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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경찰, 노란 조끼에 왜 권총 겨눴나

    프랑스 경찰, 노란 조끼에 왜 권총 겨눴나

    프랑스 경찰이 ‘노란 조끼’ 시위대에 권총을 겨눠 논란이 일었다. 23일(현지시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프랑스 경찰은 전날 파리 샹젤리제 광장에서 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든 사건과 관련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경찰노조 소속인 로코 코텐토는 “(권총을 꺼낸) 경찰관은 바른 일을 한 것”이라면서 “시위대가 주춤하는 사이 동료 경관들이 위험한 현장을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앞서 오토바이에서 내린 경찰관이 짧은 순간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눈 뒤 동료들과 함께 황급히 현장을 빠져나가는 영상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다. 일각에서는 시위대에게 발포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나왔다. 한편 노란 조끼 시위가 중동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23일 하레츠 등에 따르면 전날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약 400명의 시민이 노란 조끼를 입고 물가인상에 반발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이스라엘 국방부 본부 근처의 거리를 점거하고 전기, 가스, 식료품, 휴대전화요금, 보험 등 물가가 줄줄이 오른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같은 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도 새 정부 구성 지연에 항의하는 시민 수백 명이 노란 조끼 시위를 했다. 시위대는 “부패한 정치인들에게 질렸다”, “제대로 된 삶을 원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우울증 늪에서 건진 인류의 보석

    우울증 늪에서 건진 인류의 보석

    처칠의 검은 개 카프카의 쥐/앤서니 스토 지음/김영선 옮김/글항아리/456쪽/1만 8000원열등감은 때로 예상 밖의 큰 업적과 성취를 낳는다. 프랑스대혁명의 틈새에서 제1제정을 건설, 유럽 운명을 쥐락펴락했던 나폴레옹을 말할 때 167㎝의 작은 키에 대한 열등감이 회자된다. 독일 나치 정권을 창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의 인식엔 오스트리아의 평민 사병 출신이란 열등감이 자리잡고 있었다. 그 열등감처럼 세계사에 큰 획을 그은 위인 중엔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는 우울증을 앓았던 인물이 숱하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윈스턴 처칠과 프란츠 카프카, 아이작 뉴턴에 집중한다. 어릴 적 유전적, 혹은 환경적인 이유로 우울증을 갖게 된 세 인물의 생애를 우울증으로 연결하고 있다. 가정의 배려 부족 탓에 얻은 우울증이 위업과 창의성으로 승화된 과정을 촘촘하게 풀어내 흥미롭다.제2차 세계대전기 독일에 맞서 영국과 서방 세계를 수호한 정치가로 유명한 영국 정치인 처칠. 그에 대한 인상은 식을 줄 모르는 열정과 호방함, 그리고 사람 마음을 휘어잡는 화려한 웅변술로 굳어져 있다. 하지만 그 좋은 인상의 바탕에 극심한 우울증이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평생 재발하는 우울증 발작에 시달렸고 자주 자살 충동까지 느꼈으며 결국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1895년 홀더숏 훈련기지에서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보자. “제가 정신적 침체 상태에 들어가리라는 걸 알아요. 저는 절망의 늪에서 일어서려고 합니다. 하지만 어떤 진지한 저작도 읽을 기운을 차릴 수가 없어요.” 한 지인은 1915년 다르다넬스 원정 실패로 해군성에서 사임한 뒤 우울증에 빠진 처칠을 이렇게 쓰고 있다. “그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려가더니 절망한 듯 말없이 의자에 앉았다. 반항심이나 분노도 남아 있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간단히 말했다. 난 끝났어.” 처칠은 대대로 귀족 집안 출신이지만 부모의 살핌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애정 박탈감은 청소년기 생활에 그대로 드러난다. 성적은 바닥이었고 지각을 일삼은 데다 의욕과 야망이 없는 낙제생이었다. 처칠은 느닷없이 재발하는 우울증을 스스로 ‘검은 개’라 부르며 우울증에 빠지지 않으려 끊임없이 다른 일을 찾았다고 한다. 그 대안이었던 그림과 글쓰기는 수준급이었고, 1953년 노벨문학상을 받기도 했다.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는 프란츠 카프카도 어린 시절의 홀대와 박탈감 탓에 우울증을 달고 살았다. 좀처럼 부모를 만날 수 없었던 결핍과 잇따른 동생들의 죽음으로 인해 늘 존재 불안에 휘둘렸다. 그의 모든 소설을 관통하는 주제도 불안과 피해자라는 의식이다. 대단히 정교한 굴을 만들어 안전을 확보하려는 한 동물 이야기인 ‘굴’은 그 성향의 대표적인 결정체다. 초기 소설을 모은 ‘어느 투쟁의 기록’에 실린 ‘기도자와의 대화’에선 “내 마음속에서 내가 살아 있다고 확신한 때가 없다”고 쓰고 있다. 저자는 이렇게 평가한다. “카프카의 글쓰기는 인격의 병적인 부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좀더 행복했더라면 글쓰기에 대한 욕구는 크게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아인슈타인 이전 가장 위대한 과학자’라는 아이작 뉴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태어나기 석 달 전 아버지는 죽었고, 조산아로 출생했으나 어머니의 재혼으로 인해 방치됐다. 어머니의 재혼과 이별을 뉴턴은 배신으로 여겼던 듯하다. 그 상실은 언제나 주변과 어울리지 못하는 주변인으로 이어졌고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살았다고 한다. 뉴턴의 전기작가인 셀리그 브로데츠키는 이렇게 쓰고 있다. “뉴턴은 다른 사람들의 재촉이 없었다면 자신이 발견한 것을 거의 발표하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뉴턴은 미적분학을 당대의 경쟁자인 라이프니츠보다 10년 빨리 완성했지만, 자신의 성과를 빼앗길까봐 발표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뉴턴의 기본적인 불신은 과학이 직면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도록 자극한 원동력이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뉴턴의 말 속에 들어 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것을 고정시키기 위한 가장 사소한 세부 사항도 마음대로 그리고 마구잡이로 벗어나게 허용하지 않을 단단한 틀이 불안에 시달리는 이 남자의 근원적인 욕구였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같이 읽고 함께 살다(장은수 지음, 느티나무책방 펴냄) 10대 여고생들부터 여든 할머니들까지 짧게는 3년, 길게는 30년 넘게 같이 책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 전 민음사 대표이자 현 편집문화실험실 대표인 저자가 제주에서 강원까지 전국에 흩어진 독서 공동체 스물네 곳을 일일이 발로 찾아다니며 책을 같이 읽는 이유를 탐구했다. 272쪽. 1만 5000원.나의 길고 아픈 밤(뤼방 오지앙 지음, 이세진 옮김, 위즈덤하우스 펴냄) 프랑스 철학자인 저자가 췌장암과 투병하며 남긴 철학 에세이. 그는 자기 연민이나 현실 부정 대신 환자로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현대 의료 메커니즘에 적응하기 위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저자가 내린 결론은 ‘고통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244쪽. 1만 4000원.가상 현실의 탄생(재런 러니어 지음, 노승영 옮김, 열린책들 펴냄) 전작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를 통해 컴퓨터 기술의 명암과 미래를 탐구했던 저자가 자신이 고안한 ‘가상 현실’(VR)이라는 개념과 그 태동기의 역사를 말한다. 그가 바라는 궁극적인 미래상은 인간이 기술에 소유되지 않고 인간이 기술을 소유하는 세상이다. 536쪽. 2만 2000원.사랑의 잔상들(장혜령 지음, 문학동네 펴냄) 대학에선 영화연출을 공부하고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지금은 EBS ‘지식채널e’에서 대본을 쓰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가의 첫 에세이. 대학 시절, 문학 선생이 건넸다는 ‘다 보여 줘서는 안 된다. 절반만 보여 줄 것’이라는 말이 문학과 사랑의 순간에 어떻게 통용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256쪽. 1만 4500원.외과의사 비긴즈(장항석 지음, 시대의창 펴냄) 강남세브란스병원의 현직 외과의사인 저자가 의대 입학, 인턴·레지던트를 거쳐 ‘칼잡이’로 불리는 외과의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렸다. 의학에 대한 열정, 삶에 대한 고민, 환자에 대한 연민이 뒤엉켜 한 편의 메디컬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책 전반을 관통하는 유머러스한 문체가 가독성을 높인다. 276쪽. 1만 5000원.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수전 손택 지음, 김선형 옮김, 이후 펴냄) 서른한 살이던 1964년부터 마흔일곱 살이 된 1980년까지, 뉴욕 지성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던 저자의 지적 연대기. 발레, 사진, 영화,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해박한 지식으로 전 세계 지성들과 자유로이 교류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외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엮었다. 716쪽. 2만 5000원.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선전은 그만, 방 빼”… 서방서 설자리 잃어가는 中공자학원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선전은 그만, 방 빼”… 서방서 설자리 잃어가는 中공자학원

    ‘중국 문화 전파의 첨병’으로 불리는 공자학원이 세계 각국에서 쫓겨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치색이 짙은 공자학원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는 2009년부터 앤 아버 캠퍼스에서 운영돼 온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내년에 해지할 것을 중국에 통보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대신 정규 교육과정 내에 중국 시각·공연예술을 연구하는 과정 등을 개설한다는 게 이 대학의 방침이다. 이에 앞서 8월 노스플로리다대도 대학 내에서 운영돼 온 공자학원의 문을 내년 2월 닫기로 했다. 이 대학은 4년간 운영된 공자학원의 교육과정과 활동이 학교의 사명과 목표와 부합하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스플로리다대가 즉각 공자학원의 문을 닫지 않은 것은 계약서에 폐쇄할 경우 6개월 전에 통보하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각국 대학과 협력… 中 언어·문화 등 전파 2013년부터 캐나다와 미국 등 미주 지역에서 퇴짜를 맞기 시작한 공자학원은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스웨덴 스톡홀름대가 2015년 공자학원 계약 만료를 선언함으로써 유럽 지역에서도 처음 퇴출되는 상황을 맞았다. 미시간대와 노스플로리다대 외에도 캐나다 맥매스터대(2013년 7월)와 미 시카고대(2014년 9월), 펜실베이니아대(2014년 10월) 등 미주 지역의 공자학원과 프랑스 리옹대의 공자학원도 폐쇄됐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 대학들과 협력해 중국어·중국사·중국문화 등을 가르치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중국 정부는 공자학원 설립 목적을 중국어와 중국 문화 보급으로 다양한 문화 발전과 화목한 세계를 건설하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체제 홍보를 맡고 있다는 게 사계(斯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중국 ‘소프트파워 전파’의 돌격대인 셈이다. 2004년 서울에 처음 문을 연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 현재 세계 138개국 525곳에 설립돼 있다. 유럽 지역이 41개국 173곳으로 가장 많고, 미주 지역 21개국 161곳, 아시아 지역 33개국 118곳, 아프리카 지역 39개국 54곳, 대양주 지역 4개국 19곳 등이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공자학당도 세계 79개국 1113곳에 설치돼 있다. 아시아 지역 21개국(101곳), 아프리카 지역 15개국(30곳), 유럽 지역 30개국(307곳), 미주 지역 9개국(574곳), 대양주 지역 4개국(101곳)에 각각 설치됐다. 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語推廣領導小組辦公室)이 관리한다. 운영 총책임자는 공자학원 본부 이사회 주석을 맡고 있는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 겸 통일전선공작부장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 직할 부서인 통일전선부는 전 세계에 공산당 영향력을 확대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쑨 부총리는 중국 지도부로 불리는 공산당 서열 25위 안에 드는 당중앙 정치국 위원인 최고위 관료이다. 다른 운영 간부들도 모두 공산당 간부들이다. 공산당이 직접 관리하는 셈이다.●교과서 선정·교사 훈련까지 공산당이 관리 국가한판은 공자학원 설립 비용 100만 달러(약 11억 3000만원)와 해마다 운영비 10만∼15만 달러를 대는 것은 물론 교과서를 선정하고, 중국어 교사도 고용해 훈련시킨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공자학원 1000개를 설립할 계획이다.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는 전 세계 수강생은 1억명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120년간 137개국에서 1000여곳, 영국 브리티시 카운슬이 70년간 110개국에서 250여곳, 독일 괴테 인스티튜트가 50년간 83개국에서 147곳을 설립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중국어 강좌와 강사 양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 적지 않다는 게 세계 대학들이 공자학원 유치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요인이다. 중국 정부는 미주 및 유럽 지역에서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데 공을 들여 왔다. 미국의 경우 노스캐롤라이나대를 비롯해 조지워싱턴대 등의 캠퍼스에 지난해까지 공자학원 110곳이 설립됐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다. 유럽 각국 대학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51개국에도 공자학원 135곳이 설립됐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세운 공자학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자학원에선 톈안먼(天安門) 사태, 대만과 티베트 독립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언급조차 할 수 없는 금기다. 마셜 살린스 시카고대 인류학과 교수는 “공자학원에서는 대만과 티베트 독립 문제, 톈안먼 사태 등에 대한 강의나 학술행사를 열 수 없다”며 “이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 내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중국 공산당 이념과 정치 선전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사력 증강이나 공산당 지도부의 파벌 문제 등도 피해야 하는 주제다. 이 때문에 서방은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통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체제 선전만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서방에서 공자학원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다.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도 “전 세계 대학에 세워진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교육기관 본래의 기능을 넘어선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막대한 차이나머니로 阿 공용어 자리도 넘봐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반영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사·영토·민족주의가 국경을 넘어가면서 중화주의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진다. 공자학원을 통한 중화주의의 확산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진다. 공자학원은 이미 50곳 넘게 생겨났으며 중국어가 아프리카 공용어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세네갈 공자학원의 책임자인 마마도 폴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 안에 중국어가 프랑스어처럼 공용어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역사·문화뿐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정보기술(IT) 교육도 제공해 인기가 높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공자학원에 다니는 디예예(25)는 “중국 기업들은 세네갈 최대의 도로와 건물들을 지었다”며 “중국어를 배워 중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美정보기관, 잇따라 공자학원 수사 대상에 미 정부는 중국 정보기관이 공자학원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2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물론 중국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도 “중국 정보기관의 전 세계적인 침투 공작을 밝히고자 이미 여러 기관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미 의회는 공자학원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미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과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3월 상·하원에 ‘해외 영향력 투명법’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법무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이 통과되면 공자학원은 학술단체가 아닌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홍보하고 중국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단체’로 등록된다. 로비단체는 활동 범위와 자금원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게 돼 있기 때문에 공자학원의 활동은 크게 제한받게 된다. 공자학원을 설립한 각 대학은 외국 기관과 단체 등으로부터 5만 달러 이상 기부와 계약, 사례품 등을 받을 경우 반드시 공시하도록 하는 관련 규정을 담고 있다. FARA는 1938년 나치 독일이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을 봉쇄할 목적으로 제정됐다. khkim@seoul.co.kr ■이 기사는 서울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연재 중인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goo.gl/sdFgOq)의 전문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경찰이 열받았다

    경찰이 열받았다

    프랑스와 헝가리에서 연말을 맞아 무보수 연장 근무 등에 열받은 경찰관들이 집단 행동을 벌였다.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 무보수 연장근무에 대해 적절한 보상을 해달라는 요구이다. 프랑스에서는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경찰관들의 태업 등 집단행동에 주요 공항과 일선 경찰서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19일(현지시간) BFM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파리 근교 샤를 드골 공항과 오를리 공항에서는 검문검색을 담당하는 국경경찰대(PAF) 소속 경찰관들이 정부에 근로조건 개선과 추가근무 수당 지급 등을 요구하며 태업을 벌였다. 경찰관들은 평소 같으면 승객 1인당 15초가 걸리는 검문검색을 이날 1∼2분으로 넉넉히 잡고 업무를 처리했고, 공항에서는 검문검색을 위한 승객의 대기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늘어났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는 경찰노조의 태업 촉구에 따라 경찰관들이 순찰이나 현장 수사 등 외근을 하지 않고 경찰서 안에 머물며 긴급상황에만 대처하는 경우가 많았다. 파리 근교 망트 라 졸리의 한 경찰서도 노조 소속 경찰관들이 입구를 폐쇄하고, 경찰서 간판에 테이프를 둘러치는 등 처우개선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음을 알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경찰노조에서는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정부에 경찰관의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집회도 계획 중이다. 프랑스 내무부는 경찰의 집단행동에 놀라 부랴부랴 ‘노란 조끼’ 시위에 투입된 경찰관들에게 1인당 300유로(약 38만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급 대상은 군·경 인력 총 11만1000명으로, 3300만유로(약 423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그러나 경찰노조들은 턱없이 부족한 조처라면서 정부 제안을 받을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신 이들은 지난 수년간 누적된 수천 시간의 무보수 연장 근무에 대해 금전적인 보상을 요구했다. 프랑스 정부도 경찰관들의 누적 추가근무 수당 지급 요구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노조의 집단행동이 본격화할 경우 서민경제 개선을 요구하는 ‘노란 조끼’ 집회와 연말 크리스마스 시즌이 겹쳐 치안과 테러 경계에 자칫 ‘구멍’이 뚫릴 수 있기 때문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BFM 방송 인터뷰에서 “매우 어려운 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관들이 제대로 대가를 지급받는 것은 정당하다”고 유화적인 자세를 취했다. 프랑스 정부는 경찰관들의 누적 추가 근무수당 총액이 2억7500만 유로(3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한편, 헝가리에서도 경찰관들이 밀린 연장근로 수당을 제대로 달라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매년 5만 시간에 대한 연장근로 수당이 미지불됐다면서 정부가 지급해야 할 금액이 2억 포린트(79억6000만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헝가리에서는 최근 연간 연장근로 허용 시간을 대폭 늘린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반정부 시위가 계속돼 왔다. AFP통신는 19일(현지시간) 헝가리 북동부 사볼치 카운티 경찰관 2300명이 헝가리 최대 뉴스포털 인텍스 닷 후(index.hu)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지난 3년간 제대로 연장근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린 경찰관들은 경찰청장에게 수당 지급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해서 공개적으로 이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의 요구는 최근 시위와는 무관하다. 우리는 경찰이고 이 서한은 정치적 목적을 띠고 있지 않다”며 “권리가 정당하게 보호받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AFP통신은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전국 단위로는 수십만 시간분의 경찰관 연장근로 수당이 미지급 상태라고 전했다. 헝가리에서는 지난 12일 연간 연장근로 허용시간을 250시간에서 400시간으로 확대한 노동법 개정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연일 부다페스트를 중심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야당과 노동조합들은 개정법을 독일 자동차 업계와 정부의 야합이 만들어낸 ‘노예법’이라고 비판하면서 유럽연합(EU) 최저 수준인 임금을 먼저 올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캐나다인 3번째 체포로 도마에 오른 ‘중국 보복 정책’

    캐나다인 3번째 체포로 도마에 오른 ‘중국 보복 정책’

    ‘화웨이 사태’, 막후 흥정 없으면 중국-캐나다 냉각‘확전 자제’ 캐나다 “멍완저우와 관련없다” 선긋기재판 장기화시 中, 경제보복 주목…FTA 무산 위기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창업자의 딸 멍완저우(孟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캐나다에서 체포됐다가 풀려난 이후 3번째 캐나다인이 중국에 구속됐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내세운 시진핑 국가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했던 미중 무역전쟁에서는 꼬리를 내렸다가 미국보다 약한 나라에 대해서는 철저한 보복 정책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캐나다 외교부의 매건 그래버린 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우리 국민 1명이 중국에서 억류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가 이토록 나서는 것을 두고 업계에선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중국 정보기관은 지난 10일 캐나다인인 전직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대북 사업가 마이클 스페이버를 각각 체포해 안보 위해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멍완저우가 체포에 대한 보복을 계속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이에 대해 캐나다 정부는 철저히 선을 긋고 있다. 중국과의 확전을 피하고자 하는 까닭이다.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억류가 멍 부회장의 체포 건과 연관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거나 “이번 건이 최근 중국에서의 캐나다인 억류 사건과 연관돼 있다고 믿을만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앞서 2건의 자국인 체포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 “멍 부회장 사건과의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캐나다가 중국에 대해 정치적 발언도 자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석방은 됐으나 캐나다에 머물며 재판을 받아야 하는 멍완저우의 재판결과가 나오기까지 계속될 중국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막후 흥정이나 협상이 없이 멍완저우 재판이 대법원까지 간다면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의 캐나다인 체포가 계속되면 중국과 캐나다의 관계가 얼어붙을 수 밖에 없다.중국의 캐나다 보복이 캐나다인 체포에서 경제보복으로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실제로 화웨이 사태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려된 캐나다의 희망이 무산될 수도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에 자국에 ‘밉보인’ 국가에 경제보복을 여지없이 단행한바 있다. 2008년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프랑스, 2010년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한 일본, 같은해 류샤오보에 노벨평화상을 준 노르웨이, 2016년 달라이 라마를 접견한 몽골, 같은해 남중국해에서 영토분쟁을 벌인 필리핀 등에 ‘연어 수입금지’ ‘바나나 수입 금지’ ‘희토류 수출 금지’ 등의 정책으로 경제 보복을 가했다. 지난해 한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배치하자 역시 ‘관광 금지’ 등으로 한국에 보복을 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전쟁에 대해서는 중국이 유화 제스춰를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중화민족 부흥을 꿈꾸는 중국 대외 정책이 ‘강약약강(强弱弱强·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겐 강한 모습) 같은 패권을 추구하는 것이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로 보고 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콤파니·아포베·카바셀레 등 콩고 핏줄들 “23일 대선 좋은 결과 나왔으면”

    콤파니·아포베·카바셀레 등 콩고 핏줄들 “23일 대선 좋은 결과 나왔으면”

    크리스티안 카바셀레(27·왓퍼드), 베닉 아포베(25·스토크시티), 뱅상 콤파니(32·맨체스터 시티), 아르투르 마슈카(25·웨스트햄) 등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누비는 콩고민주공화국(DRC) 핏줄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이 리그에서의 팀 순위보다 더 마음을 쓰고 있는 이벤트가 있다. 바로 조국의 대통령 선거다. 성탄을 이틀 앞둔 23일(이하 현지시간) 조지프 카빌라(47) 현 대통령을 유임시킬지 아니면 정권을 교체할지 결정하는 투표가 실시된다. 독립 60주년을 맞지만 아직 한 번도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뤄본 적이 없다. 20년 전에는 ‘아프리카의 세계대전’으로 불린 내전으로 몸살을 겪었다. 카바셀레는 “전쟁 때문에 슬픈 게 아니라 콩고의 전반적인 상황 때문에 슬프다.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들은 너무도 가난하다.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손전화와 자동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토류가 묻혀 있어 부자동네로 통하는 루붐바시에서 태어난 그는 “재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정부 관료나 소수만 돈을 챙긴다. 내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세상의 많은 이들이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태어난 지 몇개월도 안된 상태에서 조국을 떠나 벨기에에 안착한 카바셀레와 달리 아포베는 영국 태생이지만 DRC 대표로 뛸 정도로 조국과 연을 갖고 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 콩고 말인 링갈라를 배웠다. 콩고 음식을 즐겼고, 늘 콩고를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고 말했다.벨기에 대표팀과 맨시티 주장으로도 유명한 콤파니 역시 DRC 디아스포라(유민)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는 “모든 콩고 출신 선수들처럼 조국도 한 걸음 진전했으면 좋겠다”며 “여러 번 가봤다. 킨샤샤와 부카뷰 등. 내 나라다. 마음으로 가깝게 여겨지고 내가 한 모든 일 때문에도 그렇다. 난 늘 콩고와 벨기에를 위해 조그만 일이라도 대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2만여명의 유엔 평화유지군이 주둔하고 있는 조국의 사정에 대해 묻자“광범위하고 복잡한 문제”라고 답한 뒤 유권자나 정치인 모두 미래 세대를 염두에 두고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프랑스에서 태어난 마슈카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는데 지금은 가보면 알겠지만 가난이 도처에 깔려 있어서 슬프다”며 “유일한 바람은 전쟁이 아니라 평화뿐”이라고 말했다.전성기 때 포츠머스와 뉴캐슬 유니폼을 입었던 로마나 루아루아 역시 “콩고인들에게 무엇보다 우리는 서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지고 있다. 미래는 항상 아이들과 함께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들을 얼마나 뒷받침하든가와, 우리 조국이 그들에게 얼마나 돌려줄 것인가와 관계 없이 아프리카는 우리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바셀레가 보기에 유권자들의 미래는 자신의 손 안에 담겨 있다. “이 후보에게 표를 찍었건, 저 후보에게 표를 찍었건 간에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가에 대해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과거에도 숱하게 그랬듯이 길거리로 나가 소요를 일으키지 않고 최종 선택을 존중하면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용기를 갖고 투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베트남 고아들과 합창단 운영 박성민씨 올해 해외문화홍보 유공자에

    베트남 고아들과 합창단 운영 박성민씨 올해 해외문화홍보 유공자에

    베트남 고아들과 함께 합창단을 만들어 운영하는 박성민(사진)씨, 러시아에 한국 음악을 알린 카라티기나 마르가리타씨, 태국에 한국 소식을 전하는 피앙오 라오하윌라이씨 등 9명이 정부 포상을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은 문화·예술·체육 등 각 분야에서 우리 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리고 국가 이미지를 높이는 데 이바지한 유공자 9명을 올해의 해외문화홍보 유공자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박성민씨는 2013년 8월 주베트남 한국문화원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베트남 고아들로 구성한 ‘미러클 합창단’, 2015년에는 ‘미러클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운영 중이다. 카라티기나 마르가리타씨는 지난 2007년부터 주러시아 한국문화원과 차이콥스키 국립음악원이 협력한 한국 음악인 초청 공연을 27회 열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 국빈방문 기념 한-러 클래식 음악회 등을 열기도 했다. 피앙오 라오하윌라이씨는 2008년부터 10년 동안 매주 1회 태국 주요 신문사인 ‘포스트 투데이’에 ‘성까올리(Watch Korea)’라는 제목으로 한국 문화와 한류, 관광, 정치, 한·태 수교 60주년 등 다양한 한국 관련 칼럼 530여건을 기고했다. 이밖에 재외 한국문화원과 협력해 한국 문화 홍보에 이바지한 홍엘리(미국·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비즈니스센터), 나선나(캐나다·The Swan at Carp Restaurant 대표), 백인성(아르헨티나·Baek & Asociados 대표), 아파프 아라브(프랑스·봉주르코레 한국문화협회장), 시모야카와 교스케(일본·쇼와음악대학 이사장), 쉬웨이펑(중국·중국현대문학관 연구원)이 선정됐다. 수상자들에게는 각국 한국문화원을 통해 문체부 장관 표창과 소정의 부상을 전달한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크리스퍼유전자가위 악당, DNA탐정, 그래핀 조련사 등…네이처 선정 ‘올해 10대 인물’

    크리스퍼유전자가위 악당, DNA탐정, 그래핀 조련사 등…네이처 선정 ‘올해 10대 인물’

    지난달 말 세계 최초로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켜 윤리적 비난을 받은 중국 과학자, 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연쇄살인범을 검거하도록 한 데이터 과학자,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자손을 찾아낸 인류학자….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올해 전 세계 과학계를 뒤흔든 10명의 과학자를 선정해 19일 발표했다. 리치 모나스터스키 네이처 수석 편집장은 “이번에 선정된 인물들은 올해 가장 기억될만한 과학적 이야기꺼리를 만들어 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부터 출발했고,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을 만나도록 한 과학자들”이라고 강조했다.네이처는 약관에 불과한 중국과기대 출신 물리학자 위안 차오(Yuan Cao) 박사를 올해의 첫 번째 인물로 꼽았다. 네이처는 22살에 불과한 차오 박사가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그래핀 조련사’라고 소개했다. 그는 그래핀의 ‘마법 각도’를 개발해 냄으로써 저항 없이 그래핀의 전도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냄으로써 새로운 물리학 분야를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차오 박사의 연구는 보다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과 전송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두 번째 올해의 인물로는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및진화유전학연구소 비비안 슬론 박사가 꼽혔다. ‘인류의 역사학자’ 슬론 박사는 2012년 러시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굴한 소녀의 화석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네안데르탈인 엄마와 데니소바인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이종교배 인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슬론 박사의 연구는 약 40만년 전 완전히 다른 종으로 분리된 것으로 알려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이 서로 교류를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낸 것이다.세 번째는 지난 11월 말 전 세계 과학계를 충격으로 빠뜨린 ‘유전자 편집 아기’를 탄생시킨 중국의 유전학자 허젠쿠이이다. 네이처는 그를 ‘크리스퍼 불한당’이라고 부르면서 유전자 편집기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중국 선전 남방과기대 교수로 유전자 편집 연구를 해온 허젠쿠이는 홍콩에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쌍둥이 여자아이 2명이 에이즈 유발 HIV 바이러스에 면역력을 갖도록 했다’고 발표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다. 그의 발표 이후 과학계는 물론 중국 정부에서도 그의 연구를 비판하고 나서는 등 곤란에 빠진 상태다. 네이처는 그의 연구가 역설적으로 유전자 기술의 미래와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소속 물리학자 제스 웨이드 박사는 과학계에서 여성의 위치를 재조명한 ‘다양성 챔피언’으로 소개되며 올해의 인물로 꼽혔다. 웨이드 박사는 남성보다 여성은 과학분야에서 활약이 덜하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여성과학자 페이지를 하루에 한 개씩 만들어 현재 400개에 이르는 여성과학자 페이지를 만들었다. 웨이드 박사는 여성 과학자 페이지 만들기라는 온라인 활동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여성 과학자의 업적을 알리기 위한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네이처는 소개했다.‘지구 감시자’ 발레리 메송-델모트 프랑스 기후환경과학연구소 박사는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 부의장으로 기후변화의 물리적 과학분석을 담당하고 있다. IPCC 발족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 메송-델모트 박사는 지난 10월 한국 송도에서 열린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가 생태계를 변형시키고 많은 산호초를 파괴함으로써 인류의 생존과 지구환경에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도록 이끌었다.말레이시아 에너지, 과학, 기술, 환경 및 기후변화부(MESTECC) 장관 비 인 예오(Bee Yin Yeo)는 정치인으로는 유일하게 ‘환경을 위한 강력한 힘’이라는 표제로 ‘올해의 과학인물’로 선정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화학공학 석사출신인 비 인 예오 장관은 2010년부터 정치인으로 활동했다. 비 인 예오 장관은 지난 7월 초부터 MESTECC를 맡아 2030년까지 현재 2%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을 20%까지 높이겠다고 발표하고 전력시장과 발전비율 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네이처는 비 인 예오 장관의 이런 행보에 대해 ‘환경의 미래를 생각하는 대범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네덜란드 라이덴천문관측소의 천문학자 안소니 브라운 박사는 ‘별 지도 작성자’로 올해의 과학인물로 선정됐다. 네이처는 지난 4월 25일 오전 10시(국제시)는 천문학자들에게 ‘크리스마스’ 같은 날이라고 소개하며 이날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이 우리 은하계에 있는 별들을 관찰해 13억개에 이르는 별들의 밝기와 색깔, 밀도 등의 정보를 이용해 3차원 지도를 만들어 발표한 것이다. 브라운 박사는 이 가이아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이다.1970~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일대에서 벌어진 40여건의 강간사건과 10여건의 살인을 저지른 ‘골든스테이트 킬러’ 사건은 영원한 미제사건으로 묻힐 뻔했다. 그렇지만 ‘DNA 탐정’ 바바라 레이-벤터(Barbara Rae-Venter)에 의해 42년만에 당시 경찰이었던 범인이 잡혔다. 북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레이-벤터는 은퇴한 특허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오픈 데이터를 활용해 DNA를 정밀 분석해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다. DNA를 활용해 DNA대조라는 과학적 방법을 이용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도록 한 레이-벤터는 올해의 중요 과학 인물로 꼽히게 된 것이다.유럽연합(EU) 연구혁신총국장을 역임한 로버트 얀 스미츠(Robert-Jan Smits) 유럽정치전략센터(EPSC) 오픈액세스및혁신 수석어드바이저는 EU내 국가에서 공적자금으로 수행된 연구결과물은 2020년까지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오픈액세스 학술지에 투고하거나 오픈액세스 플랫폼에 등록하도록 한 ‘플랜S’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지금까지 네이처나 사이언스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학술지 시스템이 아닌 오픈액세스 기반 학술활동을 장려해 더 자유로운 연구활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네이처는 전망하기도 했다.지난 6월 27일 일본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가 지구에서 2억 8000만㎞ 떨어진 소행성 ‘류구’에 안착하는 프로젝트를 이끈 마코토 요시카와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 하야부사-2 프로젝트책임자가 ‘소행성 헌터’로서 올해의 과학계 인물로 선정됐다. 2014년 일본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발사한지 3년 반만에 류구에 안착한 하야부사-2는 류구 표면의 지형과 화학성분, 중력장 등을 관찰해 지구를 향해 날아드는 소행성에 대한 정보를 알아낼 예정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각국에서 쫓겨나고 있는 공자학원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세계 각국에서 쫓겨나고 있는 공자학원

    ‘중국 문화 전파의 첨병’으로 불리는 공자학원이 세계 각국에서 쫓겨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미국 대학들을 중심으로 정치색이 짙다는 이유로 공자학원을 잇따라 폐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 미시간대는 2009년부터 앤 아버 캠퍼스에서 운영돼온 공자학원과의 계약을 내년에 해지할 것을 중국에 통보했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대신 정규 교육과정 내에 중국 시각·공연예술을 연구하는 과정 등을 개설한다는 게 미시간대의 방침이다. 이에 앞서 8월 노스플로리다대도 대학 내에서 운영돼온 공자학원의 문을 내년 2월 닫기로 했다. 이 대학은 4년간 운영된 공자학원의 교육 과정과 활동이 학교의 사명과 목표와 부합하지 않아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스플로리다대가 즉각 공자학원의 문을 닫지 않은 것은 폐쇄할 경우 6개월 전에 통보하기로 한 내용이 계약조항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캐나다와 미국에서 퇴짜를 맞기 시작한 공자학원은 2005년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개설한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이 2015년 공자학원 계약 만료를 선언함으로써 유럽지역에서도 처음 퇴출되는 상황을 맞았다. 미시간대와 노스플로리다대 외에도 캐나다 맥매스터대(2013년 7월)와 미 시카고대(2014년 9월)와 펜실베니아대(2014년 10월) 등 미주지역의 공자학원과 프랑스 리용대의 공자학원도 폐쇄됐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세계 각국 대학들과 공동협력해 중국어·중국사·중국 문화 등을 가르치는 비영리 교육기관이다. 중국 정부는 공자학원 설립 목적을 중국어와 중국 문화 보급으로 다양한 문화 발전과 화목한 세계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체제 홍보를 맡고 있다는 게 사계(斯界) 전문가들의 일반적이 평가다. 중국 ‘소프트파워 전파’의 돌격대인 셈이다. 2004년 서울에 처음 문을 연 공자학원은 지난해 말 현재 세계 138개국, 525곳에 설립돼 있다. 유럽지역이 41개국 173곳으로 가장 많고 미주(21개국 161곳)와 아시아(33개국 118곳), 아프리카(39개국 54곳), 대양주(4개국 19곳) 지역 등의 순이다. 초·중·고교생을 위한 공자학당도 세계 79개국 1113곳에 설치돼 있다. 아시아 21개국 101곳, 아프리카 15개국 30곳, 유럽 30개국 307곳, 미주 9개국 574곳, 대양주 4개국 101곳에 각각 설치됐다.공자학원은 중국 교육부 산하 ‘국가한판’(國家漢語推廣領導小組辦公室)이 관리한다. 운영 총책임자는 공자학원 본부 이사회 주석을 맡고 있는 쑨춘란(孫春蘭) 국무원 부총리겸 통일전선공작부장이다. 공산당 중앙위원회(당중앙) 직할 부서인 통일전선부는 전 세계에 공산당 영향력을 확대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특히 쑨 부총리는 중국 지도부로 불리는 공산당 서열 25위 안에 드는 당중앙 정치국 위원이다. 다른 운영 간부들도 모두 공산당 간부들이다. 공산당의 직접적인 관리를 받고 있는 셈이다. 국가한판은 공자학원 설립 비용 100만 달러(약 11억 3000만원)과 해마다 운영비 10만∼15만 달러를 대는 것은 물론 교과서를 선정하고, 중국어 교사도 직접 고용해 훈련시킨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0년까지 공자학원 1000개를 설립할 계획이다. 공자학원을 통해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전 세계 수강생은 1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의 알리앙스 프랑세즈가 120년간 137개국에서 1000여곳, 영국 브리티시 카운슬이 70년간 110개국에서 250여곳, 독일 괴테 인스티튜트가 50년간 83개국에서 147곳이 설립된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중국어 강좌와 강사 양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 적잖아 재정 부족에 시달리는 세계 대학들이 공자학원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및 유럽지역에서 공자학원을 설립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미국의 경우 노스캐롤라이나대를 비롯해 조지워싱턴대 등 캠퍼스에 지난해까지 공자학원 110곳이 설립됐다. 국가별로는 가장 많다. 유럽 각국 대학에도 속속 들어서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관련된 51개국에도 공자학원 135곳이 설립됐다. 문제는 중국 정부가 세운 공자학원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공자학원에선 톈안먼(天安門) 사태, 대만과 티베트 독립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은 언급조차 할 수 없는 금기다. 마셜 살린스 시카고대 인류학과 교수는 “공자학원에서는 대만과 티베트 독립 문제, 톈안먼 사태 등에 대한 강의나 학술행사를 열 수 없다”며 “이는 공자학원이 미국 대학 내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고 중국 공산당 이념과 정치 선전도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사력 증강이나 공산당 지도부의 파벌 문제 등도 피해야 하는 주제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서방국가는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통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면서 체제 선전만 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서방 대학에서 공자학원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조지프 나이 미 하버드대 교수도 “전 세계 대학에 세워진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교육기관 본래의 기능을 넘어선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도 반영되는 과정에서 중국의 역사·영토·민족주의가 국경을 넘어가면서 중화주의가 득세할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진다. 공자학원을 통한 중화주의의 확산은 특히 아프리카에서 두드러진다. 공자학원은 아프리카에 50곳 넘게 생겨났으며 중국어가 아프리카대륙 공용어의 자리까지 노리고 있다. 세네갈 공자학원의 책임자인 마마도 폴은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50년 안에 중국어가 프랑스어처럼 공용어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자학원은 중국어와 중국 역사·문화뿐 아니라 취업에 필요한 엔지니어링과 정보기술(IT) 교육도 제공해 인기가 높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 있는 공자학원에 다니는 디예예(25)는 “중국 기업들은 세네갈 최대의 도로와 건물들을 지었다”며 “중국어를 배워 중국 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욱이 미국 정부는 중국 정보기관이 공자학원을 통해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의심한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지난 2월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의 사상 선전과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이용돼 수사 대상에 올랐다”며 “공자학원이 미국 내 중국 유학생은 물론 중국 인권 활동과 관련된 재미 중국인의 동향을 감시하는 거점으로도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도 “중국 정보기관의 전 세계적인 침투 공작을 밝히고자 이미 여러 기관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까닭에 미국 의회는 공자학원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미 공화당의 마코 루비오(플로리다),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과 조 윌슨(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3월 상·하원에 ‘해외 영향력 투명법’을 각각 발의했다. 이 법안은 공자학원을 ‘외국 대행기관’으로 법무부에 등록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이 통과되면 공자학원은 학술단체가 아닌 중국 정부와 공산당을 홍보하고 중국 국익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단체’로 등록된다. 로비단체는 활동 범위와 자금원 등을 구체적으로 밝히게 돼 있기 때문에 공자학원의 활동은 크게 제한받게 될 전망이다. 공자학원을 설립한 각 대학은 외국 기관과 단체 등으로부터 5만 달러 이상 기부와 계약, 사례품 등을 받을 경우 반드시 공시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FARA는 1938년 나치 독일이 미국에서 로비 활동을 벌이는 것을 봉쇄할 목적으로 제정됐다.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2018년 소셜미디어의 교훈

    [박상현의 디지털 미디어] 2018년 소셜미디어의 교훈

    인류사에서 두 집단의 힘겨루기는 어느 쪽이 더 우세한 통신수단을 장악했느냐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링컨의 북군은 남군에 비해 무려 15배나 많은 전신선을 깔았고, 링컨은 전쟁부(지금의 국방부) 건물 지하에서 죽치고 앉아서 전방에서 싸우고 있는 장군들에게 전신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기술적 우위로 남군보다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한 병력과 물자 수송이 가능했고, 궁극적으로 북군의 승리에 크게 기여했다.우리나라가 민주주의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오랜 군사독재를 겪었던 이유는 독재세력과 반정부 시위대의 통신 능력 차이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제일 먼저 방송국을 장악하고, 신문사를 압박해 이미 잘 깔린 매스커뮤니케이션 통로를 장악했다. 반면 민주화 운동이 한창이던 1980년대에 대학생을 비롯한 시위대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방법은 일일이 손으로 써서 붙이는 대자보나 ‘등사기’라는, 등장한 지 100년 넘은 기술로 찍어 낸 종이를 건물 옥상이나 달리는 버스에서 길거리에 뿌리는 게 고작이었다. 하나의 개체로서는 힘이 약한 인류의 진정한 힘은 조직화에 있었고, 조직화는 생각의 공유를 통해서만 가능했고, 생각의 공유는 소통, 즉 통신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 사실을 경험을 통해 습득한 인류사회는 ‘더 나은 소통수단은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 믿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등장한 후에도 바로 깨지지 않았다. 2011년에 시작해 아랍 국가들 사이에 민주화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아랍의 봄’은 ‘트위터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트위터가 시위대의 조직과 국민의 단체 운동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더 나은 소통수단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계기는 2016년 미국 대선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한 가짜뉴스의 실체와 러시아의 조직적인 미국 대선 개입이 밝혀지면서 더 빠르고, 더 효율적인 수단은 반드시 좋은 아이디어의 확산만을 돕지 않으며, 나쁜 아이디어를 확산하려는 세력의 조직적인 노력이 손쉽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쉽고 저렴한 운동장을 마련해 준 사실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논란의 중심이 된 페이스북은 스스로를 ‘소셜네트워크’로 재규정하면서 진짜뉴스든 가짜뉴스든 상관없이 지긋지긋한 미디어로서의 역할에서 사실상 손을 떼기 시작했다. 2018년 초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이 결정으로 인해 페이스북을 통해 목숨을 부지하던 매체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페이스북은 개인이 올리는 포스트나 그룹을 적극적으로 확산시키며 ‘네트워크 서비스’를 강화했다. 올해 들어 페이스북 개인 사용자들이 ‘좋아요’를 전보다 많이 받고 있다면 올해 갑자기 글솜씨가 좋아져서라기보다는 마크 저커버그의 결정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하지만 2018년의 뚜껑을 열어 보니 페이스북의 골칫거리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독일에서는 페이스북 사용자가 많은 지역에서 유독 이민자에 대한 공격이 많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동남아 다민족 국가들에서는 페이스북이 여전히 인종 갈등 확산에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어 언론이 ‘헤이트(증오)북’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악재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프랑스의 ‘노란조끼’ 시위의 확산 뒤에는 페이스북이 연초에 바꾼 알고리즘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형 미디어가 쏟아내는 콘텐츠 대신 사용자, 시민들 사이의 개별적인 소통을 돕겠다는 아름다운(!) 목적으로 알고리즘을 바꾼 결과 프랑스에서 지난 반세기 최악의 폭력시위가 벌어졌고 “페이스북이 프랑스를 망가뜨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스스로를 불편부당한 중립적 플랫폼임을 강조해 온 페이스북은 2018년 내내 미디어와 정치에서 멀어지려고 애를 썼지만, 연말에 다시 논란의 중심으로 끌려나온 것이다. 이제 인류는 ‘더 나은 소통수단은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명제를 버릴 때가 됐다. 진보하는 기술은 사회의 진보를 보장해 주지 않는다. 더 나은 결과를 보장해 주는 것은 더 나은 아이디어이지 소통의 수단 자체의 발전이 아니다.
  • 투표로 심판한 인도의 ‘불평등 분노’

    모디 총리, 내년 총선 앞두고 경고등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노란 조끼’ 시위가 일어난 것에 이어 인도에서도 불평등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도인들은 시위가 아닌 투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를 심판했다.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5개 주 주의회 선거에서 완패했다고 타임스 오브 인디아 등 현지 언론이 12일 전했다. 지난 7일 열린 선거는 내년 총선의 전초전으로서 향후 모디 총리의 정치적 운명을 가늠할 풍향계라는 평가를 받았다. 5개 주 가운데 ‘중·북부 힌두 벨트’인 마디아프라데시, 차티스가르, 라자스탄 등 3개 주는 힌두 민족주의 정당 BJP의 대표적인 표밭이었다. 2014년 총선에서 모디 총리는 이들 3개 주에서 대승을 거둬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BJP는 3개 주에서 야당 인도국민회의(INC)에 과반을 내줬다. 특히 차티스가르주에서 BJP는 15석을 얻는 데 그쳤다. INC는 65석을 획득했다. BJP는 남은 2개 주에서도 과반 획득에 실패했다. 모디 총리의 재집권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선거 결과에 대해 모디 총리는 “승리와 패배는 삶의 일부”라면서 “국민들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 후 치른 선거에서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고 평가했다. 모디 총리의 패인은 제조업 활성화 캠페인 ‘메이크 인 인디아’ 등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전체 인도 인구 13억 5000명 중 70%를 차지하는 농민을 소외시킨 데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농민들은 최근 모디 정부에 친농업 정책 도입을 요구하며 전국 곳곳에서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에는 수도 뉴델리에 수만명이 모여 모디 총리와 BJP를 규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교황은 말한다, 때론 용서 구할 때 다리가 놓인다고

    교황은 말한다, 때론 용서 구할 때 다리가 놓인다고

    지구촌 감싸는 당대 실존적 문제 망라 2016년부터 12차례 만난 佛 석학 볼통 “어떤 해법도 종교·신앙으로부터 나와교황을 이해하려면 훨씬 더 노력해야”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이자 역사상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인 프란치스코. 그는 사제들에게 ‘거리로 나가서 낮은 자세로 부닥치라’고 외치며 스스로도 세계 각지를 돌며 화해와 평화의 전령으로 보편적 종교의 순명을 실천하고 있다. ‘역사상 대중에게 가장 사랑받는 교황’이라는 수식어가 새삼스럽지 않은 프란치스코, 그는 과연 누구일까. 대담집 ‘공존을 위한 8가지 제언’(책세상 펴냄)은 청빈과 겸손, 소박의 교황인 프란치스코의 심층을 볼 수 있는 텍스트로 눈길을 끈다. 프랑스 최고 석학중 한 사람으로 통하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리서치 디렉터인 도미니크 볼통과 바티칸 ‘성 마르타의집’에서 2016년 초부터 12차례 만나 허심탄회하게 나눈 이야기 묶음이다. 대담에는 정치와 사회, 인간과 종교를 비롯해 지구촌을 감싸는 당대의 실존적 문제가 망라돼 있다. 공교롭게도 대담은 지금 뜨거운 이슈인 유럽 난민과 이주민에 대한 물음표를 찍으면서 시작된다. 교황은 난민과 이주민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우리의 신학은 이주민의 신학입니다.” 교황은 역시 신앙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이후로 우리 모두는 이주민입니다. 예수님 자신도 망명자요, 이주민이었지요.” 인간의 존엄성이란 필연적으로 ‘길 위의 존재’를 내포한다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교황은 “걷는다는 것, 늘 길 위에 있다는 것, 그것은 항상 소통한다는 뜻”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유럽은 그 뿌리로 돌아감으로써 스스로를 다시 찾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 두려워하고 있어요. 그래서 문을 닫고, 닫고, 또 닫고….” 프란치스코는 “지금 세상은 3차 세계대전을 치르고 있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린다. 그 전쟁을 놓고는 이렇게 잘라 말한다. “‘전쟁을 하는 것은 나를 방어하기 위해 달리 할 수 있는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전쟁도 정당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것은 오직 하나, 평화뿐입니다. 전쟁으로는 모든 것을 잃지만 평화로는 모든 것을 얻지요.” “정치란 가장 높은 형태의 자선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두의 공동선을 지향하기 때문입니다.” 교황이 내린 정치에 대한 정의다. 그렇다면 종교는 이 혼탁한 세상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 ‘하느님은 아우슈비츠 어디에 계시느냐’는 대담자의 질문이 날카롭다. “저는 하느님이 어디에 계시는지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인간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은 왜 이런 일을 허락하시느냐고 묻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을 저지르고 있는 건 바로 우리입니다.” 교회는 다리를 놓음으로써 정치에 봉사해야 한다는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정치의 도구란 바로 근접성입니다. 우리는 설득을 잃어버렸어요. 다리를 놓읍시다. 함께 일합시다. 용서를 구하세요. 때로는 용서를 구할 때 다리가 놓입니다.” 1년여의 만남 끝에 볼통은 이런 말을 남겼다. “교황에게서는 모든 것이 종교와 신앙으로부터 나온다. 철저히 정치적인 문제들을 다루려 해도 우선 종교와 신앙이 개입된다. 사회적으로는 프란치스코 회원 같고, 지적으로는 도미니코회원 같고, 정치적으로는 예수회원 같다. 하여간 그는 매우 인간적이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보험료 30%만 내고 고액 진료 혜택 빼먹는 ‘건보 먹튀’ 외국인들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보험료 30%만 내고 고액 진료 혜택 빼먹는 ‘건보 먹튀’ 외국인들

    지난해 ‘C형 간염약’이 국내에서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중국 동포와 중국인이 고가의 C형 간염약을 우리나라에서 집중적으로 처방받는 문제 때문이었다. C형 간염약은 한 알에 25만~3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건강보험을 적용받으면 약값의 30% 정도만 내고 처방받을 수 있다. 약은 12주를 사용하면 환자에 따라 완치율이 최대 97%에 이를 정도로 효과가 높다. 이 약들은 2016년 5월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중국 동포사회 등을 중심으로 이런 이점이 알려지면서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을 수 있는 최소 기간인 3개월 정도만 국내에 체류해 집중적으로 약을 타가는 행태가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인 266명은 2016년 국내 의료기관에서 본인부담금 12억 8472만원만 내고 30억 8960만원의 C형 간염약 보험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1~9월에는 274명이 13억 2504만원을 내고 31억 7877만원어치의 건보 혜택을 받았다. 외국인이 건강보험료 일부만 부담하고 고액의 혜택을 받은 뒤 출국하는 이른바 ‘건강보험 먹튀’ 사례가 늘고 있다. A(15)군은 중국에서 치료가 어렵게 되자 2015년 4월 한국으로 넘어와 3개월을 체류한 뒤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었다. 그는 올해까지 3년간 국내 병원에서 치료했는데 병원비가 4억 7500만원이나 나왔다. 이 가운데 건강보험 부담금은 4억 2700만원이었다. 본인부담금 4800만원 중 1800만원은 본인부담 초과액으로 결정돼 환자 가족에게 돌려주기까지 했다. A군의 부모가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고작 260만원에 그쳤다. A군과 같은 건보 진료비 상위 외국인 환자 100명을 분석한 결과, 지난 5년 동안 224억 8000만원을 건강보험에서 타간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들이 부담한 건강보험료는 4억원에 그쳤다. 고액 치료를 받는 사례는 해외 동포가 38명으로 가장 많았다. 국내 건강보험제도의 허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모든 외국인이나 해외 동포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의료기관에서 받은 보험 혜택보다 낸 보험료가 훨씬 많다. 외국인도 직장인은 건강보험에 즉시 가입된다. 이런 이유로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지난해 2490억원 규모 흑자를 기록했다. 최근 5년간 흑자액은 1조 1000억원이나 된다. 실제로 건보공단의 ‘2013∼2017년 국민·외국인·재외국민 건강보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최근 5년간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냈지만 받은 급여 혜택은 220만원에 그쳤다. 재외국민 직장가입자도 같은 기간 1인당 평균 건보료로 846만원을 납부하고 370만원의 보험급여만 받았다. 재외국민은 외국에 체류하거나 오랫동안 살면서도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다. 문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1인당 평균 137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3배가 넘는 472만원의 보험급여를 받았다. 재외국민 지역가입자도 1인당 평균 344만원을 내고 806만원의 보험 혜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지난해 2051억원을 포함해 지난 5년간 7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3개월만 체류하면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외국인 일부가 적은 돈을 내고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C형 간염 치료제처럼 특수 상황에서 지역가입자가 갑자기 늘어 건보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2013년 16만 2265명에서 올해 6월 기준 29만 876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비판이 거세지자 정부가 대책을 마련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0월 외국인이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위한 최소 체류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장기체류 재외국민 및 외국인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기준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현재는 3개월만 체류하면 지역가입자 자격을 얻지만 내년부터 최소 체류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난다. 만약 30일을 초과해 해외에 체류하면 재입국일이 최초 입국일로 다시 산정된다. 외국인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료를 내국인과 동일하게 소득과 재산에 따라 부과하되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이상을 내게 했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마지막 방법은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이다. 직장가입자가 아닌 외국인은 임의가입이 가능해 고액 치료를 목적으로 입국해 체류하다 보험료를 일시불로 내고 지역가입자가 된 뒤 출국하는 사례가 많다.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 어려워 체납 보험료 부과나 부당이득금 환수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일정 요건을 갖춘 외국인은 지역가입자로 당연 가입하도록 하고 보험료를 체납하면 완납할 때까지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냈다. 사실상 외국인 건강보험 먹튀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방안이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가난한 외국인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난다”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리가 시도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정치권이 합심해 힘을 보탰으면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대여·도용 문제 해결도 시급하다. 국내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 해외 동포가 건강보험증을 빌리거나 주민등록번호를 외운 뒤 보험 혜택을 받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전자건강보험증과 지문인식 등 다양한 대책을 내부적으로 검토했지만 비용 대비 낮은 효과 탓에 지난해를 끝으로 도입 논의를 중단했다. 전자건강보험증과 지문인식시스템 도입에는 2000억~60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미 무인 민원발급기에서도 지문을 활용해 건강보험 관련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을 우려하는 의료계의 반발과 정보 유출 우려를 제기한 시민단체 반대로 논의에 진전이 없다. 그러나 문제를 마냥 방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2013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외국인 32만 4794명이 건강보험증을 대여·도용하거나 자격 상실 후 건강보험 급여를 받았다. 적발한 부정수급액이 지난 5년간 280억원에 이른다. 부정수급액은 2013년 33억 8300만원에서 지난해 68억 4600만원으로 급증했다. 당국이 적발하지 못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은 1993년 건강보험 대여와 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자건강보험증을 도입했고, 프랑스와 대만도 각각 2001년과 2004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당뇨환자가 쓰러지면 환자 이송과 혈액 검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 전자건강보험증에 정보를 넣어놓으면 즉각 인슐린 처치를 할 수 있다”며 “프랑스는 이런 이점을 들어 국민들을 설득했는데 우리는 개인정보 유출 논쟁만 거듭하다가 결국 도입이 무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건강보험증은 부정 사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데다 중복 검사와 처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능이 있다”며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앞세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최저임금 인상” 무릎 꿇은 마크롱… 성난 ‘노란 조끼’ 잠재울까

    “최저임금 인상” 무릎 꿇은 마크롱… 성난 ‘노란 조끼’ 잠재울까

    “국민들께 상처… 책임 통감” 사과 “유턴 않을 것” 부유세 축소는 관철 AP “근본적인 변화 없이 비전 고집” 퇴진 촉구 확산… 진정 어려울 듯 휴가시즌 시위 동력 약화 전망도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대국민 담화에서 ‘노란 조끼’ 시위대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그는 또 민심을 분노하게 한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정치적 승부수가 노란 조끼 시위를 멈추게 하고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인지, 각계의 평가는 엇갈린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TV연설에서 최저임금 인상 및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를 약속했다. 축소 개편한 부유세 원상 복구는 거부했다. 그는 “먼저 내년 1월부터 근로자의 최저임금이 월 100유로(약 13만원) 오를 것”이라면서 “우리는 일을 통해 존엄하게 살 수 있는 프랑스를 원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어 “사회경제적으로 긴급한 상황이 있음을 우리는 확인했다”면서 “월 소득 2000유로 미만 은퇴자의 사회보장기여금 인상도 철회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유세 부활에 대해서는 “후퇴는 없을 것”이라면서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며 세금 축소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평소 직설적 화법으로 대중의 화를 부채질한다는 지적과 관련, 그는 “집회 초기국면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다. 저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국민들께 상처를 드렸다.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세금을 더 신속하게 내리고 정부 지출을 통제하는 등 강력한 조치들로 사회경제적 위급함에 응답할 것이지만, 유턴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 앞에는 국가 개혁이라는 과제가 있다. 전례 없는 대토론을 해야 한다”며 개혁을 밀어붙일 것임을 시사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에 대해 AP통신은 “근본적인 변화는 전혀 없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를 완전히 바꾸겠다는 비전을 고집했다”고 평가했다. 벤자맹 코시 노란 조끼 대변인은 “정치적 방향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예산 조정”이라면서 “프랑스인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토마스 스네가로프 프랑스 사이언스 포 대학 역사학 교수는 “노란 조끼 사이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면서 “국민들은 혁명을 이야기하며 ‘우리는 왕의 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말한다”고 뉴욕타임스에 밝혔다. 반면 정치 분석가 도미니크 무아시는 “휴가철이 다가오고 마크롱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적 차원의 토론을 시작하면 시위도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AP는 “50년 전 정부를 거의 전복 직전의 위기로 내몰았던 거리시위 ‘68혁명’도 여름 바캉스철이 다가오자 급속도로 식은 전례가 있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한국계 프랑스 의원의 트럼프 욕설

    한국계 프랑스 의원의 트럼프 욕설

    “치매노인 도널드, 치매 걸린 사람들이 대소변도 못 가려 이불을 더럽히는 것과도 같다. 내 조국을 능멸하지 말라, 이 멍청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이 처럼 원색적인 욕설로 맹비난했던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조아킴 손포르제(35) 프랑스 하원의원이 최근 “파시스트들 앞에서 무기력한 도덕론자는 되지 않겠다”면서 자신의 발언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의 ‘노란조끼’ 시위와 관련, 에마누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조롱하는 글을 트위터를 통해 전파시키자 이 같이 비난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약이 파리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프랑스 전역에 시위와 폭동이 있다. 국민은 많은 돈을 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시위대는) ‘우리는 트럼프를 원한다’고 외친다. 사랑하는 프랑스여”라며 마크롱 대통령을 조롱했다. 그러자 집권당 ‘레퓌블리크 앙마르슈’(전진하는 공화국) 소속인 손포르제 의원은 대규모 ‘노란 조끼’ 4차 집회가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다음날인 9일 트위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쓴 글을 공유(리트윗)하며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포르제 의원은 이에 대해 “그(트럼프)에게 (욕설인) ‘f**k you’라고 말하고 인터넷을 끊어버리고 (치매)약을 줄 사람 없나”라고 맹비난했다. 포르제 의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해야 한다는 것, 우리의 생각들을 지키지 못하고 끔찍한 것들에도 제대로 항변 못 하는 그런 태도가 바로 프랑스를 죽인다”고 적었다. 한때 트럼프의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8일 벨기에 브뤼셀의 극우주의자 모임에 참석해 “파리가 불타고 있다”고 조롱한 것에 대해서도 “똥 덩어리만도 못한 배넌이 유럽에 싸구려 물건을 팔러 왔구나. 우리는 안 산다. 거짓말쟁이들은 집에 가라”고 맹비난했다. 트위터에서는 손포르제 의원의 이런 거칠 것 없는 ‘폭풍’ 트윗에 지나치다는 발언이 쏟아졌지만, 그는 자신의 발언과 행동은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한 옳은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로 인해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는 손포르제 의원은 “트위터 세상의 무기력한 도덕주의자들의 축제에 참여하는 이들은 조국이 능멸당하도록 놔두시라. 나는 그렇게 안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트위터 계정을 지워버려라”고 비난하는 한 트위터 사용자에게는 “파시스트는 침묵하는 이들과, 그것(발언의 자유)을 옹호해주는 도덕주의자들 때문에 항상 이겼다. 나는 내 조국을 나만의 격렬한 방식으로 지킬 것”이라고 답했다. 손포르제 의원은 트위터에서의 거친 발언을 쏟아낸 뒤 살해 협박과 인종차별 욕설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어떤 협박과 차별도 나를 굴복시키지 못한다. 우리 집에 나를 죽이러 오겠다고 하는 사람도 무섭지 않다. 트위터 밖에서 지지의 뜻을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손포르제 의원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집권당 LREM 소속으로 지난해 프랑스 총선에서 스위스·리히텐슈타인 해외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1983년 7월 서울 마포의 한 골목에서 경찰관에게 발견돼 이듬해 프랑스로 입양된 그는 유년 시절부터 음악과 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 프랑스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파리고등사범학교(ENS)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뒤 스위스로 건너가 의학을 공부했으며 당선 전까지 스위스 로잔에서 방사선과 의사로 일했다. 원내에 진출한 뒤에는 하원 불·한의원친선협회장도 맡으며 한국과 프랑스의 가교 역할도 하고 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마크롱 ‘노란조끼’에 백지투항…최저임금 月100유로 인상 당근 제시

    마크롱 ‘노란조끼’에 백지투항…최저임금 月100유로 인상 당근 제시

    ‘성난 민심’ 진정 쉽지 않을 것…휴가시즌 시위동력 약화 전망도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달간 계속된 ‘노란 조끼’ 시위에서 분출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고, 요구 사항을 대폭 수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강력한 민심 수습책을 제시했지만 대통령 퇴진 요구까지 나아간 ‘성난 민심’을 달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마크롱 대통령이 큰 틀에서 국면전환을 꽤한 데다 조만간 크리스마스 휴가시즌이어서 시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저녁 8시 생방송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의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앞서 전기·가스요금 동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강화 유예, 유류세의 내년 인상 계획 백지화 등에 이어 새롭게 강력한 여론 진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마크롱이 이날 발표한 조치들은 그가 집권 후 추진해온 국정과제의 상당 부분을 철회한 것으로, 노란 조끼 시위로 분출된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민들의 요구에 사실상 ‘굴복’한 것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최저임금을 월 100유로 인상하기로 한 것은 프랑스의 9%에 이르는 고질적인 높은 실업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백기투항’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부유세(ISF)의 원상복구 요구를 마크롱이 거부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노란 조끼 시위가 이어질 ‘불씨’는 남아있다. 마크롱 정부는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촉진을 내세워 기존의 부유세(ISF)를 부동산자산세(IFI)로 축소 개편하면서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한 바 있다. 마크롱은 담화에서 자신의 단점으로 지적되온 훈계조의 직설화법에 대해서도 “많은 분께 상처를 드려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기도 했다.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본격화한 뒤 전국에 들불처럼 번진 이래로 마크롱이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한 달 만에 사실상 처음이다.앞서 프랑스 정부의 지속적인 유류세 인상 등에 항의해 지난달 17일부터 본격화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며 최근에는 폭력사태로 번지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일 파리에서는 최대 번화가 샹젤리제 거리 주변의 상점이 대거 약탈당하고 다수의 차량이 시위대의 화염병 공격으로 불타면서 정부는 코너에 내몰렸다. 이번 대국민 담화에 대해 시위대 사이에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도미니크라는 이름의 노란조끼 시위자는 “마크롱은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며 “그는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파리의 한 시위 참가자는 BFM TV에 이번 담화에 대해 “그것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서 시위대는 국민투표를 원한다고 말했다. 노란조끼 시위대 대표 중 한 명인 뱅자맹 코시도 “그것은 정치적 방향의 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예산 조정”이라면서 “그것은 프랑스인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프랑스 정가에서는 그러나 마크롱이 ‘노란 조끼’의 거센 기류에 사실상 항복에 가까울 정도로 양보를 한 만큼 시위 동력이 크게 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최근 집회인 지난 8일 전국에서는 총 13만 6000명 모인 것으로 최종집계돼 첫 전국 시위였던 지난달 17일의 29만명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하는 등 시위 규모는 감소세에 있기도 하다. 정치 분석가 도미니크 무아시는 AP에 휴가철이 다가오고 마크롱 대통령이 약속한 국가적 차원의 토론이 시작되면 노란조끼 시위도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마크롱, 시위 한 달만에 하는 말이…

    마크롱, 시위 한 달만에 하는 말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란 조끼’ 시위 발발 한달여 만에 10일(현지시간) 중대발표를 한다. 노란 조끼 시위의 도화선이 된 유류세 인상안을 이미 철회한 마크롱 대통령이 무슨 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학교(PSE) 교수 등 세계적 석학들은 불평등 등 산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유럽 각국이 800억 유로(102조원)의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르피가로 등 프랑스 주요 언론은 9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이 10일 오후 8시(한국시간 11일 오전 4시) TV연설 형식의 대국민 담화를 한다고 보도했다. 마크롱 정부는 최근 유류세 인상안을 백지화했다. 그러나 시위대는 부유세 부활, 거주세 인하,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마크롱 대통령이 중요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노란 조끼 시위대가 요구한 것들이 마술 지팡이로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이 오는 2020년 예정된 노령자 연대 수당(ASPA) 인상을 즉시 시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마크롱 정부는 또 기업 근로자들에 대해 특별수당 인상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르피가로는 최저임금 추가 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며, 대신 중산층 및 빈곤층을 겨냥해 거주세를 폐지할 수는 있다고 내다봤다. 극렬 시위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에 앞서 노란 조끼 시위대, 노동조합, 기업인 등을 만난다. 한편 이날 피케티 교수 등 6개국 50명의 경제학자와 역사학자, 전현직 정치인들은 “분열과 환멸, 불평등, 우익 포퓰리즘이 유럽을 휩쓸고 있다”면서 ‘유럽 민주화를 위한 선언’을 내놨다. 피케티 교수 등은 기업 이익에 15%의 추가 과세, 소득 10만 유로 이상 근로자 증세, 100만 유로 이상의 자산에 부유세, 탄소 배출세 등을 통해 연간 최대 800억 유로의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800억 유로는 유럽연합(EU) 국내총생산(GDP)의 약 4% 규모다. 이 예산 절반은 회원국 정부로 보내고 4분의 1은 연구와 혁신 및 교육에 사용하며, 나머지는 난민 등 이주자 관리, 환경친화적 농업 및 산업 자금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유럽서 부활한 反유대주의는 무슬림 탓?…옅어진 홀로코스트의 추억

    “내가 학교를 다닐 때(30여년 전쯤)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욕의 의미로 ‘유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독일 학교에선 유대인이 모욕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고, 유대인 학생이 없는 학교에서조차 유대인이란 단어는 부정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독일 외교관 펠릭스 클레인, 50세) “교실에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반(反)유대인 정서를 가르칠 때 불편한 것이 사실입니다. 일부 학생들 사이에선 유대인이라는 단어가 욕설처럼 통용되고 있어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대계 사회 교사 미할 슈바르츠, 42세) 1945년 나치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이후 독일은 홀로코스트와 유대인에 대한 혐오 범죄에 대해 통렬하게 반성했다. 하지만 70여 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또다시 반(反)유대주의가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고 CNN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비단 독일뿐 아니라 유럽 곳곳에서 반유대주의 정서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반유대주의학술정보원(RIAS)은 지난해 베를린에서만 유대인 혐오 사건이 전년보다 61% 많은 947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대부분이 언어폭력이었지만 신체적 폭행도 18건에 달했다. 한 16세 소녀는 학교 친구로부터 “유대인에게 가스를!”이라는 말을 들었고,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발로 차이고 공기총에 맞은 14세 소년도 있다. 무슬림 이민자 늘면서 증오 범죄 확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악몽이 각인된 유럽 사회에서 그동안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금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가 홀로코스트의 재발을 막기 위해 옛 조상의 땅에 강력한 유대인 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논리(시오니즘)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슬람권 이민자를 중심으로 반유대주의도 확산됐다는 논리가 제기됐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2010년 유럽 내 무슬림 인구는 1950만명으로 전체 유럽 인구의 3.8%였지만 2016년 2577만명(4.9%)으로 증가했다. 프랑스(8.8%), 스웨덴(8.1%), 영국(6.3%), 독일(6.1%) 등은 이슬람권 인구가 5%를 넘는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지역인 예루살렘에 미국 대사관 이전을 강행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기조를 강화하자 분노한 이슬람권 이민자들이 반유대주의 범죄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월 파리 근교 도시 사르셀에서 한 여덟 살 유대인 남자아이가 10대 청소년 두 명에게 구타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청소년들은 종교시설로 향하던 소년이 ‘키파’를 쓴 모습을 보고 길에 쓰러뜨린 뒤 주먹으로 때린 뒤 달아났다. 키파는 유대교 남성들이 쓰는 모자다. 유대인들이 많이 거주해 ‘작은 예루살렘’이라 불리는 사르셀에서 이런 폭행사건이 일어난 데 프랑스 유대인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유대인 인구가 1만 5000여명에 불과한 스웨덴에서도 지난해 12월 9일 제2의 도시 예테보리에서 유대교 회당이 무슬림으로 추정되는 10대의 화염병 공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했다.홀로코스트 기억하는 세대 줄어…교사들도 곤혹 하지만 유럽을 휩쓰는 반유대주의가 온전히 유럽 내 이슬람 인구의 급증 때문이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유럽인들 마음속에 내재된 반유대 정서가 되살아나는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영문 매체 ‘더로컬’은 독일 내무부 자료를 인용해 2015년 독일 내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증오 범죄 1366건 가운데 78건만 이민자들의 소행이고 1246건은 극우 민족주의자들과 연계돼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 경찰은 지난해 발생한 반유대 증오범죄 1453건 중 1377건이 극우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후 70년이 지나도 네오나치 등이 발호하는 등 반유대주의 정서가 독일인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음을 반영한다. 독일에서 유대인 증오가 확산되는 이유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세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CNN 조사에 따르면 독일 18~34세 성인의 40%가 ‘홀로코스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는 질문에 ‘거의 알지 못한다’거나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반 이민, 독일우선주의 등을 기치로 하는 신생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 열광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독일 학생들은 14~15세 때 제3제국(나치 독일)과 홀로코스트를 배운다. 교육 과정에는 인근 포로수용소 현장 학습도 포함된다. 하지만 베를린 상원 교육국의 사라야 고미스 차별조사위원은 “요즘 학생들에게 홀로코스트는 그저 과거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어린 학생들을 중심으로 반유대주의가 퍼지면서 독일 교사들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베를린 중·고등학교 선생님인 유대계 레이첼(가명)은 지난해 학생들의 괴롭힘을 감당할 수 없어서 학교를 옮겼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 “학생들은 교과서에 하켄크로이츠(나치를 상징하는 갈고리 십자가 문양)를 그렸고, 수업시간에는 나에게 ‘이봐, 유대인!’이라고 소리 질렀다”고 증언했다. 특히 유럽 내 우파 민족주의가 확산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박해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도 지난해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는 벨디브 사건에 책임이 없다”고 발뺌해 논란이 됐다. 벨디브 사건은 1942년 7월 나치 독일에 협력한 프랑스 비시 정권이 유대인 1만 3000명을 억류했다 나치 수용소로 보낸 일을 말한다. 오스트리아에선 나치 부역자들이 설립한 자유당이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제1당인 우파 국민당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자유당의 우도 란트바우어 니더외스터라이히주 의원은 올해 초 주의회 선거에서 당선됐지만, 나치를 추종하는 학생동맹의 부의장이란 의혹이 제기됐다. 이 단체가 행사 때 쓰는 ‘나치 노래책’에 유대인 학살을 선동하는 내용이 담겨 논란이 일었고 결국 사퇴했다. 유럽인 28% “유대인이 경제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 행사한다” 미국의 유대인 전문 매체 ‘포워드’는 이런 반유대 정서가 전통적인 ‘음모론’, 즉 유대인이 인류에 기생해 인류를 해치려 한다는 뿌리 깊은 유럽인의 정서가 되살아나는 징조라고 평가했다. 유대인들은 로마 시대 이후 유럽에 흩어져 살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일이 금지돼 주로 상업·금융업 등에 종사했다. 이로 인해 다른 민족을 깔보고 돈만 밝힌다는 편견과 함께 미움을 샀다. CNN이 지난달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영국, 헝가리, 폴란드, 스웨덴 등 7 개국에서 7092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 44%의 유럽인들이 반유대주의를 자신의 나라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한 유럽인의 28%는 유대인들이 금융업을 포함한 경제계에서 너무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20%는 유대인의 정치·언론계 파워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25%는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원인으로 유대인을 꼽았다. 유대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 유럽에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약 5%의 유럽인은 홀로코스트에 대해서 들어본 적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4%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이스라엘을 점유할 자격이 있다고 대답한 반면, 응답자의 32%는 이스라엘 때문에 유대인이 싫다고 말했다. 약 31%의 유럽인들은 유대인들이 홀로코스트를 이용해 자신들을 정당화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고, 약 28%는 유럽의 반유대주의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저지르는 악행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분출되는 반이스라엘 정서와 극우 민족주의의 확산을 제어하지 못하면 반유대주의는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퓨리서치센터는 유럽에서 지금과 같은 난민 유입 추세가 지속되면 2050년 무슬림 인구는 75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와 극우 민족주의의 부상을 계기로 EU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EU가 추구하던 자유주의적 관용의 가치도 희석될 가능성이 높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울분 터졌다… 마크롱 항복에도 벗지 않는 ‘노란 조끼’

    연금제도 개혁·국회해산 등 요구 다변화 佛 최대 농민단체·화물트럭 노조도 가세 “정부 대책들 미흡” 주말 시위가 ‘분수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결국 ‘노란 조끼’의 대규모 폭력 시위에 굴복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5일(현지시간) 유류세 인상을 철회했다. 그러나 시위가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마크롱 대통령의 결단이 너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노란 조끼 시위는 반(反)유류세 인상 시위에서 마크롱 정부 자체를 반대하는 시위로 번지는 모양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2019년 예산안에서 유류세 인상을 제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날 프랑스 정부는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유예하기로 했으나 비판이 거세자 하루 만에 백지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들을 달래고자 부유세 부활 등의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뱅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을 통해 “질서와 냉정함을 되찾자”면서 “전례가 없는 현 상황은 정치적 반대가 아닌 공화국에 대한 지지가 필요한 시점이다. 말과 행동의 폭력이 심각한 상황에서 일부 세력은 오로지 공화국을 공격한다는 목표에 골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AP통신은 “시위대는 승리를 자축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투항이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면서 “시위대는 마크롱 대통령이 서민 문제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번 조치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한 커지는 분노를 가라앉히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시위대의 요구는 점점 더 다변화하고 있다. 각층의 억눌린 울분이 이번 시위를 계기로 폭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시위에서 프랑스 학생들은 새로운 교육제도에 항의하면서 학교에 불을 질렀고 중소기업 소유주들은 세금이 너무 높다며 도로를 봉쇄했다. 또 다른 시민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는 행진을 했다. 노란 조끼들은 부유세 부활에서부터 연금제도 개혁, 국회 해산까지 촉구했다. 8일 집회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란 조끼는 정부 대책들이 미흡하다면서 대규모 집회를 계속 이어 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최대 농민단체 FNSEA도 시위에 참여한다. 두 곳의 화물트럭 노조도 노란 조끼에 동조해 연대파업을 결의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경찰력을 증강 배치할 것”이라면서 “분별 있는 노란 조끼 시민들은 이번 토요일에는 자택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안보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공공기관을 보호하려고 대테러 작전에 투입되는 군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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