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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스크 쓰세요’ 주지사 명령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美 캔자스 주간지 만평

    ‘마스크 쓰세요’ 주지사 명령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美 캔자스 주간지 만평

    미국 캔자스주의 한 주간지가 자사 페이스북에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민주당 소속 주지사의 명령을 유대인 홀로코스트에 비유한 만평을 게재해 논란이 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에 따르면, 캔자스주 지역 언론인 ‘앤더슨 카운티 리뷰’의 페이스북은 지난 28일 만평으로 검은 별이 그려진 마스크를 쓴 로라 켈리 주지사 옆으로 열차 차량에 유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떼로 실리는 모습을 그렸다. 자막에는 “(지역을) 봉쇄한 로라가 말합니다: 마스크를 쓰고, 가축운반차(보통석)에 타세요”라고 썼다. ‘다윗의 검은 별’은 유대교의 상징이다.앞서 캘리 주지사는 공개석상에 검은색 별이 그려진 성조기 마스크를 쓰고 나왔는데, 이를 풍자한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들을 차출해 기차에 실어 집단 수용소로 보냈던 것을 연상케 하는 만화로, 즉시 수백 개의 비판 댓글이 달렸다. 주지사의 마스크 착용 명령은 감염병에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집단적 조치인데, 이를 유대인의 집단학살에 비유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비유라는 지적이다. 카톨릭 신자인 켈리 주지사는 성명을 내고 “반유대적 이미지가 즉시 삭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앤서니 헨슬리 주 상원의원도 이 만평을 “역겹다”고 표현하며 “만평에 관련된 이는 즉각 해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캔자스주는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여파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으로 꼽혔지만 최근 확진자 수가 폭증하자 켈리 주지사는 모든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공화당세가 강한 이곳에서 보수파 인사들은 ‘경제 재개에 걸림돌이 된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날 현재 캔자스주의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1만 6000여명으로 늘었고 사망자는 283명에 이른다. 인구 약 7900여명의 앤더슨 카운티는 캔자스주 내에서도 보수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73% 가까운 지지율로 승리했으며, 앤더슨 카운티 리뷰의 발행인 역시 이 지역 공화당 당수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노오력 세대 도피처 ‘밈’… “그냥 즐겨”

    노오력 세대 도피처 ‘밈’… “그냥 즐겨”

    3040의 현실 부정 욕구, B급 문화로 발현 패러디·공유로 끝없이 재생산하며 진화행복했던 과거 향수 자극 ‘옛것’ 소환도기성 미디어 등 주류 편입 땐 열기 식어 바야흐로 밈(meme·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놀이의 하나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의 중심부로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 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시대적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했다. 부모가 마련해 준 생활수준을 스스로의 능력으로는 유지하기 어려운 세대이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이라도 현실을 잊고 싶다는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에도 버겁고 힘든 현실을 부정하고 도피하려는 심리가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려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 문화계의 분석이다.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훌륭하지도 않고, 웃긴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일본에서는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유행한다. “기후 변화에는 펀(fun), 쿨(cool),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기성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는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기성 공동체로의 편입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립감에서 벗어나려고 일시적 공감대를 찾는 ‘부족주의’, 특정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이 결합된 문화 현상”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 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성어.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썼으며, 최근에는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하는 인터넷 문화 현상을 지칭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의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등이 밈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대유행하면서 밈의 개념이 대중에 각인됐다. 비는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즐겨라, 그게 밈(meme)이다 [아무이슈]

    바야흐로 밈(meme· 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전성시대다. 가수 비의 ‘1일 1깡’ 열풍에 이어 십여 년간 인터넷에서 하나의 놀이로 맥을 이어 온 농심 캘로그의 ‘파맛 첵스’가 시장에 소환됐다. 짤과 밈, 댓글로 가공된 콘텐츠를 방송과 마케팅이 확대·재생산 하면서 일종의 ‘B급 문화’였던 밈 현상이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은 밈 문화, 루저문화, 병맛 문화, B급 감성 등 심각하지 않고 뛰어나지 않은 ‘비주류 문화’가 화제를 모으는 현상 속에는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1980년대 중반에서 2000년께 출생한 젊은이)의 ‘불운’한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밈&밀레니얼…‘노오력’ 세대의 현실도피처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우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는 최신 스마트 기기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존감도 높지만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와 일자리 질 저하 등의 어려움을 겪은 세대다. 1998년 외환위기(IMF)를 겪은 부모의 영향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사회 분위기를 체득하기도 했다. 부모가 마련해준 생활수준을 스스로 힘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세대기도 하다. 이경민 마인드루트리더십 대표는 “이 세대는 부조리를 겪을 때 연대해 투쟁하기보다 스펙 쌓기 등 개인의 ‘노력’으로 뛰어넘으려는 특징이 있는데 문제는 사회구조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영상을 보는 순간만큼은 다른 것을 모두 잊고 마냥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이들의 욕구가 밈 현상, 병맛 문화 등으로 발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어린 시절 열광했던 가수들이 방송가에 소환되고 있는 현상도 버겁고 힘든 현실에서 도피해 현실을 부정하려는 해당 세대의 심리가 깔렸다고 설명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서태지와 아이들을 이후 대중가요를 비롯해 영화, 예능 등 대중문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함께한 세대다. 이 대표는 “30~40대에 접어든 80년대생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대중문화 시장에도 그때 그 시절이라는 ‘레트로’ 바람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좌절 투성인 현실에서 도피해 행복했던 10대 시절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가 꾸준히 인기”라고 말했다.개인(me)&연대(we)…주류가 되는 순간 사라진다 밈 문화에는 ‘성취와 투쟁’이 배제돼 있다. 심각하지도 않고, 훌륭하지도 않고, 일단 웃기다. 지루한 텍스트나 긴 영상을 참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단순히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미를 더해 밈을 확장해 나간다. 풍자의 대상을 공유하면서 느끼는 쾌감도 있다. ‘펀쿨섹좌(座)’로 불리는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상을 둘러싼 밈이 대표적이다. “기후 문제는 펀(fun), 쿨(잘난척), 섹시(sexy)해야 한다”,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요” 등 고이즈미 환경상의 모호한 유체이탈 화법을 패러디 한 ‘고이즈미 신지로처럼 말하는 법’이 인터넷을 휩쓸고 있다. ‘올릴 일상이 없어도 일상은 펀 쿨 섹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 (끄덕)’ 등 그의 화법을 따라하는 식이다. 주류 미디어가 다루기 시작하면 현상이 사그라지는 것도 밈의 특징이다. 경쟁을 유발하는 팍팍한 현실의 거울인 ‘기성 사회 질서’에 편입되는 순간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정통 미디어가 깡을 분석하고 본격적으로 현상을 소비하기 시작하자 인터넷 상의 밈 현상은 소멸 수순을 밟았다. 최항섭 국민대 정보사회학 교수는 “나를 구속하는 기성 공동체의 강한 소속감을 거부하는 동시에 사회적 고독을 벗어나고자 모방을 통해 일시적으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느끼고 싶어하는 ‘부족주의’, 그리고 특정한 취향이나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유목주의’ 등 밀레니얼 세대의 대표적인 특성이 결합한 문화 현상이 밈”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주의가 발달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이상적인 공동체의 조건은 단단한 결속이 아닌 외로움을 달래줄 느슨한 연대”라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밈이 기성 미디어에 편입되는 순간 주저 없이 연대를 해체하고 다음 ‘정착지’를 찾아 떠나는 유목민적 특성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복제&공유…끊임없이 재생산하며 진화 밈은 그리스어로 모방을 뜻하는 미메시스(Mimesis)와 유전자(Gene)의 합쳐져 만들어진 말로 1976년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학술 용어다. 문화 전달의 단위, 모방의 단위를 가리키는데, 지금은 인터넷상에서 패러디 등을 통해 유행으로 퍼지는 인터넷 현상을 지칭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드라마나 예능, 광고 등에 나오는 웃긴 장면이나 대사를 짤이나 댓글에 사용하는 행위, 가수 지코의 ‘아무 노래 챌린지’ 처럼 각종 챌린지도 밈으로 분류된다. 대중에게 ‘밈’이라는 단어가 확실히 각인된 것은 최근 한 여고생이 2017년 발매한 가수 비의 표제곡 ‘깡’의 춤을 따라 춘 커버 영상이 터지면서다. 비는 과자 ‘새우깡’ 모델로 발탁되는가하며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 ‘깡 오피셜 리믹스’를 발매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밖에도 배우 김영철의 ‘4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블로 가’(영화 ‘타짜’ 대사) 등이 숱한 패러디를 낳았다.■ 아무 : [관형사] 어떤 사람이나 사물 따위를 특별히 정하지 않고 이를 때 쓰는 말. 아무이슈는 서울신문 기자들이 분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자유롭게 취재해 이야기를 풀어놓는 공간입니다.
  • 진중권, 추미애에 “코로나도 윤석열 탓? 물오른 개그감각”

    진중권, 추미애에 “코로나도 윤석열 탓? 물오른 개그감각”

    진중권 “내가 쌀도 보냈는데…반북으로 매도 북한 섭섭”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30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자신을 헐뜯는 비판 글을 남긴 것에 대해 “종북은 아니라도 나름 친북인데, 그런 나를 반북으로 매도하다니, 섭섭하다”고 했다. 지난 30일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독자 토론방’에 진 전 교수의 저서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언급하며 “사대매국노인 유신독재자 박정희를 풍자할 땐 그래도 학자처럼 보이더니 지금은 셰익스피어극 오셀로의 이아고 같은 음모꾼이어서 국민들은 침을 뱉는다”고 맹비난했다. 또 ”국민분열에 양념 치다 못해 민족분열에 미쳐 북까지 마구 헐뜯어대는 반민족분열광신자!”라고 했다. 이에 진 전 교수는 1일 페이스북에 “북한 애들은 왜 나한테 ZR하지?”라며 반박 글을 올렸다. 진 전 교수는 “남조선 혁명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제게 맡겨주라, 그게 주체사상이다”라고 맞대응했다. 그는 “공화국에서 나를 오해한 것 같다”며 “메아리 동무들이 남조선 사정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 같은데, 그런 식으로 하면 남조선에선 먹히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옥류관에서 냉면 삶는 여성 동무, 입을 그 따우로 놀리면 남조선 인민들에게 반감만 하고 괜히 등 돌렸던 인민들까지 다시 문재인 주위로 뭉치게 할 뿐이다”며 “남조선 혁명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제게 맡겨주시라요. 그게 주체사상이다”고 자신을 향한 비판을 그만두라고 했다. 또 진 전 교수는 “김여정 동지의 대(對) 문재인 노선인 ‘못된 짓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는 놈이 더 밉더라’가 내 노선이다”며 “다만 이 노선을 남조선 정세와 사정에 맞게 주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메아리 동무들이 읽었다는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 그 책 첫 인세로 고난의 행군 하던 공화국 인민들에게 쌀 보내준 것, 책 재판 인세로 남조선에서 혁명과업 하다 감옥에 갇힌 동지들, 옥바라지하는 데 기부한 거 잊었냐”고 따지며 “노력훈장을 줘도 시원찮을 판에 쌍욕을 해? 당과 나를 이간질하는 종파분자들, 앞으로 가만두지 않겠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진중권, 추미애 일침 “코로나도 윤석열 탓? 개그감각 탁월” 앞서 진중권 전 교수는 “윤석열 검찰총장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진 전 교수는 지난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젠 코로나도 윤석열 탓이냐? 국회 싹쓸이로 야당 탓 못하게 되니, 검찰총장 탓을 하네요”라고 비판했다. 그는 “코로나 확산은 윤석열 총장의 책임이 크다. 애초에 윤석열 총장이 바이러스에 체포영장을 신청하지 않아 이렇게 된 것”이라며 “요즘 추미애 장관의 개그 감각, 물이 올랐어요. 개콘(개그콘서트)이 아쉽지 않을 정도”라고 비꼬았다. 앞서 추미애 장관은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출석해 “제때 신천지를 압수 수색했더라면 당시 CCTV를 통해서 출입한 교인 명단을 확보할 수 있었겠지만, 압수수색 골든타임을 놓치면서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제때 방역을 못한 누를 범했다”고 발언했다. 신천지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2월 자신이 공문으로 압수수색을 지시했으나 검찰이 제때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그신세 가련” KBS드라마 미래통합당 ‘부정묘사’…북한도 가세

    “그신세 가련” KBS드라마 미래통합당 ‘부정묘사’…북한도 가세

    미래통합당이 KBS 드라마 ‘하라는 취업은 안하고 출사표’(출사표)가 보수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비난하자 북한도 가세했다. 지난 25일 정원석 비상대책위원은 “KBS에서 7월 1일 ‘출사표’라는 청년 정치 드라마가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며 “보수에 대한 이미지가 매우 안 좋게 설정되어 있고 거기에 있는 주연급 배우들이 전부 보수를 상징하는 나쁜 사람들로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작가님들에게 건의 드린다”며 “이스타항공 창업자인 이상직 민주당 의원을 바로 출연대상자로 삼아 정말 이 시대의 잘못된 기득권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인터넷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30일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 헐어빠진 ‘미래통합당’이란 당사를 고쳐짓는 것도 고민거리인데 TV련속극(연속극)에 나오는 부정역의 주인공으로까지 되여 만사람의 조롱을 받고있으니 그 신세 어찌 가련하다 하지 않겠는가”라며 미래통합당을 조롱했다.앞서 통합당 미디어국은 논평을 통해 “드라마 ‘출사표’에서 뒤가 구린 캐릭터는 보수정당 쪽에 배치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진보정당 쪽에 배치해 ‘진보는 선, 보수는 악’이라는 허황된 구도를 설정했다”며 “어느 정당을 겨냥한 것인지 초등학생도 알법한 유치한 작명으로 사실상 여당 홍보, 야당 능멸의 속내를 부끄러움도 없이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에 KBS 출사표 제작진은 “편향된 프레임으로 인물 구성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제작진은 지난 26일 입장을 내고 “출사표 내에서 당적을 가지고 나오는 인물들은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대부분 선한 인물로 설정돼 있지 않다”며 “오히려 정치적 성향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무소속 등장인물 구세라를 전면에 내세워 진보-보수 양측의 비리들을 파헤치고 풍자하는 코미디를 추구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사표’는 직장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여주인공 구세라(나나 연기)가 일년에 90일만 일하고 연봉 5000만원을 받는다는 ‘신의 직장’인 구의회 의원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여성 후보 속옷으로” 작은 아베 마스크의 굴욕

    “여성 후보 속옷으로” 작은 아베 마스크의 굴욕

    속옷 포스터 “정치에 관심 갖는 계기 됐으면” 내달 5일 치러지는 일본 도쿄도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성 후보가 이른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를 속옷처럼 착용한 사진을 담은 선거 포스터를 선보였다. 해당 포스터의 주인공은 ‘호리에몬 신당’ 소속의 신도 가나 후보로 이번 도쿄도의원 보선에서 기타구 선거구에 출마했다. 28일 도스포(도쿄스포츠) 등에 따르면 신도 후보는 이 포스터를 공개하면서 “정치에 흥미를 갖게 하는 계기가 돼주고 싶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자숙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배포한 게 마스크였는데, 거기에 정부가 돈을 쏟아 붓고 있다는 풍자를 담았다. 단지 노출만 한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의 일환으로 총 466억엔(약 5219억원)의 예산을 들여 모든 가정에 세탁 및 재사용이 가능한 천 마스크를 2장씩 총 1억여 장을 배포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아베 마스크’ 사업은 아베 신조 총리가 처음 제안했을 당시부터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나”, “성인 남성이 쓰기엔 크기가 작다”는 등의 지적을 받으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도쿄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신도 후보 측에 “선정적인 포스터는 피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으나, 신도 후보 측에선 “법률을 위반한 게 아니다”며 해당 포스터를 공식 포스터로 선정했다고 한다. 신도 후보는 “(마스크는) 브래지어가 아니기 때문에 가슴이 예쁘게 보이도록 모아주는 기능은 없지만 착용감은 굉장히 좋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한편 도쿄도의원 보선은 오타구와 기타구, 히노시, 기타타마 제3선거구 등 4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며, 도쿄도지사 선거도 같은 날 투개표가 실시된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마스크를 눈에 쓰고 비행기 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마스크를 눈에 쓰고 비행기 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트위터를 통해 인기리에 공유 중인 마스크를 쓴 남성의 사진이 29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남성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적힌 붉은색 모자를 쓰고 있다. 2016년 당선 당시 줄여서 MAGA 캠페인을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000년 재선에 임하면서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로 선거 유세 구호를 바꿨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백인 남성은 비행기 안에서 모자를 쓰고 마스크로 코와 입 대신 눈을 가리고 안대처럼 사용해 비난을 사고 있다. 바로 뒷자리에 앉은 어린이들은 마스크를 올바른 방법으로 착용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스크 착용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개석상이나 선거 유세 현장에서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는다. 사진을 공유한 트위터 이용자는 “왜 미국에서 코로나19 유행을 잡지 못하는지 이보다 더 잘 보여주는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포토샵으로 사진을 조작했거나 누군가 의도를 가지고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처음 사진을 올린 네티즌은 오하이오에 사는 친구의 친구가 직접 찍은 것으로 마스크를 잘못 쓴 남성의 사진이 가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잘못된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내버려둔 항공사를 탓하면서 이 남성은 즉각 비행기에서 추방당하거나 착륙 즉시 체포되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3월 미국의 잡지 ‘뉴요커’는 표지 사진으로 마스크를 눈에 착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삽화를 사용한 바 있다. 당시 ‘뉴요커’는 코로나 방역을 잘해내고 있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하기 위해 이와 같은 표지를 선택했다. 마스크로 눈을 가리고 비행기에 탄 트럼프 지지자의 사진은 즉각 인터넷에서 수많은 풍자를 양산해 ‘미국을 다시 멍청하게!(Make America Dumb Again!)’란 패러디물이 만들어졌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찬란한 영광은 저물었지만…

    찬란한 영광은 저물었지만…

    아름다운 것만 보려는 사람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실망감을 느낄 수 있다. 유적지엔 주춧돌이나 돌기둥만 남아 있어 황량하다. 영광스러운 과거와 거대한 유적을 복원하는 것은 온전히 관광객의 상상력에 달렸다. 게다가 오래 이어진 경제 위기로 풍경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중심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에서 주사기를 든 청년들과 쓰레기통을 뒤지는 걸인들을 봤다. 찬란한 고대 문명을 꽃피웠던 도시에서 결핍과 부재가 느껴졌다. 그런데도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은 아테네에 간다. 고대 유적을 만나 보기 위해서.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이지만, 유럽 여행의 시작은 아테네였어야 했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처럼 반도이면서 산악 지형을 가졌다.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polis)는 가장 높은(acro) 산이나 언덕에 아크로폴리스(acropolis)라는 공간을 만들었다. 군사방어용으로 만들었으나 나중에 종교적 성격이 덧붙여졌다. 아크로폴리스는 도시국가마다 존재하는 특정 공간을 의미하지만, 지금은 파르테논 신전이 있는 아테네의 156m 높이 바위 언덕을 떠올린다. 아테네에서 아크로폴리스만 제대로 봐도 아테네의 9할은 이해하고 가는 셈이라고 한다. 우리가 산신을 모시듯 고대 그리스도 수호신을 떠받들었다.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은 전쟁과 지혜의 신인 아테나 여신을 모신 곳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 내려다보면 고대 아테네 사람들이 모여 정치를 논하고 물건을 사고팔던 넓은 광장, 아고라가 보인다. 아크로폴리스가 ‘신의 영역’이었다면, 아고라는 ‘인간의 영역’인 셈이다. 디오니소스 극장은 1만명이 넘는 사람이 모여 정치 풍자 연극을 보고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던 곳이다. 이 모든 것이 기원전 5세기의 일이다. 거대한 원형 극장 한가운데 앉으니 우렁찬 노래가 들리는 듯했다. 아크로폴리스의 백미는 파르테논 신전이다. 그리스 정치인 페리클레스가 기획해 건설한 것으로, 유네스코 심벌의 모티브가 됐다. 민주주의와 유럽 문화의 원류라는 점을 의미한다. 파르테논은 우여곡절도 많았다.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6세기부터는 아테나 여신 대신 성모 마리아를 모시는 교회로 바뀌었다. 15세기엔 오스만제국이 아테네를 점령하면서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사용했다. 터키 총독의 후궁 처소로 썼다는 사실도 서글프다. 1687년 베네치아-오스만 튀르크 전쟁 당시엔 화약고로 쓰였는데, 베네치아군이 신전을 향해 포탄을 쏘면서 화약고가 터져 기둥 14개와 지붕이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다. 19세기엔 영국대사인 토머스 엘긴이 파르테논 신전의 벽면 부조와 기둥 조각품을 영국으로 가져가 대영박물관에 전시함으로써 수난에 정점을 찍었다. 그가 반출해 간 조각은 253점에 이른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에 가면 영국이 약탈해 간 대리석, 즉 엘긴마블스(Elgin Marbles)가 무엇인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수난이 그저 남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아테네엔 사라진 것이 많다. 사라진 것이 한때 찬란하게 빛나던 것이었고, 시간 앞에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불변의 진리. 아크로폴리스는 고색창연한 폐허로 말해 주고 있었다.김진 칼럼니스트·여행작가
  • ‘영국 지선우’에게 반했다면, 이 영드를 추천합니다

    ‘영국 지선우’에게 반했다면, 이 영드를 추천합니다

    드라마 ‘부부의 세계’ 원작 BBC ‘닥터포스터’를 본 사람이라면 ‘영국 지선우’ 배우 슈란느 존스의 연기력에도 푹 빠질만 하다. 두 시즌동안 ‘미친 연기력’을 선보이며 긴장감 넘치게 극을 끌고 간 존스는 영국 아카데미 텔레비전상 여우주연상, 내셔널 텔레비전 어워즈 드라마 연기상을 수상한 정상급 배우다. ‘영국 지선우’의 매력을 재발견 할 만한, BBC아메리카가 꼽은 존스의 대표작을 살펴봤다. ●150년 전 여성 사업가 ‘젠틀맨 잭’ 150년 전 실존했던 여성 사업가 앤 리스터(1971~1840)의 생애를 다룬 BBC 8부작 ‘젠틀맨 잭’(2019)에서 슈란느 존스는 주인공 앤 리스터 역을 맡았다. 요크셔의 유복한 집안에서 자라 근대적 레즈비언’으로 불린 앤은 방대한 양의 일기에 일상과 로맨스를 자세히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리스터는 남성의 일으로 여겨진 부동산 관리인으로서 뿐 아니라,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동성과의 관계를 맺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영국 상류층의 삶 다룬 ‘베니티 페어’ 2018년 영국 ITV에서 방영된 7부작 시리즈. 영화와 드라마로 수차례 리메이크 된 윌리엄 메이피스 태커레이의 1848년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상류층으로 올라가려는 베키 샤프(올리비아 쿡 분)를 중심으로 19세기 영국 상류층의 허영과 위선적인 인간상을 풍자한다. 슈란느 존스는 베키가 다니는 기숙 학교 교장 미스 핑커튼으로, 속물적이면서 냉정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성 형사들 활약 보여준 ‘스콧 앤 베일리’ ‘스콧 앤 베일리’(Scott & Bailey)는 2011~2016년 5시즌 동안 사랑받은 영국 드라마다. 슈란느 존스는 ‘경력단절녀’ 스콧 형사(레슬리 샤프 분)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가는 레이첼 베일리 형사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가상의 맨체스터 경찰 신디케이트 나인 중대 사건 팀(MIT)의 구성원으로 야심차고 유능한 여형사들이다. 시리즈는 두 사람의 사생활에도 초점을 맞춘다. 베일리는 그러나 사생활 때문에 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 30대 초반의 우여곡절을 보여주기도 한다. ●‘닥터 후’ 속 휴머노이드 이드리스 1963년부터 이어진 BBC의 인기 SF시리즈 ‘닥터 후’에도 슈란느 존스가 등장한다. 2011년 방영된 뉴시즌6 ‘닥터의 아내’편에 출연한 존스는 소행성에 살고있는 휴머노이드 종족 이드리스로, 하우스라고 불리는 악의 실체에 의해 조종된다. ‘닥터 후’의 팬들이라면 스쳐 지나갔을 그의 ‘로봇’ 연기도 색다른 볼거리. 뉴시즌 6 최고의 에피소드로 손꼽히기도 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오탁번 시인 “공초 선생처럼 올곧은 시인의 길 걷겠다”

    “공초 선생의 시는 시적 수사나 기교의 차원을 단숨에 돌파해 절대적인 차원에 자리잡고 있는 매우 특별한 문학적 구조이자 장치입니다. 그의 시의식은 태초의 새벽 텅 빈 시공처럼 빅뱅 전야의 적막이며 무한대로 팽창해 가는 우주의 신비로운 전율과 맞닿아 있습니다.”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공초문학상의 스물여덟 번째 주인공인 오탁번(77) 시인은 특유의 넉살과 재치로 수상 소감을 읊었다.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8회 공초문학상 시상식에서 오 시인은 “오상순 선생은 우리 시단의 큰 어른으로 존경받았고 서거 57주년을 맞는 오늘날까지도 변함없는 숭모를 받고 계신다”며 “올곧은 시인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라는 선생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선생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게 돼 크나큰 영광”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오 시인은 지난해 출간한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수록된 시 ‘하루해’로 올해 공초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원로회원인 김남조 시인, 공초숭모회장인 이근배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유자효·김지헌·이두의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 등 60여명의 내빈이 참석했다. 심사위원장인 이근배 회장은 “올해는 공초 선생이 참여했던 동인지 ‘폐허’ 창간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며 “공초문학상을 제정할 때 구상 선생이 운영 회칙을 만들며 ‘인품도 보라’고 하셨는데 수상자 면면이 한국 시단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시인들”이라고 평했다. 고광헌 서울신문사 사장은 “오 시인은 순수 우리말을 빼어난 시로 조탁하고 당대의 삶에 해학과 풍자, 유머를 가미해 우리 문단을 풍성하게 한 분”이라며 “뛰어난 시적 성취와 함께 후학을 가르치며 빼어난 문인들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휠체어를 타고 시상식에 참석한 김남조 시인은 축사에서 “구도자이자 도인, 초인이었던 공초 선생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28년간 기려 온 서울신문사에 존경을 표한다”고 말했다. 등단한 지 20년이 넘는 시인이 최근 1년 이내에 발간한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공초문학상은 한국 신시의 선구자인 공초 오상순 시인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됐다. 1993년 이후 매년 신경림, 정현종, 천양희, 신달자, 정호승, 도종환, 유안진, 나태주 등 당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고전은 엄숙, 따분? No!’ 고정관념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화제

    ‘고전은 엄숙, 따분? No!’ 고정관념 깬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화제

    ‘메두사와 마주친 뒤 돌로 변한 코로나 바이러스, 그림 바깥으로 튀어나온 난쟁이…’ 르네상스 미술의 성지인 이탈리아 피렌체의 우피치 미술관이 ‘고상과 진지함’을 벗어던진 파격적인 ‘틱톡’(TikTok) 홍보 영상으로 관광객 및 어린 학생들에게 열렬한 호응을 얻고 있다. 미술관이 먼지 케케묵은 르네상스 미술품 창고라는 이미지를 깨고 ‘탐험할 만한 공간’이라는 이미지를 어린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참신한 시도에 나섰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현지시간) 전했다. 르네상스 시기의 대작들을 감상하는 새로운 관점도 제공했다는 호평도 나온다. 우피치 미술관은 보티첼리의 ‘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 고지‘, 카라바조의 ‘성 마테오 3부작’ 등 화려한 르네상스 소장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미술관이 올리는 틱톡 영상에는 유머러스한 풍자와 우스꽝스러움, 초현실이 한데 녹아 있다.지난달 올라온 영상에는 인기 유튜버 겸 가수 테드릭 홀의 노래 ‘네일, 헤어, 힙스, 힐스’(Nail, Hair, Hips, Heels)에 맞춰 보티첼리의 봄의 여신 ‘플로라’가 클로즈업된다. 신체 부위를 가리키는 가사에 맞춰 르네상스 시대에 미인의 상징이었던 ‘가는 허리, 풍만한 허벅지’를 풍자하는 식이다. 다른 영상에서는 코로나19 바이러스 모양의 만화 캐릭터가 춤을 추다 카라바조의 ‘메두사’ 그림 앞에 멈춰선다. 메두사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를 돌로 변하게 만들었다는 그리스 신화의 마녀인데, 코로나 바이러스 역시 돌로 변한 뒤 바닥에 떨어져 두 동강 난다. 이 메두사는 얼굴에 코로나 방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영상 사운드트랙은 미국 인기 가수 카르디 비의 ‘코로나 바이러스’다. 또 브론치노의 1552년 그림 ‘난쟁이 모르간테의 초상’ 속 난쟁이는 벌거벗은 채로 캔버스에서 튀어나와 미술관 정원에서 사냥을 한다. 16세기 메디치 가문의 어릿광대였던 실제 인물 모르간테는 실제로 이곳 정원에서 사냥을 했다고 한다. 영상의 많은 부분이 실제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제작됐다는 설명이다.지난 4월 28일 만들어진 우피치 미술관의 틱톡 계정은 이런 영상에 힘입어 팔로워가 2달 만에 2만 2000명까지 늘었다. 틱톡 영상을 기획한 일데 포르지오네(35) 행정직 요원은 “좀 우스꽝스럽게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주에 우피치의 명화 2점을 차용해 ‘추파를 던지는 나쁜 예’라는 영상을 올렸는데 즉각 2500여개의 ‘좋아요’를 받을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세계 주요 미술관 중 틱톡 계정이 있는 곳은 네덜란드 암스텔담의 레이크스 국립 미술관, 스페인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등 11곳이다.우피치 미술관 역시 2015년에야 공식 웹사이트를 만들었고, 페이스북 계정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미술관이 문을 닫게 된 지난 3월에야 만들었을 정도로 디지털 조류에는 무지했다. 에이크 슈미트 박물관 디텍터는 “우리는 거의 구석기 시대에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보다 틱톡이 젊은 사용자들에게 먹힌다는 점에서 주목하고, 포르지오네에게 틱톡을 담당하는 소셜 미디어팀을 이끌도록 한 뒤 소위 홈런을 쳤다. 틱톡 역시 지난 4월 미술관 및 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에 500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하는 등 예술 관련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다. 다음달 2일 재개관을 앞둔 우피치 측은 “틱톡 영상을 본 젊은 팬들이 직접 미술관을 방문해서 그들 자신만의 틱톡 영상을 제작해 ‘우피치 미술관’ 태그를 달아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7일~29일 국립 5·18민주묘지서 ‘예술 만장전’열려

    27일~29일 국립 5·18민주묘지서 ‘예술 만장전’열려

    망자의 넋을 기리는 글이 담긴 만장이 오는 27~29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주변에 내걸린다.특히 5·18 40주년인 올해는 이들 만장이 미국·일본·호주 등 해외 50개 도시에 부내져 ‘광주정신·대동세상’의 의미를 세계인과 공유한다. 광주민족예술인단체총연합(민예총)은 이 기간 5·18민주묘지 입구에서 만장전 ‘예술 만장전-5월의 미풍’을 개최한다. 이번 만장전은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오월 정신을 승리의 역사, 따뜻하고 아름다운 역사로 기억하고 계승하고자 기획됐으며 전국 각지 작가 51인이 참여한다. 민예총은 이번 만장전 이후 작품들을 해외 50개 지역 5·18 행사위로 보낼 계획이다. 미국의 주요 도시 외에도 캐나다 벤쿠버, 토론토, 브라질 상파울로, 일본, 호주 등이 포함돼 있다. 광주의 노여운·박성완·임남진·조정태·최재덕·허달용을 비롯해 구례의 박나리·오치근 작가, 해남의 김우성 작가가 참여한다. 또한 전북의 진창윤,서울의 고경일·김서경·김운성·김종도·김호민·이하 등 전국 작가 51인이 포함돼 있다. 개막 당일 27일 오후 2시에는 민주묘지 입구에서 문화제가 펼쳐진다. 세대를 노래하는 삼촌밴드, 민중가수 류의남 공연, 예술만장 관람투어가 이어진다. 또 전국 농민들의 트럭 518대가 전두환 표정을 풍자한 518개 대형 초상을 싣고 5·18민주광장(옛 전남도청)까지 퍼레이드를 진행할 계획이다. 퍼레이드는 광주민예총을 비롯한 전국 16개 민족예술단체와 전국농민회총연맹이 공동으로 주관하며, 전두환·노태우가 항복한 날에 발표된 6·29선언에 맞춰 진행하자는 의미를 담아 27일에 펼쳐진다. 행렬의 맨 선두에는 전두환을 형상화한 대형 조형물(탑재 높이 1.2m 포함 4.2m, 길이 7m)을 실은 트럭이 서고, 차례로 518대의 트럭이 뒤따른다. 518점 그림은 전국에서 모인 전문작가와 시민, 청소년 참여작가 총 398명이 전두환의 뻔뻔스러운 표정을 다양하게 그린 것이다. 퍼레이드가 끝나면 5·18민주광장에서 5·18제40주년문화예술추진위가 마련한 ‘저항의 밤’ 문화제가 오후 7시부터 펼쳐진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제28회 공초문학상] “광부가 금 캐듯… 모국어 빛 발굴하는 게 시인의 몫”

    “공초 선생은 시를 손끝으로 잘 써서, 시적 기교가 좋아서 시인이 된 게 아니에요. 무한대의 자유로운 시의식과 무소유의 세계관을 자신의 삶의 방식과 혼연일체 육화시켜나간 분이에요. 내 나이가 선생과 비슷해지다 보니, 한발 물러서고 여유가 생기면서 ‘선생의 문학 정신과 근접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희수를 넘긴 시인은 먼저 간 선생의 나이를 넘겨서야 그 뜻을 안다. 제28회 공초문학상을 수상한 오탁번(77) 시인의 말이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시인은 등단 이래 54년 간 오롯이 문학을 살아낸 인물이다. 그는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된 이후 시·소설이 차례로 당선된 신춘문예 3관왕이며,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한국 문학을 연구하며 후학들을 가르쳐왔다. 2008년부터 2년 간 한국시인협회장을 지냈고, 시 전문 계간지 ‘시안’(詩眼)을 창간해 15년을 이끌었다. 수상작 ‘하루해’는 그의 자평에 따르면 ‘싱거운 시’다. 그도 그럴 것이 풍자와 해학이 넘쳐나는 그의 열 번째 시집 ‘알요강’(현대시학)에 담긴 시편들 중 ‘하루해’는 가장 얌전하다. ‘싱거운 시’는 그가 정년 퇴임 후 내려 간 고향 충북 제천에서 매일 같이 마주하는 풍경에서 나왔다. “수채화 그리듯, 보이는 그대로 그린” 풍경이다. 또한 ‘하루해’는 시인이 생각하는 예술혼이 그대로 담긴 시편이기도 하다. “한국전쟁 때 이중섭은 제주도 내려 가서 애들이 발가벗고 멱 감는 걸 그렸어요. ‘무찌르자 공산당’ 같은 구호가 없어도, 사람들은 그걸 보고 전쟁의 참화 속에서 마주하는 인간의 절대 빈곤, 고독을 느끼죠. 그런게 ‘예술’이에요.” ‘벼 익는 논배미마다 지는 해가 더딘’ 가을 농촌 정경을 그린 ‘하루해’를 두고 이병초 시인은 이렇게 적었다. ‘문명과 거리를 둔 가을의 갈피를 순정하게 보여줌으로써 돈과 속도에 쫓기는 오늘을 고요히 성찰하도록 한다.’ 시집 ‘알요강’에 담긴 시인의 시를 보다 보면 유독 갸웃하게 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누군가는 오타인 줄 알았다던 ‘닁큼’ 같은 단어들. ‘닁큼’은 ‘머뭇거리지 않고 가볍게 빨리’라는 뜻을 지닌 부사 ‘냉큼’의 큰 말로 순 우리말이다. 손자의 ‘알요강’(어린아이의 오줌을 누이는 작은 요강)을 사러 간 늙은 할아버지의 동작이 ‘냉큼’ 마냥 빠를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모국어의 빛나는 점, 좋은 점을 발굴해서 독자들한테 알리는 게 시인의 임무예요. 땅에서 금 캐고, 석탄 캐는 게 광부의 일이듯이.” 백석, 정지용의 시처럼 가장 좋은 시는 번역될 수 없다는 게 시인의 오래된 생각이다. 시인이 처음 문학을 접하게 된 것은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학원’이라는 잡지를 만나서다. 1952년 전쟁통에 창간된 학생잡지 ‘학원’은 이청준, 김원일, 황동규 등 수많은 학원세대를 낳았다. 한겨울, 방 안에서 잉크가 얼 정도로 가난해서 추웠던 시절, 가진 건 문학밖에 없었다고 그는 추억했다. “글을 안 쓰고 있으면 배 속에서 기생충이 꼼지락 대는 것만 같아요. 내가 우주 속에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 스스로를 증명해 나가는 것이 문학입니다.” 시와 소설 등 문학으로서의 도구를 여러 개 지녔던 그는 “시는 나를 힐링하는 것이라면, 소설은 노동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인은 2018년에 소설 전집을, 지난해 열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내년까지 부지런히 쓰면 열 한 번째 시집과 함께 2003년에 냈던 시 전집의 두 번째 버전을 낼 수 있을 것 같단다. 오랜 소망은 시와 소설이 합쳐진 듯한, 환상문학에 기반한 자전적인 장편 소설을 쓰는 것이다. “달나라 여행, 해저 탐험처럼 문학으로 썼던 거짓말 같은 일들이 다 현실로 이뤄졌잖아요. 문학이 상상하면 현실로 빚어지지요.” 시인의 오랜 상상도, 현실로 빚어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오탁번 시인은 ▲1943년 충북 제천 출생 ▲1964년 고려대 영문과 입학 ▲196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1967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1969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고려대 국문과 대학원 입학 ▲1976년 수도여자사범대학 조교수 ▲1983년 고려대 국문과 박사 졸업 ▲1983~2008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 ▲1987년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94년 동서문학상 수상 ▲1997년 정지용문학상 수상 ▲2008년 고려대 교수 정년 퇴임 ▲2008~2010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2010년 김삿갓문학상 수상, 은관문화훈장 수훈 ▲현 고려대 명예교수·원서문학관 관장
  • 일본 신화학자가 쓴 한국 옛 이야기, 100년 만에 완역

    일본 신화학자가 쓴 한국 옛 이야기, 100년 만에 완역

    “이 이야기는 일본의 오래되고, 누구든 들어 본 옛이야기와는 아주 다른, 바다 건너 한국에 예부터 전해 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의 유명한 신화학자 다카기 도시오는 책 서문에 이렇게 쓰고 “어떤 것을 읽어 보아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라고 결들였다. 용왕의 병을 낫게 하려 거북이가 토끼를 꾀어 데려왔지만,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도망간다는 ‘토끼의 간’이라든가, 제비의 다리를 고쳐 주고 복을 받은 아우를 시기해 제비 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린 형님의 비참한 말로를 그린 ‘흥부와 놀부’ 등은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하겠지만, 책을 펼쳐 든 일본 애서가들은 그저 신기했을 터다. 일본 신화학자가 우리나라 옛이야기를 담아 펴낸 책이 100년이 넘어 완역돼 출간됐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다카기 도시오(1876∼1922)가 1917년 출판한 ‘신일본교육석신’을 완역한 ‘해학과 미학의 한국 옛이야기’(한국학중앙연구원·사진)를 출간한다고 17일 밝혔다. 저자는 근대 일본 신화·민담 연구의 기초를 닦은 신화학자이자 동화연구자다. 1911~1916년 요미우리신문에 한국의 옛이야기 31편을 연재했고, 이때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52편의 작품을 선정해 ‘신일본교육석신’을 펴냈다. 저자는 한국 옛이야기에서 충효, 정직 등 유교적 윤리나 일본 제국이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구하지 않았다. 대신 권력자와 어리석은 사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고 풍자하면서 해학과 전복의 미학을 드러낸 이야기에 집중했다. 번역에 참여한 권혁래 용인대 교수와 조은애 숭실대 교수는 “100여년 전 일본인 학자가 한국 옛이야기에 보여 주었던 학문적 애정이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박 전 대통령 누드화’ 파손한 예비역 제독…항소심도 유죄

    ‘박 전 대통령 누드화’ 파손한 예비역 제독…항소심도 유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풍자 누드화를 파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예비역 해군 제독이 항소심에서도 같은 판단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3부(부장 허준서)는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제독 A(66)씨와 B(61)씨의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17일 밝혔다. 법원 “부정적 견해, 폭력적 방법으로 관철하면 안돼” A씨와 B씨는 2017년 1월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 전시된 박 전 대통령 풍자 누드화 ‘더러운 잠’을 벽에서 떼어낸 뒤 바닥에 던져 액자를 부수고 그림을 구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지난해 1월 “논란의 대상이 된 그림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다고 해서 개인이 폭력적 방법으로 그 견해를 관철하는 것은 법이 허용하는 바가 아니다”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A씨 등은 항소심에서 “국회에 박 전 대통령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그림을 건 것은 인권 침해이고, 이를 중지시킨 것은 정당방위,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역시 정당방위와 그림을 부순 범죄 사이에는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A씨 등은 자신들을 수사한 검찰에 대해서도 “공소권을 남용하고 불법적 심야 조사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런 일이 있었다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피고인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면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문 대통령 누드화도 제재 못 하는 것 아니냐” 대법에 상고 A씨 등이 파손한 ‘더러운 잠’은 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를 패러디한 그림이다. 마네의 ‘올랭피아’는 벌거벗은 매춘부가 침대에 누워 있고, 옆에서 꽃다발을 흑인 하녀를 묘사했는데, 엄숙하고 우아한 표현을 강조하던 당대 화풍에 정면 도전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더러운 잠’은 ‘올랭피아’에 묘사된 벌거벗은 여성에 박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하녀의 얼굴에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를 각각 합성해 파문을 일으켰다. A씨는 항소가 기각되자 “문재인 대통령의 나체 그림을 그려 공공장소에 걸어놔도 제재할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이번엔 흑인 차별 비판 작품 공개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 이번엔 흑인 차별 비판 작품 공개

    세계적인 거리 예술가 뱅크시가 이번에는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을 비판의 대상에 올렸다. 지난 7일(현지시간) 뱅크시는 촛불에 서서히 타오르는 성조기의 모습을 담은 작품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단 이틀 만에 무려 220만의 응원을 기록한 이 작품은 한마디로 인종 차별로 숨진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이 사건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그림을 보면 촛불에 서서히 타오르는 성조기가 벽에 걸려있고 중앙에는 숨진 플로이드를 형상화한 것으로 보이는 영정 사진이 놓여있다. 그림과 함께 쓴 뱅크시의 글은 이보다 직설적이다. 뱅크시는 '처음에 나는 입닫고 흑인들이 이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왜 그래야하나? 이 사건은 흑인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이기도 하다'고 적었다. 이어 '이 백인 시스템은 마치 망가진 아파트 파이프 때문에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이 홍수를 겪는 것과 같다. 이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는 것은 흑인의 일이 아니다. 만약 백인이 고치지 않는다면 누군가 윗층으로 올라가 문을 차 부셔야한다'고 강조했다. 곧 흑인 차별이 백인의 문제이며 이를 고치기위해 백인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     일명 '얼굴없는 화가'로 유명한 뱅크시는 도시의 거리와 건물에 벽화를 그리는 그라피티 아티스트로 특히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의 작품은 전쟁과 아동 빈곤, 환경 등을 풍자하는 내용이 대부분으로 그렸다 하면 사회적 파문을 일으킬 만큼 영향력이 크다. 특히 유명 미술관에 자신의 작품을 몰래 걸어두는 등의 파격적인 행보로도 유명하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열린세상] 당신을 존중하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열린세상] 당신을 존중하지만 당신은 틀렸습니다/남시훈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2020년 총선과 관련해 흥미로운 현상들이 있었다. 정치 및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언론에 자주 나오던 사람들의 예측이 대부분 틀렸다. 반면 소셜미디어에서 사람들이 협력해 여론조사를 기초로 해 만든 예측이 대단히 정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선 이후에는 부정선거와 관련된 논란들이 여럿 제기됐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통계의 기본을 무시한 주장들이었다. 이것들은 전문가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문가 집단의 신뢰성이 낮아진 것은 하루이틀 일이 아니고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 및 정책적 의사결정에서 전문성에 기반한 목소리가 대중들의 방향과 자주 충돌하게끔 만든다. 이런 충돌에서 옳고 틀림의 기준으로 보면 그래도 아직은 대중들의 목소리가 틀릴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정부는 대중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기에 갈등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의사결정을 두고 정부가 포퓰리즘을 조장한다고 분노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일부 선동형 정치가들이 만들어 내는 문제도 있지만, 정부는 기본적으로 선출권력이기에 대중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다는 태생적 한계 역시 존재한다. 정부를 욕하는 것은 쉽지만 그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 스스로 신뢰를 얻도록 노력을 해 대중들의 불신을 낮추고 좋은 방향으로 정책적 의사결정이 나오도록 이끌어 내는 것이 근본적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열린 공론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어떤 주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 합의가 이뤄지지만, 다른 주제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적인 경우도 있고, 전문가도 실수나 착각을 해 잘못된 정보를 말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토론이 나타나며 대중들이 이것들을 보고 어느 쪽이 합당한지 판단할 수 있는 일종의 광장이 필요하다. 이미 소셜미디어는 이런 기능을 일부분 하고 있다. 문제적 내용이 레거시미디어인 전통언론에 나오면 소셜미디어에서 공격과 조롱을 하는 것이 어느새 자주 보인다. 이것은 권위주의 정부와 전통언론이 여론을 과점했던 과거의 잔재로 생각된다. 실명으로 정부 방침이나 전문가의 권위에 반대하기 어렵다 보니 풍자와 조롱으로 비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비록 이제는 정부에 대한 비판이 과거에 비해 자유로워졌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누군가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A라는 주장에 대해 B라는 반론을 제기하면 A라는 주장을 한 사람들이 자신들을 모욕했다고 생각하거나, 언론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경에서는 공론장은 폐쇄적으로 남게 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전문가들이 노력해야 한다. 선거예측 및 부정선거에 관해 정론을 펼치는 전문가들도 많으며, 틀린 분석을 비판하는 논쟁이 상호존중하에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공론장에서 일정한 권력을 가진 집단에 있다. 전문가는 결국 개인이지만, 언론은 대형 스피커와 연단을 갖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이 좋은 의견을 제시하려면 상호 견제와 비판이 보다 활발해져야 한다. 언론이 굳이 심판만 보려고 할 필요는 없다. 이 경우 오히려 기계적 중립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내면서 다른 언론 보도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논쟁이 이어지다 보면 실수하는 전문가는 언론이 인용보도하지 않게 돼 공론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고, 언론은 더 나은 전문가를 발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경쟁이다. 현재 공론장의 한쪽에서는 궤변들이 꾸준히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조롱과 악담이 넘친다. 공론장 밖 개인의 비판은 서로를 존중하면서 공론장 안으로 흡수돼야 하고, 이미 공론장에 있는 언론의 비판은 더 경쟁적일 필요가 있다. 전통언론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문화부터 바꾸고 전문성을 획득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리쇼어링이 ‘국뽕’이 되지 않으려면/백민경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리쇼어링이 ‘국뽕’이 되지 않으려면/백민경 산업부 차장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요? 그렇게 쉽게 돌아올 거였으면 나가지도 않았을 겁니다. 세계 각국에서 대기업 유치하려고 ‘관세 경쟁’이 붙어서 얼마나 우대를 해 주는데요. 물건 만들어 한 달 배 타고 나가 팔아야 하는데 외국에선 바로 만들어 바로 팔기 때문에 물류비 대폭 아끼고 트렌드에 맞아 더 팔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기업 만들라더니 도대체 언제까지 ‘국뽕’(국가와 필로폰의 합성어로 한국만을 찬양하는 세태를 풍자한 표현)에만 호소할 겁니까?”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유턴 기업’ 지원 정책, 즉 리쇼어링 지원책에 대해 대기업 임원들이 쏟아낸 말이다. 정부의 이 리쇼어링 지원책이 새삼스러운 정책은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중국에다 공장을 둔 전 세계 각국이 자국의 기업에 대한 국내 복귀에 속도를 내자 한국 역시 보조금, 세금감면, 부지 등 지원책을 강화하며 이 같은 추세에 올라탄 것이다. 정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일찌감치 리쇼어링을 밀어붙인 일본은 양적 완화 통화정책과 과감한 지원으로 기업의 국내 복귀가 늘며 실업률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현 트럼프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에 힘입어 연평균 300곳이 넘는 기업이 해외에서 돌아와 미국 경제에 큰 힘이 됐다. 이 때문에 한국에서도 코로나 사태 후 주력산업의 경우 최소한의 국내 생산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혼자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주주들이 끌고 가는 민간기업은 세금 깎아 주고, 묵혀 둔 부지 받는 정도로는 쉽게 국내로 돌아오기 어렵다. 세금이나 보조금 정도는 유치전에 불붙은 전 세계 각국들도 다 내건 흔한 ‘미끼상품’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해외에 진출한 제조기업은 물건 조립하고 만들어 바로 트럭에 실어 인근으로 보내면 되는데 굳이 한국에서 배 타고 몇 달 걸려 해외로 보내면 시기도 너무 늦어지고 운임비도 너무 비싸다. 거기다 내수 시장이 크지도 않은 데다 수출로 대부분 먹고사는 국내 기업들엔 더 많이 팔 수 있는, 고객이 많은 해외에 나가 있는 게 지극히 당연한 경영논리다.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내수 시장만으로 생존할 수 있는가? 우리의 기술력이 어디에 있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뛰어난가? 냉정하게 말해 우리 기업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판로를 위해 그 위치가 기업에는 너무 중요한 것이다. 그럼 기업들은 어떻게 나올까. 한 대기업 임원은 “국내 투자와 채용을 늘리는 쪽으로 국가에 기여하겠다”고 답했다. 정부 바람과 달리 이미 자리잡은 해외사업장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 어떡하느냐고? 비용 절감이 우선인 기업들에 무리해 가며 돌아오라고 종용하며 애국심에만 기댈 수는 없다. 유인책을 더 써야 한다. 유턴 입지 최적지로 선호되는 경기도가 수도권 규제 탓에 오히려 유치에 더 어려움을 겪으니 기업이 편히 돌아올 수 있게 각종 규제를 풀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무엇보다 기술력에 집중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달라진 경제상황 속에서 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기업들을 최근 취재한 적이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등 스마트 기술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들은 부족한 지원과 막힌 규제, 대표에게만 몰린 지나친 부담 등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당장 돈 되고 사람 뽑는 제조업 중심 기업 외에도 이런 차세대 디지털 산업에 더 주력해야 한다. 앞으로는 AI로 어디서든, 누구와든 연결되는 세상이 오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 같은 기술력 위주 산업 고도화에 집중해야 살길이 열린다. white@seoul.co.kr
  • [화보]중국도, 코로나도 못 막았다…홍콩 톈안먼 31주년 촛불 추모

    [화보]중국도, 코로나도 못 막았다…홍콩 톈안먼 31주년 촛불 추모

    당국 집회 금지에도 시민들 거리로 나와 촛불 들어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을 두고 홍콩 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4일 홍콩 시민들이 톈안먼 시위 31주년을 추모하기 위해 다시 모였다. 홍콩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이유로 집회를 불허했지만, 시민들의 추모 열기를 막을 수는 없었다. 홍콩 당국은 이날 경찰 3000여명을 곳곳에 배치했다.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지련회) 회원들은 경찰 금지령을 비웃듯 오후 8시에 ‘진실, 삶, 자유 그리고 저항’을 주제로 톈안먼 시위 31주년 촛불 집회를 시작했다. 홍콩 정부가 금지한 ‘8인 초과 모임’ 규정을 피해 6~7명씩 무리를 지어 빅토리아 공원에서 촛불을 들었다. 톈안먼 시위가 1989년에 열렸다는 사실을 기념하고자 8시 9분에 1분간 묵념도 올렸다.리척얀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 주석은 “30년 동안 이어져 온 추모 집회를 코로나19를 핑계로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이라며 “홍콩인의 저항 의지가 이어지는 한 추모 집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이날 중국 국가(國歌)인 의용군행진곡을 모독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법’이 홍콩 의회에서 통과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이 오물을 투척하며 저항했다. 이 법안은 중국 국가를 장례식에 사용하거나, 공공장소 배경 음악, 상업광고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한다. 풍자나 조롱의 목적으로 노랫말을 바꿔 부르는 행위도 금지한다.
  •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미국의 심장’ 뒤덮은 최루탄…분노한 시위대, 백악관 집결

    워싱턴DC 야간통행금지령에 시위 격화 백악관, 9·11 이후 최고 수위 ‘적색경보’방화와 최루탄 연기로 얼룩진 ‘미국의 심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워싱턴DC의 백악관 앞에서 31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가 밤 12시를 넘어서까지 진행되며 미국 내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워싱턴DC에서는 밤늦게 1000여명의 인원이 백악관 ‘턱밑’까지 접근해 분노를 표출했다. 워싱턴DC는 앞서 이날 오후 11시부터 월요일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하고 1700여명의 주방위군 인력 전원을 시위 대응에 투입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잠재울 수는 없었다. 최대 수천명이 모이며 주말 사이 계속된 워싱턴DC의 시위는 흑인 사망에 대한 분노를 넘어 반(反)트럼프 여론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했다. 시위대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위를 부정하듯 성조기를 불태웠고, 도시 건물 벽면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낙서를 갈겨쓰기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이 취임식에 앞서 방문하는 전통을 가져 ‘대통령의 교회’로 불리는 세인트존스교회와 백악관 앞 라파예트광장, 워싱턴 기념비 등 미국의 역사를 상징하는 유서 깊은 장소들이 화염에 휩싸였다. 백악관은 신변 위협을 우려해 직원들에게 백악관 출입증을 숨기고 다니라는 메일을 보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달 25일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엿새째 계속된 시위는 주말 사이 140개 도시로 번졌다. AP통신에 따르면 체포된 시위대는 4100여명으로 급증했고 사망자도 최소 5명으로 늘었다. 40여개 도시는 야간통행금지령을 발동했고 워싱턴DC와 캘리포니아주 등 15개 주는 방위군을 소집했다. 전국 시위 현장에 투입된 군 병력은 모두 5000명으로, 2000명이 추가로 배치될 수 있다고 방위군은 밝혔다. 대부분 도시에서는 당초 이날 낮까지만 해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지만 당국이 야간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해산을 시도하자 오히려 격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수천명의 시민이 시내를 행진하며 평화적으로 진행되던 보스턴의 시위에서는 밤 9시쯤부터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며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경찰들을 향해 벽돌과 유리병 등을 던졌고, 경찰은 고무탄과 최루탄 등으로 대응했다.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도 통행금지가 실시된 후 경찰이 시민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최루탄을 발사하며 도심이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이 지역에서는 경찰관 두 명이 전날 전기충격기로 흑인 대학생들을 과잉 진압한 사실이 드러나 해고됐다.뉴욕에서도 맨해튼 유니언스퀘어에 수천명이 모여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의 딸이 전날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일부 경찰관들이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제스처인 한쪽 무릎꿇기로 시위대에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마음을 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시위는 확산일로를 거듭하고 있지만, 민심을 안정시킬 리더십은 보이지 않았다. NYT는 지난달 29일 밤 시위대가 백악관으로 모여들자 트럼프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아들 배런이 지하 벙커로 불리는 긴급상황실(EOC)로 1시간가량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대통령 가족의 신변 보호를 위한 것으로, 시위 확산에 대해 백악관이 느낀 위기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라는 말이 나왔다. 백악관은 시위대가 결집하자 적색경보를 발령했는데, 이는 9·11 테러 이후 백악관이 발령한 최고 수위 경보였다. 참모들 사이에서도 대국민 연설 등을 통해 민심을 다독여야 한다는 주장과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리며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놓고 갈피를 못 잡는 사이 트럼프 대통령의 자극적 트윗은 불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셈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미 대통령을 의미하는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을 풍자한 ‘최고분열자’(divider in chief)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칭하며 “(시위대에) 자제를 호소하지도 (국민에게) 단결을 호소하지도 않고, 흑인들의 분노를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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