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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슈뢰더총리 당수직 사퇴

    |베를린 연합|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6일 집권 사회민주당 당수직을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슈뢰더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당수직 사임과 후임자 선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다음달에 특별 전당대회를 열겠다.”고 밝히고 “차기 당수로는 프란츠 뮌터페링 원내총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슈뢰더 총리는 지난 1999년 오스카 라퐁텐 전 당수가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겸직해온 사민당 당수직에서 5년만에 물러나게 됐다.슈뢰더 총리는 그러나 총리직은 유지할 것이며,내각도 개편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가 당수직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은 최근 당내 좌파 뿐 아니라 그동안 우호적이었던 세력들도 정부와 당의 실정을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당 지도부와 내각 개편을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이들은 사민·녹색당 연정이 국가 개혁안인 ‘아겐다 201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게만 부담을 지게하는 등 잘못된 정책을 추진해 전통적인 사민당 지지층의 이탈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특히 올해 지방의회와 유럽의회 등 각종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당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자 슈뢰더 총리가 국면전환의 1차 조치로 당수직 사임을 결심한 것으로 분석된다.˝
  • 67년부터 시나리오 집필 2004년 ‘장길산’ 작업까지 한국 드라마작가계 산증인 방송작가협회 이희우 이사장

    중학교 3학년 떠꺼머리 소년이 집에 오자,손윗형이 책 한권을 던져준다.프란츠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이었다.“야,이거 10대때 썼다더라.천재 아냐?” 읽어 보니 ‘엉터리’였다.“이까짓 것,나도 쓴다.”며 쓴 소설 ‘인생일로’는 경향신문이 공모한 장편소설에서 당당히 예선을 통과했다.당시 응모작 100여편 중 예선을 통과한 소설은 20편.자신감을 얻은 소년은 그 때부터 하루종일 글만 써대기 시작했다. ●“글쓰는 것이 무작정 좋았지” 이희우(李憙雨·64)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그때의 치기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난다고 했다.“제 인생을 바꾼 사건입니다.그 때까지만 해도 공부 잘하던 범생이었는데….” 그의 표현대로라면 ‘글을 쓴다는 것은 망가지는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시절이다.공부 등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리 없다.“방황도 많이 했지요.얌전하고 내성적이던 놈이 거칠것이 없는 개방적인 성격으로 변했습니다.허풍도 많이 늘었고.(웃음)” 그래도 글 쓰는 것이 너무 좋았다.좋은 대학 들어가 고시를본다는 애초의 인생설계가 불가능해졌지만 상관없었다.이 작가는 서라벌 예술대 문예창작과를 1961년 졸업하고 본격적인 문학청년의 길을 걷는다.66년에 쓴 소설 ‘홍익자활론’이 대한민국 문학상 신인상을 타는 등 나름대로 인정도 받았다.그러나 ‘창구’는 너무 적었고,줄곧 작품을 발표할 매체 부족에 갈증을 느껴야만 했다.그때 극장에서 이탈리아 영화 ‘철도원’을 본 것이 인생의 또 다른 전기가 됐다. “원래 영상매체에 관심이 많았습니다.당시에는 방송은 아예 없고 영화가 유일한 영상매체였지요.” 영화는 그에게 대중들에게 좀더 큰 영향력을 가진 매력적인 신세계로 비쳐졌다.이른바 ‘순수문학’을 버리기로 결심하는 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이희우는 67년부터 84년까지 영화 ‘만종’,‘왕십리’,‘별들의 고향’,‘봄 여름 가을 겨울’,‘마지막 찻잔’,‘메아리’ 등 수많은 영화 시나리오들을 썼다.상도 많이 탔다.71년 부일영화상,72년 국제영화상,73년 서라벌 예술상,74년과 80년 백상예술상,83년과 87년 대종상…. TV라는 신매체가 부상하던 78년에는,TBC ‘부부’를 시작으로 방송작가 길에 뛰어들었다.“당시 제 나이가 30대 후반이었죠.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보고 싶었어요.자연스레 TV 단막극에 손이 갔습니다.” 그 때부터 4반세기 동안 드라마를 집필해왔다.‘노을’,‘축복’,‘봄비’,‘물망초’,‘일월’,‘형제의 강’,‘덕이’,‘오남매’….그를 ‘지나간 역사’쯤으로 취급하면 곤란하다.오랜 콤비인 ‘야인시대’의 장형일 프로듀서와 함께 올 6월 방영예정인 80부작 대하사극 ‘장길산’을 작업중인 쟁쟁한 현역이다.황석영 원작의 ‘장길산’은 SBS가 지난 94년 방송사상 최대액인 3억 3000만원에 판권계약을 하고 10여년째 드라마화를 벼르던 대작.지난 95년 황 작가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면서 제작이 전면보류되었고,출소후인 지난 99년에는 남북합작 이야기까지 나왔으나,북한경비정 영해침범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모든 역사는 가족사로 회귀한다” 이 작가의 작품들은 30대 후반 드라마 작가 초기 시절에는 주로 문학성 짙은단막극,40대 중반부터는 멜로물,50대 홈드라마,60대에는 시대극으로 정리가 된다.그러나 그 중심에는 항상 변함없이 ‘가족’이 있다.이유가 궁금했다. 그러자 뜬금없이 어린 시절 이야기가 튀어나온다.“6·25때 전 초등학교 5학년이었습니다.당시 서울 만리재 공덕동 집에는 돌 넣은 깡통을 연결한 ‘설렁줄’이 다른 집들과 연결돼 있었죠.인민군이 강제징집하러 돌아다니면 울리는 ‘비상연락망’입니다.그러면 청년들은 마루 밑에 숨고 ‘담치기’해 도망가죠.우리 꼬마들은 툇마루에 앉아 그걸 구경하고….” 잠시 회상에 잠기던 그는 “내 개인적인 추억만 봐도 그러하듯,개인사가 곧 시대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역사의 근본은 가족입니다.최초는 개인이지만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가족이죠.사회의 최소단위. 모든 역사는 결국 가족사로 회귀합니다.” 그렇다면 그의 작품들이 유난히 화해와 용서를 강조하는 것이 그리 이상하지 않다.“역사 위에서 뚜렷이 갈라지는 선과 악도 원점인 가족사로 돌아가면 구별이 없어집니다.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화해와 용서죠.우리네들의 궁극적인 목표이기도 하고요.” 이 작가는 “물론 항상 멀리 바라보며 화해와 용서만 외칠 수는 없다.”면서 “그때그때의 현실적인 투쟁,개혁과 혁파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2월부터 촬영에 들어가는 ‘장길산’의 테마이기도 합니다.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려고 옛 세상을 깨뜨리는 의적의 이야기죠.” 그는 “장길산은 힘과 조직으로 백성을 선동하는 흔한 의적이 아니라,백성들을 깨우쳐가며 함께 새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진정한 변화라는 것을 깨달은 특이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그냥 활극이 아니라 그 깨달음의 과정을 그리는 데 집중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철학적인 의미에 욕심을 많이 내다보니 (시청률이) 조금 불안하기도 하네요.” ●“시청률을 건강한 잣대로 만드는 것이 방송작가의 사명” 이쯤되면 시청률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은 시청률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평소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던 양 목소리에 갑자기 열의가 실렸다.“시청률은시청자의 ‘회초리’입니다.유효한 도구죠.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시청자를 거부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작금 지상파 방송사들의 시청률 지상주의는 문제가 있다고 했다.“‘좌판’에 ‘스낵’만 잔뜩 늘어놓고 있습니다.시청자에게 순간의 달콤함을 제공해 일시적으로 시청률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요.그러나 그것이 시청자와 작가,방송사 모두를 퇴락시키는 ‘바보짓’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방송문화가 퇴락하면 그 사회 전체가 영향 받습니다.국가적인 문제죠.” 이 작가는 그 해결책으로 방송사들의 균형잡힌 방송 편성 정책과 전문 방송 평론 집단의 육성 등을 요구했다.물론 방송작가의 ‘사명의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작가들은 시청자를 건강하게 성장시켜 올바른 안목을 키워줄 책무가 있습니다.시청자들의 취향을 기본으로 그 위에 무엇을 더해서 제공해야 할지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시청률이라는 잣대를 유효하고 건강한 도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돼요.”능력면에서는 항상 감탄하는 요즘 젊은 작가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더니 갑자기 침묵한다.“오로지 ‘장길산’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정말 부담없이 말해보라면.…가족들이 좀 섭하게 들을지 모르겠네요.그냥 다 떠나서 깊은 산속 산사에 들어가고 싶습니다.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인생에 대해 궁구해보는 ‘설렘있는 편안함’을 누려보고 싶어요.” 채수범기자 lokavid@
  • 영웅이 된 실패한 탐험가

    영국의 극지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이 남극횡단을 위하여 27명의 대원과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플리머스를 출발한 것은 1914년 8월1일이었다.이에 앞서 러시아의 세인트 안나 호는 북극해의 천연자원을 찾아 발레리안 알바노프를 비롯한 23명의 선원을 태우고 1912년 8월28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났다.섀클턴과 알바노프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러나 남·북극해의 거대한 부빙(浮氷)이었다. ●얼음바다서 살아남은 2人의 일기 섀클턴의 자서전 ‘사우스(SOUTH)’(최종옥 옮김,뜨인돌 펴냄)는 이후 전 대원을 이끌고 537일 동안에 걸쳐 사지(死地)를 벗어나는 과정을 담은 특별한 생존의 기록이다.‘위대한 생존’(홍한별 옮김,갈라파고스 펴냄) 역시 21개월에 걸친 거대한 어름바다와의 사투끝에 생존을 쟁취한 발레리안 알바노프의 일기다. 1953년 에베레스트산을 셀파 텐징 노르가이와 함께 첫 등정한 에드먼드 힐러리 경은 “희망이 사라졌을 때 무릎 꿇고 섀클턴의 리더십을 달라고 기도하라.”고 말했다.섀클턴의 리더십이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오래전에 신화로 자리잡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다.실제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 들르면 섀클턴을 다룬 책이 무려 290종이나 올라있다고 한다.섀클턴을 빼놓고는 ‘21세기 리더십’을 말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 듯하다. 인듀어런스호가 얼음에 갇혀 침몰한 뒤 대원들은 섀클턴의 지휘 아래 상상할 수 없는 투혼을 발휘했다.물개와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랬고,추위에 동상으로 썩어가는 발을 내디뎌 마침내 전원이 귀환할 수 있었다. 자서전을 읽다 보면 섀클턴이 불굴의 의지와 조직적인 사고의 소유자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그의 리더십은 혹독한 고난에 처했을 때보다는 고난을 대비하는 과정이 오히려 인상적이다.1914년 10월29일 섀클턴은 썰매개 두마리의 새끼 네 마리와 고양이 치피를 쏴죽인다.새끼들을 보호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심각하다는 것이다.개를 돌보던 선원과 고양이를 아끼던 목수는 친구가 죽었을 때보다 더 심한 슬픔에 빠졌다고 한다. ●서구 리더십의 신화적 존재 섀클턴 섀클턴은 분명 실패한 탐험가다.그럼에도 영웅대접을 받는것은 그의 리더십이 탐험에 머무르지 않고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부문에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그러나 섀클턴의 고난은 ‘준비된 고난’이라는 인상이 강하다.아문젠이 남극점에 노르웨이 국기를 꽂은 뒤 열강의 관심은 남극대륙의 횡단에 모아졌다.섀클턴의 탐험도 미지의 세계이자,주인없는 세계했던 남극 땅을 한치라도 더 유니언잭의 영향권에 편입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알바노프 일행은 이에 비하면 약탈자 집단에 가깝다.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북극지역의 자원개발이었다.블라디보스토크를 향하여 북극해를 횡단하는 동안 바다코끼리와 백곰,물개 등을 최대한 포획하는 것이 목표였다. 알바노프는 섀클턴과는 다른 종류의 리더십을 보여준다.그는 브루실로프 선장이 이끄는 세인트 안나 호의 1등항해사였다.세인트 안나 호는 얼음에 갇힌 18개월 동안 북쪽으로 4400㎞나 떠내려갔다.알바노프는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프란츠 조셉 랜드’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브루실로프 선장을 비롯한 13명의 선원이 배에서 여름을 기다리기로 한 것도 이유는 있었다.노르웨이의 난센은 1893년 북극탐험을 하면서 프람 호를 일부러 얼음속에 갇히게 했다.의도한 대로 배는 해류를 따라 북쪽으로 떠내려갔고,난센은 개썰매와 스키를 이용하여 북극점으로 향했다.프람 호는 예상대로 북극해를 가로질러 멀쩡한 상태로 대서양으로 나왔다.브루실로프는 세인트 안나 호도 프람 호처럼 얼음에서 풀려날 것으로 믿었다. 반면 알바노프가 이끄는 10명의 선원은 435㎞의 얼어붙은 바다와 물길·빙하·섬을 가로지르며 90일 동안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과 위험을 감내하고 플로라곶에 닿았다.살아남은 사람은 알바노프와 알렉산더 콘라드 두 사람 뿐이었다. ●위기 벗어나는 과정 감동적 한편으로 세인트 안나 호가 프람 호 처럼 얼음의 충격을 견디고 1915년 여름 대서양으로 풀려나왔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학자도 있다.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사실을 모르는 이들은 서풍을 타고 북해로 들어갔고,독일잠수함에 격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군사기록에 따르면 독일잠수함은 이해 8월 한달 동안에만100척 이상을 침몰시켰다고 한다. 극한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가감없이 담은 이 두 권의 책은 시간가는줄 모르게 읽힌다.한편으로 이들이 위기를 벗어나는 과정은 감동적이지만,왜 위기에 이르게 됐는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그런 점에서 서구에서 직수입한 리더십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한번쯤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 서동철기자 dcsuh@
  • ‘나홀로’연극 대학로 강타

    ■‘버자이너 모놀로그' 서주희 ●파리 체류후 1년반만의 복귀작 “처음 이 작품을 하던 때와 비교하면 우리 사회의 성에 관한 인식이 참 많이 변한 것 같아요.영화 ‘바람난 가족’만 봐도 그렇죠.음지에서 눈치를 보며 화제삼던 성을 조금이나마 양지로 끌어내는데 이 연극이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연극 ‘버자이너 모놀로그’의 배우 서주희(36)가 다시 무대에 선다.우리말로 풀어쓰면 여성 성기를 지칭하는 ‘××의 독백’쯤이 될 이 연극은 2001년 5월 초연 당시 소재의 파격성과 적나라한 내용으로 연극계 안팎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초연때는 연극인 김지숙,영화배우 예지원,뮤지컬배우 이경미 등 3명의 여배우가 출연해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했고,그해 11월 두번째 공연부터 천의 얼굴을 지닌 배우,서주희의 모노드라마로 각색돼 무대에 올려졌다. 오는 24일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막올리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는 지난해 5월 정동 세실극장에서의 앙코르 공연에 이은 세번째 공연.작품구상과 휴식을 겸해 파리에서 장기체류하는 등 한동안 무대를 떠나있던 그에겐 1년반만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여성 성기에 얽힌 경험·고백 담아 미국의 극작가 겸 사회운동가 이브 엔슬러가 각계각층의 여성 수백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쓴 ‘버자이너 모놀로그’는,여성의 성기에 얽힌 다양한 경험과 고백을 진솔하게 담은 작품.1996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보인 이후 전세계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서주희는 극중에서 70대 할머니부터 20대 커리어우먼,6살 어린 소녀에 이르기까지 9명의 여성 캐릭터를 팔색조처럼 연기할 뿐 아니라 진행자로서 자신의 경험담과 느낌을 솔직하게 관객과 공유한다.무대에선 아주 자연스럽게 ‘××’란 단어를 발음하는 그이지만 무대 밖에서는 여전히 이 말을 입에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고백한다.더욱이 연출가 이지나를 비롯해 모든 스태프들이 여성이었던 이전 공연과 달리 이번엔 남성 연출가(남동훈)와 함께 하는 작업이어서 한층 신경이 쓰인단다.“여자들끼리 연습할 때는 몰랐는데 막상 남자가 있으니 부끄럽더라고요.서로 민망하니까일부러 깔깔거리면서 분위기 수습을 하는데 그래도 좀 어색해요.(웃음)” ●소중한 관객들 덕분에 다시 무대로 말과는 달리,남성 연출가와의 만남에 부담보다 흥미를 더 느끼는 것 같다.“남자와 여자가 생각하고,느끼는게 다르잖아요.지금까지 여성의 시각에서 이 작품을 보여줬다면 이번엔 남자와 여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연극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남성의 시선이 들어오면서 똑같은 대사라도 표현방식이나 감정의 폭이 이전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함께 공연을 본 뒤 처음으로 성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는 모녀,자신이 감동받을 때 뱃속의 아이도 태동하는 것을 느꼈다는 임산부,출산 장면에서 눈시울이 불거지던 남성 관객들,그리고 어떤 여성학 교재보다 훌륭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던 여성운동가들….그는 이런 소중한 관객들이 다시 자신을 무대로 이끌었다고 말한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더 나아가 이성간의 사랑,부모간의 사랑까지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에요.”‘버자이너 모놀로그’를 ‘사랑을 위한 연극’이라고 정의한 그는,“배우 서주희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는 애교섞인 자랑도 잊지 않았다.내년 1월18일까지.(02)764-8760. 이순녀기자 coral@ ■볼 만한 모노드라마 3편 ‘초겨울 대학로를 모노드라마(1인극)가 달군다.’ 지금 대학로는 모노드라마의 세계.서주희의 ‘버자이너 모놀로그’ 외에 만능 연기자 장두이가 출연하는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성우 겸 배우 성병숙의 ‘발칙한 미망인’,그리고 김익태의 ‘술’ 등 개성있는 작품 3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관객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알과핵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춤추는 원숭이 빨간 피터(연출 장두이)는 전설적인 연기자 고 추송웅씨의 대표작 ‘빨간 피터의 고백’을 연출가 겸 배우 장두이가 새롭게 각색한 것.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원작으로 삼은 점은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빨간 피터…’이 진지한 철학적 사유에 무게를 두었다면 ‘춤추는…’는 경쾌하고 코믹한 전개로 관객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선다.전작의 아성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만의색깔로 작품을 재창조한 장두이의 노력이 돋보인다.내년 1월25일까지.(02)3673-1545. 성병숙의 발칙한 미망인(이재진 작,김종성 연출)은 한 유명 소설가의 미망인이 털어놓는 넋두리이다.신경증으로 요양원에서 치료받던 미망인은 공원에 세워진 남편의 동상을 찾아가 양산으로 후려친 뒤 관객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준다.연극배우로 인기절정을 누리던 때 남자의 적극적인 구애로 결혼한 여자는 한평생 남편만을 쳐다보며 살았다.하지만 남편은 사랑을 배신했고,그녀는 사랑한 만큼 죽도록 미워한 남편을 남몰래 독살한다. 중년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들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놓는 성병숙의 편안한 연기가 인상적이다.31일까지 바탕골소극장(02)762-0810. 배우 겸 성우 김익태가 19일부터 아쉬레문화센터에서 공연하는 술(이석영작,남궁연연출)은 나이 지긋한 바텐더가 관객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는 인생 이야기이다.관객이 진짜 술집에 있는 것처럼 무대를 바 분위기로 꾸미고,객석 테이블엔 캔맥주가 제공된다. 30년 연기 경력의 김익태는술로 인해 사랑하고,헤어지고,성공했다가 몰락하는 한 남자의 굴곡 많은 삶을 설득력 있게 표현해낸다.내년 1월18일까지.(02)744-0456. 이순녀기자
  • 트렌클러 “세계적 연주자들 직접 만나세요”/내년 서울서 첼로 페스티벌 여는 獨첼리스트

    유럽의 대표적 현악 페스티벌인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의 라이문트 트렌클러(사진·40) 예술감독이 한국에 왔다.그는 내년 1월25일부터 2월1일까지 서울에서 첼로 페스티벌을 연다. 트렌클러는 4일 “서울 페스티벌은 한국인들의 첼로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첼로를 배우는 재능있는 학생들이 국제적인 연주자들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첼리스트인 그는 지난 1991년 한해 동안 서울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적이 있다.한국인 부인도 이 때 만났다고 한다. 서울 페스티벌에는 아르토 노라스와 프란츠 헬머슨,보리스 페르가멘시코프,다비드 게링가스 등 4명의 세계적인 첼리스트가 참여한다. 각각 독주회를 갖고 마지막 날 노라스와 헬머슨,페르가멘시코프가 서울바로크합주단과 펜데레츠키의 ‘3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을 국내 초연한다.서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은 트렌클러와 현민자씨가 공동으로 맡는다. 트렌클러는 “프랑크푸르트 근교에 있는 크론베르크는 아름답고 문화수준이 높은 도시”라면서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는‘첼로의 세계 수도’로 부르고 있다.”고 자랑했다. 크론베르크 아카데미는 2년마다 첼로 페스티벌과 마스터클래스,4년마다 비올라 페스티벌,2년마다 실내악 프로젝트를 갖는다. 여기에 4년마다 파블로 카잘스 첼로 콩쿠르와 에마누엘 포이어만을 기념하는 국제 콩쿠르를 열고 있다.내년에 2회 대회가 개최되는 카잘스 콩쿠르는 카잘스의 미망인으로 피아니스트 유진 이스토민의 부인이 된 마르타 카잘스 이스토민이 명예대회장을 맡고 있으며,한국 첼리스트 조영창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1990년 크론베르크 아카데미가 창립된 뒤 현재까지 참여한 사람은 1200여명.이 가운데 150여명이 한국학생으로,첼리스트에게는 필수코스로 알려져 있다.페스티벌이 독일 밖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그 만큼 참여를 원하는 한국인이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 트렌클러는 “첼리스트의 국제적 조직인 ‘세계 첼로 기구(World Cello Organization)’가 로스트로포비치와 버나드 그린하우스, 야노스 슈타커 등의 위대한 첼리스트들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달 25일 크론베르크에서 출범했다.”고 소개하고 “첼리스트의 올림픽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 첼로 대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희망을 밝혔다. 서동철기자
  • 책 / 동물원의 탄생

    니겔 로스펠스 지음 /이한중 옮김 지호 펴냄 오늘날 동물원이 동물이 아닌 사람을 위한 공간이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동물원이 곧 제국의 힘을 의미했던 19세기와는 다르고 철조망도 사라졌지만,인간은 여전히 해자를 통해 분리된 거리만큼이나 ‘과학적 동물’인 자신과 유희의 대상인 동물과의 거리 두기에 즐거움을 느낀다.동물들의 생활이 원래의 서식지가 아니라 박물관이나 동물원 같은 인간의 환경에서 이뤄진다는 사실,동물들의 그 ‘비자연적인 역사’는 동물들의 자연사만큼이나 중요시돼야 한다.‘동물원의 탄생’(니겔 로스펠스 지음.이한중 옮김,지호 펴냄)은 오락과 교육,나아가 멸종동물의 보호 등을 명분으로 정당성의 지평을 확보해온 동물원의 기원과 변천,그리고 이데올로기적인 함의를 문화인류학의 관점에서 살핀다. ●태평양군도의 원주민까지 붙잡아 전시 동물원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현대 동물원의 아버지’로 불리는 독일인 칼 하겐베크(1844∼1913)이다.그는 희귀 이국동물을 포획하는 데 남다른 실력을 발휘하면서 유명해졌고,나중에는 독일학계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그린란드와 태평양군도의 원주민들까지 붙잡아 전시했다.미국에서 하겐베크­월리스 서커스단으로 명성을 쌓은 그가 함부르크 근처의 슈텔링겐에 동물원을 열었는데,이것이 바로 기존 동물원 개념을 바꿔놓은 하겐베크 동물원이다.이 동물원은 철책 우리 대신 해자를 둬 육식·초식동물이 공존하는 파노라마 형태의 야외동물원의 모델이 됐다.그러나 하겐베크 이전에도 알렉산더 대왕과 트라야누스,네로황제,인도 무굴제국의 아크바르 황제 등 고대국가의 전제군주들은 이국동물을 모아 자신의 미내저리(menagerie,동물원)를 만들었다.그런가하면 정복왕 윌리엄 1세의 아들인 헨리 1세는 우드스톡에 동물원을 세워 이국동물을 키우는 영국 왕실의 전통을 창시했다.이 동물들은 훗날 헨리3세에 의해 런던탑으로 옮겨졌고,19세기 중반 리전트 공원의 ‘런던동물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해체되지 않았다.이 때의 동물전시는 일종의 권력과 부의 과시에 가까웠다.희귀 동물을 잡아온다는 것 자체가 먼 이국땅을 정복할 수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박노자 교수는 “동물원은 봉건시대 군주와 귀족들의 과시적인 사치의 전통을 이어받은 제국주의적 ‘과학성’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인간만을 위한' 동물원의 아이러니 군주시대의 미내저리와 오늘날의 공공동물원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현대의 동물원이 교육과 위락,보호의 명분을 존재 근거로 삼는다는 점이다.그러나 외관상 평화로운 ‘노아의 방주’일 뿐,오늘날 동물원은 많은 것을 감추고 있다.새끼 코끼리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무리를 몰살하는 수치스러운 인간의 역사를 아는 관람객이 얼마나 될까.아기코끼리 점보는 아픈 과정을 거쳐 아이들의 영웅이 된 것이다.그래서 ‘슬픈 동물원’이다.교육의 장이되 거기에는 서구중심의 부르주아적 세계관이 깔려있으며,각종 동물공연에는 제국주의와 식민지착취의 역사가 서려 있다. 미국의 역사학자로 야생동물 보호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하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프란츠 카프카의 ‘빨간 피터의 고백’(원제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에나오는 유인원 빨간 피터가 철창 안에서 출구를 찾는 이미지를 거듭 보여준다.동물사냥꾼에게 잡혀 문명으로 편입된 피터의 고백을 통해 인간과 동물의 위계적인 관계를 풍자한 카프카의 의도를 고스란히 되살려 낸다.이제 동물원들은 너나없이 세련된 생태학의 옷으로 갈아입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동물친화적인’ 사고다.이것이 바로 ‘인간만의 동물원’을 비판하는 저자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1만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위기의 남자’ 최희섭/ 슬럼프 지속·선수보강에 마이너추락 가능성

    최희섭(얼굴·24·시카고 컵스)은 결국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가. 최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최희섭에게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시카고는 31일 마이너리그의 외야수 제이슨 프란츠에 현금을 얹어주고 텍사스 레인저스로부터 외야수 더그 글랜빌을 영입했다.구단은 1일 엔트리를 조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카고는 트레이드 마감시한(1일)까지 영입 공세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짐 헨드리 단장은 “허약한 포지션 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존 반더발(밀워키)이나 매트 스테어스(피츠버그) 같은 왼손잡이 베테랑 타자들을 영입한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또 부상자 명단(DL)에 올라 있는 투수 마크 프라이어와 외야수 톰 굿윈 등이 5일 이후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25명의 빅리그 등록선수에 들어온다면 1명이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는 게 당연한 이치.글랜빌의 경우 같은 외야수인 트리니다드 허버드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지만 최희섭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최희섭은 31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우완 제이슨 슈미트가 선발로 나왔지만 또 출장하지 못했다.최근 8경기 연속 선발과 5경기 연속 대타에서 빠지는 수모를 겪었다.우완에는 최희섭,좌완에는 에릭 캐로스 식으로 기용하던 더스티 베이커 감독도 최희섭의 타격이 부진하자 주전 1루수 자리에 캐로스를 못박은 상태다.최희섭은 .233의 낮은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5일 필라델피아전에서 3점홈런을 쳐 부활을 예고했지만 워낙 캐로스가 꾸준한 플레이로 상승세를 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캐로스는 31일 현재 .325의 고감도 타율로 팀내 1위를 달리며 확실하게 제 역할을 해 베이커 감독의 신임을 듬뿍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여건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최희섭이 언제 선발 출장할지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중기자 jeunesse@
  • 국제 플러스 / 오스트리아 세계 첫 혀 이식 성공

    |빈 연합|세계 최초의 혀 이식 수술이 오스트리아의 빈 종합병원 수술팀에 의해 성공을 거두었다.빈 종합병원은 크리스티안 케르머 박사와 프란츠 바칭거 박사가 이끄는 수술팀이 지난 19일 14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혀와 턱에 악성종양이 생긴 42세 남자의 혀를 절단하고 공여자의 혀를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발표했다. 환자의 상태는 현재 양호하다고 병원은 밝혔다.혀 이식 수술은 동물에는 시도된 일이 있으나 사람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영국이식학회 윤리위원회위원장인 피터 로우 박사는 문제는 이식된 혀가 충분한 운동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 누가 화석이라 했나 춤추는 아프리카

    한반도의 136배에 달하는 면적,7억 5000만의 인구,동서남북의 이질적인 자연환경,수많은 민족과 언어,54개의 독립국들이 공존하는 땅.아프리카는 인류의 발상지이자 인류가 진화해온 터전이다. 철학자 헤겔은 “아프리카에는 역사가 없으며 아프리카의 역사는 유럽인이 만든다.”고 했지만,아프리카야말로 인류의 역사 그 자체라 할 만큼 장구한 역사를 지닌 인류의 고향이다.우리는 아프리카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이미지,그것도 대부분 서구에서 만들어진 이미지로만 존재해 왔다.무지,가난,기근,질병,쿠데타,대초원,야생동물,원주민,주술….아프리카를 바로 알기 위해서는 이처럼 상식화된 아프리카에 대한 피상적인 이미지부터 거둘 필요가 있다. ●남아공 줄루족의 주술사 ‘상고마’ ‘춤추는 상고마’(장용규 지음,한길사 펴냄)는 아프리카는 화석이 아니라 펄펄 살아 움직이는 역동적인 땅이라는 전제에서부터 출발한다.저자(한국외국어대 아프리카어과 교수)는 유럽이나 동양,특히 일본의 전통이 경이롭고 아름다운 것으로 이야기되는것과 달리 아프리카의 전통은 너무나 쉽게 희화화되는 것을 안타까워한다.아프리카 문화의 ‘다름과 차이’가 선진국의 문화우월주의에 의해 왜곡되고 과장되고 폄하되는 현실을 비판한다. 이 책은 민족분규로 고통을 겪고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탈 지방의 줄루족,그 혼돈의 중심에 오롯이 남아 민간신앙을 계승하고 있는 ‘상고마’에 대한 인류학적 보고서다.줄루사회를 특징짓는 요소 가운데 하나인 상고마(공식명칭은 이상고마)는 응고마라고 하는 점술혼령의 도움을 받아 점을 치고 사람들의 질병과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영적 치료사를 일컫는다.아마들로지,움타가티와 함께 삼위일체로 줄루 민간신앙의 골격을 이루는 일종의 무속인이다.남아공 사람들 스스로 원시적인 주술사로 치부해버리는 상고마.하지만 남아공 안에서만 공식적으로 10만명을 웃도는 상고마들이 여전히 점을 치고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유명한 상고마들이 많다는 에구투구제니 마을에는 아직도 100명이 넘는 상고마들이 활동하고 있다.도시화와 근대화가 진행되면 몇 십년 안에 상고마가자취를 감출 것이라는 영국인들의 ‘오만한’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독수리 눈알로 미래 점치기도 과학적 합리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참으로 비과학적인 상고마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저자는 적어도 남아공 흑인사회에서 과학과 상고마는 상반된 개념이 아니라 상보적인 개념이라고 강조한다.합리주의란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구투구제니 사람들과 꼬박 3년을 함께 생활하며 전수받은 생생한 현장지식을 풀어 놓는다.스와질랜드와 모잠비크 등에 내전이 잇따르면서 아프리카 산속 줄루족의 마을 에구투구제니에는 스며드는 이방인들이 늘고 있다.반면 ‘은신처’라는 뜻을 지닌 에구투구제니에서 옥수수 농사 이외에 다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원주민들은 더반이나 요하네스버그 같은 도시로의 이주를 꿈꾼다.근대화가 진행되면서 농촌의 문화,변방의 문화로 알려진 상고마들이 도시로 나갔다.그런 오고 감 속에서도 상고마는 더욱 활동반경을 넓혀가고 있다.상고마가 되려는 훈련생도 늘고 있다.에구투구제니의 상고마들은 대부분 모방주술을 믿는 것이 특징.예컨대 선인장은 뾰족한 가시가 있어 번개가 집안에 떨어지는 것을 막는 데 효과가 있다든지,독수리의 눈알은 멀리 앞날을 내다보는 데 효과가 있다든지 하는 식이다. 저자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현대사회에서 상고마에게 ‘전통’이라는 순결을 지키도록 강요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고 말한다.상고마를 신비주의의 틀안에 가둬두는 것은 또 다른 문화적 폭력이라는 것이다.중요한 것은 상고마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동시대인이라는 점이다.상고마가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춰 개발된 희극적인 이미지의 ‘아프리카판 피에로’로 둔갑하는 현실은 저자로서는 가슴아픈 대목이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오랜 세월 스스로 성찰할 기회도 없이 서구라는 울안에 갇혀왔다.아프리카의 문화는 어찌보면 ‘서구의 기대’에 따른 것인지도 모른다.민족적 정체성을 고민하기 보다는 서구의 바람에 발맞추기 위해 나날이 민속관을 넓히고 부시맨 차림으로 출퇴근을 한다.현대 구조주의의 창시자 레비-스트로스의 인류학은 미개사회 자체도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실현하기 위해 잘 구성된 하나의 체계이며 그들 나름의 사회구성 원리가 있음을 밝힌다.그러나 신비스러운 조화의 구조를 지닌 원시적인 과거는 우리 눈앞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레비-스트로스의 눈에 비친 열대 원주민 사회는 그래서 ‘슬픈’ 것이다.저자 또한 ‘줄루의 땅’ 에구투구제니의 슬픈 노을을 본다. ●아프리카 문화의 ‘다름’ 인정해야 인류의 문화는 하나의 잣대로 재단할 수 없다.그럼에도 선진국의 신화를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아프리카의 ‘다름’을 인정하려들지 않는다.문명과 야만의 이분법적 사유는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상고마가 종종 블랙 매직을 행할지라도,그것은 그들 나름의 고유한 전통이요 문화다. 아프리카의 지성 프란츠 파농은 “우리에겐 어떤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우리는 외부세계에 의해 화석화된 인종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14세기 세계의 중심들이 일제히 쇳덩이로 만든 발사슬을 배에 싣고 미지의 땅으로 노예사냥을 나선 장면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미국은 또한유럽은 얼마나 아프리카에 빚을 지고 있는가.이쯤에서 그들은 “선진국은 아프리카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프리 삭스 교수의 말을 한번쯤 되새겨볼 만하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팝과 클래식 사이 어디쯤… “감성 주파수 맞춰보세요”/ ‘시크릿가든’등 해외뮤지션 3팀 내한공연

    초여름 늦은 오후.후텁지근한 바깥공기를 피해 냉방잘된 티켓박스 앞에 서는 기분은 꽤 근사할 것이다.그것도 팝과 클래식 사이 어디쯤에다 감상주파수를 맞춰 놓고 ‘낭만적 국외자’로 마구 풀어져도 좋을 무대를 찾았다면…. 해외 인기 뮤지션들의 풍성한 내한무대가 줄을 잇는다.먼저 재즈 마니아들에게 희소식.네덜란드의 ‘유러피안 재즈 트리오’가 처음으로 내한한다.1984년 결성된 이들은 그동안 몸값이 비싸,국내 공연 기획사들이 먼발치서 군침만 흘려온 세계 정상급 재즈밴드.피아니스트 마크 반 룬,베이시스트 프란츠 반 회벤,드러머 로이 다커스로 구성된 트리오는 재즈명곡·영화음악·클래식 소품·팝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폭넓은 사랑을 받아왔다. 데뷔 이후 지난해 ‘The jewels of the Madonna’까지 8장의 앨범을 냈다.새 음반 ‘Europa’도 내한에 맞춰 국내 출시된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동안의 인기곡들을 추려 들려줄 예정.온화하고 로맨틱한 사운드에 흠뻑 젖을 수 있는 무대로 기대를 모은다.어려운 재즈가 싫었던 이들에겐 안성맞춤.15일 오후 4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487-7800. 북유럽의 로맨틱한 선율을 만날 수 있는 무대가 또 있다.구구한 설명이 필요없는 노르웨이 그룹 ‘시크릿 가든’.애조띤 선율의 동양적 정서가 그득한 ‘Song from a secret garden’등 대표곡이 국내 CF의 배경음악으로 쓰이면서 폭발적 인기를 누려온 이들은,지난해 새 앨범 ‘Once in a red moon’을 국내 발매해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했다. 롤프 러블랜드의 담백한 건반,피오뉼라 쉐리의 애조띤 바이올린은 이번엔 특별히 지방팬들을 찾아갈 예정.부산·대전·전주·광주·수원 등 지방 5개도시를 19일부터 하루씩 순회하며 대표곡들을 들려준다.1588-7890. 미국 출신의 팝피아니스트 짐 브릭만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다.깔끔한 뉴에이지 선율부터 팝발라드까지 두루 즐길 수 있는 고급스럽고 경쾌한 무대다.브릭만의 최고 히트곡 ‘Valentine’을,인기가수 박화요비가 게스트로 출연해 함께 부른다. 박화요비는 이달 국내 출시될 브릭만의 9집 앨범에서 ‘Valentine’을 브릭만의 연주에 맞춰 불렀다.연인들에게 잘 어울릴 로맨틱 콘서트.11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48-4480. 황수정기자 sjh@
  • 보러갑시다

    [클래식] ■ 독일 쾰른 체임버 오케스트라 내한연주회 27·28일 오후7시30분 한전아츠풀센터(02)2277-6516.27일 바이올린 김화라 위지은 신수현,28일 비올라 변진원·피아노 김승연. ■ 서울시교향악단 정기연주회 28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399-1629.지휘 에두아르도 마투렛,바이올린 김소옥(사진). ■ 피아졸라 탱고음악으로의 여행 29일 오후7시30분 명동성당 꼬스트홀(02)778-6295.피아노 강성애 김지선,바이올린 윤혜원,첼로 배수희,색소폰 홍순달. ■ 4인 성악가들이 전하는 봄의 향기 29일 오후8시 호암아트홀(02)726-8757. 유미숙 장현주 박정원 김영애. ■ 서울 윈드 앙상블 정기연주회 29일 오후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02583-9574.한국 관악 100년 프란츠 에케르트 기념 음악회. [뮤지컬] ■ 송산야화 5월11일까지 화∼목 오후7시30분,금∼일 오후 4시30분·7시30분 대학로아룽구지극장(02)741-5978.장유정 작,손남목 연출.사람이 되고 싶은 호랑이 처녀와 순박한 청년간의 사랑을 그린 창작극. ■ 토요일 밤의 열기 5월10일까지화∼금 오후8시,토 오후 4시·8시,일 오후 4시·7시 리틀엔젤스 예술회관(02)501-7888.로버트 스틱우드 원작,윤석화 연출.그룹 비지스의 음악과 디스코가 어우러진 젊음의 향연. [국악] ■ 한국청소년국악관현악단 정기연주회 1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02)580-3300.지휘 김정수 추계예술대 국악교육대학원장. ■ 김성애의 동초제 판소리 춘향가 27일 오후3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02)3141-4706.북 조용안 김청만,사회 최종민. ■ 대금연구회 정기공연 30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02)580-3300. ■ 2003 원장현과 아시아음악 5월1일 오후8시 호암아트홀(02)751-9606.베트남 민속음악단. ■ 정동희 작곡 발표회-사랑굿 5월1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우면당(02)580-3300. [콘서트] ■ 조규찬 26일 오후 4시·7시30분,27일 오후 3시·6시30분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02)332-3838. ■ 한대수 25일 오후7시30분,26일 오후3시 동덕여대예술센터(02)3272-2334. ■ 김목경 26일 오후 7시30분,27일 오후3시 동덕여대예술센터(02)3272-2334. ■ 리즈 26·27일 오후 4시·7시 정동문화예술회관 1544-1555. [미술] ■ 빌 비올라 작품전 30일까지 국제갤러리(02)735-8449.종교적 경건함을 느끼게 하는 비디오 영상작품. ■ 더그 스탄·마이크 스탄 작품전 30일까지 박영화랑(02)544-8481.디지털과 아날로그 프린트기법을 활용한 명상적인 분위기의 사진작품. ■ 안병원 유화전 27일까지 서울갤러리 1전시실(02)2000-9736.‘우리의 소원’을 작곡한 음악가이자 화가인 안씨가 마련한 북한 어린이 돕기 자선전. ■ 제5회 청유회(靑儒會)전 27일까지 서울갤러리 2전시실(02)2000-9738.목포출신 미술가들의 그룹전. ■ 남춘모 개인전 5월19일까지 카이스갤러리(02)511-0668.평면과 조각의 경계를 넘나드는 ‘부조회화’. ■ 권순철 개인전 5월18일까지 대구 두산갤러리(053)242-2323.강인한 인상의 노인,물새,바다 등을 소재로 한 유화. ■ 마인드 스페이스전 5월18일까지 호암갤러리(02)771-2381.잃어버린 자아찾기에 초점을 맞춘 추상·설치작품. [연극] ■ 대대손손 5월4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오후4시 예술의전당 토월극장(02)580-1300.박근형 작·연출.평범한 소시민 4대의 가정사를 통해 우리 역사의 부침을 그린 작품. ■ 희한한 구둣방집 마누라 5월4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일 오후 3시·7시30분 세종문화회관소극장(02)3991-648.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작,주요철 연출.늙은 남편과 나이 어린 아내와의 갈등과 화해를 그린 소극. ■ 동방의 햄릿 5월4일까지 화∼금 오후7시30분,토 오후 4시·7시30분,일 오후4시30분 국립극장별오름극장(02)325-8150.원영오 재구성·연출.셰익스피어 원전을 모티브로,죽음을 통해 본 삶의 진실. ■ 진땀 흘리기 25∼30일 오후 4시·7시30분 문예진흥원예술극장 대극장(02)780-6343.이강백 작,채윤일 연출.모친 장희빈의 죽음을 목격한 조선왕조 20대 임금 경종의 심리를 다룬 역사극.
  • 이런책 어때요 / 생태주의자 예수

    프란츠 알트 지음 손성현 옮김 / 나무심는사람 펴냄 2000년전 예수가 정신적 생태학(spiritual ecology)을 발견하고 그것을 직접 실천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생태교양서.시냇물·들판·태양·바람·동식물 그리고 모든 사람들과 사랑에 빠진 나사렛의 젊은이 예수의 말과 행동,사상을 이야기한다.독일의 환경 전문 언론인인 저자는 성서는 놀랍고도 유용한 생태적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그런 만큼 ‘생태적 예수’로서의 이미지와 발언을 지렛대 삼아 대안에너지를 개발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한정된 화석에너지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넘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9800원.
  • 쉬어가기···

    ‘전설의 스트라이커’ 쥐스트 퐁텐(프랑스)의 고희 축하연에 축구스타들이 총집합.18일 프랑스 툴루즈에서 열린 축하연에 66잉글랜드월드컵의 스타 에우세비우(포르투갈),80년대 월드스타 플라티니(프랑스) 등이 참석.70년대 영웅 요한 크루이프(네덜란드) 프란츠 베켄바워(독일),현역 최고스타 지단(프랑스) 등은 영상 메시지를 보내왔다고.퐁텐은 58스웨덴월드컵에서 13골을 넣어 단일 월드컵 사상 최다골을 기록한 골잡이.
  • 책꽂이/경험으로서의 예술 外

    ●경험으로서의 예술(존 듀이 지음,이재언 옮김,책세상 펴냄) 예술은 모름지기 액자를 떠나 일상 속에서 체험돼야 한다고 주장한 미국 철학자 존 듀이.이 책에선 특정 개념이나 양식이 필요 이상으로 한 시대의 예술을 정의하고 있는 상황을 파헤친다.전통미학이 제시하는 미학적 내용들을 검토한다는 점에서 ‘미학에 대한 미학’의 성격을 갖는다.4900원. ●세계 최고의 여성 CEO 칼리 피오리나(조지 앤더스 지음,이중순 옮김,해냄 펴냄) 60년 전통의 보수적인 컴퓨터업체 휼렛패커드가 전격 발탁한 최초의 아웃사이더 CEO 피오리나의 도전과 승부를 기록.피오리나가 100대1의 경쟁을 뚫고 휼렛패커드 CEO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의 전략적 비전 결여와 ‘대기업병’인 무기력,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날카롭게 진단했기 때문이다.그는 ‘완벽’이란 그물에 걸려 적기를 놓치고 마는 잘못을 고치는 데 힘을 쏟았다.1만원. ●프란츠 카프카의 고독(마르트 로베르 지음,이창실 옮김,동문선 펴냄) 작가 카프카 작품의 유일한 주제는 그 자신이었다.카프카는 다민족 국가였던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유대인이란 국외자의 운명으로 살아야 했다.카프카의 텍스트는 종종 불투명하고 설명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카프카 자신이 모든 면에서 ‘불가능한 글쓰기’를 시도했기 때문이다.이 책은 카프카가 어떻게 이런 문제를 극복해 가는가를 밝힌다.1만 8000원. ●자살의 미술사(론 브라운 지음,엄우흠 옮김,다지리 펴냄) 자살의 역사는 편견의 역사다.괴테는 영국인을 두고 매일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살하기도 하는 민족이라고 비꼬았다.자살학자 찰스 무어는 앉아서 일하는 직업과 육식을 자살의 한 원인으로 봤다.미술은 자살이란 죽음의 형식을 어떤 이미지로 묘사하고 해석해 왔을까.자살의 시각이미지들을 살핀다.1만 5000원. ●내 영혼의 리필(리처드 존슨 지음,한정아 옮김,열린 펴냄) 영적 활력을 잃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유도하는 12편의 묵상 모음.저자는 작가 주디트 비올스트의 책 ‘꼭 필요한 상실’을 인용,우리는 무엇인가를 잃을 때에만 성장할 수 있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한다.저자에 따르면나이듦은 ‘축소 속의 성장’‘분열 속의 조화’혼란 속의 평화’를 이루는 과정이다.7500원. ●시는 붉고 그림은 푸르네1(황위평 엮음,서은숙 옮김,학고재 펴냄) 선진시대부터 청말과 현대에 이르기까지 2000여년에 걸친 중국 시와 회화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시화감상서.상하이 교육방송에서 방영된 프로그램 ‘시정화의(詩情畵意)’를 책으로 옮긴 것으로,학생이 질문하고 스승이 대답하는 대화형식으로 꾸몄다.주나라의 ‘시경’에서부터 청말 담사동의 시까지,중국 최초의 백화에서부터 부포석과 진자장의 그림까지 한자리에 모았다.1만 5000원. ●호모 파버(막스 프리슈 지음,봉원웅 옮김,생각의 나무 펴냄) ‘독일의 카뮈’로 불리는 스위스 태생의 작가 막스 프리슈의 소설.기계문명의 노예로 전락한 현대인의 절망과 사랑을 그렸다. 라틴어 ‘호머 파버’는 기계인간이란 뜻.호모 사피엔스,즉 예지의 인간과 대립되는 말이다.예지의 인간이 ‘생각하는 인간’을 뜻한다면,호모 파버는 실용적인 것,기술적인 것,계산적인 것을 중시하는 인간을 상징한다.영화‘양철북’의 명장 폴커 슐렌도르프 감독의 영화 ‘사랑과 슬픔의 여로’의 원작소설.9500원.
  • 퇴계와 고봉,편지를 쓰다/사제지간 이황·기대승 향기로운 영혼의 교류

    퇴계와 고봉,편지를 쓰다 이황·기대승 지음 / 김영두 옮김 소나무 펴냄 내밀한 심중을 담은 편지글은 때로 그 어떤 소설보다 극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빈센트 반 고흐와 동생 테오의 편지,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지인들에게 보낸 편지,프란츠 카프카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대문호나 예술가들이 연인 혹은 가족에게 흉금을 털어보낸 서간문 모음은 그래서 두고두고 빛을 잃지 않는 법이다. 시대를 뛰어넘어 향기를 더하는 영혼의 교류가 우리에게도 있다.퇴계 이황(1501∼1570)과 고봉 기대승(1527∼1572).스승과 제자의 존경심으로,학자와 학자의 자존심으로 주고받은 편지들이 ‘퇴계와 고봉,편지를 쓰다’(김영두 옮김,소나무 펴냄)에 담담히 묶였다. ‘곰팡내나는 조선시대 편지’로 일축할 젊은 독자들에게 먼저 제언 한마디.고문(古文)의 아취를 잃지 않되 한글의 현실감각까지 부여한 번역 덕분에 글맛이 쏠쏠하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퇴계와,조선 중기 대표적 지식인인 고봉의 편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출발한다.두 사람의 편지교류가 시작된 건 1558년(명종 13년) 겨울.당시 퇴계는 성균관 대사성,고봉은 막 과거(문과)에 급제한 서른 두살의 청년이었다.고봉의 ‘그릇’을 퇴계가 일찌감치 알아봤던 걸까.지금으로 치면 서울대 총장 격인 퇴계가 먼저 “덕을 높이고 생각을 깊게 하여 학업을 추구하라.”는 짤막한 편지를 띄웠다.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화답하는 둘의 편지는 1570년 퇴계가 세상을 뜰 때까지 13년간 계속됐다. 26세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범상찮게 시작된 사제의 정은 혈육 같은 체온으로 나날이 돈독해져 간다.깊이를 더하는 사제의 관계가 행간행간에서 여실히 읽힌다.조정에서의 어려움,둘째 아이의 죽음 등 고봉은 신변의 고충을 숨김없이 스승에게 털어놓곤 한다. 책은 한글세대를 많이 배려했다.연대별로 나눠 ‘일상의 편지들’로 1부를 엮고,다시 ‘학문을 논한 편지들’로 2부를 채웠다.조선의 지성사를 엿볼 수 있는 것은 2부에서다.가장 잘 알려진 두 사람의 철학논쟁,이른바 ‘사단칠정 논변(四端七情 論辯)’은 2부에서 펼쳐진다.‘인간이 지닌 네 가지 선한 단서와일곱 가지 감정에 대한 논쟁’에서 둘은 인간의 심성과 선악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고 고뇌한다.상례·제례의 격식,국가·왕실의 의례를 놓고 이견을 주고받은 편지글은 그대로 조선 지성의 세계를 대변한다. 학문적 견해로 한치 양보없이 빛나던 형형한 눈빛은,다시 존경과 신뢰의 사담(私談)으로 온화해지길 거듭한다.퇴계가 고향인 안동으로 내려갈 때 배웅길에 나선 고봉은 눈물겨운 이별사를 남긴다.왜 아니었겠는가.훗날 퇴계의 죽음 앞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통곡했다는 고봉이다. 스승과 제자였고 다시 없는 어진 벗이었던 두 학자의 편지는,신기하다.학문과 덕을 그리워한 그들의 교류가 뜬금없이 오늘 지식인들의 초상을 반성하게 만드니.2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다나카 노벨화학상 자격없다”보스턴大””獨학자 더 큰성과””위원회””최초발견 수상 당연””

    (스톡홀름 AFP 연합)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일본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의 수상자격을 둘러싸고 과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논란은 10일 스톡홀름 시청에서 열릴 예정인 공식 시상식을 불과 며칠 앞두고 불거졌다. 다나카 고이치는 노벨상위원회가 지난 10월 미국의 존 펜 및 스위스의 쿠르트부에트리히와 함께 그를 올해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올해 43세인 다나카씨는 정밀기기 메이커 시마즈(島津) 제작소의 기사로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의 한 명이며, 대부분의 노벨상 수상자와는 달리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다. 노벨상위원회는 그가 단백질 분자를 분리해 정밀 분석이 가능한 전하를 띤단백질 이온상태로 자유롭게 떠돌도록 펼쳐 놓음으로써 분광계측분야에서 새로운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수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의 과학자들은 8일자 스웨덴 최대의 일간지 다겐스 니헤테르에올해 노벨화학상은 독일 화학자인 미카엘 카라스와 프란츠 힐렌캄프에게 돌아갔어야 했다고 주장했다.이들은 80년대 말에 나온 다나카의 발견은 이 분야 연구에 한차례 기여하는 데 그친 반면,다나카보다 두 달 늦게 비슷한 결과를 발표한 미카엘 카라스와 프란츠 힐렌캄프는 그후 연구에 수없이 많이이바지했다고 말했다. 보스턴 대학의 생화학교수인 캐서린 코스텔로는 “나는 이번 수상자 선정이 매우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벨화학상위원회 의장인 벤그트 노르덴은 다나카는 그 방법을가장 먼저 찾아냈다는 점에서 수상자격이 있다면서,노벨상은 다른 사람들의사고방식을 바꾸는 아이디어를 가장 먼저 찾아낸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고 이같은 비난을 일축했다.
  • 책꽂이/ 카프카의 편지 外

    ●카프카의 편지(프란츠 카프카 지음,변난수·권세훈 옮김) 카프카가 약혼녀 펠리체 바우어에게 보낸 편지와 엽서 545통을 모아 엮은 책.편지는 1912년부터 약 5년 동안 쓴 것이다.단순한 연애편지를 넘어 문학에 대한 열정과 작품 구상 등을 담고 있다.두 사람의 사랑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으며,편지에는 펠리체의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일면 거리를 두려고 애쓰는 등 이중적 성격이 드러난다.솔출판사의 ‘카프카 전집’중 한 권.3만원. ●냉소와 매혹(김동식 지음) 계간 ‘문학과 사회’ 편집동인인 문학평론가의 첫 비평집.데뷔작인 ‘글쓰기의 우울:신경숙론’을 비롯,김영현 윤대녕 이인화 은희경 함정임 배수아 백민석 이영유 등의 시와 소설에 관한 비평문과 작가론을 실었다.문학과지성사 1만 2000원. ●이야기,가장 인간적인 소통의 형식(김민수 지음) 중앙대 문예창작과에 출강중인 저자가 학생들을 위해 쓴 현대 소설이론 입문서.서사문학의 역사와 소설의 형성,소설의 서사구조와 담론의 양상 등을 정리했다.거름 9500원. ●시 속에 꽃이 피었네(고형렬지음) 창작과 비평사의 시선 기획위원이자 계간 ‘시평’의 주간으로 활동하는 저자가 50여편의 시를 묶었다.‘고형렬의 시로 읽는 인생’이라는 부제를 단 책은 ‘정읍사’부터 정약용 서산대사 김소월 한용운 백석 한하운 서정주 김수영 고은 김남주 박노해 등의 시세계와 삶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바다출판사 9800원. ●저 꽃이 불편하다(박영근 지음) 노동문학에 몰두해온 저자의 다섯번째 시집.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비애,자본주의 사회의 몰가치 등을 날카롭게 해부하고 있다.창작과 비평사 5000원. ●달빛가난(김재진 지음) 소설가이자 명상가로 활동하는 저자가 ‘가난’과 ‘아버지’ ‘여행' 등을 주제로 기존 작품과 신작시를 엮은 시선집.숨쉬는돌 7000원. ●건건여록의 비밀(이태형 지음) 한국을 겨냥한 일본 극우세력의 음모를 그린 소설.페루의 후지모리 전 대통령에게서 힌트를 얻어 일제때 이토 히로부미 총독과 한국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상현 교수를 한국의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공작을 편다.일송-북 전2권 각 8500원. ●시간의 여울(이우환 지음) 일본 모노파(物派) 창시자로 화가인 저자의 에세이집.지난 87년 일본에서 출간된 뒤 94년에 국내에 소개됐던 것을 최근 다시 번역했다.디자인하우스 1만5000원.
  • 독일월드컵 엠블렘 공개

    2006년 독일월드컵축구대회 엠블렘이 공개됐다. 독일월드컵조직위원회는 20일 겔젠키르헨에서 FIFA컵 주위에 웃는 얼굴을 형상화한 3개의 원을 배치한 엠블렘을 발표했다.프란츠 베켄바워 독일월드컵조직위원장은 “엠블렘에는 낭만적이고 활기찬 월드컵을 치르려는 우리의 철학이 녹아 있다.”고 말했다.발표회에는 조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회장,루디 푀일러 독일대표팀 감독,게하르트 마이어 포르펠트 독일축구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 “독서로 과학강국을”- 독서모임 ‘과학아카데미’잔잔한 반향

    “우리의 미래는 독서에 달렸습니다.” 과학·의학 분야의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한달에 한권씩 책을 읽은 뒤 함께 모여 진지하게 토론하는 모범적인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기술 대중화와 독서 인구 확대를 목표로 창립된 ‘과학독서아카데미(sciencebook.or.kr)’라는 독서 모임이 지식인들은 물론 일반인들 사이에서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림대 객원교수로 현재 이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이용수(李龍水·61)씨와 뜻을 같이하는 박익수 과학기술자문위원회위원장,서정돈 성균관대의대 교수,오세정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박은주 김영사 대표 등 30명의 지식인들이 이 모임을 탄생시킨 것은 99년 5월이었다.3년 남짓만에 회원은 180여명으로 불어났다.김정흠·김용준 고려대 명예교수,정광모 한국소비자연맹회장,김영무 김&장 법률사무소대표,김종찬 방송인,엄길청 경제평론가 겸 경기대 교수,장충식 단국대 이사장,한만청 전 서울대병원장,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이 회원으로 참여했다.이밖에도 공무원,군인,학생,전·현직 교사,언론인,주부,세무사,학원강사,벤처기업인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부산과 춘천에도 같은 모임이 생겼다. 회원들은 과학기술과 사회에 관련된 교양 과학서적을 매월 한권씩 읽고 토론회를 갖는다.토론회는 저자나 역자로부터 책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듣고 그분야의 권위자 두명이 논평하고 참석자들이 토론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첫 모임에서 프란츠 부케티츠의 ‘사회생물학논쟁’을 읽고 토론한 뒤 지금까지 40여권의 책을 읽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현장과 연결하기 위해 1년에 두번씩 체험학습도 한다.오는 19,20일에는 회원들이 새만금 간척지를 방문,지난 6월에 토론한 주제인 ‘인간이 어떻게 환경에 적응하는가’를 놓고 생각을 나눠볼 계획이다.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으기 위해 ‘공개 독서 강좌’도 마련하고 ‘소식지’도 발행하고 있다. 이 회장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과학도서선정위원으로 활동하던 99년 4월 정부에서 받은 ‘대한민국 과학 기술상’ 상금 1000만원으로 지인들과 함께 책을 구입해 이 모임을 발족시켰다. 30여년 동안 종합일간지 과학전문기자로도 활동했던 이 회장은 “과학 대중화를 위해서는 좋은 과학책을 선정,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빠지지 않고 모임에 참여하는 열성회원인 정광모(73·여) 한국소비자연맹회장은 “회원 가운데 과학분야 전문가가 절반 정도 되고 토론을 할 때마다 저자가 직접 참석,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매우 유익하다.”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씨줄날줄] 유태인과 문학

    올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헝가리의 케르테스 임레는 1944년 15세에 나치의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수용소에 끌려갔다 살아난 유태인이다.숫자가 엄청 과장됐느니 하는 뒷말이 끊이지 않긴 하지만,나치의 유태인 절멸 정책으로 중부 유럽에 살던 950만명의 유태인 중 600만명이 강제수용소에서 죽었다고 한다.케르테스보다 한 해 먼저 루마니아에서 출생했던 미국 작가 엘리 위젤도 케르테스와 같은 해 역시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에 수용된 뒤 생존,1986년 노벨상을 받았다. 위젤은 억압받는 소수 계층을 위한 활동으로 평화상을 받았으나,그의 책을 통해 홀로코스트의 비극과 그 앞에 선 인간의 실존 의미가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신의 숨은 뜻을 묻지 않을 수 없을 성싶게 유난한 역사의 핍박,인간의 상황을 누구보다도 초인간적 스케일로 해석해내는 유별난 정신력의 유태인에게 글이나 문학은 삶의 공구로서 커다란 쓸모가 있었을 것이다.유대교 및 기독교 성서 지은이들의 후예,예수와 마르크스와 프로이트의 동족인 유태인들은 세계 현대문학 형성에 필수적인 요소를 제공했다.귀족적으로 유태 색채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마르셀 프루스트는 반 유태인이었고,프란츠 카프카는 많은 사람들의 짐작대로 유태계다. 2000년 넘게 조국이 없던 유태인들은 1880년대부터 유럽에서 미국 이주를 시작,1939년에 벌써 미국을 유태인 제1 거주지로 만들었다.이스라엘 건국 이후에도 이 위치는 변동이 없었으며,미국 문학에서 유태인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은,미 정치·경제·언론·쇼 비즈니스계에서의 유태인 영향력에 뒤지지 않는다. 아이작 싱어와 솔 벨로는 이미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유태인 중산층 이야기지만 비 유태계인 존 업다이크의 ‘래비트’와 미국 중산층의 전형을 다투는 ‘주커먼’ 연작의 필립 로스는 올해도 역시 노벨상 후보 리스트의 선두에 올랐었다. 미국에서 한 세대 가까이 가장 신비로운 작가로 남아있는 J.D.샐리저,반대로 브로드웨이 성공 극작가의 대명사인 닐 사이먼도 유태계다.안정된 삶의 바탕이 취약한 유태인들은 문학의 혈맥 중의 하나인 풍속에서는 다른 민족에게 뒤질지 모르지만 이야깃거리를 관념으로 입체화하는 능력은 체질적으로 탁월할 것이다.무엇보다 그들은 기억해야만 할 것들이 많은 민족이다. 김재영 논설위원 kjyk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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