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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가 알래스카 되판다고?” 러시아 시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미국이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되판다고?” 재정적자 해소 필요성을 강조하는 미 언론의 칼럼에 풍자처럼 등장한 알래스카 매도설에 러시아의 언론과 정치인이 민감한 반응을 나타내며 ‘고토 회복’을 열망하는 속내를 엿보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23일 “천문학적 규모의 재정 및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1조달러(약 1000조원)를 받고 알래스카를 러시아에 파는 것이 어떠냐.”는 스티븐 펄스타인의 경제 칼럼을 게재했다. 물론 펄스타인은 미국의 재정적자를 풍자하기 위해 ‘농담’처럼 한 말이었다. 펄스타인은 칼럼에서 ▲러시아가 원유 수출로 벌어들인 500억달러의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제국주의적 본능’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에 알래스카 재구입에 크게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알래스카 주민들도 미 정부의 환경보호 정책에서 벗어나 마음놓고 석유와 해양자원을 채취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펄스타인은 풍자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쪽에서는 이같은 ‘제안’을 반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싶었던 것 같다. 러시아의 일간지 노브예 이즈베스티야는 이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또 러시아의 국영TV인 채널 원은 “미국이 국내 문제를 풀기 위해 러시아의 돈이 필요한 것 같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채널 원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가 농담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뉴욕 시민들의 반응을 취재해 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극우 민족주의자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 하원 부의장은 “알래스카를 반환받게 된다면, 그 날은 중요한 국경일이 될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는 물론 아메리카 대륙에까지 세력을 뻗치게 된다.”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알래스카는 지난 1867년 러시아가 720만달러에 미국에 팔았다.1에이커(약 1200평)당 2센트를 받은 셈이다. 당시 러시아에서는 영토를 잃었다는 비난이, 미국에서는 불필요한 얼음땅에 예산을 낭비했다는 비난이 거셌다고 한다.dawn@seoul.co.kr
  • “한솥밥 먹던 스타 다 모였네”

    올해 창단 10돌을 맞은 극단 차이무(대표 민복기)와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나란히 ‘공연 잔치’를 벌인다. 한솥밥 먹던 옛 식구들까지 모두 가세해 펼치는 특별한 자축연이다. 극단 차이무는 풍자 코미디 ‘마르고 닳도록’(12월1∼17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으로 관객의 웃음보를 찌르고, 극단 유는 톨스토이 원작의 뮤지컬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12월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로 인생의 희로애락을 노래한다. 두 극단 모두 영화와 드라마에서 각광받는 스타 연기자들의 산실 노릇을 해왔는데 이들이 단역도 마다않고 뛰어드는 통에 보기 드물게 초호화 캐스팅 무대가 돼버렸다. ●새로운 차원으로 관객을 안내하는 즐거움 극단 차이무는 ‘차원이동무대선’의 준말이다. 세상을 보는 다차원의 관점을 제시하고 싶어서 붙인 이름이다. 연우무대 출신의 극작가 겸 연출가 이상우, 배우 문성근, 류태호를 중심으로 송강호 강신일 박광정 등 ‘범 연우인’들이 뭉쳤다. 이상우 연출가는 “91년 연우무대를 나온 뒤 개인사무실을 냈는데 동료·후배들이 매일 몰려와 술을 마시기에 ‘그러지 말고 공연을 하자.’고 해서 만든 극단”이라며 웃었다. 차이무는 번역극 ‘플레이랜드’로 창단 신고식을 치른 이후 ‘늙은 도둑이야기’‘비언소’‘돼지 사냥’ 등 창작 흥행작을 줄줄이 내놓았다.‘차이무 스타일’ 혹은 ‘이상우 스타일’로 불리는 차이무 연극의 가장 큰 특징은 ‘재미’다. 하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다.‘생각은 깊게, 표현은 경쾌하게’라는 이상우 연출가의 작품관은 풍자와 냉소가 깃든 독특한 질감의 ‘차이무표 코미디’를 만들어냈다. 극단 차이무의 또다른 특징은 단원들을 멀티플레이어로 키우는 것. 배우가 연출도 하고, 연출이 스태프 일을 하기도 한다. 영화나 드라마에 출연하면 ‘변절자’로 취급하는 다른 극단들과 달리 차이무는 오히려 배우들에게 “여기에서만 필요한 배우가 되지 말고 다른 곳에서도 불러주는 배우가 되라.”고 독려한다. 이런 분위기 덕에 차이무에는 TV와 스크린, 무대를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배우들이 많다. 창단 공연 이후 10년 만에 무대에 서는 문성근은 “공동체 안에서 하모니를 이뤄내는 차이무만의 남다른 분위기가 있다.”면서 “차이무의 레퍼토리를 연중 공연할 수 있는 전용극장을 조만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10주년 기념작 ‘마르고 닳도록’(이강백 작·이상우 연출)은 애국가의 저작료를 받아내려는 스페인 마피아 집단을 내세워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꼬집는 블랙 코미디. 문성근 강신일 박광정 김승욱 등 스타 배우들이 단독 캐스트로 공연 내내 무대를 지킨다.(02)747-1010. ●무대와 관객을 향한 끝없는 열정 배우 유인촌이 이끄는 극단 유는 남들이 가지 않는 험한 길을 주로 택했다.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99년, 공연문화의 불모지인 강남 한복판에 전용극장을 덜컥 지었고,‘홀스또메르’‘철안 붓다’ 등 작품성은 있지만 돈은 안 되는 공연들을 뚝심있게 무대에 올렸다. 지난해에는 지방으로까지 눈을 돌려 강원도 봉평에 달빛극장을 개관했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으로 유 대표가 CF 찍어 적자를 메워 온 시간들이 쌓여 어느새 10년. 그의 말대로 여태 버텨온 게 ‘기적’이다. 더이상 버틸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택시 드리벌’‘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같은 흥행작들도 큰 버팀목이 됐다. 과거 10년을 결산하고, 미래의 10년을 전망하는 기념 공연 ‘어느 말의 이야기, 홀스또메르’를 앞둔 그는 “기대감과 부담감을 동시에 느낀다.”고 했다. 원래 계획했던 ‘햄릿’이 주역 캐스팅 문제로 무산되면서 차질이 빚어지긴 했지만 유 대표가 맨처음 10주년 기념작으로 점찍었던 작품은 ‘어느 말의 이야기’였다. 그는 “서사적인 스타일과 사실주의를 절묘하게 조화시킨 무대로 연극만이 줄 수 있는 매력을 두루 갖춘 작품이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어느말의 이야기’는 한때 뛰어난 경주마였으나 지금은 늙고 병든 말 홀스또메르의 일생을 통해 우리네 인생을 통찰하는 우화극이다. 러시아 전통민요를 연상케 하는 서정적인 음악들이 곁들여진 뮤지컬로, 러시아인 아코디언 연주자를 비롯한 5인조 밴드가 라이브로 음악을 연주한다. 1997년 초연부터 세차례 ‘홀스또메르’역을 맡아온 유 대표가 이번에도 같은 역할로 무대에 오른다. 서울문화재단 대표로 임명되면서 잠시 배우 일을 접었던 그는 “체력적으로 아주 힘든 배역인데다 부족한 연습시간 등 어려운 점은 많지만 10주년 기념작인 만큼 최고의 완성도를 갖춘 공연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극단 출신의 영화배우 김수로, 정규수 등 30여명의 단원들이 출연한다.(02)515-058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책꽂이]

    ●나는 가끔 진해로 간다(김종길 외 지음, 문학동네 펴냄)경남 진해에서 열리는 김달진문학제에 참가한 시인 66명의 시 71편을 묶었다. 올해 김달진 문학제 열돌을 맞아 1999년 엮어낸 시집 ‘당신의 마당’을 보완해 새롭게 펴낸 것. 김종길 나태주 송수권 조정권 최동호 시인 등이 참여했다.7500원.●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사계절 펴냄)17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화가 벨라스케스의 걸작 ‘시녀들’에서 영감을 얻은 팩션. 그림속 개가 사실은 난쟁이 바르톨로메이며, 공주의 인간 개 노릇을 했다는 설정에 바탕을 두고 이야기를 끌어나간다.‘2005 오스트리아 명예아동청소년도서’로 선정됐다.8500원.●돼지들에게(최영미 지음, 실천문학 펴냄)‘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이 7년 만에 내놓은 신작 시집. 위선적인 한국 사회를 정면으로 겨냥한 날카로운 시들의 향연이 아찔하다. 풍자의 형식을 띤 ‘돼지들에게’연작을 비롯해 축구에 관한 시편, 자아를 찾아떠나는 여행시편, 일상의 절망과 재발견을 담은 서정시편들 수록.8000원.●노는 인간(구경미 지음, 열림원 펴냄)199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의 첫번째 소설집. 자의든 타의든 변두리로 쫓겨난 별볼 일 없는 인간들의 구차한 일상을 능청스럽고 진득한 시선으로 그려낸다. 무능력한 소설가가 주인공인 표제작을 비롯해 ‘초지일관 그녀는’‘형제이발관’‘동백여관에 들다’ 등 10편 수록.9500원.●우리 시대의 화가(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열화당 펴냄)철학자, 화가, 시인 등 다방면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는 영국 출신 저자의 첫번째 장편소설. 냉전이 극으로 치닫던 1958년, 런던에서 개인전을 열던 헝가리 망명작가 야노스 라빈이 종적을 감춘다. 미술평론가이자 친구인 존은 스튜디오에서 발견된 일기를 단서로 그의 행방을 좇는다.1만원.
  • 창작 오페라 ‘메밀꽃 필 무렵’ 러와 공동… 25·26일 춘천서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 창작 오페라로 다시 태어난다. 강원대학 김현옥 교수가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곡을 붙인 이 오페라는 자연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오페라로 꾸며진다. 허생원과 그를 20여년 동안 주인으로 모시고 살아온 당나귀의 이야기. 김 교수는 당나귀를 인생의 동반자로 다뤄 당나귀의 신세타령 등의 아리아를 통해 우리 민족의 삶과 애환을 풍자한다. 강원도 평창을 소재로 한 이 오페라는 2014년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이 선정될 것을 소망하는 의미도 담겨 있다. 이번 공연은 특히 러시아와 공동 작업해 내놓는 무대란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무대 감독 이정자씨와 작곡가 김씨를 제외하고는 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1위를 수상한 프리마돈나인 아이탈리나 아다모바 등 모두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이 주역이다. 음악은 강릉시립교향악단이 맡았다.25∼26일 춘천 백령문화예술회관,29일 서울 한전아트센터.(031)971-1855.
  •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7·9급 공무원 시험 완전정복]

    문학은 예술의 하나이므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문학이 추구하는 미에는 숭고미(崇高美)·우아미(優雅美)·비장미(悲壯美)·골계미(滑稽美) 등이 있다. 이러한 미의식은 삶의 의식을 예술적 질서에 맞도록 집약하여 작품을 통해 드러낸다. 미적 범주는 대상에 대한 주체의 태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를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 예를 들어 고전 시가와 결부해 이해하면 다음과 같다. 1. 숭고미(崇高美):자연의 조화를 현실에서 추구하고 실현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일 때 나타나는 미(美)로, 모순된 상황에 처하여 자연의 이상적인 질서와 조화를 추구하려는 정신과 태도가 두드러질 때 더욱 잘 드러난다. →임금의 교화와 은혜를 입지 못한 가난한 백성들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하겠다는 높은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고자 한다. 2. 우아미(優雅美):자연의 조화와 질서를 본받는 태도로 대할 때 나타나는 미(美)이며, 고상함과 순수함을 추구할 때 형상화된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과 자연과 더불어 일체가 된 삶의 흥겨움, 즉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 속에서 그 즐거움이 나타나 있다. 3. 골계미(滑稽美):자연을 바라보는 ‘나’가 자연의 질서나 가치를 의의 있는 것으로 존중하지 않고 추락시킬 때 나타나는 미(美)로, 거짓과 위선의 진상을 모두 폭로했을 때 형상화되며 주로 풍자 정신이 바탕이 된다. →대나무의 용도와 특성을 인간사에 대응시킨 착상이 매우 기발하다. 관습적 상징이었던 대나무의 절개를 변절한 임으로 비유하여 풍자하고 있다. 4. 비장미(悲壯美):자연의 조화를 현실에서 실현하려는 의지가 좌절될 때 나타나는 미(美)로, 슬픔, 고통, 절망 등의 감정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때 두드러진다. →도교적 신선 지향이 관원 신분의 유한한 여정에 의해 좌절되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슬픔이 반영되어 있다. 이상의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신동수 남부행정고시학원 강사
  •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1964년, 스물 넷의 나이에 단편소설 ‘무진 기행’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김승옥(64).‘감수성의 혁명’이라는 극찬을 들으며 문단에 발을 디딘 그는 이후 대중소설,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 다양한 장르를 가로지르는 전방위 문화예술인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등단 전 시사만화가로 먼저 데뷔했다는 사실은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혁명과 웃음’(천정환 외 지음, 앨피 펴냄)은 소설가 김승옥이 아니라 시사만화가 김승옥을 새롭게 부각시킨 책이다.4·19혁명의 불길이 뜨겁던 1960년, 서울대 불문과 신입생 김승옥은 학비를 벌 요량으로 신생 ‘서울경제신문’에 네컷 시사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필명은 김이구. 순천 고향집의 번지수를 따서 지었다. 콧수염을 기른 전형적인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고다 영감’은 그해 9월1일부터 이듬해 2월14일까지 134회가 연재됐다. 첫 작품은 장관에게 취직을 부탁하러 온 지게꾼이 ‘도시락 배달국’을 설치하겠다는 아이디어를 내는 이야기. 당시 새로 출범한 장면 국무총리가 청렴한 지도자의 면모를 위해 점심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세태를 반영했다. 날카로운 현실인식에 기반한 신랄한 풍자는 이후 김승옥의 전방위적인 창작활동을 추동한 힘의 단초를 보여준다. ‘웃음과 혁명’이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생명연습’으로 등단하기 이전의 김승옥을 조명한 책이라면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르네상스인 김승옥’(백문임 외 지음)은 5년 간의 짧은 작품 활동끝에 ‘순수문학’의 장을 떠난 이후의 김승옥을 다루고 있다.1967년 ‘안개’로 시작된 그의 영화 이력은 1986년 ‘무진 흐린 뒤 안개’에 이르기까지 16편에 이른다.‘어제 내린 비’,‘영자의 전성시대’,‘겨울여자’ 등 1970년대를 풍미한 영화의 각본들도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 저자들은 “김승옥의 문학 바깥 활동이 그저 개인적인 여기나 외도의 소산은 아니었다.”면서 “결코 한번도 제대로 씌어지지 않은, 그러나 꼭 씌어져야 하는 새로운 작가론과 작품론”이라고 밝혔다.2년 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승옥은 현재 재활 치료 중이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에로틱 문학의 역사/알렉상드리앙 지음

    만일 여인들이 잠자리에서 파업을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기원전 411년 고대 그리스 레네엔느에서 공연된 한 연극을 보면 그 답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에서 주인공 리시스트라타는 아테네 여인들을 광장에 불러모아 그 여인들이 펠레폰네소스 전쟁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그 방법은 특별한 향수를 뿌리고, 허리띠 없는 드레스를 입고 남편들을 감언으로 유혹하는 것. 그리고 욕정을 느낀 남편들에게, 그들이 전쟁을 평화로이 종결짓지 못하는 한, 성행위를 거부할 것이라고 맹세케 한다. 여인들이 이를 맹세하는 장면을 에로틱하게 묘사한 이 작품이 고대 에로티시즘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아리스토파네스의 ‘리시스트라타’이다. ‘에로틱 문학의 역사’(알렉상드리앙 지음, 최복현 옮김, 한숲 펴냄)는 이처럼 인류 역사의 시작과 함께 진행된 에로스문학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현대 초현실주의 에로티시즘까지 수천년 역사와 함께 이어져온 에로틱 문학 작품들을 집대성하여, 하나하나 소개하고 분석한다. 이를 통해 사람과 성에 관한 우리의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 어떤 외설과 포르노가 당대 대중들을 사로잡았는지 살펴본다. 아테네식 희극에서 밀레토스의 콩트, 라틴 고전문학의 에로티시즘, 중세 사랑의 풍자희극, 르네상스 시대 극도로 상스러운 말을 썼던 작가들, 브랑톰의 ‘바람둥이 귀부인들’, 보들레르와 검은 비너스 예찬, 아라공의 성적 드라마 등 시대별로 에로틱 문학의 흐름을 점검하면서 작품에 얽힌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저자가 에로틱과 음란을 구분하는 방법이 재미 있다. 에로티시즘은 육욕을 바람직한 시각으로 보고, 이를 아름다움 속에서 보여준다. 반면 음란함은 육욕을 비하하고, 불결하고 저속한 어휘로 표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2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실전논술] 민주주의 발전의 조건

    ●다음 글을 읽고, 이 작품에서 풍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그것들이 우리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민주주의의 실현, 혹은 발전에 어떤 상관 관계가 있는지 논술하시오. -유의사항 (1)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구체적 사례를 제시할 것. (2)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쓸 것 (가) “나는 파리올시다. 사람들이 우리 파리를 가리켜 말하기를, 파리는 간사한 소인이라 하니, 대저 사람이라 하는 것들은 저의 흉은 살피지 못하고 다만 남의 말은 잘하는 것들이오. 간사한 소인의 성품과 태도를 가진 것들은 사람들이오. 우리는 결단코 소인의 성품과 태도를 가진 것이 아니오.(시전(詩傳))이라 하는 책에 말하기를, 영영한 푸른 파리가 횃대에 앉았다 하였으니, 이것은 우리를 가리켜 한 말이 아니라 사람들을 비유한 말이오. 옛글에 ‘방에 가득한 파리를 쫓아도 없어지지 않는다.’ 하는 말도 우리를 두고 한 말이 아니라, 사람 중의 간사한 소인을 가리켜 한 말이오. 우리는 결코 간사한 일은 하지 아니하였소마는, 인간에는 참 소인이 많습디다.(중략) 여러분도 다 아시거니와 그래 공담(公談)으로 말하자면 우리가 소인이오, 사람들이 간물(奸物)이오? 생각들 하여 보시오. 또 우리는 먹을 것을 보면 혼자 먹는 법 없소. 여러 족속을 청하고 여러 친구를 불러서 화락한 마음으로 한가지로 먹지마는, 사람들은 이(利) 끝만 보면 형제 간에도 의가 상하고 일가 간에도 정이 없어지며, 심한 자는 서로 골육상쟁(骨肉相爭)하기를 예사로 아니, 참 기가 막히오. 동포끼리 서로 사랑하고, 서로 구제하는 것은 하나님의 이치거늘 사람들은 과연 저희 동포끼리 서로 사랑하는가? 저들끼리 서로 빼앗고, 서로 싸우고, 서로 시기하고, 서로 흉보고, 서로 총을 놓아 죽이고, 서로 칼로 찔러 죽이고, 서로 피를 빨아 마시고, 서로 살을 깎아 먹되 우리는 그렇지 않소. 세상에 제일 더러운 것을 똥이라 하지마는, 우리가 똥을 눌 때 남이 다 보고 알도록 흰 데는 검게 누고, 검은 데는 희게 누어서 남을 속일 생각은 하지 않소. 사람들은 똥보다 더 더러운 일을 많이 하지마는 혹 남의 눈에 보일까, 남의 입에 오르내릴까 겁을 내어 은밀히 하되, 무소부지(無所不知)하신 하나님은 먼저 아시고 계시오. 옛적에 유형이라 하는 사람은 부채를 들고 참외에 앉은 우리를 고, 왕사라 하는 사람은 칼을 빼어 먹을 먹는 우리를 쫓을새, 저 사람들이 그렇게 쫓되 우리가 가지 아니함을 성내어 하는 말이, 파리는 아도 도로 온다 미워하니, 저희들이 쫓을 것은 쫓지 아니하고 아니 쫓을 것은 쫓는도다. 사람들은 우리를 쫓으려 할 것이 아니라, 불가불 쫓아야 할 것이 있으니, 사람들아, 부채를 놓고 칼을 던지고 잠깐 내 말을 들어라. 너희들이 당연히 쫓을 것은 너희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마귀니라. 사람들아 사람들아, 너희들은 너희 마음 속에 있는 물욕을 쫓아버려라. 너희 머릿속에 있는 썩은 생각을 내어 쫓으라. 너희 조정에 있는 간신들을 쫓아 버려라. 너희 세상에 있는 소인들을 내어 쫓으라. 참외가 다 무엇이며, 먹이 다 무엇이냐? 사람들아 사람들아, 우리 수십억만 마리가 일제히 손을 비비고 비나니, 우리를 미워하지 말고 하나님이 미워하시는 너희를 해치는 여러 마귀를 쫓으라. 손으로만 빌어서 아니 들으면 발로라도 빌겠다.” 의기가 양양하여 사람을 저희 똥만치도 못하게 나무라고 겸하여 충고의 말로 권고하고 내려간다. (나) 웅장한 목소리로 회장을 부르니 산천이 울린다. 연단에 올라서서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좌중을 내려다보니 눈알이 등불 같고 위풍이 늠름한데, 주홍 같은 입을 떡 벌리고 어금니를 부지직 갈며 연설하는데, 좌중이 종용하다. “본원의 이름은 호랑인데 별호는 산군이올시다. 여러분 중에도 혹 아시는 이도 있을 듯하오. 지금 ‘가정(苛政)이 맹어호(猛於虎)라.’ 하는 문제를 가지고 두어 마디 할 터인데, 이것은 여러분 아시는 것과 같이, 옛적 유명한 성인 공자님이 하신 말씀이라. 가정이 맹어호라 하는 뜻은 까다로운 정사(政事)가 호랑이보다 무섭다 함이니, 양자(楊子)라 하는 사람도 이와 같은 말이 있는데 혹독한 관리는 날개 있고 뿔 있는 호랑이와 같다 한지라, 세상에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일 포악하고 무서운 것은 호랑이라 하였으니, 자고 이래로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를 받은 자가 몇 명이나 되느뇨? 도리어 사람이 사람에게 해를 당하며 살육을 당한 자가 몇 억만 명인지 알 수 없소.(중략) 그런고로 영국 문학박사 판스라 하는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이 사람에게 대하여 잔인한 까닭으로 수천만명 사람이 참혹한 지경에 들어갔도다 하였고, 옛날 진희왕이 초희왕을 청하매 초희왕이 진나라에 들어가려 하거늘, 그 신하 굴평이 간하여 가로되, 진나라는 호랑이의 나라이라 가히 믿지 못할지니 가시지 말으소서 하였으니, 호랑이 나라가 어찌 진나라 하나뿐이리오. 오늘날 오대주(五大洲)를 둘러보면, 사람 사는 곳곳마다 어느 나라가 욕심 없는 나라가 있으며, 어느 나라가 포악하지 아니한 나라가 있으며 어느 인간에 고상한 천리를 말하는 자가 있으며, 어느 세상에 진정한 인도를 의론하는 자가 있느뇨?(중략) 옛적 사람은 호랑이 가죽을 쓰고 도적질하였으나, 지금 사람들은 껍질은 사람의 껍질을 쓰고 마음은 호랑이 마음을 가져서 더욱 험악하고 더욱 흉포한지라, 하나님은 지공무사(至公無私)하신 하나님이시니, 이같이 험악하고 흉포한 것들에게 제일 귀하고 신령하다는 권리를 줄 까닭이 무엇이오? 사람으로 못된 일 하는 자의 종자를 없애는 것이 좋은 줄로 생각하옵네다.” ● 지문의 분석 이 작품은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이라는 신소설로, 우화 정치 소설로 평가된다. 이런 양식의 소설은 부조리한 현실과 사회에 대한 지은이의 의도된 저항 정신의 발로이자 건강한 도덕심을 제창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한 정치 소설은 국민의 정치적 계몽과 개인적 정견 발표 내지 사회 개량 수단으로 나타나거나, 국권 신장 의식을 반영하고 부패 관료의 학정을 폭로하는 풍자적 무기로 이용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소설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 작품은 당시 사회와 국민들에 대한 강렬한 풍자와 비판 정신이 주조를 이루고 있지만, 작품의 결말 부분에 이제까지 제기된 문제를 기독교에 의존해 해결하려는 안이한 태도를 보여주기도 한다.‘나’는 악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한탄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 속에서 우연히 금수 회의를 방청하게 된다. 금수 회의에서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등이 나와서 인간의 간사함과 포악성, 비윤리적인 태도 등을 비난한다. 끝으로 사회자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어리석고 더러운 존재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금수 회의를 폐회한다. 이를 지켜본 ‘나’는 인간의 반성과 회개를 촉구한다. 전체적으로 인간 세계의 모순과 비리를 풍자하려는 의도가 강한 소설로 볼 수 있다. ● 출제의도 민주주의의 실현은 제도의 문제인가 아니면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인가. 현실적으로 제도의 문제이면서 그것만으로는 충분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이 논제는 설정되었다. 민주주의가 하나의 제도라는 면에서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는 장치가 잘 구비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온갖 다양한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계 장치와는 또 다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민도(民度) 혹은 시민의식(市民意識)이라는 말을 한다. 동일한 수준의 민주적 제도가 마련되었다 하더라도 구성원의 의식에 따라 민주주의의 질적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 이 문제는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하여 (금수회의록)에서 비판하고 있는 내용이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우리 현실에 적용시키는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리들의 삶에 대하여 성찰하도록 하는 의도가 잘 드러난 문제이다. ● 생각하기 먼저 제시문을 충실히 읽고 문제가 요구하고 있는 바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주로 인간의 이기심을 질타하고 있다. 올바른 민주주의는 여러 조건이 있겠지만 상생(相生)과 공생(共生)의 질서가 지켜지는 사회라 할 수 있다. 작품에서 비판하고 있는 것처럼 서로가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한다면, 오히려 서로에게 해악이 되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민주주의라는 제도적 문제를 떠난 그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 수준과 직결되어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켜야 한다. 물론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문제점을 토대로 하여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시문의 후반부에서는 이기심이 한층 노골화·제도화된 ‘포악한 정치’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특히 권력을 남용했을 때 민주주의는 힘을 잃게 된다. 권력의 남용과 악용은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체 의식을 약화시키고 개인의 창의력과 삶의 의욕 전반을 저하시키게 된다. 이러한 점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이 두 문제를 현실과 결부시켜 문제가 요구하는 논점에 진입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은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막연히 구조적인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나열하기보다는 제시한 문제가 지닌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토대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는 점이다. ● 어떻게 쓸까 우선 주어진 논제와 관련해 주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주제와 관련해 주제문을 ‘민주적인 제도와 구성원들의 의식이 갖추어졌을 때 민주주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주제문을 설정해 볼 수 있다. 글의 서론 부분에서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현실과 관련하여 화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제시된 작품에서 문제삼는 내용과 관련된 것이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극단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삶의 행태와 폭력화된 권력이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제시문과 관련된 화제를 도입하면서 논의의 방향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완전한 민주주의 현실을 언급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제기한 다음, 본론 부분으로 들어갈 수 있다. 본론 부분에서는 핵심적인 논의가 전개되어야 하는데, 여기에서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여러 가지 조건을 언급해야 한다. 먼저 이기적인 삶의 행태가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논의를 전개한 다음, 이 작품에서 문제를 삼고 있는 권력의 남용, 악용의 문제를 다루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 실현에 얼마나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지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결론 부분에서는 앞서 논의한 내용을 요약하고 올바른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노력과 관련하여 마무리를 지으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베니스의 상인’ 마당놀이서 환생

    24년 전통을 자랑하는 마당놀이의 명가, 극단 미추가 올해도 어김없이 흥겨운 판을 벌인다.18일부터 12월18일까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막올리는 ‘마포 황부자’. 빌려준 돈을 못 갚을 경우 몸의 살을 대신 내놓으라는 고약한 계약을 요구하는 마포 고리대금업자 황부자의 이야기. 어디서 본 듯한 줄거리다 했더니 다름아닌 셰익스피어의 명작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한 것이다. 춘향전, 심청전 등 우리 고전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조명한 작품을 무대에 올려왔던 극단 미추로서는 파격적인 시도. 마당놀이 주 관객층인 40∼50대 외에 20∼30대 젊은 관객들을 끌어안으려는 복안이다. 의원을 부를 돈이 없어 아내와 사별한 황득업(윤문식)은 돈을 빌려 달라는 자신의 청을 거절한 김부자(정태화)에 대한 원한으로 악착같이 돈을 모아 갑부가 된다. 청나라와 무역을 하던 김부자의 아들 무숙(이기봉)은 자금이 딸리자 황부자를 찾아오고,‘약속한 날까지 돈을 못 갚으면 살코기 한 근을 떼어준다.’는 계약을 맺는다. 이 와중에 황부자의 무남독녀 만금(김성녀)은 무숙에게 첫눈에 반하는데…. 전작 ‘허삼관 매혈기’‘벽속의 요정’을 통해 원작에 버금가는 탁월한 각색 능력을 선보인 극작가 배삼식이 이번에도 예의 그 맛깔스런 솜씨를 발휘했다. 땅 투기, 주식투자 등의 현실 풍자가 혀끝에 톡 쏘는 겨자처럼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손진책 대표가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는 작곡가 박범훈, 한국무용가 국수호, 무대미술가 박동우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더욱 기대를 모은다.(02)368-1515.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동·서양 정통희극 릴레이무대

    동·서양 정통희극 릴레이무대

    가벼운 말장난식 개그가 코미디의 전부 인양 여겨지는 요즘, 촌철살인의 풍자와 해학의 진수를 선사할 정통 희극 릴레이 무대가 마련된다.9일부터 12월18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과 대학로 일대 소극장에서 열리는 ‘제1회 명작 코미디페스티벌’(집행위원장 장민호). 극작가 이근삼 선생의 2주기를 즈음해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는 한국 정통희극의 계보를 잇는 오영진, 이근삼, 이만희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서양 고전희극과 현대희극을 대표하는 몰리에르, 버나드 쇼의 작품 등 5편이 선보인다.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극단과 배우들의 면모도 쟁쟁하다. 국립극단, 서울시극단을 비롯해 극단 민중, 전설, 신화가 참여하고. 장민호, 백성희, 윤주상 등 원로와 중견 배우들이 대거 무대에 선다. 공연작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극단 신화의 ‘멧돼지와 꽃사슴’(12월1∼11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이근삼 선생이 2000년 완성한 유작으로 무대에 올려지는 건 이번이 처음인 데다 고인의 셋째 딸인 유정씨가 무대미술을, 사위인 김종석씨가 연출을 맡아 의미가 남다르다. 멧돼지처럼 솔직하고 저돌적인 40대 중반의 남자와 꽃사슴처럼 우아한 60대 노부인의 갈등과 화해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고인이 희곡을 쓸 때 염두에 뒀던 원로배우 백성희·중견배우 윤주상이 함께 출연한다. 이밖에 국립극단은 이윤택 예술감독의 연출로 오영진 작가의 ‘맹진사댁 경사’(9∼13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를 선보이고, 서울시극단은 몰리에르의 ‘서민귀족’(10∼20일 게릴라극장)을 손정우 연출로 무대에 올린다. 또 극단 전설은 이만희 작가의 신작 ‘베이비시터’(23일∼12월4일 상명아트홀1관, 김영수 연출)를, 극단 민중은 버나드 쇼의 대표작 ‘캔디다’(12월6∼18일 상명아트홀1관, 정진수 연출)를 공연한다. 부대행사로 이근삼 선생 추모식(30일 오후 7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명작코미디페스티벌 희곡집 출판기념회도 열린다.(02)764-6979.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논술 첫걸음] 만화로 세상 읽기

    누구나 어린 시절 만화에 빠져들었던 즐거운 추억이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이 만화를 읽는 것에 그리 관대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만화는 글이 주는 부담감이 훨씬 적기 때문에 아이들이 매우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다. 또 만화의 자유분방함과 여유로움, 그 속에 담긴 재치와 풍자를 접하게 해줌으로써 사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 때문에 만화를 읽고 논제를 이끌어내 토론과 토의를 하도록 하는 것은 아이들이 논술에 흥미롭게 참여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만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계기도 제공하게 된다. 1. 만화 고르기 특정한 만화를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논술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것이어야 한다.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있는 만화책을 이용하거나, 신문에 실린 4컷 만화, 시사만평 등도 훌륭한 소재가 된다. 2. 논술을 위한 준비 만화를 읽고 논제를 찾아내기 위해서는 만화를 ‘제대로’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과 만화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작가가 만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따져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만화에 담긴 이야기를 글로 옮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술에 있어 가장 먼저 갖춰야 하는 것이 주어진 텍스트를 잘 이해하고 내용을 요약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만화는 짧은 글과 그림에 많은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해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만화라는 장르에 대한 아이들의 높은 흥미와 관심은 아이들에게 보다 능동적인 자세를 갖게 해 준다. 내용이 정리되면 질문을 통해 문제를 제기해 보도록 한다. 만화의 맨 마지막 칸을 잘라내고 아이들이 직접 꾸며 보게 한다든지 제목을 붙이게 하는 등의 활동을 먼저 하면 토의·토론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국가인권위가 기획한 만화집 ‘십시일반(창작과비평사)’에 수록된 박재동 화백의 ‘집값’이라는 만화를 가지고 초등학생들과 토의해 본 예를 소개한다. -내용 이해하기:동물들이 살고 있는 집 앞에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들어왔다. 그런데 동물들은 집값이 떨어질 것을 염려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논제 찾기:장애인의 심정은 어땠을까, 같은 내용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작가가 의도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행동이 옳은 것인가 등의 질문을 던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장애우의 삶과 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논제 정하기:‘장애우를 위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옳은가.’와 ‘장애우에 대한 차별은 옳은가.’ 등 아이들이 논제를 정하게 한다. 3. 논술문 쓰기 논제와 자신의 입장이 정해지면 자료를 준비해 개요를 짜고 논술문을 써 본다.‘장애우를 위한 시설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은 옳은가.’를 주제로 논술문을 쓴다면, 먼저 일반적인 사실을 제시하고, 만화를 통해 끌어낸 현실의 문제를 제시한 뒤,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정도가 바람직하다. 완성도 높은 글이 되기 위해서는 장애우에 대한 차별의 실태와 해결방법을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전문강사 황복순
  • [실전 논술] 반강제와 자율…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다음 제시문 (가)는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에서,(나)는 루소의 (에밀)에서 발췌한 글이다.(나)의 내용을 참고하여,(가)에서 ‘담임’의 생각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로 쓸 것). (가)그 날 편반이 끝나고 키 크기에 따른 각자의 번호와 교실 좌석까지 다 정해졌을 때 새 담임이 된 김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이 시간 분명히 밝혀 둘 것은 우리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자, 배의 순탄한 진로를 헛갈리게 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전정할 때 역행 가지를 잘라버려야 하듯 여러분의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여러분 스스로가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일사불란한 항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과 신뢰로써 반을 하나로 결속하는 슬기를 보이는 일이다.” 새 담임 선생은 과학 교사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로써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 뭔가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사안일 속의 1년이었던 것이다. “고삐는 여러분 손에 쥐어져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 고삐를 당겨 여러분 스스로를 제어해 주기 바란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여러분 스스로가 내 손에 그 고삐를 쥐어주는 일이다. 나는 자율이라는 낱말을 좋아한다.” 담임선생님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들을 묶고 있었다. 어느 연극 잡지에서 완숙한 연출가는 배우 스스로가 연출하도록 유도하는 비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은 것이 생각났다. 대단한 담임을 만났다는 기대로 아이들은 가슴을 부풀이며 앉아 있었다.14개 반에서 사오 명씩 떨어져 나와 새로이 편성된 새 반의 분위기는 사뭇 숙연했다. 나는 문득 이런 숙연한 분위기가 우습게 생각되었다. 단 며칠 못 가 형편없이 허물어질 아이들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앉아 담임 선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게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은 누굽니까?” 내가 불쑥 일어나서 말했다. 선장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우리를 묶으면서도 실상 우리들 머리 위에 군왕처럼 군림하고 싶은 그의 저의를 찔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내 느닷없는 질문에 부스럭부스럭 굳은 몸을 풀고 있었다. “이 배의 선장이 누구냐, 그렇게 묻고 있는 사람의 번호와 이름은?” 담임이 얼굴 가득 미소를 잡으며 여유있게 나를 훑었다. 반격을 당한 나는 얼굴을 붉히며 엉거주춤 다시 일어나야 했다. “35번 이유댑니다.” “예수를 판 유댄가, 이스라엘 유댄가?” 아이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오얏 리, 옥유, 큰 댓자, 이유대입니다.” “좋았어. 이유대 군이 오늘 이 시간부터 일 주일간 2학년 13반의 임시 선장이다. 물론 일 주일 뒤에는 새 선장을 뽑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겠다. 이 배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이다. 이유대 선장, 내 말의 뜻을 알겠나?” 아이들이 와하하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반장하고 싶어 몸살 난 애라구요. 그렇게 소리 지르는 놈도 있었다. 실로 난처한 입장이 돼 버렸다. 한낱 농으로 시작한 일이 담임의 임기 응변에 의해 꼼짝없이 임시 반장 감투를 쓰게 되었다. 꽁무닐 빼고 어쩌고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담임은 첫 만남을 끝냈다. 이렇게 해서 된 임시 반장이 기표의 비위를 사납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다. (나) 만약 아이들이 단시일 내에 어른이 가진 이성을 갖는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상당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 발육 과정에 따라 교육을 시키려면 오늘날의 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그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정신의 기능이 어느 정도 발달하기 전까지는 너무 신경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초기의 교육은 순전히 아이의 마음을 악덕이나 그릇된 정신으로부터 보호하는 소극적 교육이어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또 아이들이 어른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을 수 있고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신체만 건강하게 키워진다면, 비로소 여러분이 가르치는 최초의 교훈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이해하는 눈은 자연과 이성에 대해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의 교육에 의해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세상의 습관과 반대로만 행한다면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을 학자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꾸짖고 위협하고 달래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여러분의 아이에게 도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싫어하는 도리만을 알게 되면 이를 귀찮게 여겨 도리를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체격은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정조는 아이에게 판단이 생길 때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악을 막기 위해 선을 급히 해서는 안 된다. ●지문의 분석 이 작품은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나’, 이유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 기표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그를 제압하려는 담임과 실장(형우)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악을 대항하는 자의 또 다른 악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에서,‘나’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담임과 형우의 교묘하고 위선적 술책이 기표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작가는 인물 유형에 대한 제시 방법으로, 관찰자의 분석적 해설에 의한 말하기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학교 2학년 학급.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을 묶으면서 군림하고 싶어하는 담임 밑에서 ‘나’(이유대)는 임시 반장을 맡게 된다. 이것이 최기표에게 ‘메스껍게’ 보여 ‘나’는 린치를 당한다. 담임은 ‘나’에게 반장을 계속 맡아 달라고 했지만 ‘나’는 임형우를 추천한다. 담임이 학급을 위한 조언(고자질)을 부탁하나 ‘나’는 부당함을 인식하고 말하지 않는다.‘형우’가 반장이 되고, 그와 담임의 노력으로 학급은 일사불란한 항해를 계속한다.‘기표’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한다. 그러나 의욕에 찬 담임 교사가 ‘기표’를 길들여 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기표’를 재수파들로부터 고립시킬 계획을 세운다. 담임의 묵인 아래 모범생들이 ‘기표’의 시험을 돕기로 한다. 이것이 ‘기표’의 비위를 상하게 하여 ‘형우’는 그에게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지만, 가해자를 끝내 숨겨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된다. 매혈(買血)한 돈으로 ‘기표’의 생활비를 보태었던 재수파들이 ‘형우’에게 용서를 빈다.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들의 미담이 담임에 의해서 과장되고 미화되어 알려져 영화화될 단계에까지 이른다. 그럴수록 ‘기표’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하고, 아이들은 그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출해버린 ‘기표’가 여동생에게 남긴 편지에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라고 쓰여 있었고, 담임은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자신의 계획을 ‘기표’가 무산시켰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결국 이 작품은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을 말하고 있다. ●출제의도 (가)의 내용은 교사의 권위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민주적인 교육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반강제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율적인 인간상을 기르기 어렵고, 삶을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문제에 당면했을 때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닐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도출하면 된다. 물론 논의의 바탕에는 자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토대로 하야 할 것이다. (나)는 18세기 유럽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내용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면 된다. 핵심적인 관점은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교육의 중요성이다. 결국 이 문제에서는 귄위주의적인 교육 환경이 자율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을 길러내는 데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교육적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하기 (가)는 새학기가 되어 새 담임 교사가 첫인사를 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을 훈계하는 담임의 말은 표면적으로는 논리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쉽게 긍정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 있다. 훈계의 내용은 앞으로 일 년 동안 사랑과 신뢰를 통한 굳은 결속으로 일사불란한 항해를 해 나가야 한다는 점과, 목적지를 향한 순탄한 항로를 방해하는 자를 엄단하는 자율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담임이 말한 자율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이 아니라 담임이 요구하는 규범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임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담임은 집단주의적 사고 방식과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지닌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접근하면 된다. 즉, 권위주의적인 사고 방식은 의존적이고 타율적인 인간을 길러 낼 뿐 아니라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이 글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해결의 방향으로 보아 주제의 방향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청소년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우선 서론 부분에서는 지나친 권위주의적 교육의 문제점을 기술하면 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주위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교육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주제의 방향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선 논제와 관련해 제시문에 드러난 담임 교사의 태도에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는 (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과 관련해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으로 도출한 학급 운영 계획이 아닌, 일사불란하게 능률만을 강조하는 담임 교사의 행동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 방식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 된다. 그런 뒤에 이러한 권위주의적 교육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더 심층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학생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연습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그것도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인 교육 방법은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 청소년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논의의 내용이 심층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결론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면서 주제문과 관련된 결론, 즉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인터넷 독립신문 파일 압수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 인민군복을 입고 있는 합성사진을 올린 보수성향 인터넷매체 ‘인터넷 독립신문’을 2일 오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30여분간 이 회사 서버의 접속 기록이 저장된 파일을 압수했다. 인터넷 독립신문은 지난달 17일 노 대통령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옹호한다는 내용의 문구와 함께 인민군복을 입은 노 대통령이 김종빈 전 검찰총장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합성사진을 ‘만화·만평’란에 게재했다.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이 사진이 혐오감을 일으킨다며 삭제를 요구했고 인터넷 독립신문측은 김 전 총장의 머리 부분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경찰 압수수색 후 보수단체 회원 20여명은 종로구 서울경찰청사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터넷 독립신문측 서석구 변호사는 “패러디는 풍자의 한 방법으로 자유언론이 취할 수 있는 일종의 보도형태”라면서 “소위 운동권의 패러디는 수사하지 않고 대통령에 대한 패러디만 수사하는 것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다.앞서 지난 4월 경찰은 노 대통령의 이마에 과녁을 합성한 이른바 ‘저격수’ 패러디에 대해 인터넷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와 이를 제작한 대학생 1명을 수사한 바 있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일요영화]

    [일요영화]

    ●배드 컴퍼니(OCN 오후 3시10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관록파 앤서니 홉킨스와 ‘떠벌이’ 크리스 록이 뭉쳤다. 스크린에 자주 악역으로 등장하던 앤서니 홉킨스로서는 오랜 만에 좋은 역할을 맡았다. 전형적인 첩보 영화에 크리스 록의 입답을 첨가한 코믹 액션물. 솔직하게 말하면, 미국 개봉 당시 흥행 성적이 저조했으며,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영화와 TV시리즈에서 미다스로 군림하고 있는 제리 브룩하이머가 제작했다고 하면 일단 시청자들도 안심이 될 듯. 그의 제작 리스트 가운데 이 영화는 ‘베버리힐스캅’(1985),‘나쁜 녀석들’(1995)의 계보를 잇고 있다. 뻔히 보이는 진부한 설정이지만, 점심 먹고 나른해진 오후를 즐기기에는 안성맞춤인 영화다. 조엘 슈마허가 연출했다. 배드 컴퍼니는 범죄자들이 CIA를 일컫는 속어란다. 제이크(크리스 록)는 뉴저지에서 암표를 팔거나 내기 체스로 돈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청년. 그런 제이크에게 CIA로부터 제의가 들어온다.CIA가 제이크에게 접근한 이유는 그의 쌍둥이 형이자 CIA 1급 요원이었던 케빈이 무기거래 수사를 하다가 살해당했기 때문. 베테랑 요원 옥스(앤서니 홉킨스)로부터 9일 동안 집중 훈련을 받은 제이크는 핵무기 거래를 무난히 성사시킨다. 하지만 무기 밀거래 조직간의 암투로 상황이 급변하는데….2002년작.117분. ●팜비치 스토리(EBS 오후 1시50분) 지난주에 이어 소개되는 할리우드 초창기 코미디의 천재 프레스턴 스터지스 감독 작품이다. 단순한 스크루볼코미디라기보다는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사회에 대한 풍자와 시니컬한 시선이 녹아 있다.2차대전 동안에도 따뜻한 플로리다에서 놀고 먹었던 당시 졸부들을 우스꽝스럽게 그리며 조롱하고 있는 것. 코믹한 오프닝에서부터 사람들은 웃을 준비를 한다. 남녀 주인공의 결혼식 장면이 나온 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자막이 뜬다.‘정말 그랬을까요?’라는 자막이 뒤를 잇고, 그 대답으로 ‘아니오!’라는 자막이 다시 뜬다. 결혼 5년차인 톰(조엘 맥크레)-제리(클로데트 콜버트) 부부. 발명가인 남편 톰은 돈 한 푼 벌어오지 못해 아파트 월세조차 못 낼 형편이다. 아내 제리는 돈 많은 남자와 재혼해 톰이 발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재원을 마련해 주기로 한다. 부자들 집합 장소라는 플로리다 팜비치로 가는 기차를 탄 제리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남자로 알려진 존 하켄새커 3세(루디 발리)를 알게 되고, 하켄새커는 제리에게 관심을 보이면서 선물 공세를 퍼붓는데….1942년작.88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책꽂이]

    ●구텐베르크 수사들(한기 지음, 역락 펴냄)문학이 위기의 시대에 내몰리게 된 근본적 원인 탐색과 더불어 문학의 존재이유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담고 있는 평론서. 염상섭, 채만식 등 비판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가들에서부터 1990년대 이후 등단한 젊은 작가들에 대한 논평들을 실었다.2만 3000원.●변산바다 쭈꾸미 통신(박형진 지음, 소나무 펴냄)중학교 중퇴 이후 줄곧 땅을 갈며 살아온 농부시인의 진솔한 인생예찬. 소박하고, 청정한 시골생활을 맛깔스러운 전라도 사투리에 담아냈다.1994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한 시인은 시집 ‘바구니속 감자싹은 시들어 가고’, 산문집 ‘모항 막걸리집의 안주는 사람 씹는 맛이제’ 등을 펴냈다.8800원.●기발한 자살여행(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솔 펴냄)죽음을 향해 돌진하는 자살희망자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부조리한 현실과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풍자소설. 독창적인 인물 설정과 독특한 서술방식, 유머감각이 돋보인다.2004년 ‘유럽의 작가상’수상작.9500원.●이야기 파는 남자(요슈타인 가아더 지음, 박종대 옮김, 이레 펴냄)철학소설 ‘소피의 세계’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저자의 장편소설.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는 기이한 운명을 짊어진 사내 페테르를 중심으로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내는 출판계의 어두운 뒷모습을 액자소설 형식으로 엮었다.1만원.●행복한 지붕수리공(요아힘 링에나츠 지음, 김재혁 옮김, 하늘연못 펴냄)길거리 카페 낭송시인으로 문학활동을 시작해 종전 후 현대 독일문학을 대표하는 새로운 개성의 작가로 부각된 저자의 소설집.‘생의 열쇠구멍을 통해서’‘누군가 들려주는 일리넵 이야기’ 등 국내 독자에게 소개되지 않은 단편 17편을 모았다.9000원.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2) 파자법(破字法)

    한 개의 글자를 부숴 여럿으로 나누거나, 역으로 여러 글자를 조합해 하나로 만들어 비밀스러운 뜻을 알아내는 것이 파자법이다. 한자 문화권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일종의 암호 생산기술이다. 이미 중국 고대의 전국시대에 귀곡자(鬼谷子)라고 불린 한 기인이 만들어 사용했다 할 정도로 파자법의 연원은 깊다. 본디 뜻글자인 한자는 구성이 복잡하고 두 글자 이상이 뭉친 경우가 많아, 파자법이 생겨나기 쉬운 조건이다. 뜸뜬다는 ‘구(灸)’자만 해도, 위에는 오래라는 뜻의 ‘(久)’자가 있고 아래는 ‘불 화(火)’가 놓여 있다. 파자법으로 풀이해 보면, 사람이 불 위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이 바로 뜸이란 뜻이 된다. 어떤 사람에게서 나는 좀더 억지스러운 이야기도 들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열여섯에 성인이 된다고 보았는데, 그것을 파자법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파과(破瓜) 즉 오이가 깨지는 해에 성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여기엔 물론 초경이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다. 하지만 오이 과(瓜)자에 비밀이 숨어 있다 한다. 그 글자를 파자법으로 분석해 보면 여덟 팔(八)자 두 개가 겹친 것이란다. 요컨대 여자 나이 열여섯이면 성인이 되는 것이고, 천하절색 춘향이 이도령을 만난 것도 파과의 해였다는 주장이다. ●파자법(破字法)이란 비밀 코드 비밀을 해독하거나 생산하는 데 파자법은 매우 유용했다. 그래서 예언서와 밀접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정감록’을 읽다 보면 글귀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기만 해선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는 다른 사물에 빗댄 우의법(寓意法)이나 파자법(破字法)을 적용해야만 본래의 뜻을 대강 짐작이라도 할 수 있다. “목자(木子) 장군의 칼이요, 주초(走肖)대부의 붓이로다. 비의(非衣) 군자가 품은 뜻은 다시 삼한의 서울을 정하는 일이다. 목자가 나라를 세우는 데 주초의 계략과 정기가 기틀을 마련할 지니.”(청구비결) 흔히 조선왕조의 건국을 예언한 것으로 풀이되는 구절이다. 목자(木子)는 곧 이(李)씨로 태조 이성계를 상징한다. 주초는 조(趙)씨, 비의(非衣)는 배(裵)씨를 파자한 것이다. 조선 개국공신들 가운데 마침 조준(趙浚·1346~1405)과 배극렴(裵克廉·1325~1392)이 포함돼 있어, 그들이 다름 아닌 ‘주초대부’와 ‘비의군자’로 비정되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조선 개국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정도전이 비결에 언급돼 있지 않아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파자법이라면 위에 살핀 경우처럼 두 글자를 하나로 묶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때로는 훨씬 복잡한 양상을 띠기도 한다. 파자법의 압권을 ‘정감록’에서 찾아보자.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 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 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 계룡산 바위가 희게 변하고 청포의 대나무가 하얗게 되며 (중략) 대중화와 소중화가 함께 망하리라.”(감결) 계룡산 바위가 변하는 것부터 시작해 중국(대중화)과 한국(소중화)이 일시에 망하고 만다는 예언이다. 글의 구조상 이런 일대격변을 일으키는 조건은 밑줄 친 부분에서 찾아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 봐도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 술사들은 수수께끼처럼 여겨지는 밑줄 친 대목을 파자법으로 풀어냈다. 우선 ‘선비(士者)는 관을 비뚜로 쓰며(橫冠)’를 사(士)의 머리 부분에 빗금을 그어 얹은 임(壬)자로 간주했다.‘신인(神人)이 옷을 벗고(脫衣)’란 대목은 신(神)자에서 보일 시(示)변을 제거해 신(申)자로 해독했다. 요컨대 앞의 두 대목은 임신(壬申)년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어낸 것이다. 그 해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문제가 그 아래 두 구절에서 해결돼야 했다. 술사들은 지혜를 짜냈다.‘주변을 달리다 몸을 기댄 채(走邊橫己)’는 주(走)변에 기(己)자를 더해 일어날 기(起)자로 해독했다. 마지막 구절인 ‘성인의 이름에 여덟 팔자를 덧붙이면(聖諱加八)’은 성인을 공자(孔子)로 보고 그 이름인 구(丘)자에 팔(八)을 합친 군사 병(兵)자로 풀었다. 두 대목을 서로 연결하면 기병(起兵) 즉, 군사를 일으킨다는 뜻이 된다. 임신년에 반란이 일어나면 온갖 징조가 뒤따라 일어나고 마침내 중국과 한국이 동시에 멸망하게 된다는 그야말로 엄청난 예언인 셈이다. 참고로, 청나라가 망한 것은 무신년(1911)의 일이었다. 조선왕조는 그보다 한 해 앞선 경술년(1910)에 사라졌으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 셈이었다. 바로 이런 예언은 철종13년(1862)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임술민란이 일어나던 무렵 ‘감록’에 새로 등장한 것이 아닐까 짐작된다. 임술년(1862)을 전후해 조선에는 국내외 정세에 상당한 식견을 지닌 술사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 가운데 누군가 ‘감록’을 고쳐 쓰면서 ‘임술기병’에 해당되는 구절을 파자법을 이용해 삽입했다고 믿어진다. 따지고 보면 그 당시 중국의 사정도 무척 어수선했다.1851년에 시작된 이른바 태평천국의 난이 10년가량 계속되다 가까스로 마무리된 처지였다. 난리는 일단 진정됐지만 중국을 압박해 들어오는 영국과 프랑스 등 서구 열강의 간섭이 만만치 않았다. ●파자법의 명인들 고대부터 한국의 예언서에 파자법은 자주 등장했다. 고려태조 왕건의 등극을 예언한 것으로 유명한 ‘고경참’에도 신라를 가리키는 ‘사유(四維)’ 즉 라(羅)자가 보인다. 고려 때도 이자겸이 발호하자 ‘목자위왕(木子爲王)’, 이씨가 왕이 된다는 예언이 한 때 유행했다. 조선 중종 때도 그와 흡사한 ‘주초위왕(走肖爲王)’ 즉, 조씨가 왕이 된다는 말이 퍼졌고, 그 바람에 개혁정치가 조광조가 희생됐다. 파자가 한국사회에 널리 유행하다 보니 점을 보는 사람들 중에도 파자법의 대가가 많았다. 아직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의 일이었다. 어느 날 그는 일부러 다 떨어진 옷을 몸에 걸친 채 수도 개성을 둘러보았다. 시내의 좁다란 어떤 골목에 발길을 들여놓았을 때 이성계는 한 노인이 점판을 벌려 놓은 것을 보았다. 마음속에 큰 야망을 품고 있던 이성계는 자신의 미래 운명을 점쳐 보기로 했다. 점치는 방법은 간단했다. 아무 글자나 가리키면 되는 것이었다. 이성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을 문(問)’ 자를 가리켰다. 그러자 노인은 혼비백산하며 이성계의 귀를 빌렸다.“공은 반드시 이 나라의 대왕이 되실 운세입니다.” 노인은 몇 번씩이나 고개를 숙여 경하의 인사를 아뢰었다. 이성계가 선택한 글자를 파자해 보면 ‘임금 군(君)’ 자를 좌우로 벌려놓은 모양이었고, 그래서 노인은 이성계가 훗날 임금이 될 거라고 믿었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제대로 엿듣지는 못했으나,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본 길손이 하나 있었다. 이성계가 그곳을 떠나기가 무섭게 그 역시 노인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같은 글자를 짚었다. 노인은 역시 문(問)자를 파자했는데 결과가 아주 딴판이었다.‘문문(門門) 개구(開口)라!’ 당신은 아무래도 남의 문 앞을 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을 팔자인 모양이오. 부디 절약에 힘써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시오. 이쯤 되면 파자법도 어렵기 그지없다. 같은 글자도 경우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파자법의 명인들 가운데는 후세에 이름이 전해진 경우도 있다. 조선 중기의 뛰어난 예언가 남사고가 그랬다. 그는 여러 곳의 길지(吉地)를 점쳐 놓기도 했지만, 파자법을 통해 동서분당(東西分黨)이며 그 뒤의 정치적 추이를 정확히 예언했다. 그의 예언대로 뒷날 동인들은 주로 낙산(駱山) 밑에 거주했고, 서인들은 안산(鞍山) 아래 터를 잡았다. 낙산이라면 북악산, 인왕산, 남산과 더불어 한양의 내사산(內四山)이요, 주산인 북악산의 좌청룡에 해당한다. 오늘날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일대를 가리킨다. 그런데 낙산(駱山)의 낙자(駱字)는 마(馬)와 각(各)을 합친 글자이다. 말(馬)을 타고 가다 떨어(各)진 형상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분당되고 나서 초기에는 동인들이 국운을 좌지우지하게 되지만 나중에는 제각각(各各)으로 갈라서게 될 운명이라 했다. 장차 서인의 운명을 상징한 안산(鞍山)은 그 뜻이 사뭇 달랐다. 안(鞍)자는 파자로 뜯어볼 때 바꿀 혁(革)자에 편안 안(安)자를 더한 것이다. 혁명 즉, 반정을 일으킨 뒤 세력이 안정되어 권력을 오래 유지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서인들이 집권한 것은 인조반정 때인데 그 뒤 잠깐씩 몇 차례 실권(失權)한 적이 있긴 해도 조선 말까지 모든 권력이 그들의 수중에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산은 서울시 서대문구에 있다. 남사고의 예언이 들어맞긴 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어선 곤란하다. 그는 인조반정을 언급한 적도 없었고, 서인 역시 노론과 소론으로 분당된다고 말한 적도 없었다. 도무지 누군들 미래의 일을 제 손금 보듯 할 수가 있을 것인가. ●‘격암유록’과 현대의 파자법 어쨌든 후대의 술사들은 남사고의 예언 능력을 과대평가했다. 그런 분위기가 팽배해 최근에는 그가 저술했다는 ‘격암유록’이란 예언서가 출현해 크게 주목받기도 했다. 이 예언서는 ‘정감록’의 상이한 내용을 합성한 위에, 몇 가지 다른 요소까지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판 정감록인 셈인데,‘격암유록’에도 파자법의 자취가 완연하다. 간단한 예를 몇 개만 들어보겠다. 여러 사람들이 이미 밝힌 대로 ‘격암유록’에 보이는 ‘추대읍(酋大邑)’은 세 글자를 연이은 정(鄭)자에 해당한다.‘시구(矢口)’는 지(知)자이며,‘일팔간팔(一八干八)’은 금(金)자이다.‘여자(女子)’는 호(好)자,‘팔력시월이인(八力十月二八)’은 십승(十勝)으로 풀이된다. 이런 예는 부지기수라, 일일이 말할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격암유록’에는 현대 한국의 운명이 예언돼 있기도 하다. 파자법으로 풀어야만 되는 대목도 여럿이다. 그 하나는 6·25전쟁에 관한 것이다.‘격암유록’에는 백호(白虎)에 전쟁이 일어난다 했다. 백호란 호랑이해이면서 흰색에 해당되는 경(庚)년 즉,1950년에 전쟁이 일어난다고 예언돼 있다. 이때 “난을 피하려면 팔금산(八金山)으로 가라 했다.” 팔금산은 파자법을 적용해 보면 영락없는 부산(釜山)이다.6·25전쟁 때 부산은 안전했다. 국토가 장차 38선을 경계삼아 양분된다는 예언도 이미 나와 있었다.‘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 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 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이라 했다. 한 대목씩 차례로 살피면,“십선반팔삼팔(十線反八三八)”은 십(十)에 팔(八)을 더하면 목(木)이 되고 그 옆에 반(反)을 나란히 놓으면 板(판)자가 되는데 그것이 38선에 있다는 것이다.“양호역시삼팔(兩戶亦是三八)”이란 호(戶)를 좌우 양쪽에 늘어놓아 門(문)이 되는데, 그 역시 38선상에 위치한다는 것이다.“무주주점삼팔(無酒酒店三八)”은 주점(酒店)은 주점인데 술(酒)이 없으므로 店(점)이 된다. 끝으로,“삼자각자삼팔(三字各字三八)”이라 했다. 위에서 만들어진 석자 즉, 판문점(板門店)은 각기 8획이며 역시 38선에 위치한다고 했다. 이 예언이 1953년 휴전 성립 이전에 나왔다면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격암유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목인비거후(木人飛去後) 대인산조비래(待人山鳥飛來)’란 구절도 있다. 혹자는 파자법을 동원해 이것을 한국현대정치사의 일면으로 해석한다.‘목인(木人)’은 박(朴)씨를 뜻한다. 문제는 그가 ‘비거후(飛去)’ 즉, 죽은 뒤의 일이다.‘인산조(人山鳥)’가 기다렸다 날아온다(飛來)고 했다.‘인산조(人山鳥)’는 최(崔)씨라 한다. ‘격암유록’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될 사항이 있다. 파자를 해보면 기독교적인 용어가 많이 나온다는 점이다. 가령 ‘육각팔인(六角八人)’은 천화(天火),‘인언일대십팔촌(人言一大十八村)’은 신천촌(信天村) 또는 신앙촌에 짝한다.‘일양형(一羊兄)’은 한 마리(一) 으뜸가는(兄) 어린 양(羊)으로 해석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활아자수(活我者誰) 삼인일석(三人一夕)이라.’ 했다.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나를 살린다고 해석되는데, 삼인일석(三人一夕)이 문제다. 사람들은 이것을 파자법으로 풀어 닦을 수(修)로 본다. 종교적 수행이란 것이다. 기독교적 취향이 강한 사람들은 ‘정감록’에 빈번히 등장하는 ‘궁궁(弓弓)’과 ‘을을(乙乙)’ 같은 오래된 용어까지 파자법을 응용해 재해석한다. 전자의 경우 궁(弓)자 두 개를 마주 바라보게 돌려놓으면 아(亞)자가 되는데 그 가운데 십자가(十)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후자도 마찬가지다. 을을(乙乙)의 경우 을(乙)자 두 개를 서로 겹쳐 놓으면 만(卍)자가 되어 불교를 상징하는 것 같아 뵈지만 실은 그것이 아니라 한다. 만(卍)자의 복판을 꿰뚫는 두 개의 선은 다름 아닌 십자가(十)라는 것이다. 따라서 ‘격암유록’이 제시하는 구원은 십자가를 찾는 데 있다는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는 놀라울 만큼 빠른 속도로 기독교화되었고, 그에 따라 ‘정감록’ 역시 기독교적인 색채를 더하게 되었다. ‘격암유록’은 1970년대의 위작이라는 주장도 있다. 맞는 말 같다. 우선 이 예언서에는 ‘철학(哲學)’,‘공산(共産)’, 그리고 ‘원자(原子)’ 따위의 현대적인 용어가 등장한다.‘서학(西學)’이니 ‘동학(東學)’ 같은 낱말도 있고, 파자법을 가지고 읽어보면 ‘박태선(朴泰善)’이란 이름도 나온다. 박태선 장로는 1970년대 후반 신앙촌 운동을 벌였다.‘격암유록’은 그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삿갓과 파자법 파자법은 조선후기에 이르러 문학에까지 영향력을 확대시켰다. 그 시기를 대표하는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은 파자법의 또 다른 대가였다. 그는 전국을 방랑하며 수많은 설화를 남긴 것으로 유명하다. 말끝마다 김삿갓은 파자(破字)와 동음이의어를 빌려 사회적 모순과 일상을 노골적으로 풍자했고, 민중들로부터 아낌없이 갈채를 받았다. 한 번은 방랑시인 김삿갓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 날도 어디를 가다 날이 저물어 어떤 집에 머물렀다. 다음날 아침, 이미 해가 중천에 솟았는데도 아침상이 들어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뜨락에서 안주인이 “‘인량차팔(人良且八)’ 하고 전혀 알아듣지 못할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그러자 바깥주인은 태연한 표정으로 ‘월월산산(月月山山)!’이라고 대꾸하는 것이었다. 허기진 배를 끌어안고 밥상이 들어오기만 기다리고 있던 김삿갓은 ‘그게 무슨 뜻일까.´ 하고 잠시 궁리하였다. 그러더니만 김삿갓은 담뱃대로 재떨이를 두어 차례 후려쳤다.“견자화중(犬者禾重)아 정구죽요(丁口竹夭)로다!”라고 크게 외치며 김삿갓은 네 활개를 저으며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세 사람 사이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인량(人良)’을 위아래로 붙이면 밥 식(食)이 되고,‘차팔(且八)은 갖출 구(具)자가 된다. 안주인은 “식사를 준비할까요?” 하고 물었던 것이다. 그에 대해 바깥주인은 ‘월월(月月)’ 곧 친구 붕(朋)자에 ‘산산(山山)’이라 했다. 메 산(山) 두 개를 포개 놓으면 나갈 출(出)자가 된다. 요컨대 “이 친구가 떠나거든!” 밥을 먹자고 대꾸한 것이었다. 지독한 구두쇠부부요, 교활한 암호였다. 그러나 김삿갓은 문자 속이 밝기로 세상에 으뜸이었다. 대뜸 그들의 암호를 해독했고, 이어서 ‘저종(猪種·돼지 종자들)아, 가소(可笑)롭다!”며 후딱 그 집을 나섰다. 김삿갓에 이르러 파자법은 점과 예언이란 전통적인 범주를 초월해, 오락적인 기능을 한껏 발휘하게 되었다. 문화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살아 꿈틀거린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길섶에서] 엄마 유형/박홍기 논설위원

    언젠가 자녀의 교육에 빗대 엄마들을 묘사한 글을 읽고 가가대소한 적이 있다. 엄마들을 풍자적으로 분류했는데, 그것들은 이렇다.‘밀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식을 팍팍 밀어붙이는 엄마,‘뛰모’는 자녀와 예습·복습하며 함께 뛰는 엄마, 그리고 ‘지모’는 공부하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주는 엄마,‘주모’는 아이의 공부와 상관없이 주무시는 엄마이다. 아내는 이 글을 보더니 주모에 가깝지만 자기 전에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는 축이니 ‘기모’로 별도 분류함이 옳다고 우긴다. 주위에서 뛰모와 밀모의 역할을 모두하는 ‘뛰밀모’들을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아침부터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를 차에 태워 서너 군데의 학원을 전전하는 ‘극성’ 엄마들이다. 아이들에게 놀 틈을 안 주며 볶아대는 엄마들이기도 하다. 지모는 소리 소문없이 아이의 공부를 챙기는 탓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주모 역시 스스로 까발리지 않는 한 알 수가 없다. 요즘 아내는 ‘뛰밀모’ 쪽은 아예 엄두조차 못내고 지모 쪽으로 약간 방향을 튼 것 같다. 물론 기모의 역할에는 변함 없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박은영의 DVD레서피] 질리지않는 카타르시스

    [박은영의 DVD레서피] 질리지않는 카타르시스

    무교동 낙지의 진수는 혀가 갈라질 듯한 매운 양념이다. 통제 불능으로 눈물이 흐르고 감전된 것처럼 뒷골이 저릿한 고추 페이스트는 먹는 희열과 고통을 동시에 느끼게 만든다. 그래서 무교동을 자주 찾는 이들은 영리하게 촉촉한 빵이나 우유를 지참하기도 한다. 빵에 있는 작은 구멍들이 낙지의 매운 향을 흡수하고 유성의 우유는 매운 맛을 중화시키기 때문이다. 김치와 버터 빵이 그럴듯하게 어울리는 것처럼 이 낯선 조합은 혼절 직전의 매운 맛을 질리지 않고 즐기게 해준다. ‘배트맨 비긴즈’와 ‘해롤드와 쿠마’는 전혀 다른 장르지만 함께 보기에는 좋다. 지적이고 음울한 액션과 강도 높은 화장실 유머의 조화다.‘배트맨 비긴즈’는 이전 시리즈들과는 달리 초인간 영웅이 탄생되기 이전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박쥐에 대한 공포를 간직한 소년이 영웅으로 변모하기까지를 인간적으로 보여주는데 만화 원작이 없는 프리퀼이라 팬터지 대신 현실적인 캐릭터가 강하게 감지된다. ‘배트맨 비긴즈’가 제대로 구운 빵이라면,‘해롤드와 쿠마’는 코끝이 찡할 정도로 자극적인 요리다. 할리우드 화장실 유머의 계보를 잇는 이 코미디는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다인종 국가 미국의 인종차별을 풍자한다. 피플지가 선정한 아름다운 50인이자 한국계인 존 조가 독특한 캐릭터로 어필하며, 배설의 카타르시스가 안겨주는 저력도 있다. ●배트맨 비긴즈 크리스천 베일, 마이클 케인, 리암 리슨, 게리 올드만, 모건 프리먼 등이 출연하고 ‘메멘토’ ‘인섬니아’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았다.1,2편 이후 장난스러운 팬터지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지만, 이번 시리즈에서는 현실적인 캐릭터로 ‘배트맨’의 탄생통을 무게 있게 그렸다. 러닝타임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하는 배트카와 배트맨은 둔탁하고 미성숙한 모습이지만, 이전 시리즈에서 볼 수 없는 고전적인 파괴력이 있다. 다채널 스피커를 따라 이동하는 입체 사운드와 박력 있는 우퍼도 매혹적이다. 코믹스 창을 응용한 메뉴도 이색적이다. ●해롤드와 쿠마 ‘오스틴 파워’ 시리즈와 패럴리 형제에 이어 할리우드 화장실 유머를 계승하고 있는 대니 라이너 감독이 연출했다. 전작 ‘내 차 봤냐?’ 같은 질펀한 농담은 여전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인과 인도인 청년을 주인공으로 해 뼈있는 웃음의 날카로움까지 보여준다. 그러나 이 DVD의 백미는 부가영상이다. 소리 취재를 위한 전국 화장실을 방문한 기록은 화장실 유머의 진수다. 이 밖에 두 주인공의 자동차 인터뷰와 본편보다 강도가 센 삭제장면들, 특유의 입담을 자랑하는 감독 인터뷰 등이 수록되었다. 두 배우와 감독이 함께 한 친절하고 유쾌한 코멘터리는 또 한 편의 코미디다. DVD칼럼니스트 mlue@naver.com
  • 미국 민주주의 국가 맞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성적으로 풍자하는 셔츠를 입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승객이 중간 기착지에서 ‘퇴장’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지난 4일 워싱턴주에서 오리건주로 향하는 항공기를 탑승한 로리 히즐리(32)와 남편을 중간 기착지인 네바다주 공항에 ‘떨어뜨렸다.’고 CNN이 보도했다. 히즐리는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사진과 함께 ‘Meet the Fockers’라는 글귀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고 한다. 이 글귀는 영화 제목으로 ‘Focker’는 성적으로 저속한 욕설과 발음이 같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처음에는 히즐리에게 셔츠 위에 스웨터를 덧입어 그림과 글귀를 가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히즐리가 잠자다 스웨터가 흘러내리자 “셔츠의 안팎을 바꿔 입거나 비행기에서 내리라.”고 통첩했다는 것이다. 히즐리 부부는 셔츠를 돌려 입는 대신 기꺼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것을 택했다. 당시 시간은 자정에 가까웠다고 한다.히즐리는 “이라크를 해방시키겠다고 군대를 보내는 나라에서 셔츠 때문에 비행기에서 쫓아낸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히즐리는 사우스웨스트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할 예정이다.dawn@seoul.co.kr
  • [코드로 읽는책] 문화부족의 사회… /이동연 지음

    히피와 보보스, 몸짱과 웰빙족, 엄지족과 폐인…. 이들중 한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아니면 이들과는 별 상관 없는 삶을 살고 있는가? 최근 한 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 인디밴드의 ‘알몸노출사건’ 이후 인디문화와 홍대문화, 청년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당신은 이들 문화를 퇴폐와 향락의 대명사로 보는가, 아니면 또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이해하는가? 진보적인 문화평론가 이동연씨가 쓴 ‘문화부족의 사회, 히피에서 폐인까지’(책세상 펴냄)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수많은 문화주체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모았다. 저자는 히피와 보보스, 프리타, 블로거, 키덜트족 등 각각 공통의 문화적 취향과 지향점을 가진 주체들을 ‘문화부족’이라고 표현한다. 이들 문화부족은 기존 사고의 틀이나 통념으로는 파악되지 않는 문화현상을 지속적으로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에 출현한 펑크족, 붉은악마, 온라인노마드, 엄지족, 폐인족, 플래시몹 등은 문화적 자유와 권리를 욕망하고 경직된 경제적·정치적 인간으로부터의 이탈을 꿈꾼다. 그러나 이들 집단은 때로는 청년 하위문화로, 때로는 소비문화로 맥락에 따라 제각각 해석돼왔다. 저자는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들 주체를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용어인 문화부족을 통해 사회적 에너지를 새롭게 해석한다. 문화부족의 역사는 1950년대 서구사회의 청년문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공주의를 거부한 비트족, 자유공동체를 꿈꾼 히피, 청년 노동자에 의한 모드족과 테디보이, 스킨헤드와 펑크, 글램족 등은 자신만의 문화적 세력을 형성했다가 80년대 들어 소비자본주의와 신보수주의를 만나 새롭게 변신했다. 주말을 즐기는 직장인 여피, 문화잡종 보보스 등이 출현한 것. 이들은 개인화·다원화를 통해 하나의 세력을 이뤄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청년문화는 기성세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재단돼 왔다고 저자는 주장한다.‘서태지와 아이들’ 등장 이후 신세대,P세대, 인디세대 등은 세대담론에서 실체를 상실한 채 유령으로 존재했다. 다행인 것은, 디지털 기술혁명이 청년문화에 자율적 주체로서의 지위를 불어넣고 있다는 것. 디지털 문화부족은 블로그와 커뮤니티, 채팅과 메신저 등을 통해 자유로운 소통을 확장하고 현실을 풍자한다. 물론 청년 문화부족에 저항과 새로운 문화 생산자의 면모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프리타족, 스노캣족, 키덜트족, 웰빙족, 폐인족 등은 문화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의 위치에 서는 ‘프로슈머’로 각광받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붉은악마’를 기억하는가? 이들의 응원에는 청년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든 국민과 시대상이 존재했다. 저자는 저항·일탈·퇴폐가 아니라 자유·소통·대안이 청년 문화부족의 실체라고 강조한다. 세대별·계급별 장벽을 넘어 상대방과 소통하고, 우리 스스로의 현재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책.1만 5000원.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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