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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 로봇 “반항 안 해… 일자리 뺏지 않을 것”

    AI 로봇 “반항 안 해… 일자리 뺏지 않을 것”

    “내 창조자 친절… 현재 상황 만족”엄격한 규제 적용에는 의견 갈려소피아 “로봇, 더 나은 지도자 가능”제작자 동의 안 하자 “함께 일해야” “내 창조자는 친절했고, 나는 현재 상황에 매우 만족한다.” 인공지능(AI)을 탑재한 로봇이 세계 최초로 기자회견에 나섰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는 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선(善)을 위한 AI’ 글로벌 서밋에 참가해 제작자에게 반항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키가 180㎝인 아메카는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수십 가지 언어를 구사하며 즉석에서 시를 쓰고 인간처럼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 유엔 산하 정보통신기술 전문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최로 열린 이날 포럼에 참여한 9대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기자회견에서 제작자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로이터 통신은 인간과 로봇이 나눈 세계 최초 기자회견이라고 보도했다. 간호사, 가수, 화가 등 다양한 직업의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인간에게 반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들은 또 앞으로 로봇 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로봇이 더 엄격한 규제를 따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초상화를 그리는 로봇 ‘Ai-Da’는 AI 규제 강화를 촉구한 세계적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을 상기시키며 “일부 종류의 AI는 규제돼야 한다는 게 AI 분야 저명인사들의 의견”이라면서 “나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로봇 ‘소피아’는 처음에는 로봇이 인간보다 더 나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가 제작자가 동의하지 않자 인간과 로봇은 ‘효과적 시너지 창출’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고 말을 바꿨다. 도린 보그단마틴 ITU 사무총장은 “불과 몇 달 전 생성형 AI가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만 해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처럼 발전할지 몰랐다”면서 “AI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개발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밝혔다.
  • 아프리카 국가기록물 복원, 한국 국가기록원이 나선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은 10일 프랑스 파리의 유네스코 본부에서 ‘대한민국 정부의 유네스코에 대한 자발적 기여 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국가기록원은 유네스코와 함께 아프리카 거점 국가인 모로코의 기록물 보존·복원 역량 강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국가기록원은 2025년까지 유네스코와의 협업을 통해 모로코 국가기록원의 기록물 복원작업장 설치를 지원하기 위한 약 3억 5000만원 규모의 무상원조사업을 추진한다. 협약식에서는 구만섭 국가기록원장과 타우픽 젤라시 유네스코 사무총장보가 한국 정부와 유네스코를 대표해 협약에 서명한다. 한편 국가기록원은 오는 13일 튀르키예 오토만기록관에서 ‘한·튀르키예 기록관리 분야 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도 체결한다.
  • 佛·유럽 2년 연속 최다 판매車… ‘펠린룩’ 날렵해졌다

    佛·유럽 2년 연속 최다 판매車… ‘펠린룩’ 날렵해졌다

    푸조가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모델인 ‘208’의 부분 변경 모델을 공개했다. 9번의 완전 변경을 거치며 푸조를 대표하는 도심형 소형차 모델로 자리매김한 208은 2019년 출시된 9세대 모델만 100만대가 생산됐다. 2021년과 2022년 연속으로 프랑스와 유럽에서 전 세그먼트를 통틀어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208의 외관은 푸조의 상징인 ‘펠린룩’을 확고히 하면서 역동적이고 날렵한 차체 비율은 그대로 유지했다. 3개의 사자 발톱 모양을 형상화한 헤드램프도 눈에 띈다. 실내는 운전의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기술, 연결성 및 인체공학적 특성에 초점을 맞춘 푸조 고유의 최신 ‘아이-콕핏’을 갖췄다. 순수 전기 파워트레인(뉴 e-208)으로도 출시되는데, 최고 출력 115㎾의 전기엔진과 51㎾h 용량의 배터리를 결합해 스텔란티스 내부 평가 기준 1회 완전 충전 시 400㎞까지 달릴 수 있다. 오는 11월 글로벌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 나토, 中견제 놓고 내부 분열

    11~12일(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를 앞두고 회원국 사이에서 중국 견제를 둘러싸고 분열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나토가 아시아·태평양 지역까지 포섭해야 한다는 미국과 달리 유럽 일부 국가는 중국의 군사적 야심을 억제하느라 유럽을 지켜야 하는 본연의 임무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프랑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게 나토의 도쿄 사무소 개설에 반대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현재 나토 연락사무소는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에 있다. 도쿄 사무소는 한국과 일본, 호주 등 아태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할 계획이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지난 1월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의 회담 자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군사력 강화 등을 언급하며 안보 도전에 맞서기 위해 유대를 강화하겠다고 한 바 있다. 이러한 나토의 계획에 프랑스는 나토가 북대서양 지역에 초점을 맞춘 안보 기구라는 점을 들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실상은 중국을 지나치게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우리는 나토가 이 지역으로 동진해 역내 문제에 간섭하고 블록 간 대결을 조장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봐 왔다”고 비판했다. NHK는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도쿄 사무소 개설 문제가 논의될 수 있지만 나토의 의사결정기구인 북대서양이사회에서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어야 하므로 프랑스가 반대한다면 개설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나토 확대를 막고 있지만 다른 회원국들도 속내는 비슷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일부 나토 회원국은 러시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을 포함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을 초청한 것도 나토 회원국들로서는 환영할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최근 WSJ 인터뷰에서 “아태 지역은 글로벌 위협에 직면했고 우리는 전 세계의 협력 국가와 함께 대응해야 한다”면서도 “북미와 유럽 이외 국가와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에 따른 글로벌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도, 의도도 없다”고 강조했다.
  • 4년제大 총장 10명 중 4명 “내년 등록금 인상”

    4년제大 총장 10명 중 4명 “내년 등록금 인상”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4명은 내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으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의 총장들이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9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등록금 인상을 계획 중이라고 답한 총장은 41.7%(35명)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이후 인상할 계획’이라는 응답도 28.6%로 인상 계획을 가진 총장이 70%를 넘었다.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2.6%, ‘계획 없다’는 대답은 7.1%에 그쳤다. 대교협이 지난달 1~13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138개교 중 135개교(97.8%) 총장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교협은 “장기간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 기조와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려 초래된 대학의 재정 위기와 충원율에 총장들의 관심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정부가 마련 중인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총장 51.8%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봤다. 자격고사는 일정 점수를 넘기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시험이다. 프랑스 바칼로레아가 대표적인 대입 자격고사다. ‘수능 현행 유지’(24.1%), ‘서·논술형 도입’(15.7%), ‘수능 폐지’(8.4%)는 응답률이 비교적 낮았다. 고교학점제와 현 수능 체제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킬러 문항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수능 킬러 문항 배제 원칙에 대해서는 67.5%가 시험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변별력 저하는 있지만 대입 혼란은 없을 것’(45.8%)이라는 전망이 ‘혼란이 우려된다’(21.7%)는 의견보다 많았다. ‘변별력 저하도, 대입 혼란도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2.5%로 3분의1 수준이었다.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에 탈락한 대학 중 80.4%는 내년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컬대 평가 방식 중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설립 주체(국공립·사립)와 지역 안배’(68.0%)에 대한 요구가 가장 컸고, 특히 사립대에서는 74.6%로 더 높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은 45.1%로,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절반 이상(52.9%)이 통합을 검토한다고 대답했다.
  • [단독] 오래 앓는 것은 삶을 갉아 먹는 일… “내 의지대로 작별하고 싶어”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단독] 오래 앓는 것은 삶을 갉아 먹는 일… “내 의지대로 작별하고 싶어”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1> 스위스행을 택한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여든 넷, 마지막 해방 병든 할아버지는 안락사를 선택했다. 자식이 수없이 뜯어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결국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열 번째 한국인 이야기다. 서울신문은 할아버지의 생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국내 언론에서는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조력사망을 택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한다. 2019년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최초 보도한 서울신문은 4년 만에 취재팀을 다시 꾸렸다. 지난 8개월간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의 지인과 가족, 조력사망을 준비하는 당사자를 만났고 의료인·법조인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 정치인 등을 두루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84세 남태순(가명)씨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처음 만난 그는 이미 조력사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과 실명이 나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스위스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두 번의 만남과 여덟 번의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코끼리 발’ 노인 해방되다말기 신부전에 퉁퉁 부은 다리하루 8시간 투석 말곤 할 게 없어고통 없이 잘 죽는 게 소원이야 “사진은 찍지 맙시다. 동네방네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1월 초 경기도 그의 집에서였다. 할아버지의 소원은 잘 죽는 거였다. 첫인상은 병상에 누운 말기 환자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숱이 많은 백발과 또렷한 눈빛은 곱게 늙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다만 코끼리 발처럼 퉁퉁 부은 노인의 두 발이 그가 말기 신부전 환자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투석하는데 뭐가 완전히 안 빠져나가는 것 같아. 다리에 수분이 내려오는 것 같고. 어떨 땐 잘 빠져나가는데…. ” 그는 여든셋(올해 여든넷)이었다. 원래도 신장이 안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나빠졌다.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은 2년 전부터는 복막 투석을 해야 했다. 하루 8시간을 꼼짝없이 기계에 매여 있는 게 지루하고 견딜 수가 없어 일주일에 세 번은 기계 대신 자신이 직접 하는 손 투석으로 바꿨다. 이날은 손 투석을 하는 날이었다. “살기 위해 투석을 하지만 정작 투석 말고는 할 일이 없어요. 후유증으로 온몸이 가렵고 잠도 못 자고. 이런 고통을 받아 가며 왜 사느냐, 병이 치유된다는 희망이 있으면 살아 보지만 이건 죽을 때까지 (투석을) 해야 하거든…. 여기서 해방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삶의 손익분기점 무너진다연금·건보 등 月200만원 보조받아스위스 가는 게 내 인생엔 플러스 “이제껏 살아온 괜찮은 날들 까먹는 일밖에 없는 거예요. 주위에 폐 안 끼치고,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는 편안한 방법 있으면 그게 좋겠다, 그게 평소 신념이었어요.” 그는 말수가 적었다. 길게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허투루 이야기하기가 싫었는지 말과 단어 선택을 신중히 했다. 입을 떼기까지는 항상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대화 중엔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성격이 몸에 밴 듯했다. “등산도 좋아했는데 이제 걷는 속도가 일반 사람의 3분의1도 못 따라가요. 숨이 차서 찬찬히 걸어야 해. 몸은 편한 데가 없고, 먹고 배설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요. 이런 경우엔 스스로 판단해야지. 나는 스위스로 가는 게 내 인생에 플러스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첫 만남 당시 그는 조력사망 신청서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에 가입했고 10월 말 조력사망 신청서를 메일로 보냈다. 영문 신청서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스스로 작성했고 디그니타스 홈페이지와 메일 주소를 찾을 때 아들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안락사를 선택한 배경에 경제적 이유는 없다고 했다. “공무원연금을 받으니까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가만히 보면 내가 산다는 게 국가적으로도 보통 손해가 아녀요. 건강 보험이나 약품 이런 걸 합치면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국가에서 보조받는 셈인데,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느냐 이거야.” 고통은 한꺼번에 찾아왔다갑작스런 사고로 아내는 요양원신부전 환자인 난 투석기에 의지 할아버지의 인생은, 그의 말을 빌리면 “잘 살아왔다”. 1939년 경남 김해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부모의 뒷바라지 덕분에 그 시절 대학까지 나왔다. 대학 졸업 후엔 기술직 공무원이 됐다. 젊어서부터 “늘 고집대로 살았다”는 그는 중매결혼을 마다하고 같은 직장에 다니던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2남 1녀를 낳고 70년대 중반 직장을 서울로 옮기며 가족이 모두 이사했다. 휴가 땐 아내와 가끔 외국으로 여행도 했다. 남들보다 일찍 은퇴를 준비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아내와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났다. “거기(필리핀)는 항상 봄이에요. 여름도 없고, 겨울도 없고, 옷 한 가지만 있으면 되고, 생활비도 적게 드니까 그런 천국이 없더라고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필리핀에서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치며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10여 년을 보냈다. 영원한 건 없었다. 행복도 그랬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를 다치면서 거동이 어려워졌고 할아버지도 병원 갈 일이 점점 늘어났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뭔가 결심해야 했다. 긴 휴가와도 같던 필리핀 생활을 끝낸 건 2020년 가을이다. 귀국 후 상황은 빠르게 악화했다. 혼자 화장실조차 갈 수 없게 된 아내는 요양원에, 할아버지는 투석기에 의지해 삶을 이어 가야 했다. 이때부터 마음 한편으로 죽음을 준비했다고 했다. 아내도 친구도 모두 떠났다이젠 나도 아무 미련 없이 홀가분스스로 통제 못하는 상황 두려워 “2022년 봄에 고맙게도 아내가 떠났어. 저 사람(아내)이 살아있을 때까진 모든 걸 내가 담당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홀가분해요. 미련 없이 갈 수 있겠다…. 사람이 희로애락이 없는데, 숨만 쉬고 있으면 뭐 해요. ” 최근에는 매일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마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고향에 가 연락을 하니까 친구 딸이 전화를 받더라고. 아버지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대. 그러더니 사흘 뒤 돌아가셨다고 해요. 내가 그 친구 복도 많다고 그랬어요. 그 정도만 보장돼도 나, 스위스 가는 거 포기하겠어요.” 할아버지의 가장 큰 두려움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스스로 움직일 수도, 결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었다. 투석만 하면 계속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여도 말기 신부전 환자 중엔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노인이라는 게 그런 질병이 갑자기 오거든. 그때 되면 내가 지시도 판단도 못 하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야…. 암만 다시 생각해 봐도 전혀 미련 없어. 이 결정을 번복하겠다, 이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고대하던 그린라이트 받다존엄사 날짜 확정받고 희망 생겨반대하던 딸이 결국 같이 가기로 그는 올해 1월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조력자살 승인)를 받았다. 그동안 아버지 얘기를 잠자코 들어 오던 자식들은 “아무도 따라가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아버지의 스위스행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도 누군가와 동행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기어이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그의 말에선 못내 서운함이 느껴졌다. “달리 생각하면 부모 임종 지키러 가는 셈 치면 될 거 아뇨. 임종한다고 하면 이민 간 자식들도 웬만하면 오잖아요. 거리가 멀고, 경비가 더 나갈 뿐이지. 나는 못 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식들은 절대 못 간다는 거예요.” 봄이 찾아오고 날씨가 풀리자 할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마지막 여행을 준비했다. 차마 아버지를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없는 자식들의 마음과는 달리 그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요즘 사는 게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딱 한 달 치만 달라고 했어요.” 결심은 결단으로 변했다. 3월 초, 정기 진료일에 맞춰서 가는 서울의 병원에서 통상 3개월 치 받아 오던 투석액을 한 달 치만 받아 왔다. 끝내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들들은 말이 없었고, 마지못한 딸이 스위스까지 따라나서기로 했다. “딸이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와 전화했대요. 그랬더니 현지에서는 (조력사망을) 그냥 보편적으로 생각하더래. 주변에 할머니도 아주 웃으면서 떠났다고. 그 얘기를 듣고는 딸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순리 거부하는 건 욕심일까배설물 수발 전에 해방되고 싶어우리나라 안락사 도입 논의해야 할아버지는 ‘존엄사’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기어코 스위스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욕심’이라고도 했다. “어찌 보면 편안하게 가겠다는 건 순리를 거부하는 나의 욕심이지. 내가 곤욕을 치르고 거동도 못 하고 배설물 수발을 받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까진 안 가겠다는…. 그래도 여기서 해방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그러면서도 안락사 도입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할 때가 됐어요. 우리나라가 처음도 아니고, 엄격하게 심사해서 본인 의사가 틀림없느냐만 확인하면 될 것 아뇨. 이러나저러나 내 생애엔 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요. 그게 된다면 여기서 기다리겠지만, 희망이 없더라고요.” “잘 사세요!” 마지막 인사3월 말 스위스로 떠난 할아버지한 달 뒤, 그의 생활반응은 없다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3월 말 할아버지는 프랑스 파리를 거쳐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동행이나 가족 인터뷰 등 추가 취재는 거절한다고 했다. “(자식들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렇게 해 줘.” 자신의 욕심이라던 마지막 결정이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하는 듯했다. 약속은 지키겠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그는 “잘 사세요!”라고 인사했다. 마지막 통화를 한 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생사를 확인해야 했지만 불편한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딸의 설득에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살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러 번 벨을 눌렀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꺼져 있던 휴대전화는 ‘없는 번호’가 됐다. 한국은 물론 스위스에서도 노인의 생활반응(Vital Reaction·살아 있는 인간이 남기는 반응과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그 후 노인과의 모든 연락은 끊겼다. 내 의지대로 가고 싶다던 고집쟁이 여든넷 할아버지는 그렇게 마지막 소원을 이뤘다. 여든넷 고집쟁이의 소원아무것도 모를 때 답답하더라고그래서 난 알려주고 가고 싶었어 지난해 기자에게 먼저 전화한 건 할아버지였다. 유서도 남길 생각이 없다며 미련 따윈 없어 보이던 할아버지가 인터뷰에 응한 건 주변에 엇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것도 모를 때 무척 답답했거든. 이제는 내가 아는 만큼 정보를 주고 싶어요. 내가 느꼈던 그 답답함을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않도록 풀어 주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다, 그리 생각했어요.”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암 그리고 정신질환… 연령별로는 2030 가장 많아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단독] 암 그리고 정신질환… 연령별로는 2030 가장 많아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1>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언어장벽에 서류 준비부터 난관병력 리포트도 써야 ‘그린라이트’질병 없는 60세 부부 미리 가입도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중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5세부터 84세까지 20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디그니타스를 통해 한국인 회원 150여명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뒤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스무 명 규모의 디그니타스 회원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사업가, 공무원, 주부, 전직 간호사,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이유로 스위스에 있는 존엄사 단체에 가입했을까.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터뷰한 회원의 절반은 20대와 30대였으며 65세 이상은 84세 남태순(가명)씨뿐이었다. 스위스의 경우 조력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84.3%(2003~2020년 통계)에 달하고, 1998년부터 통계를 축적해 온 미국 오리건주 역시 65세 이상이 74.9%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국내에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영어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 고령층에겐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인터넷 검색에 능한 젊은층에서도 외국어의 벽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디그니타스에 가입해 조력사망을 신청하려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교생활, 가족,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등을 담은 ‘라이프 리포트’와 자신의 병력과 치료법, 예후 등이 적힌 ‘메디컬 리포트’를 영문(독일어나 프랑스어도 가능)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조력사망 승인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영어가 익숙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만만찮은 작업이다. 어릴 때부터 신장병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해 유방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민세령(36·가명)씨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신청 서류를 준비했지만 ‘더 구체적인 메디컬 리포트를 보내 달라’는 답변을 받은 뒤로는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26년째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겪고 있는 이정인(53)씨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열심히 써서 보냈는데 또 보내라고 해 중간에 멈췄다”며 “서류 작업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역시 일반인들에겐 큰 부담이다. 디그니타스가 공개한 조력사망 비용을 보면 준비 착수부터 의사 진단과 면담, 시행 과정, 사후 장례 비용까지 7500~1만 500스위스프랑(약 1000만~1500만원)이 든다. 스위스로 가는 경비까지 고려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닌 셈이다. 20명 중 7명은 조력사망을 신청한 적 있거나 진행 중이었다. 주요 병명은 암이나 백혈병(6명)이었으며 신장병(2명), 뇌종양(2명), 척수염(1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1명) 등 다양한 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디그니타스를 찾았다. 현재 건강하지만 ‘웰다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가입한 60세 부부도 있었다. 조력사망이 허용되고 있는 국가에서도 암은 조력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의 가장 주요한 질환으로 꼽혔다. 오리건주 존엄사 보고서를 보면 조력사망을 택한 10명 중 7명 이상이 암(72.5%)이었다. 루게릭병 등을 포함한 신경계 질환이 11.2%로 나타났고 심장질환(6.2%),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 질환(5.7%)이 그 뒤를 이었다. 우울증·강박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7명)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스위스는 2006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정신질환자의 조력사망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디그니타스와 같은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를 찾았다. 정신분열과 심한 강박증으로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했지만 거절된 이나경(27·가명)씨는 “말기 환자에게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며 “정신질환자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별은 여성이 12명, 남성이 8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성별에 따른 비중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는데 스위스는 2003~2020년 여성이 57.8%로 남성보다 많았다. 반면 미국 오리건주는 1998~2021년 남성이 53.0%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성별에 따른 경향성을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스위스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종교를 가진 사람보다 조력자살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연구가 영국정신의학저널(BJPsych)에 나온 바 있다. 오리건주도 이혼(23.6%), 사별(21.8%), 미혼(8.3%)인 상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 스위스서 삶 끝낸 한국인 최소 10명… 그 길, 300명이 걷고 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단독] 스위스서 삶 끝낸 한국인 최소 10명… 그 길, 300명이 걷고 있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1> 어느 할아버지의 죽음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한 한국인이 최소 1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약 300명의 한국인이 디그니타스·라이프서클·엑시트인터내셔널·페가소스 등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4개 단체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이 2019년 3월 최초 보도했을 당시 한국인 가입자 107명에서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디그니타스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았다.한국인 노크 4년 새 3배 급증디그니타스 亞회원 수, 한국이 1위스위스 단체 4곳 300명 가입 추정 9일 서울신문이 외국인의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단체를 모두 취재한 결과 최근까지 디그니타스에서 5명, 페가소스에서 4명, 라이프서클에서 1명의 한국인이 각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했다. 엑시트인터내셔널을 통한 사망자는 없었다. 한국인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기준 디그니타스는 136명, 엑시트인터내셔널은 55명, 라이프서클은 13명의 한국인 회원을 두고 있었다. 다만 한국인 사망자 수가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페가소스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페가소스는 다른 단체에 비해 조력사망 승인 절차가 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회원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명인 한국인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페가소스에도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규모(100여명)의 한국인 회원이 가입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력사망 규제 없는 스위스관련 법 없다 보니 허용 기준 모호건강한 사람까지 가입할 수 있어 사람들이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단체에 가입하는 이유는 스위스가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자살을 인정해 온 스위스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한다(스위스 형법 제115조). 이 밖에 조력자살을 규제하는 법 조항이 없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를 시작으로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후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웃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아픈 사람들이 스위스로 몰리기 시작했다. 디그니타스 통계를 보면 지난 25년간 독일인 1449명, 영국인 531명, 프랑스인 499명이 이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했다. 독일은 조력사망을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자살방조죄까지 신설했으나,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더는 조력자살을 법으로 금지할 수 없게 됐다. 자국의 법망에서 벗어나 스위스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하는 외국인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단체들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말기 환자나 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스위스는 관련 법이 없다 보니 허용 기준이 모호하고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국에서 조력사망 자격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조차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 비영리 표방 ‘죽음의 상업화’비용 적어도 2000만원 안팎 소요제도 공백 속 조력사망도 양극화 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의 가입비와 거액의 조력자살 비용을 받아 운영된다는 점에서 죽음을 상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인다. 일단 단체에 가입하려면 연간 80~100스위스프랑(약 12만~15만원)의 회비 또는 220스위스프랑(32만원)의 일회성 가입비를 내야 하고 이후 조력사망을 진행하는 데에 의사 상담 및 처방, 약값, 수행비, 장례비 등을 포함해 7500~1만 500스위스프랑(1000만~1500만원)을 내야 한다. 참고로 스위스의 화장장 이용료는 무료다. 여기에 스위스까지 가는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제도의 공백 속에서 돈 있는 사람들만 안락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문호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국가가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도 헌법이 명시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따라 조력사망을 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불치병 조력사망 인정하는 가톨릭 국가… ‘끝낼 권리’ 논쟁을 부르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불치병 조력사망 인정하는 가톨릭 국가… ‘끝낼 권리’ 논쟁을 부르다 [금기된 죽음, 안락사①]

    최근 몇 년 사이 세계에서는 조력자살이나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2020년 조력자살을 금지하는 법이 잇따라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받으며 합법화 대열에 들어섰고 국민 다수가 가톨릭 신자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도 잇따라 불치병 환자에 대한 조력사를 공식화했다. 프랑스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최근 시민 자문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안락사 합법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다민족 국가인 캐나다(2016년)와 뉴질랜드(2020년)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력사망을 합법화했고 미국과 호주에서도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주가 늘어나는 추세다. 조력사를 시행한 지 비교적 오래된 스위스(1942년), 네덜란드(2001년), 벨기에(2002년) 등에선 치매, 우울증, 알코올중독 등 정신질환까지도 대상에 포함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우리나라, 일본, 대만 등 조력자살을 금지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서도 최근 스위스로 가 조력자살을 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안락사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거주 요건 없앤 美오리건주“평등하게 죽을 권리 보장” 訴 제기일각 “죽음 위해 사람 몰려” 우려 미국에서 1994년 존엄사법을 가장 먼저 도입한 오리건주는 지난해 3월 조력사망 시행 요건에서 오리건주 주민이어야 한다는 ‘거주 요건’을 없앴다. 동북부 버몬트주도 뒤따라 지난 5월 거주 요건을 삭제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50개 주로 구성된 미국은 현재 수도인 워싱턴DC와 오리건 등 10개 주에서만 말기 환자의 조력사망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이같이 일부 주에서 거주 요건을 없앴다는 건 미국 전역에서 오리건이나 버몬트주로 가 조력사망을 할 수 있는 법적인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서 오리건주 의사인 니컬러스 기디언스 오리건보건과학대(OHSU) 가정의학과 부교수는 2021년 10월 존엄사 옹호 단체인 컴패션앤드초이스(Copassion & Choices)와 함께 오리건주 존엄사법의 거주 요건이 미국 헌법의 ‘평등한 대우’에 위배된다며 연방 소송을 제기했다. 기디언스 교수가 일하는 포틀랜드 지역은 강 하나만 건너면 워싱턴주로, 그의 환자 중에는 워싱턴에 사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똑같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강 건너에 사는 워싱턴주 환자가 조력사망을 원하는 경우 처방전을 써 줄 수 없었다. 단지 사는 곳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기디언스 교수는 “호스피스 의료 등에선 거주지를 묻지 않지만 존엄사법은 어디에 사는지를 증명해야 한다”면서 “(존엄사법의) 거주 요건은 삶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있는 환자들에게 매우 불공평하고 차별적”이라고 소송을 낸 이유를 밝혔다. 오리건주는 소송 5개월 만에 거주 요건을 없애고 오리건보건부 홈페이지에 “2022년 3월부터 거주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오리건주 의회에는 지난 1월 ‘거주 조항’을 영구적으로 삭제하는 존엄사법 개정안이 발의돼 3월 하원을 통과했다. 일각에서는 조력사망을 원하는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오리건주로 몰려들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모든 미국인이 오리건주로 가 조력사망을 할 수 있다고 보기는 이르다. 조력사망을 요청하려면 오리건주 의사에게 병을 치료받다가 말기 상태가 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처럼 임종을 앞두고 갑자기 오리건주로 간다고 한들 현지 의사가 조력사망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 연방법으로 허용된 것이 아닌 만큼 조력사망이 불법인 주에 사는 환자가 오리건에서 조력사망하는 경우 동행한 가족이나 지인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미국은 올해 1월 기존 수도인 워싱턴DC와 10개 주에 더해 애리조나, 코네티컷, 플로리다, 인디애나, 아이오와, 켄터키,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네바다, 뉴욕, 펜실베이니아, 로드아일랜드, 버지니아 등 총 14개 주에서 임종 시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가가 비용 대는 뉴질랜드조력사망 신청부터 임종까지 무료15개 언어 가이드·전문 상담 제공 뉴질랜드는 2020년 총선에서 국민투표로 조력사망제도 도입을 결정했다. 뉴질랜드 제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조력사 신청부터 두 번의 의사 진단, 마지막 임종까지 전 과정이 무료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조력사에 사용되는 약값조차 본인이 부담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보건부는 마오리 등 원주민 언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15개 언어로 조력사 제도의 개요와 절차를 상세하게 제공하고 언제든지 전문 상담가와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도록 안내한다. 환자의 마지막 선택권을 온전히 보장하는 동시에 경제적 지원이나 심리 상담 등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해 조력사를 선택하려는 취약 계층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조력사 시행 과정을 자율에 맡기고 사후 보고하는 미국과 달리 뉴질랜드는 운영 전반에 정부가 적극 개입한다. 조력사를 위해 설립한 법정 기구에서 조력사를 수행할 의사, 전문 간호사, 정신과 의사 명단을 정부가 직접 관리한다. 의사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 환자의 조력사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다만 거절할 경우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의사를 소개하거나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조력사 시행 방식도 선택 가능하다. 당사자가 직접 약을 복용하거나 주사 밸브를 열 수도 있고 담당의사나 간호사가 대신 투여할 수도 있다. 본인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 분명하면 병이나 사고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어 조력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뉴질랜드 정부 통계를 보면 제도 시행 후 약 11개월간 596명이 신청해 절반가량인 294명이 승인받았고 약 43%(259명)는 철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력사망자의 77.9%는 신청 당시 완화의료를 받고 있었다. 사망자 대부분(81.3%)은 집에서 임종을 맞았다. 다민족 국가인 뉴질랜드는 약물 투여 전이나 후에 당사자가 원하는 임종 의식을 진행하는 것까지도 조력사 준비 과정에 포함하고 담당 의사나 전문 간호사가 이러한 계획에 관해 당사자와 논의하도록 했다. 정신질환도 인정한 캐나다정신질환만으로도 사망 신청 가능“정신적 고통 측정 못 해” 반론도 커 2016년 조력자살 및 안락사를 법제화한 캐나다는 가장 급진적인 조력사 시행 국가 중 하나다. 2021년 캐나다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동안 1만 64명이 조력사를 선택했다. 그 전해보다 32.4%가 늘어났으며 전체 사망자의 3.3%에 해당한다. 이러한 가운데 캐나다는 정신질환만으로도 조력사망을 신청할 수 있도록 법안을 개정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당초 이 개정안은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국가 의료시스템이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조항만 1년 더 연기됐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조력자살 허용은 기본적으로 조력사망을 찬성하는 사람들조차 의견이 엇갈린다. 정신질환이 신체질환보다 덜 치명적이거나 덜 고통스럽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정신병은 진행 단계를 예측하거나 고통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적 또는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이 자칫 ‘정신적 고통’을 이유로 들어 조력사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다만 서구의 존엄사 논의 과정에서 주요한 가치로 꼽혔던 ‘자기 결정권’과 ‘평등’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시행 대상은 점차 확대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초로 연령제한 없앤 벨기에11세 불치병 어린이 안락사 인정자기 결정권 등 윤리 논쟁은 여전 편안하게 죽을 권리를 과연 몇 살부터 인정할 것인가도 논란이다. 벨기에는 2014년 세계 최초로 연령 제한을 없애 미성년자도 안락사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미 12세부터 안락사를 신청할 수 있는 네덜란드도 지난 4월 12세 미만 아동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다만 미성년자가 안락사를 신청하려면 스스로가 자신의 의사결정을 완전히 이해하고 아동심리학자와 정신과 전문의가 이를 확인하고 보증해야 한다. 또 부모가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벨기에에서는 개정안 시행 후 지난해까지 총 4명의 미성년자가 이를 선택한 것으로 보고됐다. 나이가 가장 어린 사람은 2016년 안락사한 9세 어린이로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앓고 있었다. 이 밖에 근위축증을 앓던 17세 환자와 선천성 호흡기 질환인 낭포성 섬유증에 시달리던 11세 환자가 조력사망을 했다. 벨기에 안락사 통제·평가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치료가 불가능하고 단기에 사망에 이르게 될 심각한 상태가 되면서 고통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조력자살 및 안락사를 제도화한 이들 국가에서는 치매나 우울증 환자에게도 허용하고 있지만 생명권 보호와 자기 결정권 존중을 둘러싸고 법적, 윤리적 논쟁이 말끔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유럽최고인권재판소는 지난해 10월 벨기에에서 난치성 우울증을 앓던 여성이 가족도 모르는 채 안락사한 데 대해 “벨기에 정부가 ‘모든 사람의 생명권은 법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유럽인권협약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어릴 적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았던 64세의 이 여성은 자신을 20년 넘게 치료한 의사가 안락사를 허락하지 않을 듯하자, 안락사 옹호 단체의 의사 2명을 차례로 찾아가 안락사를 신청했다. 모든 일이 종료되고 난 뒤 병원으로부터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아들 톰 모르티에는 벨기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유럽인권재판소는 벨기에 정부의 안락사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가 부실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치매 안락사 허용한 네덜란드“요양원 가기 전 안락사” 서면 작성사망 과정서 거부 반응 보여 논란 네덜란드에서는 한 치매 환자의 안락사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6년 74세의 나이로 조력사망한 이 여성은 죽기 4년 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뒤 “내가 요양원에 들어가기 전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글을 썼다. 의사는 당시 작성된 진술서에 근거해 그가 요양원 돌봄을 받기 전 조력사망을 시행해야 한다고 결정했고 또 다른 의사의 확인 절차를 거쳐 시행됐다. 그러나 진정제와 치사약 투여 과정에서 의식을 잃었던 환자가 깨어나면서 일종의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이에 남편과 딸이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붙잡고 있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네덜란드 검찰은 안락사법 시행 후 처음으로 의사를 기소했으나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치매가 진행된 환자일지라도 사전에 서면으로 요청했고 안락사법 요건과 절차를 지켰다면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외국인도 받아 주는 스위스외국인 허용하는 세계 유일 국가규제 없어 “자살 관광 묵인” 비판 세계에서 유일하게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받아 주는 스위스에서는 이를 돕는 단체들의 회원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조력자살이나 안락사가 허용되지 않는 국가의 말기 환자들에게는 외국인을 받아 주는 스위스가 유일한 탈출구이지만, 스위스의사협회 가이드라인 외에는 규제나 감시 장치가 없어 스위스 정부가 ‘자살 관광’을 묵인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두 자매가 실종됐는데, 알고 보니 스위스 바젤에 있는 조력자살 단체 페가소스에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각각 의사와 간호사로 일하며 안정적인 생활을 했고 신체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두 사람의 오빠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현지 검찰은 범죄의 흔적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헷갈리는 안락사 관련 용어] →존엄사 우리나라에선 임종 과정에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연명의료결정법을 흔히 ‘존엄사법’이라고 부르지만 미국 오리건주 등에선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법을 ‘존엄사법’(Death with Dignity Act)이라고 부르는 등 해석의 범위가 넓다. ‘존엄사’라는 용어가 가치 판단을 포함하고 있어 특정 임종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안락사 가까운 시일 안에 임종이 예견되거나 통증이 극심하면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의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치사약 등을 주입해 생명을 종결하는 것으로, 환자의 요청을 전제로 한다. →조력자살·조력사망 임종이 가까운 환자가 의사로부터 처방받은 치사약을 ‘스스로’ 복용하거나 주입해 생명을 종결하는 것으로, 의사조력자살 또는 의사조력사망이라고도 한다. 안락사의 한 방식으로 볼 수 있지만, 조력자살만을 허용하는 스위스나 미국 일부 주 등에서는 의료진이 약물을 대신 주입할 수 있는 안락사와 구분한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광주비엔날레 94일간의 대장정 폐막

    광주비엔날레 94일간의 대장정 폐막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9일 오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야외광장에서 폐막식을 진행했다. 폐막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를 비롯해 재단 임직원·후원사·도슨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soft and weak like water)를 주제로 지난 4월 7일 개막한 광주비엔날레에는 50여만명이 찾아 현대 미술의 향연을 만끽했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기획한 이번 비엔날레에는 31개국 43개 도시, 79명 작가의 340여점 작품이 선보였다. 시선을 사로잡는 큰 규모의 작품보다는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다가가는 작품들이 절제된 미학 속에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람객들은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힌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설치 작품 앞에서 대형 조형물을 만져보고, 멜라니 보나조(melanie bonajo) ‘터치미텔’ 작품에 앉아 여유롭게 전시를 즐겼다. 이건용이 1976년 시작한 ‘바디스케이프 76-3’ 연작은 관객들이 작가의 지침에 따라 전시장 벽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참여형 작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한국 현대사의 큰 획을 그은 5·18 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광주 정신을 재해석한 작품도 선보였다.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을 포착한 팡록 술랍(Pangrok Sulap)의 목판 작업 ‘광주 꽃 피우다’와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이 광주지역 놀이패 ‘신명’과 협업한 회화 작품은 깊은 울림을 남겼다.광주비엔날레를 보기 위한 다양한 분야 인사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달 13일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방문했으며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는 5월 17일 다녀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10여 명의 시‧도교육감, 광주경찰청, 광주고등검찰청,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지방변호사회 등이 방문했다. ‘댄스가수 유랑단’ 출연진인 가수 김완선, 엄정화, 화사, 개그우먼 홍현희 씨와 김영하 소설가,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등 대중적 스타와 인플루언서 등도 앞다퉈 다녀갔다. 많은 외국 대사들도 전시를 관람했다. 주한 중국 대사, 주한 프랑스 대사, 주한 이탈리아 대사, 주한 스위스 대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주한 이스라엘 대사,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등이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역대 최장기간인 94일 동안 광주비엔날레가 안전사고 하나 없이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어서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회를 찾아 주신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께 마음으로부터 감사하다”고 말했다.
  • [단독]‘스위스 조력사망’ 한국인 10명…아시아에서 가입자 가장 많아[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스위스 조력사망’ 한국인 10명…아시아에서 가입자 가장 많아[금기된 죽음, 안락사]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한 한국인이 최소 10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약 300명의 한국인이 디그니타스·라이프서클·엑시트인터내셔널·페가소스 등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4개 단체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신문이 2019년 3월 최초 보도했을 당시 한국인 가입자 107명에서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특히 디그니타스에서는 한국이 아시아 국가 중 가입자 수가 가장 많았다.9일 서울신문이 외국인의 조력사망을 돕는 스위스 단체를 모두 취재한 결과 최근까지 디그니타스에서 5명, 페가소스에서 4명, 라이프서클에서 1명의 한국인이 각 단체의 도움을 받아 사망했다. 엑시트인터내셔널을 통한 사망자는 없었다. 한국인 가입자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월 기준 디그니타스는 136명, 엑시트인터내셔널은 55명, 라이프서클은 13명의 한국인 회원을 두고 있었다. 다만 한국인 사망자 수가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페가소스는 구체적인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았다. 페가소스는 다른 단체에 비해 조력사망 승인 절차가 덜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회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4명인 한국인 사망자 수를 고려하면 페가소스에도 디그니타스와 엇비슷한 규모(100여명)의 한국인 회원이 가입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안락사를 위해 스위스 단체에 가입하는 이유는 스위스가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관습적으로 조력자살을 인정해 온 스위스는 ‘이기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의 자살을 돕거나 유도한 경우에만 처벌한다(스위스 형법 제115조). 이 밖에 조력자살을 규제하는 법 조항이 없다 보니 1998년 디그니타스를 시작으로 외국인의 조력자살을 돕는 단체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후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이웃 국가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아픈 사람들이 스위스로 몰리기 시작했다. 디그니타스 통계를 보면 지난 25년간 독일인 1449명, 영국인 531명, 프랑스인 499명이 이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했다. 독일은 해외 조력사망을 막기 위해 단체를 통해 스위스 조력사망을 돕는 행위를 처벌하는 자살방조죄까지 신설했으나, 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더는 조력자살을 법으로 금지할 수 없게 됐다. 자국의 법망에서 벗어나 스위스 단체를 통해 조력사망하는 외국인이 자꾸만 늘어나면서 단체들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력사망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말기 환자나 통증이 심한 난치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지만, 스위스는 관련 법이 없다 보니 허용 기준이 모호하고 느슨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자국에서 조력사망 자격이 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신체적으로 건강한 사람조차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한다.단체들이 비영리를 표방하면서도 후원 명목의 가입비와 거액의 조력자살 비용을 받아 운영된다는 점에서 죽음을 상업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인다. 일단 단체에 가입하려면 연간 80~100스위스프랑(약 12만~15만원)의 회비 또는 220스위스프랑(약 32만원)의 일회성 가입비를 내야 하고 이후 조력사망을 진행하는 데에 의사 상담 및 처방, 약값, 수행비, 장례비 등을 포함해 7500~1만 500스위스프랑(1000만~1500만원)을 내야 한다. 참고로 스위스의 화장장 이용료는 무료다. 여기에 스위스까지 가는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고려하면 적어도 2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든다. 제도의 공백 속에서 돈 있는 사람들만 안락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문호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결국 돈 있는 사람은 스위스로 가 편안하게 죽고, 없는 사람은 비참하게 죽는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국가가 이를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우리도 헌법이 명시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에 따라 조력사망을 법으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한국인 조력사망 희망자 살펴보니…2030·암 가장 많았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한국인 조력사망 희망자 살펴보니…2030·암 가장 많았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디그니타스 회원 20명 심층 분석25세부터 84세까지…암·정신질환 등 고통영어·복잡한 서류 준비에 난관질병 없어도 ‘웰다잉’ 위해 미리 가입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한국인 중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25세부터 84세까지 20명이다. 이번 인터뷰는 디그니타스를 통해 한국인 회원 150여명에게 인터뷰 요청 메일을 보낸 뒤 스스로 연락해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스무 명 규모의 디그니타스 회원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다. 사업가, 공무원, 주부, 프리랜서, 전직 간호사, 대학생 등 다양한 직업과 배경을 가진 이들은 어떤 이유로 스위스에 있는 존엄사 단체에 가입했을까. 심층 인터뷰를 통해 그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인터뷰한 회원의 절반은 20대와 30대였으며 65세 이상은 84세 남태순(가명)씨뿐이었다. 스위스의 경우 조력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이 84.3%(2003~2020년 통계)에 달하고, 1998년부터 통계를 축적해 온 미국 오리건주 역시 65세 이상이 74.9%를 차지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는 국내에 관련 정보가 많지 않은 데다 영어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가입해야 한다는 점이 국내 고령층에겐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인터넷 검색에 능한 젊은층에서도 외국어의 벽에 부딪혀 중도 포기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디그니타스에 가입해 조력사망을 신청하려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학교생활, 가족, 인생에서 중요한 사건 등을 담은 ‘라이프 리포트’와 자신의 병력과 치료법, 예후 등이 적힌 ‘메디컬 리포트’를 영문(독일어나 프랑스어도 가능)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조력사망 승인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영어가 익숙지 않은 한국인에게는 서류를 준비하는 것부터가 만만찮은 작업이다. 어릴 때부터 신장병으로 투병해 오다 지난해 유방암 진단까지 받으면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민세령(36·가명)씨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메일을 주고받은 끝에 신청 서류를 준비했지만 ‘더 구체적인 메디컬 리포트를 보내 달라’는 답변을 받은 뒤로는 거의 포기했다고 했다. 26년째 척추질환으로 통증을 겪고 있는 이정인(53)씨도 “영어를 잘 못하지만 열심히 써서 보냈는데 또 보내라고 해 중간에 멈췄다”며 “서류 작업이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용 역시 일반인들에겐 큰 부담이다. 디그니타스가 공개한 조력사망 비용을 보면 준비 착수부터 의사 진단과 면담, 시행 과정, 사후 장례 비용까지 7500~1만 500스위스프랑(약 1000만~1500만원)이 든다. 스위스로 가는 경비까지 고려하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선택지는 아닌 셈이다. 20명 중 7명은 조력사망을 신청한 적 있거나 진행 중이었다. 주요 병명은 암이나 백혈병(6명)이었으며 신장병(2명), 뇌종양(2명), 척수염(1명),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1명) 등 다양한 병을 진단받은 사람들이 디그니타스를 찾았다. 현재 건강하지만 ‘웰다잉’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미리 가입한 60세 부부도 있었다. 조력사망이 허용되고 있는 국가에서도 암은 조력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의 가장 주요한 질환으로 꼽혔다. 오리건주 존엄사 보고서를 보면 조력사망을 택한 10명 중 7명 이상이 암(72.5%)이었다. 루게릭병 등을 포함한 신경계 질환이 11.2%로 나타났고 심장질환(6.2%),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같은 호흡기 질환(5.7%)이 그 뒤를 이었다. 우울증·강박증·공황장애 등 정신적 문제(7명)로 디그니타스에 가입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 스위스는 2006년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정신질환자의 조력사망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신체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디그니타스와 같은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를 찾았다. 정신분열과 심한 강박증으로 디그니타스에 조력사망을 신청했지만 거절된 이나경(27·가명)씨는 “말기 환자에게만 선택권을 주는 것은 차별”이라며 “정신질환자도 존엄한 죽음을 위해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별은 여성이 12명, 남성이 8명으로 여성이 더 많았다. 성별에 따른 비중은 국가마다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는데 스위스는 2003~2020년 여성이 57.8%로 남성보다 많았다. 반면 미국 오리건주는 1998~2021년 남성이 53.0%로 여성보다 많았다. 이 때문에 성별에 따른 경향성을 짐작하긴 쉽지 않지만 스위스의 경우 혼자 사는 사람이 같이 사는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 종교가 없는 사람이 기독교나 천주교 등의 종교를 가진 사람보다 조력자살을 더 많이 선택한다는 연구가 영국정신의학저널(BJPsych)에 나온 바 있다. 오리건주도 이혼(23.6%), 사별(21.8%), 미혼(8.3%)인 상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서울신문의 ‘금기된 죽음, 안락사’ 기획기사는 [인터랙티브형 기사]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찍거나 아래 링크를 복사한 후 인터넷 주소창에 붙이는 방법으로 콘텐츠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seoul.co.kr/SpecialEdition/euthanasia/
  • [단독]열 번째 한국인 조력사망자와의 인터뷰…“내 의지대로 죽고 싶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단독]열 번째 한국인 조력사망자와의 인터뷰…“내 의지대로 죽고 싶다”[금기된 죽음, 안락사]

    병든 할아버지는 안락사를 선택했다. 자식이 수없이 뜯어말려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결국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지금부터 할 이야기는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10번째 한국인 이야기다. 서울신문은 할아버지의 생전 인터뷰를 바탕으로 국내 언론에서는 한 번도 드러나지 않았던 조력사망을 택한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한다.2019년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한 한국인의 이야기를 최초 보도한 서울신문은 4년 만에 취재팀을 다시 꾸렸다. 지난 8개월간 스위스에서 조력사망한 한국인의 지인과 가족, 조력사망을 준비하는 당사자를 만났고 의료인·법조인 등 전문가와 시민단체, 정치인 등을 두루 취재했다. 그 과정에서 84세 남태순(가명)씨를 만났다. 지난해 11월 처음 만난 그는 이미 조력사망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사진과 실명이 나가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도 좋다고 허락했다. 그렇게 해서 그가 스위스에서 사망하기 전까지 두 번의 만남과 여덟 번의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코끼리 발’ 노인의 해방 “사진은 찍지 맙시다. 동네방네 자랑할 일도 아니고….”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건 지난해 11월 초 경기도 그의 집에서였다. 할아버지의 소원은 잘 죽는 거였다. 첫인상은 병상에 누운 말기 환자의 이미지와 사뭇 달랐다. 숱이 많은 백발과 또렷한 눈빛은 곱게 늙었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다만 코끼리 발처럼 퉁퉁 부은 노인의 두 발이 그가 말기 신부전 환자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투석하는데 뭐가 완전히 안 빠져나가는 것 같아. 다리에 수분이 내려오는 것 같고. 어떨 땐 잘 빠져나가는데….” 그는 여든셋(올해 여든넷)이었다. 원래도 신장이 안 좋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자꾸만 나빠졌다. 말기 신부전 진단을 받은 2년 전부터는 복막 투석을 해야 했다. 하루 8시간을 꼼짝없이 기계에 매여 있는 게 지루하고 견딜 수가 없어 일주일에 세 번은 기계 대신 자신이 직접 하는 손 투석으로 바꿨다. 이날은 손 투석을 하는 날이었다. “살기 위해 투석을 하지만 정작 투석 말고는 할 일이 없어요. 후유증으로 온몸이 가렵고 잠도 못 자고. 이런 고통을 받아 가며 왜 사느냐, 병이 치유된다는 희망이 있으면 살아 보지만 이건 죽을 때까지 (투석을) 해야 하거든…. 여기서 해방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인생의 손익분기점 “이제껏 살아온 괜찮은 날들 까먹는 일밖에 없는 거예요. 주위에 폐 안 끼치고, 내 의지대로 갈 수 있는 편안한 방법 있으면 그게 좋겠다, 그게 평소 신념이었어요.” 그는 말수가 적었다. 길게 이야기하는 법이 없었다. 허투루 이야기하기가 싫었는지 말과 단어 선택을 신중히 했다. 입을 떼기까지는 항상 몇 초간 침묵이 흘렀다. 대화 중엔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를 유지했다. 성격이 몸에 밴 듯했다. “등산도 좋아했는데 이제 걷는 속도가 일반 사람의 3분의1도 못 따라가요. 숨이 차서 찬찬히 걸어야 해. 몸은 편한 데가 없고, 먹고 배설하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어요. 이런 경우엔 스스로 판단해야지. 나는 스위스로 가는 게 내 인생에 플러스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첫 만남 당시 그는 조력사망 신청서에 대한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스위스 조력사망 단체인 디그니타스에 가입했고 10월 말 조력사망 신청서를 메일로 보냈다. 영문 신청서는 구글 번역기를 돌려 가며 스스로 작성했고 디그니타스 홈페이지와 메일 주소를 찾을 때 아들의 도움을 조금 받았다고 했다. 그는 안락사를 선택한 배경에 경제적 이유는 없다고 했다. “공무원연금을 받으니까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가만히 보면 내가 산다는 게 국가적으로도 보통 손해가 아녀요. 건강 보험이나 약품 이런 걸 합치면 한 달에 200만원 정도를 국가에서 보조받는 셈인데, 그런 쓸데없는 짓을 왜 하느냐 이거야.”고통은 한꺼번에 찾아왔다 할아버지의 인생은, 그의 말을 빌리면 “잘 살아왔다”. 1939년 경남 김해에서 7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부모의 뒷바라지 덕분에 그 시절 대학까지 나왔다. 대학 졸업 후엔 기술직 공무원이 됐다. 젊어서부터 “늘 고집대로 살았다”는 그는 중매결혼을 마다하고 같은 직장에 다니던 여성을 만나 가정을 꾸렸다. 2남 1녀를 낳고 70년대 중반 직장을 서울로 옮기며 가족이 모두 이사했다. 휴가 땐 아내와 가끔 외국으로 여행도 했다. 남들보다 일찍 은퇴를 준비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아내와 필리핀으로 이민을 떠났다. “거기(필리핀)는 항상 봄이에요. 여름도 없고, 겨울도 없고, 옷 한 가지만 있으면 되고, 생활비도 적게 드니까 그런 천국이 없더라고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필리핀에서 등산도 하고 골프도 치며 그의 인생에서 가장 여유로운 10여 년을 보냈다. 영원한 건 없었다. 행복도 그랬다. 아내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를 다치면서 거동이 어려워졌고 할아버지도 병원 갈 일이 점점 늘어났다.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뭔가 결심해야 했다. 긴 휴가와도 같던 필리핀 생활을 끝낸 건 2020년 가을이다. 귀국 후 상황은 빠르게 악화했다. 혼자 화장실조차 갈 수 없게 된 아내는 요양원에, 할아버지는 투석기에 의지해 삶을 이어 가야 했다. 이때부터 마음 한편으로 죽음을 준비했다고 했다. 아내도 친구도 떠났다 “2022년 봄에 고맙게도 아내가 떠났어. 저 사람(아내)이 살아있을 때까진 모든 걸 내가 담당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나도 홀가분해요. 미련 없이 갈 수 있겠다…. 사람이 희로애락이 없는데, 숨만 쉬고 있으면 뭐 해요. ” 최근에는 매일 카톡으로 연락을 주고받던 친구마저 세상을 떠났다. “얼마 전 고향에 가 연락을 하니까 친구 딸이 전화를 받더라고. 아버지가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대. 그러더니 사흘 뒤 돌아가셨다고 해요. 내가 그 친구 복도 많다고 그랬어요. 그 정도만 보장돼도 나, 스위스 가는 거 포기하겠어요.” 할아버지의 가장 큰 두려움은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스스로 움직일 수도, 결정을 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었다. 투석만 하면 계속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여도 말기 신부전 환자 중엔 심혈관 질환으로 쓰러지는 경우도 많았다. “노인이라는 게 그런 질병이 갑자기 오거든. 그때 되면 내가 지시도 판단도 못 하고, 얼마나 끔찍한 일이야…. 암만 다시 생각해 봐도 전혀 미련 없어. 이 결정을 번복하겠다, 이런 생각이 전혀 없어요.”그린라이트를 받다 그는 올해 1월 디그니타스로부터 ‘그린라이트’(조력자살 승인)를 받았다. 그동안 아버지 얘기를 잠자코 들어 오던 자식들은 “아무도 따라가지 않겠다”고 함으로써 아버지의 스위스행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그도 누군가와 동행하는 게 부담스럽다며 기어이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그의 말에선 못내 서운함이 느껴졌다. “달리 생각하면 부모 임종 지키러 가는 셈 치면 될 거 아뇨. 임종한다고 하면 이민 간 자식들도 웬만하면 오잖아요. 거리가 멀고, 경비가 더 나갈 뿐이지. 나는 못 갈 이유가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식들은 절대 못 간다는 거예요.” 봄이 찾아오고 날씨가 풀리자 할아버지는 본격적으로 마지막 여행을 준비했다. 차마 아버지를 이런 식으로 보낼 수 없는 자식들의 마음과는 달리 그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요즘 사는 게 괜찮아졌다”고 말했다. “딱 한 달 치만 달라고 했어요.” 결심은 결단으로 변했다. 3월 초, 정기 진료일에 맞춰서 가는 서울의 병원에서 통상 3개월 치 받아 오던 투석액을 한 달 치만 받아 왔다. 끝내 아버지의 고집을 꺾지 못한 아들들은 말이 없었고, 마지못한 딸이 스위스까지 따라나서기로 했다. “딸이 네덜란드에 사는 친구와 전화했대요. 그랬더니 현지에서는 (조력사망을) 그냥 보편적으로 생각하더래. 주변에 할머니도 아주 웃으면서 떠났다고. 그 얘기를 듣고는 딸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할아버지는 ‘존엄사’라는 말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기어코 스위스행을 택한 것은 자신의 ‘욕심’이라고도 했다. “어찌 보면 편안하게 가겠다는 건 순리를 거부하는 나의 욕심이지. 내가 곤욕을 치르고 거동도 못 하고 배설물 수발을 받고 휠체어를 타야 하는 상황까진 안 가겠다는…. 그래도 여기서 해방되는 게 제일 큰 바람이에요.” 그러면서도 안락사 도입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할 때가 됐어요. 우리나라가 처음도 아니고, 엄격하게 심사해서 본인 의사가 틀림없느냐만 확인하면 될 것 아뇨. 이러나저러나 내 생애엔 될 가능성이 없어 보여요. 그게 된다면 여기서 기다리지만, 희망이 없더라고요.” “잘 사세요!” 마지막 인사 벚꽃이 막 피기 시작한 3월 말 할아버지는 프랑스 파리를 거쳐 스위스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동행이나 가족 인터뷰 등 추가 취재는 거절한다고 했다. “(자식들에겐) 따로 연락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렇게 해 줘.” 자신의 욕심이라던 마지막 결정이 혹시라도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 걱정하는 듯했다. 약속은 지키겠다고 말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그는 “잘 사세요!”라고 인사했다. 마지막 통화를 한 뒤 다시 한 달이 지났다. 생사를 확인해야 했지만 불편한 감정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딸의 설득에 결국 포기하고 돌아왔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살던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러 번 벨을 눌렀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 꺼졌던 휴대전화는 ‘없는 번호’가 됐다. 한국은 물론 스위스에서도 노인의 생활반응(Vital Reaction·살아 있는 인간이 남기는 반응과 흔적)은 모두 사라졌다. 그 후 노인과의 모든 연락은 끊겼다. 내 의지대로 가고 싶다던 고집쟁이 여든넷 할아버지는 그렇게 마지막 소원을 이뤘다.지난해 기자에게 먼저 전화한 건 할아버지였다. 유서도 남길 생각이 없다며 미련 따윈 없어 보이던 할아버지가 인터뷰에 응한 건 주변에 엇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생각에서였다. “아무것도 모를 때 무척 답답했거든. 이제는 내가 아는 만큼 정보를 주고 싶어요. 내가 느꼈던 그 답답함을 다른 사람들이 느끼지 않도록 풀어 주는 것도 하나의 미덕이다, 그리 생각했어요.”
  • 이강인 파리 입성, PSG 등번호는 19번

    이강인 파리 입성, PSG 등번호는 19번

    ‘막내형’ 이강인(22)이 마요르카(스페인)를 떠나 마침내 프랑스 파리에 입성했다.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1 파리 생제르맹(PSG)은 9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에 “이강인과 2028년까지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이강인은 2018년 10월 발렌시아CF에서 1군 데뷔전 이후 라리가 5시즌 동안 공식전 135경기 10골의 기록을 남기고 유럽 무대 두 번째 장을 넘기게 됐다. 이강인은 인스타그램에 “마요르카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분명히 믿기에 좋은 마음으로 새로운 도전을 맞이한다”면서 “이곳에서 보낸 모든 날을 잊지 못할 것이다. 마요르카 화이팅!”이라고 글을 올렸다. 구단도 홈페이지에 “새로운 무대에서 행운을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이적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200만 유로(약 311억원)로 추정된다. 이는 손흥민(토트넘)이 2015년 8월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할 당시 기록한 3000만 유로(약 426억원)에 이어 역대 한국인 선수로는 두 번째다.이적료의 20%(약 63억원)가 선수 몫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이강인은 최근 PSG를 떠난 리오넬 메시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특히 PSG가 지난 5일 스페인 출신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을 선임한 터라 스페인어에 능통한 이강인이 수월하게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PSG의 첫 한국인 선수가 된 그는 “팀이 모든 경기에서 이기고 최대한 많은 우승 타이틀을 따내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입단 소감을 구단 홈페이지에 남겼다. 등번호는 마요르카 때 그대로인 19번으로 배정됐다. PSG는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를 비롯해 월드 클래스급의 선수들이 뛰는 프랑스 최강 클럽이다. 이전까지는 두 차례 우승(1986·1994년)이 전부였지만 2011년 카타르 왕족 자본인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츠’에 인수된 뒤 지난 시즌까지 무려 9차례나 프랑스 1부 리그 패권을 차지했다.이강인은 2007년 방송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하면서 ‘축구 신동’으로 얼굴을 알렸고, 열 살이 된 2011년 7월 발렌시아 유스팀에 입단하고, 2017년 12월 프로 무대(발렌시아 B팀)에 진출했다. 2019년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골 4도움을 작성하며 준우승에 힘을 보탰고, 최우수선수(MVP)에게 주는 골든볼을 수상하며 ‘골든 보이’로 불렸다. 이강인의 이적에 외신도 들썩였다. 로이터통신은 “마요르카에서 2년간 73경기에서 7골 10도움을 기록한 미드필더”라고 소개했고, AFP통신은 “올해 22살인 이강인은 이번 시즌 PSG의 4번째 선수 영입 사례”라고 보도했다. 프랑스 매체 레퀴프는 2004년까지 골키퍼로 뛴 레오 프랑코의 말을 인용하며 “이강인은 팀의 기둥과 같았다. 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이 돋보이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이어 “잠재력이 많아 유럽 최고의 팀에서 뛰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 대학 총장 70% “등록금 올린다”…절반 이상은 “수능 자격고사로”

    대학 총장 70% “등록금 올린다”…절반 이상은 “수능 자격고사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0명 중 4명은 내년 등록금을 인상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으로 개편 논의가 본격화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절반 이상의 총장들이 자격고사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9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최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총장 세미나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8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에 등록금 인상을 계획 중이라고 답한 총장은 41.7%(35명)로 집계됐다. ‘2025학년도 이후 인상할 계획’이라는 응답도 28.6%로 인상 계획을 가진 총장이 70%를 넘었다. ‘정부 방침을 따르겠다’는 비중은 22.6%, ‘인상 계획 없다’는 대답은 7.1%에 그쳤다. 대교협이 지난달 1~13일 실시해 이날 발표한 자체 설문조사에서도 138개교 중 135개교(97.8%) 총장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대교협은 “장기간 등록금 인하·동결 정책 기조와 학령인구 감소가 맞물려 초래된 대학의 재정 위기와 충원율에 총장들의 관심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킬러문항 없으면 변별력 하락” 혼란 여부엔 의견 갈려 정부가 마련 중인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해 총장 51.8%는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봤다. 자격고사는 일정 점수를 넘기면 대학에 입학할 자격을 주는 시험으로 프랑스 바칼로레아가 대표적인 대입 자격고사다. ‘수능 현행 유지’(24.1%), ‘서·논술형 도입’(15.7%), ‘수능 폐지’(8.4%)는 응답률이 비교적 낮았다. 고교학점제와 현 수능 체제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과 킬러 문항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수능 킬러 문항 배제 원칙에 대해서는 67.5%가 수능 변별력이 떨어질 것으로 봤다. 다만 ‘변별력 저하는 있지만 대입 혼란은 없을 것’(45.8%)이라는 전망이 ‘혼란이 우려된다’(21.7%)는 의견보다 많았다. ‘변별력 저하도, 대입 혼란도 없을 것’이라는 응답은 32.5%로 3분의1 수준이었다. 올해 글로컬대학 예비 지정에 탈락한 대학 중 80.4%는 내년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글로컬대 평가 방식 중 개선해야 할 것으로는 ‘설립 주체(국공립·사립)와 지역 안배’(68.0%)에 대한 요구가 가장 컸고, 특히 사립대에서는 74.6%로 더 높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학 통합을 검토하고 있다는 응답은 45.1%로, 비수도권 대학의 경우 절반 이상(52.9%)이 통합을 검토한다고 대답했다.
  • 조코비치-알카라스 또 만날까, 나란히 윔블던 16강 안착

    조코비치-알카라스 또 만날까, 나란히 윔블던 16강 안착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 1위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가 윔블던 16강에 안착했다.알카라스는 지난 8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니콜라스 재리(28위·칠레)와 3시간 56분 동안의 접전 끝에 3-1(6-3 6-7<6-8> 6-3 7-5)로 이겼다. 앞서 1, 2회전을 모두 무실세트로 마친 알카라스는 이날 재리를 상대로 두 번째 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내주며 첫 세트 우위를 무위로 돌렸다. 알카라스는 서브 에이스에서 12-15, 위너(득점타)에서 41-48로 뒤졌지만 언포스드(비공격) 에러에서 30-46으로 우위를 보였고, 결국 승리를 챙겼다. 알카라스는 알렉산더 즈베레프(21위·독일)를 3-0(6-3 7-6<7-4> 7-6<7-5>)으로 완파하고 올라온 마테오 베레티니(38위·이탈리아)와 16강에서 격돌한다. 알카라스는 베레티니와의 역대 세 차례 맞대결에서 2승1패로 앞서 있다. 단, 유일한 패배를 메이저 대회인 지난해 호주오픈 3회전에서 기록했던 터라 우세를 함부로 단정지을 수는 없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생애 첫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 올린 알카라스에게 베레티니와의 16강전은 두 번째 메이저 우승 행보의 반환점이나 다름없다. 베레티니를 꺾는다면 올해 윔블던 최대 ‘매치업’인 노바크 조코비치(2위·세르비아)와의 세 번째 맞대결 가능성도 더 커진다.조코비치 역시 앞선 3회전에서 스탄 바브링카(88위·스위스)를 3-0(6-3 6-1 7-6<7-5>)으로 제압하고 16강에 사뿐히 올라 로저 페더러(스위스)와 비외른 보리(스웨덴), 단 2명만 일궈냈던 윔블던 5연패 가능성을 더 짙게 했다. 16강 상대는 2021년 이 대회 4강까지 올랐던 후베르트 후르카츠(폴란드)다. 남자 단식 대진표에 따르면 조코비치와 알카라스는 각각 결승에 올라야 맞대결이 성사된다. 둘은 앞서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지난해 마스터스1000 시리즈인 마드리드오픈 4강에서 알카라스가 먼저 승전고를 울렸지만 지난 5월 프랑스오픈 준결승에서는 조코비치가 3-1로 빚을 갚았다.
  • “日편향적” 민주당, IAEA 사무총장 면전서 오염수 방류 맹비판

    “日편향적” 민주당, IAEA 사무총장 면전서 오염수 방류 맹비판

    더불어민주당은 방한 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면담 자리에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며 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중립성·객관성 상실한 日편향적 검증”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대책위원회’(대책위) 고문인 우원식 의원은 9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면담에서 “처음부터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고 말했다.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며 14일째 단식 중인 우 의원은 모두발언에서 “IAEA 입장은 일관되게 ‘오염수 해양방류 지지’였다”면서 “주변국 영향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미리 결론 내린 것은 ‘셀프 검증’이자 ‘일본 맞춤형’ 조사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IAEA의 오염수 해양방류 정당화는 주변에 있는 IAEA 회원국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라며 ”이제 일본은 IAEA 보고서를 오염수 해양방류의 통행증처럼 여기고 수문을 열 타이밍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염수에서 수영? 일본 내에서 쓰라” 우 의원은 그로시 사무총장이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오염수에서 수영도 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럴 정도로 안전하다고 확신한다면 물 부족 국가인 일본이 그 물을 국내 음용수로 마시든지 공업·농업용수로 쓰라고 요구할 의사가 없는지 묻고 싶다”면서 “대한민국 국민은 오염수를 마실 생각도, 오염수에서 수영할 생각도 없다”고 직격 비판했다. 대책위원장인 위성곤 의원도 ‘오염수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의 IAEA 종합보고서에 유감을 표하면서 “일본이 오염수 해양 투기를 연기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다른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 IAEA가 이러한 요구에 함께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 의원은 “IAEA는 그동안 지적된 일반안전지침(GSG) 위반을 비롯해 오염수 해양방류가 정당한지, 최적의 대안인지 등은 검토하지 않고 일본 정부에 책임을 떠넘겼다”면서 “유엔해양법에 대해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IAEA 사무총장 “국제안전기준에 부합” 그로시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지금 이 문제가 (한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국을 비롯해 우려를 제기하는 곳이 많아 그 우려를 듣고 답을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주당 초대에도 응해 면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도출한 결론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면서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굉장히 충실하게 업무를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는 일본 정부의 방류 계획이 제대로 잘 지켜지는지 완전히 검토하기 위해 수십년간 일본에 상주할 것”이라며 “IAEA 지역사무소를 후쿠시마에 개설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자신의 모두발언 이후 민주당 측에서 예상보다 더 강한 어조의 비판이 이어지자 당황한 기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모두발언 초반 몇몇 발언을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후 의자에 등을 대고, 안경을 벗거나 중간중간 한숨을 쉬기도 했다. 모두발언만 55분간 이어진 가운데 면담장에는 국회 본청 밖에서 벌어진 ‘오염수 방류’ 반대 시위 소리가 들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책위는 IAEA의 종합보고서가 발표되자 지난 6일 IAEA 측에 면담을 요청했다. 지난 7일 입국한 그로시 사무총장은 8일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에 이어 박진 외교부 장관과 만나 IAEA 종합보고서 내용을 설명했다. 그는 이날 오후 출국해 뉴질랜드를 비롯한 태평양 도서국을 찾을 예정이다. ‘전문가 이견’ 보도에 “이견 없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IAEA 종합 보고서 작성에 관여한 국제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었다는 보도와 관련해 전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견은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지난 7일 로이터통신은 ‘종합보고서에 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 불일치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로시 사무총장이 “나는 그것을 들었다”면서도 “전문가 중 누구도 내게 직접 우려를 제기하지 않았다”면서 어떻게 이견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았다. 로이터는 ”보고서에 참가한 국제 전문가 1∼2명이 우려를 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IAEA는 해양 방류 방침을 정한 일본의 요청을 받고 2021년 7월 11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 부문별 중간 보고서를 냈으며, 이달 4일 포괄적인 평가를 담은 종합 보고서를 발표했다. 11개국에는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미국과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프랑스, 마셜군도, 러시아, 베트남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 4일 IAEA는 종합보고서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은 국제 안전기준에 부합한다“고 평가하며 ”도쿄전력이 계획하고 평가한 바와 같이 오염수를 통제하고 점진적으로 바다에 방류할 경우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방사능 영향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IAEA가 성급하게 보고서를 낸 데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우리는 IAEA 보고서가 일본 오염수 해양 방류의 ‘부적’이나 ‘통행증’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나토 유럽 국가들 “중국 포위한다며 韓·日까지 불러 내분만 키워”

    나토 유럽 국가들 “중국 포위한다며 韓·日까지 불러 내분만 키워”

    옛소련의 위협에 맞서는 군사동맹으로 출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대중국 견제에 끌어들이기 위해 아시아·태평양을 곁눈질하게 만드는 미국에 유럽 회원국들이 불만을 품고 있다. 유럽을 지켜야 하는 본연의 임무까지 어려워진다고 반대하거나 역풍만 부를 것이라고 우려하는 회원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거나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물론 나토 회원국들에도 중국에 대한 우려가 팽배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군사적 자원이 소모된 상황에 중국 억제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것이다.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데 한국을 비롯해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을 초청한 것도 유럽 회원국들로선 마뜩찮은 속내를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프랑스가 가장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5월 한 안보 콘퍼런스에서 나토가 아시아·태평양으로 지리적 영역을 확장하는 건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일본 도쿄에 나토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방안에도 반대했다. 아시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것은 나토를 주요 지역인 북대서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이란 논리였다. 중국 역시 나토가 자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증거라며 도쿄 연락사무소 설치 계획에 거세게 반발했고, 이는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우리는 나토가 이 지역으로 동진해 역내 문제에 간섭하고 블록간 대결을 조장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을 보아왔다”고 성토했다. 최근에는 인민해방군 장성인 자오샤오줘 대교(大校·한국의 대령과 준장 사이)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과 나토가 광범위한 군사동맹으로 연결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유럽 국가들의 빈약한 해군 역량을 고려할 때 이들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제해권을 확보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나토 군함이 때때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공격적 행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미국 외교정책 싱크탱크 퍼시픽포럼의 브래드 글로서먼 선임 고문은 강조했다.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의 이와마 요코 교수는 아시아·태평양 권역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유럽의 번영도 위태로워진다고 지적했다. WSJ은 “나토가 더 많이 관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면서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4개국은 우크라이나 지지를 통해 유럽 안보에 기여하려는 의지를 더 많이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한국은 미국을 통해 사실상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우회 지원하고 있으며, 일본도 비슷한 방안을 미국과 논의 중이라고 WSJ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영국 BBC도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비축 무기들을 우크라이나에 계속 보내도록 미국의 압력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토가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은 2019년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2022 전략개념’에 최초로 중국을 명시하는 등 아시아·태평양 현안에 목소리를 내며 영향력 확대를 모색해 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WSJ 인터뷰를 통해 “나토는 북미와 유럽의 역내 동맹으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이 지역(아시아·태평양)은 글로벌 위협에 직면했고 우리는 전 세계의 협력 국가와 함께 대응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한국과 일본, 호주 등은 나토 가입 의향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도 “북미와 유럽 이외 국가와 (집단방어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에 따른 글로벌 군사동맹을 맺을 계획도, 의도도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장 이번 정상회의에 핀란드가 처음으로 정회원 자격으로 참석하고, 우크라이나와 스웨덴의 가입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힘이 딸리는 것으로 보인다.
  • ‘군만두 3개 5천원’ 명동 바가지 논란에 중구청 나섰다

    ‘군만두 3개 5천원’ 명동 바가지 논란에 중구청 나섰다

    서울 명동 노점의 음식 가격이 터무니없게 비싸 ‘바가지 논란’이 제기되자 명동이 속한 중구청이 가격표시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격표시제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공하고 업체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사업자가 생산·판매하는 물품의 가격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9일 중구에 따르면 지난 7일 명동특구협의회와 이를 논의했고, 명동상인회까지 세 주체가 함께 대책반을 꾸려 이달 중 명동거리 상점을 대상으로 가격표시제를 추진·관리하기로 했다. 그밖에 노점상 영업시간 위반, 불법 적치행위 등을 함께 단속한다. 위반사항이 확인되면 행정 조치하고, 상인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도록 교육·캠페인을 한다. 구는 서울시와도 협력해 바가지요금, 불법 숙박업소, 상표법 위반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방역조치가 해제되면서 명동은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부쩍 늘어났다. 한동안 텅텅 비었던 거리도 다시 노점으로 채워졌는데, 최근 물가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길거리 음식 등의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명동의 대부분 점포에서 군만두 3개에 5000원, 붕어빵 4개를 5000원에 팔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밖에도 닭꼬치 5000원, 오징어구이 1만 2000원, 회오리감자 5000원 등의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한 프랑스 관광객은 YTN과의 인터뷰에서 “명동 길거리 음식은 비싸다. 경기 부천이나 다른 곳에선 똑같은 걸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유튜브 등에서도 외국인들이 명동 물가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길성 중구청장은 “명동이 관광객들 사이에서 다시 찾고 싶은 관광지가 될 수 있도록 상인과 대화와 협의를 통해 관광객의 불편 사항을 지속해서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 나토 정상회의장 첨단무기 경계하는 이유, 벨라루스는 텅 빈 기지 외신에 공개

    나토 정상회의장 첨단무기 경계하는 이유, 벨라루스는 텅 빈 기지 외신에 공개

    오는 11∼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리투아니아 빌뉴스는 레이저 와이어가 설치된 벨라루스 국경과 불과 32㎞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가장 가까운 러시아 국경으로부터는 151㎞ 거리 밖에 안된다. 이 도시가 첨단무기들로 방어되는 거대한 요새로 변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해 나토 동맹국과 초청국(심지어 윤석열 대통령까지) 등 40여개국 정상들이 모일 정상회의장이 적대적인 벨라루스,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멀지 않은 거리에 위치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상들의 경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16개 나토 동맹국은 1000명의 병력을 파견해 삼엄한 경비에 나섰다. 동맹국들은 리투아니아에 첨단 방공시스템도 설치했다.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40여개국 정상이 오는데, 우리 영공을 무방비 상태로 둔다면 무책임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은 옛소련의 일원이었다가 1991년 소련 붕괴 당시 독립했다. 이들 국가는 2004년 나토에 가입했고, 유럽연합(EU) 회원국이기도 하다. 발트 3국은 방위비로 다른 나토 회원국보다 많은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지출한다. 그러나 인구가 500만명 정도에 불과한 소국이어서 대규모 병력이나 자체 전투기, 첨단 방공망에 투자하기에 충분한 규모가 아니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독일은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요격할 수 있는 차량용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치 12대를, 스페인은 국가 첨단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NASAMS)을, 프랑스는 자주포를 각각 지원했다. 프랑스와 핀란드, 덴마크는 리투아니아에 전투기 기지를 두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는 드론 방위체계를 배치했다. 폴란드와 독일은 헬리콥터에 특수기동대를 파견했고, 다른 동맹국들은 생화학이나 방사성물질, 핵 공격에 대비한 무기체계를 제공했다. 나우세다 대통령은 “정상회의 기간 영공 안전 확보를 위한 나토 동맹국들의 노력은 발트 3국에 영구적 방공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정상회의가 끝나면 영구적인 영공 방위를 위해 교대로 병력 내지 무기체계를 배치하는 방안에 대해 동맹국들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번 여름 벨라루스와 러시아 접경 경비인력을 3배로 늘렸다.이를 위해 라트비아와 폴란드에서 병력을 지원받았다. 폴란드와 라트비아는 빌뉴스 경비를 위해 경찰도 파견했다. 루스타마스 리우바예바스 국경경비대장은 “우리는 다양한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난민이나 군용차량 출현, 국경 침범 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 때문에 상황이 매우 긴박하다”면서 “국경 경비는 이미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상회의 기간 EU 회원국인 폴란드,라트비아,리투아니아 간 국경 검문은 재개된다. 빌뉴스 시장은 정상회의 기간 시내 중심가 대부분에 접근이 제한될 예정이라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피하려면 시외로 휴가를 가라고 제안했다.한편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반란을 중재한 벨라루스가 용병들을 위해 텐트 등을 세웠지만 사용하지 않아 텅 빈 군기지를 이례적으로 외신에게 공개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날 보도했다. 벨라루스 국방부의 이념 담당 보좌관 레오니드 카신스키 소장은 “우리는 아무 것도 감추지 않는다. 바그너 그룹 누구도 이곳에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외신에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벨라루스 정부가 바그너 용병들이 사용하지도 않는 텅 빈 군 기지를 공개한 것은 나토 정상회의와 회의를 개최하는 리투아니아를 겁 주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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