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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 인생’은 어렵다” 美연구팀 ‘충격’ 주장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 인생’은 어렵다” 美연구팀 ‘충격’ 주장

    인간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에 지금 태어난 아이들도 100세까지 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미국 연구팀의 주장이 나왔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 일리노이대 공중보건대학의 제이 올샨스키 전염병학·생물통계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과학저널 ‘네이처 에이징’(Nature Aging)에 올렸다. 올샨스키 교수는 한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스위스, 호주, 홍콩 등 평균수명이 높은 8개국에 미국을 추가한 9개국을 중심으로 1990년부터 2019년까지 기대수명 추정치를 추적했다. 데이터는 막스 플랑크 인구소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에서 발췌해 사용했으며, 미국은 상위 40위권에 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석 결과 2019년 당시 태어난 여성 어린이가 100세까지 살 확률은 5.1%에 불과했다. 남성 어린이가 100세까지 살 확률은 겨우 1.8%에 그쳤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는 속도 또한 현저히 줄어들었다. 1990년에는 기대수명이 10년마다 2년 반씩 늘어났지만, 2010년대에는 1년 반으로 줄어들었다. 올샨스키 교수는 34년 전인 1990년에도 기대수명 아이들이 평균 85세까지만 살 수 있으며, 100세까지 생존할 수 있는 아이의 비율은 1~5%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아이들의 50%가량이 100세까지 살 것이라는 예측에 익숙해져 자신이 예측한 차가운 현실을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울샨스키 교수는 “1990년에 기대수명 증가가 둔화하고, 우리가 반창고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의료 개입의 영향이 기대수명에 미치는 영향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많은 사람이 내 의견을 부인하고 ‘아니요, 싫어요!’라고 말했다”며 “그들은 의료와 생명 연장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돼 기대수명을 연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가설을 테스트하기 위해 30년을 기다렸다. (연구 결과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빠르게 증가하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여전히 기대 수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보다 속도가 점점 더 느려졌다”고 덧붙였다. 기대수명이 영원히 늘어날 수 없는 이유는 현재 의료기술로 노화 자체를 늦추거나 막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올샨스키 교수는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십 년 동안 100세 이상 인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단순히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예상했다. 올샨스키 교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성의 15% 미만, 남성의 5% 미만이 100세 넘어서도 살 것이며, 이러한 비율은 제한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바이든 상대로는 청춘이었는데”…78세 트럼프, 횡설수설 말실수에 고령 우려

    “바이든 상대로는 청춘이었는데”…78세 트럼프, 횡설수설 말실수에 고령 우려

    다음 달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8) 전 미국 대통령이 잦은 말실수와 횡설수설로 고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이 전했다. 조 바이든(82) 대통령과 비교해서는 상대적으로 청춘이었지만 더 젊은 경쟁자와 붙으면서 고령 문제가 부각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기관 유거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16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가 ‘트럼프의 건강과 나이가 대통령직 수행을 상당히 제약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고령 논란의 재점화로 후보직을 사퇴하는 계기가 됐던 지난 6월 말 토론 당시의 조사(27%)에 비해 크게 오른 수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 및 인지력을 우려하는 유권자 비율은 대체로 30% 안팎을 유지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8살 어린 카멀라 해리스(60) 부통령이 등판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유거브의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의 나이에 대해 우려하는 유권자는 7%에 불과했다. 바이든 대통령처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실수도 이런 우려를 키우는 요소다. 그는 지난달 18일 폭스뉴스에서 같은 달 10일 진행된 해리스 부통령과의 토론과 관련해 진행자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면서 “그들은 내가 한 말은 정정했는데 내 생각에 9번에서 11번은 그런 것 같다. 그러자 관람객은 완전히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토론은 관람객 없이 진행됐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신에 대한 비밀경호국(SS)의 경호 문제를 언급하면서 “그것은 실질적으로 나를 죽이려 하는 북한 대통령(the president of North Korea)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는데 문맥상 ‘이란’을 ‘북한’으로 잘못 언급한 것으로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영화 ‘양들의 침묵’(Silence of the lambs)을 ‘입술의 침묵’(Silence of the Lip)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1929년 대서양 단독 비행에 성공한 뒤 프랑스 파리에 착륙한 찰스 린드버그와 관련해 유세 현장에서 “그가 뉴욕에 착륙했던 것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AK-47 자동소총을 ‘MK-47’로, 샬러츠빌을 ‘샬러츠타운’, 미니애폴리스를 ‘미니애나폴리스’ 등으로 잘못 부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 시간과 스타일의 변화도 노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NYT는 자체 컴퓨터 분석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평균 연설 시간은 2016년 45분에서 현재는 82분으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당시와 비교해 현재 ‘항상’, ‘전혀’ 등과 같이 절대적인 의미의 단어 사용이 13% 정도 늘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노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긍정적인 단어보다 부정적인 단어를 32% 더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인지 변화를 보여주는 다른 지표라고 보도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 일정도 이전보다 줄었다. 그는 2016년 6~9월 모두 72번의 집회를 개최했으나 이번 대선에서는 같은 기간 24회만 유세 일정을 가졌다고 악시오스가 지난달 말 보도한 바 있다. NYT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들어 이날까지 61회의 유세를 했으나 2016년에는 모두 283차례 개최했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권의 누구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스태미나를 갖고 있으며 미국 역사상 가장 똑똑한 리더”라고 반박했다.
  • 2024 노벨문학상은?

    2024 노벨문학상은?

    수상자 10일 오후 8시 결정문학인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영예, 노벨문학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수상자 선정이 다소 ‘정치적’이라는 논란도 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권위를 지닌 것만큼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올해 스웨덴 한림원의 선택은 누구일까. 수상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작가들을 꼽아 봤다. 그간 높은 적중률을 자랑했던 영국 온라인 베팅 사이트 나이서오드의 배당률 순위 등을 참고했다.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소설가 찬쉐(71)는 ‘언제 받아도 받을’ 가장 강력한 후보다. 본명은 덩샤오화, 찬쉐(殘雪)는 필명이다. 문화대혁명 시기 초등학교만 졸업한 찬쉐는 문학과 철학을 독학하며 글을 썼다. 프란츠 카프카는 물론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등 서구문학 정전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여기에 중국 전통 무속 신앙을 곁들인 독특한 세계를 펼쳐 냈다. 국내에는 올해 초 번역된 ‘격정세계’(은행나무)를 포함해 ‘황니가’(열린책들), ‘오향거리’(문학동네) 등이 소개됐다. 세계 공용어로 통하는 영어권 작가가 중요하게 거론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캐나다 시인 앤 카슨(74)의 이름이 눈에 띈다. 고대 그리스어를 전공한 고전문헌학자이기도 한 그는 신화의 세계를 전복시키는 상상력으로 감각적인 작품을 써 왔다. 그리스 신화에서 괴물 게리온과 영웅 헤라클레스 이야기를 퀴어적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빨강의 자서전’(한겨레출판)이 국내에서 널리 읽혔다. 이 밖에 조이스 캐럴 오츠(86·미국), 토머스 핀천(65·미국), 마거릿 애트우드(85·캐나다) 등 현대 영문학 거장들의 이름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한림원이 지역·인종 등의 요소를 정치적으로 고려하는 만큼 영어를 쓰더라도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을 가진 작가에게 상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카리브해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 자메이카 킨케이드(75), 호주 원주민 애버리지니 소설가 알렉시스 라이트(74), 인도계 영국 소설가로 평생 이슬람 세계에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 살만 루슈디(77)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는 모국어로 활동하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86)도 대표작들은 영어로 쓰였다. 2016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83)의 사례에서 보듯 꼭 순수문학 작가만 받으라는 법도 없다. 일각에서는 ‘호러의 대가’로 통하는 장르문학 작가 스티븐 킹(77)의 수상을 조심스레 점치기도 한다. 유럽어도 영어만큼이나 강력하다. 국내 문학 편집자 상당수는 러시아 소설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81)의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꾸준히 러시아 정부를 비판했던 그는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도 목소리를 높인 ‘러시아문학의 양심’이다. 이 일로 지금은 러시아를 떠나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 소설가 욘 포세(65)가 수상했기에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거론되는 노르웨이 소설가 칼 오베 크네우스고르(56)를 비롯해 미셸 우엘베크(66), 피에르 미숑(79·이상 프랑스), 헬레 헬레(59·덴마크) 등이 있다. 2012년 중국 소설가 모옌(69)을 끝으로 아시아권 작가는 지난 11년간 노벨문학상과 인연이 없었다. 이번엔 어떨까. 대중과 평단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75),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와 일본어로 동시에 활동하는 다와다 요코(64) 정도가 들린다. 중국에선 찬쉐 외에도 옌롄커(66)가 거론된다. 한국에서는 한때 거론된 시인 고은(91) 후 소설가 한강(54), 시인 김혜순(69)이 언급된다. 한강은 영국 부커상, 김혜순은 미국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바 있다. 물론 받지 못한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그것이 한국문학의 수준이 낮다는 뜻이 아니라서 그렇다. 한국은 외려 너무 오랫동안 ‘노벨문학상 콤플렉스’에 과도하게 사로잡혔던 경향이 있다. 물론 이 모든 예상을 깨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가가 받을 수도 있다. 예측은 예측일 뿐이다. 수상자는 오는 10일(한국시간) 오후 8시 결정된다.
  • [강유덕의 유럽 프리즘] 유럽 통합의 시험 부른 난민

    [강유덕의 유럽 프리즘] 유럽 통합의 시험 부른 난민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에서 치른 총선에서 극우정당인 자유당(FP※)이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반이민 정책과 유럽연합(EU) 회의론,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웠다. 자유당은 연정을 통해 차기 총리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극우정당들은 최근 유럽 각국의 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2년 이탈리아 총선에서는 파시즘 전력을 가진 ‘이탈리아 형제당’이 우파연합을 이끌며 1위를 차지했다. 당 대표 조르자 멜로니는 이탈리아 최초의 극우 정당 출신 총리가 됐다. 2023년 3월 포르투갈 총선에서도 극우정당 ‘체가’(Chega)가 의석수를 4배로 늘리며 3위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도 극우정당은 두드러진 세력 확장세를 보인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지난 십여년간 각종 선거에서 꾸준히 지지세를 확대해 왔다. 당 대표인 마린 르펜은 두 번 연속으로 대통령 결선 투표에 진출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경쟁했다.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세 번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지난 7월 마무리된 하원 선거 1차 투표에서 여당을 두 배 이상 앞서며 선두를 차지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극우정당인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점차 정치적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지난달 튀링겐주 지방의회 선거에서 AfD는 1위를 기록했고, 작센주에서는 2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다른 정당들은 AfD를 배제한 연정 구성을 시도하고 있지만, AfD는 다양한 거부권 행사로 주 의회 운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극우정당의 부상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고물가, 일자리 문제, 사회 양극화, 그리고 EU 체제에 대한 불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극우정당들은 이러한 이슈를 반이민 정책과 결합해 국가 정체성, 치안, 국경 통제를 강조하며 지지층을 확대하고 있다. 반이민 정서를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것은 유럽 극우정당들의 공통된 특징이다. 최근 유럽으로 유입되는 난민 수가 다시 크게 증가하면서 반이민 정서도 더욱 확산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EU 회원국에 접수된 망명 신청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대응해 유럽 각국은 각기 다른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난민을 알바니아로 보내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으며 영국 보수당 정부는 르완다와 난민 수용 협정을 추진했으나 인권단체의 반발과 위헌 판결로 무산됐다. EU도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대가로 튀르키예에 약 60억 유로를 지원하는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난민 문제는 EU 통합과 각국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할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각국이 EU 체제 내에서 협력을 선택할지, 아니면 각자도생의 길을 택할지 결정해야 하는 기로에 놓여 있다. 극우정당의 부상은 이 선택 속에서 국가별 독자적 대응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난민 문제는 단순한 국경 통제를 넘어 EU 체제와 유럽의 포용적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도전인 셈이다. 강유덕 한국외대 LT학부 교수
  • 헤즈볼라가 빠진 자만의 덫, 이스라엘도 걸려들 수 있다

    헤즈볼라가 빠진 자만의 덫, 이스라엘도 걸려들 수 있다

    적국 이스라엘의 전력을 얕보고 동맹국 이란의 힘을 과신한 헤즈볼라가 빠진 ‘자만의 덫’에 이스라엘도 걸려들 수 있다는 외신 분석이 나왔다. 역사적으로 이스라엘이 적국을 침공한 뒤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에 나섰을 때 의도와는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실패의 산물이 헤즈볼라였다. 지난 27일 이스라엘 폭격에 암살된 레바논 무장정파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저지른 두 가지 전략적 실수는 최대 적국인 이스라엘의 전력을 과소평가하고 자신의 후원자인 이란과 중동 지역 무장 세력의 힘을 과대평가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자국 핵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을 대비하고 전쟁을 억제하기 위해 정밀 유도 탄도 미사일을 포함한 방대한 미사일과 로켓 무기고를 보유해왔다. 하지만 그들의 무기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에 피해를 줄 수 없었다. 9월 19일 이후 헤즈볼라의 공습으로 인해 사망한 이스라엘인은 단 한 명도 없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은 이스라엘에 굴욕적인 정보 실패를 안겼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면밀히 감시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바로 2006년 이래로 이스라엘 군대와 정보 기관이 헤즈볼라와의 불가피한 전쟁에 집중해 왔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헤즈볼라가 ‘자만의 덫’에 빠져 지도부가 거의 몰살당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이스라엘 역시, 유사한 함정에 빠질 위험이 있다. 특히 레바논에 대한 지상 침공을 시작하고 ‘레짐 체인지’를 강행한다면 더욱 그렇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 암살이 “향후 수년간 이 지역의 힘의 균형을 바꾸기 위한 조치”라고 선언했지만, 최근의 중동 정치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과 중동 전체에서 지각 변동을 일으키려는 야망과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29일(현지시간) CNN이 짚었다. 1982년 6월 이스라엘은 지상군을 동원해 레바논 침공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분쇄, 레바논 베이루트에 기독교 세력 주도 정부 수립, 시리아 군대 철수 등 3가지 침공의 목표를 내세웠으나 이를 이루려는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족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누를 수 없었고, 5년 뒤 발발항 제1차 팔레스타인 인티파다는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번졌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 레바논 의회에서 선출된 마론파 기독교 민병대 지도자 바시르 알게마엘이 대통령에 뽑혔지만, 취임 전 베이루트 동부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로 암살당했다. 그의 형제 아민이 그를 대신했다. 미국의 적극적인 격려 아래 1983년 5월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정상적인 양자 관계 수립을 위한 협정에 서명했다. 1982년 9월 사브라샤틸라 대학살 이후 베이루트에 군대를 배치했던 미국은 1983년 10월 대사관이 두 차례 폭격을 받은 후 철수했고, 미 해병대와 프랑스 군도 철수했다. 이후 레바논 내전이 발발해 6년 이상 지속됐다. 1976년 아랍 연맹 위임에 따라 레바논에 진입한 시리아군은 2005년 라피크 알 하리리 전 총리가 암살된 이후 철수했다. 1982년 이스라엘 침공의 가장 중요한 산물은 헤즈볼라였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남부 레바논 지역에서 철수하길 강요하며 무자비한 게릴라전을 벌였다. 이들의 무장투쟁은 2000년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일방적으로 철수하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는 아랍 군대가 이스라엘을 아랍 땅에서 철수하도록 성공적으로 밀어붙인 처음이자 유일한 사례였다. PLO보다 더 강력한 이스라엘의 저항 세력으로 자리잡은 헤즈볼라는 2006년 전쟁에서 이스라엘과 싸웠고, 그 후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더욱 강해졌다. 2003년 미국이 주도한 이라크 침공의 사례가 있는데,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는 사담 후세인의 몰락이 테헤란과 다마스쿠스 정권을 무너뜨리고 중동 전역에 자유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것이라는 환상을 품었다. 하지만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산산조각난 알카에다는 이라크의 수니파 삼각 지대에서 다시 태어났고, 결국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이슬람국가(IS)로 변모했다고 CNN은 짚었다. 컨설팅 회사 르백인터내셔널(Le Beck International)의 정보 책임자인 마이클 호로비츠는 WSJ에 “헤즈볼라는 이란의 또 다른 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지역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는 이란의 방어 교리의 일부이며 이스라엘에 대한 주요 억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헤즈볼라는 이란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이제 이란은 잠재적으로 헤즈볼라를 방어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이 정부 영빈관에서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를 암살한 지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이란의 계산은 이스라엘이 자국 안보 기관에 얼마나 깊이 침투했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더욱 복잡해졌다. 서방 제재를 받고 있는 이란은 많은 군사 장비와 부품을 ‘어둠의 경로’를 통해 헤즈볼라에 조달해야 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의 공급망에 침투해 워키토키와 페이저에 폭발물을 장착했을 때 처럼, 이란의 통신망이나 무기를 비슷하게 방해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이자 전 국무부 고위 고문인 발리 나스르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이란 경제 부흥을 위해 국제 제재를 완화할 핵 협상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테헤란은 헤즈볼라를 대신해 직접적인 행동을 취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나스르 교수는 “테헤란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이스라엘이 던진 ‘전쟁의 미끼’를 물지 않는 것이었다”며 “그들은 이스라엘이 지금 전쟁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보와 군사적 이점이 있고, 미국에 정치적 공백이 있고, 미 해군이 지중해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지금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전쟁에 돌입할 적절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이 생각하는 적절한 시기는 온다”고 덧붙였다. 베이루트에 있는 정치 분석가 카멜 와즈네는 “저항군의 역량은 이스라엘에서 받은 좌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온전하다”면서 “이스라엘이 광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뜻밖의 일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헤즈볼라가 레바논 내부에서 분명히 잃은 것은 본질적으로 레바논 국가를 통제할 수 있게 해준 ‘무적의 아우라’다. 이 나라는 헤즈볼라와 그 동맹국의 방해로 인해 2022년 10월 이후로 대통령이 없었다. 이로 인해 이 나라의 의회가 투표를 실시하지 못했다. 레바논 정치 분석가 마이클 영은 “헤즈볼라의 전쟁은 역효과를 냈고, 남부의 많은 지역이 파괴됐고, 수십만 명의 시아파가 길에 나섰거나 자국에서 사실상 난민이 됐다. 헤즈볼라는 이 사람들을 잃지 않도록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다른 문제는 국내에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2차 전선을 여는 데 고립되어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지역 사회에서 현재 헤즈볼라와 함께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느 정도 ‘샤덴프로이데’(독일어로 남의 불행을 보았을 때 기쁨을 느끼는 심리)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오스트리아 총선서 극우 2차세계대전 이후 첫 승리 거둘듯

    오스트리아 총선서 극우 2차세계대전 이후 첫 승리 거둘듯

    29일(현지시간) 치른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 자유당(FPO)이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첫 총선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FPO는 수개월간 여론 조사에서 선두를 지켜왔지만, 경제와 이민 정책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커니면서 카를 네하머 오스트리아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 오스트리아 인민당(OVP)에 대한 우위는 이제 거의 사라졌다. 선거 전 발표된 여론조사는 누가 승리하든 단독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과반수를 확보하지는 못하겠지만 연립 정부를 이끌 권리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FPO는 27%의 지지율을 얻어 25%를 기록한 OVP보다 2% 포인트 앞섰다. 현재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녹색당은 9%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시간 29일 오전 7시에 시작된 투표는 오후 7시(GMT 17시, 한국시간 30일 오전 2시)에 마감되고, 선거 결과를 가늠해졸 수 있는 최초 출구조사 결과는 몇 분 뒤 발표된다. 전체 900만 오스트리아 국민 중 630만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할 수 있다. 케른티아 응용과학 대학의 정치학 교수인 카트린 슈타이너 헤멜레는 “문제는 FPO가 총리직을 임명할 것인가 여부”라며 “만약 FPO가 총리를 배출하면 유럽연합(EU)에서 오스트리아의 역할은 상당히 달라질 것 같다. 키클 대표의 롤모델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이고,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자주 말했다”고 지적했다. 네하머 총리는 자신을 정치인으로 칭했지만, 경쟁자인 FPO 지도자 허버트 키클 대표를 독성이 강한 위협으로 묘사했다. 반면 키클 대표는 수년간 오스트리아 기성 정치 세력이 실정을 거듭 한 뒤 국가를 정화할 오스트리아의 수호자로 자신을 묘사했다. FPO가 승리하면 오스트리아는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에 이어 극우 정당이 약진한 또 다른 EU 국가가 된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비판하고 망명 신청자에 대한 보다 엄격한 규칙을 약속한 유럽 회의론자인 FPO는 지난 6월 유럽 의회 선거에서 OVP를 1% 미만으로 이기고 처음으로 오스트리아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전국민 투표에서 승리했다. FPO처럼 더 엄격한 이민 규정과 세금 감면을 지지하는 OVP는 극우 정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FPO가 이번 총선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더라도 정부를 구성할 만큼 충분한 의석이나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네하머 총리는 FPO가 키클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 정부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명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이주민의 입국을 막는 ‘오스트리아 요새’를 건설하고자 하는 자유당은 원래 1950년대에 나치 의원 출신이 이끌었다.
  • 이스라엘, 헤즈볼라 수장 ‘제거’…중동 긴장 최고조

    이스라엘, 헤즈볼라 수장 ‘제거’…중동 긴장 최고조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64)를 ‘제거’했다고 28일(현지시간) 밝혔다. 헤즈볼라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지난 7월 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정치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 수도 테헤란 방문 중 피살된 지 약 두달 만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일인자가 잇따라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되면서 중동 정세가 또다시 격랑에 휩싸였다. 이른바 ‘저항의 축’ 세력 맹주인 이란 최고지도자가 강력히 규탄하고 이스라엘은 공격 의지를 꺾지 않는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헤즈볼라 지휘부 공백이 이스라엘과 교전에 미칠 여파도 주목된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전날 헤즈볼라 지휘부 회의가 열린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다히예를 공습해 나스랄라를 제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에 대해 “수많은 이스라엘 민간인과 군인을 살해하고 수천 건의 테러를 계획하고 실행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작전을 ‘새 질서’(New Order)로 이름 붙이고 그를 몇 년간 실시간 추적했다고 밝혔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번 공격을 매우 오래 준비해 정확한 시간에 정밀하게 실행했다”며 “메시지는 단순하다. 이스라엘 시민을 위협하는 자는 누구든 찾아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성명에서 “하산 나스랄라 사무총장이 순교자 동지들과 함께하게 됐다”며 사망 사실을 발표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고 레바논과 레바논인들을 지키기 위해 적과의 성전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은 전날 이스라엘군 F-15I 편대가 나스랄라 등이 머무르던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을 벙커버스터 폭탄 등으로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수개월 전부터 나스랄라의 행방을 포착했으며 이번 기회를 살리고자 폭탄 80개 이상을 썼다고 전했다. 전날 공습으로 헤즈볼라 남부전선 사령관 알리 카르키 등 일부 지휘부도 사망했다고 이스라엘군은 덧붙였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압바스 닐포루샨 이란혁명수비대(IRGC) 작전부사령관이 나스랄라와 함께 죽었다고 보도했다. 나스랄라는 1992년부터 32년간 레바논의 친이란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이끌어 왔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전쟁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를 지원해 왔다. 이스라엘은 지난 17일 자국과 헤즈볼라 교전에 피란한 북부 접경지대 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전쟁 목표에 추가한 뒤 23일 ‘북쪽의 화살’ 작전을 선언하고 헤즈볼라 근거지인 레바논을 집중 공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나스랄라 사망으로 헤즈볼라가 바뀌길 바란다면서도 헤즈볼라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수만 발의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여전히 이스라엘 공격을 시도할 것으로 가정하는 편이 안전하다며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다만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우리의 전쟁은 레바논 주민을 상대로 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밤부터 이스라엘 민간 시설을 겨냥하는 헤즈볼라 미사일 발사대와 무기고, 무기 생산시설 등 140곳 이상을 추가 타격했다. 이날도 오전에 베이루트 남부와 레바논 동부 베카밸리 등지를 공습했고 오후에는 베이루트 다히예를 타격해 헤즈볼라 정보 당국의 고위급 인사 하산 칼릴 야신을 살해했다. 이스라엘은 베이루트 공항에 이란 항공기가 착륙할 경우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레바논 교통당국에 경고했고, 이란 국적기 이란항공은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베이루트를 오가는 모든 비행기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는 이날 나스랄라 사망이 발표된 이후 이스라엘 중심도시 텔아비브와 요르단강 서안을 향해 미사일 약 90발을 발사했다. 이날 오후엔 후티 반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이 예멘에서 날아와 이스라엘 중부에 공습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를 영토 밖에서 격추했다고 밝혔지만 일부 미사일 잔해가 예루살렘 인근에 떨어졌다고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보도했다.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나스랄라의 피는 복수 없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5일간의 공개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그는 “이 지역의 운명은 헤즈볼라가 이끄는 저항군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역내 모든 저항군은 나란히 서서 헤즈볼라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하마드 레자 아레프 이란 부통령은 “순교자 나스랄라를 부당하게 살해한 것은 그들(이스라엘)의 파멸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11개월 넘게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저항의 지도자가 순교하면 더 용감하고 강하고 결의에 찬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가 그를 계승할 것”이라고 밝혔고, 후티도 “모든 지원 전선에서 지하드(성전) 정신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국제사회는 한목소리로 확전 자제를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극적인 갈등 고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도 분쟁 당사자 간 대화로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인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공습으로 인한 나스랄라의 죽음은 그로 인해 희생된 수천명에 대한 정의의 실현”이라면서도 “우리 목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사설] 국가AI위원회, ‘AI 강국’ 도약의 기초 토양 다져 주길

    [사설] 국가AI위원회, ‘AI 강국’ 도약의 기초 토양 다져 주길

    국가인공지능(AI)위원회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가AI위원회 출범식에서 2027년 AI 3대 강국 도약과 이를 위한 국가 총력전을 선포하며 AI위원회가 그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저작권과 개인정보 보호 같은 핵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디지털 혁신 전환으로 국가경쟁력 제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가AI위원회는 국가 AI 정책 전반을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염재호(부위원장) 태재대 총장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 30명이 참여했다. 세계는 지금 AI를 활용한 경제적 가치 증대와 국가경쟁력 강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편으로는 가짜뉴스나 딥페이크 등 민주주의와 인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도 떠안았다. 국가경쟁력과 안보의 핵심 자원으로 AI는 선택이 아닌 필수 항목이 됐다. 이런 현실에서 윤 대통령이 위원장을 직접 맡아 국가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은 의미가 크다. 세계 각국은 AI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제도 정비에 한창이다. 미국은 2020년 이미 ‘국가 AI이니셔티브법’을 만들어 관련 기업에 2조원 넘는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5월에는 AI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 근로자 보호를 위해 지켜야 하는 행정명령도 내놨다. 유럽의회는 지난 3월 AI 기업이 지켜야 할 의무를 담은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켰다. 중국은 정부는 물론 텐센트 같은 주요 테크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에 힘입어 AI 분야 학술논문과 특허 출원 수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해외의 이런 발빠른 움직임에 비하면 우리 걸음은 너무 느리다. AI 산업 육성을 위한 투자 규모나 이를 뒷받침할 제도 등 전반적인 경쟁력은 허약하다. 영국의 데이터 분석 기업인 토터스미디어가 집계한 ‘2024년 글로벌 AI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에 이어 6위권이다. 정부는 AI 투자를 늘리고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등 인재 육성과 산학연 협력 강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AI기본법 제정 등 제도 정비가 더딘 탓에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우수 인력은 해외로 빠져나간다. 지난해 초 발의된 AI기본법은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AI로 인한 부작용은 규제하되 산업 경쟁력은 키우는 방향으로 국회가 AI기본법 제정부터 서둘러 줘야 한다. 관련 법규가 없어 기업이 투자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말이 되나. 한눈을 더 팔았다가는 세계 AI 총력전에서 완전히 낙오하는 낭패를 보게 된다. 정보화 강국을 이룬 경험으로 정치권과 민관이 보폭을 맞춰 뛰어야 AI 강국을 기대할 수 있다.
  • 뿔난 푸틴, ‘핵무기 빗장’ 하나 더 풀었다…미·영·프에 “핵보복” 경고 [월드뷰]

    뿔난 푸틴, ‘핵무기 빗장’ 하나 더 풀었다…미·영·프에 “핵보복” 경고 [월드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핵억지 정책, 즉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지원국’ 역시 ‘공격자’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한다는 내용이 개정된 핵 사용 원칙에 담길 예정이다. 즉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 보유국의 지원으로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는 서방 핵 보유국에 대해서도 핵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엄포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경우 서방도 러시아의 핵 공격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핵무기 빗장을 하나 더 연 셈이다. ● 러, 우크라 ‘조력자’도 ‘공격자’로 간주…핵대응 선언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서 “현재 군사·정치 상황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상황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며 “핵 억지분야 정책은 현실에 맞게 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2020년 6월 러시아가 대통령령으로 갱신해 공포한 ‘핵 억지분야 국가기본정책’에 따르면 러시아가 규정하는 핵무기 사용조건은 ▲러시아 및 동맹국에 대한 탄도미사일 발사 징후 ▲러시아 및 동맹국에 대한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 공격 ▲러시아의 국가 및 군사 주요시설에 대한 공격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재래식 무기 공격 등이다. 이와 관련해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 사용 조건을 다루는 교리 변경 작업이 진행돼 왔고, 군사적 위협에 관한 내용이 보강돼야 할 분야다”라고 지적했다. 공식적으로 핵 교리 개정을 선언하고 실무적 주문을 내린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새로운 위협의 발생’을 핵 교리 개정 사항으로 꼽았다. 어떤 위협이 생기면 핵무기 사용이 가능한지를 다루는 조항을 고쳐, 최근의 안보 환경 변화를 반영하라는 취지다. 그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는 경우 이를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비핵보유국이 재래식 무기를 쓰더라도,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공격이라면, 이 국가들을 모두 ‘공격자’로 여기겠다고 푸틴 대통령은 설명했다. 아울러 전투기와 순항 미사일, 드론 등을 활용해 공중 및 우주에서 러시아 국경 안으로 대규모 공격을 개시한다는 점이 신뢰할 만한 정보로 감지되면 핵무기 사용이 고려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 우크라의 쿠르스크 급습·장거리 타격 요구 국면● 억제력 강화 효과…핵전쟁 서막 해석은 섣불러 푸틴 대통령의 이번 핵 교리 개정 선언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미 러시아는 서방국들의 대(對)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자국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주요 국면마다 핵 교리 개정 가능성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선언이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기습 침공 및 장거리 무기 사용 요구 이후 나온 점 ▲지원국인 서방 핵 보유국들까지 공격자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위협적이다. 두진호 한국국방연구원(KIDA) 국제전략연구실장은 26일 서울신문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쿠르스크를 기습 침공한 데 이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푸틴 대통령이 핵 교리 개정을 전격 선언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를 통해 푸틴 대통령은 무기 지원 중단 압박과 억제력 강화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종의 경고인 셈이다”라고 두 실장은 분석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푸틴 대통령의 선언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주 미국을 방문해 러시아 본토 타격에 서방 미사일을 사용하기 위해 로비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라고 지적했다. 러시아핵 전문가인 파벨 포드빅 역시 워싱턴포스트(WP)에 “불확실성과 모호함 조성하려는 조치로, 서방에 일종의 경고를 보내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전술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S·최대 사거리 약 300㎞)와 미국산 부품이 사용된 영국·프랑스의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섀도우(최대 사거리 560㎞)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 요구대로 미국, 영국,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면, 개정 핵 교리에 따라 그간 러시아가 경고해온 ‘세계 핵전쟁’도 이론적으로 가능해진다. 물론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에 소극적인 입장이라 극단적 우려는 섣부르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해 영국과 프랑스는 찬성, 독일은 반대 입장을 내는 등 현재 유럽 내에서도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은 확답을 피하는 등 태도가 미지근하다. 이는 서방으로의 확전 등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는 것만은 막으려는 나름의 ‘억제’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두진호 실장은 “러시아의 핵 교리 개정을 실제적인 핵전쟁의 서막으로 해석하기보다, 서방국들과의 ‘수 싸움’에서 러시아가 억제력을 강화해 본토를 방어하려는 특단의 조치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부연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핵 교리 개정 사항에 자국에 대한 위협뿐 아니라 맹방인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도 핵무기 대응을 고려할 요건으로 넣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변경할 교리에는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면 핵무기 사용 권리를 가진다는 뜻도 담긴다”고 말했다.
  •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 제2의 아프간 될까…우크라·중동 전쟁에 가려진 지하디스트 테러리즘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 제2의 아프간 될까…우크라·중동 전쟁에 가려진 지하디스트 테러리즘

    테러 감행 몇 주 전 말리 수도 바마코에 발각되지 않고 잠입한 이슬람 근본주의자 지하디스트들은 지난 17일 새벽기도를 하는 아잔 직전(새벽 4~5시) 공격을 가했다. 이들은 엘리트 경찰학교에 침투해 학생 수십명을 죽이고, 바마코 국제공항을 습격하고, 대통령 전용기에 불을 질렀다. 지난 17일의 포격 테러는 사하라 사막 남쪽,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 펼쳐진 광활한 사막 지대인 사헬 지역의 중심부에서 2016년 벌어진 테러 이후 가장 무모한 공격이었다고 로이터통신은 평가했다. 이번 사건은 알 카에다나 이슬람 국가와 연계된 지하디스트 집단이 주로 농촌 지역에서 반란을 일으켜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을 죽이고 수백만 명의 집을 떠나게 했지만, 권력의 심장부를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중동 지역, 수단에서 일어난 전쟁의 여파로 사헬 지역의 갈등은 거의 세계적인 뉴스의 헤드라인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반이민 극우 정당이 약진하고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이 지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가 급증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는 올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 수가 가장 가파르게 증가한 경로는 서아프리카 해안 국가를 거쳐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로 가는 경로다. IOM 자료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 차드, 말리, 모리타니, 니제르,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사헬 지역 국가에서 유럽에 도착하는 이주민의 수는 2024년 상반기 1만 700명에서 62% 증가해 1만 7300명에 달했다. 유엔과 IOM은 이러한 증가의 원인을 갈등과 기후 변화로 돌렸다. 15명의 외교관과 전문가들은 로이터에 지하드주의자들이 통제하는 영토의 대부분이 말리 수도인 바마코와 같은 주요 도시나 주변 국가, 그리고 서방 국가를 표적으로 삼는 추가 공격을 위한 훈련장과 발사대가 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지하디스트의 폭력, 특히 정부군이 겪은 엄청난 피해는 2020년 이후 사헬 중심 국가인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에서 서방이 지원하는 정부에 대한 일련의 군사 쿠데타의 주요 원인이었다. 이들을 대체한 군사 정권은 그 이후 주로 바그너의 용병 조직을 통한 러시아의 군사 지원으로, 프랑스와 미국의 군사 지원을 대체했지만 계속해서 영토를 잃었다. 롱 워 저널의 편집자이자 지하디스트 집단 전문가인 칼렙 바이스는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의 정권이 영원히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결국 그들 중 하나가 무너지거나 그들 중 하나가 상당한 영토를 잃을 것이다. 부르키나파소는 이미 그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면 우리는 사헬 지역의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지하드 국가를 상대하게 된다”고 말했다. 글로벌 테러리즘의 온상된 서아프리카 사헬 지대이전에 지하디스트들을 격퇴하기 위해 투자했던 서방 강대국들은 지난해 니제르 군부가 미국에 아가데스에 있는 광활한 사막 드론 기지를 떠나라고 명령한 이후 현장에서 철수했다. 미군과 중앙정보국(CIA)은 드론을 이용해 지하디스트를 추적하고, 무장세력에 대한 공습을 감행한 프랑스 등의 동맹국과 서아프리카 군대와 정보를 공유했다. 하지만 미국은 니제르 쿠데타 지도자들을 화나게 한 뒤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러시아와 협력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쫓겨났다. 미국은 여전히 ​​자산을 재배치할 곳을 찾고 있다. 뉴욕의 싱크탱크인 수판 센터의 수석 연구원인 와심 나스르는 “다른 누구도 효과적인 공중 감시나 공중 지원을 제공하는 틈을 메우지 않았기 때문에 지하디스트들은 그 세 나라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가 미국의 위기 감시 단체인 ACLED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부르키나파소, 말리, 니제르에서 지하디 단체가 관련된 폭력 사건의 수가 2021년 이후 거의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초부터 지금까지 폭력 테러는 월 평균 224건 발생했는데, 2021년에는 128건에 불과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지역 이주 및 이주 조정자인 인사 무사 바 사네는 “지하디스트들과의 폭력 갈등이 서아프리카 해안에서 이주가 증가한 주요 요인”이라며 “이 경로를 따라 여성과 가족의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갈등이 문제의 근원이며 기후 변화의 영향도 있다”면서 홍수와 가뭄이 폭력에 기여하고 농촌에서 도시로의 이주를 촉진하는 방식을 설명했다. 아마도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부르키나파소일 것으로 추정된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지하디스트들이 지난 8월 24일 수도 와가두구에서 차로 두 시간 떨어진 바르살로고 마을에서 하루에 수백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호주 시드니에 있는 싱크탱크 경제평화연구소(IEP)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는 올해 처음으로 세계 테러 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고, 사망자 수가 68% 증가해 1907명에 달했다. 이는 전 세계 테러 관련 사망자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유엔에 따르면 부르키나파소의 약 절반은 현재 정부의 통제를 벗어났으며, 이는 급증하는 이주율에 기여하는 요인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싱크탱크 CIRES 대표 세이딕 아바는 “알카에다와 이슬람 국가(IS)가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위협은 지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말했다. 알카에다와 IS의 활동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은 사헬에서 가장 활동적인 알카에다 연관 세력인 JNIM의 전투원이 5000~6000명에 달하고, 그 중 2000~3000명이 이슬람국가(IS)와 연결되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수판 센터의 나스르는 “그들의 공표된 목표는 이슬람 통치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드주의자들은 강압과 지방 법원을 포함한 기본 서비스 제공을 혼합하여 오랫동안 약하고 부패한 중앙 정부의 방치에 대해 불평해 온 농촌 지역 사회에 대한 통치 시스템을 구축한다. 조폭처럼 영토 불가침 조약 맺는 지하디스트유엔 전문가 패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디스트 단체들은 서로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며, 때로는 서로 싸우기도 하지만 지역적으로는 불가침 조약을 맺기도 한다고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단체는 각각의 세계적 지도부로부터 어느 정도 재정 지원, 훈련 및 지침을 받지만, 자신들이 통제하는 지역에서 세금을 징수하고 정부군과 전투를 벌인 후에는 무기를 압수한다는 것이다. 유럽 ​​정부들은 갈등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이주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남부 유럽 국가들은 군부와의 소통을 개방하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다른 국가들은 인권과 민주주의 우려 때문에 반대한다고 이 지역의 외교관 9명이 로이터에 말했다. 한 아프리카 외교관은 이주 문제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므로 EU가 계속 개입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관들은 유럽이 공통된 접근 방식에 동의하더라도 사헬 국가들이 서방의 개입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도울 수 있는 군사적 역량과 정치적 관계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특수부대 사령관인 론 스미츠 장군은 “우리는 해당 국가의 극단주의 집단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헬 지역이 ‘제2의 아프간’ 될까 걱정하는 서방서방 강대국이 우려하는 또 다른 큰 문제는 사헬 지역이 과거의 아프가니스탄이나 리비아처럼 글로벌 지하디스트 단체들의 거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아프리카 사령부 사령관인 마이클 랭글리 장군은 이달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모든 폭력적인 극단주의 조직은 미국을 공격하려는 야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해당 단체들이 아직까지 유럽이나 미국에서 공격을 감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은퇴한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자 위험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윌 린더는 바마코와 바르살로고에서 일어난 공격은 말리와 부르키나파소의 군부가 안보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두 나라의 지도부는 지하디스트 반란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 佛 ‘우향우’ 새 내각 확정… 좌파 진영 반발

    佛 ‘우향우’ 새 내각 확정… 좌파 진영 반발

    프랑스가 조기총선 두 달여 만에 우파 성향 인사들로 새 내각 구성을 마무리했다. 1당이 되고도 내각에 참여하지 못한 좌파 진영은 대통령 탄핵안을 띄운 데 이어 내각 불신임안도 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내각 명단을 작성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외무장관은 장 노엘 유럽 담당 장관, 법무장관은 디디에 미고 전 사회당 의원, 재무장관은 앙투안 아르망 르네상스 의원 등이다. 새 내각은 미고 법무장관을 빼고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진영과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우파 공화당 소속 인사로 채워졌다. 마크롱 정부의 우향우 기조가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7월 7일 마무리된 프랑스 조기총선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이 182석, 르네상스 등 범여권이 168석, 극우 성향 국민연합(RN)이 143석을 차지했다. NFP는 “관례대로 1당인 좌파 진영에서 새 총리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이달 초 우파 소수당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좌파 총리를 임명하면 자신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연금개혁 등 주요 정책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권력 기반이 약한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의 ‘암묵적 지지’를 끌어내 좌파 세력의 전방위적 공세를 막아 내려는 고육책이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33세의 정치 신인 아르망 재무장관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국립행정학교 출신으로 2022년 총선을 통해 의회에 입성했다. 프랑스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국가재정 건전화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NFP는 조만간 내각 불신임안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재적 의원 10분의1이 서명하면 정식 안건이 되고 재적 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미 NFP는 지난 17일 프랑스 하원 운영위원회에 대통령 탄핵 소추안도 발의해 찬성 12표 대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앞으로 RN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마크롱 정부의 운명이 정해지는 만큼 ‘르펜이 정국의 키를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마크롱, ‘대통령 탄핵’ 개시에도 프랑스 개각 마무리…‘우향우’ 내각

    마크롱, ‘대통령 탄핵’ 개시에도 프랑스 개각 마무리…‘우향우’ 내각

    프랑스가 조기총선 두 달여 만에 우파 성향 인사들로 새 내각 구성을 마무리했다. 1당이 되고도 내각에 참가하지 못한 좌파 진영은 대통령 탄핵안을 띄운 데 이어 내각 불신임안도 발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현지시간) 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내각 명단을 작성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외무장관은 장 노엘 유럽 담당 장관, 법무장관은 디디에 미고 전 사회당 의원, 재무장관은 앙투안 아르망 르네상스 의원 등이다. 새 내각은 미고 법무장관을 빼고 마크롱 대통령의 중도 진영과 바르니에 총리가 속한 우파 공화당 소속 인사로 채워졌다. 마크롱 정부의 우향우 기조가 더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7월 7일 마무리된 프랑스 조기총선에서 좌파 연합 신민중전선(NFP) 182석, 르네상스 등 범여권 168석, 극우 성향 국민연합(RN) 143석을 차지했다. NFP은 “관례대로 1당인 좌파 진영에서 새 총리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이를 거부하고 이달 초 우파 소수당인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를 총리로 임명했다. 좌파 총리를 임명하면 자신이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연금 개혁 등 주요 정책이 물거품이 될 것으로 우려해서다. 권력 기반이 약한 마크롱 대통령 입장에서는 마린 르펜이 이끄는 RN의 ‘암묵적 지지’를 끌어내 좌파 세력의 전방위적 공세를 막아내려는 고육책이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는 33세의 정치 신인 아르망 재무장관이다. 마크롱 대통령과 같은 국립행정학교 출신으로 2022년 총선에서 의회에 입성했다. 프랑스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국가재정 건전화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NFP는 조만간 내각 불신임안을 띄울 것으로 보인다. 재적의원 10분의1이 서명하면 정식 안건이 되고 재적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된다. 이미 NFP는 지난 17일 프랑스 하원 운영위원회에 대통령 탄핵 소추안도 발의해 찬성 12표 대 반대 10표로 가결했다. 앞으로 RN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마크롱 정부의 운명이 정해지는 만큼 ‘르펜이 정국의 키를 쥐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독일 反이민 강화… ‘EU 통합’ 위한 ‘솅겐 원칙’ 도미노처럼 무너질까

    독일 反이민 강화… ‘EU 통합’ 위한 ‘솅겐 원칙’ 도미노처럼 무너질까

    이민자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독일의 집권 여당 사회민주당(SPD)이 ‘국경통제 강화’라는 초강력 카드를 빼들었지만, 후폭풍은 만만치않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리더 국가인 독일의 반이민 강화 움직임이 주변 EU 국가로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유럽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솅겐 지역 프로젝트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유럽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낸시 페이저 독일 내무장관은 16일(현지시간)부터 국경 통제책을 시행하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8월 서부 도시 졸링겐에서 독일에서 불가리아로 송환돼야 했던 시리아 망명 신청자가 칼부림 사건을 일으켜 주민들이 다친 사건 뒤 나온 후속 조처이다. 이는 지난 1일 치른 지방선거에서 독일 유권자들의 최종 선택에 영향을 줬다. 지난 1일 ‘독일을위한대안’(AfD)는 동부 튀링겐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으로서는 최초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 승리했고, 작센주에서는 독일기독교민주연합(CDU)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졸링겐 칼부림 테러 이후, 독일은 특정 망명 신청자에 대한 강제추방을 서두르고 혜택을 삭감할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당국은 또한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국민 28명을 탈레반이 통제하는 아프가니스탄으로 강제추방했다. 독일은 이미 폴란드, 오스트리아, 체코, 스위스와의 국경에서 검문을 실시해왔다. 독일 내무부에 따르면, 독일 당국은 작년 10월 이후 이 국경에서 유효한 서류가 없는 약 3만명을 돌려보냈다. 이번 발표는 프랑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덴마크와의 국경으로 검문을 확대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이는 유럽연합(EU)의 핵심 이념의 한 축인 ‘국경 이동의 자유’가 무너질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낳았다. EU는 27개 회원국 안에서는 여권이 필요 없는 ‘솅겐 지역’을 만들어, 종국에는 국가적 경계를 없애겠다는 야망이 있다. 현재 솅겐 지역에는 27개 EU 회원국 중 25개국(불가리아 루마니아 제외)이 포함돼 있다. 이는 EU가 2012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시에도 수천 명의 이주민이 매년 EU를 지중해 등을 통해 건너다 사망했다. 이에 대해 독일의 이웃 국가인 폴란드는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조치가 유럽 전역에 도미노 효과를 일으켜 다른 국가도 난민 신청자들에게 국경을 닫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독일은 EU에서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가장 큰 경제권이기 때문에 EU의 핵심 원칙 중 하나에 어긋나는 이 계획은 유럽 전체의 합의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독일의 이같은 조처가 발표되면 다른 EU 회원국들도 연쇄적으로 독일을 따라가면서 유럽 내 국경 없는 지역을 설정한 솅겐 협정의 사실상의 정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스크 총리는 국경검문소의 병목 현상이 길어지면서 EU 역내 무역과 경제에 타격을 입힐 것을 우려했다. 선거 전 이민 단속 시도는 독일에 도착하는 난민 수가 급증하면서 인기가 급등한 AfD를 좌절시키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민 전문가와 정치 분석가들은 국가 국경 통제 강화가 장기적 해결책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특히 유권자들이 이러한 조치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면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게다가, 국경 통제가 극우 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가 강해지는 것을 당장 막아내는 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독일 집권 여당인 사회민주당(SPD) 등 신호등 연립 정부의 지지율이 도이칠란트트렌드 여론 조사에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만약 오는 22일 브란덴부르크 지방 선거에서 극우가 또다시 승리하면 연립 정부가 1년 뒤에 예정된 다음 연방 선거까지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독일이 이같은 조치를 취하자 네덜란드 극우 정당 자유당의 지도자인 헤이르트 빌더스는 “독일이 할 수 있다면 우리는 왜 못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내 생각에는 빨리 하면 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EU 국가 가운데 가장 엄격한 정도의 반이민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3일 발표된 이 계획에는, 엄격한 국경 검문 심, ‘문제 이민자’에 대한 엄정한 처벌, 성인 자녀가 부모와 합류하는 것을 금지하는 가족 재결합 제한, 강제 송환 등의 대책이 포함됐다. 네덜란드는 EU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임에도 저렴한 가격이 주택이 부족해진 것이 국가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의석 약 4분의 1을 차지한 극우·반이민 정당인 자유당(빌더스)은 이민·망명 장관인 마르욜라인 파버를 배출했다. 자유당은 총선 당시 유권자들에게 네덜란드의 집값 폭등 문제를 이주 논쟁과 적극적으로 연결해 선거에서 승리했다. 당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덜란드 남성과 여성, 도시와 농촌, 노년층과 젊은층이 모두 극우당에 투표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정부가 국경 통제를 강화함으로써 이주 문제를 해결하고 선거 지지를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은 잘못된 것”이라며 “사실은 사람들이 나라를 떠나는 이유, 즉 전쟁과 갈등, 정치적 박해와 억압, 기후 재앙, 지속 불가능한 자원 착취를 해결하지 못하는 세상에서는 이주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퐁피두 부산’ 지역사회·정치권 찬반 팽팽…부산시 “원탁회의 꾸려 소통”

    ‘퐁피두 부산’ 지역사회·정치권 찬반 팽팽…부산시 “원탁회의 꾸려 소통”

    부산시가 박형준 시장의 공약인 ‘세계적 미술관 유치’를 프랑스 3대 미술관인 퐁피두센터 분관 건립으로 구체화하고 퐁피두 측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 9일 프랑스 조르주 퐁피두 국립 예술문화센터(퐁피두센터)와 ‘퐁피두 센터 부산’ 건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시는 총사업비 1081억원을 들여 2031년까지 남구 이기대공원 어울마당 일원에 퐁피두센터 부산을 건립하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센터는 전체 면적 1만 5000㎡에 전시실, 창작 스튜디오, 공연장, 교육실, 수장고 등을 갖출 예정이다. 센터 설계는 향후 국제공모로 선정하고, 이기대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세계적 수준의 건축물을 짓겠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협약에 따라 시와 퐁피두 측은 부산 분관에서 매년 상설 전시와 기획전을 각 1회씩 열고, 교육활동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한다. 시와 퐁피두 센터가 예술위원회를 구성해 이런 문화 예술 활동과 행사 프로그램 기획을 논의한다. 다만 센터 건립에 1000억원 이상이 들고, 연간 운영비가 125억원이지만, 운영 수입은 5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 이 사업에 대한 찬반이 엇갈린다. 지역 시민사회단체, 문화예술단체는 퐁피두 분관 유치 반대 시민사회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MOU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부산 예술문화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인데도 미술계, 시민사회 의견 수렴 없이 졸속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비공개 심의를 통해 시의회로부터 양해각서 동의안을 받았고, 양해각서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투명한 사업 추진을 문제 삼는다. 반면, 지연 관광 관련 협회·협의회 6곳은 퐁피두 부산 분관이 고급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보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동남권디자인산업협회도 퐁피두 부산 분관 유치를 두고 세계적 문화유산을 부산에서 경험하는 중요한 기회이며, 부산 디자인 산업의 전략적 기반이 될 것이라며 찬성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찬반이 팽팽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원석 시의원은 지난 9일 임시회 본회의 5분 발언에서 “퐁피두 부산 분관 유치는 시민 소통 부재, 과다 예산 문제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퐁피두센터 분관 유치가 박 시장의 가족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에 시는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시정에 흠집을 내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즉시 반박했다. 무소속 서지연 시의원도 다음날 기자회견을 열고 “퐁피두 부산 분관 유치가 특정 개인과 연계됐다고 주장하는 건 부산의 문화예술 발전을 방해하는 발언이자 지나친 비약”이라며 “퐁피두분관 유치는 문화산업을 확대하는 추가적인 투자”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앞으로 지역 예술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구성해 퐁피두 부산 분관 건립과 운영에 관해 소통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원탁회의는 늦어도 11월까지 구성을 완료하고 첫 회의를 개최하는 게 목표다. 이후에는 지난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세계적 미술관 유치에 대한 지방투자 재정심사를 면제하기로 한 만큼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이행하고, 내년부터 설계 공모와 설계에 들어가 2027년에는 착공할 계획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퐁피두센터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등 거장의 작품 14만 점을 보유해 소장품의 양과 질이 모두 뛰어나고, 해외에 분관을 두는 데도 적극적이어서 세계적인 미술관을 유치하려는 우리 시와 파트너가 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해 양해 각서를 체결했다”고 말했다. 이어 “운영 수익은 지극히 보수적으로 잡은 것으로 실제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세계적 미술관 유치 효과를 단순히 운영수지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고, 스페인 빌바오가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해 문화 주도형 도시재생을 이룬 것처럼성공사례로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 “바흐와 쇼스타코비치, 함께 들으면 훨씬 특별한 음악”… ‘클래식 레볼루션’ 새 예술감독 카바코스

    “바흐와 쇼스타코비치, 함께 들으면 훨씬 특별한 음악”… ‘클래식 레볼루션’ 새 예술감독 카바코스

    “바흐의 음악은 인간이 창조한 가장 완벽한 작품입니다. 신과 나누는 대화를 음악으로 표현했다는 게 놀라워요. 반면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에는 우울, 불행 등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대비와 대조를 이루는 두 작곡가의 음악을 같이 듣게 되면 훨씬 특별해집니다. 이 시대의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리스 출신의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57)가 내년 롯데콘서트홀의 음악 페스티벌 ‘클래식 레볼루션’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이끈다. 그는 내년 8월 말에서 9월까지 열리는 제6회 ‘클래식 레볼루션’에서 독일 바로크음악의 거장인 바흐와 구소련의 대표 작곡가인 쇼스타코비치, 두 음악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최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축제 주제를 바흐와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으로 정한 이유를 공존과 소통, 공동체라는 키워드로 설명했다. “음악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두 작곡가의 이중 관점을 통해서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고, 소통을 바탕으로 상호 존중하면서 더 나은 공동체로 발전했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입니다. ” 카바코스는 올해 ‘클래식 레볼루션’ 마지막 날인 지난 11일 바이올린 협연자로 무대에 섰다. KBS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춰 쇼스타코비치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연주했고, 앙코르곡으로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파르티타 1번 3악장을 들려줬다. 그는 “음악은 정치와 체제 등을 초월해 사람들을 하나로 만드는 힘이 있으며, 우리 음악가들은 그것을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신저”라면서 “작곡가의 메시지를 어떻게 잘 전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고 공부한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도 관객의 경험, 관객과의 소통이다. “같은 공연을 보더라도 관객이 서로 다른 생각을 안고 돌아가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 호평이나 박수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관객에게 내가 깨달은 것을 전달하고, 그들로부터 무언가 배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아테네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난 카바코스는 1985년 시벨리우스 국제콩쿠르, 1988년 파가니니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차지하며 바이올린 연주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하며 지휘자로서도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한국과도 인연이 깊다. 2011년 리카르도 샤이가 지휘한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에서 협연했고, 2013년과 2020년에는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호흡을 맞췄다. 2018년 롯데콘서트홀 공연에선 국내 처음 내한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겸 협연자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우크라, 러 본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박…“사용제한 완화 가닥”

    우크라, 러 본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임박…“사용제한 완화 가닥”

    우크라이나가 서방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가능성이 커졌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서방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폴리티코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의 사용 방법과 관련한 제한을 일부 완화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미사일을 더 잘 막아내도록 하기 위한 계획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논의에 관여한 한 관계자는 관련 대화가 백악관 내 소수 당국자들 사이에서 긴밀하게 진행됐다고 말했다. 세부 사항은 아직 조율 중이지만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최근 며칠간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영국에서 공급한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러시아 지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부품이 포함된 영국의 장거리 미사일 ‘스톰섀도’로 러시아 내부를 타격하는 것을 미국이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상의했다. 폴리티코는 무기 사용과 관련한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대화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면서 “이는 군대가 스스로를 더 강력하게 방어하고 러시아에서 더 공격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는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미 정부가 마침내 동의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허용하게 된다면 2년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에 있는 비행장과 미사일 발사대, 탄약고 등 군사시설들을 타격할 수 있도록 서방이 제공한 무기에 걸려 있는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청해왔다. 미국이 제공한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 에이태큼스)와 영국이 제공한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를 자유롭게 쓰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깊숙한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면, 러시아는 전투기와 전함 등을 후방으로 더 이동시켜야 하고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공군의 출격 횟수가 제한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거듭된 요청에 미국은 지난 5월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데 미국산 무기를 쓸 수 없다’는 제한을 일부 완화해 국경 너머에서 공격해 오는 러시아군을 상대로는 반격을 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사거리가 300㎞에 달하는 에이태큼스를 비롯한 장거리 무기로 러시아 후방 목표물을 노리는 것에는 계속 반대했다. 서방 미사일로 러시아 후방의 핵심 시설 등을 타격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와 서방과의 전면전으로 번지거나 러시아가 핵무기를 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내 시설과 자산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었으나, 사거리가 250㎞인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에 미국산 장비가 쓰였다는 점 때문에 미국의 최종 승인이 필요한 상태였다. 미 정부의 입장 변화는 지난주에 이란이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 수백발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지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 사안에 대해 “우리는 지금 당장 그것을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또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국무장관은 이날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이란이 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파타흐-360은 사거리 121㎞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부를 타격하기에 충분하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 본토 타격에 에이태큼스를 사용하는 것까지 허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가 이미 폭격기의 90% 이상을 에이태큼스 사정권 밖으로 옮겼기 때문에 에이태큼스를 쓴다 해도 전략적 변화를 도출하긴 힘들다는 의견을 내왔다. 또 미국 내 에이태큼스 재고가 제한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미 국방부와 정보기관이 우크라이나의 요청에 개방적인 국무부와 대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오는 13일 백악관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 더타임스는 미국의 결정이 이달 22∼23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전에 나올 수 있다고 보도했다.
  • 윤영희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에게 ‘공유킥보드 전면 퇴출’ 제안

    윤영희 서울시의원, 오세훈 시장에게 ‘공유킥보드 전면 퇴출’ 제안

    윤영희 서울시의원(국민의힘ㆍ비례)은 11일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를 위한 정책적 논의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공유 전동킥보드가 달리는 흉기가 되고 있다”며 “더 이상 방치하는 것은 정치인의 직무유기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1년 전 프랑스 파리가 전동킥보드를 전면 퇴출한 건 오직 시민 안전만을 위한 과감한 결정이었다”며 “최근 호주 멜버른과 캐나다 몬트리올, 스페인 등도 퇴출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울시도 현재 수준의 규제와 대시민 교육 수준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부터라도 전동킥보드 전면 금지를 위한 진지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시장님의 우선순위가 ‘시민의 안전’에 있다면 해외처럼 과감한 결정이 필요하다”며 “수많은 시민들이 전동킥보드 퇴출을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 내 공유 전동킥보드는 4만 3259대다. 업체는 ▲㈜더스윙 ▲㈜올룰로 ▲㈜빔모빌리티코리아 ▲㈜피유엠피 ▲㈜지바이크 5곳으로 30% 감소했다.
  • “술·담배와 같은 SNS”… 각국 청소년 금지령

    “술·담배와 같은 SNS”… 각국 청소년 금지령

    온라인 범죄와 괴롭힘, 영상 중독 등 소셜미디어(SNS)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커지자 각국에서 앞다퉈 ‘SNS 나이 제한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탈리아와 호주에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고, 미국 등에서는 SNS가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경고문을 게재하려고 추진 중이다. 이런 조치가 미성년자의 온라인 정보 접근권을 침해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안사통신은 SNS 연령 제한 온라인 청원에 각계 저명인사들이 서명하면서 큰 호응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호주 정부는 아예 청소년의 SNS 사용을 금지하는 방침을 내놨다. 이날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ABC방송 인터뷰에서 조만간 SNS 연령 제한을 위한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며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14~16세는 돼야 SN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SNS에도 담배처럼 ‘청소년 건강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부착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미국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 법무장관은 이날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관련 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자고 촉구했다. 미국은 지난 7월 부모 동의 없이 18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성 강한 피드 노출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찌감치 유럽 등 선진국은 청소년의 스마트폰과 SNS 사용을 제한했다. 영국은 지난 2월 모든 학교에서 수업 시간 중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권고안을 발표해 적용 중이다. 올 초 프랑스 하원도 15세 미만은 SNS 가입 시 부모 동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서도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SNS 하루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세 이상부터 SNS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저촉된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미국 일부 주에서 미성년자 SNS 제한을 추진했으나 온라인 정보 접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에 중단됐다.
  • 드라기 “EU 존폐 위기 몰렸다… 매년 1187조원 추가 투자해야” [글로벌 인사이트]

    드라기 “EU 존폐 위기 몰렸다… 매년 1187조원 추가 투자해야” [글로벌 인사이트]

    美와 경제 격차 벌어진 EU기술 처지고 인구 줄어 생산성 저하세계 50대 기술 기업 중 유럽 4곳뿐디지털·탈탄소·방산 등 혁신 총력교육·일자리 美 넘어서기 목표 둬야“유럽우선주의 투자 필요” 역설자유무역 무너지고 에너지값 폭등팬데믹 후 EU 무역 비중 감소 뚜렷27개 회원국 경쟁력 강화 재원 분담극우 포퓰리즘 세력 확산은 걸림돌미국과의 생산성 격차가 벌어진 유럽연합(EU)이 혁신에 나서지 않으면 복지, 환경, 자유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시점에 도달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유럽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경제 디지털화, 탈탄소화, 자체 방위 역량을 증진하고, EU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인 최대 8000억 유로(약 1187조 4640억원)를 매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60~1970년대 유럽 재건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이래 최대 규모다. 이탈리아 총리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역임한 마리오 드라기(77) 박사는 9일(현지시간) ‘EU 경쟁력 제고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유럽우선주의’ 투자를 강조했다. 21세기 들어 유럽과 미국의 경제 격차가 벌어진 결정적 이유에 대해 “인터넷의 등장으로 시작된 기술 혁신 경쟁에서 유럽은 뒤처졌고, 저출산 고령화로 노동인구조차 감소하며 생산성 저해로 이어졌다”고 짚었다. 이어 “인공지능(AI) 혁명의 문턱에서 유럽은 더이상 20세기에 머물 수 없다”면서 “유럽은 기술 혁신 면에서 미국과 대등해지는 것을, 교육과 좋은 일자리에서는 미국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내 생산성 저해 대표 사례로 방산 분야를 꼽았다. 그는 보고서에서 “유럽은 12종류의 전차를 생산하지만 미국이 생산하는 전차는 단 한 가지에 불과하다”, “2022~2023년 전체 공공 조달 지출의 78%가 비EU 방산업체에 갔고, 그중 63%는 미국을 향했다”고 짚었다. 또 미래 성장을 이끌 첨단 기술 분야에서 유럽의 입지가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세계 50대 기술 기업 중 유럽 기업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제조사 ASML, 아일랜드 정보통신(IT) 컨설팅사 액센츄어, 독일 소프트웨어사 SAP, 프랑스 슈나이더 일렉트릭 등 4곳뿐이다. 2013~2023년 유럽의 세계 기술수익 점유율은 22%에서 18%로 감소한 반면 같은 시기 미국의 기술수익 비중은 30%에서 38%로 증가했다. 지난 50년간 유럽에서 1000억 유로(약 148조 3700억원) 이상의 시장 가치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유니콘 기업은 탄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선 1조 유로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 6개 모두 미국에서 탄생했다. 2021년 EU 기업들은 미국 기업보다 약 2700억 유로(400조원)나 적게 연구·혁신(R&I)에 투자했다. 그 결과 많은 유럽 기업가들은 미국 벤처 캐피털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고 미국 시장에서 확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2008~2021년 사이에 유럽에서 설립된 유니콘 스타트업의 약 30%는 본사를 해외로 이전했고, 그중 대부분은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다. 지난 20년간 유럽의 R&I 투자 상위 3위 기업은 모두 자동차 회사가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2000년대 초까지는 자동차와 제약 산업이 선두를 달렸지만 현재는 모두 빅테크 기업들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드라기 박사는 이날 브뤼셀에서 “냉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는 EU의 존폐 위기를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면서 “그리고 통일된 대응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요구되며 우리의 통일 속에서 개혁의 힘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특히 EU가 AI 분야에서 매우 뒤떨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이후 개발된 AI 모델의 70%가 미국에서 만들어졌고,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3사의 점유율은 65% 이상이다. 반면 유럽 최대 클라우드 업체인 독일의 헤츠너 클라우드는 EU 시장에서 단 2%만을 점유하고 있다. 보호무역주의 심화로 다자간 자유무역 체제 붕괴, 에너지 가격 폭등도 EU의 경쟁력 저해 요인이다. ECB 연구에 따르면 중국이 유로존 수출업체들과 직접 경쟁하는 부문이 2002년 25%에서 현재 약 40%로 증가했고,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EU의 세계 무역 비중이 감소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대서양을 건너야 하는 막대한 운송비로 인해 EU 기업들은 미국보다 2~3배 높은 전기 요금, 4~5배 높은 천연가스 요금을 부담하고 있다. EU의 ‘2050년 탄소 배출 제로’ 목표도 단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 EU는 탈탄소화를 위해 향후 15년간 5000억 유로, 2031~2050년에는 매년 1000억 유로를 추가 투입해야 한다고 추산한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은 EU 27개 회원국의 공동분담금을 통해 충당한다. 드라기 박사는 EU가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해 조성한 8000억 유로를 투자금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EU의 GDP 대비 R&I 지출은 미국과 비슷하지만 그중 EU 공동 지출은 1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이 그 근거다. 문제는 유럽 경제 1위 강국 독일이다. 독일은 그간 EU 차원의 공동분담금 추가 지출 제안에 대해 반대해 왔다. 최근 집권 여당의 경제 실정에 분노한 유권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나치를 추종하는 극우 정당 독일대안당(AfD)을 당선시킬 정도로 내부 사정이 녹록지 않다. 독일 최대 자동차 기업 폭스바겐은 창사 87년 만에 독일 내 공장을 폐쇄하고 평생 고용을 보장하지 않기로 했다. AfD 등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반대는 중대한 걸림돌이다. 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세를 불린 극우파는 유럽 주류 정치인들이 주장해 온 유럽 전체의 이익을 위한 초당적 합의를 방해할 가능성이 높다.
  • ‘질문’ 꺼리는 장관… ‘정책’ 뒷전인 국회

    ‘질문’ 꺼리는 장관… ‘정책’ 뒷전인 국회

    장관은 지각 출석… 정작 의원 상당수도 불참해 본회의장 ‘텅텅’ 외교·국방, 야당 반발에 야간 출석 문체장관은 출국 이유로 내일 불참국회 무시 논란·정쟁에 제 기능 상실 여야가 10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질문 불출석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본회의가 5시간 미뤄지는 등 파행을 빚었다. “국회 능멸”이라는 야당의 거센 반발로 외교·국방 장관은 이날 밤 출석했지만, 정작 의원 상당수가 불참해 본회의장이 썰렁한 모습을 보였다. 채상병특검법 상정으로 사흘 일정에서 하루만 진행하고 무산된 지난 7월 대정부질문에 이어 오명을 안게 됐다. 여기에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역시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관광·문화장관 회의를 이유로 12일 대정부질문 불출석을 통보해 남은 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대정부질문에) 불출석하는 것은 국회와 헌법 무시”라고 밝혔다. 정동영·한정애·이재정·박선원·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김준형 조국혁신당 의원도 “국회와 헌법을 무시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민주당은 지난 3일(외교부)과 9일(국방부) 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대리출석 양해를 확인했다”고 답했다. 이날 외교·국방 장관은 지난 9일 서울에서 개막한 ‘2024 인공지능(AI)의 책임 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REAIM 고위급회의)에 참석했는데, 정부 당국자는 “3월에 이미 확정된 일정으로 국제 행사에 외국 고위급 인사를 초청해 놓고 정작 주최자가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외교적으로 큰 결례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외교부와 국방부가 공동 주관한 이번 회의에 80개국 이상, 40여개국 장차관이 참석했다는 것이다. 결국 여야 간 공방 속에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찾아가 외교·국방 장관의 출석을 요청했고 오후 2시부터 시작될 예정이던 외교·통일·안보 분야의 대정부질문은 오후 7시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외통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유 장관도 12일 대정부질문 불출석을 알려 왔다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막상 오후 7시부터 대정부질문이 시작됐지만 상당수 의원이 자리를 비웠다. 한정애 민주당 의원이 질문자로 나선 오후 8시 20분 기준 야당 의원은 40여명, 여당 의원은 20여명 정도 자리를 지켰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날 선 발언들이 오갔다.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이 민주당의 ‘계엄령 준비 의혹’과 관련해 언급하자 야당 의원들은 “반국가세력이 누구냐”, “수준 있는 질의를 하세요”라며 고성과 야유를 쏟아냈다. 이에 임 의원은 야당 의원들을 향해 “아프십니까? 듣기 싫어도 들으세요”라고 맞받았다. 두 장관이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김 장관이 취임 4일 만에 열리는 대정부질문에 불참을 통보한 것을 놓고 야권 내에선 “군(軍) 내부 핵심 보직을 충암고 출신이 거머쥐었다는 이른바 ‘충암파’ 의혹 등 불편한 질문을 피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두 장관이 국회에 불출석을 알리기 전 행사 시간을 조정하거나, 차관 등과 조율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 원내대표는 “기념 촬영, 주제 발표, 토론과 만찬 등이 중심이고 장관 참석이 필수적인 양자 회동 등은 늦은 시간에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자는 “주관하는 회의 준비 시간 등을 고려하면 국회를 다녀오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했다. 대정부질문이 본래 취지인 정부 정책 평가와 국정 운영에 대한 견제·감독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7월 2일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에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 발언으로, 시작 2시간 만에 중단된 대정부질문은 다음날 경제 분야에서 야당의 채상병특검법 상정에 따른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아예 무산됐다. 지난 9일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말싸움과 자극적인 공방만 오갔다. “국민들은 김건희 대통령, 윤석열 영부남이라고 한다”는 자극적인 언사가 이어졌고, 질문 대신 프랑스 대혁명 등을 한참 설명한 의원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대정부질문이 ‘집토끼’를 잡기 위한 ‘정쟁의 장’으로 변질됐다고 입을 모았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정부질문이 정쟁용으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공천받고 당선되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결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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