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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픈 상황서 웃음 나온다면?…치매 의심하세요 (英 연구)

    슬픈 상황서 웃음 나온다면?…치매 의심하세요 (英 연구)

    만약 비극적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등 이상현상이 발생하면 치매가 찾아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유머감각의 이상이 치매의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관련 학회지(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노인들에게 많이 앓는 치매는 지능이나 기억 등 정신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치매는 갑자기 나타나기 보다는 시간과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특징. 이번 연구는 치매 중 하나인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환자 48명의 가족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주로 인격 변화와 언어 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환자가 치매를 진단받기 전의 이상행동을 물어본 것. 그 결과 이들 치매 환자의 경우 자연재해 뉴스를 보다가 심지어 부인이 다친 것을 보고 웃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도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는 풍자적인 코미디보다 '미스터빈' 같은 슬랩스틱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카밀라 클라크 박사는 "조사대상 중에는 치매를 진단받기 9년 전 부터 그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있었다" 면서 "대부분 환자들은 부적절한 상황에서 웃는 '어둠의 유머'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주위에 유머감각의 변화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면 치매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슬픈 상황서 웃음이 나온다면?…치매 가능성 (英 연구)

    슬픈 상황서 웃음이 나온다면?…치매 가능성 (英 연구)

    만약 비극적인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등 이상현상이 발생하면 치매가 찾아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최근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유머감각의 이상이 치매의 징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관련 학회지(Alzheimer's Disease)에 발표했다. 노인들에게 많이 앓는 치매는 지능이나 기억 등 정신적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치매는 갑자기 나타나기 보다는 시간과 함께 서서히 드러나는 것이 특징. 이번 연구는 치매 중 하나인 전두측두엽 치매(frontotemporal dementia) 환자 48명의 가족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주로 인격 변화와 언어 기능의 저하가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를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가족과 친구들에게 이 환자가 치매를 진단받기 전의 이상행동을 물어본 것. 그 결과 이들 치매 환자의 경우 자연재해 뉴스를 보다가 심지어 부인이 다친 것을 보고 웃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코미디 프로그램도 전두측두엽 치매 환자는 풍자적인 코미디보다 '미스터빈' 같은 슬랩스틱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를 이끈 카밀라 클라크 박사는 "조사대상 중에는 치매를 진단받기 9년 전 부터 그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있었다" 면서 "대부분 환자들은 부적절한 상황에서 웃는 '어둠의 유머'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주위에 유머감각의 변화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다면 치매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러시아機 십자군 220명 죽였다” IS, 추락 직후 자축 영상 공개해

    “러시아機 십자군 220명 죽였다” IS, 추락 직후 자축 영상 공개해

    지난달 31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러시아 여객기 추락의 배후를 자처해 온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추락 직후 자찬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고 영국 인디펜던트가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리아 북부 지역으로, 정부군과 반군 및 IS가 분점한 알레포의 IS 지부 선전부는 지난 6일 웹 자료 저장 사이트인 인터넷 아카이브(archive.org)에 ‘러시아인 살해로 영혼을 치유하다’라는 제목의 7분짜리 아랍어 동영상을 올렸다. 동영상은 폭격당한 알레포 전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간 유대 관계를 보여주는 사진, 러시아의 시리아 공습 목격자 증언 등으로 구성됐다고 영국 매체들은 전했다. 영상에는 “신의 의지와 시나이에서 활동하는 우리 형제, 전사들의 노고 덕분에 러시아 비행기를 떨어뜨려 비행기 안에 탄 십자군 220명을 모두 죽였다”는 내용의 영국식 영어 더빙이 덧씌워졌다. 이와 관련해 영국 대중지 데일리익스프레스는 “여객기 추락 직후 IS 조직 간 교신이 영국 런던 및 버밍엄 억양”이라고 보도했다. 추락 원인이 테러라는 점이 기정사실로 되며 미국 의회에선 시리아에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 화력을 재배치하며 작전 확대를 꾀했다. 군사 컨설팅 업체인 IHS제인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북쪽 하마와 홈스 지역에 공격용 헬기와 122㎜ 야포를 재배치했다. 한편 프랑스 풍자 잡지 샤를리 에브도가 추락 여객기 잔해 옆에 선글라스 해골을 배치한 그림과 함께 ‘러시아 저가 항공의 위험’이라는 표현을 쓴 만평을 게재해 러시아를 분노케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음식에 대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 명화로 엿보다

    음식에 대한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망 명화로 엿보다

    풍미갤러리/문국진·이주헌 지음/이야기가있는집/360쪽/1만 8500원 음식과 관련된 이슈가 넘쳐나고, 유명 셰프들이 텔레비전의 예능 프로에 등장해 퍼포먼스에 가까운 요리를 선보인다. 사람들은 맛집을 찾아 팔도유람을 떠나고, 한 끼의 식사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연다. 요즘 대한민국은 음식과 요리, 셰프의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음식에 대한 갈망은 비단 현대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걸작 명화들에서는 음식을 주제로 세태를 풍자하고, 신화 속에선 인간의 욕망을 음식을 통해 드러내기도 한다. ‘풍미 갤러리’는 인간의 욕망과 직결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명화를 통해 풀어낸다. 미술평론가와 법의학자의 공저라는 점이 독특하다. 저자들은 단순히 맛이라는 표현보다는 분위기와 성향, 감정, 심성까지를 아우르는 풍미라는 말로 명화 속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들을 끌어냈다. 미술평론가는 예술사적 시각으로 표현되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법의학자는 과학적 시각으로 숨겨진 욕망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음식은 소통의 수단 이전에 가장 원초적인 욕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음식물 정물화나 음식을 먹는 사람들을 담은 그림을 감상하는 것 자체가 인간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페테르 아르트센이 그린 ‘푸줏간’에는 돼지족발, 소시지, 곱창, 소머리, 가금류, 생선 등이 걸려 있다. 이들 먹거리는 풍성함보다는 동물들을 통해 존재의 사멸, 즉 죽음을 드러낸다. 장프랑수아 드 트루아가 그린 ‘굴 점심식사’나 빈첸초 캄피가 그린 ‘리코타 치즈를 먹는 사람들’은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사례로 등장한다. 야코프 요르단스의 ‘사티로스와 농부’, 브뢰헬의 ‘게으름뱅이의 천국’ 등은 음식을 주제로 인간의 이중적인 모순과 사회를 풍자한 작품이다. 책은 이 밖에 음주의 역사와 문화, 카니발리즘, 음식에 담긴 문화인류학적 배경 등을 명화를 통해 설명한다. 함혜리 선임기자 겸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기고] 영화 ‘돌연변이’ 유감/이형기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영화 ‘돌연변이’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제약회사의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후 약물의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돼 가는 한 청년이 겪는 사건을 통해 이 사회의 병폐를 풍자적으로 묘사한 감독의 착상이 기발하다. 풍부한 상상력에는 점수를 줄 만하지만, 플롯을 지탱하는 생물학적 동등성(생동성)시험과 제약회사를 둘러싼 음모의 디테일은 기본적인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영화에 삽입된 듯하다. 줄거리의 개연성이 떨어지니 재미는 있을지 몰라도 감동이 반감된다. 신약을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준다는 말에 제약회사의 주사제 생동성시험에 참여한 박구(이광수)는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다. 그러나 주사제는 생동성시험을 하지 않는다. 생동성시험에서는 약물의 흡수를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데, 주사제는 흡수 과정 없이 바로 체내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사실이 틀렸다. 사실관계의 오류는 또 있다. 영화 속 뉴스 캐스터는 “신약의 부작용을 실험하는 회사의 한 생동성시험에 참가한 한 젊은이”로 생선 인간을 묘사한다. 하지만 신약의 부작용 실험과 생동성시험은 번지수가 전혀 다르다. 생동성시험은 부작용을 알 수 없는 신약이 아니라 특허가 만료된 신약의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약의 특허가 만료되면 신약 성분과 같은 제네릭 의약품을 만들 수 있는데, 생동성시험을 통과해 동등성을 인정받아야 판매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생동성시험을 마치 제약회사의 후미진 실험실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묘사한 부분이다. 영화에 보면 실험기구를 세척하거나 오물을 버리는 개수대 옆에 생선 인간이 누워 있는 침상이 나온다.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생동성시험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지정받은 병원이 아니면 절대로 할 수 없다. 영화 속 제약회사처럼 비위생적인 실험실은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 이처럼 영화의 개연성이 떨어지게 된 데에는 흔히 ‘생동성 알바’, 즉 마치 제약회사가 생동성시험에 참가하는 자원자를 돈으로 매수하는 것처럼 여기는 왜곡된 인식이 한몫했다. 영화적 상상과 달리 생동성시험 참가자에 대한 금전 보상은 결코 장기 매매와 같은 종류일 수 없다. 생동성시험 참가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불편함과 시간 사용에 대한 보상일 뿐이다. 실제로 식약처는 생동성시험 참가자의 예비 명단을 사전에 일일이 검토해 아르바이트처럼 참가하는 사람들을 추려 낸다. 그뿐만 아니라 생동성시험이 시행되는 병원 현장에 나와 매 단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확인해 윤리적이고 안전한 시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제네릭 의약품은 신약보다 저렴하다. 양질의 제네릭 의약품이 뒷받침돼야 건강보험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다. 생동성시험은 제네릭 의약품을 허가받으려면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화 ‘돌연변이’를 재미있게 보는 것은 괜찮지만, 그렇다고 생동성시험에 마치 무슨 음모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면 곤란하다. 목욕물 버린다면서 아이를 함께 버릴 수는 없으니까.
  • 연애·결혼·직장… 금요일 밤 폭소 책임질 공감 코미디

    연애·결혼·직장… 금요일 밤 폭소 책임질 공감 코미디

    한 주의 피로감이 절정에 달한 금요일 밤을 책임질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이 찾아온다. tvN은 30일 밤 11시 30분 신규 예능 프로그램 ‘콩트 앤 더 시티’를 선보인다. 연애, 결혼, 사회생활 등 20세 이상 남녀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소재로 꾸려나가는 도시 공감 코미디를 지향한다. 정치 풍자, 19금 성인 코드 등을 담으며 큰 인기를 모은 ‘SNL’보다 보편적인 소재를 다루며 폭넓은 층의 시청자들이 공감할 이야기들을 일상에 담는다는 게 제작진의 의도다. 프로그램은 도시인들의 행동 양식을 공감코드로 담아낸 ‘도시생태보고서’, 인간관계에서 틀어지는 원인을 과학수사로 풀어낸 ‘BSI:서울’, 독특한 주제의 가상 전시회로 코믹함을 살린 ‘전시회는 살아있다’, 현대인들의 미스터리한 경험을 살린 ‘파라노말X’, 부성애를 스릴감 있게 그려낸 ‘테이큰’ 등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콩트 앤 더 시티‘에는 배우 하연수, 김혜성, 이재용, 개그맨 장동민, 김지민, 장도연이 고정 출연하며 매회 화려한 게스트들이 출연한다. 하연수는 “아직 데뷔 3년차로 보여드릴 것이 많다. 어디까지 망가질 수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면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 프로그램에는 유성모 PD를 비롯한 SNL 1세대 제작진이 대거 참여했다. 유 PD는 “연애와 직장 생활, 가족애 등 성인이라면 누구나 폭소를 터트릴 만한 친근한 소재를 다루는 생활 밀착형 콘텐츠가 될 것”이라면서 “일상 속 깨알 풍자와 재미 요소가 가득한 현대인들의 모습과 공감대를 담아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과테말라 ‘40대 신인’ 돌풍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 당선

    정치 경험이 전혀 없는 코미디언 출신이 중미 과테말라 대통령에 당선됐다. 25일(현지시간) 대선 결선투표에서 중도 성향 국민통합전선(FCN)의 지미 모랄레스(46) 후보가 68%를 얻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모랄레스는 “부패와 싸우라는 국민의 명령을 받아들이겠다”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알바로 콜롬 전 대통령의 퍼스트레이디로 관심을 끌었던 산드라 토레스(60) 후보는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대선은 전임 오토 페레스 몰리나 대통령이 부정부패 의혹으로 지난달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실시됐다. 유엔 조사단이 현지 검찰과 수사한 결과 공금 횡령 혐의가 포착됐고, 페레스 전 대통령은 수감됐다. TV 코미디언 출신인 모랄레스는 자신을 정치 ‘아웃사이더’로 규정하며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부패도 도둑도 아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반부패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켰다. 정치 풍자쇼 등을 진행하는 등 20년간 코미디언으로 활동한 그에겐 정치 경력이라고는 2011년 믹스코 시장 선거에 출마한 게 전부다. 한편 이날 실시된 아르헨티나 대선에서는 당선자가 나오지 않았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집권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 후보 다니엘 시올리(58)와 야당 공화주의제안(PRO) 소속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가 각각 35%를 얻어 11월 22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좀 다르게 살아도 세상 안 무너져요”

    “좀 다르게 살아도 세상 안 무너져요”

    “‘돌연변이’는 많은 분들의 용기가 필요했던 작품입니다. 제작자도, 배우도, 스태프도 모두 용기를 내 힘을 보탰죠. 각자의 입장에서 늘 하던 대로였다면 나오지 못했을, 돌연변이 같은 영화죠.” 지난 22일 개봉한 영화 ‘돌연변이’는 이색적인 소재의 풍자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 박구는 N포 세대를 상징하는 캐릭터다. 약 먹고 잠만 자면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 신약 실험에 참여했다가 부작용으로 ‘생선 인간’이 된다. 시대의 아이콘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가 하루아침에 종북 세력으로 몰리기도 한다. 우리 사회를 뒤흔드는 생선 인간 소동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병이 돼 버린 청년 실업 문제부터 세대 및 좌우 갈등, 황우석 사태, 촛불 시위, 언론 파업,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재벌에 대한 풍자 등이 양념처럼 버무려진다. ‘영화에서 언급되거나 묘사된 인물, 지명, 회사, 단체 및 그 밖의 일체의 명칭 그리고 사건과 에피소드 등은 모두 허구적으로 창작된 것이며 만일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라는 엔딩 크레디트 문구가 능청스러울 정도다. 독립영화가 아니라 대기업 자본이 들어간 상업영화가 이 같은 내용을 뽑아냈다는 점이 신선하다.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한 권오광(32) 감독은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2012년 학교 도서관에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집단 발명’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주변에선 모두 토익책을 보고 있는데 자신만 그림책을 펼쳐 놓은 상황이 묘했다. 우스꽝스럽고 슬퍼 보이기도 하는 생선 인간을 던져 놓고 우리 사회에 일어났던 돌연변이 같은 사건들을 소재로 짓궂은 농담을 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있는데 우리는 획일적인 방식만 강요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박구는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정해진 대로 살다가 돌연변이가 되죠. 다르게 살아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데 우리는 겁이 많은 것은 아닐까요. 용기를 내 보자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작은 용기가 모이면 결국 우리 사회도 변하지 않을까요.” 이광수를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 영화 내내 특수분장을 한 채 민낯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지만 이광수는 몸짓과 목소리만으로 생선 인간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광수씨라면 얼굴 표정으로 할 수 없는 부분들을 목소리나 제스처로 해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시나리오를 보냈는데 흔쾌히 하겠다고 해서 더 당황했어요. 배우로서 고민이 될 만한 작업인데, 지금 아니면 언제 해 보겠냐더라구요.” 올해 2월 촬영을 마무리한 뒤 개봉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개봉 시기가 늦어질수록 다시 편집하고 고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영화는 완성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멈추는 거라는 말이 떠올랐다고. 그래도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는 권 감독은 다음번엔 더 대중적인 성인 오락물을 해 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좀 더 독하게 하지 그랬냐, 풍자 부분을 좀 걷어내지 그랬냐 등 주변 반응은 반반이에요. 관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해요. 영화의 답은 관객들만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답을 통해 자양분을 얻어서 다음 작품을 해야죠.”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데스크 시각] ‘싸움꾼’ 블라터의 운명/조현석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싸움꾼’ 블라터의 운명/조현석 체육부장

    이문열의 중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지방 소도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급장이자 대장 노릇을 하며 친구들에게 각종 횡포를 부리는 엄석대라는 인물을 풍자적으로 그렸다. 엄석대의 힘에 굴복해 아이들은 도시락 반찬을 바치거나 대리 시험까지 쳐 준다. 엄석대는 급장 선거에서 아이들을 협박해 만장일치에 가까운 표를 얻는다. 서울에서 전학을 온 한병태는 엄석대에게 저항을 해 보지만 그의 달콤한 유혹에 편승하기도 한다. 결국에는 새로운 담임교사가 오면서 아이들이 엄석대의 부당 행위를 하나둘씩 폭로한다. 소설 속 엄석대의 횡포와 붕괴를 보면서 지난 17년간 국제축구연맹(FIFA)의 수장 자리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온 제프 블라터 회장이 떠올랐다. 블라터는 유엔 가입국(193개국)보다 많은 209개 회원국을 가진 FIFA를 사유화해 월드컵 개최지와 중계권, 후원업체 선정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액수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임기 내내 각종 부패 스캔들에 시달렸지만, 오히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각종 이유를 달아 축구계에서 내몰았다. 반면 자신의 편에 선 일부 회원국 축구협회에는 축구 발전 보조금을 나눠 주며 지지 세력을 확장해 5연임에 성공했다. 세금이나 감사 없이 수조원의 예산을 주무르며 한 나라 대통령 못지않은 명예와 권한을 휘둘렀다. FIFA 스스로 선임한 미국 변호사 마이클 가르시아 조사관이 18개월에 걸친 조사 끝에 지난해 9월 2018·2022년 월드컵 개최권을 둘러싼 각국의 유치 과정을 파헤친 보고서를 냈지만 그조차도 ‘무혐의 결론’을 내리며 축소했다. 그러나 블라터는 지난 5월 미국 사법기관이 FIFA 고위 간부 7명을 부정부패 혐의로 체포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부패 몸통’으로 지목된 블라터는 마지못해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 때까지만 회장직을 수행하겠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최근 FIFA 윤리위원회를 동원해 차기 회장 물망에 오른 ‘반(反)블라터’ 후보들에게 칼을 휘두르며 역공에 나섰다. 특히 블라터와 FIFA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해 온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에게 자격정지 6년이라는 보복성 중징계를 내렸다. 정 명예회장이 2018·2022년 월드컵 한국 유치 활동하던 2011년에 국제축구기금 조성을 하겠다는 서한을 FIFA 집행위원에게 발송한 것을 문제 삼았다. FIFA 윤리위원회가 블라터와 미셸 플라티니에게 내린 90일 징계와 비교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준이다. 블라터는 중계권을 헐값에 넘기고, 플라티니에게 대가성으로 의심되는 200만 스위스 프랑(약 24억원)을 건넨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축구계에서는 블라터가 자신에 대해서는 90일 자격정지라는 비교적 가벼운 징계를 통해 당국의 수사와 비난의 화살을 잠시 피하면서 정 명예회장 등 정적들의 출마를 저지하겠다는 분석이다. 이후에는 자신이 내세운 인물을 옹립해 내년 2월 이후에도 수렴청정(垂簾聽政)하겠다는 의도다. 배임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블라터는 12일 스위스 주간지 슈바이츠 암 존타크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싸움꾼이다. 사람들이 나를 파멸시켜도 내가 평생 이룬 업적을 망가뜨릴 순 없다”고 주장했다. 엄석대는 마지막까지 아이들을 협박하며 자신의 지위를 되찾으려 했지만 아이들의 싸늘한 시선을 뒤로한 채 결국에는 쓸쓸히 학교를 떠났다. 전 세계 축구팬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블라터의 향후 운명이 자못 궁금하다. hyun68@seoul.co.kr
  •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사물인터넷, 아직은 딱히…

    [김지연의 직장인을 위한 서바이벌 IT] (2)사물인터넷, 아직은 딱히…

    요즘은 어디를 가나 사물인터넷이 화제다. IT는 물론이고 유통, 제조, 농업, 에너지와 같은 비 IT 업종까지 관심을 갖는 약방의 감초가 되었다. 정부도 2020년까지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을 30조원 규모로 키우고 3만 명의 고용을 창출한다는 내용의 ‘사물인터넷 기본계획안’을 만들었다. 올해 미국과 독일에서 개최된 국제가전박람회 CES와 IFA에서는 스마트폰을 대신해 스마트홈, 웨어러블, 스마트카, 스마트워치가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빅 트렌드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1999년 처음 소개된 이후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은 2015년 월드 비즈니스 포럼에서 사물인터넷이 닷컴 위기 때와 같은 거품 단계(bubble phase)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IBM의 IoT 부문 부사장인 폴 브로디는 한 술 더 떠 “IoT 시장은 전형적인 거품단계이며 기기에 축적된 데이터의 대부분은 쓸모없는 것들”이라고 말한다. 아직 거품을 논하기는 이르지만 양쪽의 의견을 종합하여 균형 잡힌 시각을 갖는 것은 의미가 있겠다. 새로운 기술에 지나친 환상을 갖는 것도 문제지만 패러다임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큰 낭패이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매년 사람들이 어떤 기술에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을 발표한다. 이 그래프는 이슈가 되는 기술들을 5단계로 분류하여 현재의 위상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학계와 언론의 관심을 받는 발생기(Innovation Trigger)를 지나 기대가 최고도에 달하는 거품기(Peak of Inflated Expectation)에 이른다. 다음은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환멸기(Through of Disillusionment)를 거치면서 거품이 빠지고 다들 떠나간다. 그 뒤 기술을 업그레이드 하면서 살아남은 자들이 재조명을 받는 각성기(Slope of Enlightenment)가 오고 마침내 성장기(Plateau of Productivity)에 도달하여 시장의 주류로 자리를 잡는다는 기술의 긴 여정이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이 세상에 나와 사업에 성공하기까지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 지금도 무인자동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지만, 우리의 아이들을 태우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사업의 진입 시기를 잘못 선택하면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물인터넷은 2013년 거품기에 접어들어 작년과 올해 정점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길고 어두운 환멸기의 터널을 지나면서 버블이 꺼지는 조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캐즘 마케팅(Crossing the Chasm)의 저자 제프리 무어도 혁신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하이테크 제품이 얼리어댑터에게 환영을 받는 초기시장에서 대중에게 확산되는 주류시장으로 넘어가려면 캐즘(Chasm· 바위나 얼음 속의 깊은 틈)이라는 계곡을 건너야 한다. 수많은 첨단 기술과 제품들이 이곳을 넘지 못하고 사라졌다. 사물인터넷은 그 죽음이 계곡을 무사히 건널 수 있을까?  최근 월스리트저널은 사물인터넷류의 스마트기기 난립을 꼬집고 나섰다. 대략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어떤 제품이나 스타트업에 거품이 끼어 있는지 알려면 마케팅 자료에 ‘세계 최초의 스마트’라는 문구가 있는지만 찾으면 된다. 세계 최초의 스마트 양말, 세계 최초의 스마트 칫솔, 컵, 포크, 프라이팬, 방귀 감지기…. 코미디의 풍자 대상이 됐을 정도다.” 다 맞는 말은 아니겠지만, 사물인터넷의 유행에 휩쓸려 소비자를 간과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게 하는 지적이다. 지나치게 기술 주도적(technology push)이고 공급자 위주의 접근은 과거 환멸기를 지나지 못하고 사라진 기술들의 선례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한때 IT 업계에 회자하던 유비쿼터스, 사물통신 등이 사물인터넷이란 마케팅 용어로 재탕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이어 제3차 IT 혁명으로까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사물인터넷인데 정작 소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필요성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반 LED 전구는 5000~6000원이면 살 수 있는데 휴대전화로 켜고 끄는 스마트전구는 6만~7만 원으로 10배가 넘는다면 선뜻 지갑을 열겠는가? 계란이나 우유가 떨어지면 자동으로 주문을 해주는 스마트한 냉장고가 나왔다고 해서 10년은 더 쓸 수 있는 냉장고를 버리고 새로 구매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미국 컨설팅 업체 Endeavor Partners의 Wearables 보고서를 보면 소비자들이 핏비트(Fitbit), 조본(jawbone)과 같은 스마트 밴드를 사용하는 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다. 6개월이 지나면 30%가 사용을 중단하고 1년 이상을 사용하는 경우도 50%가 되지 않는다. 단순히 맥박 수나 운동량을 알려주는 것으로는 계속 사용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스마트 밴드를 두고 왔다고 다지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런데 시장은 꽃도 피우기 전에 벌써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중국의 샤오미 제품 중에 활동량과 숙면 시간을 알려주는 미밴드(Mi Band)는 1만 8000원이다. 어떻게 이보다 싸면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겠는가? 기존의 IT 기업들도 사물인터넷을 차세대 먹을거리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사물인터넷이 캐즘을 넘어 대중들의 환영을 받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히 답하기는 어려운 문제지만 우선 호환성을 위한 표준(Standard)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보안(Security) 그리고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Value)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다음 회에서 함께 생각을 나누어 보자.  삼성전자 자문역 jyk9088@gmail.com
  • 예술마을 헤이리 4개 갤러리 공동 기획 ‘중견작가 집중조명전’ 열려

    예술마을 헤이리 4개 갤러리 공동 기획 ‘중견작가 집중조명전’ 열려

    파주 예술마을 헤이리의 4개 갤러리가 공동 기획한 ‘중견작가 집중조명’전이 8일 개막되어 11월 1일까지 약 3주간에 걸쳐 열린다. 4개 갤러리가 작가 1명씩 초대하는 형식의 이번 연합전은 왜곡된 한국 미술시장에서 거장과 신진들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중견작가들에게 새로운 활로를 주기 위해 기획된 것이다. 중견작가들은 각자 확립된 조형관으로 개성 있는 작업을 하고 있으나, 미술시장에선 찬밥 먹기 십상이다. 미술시장의 고객들은 투자 수단으로 거장들의 작품을 구입하거나, 신진들의 작품을 싼 맛에 구입하지만, 중견들의 작품엔 눈길조차 주지 않기 때문이다. 논밭갤러리는 정주영의 산(山) 그림 연작을 전시한다. 정 작가는 서울과 주변의 산을 담은 일련의 풍경을 그려오고 있다. 산의 전체가 아닌 한 부분 속의 바위와 초목을 거칠게 쓸어내리는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실경(實景)을 새로운 창으로 보여 보여준다. 아트팩토리에서는 박수만의 인체를 독특하게 변형시킨 작품들을 선보인다. 박 작가는 현대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갈망하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는 사회 시스템의 굴레에 얽매여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면서, 인간 본연의 얼굴을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리앤박 갤러리는 나진숙 작가를 초대하였다. 그의 작품들은 채색한 패널 위에 레진(resin)을 반복적으로 쌓아올려 만든 계단식 결을 통해 조각과 평면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작가는 자연의 이미지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다시 해체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리오갤러리는 박동삼 작가를 초대해 투명 테이프와 레진을 재료로 작업한 입체 조형물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독특한 물성을 지닌 이들 조형작품은 사물 고유의 물질이나 기능적 특성을 뛰어넘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감각과 이미지로 다가온다. 이경형 기자 khlee@seoul.co.kr
  • [이슈&논쟁]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이슈&논쟁]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서울신문의 전신인 ‘대한매일신보’의 2대 주필 단재 신채호는 그의 저서 ‘조선상고사’ 서문에서 ‘역사란 무엇이뇨. 인류사회의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 시간부터 발전하며, 공간부터 확대하는 심적 활동 상태의 기록’이라고 했다. 또 영국의 외교관이자 정치학자였던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2015년 가을, 한국의 교육계와 역사학계, 정계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교과서 검인정제 유지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국정화가 다양성을 해치고, 정권이 원하는 사실만 역사적 사실로 학생들에게 주입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한다. 반면 국정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현행 검인정제의 여러 교과서가 같은 사실을 다르게 설명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많은 혼란을 준다”고 비판한다. 이런 입장 차는 양측이 생각하는 ‘아’와 ‘비아’, 끊임없는 대화를 나눠야 할 ‘과거’와 ‘현재’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란 속에 정작 현장에서 교과서를 들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뒷전으로 밀려난 모양새다. 교사들의 단체인 좋은교사운동은 “직접 아이들을 가르칠 교사들이 교육과정 논의에 소외의식을 많이 느끼는 것은 교육과정의 정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贊] 수요자 중심 역사교육 위해 필요 서유석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작년 서울교대에서 개최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당시 8종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통일, 북한 파트를 분석한 논문을 작성하고 있는 중이었기 때문에 나름 관심을 갖고 방청석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았다. 사실 필자는 8종 한국사 교과서에서 통일, 북한 파트를 어떻게 기술하고 있으며 그 문제점은 무엇인가에 집중했지 국정화 문제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당시 필자도 교과서의 국정화에 그다지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전 세계적 흐름에 역행하는 발상이라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교 8종 한국사 교과서의 근현대사 부분을 분석하면서 필자의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일어났다. 교과서에서 기술하고 있는 내용의 편향에 경악을 금치 못했으며, 검인정 제도하에서 출간된 8종 교과서의 문제점을 방치해 온 교육부와 역사학계의 무책임함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때문에 최근 국정화 논의에서 역사학계 일부 전문가들이 보여주고 있는, 집단 반대 의사 표명의 적극적 움직임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국정화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을 들어보면 그 근거나 논리가 매우 빈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정화 논란은 내용과 형식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국정화는 형식이고 교과서의 콘텐츠는 내용이다. 국정화 자체가 역사의 내용일 수는 없다. 국정화 논의에서 의아스러운 것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해당 정권의 입장이 반영된 교과서가 발행될 것’이라는 우려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도 여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역사가 씌여질 것이라는 판단이 앞서게 되는 것일까? 그 자체가 아직 우리나라에서 역사, 특히 근현대사 부분에 대한 해석의 최소 교집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이것은 그간 역사학계에서 올바른 역사관 정립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해 왔다는 반증이 아닐까? 여기서 말하는 ‘최소한의 교집합’이란 다양한 역사적 해석을 아우르는 하나의 해석이 횡행하는 도그마를 의미하지 않는다. 역사에는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인 ‘팩트’에 대한 최소한의 합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닐까? 특히 교과서에서는 말이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를 주장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첫째,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과거 유신 시기의 국정 국사 교과서와 닮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두 번째, 민주화 이후 역사 해석의 다양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과거 회귀를 한국사회가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국정화는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을 키우고 역사인식의 편향성을 심화시킬 것이란 논리다. 앞서 언급했듯이 국정화는 형식이고 교과서에 담긴 콘텐츠가 내용이다. 국정화라는 형식이 과거 유신체제에서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새롭게 쓰여질 교과서의 내용 역시 독재가 미화되고 반공 일색의 내용으로 도배될 것이란 주장은 말 그대로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수많은 매체와 인터넷 등에서 최고 권력자를 향한 비판과 풍자를 쏟아내는 현실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임은 조금만 냉정하게 생각한다면 쉽게 다다를 수 있는 결론이다. 또한, 교과서가 많다고 역사 해석이 다양해진다는 주장 역시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1개교당 1종류의 교과서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는 현행 체제하에서 8종의 교과서를 보급한다고 해서 1명의 학생에게 8개의 해석과 관점을 전달하고 교육할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집필진들에 의해 선택된 학습내용과 관점만을 학생에게 전달하고 있는 검정 체제보다는 다양한 학설이 반영·소개되어 있는 단일한 교과서를 보급하는 것이 다양성을 함양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국정화로 인해 학생이나 학부모의 부담이 커진다는 논리가 가능할까? 차라리 국정화가 수요자의 입장에서 비용을 절감해 주지만 반대로 일반화된 역사인식이 주입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서 해결방안을 고민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여기서 분명하게 선을 그어야 할 것은 한국사 교과서는 역사 관련 학술논문집이 아니란 사실이다. 루이스 개디스가 지적한 ‘역사가는 역사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하는 고민은 학계의 몫이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계에서 합의된 최소한의 교집합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도 양이 만만치 않다. 이제는 이 문제를 역사교육의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의 입장에서 곰곰이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이다. [反] 정권 따라 수정 가능 ‘사유화’일 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교육홍보실장 현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애초부터 그 동기가 불순하다. 검인정이냐 국정화냐 하는 교과제도 자체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역사 인식을 공교육의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교육적 입장과는 무관한, 특정 정당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의 본질이다. 2008년 3월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대안교과서 한국현대사’를 발간하면서 역사에 대한 쿠데타가 시작됐다. 이 교과서는 일제강점기 시기에 근대화의 기반이 마련됐고,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의 초석을 마련했다거나 근대화 혁명의 주인공이라는 등 황당한 내용이었기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같은 해 5월 박근혜 의원은 뉴라이트 대안교과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역사적 쾌거’라며 축하 발언까지 아끼지 않았다. 뒤이어 정부 각 부처와 한나라당,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와 수구 언론들은 일제히 검정교과서가 좌편향이라면서 공격의 포문을 열었고,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적극 옹호했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채택해서 가르치고 있던 금성교과서는 좌경교과서로 몰리면서 불벼락을 맞았다. 이뿐 아니었다. 약속이나 한 듯이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세종로에 건립하자는 요구가 터져 나오고, 독재자 이승만이나 항일독립군 ‘토벌’을 임무로 했던 간도특설대 출신 백선엽을 찬양하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됐다. 특히 교과부는 2011년 일선 학교에 4·19를 ‘데모’로 폄훼하고, 역대 독재정권을 미화한 현대사 영상물 ‘기적의 역사’를 배포했다. 이어 학계의 의견 수렴조차 없이 제멋대로 교과서 집필기준까지 바꿨다. 박근혜 정권 첫해인 2013년 8월 새로운 집필 기준안에 따라 교과서 검정심의가 이루어졌다. 이때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 집필한 교학사 검정 교과서가 통과됐다. 1500군데 이상 틀린, 즉 교과서 한 쪽당 5개 이상 틀린 내용을 담은 엉터리 책자가 검정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라면 단 하나, 현 정권의 이익을 대변한 것 때문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교학사 필자를 불러 역사 강좌를 열면서 좌파와의 역사전쟁을 선포했다. 박근혜 정권은 엉터리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교육부에 책임을 묻는 대신 교학사 교과서 지키기와 보급에 앞장섰다. 그러나 단 한 학교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함으로써 교학사 검정본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춘 엉터리 교과서가 검정제도에서 퇴출되자 뒤이어 나온 것이 바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이다. 도종환 의원이 공개한 올해 6월 2일자 교육부 공문을 보면, 지난해 2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교과용 도서 발행체제의 개선 방향에 대한 지침을 내렸다. 교과서 국정화의 최고 관심자는 박 대통령 자신인 것이다. 그런데 국정교과서 제도를 도입해 시행했던 이는 바로 박 대통령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당시 학생들은 국정교과서를 통해 유신독재를 찬양·미화하는 내용을 배우고 생각마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통제됐고, 학교교육은 붕괴됐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정교과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공교육의 현장에서 국정화는 사고·사상의 획일화를 강요하고 무엇보다 특정 정권의 입맛에 따라 정치도구로 악용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북한이나 베트남 같은 국가를 제외하면 세계 모든 나라가 검인정이거나 자유발행제를 채택하고 있다. 전국 중·고교 사회과 교원 2만 4195명 가운데 응답자 1만 543명 중 77.7%인 총 8188명이 국정화에 ‘반대’한다고 이미 답했다. 그런데도 현 정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편협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여론마저 무시하고 힘으로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들에게서 어떻게 공정한 내용의 국정교과서를 보장받겠는가. 현 정권이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것은 역사적 정통성을 결여한 특정 세력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국정교과서를 통해 젊은 세대 곧 미래 세대의 유권자를 자신의 정치적 지지 기반으로 확보하기 위한 음모가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과서의 국정화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고쳐질 수밖에 없기에 교과서 국정화는 교과서 사유화에 다름 아니다.
  •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캠프 그리브스의 실내 체육관은 숙연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7~24일)의 개막식은 DMZ 남방 민간통제선 안에 있는 미군 철수 기지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저녁 개봉된 개막작은 ‘나는 선무다’였다. ‘선무’(線無)는 얼굴 모습 없이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주인공 탈북 화가의 예명으로 ‘경계선이 없다’는 뜻이다. 선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남북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그리는 등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선무는 인민군 복무 중 북한 체제 선전물을 주로 그렸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한 그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와서 다시 그림을 배웠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나, 개관 당일 북측의 항의를 받은 중국 공안에 의해 봉쇄됐다. 이번 개막작은 바로 베이징 전시회를 열기까지 4주간에 걸쳐 그가 부딪쳤던 현실을 미국 영화감독 애덤 쇼버그가 담아낸 것이다. 남북 이념 대결의 엄혹한 현실을 절감한 그는 북한 세습체제의 풍자화를 그릴 때는 지금도 누군가 등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환상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2만 8000여명의 새터민들도 북에 두고 온 혈육으로 인해 선무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의 최전방 부대였던 미 2사단 9연대 2대대는 임진강 북안 언덕 위의 캠프 그리브스에 주둔했다. 휴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부터 2004년 8월 이라크의 미군강습사단으로 흡수, 이동되기 전까지 51년간 주둔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부대였다. 1976년 북한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 피살자 후송 및 후속 작전 수행의 전방 기지로 임무를 수행했다. 2년 뒤인 1978년 8월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방침을 밝혔을 때, 가장 먼저 철수할 부대로 철책선에 인접한 이곳의 대대병력 8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광복·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개막작이 던지는 탈북 화가의 고뇌에 찬 메시지는 700여 관객을 뛰어넘어 DMZ를 끼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다큐멘터리 ‘선무’가 주는 감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주둔했던 미군 철수 기지라는 상영 장소와 맞물려 여운이 길었다. 영내 농구시합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미군 병사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 낡은 체육관은 결코 전쟁의 상흔을 반추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DMZ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는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사람들의 평화와 남북 소통을 간구하는 염원이 장내를 메웠다. 남북 간에 새로운 희망의 신호를 기다리는 ‘DMZ 사람들’에게는 DMZ가 더이상 남과 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이 아니다. DMZ의 생태는 이미 남북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덧 70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숲의 생태는 이미 통일을 이룬 탓이다. 다음달 하순에는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도 코앞에 다가왔다.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이산상봉 이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남북 관계를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일로 가려면 먼저 분단의 평화적 관리라는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캠프 그리브스는 주한미군이 2007년 이후 한국 측에 반환한 40여개의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미군 철수 기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의 후방 지원시설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지의 절반은 이미 국군 보병사단 예하 대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절반만이라도 원형을 잘 보존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 현대사의 안보문화유산으로 가꿔 가야 한다. 주필
  • 벌에 쏘이면 가장 아픈 곳? 업적이 된 ‘기발한 상상’

    벌에 쏘이면 가장 아픈 곳? 업적이 된 ‘기발한 상상’

    벌에 쏘였을 때 가장 아픈 부위는 어디일까? 과거 이슬람 최고 지도자는 어떻게 900명 가까운 자녀를 둘 수 있었을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조각은 코피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남녀가 키스를 한 뒤에는 어떤 유전자 분비물이 남을까? 제2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17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열렸다. 기발한 질문들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연구 업적을 내놓은 사람들을 위한 잔치다. 올해 이그노벨 생리 및 곤충학상은 벌에게 쏘였을 때 가장 아픈 신체 부위가 어디인지를 연구한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마이클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벌에게 쏘였을 때 고통스러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몸 25군데에 직접 벌침을 놓았다. 그 결과 콧구멍과 윗입술, 성기 등 세 부분이 가장 아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피어J’에 발표했다. 스미스는 “벌에 쏘이면 모든 부위가 다 아프지만, 사람의 얼굴 피부 다음으로 성기를 둘러싼 피부가 가장 얇아 통증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빈대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오버자우셔 교수와 카를 그라머 교수는 18세기 모로코 알라위 왕조의 술탄(최고 통치자)인 물레이 이스마엘이 888명의 자녀를 두게 된 경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지난해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술탄이 여성들과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잠자리를 가져야 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잠자리 횟수보다는 술탄의 생식 능력이 뛰어나 임신 성공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어 올해 이그노벨 수학상을 거머쥐었다. 언어학자인 마르크 딩게만세 네덜란드 네이메헨대 교수와 동료들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오류를 어떻게 수정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다가 ‘응(Huh)?’이란 단어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흔히 방금 들은 말을 다시 물을 때 무심코 내뱉는 이 단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지역마다 발음에서만 조금씩 차이가 날 뿐 거의 유사하다. 연구팀은 언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누구나 ‘응?’이란 말을 뱉음과 동시에 평균 1분 30초마다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딩게만세 교수 등은 ‘응?’은 짧은 말이지만 자신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결론 내렸다. 딩게만세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2013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는데 전 세계 20만명의 연구자가 읽어 그해 가장 많이 읽힌 과학논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덕에 딩게만세 교수 등은 올해 이그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밖에도 키스를 한 뒤 남은 유전자 분비물을 연구한 사람과 키스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30명에게 키스를 시킨 과학자가 의학상을 수상했다. ‘닭에게 인공 꼬리를 붙이면 과연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공룡처럼 걷게 될 것인가’를 연구해 그렇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자에게는 이그노벨 생물학상이 돌아갔다. 뇌물을 거부한 경찰에게 추가로 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태국 방콕경찰국은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차지했다. 올해 수상자들처럼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지난해에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어린아이들의 코피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조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이 의학상을 수상했다. 밤샘을 잘하는 사람이 규칙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보다 머리는 좋지만, 자아도취가 심하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를 발표한 사람들은 심리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 실제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도 있다.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만드는 데 성공한 공로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와 함께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가임 교수는 노벨상을 타기 10년 전인 2000년에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네덜란드 네이메헨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가임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마이클 베리 교수와 함께 살아 있는 개구리를 자기장으로 공중 부양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가임 교수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노벨위원회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며 “사람을 웃게 해주는 이그노벨상 수상 경력이 부끄럽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그노벨상은 반(反)과학성과 시대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도 강하다. 1999년에는 학생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한 미국 콜로라도주와 캔자스주 교육위원회에 과학교육상을 시상하며 “뉴턴의 중력 이론,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 교육도 금지해 달라”고 비꼬기도 했다. 2013년 시상식에서는 주최 측이 부문별로 10조 달러(약 1경 860조원)의 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했으나, 곧 “기준 화폐는 짐바브웨 달러”라고 밝혀 웃음을 유발한 적도 있다. 짐바브웨 달러는 경제개혁 실패로 연간 2억 3100만%의 물가 상승률 때문에 100조 달러가 발행된 적도 있었다. 2009년 사용이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는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벌에 쏘이면 가장 아픈곳은? ‘기발한 상상’ 업적이 되다

    벌에 쏘이면 가장 아픈곳은? ‘기발한 상상’ 업적이 되다

    벌에 쏘였을 때 가장 아픈 부위는 어디일까? 과거 이슬람 최고 지도자는 어떻게 900명 가까운 자녀를 둘 수 있었을까?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조각은 코피를 멈추게 할 수 있을 것인가? 남녀가 키스를 한 뒤에는 어떤 유전자 분비물이 남을까? 제25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이 17일 오후 6시(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열렸다. 기발한 질문들에 대해 놀랍고 신기한 연구 업적을 내놓은 사람들을 위한 잔치다.   ●1991년 만들어…노벨상 수상자 공개전 발표 올해 이그노벨 생리 및 곤충학상은 벌에게 쏘였을 때 가장 아픈 신체 부위가 어디인지를 연구한 미국 코넬대 물리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마이클 스미스에게 돌아갔다. 그는 벌에게 쏘였을 때 고통스러운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몸 25군데에 직접 벌침을 놓았다. 그 결과 콧구멍과 윗입술, 성기 등 세 부분이 가장 아프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피어J’에 발표했다. 스미스는 “벌에 쏘이면 모든 부위가 다 아프지만, 사람의 얼굴 피부 다음으로 성기를 둘러싼 피부가 가장 얇아 통증을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오스트리아 빈대 인류학자 엘리자베스 오버자우셔 교수와 카를 그라머 교수는 18세기 모로코 알라위 왕조의 술탄(최고 통치자)인 물레이 이스마엘이 888명의 자녀를 두게 된 경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분석해 지난해 ‘플로스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술탄이 여성들과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잠자리를 가져야 했는지를 분석한 결과 잠자리 횟수보다는 술탄의 생식 능력이 뛰어나 임신 성공률이 높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얻어 올해 이그노벨 수학상을 거머쥐었다. 언어학자인 마르크 딩게만세 네덜란드 네이메헨대 교수와 동료들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할 때 자신의 오류를 어떻게 수정하는지에 대해 연구하다가 ‘응(Huh)?’이란 단어가 전 세계에서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음을 밝혀냈다. 흔히 방금 들은 말을 다시 물을 때 무심코 내뱉는 이 단어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아프리카 등 지역마다 발음에서만 조금씩 차이가 날 뿐 거의 유사하다. 연구팀은 언어나 문화적 배경에 상관없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람들은 누구나 ‘응?’이란 말을 뱉음과 동시에 평균 1분 30초마다 질문을 던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딩게만세 교수 등은 ‘응?’은 짧은 말이지만 자신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함으로써 대인 커뮤니케이션에서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결론 내렸다. 딩게만세 교수는 이 연구 결과를 2013년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발표했는데 전 세계 20만명의 연구자가 읽어 그해 가장 많이 읽힌 과학논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 덕에 딩게만세 교수 등은 올해 이그노벨 문학상의 주인공이 됐다. 이 밖에도 키스를 한 뒤 남은 유전자 분비물을 연구한 사람과 키스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30명에게 키스를 시킨 과학자가 의학상을 수상했다. ‘닭에게 인공 꼬리를 붙이면 과연 티라노사우르스와 같은 공룡처럼 걷게 될 것인가’를 연구해 그렇다는 것을 밝혀낸 연구자에게는 이그노벨 생물학상이 돌아갔다. 뇌물을 거부한 경찰에게 추가로 돈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 태국 방콕경찰국은 이그노벨 경제학상을 차지했다.●이젠 창의성이 넘치는 이그노벨상 올해 수상자들처럼 역대 이그노벨상 수상작들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지난해에는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어린아이들의 코피를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 한 조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연구팀이 의학상을 수상했다. 밤샘을 잘하는 사람이 규칙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사람보다 머리는 좋지만, 자아도취가 심하고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다는 연구를 발표한 사람들은 심리학상을 받았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사람이 실제 노벨상을 수상한 경우도 있다. 안드레 가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꿈의 신소재 ‘그래핀’을 만드는 데 성공한 공로로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와 함께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가임 교수는 노벨상을 타기 10년 전인 2000년에 이그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당시 네덜란드 네이메헨대 교수로 재직 중이던 가임 교수는 영국 브리스톨대 마이클 베리 교수와 함께 살아 있는 개구리를 자기장으로 공중 부양시키는 실험에 성공한 공로로 상을 받았다. 가임 교수는 2010년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뒤 노벨위원회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에게는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이 똑같은 가치를 가진다”며 “사람을 웃게 해주는 이그노벨상 수상 경력이 부끄럽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그노벨상은 반(反)과학성과 시대상에 대한 풍자적 성격도 강하다. 1999년에는 학생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치지 못하도록 한 미국 콜로라도주와 캔자스주 교육위원회에 과학교육상을 시상하며 “뉴턴의 중력 이론, 패러데이와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 교육도 금지해 달라”고 비꼬기도 했다. 2013년 시상식에서는 주최 측이 부문별로 10조 달러(약 1경 860조원)의 상금을 주기로 했다고 했으나, 곧 “기준 화폐는 짐바브웨 달러”라고 밝혀 웃음을 유발한 적도 있다. 짐바브웨 달러는 경제개혁 실패로 연간 2억 3100만%의 물가 상승률 때문에 100조 달러가 발행된 적도 있었다. 2009년 사용이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는 우리 돈으로 4000원 정도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독일도 국경 통제 강화… ‘난민 출구’ 또 닫히나

    독일도 국경 통제 강화… ‘난민 출구’ 또 닫히나

    난민 문제 해결을 주도해 온 독일이 13일(현지시간) 국경 검문을 강화했다. 오스트리아와 독일을 연결하는 야간열차도 이날 하룻밤 운행이 중단됐다. 올 들어 독일에 정착한 난민이 45만여명이고 지난 12일 하루에만 1만 3000여명의 난민이 뮌헨에 도착하는 등 유입이 폭증함에 따라 이뤄진 조치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독일은 올해 난민 100만명을 받을 것이라고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가 밝혔다. 지난해의 다섯 곱절 규모다. 독일의 국경 통제는 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난민 할당 관련 유럽연합(EU) 내무장관 회의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토마스 데메지에르 독일 내무장관은 “대량의 난민 유입에 따른 부담은 유럽이 연대해 져야 한다”고 회원국의 각성을 촉구했다고 영국 BBC가 보도했다. 독일 주변국들은 국경 통제에 동참할지 고민 중이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국경 검문을 실시하는 쪽으로 기울었고 가뜩이나 난민 유입에 부정적이던 동유럽 국가들도 독일의 행보를 선례로 삼을 분위기다. 폴란드와 체코 등 독일과 국경을 접한 국가에서는 연일 난민 수용 반대 시위가 벌어지는 중이다. 헝가리 당국이 15일부터 국경을 넘거나 훼손시키는 난민을 추방하거나 구속할 방침이란 소문이 파다해 주말 이틀 동안 이 나라에 1만 139명의 역대 최대 규모 난민이 유입됐다.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가 헝가리를 나치에 비유하며 “난민을 열차에 넣어 보내는 건 유럽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고 하자 헝가리가 오스트리아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는 등 외교적 갈등도 불거졌다. 극우 정당 대표들은 난민 반대 목소리를 키웠으며 유럽이 난민 수용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기폭제가 됐던 세 살배기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의 비극을 흠집 내려는 시도도 잇따랐다.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는 아일란 시신 옆에 ‘언젠가는 먹고 말 테야’라는 표현과 함께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 입간판을 그려 넣은 풍자화를 게재해 비난을 샀다. 샤를리 에브도는 앞서 이슬람 예언자 무함마드를 나체로 묘사, 지난 1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총기 난사 테러를 당한 매체다. 그런가 하면 영국 인디펜던트는 터키 보드룸에서 아일란과 함께 전복된 보트에 탔던 이라크 난민이 “아버지 쿠르디가 시종일관 보트를 몰았다”고 호주 뉴스채널과 한 인터뷰를 인용해 아버지 쿠르디가 밀입국 알선업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아버지 쿠르디는 “보트를 몰던 터키인이 높은 파도에 어려움을 겪더니 보트에서 뛰어내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종간을 잡았다”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병석 경제산책] 노동개혁과 성과보상

    [정병석 경제산책] 노동개혁과 성과보상

    임금과 고용에서 성과에 따른 개인 간의 차이를 인정하느냐의 여부가 노동개혁 논의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성과가 계속 나쁜 근로자는 퇴출할 해고 기준을 마련하자는 문제다. 그러나 개인별 성과급 격차를 거부하는 노조에서는 기왕에 개인별로 지급된 성과급도 회수해 조합원들 간에 똑같이 나누는 것이 더 형평의 원리에 맞는다고 주장한다. 평준화 의식이 만연해 다 같이 못살면 불만이 적지만 누구는 잘살고 누구는 못사는 것은 수용하지 못한다는 사고가 지배하고 있다. 조선의 건국자들이 정부 시스템을 설계할 때 토대로 했던 ‘주례’라는 경전은 성과에 따른 보상, 신상필벌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주례는 주나라의 관직과 직무, 직급, 예법 등을 규정한 책인데 오랫동안 중국과 조선의 정부 조직과 운영의 바탕이 된 중요한 책이다. 국무총리 격인 ‘총재’는 한 해를 마치면 모든 관서에 지시해 수행한 사업에 대한 성과 결산서를 보고받고 그 서류들을 면밀히 검토해 잘한 자는 계속 그 직책을 맡게 하고 부족한 자는 내보내라고 규정하고 있다. 3년마다 모든 관리의 치적을 총결산해 견책할 것은 견책하고 포상할 것은 포상한다. 정부회계 결산에서는 비용 출납을 결산해 재물을 낭비하고 물품 사용에 대해 거짓 서류를 만든 자는 견책하거나 처벌한다. 반면에 재물을 풍족하게 늘린 자와 물품을 절약한 자는 포상한다. 신상필벌 원칙과 함께 관리의 보수도 성과에 따라 가감하고 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의 국립의료원 같은 관서에 근무하는 의사에 대한 성과 기준도 매우 세밀해 의사가 치료한 환자 10사람 중 10사람이 치료됐으면 최고의 보수, 10사람 중 1회 실수가 있으면 두 번째 등급의 보수, 10사람 중 4번 실수가 있으면 가장 낮은 보수를 지급하라는 식이다. 조선에서는 초기에 이런 원리가 통용되다가 당쟁이 심화되면서 이와 같은 합리적 보상과 신상필벌 원칙은 무너지고 정파와 정실이 성과를 압도하는 문화가 지배하게 된 것 같다. 그 결과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을 거두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공정한 인센티브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누군가의 부의 증가는 존경이나 축하의 대상이 아니고 시기의 대상이 될 뿐이었다. 폐쇄적이고 인센티브가 없는 사회, 자신의 노력을 통한 신분상승의 기회가 없는 사회에서는 정해진 파이의 분배에 집착하기 때문에 공평한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고, 이를 둘러싸고 상호 반목하고 갈등을 빚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러시아 유머에 농부 이반이 이웃 농부 보리스를 시기하는데 그것은 보리스가 이반에게 없는 염소를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요정이 나타나 이반에게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이반은 요정에게 보리스의 염소를 죽게 해 달라고 한다. 하향 평준화된 사회주의 체제를 오래 겪으며 형성된 가난한 평등사회에 대한 풍자적 비판이라고 하겠다. 최근 친노조 성향의 프랑스 좌파 집권 여당인 사회당이 고용 유연성을 확대하는 노동법 전면 개정에 나섰다는 보도가 있었다. 프랑스 총리는 사회당 전당대회에서 “기업주와 근로자에게 더 많은 자유를 주어 그들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에 더 많은 고용의 유연성을 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총리 발언의 핵심은 노동법을 간소화해 기업주와 근로자의 자율결정권을 확대하고, 근로계약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프랑스 노동법을 고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도 높은 청년실업률과 늘어나는 비정규직 문제가 정규직을 위주로 한 경직된 노동법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사회를 더 역동적으로 활성화하고 경제를 발전시키려면 개개인이 더 열심히 일하게 하고 잘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고 대우받을 수 있는 법 제도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평준화 선호와 남의 장점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를 바꾸도록 노사정 협의에서 이런 원칙이 합의되기를 기대한다.
  • 헐크도 무거워?...아이패드 프로 ‘괴물급 크기’ 패러디 봇물

    헐크도 무거워?...아이패드 프로 ‘괴물급 크기’ 패러디 봇물

    애플이 새로운 버전의 TV 박스를 포함한 새 제품들을 야심차게 공개한 가운데 거대해진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대한 팬들의 풍자가 SNS에서 줄을 잇고 있다. 가장 핫한 것은 화면 크기가 12.9인치로 커진 '괴물' 아이패드 프로에 대한 반응들. 9.7인치의 '아이패드 에어' 시리즈보다 78% 커졌다. 그래픽 등 보다 정교하고 세밀한 작업을 할 때 쓰는 99달러 '애플 펜슬'도 가격 논란과 함께 조롱의 대상. 아이패드 프로는 2가지 종류가 있고 와이파이만 사용할 경우 가격은 각각 799달러, 949달러이다. 애플 펜슬은 99달러, 스마트 키보드는 169달러로 각각 책정됐다.
  • 오바마, 곰이 먹다 남긴 연어 맛 보더니...

    오바마, 곰이 먹다 남긴 연어 맛 보더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출연하는 TV 프로그램이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뉴스 인터뷰와 시사토크 프로그램은 물론 정치 풍자 코미디쇼, 여성들이 진행하는 한낮의 토크쇼에 출연해 뛰어난 정치적 감각에 이어 ‘예능감’까지 유감 없이 발휘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이제는 리얼리티TV쇼에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미 의회전문지 ‘더 힐’ 등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NBC방송이 공개한 자연 리얼리티쇼인 ‘러닝 와일드 위드 베어 그릴스’ 예고편 영상에서 곰이 먹다 남긴 연어를 맛보는 모습을 선보였다. 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진행자인 ‘생존 전문가’ 베어 그릴스가 알래스카의 이끼 밑에서 곰이 반쯤 먹고 숨겨놓은 연어 반 토막을 찾아 꺼내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그릴스는 연어 조각을 칼로 잘라 불판에 살짝 구운 뒤 건네자 오바마 대통령은 “맛있다. 크래커와 같이 먹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국 특수부대 출신인 그릴스는 자신의 쇼에서 유명인들과 함께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보여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대통령 지난 1일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알래스카를 방문했는데, 때 맞춰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 백악관도 예고편 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렸고, 오바마 대통령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그가 ‘셀카봉’으로 찍은 동영상을 올리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대통령 메시지를 알리는데 주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릴스와 촬영에 대해 “대통령 임기 중 최고의 시간 중 하나였다”며 정장을 입지 않고 점퍼 차림으로 사무실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미 CBS방송과 시사주간지 타임이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취임 이후 지난 7월말까지 최소 11차례 심야 토크쇼에 출연했다. 주로 자신이 심혈을 기울인 정책들을 발표한 전후에 집중적으로 출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고 수요자들이 정책 전문 방송인 C-SPAN을 시청하지 않고 뉴욕타임스를 읽지 않기 때문에 아예 자신이 중산층이 즐겨 보는 심야 토크쇼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책들을 설명하는 방법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영화배우들이 자신이 출연한 영화 개봉을 앞두고 홍보차 여러 프로그램에 나오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임기 중 주요 정책을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예능 프로그램에도 주저하지 않고 출연하는 오바마 대통령. 목소리를 높이며 TV 모니터 앞에서 연설을 하는 것보다 알래스카에서 곰이 사냥해 먹다 숨겨놓은 연어를 맛보는 모습이 기후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데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아는 소통의 달인인 셈이다. 국민들에게 주요 정책 방향과 성과를 알리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가 리얼리티TV쇼를 넘어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
  • 서울시립미술관 ‘리퍼트 대사 피습’ 그림 논란에 전시 철회

    서울시립미술관 ‘리퍼트 대사 피습’ 그림 논란에 전시 철회

    서울시립미술관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상황을 묘사한 그림을 전시했다가 논란이 일자 자진 철회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서울시립미술관이 대안적 아트페어를 표방하며 지난 4일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개막한 ‘예술가 길드 아트페어’에 출품된 홍성담 작가의 ‘김기종의 칼질’(그림)이다. 이 작품은 테이블을 가운데에 두고 황색 옷을 입은 남성이 양복을 입은 남성의 넥타이를 당기고 한쪽 손으로는 칼을 겨누는 모습을 묘사했다. 테이블 위에는 “김기종이는 2015년 3월 모월 모시에 민화협 주최 조찬강연회에서 주한미국대사 리퍼트에게 칼질을 했다”는 말로 시작해 “얼굴과 팔에 칼질을 당한 리퍼트는 붉은 피를 질질 흘리며 병원으로 실려가고 김기종은 ‘한·미연합 전쟁 훈련을 중단하라’ 고래고래 외치면서 경찰서로 끌려갔다”고 적혀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계 안팎에서 범죄를 옹호했다는 논란이 번지며, 항의전화가 이어지자 8일 해당 작품을 전시장에서 내렸다.홍경한 총감독은 “다른 작가의 작품마저도 정치적 프레임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 세계를 보호해야 하기에 작품을 내리게 됐다”고 자진 철회 배경을 밝혔다. 1980년대 대표적 민중미술작가로 꼽히는 홍성담 작가는 지난해 광주비엔날레에서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으로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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