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혼혈귀화선수 중간 성적표는
시즌 전 ‘태풍의 눈’으로 불렸다. 5명의 혼혈 귀화 프로농구 선수들. 이승준(삼성), 전태풍(KCC), 문태영(LG), 박태양(KT), 원하준(KT&G) 등이다. 사실상 용병과 같은 수준이다. 올시즌부터 용병 1명만 경기에 나선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의 가치는 헤아리기 힘들었다. KCC와 삼성이 우승후보로 불렸던 이유도 간단했다. KCC는 리그 최고 테크니션 전태풍을 데려왔다. 가드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으로 변했다. 삼성은 이승준이 합류했다. 고질적인 골밑 약점이 단번에 해결됐다.
관심은 먼저 이승준과 전태풍에게 쏠렸다. “국내 레벨을 벗어났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왔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각광받은 건 문태영이었다. 시즌 전 다크호스 정도로 여겨졌지만 득점력이 엄청났다. 팔이 길고 중거리슛이 정확했다. 국내 최고 파워포인트 김주성을 압도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LG는 1라운드를 7승 2패, 단독 1위로 마쳤다. 그러나 2라운드 이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득점루트가 지나치게 문태영에게 집중됐다. 상대팀은 극단적인 도움수비로 문태영을 틀어막았다. 문태영은 고립됐고 고립될수록 개인플레이에 집착했다. 자연히 팀 전체 밸런스가 무너졌다.
이승준과 전태풍은 초반 고전했다. 전태풍은 개인기량이 뛰어나지만 팀 동료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이승준은 외국인 선수 테렌스 레더와 동선이 엉켰다. 둘 사이 보이지 않는 경쟁의식도 작용했다. 레더 태업설까지 나왔고 부작용은 심각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둘의 진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전태풍은 무리한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득점은 줄었지만 어시스트가 늘어났다. 빈 공간을 찾아 팀 동료에게 찔러주는 패스가 많아졌다. 이승준도 매경기 골밑에서 위력이 향상되고 있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몸싸움과 궂은일에도 적극 매달리는 모습이다.
박태양, 원하준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KT 전창진 감독과 KT&G 이상범 감독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코트에 나서기에는 실력이나 정신무장이 아직 모자란다.”고 덧붙였다.
박창규기자 nada@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