현 시점에서 서울시가 논의하기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현 정권이 국민투표 분위기로 몰아간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수도이전 반대 타당성에 대한 홍보와 설득에 앞장서겠다. 수도이전반대 운동 관련 예산지원은. -합법적인 만큼 당당하게 지원하겠다. 수도이전 반대운동에 대한 정당성이 확보됐다고 보는가. -거듭 밝히지만 지역 균형발전 자체를 반대한 것은 아니다. 충청권과 대결하자는 것도 아니다. 영남·호남·충청권 등 모든 지역이 발전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앙 정부가 지방분권과 재정자립을 위한 정책결정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서울시의 행보는. -수도이전은 통일시대를 내다보고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다. 정부가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고 거기에 맞춰 대응하겠다. 분명한 것은 수도이전 반대 주장이 지역이기주의나 특정지역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한 것이 아니다. 국가정책에는 우선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수도이전 문제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우선순위에 앞서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은 소모적 논쟁보다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서울시도 일자리 확보에 힘쓰겠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신행정수도 추진 일지 ●2002년 9월 30일 노무현 후보,“충청권에 행정수도를 건설, 청와대와 중앙부처부터 옮겨가겠다.” (민주당 선거 대책위원회 출정식) ●2003년 4월 14일 신행정수도 건설추진기획단. 지원단 발족 ●7월 21일 신행정수도 특별법안 입법예고 ●7월 22일 특별법안 공청회 개최 ●10월 15일 특별법안 국무회의 심의·의결 ●12월 29일 국회,‘신행정수도의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통과(찬성167, 반대13, 기권14표) ●2004년 1월 16일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공포 ●4월 17일 특별법 및 시행령 시행 ●6월 2일 이석연 변호사,“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추진” ●7월 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평가결과 발표.‘연기·공주 지구 1등’ ●7월 12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 헌법소원 및 가처분 신청 접수 ●9월 8일 정부, 서울시와 연기·공주 주민 주장 반박의견서 제출 ●10월 21일 헌재,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위헌 결정
  •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보스턴시 열광의 도가니

    |보스턴(미 메사추세츠주) 연합| “저주를 풀 때가 왔다.” 인구 56만여명의 소도시 보스턴이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앙숙’ 뉴욕 양키스를 4승3패로 따돌리고 18년 만에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21일 보스턴 팬들은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며 믿기지 않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보스턴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중심가인 켄모어 광장과 펜웨이파크 인근에 병력을 집중 배치했다. 홈구장인 펜웨이파크 인근 술집에 삼삼오오 모여 TV를 지켜보던 수천여명의 시민들은 한꺼번에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이제야말로 ‘밤비노의 저주’를 풀 때가 됐다.”면서 서로 얼싸안고 감격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보스턴이 도시 규모나 선수단의 총연봉, 스타플레이어 등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인 양키스를 이겼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눌려 있던 자존심이 한껏 올라갔다. 또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썼다는 감격에 젖은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양키스 선수들을 조롱하는 구호를 외쳤고, 거리의 차량들은 경적을 울리며 흥분을 발산했다. 반면 3연승 뒤 4연패의 치욕을 맛본 양키스 팬들은 침통함에 빠졌다. 경기장에서 양키스 팬들은 ‘1918’이라고 적은 종이와 ‘저주를 깨워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드는 등 ‘밤비노의 저주’를 이끌어내기 위해 힘을 쏟았으나 모두 무위로 끝나자 허탈함을 드러냈다.
  • 집창촌 여성·업주 2800명 시위 “23일 영업재개”

    집창촌 여성·업주 2800명 시위 “23일 영업재개”

    전국 집창촌 업주와 성매매 여성 2800여명이 19일 서울 청량리역 광장에 모였다. 이들은 ‘특수영업 여종사원 생존권 쟁취대회’를 갖고 성매매특별법 철폐와 생존권 보장을 요구했다. 이들은 “경찰의 특별단속이 끝나는 23일 이후 모든 업소가 일제히 영업을 재개하겠다.”며 정부를 압박했다. 서울, 인천, 부산, 파주 등 전국 17개 지역 집창촌에서 모인 성매매 여성들은 지역별로 모자와 티셔츠, 마스크로 통일하고 “우리를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하라.”“우리는 피해 여성이 아니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변에는 ‘현실을 무시한 여성단체는 각성하라.’‘음성적인 성매매로 보건당국 긴장하라.’는 등의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이들은 시민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뜻을 알리는 홍보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대책 없는 특별법으로 성매매 여성의 생존권을 빼앗고 있다.”면서 “인권을 보호하겠다고 만든 법이 오히려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악법이 됐다.”고 주장했다. 전국 성매매 업주의 모임인 한터는 23일 일제히 영업을 재개하는 한편 한곳이라도 단속되면 해당 지역 업주·종사자가 모두 ‘단체 입건’을 요구하고 형사처벌을 불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터 관계자는 “업주든 성매매여성이든 막다른 골목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서 “가두시위는 물론 삭발·분신 등 극한 행동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성매매 여성들은 여성부와 각 정당, 한국여성단체연합을 방문하고 “여성단체의 뜻만 내세우지 말고 우리들의 얘기도 들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전달했다. 집창촌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20일에는 서울도심으로 진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기로 했다. 이효용 김효섭기자 utility@seoul.co.kr
  • 시민의 쉼터? 시위 방지용! 공원의 두얼굴

    시민의 쉼터? 시위 방지용! 공원의 두얼굴

    서울 광화문네거리의 교보소공원은 지난달 이름 그대로 다시 작은 공원이 됐다. 청와대 입구인 종로구 청운동 새마을금고 앞 쉼터도 마찬가지로 공원이 됐다. 도심에서 즐길 수 있는 녹지가 늘어나 반길 일이지만 시위와 집회를 줄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속내를 알면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교보소공원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와 효순이·미선이 추모집회, 탄핵반대 시위 등 하루에도 크고 작은 시위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교보소공원을 관리하는 교보생명은 집회가 열릴 때마다 좌불안석이었다. 많은 인원이 참석하거나 경찰과 대치 상황이 발생하는 집회로 화단을 망가뜨리기 일쑤였다. 결국 교보생명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잔디와 정원수를 새로 심었다. 잔디 700㎡를 깔고 소나무 32그루와 철쭉 2000그루, 소향목 200그루를 심는데 3000만원이 들었다. 교보측은 그동안에도 4차례에 걸쳐 밟혀 죽은 잔디와 회양목, 철쭉을 새로 심었다. 지난해 겨울에도 2000만원을 들였지만 지난 3월 대통령 탄핵정국때 대규모 집회가 연일 광화문에서 열리면서 소공원의 모습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시위대와 경찰 모두 화단을 망치는 가해자”라면서 “화단에서 ‘싸움’이 한번 벌어지면 회양목 200∼300그루 정도는 우습게 부러진다.”고 말했다. 또한 교보빌딩에 입주한 80여개 회사와 호주, 네덜란드, 스리랑카 등 8개국 대사관도 소음과 통행 불편 등으로 불평불만이 만만치 않다고 귀띔했다. 종로구 청운동 새마을금고 앞 쉼터도 잇따른 노숙시위를 줄여보려 만들었다. 청와대 앞에서는 1인 시위만 가능한 만큼 이곳은 천막노숙 등 장기간 농성시위를 할 수 있는 실질적으로 가장 가까운 장소다. 시위가 계속되자 주민들의 반발도 거셌다. 지난해에는 주민들이 “시위나 집회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붙여놓기도 했다. 관할 파출소의 한 직원은 “쉼터로 바뀌면서 민원이 크게 줄어들었는데도 여전히 일주일에 2∼3건은 들어온다.”고 말했다. 결국 종로구청은 지난해 11월말 소나무 등 나무 40주와 의자 등을 갖춘 녹지공간으로 바꿨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청운동 새마을 금고 앞에 녹지를 만든 것은 주민들의 민원이 주요한 이유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이곳을 녹지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청와대 경호실의 반대도 적지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구청 관계자는 “이곳에서 시위를 할 수 없게 되면 모두들 청와대 앞으로 몰려올 것을 경호실은 우려한 것 같다.”면서 “그러나 주민을 상대하는 구청은 아무래도 주민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황병권 의장 “지방분권 스스로 훼손하는 무리수”

    황병권 의장 “지방분권 스스로 훼손하는 무리수”

    “나 자신이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지방정치에 몸담고 있지만,스스로 정치권에 환멸을 느낍니다.” 강동구의회 황병권 의장은 서울시의회와 각 자치구 의회의 수도이전반대 활동에 대해 여권이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이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 등 여권에 맞서 내세운 대응논리는 관제데모설 제기 자체가 말도 안 될 뿐 아니라 ‘지방자치 근간을 뒤흔드는 것으로,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방분권을 앞세워 강력하게 수도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여당이,게다가 헌법소원 심리 중인 사안에 대해 근거도 없이 마구잡이로 폭로하는 행태는 정치 환멸을 불러옵니다.” 황 의장은 “의회가 결정내린 사안에 대해 집행부인 자치단체가 따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논리”라면서 “그런데도 지방과 규모만 다르지 같은 의결기관인 다선 국회의원 출신이 그같은 주장을 들고나온 사실 자체에 극심한 혐오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이런 분위기에서 어떻게 지방자치를 이뤄나가란 말이냐고 따졌다.시내 단체장들은 수도 서울이 없으면 본인도 존재하지 못한다는 각오로 반대운동에 앞장서고,민선 단체장들이 이같은 일에 나서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져야 하며,수도이전 반대를 위한 홍보예산 지원이 불법이라면 정부·여당이 수도이전의 당위성 홍보를 위해 사용하는 예산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1000만 시민의 이름으로 주장한다는 등 8개항으로 된 자치구의회 결의문도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달 20일 수도이전반대 범구민 궐기대회에 앞서 집행부에 협조요청을 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동별로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한 홍보에 도움받았을 뿐 공무원이 동원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플래카드 역시 의회에서 내건 것이라며 공무원 동원을 거듭 부인했다. 이명박 시장이 수도이전 반대활동 지원을 위한 예산집행도 고려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는 “여권에 견줘 우리가 일단 승리한 것으로 봐도 좋은 것 아니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처럼 적극적인 설명도 강동구의회 성임제 의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동구지부 등의 관제데모 의혹을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국보법폐지 반대” 10만 시위

    “국보법폐지 반대” 10만 시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반핵반김국민협의회,재향군인회 등 120여개 종교·보수단체 회원 10만여명은 4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나라와 민족을 위한 구국기도회’와 ‘국가보안법 사수 국민대회’를 갖고 정부의 국가보안법 폐지 방침 철회와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등을 촉구했다. 이날 행사에는 강영훈·남덕우·이영덕·현승종 전 국무총리와 백선엽 전 육군 참모총장,김동길 전 연세대 교수,한나라당 김문수·박성범·김용갑 국회의원 등이 참석했다.이들은 “국가보안법은 민족반역 세력으로부터 국민 전체의 인권을 지켜낸 법”이라면서 “대통령은 친북 공산세력의 주장에 근거,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참석자들은 오후 6시10분쯤 본행사를 마치고 ‘전우여 잘자라’ ‘진짜 사나이’ 등의 군가를 부르며 청와대 쪽으로 가려다 경찰이 서울시의회 앞 왕복 12차로에 경찰버스로 차벽을 설치하고 이를 막자 돌을 던지는 등 거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전광판 안내차량 등을 동원,주최측이 오후 6시까지만 집회를 신고했고,야간집회는 집시법상 불법이라며 해산할 것을 설득했으나 대치상황은 계속 이어졌다.일부 참석자들은 경찰버스를 뒤집으려 했고,경찰은 물대포를 쏘며 저지했다.이 과정에서 보수단체 회원 박모(51)씨를 비롯,10여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1시간20분 남짓 경찰과 대치하던 1만 5000여명은 연좌농성을 벌이다 시청앞 서울광장으로 옮겨 집회를 가진 뒤 오후 8시20분쯤 자진해산했다. 앞서 한기총 길자연 회장은 개회사에서 “우리나라는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고 국보법 폐지 등을 빌미로 일부 진영이 국론분열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반핵반김국민협의회 서정갑 회장은 “친북좌익세력이 김정일 정권과 결탁해 정통국가를 무장해제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협의회 김한식 기독교 본부장은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큰 사랑으로 우리의 생명과 자유를 지켜준 미국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행사장에는 대형 성조기와 태극기가 등장했고,‘국보법이 불편한 자는 간첩뿐이다’ 등 국보법 폐지를 반대하는 50여개의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북핵저지시민연대,대령연합회,한국기독교청년협의회 회원 20여명은 미리 준비한 인공기 3개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사진 4장을 불태웠다.이들은 3m 높이의 미사일 모형을 들고 다니며 ‘김정일의 하수인 노무현 정권 타도’‘국가보안법 사수’ 등의 구호를 외쳤다.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벌였다. 경찰은 이날 행사장 주변을 비롯,광화문,세종로 일대에 90여개 중대 1만여명과 물대포·소방차 등을 배치했으며,참석자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 경찰버스 20여대로 차벽을 설치했다. 한편 이날 집회로 경찰이 3시간 남짓 시청 주변 교통을 통제하면서 종로,을지로,세종로,태평로,소공로 등 주요 도로가 마비됐다.특히 남산 3호터널 등을 이용하려는 퇴근길 차량들이 퇴계로와 남대문로 등으로 우회하면서 밤늦게까지 극심한 교통정체가 빚어졌다.또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한꺼번에 1,2호선 시청역과 5호선 광화문역 등으로 몰리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김효섭 이효용기자 newworld@seoul.co.kr
  • 연금삭감 항의 10만여명 시위

    동·서독 통일 14주년인 3일 수도 베를린에서는 통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아니라 정부의 연금 삭감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시민들이 대거 참석했다. 2일(현지시간) 동베를린의 심장부인 알렉산더광장에서 열린 시위에 10만여명이 참가했고 3일에는 그 숫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구 동독의 국기,‘미래로 돌아가자’라는 플래카드 등 통일 이전의 상태를 그리워하는 분위기도 일부 감지됐다. 시위를 촉발한 것은 게르하르츠 슈뢰더 정부가 2005년 1월부터 실행할 연금개혁안이다.슈뢰더 총리는 구직자를 저임금 일자리에 끌어들일 목적으로 장기실업자에 주는 수당을 대폭 줄인 연금안을 마련했다.그러나 동독 지역 주민들은 “일자리 자체가 없는 현실을 모른 탁상공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지난 8월 현재 18.3%로 서독 지역 8.4%의 두배를 넘는다.따라서 일자리를 찾아 동독민,특히 젊은이들이 서독 지역으로 떠나고 있다.1일 독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독으로 이주한 15만 5400명중 18∼30세가 51.4%,30∼50세가 25.5%로 한창 일할 나이의 이주자가 10명 가운데 8명을 차지한다. 반면 서독 지역민들은 연금개혁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단지 정부가 이를 알리는 방법에 실패했다고 본다.동독민의 느슨한 노동윤리가 통일 후에도 없어지지 않으면서 실업수당과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보호수당 등으로 살아가는 일부 동독 주민들이 있기 때문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난 이 북이 좋아요” 유인물…국보법 처벌?

    국가보안법 개폐를 놓고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유사(?) 용공 유인물이 대구지역에 나돌아 경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B4용지 크기의 이 유인물은 타악기 ‘북’을 가로,세로 각 2㎝정도 크기로 그린 뒤 ‘난 이 북이 좋아요.나 잡아봐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일요일인 5일 새벽 1시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주변에서 27장이 처음 발견됐으며,이후 2∼3시간 동안 동구 용계동 화물터미널 부근과 반야월 네거리 주변에서 추가로 19장이 잇따라 발견됐다.”며 “이 유인물은 주민들의 신고로 모두 회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일단 학생 운동권이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단체 등에서 만든 뒤 몰래 뿌린 것으로 보고,수사를 벌이고 있다.하지만 문제는 유인물을 제작·배포한 사람을 잡더라도 처벌이 애매하다는 것.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표현 내용이 애매모호해 제작자를 잡더라도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및 이적표현물 소지죄’조항을 적용,처벌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 “잡아도 골치고,그렇다고 안 잡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과 26일에는 부산대,동아대,부경대 등 부산의 대학가 등에서 똑같은 내용이 적힌 가로 4m,세로 1m 크기의 플래카드가 발견된 바 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노인 등치는 문화센터?

    “비싼 줄 알지만 건강에 좋다 하고,늙은이를 그렇게 살갑게 대해 주는 곳도 없어서….” 주말인 11일 오후 2시 서울 은평구 갈현동 주택가.60∼70대 할머니가 하나둘씩 시장통의 상가 지하로 모여들었다.노래와 손뼉 소리가 새어나오는 사무실 바깥에는 ‘주부문화센터’라고 인쇄된 홍보전단과 H업체의 플래카드가 나붙어 있었다.하지만 안으로 들어가자 약과 옥팔찌,정수기 등이 빼곡히 쌓여 있었고,영업사원이 할머니들에게 열심히 ‘강의’를 하고 있었다. 문화센터를 가장하여 노인을 끌어모은 뒤 턱없이 높은 가격을 매긴 건강상품을 강매하는 악덕 상혼이 서울 주택가에 급속히 파고 들고 있다.농촌 지역에서 활동하던 ‘강매단’이 경기불황으로 수입이 시원찮자 서울로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노인들은 검증되지도 않은 약효나 현란한 언변에 현혹되어 감당할 수 없는 고가의 상품을 어거지로 구입하는 등 피해를 입고 있다. ●한동네서만 6곳 생겨 강매단은 서울에서도 은평·강북·도봉구 등 주택가가 몰린 곳을 노린다.할머니들을 상대로 물건판매에 열을 올리던 한 영업사원은 “갈현동에만 지난주에 3곳이 더 생겨 6곳으로 늘었다.”면서 “은평구에 15곳이 퍼져 있다.”고 귀띔했다. 소비자보호원에는 한 업체로부터 정수기 등 상품을 구입했다가 반품을 호소한 사례가 지난해 1월 이후 지금까지 404건이 접수됐다.소보원 관계자는 “대부분 김치냉장고 등 경품 당첨이나 공짜쇼,강연 등으로 판단력이 흐린 노인을 꾀어 고가의 물건을 떠안긴 것”이라면서 “반품을 요구해도 핑계를 대며 방문판매법상 규정된 12일을 넘기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김모(76·여)씨는 ‘무료 21세기 신개념 주부 문화센터’라는 홍보전단을 보고 찾았다가 곤욕을 치렀다.처음 며칠은 노래를 가르쳐주고 세제,비누 등을 무료로 나눠줬다.하지만 ‘문화센터’측은 건강에 좋다는 이온정수기를 내놓으며 본색을 드러냈다.마지못해 180만원짜리 정수기를 구입한 김씨가 뒤늦게 반품을 요구하자,강매단은 차일피일 미루다 잔뜩 핀잔을 준 뒤에야 반품을 해줬다. 이들은 이후에도 ‘유일한 국내재배 상황버섯’,‘고급수의에서 리무진까지 제공하는 토털장례서비스’ 등 최고 200만원짜리 제품을 계속 들이밀었다.주민 오모(52·여)씨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설쳤다가 뜸하더니 경기가 어려워 그런지 다시 등장했다.”고 말했다. ●“자식보다 잘해줘…” 외로운 노인들 신고 꺼려 하지만 노인들의 외로움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교묘한 상술에 빠진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단속은 쉽지 않다.42만원짜리 공기청정기를 자식들 몰래 구입한 서대문구 홍제동 이모(75·여)씨는 “영업사원들이 비싼 것 하나만 사주면 자식보다 잘해준다.”면서 “자식들도 장성하고 친구들도 하나둘씩 세상을 떠 외로운 마음에 자꾸 찾는다.”고 털어놨다.경찰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상품을 의약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판매하는 것은 엄연한 사기행위”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사기단에 ‘우호적’이라 피해사례 확보가 어렵다.”고 밝혔다. ●악덕상술 피해사례 소개책자 돌려 천주교 서울대교구 노인대학연합회는 지난달 ‘노인소비자들이 주의해야 할 악덕상술’을 월례 교육책자에 싣고,사은품 제공,강연회 개최,무료관광 등 유형별 피해사례를 소개했다.연합회 관계자는 “일선 성당 노인대학 봉사자들로부터 상술에 넘어가 고가의 상품을 구입하는 노인이 늘고 있다는 민원이 자주 접수되고 있어 주의를 주기 위한 것”이라면서 “너무 싸거나 무료 사은품,관광 상품 등은 거절하는 것이 좋고,물건을 사더라도 구입가와 연락처가 기재된 영수증,계약서를 받아둬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17대 정기국회 新풍속도] ①행사포스터 ‘풍년’

    [17대 정기국회 新풍속도] ①행사포스터 ‘풍년’

    “이거,이거! 의원회관 벽이 왜 이렇게 지저분한 거야?” 열린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의원회관 복도를 지나다가 양쪽 벽에 붙어 있는 행사 포스터들을 보면서 못마땅한 듯이 말했다.함께 걸어가던 386 초선의원은 멋쩍은 표정으로 웃었다.문제의 포스터 중 한 장은 자신이 참여한 연구모임에서 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17대 국회 의원회관 1∼8층 복도들이 알록달록한 벽보들로 ‘도배’되고 있다.의원실 출입구 양 옆으로 적게는 1장,많게는 6장까지 포스터가 길게 펼쳐져 있다.대량 생산이 아닌,손으로 직접 만든 투박한 포스터도 있다. 서울신문이 6월7일부터 9월3일까지 3개월 동안 국회 사무처에 신고된 17대 국회의원들의 토론회 및 공청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토론회 51회,공청회 22회,세미나(워크숍·심포지엄 포함) 23회,시사회 1회,전시회 3회,창립총회 7회 등 모두 107회에 달했다. ●알록달록한 벽보 물결 특히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이 3회 이상씩 토론회 등을 개최했다. 국회 관계자는 “이는 국회의 시설물을 사용했을 경우에만 파악되는 숫자인 만큼 외부 행사는 누락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 기간동안 실제 이뤄진 행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포스터는 영화 ‘연인’ 시사회에서부터 ‘공공임대주택 관리체계 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사립학교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2004년 국회 21세기 동북아평화포럼 정책워크숍’‘언론개혁의 실천방향 토론회’ 등 문화·경제·통일·외교·교육 분야 등 다양하다.의원 개인자격으로 하는 행사가 있는가 하면,연구모임을 결성해 갖는 세미나나 토론회,워크숍도 있다. 포스터에는 당별로 정치적 색채도 은근히 차이 난다.이번 국회에 첫 진출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경우에는 노동 관련 포스터가 주종을 이룬다.포스터 숫자도 1∼2개 정도 더 많은 편이다.반면 ‘깨끗한’ 관행에 익숙한 한나라당 다선 의원들 방 옆에는 한두 개도 간신히 붙어 있어 있는 정도다. 전반적으로 초·재선 의원들의 방 옆에 중진의원보다 더 많은 포스터가 붙어 있는 편이다. 반면 16대 때까지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를 앞두고 의원회관 1층의 게시판을 가득 채우던 ‘후원회의 밤’ 안내 포스터는 17대 첫 정기국회 들어서는 찾아볼 수 없다.후원모임이 금지된 정치자금법 때문에 이미 옛날 얘기가 돼 버렸기 때문이다. ●“젊은 의원들의 열기 느껴져” 이같은 변화에 대해 14·16대 의원을 거친 3선 김원웅 의원은 “14대에는 ‘벽은 그냥 벽’이었고,16대도 포스터들이 붙기는 했는데,지금처럼 많지도 다양하지도 않았다.”고 비교했다. 김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는 다양한 연구모임들이 형성되고 있고,그 내용도 과거 정치적 어젠다에서,정책적 어젠다로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면서 “입법활동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젊은 의원들의 열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개별 의원이 소속 위원회와 관련해 토론회·공청회·세미나를 개최하는 경우 연간 15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그러나 1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데 자료집 인쇄비·포스터·플래카드·토론참가자 사례금 등으로 200만∼300만원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의 한 보좌관은 “소속 상임위와 관련한 행사에 대해서만 지원하기 때문에 사회적 이슈 등에 대해 토론회를 열 경우에는 지원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회는 의원들의 연구단체지원금으로 연간 6억 5000만원을,개별 의원의 토론회·세미나에 대한 지원을 연간 5억원을 각각 책정해 놓고 있다.개별 의원 지원금은 16대의 3억원에 비해 67% 증액된 액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17대 개원 이후 사무처가 의원들의 세미나 등에 2800만원을 지원했다.”면서 “107회나 행사가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집행이 저조한데,‘초짜’ 보좌관들은 이같은 입법지원 예산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문소영 김준석기자 symun@seoul.co.kr
  • [2004 美대선] 공화 뉴욕全大 셋째날

    |뉴욕 이도운특파원|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의 매디슨스퀘어 가든에서 계속된 공화당 전당대회의 사흘째 행사는 ‘기회의 땅’이라는 주제를 내걸었지만,그보다는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춘 날이었다.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한 딕 체니 부통령은 “케리 후보는 국가안보에 역행하는 표결을 해왔다.”면서 “상원의원은 20년 동안 실수를 해도 국가에 큰 영향이 없지만 대통령은 결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케리 후보를 부적격자로 몰아붙였다.대의원들은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Flip-flopper)’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케리 후보 비판에 동참했다. ●체니 부통령지명 수락 연설 민주당원으로서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젤 밀러 조지아주 상원의원은 케리 후보가 매사추세츠주 상원의원으로서 지금까지 해온 표결을 일일이 거론하며 “미국 총사령관으로서는 부적격한 인물”이라고 주장했다.그는 “내 가족의 미래가 내 당의 미래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섰다.”고 변신의 이유를 밝히면서 “테러의 위협으로부터 내 가족을 지켜줄 사람은 부시 대통령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전 행사서 10여명 반부시 시위 이에 앞서 이날 아침에 열린 청년 행사에서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이 연설하는 도중 무대 근처에 있던 10여명이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는 구호를 외치고 ‘에이즈 근절’ 등의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며 시위를 벌였다. 이에 대항해 대의원들이 “4년 더” 등 부시 대통령 지지구호를 외치고 일부는 시위자들의 플래카드와 피켓을 빼앗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면서 무대 근처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경찰은 현장에서 10명의 시위자를 체포해 수갑을 채운 뒤 연행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밤늦게 뉴욕에 도착해 소방관들과 만나 9·11을 회고한 뒤 숙박했다.한편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고 있는 케리 캠프에서는 핵심 참모들을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dawn@seoul.co.kr
  • 미분양 봇물 ‘유령상가’ 넘친다

    미분양 봇물 ‘유령상가’ 넘친다

    “상가 점포수가 아파트 10가구당 한 개꼴은 될 것입니다.” 경기도 용인시 죽전지구 인근 I-PARK 단지내 상가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씨의 얘기이다.상가가 지나치게 많이 들어섰다는 뜻이다.군데군데 빈 상가가 눈에 띈다.그런데도 단지에서 20여m 떨어진 근린시설이나 상업용지에서도 상가 분양이 한창이다.하지만 요란한 플래카드만 나부낄 뿐 찾는 손님은 없다. 수도권 북부지역도 마찬가지다.고양시 일산구 장항동 800번지 일대는 마치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20여채에 이르는 10층 정도의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지만 대부분 1층부터 텅 비어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경제의 세포’ 상가점포들이 쓰러지고 있다.새로 지어지는 상가는 묻지마 투자와 공급과잉으로,기존 상가는 경기침체로 휘청거리고 있다. 경기가 침체된 상태에서 신규 상가공급은 2배 가까이 늘어났다.1일 상가정보업체인 ‘상가 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공급된 상가점포는 5만 3810개로 전년의 3만 1364개보다 2만 2446개나 늘어났다. 빈 땅이라면 모두 상가를 지어 분양하다시피하고 있다.2002∼2003년에만 해도 상가는 짓기만 하면 팔렸다.‘묻지마 투자자’와 함께 저금리 시대에 10%에 가까운 임대수입을 노린 투자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애물단지로 변했다.개발업자들은 임대가 나가지 않아 속앓이가 이만저만 아니다.2002년 인기리에 분양된 성남시 분당 신도시 파크뷰 주상복합아파트는 지난 7월 1일 입주를 시작했다.그러나 상가는 텅 비었다.8개 층 가운데 1개 층도 채우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박모(64)씨는 상가를 분양받은 이후 임대를 놓지 못해 매달 관리비만 내고 있다.2002년 말 서울 강남구 역삼동 테헤란로 뒷길에 들어서는 P빌딩 상가(실평수 15평,분양평수 25평)를 분양받은 박씨가 투입한 돈은 모두 7억 2000만원.분양 당시에는 보증금 1억원에 월 400만원은 받을 수 있다고 해서 퇴직금과 친척들로부터 끌어모은 돈을 더해 투자했는데,막상 입주 시점에서 나가지 않는 것이다. 그는 지금 이 상가를 사무실로 세를 놓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사무실로 세를 놓으면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는 80만원밖에 안된다.그렇지만 관리비라도 건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요즘은 테마 상가 인기도 뚝 떨어졌다.시행업자나 분양업자의 부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산 신도시 장항동 파크프라자 최진호 상무는 1년이 다 되도록 상가 분양사무실을 지키고 있다.최 상무는 “분양률이 40%도 안된다.”며 “지난해 가을부터는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분양 문의조차 끊겼다.”고 울상을 지었다.본격적으로 분양을 시작한 1년반 전만 해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것이다.준공이 끝나 모든 가게가 문을 열고 사람들로 북적거려야 할 상가가 1년 가까이 놀고 있으니 애간장이 타들어간다.신규 상가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기존 상가도 죽을 쑤고 있다.경기침체 등으로 장사가 되지 않자 경매로 넘어가는 상가가 크게 증가했다.경매 전문 컨설팅사인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올들어 8월23일 현재 전국적으로 3만 8827개 점포가 경매에 부쳐졌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만 7565개)에 비해 무려 40%(1만 1262건)가 늘어난 것이다.이 가운데 수도권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6750개 점포가 경매로 넘어갔지만 올들어서는 1월부터 8월까지 8526건의 상가가 경매로 넘어갔다.1년전보다 26% 증가한 것이다.㈜해밀M.C.A 김기철 대표는 “상가 경매 증가는 경기침체와 신규 상가 공급과잉이 맞물린 결과”라고 설명했다. 용인 김성곤 고양 윤창수기자 sunggone@seoul.co.kr
  • 비씨카드 거부 첫날…고객 발길돌리며 분통

    비씨카드 거부 첫날…고객 발길돌리며 분통

    가맹점 수수료 인상을 놓고 첨예하게 맞서온 비씨카드와 신세계 이마트간의 수수료 분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비씨카드의 수수료율 인상통보에 이마트는 가맹점 해지로 맞서 이마트를 찾는 고객들이 결제를 못하고 발걸음을 돌리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발길 돌리는 고객 1일 이마트 은평점.매장 곳곳에는 ‘비씨카드 사용이 불가능하게 됐습니다.다른 카드 또는 현금을 사용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와 전단지가 매장 곳곳에 나 붙었다.당초 예상했던 만큼의 큰 혼란은 없었으나 비씨카드만 소지한 일부 고객들이 불편을 겪는 모습은 이마트 매장 곳곳에서 발견됐다. 김윤경(28·자영업)씨는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아 계산했다.”면서 “카드도 마트도 많으니 앞으로는 비씨카드도 없애고 이마트 물건도 사지 않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주부 이창순(52·남가좌동)씨는 “체크카드(농협비씨)라 괜찮은 줄 알았는데 이 것도 비씨카드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면서 “수수료를 내리든 올리든 합의를 해야지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하나 비자 카드(보람 비자 카드 포함)이용자도 사용이 금지됐으나 이같은 사실을 몰라 낭패를 보기도 했다.한편 이마트는 이날 오후 4시까지 전국 63개 점포 가운데 57개 점포에서 비씨카드로 결제를 요구한 고객은 1058명으로 이 중 91%인 963명이 타사카드나 현금으로 결제수단을 전환했고,9%인 95명이 현금부족 등의 이유로 구매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협상은 없다 비씨 카드는 이날 예고한 대로 이마트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를 기존의 1.5%에서 2.0∼2.35%로 인상했다.이에 이마트는 즉각 전 점포에서 비씨카드 가맹점을 해지했다.이마트측은 “카드사측의 수수료 인상 주장을 납득할 수 없고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서민경제와 직결되는 생활필수품의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어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구학서 사장은 “모든 카드사들이 가맹점 수수료를 인상할 경우 카드를 받지 않고 제품가격을 인하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에 비씨카드측은 “비현실적인 수수료로 지난해에만 이마트에서 25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면서 “수수료 현실화를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맞섰다. ‘이마트-비씨카드 분쟁’에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 KB카드도 오는 6일부터 이마트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단행하고,카드사들은 이마트뿐 아니라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 다른 할인점에 대해서도 조만간 수수료를 인상할 방침이어서 카드수수료 문제가 업계전체로 확산되고 있다.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카드사의 수수료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현진 김유영기자 jhj@seoul.co.kr
  •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상) 첫 수도 홀본성

    [세계유산 등록이후 첫발-중국 고구려유적지를 가다] (상) 첫 수도 홀본성

    지난 7월1일 중국에 있는 고구려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뒤 처음으로 지난 12일부터 18일까지 고구려 유적지를 두루 다녀온 고구려연구회 서길수(서경대 교수) 회장이 본지에 답사기를 보내왔다.중국 중앙정부와 관련 지방도시들은 세계문화유산 등록 이후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임을 강조하는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세계유산 등록을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해 초부터 관광객들이 접근조차 하지 못하도록 통제했으나,등록 이후에는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에게까지 새롭게 단장한 유적지들의 사진 촬영까지 허용하는 등 고구려사의 자국 역사 편입을 자신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치고 있다.등재 이후 현지의 움직임,고구려 첫 수도인 환런현(桓仁·홀본성)과 두 번째 수도인 지안시(集安·국내성) 유적지들의 변화 모습을 사진과 함께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외국인 단체로서는 이 팀이 처음입니다.” 답사 첫날인 12일 창춘(長春)에서 고구려의 옛 수도인 지안으로 가는 도중에 들른 고구려 나통산성의 관리가 우리 일행에게 던진 말이다.나통산성은 고구려 북방개척의 전진기지이자 현재 지린(吉林)성에서 가장 큰 고구려 산성이다.성벽이 잘 남아 있어 그동안 여러 차례 답사를 시도했지만 현지 공안국의 제지로 실패했다. ●곳곳에 ‘중화민족 찬란한 역사’ 플래카드 하지만 중국은 고구려 유적을 세계유산으로 등록한 뒤 태도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한국 단체의 나통산성 답사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두번 모두 고구려연구회에서 주최한 만큼 그 변화를 분명하게 비교할 수 있었다.첫 답사 때에는 현지 문화국에서 일일이 따라다니며 사진 촬영을 철저하게 금지했으나 이번 답사에는 마음대로 사진을 찍도록 했다.고구려 유적이 세계유산에 등재된 뒤 생긴 첫 변화를 확인한 것이다. 고구려의 첫 수도이자 오녀산성이 있는 환런에 들어서자 올 들어 말끔하게 단장한 가로등이 먼저 우리를 맞았다.우리나라의 읍에 해당하는 환런현은 오녀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뒤 마치 새롭게 태어난 도시처럼 바뀌었다.거리와 주요 건물에는 ‘고구려 수도의 유적을 보호하고,중화민족의 찬란한 역사를 전시하자(保護高句麗都城遺迹 展示中華民族輝煌歷史)’‘오녀산산성 세계문화유산 등록 성공을 열렬히 경축한다(熱烈慶祝五女山山城申報世界文化遺産成功)’는 플래카드들이 곳곳에 걸려 있어 세계유산 등록에 대한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환런에서는 세계유산 등재가 확정되기 이전인 6월15일부터 경축행사가 시작돼 7월15일까지 계속됐다고 한다.정부에서 행사를 위해 200만위안(3억원)을 지원했다.지원금은 고구려와 오녀산성을 주제로 한 그림전시회와 춤·노래공연을 한달 동안 계속하는 데 쓰였다.농촌의 각 마을과 랴오닝(遼寧)성에서 참석하거나 파견된 공연팀들이 한달 내내 대축제를 벌였다.조선족들도 우리 춤을 추며 참가했다고 한다.“순리대로 한다면 환런이 고구려 첫 수도이니,평양보다 먼저 신청해야 되는 것 아닌가?” 현지에서 만난 순진한 한 조선족 노인의 반문은 가슴을 때렸다. 환런현 외곽을 돌아흐르는 훈강(고구려 비류수) 가의 행사장에는 행사가 끝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각종 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됐던 대형 가설무대가 남아 있어 당시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남아 있는 플래카드에는 ‘고구려 문화예술 주(周) 오녀산의 여름-고구려 첫 왕도 환런 오녀산성’(주최:중국환런만족자치현 위원회,중국환런만족자치현,후원:중국환런만족자치현 위원회 선전부,중국환런만족자치현 문화국)이라 적혀 있었다. 세계유산에 등록된 뒤 환런현의 현장,부현장 등 3명은 1등 공(功),선전부장·문화국장 등 3명은 2등 공,부선전부장 등 3명은 3등 공으로 9명이 표창을 받았다고 한다.중국이 세계유산 등록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역사 왜곡의 심각성은 환런현이 세계유산을 신청하면서 만든 ‘오녀산산성 사적진열관’에서 그대로 드러났다.진열관은 세계유산 심사를 받기 한달 전인 2003년 7월 초에 시작해 8월11일까지 급조해 같은 달 30일 개관했다.그러나 발굴 당시의 평면도와 시대별로 분류한 유물을 전시해 오녀산성의 발굴 결과를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전시 출토유물 202점과 복제유물 145점을 전시했는데,화살촉 같은 유물을 빼놓고는 대부분 복제유물이었다.진열관에는 고구려가 중국 땅에서 건국됐음을 집중 부각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보였다. ●‘고구려왕 中조복 받았다’ 기술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박물관 안내문에는 “문헌에 흘승골서라고 기재된 오녀산성은 랴오닝성 환런현 오녀산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중국 동북지구의 고대 소수민족 고구려가 창건한 초기의 수도이다.”라고 돼 있다.바로 옆에 있는 고구려사 연표는 중원왕조기년-고구려 왕계 및 재위기간-중요 사실로 나누어 맨 앞 머리에 중국의 왕조에 따라 고구려사를 분류하고,중요 사실은 중국과 관련된 사실만 뽑아 적었다. 먼저 BC 108년 한나라가 현토를 세웠다는 사실을 쓰고,이어서 BC 82년에 현토를 고구려현으로 옮겼으며 바로 그 한나라 현토에 BC 37년 주몽이 고구려를 세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나머지 중요 사실도 대부분 고구려가 조공한 사실과 책봉 받은 사실만 기록하고 있다. 전시장 안에 있는 고구려의 건국에 대한 사실도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었다. “기원 전 108년 한사군이 설립됐다.그 가운데 현토군 아래 고구려현이 설립됐다.오녀산 주위는 이 고구려현에 속했다.선진적인 한문화의 영향을 받아 현지 주민의 생산력이 빠르게 높아졌다.기원 전 37년 부여왕자 주몽이 고구려를 세우고 오녀산에 성을 쌓고 도읍했다.고구려 왕은 (중국의)중앙정권이 내린 조복(朝服)을 받고 그 호적을 고구려 현령이 관장했다.여기서 고구려 민족과 중앙왕조의 예속관계가 확립됐다.” 이 설명을 보는 사람들은 한눈에 고구려가 한나라의 지방정권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교묘하게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더구나 중앙정권이 임명한 고구려 현령이 고구려의 호적을 관리했다는 주장은 정말 황당하기 그지없었다.진열관에는 이러한 중국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고구려 유물이 아닌 한나라의 기와(현토) 같은 중국계 유물을 특별히 전시하고 있었다.앞으로 박물관이 될 이 진열관은 고구려 역사가 중국역사임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주입하는 교육장으로 개발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14일 오전 8시 서둘러 오녀산성으로 찾아갔으나 거기에는 정말 뜻밖의 ‘장관’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오녀산성 위에 있는 주차장은 물론 서문과 남문으로 가는 갈래길까지 차들이 꽉 들어차서 시장바닥을 방불케 했다.우리는 비교적 덜 밀리는 남문 쪽을 택해 올라갔으나 예정보다 1시간이나 늦게 올랐다. “국경절에는 하루에 5000명이 몰린다.”는 가이드의 말이 실감났다. 세계유산 등록 이후 ‘이제는 관광사업’이라는 중국의 의도가 한눈에 읽혔다.국가등급 관광지(별 4개)로 변했고,새로 새운 오녀산산성 표지판에는 유네스코와 세계유산 휘장이 선명하게 부각돼 있다. ●관광객 줄서…시장바닥 방불 전에 갔을 때는 조선족중학교 교사들을 안내원으로 활용해 우리말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는데 이제는 정식으로 안내원 교육을 받은 안내원을 앞세워야 했다.그러나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뒤 경계심이나 신경질적인 제약보다는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드는 자신감을 보여 주었다.입구의 울타리도 뜯어버렸고,일일이 따라다니며 감시하던 직원들도 보이지 않았다. 고구려의 첫 수도 환런에서는 이제 관광객을 끌어들여 수입을 올리면서,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고구려가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그 목표 달성에 총력을 기울이는 큰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 돌아온 ‘아름다운 철도원’…김행균씨 복직

    돌아온 ‘아름다운 철도원’…김행균씨 복직

    “철도로 돌아오지 못할까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동료들과 진하게 회식 한 번 하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43)씨가 17일 ‘첫 출근’을 했다.지난해 7월25일 서울 영등포역에서 열살짜리 어린이를 구하고 양쪽 발을 잃는 사고를 당한 지 1년여만의 복직이다.7차례에 걸쳐 고통스러운 수술과 재활을 반복했지만,이날 김씨의 빛나는 얼굴에서 사고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17일 오전 8시40분.서울 중구 봉래동에 있는 철도청 서울지역본부에는 김씨를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내걸렸고,전 직원이 나와 박수를 보냈다.꽃다발을 받아든 김씨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돼 있었다.그는 “조용히 복직하려 했는데 너무 요란스러워져 민망하다.”면서도 감개무량한 표정이었다. 김씨가 새로 일하게 된 곳은 철도청 서울지역본부 물류영업팀.전과는 달리 주로 사무실에서 화물수송 업무를 담당하게 됐지만 철도원으로 돌아온 것이 꿈만 같다.김씨는 “업무가 조금 생소하기는 하지만 빨리 익힐 것”이라며 벌써부터 일욕심을 부렸다. 김씨와 철도의 인연은 어린시절로 돌아간다.마포구 도화동 집 옆을 지나는 기찻길이 있었던 것.때로는 이곳에서 뛰어놀며 운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철도고에 진학한 것은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이기도 했지만,그의 어린시절 꿈이기도 했다. “21년 동안 근무하다 보니 철길은 제 삶의 길과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요.회피할 수도 없고 마음대로 바꿀수도 없는 인생의 길과 닮은 꼴이죠.제 삶과 같은 이 곳에서 다시는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그때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다치지 않고 구해야죠.”라며 웃는다.전화 한 통 하지 않은 아이 부모에도 원망은 없다. 김씨는 “사고로 잃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가족들도 지금은 담담하게 받아들인다.“살다 보면 다칠 수도 있고 어느 가정이나 굴곡은 있는 거죠.삶을 돌아보는 공백기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하지만 지난 1년은 김씨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다.왼쪽다리는 무릎아래가 절단됐고,오른쪽은 발등이 잘려나갔다.통증때문에 진통제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억지로라도 견뎌보라.”는 아내의 부탁으로 지난 4월 퇴원 뒤 이를 악물고 약을 끊었다.의족을 끼고 하루 7시간씩 걷는 연습을 하며 재활을 다짐했다. 시종 밝은 표정을 짓던 그가 가족 얘기를 하며 딱 한 번 눈시울을 붉혔다.“오늘 출근할 때 아내가 이제 다치지 말라고 하더라.”면서 “그동안 고생한 것 앞으로 평생 잘해주는 것으로 갚겠다.”며 눈가를 어루만진다. 아내 배해순(40)씨는 “몸이 뜻대로 안따라주는데 마음만 앞서 걱정”이라고 했다.“이제는 긁히지도 마라.”는 말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읽혀진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지방대 교수는 영업사원?

    지방대 교수들은 서럽다.대학보다 전문대 교수가 더 서럽다.내놓고 말할 수는 없지만 스스로 교수라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든단다.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지방대학의 현실은 그대로 교수들의 고달픔으로 이어진다.자원 자체가 부족한 고교생을 한 사람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서다.어느 교수는 이미 ‘존심’은 접어둔 지 오래라며 씁쓰레한다.고교에 잘못보였다가는 해당 학교의 학생을 유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때문에 ‘연결 고리’를 느슨하게 할 수 없다.몇해 전 지방의 한 고교에는 ‘전문대 교수 사절’이라는 표지까지 나붙었다.이래서 ‘지방대 교수는 대학에서 내몰리고 고교에서 차인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2004학년도 대학입시에서 드러난 5287명의 이중합격은 거의 지방대학에서 일어났다.(서울신문 7월26자 1면 보도) 학생들의 고의성도 짙지만 일부 지방대 교수들의 ‘무분별한’ 학생 유치 과정에서 벌어졌다는 사실도 부인할 수 없다.1년 내내 ‘학생 모셔오기’에 나서야 하는 지방대 교수들의 속내를 가감없이 들어본다. ●고교는 ‘최대 고객’ 충남의 A대학은 올해 초 고교생들의 진학방향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전국 고교 3학년 담임 100명을 태국·싱가포르 등 동남아로 여행을 시켜주었다.총장도 동참,여행기간 내내 고교생들을 추천해줄 것을 부탁했다. 충남의 B대학은 2001년 겨울 몇몇 여고의 3학년 담임들에게 회식비로 50만원씩을 보냈다가 교사들끼리 “받았네.안 받았네.”하며 다투다 급기야 법정까지 가는 사태를 일으켰다. 충남의 일부 대학은 지난 스승의 날을 전후해 서산·홍성·당진 등지의 고교 정문 앞에 “선생님 은혜 감사드립니다.○○대 ○○학과 일동”이라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고교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고육책이다. 경남 D대 이공계열의 박모(45) 교수는 “입시철이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그는 해마다 신입생 유치를 위해 자기 돈을 들이고 있다.학교에서 홍보비라며 나오는 것이 있지만 ‘새발의 피’다.박 교수는 “입시담당 교사들과 식사라도 할라치면 개인 주머니를 털어야 한다.”면서 “그래도 학과의 자존심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대전의 F대학 직원은 “지난 5월 경기지역의 고교를 찾아갔더니 한 교사가 ‘다른 대학은 다 교수가 찾아오는데 직원을 보낸 걸 보니 그 대학은 배가 덜 고픈가 보죠.’라고 비아냥거려 씁쓸하게 웃었다.”면서 “일부 고교 교사는 자기들끼리 술을 마시다 자주 찾아오는 교수에게 ‘술 한잔 같이 하자.’고 불러 술값을 내게 하는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부산의 G대학 이모(45·여) 교수는 수시로 고교를 찾아다니며 진학부장교사 등과 안면을 터놓는 데 열심이다.갈 때는 시계 등 간단한 학교 기념품을 잊지 않는다.물론 교사들의 경·조사도 빼놓지 않고 꼭꼭 챙긴다. 전북 H대학의 한 교수는 “솔직히 학생 유치가 아니라 학생 구걸”이라면서 “식사·술접대는 물론 적지 않은 금전까지 쥐어준다.”며 교육현장의 비교육적인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광주의 한 대학은 교수 한 사람에 8∼10개 고교를 맡겨 실험실습 기자재를 제공하고 산·학 자매결연을 주선하는 등 각종 편의를 봐주고 있다.이밖에 지방 대학들은 학교 설명회 등의 이벤트에 고교 교사나 학생들을 초청,‘잘 보이기’에 한창이다. ●학생 유치는 곧 ‘실적’ 경북의 I대 김모 교수는 요즘 모든 인맥을 총동원,고3 수험생 학부모와 접촉하고 있다.지난해 3명의 수험생을 자신이 강의하는 학과에 입학시킨 김 교수는 올해도 3명 이상을 유치해야 강의를 맡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언질을 대학측으로부터 받았다. 광주 J대 김모(45) 교수는 “고교에 가서 학생을 데려오지 않으면 내가 가르치는 과가 없어질 위기”라면서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한숨지었다. 충남의 B대학은 학생 확보를 위해 교수 한 사람에 2개의 고교를 맡긴 뒤 실적에 따라 우수 학과를 선정,포상한다.이 대학 총장은 교수들에게 노골적으로 “너희들이 가르칠 학생은 너희가 직접 데리고 오라.”고 재촉하고 있다.부산 G대의 이모 교수는 “학생유치 활동은 거의 전쟁 수준”이라면서 “늘 학생을 유치하지 못해 퇴출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교과연구는 뒷전에 밀린지 오래”라고 푸념했다. 부산의 K대학은 각 학과별로 학생 유치를 할당하고 정원을 채우지 못하면 다음해 학생모집 때 학생수를 줄이는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장모(48) 교수는 “정원에 미달하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 때문에 교수 4명이 각자 모교와 실업고를 수시로 돌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전북 L대학은 학생이 없어 학과 통폐합을 실시한 결과,상당수의 교양과정부 교수들이 퇴출당했다. 광주 M대학의 이모 교수는 “재단측에서 현재는 신입생 모집과 관련,인사상 불이익을 주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것 같다.”면서 “외부 강요보다는 위기의식을 느껴 인맥·학맥 등을 이용,고교 교사들과 친분을 다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유치 다음엔 재학생 관리도 ‘헉헉’ 일단 학생을 유치했다고 끝나는 일도 아니다.재학생의 관리에는 더욱 큰 공을 들여야 한다.전남의 N대학 권모 교수는 방학 때 12명의 학생 관리를 맡았다.혹시나 학생들이 방학 동안 편입시험을 치러 떠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권 교수는 “교수가 아니라 사감인지 유치원 교사인지 분간이 안된다.”면서 “지난해 4명의 학생이 떠나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충남의 O대학 박모 교수는 방학 동안 일일이 학생들에게 “요즘 뭐하니.”라며 전화를 한다.학생들이 ‘딴 생각’을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전화를 걸 때마다 떠난다는 말이 나올까봐 가슴이 덜컥한다.”는 박 교수는 “이런 나 자신이 안쓰럽다.”며 한숨지었다. 박홍기 기자·전국종합 hkpar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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