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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틴 “내년에도 우크라 작전 계속” 젤렌스키 “50만명 징병 필요”

    푸틴 “내년에도 우크라 작전 계속” 젤렌스키 “50만명 징병 필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특별군사작전’ 목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며 내년에도 우크라이나와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국방부 이사회 확대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는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수행한다”며 지난해 2월 시작한 우크라이나 내 군사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동석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2024년의 우선 과제는 모든 임무를 완수할 때까지 특별군사작전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미국, 서방이 협상을 원한다면 응하겠다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국익에 따라 협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일어난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를 이용해 러시아와 ‘하이브리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동쪽으로 1㎝도 이동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어기고 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유럽과 싸울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군의 올해 성과를 결산하고 내년 계획을 논의하는 이날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자평했다. 또 우크라이나군에 큰 손실을 입혔으며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가 ‘무적’이라는 신화를 무너뜨렸다고 주장했다. 쇼이구 장관은 특별군사작전 이후 우크라이나군에서 38만 300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지난 6월 ‘대반격’에 나선 이후 약 반년간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손실은 15만 90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별군사작전 이후 새로 획득한 영토는 우크라이나 동부에 친러시아 반군이 설립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의 기존 영토 대비 5배 이상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간 특별군사작전에서 통신 시스템과 정밀하고 효율적인 공격 측면에서 문제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정밀 로켓과 다양한 드론 생산 증대, 방공 시스템 개선,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장비 확보 등을 주문했다. 쇼이구 장관은 내년에는 국방부와 계약한 육군 병력을 74만 5000명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2000㎞가 넘는 전선을 따라 요새 3000개, 4만 5000개의 참호 대피소, 150만개 이상의 대전차 장애물 등을 설치하는 대규모 작업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또 서방의 제재에도 나토 국가보다 더 많은 첨단무기를 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같은 날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부터 중요한 재정적 지원을 계속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 도중 최근 미국과 EU의 우크라이나 재정 지원 방안이 지연되는 상황을 두고 “미국이 전쟁 피해국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있으며 EU와의 관계에도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러시아군 점령지를 향한 대반격을 감행했음에도 전황이 교착 국면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을 고려한 듯 서방국들의 지원 가능성을 낙관했다. 그는 “패트리엇 대공 미사일 시스템이 이번 겨울에 우리나라를 보호하기 위해 추가 배치될 것”이라며 “규모는 공개하지 않겠지만 최근 동맹국들과 만나며 얻은 중요한 결과”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 23억 달러, 벨기에 17억 달러, 프랑스 20억 달러 등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나라들로부터 지원을 약속받았다”면서 “이런 약속은 제가 해당국을 방문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쟁이 언제 끝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아무도 답을 모른다고 생각한다. 우리 군사령관, 서방 파트너들조차 모른다”면서 “회복력을 잃지 않으면 전쟁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지도부로부터 병력 40만∼50만명 정도를 추가 동원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 구상을 뒷받침하려면 더 많은 토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과 불화설이 불거진 데 대해서는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잘루즈니 총사령관은 전국 병무청장을 전원 해임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조처에 “모병 전문가들이 사라졌다”면서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주제(불화설)를 발전시키려는 누군가를 제가 왜 도와야 하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 21만원에 팔았는데 경매에서 60억원… 소송 제기 부부 패소

    21만원에 팔았는데 경매에서 60억원… 소송 제기 부부 패소

    프랑스의 한 노부부가 중고상에게 헐값에 넘긴 나무 가면이 고가의 희귀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중고상에게 사기를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알랭(88)과 콜레트(81) 부부는 2021년 9월 다락방을 치우다 나무로 만든 가면을 발견했다. 알랭은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쓸모없는 부적이라 여기고 중고 상인 알렉상드르에게 150유로(약 21만원)에 팔아넘겼다. 그러나 부부는 지난해 3월 피가로 신문 지면에서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이 가면은 아프리카 가봉의 팡족이 만든 희귀한 ‘은길 가면’(Ngil Mask)으로 한 경매장에서 420만 유로(약 60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이었다. 애초 30만 유로(약 4억 2000만원)에 낙찰될 예정이었으나 경매장이 한 차례 바뀌면서 10배 이상 뛰었다. 이 가면은 파블로 피카소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거장에게 영감을 준 20세기 초 아프리카 부족의 가면으로 전 세계에 10개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총독이자 알랭의 할아버지였던 르네 빅토르 에드워드 모리스 푸르니에가 1917년 무렵 입수했다가 후손에게 물려준 것으로 추정된다. 헐값에 판 부부는 중고상이 가면의 가치를 알고도 속였다며 낙찰 금액의 일부를 돌려달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중고상은 자신도 가치를 몰랐다고 반박하면서도 최초 경매가인 30만 유로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노부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민사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에서 패했다. 중고상이 사기를 친 게 아니며 부부가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의 소송대리인은 “법원은 원고들이 가면을 팔기 전 가면의 가치를 알았거나 최소한 문의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무료 감정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항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 사이의 다툼이 벌어지는 동안 가면의 원주인인 가봉은 자국 소유라며 판매 중단을 요청하고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가봉의 주장을 기각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간이 주는 깊은 맛의 향연, 브레이징 요리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시간이 주는 깊은 맛의 향연, 브레이징 요리의 세계/셰프 겸 칼럼니스트

    인간이 하루에 두 끼 정도 꼬박 먹는다고 치면 1년이면 730끼, 10년이면 7300끼와 마주하게 된다. 수만 번의 끼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를 몇 개 꼽는다고 하면 그 식사가 얼마나 특별한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도 기억에 남아 있는 식사는 어떤 맛의 첫 경험이거나 인생의 특별한 이벤트 또는 타인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식사 정도이지 않을까. 당장 지난주에 무엇을 먹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운데 말이다. 그토록 수많은 끼니 중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유독 떠오르는 한 접시가 있다. 스페인에서 맛본 닭으로 만든 기사도(Guisado) 요리다. 심지어 여름에 맛보았는데도 말이다.세계의 토종닭 요리를 취재하는 과정에서 만난 그 요리는 사실 특별하다고 할 만한 대단한 요리는 아니었다. 닭을 오랫동안 뭉근히 익혀 만든, 우리나라로 치면 일종의 갈비찜이나 찜닭 같은 요리다. ‘피타 핀타’라고 하는 스페인 아스투리아스의 토종닭은 무게만 3.5㎏이 넘는 거대한 닭이다. 그만큼 오래 자라 근섬유가 탄탄하다 보니 굽거나 튀기는 요리보다 오랫동안 익혀 부드럽게 만드는 요리에 적합한 식재료다. 닭을 구운 후 구운 기름에 양파와 피망을 볶은 후 화이트와인과 브랜디, 육수를 부어 장장 3시간가량 천천히 익혀 낸다. 긴 기다림 끝에 맛본 피타 핀타 기사도는 영락없는 한국의 갈비찜 맛이었다. 소고기 대신 닭고기로 만들었다는 것 말고는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의 갈비찜에 들어가는 양념의 주재료인 다량의 설탕과 간장 없이도 진하고 깊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다. 요리에 설탕을 넣는 것이 죄는 아니지만 식재료만으로도 얼마든지 자연스러운 단맛을 낼 수 있다. 우리가 날마다 접하는 양파는 요리에 단맛을 주는 가장 손쉽고 흔한 재료지만 단맛을 우려내 재료와 함께 어우러지게 하려면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시간이라는 주방의 보이지 않는 손이다.기사도는 스페인과 멕시코 등 스페인어 문화권에서 브레이징 요리를 부르는 말이다. 브레이징을 한국어로 직역하기에는 다소 모호한 부분이 있다. 보통 찜이나 조림 요리로 부르기도 하는데 적확한 표현이라고는 하기 어렵다. 어찌 됐건 시간을 두고 뭉근히 끓여 익히는 요리라고 생각하면 쉽다. 고기를 바비큐처럼 뜨거운 열, 건열에 굽는 방식 외에 수분, 습열에 익히는 요리법은 크게 두 가지다. 스튜잉과 브레이징이다. 보통 고기와 채소, 콩 등을 넣고 끓이는데 수분의 양이 건더기보다 많고 국물과 함께 먹는 요리법을 스튜잉, 수분을 건더기보다 적게 해 습열과 건열을 함께 이용해 졸여낸 후 남은 진득한 수분을 소스처럼 이용하는 요리를 브레이징이라고 한다. 기사도는 스튜잉보다는 브레이징에 가까운 요리법이다. 브레이징은 스튜잉보다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빠르게 구워 먹기엔 질긴 고기 부위를 덩어리째 넣고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익히게 되면 열에 의해 단백질과 젤라틴 결합조직이 끊어지면서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첨가된 각종 야채들도 같은 조건에서 졸여지면서 캐러멜라이징화가 진행돼 원재료에서 맛볼 수 없었던 진하고 깊은 풍미가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브레이징 요리의 묘미가 있다. 일부러 진한 소스를 만들거나 찾지 않아도 재료를 익히고 남은 수분과 채소 건더기를 가지고 훨씬 더 재료와 어우러지는 자연스러운 풍미를 가진 소스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브레이징 요리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요리는 스페인의 기사도 외에도 이탈리아의 오소부코, 프랑스의 코코뱅이 있다. 오소부코는 밀라노식 소꼬리뼈 요리이며 코코뱅은 닭을 이용해 만든 브레이징 요리다. 사실 두 요리가 워낙 유명해서 그렇지 브레이징이라는 요리법을 쓰면 양고기나 돼지고기처럼 다른 재료로도 얼마든지 응용이 가능하다. 서양식 브레이징 요리의 핵심은 고기를 잘 구워 마이야르 반응을 최대한 끌어낸 후 야채를 충분히 볶아 단맛을 내는 데 있다. 진한 소스의 풍미를 원한다면 레드 와인을, 그렇지 않다면 화이트 와인을 선택하자. 나머지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 2시간에서 최대 3시간가량 천천히 익혀 주기만 하면 실패하는 법이 없는 요리가 완성된다. 브레이징 요리처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는 혼자를 위한 요리는 아니다. 들어가는 재료가 많을수록 맛은 더 풍부해지기에 연말처럼 특별한 날 여러 가족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족 요리를 상징한다. 식사 3~4시간 전 맨 먼저 준비해 놓은 다음 오븐이나 불에 올려 천천히 익는 동안 다른 요리를 할 수 있으니 오히려 간편하다. 연말에 어울리는 특별한 요리법을 찾고 있다면 브레이징 요리를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 민주화·소수자 인권에 힘쓴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별세

    민주화·소수자 인권에 힘쓴 ‘재일조선인 학자’ 서경식 별세

    재일조선인 학자로 식민주의, 국가주의, 디아스포라, 소수자의 삶에 관한 글을 쓰고 고국의 민주화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서경식 일본 도쿄경제대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별세했다. 72세. 고인은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대에서 프랑스 문학과를 졸업했다. 고인이 대학에 다니던 1971년 서울대에서 유학 중이던 형 서승, 서준식이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박정희 정권의 간첩조작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이때 고인은 일본에서 두 형의 석방을 요구하는 구명 운동을 펼치면서 고국의 민주화 문제에 관여하게 됐다. 고인은 2000년부터 2021년까지 도쿄경제대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 2년 동안 한국 성공회대에서 연구교수로 머물기도 했다. 고인은 전후 일본의 책임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일본은 과거 청산이 가장 이뤄지지 않은 나라로,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극복하지 않는 한 한국과의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고인의 저작은 상당수가 한국어로 번역됐다. 한국에서는 1991년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시작으로 미술을 포함한 예술 관련 서적이 많이 소개됐다. ‘난민과 국민 사이’, ‘역사의 증인 재일조선인’, ‘나의 조선미술 순례’, ‘디아스포라 기행’ 등도 인기를 끌었다. 고인은 1995년 성장기 독서 편력과 사색을 정리한 책인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고, 2000년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수상했다. 2012년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 인권 신장에 이바지한 공로로 제6회 후광 김대중 학술상을 받았다. 2021년 도쿄경제대에서 퇴임한 뒤에는 한국에서 ‘서경식 다시 읽기’, 일본에서 ‘서경식 회상과 대화’가 각각 발간됐다.
  • 글로벌 해운사 9곳 홍해 운송 중단… 물류대란 위기

    글로벌 해운사 9곳 홍해 운송 중단… 물류대란 위기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지원하는 예멘 반군 후티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상선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글로벌 물류 대란 우려가 높아졌다. 세계 2위 석유 회사 브리티시 퍼트롤리엄(BP)이 유조선 운항을 일시 중단하기로 하면서 국제 유가도 흔들리고 있다. 중동 전쟁의 불똥이 튄 홍해의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지자 미국은 다국적 함대를 꾸려 홍해 해역 안보 강화에 나섰다.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세계 6위 해운사 에버그린(대만)은 이날 안전을 이유로 홍해를 통한 운송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세계 9위 양밍해운도 향후 2주간 모든 선박을 홍해 수에즈운하가 아닌 남반구의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한다고 밝혔다. 현재 홍해 운송 중단 방침을 밝힌 곳은 세계 10대 해운사 중 9개에 이른다. 세계 1위 MSC(스위스)와 2위 머스크(덴마크), 3위 CMA CGM(프랑스), 4위 코스코(홍콩), 5위 하파그로이드(독일), 7위 오션 네트워크 익스프레스(일본), 8위 HMM(한국)이 홍해 운송 중단을 결정했다. 홍해의 핵심 해로인 수에즈운하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최단 항로로, 전 세계 해운 운송량의 약 15%를 담당한다. 희망봉 우회 시 유럽~아시아 항로는 약 6500㎞, 운송 기간은 7~8일 정도 늘어나는 것으로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네덜란드 투자은행 ABN 암로의 알버르트 얀 스파르트 연구원은 “우회로를 택한 회사들이 세계 컨테이너 운송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운임 상승과 배송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후티의 무함마드 압둘살람 대변인은 X(옛 트위터)를 통해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14일 이후 최소 10여척을 위협하고 이 중에는 다른 국적 선박도 있던 터라 불안감은 여전하다. 미국은 이날 홍해에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성명에서 “최근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 격화는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지목했다. 이 작전에는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해 홍해 남부, 아덴만 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후티 반군 지도조직 일원인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미국에 의해 홍해에 파견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맞섰다.
  • [메멘토 모리] 서승과 서준식 동생이며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메멘토 모리] 서승과 서준식 동생이며 ‘디아스포라 지식인’ 서경식

    재일 조선인 작가이자 ‘디아스포라 지식인’으로 알려진 서경식 도쿄경제대학 명예교수가 지난 18일 7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서승 전 일본 리쓰메이칸대 교수와 인권운동가 서준식 형제의 동생으로 두 형이 1971년 이른바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되자 형들을 위한 구명 활동에 나서 민주화 운동을 벌였던 인사로 낯익다. 출판사 연립서가의 최재혁 편집장은 19일 연합뉴스에 “서경식 선생님이 어제 오후 7시 30분쯤 나가노현 자택에서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났다는 연락을 유족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 조선인 3세로 태어난 고인은 와세다대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했다. 두 형은 서울대 유학 중 간첩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고 전향을 거부했다. 징역과 보안감호를 합쳐 서승씨는 19년, 서준식씨는 17년을 복역한 뒤 석방됐다. 서승씨는 보안사의 고문을 피하려고 자살을 기도했다가 온몸에 중화상을 입어 평생을 화상 입은 얼굴로 지냈다. 고인은 2000년부터 도쿄경제대에서 인권론과 예술론을 강의했고, 2006년부터 2년 동안 성공회대에서 연구교수로 머물며 한국 지식인과 교류했다.스스로를 ‘글쟁이’, ‘작가’로 인식한 그는 이방인이자 소수자인 재일 조선인 정체성 문제를 탐구하면서 식민주의, 국가주의와 관련된 다양한 글을 남겼다. 아울러 그는 “과거 청산이 가장 이뤄지지 않은 나라가 일본이며, 일본이 과거를 제대로 청산하고 극복하지 않는 한 (한국과) 갈등은 피하기 어렵다”며 일본의 지성적 퇴락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저작은 한국어로 번역돼 많은 독자와 만났다. 한국에서는 특히 미술을 비롯한 예술 관련 서적들이 많이 소개됐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 ‘나의 조선미술 순례’, ‘나의 일본미술 순례’ 등이 차례로 출간됐고, 이 밖에도 ‘청춘의 사신’, ‘디아스포라 기행’, ‘난민과 국민 사이’, ‘역사의 증인 재일 조선인’ 등이 번역됐다. 고인이 2021년 도쿄경제대에서 퇴임한 뒤에는 한국에서 ‘서경식 다시 읽기’, 일본에서 ‘서경식 회상과 대화’가 각각 발간됐다. 그는 일본에서 성장기 독서 편력과 사색을 정리한 책인 ‘소년의 눈물’로 에세이스트 클럽상,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각각 받았다. 한국에서는 2012년 민주주의와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후광 김대중 학술상’을 수상했다. ‘나의 미국 인문 기행’(반비)이 다음달 유작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 아기의 ‘멀쩡한 혀’ 절개하는 美엄마들…“모유수유 도움” 사실일까?

    아기의 ‘멀쩡한 혀’ 절개하는 美엄마들…“모유수유 도움” 사실일까?

    미국의 일부 산모 사이에서 갓 태어난 신생아의 혀 아랫부분(설소대)을 절개하는 시술이 유행하고 있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가 나왔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일부 어머니들은 아기의 모유수유에 도움이 된다는 일부 조산사와 치과의사의 홍보에 따라 특별한 증상이 없는 아기의 설소대를 제거하는 시술을 선택하고 있다. 설소대는 혀 밑부분의 턱과 연결된 힘줄과 같은 부분으로, 혀의 가동 범위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해주는 역할을 하며 삼킴 작용을 부수적으로 돕는다. 설소대가 짧아서 혀의 운동에 과도한 제약이 가해지는 질환을 설소대 단축증이라고 부른다. 설소대 단축증으로 진단받은 아기의 경우 설소대 일부분을 제거(절개)하는 시술을 받아 음식이나 모유를 원활하게 삼킬 수 있도록 돕는다. 문제는 일부 미국 여성들은 설소대에 문제가 없는 신생아 자녀에게까지 해당 시술을 받게 한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수유 전문가와 치과 의사들은 설소대에 문제가 없고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에도 불구하고 해당 시술을 공격적으로 홍보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소대 단축증은 일상 생활에 무해한 경우가 많으며, 특히 설소대 일부를 제거하는 것이 수유에 도움이 된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전했다. 또 “일부 수유 전문가와 치과의사들은 모유수유가 불안한 산모에게 모유수유를 개선하고 아기의 수면 무호흡증이나 언어 장애 등을 예방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으로 절개 수술을 제안한다”면서 “뉴욕 맨해튼의 한 유명한 치과의사는 설소대 시술로만 연간 수백만 달러를 벌어들인다”고 덧붙였다.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설소대 절개 시술에 대한 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수술 건수를 정확히 집계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전국적으로 해당 시술 횟수가 800%이상 증가 했으며, 이로 인해 소아과 진료가 필요한 갓난아기들이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혀 운동에 문제가 없는 아기들이 해당 시술을 받을 경우, 상처로 인해 아기들이 먹는 것을 거부하거나 탈수증 및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고통을 겪기도 한다”면서 “몇몇 아기들은 혀 길이가 늘어나면서 기도가 막히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해당 매체는 미국 산모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잘못된 인식이 현재의 상황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1601년 당시 프랑스 왕실의 전문 외과 의사는 갓 태어난 루이 13세의 설소대 일부를 잘라냈다. 모유수유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이후 수많은 조산사들이 날카롭고 긴 손톱을 이용해 직접 아기의 혀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등 위험한 시술을 이어왔다. 이와 관련해 독일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이익과 탐욕, 무지 때문에 부모가 속는 경우가 많다”면서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아기의) 혀 아랫부분을 절개하는 것은 그 어떤 이득도 가져오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설소대 단축증에 대한 검색량이 말해주듯, 해당 증상과 관련한 시술에 대해 많은 미국 여성이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현지 전문가들은 건강에 문제가 없는 아이에게 설소대 제거 시술을 받게 할 경우 단단한 음식을 씹지 못하거나 오히려 모유수유를 하지 못하는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글로컬대학 선정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방산 선도” 비전 선포

    글로컬대학 선정 경상국립대 “우주항공·방산 선도” 비전 선포

    경남지역 대학 중 유일하게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경상국립대가 ‘우주항공·방산 글로컬 선도대학’으로 나아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상국립대는 19일 가좌캠퍼스 GNU컨벤션센터 대강당에서 ‘경상국립대학교 글로컬대학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선포식에서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글로컬 선도대학(GNU, Glocal No.1 University)이라는 비전을 대학 안팎에 천명했다. 우주항공·방산 분야의 글로벌 탑(top) 10 대학, 아시아 탑 3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권순기 경상국립대 총장은 △개방과 혁신 △상생과 협력 △연계와 시너지 △선택과 집중이라는 4대 추진전략을 발표했다. 경남 지·산·학·연·관·군과 국내외 선진 대학·산업체·리서치파크(미국·프랑스) 등 벤치마킹·협력, 경남도와 우주항공 관련 기관·기업체, KAI, 항공우주연구원 등과 상생·협력이 속살이다. 글로컬대학 재정을 정부·지자체 사업 마중물로 삼고 다른 정부 사업과 연계해 지원 효과를 높이겠다는 계획과 경남전략산업 분야와 인재양성·기획에 집중 투자하겠다는 실천의지도 4대 추진전략에 포함했다. 경상국립대는 글로컬대학 사업 성공을 이끌 5가지 핵심목표도 제시했다. △우주항공대학 설립 △우주항공방산과학기술원 설립 △전문대학 연계 △창업생태계 조성 △국가거점 국립대 역할 강화다. 경상국립대는 핵심목표 이행으로 대학 브랜드를 높이고 우주항공·방산 분야 실무 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대학원·연구소 통합과 우주항공·방산 등 경남 전략산업분야 창업 활성화, 경남 기초학문 고양·평생·재교육 플랫폼 구축, 대학 내부 체질 개선 등도 목표로 잡았다. 권 총장은 “경상국립대는 우주항공·방산 분야 글로컬사업을 통해 현실적으로 가장 실현가능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서울대 10개 만들기’ 모델이 될 것”이라며 “국가핵심산업, 지역전략산업, 대학특성화 연계 분야에서는 서울대 수준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경상국립대 글로컬사업은 우주항공·방산 분야 인력양성과 산학협력은 물론 K-기업가 정신과 연계한 4차 산업혁명 시대 기본 소양교육 프로그램 개발·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밀양·함안 융합캠퍼스 설립, 전문대학 연계 산업인력 유치와 양성 등 여러 학과가 함께 참여하는 거교적 사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비전 선포식에 참여한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축사를 통해 “경상국립대가 지역대학 혁신모델로 경쟁력을 갖춰 글로벌대학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서면 축사에서 “글로컬대학을 마중물로 지역과 대학이 더욱 힘을 모아 다양한 기관·단체 협력과 투자를 끌어냈으면 한다”며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적 혁신을 위해 행·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글로컬대학 30은 지역 산업·사회 연계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고 혁신을 선도하는 대학을 육성하고자 5년간 대학당 총 1000억원을 지원하는 공모사업이다. 지난 7월 공모에 신청한 전국 비수도권 108개 대학 중 15곳을 예비 지정했고, 10월 예비 지정대학 실행계획을 검토해 11월 10곳을 최종 선정했다.
  • 美 홍해서 다국적 안보작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충돌…높아지는 중동 긴장

    美 홍해서 다국적 안보작전, 이스라엘 북부 레바논 국경 충돌…높아지는 중동 긴장

    이란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국경 충돌이 격해지고,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위협이 높아진 홍해에는 미국이 다국적 안보작전에 돌입키로 하면서 가자 전쟁 중인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18일(현지시간) 중동 전쟁 발발 이후 후티 반군의 상선 공격으로 위험이 높아진 홍해에서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최근 후티 반군의 무분별한 공격 격화는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했다. 성명은 이어 홍해 안보에 중점을 둔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의 창설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참여해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안보 문제에 공동 대응하게 된다. 특히 모든 국가의 항해 자유를 보장하고 지역 안보와 번영을 강화하는 것이 작전의 목적이다. 후티 반군은 최근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드론 공격을 하는 등 무역을 방해하고 역내 긴장을 끌어올렸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을 문제삼아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공격하기 시작한 배후에 이란 혁명수비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미국의 발표에 후티 반군의 모하메드 압둘 살람 대변인은 엑스(옛 트위터) 글에서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번영의 수호자 작전 관련해 반군 지도조직 일원인 무함마드 알부하이티는 이날 알자지라 인터뷰에서 “미국이 구성해 홍해에 파견할 어떠한 연합체에도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반박했다. 앞서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 국경 마을에서는 최근 며칠 새 이스라엘군과 헤즈볼라 간 전투가 격화하고 있다. 17일 영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레바논과 접한 이스라엘 북부 국경 마을에서는 최근 며칠 새 양측 전투가 격화해 이스라엘인 4명, 레바논 최소 14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언론인 3명도 사망했다. 이스라엘 북부는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시작 이후 ‘제2의 전선’으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지지를 선언한 헤즈볼라는 국경지대에 로켓, 박격포 등을 쏘아댔고 이스라엘도 공습·폭격으로 대응해 전면전 직전으로 치달았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피하려면 이들을 레바논·이스라엘 국경에서 6마일(약 9.6㎞) 떨어진 곳으로 밀어내야 한다고 미국 측에 주장했다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가 이날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회동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이스라엘 측은 ‘자국민 수만 명이 헤즈볼라 공격을 피해 피란 생활을 하는 현 상황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하마스의 10월 7일 급습 작전 같은 도발을 막기 위해 헤즈볼라를 멀리 밀어내는 방안을 포함한 합의를 원한다고 요구했다. 이에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외교 여지를 주기 위해 긴장 고조를 피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 미국, 후티 반군 위협에 ‘다국적 해상 보호군’ 이끈다

    미국, 후티 반군 위협에 ‘다국적 해상 보호군’ 이끈다

    미국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계속된 상선 공격으로 홍해의 긴장이 커지는 상황 속에서 다국적 안보 계획을 발표했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근 후티 반군의 무모한 공격 확대는 교역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협하고 무고한 선원들을 위험에 빠트려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이는 집단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국제적 도전”이라고 지적했다.오스틴 장관은 “이에 따라 연합해군사령부(CMF)와 예하 연합기동부대 153(CTF-153)의 지휘 하에 다국적 주요 안보 구상인 ‘번영 수호 작전’(Operation Prosperity Guardian) 수립을 발표한다”고 밝혔다. 번영 수호 작전은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안보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로 세워졌다. 미국, 영국, 바레인,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세이셸, 스페인 등이 ‘다국적 해상 보호군’이라는 이름으로 이 작전에 참여한다. 이 중 일부는 합동 순찰을 하고 다른 일부는 홍해 남부와 아덴만에서의 정보 지원을 제공할 예정이다. 한국과 일본도 CMF에 참여하고 있지만, 이번 작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몇몇 국가들은 이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으나 공개적으로 이름이 밝혀지지 않기를 원했다고 미 국방부 관계자는 익명을 조건으로 AP에 밝혔다. 이 작전은 바레인에 본부를 둔 CTF-153을 확대한 형식으로 운용될 방침이다. CTF-153은 중동에서 활동 중인 39개국 해군 연합체인 CMF 산하 기동부대 중 하나로, 홍해와 아덴만에서 테러, 해적 행위 등에 대응하고 있다. ┃후티 반군 “이스라엘 선박 외엔 안전”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을 계기로 홍해를 지나는 민간선박을 잇따라 공격해온 예멘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 소유가 아닌 선박은 공격하지 않겠다며 한 발 뒤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모함메드 압둘살람 후티 반군 대변인은 이날 엑스(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이스라엘에 속한 배가 아니라면 홍해를 항행하는 선박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달 14일 이스라엘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이날까지 홍해에서 최소 10여척의 선박을 공격하거나 위협했다. 이 중에는 이스라엘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선박도 다수 포함돼 있던 까닭에 수에즈 운하를 통해 지중해와 인도양을 잇는 핵심 교역로인 홍해의 물류가 마비될 지경에 놓였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Maersk)를 비롯한 대형 해운회사들이 잇따라 소속 선박의 홍해 운항을 중단하면서 위기가 고조되자 미국은 여러 국가가 참여하는 다국적 함대를 홍해에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미 항모 제럴드포드호, 중동 배치 세 번째 연장오스틴 장관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포드호와 다른 군함 1척의 중동·유럽 지역 배치를 세 번째 연장했다고 AP 등이 전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개시 직후 이스라엘 근해에 또 다른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가 추가 배치되면서 이 지역 항모는 이례적으로 2척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지속적인 중동 정세 악화 우려를 강조하는 것이다. 다수의 미국 관리들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에 익명을 조건으로 제럴드포드호와 이지스 순양함 노르망디호에 대한 장기 배치가 승인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미 제럴드포드호 전단의 다른 군함들은 배치가 연장됐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이 지역에는 19척의 미국 군함이 있으며, 이 중 7척은 동부 지중해, 12척은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건너 페르시아만까지 뻗어 있다. 현재 미 해군의 USS 카니, 스테덤, 메이슨호 등 3척의 이지스 구축함이 후티 반군의 공격을 억제하고 대응하기 위해 매일 아덴만에서 홍해로 연결되는 관문인 밥 엘-만뎁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이날 엑스 계정을 통해 미 공군의 A-10 썬더볼트 II 공격기가 중동 책임지역에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에는 제83타격전투비행대(VFA-83) ‘램페이저스’(Rampagers)의 F/A-18E 슈퍼호넷 전투기가 항모 드와이트아이젠하워호의 비행갑판에 착륙하는 사진을 공개해 공군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 지구는 지금까지 태양 둘레를 몇 번 공전했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는 지금까지 태양 둘레를 몇 번 공전했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 표면에 서 있으면 지구가 초속 30km, 시속 10만7800km 이상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맹렬히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힘들다. 뿐더러 우리 별 태양 둘레를 지구와 비슷한 속도로 돌고 있는 다른 7개의 행성이 있다는 사실이나, 지구를 포함한 8개 행성이 모두 수십억 년 동안 끊임없이 태양 둘레를 돌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각 행성이 태양 주위를 얼마나 오래 여행하고 있는지 알아낼 수 있다면, 이는 정말 우리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는 흥미로운 사실임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언뜻 계산하기 까다로울 듯지만, 생각 외로 아주 간단한 수학일 뿐이다. 행성의 궤도는 수십억 년 전 그들이 탄생이 이후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태양계는 약 46억 년 전, 이전의 어떤 거대한 항성이 폭발 뒤에 남겨진 먼지 구름, 곧 성운 속에서 형성되기 시작했다. 천문학자들이 태양계 성운이라 이름 붙인 그 성운의 중심에서 태양이 탄생했다. 그리고 약 45억 9000만 년 전,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과 같은 거대한 행성들이 탄생했다.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에 따르면, 약 45억 년 전에 더 작고 암석으로 이루어진 수성, 금성, 지구, 화성 행성이 형성되었다. 그러나 행성들이 탄생했을 때 태양 주위의 궤도는 오늘날의 궤도(특히 거대 행성의 궤도)와 같지 않았다. 최초의 행성이 형성된 후 약 1억 년 동안 그들 사이에는 ‘역학적 불안정’이 있었고, 이로 인해 큰 천체들 사이에 중력 줄다리기가 일어나 나머지 외태양계의 행성 물질이 생겨났다.프랑스 보르도 천체물리학 연구소 천문학자이자 행성 전문가인 션 레이먼드는 “바로 이 물질들이 새로운 원시 행성을 생성했으며, 그것들이 서서히 제자리를 잡아감으로써 태양계 전체 그림이 완성되었고, 그후로 행성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가운데 일관되고 안정적인 궤도에 안착했다”고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와의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그는 “태양계 수명의 98~99% 동안 행성의 궤도는 매우 안정적이었다”며 “그 결과 행성의 현재 궤도 역학을 사용하여 태양 주위를 얼마나 많이 여행했는지 매우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구의 예를 들어보면, 우리 행성은 태양을 공전하는 데 1년이 걸리며, 45억 년 동안 존재했으니까 대략 45억 번 정도 태양 둘레를 돌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궤도를 돈 총 횟수는 다른 행성들에 비해 크게 다르다. 그 이유는 다른 행성들의 공전 주기가 지구보다 짧거나 길기 때문이다. 태양에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고작 88일(지구 1년 365.25일 기준으로 약 0.24년)밖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수성은 지난 45억 년 동안 약 187억 회의 태양 궤도를 완성했다. 그러나 태양에서 가장 먼 행성인 해왕성은 궤도를 완료하는 데 약 60,190일(또는 164.7년)이 걸린다. 이는 해왕성이 존재한 45억 9000만 년 동안 태양 주위를 약 2,790만 번 돌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수성이 해왕성보다 태양 주위를 670배 더 많이 공전했다는 뜻이다. 간추리면, 태양계 여덟 행성의 나이는 약 46억 년으로 비슷하지만, 그 공전 주기는 수성의 88일부터 가장 바깥 행성인 해왕성의 60,759일로 아주 다양하며, 따라서 그 궤도 횟수도 수성 187억 회, 금성 73억 회, 화성 24억 회, 목성 3억 8700만 회, 토성 1억 5600만 회, 천왕성 5,500만 회, 해왕성 3,800만 회 등이다. 이것은 엄청난 숫자처럼 들리지만, 대부분의 행성은 남은 수명 동안 그 2배에 달하는 궤도 횟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약 45억 년 후 태양은 부풀어올라 지구 궤도에 도달하며, 적색 왜성으로 변해 수성, 금성, 지구를 집어삼킬 것이다. 그 밖의 다른 행성들은 불타지 않으면 한동안 살아남을 수 있겠지만 궤도는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 오인사격 당한 인질이 남긴 ‘SOS’ 표식 공개…눈 가린 이스라엘 총리 [핫이슈]

    오인사격 당한 인질이 남긴 ‘SOS’ 표식 공개…눈 가린 이스라엘 총리 [핫이슈]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격으로 숨지게 한 가운데, 당시 인질들이 남은 식량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표식을 작성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오인 사살된 인질인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가자지구 셰자이예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상태로 흰 천이 달린 막대기를 들고 구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로부터 수십 m 거리에 떨어져 있던 이스라엘군 한 명이 위협을 느껴 “테러리스트”라고 외친 뒤 발포가 시작됐고, 2명은 현장에서 사망했다. 나머지 1명은 부상당한 채 건물 안으로 되돌아갔지만 그도 역시 사망했다.이스라엘군은 지난 17일 이들이 몸을 숨기고 있었던 해당 건물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SOS’, ‘도와주세요, 인질 3명’ 등의 문구가 적힌 천 조각 2장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했다. 구조 요청 메시지는 히브리어로 적혀 있었다. 이스라엘군 당국은 이들이 며칠 전부터 해당 건물에 머물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하마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인지, 탈출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 발표 후 인질 가족 등 수백 명은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의 국방부 건물 앞에서 인질 교환 재개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국제사회에서도 2만 명이 넘는 가자지구 민간인 희생과 더불어 이스라엘군의 인질 오인 사살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캐서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을 방문해 “즉각적이고 항구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전날 영국·독일 외무장관도 영국 일단 더타임스의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에 실린 공동 기고문에서 “지속 가능한 휴전”을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도 이스라엘에게 공습 수위를 낮추라는 요청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네타냐후 총리는 18일 자국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에게 “하마스 소탕을 위한 가자지구 전쟁은 야만과의 싸움”이라면서 “이 전쟁이 우리만의 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것은 당신(미국)의 전쟁이다. 미국은 세계의 문명 세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스틴 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흔들리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 주민은 모두 희망의 수평선을 꿈꿀 자격이 있다”면서 “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상호 안보시스템 하에 나란히 공존하는 2개의 국가로 나아가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는다”며 두 국가 해법이 최선이라는 뜻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들의 무사 귀환과 승리를 위해서는 군사적 압박이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휴전 협정을 촉구하는 인질 가족의 목소리까지 묵살해 더욱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 [씨줄날줄] 반달리즘/황비웅 논설위원

    [씨줄날줄] 반달리즘/황비웅 논설위원

    문화유산이나 예술품 등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행위를 반달리즘(vandalism)이라고 한다. 5세기 초 게르만족의 일파인 반달족이 북부 아프리카에 이어 455년 로마를 침략해 무차별적인 약탈과 파괴 행위를 일삼은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후대 역사가들은 달리 말한다. 반달족이 로마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반달족이 문화유산 파괴 행위를 하지 않은 사실을 제시하기도 한다. 반달리즘이 현재의 의미로 정착된 것은 프랑스대혁명 때다. 1794년 성직자인 앙리 그레구아르가 군중들이 가톨릭교회의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한 행위를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비유하면서 반달리즘이라는 용어가 퍼졌다. 반달리즘은 역사적으로 종교나 민족적 갈등, 전쟁 등으로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726년 비잔틴제국의 황제 레오 3세가 모든 성상을 파괴하라는 명령을 내렸던 ‘성상파괴운동’이다. 이로 인해 레오 3세와 서로마 교황의 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2001년 3월 8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우상 숭배를 금지한다며 바미안 석불을 로켓포로 파괴한 것도 반달리즘의 대표적 사례다. 근대로 넘어오면서 반달리즘의 희생양이 된 것은 주로 예술품이었다. 1914년 한 여성의 공격으로 영국 내셔널 갤러리가 소장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작품 ‘비너스의 화장’이 칼로 난도질당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 ‘피에타’도 1975년 한 헝가리인이 휘두른 망치로 성모 마리아의 팔과 코가 떨어져 나가는 상해를 입었다. 1993년에는 마르셀 뒤샹의 작품 ‘샘’에 한 남성이 소변을 보는 일도 있었다. 문화재를 파괴하는 행위는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2008년 2월 국보 1호인 숭례문이 한 노인의 방화로 전소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지난 16일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서울 경복궁 담장 일대에 누군가 스프레이로 낙서 테러를 했고, 17일엔 이를 흉내낸 모방범죄마저 벌어졌다. 문화유산을 해치는 범죄는 지금 우리의 역사를 지우는 범죄이고, 미래세대의 역사를 빼앗는 범죄다.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데 최대한의 엄벌로 역사를 지켜야겠다.
  • [열린세상] 화가 권옥연의 그림과 박물관의 꿈/이종수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열린세상] 화가 권옥연의 그림과 박물관의 꿈/이종수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빼어난 예술가와 벗하며 사는 것은 기쁜 일이다.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장 권옥연(1923~2011). 그는 20세기 한국인 가운데 가장 먼저 세계화된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의 경험과 능력, 사고방식이 그랬다. 도쿄와 파리에서 한 유학 생활,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발표했던 앙드레 브르통을 만나 한국적 화풍을 선보이며 교유한 일, 일찍이 문화재를 보존하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깨달음이 그러했다. 그의 탄생 100주년 기념전이 화랑에서 열려 오랜만에 화가의 그림 앞에 섰다. 그림은 여전히 고독과 그리움으로 가득했다. 화단의 후배들이 ‘권옥연 그레이’라 부르는 인디고 그레이, 블루 그레이 색깔이 여전했다. 함흥에서 태어난 그는 격변의 시대를 살았다. 김정희 선생이 유배를 올 때면 그의 할아버지에게 와서 유숙하고 갔을 정도였으나 부친이 일찍 세상을 뜨자 집이 기울었다. 청년 시절 일본 경찰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는데, 고문을 하던 사람이 정작 조선인이어서 그것이 괴로웠다. 그러면서도 훗날 일본으로 유학을 가야 했던 삶의 딜레마. 파리로 유학을 갔을 때 20세기 전반 회화를 이끌던 조르주 루오가 사망(1958년)하자 그의 장례를 국장으로 치러 주던 프랑스 문화에서 받았던 충격. 그는 자신의 톤으로 그림을 그렸다. “팔레트에 짜 놓은 원색 물감을 보면 나는 거부감을 느낄 때가 있어. 어떤 때는 무섭기도 해. 그것들을 반죽해 나의 색을 만드는 거지.” 그가 ‘올해의 미술가’로 선정돼 덕수궁에서 전시회가 열렸을 때 학생 몇 명과 관람을 하러 간 적이 있다. 전시된 그림 다수에 서명이 없는 것을 보고 학생이 이유를 물었다. “그림은 색과 형태로 누구의 그림인지 금방 알 수가 있어. 서명이 왜 필요하지?” 나도 그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다. 이화여대 회화과에서 교수를 하다 그만두었기에 그 이유를 물었던 것이다. 그의 답은 그다웠다. “강의실에서 해마다 똑같은 얘기를 반복할 수가 없었어.” 한 번은 그를 강의에 초청한 적이 있었다. 사회 연구와 정부의 정책에도 정체성이 필요한지, 그게 무엇인지 말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그는 이런 얘기를 했다. “내 친구 중 일본에서 제일가는 화가가 있었어. 그 친구와 오래 가깝게 지냈는데, 그가 매년 서울에 오면 호텔을 마다하고 교동초등학교 옆 백 년이 넘은 여관에 묵었어. 여관 안주인과 셋이 화투를 치며 지내다 돌아가곤 했는데 어느 해 전화가 왔어. ‘내가 너희 나라를 다시는 가지 않을 생각이다. 올해 서울에 가려고 여관에 전화를 했더니 백 년 넘은 집을 재개발로 허문다고 하더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하더라.” 우리는 지금 이런 사회 연구와 도시 재개발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이자 통증은 남양주 궁집이었다. 조선 21대 영조 임금의 막내딸 화길 옹주가 살았던 남양주 집이 매물로 나와 술집으로 개조될 거라는 소문을 듣고 매입했다. 이때부터 그는 전국에서 고택이 헐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달려가서 매입해 남양주로 이전 복원했다. 신정왕후 조씨의 친정집, 강감찬 장군 유적지의 서당, 친일파 송병준의 가옥 등 일곱 채를 복원해 기와와 석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순수 민간 박물관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되돌려주고 싶은 게 그의 꿈이었다. 그러나 궁집 근처를 거래 불가능 지역으로 행정당국이 지정하면서 민간 박물관의 꿈은 무너졌다. 운영비조차 충당할 수 없었고 트럭을 몰고 온 도둑들이 그림과 전시물을 훔쳐 가는 바람에 문을 닫았다. 결국 민립 박물관의 꿈을 포기하고 시청에 모든 걸 넘길 즈음 그의 통장에는 한 푼의 잔고도 없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문화재를 제외하고도 그가 기부한 평내동 터는 시가로 2000억원 수준이다. 연초에는 그가 남긴 궁집 박물관을 가봐야겠다.
  • 세계를 사로잡은 제네시스·임형주 ‘한국이미지상’

    세계를 사로잡은 제네시스·임형주 ‘한국이미지상’

    팝페라 가수 임형주와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스위스 건축가 마리오 보타, 프랑스 소리꾼 마포 로르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사장 최정화)이 주관하는 ‘한국이미지상 2024’의 수상자로 18일 선정됐다. 제네시스는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 데 이바지한 한국인·기업에 수여하는 디딤돌상을 받는다. ‘여백의 미’와 같은 한국적 아름다움과 정서를 반영한 제네시스는 지난 8월 전 세계 누적 판매 100만대를 돌파하며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렸다.한 분야의 초석으로 자리잡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인물에게 주는 머릿돌상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에게 돌아갔다. 올해로 데뷔 25주년을 맞은 임형주는 독보적인 미성으로 세계를 사로잡고 후학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영혼의 건축가’로 불리는 마리오 보타는 리움미술관, 강남 교보타워, 휘닉스 제주 아고라, 남양성모성지 대성당 등 국내 랜드마크를 설계해 한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널리 알린 공로로 징검다리상을 받는다. 세계 속 한국 이미지를 꽃피우는 데 이바지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꽃돌상은 판소리에 끌려 한국에 와 옛말을 이해하고 번역해 불러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프랑스 소리꾼 마포 로르가 받는다.
  • 영화 ‘달의 애인들’ 연출한 거장 
조지아 출신 이오셀리아니 별세

    영화 ‘달의 애인들’ 연출한 거장 조지아 출신 이오셀리아니 별세

    풍부한 상상력과 냉소적 시각을 동시에 담았던 조지아 출신 영화감독 오타르 이오셀리아니가 17일(현지시간) 숨졌다. 89세. 대표작 ‘달의 애인들’(1984), ‘안녕, 나의 집’(1999), ‘월요일 아침’(2002)으로 각각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프랑스영화상 루이들뤼크상, 베를린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받으며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 “취객이 승객 선로로 밀었다”…끔찍한 佛지하철역 사고

    “취객이 승객 선로로 밀었다”…끔찍한 佛지하철역 사고

    프랑스 파리 지하철역 승강장에서 취객이 승객을 선로로 떠밀다 경찰에 붙잡혔다. 18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등 외신 따르면 40대 한 폴란드 남성이 전날 오후 5시 55분쯤 파리 도심 오페라 역 7호선 승강장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50대 남성을 선로 쪽으로 밀었다. 이 남성은 순간 비틀거렸지만 선로에 떨어지진 않았다. 용의자는 승강장을 순찰하던 경찰 눈에 띄어 현행범으로 체포돼 현재 살인미수 혐의로 구금돼 있다. 파리 지하철 14개 노선 중 ‘스크린도어’ 설치는 4개 노선 뿐 파리의 지하철역 상당수에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스크린도어가 없다. 이에 취객이나 마약 중독자가 승강장에서 타인을 선로로 떠미는 사고가 발생한다. 지난해 1월 파리 동역에서는 한 25세 남성이 승객을 선로로 밀어 떨어뜨려 체포됐고, 2021년 9월에도 파리 북동부의 한 역에서 술 취한 남성에 떠밀려 한 승객이 선로에 떨어졌다. 다행히 모두 인명피해로 이어지진 않았다.그러나 프랑스 철도망에서 매년 약 10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 사람들이 선로에 떨어지거나 열차에 치여 발생하는 인명사고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러나 파리 지하철 중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곳은 14개의 노선 중 총 4개 호선 뿐이다. 전문가들은 13호선 12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면서 든 비용은 총 3330만 유로(약 491억원)로, 한 역당 277만 유로(약 41억원)가 들어갈 것으로 추측했다.
  • 마음에 펼친 화폭에 고매한 선비 정신 물드네

    마음에 펼친 화폭에 고매한 선비 정신 물드네

    여백의 미가 살아있고 번짐의 속도가 고아하다. 보는 이에게 조심히 말을 거는 듯한 그 찬찬함이 마음을 깊게 물들인다. 한국적 아름다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안에 다 들었다. 2013년 초연해 올해 10주년을 맞았고 4년 만에 돌아온 ‘묵향’이 지난 14~1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기고 떠났다. ‘묵향’은 정갈한 선비정신을 사군자(매·난·국·죽)에 담아 한 폭의 수묵화처럼 펼쳐낸 작품이다. 윤성주 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이 최현(1929~2002)의 ‘군자무’에서 영감을 받아 안무하고 간결함의 미학으로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해 온 정구호 연출이 극도로 세련된 무대미학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공연이 시작하면 붓과 화선지의 색감을 닮은 흑백의 무대가 등장한다. 수묵화를 펼쳐내려는 에너지가 긴장감을 느끼게 하며 무대 위의 무용수들이 조금씩 춤사위를 꺼내 보인다. 윤 전 감독은 “처음 작품을 준비할 땐 매·난·국·죽만 하려다가 서무와 종무를 붙여서 6장으로 구성하게 됐는데 인도 시인 타고르가 한국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한 것처럼 서무에서 그런 느낌을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밝은 도화지 같은 무대에서 하얀 옷을 입은 선비들이 동양의 색을 활짝 열어주는 느낌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서양의 흑백 대비를 상징하는 물건이 백건과 흑건으로 이뤄진 피아노라면 동양의 흑백 대비를 상징하는 물건이 먹과 화선지라는 걸 새삼 일깨우며 서무가 마무리된다. 긴장감 속에 먹과 화선지의 조우가 끝나면 1부는 사군자의 첫째인 매화가 등장한다. 서서히 분홍빛으로 물드는 속도가 봄이 찾아오는 것 같다. 난과 국, 죽 모두 각자의 색깔, 각자의 속도와 움직임으로 전통무용을 표현했는데 식물을 상징화한다고 할 때 가장 직관적인 요소인 색을 활용하면서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곡선미와 직선미를 정교하게 살린 무대, 화선지에 묵을 올려둔 것과 같은 속도로 무대 뒤쪽에서 색이 번지는 디테일함이 작품을 더 돋보이게 했다.정적인 속도와 움직임 때문에 한국의 전통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묵향’은 역동적인 움직임과 소리로 깨트렸다. 때론 사람의 목소리, 때론 전통 악기 소리를 배경음악으로 두고 그 위에 쉬지 않는 움직임을 얹어놓으면서 정(靜)과 동(動)을 모두 잡았다. 오랜 시간 정신문화가 지배했던 나라에서 많은 이의 혼이 깃든 에너지가 60분에 걸쳐 선명하게 퍼지면서 고매한 미학을 뽐냈다. ‘묵향’은 앞서 지난 10년간 일본, 프랑스, 헝가리 등 10개국에서 총 43회 공연되며 해외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윤 전 감독은 ‘묵향’이 10년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을 한국무용만의 독창성에서 찾았다. 그는 “전 세계의 많은 민속춤을 봤지만 한국무용의 손놀림과 발디딤은 한국에만 있다”면서 “무용수들이 음악의 박자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저마다의 호흡으로 춤추는 점도 해외가 인정하는 한국무용의 독창성”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무용을 재발견하게 만든 작품인 데다 국립무용단 레퍼토리 중 최초로 10년 장기 공연을 하는 작품인 만큼 단원들에게도 의미가 특별하다. 작품의 안무지도를 맡으며 출연진의 한 사람으로 무대에 오른 김미애는 “이 작품이 많은 관객에게 선보여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극장 밖을 나설 때는 ‘역시 우리 것이다’라는 전통의 품격을 안고 가면 좋겠다”는 말로 앞으로도 이어질 ‘묵향’에 대한 소망을 전했다.
  • ‘김민재 더비’ 대신 한일 절친 대결…UCL 16강 PSG, R.소시에다드 격돌

    ‘김민재 더비’ 대신 한일 절친 대결…UCL 16강 PSG, R.소시에다드 격돌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유럽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친구이자 라이벌인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 격돌한다. 18일(한국시간) 스위스 니옹의 유럽축구연맹(UEFA) 본부에서 2023~24 UCL 16강 대진 추첨이 이뤄진 가운데 이강인이 뛰는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은 구보의 소속팀인 스페인 레알 소시에다드와 짝지어졌다. 한국 축구의 미래 이강인과 일본 축구의 미래 구보는 어려서부터 스페인 프로축구 라리가에서 활동한 동갑내기 친구다. 마요르카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PSG는 조별리그 F조에서 2승2무2패를 거둬 AC 밀란(이탈리아), 뉴캐슬(잉글랜드)을 제치고 도르트문트(독일)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인터 밀란(이탈리아), 벤피카(포르투갈),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가 속한 D조에서 3승3무로 조 1위를 차지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2022~23시즌 뛰었던 친정 나폴리(이탈리아) 대신 라치오(이탈리아)와 만난다. A조에서 5승 1무의 성적을 올린 뮌헨은 일찌감치 조 1위를 차지했다. E조 라치오는 3승1무2패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 이어 세리에A 2위를 차지한 라치오지만, 올 시즌에는 6승3무 7패로 10위권 밖으로 밀려 있다. 이탈리아 챔피언 나폴리는 스페인 챔피언 바르셀로나와 격돌한다. 인터 밀란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이탈리아-스페인 명가 대결을 펼친다. 디펜딩 챔피언이자 ‘유럽 3관왕’을 달성했던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는 코펜하겐(덴마크), 스페인 명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라이프치히(독일)와 대결한다. 한편, UCL 16강전은 내년 2월 13일부터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펼쳐진다.
  • ‘숏컷’ 미스 프랑스에 갑론을박…“다양성” vs “전통 무시”

    ‘숏컷’ 미스 프랑스에 갑론을박…“다양성” vs “전통 무시”

    짧은 머리, 이른바 ‘숏컷’으로 미인대회에 나선 여성이 왕관을 차지하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이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미스 프랑스’ 결선에서 이브 질(20)이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질은 인도양의 프랑스령 섬 레위니옹 출신 부모를 둔 수학 전공 대학생으로, 짧은 머리가 돋보이는 참가자였다. 그러나 심사 결과에 대해 소셜미디어(SNS)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더타임스가 ‘전통주의자’라고 칭한 이들은 심사위원들이 대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심사 점수 중 50%를 차지한 대중 투표에선 질은 3위에 그쳤다. 이에 이번 심사 결과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워크’(woke)를 염두에 두고 질을 최종 우승자로 뽑았다”고 주장했다. 워크는 ‘깨어 있음’, ‘각성’ 등의 의미가 강조된 용어로, 보수 진영에서는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과잉반응하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이날 대회는 프랑스 전역에서 700만명이 시청했다. 103년에 걸친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로 참가한 여성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우승자들을 보면 찰랑거리는 긴 머리와 풍만한 몸매, 큰 키를 가진 여성들이 대부분이었다. 질의 우승에 불만을 가진 이들은 질의 몸매에 대해서도 지적하고 있다. 더타임스가 인용한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질은 미스 프랑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의 머리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성적인 몸은 확실히 ‘워크’로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고 적었다. 이에 인플루언서이자 방송인 장마르크 모란디니(남)는 “(질이) 몸매가 빈약하다고, 또 마른 체형과 짧은 머리를 갖고 있다고 폭력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사자인 질은 결승을 앞두고 자신의 외모가 비판을 받자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더이상 어린 소녀(little girl)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저는 선머슴 같은 여자애(tomboy)도 아니며, 스스로 성숙한 여성(woman)으로 느낀다”라고 말했다. 질은 “그 누구도 당신을 규정하려 들면 안 된다”면서 “긴 머리의 미스 프랑스에 익숙하겠지만 나는 중성적이고 남성적인 짧은 머리를 택했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매일 견뎌야 했던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린 모두 불완전함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최 측은 이번 대회의 우승자 선정이 다양성의 승리라며 높이 평가했다. 미스 프랑스 역시 1970년대 이후 페미니스트 진영의 비판을 받아왔다. 미스 프랑스는 비판을 일부 받아들여 지난해부터는 지원자가 ‘24세 이상이며 미혼이고 출산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또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회도 열었다. 다만 지원 자격에 ‘키가 5피트 7인치(약 17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은 지금도 그대로다. 또 미스 프랑스에 선발되면 1년간 체중을 유지해야 하며 헤어스타일을 바꾸면 안 되고,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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