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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2017 월드리뷰] 카탈루냐 독립선언·극우 득세… 유럽 뒤흔든 ‘분열 도미노’

    유럽의 2017년은 ‘분열’과 ‘몰락’, ‘공포’라는 세 단어로 축약된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브렉시트)으로 가뜩이나 유럽의 결속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 개별 국가에서도 중앙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중·동부유럽에서는 난민 포용을 반대하는 극우 정당들이 득세했고 서유럽에서는 전통적 다수당과 기성 정치인들이 정치적 타격을 입은 가운데 극단주의 단체의 테러도 기승을 부린 한 해였다.영국과 EU는 지난 8일(현지시간) 난항 끝에 브렉시트 1단계 협상을 타결했다. 영국은 ‘이혼 비용’으로 40년간 400억~550억 유로(약 50조~71조원)의 재정 분담금을 내기로 합의하는 등 EU와의 결별은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분열의 열기는 스페인 카탈루냐와 이탈리아, 스코틀랜드 등 유럽 곳곳으로 확산됐다. 카탈루냐는 지난 10월 1일 독립 주민 투표를 실시하고 독립을 선언했다.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를 해산하는 강수로 맞섰다. 지난 21일 카탈루냐에서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조기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독립파가 승리해 정국 불안정만 가중됐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도 지난 10월 22일 주민투표로 자치권 강화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영국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도 브렉시트에 맞서 내년 말쯤 영국에서 독립하기 위한 주민 투표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카탈루냐와 롬바르디아, 베네토 등은 모두 부유한 지역이다. 땀흘려 낸 세금을 별 혜택도 없이 중앙정부에 뺏겨야 한다는 불만이 자치권 확대 열망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본질은 EU에 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과 유사하다. 유럽의 분열상은 독일에서도 확인된다. ‘유럽의 여왕’ 격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9월 총선에서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 연합이 제1당 자리를 지키며 4연임에 성공했지만 아직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조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대연정을 꾸려온 기민·기사당 연합과 사회민주당의 득표율이 저조한 틈을 타 반(反)EU 성향의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제3당으로 부상했다. 이 밖에 오스트리아의 제바스티안 쿠르츠(31) 국민당 대표는 지난 18일 민주 선거로 선출된 세계 최연소 총리가 됐지만 극우 성향 자유당과 연정을 구성해 난민 문제를 두고 EU와의 갈등이 예고된다. 체코에서도 반(反)EU 노선을 표방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가 집권하는 등 극우 포퓰리즘은 아직 수그러들지 않았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요구하는 등 서방 세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는 그 틈을 파고들어 동유럽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제2의 마거릿 대처’를 표방하며 지난해 7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바람 잘 날 없는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측근들의 잇단 퇴진과 골치 아픈 브렉시트 협상에 발목을 잡혀서다. 메이 총리는 지난 6월 8일 조기 총선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집권 보수당은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메이 총리의 당내 입지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을 견인할 유일한 희망으로 꼽힌다. 기성 정치권의 개혁을 내건 마크롱은 지난 5월 7일 득표율 66%를 얻어 만 39세의 최연소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이 과정에서 프랑스의 좌우 양당 정치의 한 축이던 사회당은 처참히 몰락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제왕적 대통령’ 논란이 불거지며 취임 100일 만인 8월 16일 36%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넉달 만인 지난 19일 여론조사에서는 54%로 반등했다. 인기 하락과 노동계 총파업이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마크롱 대통령이 노동시장 구조 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개혁법안들을 잇달아 성사시킨 점이 지지율 반등의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인들은 한 해 동안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 국가’(IS)와 그 추종자들의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테러 공포에 시달려야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3월 22일 런던 국회의사당 인근 차량 및 흉기 테러(5명 사망)에 이어 5월 22일 맨체스터 공연장 폭탄 테러로 22명이 사망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도 8월 17일 연쇄 차량 돌진 테러가 발생해 16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 위협은 여전하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사우디를 다 가진 32세 사내… 개혁군주냐 전쟁광이냐

    [글로벌 인사이트] 사우디를 다 가진 32세 사내… 개혁군주냐 전쟁광이냐

    무함마드 빈살만(32) 사우디아라비아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모든 것을 가진 사나이’(미스터 에브리싱)로 불린다. 아직 왕위에 앉지 않았으나, 전쟁을 일으키고 경쟁자를 숙청하며, 국가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국왕과 다름없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부친인 살만 빈압둘아지즈 사우디 국왕은 올해로 81세다. 살만 국왕은 지난 6월 당시 왕세자인 자신의 조카 무함마드 빈나예프를 폐위하고 빈살만 당시 국방장관을 왕세자로 지목했다. 빈살만 왕세자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의 추종자들은 왕세자가 사우디를 이슬람 근본주의(와하비즘)로부터 해방시키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의 반대파는 그를 ‘경험은 없고 자존심만 센, 호전적인 애송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빈살만 왕세자는 아직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지 못했다. 그는 사우디의 시리아 내전 및 예멘 내전 개입 등을 주도했다. 카타르 봉쇄의 배후에도 빈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우디는 시리아에서 사실상 패배했다. 예멘 내전은 3년이 지나도록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카타르는 사우디에 굴복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적성국 이란의 영향력은 강해져 간다. 특히 사우디 북부에 위치한 아랍국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에서 이란의 입김이 날로 강해진다. 국가 경제의 대부분을 석유에 의존하는 구조도 불안하다. 한동안 이어졌던 저유가 기조가 최근 고유가로 돌아서기는 했지만, 유가는 등락이 심하다. 불확실성의 시대, 왕국의 미래가 32세 차기 군주의 손에 달려 있다.빈살만 왕세자는 왕세자로 지명되기 전이었던 2016년 4월 중장기 사회·경제 개혁 계획 ‘비전 2030’을 발표했다. 비전 2030은 경제 번영, 사회 분위기 쇄신, 국가 투명성 확보로 요약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고 한다. 현재 사우디 경제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유가의 변화에 사우디 경제는 크게 종속돼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건설·관광·기술 등 산업을 육성해 경제 구조를 복선화하고 국영기업을 민영화할 방침이다. 빈살만 왕세자는 또 여성의 운전, 영화관 영업 등을 허용하며 온건한 이슬람 국가로의 변화를 꾀한다. 빈살만 왕세자는 반(反)부패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사정 작업 중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달 4일 왕자와 전·현직 장관 수십명을 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해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빈살만 왕세자가 부패 척결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6일 뉴욕타임스(NYT)는 빈살만 왕세자가 2015년 2억 7500만 유로(약 3538억원)를 주고 프랑스 파리의 호화 대저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빈살만 왕세자는 2015년 440피트(약 132m) 길이의 요트를 5억 5000만 달러(약 6000억원)에 사들여 논란을 일으켰었다. NYT는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관 브루스 리들을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부패하지 않은 개혁가로서의 이미지를 쌓으려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일은 큰 타격”이라고 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왕세자로 책봉되기 전이었던 2015년 1월 국방장관에 임명됐다. 살만 국왕 즉위 직후다. 그는 국방장관이 된 직후 시리아 내전에서 반군 지원을 결정했다.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지휘하는 시리아 정부군이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지원을 받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우디와 미국 주도의 국제 연합군을 등에 업은 반군의 공세가 강해지자, 알아사드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러시아도 시리아 내전에 뛰어들었다. 이후 반군을 지원했던 미국이 발을 빼면서 시리아 내전은 사실상 알아사드 정권의 승리로 끝나 가고 있다. 빈살만 당시 국방장관은 시리아 내전이 한창이었던 2015년 3월, 이란이 조종하는 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을 몰아내겠다며 예멘 공습을 강행했다. 동시에 두 개의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빈살만 당시 국방장관은 수개월 내에 전쟁을 끝낼 것으로 예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후티 반군의 저항이 거셌다. 예멘 내전은 지금까지도 지지부진하다. 예멘 반군과 유엔에 따르면 사우디 개입 이후 예멘에서 약 9000명이 사망했고 5만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사망자 중 60%가 민간인으로 추산된다. 빈살만 왕세자는 지난 6월 카타르 봉쇄를 명령하기도 했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이집트 등 수니파 4개국은 카타르가 이란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지원했다면서 카타르와 단교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카타르가 머리를 조아리기를 바랐다. 하지만 카타르는 이란, 터키와 교역을 확대하면서 지금까지도 버티고 있다. 가디언은 “빈살만 왕세자는 혈기왕성하고 경험이 부족하며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남자”라면서 “최근 사태에서 그의 외교적 미숙함과 성급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평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등 사우디의 머리맡에서 이란의 입김이 강해지는 것에 초조함을 느끼는 듯 보인다. 이란은 이라크가 자국 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전쟁을 치를 때 이라크의 편에서 같이 싸웠다. 시리아 내전에서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정부군을 지원했다. 레바논에서는 헤즈볼라의 정치적 입지가 단단하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 벨트’ 구축은 시간문제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란을 견제하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예루살렘 수도 선언’을 미리 알고도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다. 뉴스위크 등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은 이란에 반감을 갖고 있다. 사우디는 이란보다는 차라리 이스라엘을 믿을 만한 국가로 여긴다”면서 “트럼프의 유대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여러 차례 사우디를 방문했으며, 예루살렘 수도 선언에 대해 빈살만 왕세자와 사전 교감했다”고 보도했다. 뉴스위크는 또 “미국이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에 수니파 국가인 팔레스타인을 설득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9일 로이터통신은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극비리에 사우디를 방문해 빈살만 왕세자를 만났으며, 예루살렘 선언과는 별도로 서안지구에 독립국가를 건립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빈살만 왕세자는 2015년 국방장관이 된 이후 전쟁과 개혁, 숙청 등 굵직한 이슈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했다. 이것은 결단력이나 과감함일 수도 있지만, 성급함일 수도 있다. 인디펜던트는 “빈살만 왕세자의 외교 정책은 이란과 친이란 세력을 공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빈살만 왕세자의 반(反)이란 정책의 실패로 오히려 역내에서 이란의 영향력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우디가 당면한 대내외적 상황을 감안하면 (빈살만 왕세자의 개혁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빈살만은 -1985년 8월 31일 출생. 살만 빈압둘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아들 -사우디 리야드 킹사우드대에서 법학 전공(차석 졸업) -2009년 당시 리야드 주지사였던 살만 빈압둘아지즈의 특별 고문으로 정계 입문 -살만 국왕, 2015년 1월 당시 30세였던 빈살만 왕세자를 국방장관에 임명. 세계 최연소 장관 -2015년 4월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회장에 임명 -2016년 4월 사우디 개혁안 ‘비전2030’ 발표 -2017년 6월 무함마드 빈나예프 왕세자 제치고 차기 왕위 계승자에 지명
  • [단독] ‘테러 위험’ 외국인 17명 추방했다

    각국 예의주시 단체 회원들 포함美 등 50개국 정보기관과 공조 외국인 입국 단계부터 철저 조사 정부가 평창동계올림픽의 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큰 위험인물을 추적해 5개국 17명을 강제 추방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올해 각국 정보기관과 협력해 국내에 체류하던 테러 가능성이 있는 외국인 17명을 강제로 출국시켰다”고 말했다. 추방된 인물들은 테러방지법에 포함된 단체 회원이거나 법으로 지정된 테러 단체는 아니지만 각국 정보기관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체의 회원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와 중앙아시아인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또 “평창동계올림픽에는 전 세계의 선수와 응원단이 오는 만큼 대테러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에게는 위험성이 없더라도 다른 국가의 응원단 및 선수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테러 위험성이 있는 외국인들이 국내에 잠입해 숨어 지내거나 위장 취업하는 사례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입국 단계부터 철저한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국제공조를 한층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에 따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50개국 정보기관과 ‘정보협력센터’를 설치, 운영에 들어갔다. 각국 정보기관들은 올림픽 기간에 대거 정보원을 파견, 자국 선수와 응원단의 안전을 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국가는 올림픽 참가 의향과 함께 안전 보장을 요청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12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이 열리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가졌던 ‘대테러종합훈련’도 각국에 우리나라의 테러 대비 태세를 보여 주기 위한 행사의 하나였다. 차량 돌진과 폭발물, 드론 공격 등 복합적인 테러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훈련에는 국무조정실 대테러센터를 중심으로 국가정보원, 서울경찰청 경찰특공대, 특수전사령부 육군특공대, 중앙119구조본부 등 8개 정부기관 420명이 참가했다. 이낙연 총리는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순간까지 경계태세를 늦추지 말고 안전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 짐작보다 더 복잡한 죽음

    자살의 사회학/마르치오 바르발리 지음/박우정 옮김/글항아리/604쪽/2만 9800원자살은 인류의 오래된 ‘죽음 방식’이다. 마태복음은 예수를 배신한 가롯 유다의 자살을 기술하고 있고, 중국 춘추시대 기록에도 자살에 얽힌 일화들이 종종 나온다. 악명 높은 폭군 네로 황제 이후에도 고대 로마 제국 황제 가운데 상당수의 사인은 자살이었다. 그럼에도 라틴어에 ‘수이시디움’(suicidium·자살)이라는 단어가 나타난 건 후대 들어서였다. 유럽에서 자살을 지칭하는 낱말도 17세기 중반 처음 등장했다. 자살을 소재로 다룬 작품들을 여러 편 썼던 영국의 셰익스피어는 당시 자살이라는 명사가 없자 ‘자기 살육’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탈리아 사회학자 마르치오 바르발리는 서양에서 자살을 대체한 표현은 오랫동안 ‘살인’이었을 정도로 자살은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됐다고 말한다.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자살의 사회학’(영문판 제목 ‘자살의 역사’)은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1897) 이후 가장 주목받는 자살을 다룬 저작으로 꼽힌다. 바르발리는 이 책에서 여러 문화권에서 자살이 지니는 의미를 탐구하고, 고대 순교자부터 중동 자살 폭파범에 이르기까지 자살의 역사적 변화상을 고찰한다.특히 그는 뒤르켐의 이론은 20세기 이후의 자살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낡은 이론이라고 반기를 들었다. 기독교 문화가 지배했던 중세 유럽에서 자살은 육체와 영혼을 모두 죽이는 ‘이중 살인’으로 여겨졌으며 신성모독 못지않은 무거운 죄악이었다. 영국은 자살자의 재산을 몰수했고, 기독교식 매장도 금지시켰다. 유럽 곳곳에서 자살자의 시체를 거리에 끌고 다니거나 재판에 회부해 교수형에 처해 다시 죽였다. 자살자에 대한 응징은 유족들에게 멸시와 굴욕감을 안겼다.저자는 근대 유럽에서 자살이 크게 증가한 건 산업혁명 때문이 아니라 자유의 확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유럽의 자살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18세기 들어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자살을 본격적으로 다룬 문학 작품이 우후죽순 출현했고 종교적 억압이 옅어지면서 1793년 프랑스 파리의 자살률은 10만명당 230명까지 치솟았다. 뒤르켐은 자살을 일으키는 주요 변수로 사회적 통합과 규제를 지목하며,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종속이 약화되면서 ‘이기적 자살’과 ‘아노미적 자살’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르발리는 사회 구조로부터 자살 원인을 찾는 뒤르켐의 원인론적 분류 방식을 탈피해 자살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20세기 이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빈번해진 정치적 저항을 목적으로 한 자살이나 종교적 신념의 자살테러 등 새로운 유형의 ‘이타적 자살’ 현상이 설명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통합과 규제라는 변수 대신 ‘누군가를 위한 자살’, ‘누군가에게 대항하기 위한 자살’로 새롭게 분류한다. 전자는 이기적·이타적 자살이고 후자에는 저자가 분류한 ‘공격적 자살’(보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자살)과 ‘무기로서의 자살’(정치·종교적 테러)이 속한다. 책은 죽은 남편을 따라 자살하는 인도 여성들의 ‘사티’ 의식과 정절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끊는 중국 여성들의 ‘타타이’ 풍습 등 각 문화권에서의 자살 관습도 꼼꼼히 살핀다. 그에 따르면 동양에서는 ‘누가 이 지경으로 상황을 몰고 갔는가’에 중점을 둬 책임을 따지는 경향이 짙었다. 그래서 동양 문화권에는 복수하기 위해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자살하는 유대인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다. 아우슈비츠의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표현한 “모든 수용자가 필사적으로 그리고 맹렬하게 혼자”였던 ‘고독한 지옥’에서 극히 자살이 드물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이렇게 요약한다. ‘수용자들은 죽는다는 것보다 자신이 어떻게 죽을지 ‘죽음의 과정’에 관심을 뒀다. 죽음은 항상 가까이 있었고 그들은 죽음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에게 죽음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는 다름아닌 삶이었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다시 사랑받는 마크롱

    국정과제 안착·글로벌 리더십 부각 지난 5월 취임 후 지지율이 반 토막 나며 흔들렸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최근 극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AFP통신 등이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에서 노동시장 개편 등 주요 국정과제를 안착시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이후 국제사회에 생긴 ‘리더십 공백’을 유리하게 이용한 결과다. 이날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오독사의 조사 결과, 마크롱이 ‘좋은 대통령’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54%로 한 달 전보다 9% 포인트 급등했다. 특히 마크롱 대통령은 친시장 성향이 강한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은 좌파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호감도 45%를 기록해 인기가 급상승했다. 한 달 전보다 9% 포인트 뛴 수치다. 이 같은 상승세는 마크롱 대통령이 주요 국정과제로 내건 구상들을 집권 초 별다른 저항 없이 안착시킨 것이 주효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노동시장 구조개편과 테러방지법 개정, 정치개혁 입법안 등 굵직한 법안들을 야당의 큰 반발 없이 통과시켰다. 마크롱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새로운 리더임을 부각시킨 것도 긍정적 효과를 줬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 문제에서 손을 떼고, 중동에서 이스라엘 편을 노골적으로 들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가 중동의 중재자이며 기후변화 문제의 글로벌 리더임을 강조하며 국제무대의 리더십 공백을 메웠다. 파리정치대학 파스칼 페리노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 집권 후) 프랑스가 유럽과 국제무대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있다는 인식이 모든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프랑스인들이 프랑스를 다시 사랑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우려가 현실로…IS 테러자금으로 건네진 비트코인

    우려가 현실로…IS 테러자금으로 건네진 비트코인

    파키스탄 출신으로 미국에 살던 여성이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이하 IS)에 비트코인을 이용한 활동자금을 몰래 보내다 적발됐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롱아일랜드에 사는 주비아 샤하나즈(27)는 은행에 제출할 서류를 속이거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는 방법 등으로 총 8만 5000달러(약 9250만원)를 손에 쥐었다. 이후 이 돈으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을 구매해 이를 IS가 가진 계좌로 보낸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여성은 최소 6만 2000달러(약 6750만원) 어치의 비트코인을 구입했으며, 이를 파키스탄과 터키, 중국 등지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의 유령 계좌로 송금했다. 이러한 과정이 있기 전, 그는 IS나 여성 지하디스트 등이 언급된 기사를 찾아보거나, IS에 자금을 전달할 방법에 대해 자세히 검색했다는 사실이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 일이 있기 전인 지난 6월까지는 맨해튼의 한 병원 연구실에서 근무했으며, 7월에는 파키스탄으로 가기 위한 비자와 여권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초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파키스탄으로 들어갈 계획을 세웠지만 지난 13일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에서 테러방조 및 돈세탁 혐의로 체포됐다. 변호사는 그의 송금이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해 의료봉사단 자격으로 요르단에 들른 적이 있었고, 이곳에서 시리아 난민들과 접촉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은행사기로 최고 20년, 돈세탁 혐의로 최고 30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까지 테러와 관련되거나 불법적인 돈세탁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루노 르 마이어 프랑스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프랑스 뉴스채널인 LCI와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서 비트코인과 관련된 규제를 논의할 것을 공식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은 분명히 투기이며, 버블”이라며 “G20 정상들이 모여 어떻게 이를 제어할 것인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씨줄날줄] 예루살렘과 지옥의 문/오일만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루살렘과 지옥의 문/오일만 논설위원

    예루살렘은 예로부터 종교 분쟁의 불씨로 통했다. 세계 3대 유일신 종교인 유대교와 기독교, 이슬람교가 저마다 성지로 모시고 있는 지역이다. 이곳은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왕이 세운 통곡의 벽,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승천한 바위돔 사원과 알아크사 사원, 예수가 묻히고 부활한 곳으로 알려진 성묘교회 등이 자리잡고 있다.16억명의 기독교도와 9억명의 이슬람교도, 1600만명의 유대인들이 현재까지 자신의 지역이라고 주장하며 종교전쟁을 펼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직후부터 1973년까지 4차례 중동전쟁이 일어났고 지금도 대량 살상이 끊이지 않는, 세계적 화약고가 다시 터지기 직전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하는 폭탄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국제법상 어느 나라에도 속해 있지 않은 지역이다. 지난 70년간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이를 인정하면서 실낱같이 이어 온 평화공존을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다. 트럼프의 이 같은 결정에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팔레스타인은 물론 주변 중동 국가들, 심지어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국가들도 ‘국제법과 유엔 결의를 위반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비롯한 천주교는 물론 개신교 등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슬람 강경 세력들은 ‘지옥의 문이 열렸다’고 경고하면서 전쟁과 테러의 늪으로 빠져들 위기에 직면했다. 트럼프가 세계적 화약고에 불을 지른 이유를 놓고 설왕설래다. 재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가 지지 기반인 백인 기독교인들을 의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골적인 친이스라엘 정책 뒤에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이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트럼프에게 가장 영향이 크다는 맏딸 이방카의 남편인 쿠슈너는 정통 유대교 신자로, 이방카 역시 그와 결혼하면서 유대교로 개종했다. 쿠슈너가 지난 8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비밀리에 만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인구는 1%에 불과하지만 미국 정치계는 물론이고 경제계를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유대인들을 끌어안겠다는 의미도 있다. 이슬람교의 분노가 폭발하면서 당장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세계 무기 수입 1위국인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대미 안보 의존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계의 화약고에 불을 지른 트럼프식 일방주의 뒤엔 미국 군산복합체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중동 ‘지옥의 문’ 연 트럼프…세계가 요동

    중동 ‘지옥의 문’ 연 트럼프…세계가 요동

    사무총장 “이·팔 협상서 결정” 아랍권 반발… 국제사회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곧 이스라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이는 1967년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각각 건설, 영구히 분쟁을 없애자는 미국의 외교적 해법인 ‘이·팔 평화공존’ 구상(두 국가 해법)을 정면 부정한 것으로, 중동뿐 아니라 국제사회에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발표 직후 환영의 뜻을 밝힌 이스라엘을 빼고, 국제사회는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으며 아랍권은 강력히 반발했다. 영미권의 거의 모든 주요 신문들도 “매우 위험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인정할 수 없다”며 유감을 표명했고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의미 있는 중동평화 절차’를 강조하면서 “이런 노력을 해칠 어떤 행동도 절대 피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라고 경고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슬람 세계에 분노를 불러일으켜 새로운 긴장과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중동 내 미국의 주요 동맹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도 “극단주의를 조장하고 대(對)테러전쟁을 약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긴급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 문제를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유럽 ‘무슬림화’… 新십자군 전쟁터 되나

    유럽 ‘무슬림화’… 新십자군 전쟁터 되나

    2050년 7500만명… 최대 3배↑ 스웨덴 31%·獨 20% 차지할 듯 30년 후에는 유럽 내 무슬림 규모가 최대 3배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유럽의 무슬림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어 유럽을 ‘21세기 십자군 전쟁’의 전장으로 만들고 있다.미국 여론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유럽으로 유입되는 무슬림이 2015~16년과 같은 추세를 유지한다면 2050년에는 유럽 내 무슬림이 7500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유럽 전체의 14%로, 지난해 4.9%였던 유럽 내 무슬림 인구가 30년 뒤엔 약 3배 늘어나는 셈이다. ‘증가하는 유럽의 무슬림 인구’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유럽에 거주하는 무슬림의 숫자를 2016년 중반(2580만명)을 기준으로 ▲‘이민자 제로’ ▲중간 수준 ▲높은 수준으로 이민이 이뤄질 때 2050년 무슬림 이주율을 각각 예측했다. 이 결과 ‘이민자 제로’일 때에는 3000만명(전체 인구의 7.4%), 중간 수준이면 5880만명(11.2%), 높은 수준일 때는 7500만명(14%)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이 연구는 28개 유럽연합(EU) 국가들에 노르웨이·스위스를 더해 총 30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했다. 유럽 모든 국가가 똑같이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무슬림 유입이 ‘높은 수준’으로 이뤄지면 스웨덴과 독일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6%였던 독일 내 무슬림 인구는 2050년 20%로, 8%였던 스웨덴 내 무슬림은 31%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국가들은 2015년 무슬림 난민의 대거 유입 당시 가장 많은 난민을 받아들였다. 무슬림은 당장 유입이 중단돼도 증가한다. 비무슬림에 비해 아이를 많이 낳고 평균연령이 낮기 때문이다. 유럽 내 무슬림의 출산율은 2.6으로, 비무슬림(1.6)보다 높다. 15세 이하의 무슬림 비율은 27%로, 비무슬림(15%)보다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이렇게 양적으로도 확인된 ‘유럽의 무슬림화’는 질적으로도 유럽을 바꾸고 있다. 통합과 관용의 상징이었던 유럽에서 ‘반(反)무슬림’을 기치로 내건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하고 있다. 지난 9월 독일 총선에서 연방 하원의 제3당 자리를 꿰찬 ‘독일을 위한 대안’(AfD), 지난달 치러진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3위에 오른 자유당, 지난 3월 총선에서 2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극우 자유당(PVV), 2015년부터 폴란드 집권여당을 차지한 ‘법과정의당’(PiS) 등이 대표적이다. 유럽인들이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슬람국가(IS)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테러에 대한 두려움, 무슬림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과 치안에 대한 불안함, 난민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겼다는 불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좀더 근본적으로는 무슬림들이 몰려오면 ‘기독교를 믿는 백인’이라는 유럽 고유의 정체성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기저에 깔려 있다. 지난 11일 폴란드 독립기념일을 맞아 극우세력들이 수도 바르샤바에서 개최한 집회를 봐도 그렇다. 참가자들은 고트어로 ‘하느님의 뜻’이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었다. 이 구호는 11세기 십자군 전쟁 당시 유럽의 기독교 군대가 무슬림과 유대인을 학살할 때 사용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이 문구는 극우 세력 사이에서 이슬람교에 적대감을 드러낼 때 사용되고 있다. 기독교 세계가 이슬람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십자군 전쟁이 약 1000년 만에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을 잠식하는 ‘이슬람 혐오’는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미 유럽에 정착한 무슬림 이주민 2세와 3세, 그리고 새로 들어오는 난민들은 유럽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한다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이슬람 극단주의를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11월 130명 이상의 사망자와 300명 이상의 부상자를 낸 프랑스 파리 테러의 주범도 이슬람계 이민가정 출신의 젊은이였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IS, 크리스마스 테러 선동하는 포스터 공개

    IS, 크리스마스 테러 선동하는 포스터 공개

    이슬람국가(IS) 광신도들이 최근 SNS상에 ‘크리스마스 연휴’를 겨냥한 위협적인 포스터를 올리며 테러를 선동하기 시작했다. 27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이 공개한 포스터에는 ‘우리는 크리스마스에 곧 만난다’는 글과 함께 낮은 지붕에 서서 뉴욕 타임스퀘어 속 수많은 인파를 내려다보고 있는 산타클로스의 모습이 담겼다. 그 옆에는 다이너마이트 한 상자가 놓여 있다. 해당 포스터는 가장 최근에 공개됐지만 이전부터 테러리스트들은 크리스마스 동안 유럽 전역에 테러 공격을 암시하는 선전물을 올렸다. 크리스마스 불빛으로 단장한 영국 런던의 번화가, 크리스마스 시장이 펼쳐진 프랑스 파리 에펠탑 등 국가별 휴일 풍경과 테러를 예견하는 섬뜩한 사진을 중첩해 ‘곧 당신의 휴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지난 주에는 권총을 들고 복면을 쓴 인물이 성베드로 성당으로 차를 모는 포스터가 공개됐다. 포스터 상단에는 ‘크리스마스 블러드’(Christmas blood), 하단에는 빨간 글씨로 ‘그러니 기다려’(So wait)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는 마치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에 즈음해 독일 베를린에서 일어난 시장 트럭 테러를 연상시켰다. 지난 27일 오전에도 테러리스트들을 부추기는 또 다른 포스터가 온라인 상에 등장했다. ‘자신의 피를 억누르지 마라. 피의 대가로 천국이 따를 것’이란 메시지와 함께 로켓 발사기를 지닌 지하디스트(Jihadist·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조직원)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현지 언론은 SNS를 통한 광신도들의 테러 선동이 실제 크리스마스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이집트 이슬람 사원 폭탄·총기 테러, 235명 사망…엘시시 대통령 “보복할 것”(종합)

    이집트 이슬람 사원 폭탄·총기 테러, 235명 사망…엘시시 대통령 “보복할 것”(종합)

    24일(현지시간) 이집트 동북부 시나이반도에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겨냥한 무장 세력의 폭탄·총기 테러가 발생했다. 이번 테러로 사망자는 최소 235명으로 알려졌다.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번 테러를 감행한 세력을 향해 “보복하겠다”고 발표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앞으로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대대적인 군사작전을 예고했다. 이집트 일간 알흐람에 따르면 이집트 검찰청은 이날 오후 성명을 내고 시나이반도 북부의 모스크를 노린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 숨진 이들이 적어도 235명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부상자도 최소 130명에 이른다. 이는 이집트에서 발생한 단일 테러 사건 중에 최악의 인명 피해로 꼽힌다. 이날 시나이반도 북부 비르 알아베드 지역의 알라우다 모스크에서는 무슬림들의 금요 합동 예배가 진행 중일 때 큰 폭발이 일어났다. 엘라우다는 시나이북부 주도 엘아리시에서 서쪽으로 약 40km 떨어진 곳이다. 이 폭발 직후 모스크 바깥에서 대기하던 무장 괴한 무리는 모스크에서 달아나려는 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기를 난사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사흘간을 국가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긴급 안보 내각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그는 회의가 끝난 뒤 국영 TV로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악랄한 세력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군과 경찰이 우리 희생자를 위해 복수를 할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치안과 안정을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격의 배후를 자처한 세력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이 일대에서 주로 활동하는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이집트지부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 각국으로부터 애도 성명도 잇따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엄청난 사상자를 낸 이집트 폭탄·총기 테러를 두고 “예배를 보던 무고하고 방비가 안 돼 있는 사람들에 대한 끔찍하고 비열한 테러 공격”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자신의 트위터에 이집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시하며 “끔찍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에펠탑은 이를 애도하기 위한 차원에서 자정에 소등될 것이라고 파리 시장이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약진하는 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약진하는 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

    마카오와 맞닿아 있는 중국 광둥(廣東)성 주하이(珠海)시 궁베이(拱北) 세관은 하루 평균 40만명의 마카오 관광객들이 드나드는 매우 혼잡한 곳이다. 하지만 12명도 안 되는 세관 직원들이 이처럼 엄청나게 몰려드는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밀수꾼이나 탈세범 등 범죄자들을 쉬이 색출해낸다. 상하이 이투테크놀러지(依圖科技)이 개발한 얼굴인식 인공지능(AI) 기술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이다. 궁베이 세관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는 관광객들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알려주는가 하면, 하루에 몇 번씩 마카오를 출입하는 등 밀수 가능성이 높은 관광객들을 파악해 심층 관찰 대상이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감시 카메라는 모든 관광객들의 얼굴을 찍어 불과 3초 안에 중국 당국이 관리하는 14억명의 데이터베이스(DB)와 일일이 대조해 신분을 조회한다고 이투테크놀로지가 설명했다.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 수준이 약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연구·개발(R&D)과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국내 공공안전 보안용으로 개발한 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이 테러 위험에 노출된 유럽과 아프리카로 수출되는 등 중국을 AI 선진국 반열에 올려 놓았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얼굴인식 AI 기술은 눈과 광대뼈 사이의 거리처럼 얼굴 주요 특징들을 측정한 뒤 AI 기술을 통해 개별 신원을 정확하게 판별해낸다. 출입이 엄격하게 통제되는 정부 청사나 대학교, 병원 등 공공 건물에서 출입 때 카메라를 보고 한번 싱긋 웃어주거나 눈을 깜빡해 주면 금세 신원 확인이 끝난다는 얘기다. 2012년 설립된 5년차 스타트업(신생기업)인 상하이 이투테크놀러지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지역과 테러공격이 많은 영국·프랑스 등 유럽 지역 곳곳에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정부들과 안면인식 AI기술 수출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CMP는 이미 관공서를 중심으로 이투테크놀러지의 얼굴 인식 AI 기술 도입을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이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크게 주목받는 것은 이 지역에서 테러 공포가 커지며 공항과 대형쇼핑몰 등 공공 장소에서 테러에 대비한 보안 시스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린천시(林晨曦) 이투테크놀러지 공동 창업자 겸 R&D 책임자는 “언젠가는 AI 기술이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일상생활 곳곳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사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얼굴인식 AI 기술은 당초 공안 부문의 치안·감시를 위해 개발된 만큼 목적이 다소 불온하다. AI 기술을 국가안보와 사회질서 유지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복안인 탓이다. 단기적으로는 범죄 예방과 테러 방지, 중·장기적으로는 군 장비 개발과 운용 실무 분야에까지 AI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정부 청사와 학교, 병원 등 주요 시설 보안을 위한 공안기관들의 설치 요청이 빗발치고 금융 등 경제 분야에서도 활용도가 높은 까닭에 얼굴인식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중국 자오상(招商)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전역 1500개 지점에서 은행카드 없이 현금인출기(ATM)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한 얼굴인식만으로 현금을 인출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투테크놀러지는 “지난해 말 도입한 이래 단 한건의 잘못된 인출 사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중국 농업은행도 베이징과 상하이 등지의 20개 지점의 508대 ATM에 대해 얼굴인식 인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농업은행은 ATM에 얼굴인식만으로 하루 최대 3000 위안(약 50만원)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농업은행은 조만간 전국적으로 2만 4000개 지점의 10만개 ATM에 얼굴인식 AI 서비스를 적용할 방침이다. 중국 기차역에서도 얼굴인식 AI 기술을 접목한 검표시스템이 확대·시행되고 있다. 올해 초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역에서 얼굴인식 검표 시스템이 선보인데 이어 지난 10월 국경절 연휴를 맞아 산둥(山東)성 지난(濟南), 후난(湖南)성 창사(長沙) 등 지방 대도시에서도 이 시스템을 통한 관광객 검표가 이뤄졌다. 이와함께 산둥성과 장쑤(江蘇)성, 광둥성 등지의 대도시 교차로에는 얼굴인식 AI 기술이 내장된 장치를 설치해 보행신호 위반자의 신원을 곧바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광둥성 광저우(廣州)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이 시스템을 통해 음식 값을 지불하고 베이징 톈탄(天壇)공원 내 공공화장실에는 휴지를 훔쳐가는 사람들을 단속하기 위해 이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 덕분에 센스타임(Sensetime·商湯科技), 메그비(Megvi·曠視科技) 등 다른 얼굴인식 AI 기술 업체들의 제품들도 중국의 금융기관과 공항 등에서 널리 활용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첸잔((前瞻)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얼굴인식 시장 규모는 지난해 10억 위안(약 1646억원)에 불과했으나 오는 2021년 61억 위안(약 1조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중국 정부는 얼굴인식 AI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섰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연설을 통해 “2030년까지 중국을 AI 분야에서 세계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이어 중국 과학기술부는 지난 20일 홈페이지를 통해 정부기술(IT) 분야 핵심 부처와 공공기관 15곳으로 구성된 ‘차세대 AI 발전계획 추진 위원회’를 설립했다고 공지했다. 추진위원회에는 과기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공업정보화부,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협회 등이 참여했다. 위원회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阿里巴巴)와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및 게임 기업인 텅쉰(騰訊·Tencent), 최대 검색엔진 바이두(百度), 음성인식기술 전문업체 아이플라이테크(iFlyTek·科大訊飛)를 AI 분야 선도기업으로 지정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AI 굴기를 위해 ‘국가대표 드림팀’을 꾸렸다”고 평가했다. 알리바바는 도시 생활을 개선하는 솔루션인 ‘시티 브레인’, 텅쉰은 컴퓨터를 이용한 의료 진단, 바이두는 자율주행차, 아이플라이테크는 음성인식 AI 기술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위카이(餘凱) 전 바이두 딥러닝(Deep learning)연구소장은 “4대 기업들이 개발한 AI를 모두 공개해 중국의 모든 기업들이 이를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힘입어 투자 자금도 몰리고 있다. 센스타임은 지난 7월 4억 1000만 달러(약 45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고, 메그비는 이번 달에만 4억 6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펀딩했다. 알리바바는 이투테크놀로지, 아이폰 조립업체인 대만 폭스콘은 메그비의 지분을 각각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향후 3년 동안 AI 관련 기술 개발에 150억 달러를 쏟아붓는 ‘통큰’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전국에 2000만대 이상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 카메라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국에서 얼굴인식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데 대해 개인정보 유출 및 사생활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14억 인구를 잠재적 범죄 대상자로 취급해 실시간 감시한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크다. 국제 인권감시 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 19일 성명에서 중국 공안이 각종 감시 카메라로 수집한 ‘빅데이터’를 일반인들에 대한 감시 수단으로 삼는다며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美 방관 틈타… 러, 중동·동유럽서 패권 회복

    푸틴, 美와 대리전서 승리 강조 체코 대통령 “러, 佛 10배 중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와 체코 대통령을 잇달아 면담하며 이 국가들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재확인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관과 서방 세계의 분열을 틈타 푸틴 정권이 옛 소련 시절 중동과 동유럽에서의 패권을 일정 부분 회복한 상징적 사건으로 비춰진다. 푸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휴양도시 소치에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밀로시 제만 체코 대통령과의 회담을 통해 “시리아 정부군이 자국 영토의 98%를 통제하고 있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의 저항 근거지들이 남아 있지만 러시아 공군과 시리아 정부군의 공격으로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제만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승리한 것을 축하한다”면서 “바샤르 알아사드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시리아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방러 대표단에 140명의 기업인이 포함된 데 반해 프랑스 방문 때는 고작 14명의 기업인만이 동행했다”면서 “러시아가 우리에게 (프랑스보다) 10배는 중요하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을 치켜세웠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인 20일에는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시리아에서 우리가 테러범 격퇴를 위해 협력한 덕분에 군사작전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러시아 덕분에 시리아 내 정치적 해법을 도출하기 위한 과정이 가능해졌다”고 화답했다. 시리아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2015년 9월부터 시리아에서의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테러 단체 ‘이슬람국가’(IS)와 시리아 반군을 모두 소탕하는 군사 작전을 실시해 왔다. 반면 미국이 이끄는 국제연합군은 알아사드를 독재자로 규정하고 러시아와 별도로 시리아 반군과 손잡고 IS 격퇴 작전을 진행해 왔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회담에서 보여 준 자신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알아사드 정권에 공습을 명령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미국이 시리아를 러시아에 양도하고 방관자로 남은 현실을 보여 준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이란의 세력을 몰아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이란의 영향력도 건재해 말뿐에 그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정상인 제만 체코 대통령의 친러 행보도 동유럽에서 옛 영향력 회복을 꿈꾸는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결실로 꼽힌다. 제만 대통령은 푸틴의 측근인 러시아 국영철도 재벌 블라디미르 야쿠닌과 유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을 인정하고 서방의 대러 경제 제재를 반대해 왔다. 불가리아에서는 지난해 11월 친러 성향의 루멘 라데프 대통령이 당선되는 등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제난에 시달리는 동유럽에서의 러시아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사우디는 ‘이란식 민주주의’가 두려워

    사우디는 ‘이란식 민주주의’가 두려워

    레바논 ~ 이라크 ‘시아 벨트’ 부담 “사우디 왕권 교체기 불안 투영”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권 교체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권력 무함마드 빈살만(32) 사우디 제1왕위계승자(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아직 정치적 역량을 증명해내지 못했다. 이 와중에 오랜 숙적 이란은 중동 일대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란은 이슬람 시아파를 신봉한다. 수니파 맹주 사우디에게는 눈엣가시다. 이란은 혁명을 일으켜 왕조를 전복시키기도 했다. 새 국왕이 사우디를 틀어쥐기 전에 이란을 위시한 시아파가 중동을 장악하는 것은 아닌지, 이란에서 태어난 이슬람식 민주주의가 아랍국 일대로 퍼져 나가는 것은 아닌지, 이란을 바라보는 사우디는 불안하다.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연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긴급총회에서 “이란은 세계 제1의 테러지원국이다.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아랍국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우디 등은 지난 4일 예멘 시아파 후티 반군이 사우디 리야드 공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건의 배후에 이란과 헤즈볼라가 있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 측은 “이란의 공격에 나태하게 대응하지 않겠다”며 무력 충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은 20일 “아랍연맹의 성명은 거짓말과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같은 날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지도자는 TV 연설에서 “우습다”며 탄도미사일 발사 배후에 헤즈볼라가 있다는 설을 일축했다. 양측이 전쟁이라도 벌일 듯한 기세지만, 군사력·경제력 등 전통적인 ‘하드 파워’ 측면에서 이란은 사우디의 상대가 안 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펴낸 ‘세계 군비 지출 동향’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637억 달러(약 69조 8597억원)의 군비를 지출했다.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은 세계 4위다. 이란의 지난해 군비는 123억 달러로, 사우디의 5분의1 수준이다. 사우디는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 미국의 오랜 우방이기도 하다. 전임 버락 오바마 미 정부와 달리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이란에 적대적인 것도 사우디에 유리하다. 경제 규모도 사우디가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17년 사우디 국내총생산(GDP)은 6785억 달러이며, 이란의 GDP는 4276억 달러다. 또 사우디는 세계 1위 산유국으로 세계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하지만 이란의 ‘소프트 파워’는 사우디에 위협적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왕조를 전복시키고 이슬람식 민주주의를 구축한 전력이 있다. 최고 성직자가 최고지도자를 맡되 그 아래 대통령을 중심으로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분리해 민주주의가 작동한다. 반면 사우디는 1932년 국가를 수립한 이후 지금까지 전제군주제를 고수해 왔다. 사우디 국왕은 왕이자 동시에 이슬람의 수호자를 자임한다. 왕은 입법, 사법, 행정 등 각 방면에 걸쳐서 절대적 권력을 가진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지난 12일 “사우디는 이란이 혁명을 수출해 자국 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란의 입김 강화가 사우디 왕위 교체기와 맞물리면서 사우디의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 정부는 양위 계획을 부인하고 있지만, 데일리메일은 지난 16일 왕실 관계자들을 인용해 “늦어도 25일까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왕위를 이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란은 동맹국 또는 추종 세력에 자율성을 주는 방식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미 온라인매체 더인터셉트는 지난 17일 “사우디와 이란이 각각의 동맹국을 어떻게 대우하는지를 보면 현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더인터셉트에 따르면 이란은 각국을 직접 통치하거나 명령하지 않고 독립적 정치구조를 허용한다. 헤즈볼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 후티 반군 등이 그 예다. 그들은 의사결정에서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반면 이슬람 근본주의 ‘와하비즘’이 지배하는 사우디는 동맹국에도 엄격한 종교적·정치적 기준을 요구했다. 때문에 소수의 우방국을 제외한 다수를 적국으로 만들었다. 실제로 이슬람국가(IS) 패퇴 이후 이란은 IS가 점령했던 이라크, 시리아와의 유대를 다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이란의 지지를 받는 헤즈볼라의 입지가 단단해졌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사우디는 머리맡에 이란~이라크~시리아~레바논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시아 벨트’를 두게 된다. 다급해진 사우디는 앙숙 이스라엘의 손을 잡았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20일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의 발언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사우디와 비밀리에 접촉해 왔다”고 전했다. 조너선 아델만 미 덴버대 국제학 교수는 지난 17일 미국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빈살만 왕세자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란과의 갈등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면서 “국내 문제로 향한 사우디의 시선을 이란으로 돌리려는 것이지 꼭 전쟁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카타르 아부 디아브 프랑스 파리대 정치학 교수는 “이라크, 시리아 그리고 예멘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이 변수”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파리 연쇄 테러 2주기…차분한 분위기 속 추모식 열려

    파리 연쇄 테러 2주기…차분한 분위기 속 추모식 열려

    130명의 목숨을 앗아간 프랑스 파리 연쇄 테러 2주년 추모식이 테러 현장과 파리시청 광장에서 13일(현지시간) 진행됐다.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이번 추모식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 등이 참석해 고인들을 기렸다. 마크롱 대통령은 먼저 이날 아침 일찍 파리 북부 교외의 생드니의 축구경기장 스타드 드 프랑스를 찾아 헌화했다. 스타드 드 프랑스는 2015년 11월 13일 저녁 파리 바타클랑 극장 등과 함께 동시다발 테러가 일어난 곳 중 하나다. 독일과 프랑스 대표팀의 친선 경기 전반전이 진행되던 중 경기장 진입을 시도하던 테러범 3명은 여의치 않자 경기장 입구 바깥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렸다. 버스 운전기사 1명이 폭탄에 목숨을 잃었다. 당시 파리 시내 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세력의 총격·폭탄 테러로 시민 총 130명이 희생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스타드 드 프랑스 추모식 후 곧바로 파리 10구의 바타클랑 극장으로 이동해 안 이달고 파리시장과 함께 헌화한 뒤 묵념했다. 바타클랑 극장은 2년 전 파리 연쇄테러 당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장소다. 무장괴한들의 무차별 총기 난사로 90명이 숨을 거뒀다. 이어 파리 11구청으로 이동한 마크롱 대통령은 테러 희생자 유족들과 포옹하는 등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상징하는 풍선들을 하늘로 날려 보냈다. 추모식에는 파리 연쇄 테러 당시 국정을 이끌었던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도 참석했다.파리시청 앞 추모식에는 2년 전 테러 당시 바타클랑 극장에서 콘서트를 했던 미국의 록밴드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Eagles of Death Metal)이 깜짝 등장했다. 이 밴드는 듀란듀란의 히트곡 ‘세이브 어 프레이어’(Save a prayer)와 자신들의 히트곡 ‘아이 러브 유 올 더 타임’(I love you all the time)을 부르고 군중들에게 흰 장미를 선사했다. 이글스 오브 데스메탈은 테러 당시 무대 뒷문을 통해 무사히 탈출했지만, 스태프 일부는 목숨을 잃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프랑스 대학캠퍼스 앞 차량돌진 20대 청년 3명 다쳐

    프랑스 대학캠퍼스 앞 차량돌진 20대 청년 3명 다쳐

    프랑스 남부의 한 대학 캠퍼스 앞에서 차량이 학생들에게 돌진해 20대 청년 3명이 다쳤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툴루즈 인근의 소도시 발냑의 한 대학 캠퍼스 출구 쪽에 모여있던 학생들의 무리로 차량이 돌진했다. 20대 중국계 대학생들인 3명의 부상자 중 2명은 중상이라고 방소은 전했다. 차량 운전자는 사건 직후 경찰에 체포됐으며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피의자는 경찰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인 ‘파일 S’에 오른 인물은 아니지만 전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테러 여부인지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제사회·반대파 포섭 없이… 고립 부른 ‘독립 무리수’

    국제사회·반대파 포섭 없이… 고립 부른 ‘독립 무리수’

    그토록 염원하던 ‘독립 공화국’의 꿈은 손에 잡힐 듯 다가왔다 멀어져버렸다. 스페인의 카탈루냐와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정부 두 세력은 모두 여기까지일까. 스페인 정부는 지난 27일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박탈했다. 독립 선언을 둘러싼 줄다리기 한 달여 만이다. 쿠르드 자치정부의 마수드 바르자니 수반은 29일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쿠르드 정부가 실효적으로 지배하던 키르쿠크 유전을 이라크 중앙정부가 점거하며 압박한 결과이다. 분리·독립이라는 ‘정치적 도박’을 감행한 두 지도자는 자기 민족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이 어떤 실패의 과정을 겪게 됐는지 짚어봤다.■궁지 몰린 카탈루냐 독립파 푸지데몬, 압도적 지지 없이 강행 EU 등 국제적 공감 얻는 데 실패 잔류파에 향후 주도권 빼앗길 듯 스페인 중앙정부가 지난 27일(현지시간) 독립 공화국을 선포한 카를레스 푸지데몬(54)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과 내각 관료를 모두 해임하고 오는 12월 21일 새 자치 의회를 구성하기 위한 조기 선거를 실시하기로 했지만 정국 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카탈루냐 유럽민주당’과 민중연합후보당 등으로 구성된 연립 정권의 수장으로 지난해 1월 취임한 푸지데몬 수반은 독립국 건립을 공약으로 내세운 ‘골수 독립파’로 통한다. 하지만 일간지 엘 문도가 29일 공개한 카탈루냐 주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 현재 카탈루냐 유럽민주당 등 독립파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42.5%, 사민당 등 잔류파 정당에 대한 지지율은 43.4%를 기록했다. 이는 12월 21일 조기 선거에서 독립파가 스페인 잔류파에 정국 주도권을 뺏기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로, 애초에 푸지데몬 수반이 독립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수를 뒀다는 점을 보여 준다. 지난 1일 90%의 찬성률을 보인 독립 주민 투표도 투표율 자체는 43%에 그쳐 잔류를 지지하는 다수의 여론이 침묵한 가운데 독립파의 의견만 과잉 부각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독립파만큼이나 잔류파의 저항도 거셌다. 카탈루냐의 독립을 반대하는 ‘카탈루냐 시민사회’ 등 잔류파들은 지난 8일에 이어 29일에도 바르셀로나에서 최소 30만명이 집결해 독립 반대 시위를 벌였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20%가량을 차지하는 부유한 지역이지만 주민 투표 이후 1700여개의 기업이 다른 지역으로 본사 이전을 결정하자 독립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간 막강한 경제력을 믿고 독립을 추진했지만 분리될 경우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우려다. 푸지데몬 수반의 가장 큰 패착은 카탈루냐가 스페인으로부터 억압받고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2008년 세르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해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은 코스보의 사례를 보면 1990년대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정권으로부터 ‘인종청소’식의 대규모 학살을 경험해 유엔의 보호를 받은 바가 있다. 프랑스 국제법 전문가인 장 클로드 피리스 전 유럽연합(EU) 고문은 지난 28일 “주권, 영토, 국민을 갖춰도 국제적 승인이 없으면 주권 국가 기능을 할 수 없다”면서 “EU 국가들이 스페인 중앙정부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카탈루냐의 독립은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며 카탈루냐는 그동안 (코소보와 달리) 민주적 권리를 모두 누려 왔다”고 지적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지난 1일 주민 투표 후 당장 독립을 추진할 것처럼 기세등등하던 푸지데몬 수반은 결국 지난 10일과 16일 스페인 정부에 두 달간의 독립 추진 유예 조건으로 대화를 제안했다. 이는 EU와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어내기 위해 중앙정부의 도발을 유도하고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정부는 카탈루냐에 19일 오전까지 독립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며 최후 통첩을 날렸고 사실상 이때부터 전세가 역전된 셈이다. 카탈루냐 유럽민주당 내에서도 오는 12월 선거를 명분 삼아 이제 독립에서 한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푸지데몬은 사면 초가에 몰리게 됐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바르자니 수반, 불명예 퇴진 IS격퇴 힘입은 바르자니 수반 임기 연장하며 주민투표 승부수 이라크, 미국 등에 업고 협상 외면 마수드 바르자니(71) 쿠르드자치정부(KRG) 수반이 29일(현지시간) 퇴임 의사를 밝혔다.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바르자니 수반은 이날 자치의회에 제출한 서한을 통해 내달 1일까지인 자신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겠다면서 수반의 권한을 자치내각과 법원, 의회에 분산해 달라고 요구했다. 쿠르드 자치의회는 격론 끝에 이를 승인했다. 바르자니 수반은 국제사회의 흐름은 읽지 못한 채 자신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분리·독립 투표를 강행하다 역풍을 맞은 것이다. 2005년 6월부터 12년간 KRG를 이끌어 온 바르자니 수반은 이라크 쿠르드족의 독립 항쟁을 이끌어 온 집안 출신이다. KRG의 집권여당인 쿠르드민주당(KDP)에 3대째 몸담아 왔고 1979년부터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바르자니 수반이 당수를 맡았다. 그에게 쿠르드의 독립은 자신이 이루고픈 최대의 업적이었다. KRG는 2014년부터 이라크군을 대신해 이라크 서북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IS를 막아내고 있었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그는 지난 6월 7일 분리독립 찬반 주민 투표 실시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 찬성 92.7%(투표율 78%)라는 압도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바르자니 수반은 이라크 정부에 협상을 요구했다. 후폭풍은 거셌다. 이라크는 지난 16일부터 군사작전을 벌여 KRG가 실효 지배해 오던 키르쿠크주 유전지대를 장악했다. 국제사회도 KRG를 외면했다. 특히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 KRG의 도움을 받은 미국이 나서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우리는 이 전투에서 어느 편도 들고 있지 않다”고 했다. 내심 의지했던 미국의 외면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터키와 이란도 자국 내 쿠르드족이 독립국가의 출현에 영향을 받을까 봐 반대 입장을 굳혔다. 유럽연합 역시 영국 스코틀랜드와 벨기에 플랑드르 등 다른 지역까지 분리독립 바람이 불 것을 걱정했다. 바르자니 수반의 결정적 패착은 독립국가의 탄생을 견제하는 국제사회의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었다. 실패의 또 다른 원인은 바르자니 수반이 석유가 생산되는 키르쿠크의 지배권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섣불리 독립 카드를 꺼내 이라크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는 하루에 약 56만 배럴을 생산해 터키 방면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하는데 이 중 절반가량이 키르쿠크 일대에서 생산된다. 아랍에미리트(UAE) 매체 더 내셔널은 키르쿠크를 놓고 줄곧 이권다툼을 해 온 이라크로서는 KRG가 키르쿠크를 기반으로 독립국가가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KRG는 지난 25일 “분리독립 찬반 투표 결과를 동결한다”며 백기투항했고, 바르자니 수반의 퇴임으로 이어졌다. 바르자니 수반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현 상황은 독립투표 탓이 아니고 이라크 중앙정부가 예전부터 계획했던 일(KRG 흡수)의 핑계일 뿐”이라면서 “미국이 테러분자로 지정한 세력(시아파 민병대)이 미제 탱크로 우리를 공격하는 데 놀랐다”면서 미국에 불만을 표했다. 그러나 바르자니 수반은 정계를 완전히 떠나는 대신 2선으로 물러나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언론은 바르자니 수반의 조카이자 KRG 총리인 네차르반 바르자니가 권력 공백기에 지배권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민희 기자 haru@seoul.co.kr
  • [데스크 시각] 당신들이 전쟁을 말할 때 우리는 몸서리친다/이두걸 금융부 차장

    [데스크 시각] 당신들이 전쟁을 말할 때 우리는 몸서리친다/이두걸 금융부 차장

    지난 추석 연휴 기간 미국 동부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하는 친척 동생이 귀국했다. 미국 친구들은 “추석을 맞아 한국으로 잠시 들어간다”고 안부를 전하니 다들 “의아하다”고 반응했단다. “(전쟁이 벌어질 수 있는데) 들어가도 괜찮겠냐. 위험하지 않으냐”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글로벌 경제는 경제 대공황급 위기에 빠진다. 미국이 ‘북한 폭격’ 카드를 꺼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분석을 들려줬다. 찜찜함이 가시지 않았다. 문제의 분석은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영국 소설가 켄 폴릿은 20세기 3부작 첫편인 ‘거인들의 몰락’에서 1차 세계대전 직전의 외교 상황을 독일 무관 발터의 입으로 묘사한다.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프랑스 등과 달리 독일은 주변국 영토를 탐내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왜 우리가 전쟁을 벌여야 하나.” 전쟁 초기에는 세르비아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등을 중심으로 한 ‘국지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4년 동안 무려 900만명이 희생되는 세계 제1차 대전으로 확전할 것이라고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당시 독일 황제 빌헬름 2세는 병사들에게 “낙엽이 지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할 정도였다. 글로벌 경제를 감안하면 북·미 간에 전면전이 벌어질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은 합리적인 추론이다. 리서치 기관들은 글로벌 생산의 2% 정도를 차지하는 한국에 전쟁이 발발하면 전 세계 전자제품 가격은 최소한 2배 이상 폭등하면서 글로벌 무역 흐름이 붕괴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위원장 외에 다른 지도자들이 섣불리 전쟁 가능성을 언급하지 않는 이유다. 하지만 호전적 정치인들은 ‘조국의 영광’ 따위의 미사여구를 앞세워 청년들의 손에 총을 쥐여 주곤 한다. 1차 대전 직전인 20세기 초반에도 지금 못지않게 주요국들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상태였다. 물론 정치 지도자들은 부담이 덜했을 것이다. 전장에서 포화에 맞아 몸이 찢겨 나갈 사람들은 제 자식들이 아닌 평범한 노동자나 농민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건 벼랑 끝 대치를 벌이는 미국과 북한 지도자들, 그리고 국내의 전쟁 불사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1차 세계대전의 유럽 상황은 지금의 동북아와 놀랄 만큼 닮았다. 호전적인 지도자들은 차고 넘친다. 주요국의 반목과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정치·외교 엘리트가 부재하다. 당시 세르비아와 마찬가지로 한반도는 전략적 요충지이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한 세기의 간극을 뛰어넘는 공통점이다. ‘평화가 우선’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진심을 담고 있다. 맞다.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전쟁을 막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외교전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한국전쟁은 강대국 간 대리전’ 대목을 들어 소설가 한강을 두고 ‘역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일 시간에 주변 강대국 외교관들과 전화 한 통 더 하는 게 생산적이다. 자칭 ‘친미 인사’들이 한반도 전쟁 방지를 위해 뭘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1차 대전 직전에 백색 테러에 목숨을 잃은 프랑스 정치가 장 조레스가 던진 반전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 “나는 산 자를 부른다. 나는 죽은 자를 호곡한다. 나는 전쟁의 뇌성벽력을 깨뜨리리라.” douzirl@seoul.co.kr
  • 차에 로켓포·자동소총 싣고 가다가 프랑스서 체포된 20대 남녀

    차에 로켓포·자동소총 싣고 가다가 프랑스서 체포된 20대 남녀

    20대 남녀가 승용차에서 로켓포와 자동소총 등 중화기가 발견돼 프랑스 경찰에 체포됐다.4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라프로방스와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등에 따르면 전날 프랑스 마르세유 인근 항구도시인 포르드북의 한 도로에서 경찰이 일상적인 검문 검색의 일환으로 차량 수색을 하던 중 20대 남녀가 불법무기를 소지한 혐의로 긴급 체포됐다. 이들의 차 안에서는 로켓포와 러시아제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 탄약이 발견됐다. 특히 칼라시니코프 소총과 휴대용 로켓 발사기 등은 중동과 북아프리카 등지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집단이 자주 이용하는 무기다. 경찰은 이들이 테러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과 무기 밀매조직의 일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2015년 11월 자동소총과 고성능 사제폭탄으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이 파리 시내 공연장과 축구경기장 등에서 동시다발 테러를 벌여 130명이 숨진 일이 있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프랑스 마르세유역에서 흉기 테러…시민 2명 사망·범인 사살

    프랑스 마르세유역에서 흉기 테러…시민 2명 사망·범인 사살

    프랑스 제2 도시인 지중해연안 마르세유의 기차역에서 흉기 난동 테러로 시민 2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1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와 프랑스앵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오후 마르세유 생샤를 역에서 흉기를 든 괴한의 테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범인의 칼에 찔린 시민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범행 당시 괴한이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라는 뜻)라는 구호를 외쳤다고 전했다. 괴한은 테러 특별경계작전 ‘상티넬’에 따라 역사 인근을 순찰하던 프랑스군 병사들의 사격을 받고 제압됐으며 현장에서 숨졌다. 프랑스 당국은 범행 수법과 목격자 증언을 토대로 즉각 테러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 현장인 마르세유 중심가는 군경의 삼엄한 통제 속에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제라르 콜롱 내무장관은 테러 소식을 듣고 급거 마르세유로 이동 중이라고 내무부가 밝혔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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