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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상사 비방 글 SNS에 올린 직원, 해고 정당하다”

    법원 “상사 비방 글 SNS에 올린 직원, 해고 정당하다”

    상사를 비방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가 해고당한 직원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홍순욱 부장판사)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보건복지부 산하 준정부기관 직원인 A씨는 2017년 12월부터 2018년 1월까지 직원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는 SNS 계정에 상급자를 조롱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A씨가 쓴 글 중에는 상급자가 재테크에 몰두하느라 회사에서 업무를 게을리한다는 등의 허위 내용도 포함됐다. 당사자가 이를 발견해 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자 A씨는 다른 계정으로 접속해 삭제를 요청한 사실을 또 조롱하는 글을 쓰기도 했다. 이 같은 행동이 드러나 A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고 회사에서 해고당했다. 이에 A씨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자신이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소송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풍자한 것이며 표현의 자유를 보호받아야 하므로 징계받을 만한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가 쓴 글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고 특정 임직원을 비방할 목적으로 작성한 것이므로 표현의 자유로 보장되는 범위 내에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이런 글을 인터넷에 게시한 것은 직원으로서 품위와 위신을 손상하고 다른 임직원을 비방해 괴로움을 주는 행위로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씨줄날줄] 꼬리 위험과 경제전망/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꼬리 위험과 경제전망/전경하 논설위원

    “검은 백조만큼이나 희귀한 새” 로마 시대 풍자시인 유베날리스가 쓴 시의 한 구절이다. 백조는 말 그대로 흰털을 가진 새이므로 검은 털을 가진 백조는 불가능하다는 뜻으로 쓰였다. 네덜란드 탐험가 빌헬름 드 블라밍이 1697년 호주 서부에서 ‘블랙스완’(검은 백조)을 발견할 때까지 말이다. 이후 블랙스완은 발생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한 번 발생하면 그 충격과 파급효과가 엄청난 사건을 뜻하게 됐다.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언했다는 평가를 받는 책 제목이 ‘블랙스완’이다. 로버트 브라운 미 태평양육군사령관은 2017년 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블랙스완으로 묘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금융에서 주로 쓰는 용어를 군사안보적으로 확장해서 썼기 때문이다. 블랙스완과 비슷한 용어로 ‘꼬리 위험’(tail risk)이 있다. 보통 자연이나 경제현상은 발생 확률이 높은 평균값을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양쪽으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분포를 보인다. 발생 확률이 낮은 부분이 꼬리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어제 “정부는 미중 무역갈등 외에도 홍콩 사태를 경제의 꼬리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금융 연계성이 높지 않아 홍콩 상황이 나빠져도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국제금융시장에서 홍콩의 위상을 고려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홍콩은 아시아의 금융 허브이고 한중 무역 중계 지역이다. 그제 치러진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가운데 385석(85.2%)을 차지하면서 시위 동력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홍콩의 선거혁명에 중국 정부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꼬리 위험이 발생하면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왝더독’이라고 불리는데 주식시장에서 주로 쓰였다. 주가 등락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려고 하는 선물거래가 증거금만 내면 된다는 점에서 너무 많아져 되레 주식(현물)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뜻한다.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이 유통되면서 ‘살찐 꼬리 위험’(fat tail-risk)이 나타나면 평균값의 의미는 약해지고 예측이 어려워진다. 올 초만 해도 세계경제가 지금처럼 어려울 거라고 예측한 연구기관은 거의 없었다. 내년 경제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경제 전망은 앞으로 어떤 현상이 일어날 수 있으니 어떤 준비를 하라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블랙스완이나 꼬리 위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대, 경제 전망을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lark3@seoul.co.kr
  • 이종걸, ‘교안 오빠’ 성희롱 논란 일자 수정…한국당 “저급하다”

    이종걸, ‘교안 오빠’ 성희롱 논란 일자 수정…한국당 “저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23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를 ‘교안 오빠’라고 지칭하며 비판하는 글을 썼다가 논란이 일자 이를 수정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풍자적인 스타일의 글이라도 어떤 분들은 특정 단어에 불편해하실 수 있다는 사실을 좀 더 살펴야 했다”며 “특정 단어 때문에 메시지가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원문에서 ‘오빠’라는 표현을 ‘당 대표’로 바꿔 새로 올린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전날 오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에게 보내는 서신 형식으로 쓴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 의원의 글은 ‘교인 오빠, 계산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메시지를 드린다’고 시작한다. 특히 황 대표의 단식에 대해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 탄압”이라고 비판했고, 박찬주 전 육군 대장 영입 시도에 “오빠가 ‘삼고초려’한 인재라도 국민 눈높이에는 영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원내대표가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해 성희롱성 표현을 쓴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이 글의 ‘오빠’라는 표현을 ‘당 대표’로 수정했다. 한국당은 “그토록 오래 정치를 했으면서 ‘풍자’와 ‘막말’도 구분하지 못하나”며 성토했다. 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에서 “엄중한 시국과 현실에 대해 깊은 고민과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여성을 희화화하며 동료 정치인을 조롱했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자신의 글이 성희롱이라는 인식조차 하지 못하는 저급한 성인식도 개탄스럽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교안오빠는 위장탄압 중”…황교안 풍자 편지 쓴 이종걸

    “교안오빠는 위장탄압 중”…황교안 풍자 편지 쓴 이종걸

    “속옷목사와 어울리는 것도 해당행위” “교안오빠” 나경원 속마음 빗대 편지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입장에서 황교안 대표의 단식을 비판하는 가상 편지글을 올렸다. “야당탄압이 아닌 위장탄압” “속옷목사와 어울리는 것도 해당행위” 등 풍자적인 표현이 눈에 띈다. 이종걸 의원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안 오빠, 계산을 정확히 할 필요가 있어서 메시지를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적었다. 이 의원은 이 글에서 “지난번 제가 패트 저지 투쟁에 나선 분들께 공천 가산점을 주자는 제안을 해당행위라고 비판하셔서 무지 섭섭했습니다”라며 “그렇지만 오빠가 ‘삼고초려’한 인재라는 박 모 대장이 국민 눈높이로는 ‘삼초 고려’만해도 영 아니라는 계산이 나오는데도 비판을 삼갔습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금 일언반구 상의도 없이 단식하시면서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 국민이 공감 안해요. 손가락질 받는 해당행위입니다”라며 “오빠 속만 괴롭히는 ‘위장(胃腸) 탄압’입니다. ‘속옷목사’(부끄러워서 별명대로는 차마 못 부르겠습니다)와 어울리는 것도 해당행위”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러니 저의 패트 가산점 제안 실수와, 오빠의 단식투쟁 실수를 쌤쌤해요. 퉁 치자고요”라며 “오빠도 ‘법잘알’이시니 관우가 청룡언월도 휘두르듯이 윤석열이 수사권을 휘두르면 심각해진다는 것을 아시잖아요. 오빠와 전 패트저지호라는 같은 배를 탔어요. 하지만 단식은 도움이 안 돼요”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그보다 제가 원내대표를 총선까지 하는 게 중요해요. 도와주실거죠? 도와주셔야만 해요. 미국에서 경원이가”라고 글을 맺은 뒤 “이것이 속마음일까?”라고 글을 맺었다.황교안 대표의 단식은 ‘황제단식’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황 대표는 단식 전날 한 병원에서 영양제를 맞았다. 단식농성 천막에는 전기난로와 전기장판 등이 설치됐다. 한국당 사무처에서 작성한 ‘단식 투쟁 천막 근무자 배정표 및 근무자 수칙’에는 4명씩 하루 2교대로 천막을 지키도록 되어 있다. 근무자는 30분마다 황 대표의 건강상태 체크·기상시간대 근무 철저·취침에 방해 안되도록 소음 제어·미 근무시 불이익 조치 등을 할 것이 적혀 있다. 여야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국당 사무처노동조합은 성명을 발표해 “당대표가 단식 투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사무처 당직자가 단식 농성장에서 밤샘 근무를 서며 여러가지 ‘비상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황교안 대표는 “단식투쟁을 시작하고 이틀이 지났다.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며 “누군가는 저의 단식을 폄훼하고, 저의 생각을 채찍질하지만, 개의치 않는다”며 “저는 지켜야 할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제 소명을 다할 뿐”이라고 밝혔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지금까지 이런 뮤지컬은 없었다… 이것은 창극인가, 판타지극인가

    지금까지 이런 뮤지컬은 없었다… 이것은 창극인가, 판타지극인가

    국악을 바탕으로 한 창극과 뮤지컬, 그리고 몰입형 4D 기술의 만남. 지난 19일 첫 공개된 국립국악원의 야심작 ‘붉은선비’는 국악이라는 전통에 뮤지컬과 현대기술을 입힌 총체극에 가깝다. 국악원은 다양한 장르가 섞인 이번 작품의 장르를 ‘국악 판타지극’으로 정의했다. 작품은 북한 함경도 지방에서 불리는 망묵굿 속 ‘붉은 선비와 영산각시’ 신화를 자연과 인간의 공존이라는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극중 저승의 ‘붉은 선비’와 아내 ‘영산각시’는 자연재해를 상징하는 ‘대망신’과 대립한다. 제작진은 신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대립과 조화를 이야기한다. 국악원 소속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까지 모두 참여해 2년의 제작과정을 거쳤다. 국악 대중화를 위한 국악단의 고민과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작진 면면부터 화려하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여한 강보람 작가가 대본을 쓰고,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연출한 이종석이 총연출을 맡았다.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등 음악을 만든 이지수가 국악을 녹인 음악을 뽑아냈고, 평창동계올림픽 때 많은 화제를 낳았던 ‘인면조’를 제작한 임출일이 미술감독으로 합류했다. 입체감을 살린 조명과 무대 효과도 인상적이다. 극 초반 사건이 시작되는 ‘현장학습 화재’ 대목에서는 레이저와 연기 등을 활용해 관객이 실제 산불현장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을 준다. 세월호 참사 후 일부 정치인들이 보인 ‘얼굴 알리기’식 분향과 유가족 위로 등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 등 권력을 향한 풍자도 작품 곳곳에 배치했다. 서울 서초동 국악원 예약당에서 23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막말 프레임 갇힌 국회… 그래도 해학은 멈추지 말아야”

    “막말 프레임 갇힌 국회… 그래도 해학은 멈추지 말아야”

    국회 보좌진·사무처 직원 20여명 활동 시 통해 여야 대립 넘어보려 모임 조직 이념 달라도 자작시 나누며 이해 노력 22년간 국회 화장실에 2100여편 걸어“국회라는 곳이 여야 대립과 지역 편 가르기가 심하잖아요. 은유와 해학이 담긴 시를 통해 이런 것들을 넘어보자 싶었죠.” 17일 국회에서 만난 국회 시사랑회 회장 최경희(55) 주무관은 “시란 보는 사람에 따라 구절 10%에 상상력 90%를 채우는 영역”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회 시사랑회가 첫 모임을 연 건 1997년이었다. 당시는 15대 대선(1998년)을 불과 1년 앞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하면서 정치적·지역적 편 가르기가 극심했던 시절이었다. 특히 영호남의 배타적 감정이 여의도에서 고스란히 분출됐다. 이에 국회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들은 이런 분열을 넘어보자는 뜻으로 시사랑회를 조직했다. 현재는 20여명이 활동한다. 최 주무관은 “초창기에는 멤버가 5~6명이었고 여야 보좌관들도 본인들이 쓴 시를 발표하고 낭송했다”며 “지금은 계절이나 시기에 맞는 시를 골라 서로 소개하고 낭송회도 한다”고 말했다. 평소에는 정책과 이념으로 다투는 여야 보좌진들이지만 시사랑회에서는 서로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최 주무관은 전했다. 최 주무관은 “국회에서 해학과 조소가 용인돼야 하는데 최근에는 국회의원이 하는 말이면 모두 막말로 매도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혐오, 조롱, 명예훼손성 발언 등은 사라져야 하지만 풍자나 해학까지 같은 범주로 묶여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보인다. 국회에 근무하는 이들은 화장실 문화 개선 사업 덕에 시사랑회와 친숙하다. 이들은 22년간 2100여편의 시를 화장실에 게시했다. 국회본관, 의정관, 국회도서관 등 화장실 80칸에 매월 새로운 시 4편씩을 내건다. 국회의 한 서기관은 “화장실에서 만나는 한 편의 시는 순간의 여유와 안정을 주는 것 같다. 시를 보며 잠시 추억에 잠기거나,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매년 국회에서 ‘시에 젖는 가을’이란 주제로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시 낭송의 밤’에도 참가한다. 올해는 12월 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다. 2017년에는 국회의원이자 시인인 도종환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가해 축사를 했다. 최 주무관은 “그때 도 의원을 만나 국회 시사랑회 동호회를 소개했더니 관심도 보이고 격려도 해줬다. 도 의원과 시와 관련한 모임을 추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사진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 “구해주세요”…베네치아 최악 홍수에 잠긴 뱅크시 작품

    “구해주세요”…베네치아 최악 홍수에 잠긴 뱅크시 작품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의 작품도 최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닥친 최악의 홍수 피해를 벗어나지 못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 해외 주요언론은 베네치아의 낡은 운하 벽에 그려진 뱅크시의 작품이 홍수로 인해 반쯤 잠겨 피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니스 비엔날레 시기 처음 등장한 이 벽화는 구명조끼를 입은 한 난민 소녀가 보라색 구조 연막탄을 들고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사회, 정치, 그리고 가존 예술계의 권위와 상업주의를 꾸준히 비판해왔던 뱅크시 다운 작품으로 이후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 벽화가 자신이 그린 것이라고 인증했다.문제는 평소 뱅크시가 아무렇게나 방치된 벽이나 건물 등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는 것으로 유명하다는 점. 이 벽화 역시 낡은 운하 벽에 그려져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았다. 특히 애타게 구조 손길을 내미는 난민 소녀의 모습이 홍수 상황과 절묘하게 맞물려 묘한 느낌을 자아낸다. 보도에 따르면 계속 이어진 폭우로 현재 베네치아는 해수 수위가 187㎝까지 치솟아 도시의 80% 이상이 물에 잠겼다. 사실상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된 것으로 이에 이탈리아 정부는 베네치아에 대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한편 일명 ‘얼굴 없는 화가’로 전 세계에 알려진 뱅크시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그렸다 하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100초 인터뷰] “본질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 각설이가 바라본 각설이

    [100초 인터뷰] “본질 잃어가는 게 안타깝다” 각설이가 바라본 각설이

    “(진상을 부리는)관객 중 술을 드시고 짓궂게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각설이 옷을 입은 이상 언성을 높일 수 없어요. 저희가 ‘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은 달래서 보내는 편입니다.” 영심아(본명 김란, 49)는 각설이의 고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품바 퍼포먼스 경력 21년 차답게 현장에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능숙하게 대처한다. “저를 딸이나 가족처럼 생각해 달라고 설득하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풍자와 익살이 깃든 공연을 하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다”고 고백했다. 그는 “각설이 공연 특성상 거침없는 말들을 하면, ‘버릇없다’고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럼에도, 관객 대부분이 이해해 주시고, 좋아해 주신다”고 덧붙였다. 지난 6일 전북 김제의 한 행사장에서 공연을 앞둔 김란씨를 만났다. 그는 ‘영심아’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이다. 이는 어릴 적 불리던 별명이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선생님께서 ‘똑순이 영심아’라고 부르셨다”며 “편안하면서도 늘 들어왔던 이름이기에 ‘영심아’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소개했다.김란씨가 공연하는 무대는 주로 각종 지역 축제 행사장이다. 1년에 평균 15개 행사장을 옮겨 다니며 공연한다. 그는 “지역 특산물 홍보 축제가 많다. 지역 특산물을 알리고, 행사 취지를 관객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 축제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각설이하면 한복 형태의 의상을 먼저 떠올리지만, 김란씨는 관행을 깼다. “21년 전 각설이를 시작하면서 한복집에서 의상을 맞춰 입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모두 의상이 같아 (후배들과)쌍둥이처럼 보였다. 이후 고정관념을 깨려고 청바지도 입고, 반바지도 입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다양한 의상을 입게 된 배경을 전했다. 김란씨는 각설이의 매력에 대해 자유로운 삶을 꼽았다. 그는 “많은 분이 우리를 보면 전국을 여행 다니고 관광 다녀서 좋겠다고 하시는데, 그 말씀이 맞다”며 “그리고 그보다 더 좋은 건, 무대에서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다는 거다. 북 치고 싶으면 북 치고, 장구 치고 싶으면 장구 치고, 머리 흔들고 싶으면 머리 흔들고, 이게 최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넘치는 에너지와 흥, 구수한 입담과 가창력, 화려한 무대 매너로 관객을 휘어잡는 김란씨. 그에게는 두 개의 수식어가 있다. ‘국민 각설이 1호’와 ‘천사 각설이 1호’다. 전자는 국내 여성 최초 각설이라는 뜻이고 후자는 남몰래하는 선행 때문이다. 김란씨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효 잔치를 열거나 공연 수익금 일부를 불우이웃 성금으로 기탁하는 등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으로 선행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민국을 빛낸 사람들’ 시상에서 선행상을 받았다. 그는 “어려운 분들을 보면 빵 하나, 우유 하나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저도 어려운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큰 힘이 된다는 걸 잘 알아서 그런 것 같다. 봉사는 그런 마음에서 하게 된다”고 말했다. ‘품바 영심아’는 ‘허수아비’와 ‘보릿고개’, ‘소풍 같은 인생’ 등 자신의 히트곡들로 엮은 두 장의 앨범이 있다. 각설이 최초 팬카페도 있다. 그는 자신을 응원해 주는 팬들을 향해 “팬들이 붙여준 천사 각설이 1호, 국민 각설이 1호에 누가 되지 않도록 멋진 공연으로 보답하겠다. 무엇보다 어려운 분들을 위해 나누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감사를 표했다.각설이 길에 들어서기 전, 김란씨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묻었다. “어려서부터 동물을 좋아해 조련사나 수의사가 되고 싶었다”고 답한 그는, “지금도 변함없이 같은 꿈을 꾼다”고 말했다. 이어 “각설이는 앞으로 5년 정도만 하고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태고 싶다. 이후 제 평생 꿈인 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일들을 하는 게 목표”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란씨는 “요즘 각설이 공연을 보면 각설이가 아니다. 음악 틀어놓고 노는 나이트클럽 수준인데, 각설이 본질을 잃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며 “세상 애환도 풀어내고, 풍자도 서슴없이 하고, 정치 비판도 할 수 있는 그런 공연이 되었으면 한다. 관객이 뭔가 얻어갈 수 있는 공연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글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영상 손진호, 박홍규, 문성호 기자 nasturu@seoul.co.kr
  • ‘유시민 빽바지’ 16년 흘렀지만 캐나다 女의원 ‘후드티’에 입씨름

    ‘유시민 빽바지’ 16년 흘렀지만 캐나다 女의원 ‘후드티’에 입씨름

    요즈음 방송인인지 정치인인지 혼동하게 만드는 유시민(56)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2003년 4월 29일 국회에 처음 등원했을 때의 일이다. 개혁국민정당 후보로 재보궐선거를 통해 당선된 유씨는 흰색 면바지에 회색 라운드 티셔츠, 남색 재킷을 걸치고 나타났다. 유씨가 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발언대에 서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넥타이를 매지 않고 캐주얼하게 등원한 것이 국회와 국민을 업수이 여긴 것이라고 온갖 지청구가 쏟아졌다. 결국 유씨는 정장 차림을 하고서야 의원 선서를 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지만 비슷한 일은 우리보다 선진국이란 나라들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입법원. 정치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을 차지하는 ‘퀘벡 연대’ 소속 캐서린 도리온(37) 의원이 후드티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원하자 다른 의원들이 불평을 터뜨렸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도리온 의원은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의사당을 떠났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퀘벡주 의회에는 “적절히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 의사당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에 관해 상세한 ‘드레스 코드’가 없다. 관례를 좇아 남자 의원들은 의사당에서 양복과 넥타이 등을 하고, 여성 의원들은 스커트를 입어왔다. 하지만 진보 성향 ‘퀘벡 연대’ 소속 의원들은 최근 잇따라 청바지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의회를 출입했다. 그러자 여러 정당들에서 “의회를 무시하는 거냐”고 불평이 터져나왔다. 아예 의사당 내 차림새에 관한 규정을 정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도리온 의원은 지난달 31일 핼러윈 데이에 주요 의사 일정이 진행돼 의사당 내 가장 중요한 공간으로 여겨지는 ‘레드룸’의 책상 위에 스커트 정장 차림으로 앉아 도발적인 사진을 찍고 페이스북에 올려 선배 의원들의 눈밖에 났던 터다. 낡아빠진 기성 정치인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지만 화가 치민 자유당 의원들은 의회 윤리위원회에 항의 서한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도리온 의원은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정치 진영만이 아닌 시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며 캐주얼 차림의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에는 ‘#moncotonouat?onchoix(나의 후드티 나의 선택)’이란 해시태그와 함께 도리온 의원을 옹호하는 글들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의회가 현대화의 발걸음에 맞춰 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일부 지지자들은 “여성이 어떤 옷을 입을지는 당신들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며 12일 ‘후드티 입고 출근하기’ 캠페인을 벌인다고 방송은 전했다. 성차별과 별개로 땀복은 어떤 직장에서도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다. 한 페이스북 이용자는 “제발 조금만 상식을 가져달라! 난 열린 마음이고 우리가 많이 개방적이라 하더라도 삶의 어떤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고 적었다. 대체로 정치인의 옷차림을 둘러싼 입씨름은 여성들에 집중되고, 대체로 팔 노출을 어느 정도로 용인할 것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다. 미국 의회는 맨팔을 드러내는 상의, 트레이닝복, 발가락이 보이는 구두를 금지하고 있지만 늘상 단속하는 것은 아니다. 2017년 여러 여성 하원의원들이 ‘금요일엔 소매 없는 옷 입기’ 캠페인을 조직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의회는 소매 없는 옷을 입게 드레스코드를 개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남성 의원들 역시 드레스코드 때문에 시비에 휘말린다. 몬트리올 시의원은 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모임에서 쫓겨났다. 하지만 이 규정은 지난해 변경됐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국회에서 후드티를 입으면 안될까...캐나다 정가 논란 확산

    국회에서 후드티를 입으면 안될까...캐나다 정가 논란 확산

    퀘벡주 진보 정치인 ‘후드티·청바지’ 복장에 논란 불거져“의회 무시하냐” 항의...온라인선 지지 여론 확산의사당에서는 후드티를 입으면 안 될까. 캐나다 퀘벡주 의회에서 후드티와 청바지 등 캐주얼 복장으로 의사당에 출입한 젊은 정치인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BBC는 11일(현지시간) 퀘벡주 의회에 후드티 차림으로 출입한 퀘벡연대 소속 캐서린 도리온 의원의 ‘패션’을 놓고 다른 의원들이 불만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도리온 의원은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고 말한 뒤 의사당을 퇴장했지만 논란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퀘벡주 의회는 “적절히 예절을 지켜야 한다”는 지침만 있을 뿐 의사당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드레스 코드’는 없다. 관례상 의원들은 의사당에서 양복과 넥타이 등을 입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진보 성향 지역정당인 ‘퀘벡연대’ 소속 의원들이 최근 잇따라 청바지 등 자유로운 복장으로 의회를 출입하자 곳곳에서 “의회를 무시하냐”는 불만이 표출됐다. 아예 의회 내 복장에 대한 규정을 정해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도리온 의원은 최근 핼러윈 데이를 맞아 주요 의사 일정이 열리는 의사당 내 가장 중요한 장소인 ‘레드룸’에서 정장 차림으로 책상에 올라 사진을 찍어 선배 의원들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늘 자유로운 복장이었던 그의 ‘뜬금 없는’ 정장 차림 사진은 기성세대 정치인을 풍자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같은 사진에 분노한 자유당 의원들은 의회 윤리위원회에 항의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잇따른 논란으로 정치 선배들의 눈 밖에 난 도리온 의원은 이번 후드티 논란으로 또다시 이들의 표적이 됐다. 그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는 정치 진영만이 아닌 시민들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며 자신이 캐주얼한 복장을 입고 정치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온라인 상에는 ‘나의 후드티, 나의 선택’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도리온 의원을 옹호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여성이 어떤 옷을 입을지는 당신들이 선택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후드티 입고 출근하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ea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퓨전 사극·한국형 스릴러+미학적 작가주의… 흥행·작품성 인정받다

    2000년대 초반 한국영화계에 불었던 산업의 활기는 2006년 그 정점을 찍었다. 2003년부터 80편대를 기록하던 한국영화 제작편수는 2006년을 기점으로 100편을 넘어섰다. 2001년 50%를 넘어 2004년부터 60%대에 육박하던 한국영화 점유율도 급기야 2006년 63.8%를 기록했다. 현재까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기록되는 비율이다. 2006년이 한국영화산업에서 가능한 최대치를 보여준 해였다면, 2007년 이후는 위기 혹은 조정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 2006년 7월, 긴 논란 끝에 결국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 상영제도)가 73일로 축소되었고, 때마침 버팀목이라도 무너진 듯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가 거세졌다. 한국영화 관객은 감소했고 수익률과 수출 실적 또한 하락했다. 2007년 50%로 내려선 한국영화 점유율은 2008년 42.1%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2년 만에 침체기를 극복하고 2009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만들어낸다. 시장 규모에 맞는 한국형 장르가 다듬어졌고, 상업영화와 작가주의 영화의 경계를 넘어서는 독창적인 감독들이 작품을 이어갔다. 이번 연재는 2000년대 중후반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도약해 갔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한국형 장르의 역동성 2000년대 중후반 한국영화에서 주목할 장르 키워드는 바로 사극과 스릴러다. 퓨전의 길을 택한 사극·시대극 그리고 범죄·액션과 결합한 스릴러 장르는 다양한 장르적 요소와 이합집산하며 더욱더 진화해갔다. 이러한 장르 다변화와 ‘복합장르화’ 경향은 2010년대로 이어지며 ‘한국형 장르’가 구축되는 방법론이 됐다. 물론 한국영화의 전통적인 장르인 멜로·로맨스와 1990년대의 인기 장르였던 로맨틱 코미디도 관객들로부터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1960년대 한국 관객들이 가장 많이 찾았던 사극 장르는 2000년대 들어 현대적인 감각의 퓨전 사극으로 부활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이재용, 2003)를 시작으로 2005년 ‘혈의 누’(김대승)·‘형사 Duelist’(이명세)가 이어졌고, 2005년 12월에 개봉한 ‘왕의 남자’(이준익)는 12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사극 흥행의 정점을 찍었다. 특히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시나리오를 쓴 김대우 감독은 대담한 상상력과 세련된 유머가 돋보인 ‘음란서생’(2006)과 ‘춘향전’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방자전’(2010)을 내놓으며 퓨전 사극의 유행을 이끌었다. 2000년대 후반에도 사극의 인기는 계속되었는데, 고려 왕조를 배경으로 에로티시즘과 결합한 ‘쌍화점’(유하, 2008),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하며 판타지 장르에 도전한 ‘전우치’(최동훈, 2009)가 대표적이다. 근현대사의 사건이나 실존 인물을 다룬 시대극 장르도 주목할 경향이다. 2004년에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하류인생’(임권택) 등 근현대사를 가공하거나 ‘슈퍼스타 감사용’(김종현)·‘역도산’(송해성) 등 실존인물을 소재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노스탤지어 영화들이 수확됐다. 2005년에는 대통령 시해 사건을 블랙코미디 감각으로 풍자한 ‘그때 그 사람들’(임상수), 일제강점기 여류 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그린 ‘청연’(윤종찬)이 이어졌다. 2007년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화려한 휴가’(김지훈)가 전국 730만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살인의 추억’(봉준호, 2003)이 선취한 스릴러 장르는 2008년 ‘추격자’(나홍진)에서 완성됐다. 실제 연쇄살인마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온 ‘추격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관객 500만 이상을 동원해 화제가 됐다. 이 영화의 성공은 범죄·액션 등의 요소와 결합한 스릴러 장르의 유행을 촉발, 스릴러가 현대 한국영화의 대표 장르로 등극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는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이끼’(강우석), 잔혹한 이미지를 전시한 ‘하드보일드’ 스릴러 ‘악마를 보았다’(김지운)가 흥행 배턴을 이었다. 액션과 스릴러는 장르 특성상 결합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장르인 액션이 더 전면으로 나서는 영화들도 있었다. 2010년에는 남북 분단 상황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해석한 ‘의형제’(장훈)가 540만 관객을, 2011년에는 ‘감성 액션’을 표방한 ‘아저씨’(이정범)가 6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비평 모두 주목을 받았다.범죄스릴러의 인척 장르라 할 누아르, 갱스터 영화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윤종빈, 2011)는 1980년대 시대상을 풍자와 해학 그리고 블랙코미디 방식으로 그리며 갱스터 장르의 신기원을 보여주었다. 한편 최동훈은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2004)으로 한국형 ‘케이퍼 무비’(범죄 전문가들의 정교한 범죄 과정을 보여주는 장르)를 성공시켰다. 이후 허영만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타짜’(2006), ‘멀티캐스팅’의 묘를 살린 범죄영화 ‘도둑들’(2012) 등을 내놓으며 최고의 흥행 감독으로 등극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는 로맨틱 코미디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법칙을 새롭게 재해석한 ‘달콤한 거짓말’(정정화, 2008), 박중훈의 귀환과 ‘88만원 세대’의 묘사가 인상적인 ‘내 깡패 같은 애인’(김광식, 2010), 장르 화법에 더없이 충실했던 ‘시라노: 연애조작단’(김현석, 2010), 기획 코미디의 힘을 보여준 ‘댄싱퀸’(이석훈, 2011), 460만 가까운 관객을 모은 성공작 ‘내 아내의 모든 것’(민규동, 2012), 키치적인 B급 정서가 매력적인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2012) 등이 이어졌다. 멜로를 코믹호러에 접붙인 ‘달콤, 살벌한 연인’(손제곤, 2006), 로맨틱 코미디의 뼈대에 호러를 녹여낸 ‘오싹한 연애’(황인호, 2011)도 주목받았다. ●예술영화·상업영화 아우르는 작가주의 1996~1997년 데뷔해, 2000년대 초중반 주요 해외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작가주의 감독 홍상수, 김기덕, 이창동은 미학적 성숙을 거듭하며 그들의 영화세계를 완성시켜갔다. 왕성한 작품 활동으로 치면 단연 홍상수다. 그는 매년 1~2편의 작품을 연출하며, 새로운 미학적 실험과 변주를 멈추지 않고 있다. 2004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5년 ‘극장전’, 2006년 ‘해변의 여인’, 2008년 ‘밤과 낮’·‘첩첩산중’(단편), 2009년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10년 ‘하하하’·‘옥희의 영화’, 2011년 ‘북촌방향’ 등 언뜻 앞의 영화와 겹치는 듯하면서도 매번 기존의 틀을 바꿔가는 방식으로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다. 마치 거울처럼 마주 보는 그의 연작들은, 각 영화의 제목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차라리 ‘홍상수 영화’로 호명하고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될 수 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국내외 비평계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예술영화 관객들의 지지도 굳건하다. 김기덕은 ‘활’(2005), ‘숨’(2007), ‘비몽’(2008) 등 본인의 작품뿐만 아니라 ‘영화는 영화다’(장훈, 2008)·‘풍산개’(전재홍, 2011) 등 조감독 출신 감독의 영화 제작까지 겸했다. 그는 ‘아리랑’(2011)으로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피에타’(2012)로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의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안았다. 이창동 역시 인간의 실존적 고통과 구원에 관한 질문을 멈추지 않으며, 미학적 성취를 이어갔다. ‘밀양’(2007)은 제60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에 진출, 주연 배우 전도연이 한국영화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시’(2010)는 제63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각본상을 받았다. 한편 이창동은 2009년 제62회 칸영화제에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2011년 제64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2000년대 들어 새롭게 발견된 시네아스트(cin?ste·영화예술가)로는 재중동포 출신인 장률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두 번째 장편영화인 ‘망종’(2005)이 제58회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고 여러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며 널리 알려졌다. ‘경계’(2007), ‘중경’(2007), ‘두만강’(2009), ‘풍경’(2013) 등 일련의 작품을 통해, 조선족, 탈북 여성과 소년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 등 경계인들의 이야기를 건조한 풍경 속에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경주’(2013) 이후 새로운 화법으로 전환해 더 넓은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 외에도 ‘천년학’(2007)으로 100번째 영화를 연출한 거장 임권택, 현대 한국사회에 대한 성찰을 로맨스 장르에 녹인 ‘멋진 하루’(2008)의 이윤기, 리얼리즘과 신비함이 뒤섞인 ‘파주’(2009)의 박찬옥, 제주도 4·3 사건을 독특한 미학으로 승화시킨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2012)의 오멸 등이 작가주의 영화의 계보를 이었다. 또한 제28회 밴쿠버 영화제에서 용호상을 수상한 ‘회오리바람’(2009)의 장건재, 탈북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시선을 예리하게 포착한 ‘무산일기’(2010)의 박정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창조한 ‘파수꾼’(2010)의 윤성현 등 인상적인 독립장편영화로 데뷔한 감독들도 특기할 필요가 있다.대중영화와 작가영화의 전통적인 경계를 넘어, 독창적인 장르 해석과 자신만의 영화 스타일을 유지하는 감독군으로는 봉준호, 박찬욱, 김지운 그리고 나홍진이 있다. 봉준호는 국내를 넘어선 흥행과 비평적 지지를 받은 ‘괴물’(2006), 뛰어난 미학적 완성도로 국내외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마더’(2009) 그리고 글로벌 영화 프로젝트의 성공작 ‘설국열차’(2013)를 이어가며 그만의 영화세계를 진보시켜갔다. 박찬욱은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2005), 디지털 영화 미학을 개척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제62회 칸국제영화제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8), 그리고 첫 번째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2013)까지, 영화적 야심과 예술가적 자의식을 팽팽하게 유지하고 있다. 김지운은 만주웨스턴 ‘쇠사슬을 끊어라’(이만희, 1971)를 오마주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어 영화(선혈이 낭자하는 잔인한 묘사가 특징)에 가까운 하드보일드 ‘악마를 보았다’(2010) 등을 통해 특유의 장르 미학을 추구하고 있다.2008년 범죄스릴러 ‘추격자’로 데뷔한 나홍진은 광기 어린 액션스릴러 ‘황해’(2010), 초자연적 미스터리스릴러 ‘곡성’(2016)을 내놓으며, 스릴러 장르를 그만의 스타일과 해석으로 새롭게 구축해가고 있다. 그의 세 작품은 모두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추격자’는 제61회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황해’는 제64회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곡성’은 제69회 비경쟁부문에서 세계 영화인들을 만났다. 그는 가장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임에 틀림없다. 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문재인 엉덩이는 빨개…빨갱이 재인” 유튜버 동영상 논란

    “문재인 엉덩이는 빨개…빨갱이 재인” 유튜버 동영상 논란

    “중도 성향 시민들 정치적 관심 끌고 싶어”“보수집회서 공연해 우파 에너지 줄 것”우파를 자처하는 여성 유튜버가 문재인 대통령을 조롱하는 의미를 담은 뮤직비디오 형식의 동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 구독자 16만여명을 보유한 유튜버 A씨는 지난 1일 ‘[M/V] 문재인 -빨개요 (Dance cover)’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다. 가수 현아의 인기곡 ‘빨개요’의 춤을 따라 추면서 일부 노랫말을 개사해 부른 영상이다. 원곡의 후렴구는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현아, 현아는”이지만 A씨는 이를 “문재인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북한, 재인이는”으로 바꿔 불렀다. 뒷부분의 “빨간 건 현아”라는 대목을 “빨간 건 재인”, “빨갱이 재인”으로도 바꿨다. A씨는 별도의 영상에서 이런 댄스커버를 올린 이유에 대해 중도 성향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그는 “‘문재인 빨개요’ 영상을 만드는데 100만원이 들었다. 촬영비가 70만원이고 노래 부분 개사에만 20만원이 들었다”며 “댄스영상은 저작권 때문에 (유튜버) 수익이 0원이지만 그래도 했다. 앞으로도 이런 영상을 많이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우파끼리 북 치고 장구 치는 정치동영상은 중도 (성향) 분들은 전혀 보지 않는다”며 “(이런 댄스동영상을 올리면) ‘재밌다, 멋있다’면서 제 채널의 다른 (정치 관련) 영상을 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오는 9일 열리는 반중집회에 참여해 긍정적 영향을 주고 싶다”며 “무대에 올라 공연하고 중도 우파에 에너지를 주겠다”고 말했다. A씨는 최근 유튜브가 우파 유튜버의 수익을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딱지’를 붙이고 있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별도의 계좌를 통해 시청자 후원을 부탁하기도 했다.A씨의 동영상에 대한 네티즌의 평가는 엇갈렸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부적절한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신고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었다. 반면 A씨의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우파의 아이돌”, “광화문 집회에서 노래를 틀면 좋겠다”라는 등의 지지 반응도 있었다. 최근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문 대통령 비하가 도를 지나친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공식 유튜브채널도 최근 문 대통령을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풍자한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공개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당은 문 대통령의 모친상을 고려해 해당 동영상을 잠정 삭제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와 관련해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정치에 있어서도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노영민, 한국당 ‘벌거벗은 임금님’ 영상에 “국가원수에 예의 지켜야”

    노영민, 한국당 ‘벌거벗은 임금님’ 영상에 “국가원수에 예의 지켜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1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풍자한 동영상을 제작한 것과 관련, “국가 원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실장은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애니메이션에 대해 한국당이 사과할 뜻이 없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의원 질의에 “안타까운 일이다. 정치에 있어서도 품격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진다”며 이같이 말했다. 노 실장은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의혹의 핵심 인사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송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송환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안일하게 보고 있지 않고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군 인권센터가 추가 공개한 계엄령 문건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중심으로 정부부처 내 군 개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문구가 등장한 것에 대해 노 실장은 “아마 정부 부처 내 권력의 핵심인 ‘이너서클’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을 표현한 것 같다”고 했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OK 부머’를 아시나요?…미국 ‘꼰대’에 지친 젊은세대의 ‘말대꾸’

    ‘OK 부머’를 아시나요?…미국 ‘꼰대’에 지친 젊은세대의 ‘말대꾸’

    미국에서 자신보다 젊은 세대를 나약해 쉽게 녹는다며 ‘눈송이’(snowflakes) 세대라고 비판해온 베이비붐 세대 즉 베이비 부머들은 이제 젊은 이들에게 잔소리할 때마다 그들로부터 ‘오케이 부머’(OK Boomer)라는 말을 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았으니 이제 그만해’ 정도의 의미를 가진 이 말은 현재 틱톡과 스냅챗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 부머들이 뭐라고 할 때마다 10~20대 젊은이들이 하는 말대꾸다. 그런데 29일과 30일 각각 미국 NBC뉴스와 뉴욕타임스에 ‘오케이 부머’라는 이 말이 소개되고 나자 부머들이 이를 망치기 시작했다고 10대들은 주장한다. ‘오케이 부머’라는 문구는 유튜브 등을 통한 보수주의자들의 견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그리고 기본적으로 젊은 세대에 대해 잘난 듯이 말하는 30세 이상 모든 사람에게 대꾸하는 데 쓰인다. 이에 대해 NBC뉴스는 “이 문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세계가 직면한 문제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수동성에 분노가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고, 뉴욕타임스는 “인터넷상에서 나이 든 사람들을 무시하는 대꾸이자 현재의 상황에 지친 수백만 명의 아이들을 위한 슬로건(구호)”라고 설명했다. 틱톡 등에는 왜 찢어진 청바지를 입느냐는 질문부터 학생 대출이나 기후변화에 대해 거들먹거리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부머들의 잔소리를 오케이 부머로 대응하는 풍자 영상이 수없이 많다. 그런데 이 문구가 주류 언론에 소개되고 나자 이는 트위터에서 부머 세대와 밀레니얼세대(Y세대·198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 및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한 세대) 간의 논쟁으로 이어졌고, 결국 나이 든 세대로부터 “폭력”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트위터에서 한 은퇴 여성은 “우리는 스냅챗과 틱톡으로 다른 세대를 비난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변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용자는 “#오케이부머(#okboomer)는 #Z세대(#GenZ) 문제에 대한 궁색한 대응”이라면서 “부머를 탓하는 대신 열심히 일해서 빚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세대 간의 우호적 관계는 끝났다”는 부머들의 말에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 사용자들은 “부머들이 우리를 비난하는 데 몇 년을 허비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이 문구를 쓰는 일부 젊은이는 이 말이 베이비 부머 세대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17세 소년 닉 카버는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머는 태어난 시기보다 성향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20세 소녀 해나 힐은 “난 오케이 부머가 눈송이 세대라고 부르는 것에 대한 반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루카 브레넌이라는 이름의 17세 소년은 “부머는 실제로 성향에 따라 분류되는 데 새로운 생각에 대해 편협하고 무지한 사람을 뜻한다”고 말했다. 한 트위터 사용자 역시 “난 19세인데 부머로 불렸다. 난 이 말이 더는 의미가 없을 때까지 남용되는 다른 말들처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심지어 ‘오케이 부머’라는 문구는 최근 상업적으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녀가 ‘오케이 부머, 끔찍한 하루 되세요’(OK Boomer, have a terrible day)라는 문구를 새긴 후드와 티셔츠 등을 주문 제작해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섀넌 오코너라는 이름의 이 19세 소녀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문 금액만 1만 달러(약 1100만원)가 넘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녀는 “부머들 중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를 믿지 않거나 염색한 머리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데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런 생각으로 고집을 부린다. 그러면 10대들은 그저 ‘오케이 부머’라고 답한다”면서 “세상은 변하고 있으니 우리는 당신들이 틀렸음을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벌거벗은 임금님/김성호 문화부 선임기자

    프랑스 왕정체제를 허문 시민혁명 프랑스대혁명(1789)의 뿌리는 계몽주의 사상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가들과 비평가들은 그 혁명의 직접적인 도화선을 풍자에서 찾는다. 왕실에 만연한 사치와 향락, 특히 루이 16세와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방탕과 성적 문란을 향한 대중들의 분노. 거리에 뿌려지는 앙투아네트의 문란상을 담은 포르노그래피며 시·소설, 낙서…. 그 풍자로 분노한 대중은 결국 콩코드광장에서 두 사람을 처형했고 공화정 체제를 이끌어 냈다. 프랑스대혁명에서 그랬던 것처럼 풍자는 ‘비판적 웃음’의 속성을 갖는다. 현실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부정과 모순된 현실의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통한 이상 세상의 구현을 노린다고 할까. 하지만 풍자는 사회통념에 크게 역행하지 않는 시각과 사회 발전을 향한 냉철한 시선을 가질 때 빛을 발한다. 거꾸로 지나친 왜곡과 특정 집단의 이익에 기울 때 사회적 공감은커녕 부메랑의 참극으로 끝나기 일쑤임을 역사는 역력히 보여 준다. 풍자의 역풍은 근래 우리 정치계에서도 또렷하다. 탄핵정국이 한창이던 2017년 초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더러운 잠’이 국회의원회관에 걸려 논란을 빚었고, 이에 앞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한 연극 ‘환생경제’를 공연해 말썽을 빚었다. 나체로 풍자된 박 전 대통령 곁에 주사기 다발을 든 최순실, 박정희 전 대통령 초상, 침몰하는 세월호를 곁들인 풍자화 ‘더러운 잠’은 대중들의 뭇매를 맞은 끝에 전시를 주최한 민주당 의원은 6개월 당직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놓고 ‘육××놈’, ‘불×값’, ‘거시기 달 자격도 없는 놈’ 같은 비속어가 동원됐던 연극 ‘환생경제’도 결국 ‘여의도’ 대표였던 한나라당 의원의 사과로 매듭지어졌다.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식의 진영 싸움 중에 불거졌던 일그러진 풍자는 모두 대중들로부터 외면받아 불쾌한 여운만 남긴 해프닝으로 끝난 셈이다. 풍자 만화 ‘벌거벗은 임금님’이 화제다. 정확히 말하자면 ‘벌거벗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자유한국당이 안데르센 동화를 패러디해 공식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선 문 대통령이 간신들 말에 속아 실체가 없는 ‘안보 재킷’과 ‘인사 넥타이’를 착용하고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면서 국민들의 비웃음을 산다.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둘 수 없지.” “차라리 우리 집 소가 낫겠어.” 영상 안에서는 문 대통령을 겨냥한 원색의 비난 목소리도 등장한다. ‘천인공노할 내용’이라거나 ‘비판에도 품격을 지키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자유한국당은 문제의 동영상을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한다. 불과 얼마 전 논란을 빚었던 꼴사나운 풍자 세태가 똑같은 모습으로 재현된 듯해 씁쓸하다. 장원급제하고도 방방곡곡을 떠돈 김삿갓은 숱한 방랑기를 남겨 여전히 회자된다. 일부 문학계에선 ‘한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칭송까지 받는 김삿갓의 세상 풍자록인 방랑기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는 욕심 없는 청빈과 사심 없는 절제 때문이 아닌가. 대중들의 풍자는 정치인의 수준을 훨씬 웃돈다. kimus@seoul.co.kr
  • 한국당, ‘벌거벗은 문 대통령’ 잠정 삭제…黃 “상중이라 부적절”

    한국당, ‘벌거벗은 문 대통령’ 잠정 삭제…黃 “상중이라 부적절”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풍자한 애니메이션을 잠정 삭제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30일 건국대학교 특별강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애니메이션 삭제 사실을 알렸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홈페이지와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해당 동영상을 내렸다. 삭제 배경에 대해 황 대표는 “지금 문재인 대통령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 때문에 계속 유지하는 게 옳지 않다고 해서 내렸다”고 설명했다. ‘아예 삭제하라는 요구도 있다’는 질문에는 “우리 당에서 알아서 판단하겠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지난 28일 공개한 ‘오른소리가족’ 애니메이션 2편에서 문 대통령을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했다. 문 대통령은 동화 속 임금님처럼 겉옷을 걸치지 않은 속옷 차림으로 등장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수갑을 찬 채 체포되는 장면도 담겼다. 이에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는 “국민들 보기 부끄럽지 않나”, “천인공노할 소재”, “국민 모욕 동영상”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바른미래당도 “품격을 지켜야 한다”고 비판에 가세했다. 이에 황 대표는 “진의를 잘 보고 판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황 대표는 특강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해 “우리 조 아무개 장관, 이름이 잘 기억이 안 난다”며 “정말 공정하고, 정의롭고, 아주 멋쟁이”라고 한 뒤 “청문회를 하면서 보니까 온갖 편법은 다 쓴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조 전 장관) 가족들이 다 그렇게 한 거다. 그래서 지금 국민들이 많이 분노하고 계시다”며 “가치가 비정상화가 됐다. 가치가 정상화되는 나라가 되게 하자”고 말했다. 황 대표는 특강을 마치고 문 대통령 문상을 위해 부산으로 향했다. 그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어머님이 돌아가신 점에 대해서 애도를 표하러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벌거벗은 文’ 파문 확산… 박지원 “한국당에 역풍”

    여야 정치권은 29일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대 조롱하는 영상을 공개한 것을 두고 공방을 이어 갔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 28일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서 속옷만 걸친 문 대통령과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패러디한 애니메이션을 방송해 파문을 일으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 공식 유튜브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독하는 애니메이션을 방영했다”며 “대통령을 모독한 사건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을) 속옷바람으로 묘사하고 ‘부지런히 일하는 소가 낫겠소’ 같은 막무가내 표현을 동원하고 재앙이라는 입에 담기 어려운 모욕까지 퍼부었다”며 “문 대통령 하야가 공식 입장인 것이냐, 아니면 문 대통령이 공산주의를 집행하려 한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 것이냐, 아니라면 극우집회에 당 지도부가 한두 번도 아니고 왜 매번 참석을 하는 것인가. 분명한 대답을 기다린다”고 했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도 한 라디오에 출연, “아무리 풍자극이라고 하지만 대통령을 발가벗기는 사람들에 대한 지지도는 안 오른다. (한국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일 때 (한국당이) ‘환생 경제’라는 풍자 연극을 만들어 가지고 얼마나 역풍을 맞았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잘 알려진 동화로 문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은 주변에 눈과 귀를 가리는 사람들의 말만 듣지 말고 국민과 직접 소통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법·절차 무시하는 국회 절망… 법안 70% 정쟁에 심의조차 안 돼”

    “법·절차 무시하는 국회 절망… 법안 70% 정쟁에 심의조차 안 돼”

    지난 24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갑작스러운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은 정치권 전체에 큰 충격파를 던졌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해 아등바등하는 세태에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전도가 유망한 정치 신인이 훌쩍 기득권을 던져버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표 의원의 등을 떠밀었을까.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표 의원을 만나 속마음을 들어 봤다.-3년 반의 국회의원 생활이 불만족스러웠나. “나도 정치하기 전에는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국회의원이란 억대 연봉을 받고 보좌관을 거느리고 위세 부리며 서로 정쟁만 하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하는 건 하나도 없는 직업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됐을 때 남과 다르게 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근데 막상 해 보니 혼자 힘으로 안 된다는 걸 느꼈다. 무엇보다 나를 절망시킨 건 법과 절차의 경시였다. 국회의원이 국회법에 나와 있는 법과 절차를 무시한다. 야당의 문제가 아니라 국회 전체의 문제다. 여당이 되면 야당이 발목 잡는다고 하고 야당이 되면 여당 때 했던 얘기는 싹 잊어버린다.” -20대 국회를 최악의 국회라고 평가했는데. “제일 피부로 느끼는 건 법안 심사율이다. 20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28% 정도의 법안만 심사가 됐다. 나도 2016년 당선되자마자 어린이 안전 기본법이라는 법안을 만들었는데 지금까지 처리되지 않고 있다. 동물보호법, 데이트폭력방지법, 검시에 관한 법, 경찰위원회법 등 무수한 법안을 고심해서 전문가 의견을 다 듣고 만들었는데 심의가 안 됐다. 의원들이 온 힘을 들여 낸 법안 중에 70% 이상이 정쟁으로 상임위 일정이 파행해 아예 심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건 최악이다. 왜 이래야만 할까. 우리가 싸울 땐 싸우더라도 할 일은 제대로 했으면 지금 이렇게까지 자괴감이 들진 않았을 것 같다. 불출마라는 방법을 통해 거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꼭 야당 탓만 하고 싶진 않았다. 두 번째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을 둘러싼 추악한 몸싸움이었다. 자신에게 정당성이 있다는 논리로 국회법을 짓밟는 모습을 보인 건 최악이다. 세 번째는 국회 보이콧이 20번이 넘었고 원내대표의 서명까지 이뤄진 합의가 두 번이나 파기된 거다. 정치는 말과 약속이 핵심인데 그 말과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최악이 아니겠느냐.”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내가 탄핵 찬반 의원 명단을 공개했더니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이 나를 개인정보법 위반으로 고소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탄핵 표결 이후 있었던 국회 전시회 파동도 기억난다. 지금도 그걸로 공격받고 있지만 나로서는 억울한 점이 많다. 내가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블랙리스트 피해자라고 주장하시는 예술인협회에서 시사풍자 전시회를 국회에서 하고 싶다고 해 장소 마련에 도움을 드린 것뿐이었다. 박 전 대통령을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에 빗대서 만든 그 작품 때문에 엄청난 파장이 있었다. 우리 당의 여성 의원들조차 나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내가 스스로 당에 징계를 요청했고 당직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그것 때문에 우리 가족을 대상으로 비난을 하고 있다. 내 아내는 그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정신과에서 약도 처방받았다. 그런 고통들이 정치를 최대한 빨리 그만둬야 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출발점이었다.” -다음 국회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내 불출마가 조금이라도 여야 선배 의원들에게 ‘어린 초선 의원이 저렇게 나자빠질 정도였으니 이제는 우리가 바꿉시다’라는 인식을 줬으면 하는 불가능한 희망을 갖고 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자유한국당의 심리는 복수, 보복 심리다. 너희가 우리 대통령을 탄핵시키고 장차관, 동료의원을 감옥에 넣었으니 똑같이 해 줘야 되겠다는 게 확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가면 끝이 없다. 20대 국회에서 끊었으면 좋겠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으니까 내 몸을 던지는 걸로 부탁을 드리는 거다. 새로운 인재들이 많이 영입돼서 새 출발하는 국회가 됐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벌거벗은 文, 수갑 찬 조국… 도넘은 한국당 유튜브

    벌거벗은 文, 수갑 찬 조국… 도넘은 한국당 유튜브

    靑 “국격 깎아내려” 민주 “천인공노”자유한국당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려 만든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캐릭터가 속옷만 걸친 문재인 대통령과 수갑을 찬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모습을 풍자하는 ‘무리수’로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당은 28일 공개한 동영상 ‘오른소리 가족편’에서 문 대통령을 덴마크 동화 ‘벌거벗은 임금님’에 빗댔다. 동영상에서 문 대통령은 실체가 없는 ‘안보 재킷’과 ‘경제 바지’를 입는 설정의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다. 문 대통령의 안보·경제 실정을 풍자한다는 취지다. 문 대통령이 ‘인사 넥타이’를 매는 장면에서는 조 전 장관이 체포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속옷 차림의 문 대통령이 두 팔에 수갑을 차는 조 전 장관에게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수갑의 은어)를 차니 더 멋지구나”라고 말한다.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해당 영상을 공개하는 제작발표회에 참석했다. 황 대표는 “오른소리라는 이름처럼, 국민 입장에서 옳은 소리를 하는 정당으로 인식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대를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을 높이려 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 일인가”라고 반박했다. 또 “청와대의 입장을 논의하거나 비서진이 의견을 모으지는 않았다”면서도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에게 어울리는 정치 행태인가”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충격을 금할 수 없는 내용으로 채워졌고,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며 “그런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 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라고 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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