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라운지] 여자프로농구 하프코리안 킴벌리 로벌슨
“안녕하세요.”라고 던지는 인사말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자신있어 보인다. 주춤주춤 먼저 악수도 청한다. 코트에서 봤던 힘차고 승부욕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천생 스물 세살 숙녀다. 이종애-박정은-이미선이 버티는 여자농구 삼성생명에 올 시즌 ‘비밀병기’가 추가됐다. 주인공은 미국농구를 장착한 ‘하프코리안’ 킴벌리 로벌슨. 3년 연속 정상의 문턱에서 좌절했던 팀의 챔피언 꿈을 일궈줄 마지막 퍼즐 조각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오직 우승”을 부르짖는 로벌슨을 24일 용인 보정동 숙소에서 만났다.
●삼성생명의 ‘히든카드’
12일 신한은행과의 두 번째 맞대결. 경기 중 발목이 돌아간 로벌슨은 이호근 감독을 향해 번쩍 손을 들었다. 꼭 뛰고 싶었다. 개막전 때 자신의 턴오버로 신한은행에 패한 것 같아 견딜 수 없었기 때문. 로벌슨은 연장에서만 6점을 몰아넣었다. 순식간이었다. 삼성생명은 2차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결국 ‘거함’ 신한은행을 89-81로 침몰시켰다.
벅찬 승리를 일궜지만 톡톡한 대가가 따랐다. 이후 3경기째 벤치신세. 그러나 지루한 재활에도 고되지 않았다. “시즌이 긴 만큼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어차피 목표는 우승이니까.”
로벌슨은 ‘혼혈선수 3호’다.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하지만 기존의 마리아 브라운(금호생명)이나 임정희(삼성생명)와는 차원이 다르다. 10경기 출전에 평점 9.3점 5리바운드 1.5어시스트. 부상으로 경기에 못 나서도 코칭스태프는 느긋하다. 이미 검증된 선수이기 때문.
로벌슨은 팀 삼성생명이 마음에 쏙 든다. “박정은과 이미선은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만능선수예요. 저도 1~3번을 두루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팀에서 막기가 까다로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다만, 인디애나대학 시절의 팀 전술과 패턴에 젖은 탓에 아직 삼성의 수비는 익숙지 않다.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농구를 했지만 한국농구는 또 다르다. “농구철학과 스타일이 다른 것 같아요. 미국은 가공할 만한 운동신경의 ‘소녀’들이 주축이라면 한국은 촘촘하게 짜여진 패턴과 전술로 경기를 푸는 베테랑 ‘언니’들이 많아요. 아기자기해요.”
졸업을 앞두었을 무렵, 우연히 인디애나 피버에서 뛰는 타미카 캐칭에게 한국 이야기를 들었다. 캐칭은 한국 여자농구에서 용병으로 뛰었던 선수. 어차피 농구를 할 수 있다면 장소는 상관없었다. 자신의 ‘뿌리’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던 터. 모험심 강한 로벌슨에게 모국인 한국은 농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올 시즌 목표 우승… 최선 다할 것”
한국에 온 지 벌써 반년째지만 한국말은 어렵기만 하다. 그래도 입맛은 토종 코리언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식을 먹고 자랐어요. 김치, 갈비, 제육볶음….”이라고 줄줄이 내뱉는다. 숙소에서 선수단과 부대끼며 살아도 가족은 항상 그리운 존재다. 어머니는 한달 뒤에, 아버지는 플레이오프 쯤 한국에 와 로벌슨을 응원할 예정이라고.
올 시즌 목표를 묻자 느릿한 말투로 “All for one. For Championship.”이라고 말한다. 개인적으로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단다. 한국 농구판에서 성공적인 첫 단추를 꿴 로벌슨이 올 시즌 삼성생명에 우승컵을 안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킴벌리 로벌슨은 누구
▲출생 1986년 11월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체격 176㎝, 몸무게는 비밀
▲가족 미국인 아버지, 한국인 어머니, 여동생
▲징크스 운동화 끈을 꽉 묶는 것
▲포지션 포인트 가드(부터 스몰포워드까지 가능)
▲좋아하는 음식 갈비, 제육볶음, 김치
▲이상형 인간성이 된 사람
▲팬들에게 한마디 “경기장 많이 오셔서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