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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한 사이언스] 마스크 때문에 친구 못 알아볼만 하네...감정 파악도 어려워

    [달콤한 사이언스] 마스크 때문에 친구 못 알아볼만 하네...감정 파악도 어려워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크게 바뀐 것 중 하나는 여행을 못 가는 것이나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바로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이다. 예전에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미세먼지가 심할 때나 착용하던 마스크가 코로나19 때문에 이제는 쓰지 않는 사람이 눈총을 받고 민폐의 대상이 됐다. 얼굴의 절반 가까이를 가리는 마스크 때문에 지인을 모르고 지나치거나 모르는 사람을 안면이 있는 사람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실제로 마스크 때문에 다른 사람의 얼굴을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미국 위스콘신 매디슨대 실험심리학과 연구팀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착용하는 마스크 때문에 아이들이 얼굴에서 드러나는 표정을 읽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를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24일자에 발표했다. 아이들은 어른과 달리 언어보다는 비언어적 표현으로 상대의 감정과 상태를 파악하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상대와의 교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7~13세 남녀아동 80명을 대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 선글라스를 낀 상태에서 슬픔과 공포, 놀람, 분노 등 6종류의 감정을 표현하는 사진을 보여준 뒤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거의 100% 감정을 맞췄지만 마스크를 쓴 상태에서는 감정을 맞추는 확률이 66%로 뚝 떨어졌다. 슬픔, 분노, 공포에 대한 인식률은 각각 28%, 27%, 18%로 특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는 분노와 공포라는 두 가지 감정을 인식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세스 폴락 위스콘신 매디슨대 심리학 교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마스크를 상시 착용하다보면 얼굴이 가려지면서 타인의 감정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아이들과 좀 더 활발한 소통을 위해서는 언어적 표현을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이와 함께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심리학과, 토론토 노인병원인 베이크레스트 헬스사이언스의 로트만연구소,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 심리학과, 인지·뇌과학과 공동연구팀은 마스크 착용이 사람을 알아볼 수 있는 인식률을 15% 정도 줄인다는 연구결과를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21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8~57세의 496명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안면인식 능력을 측정하는 ‘케임브리지 안면기억 측정법’으로 온라인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마스크를 쓰지 않았을 때보다 얼굴을 인식하는 능력이 15% 정도 낮아지고 인식하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것이 확인됐다. 얼굴을 파악할 때는 전체 인상을 종합해 판단하는데 마스크를 쓸 경우 눈이나 콧대, 미간 등 한정된 노출 부위를 보고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정확성이 떨어지고 인식하는데 시간도 더 걸린다는 설명이다. 에레즈 프로이트 캐나다 요크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에게서 얼굴은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특히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사람은 타인을 인식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결과는 인지라는 차원에서 마스크가 미치는 영향이 더 과소평가됐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학벌사회의 민낯/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열린세상] 학벌사회의 민낯/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잘생겼다. 하버드를 나왔다. 모든 것을 가질 수 있었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다. 현각 스님과 혜민 스님의 이야기다. 왜 우리는 이들에게 열광했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스님들이 한국의 학벌자본주의 체제에서 육체, 학벌, 정신의 섹시함을 동시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과 국민들은 이들의 등장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집단적으로 흥분했고 이들은 스타로 등극했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냈어야 아름다웠다. 문제는 현각 스님이 ‘풀소유’의 혜민 스님을 하루는 ‘기생충’이라고 비판했다가 다음 날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칭송하면서 벌어졌다. 우리 중생들은 항상 ‘왔다 갔다’ 해서 괴로운데 존경받는 스님조차 이렇게 ‘심하게 왔다 갔다’ 하면 우리는 누굴 믿고 살아야 하나. 잘생겼다. 서울대 법대와 버클리를 나왔다. 게다가 정의롭기까지 하다. 조국 사태 이전의 조국의 이야기다. 섹시함의 삼위일체가 구현됐고 영향력 있는 진보 인터넷 매체는 대권주자로 그를 염두에 두고 ‘진보집권플랜’이란 책을 출판했다. 진보진영은 즉각적으로 흥분했고 그는 스타로 등극했다. 이 이야기는 그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서 끝냈어야 아름다웠다. 조국 사태에서 국민이 공분한 이유는 사모펀드도 웅동학원 비리도 아닌, ‘자식 학벌 만들어 주기 프로젝트’의 불공정함 때문이었다. 진보 아이콘의 민낯이 드러났고 진보진영은 분열됐다. 잘생겼다. 하버드를 나왔다. 언론사 대표 출신으로 거의 완벽한 이미지를 가졌다. 딸의 마약 밀반입 사건 전의 홍정욱의 이야기다. 이쯤 되면 독자들도 파악했을 터이다. 이것은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다. 이들의 학벌, 얼굴, 이야기에 한국 국민은 즉각적으로 흥분했고 학벌 리비도는 이들을 향해 집단적으로 솟구쳤다. 학벌의 포르노화. 왜 우리는 프로이트가 말한 ‘반복강박’, 곧 학벌 포르노에 당하고 또 당할까? 아도르노, 프롬, 마르쿠제 등이 세운 ‘비판이론’의 사상적 기반은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결합이었다. 자본주의 구조와 욕망 구조가 교묘하게 결합해 집단의 인성구조를 형성한다는 것이 비판이론의 핵심 중 하나다. 학벌 포르노의 사회적 구조는 40조원에 달하는 사교육시장이라는 학벌자본주의, 청와대와 권력 핵심기관의 파워엘리트 64.2%가 SKY 출신이라는 통계가 명확하게 보여 주는 학벌권력의 비대화, 학부모ㆍ선생ㆍ학원강사의 아이들에 대한 학벌에 관한 집단적 사디즘, 그리고 지위권력을 독점한 대학학벌체제에 기반하고 있다. 곧 아이들은 학벌 포르노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인성ㆍ욕망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 속에서 길러진다. 여기에 욕망과 이미지의 생산자로서의 방송, 신문, 출판, 인터넷 매체는 집단적 학벌 리비도를 이용해 학벌 포르노의 각본을 만들어 돈을 번다. ‘학벌 문화산업’으로서 학벌 포르노의 다양한 변주가 사용돼 왔고 몇 가지 막간극도 있었다. 예일대를 나왔다고 주장했던 신정아의 ‘거짓의 희극’이 나라를 흔들었고, 스탠퍼드를 졸업한 타블로의 ‘진실의 비극’이 인터넷을 흔들었다. 대학통합네트워크를 통해 전국에 서울대 10개를 만들어 학벌체제를 타파하자는 나의 주장에 가장 반대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40조원 사교육시장의 학벌자본주의자들이다. 학문을 모르는 이 ‘공부의 신’들은 학생들의 학벌 리비도를 끊임없이 펌프질하며 돈을 번다. 서울대 10개를 만들어 전국의 30% 내외의 학생이 서울대에 들어가면 서울대 학벌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학문의 가치는 올라간다. 서울대 들어가기가 너무 쉽거나 서울대를 들어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다. 이제 ‘학문의 신’이 ‘공부의 신’을 심판할 때가 왔다. 학벌자본주의, 학벌권력, 학벌 사디즘이 뒤섞인 탓에 아이들과 시민들의 영혼에 피멍이 든다. 하버드 출신 스님의 ‘풀소유’와 변덕에 사회가 흔들린다. 학벌 포르노화를 최초로 경계했던 이는 원효다.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나선 그는 ‘해골 물바가지 회심’으로 신라 최고의 문화 엘리트가 되는 길을 포기하고 거리의 중이 됐다. 마음의 평화와 위안을 주는 스님을 하버드를 졸업한 현각과 혜민이 아니라, 원효의 길을 따른 스님들에게서 찾아야 한다.
  • [책꽂이]

    [책꽂이]

    소년이 이어도로 간 까닭은(이어도연구회 지음·펴냄) 20세기 말까지만 해도 아무도 본 적이 없는 상상 속의 섬이었던 이어도. 실제 이어도는 섬이 아닌 수중 암초였다. 2003년에 국내 최초 해양과학기지가 지어져 재탄생됐다. 이어도연구회가 그곳에 500년 된 이무기가 산다는 상상을 입혀 이를 퇴치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실었다. 109쪽. 1만원.물속에 쓴 이름들(손호철 지음, 이매진 펴냄) 진보 정치학자의 이탈리아 여행기. 로마, 피렌체 등 22일에 걸친 기행에 담긴 이탈리아는 다양한 사람들이 시대의 제약과 개인적 한계 속에서 자기만의 사상을 펼친 곳이다. 마키아벨리와 그람시를 중심축으로 단테, 갈릴레이, 다빈치 등 시대의 반항아들이 남긴 흔적을 돌아봤다. 344쪽. 1만 8000원.도덕적 혼란(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차은정 옮김, 민음사 펴냄) 해마다 노벨 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명되는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연작 단편 소설집. 자전적 요소가 반영된 한 여성의 삶을 유년부터 노년에 걸쳐 스냅 사진처럼 포착했다. 애트우드는 자신의 ‘가지 않은 길’을 상상하며 생의 단계에서 마주칠 수 있는 도덕적 혼란에 대해 말한다. 396쪽. 1만 6000원.내가 처음 뇌를 열었을 때(라훌 잔디얼 지음, 이한이 옮김, 윌북 펴냄) 신경외과 전문의이자 신경과학자가 들려주는 뇌 이야기. 실제로 만난 환자들의 이야기에 최신 뇌과학 정보와 두뇌 건강 관리법을 덧붙였다. 이야기들 사이사이 기억력, 언어, 창의력, 노화, 수면, 학습, 음주, 꿈, 치매까지 뇌와 관련한 정보를 총망라했다. 296쪽. 1만 5800원.비판 인문학 100년사(성일권 지음, 르몽드코리아 펴냄) 지난 한 세기의 인문학사를 10년 단위로 나눠 들여다본 저작.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부터 멀티미디어 시대의 집단지성에 이르기까지 사상적 흐름을 짚어보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인류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한다. 272쪽. 1만 6000원.예술가의 손끝에서 과학자의 손길로(김은진 지음, 생각의힘 펴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는 미술보존가가 미술품 보존과학에 대해 썼다. 저자는 미술 복원 과정을 알게 되면 우리가 오늘 눈앞에서 보고 있는 예술 작품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더 깊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304쪽. 1만 7000원.
  • 카페프랜차이즈 비엔나커피하우스, 가을에 어울리는 비엔나커피 선봬

    카페프랜차이즈 비엔나커피하우스, 가을에 어울리는 비엔나커피 선봬

    유러피언 카페프랜차이즈 비엔나커피하우스가 가을에 어울리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커피들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아인슈페너’는 대표적인 오스트리아 비엔나커피로, ‘한 마리 말이 이끄는 마차’라는 뜻이다. 마부들이 마차에서 우유 크림을 올린 커피를 한 손으로 잡고 마셨던 것에서 유래했다. 유러피언 커피프랜차이즈 비엔나커피하우스의 대표 메뉴이기도 한 이 커피는 진한 커피 맛을 감싸는 부드러운 크림과 코끝에 스치는 초코파우더 향이 차갑게 식은 몸을 따스하게 데워준다.‘프란치스카너’는 우유의 풍부함을 담은 부드러운 커피에 달콤한 크림이 어우러진 비엔나커피로, 프란치스코회 수도사들의 예복 색상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비엔나커피하우스의 시그니처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인슈페너가 강렬한 커피 맛을 내세운다면, 프란치스카너는 풍부한 우유와 휘핑크림이 진한 커피 향을 감싸 부드러움의 극치를 달린다는 평이다. 은은한 시나몬 파우더 향이 가을에 밟는 낙엽을 생각나게 한다는 것도 특징이다.비엔나에서 꼭 마셔봐야 하는 음료로 선정된 ‘뷔너 멜랑즈’는 고소한 우유와 구수한 커피가 어우러져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정통 비엔나 라테다. 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즐겨 마셨다고 전해지는 이 커피의 벨벳 같은 매력적인 밀크폼은 청명한 하늘에 높이 뜬 구름을 연상시킨다. 비엔나커피하우스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움츠러든 몸과 코로나로 인해 얼어붙은 마음을 훈훈하게 달래주는 비엔나커피를 선보이고 있다”라며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어줄 가을에 어울리는 비엔나커피를 추천한다”라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백인 남성 싹쓸이 그만”… 노벨상 새 역사 쓴 ‘여풍’

    “백인 남성 싹쓸이 그만”… 노벨상 새 역사 쓴 ‘여풍’

    올해로 제정 119주년을 맞은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12일 경제학상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 세기가 넘는 동안 노벨상은 학문의 금자탑을 쌓은 이들에게 수여되는 최고 영예로 여겨졌지만 최근 몇 년 새 수상 자격 및 수상자 행적 논란, 명단 유출 등으로 얼룩졌다. 서구 백인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오명도 있었지만 올해는 여성 수상자가 4명으로 전체 수상자 11명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노벨상 개시 이래 여풍이 가장 센 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스웨덴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 시상이 시작된 노벨상은 물리학상과 화학상, 생리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등 6개 분야에 주어진다. 지난해까지 총 919명의 개인과 24개 단체(복수 수상 제외)에 수여됐다. 상금은 올해 기준 1000만 스웨덴크로나(약 13억 510만원)다. 특출한 학문적 성과 이외에 따라붙는 조건들도 있고, 추천자와 후보 명단은 50년간 공개되지 않는 관행으로 노벨상 선정 과정에는 매년 관심이 집중돼 왔다. 한 분야 최대 3명까지만 수상이 가능하고, 발표 당시 생존해 있어야 한다. 다만 평화상은 단체에 수여되기도 하고, 기준에 들어맞는 후보가 없을 시 건너뛰고 다음해로 넘어가기도 한다. 최종 결정은 번복되지 않으며 자진 추천도 불가능하다.노벨은 유언장에 “국적에 관계없이”라고 남겼지만 역대 수상자들이 실제 학문에 기여한 비중보다 과도하게 서구 백인 남성에게 집중돼 여성, 아시아·아프리카계에 문호가 좁고, 주류 연구 분야가 아니면 외면받는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이른바 학문적 헤게모니에 대한 비판이다. 국가 발전 수준이 학문적 척도와 비례 관계에 있긴 하지만 정도가 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별 수상자를 보면 미국이 383명(2019년 기준)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라 있고 영국(132명), 독일(107명), 프랑스(70명), 스웨덴(33명), 러시아(31명) 순이다. 일본이 28명으로 그 뒤를 잇는다. CNN은 10일(현지시간)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여성은 57명으로 전체의 6%에 불과하고, 흑인은 16명으로 2%가 채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과학 부문에선 흑인 수상자가 배출된 적이 없다. 마크 지머 코네티컷대 교수는 “인종 다양성 부족의 근본 원인은 노벨상이 아니라 사회 체계에 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핵분열을 발견한 여성 유대인 과학자 리제 마이트너는 여러 차례 화학상 후보로 추천됐지만 공동 연구자였던 독일 과학자 오토 한만 1944년 수상해 학계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됐다. 인도의 민족운동 지도자로 비폭력운동을 주창한 마하트마 간디는 1937~1939년 3년 연속, 1947년 평화상 후보자로 추천됐지만 서구 열강에 반대하는 식민지 출신을 불편하게 여긴 당시 유럽 분위기 탓에 수상하지 못했다. 천체 물리학 분야가 입자물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상자가 적은 점, 신고전주의 주류 경제학자에게 경제학상이 쏠린 점 등도 마찬가지다. 문학상 분야의 ‘언어 헤게모니’도 지적된다. 역대 수상자의 언어를 보면 영어 30명, 프랑스어 15명, 독일어 14명, 스페인어 11명, 스웨덴어 7명, 중국어 2명, 일본어 2명으로 영어권이 월등하다. 다행히 21세기 들어 수상자 중 여성 비중은 오름세다. 올해는 앤드리아 게즈(물리학),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제니퍼 다우드나(화학), 루이즈 글릭(문학) 등 4명이 호명됐으며 특히 과학 분야에서 여성이 공동 수상한 것은 최초다. 최근 몇 년간은 후보 명단 유출 의혹, ‘미투’ 폭로까지 겹쳐 한바탕 시끄러웠다. 2010년을 전후해 도박 사이트에서 특정 후보자의 베팅 금액이 급증하기도 했고, 2018년엔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인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이 명단을 사전 유출한 혐의가 확인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 프로스텐손의 남편이 여성 18명을 성폭행했다는 주장까지 불거지며 결국 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지 못하고 이듬해로 미뤄졌다. 수상자들의 자격이나 전후 행적이 구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문학상 수상자인 작가 페터 한트케의 유고 전범 지지 행적이 도마 위에 올랐고, 앞서 2016년엔 반전 음유시인 가수 밥 딜런의 문학상 수상을 놓고 “과연 노랫말이 문학의 범주에 들 수 있느냐”는 찬반 논란이 일었다. 2009년 평화상을 받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집권 1년도 안 된 시점이라 ‘구체적으로 세계 평화에 기여한 바가 무엇인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다. 1949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안토니우 에가스 모니스는 정신병 치료 명목으로 뇌 일부를 잘라 내는 수술을 고안했지만 곧 폐기됐다. 독일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암모니아 합성법을 발명, 화학비료로 식량 생산 증대에 기여한 공로로 1918년 화학상을 받았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화학무기 개발·사용을 주장해 ‘화학무기의 아버지’라는 오명을 남겼다. 노벨 평화상은 세계 정치인들이 욕심을 내기 마련이지만 유대인 학살 장본인인 아돌프 히틀러(1939),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1945·1948), 전두환 전 대통령(1988)이 후보로 올랐던 사실은 역사의 아이러니로 남아 있다. 평화상에 대놓고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나란히 내년도 후보로 추천돼 관심이 쏠린다. 앞서 2018년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동 수상 가능성이 각종 도박 사이트에서 점쳐지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평화상을 받은 이로는 시어도어 루스벨트(1906)·우드로 윌슨 미국 대통령(1919),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1978), 김대중 대통령(2000)이 꼽힌다. 반면 소신에 따라 수상을 거부한 이는 2명뿐이다. 1964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작가 장 폴 사르트르는 “제도권에 편입되고 싶지 않아 모든 공식적 영예를 거부한다”고 밝혀 온 발언을 그대로 따라 상을 반납했다. 또 다른 한 명은 1973년 헨리 키신저 미 국무장관과 함께 평화상에 지명된 레득토 베트남 총리다. 노벨위원회는 베트남전 종결을 이끈 공로로 두 사람을 호명했지만, 레득토 총리는 “내 조국엔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고, 나는 전시 지도자이지 평화의 사도가 아니다”라며 상을 거부했다. 여기에 키신저 장관은 휴전 협상 중 하노이 폭격을 명령해 당시 심사위원 2명이 항의 의미로 사퇴하는 등 상의 의미가 바래기도 했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수상 거절을 강요당한 이들은 7명이나 된다. 대표적 사례가 소설 ‘닥터 지바고’로 1958년 문학상을 받은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다. 그는 작품에서 러시아 혁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정부는 물론 모국의 작가 동맹에서도 압력을 받으며 생전 수상이 불발됐고, 사후에야 아들이 대리 수상했다. 중국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됐지만 징역 11년형을 받고 수감 중이어서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학계에 충분히 족적을 남겼지만 노벨상과 인연이 없는 인물도 많았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크문트 프로이트를 비롯해 작가 제임스 조이스, 레프 톨스토이, 마르셀 프루스트, 조지 오웰, 마크 트웨인 등은 생전에 노벨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과학 분야 최초 수상 여부를 놓고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에게 관심이 집중됐지만 고질적인 기초과학 투자 외면 속에 결국 무산됐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해 노벨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는 시상식은 수상자들이 자국에서 상을 받는 TV 중계로 대체되고, 오슬로에서 평화상 시상식만 개최된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다이노+] 화산 폭발 후 그대로 묻혀…1억2500만 년 전 신종 공룡 발견

    [다이노+] 화산 폭발 후 그대로 묻혀…1억2500만 년 전 신종 공룡 발견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에서 거의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공룡 화석 두 마리분이 현지 농민에 의해 발견됐다. 15일 미국 라이브사이언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두 공룡 화석은 모두 같은 신종으로, 약 1억2500만 년 전 백악기에 서식했다. 놀라운 점은 보존 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 이에 대해 관련 연구자들은 “이들 공룡은 잠자는 동안 화산 분화 활동이 발생해 그대로 파편에 휩쓸려 즉사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종 화석은 현재 랴오닝 고생물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며, 연구에는 중국과 벨기에 그리고 아르헨티나 연구자들이 참여했다. 신종 공룡의 몸길이는 1.1m 정도로 이구아노돈이나 이른바 오리주둥이 공룡으로 불리는 하드로사이우루스류와 같은 조각류(ornithopod)의 초기종으로 분류된다. 강한 뒷다리와 길고 단단한 꼬리가 있어 걸음이 매우 빨랐던 것으로 추정된다.신종 공룡은 중국어로 랴오닝의 영원한 수면을 뜻하는 ‘창미아니아 랴오닝겐시스’(Changmiania liaoningensis)로 명명됐다. 또한 발견 장소나 화석의 자세에서 이들 공룡은 구덩이를 파 거처를 만드는 습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런 사례는 처음은 아니지만, 공룡 중에서는 매우 보기 드문 행동이다. 이에 대해 벨기에 왕립자연과학연구소의 파스칼 고데프로이트 박사는 “이 공룡의 목과 앞팔은 매우 짧지만 튼튼한 견갑골은 굴을 파는 습관을 지닌 현생 동물의 것과 비슷하다. 코끝은 땅을 파기에 좋은 삽 형태”라면서 “아마 오늘날 토끼처럼 굴을 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때문에 이들 공룡은 잠든 사이 땅속 굴이 무너져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화석이 출토된 루자툰(Lujiatun 중국어: 陆家屯)층에서는 과거에도 화산 폭발로 죽은 공룡 화석이 발견됐기에 전문가들은 이곳을 “백악기판 폼페이”라고도 부른다. 신종 공룡의 사인은 굴 안에서 자던 중 화산 토석류에 묻혔다는 가설이 유력하지만, 분화 뒤 불안정한 토양에 구멍을 파 잠자는 동안 천장이 무너졌을 가능성도 높다. 그래도 이들 공룡이 평온하게 잠든 모습을 보면 고통 없이 즉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들이 죽을 줄도 모르고 자고 있던 것으로 그야말로 영원한 수면이라는 이름에 걸맞다고 볼 수도 있겠다. 자세한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피어제이’(PeerJ) 최신호(9월 8일자)에 실렸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내 아이가 커서 어떤 성격일까 궁금하다면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내 아이가 커서 어떤 성격일까 궁금하다면

    ‘지크문트 프로이트’라는 이름을 들으면 그의 업적을 자세히 알지는 못하더라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정신분석학’ 정도는 쉽게 떠올립니다. 19세기 말~20세기 초 과학과 의학 분야는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었지만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신의학은 유독 발전이 더뎠습니다. 이때 프로이트는 무의식, 억압, 방어기제 등에 관한 이론과 대화를 통해 환자의 무의식을 들여다보는 치료법으로 무장한 정신분석학을 제시해 정신의학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프로이트의 이론은 이후 많은 학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새롭게 해석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주류의 자리에서는 밀려났지만 무의식이 인간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린 시절 경험이 어떻게 성인기까지 이어지는지와 같은 인간 발달 분야에서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메릴랜드대 인간발달·양적연구학과, 아메리카 가톨릭대 심리학과,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 공동연구팀은 성인기의 성격이나 삶의 방식에 영유아기 때 기질이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국립과학원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PNAS’ 21일자에 실렸습니다. 성인들이 특정 상황에서 일관된 특성이나 행동양식을 보이는 것을 ‘성격’이라고 합니다. 영아들도 외부 자극에 대해 주의 집중과 반응, 자기조절능력 같은 일관된 태도를 보입니다. 반응과 행동이 느린 아기가 있는가 하면 예민한 아기도 있습니다. 잘 웃고 호기심이 많은 아기가 있지만 쉽게 울고 보채며 외부 자극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기도 있습니다. ‘기질’이라는 생물학적 차이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기질이 어른이 됐을 때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지금까지 많았습니다. 이번 연구팀은 이전 연구들보다 2년가량 더 어린 아기들을 20대 후반까지 추적함으로써 기질과 성격의 관계에 대해 분석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1989~1993년 미국 워싱턴DC에서 태어난 아기 165명을 대상으로 생후 4개월 때부터 25년 동안 장기 추적했습니다. 연구팀은 생후 4개월에는 부모들을 대상으로 아기들의 행동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14개월 때는 실험실에서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 새로운 장난감과 접하도록 한 뒤 반응을 비디오로 촬영해 분석했습니다. 아이들이 15세가 됐을 때는 여러 자극 중 특정 자극에만 집중하도록 하는 수반자극과제를 수행하도록 한 다음 뇌파측정(EEG)을 실시했습니다. 26세가 됐을 때는 교육 정도, 직업, 결혼 여부와 성격, 평소 생활방식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분석 결과 낯선 사람이나 사물, 낯선 상황을 두려워하고 회피하는 행동을 특징으로 하는 행동억제(BI) 기질을 보였던 아이들은 주의 집중력이 높아 과제 성취도는 높지만 내성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일반적인 수준보다 높은 우울감, 불안감을 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습니다. 다소 뻔한 결론 같지만 연구진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아이마다 기질이 다르고 그에 맞게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기질에 따라 아이들 스스로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말입니다. 어른들의 생각과 잣대를 가지고 억지로 아이들을 짜 맞추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잘못될 수 있습니다. edmondy@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국산 과학영화가 보고 싶은 요즘//김명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요즘처럼 외부활동이 극도로 제한된 상황에서는 안방극장만 한 것이 없다. 외계인과 터미네이터가 활약하는 과학영화(SF)에 푹 빠져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과학기술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 중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영화계는 과학기술의 전반적 혜택을 누리면서도 많은 경우 현재의 과학기술을 미래를 망치는 괴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가족들과 안방극장에서 ‘인사이드 아웃’과 ‘마션’이라는 영화를 봤다. 두 영화는 경외심을 느끼게 해줬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제작자는 뇌라는 과학기술 연구의 중요소재 중 하나를 과학의 칼로 낱낱이 해부해 아이들마저 감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풀어놨다. 프로이트가 얘기한 무의식을 너무나 쉽게 영상으로 구현했다. 큐리오시티 로버가 2012년에 화성에 내려앉았으니 마션은 SF와 현재 과학의 중간 정도라 할까. 마션의 주인공 와트니는 식물학자답게 감자를 키우고, 이리듐 촉매로 물을 만드는 화학도 소개하고, 로버에서 원자력전지로 화성의 추위를 해결하는 원자력공학도 선보인다. 감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촉매나 원자력전지는 많은 관객이 놓쳐버리기 쉽지만 그들은 그렇게 과학을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 두 영화 속 과학기술은 따뜻하다. 우리의 미래를 맡길 만하다. 아카데미 4개 부문을 석권할 정도의 표현력을 가진 우리 영화계도 현재 과학과 동떨어진 조악한 재난 영화가 아닌 따뜻하고 리얼한 SF를 내놓길 기대해 본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홀로코스트 관련된 아리에 에벤과 슈타이넬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홀로코스트 관련된 아리에 에벤과 슈타이넬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과 관련된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등졌다. 한 사람은 유대인, 다른 이는 유대인이 아니지만 유대인을 도운 사람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나 홀로코스트에서 기적처럼 살아남았고, 열일곱 살이던 1949년 이스라엘로 건너와 살던 아리에 에벤이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1200명 이상 감염된 이스라엘의 첫 코로나19 사망자이기도 하다. 1932년 조르주 슈타이너란 본명으로 태어난 에벤은 헝가리 시골 마을의 지하실에 숨어 지내다 홀로코스트에 끌려갈 뻔했지만 어머니가 직전에 알려줘 어머니, 형제와 함께 말수레에 숨어 나치의 손아귀를 벗어났다. 아버지 혼자 나치 수용소에 끌려갔지만 다행히 목숨을 구해 가족이 함께 이스라엘로 건너갔다. 고인의 자녀들은 22일 미국 일간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스페인에서 콜레라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등 숱한 곡절을 넘겼다고 얘기했다. 딸 오프라는 고인이 “인간애를 DNA로 갖고 있었다. 팔레스타인 처우 문제를 걱정했고, 늘 이스라엘의 책임을 공개적으로 얘기했다”고 했다. 딸 야엘은 선친이 “평등과 시민권을 깊게 믿고 있었으며 이 땅은 세계시민의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고인의 부인 요나는 2012년 숨졌는데 부부 모두 외교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지만 함께 근무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네 자녀와 18명의 손주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고인이 입원한 병원을 자주 찾지 못했다고 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외를 인정해 21일 조촐한 가족 장례식을 치를 수 있게 해줬다. 한밤중 매장했는데 아들 옴리만 참석했다. 또 홀로코스트에서 유대인을 구한 독일인 가운데 마지막으로 생존해 있던 게르트루트 슈타이넬이 98세 생일을 하루 앞두고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AP 통신에 따르면 독일 뉘른베르크의 유대인 공동체 대표인 안드레 프로이트는 슈타이넬이 지난 16일 타계했다고 22일 전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폴란드 마을의 감독관이었던 그는 사라 실로미란 이름의 여성 근로자가 유대인이란 사실을 털어놓자, 이를 숨기고 그녀를 부모 품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당시 여성에게 나치의 강제수용소에 송환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슈타이넬은 이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야드 바쉠(Yad Vashem) 홀로코스트 박물관 주관 ‘열방의 의인’(Righteous Among the Nations)에 선정됐다. ‘열방의 의인’은 홀로코스트 위기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을 구한 이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칭호다. 슈타이넬처럼 열방의 의인에 선정된 비(非)유대인은 모두 2만 6500명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행수첩]

    [여행수첩]

    대한항공이 오스트리아 빈 구간을 운항한다. 오스트리아 항공, 루프트한자 항공 등을 이용해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갈 수도 있다.빈의 음식은 대부분 독일과 헝가리, 오스만튀르크의 영향을 받았지만 ‘비너슈니첼’④만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빈에서 시작해 전 유럽으로 대중화됐다. 슈니첼이란 계란옷을 입혀 굽거나 튀긴 고기 요리를 뜻하는 독일어로 우리나라 돈가스와 비슷하다. 비너슈니첼은 송아지 고기를 납작하고 얇게 다진 뒤 밀가루와 계란,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 낸 것이다. 여기에 레몬즙을 뿌리고 라즈베리 소스 등에 찍어 먹으면 상큼함이 더해진다.슈니첼 외에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음식이 하나 더 있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를 비롯한 고기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타펠슈피츠⑤다. 부드러운 소 엉덩이살과 다양한 채소, 소뼈를 넣어 삶은 뒤 국물에서 재료를 건져 소스와 함께 먹는 음식이다. 빈 시내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이 두 가지 전통요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빈의 커피는 2011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이고 명물이다. 빈에는 프로이트가 빈에 살 때 애용했던 카페 란트만(Landtmann)을 비롯해 2000개가 넘는 카페가 있는데 지금도 이처럼 유서 깊은 카페가 150여곳에 달한다고 한다. 빈엔 ‘비엔나커피’ 메뉴가 없다. 진한 에스프레소 위에 생크림이 올라가 있는, 우리가 비엔나커피라고 부르는 이 커피의 진짜 이름은 멜랑지다. 멜랑지 커피 한잔과 함께 초콜릿 케이크인 자허토르테⑥나 애플파이의 일종인 아펠슈트루델을 먹다 보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낭만적인 도시가 이곳 빈임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다. 구도심에 자리한 그랜드 페르디난드 호텔은 성 슈테판 성당을 비롯해 빈 대부분의 명소에 도보로 20분 이내에 닿을 수 있는 곳에 자리한다.
  • 아동기 나쁜 기억, 삶이 병든다

    아동기 나쁜 기억, 삶이 병든다

    불행은 어떻게 질병으로 이어지는가/네이딘 버크 해리스 지음/정지인 옮김/심심/448쪽/1만 9800원세 살 적 버릇이 여든 간다고 한다. 어릴 적 알게 모르게 몸에 밴 습관이나 생각이 평생 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유아기와 유년기에 벌어진 사건이 사람의 평생을 좌우한다고 일찌감치 간파했다. 그 이론대로 어린시절의 정상적이지 못한 생활은 성장한 이후의 정서와 정신적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린시절 유독성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은 어른이 된 뒤 어쩔 수 없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며 산다면 어떨까.미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공중보건 전문가인 네이딘 버크 해리스는 이 책을 통해 어릴 적 불행과 그로 인한 질병의 연관성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고발한다. 저자는 2007년 샌프란시스코의 빈민 지역인 베이뷰 헌터스 포인트에 진료소를 개설해 운영해 온 인물. 일반적인 치료법으론 쉽게 건강을 되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만나면서 아동기에 겪은 부정적인 경험이 신체 건강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성추행 당한 아이, 천식 등 질병 시달려 정서적 어려움을 상담하기 위해 진료소를 찾아온 멕시코 이민자 출신 가정 일곱 살짜리와의 만남은 그의 연구 인생에 결정적인 계기였다고 한다. 충동조절 장애와 만성 천식, 습진을 앓는 아이의 키가 네 살 아래의 평균 정도 수준에도 못 미치는 이유를 따지던 중 아이가 어릴 적 부모의 가까운 지인에게 성추행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어릴 적 겪은 문제점과 질병의 연관성에 천착했고 수많은 임상실험과 연구 결과를 분석한 체험적 보고서로 펴낸 게 이 책이다. 책에서 실증해 보이는 어릴 적 스트레스와 질병의 관계는 충격적이다. 학대, 무시, 방임, 부모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정신질환, 이혼, 그리고 그로 인한 신경계, 호르몬계, 면역계 질병.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 노출 빈도를 재는 지표인 ACE 지수를 질병과 연결한 연구 결과는 놀라운 것들이다. 우선 ACE 지수가 4점 이상인 사람은 0점인 사람에 비해 흡연 가능성이 2.5배, 알코올의존 가능성이 5.5배, 정맥 주입 마약을 사용할 가능성이 10배에 달했다. ACE 2점 이상은 0점인 사람에 비해 자가면역질환으로 입원하는 비율이 2배 이상이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어릴 적 유독성 스트레스를 겪은 이들이 담배나 술처럼 해로운 도파민 자극제에 의존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다면 삶의 초기에 역경을 겪는 일이 뇌의 도파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류층에서도 아동기 스트레스 많아 어릴 적 불행과 질병의 유관성을 처음 세상에 알린 건 1998년 ‘미국 예방의학 저널’에 실린 논문 ‘아동학대 및 가정 기능장애와 성인기 주요 사망 원인들의 관계’가 처음이다. 성인 1만 7421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논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이 놀랍도록 흔하다는 것이다. 전체의 67%가 어릴 적 최소한 한 가지의 부정적 경혐을 했고 네 가지 이상인 사람도 12.6%나 됐다. 네 가지 이상을 경험한 이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 비해 심장병과 암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컸고 만성폐쇄성폐질환에 걸릴 가능성은 3.5배나 높았다. 더 놀랄 만한 사실은 그 상관관계가 특정 인종이나 계층, 지역에 머물지 않고 모든 사회와 공동체에서 발생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성공을 거둔 상류층 모임에 우연히 갔다가 참석자 10명 중 절반가량이 자신이 겪은 아동기의 부정적 경험과 관련한 과거사를 털어놓는 모습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어릴 적 부정적 경험으로 인한 질병이 해결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나만 생각하는’ 풍토를 지적한다. 아동기 스트레스의 부정적 영향을 줄이는 방법으로 충분한 수면과 정신 건강 관리, 건강한 인간관계 유지,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 섭취, 명상 등을 통한 마음 달래기를 권한 저자가 책 말미에서 특히 강조한 건 바로 예방이다. 예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해결책임을 주장한 저자는 어린아이들의 건강과 발달 정도를 측정하는 기본 검사에 유독성 스트레스 검사를 반드시 추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달콤한 사이언스]‘자뻑’이 스트레스 줄이고 우울증도 막는다?

    [달콤한 사이언스]‘자뻑’이 스트레스 줄이고 우울증도 막는다?

    ‘자뻑’은 스스로 잘났다고 믿거나 스스로에게 반해 푹 빠져 있는 모습을 일컫는 속어이다. 심리학적으로 ‘나르시시즘’이나 ‘강한 자기애’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자뻑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잘난체 하는 모습을 연상시켜 부정적인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자뻑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우울증을 막는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벨파스트 퀸즈대 심리학부, 탄력성·인지 융합연구실(InteRRaCt) 공동연구팀은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사람들은 외부 충격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스트레스를 덜 받을 뿐만 아니라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드물다는 연구결과를 심리학, 정신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성격과 개인차이’(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와 ‘유럽 정신과학회지’ 29일자에 각각 발표했다. 왕자병, 공주병, 자뻑 등 다양한 속어로 표현되는 나르시시즘은 그리스 신화에서 호수에 비친 자기 모습에 반해 식음을 전폐하고 자기 얼굴만 쳐다보다가 물에 빠져 죽어 수선화가 된 나르키소스라는 미소년의 이름에서 비롯된 심리상태이다. 정신분석학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자기 자신을 리비도의 대상으로 삼아 자아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것으로 인격적 장애의 일종으로 봐왔다. 그러나 현대심리학에서 나르시시즘은 병리적 자기애와 정상적 자기애로 나눠 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나르시시즘은 자기 중심적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죄책감 등을 느끼지 않는 부정적 측면만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구팀은 700명 이상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자기애와 관련해 실험해 발표된 대표적인 논문 3편에 대해 메타분석을 실시했다. 그 결과 나르시시즘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방어적이면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동시에 지위나 힘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정신질환 증상에 대한 방어와 회복력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의 메타분석에 따르면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일수록 생활환경이 어려운 경우라도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낮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이들은 우울증 평가에 있어서도 평균보다 낮아 우울증 발병 가능성도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스타스 파파게오르쥬 교수(개인심리학)는 “이번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발견은 자기애라는 것이 정신적 회복탄력성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과 자아도취나 자기애를 선악의 기준으로 나눠서 볼 수 없다는 점을 제시했다는 것”이라며 “우울증과 스트레스 같은 일상에서 겪을 수 있는 정신적 어려움을 치료하고 예방하는데 자기애라는 측면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채근담 하룻말 3] 박영률 “무더운 여름날 느낀 채근담의 참 맛”

    [채근담 하룻말 3] 박영률 “무더운 여름날 느낀 채근담의 참 맛”

    7일 ‘채근담 하룻말’의 옮긴 이 박영률(62) 커뮤니케이션 북스 대표와 막걸리 마시며 나눈 얘기에 살을 보태 9일 보낸 질문지에 답을 보내왔다. 1편 보러 가기 2편 보러 가기 몸통 없고 행동과 사유, 갈등과 결단의 흔적만 남은 채근담은 쓴 사람, 읽는 사람, 생각하는 사람이 3분의 1씩 감당하는 책 Q. 한문학 전공자가 아닌데 어려움이나 두려움이 만만찮았을 것 같다. A. 채근담을 처음 본 것이 1974년, 고교 시절이었다. 그 뒤로 여러 번 만났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다. 오랜 우리 문화의 한 쪽 정도라 여겼다. 남들도 그러리라 생각했고. 한문도 우리 문장 아닌가? 고교 때부터 배웠고 뒤로도 틈틈이 고전을 들춰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 생활 지혜쯤으로 생각했다. 그러다 이번에 고생 톡톡히 했다. 나 혼자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처음엔 엄청나게 긴장했다. 그러다 정신을 차렸다. 이 책은 쓴 사람이 삼분지 일, 읽는 사람이 삼분지 일 그리고 생각하는 사람이 삼분지 일을 감당하는 책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신나게 썼다. Q. 그래도 전공자로부터 공격당할 두려움 같은 게 없는지. A.난 전공자가 아니므로 전공자가 공격할 대상이 되지 못한다. 난 글을 글로 옮긴 것이 아니다. 원문이 묘사하는 삶의 상황, 인간 심리를 오늘의 상황에서 재현한 뒤 현대 생활 언어로 다시 쓴 것이다. ‘채근담 하룻말’에서 홍응명의 ‘채근담’은 뼈와 혈관만 남아있다. 살과 신경망은 내가 붙였다. 그래서 몸통은 사라졌고 행동과 사유, 갈등과 결단의 흔적만 남아 있다. 한문학의 평가는 엄혹하겠지만 대중의 마음 양식으로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옳고 그름→속도와 양,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지가 중요한데 의식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세계는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Q. 그런 점을 감수하고도 이 책을 내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이 좋아서였을 것 같다. 그 점을 독자들에게 들려준다면. A. 살아가면서 매일 묻는 질문이 있다. 어디까지가 적당한가? 어릴 때는 무엇이 옳은가만 생각했던 것 같다. 나이 쉰을 넘고 나서는 옳고 그른 것은 대개 짐작된다. 그러고 나니 다음 도전자가 나타났다. 옳은 쪽으로 가도 결과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었다는 반성이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속도, 곧 양의 문제였다. 좋은 것도 너무 많아지면 썩는다. 옳은 것도 너무 늦거나 빠르면 사람을 해친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 것이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가의 문제였다. 이 책 183일 자에 이런 글이 있다. “남의 잘못을 나무랄 때는 너무 엄하게 하지 말라. 그가 받아 낼 수 있는 만큼만 하라. 모범으로 사람을 가르칠 때 너무 높은 수준을 보이지 말라. 그가 따라올 수 있는 만큼만 하라.” 간단한 얘기다. 그러나 가르침은 깊다. 인간관계는 반드시 상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질책이나 모범의 목적이 뭔가? 상대의 변화다. 주체가 아니라 객체가 오히려 주인이다. 이런 사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다. 그러나 난 이렇게 하지 못했다. 남에게 뭔가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할 때 상대보다 나에게 더 집착한 자신을 본다. 자주 본다. 그랬으니 아무리 좋은 말도, 멋진 행동도 사태를 개선시키지 못했다. 상대가 받아들이고 실천할 수 없는 수준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내용은 옳았지만 방법이 틀렸다. 이 책은 곳곳에서 이런 문제를 지적한다. 글을 놓고 자신의 삶을 비춰 보면 배우는 게 많다.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해야 그렇게 살 수 있는지를 몰라 답답하다면 이 책을 권한다.Q. 옮긴이의 글을 보면서 가장 알듯 모를 듯한 대목이 ‘본능은 도전하지만 문화는 지킨다. 생명과 생활을 만드는 이 둘의 충돌, 그 현장은 곧 세계가 된 나다’는 것이었다. A. 쉬운 말이다. 우리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났고 문화를 배우며 살다 죽는다. 곧 생명은 본능이고 생활은 문화다. 뇌과학을 빌려 말하면 변연계와 신피질의 관계다. 프로이트가 이 문제를 제기했고 마르쿠제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의 책 ‘에로스와 문명’은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문화에 소외되는 현상을 분석한다. 우리는 매일 이 둘의 충돌을 목격한다. 배는 고픈데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사랑하는데 상대가 거부하면 어떻게 하나? 본능과 문화는 이렇게 삶을 만들고 제어한다. ‘세계가 된 나’는 주체와 객체의 통일 상태를 말한다. 언제나 다투지만 한 치의 틈도 없이 서로 기대는 관계, 상대를 부정하지만 이미 자기 안에 상대를 품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의식이다. 존재는 이미 그런 조건 속에 있지만 의식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세계는 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Q. 옮기면서 가장 많은 공을 들였고 재미있었던 날은. A. 옮긴이 머리말 쓸 때였다. 내용에 대해 쓸까, 옮김에 대해 쓸까, 내 감상을 쓸까 이리저리 생각했다. 다 중요해서 선택이 어려웠다. 마침 비가 그쳐서 무더운 날이었다. 회사 앞길 건너에 노점이 있다. 아주머니가 옥수수를 쪄 판다. 찜통에선 하루 종일 김이 무럭무럭 올라온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온통 땀범벅, 왠 날이 이렇게 덥고 비는 왜 이렇게 자주 오냐고 다들 하늘을 원망했다. 우리 회사 앞에 버려진 화분이 있었다. 옥수수 사 들고 돌아오는데 폐사한 화초에서 새잎이 나고 있었다. 유난히 더운 날씨와 잦은 비가 아니었으면 살아나지 못했을 것이다. 길 하나 두고 이런 일이 벌어졌다. 지옥과 천국의 공존, 삶과 죽음의 교환, 덥다 춥다 떠든 내가 부끄러워졌다. 참으로 채근담다운 날이었다. 책상에 앉자마자 옥수수 씹으면서 머리말을 다 썼다. 시원한 여름날이었다. 일의 선후 따질 때 채근담 돌아보니 마음 가벼워지고 머리 맑아지고 출생과 사망 잊지 않는다면 현재 삶의 잘잘못을 평가하기 쉬워지는데 Q. 원래는 359편이다. 그런데 궈마이 판이 일일일언으로 꾸미려 365편을 채우고 치바이스의 그림을 무심하게 엮어넣었고? A. 명나라 때 처음 책이 나왔고 청나라 때도 많은 판본이 나왔다. 조선에서도, 일본에서도 여러 판본이 출판되었다. 지금 우리가 서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판본도 수십가지다. 편 수는 제각각이다. 궈마이 판은 일년 삼백육십오일을 염두에 두고 365편을 모은 듯 싶다. 치바이스 그림은 그의 화집에서 골라 실은 것이다. 글과 그림이 꼭 맞지는 않지만 꼭 틀리지도 않는다. 삼분지 일은 읽는 사람 몫이다. Q. 책을 옮기는 과정에 옮긴 이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가 온건가? A. 올해 유난히 분주했다. 회사 일뿐만 아니라 출판계 공익근무도 맡아 긴장이 높아졌다. 회사도 사옥 지어 옮긴 지 얼마 안 되어 정리할 것이 적지 않았고 2020년을 목표로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도 몇 건 되었다. 목적과 성격이 다른 일 여러 가지가 한번에 닥치면 마음이 예민해진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면 머리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이러다 생활 리듬을 잃게 되면 몸까지 망가진다. 대소경중을 따져 과제목록을 짜보지만 헝클어지기 일쑤다. ‘채근담’을 다시 보게 된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정말 중요한 것과 버려야 할 것, 지금 해야 할 일과 미뤄야 할 일, 집중해야 할 일과 바라보아야 할 일을 가려내는 법을 홍응명이 이야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 다음부터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정을 확정하기 전에, 행동하기 전에 채근담을 한번 돌아보게 되었다. 마음이 가벼워졌고 머리도 맑아졌다. Q. 연령에 따라 채근담 하룻말을 보는 이들의 생각과 접근에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여튼 밀레니얼 세대도 읽을 수 있게 하고, 청년과 중년 시절 채근담을 접해본 이들에게는 조금 다른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싶었을 것 같다. A. 책은 읽어야 살아나는 물건이다. 그래서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밀레니얼 세대가 한문을 읽을 수 있겠는가? 그들이 삼황오제의 옛일과 옛 중국의 생활 습관과 유가와 도가, 불가 유명짜들의 행적에 공감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사전을 찾아보고 인터넷을 뒤지면 된다고 하겠는가? 그래서는 채근담이 안 된다. 이 책은 밥 먹듯이, 숨 쉬듯이 보는 책이다. 그러자면 오늘의 채근담은 쉽고 분명해야 한다. ‘채근담 하룻말’에 군자, 성현, 도, 천지, 성현과 같은 단어가 보기 드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말로 바꿨기 때문이다. 생활 언어 수준의 단어를 찾아 바꿔놓았다. 예를 들어 길 도 자는 길, 마음 길, 눈길, 발길로 썼다. 사람이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도의 가능성은 여기까지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때 길에서 지나는 사람을 가로막고서는 “도를 아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 특정 교리를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습기 짝이 없는 사태가 벌어진 것인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보고 이건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도를 신비한 무엇으로 생각하고 기대하기 때문에 발생되는 넌센스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길을 길 아닌 무엇으로 신비하게 포장했기 때문이다. 누가 이 짓을 한 것인가? 우리 교육 환경이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지 않겠나? 채근담은 어려운 이야기를 적어 놓은 고담준론서가 아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본능을 통제하고 문화의 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삶의 경험을 반성하고 잊은 다짐을 일깨울 수 있게 돕는 책이다. 예전에 어려운 ‘채근담’을 경험했던 독자라면 ‘채근담 하룻말’에서는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Q. 정말로 하루 한 편을 실천한 이가 나타나면 한 턱 쏘아야 하는 것 아닌가. A. (기자가) 오버하는 것 같다. 난 하루 한 편만 읽기를 권했지, 실천하라고 등을 떠민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한 턱 쏘기 싫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쏠 기회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읽은 것과 생각하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책 한 줄 읽고 그걸 하루에 한 가지씩 실천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계획이다. 동의하지 않는다면 직접 해 보시라. 만일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 사람은 마음이 백지여서 무엇이든 읽는 대로 기록되고 정신이 텅 비어서 생각하는 대로 행동이 이루어지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있는가? 없다. 먼저 읽어야 한다. 그러나 눈으로 본다고 다 읽히는 것이 아니다. 읽기 전에 읽을 내용이 절실해야 읽은 것이 마음에 기록된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여러 가지로 바쁘고 할 일이 코앞에 첩첩이 기다리고 있으면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글자는 마음에 자리잡지 못한다. 글이 마음에 자리를 잡아도 자신의 생활과 이어지지 못하면 글은 글일 뿐 삶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이해하려는 욕망이 간절할 때만 글이 생각과 이어지고 생각은 행동을 끌어간다. 이 과정은 반복되어야 하고 깊어져야 하며 늘 새롭게 고쳐져야 한다. 글 한 줄을 씹어먹기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하루에 한 가지를 실천한단 말인가? 사람이 물건이 아닐진대 그런 소망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그저 하루에 한 편을 천천히 음미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Q. 일전에 술 마시며 “중국은 정치 체제는 공산주의인데 생활 방식은 자본주의다. 그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채근담 열풍이 일었고, 일본은 이른바 소확행으로 탐닉한 것 같다”고 했는데 우리 읽는 이들은 어떻게 받아들였으면 하는지. A. 채근담은 현실주의 사고방식이다. 돈을 탐내지 말고 권력을 넘보지 말고 남과 경쟁하지 말라고 하는 말은 지극히 현실적인 명제다. 왜냐하면 그렇게 살면 괴롭고 위험하고 외롭기 때문이다. 탐내지 않고 넘보지 않고 다투지 않으면 우리 삶은 안전하고 여유 있고 도타워진다. 본능의 힘과 문화의 멍에가 우리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가지만 때때로 정신을 차려 자신의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탈선을 막을 수 있다. 채근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인생의 출발점과 종착점을 계속 상기시키는 수사법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오늘의 삶은 피할 수 없는 두 지점의 중간 지점이다. 출생과 사망이라는 기본 조건을 잊지 않는다면 현재 삶의 잘잘못을 평가하기 쉽다. 이 사실만 기억해도 우리 일상은 한결 건강해지지 않을까? Q. 중국 출판사와 계약하며 일본어판 계약을 하지 않은 게 안타깝지는 않은지. A. 한가해지면 책 들고 도쿄에 가 볼 생각이다. 일본어판에 대해 중국 출판사에 물어봤는데 한국 출판사가 일본어 판권 문의하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듯했다. ‘채근담 하룻말’의 편집 방식과 번역 방법을 그대로 살려서 중국어판을 출판할 생각은 없는지 중국 출판사에 물어볼 생각도 한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2030 세대] 그의 청중은 누구였는가/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2030 세대] 그의 청중은 누구였는가/김현집 미 스탠퍼드대 고전학 박사과정

    인문학의 중요성을 많이들 얘기한다. 깊이 있는, 감성이 풍부한,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을 만든다 등등. 어떤 기자가 유대인계 바이올리니스트 나탄 밀스타인에게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들 중에 유대인들이 왜 이렇게 많습니까?”라고 질문했던 일화가 생각난다. 밀스타인은 차갑게 답했다, “저는 바이올린 못 키는 유대인들도 많이 압니다.” 요즘 인문학의 추세는 꿈을 깨는 데 있다. 내 주변 인문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 사상이나 낭만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 여유롭게 고전을 읽으며 영감을 받는 게 아니라, 작품의 역사적 배경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과학적’ 해석을 탐구한다. 이를테면 이 작가는 어떤 대목에서 이런 말을 했는가? 그의 청중은 누구였는가? 그는 누구의 생각에 답을 하였나? 인문학은 사람을 소중히 다루는 게 아니라 말의 무게를 진지하게 잰다. 어떤 말도 정립해야 할 뒷이야기가 있다. 인문학은 말을 두텁게 해석한다. 인문학을 공부하지 않아도 정의, 도덕, 사랑의 가치들에 대해서 얘기할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논하는 자를 경계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필요하다.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공산 독재정권 때 방송됐던 한 비디오 자료를 최근에 봤다. 어느 작가가 차우셰스쿠 정권의 자비로움과 공정함을 칭송한다. 시를 낭독하는 듯하다. 감성이 풍부하여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진실을 들춰내겠다는 자들은 두렵다. 음모론자들의 첫째 무기는 숨겨진 진실의 유혹이다. 이런 이유에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프로이트의 꿈 해석은 위험하다 주장했다. 숨겨져 있던 의미를 밝힌다는 약속 자체가 듣는 이를 솔깃하게 만든다. 나비에 대한 꿈이 아니라, 나비가 상징하는 무엇에 대한 꿈이라니까 더 매혹적이지 않은가. 이것도 수사학이다. 인간의 본성을 따른다는 자들도 경계한다. 그런 말들은 자주 위험한 죄를 짓거나 잔혹한 행위를 한 후 그것들을 변명하며 자기 연민에서 나온 논거에 불과하다. ‘동물적인 본능을 따르는 것뿐이야’, ‘인간은 본래 추하고 이기적인 짐승이지’, ‘긴박한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나는 거야’라고 하며 합리화하기에 바쁘다. 하지만 철학자 버나드 윌리엄스가 지적했듯이, 굳이 긴박한 상황을 왜 상상하는가? 우리는 거의 질서 잡힌 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이는 대부분 99%라고 보면 된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짐승 같은 행위를 할 만한 극한 상황은 1%에 불과하다. 이런 1%의 상황을 두고 인간본성 운운하는건 설득력이 없다. 근거도 없다. 선택받은 인물들은 높은 이상을 두고 살았다. 우리 모두 시궁창 속에 살지만,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 했다. 흔히 주어지지 않는 특권이다. 인문학은 인물을 만들 수는 없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가짜를 가려낼 수 있는 분별력을 심어 줄 수 있게 한다. 별이 멀어지는 가을이 왔다.
  • [씨줄날줄] 화(禍)를 부르는 입/이동구 논설위원

    [씨줄날줄] 화(禍)를 부르는 입/이동구 논설위원

    ‘프로이트의 말실수(Freudian slip)’라는 용어는 부지불식간에 속마음을 들켜 버리거나 감추고 싶은 속마음이 무의식 중에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뜻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가 “드러나면 곤란해지거나 간절히 원하는 속마음을 억누르다 보면 이런 실수가 나타난다”고 주장하면서 사용됐다. 최근 한일 간의 경제갈등 속에 기업인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큰 화근이 되고 있다. 의류업체인 ‘유니클로’가 최근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된 것도 회사 관계자의 부적절한 말 때문이다. 재무책임자(CFO)가 도쿄에서 열린 결산보고회에서 “한국의 불매운동 영향력은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는 등 한국 소비자들을 폄하한 것이 화근이 됐다. 국내에서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일본 화장품회사 DHC는 자회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한국은 원래 금방 뜨거워지고 금방 식는 나라, 조센징은 한문을 문자화하지 못해 일본에서 만든 교과서로 한글을 배포했다”는 얼토당토않은 말들을 쏟아 냈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한국을 혐오한 ‘혐한기업’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 지수는 오를 대로 올라 있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의 부적절한 처신도 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임직원 700여명이 참석한 사내 월례조회에서 현 정부를 비난하고 아베를 치켜세우는 내용의 유튜버 동영상을 틀었다가 불매운동의 대상이 됐고, 자신은 대국민 사과와 함께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옛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을 한 인간의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 행동거지와 말투, 글쓰기 등에 그 사람의 됨됨이가 투영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다. 말실수를 영어로 ‘tongueslip’이라고 한다. 혀가 미끄러지면 말이 잘못 나온다는 의미이지만, 정신이 잘못돼 있기 때문에 말이 그렇게 나온 것이라 여긴다. 말을 정확하게 하는 것을 방해하는 심리적 힘 때문에 말실수가 생겨난다고 믿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이 불매운동으로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말실수를 비난한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내뱉는 것은 평소 그들의 마음가짐이나 생각들이 그런 수준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의 말과 행동은 곧 그 기업의 ‘윤리성’과 닿아 있기 마련이다. 부적절한 말을 쏟아낸다면 그 기업은 평소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기업 윤리를 갖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이런 부적절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에 믿음을 가질 수가 없다. 국제사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대통령과 총리 등이 부적절한 말들을 자주 한다면 세계인은 당연히 그 국가나 국민의 품격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혀가 모든 화(禍)의 근원”이라는 격언은 동서양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yidonggu@seoul.co.kr
  • 골목마다 진한 커피향…도시, 예술이 짙어졌다

    골목마다 진한 커피향…도시, 예술이 짙어졌다

    오전 8시. 빈 여행은 빈답게 커피로 시작했다.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배경이었던 카페 슈페를(Café Sperl)을 발견했다. 단골처럼 보이는 노신사 몇 명만이 신문을 읽으며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빈의 카페는 흔히 커피하우스라고 한다. 17세기부터 빈 골목마다 들어서기 시작한 커피하우스는 이제 1200개가 넘는다. 커피하우스는 빈을 대표하는 문화로, 2011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유서 깊은 커피하우스에 가 보면 대개 이런 모습이다. 동그란 대리석 탁자와 오래된 나무 의자가 놓여 있고, 검은 정장을 차려입은 웨이터가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 쟁반에 커피와 함께 유리로 된 물잔을 들고 온다.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 물로 입을 헹구라는 의미다. 카페 한구석에는 신문이나 잡지가 배치돼 있다. 이것은 커피하우스의 공식과도 같다. 구석엔 당구대나 체스판, 카드 게임판도 있는데, 커피가 귀하던 시절 커피하우스는 상류층 남성들만 드나들 수 있었던 문화공간이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풍경이다. 커피하우스는 커피를 마시는 공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작곡을 했고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자신의 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문학가들은 커피하우스에서 영감을 얻고 작품을 쓴 경우가 많아 ‘커피하우스 문학’이라는 용어도 있다. 프로이트, 스탈린, 당시 화가를 꿈꿨던 아돌프 히틀러도 커피하우스의 단골이었다(독일인으로 오해받는 히틀러는 사실 오스트리아 출신이다). 커피하우스가 없었더라면 지금의 문화도시 빈이 탄생할 수 있었을까? 예술과 커피는, 지금도 그렇지만, 뗄 수 없는 사이처럼 느껴진다.유서 깊은 커피하우스인 란트만(Landtmann)과 카페 자허(Café Sacher)도 가 보았다. 중세 귀족이 먹던 스타일의 팬케이크에 우유 거품이 풍성한 멜랑제(Mélange)를 마시고, 진한 초콜릿 케이크인 자허토르테(Sachertorte)에 휘핑크림이 가득한 커피인 아인슈페너(Einspänner)를 홀짝거렸다. 여행이 달콤하고 향기로워지는 기분이었다. 커피가 나지 않는 오스트리아가 어떻게 커피로 유명해졌을까? 17세기 후반 터키 튀르크족은 동유럽을 거쳐 빈을 침략했다. 당시 빈 사람들은 터키군이 가지고 온 커피를 그저 낙타사료로 생각했지만, 터키군으로 위장해 빈으로 군사소식을 전달한 폴란드 외교관 프란츠 콜시츠키는 커피를 알아봤다. 콜시츠키는 터키군이 놓고 간 커피자루를 챙겨 가서 커피 만드는 방법을 빈 사람들에게 알려 줬고 빈 최초의 커피하우스인 블루보틀(The Blue Bottle)을 오픈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블루보틀은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대학을 떠난 사람들

    [권성우의 청파동 통신] 대학을 떠난 사람들

    최근에 다시 출간된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역저(力著)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읽다가 비평가 발터 베냐민을 서술한 대목에 오래 눈길이 머물렀다. 베냐민과 대학에 관한 내용이다. 애초에 베냐민은 대학교수가 돼 안정된 학자로 살고 싶었지만, 대학에서 자리를 얻지 못하고 고독한 재야학자로 살았다. 그의 박사 학위 청구 논문 ‘독일 비애극의 원천’조차 특유의 난해하고 개성적인 서술로 인해 당시 기성 학자들로부터 온전히 평가받지 못했다. 베냐민뿐만 아니라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같이 세계 지성사에 커다란 획을 그은 걸출한 사상가들도 그와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이들은 대학에 자리를 얻고 싶었지만, 각자의 이유로 인해 대학 제도를 떠나 평생을 프리랜서 저술가로 살았다. 대학은 이들처럼 뛰어난 지성을 구성원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나 아렌트는 베냐민이 대학에 남지 못한 이유를 논하며 이렇게 적었다. “그는 그 동아리의 가장 탁월하고 유능했던 학자에 대해 그렇듯 격렬하게 공격을 퍼붓지 않았어야 했다.” 이를 통해 어느 시대 어느 사회이건 간에 생각보다 대학에서 비판과 논쟁이 이성적으로 수용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학을 떠난 게 그들에게 더 치열한 사유의 모험으로 이끌었지 싶다. 베냐민을 비롯해 대학을 떠난 이들의 좌절과 실망,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층 강렬하게 분출됐던 글쓰기의 열정과 창의적 사유를 떠올리며 이즈음의 대학을 생각한다. 물론 100여년 전 독일과 지금의 대학은 현저하게 다르다. 더군다나 베냐민이나 마르크스 등은 특출한 예외적 개인이었다. 누구나 베냐민이 될 수는 없다. 비교하자면 이 시대 한국 사회의 대학은 좀더 보편적인 의미에서 몰락의 분위기를 발산한다. 이 땅의 대학이 품는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으리라. 선의에서 출발한 강사법 개정안은 결국 학문 후속 세대를 대학에서 떠나게 만드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아닌가. 수많은 신진 학자와 강사들이 캠퍼스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제 대학에서 왕성한 지적 호기심,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찾아보기란 점점 힘들어진다. 이런 시대에 소신껏 학문의 길을 선택하거나 인문학·자연과학 같은 기초학문을 전공하려는 학생들은 너무나 외롭다. 아무리 실용과 취업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예술가나 학자가 되기를 꿈꾸는 소수의 지망생들에게 최소한의 희망이라도 존재하는 사회가 건강한 것 아닐까. 몰락, 우울, 불안의 감정이 마치 공기처럼 대학가를 떠돈다. 한 사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지성, 공동체의 가장 지적이며 수준 높은 논의는 이제 대학에서 발견되지 않는다. 더 많은 책 읽기, 더 많은 글쓰기, 더 시간이 필요한 과제, 더 고도의 실험과 함께 하는 수업은 점차 최소의 노력으로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꿀강의’로 대체된다. 그 결과 대개의 수업이 연성화와 실용화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않다. 물론 대학이 시대의 전위이자 비판적 지성의 보루였던 과거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그건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외려 유년기부터 스마트폰과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의 감성을 면밀하게 고려한 교육의 혁신이 필요하리라. 문제는 대학의 존재 근거에 대한 물음이 사라진 실용 일변도의 변화가 대학의 몰락을 촉진한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 대학의 우울은 현실이 개선될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 지금보다 한층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에서 연유하는 게 아닐까. 베냐민이 마주했던 대학의 현실보다도 훨씬 힘든 상황이다. 희망과 충만감이 사라진 대학을 배태한 사회에 밝은 미래가 있을 리 없다. 학문을 꿈꾸는 청춘에게 작은 희망의 근거라도 제공하는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 이제라도 정부와 시민사회는 대학의 회생과 지식 생태계의 복원을 위해 가능한 모든 지혜와 해법을 모아야 한다.
  • [시론] 조현병,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시론] 조현병, 그리고 놓쳐서는 안 될 ‘골든타임’/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 존 내시는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경제학자이자 조현병 환자였다. 1960년대 정신병원에서 퇴원한 어느 날부터 약을 중단한다. 그러곤 아이를 목욕시키다 잠시 환각 속 인물에게 맡긴다. 아이는 물이 차오르는 욕조에서 익사하기 직전 아내의 도움으로 생명을 구한다. 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곁을 떠나려는 순간 존은 자신의 질환을 인식한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대표적인 중증정신질환이다. 인구의 0.5~1%, 주로 10대 후반에서 20대에 발병한다. 대표적 증상은 망상과 환청이다. 관계 형성이 어렵다 보니 19세기 말 프로이트는 정신 분석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1950년대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조절하는 약물이 개발되면서 달라졌다. 약물 치료와 효과적인 정신사회적 치료를 하면 얼마든지 이웃과 함께 살 수 있는 질환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핵약과 여러 치료제가 감염 환자에 대한 편견을 없앤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진주 방화 사건을 비롯해 조현병 관련 사망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민들은 공포와 위험을 떠올리고 있다. 조현병이 본인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현병 환자 관련 강력 범죄는 전체 0.5% 수준으로 낮고 비율도 일반인의 절반 수준이지만, 무고한 시민의 희생은 각인 효과가 있다. 반면 조현병 환자의 자살은 전체 환자의 10~15%로 매우 높다. 일반인보다 15~25년이 낮은 이들의 평균수명에 영향을 줄 정도다. 경찰청 발표로도 자살의 원인 중 1위는 정신과적 문제였다. 숫자는 우울증이 많지만 비율은 조현병 환자 자살이 압도적이다. 이런 조현병 관련 사고는 의료와 복지 사각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 먼저 치료의 적기를 놓치고 있다. 어떤 병이나 조기에 치료하면 회복이 쉽다. 조현병은 특히 시기를 놓치면 진행한다. 만성화되면 치료가 어렵고 방치되면 사고 위험이 있다. 편견과 차별은 치료를 방해하는 가장 높은 장벽이다. 조현병 환자를 그 가족에게만 맡기는 시대도 끝났다. 최근 일련의 사고 피의자들은 모두 혼자 살거나 편부모하에서 낮엔 집에 혼자 있었다. 핵가족화로 이미 1인 가구가 대세가 된 시대다. 진주에서도 경찰이 일곱 번 출동할 만큼 숱한 경고 신호가 있었지만 응급 입원,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 입원 등 안전을 확보할 수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경찰의 눈앞에서 자해나 타해가 있지 않거나 직계가족이 없는 상황에선 입원이 불가능했고, 행정 입원은 거꾸로 가족이 있어서 불가능했다. 치료가 꼭 필요한 환자가 병원에 오지 않을 때 사전에 연락하고 찾아가는 전문 서비스도 없었다. 우리만 겪은 것은 아니다. 서구와 일본에서도 이런 끔찍한 사고를 경험했다. 그리고 시스템 변화가 뒤따랐다. 탈수용화를 할 땐 먼저 지역사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중증정신질환에 대한 인식 개선과 교육이 시급히 이뤄져야 조현병 환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정신건강 응급 처치라는 8시간짜리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있다. 경찰과 공무원 등은 필수적으로 받는다. 가족이 강사로 나설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이제는 중증정신장애를 위한 자살 예방 교육도 필요하다. 찾아가는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환자가 병원에 안 오면 전화하고 찾아가는 사례 관리로 지원하고 지역사회에 마련된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기관에 연계해야 한다. 이미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응급실 자살 시도자 사례 관리로 자살률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시켰다. 중증정신질환의 안전과 인권은 가족 책임에서 국가 책임으로 한발 더 이동해야 한다. 응급 상황에서 안전 확보부터 국가의 책임하에 진행해야 한다. 현행 1.5%에 불과한 정신보건 예산을 5% 수준으로 증액해 치료와 지원의 연속성을 보장해야 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의료 사보험의 나라이지만 중증정신질환의 경우 ‘메디케이드’로 본인 부담 없이 치료한다. 외래와 입원뿐 아니라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복지서비스와 주거까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한다. 공공의료가 대세인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인권에 대한 관심과 함께 국민이 사고를 예방할 시스템을 원했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은 신체 질환과 사고에만 있지 않다. 국민이 불안해하고 이들을 자살로 잃는 일이 더는 반복돼서는 안 된다. 중증정신질환의 문제는 국민의 안전과 생명의 문제다.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

    [조영학의 번역과 반역]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

    어울리지 않게 대학원 박사과정 전공이 페미니즘이었다. 1990년대 중반경 포스트모더니즘 비평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얼떨결에 발을 담갔다가 결국 페미니즘 이론에 매료된 것이다. 페미니즘에 혹했던 이유는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 속에서 평등한 세상의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순간 학위를 포기하고 공부를 중단하기는 했지만, 그때 접한 페미니즘 세계관이 지금껏 내내 내 시각을 잡아 주고 삶을 이끌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제일 흥미로웠던 주제가 ‘언어’다. 세계가 유럽ㆍ백인ㆍ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면서, 언어는 유럽ㆍ백인ㆍ남성이 지배하고 그 나머지들은 침묵을 강요당하거나 지배자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문학작품 속에서 여성이 (남성의 언어를 도구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또 어떤 식으로 표현되는지를 살폈다. 자크 라캉에 따르면 언어란 개별 인간 이전에 존재하고 개별 인간은 언어를 받아들이면서 사회화한다. 여성은 스스로의 언어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성의 언어를 체득하며 사회화하므로 곧바로 사회적 약자로 전락하고 만다. 남성 중심 언어에서 남성은 기준이 되고, 여성은 배제되거나 부차적으로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로이트는 여성의 히스테리를 ‘남성 성기의 결여’에서 찾고(기준은 늘 남성이다), 여성을 가리키는 단어 ‘우먼’(woman)은 남성 ‘맨’(man)에 의존해서만 존재한다. ‘우리 몸이 세계라면’에서 김승섭 교수는 “과학에서 여성의 몸이 사라진 현상”에 대해 언급한다. 과학적으로 정했다는 사무실 적정 온도 21도는 몸무게 70㎏의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한다. 불면증 치료제 졸피뎀의 기본 처방 용량 10㎎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부작용 가능성이 크다. 새 신부에게 남편 식구들을 ‘서방님’ ‘아가씨’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예법은 누가 만들었을까. 명절에 시집부터 찾는 풍습은 언제부터 생겼을까. 부모 재산은 왜 남자들이 다 가져갈까. 우리는 왜 이런 불평등들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걸까. 남성의 몸에 맞게 만든 옷이 여성에게 편할 리가 없다. 페미니즘 문화 이론가이자 철학자 크리스티나 폰 브라운은 히스테리, 거식증, 분열성 정체성 장애 등 여성 특유의 질병이 남성 주도적 문자 사회에서 비롯했다고 지적한다. 남성의 상징체계가 여성의 몸에 강제적으로 이식되면서 여성들이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 왔다는 것이다. 20대 남성 70%가 페미니즘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뉴스를 접했다. 군대 문제를 비롯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한다고 생각한다는데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느 통계를 보아도 남성은 이 불평등 사회의 수혜자다. 20대라고 다를 바 없다. 사실 더 큰 문제는 여성이 부당하게 취급받는 게 아니라 그걸 당연시하고 고착화하려는 사회 분위기다. 페미니즘에 주홍글씨 낙인을 찍고 심지어 페미니즘을 남녀의 성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정당도 있다. 페미니즘은 남성과 싸우자는 이론이 아니다. 기득권, 주도권을 빼앗겠다는 싸움도 아니다. 우리 어머니, 누이, 연인이 겪고 있으며 또 미래의 아내, 딸이 겪어야 할 질병과 고통에 대한 얘기다. 지금까지의 가부장적, 남성주도적 세계관을 잠시 내려놓고 어머니의 눈으로, 아내와 여동생, 딸의 입장에서 세상을 이해해 보자는 운동이다. 경쟁자로서의 여성이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을 위한 노력이고 운동이다. 나는 여전히 페미니즘이 우리 사회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 남녀가 평등한 사회여야 남녀가 모두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스웨덴의 통계학자 한스 로슬링 카롤린스카도 2015년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여성의 권익이 향상되면 남성도 살기 좋아진다. 남성의 어깨에 있는 짐을 일부 내려놓으면 남성도 편해진다. (페미니즘이) 한국을 구할 것이다.” 페미니즘이 우리 모두의 페미니즘이어야 하는 이유다.
  • 폼페이 주택 담벼락에 나르시소스 벽화, 밸런타인 데이에 공표

    폼페이 주택 담벼락에 나르시소스 벽화, 밸런타인 데이에 공표

    스스로를 너무 사랑했던 미남 청년 나르시소스를 담은 프레스코 벽화가 이탈리아 폼페이의 주택 잔해 담벼락에서 발견됐다. 발굴한 이들은 의도적으로 밸런타인 데이에 이를 공표했다.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는 서기 79년 베스비우스 화산 폭발 때 화산재에 묻힌 채 그대로 도시와 주민들이 화석이 돼버렸다. 고고학자들에겐 시간의 더께를 벗겨낼 수 있는 보물단지 같은 곳이다. 지난 연말에 발굴된 옛 주택 집터에서 벽화가 발견됐는데 또다시 상당히 온전한 상태의 벽화가 발견돼 발굴하는 연구진들은 더 범위를 넓혀 발굴하기로 했다고 알폰시나 루소가 전했다. 그녀는 폼페이 센터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 집터가 있어 앞으로 일반 공개될 여지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벽화가 발견된 곳은 “화려하고 감각 넘치는” 침실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진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천장은 무너졌지만 벽화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확인했고 떨어진 조각들을 섬세하게 다시 붙였다고 했다. 총괄 책임자 마시모 옥사나는 성명을 통해 “색채가 이렇게 온전하게 보전된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화려하게, 아마도 제국의 말년에 이 집이 꾸며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나르시소스는 그리스 신화에 강의 신 세피소스와 요정 리리오페 사이에서 태어난 사냥꾼이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잘 생겨 숱한 여성들이 그에게 관심을 기울였지만 자신은 도통 관심이 없었다. 벽화가 보여주듯 그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아름다움에 경탄했다. 모멸차게 거절당한 에코가 자연에 귀의해 요정이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복수로 나르시소스는 자신의 얼굴이 비친 호수를 응시하다 죽는다. 이 얘기는 로마 시대 예술작품에서도 빈번히 등장한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사랑하고 집착하는 이들을 가리켜 나르시시즘이란 말로 발전했다. 이를 가장 먼저 심리학 용어로 유행시킨 이가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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