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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렘브란트 반 라인(사라 에밀리 미아노 지음, 권경희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미국의 신예 작가인 저자가 17세기 바로크 시대에 활동한 렘브란트 생애를 동시대인들의 눈을 통해 재구성한 작품. 당대 최고의 화가였으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져 있던 렘브란트의 모습을 생생히 복원해냈다.1만 3000원. ●은밀한 유산(이명인 지음, 대교베텔스만 펴냄) 4대에 걸쳐 얽힌 두 집안간의 숙명적인 인연을 통해 가문과 혈통이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는 소설. 뿌리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함이 아니라 특별한 목적을 위해 ‘족보’를 가공하는 세태를 통렬히 풍자한다.9000원.●목숨(김상렬 지음, 나남 펴냄)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사도세자에 초점을 맞춘 장편.1762년 음력 윤 5월13일 사도세자는 아버지인 영조의 명령으로 뒤주에 갇힌 지 아흐레만에 죽음을 맞는다. 이 기간을 7일로 줄여 날짜 별로 사도세자의 관점에서 처절한 고통과 번뇌를 생동감 있게 그려냈다.9500원.●쉬 러브스 유(쇼지 유키야 지음, 서혜영 옮김, 작가정신 펴냄) 도쿄 변두리에서 90여년간 대대로 헌책방을 운영하는 훗타 가족의 봄·여름·가을·겨울 1년동안의 이야기를 담은 ‘도쿄밴드왜건’의 속편. 별난 훗타 가족 외에도 고민을 들고 헌책방을 찾는 다양한 인물 군상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냈다.9800원.●베네치아와 시인들(클라우스 탈레-도르만 지음, 정서웅 옮김, 열림원 펴냄) 바이런이 ‘내 푸른 환상의 섬’이라고 찬양한 곳, 헤밍웨이가 사냥하고 글을 썼던 곳, 베네치아. 베네치아에 매혹됐던 서양의 문학 거장들이 이곳에 머물던 생의 한 시절을 추적하며 그들의 삶과 문학, 그리고 베네치아에 대한 찬가를 담았다.1만 2000원.●책도둑(전2권,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문학동네 펴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소설가’라는 평을 듣는 작가의 장편소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을 배경으로 전쟁의 비극과 공포 속에서도 말(言)과 책에 대한 사랑으로 삶을 지탱해 나갈 수 있었던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각권 1만 1000원.
  • 패리스 힐튼 ‘올해의 여성’으로 하버드 방문

    패리스 힐튼 ‘올해의 여성’으로 하버드 방문

    할리우드 ‘이슈메이커’ 패리스 힐튼(26)이 미국 하버드대의 유머 잡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여성’으로 뽑혀 내달 6일 하버드를 방문한다. AP통신등 유력언론들은 15일 힐튼이 하버드대학의 코믹풍자잡지 ‘하버드 램푼’(Harvard Lampoon)이 선정하는 ‘해이스티스트 푸딩상’(Hastiest Pudding of the Lampoon Award)의 수상자로 결정돼 캠퍼스를 방문한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램푼’은 시사적인 내용을 풍자에 담아 하버드대 학생들이 펴내고 있는 유머 잡지로 이같은 예상밖의 선정에 캠퍼스내 논란이 일고 있다. 힐튼은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한차례 수감됐고, 과거 남자친구와의 섹스 비디오를 찍었다 그것이 유포되어 한차례 큰 홍역을 치르기도 했었다. 힐튼은 시상식과 더불어 캠퍼스내 하버드 스케어에서 학생들 앞에서 연설도 할 예정이다. 한편 과거 이 부분 수상자로는 할리 베리(Halle Berry), 스카렛 요한슨등이 있다. 나우뉴스팀@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에로 카툰 5인 특별전

    사이로, 서서영, 강동헌, 박구원, 강일구 등 국내 간판급 카투니스트 5인이 색다른 전시를 연다.16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서호에서 ‘에로 카툰 특별전-살맛나는 세상’을 선보인다. 성(性)을 유머와 풍자를 곁들여 재해석한 재치가 신선하다.(02)723-1864.
  • 한국계 코미디언 중동서 인기

    ‘악의 축(Axis of Evil)’.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중동에서 활약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코미디언 정원호(23)씨가 속한 ‘스탠드-업 코미디’팀의 이름이다. 정씨는 사우디 아라비아 제다에서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요르단에서 교육을 받아 아랍어와 영어에 능통하다. 한국어는 자기소개와 인사말을 할 수 있을 정도다. 원래 악의 축 팀은 미국을 주무대로 활약했던 3인조 정치 풍자 스탠드-업 코미디 팀이었다.‘악의 축’은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와 이란, 북한 등 이른바 미국이 정한 ‘테러국가’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이 팀은 이집트, 이란, 팔레스타인계 등 중동계 미국인 3명으로 구성돼 미국 순회공연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악의 축 ‘멤버’ 중 북한이 빠져 ‘2%’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북한 사람을 찾던 이 팀은 중동 순회공연을 앞두고 사우디 국영방송 mbc에서 프로듀서로 활약하던 정씨를 2개월 전에 영입했다. 정씨는 “팀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정치적 풍자가 가득한 코미디”라며 “중동과 다른 지역 사람들의 인식의 간극을 메우고 ‘아랍인=테러’라는 편견을 깨뜨리며 아랍사람도 충분히 재미있다는 게 쇼의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들은 중동에서 테러와 폭탄, 부시 대통령 등 정치적 소재를 희화화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정씨는 악의 축의 일원으로 지난해 말 두바이를 비롯, 레바논 베이루트, 이집트 카이로 등 중동을 돌며 관객 2만명을 동원, 흥행에도 성공했다. 아버지의 나라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하지 못했다는 그는 “아랍인이 낯선 한국에도 아랍인의 이미지가 폭력적이라고 잘못 전달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했다.두바이 연합뉴스
  • [새영화] ‘스위니 토드’

    [새영화] ‘스위니 토드’

    톱니바퀴를 타고 흐르는 진득한 주홍빛 피. 국수가락처럼 갈아져 나오는 인육. 지글지글 끓어오르는 핏물과 함께 익어가는 파이. ‘스위니 토드:어느 잔혹한 이발사 이야기’(Sweeney Todd·17일 개봉)는 이미지만 봐도 팀 버튼 영화다.‘배트맨’‘가위손’‘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 기괴하고 비틀린 캐릭터와 이야기로 블랙유머에 대한 재능을 쌓아올린 감독이 또 한번 조니 뎁과 만나 뮤지컬 영화를 세공했다. 19세기 런던. 산업혁명의 기세가 드높던 이 잿빛 도시에서는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의 고혈을 쥐어짜며 부와 명예를 누린다. 아름다운 아내, 딸과 행복해 하던 이발사 스위니 토드(조니 뎁)는 아내를 뺏으려는 터핀 판사(앨런 릭맨)의 음모로 15년 세월을 감옥에서 저당잡힌다.15년 뒤 스위니 토드로 돌아온 그는 파이가게의 러빗 부인(헬레나 본햄 카터)과 핏빛 계약을 맺는다. 이발소를 찾아온 손님들은 이후 행적을 알 수 없고, 고기가 부족해 런던에서 최고로 맛없던 파이는 런던 최고의 파이가 된다. 아랫집 여자와 윗집 남자의 ‘독창적이고 비상한’ 거래를 알아채는 도시민들은 아무도 없다. 비정하고 무관심한 사람들은 걸신처럼 인육을 먹어대고 스위니 토드는 잃어버진 행복과 가족을 피로 앙갚음할 날만 고대하고 있다. ‘스위니 토드’는 지난해 국내에서도 라이선스 뮤지컬로 초연돼 수작으로 박수받았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의 전설로 불리는 작곡가 스티븐 손드하임은 이 작품으로 1979년 초연 당시 8개의 토니상을 수상했다.19세기 런던에서 일어난 160여명의 살인사건을 실화로 한 극은 사회와 인간의 모순을 통렬하게 풍자한다. 당초 팀 버튼과 조니 뎁의 환상콤비가 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다는 소식은 영화팬과 공연팬, 모두에게 기대를 품게 했다. 뮤지컬이 멀리서 날카롭게 찔렀다면 영화는 정면에서 대놓고 찌른다. 타고난 스타일리스트, 이야기꾼이라는 칭송을 받는 팀 버튼은 이번만큼은 이야기의 부담을 던 것 같다. 영화는 한마디로 ‘뮤지컬의 재구성’이다. 원작의 탄탄함 덕분에 영화의 스타일이 더 풍성하게 살아났다. 독창적 영상을 빚어내는 재주는 이번에도 빛났다. 감독은 색깔을 죄 덜어내고 바랜 듯한 흑백영화의 질감을 배경에 깔았다. 조니 뎁의 핏발선 눈과 얼어붙은 듯 차가운 피부는 사랑을 잃고 삶의 생기마저 말라버린 이발사의 운명을 은유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갈라진 거울로 비쳐지는 스위니 토드와 러빗 부인의 이지러진 얼굴은 증오와 광기, 갈망의 간절함을 대변한다. 그러나 상상력과 재기가 기대만큼은 아닌 듯하다. 조니 뎁의 노래가, 무대를 울리는 라이브 뮤지컬의 파장을 따라가기엔 부족하다. 복수에 눈이 멀어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지독한 아이러니. 꿈보다 증오가 목적이 돼버린 인간의 비애를 부각시킨 결말이 쇳소리처럼 몸서리치게 한다.18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마니아들 다 모여라

    마니아들 다 모여라

    서울독립영화제 화제작을 다시 본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내년 1월4일부터 10일까지 2007독립영화제 수상작을 재상영한다. 16개 섹션,31편으로 이뤄진 이번 상영전에서는 독립 애니메이션 최초로 대상을 수상한 김진만 감독의 ‘소이연’과 강호 최고의 고수가 현대에 커피 자판기로 환생해 사랑에 빠진다는 ‘무림일검의 사생활’이 소개된다. 독립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다.‘전장에서 나는’은 이라크 파병 군인들의 구체적인 경험을 다룬다.‘살기 위하여-어부로 살고 싶다’는 새만금의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에도 이어지는 주민들의 투쟁 현장을 따라간다. 관람료 5000원.(02)778-0362. 프랑스영화를 선보이는 ‘시네프랑스’의 내년 첫 시리즈도 확정됐다. 장 르누아르 감독의 회고전이다.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아들인 장 르누아르는 사회 풍자극과 인간 본성을 담은 영화 등 영화사에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냈다. 리얼리즘 촬영 방식과 딥 포커스 기법 등의 실험으로 훗날 누벨바그 감독들에게 찬사를 받은 감독이기도 하다. 회고전은 1월부터 2월까지 매주 화·수요일 서울 하이퍼텍나다에서 열린다. 장 르누아르가 전성기 시절 만든 아홉 편의 작품이 스크린에 오른다. 에밀 졸라의 소설을 영화화한 ‘인간 야수’,‘게임의 규칙’뮤지컬 코미디 ‘프렌치 캉캉’ 등이 상영될 예정이다. 관람료 6000원.(02)776-3390.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올해의 사자성어 ‘自欺欺人’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자기기인(自欺欺人)’이 선정됐다.‘자기기인’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뜻으로 주자의 어록을 집대성한 책 ‘주자어류’(朱子語類)와 각종 불경(佛經)에 등장한다. 교수신문은 지난 15일부터 20일까지 교수신문 필진과 주요 일간지 칼럼니스트, 주요 학회장, 전국 국·사립대 교수회 회장 등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의 사자성어로 ‘자기기인’이 뽑혔다고 23일 밝혔다. 교수신문은 설문조사를 위해 성균관대 안대회(한문학) 교수 등 7명의 학자로부터 사자성어를 2개씩 추천받았으며, 이중 5개를 추려내 설문을 실시했다. 자기기인은 자신도 믿지 않는 말이나 행동으로 남까지 속이는 사람 또는 도덕 불감증 세태를 풍자하거나 망언(妄言)을 경계하는 성어로 널리 쓰인다. 주자는 ‘주자어류’에서 ‘남을 속이는 것은 곧 자신을 속이는 것인데, 이것은 자신을 속이는 짓이 심해진 것이다.’고 했다. 불서 ‘법원주림’(法苑珠林)에서는 ‘망언하는 자는 자신을 속이고 또한 남을 속인다. 망언하는 자는 선한 근본이 없어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길을 잃는다.’고 했다. 안 교수는 “자기기인은 도에 넘친 욕망이 분출돼 나타나는 행동”이라면서 “지난 1년 내내 한국사회를 뒤흔든 학력위조, 논문표절, 정치인과 대기업의 도덕 불감증 등도 분수를 모르는 탐욕에서 기인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안 교수와 함께 사자성어를 추천한 성환갑 중앙대 교수는 “자신이 믿지 않는 말로 남을 속인다기보다는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하다 보니 스스로 도취돼 자신까지 속이는 지경까지 온 것”이라고 ‘자기기인’의 세태를 비판했다. 서재희기자 s123@seoul.co.kr
  • 5년만에 돌아온 늘근도둑이야기

    5년만에 돌아온 늘근도둑이야기

    “이분들은 영화에서 조연이지만 연극 무대에서는 늘 주연이었죠. 제가 무임승차하는 겁니다.”(김지훈) “제가 ‘700만 배우’ 아닙니까. 감독이 걸음마 수준이니 안아줘야죠. 하하”(박철민) “감독님 전화 받고 고민 없이 한다고 했습니다. 영화의 인연이 연극 무대로 그대로 이어진 거죠.”(박원상) 지난 여름 충무로를 뜨겁게 달군 세 남자가 대학로에 떴다. 영화 ‘화려한 휴가’로 700만 관객을 끌어모은 김지훈(36) 감독과 이 영화에서 코믹 조연 ‘인봉’과 ‘용대’로 나와 관객을 울리고 웃겼던 박철민(40)·박원상(37). 이들이 ‘연극열전2’의 두 번째 작품 ‘늘근도둑 이야기’로 다시 손을 맞잡았다. 프로그래머로 나선 배우 조재현으로부터 “무조건 해야 돼.”라는 말을 듣고 김지훈 감독은 연극계 최고 흥행작 가운데 하나로 재미있게 봤던 ‘늘근도둑’을 즉각 떠올렸다. 캐스팅 고민이 있을 리 없었다.700만 흥행작의 감독은 연극 무대 첫 데뷔를 위한 든든한 ‘언덕’을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연극 ‘밥’을 보고 반한 이후 무한 신뢰를 쏟고 있는 노련한 배우이자 애교 많은 형인 박철민은 2003년에 이어 다시 한번 ‘덜 늙은 도둑’으로 무대에 선다. 옆에 앉은 박원상이 “이번엔 아예 날로 드시고 계시죠.”농담을 하자 “예. 저 회 좋아합니다.”라고 받아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더 늙은 도둑’이 될 박원상은 또 어떤가. 수많은 영화에 얼굴을 내민 그는 극단 ‘차이무’ 소속 단원으로 이번 연극의 원작자 겸 연출가 이상우가 아끼는 배우.‘늘근도둑’의 무대에는 처음이지만 스태프로 여러 차례 발을 담가온 베테랑이다. 김 감독의 “무임승차”라는 말이 두 배우를 향한 괜한 공치사가 아니다. 연극계 흥행작 가운데 하나를 골랐는데 부담감은 없을까. 게다가 세 사람을 보는 관객의 눈높이도 예전과 같지 않을테니 말이다.“익숙한 작품이라는 게 어쩌면 장애가 될 수 있죠. 새롭게 해야 된다는 강박증을 느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큰 틀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2003년의 웃음과 2008년의 웃음은 다를 거라고 생각합니다.”(박원상) “작품에 대한 허락을 받기 위해 이상우 선생님과 등산을 했는데 ‘마음껏 해체해 보라.’는 말씀을 들었죠. 하지만 이 작품은 워낙 탄탄해서 어설프게 손 댔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입니다. 퓨전 음식이 웬만해선 맛있기 힘든 것처럼 말이죠.”(김지훈) ‘늘근도둑’은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로 명성을 얻었다. 할 말 못하던 시대, 비루한 인생을 사는 두 명의 도둑이 지체 높은 권력자들을 ‘까고 또 까면’ 관객들의 묵은 체증은 시원하게 풀렸다. 김지훈 감독은 “지금은 말 못 할게 없지 않나. 그래서 요즘 그렇게 했다가는 도리어 교조적으로 보일 수 있다.”며 “풍자의 날카로움보다는 행복의 날카로움을 주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강도가 칼을 들면 흉기가 되지만 요리사에게 칼을 주면 먹음직스러운 음식이 나오지 않습니까.(두 사람을 가리키며)여기 솜씨 좋은 주방장들이 있으니 (연극의)맛이 제대로 나오지 않겠어요?” 김 감독의 말에 박철민이 “으흠∼. 그럼, 그럼”하면서 나이 든 면장처럼 고개를 끄덕인다. “하는 대로 다 받아주고 쪽쪽 빨아들이는 스폰지 같은 사이”라는 세 사람의 이구동성은 “행복하다.”이다.“여행, 등산을 가거나 할 때는 좋아하는 사람을 선택해서 갈 수 있지만 일에서는 그렇게 못하잖아요. 그런데 동생이지만 친구 같고 형 같은 지훈이, 원상이와 함께 작업하니까 이번 크리스마스는 한결 행복할 것 같습니다.” 박철민은 또한 이 연극은 자신이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라며 꽉 찬 객석을 상상하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빙그레 웃었다. 99년 연극 ‘왜 변학도는 향단이에게 삐삐를 쳤나’로 첫 호흡을 맞추며 “인생의 스승”이 된 박철민으로부터 “밥 먹듯 술 먹고 날 밤 새우는 걸 배웠다.”는 박원상도 “개인적으로 내년의 시작을 연극으로 하고 싶었는데 그 바람이 이뤄졌다. 연극은 놀이인데 두 달 동안 재미있게 놀거리가 생겼다.”며 흐뭇해한다. 늘 꿈 속에서 자신이 만든 연극의 관객이 되었던 김지훈 감독은 이제 곧 현실로 다가올 순간을 결혼식에 비유했다.“선 자리에서 살짝 본 신부의 모습이 어떻게 얼마나 예뻐졌는지 온전히 볼 수 있는 결혼식장에 가는 기분이랄까요?(웃음)” 4년 만에 시즌2를 선보이는 ‘연극열전’은 ‘연예인 열전’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스타 감독과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흥행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향후 상승한 기대치를 어떻게 채우겠냐며 스스로 족쇄를 채운 꼴이라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해 김지훈 감독이 “연극판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 초반 배우의 힘은 중요하다. 스타를 연극과 관객을 연결하는 소통의 다리로 봐줬으면 한다.”고 하자 박원상도 “배우는 연극을 좀더 쉽게 받아들이게 하기 위한 도구다. 행복을 느낀 관객이라면 열전이 끝나도 무대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마디 보탠다. “배우들과 함께 호흡해 나가는 법을 새롭게 배워 ‘익사이팅하고 판타스틱하다.’”는 김 감독은 앞으로 연극을 또 올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어떤 작품에 욕심이 가냐고 묻자 “가족 행복을 주제로 한 창작극을 한번 해보고 싶다.”며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는다. 옆에 두 배우의 한 목소리가 이어진다.“감독들에겐 아직 연극과 영화 사이의 경계가 남아 있습니다. 김 감독은 영화에서 연극으로, 말하자면 거꾸로 온 최초의 사람이죠. 이제 그로 인해 물꼬가 트였으면 합니다.” 세 사람의 우정과 의리로 빚어지는 ‘늘근도둑 이야기’는 내년 1월4일부터 3월9일까지 서울 대학로 사다리아트센터 동그라미극장에서 공연된다.(02)766-6007. 글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goo@seoul.co.kr ■ ‘늘근 도둑’ 이 무슨 말 하기에 - 부패 권력 풍자 ‘통쾌’ 도둑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도둑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사회 ‘짬밥’보다 형무소 ‘콩밥’ 먹은 그릇 수가 더 많은 늙수그레한 도둑 2명이 주인공. 초파일 특사로 풀려나오지만 제 버릇 개 못 주고 지체 높은 ‘그분’의 음습한 미술관으로 들어가는데, 값비싼 그림을 몰라보고 금고만을 찾아 우왕좌왕하다 결국 경찰서로 다시 잡혀간다.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행위를 꼬치꼬치 캐묻는 수사관에게 둘러대는 이들의 어눌한 변명과 그 속에 담긴 부패한 권력자를 향한 뼈 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관객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작품이다. 코미디 연극의 기치를 내걸고 원작자 이상우와 여균동 감독, 배우 문성근이 주축이 돼 창단한 ‘차이무’가 선보인 첫 코미디. 1989년 6공정권 때 초연된 이래 문민정부 시절인 1996년 명계남·박광정·유오성,1997년 정은표·박진영·이대연이 출연해 권위주의의 잔재를 꼬집었고,2003년 다시 한번 연극화됐다. 당시 참여정부 출범이라는 정치 상황 속에 무대에 오른 명계남과 박철민은 현란한 애드리브로 다시 한번 세상사를 비틀었다. 시대도 달라졌고 하니 이번에는 사회·정치에 대한 일차원적인 풍자에서 벗어나 좀더 인간적인 이야기를 부각시킬 태세다. 19년 전 나왔는데 신통하게 선견지명이 있었나 보다. 공교롭게도 배경이 ‘미술관’으로 요즘과 딱 맞아떨어진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토요영화]프라이머리 컬러스

    ●프라이머리 컬러스(EBS 세계의 명화 오후 11시) 유명 인권운동가를 할아버지로 둔 잭 스탠튼(존 트래볼타)은 야망 넘치는 미국 남부 주지사다. 조부의 기질을 타고난 덕분에 정치적 자질과 능력이 뛰어나다. 게다가 그의 곁에는 아내이자 조력자인 수전(에마 톰슨)이 있다. 이렇게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지만, 백악관 주인을 장담하기엔 아직 지지도가 그다지 높지 못하다. 이에 잭은 보좌진을 갖추고 본격적으로 정치가도에 뛰어든다. 경쟁 후보들끼리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되고, 후보들은 서로의 과거와 최근 행적들을 들추어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잭의 치명적인 사생활도 낱낱이 까발려진다. 그런 와중에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당내 최고 유력후보였던 해리스가 라디오 방송 중에 심장마비를 일으켜 하차하게 된 것. 이를 대신할 사람으로 피커(래리 해그먼)가 떠오르는데, 그는 해리스에 대한 동정표까지 얻으며 파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더 큰 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잭이 정치생명까지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전과의 관계마저 위태로워지나, 수전은 이내 남편의 방패막이 되어 그를 옹호하려 애쓴다. 잭의 보좌진들도 곧 피커에 관한 추문을 알아내 반전을 노린다. ‘프라이머리 컬러스’(Primary Colors)는 언뜻 빌 클린턴과 힐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원작소설은 1996년 2월 익명으로 발표됐다. 저자는 뉴스위크 기자였던 조 클라인으로,1992년 대통령 예비 선거운동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1998년 소설이 영화화될 무렵, 공교롭게도 당시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연일 빌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을 보도하고 있었다. 덕분에 언론의 주목을 받은 ‘프라이머리 컬러스’는 그러나, 보다 적나라하게 스캔들의 메커니즘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졸업’‘워킹 걸’‘너 어느 별에서 왔니?’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로 언제나 미국사회의 단면을 그려왔던 마이클 니콜스 감독은 이 작품에서 정치풍자물에 대한 감각을 자랑했다.2000년대 들어 ‘위트’‘클로저’ 등으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최근 톰 행크스 주연의 ‘찰리 윌슨의 전쟁’으로 변함없는 연출력을 발휘한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떤 세계를 펼칠지 주목된다.12세 이상 관람가.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책꽂이]

    ●고향 하늘 아래 노란꽃(류전윈 지음, 김재영 옮김, 황매 펴냄) ‘핸드폰’으로 널리 알려진 중국 작가 류전윈(劉震雲)의 데뷔작. 쑨원의 신해혁명부터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중국 정치권력의 변동 과정을 풍자한 소설.1만 2000원.●한달 후 일년 후(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소담 펴냄) ‘슬픔이여 안녕’으로 유명한 프랑스 여성 작가의 소설.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여주인공 조제가 좋아한 책으로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각자 애인이 있음에도 다른 사람을 가슴에 품는 아홉 남녀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인생의 덧없음을 그렸다.9000원.●절벽(장석주 지음, 세계사 펴냄)시와 소설, 산문과 평론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을 써온 시인의 13번째 시집.‘그믐밤이다, 소쩍새가 운다.’‘작약 꽃대가 두 뼘 넘게 올라왔다.’‘산 자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풍년이었다.’등 56편이 실렸다. 살아 있는 것들의 ‘죽음을 인식한 삶’과 관련된 시어가 자주 등장하는 점이 특징.6000원.●자전거 소년기(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권영주 옮김, 비채 펴냄) 자전거를 매개로 꿈과 사랑을 찾아가는 소년의 삶을 그린 청춘 성장소설. 스포츠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도쿄로 올라온 18세 소년 쇼헤이의 인생 여정을 그렸다.“실연, 좌절, 눈물 따윈 자전거 타고 언덕을 올라가듯 넘어가버리는 거야”라는 메시지가 울림을 남긴다.9500원.●가타부츠(사와무라 린 지음, 김소영 옮김, 한스미디어 펴냄) 평범한 일상 속에 선과 악, 사랑, 양심 등의 문제를 다룬 단편 모음집.‘주머니 속의 캥거루’ ‘무언의 전화 저편’ 등의 글이 실렸다. 제목은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사람, 착실하고 품행이 바른 사람이라는 뜻.9500원.
  •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

    발상 자체가 군침이 넘어가게 만드는 책이 종종 있다. 제목이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케네스 벤디너 지음, 남경태 옮김, 예담 펴냄)라면 어떤가. 그림이 버무려진 부담 없는 일품요리를 연상했다면 그 직감은 크게 틀리지 않다. 미술에 조예 깊은 한 재담가의 입담에 빠져 시간가는 줄 모르는, 그림이 있는 풍성한 식탁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인 지은이는 눈 밝은 풍속연구가이기도 하다.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포스터모더니즘 시대까지를 범위로, 음식이 등장하는 회화작품들을 빌려 음식의 문화사를 되짚었다. 이름하여 ‘음식회화’라는 장르를 독자적으로 규정한 지은이의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음식이나 술, 음식을 먹는 레스토랑과 술집, 카페 등을 그린 ‘음식회화’의 역사를 더듬어보는 작업이 곧 서양음식문화사를 이해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음식의 종교·의학적 상징을 귀띔 흥미로운 책읽기를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음식과 예술의 전반적인 관계를 짧게 언급한 뒤 음식재료를 사고 팔고(1장), 요리해서(2장), 식탁에 올려 즐기는(3장)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한다. 시대를 달리한 서구의 다양한 미술작품들을 텍스트로 삼은 건 물론이다. 우선 음식이 종교·의학적으로 지니는 상징을 귀띔한다. 예컨대 그리스 신화의 영웅 파리스가 비너스에게 사과를 건네는 그림 ‘파리스의 심판’에 등장하는 과일은 에로티시즘과 이교도적 매력의 상징물이다. 그런가 하면 ‘최후의 만찬’ 같은 작품으로는 음식회화의 종교적 은유를 짚어보인다. 음식을 먹는 그림 속 행위 자체가 인류를 위한 그리스도의 희생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신이 일체를 이루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다. 회화작품들에서 음식의 문화사를 추출해내는 책의 맛깔난 작법은 2장에서부터 진면목을 보인다.19세기 말 빈센트 반 고흐의 명작 ‘감자 먹는 사람들’에서 책은 호롱불 아래에서 감자를 나눠먹는 네덜란드 농민들의 남루한 삶을 읽어낸다. 그림 속 음식으로 물질적 만족감을 드러내던 표현법은 팝아트 시대로 접어들면서 태도가 달라진다. 앤디 워홀의 캠벨 통조림 깡통 그림 ‘200개의 수프 통조림’, 로이 리히텐슈타인이 만화에서 착안한 ‘주방스토브’ 등이 보여주었듯 팝아트 이후로 등장한 음식회화는 전래의 위무적 기능과는 동떨어진 것들이다. ●포크는 언제부터 사용? 대가들의 음식그림을 예술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 책의 또다른 장기이다. 그림에 나오는 잔치, 죽은 짐승, 과일, 식기 등의 근저에 놓인 무의식에 초점을 맞춘 시각이 새롭다. 들라크루아의 ‘바닷가재가 있는 정물’의 경우. 화폭 중앙에 사냥물이 날것 상태로 쌓인 그림에 생뚱맞게 조리된 바닷가재가 놓였다. 이를 책은 “시대를 역행하는 당대 보수파 정치인들의 이념을 풍자하는 의미”로 해석한다. 인문과 예술의 두 세계를 거침없이 넘나드는 저자의 지적 편력이 화려하다. 미술해설서인양 갈피갈피에 펼쳐진 천연색 도판에 미감이 자극되는 ‘덤’도 기대 이상이다. 레스토랑의 시초는? 서구 식탁에서 처음 포크가 사용된 시기는? 길거리 가게 간판이, 식당 메뉴판이 등장한 때는? 음식회화가 사회상을 투사한 시대의 창이었다는 논제를 풀어가는 사이사이로 무릎을 치게 하는 흥미로운 정보들이 풍성하다.1만8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연극]

    ■ 영영사랑 16일까지 서울남산국악당. 이원희 작, 오태석 각색·연출. 고전소설 ‘운영전’을 바탕으로 한 사랑 이야기. 신명나는 국악 라이브 연주, 궁녀들의 화려한 기예 등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선사한다. 화∼목 오후 7시30분, 금·토 오후 4·7시30분, 일 오후 3·6시. 전석 3만원.(02)399-1191.■ 신의 아그네스 3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윤광진 연출. 어린 수녀 아그네스가 아기를 낳아 목졸라 죽인 충격적인 사건을 파헤치는 추리극. 관록의 연기자 손숙이 리빙스턴 박사를 맡고, 예수정이 미리암 원장수녀 역을 맡아 연기대결을 펼친다. 평일 오후 8시, 토 오후 3·7시, 일 오후 3시.3만∼5만원.(02)3272-2334.■ 과학하는 마음 16일까지 연우소극장. 성기웅 연출. 국내에서 드문 과학을 소재의 연극.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젊은 과학도들의 유머러스한 일상을 통해 첨단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존재감과 가치관을 되짚는다.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7시30분 일 오후 4시.1만5000∼2만원.(02)744-7304.■ 선녀는 왜? 16일까지 게릴라극장. 김광림 작·변정주 연출.‘선녀와 나무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온갖 부조리, 부패, 위선, 죄악과 황금만능주의로 병든 2007년 대한민국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1만 5000∼2만원.(02)3675-3677
  •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7)김득신의 ‘밀희투전’

    [서동철 전문기자의 비뚜로 보는 문화재] (47)김득신의 ‘밀희투전’

    조선 후기의 3대 풍속화가라면 단원 김홍도와 혜원 신윤복, 긍재 김득신을 꼽습니다. 모두 국가기관인 도화서(圖畵署) 출신이었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지요. 도화서 화원들은 국가에서 녹봉을 받았지만, 민간에 유통시킨 풍속화로 더욱 짭짤한 부수입을 올렸을 것입니다. 조선이 시장 경제의 초기 단계에 접어든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 풍속화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풍속화에 나타난 정도의 성문화와 신분사회에 대한 풍자는 큰 저항 없이 받아들여질 만큼 사회 분위기도 전 시대와는 달랐던 것 같습니다. 물론 남녀의 은밀한 만남을 열심히 추적하는데서 그치지 않고 노골적인 춘화(春畵)도 마다하지 않았던 혜원처럼 도화서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려진 사례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혜원이 이 때문에 불행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문 앞에 줄을 설 정도의 그림 수요로 경제적인 여유를 찾으면서 더욱 자유분방하게 화업(畵業)을 이어갔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김득신(1754∼1822)은 단원이나 혜원이 워낙 뚜렷한 개성을 발휘한 탓에 상대적으로 후대의 평가가 후하지만은 않습니다. 긍재의 시대에 풍속화가 최고조에 이르렀다지만, 한편으로는 풍속화 쇠퇴의 출발점으로 그를 지목하기도 하지요. 긍재(兢齋)라는 호는 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는 ‘시경’의 구절에서 따왔다고 하지요. 몸을 움츠리고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그의 인생관을 보여준다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4대에 걸쳐 20명의 도화서 화원을 배출했을 만큼 걸출한 그의 집안 내력도 개성있는 자신만의 화풍을 드러내는 데는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밀희투전(密戱鬪)’은 그의 작품으로는 소재부터가 파격적입니다. 투전은 길고 두꺼운 종이에 인물·새·짐승·곤충·물고기 등으로 끗수를 나타내어 겨루는 놀이라고 하지요. 몰래 즐긴다(密戱)고 한 것은 당시에 투전 도박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그림은 주연과 조연이 명확합니다. 뒤에 앉은 두 사람은 얼굴 윤곽이 분명한 반면 앞의 두 사람은 마치 의궤에 그려진 인물처럼 흔해빠진 표정이지요. 게다가 뒤에 있는 인물들을 앞에 앉은 인물들보다 훨씬 크게 그려놓았습니다. 특정인을 모델로 삼았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방안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적지 않은 판돈이 걸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안경은 당시에 여간한 사람이 아니면 쓰지 못할 만큼 비쌌습니다. 오른쪽의 혈색좋아보이는 사내도 돈푼깨나 있어보이지요. 왼쪽의 사내는 작은 체구지만 돈주머니는 두둑합니다. 오른쪽의 개다리소반에는 술병이 놓여있는데, 잔이 하나뿐인 것을 보면 술보다는 물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술이라고 하더라도 투전꾼들은 관심이 없다는듯 상을 멀찌감치 밀어놓았지요.‘출연자’들은 큰 돈이 걸렸는데 술이 웬말이냐고 이구동성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요강과 가래를 뱉는 타구(唾具)를 곁에 놓아둔 것을 보면 밤을 새울 요량인 듯합니다. 친구들 사이의 친선게임은 아닌 것이 분명합니다. ‘밀희투전’은 돈이 본격적으로 인격을 좌우해가기 시작하는 시대의 사회상을 어떤 풍속화보다도 리얼하게 그려냈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 이 작품이 없었다면 조선 후기 풍속화첩이 조금은 심심한 그림책이 되었겠지요. 긍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美언론 “괴물은 올해 최고의 환경영화”

    美언론 “괴물은 올해 최고의 환경영화”

    “한국의 ‘괴물’은 비판적인 환경영화” 미국의 환경뉴스 사이트 ‘그리스트’(Grist.org)가 한국영화 ‘괴물’을 ‘올해의 환경영화’(Enviro movie of the year)라고 평가했다. 그리스트는 환경운동가들의 환경뉴스와 풍자글등을 통해 ‘신세대 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사이트. 기자 겸 작가 키트 스톨즈(Kit Stolz)는 이 사이트에 올린 영화 리뷰에서 괴물을 “장르영화이면서도 실제 사건을 비판한 환경영화”라고 평가했다. 그는 환경문제를 다룬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와 ‘차이나 신드롬’(The China Syndrome, 1979) 등의 영화와 괴물을 비교하면서 “각각의 방식으로 환경문제를 다룬 영화들”이라고 적었다. 특별히 괴물에 대해 “웃기면서도 매혹적인 영화”라며 “올해 세계적으로 개봉된 괴물은 ‘올해의 환경영화’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고 높게 평가했다. 그는 “괴물의 탄생 이유를 설명하는 오프닝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서 “이 장면에서 나오는 ‘한강은 매우 넓다’라는 대사는 ‘환경 불감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같은 어리석음이 공포의 시작”이라며 현실에서의 환경의식을 비판했다. 또 영화의 중반부에서 그려지는 미국 의사들의 행동에 대해 “불편한 진실은 숨기려 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그는 괴물에 관한 각종 미국 매체들의 호평을 소개하며 “장르 영화로서도 이제껏 가장 잘 만들어진 괴수영화 중 하나”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박성조 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만인보’ 24~26권 탈고한 고은

    ‘만인보’ 24~26권 탈고한 고은

    “새삼스럽지는 않아요. 이번에 시집을 냈다는 감회보다 어떻게 완결 작업을 잘 마무리할까 하는 생각부터 먼저 듭니다.” 한국 문학사상 최대의 연작시집인 ‘만인보(萬人譜)’(창비) 24,25,26권을 탈고한 고은(74) 시인은 “나머지 네 권도 이미 초고를 끝낸 상태”라며 “내년 3월쯤 완간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중 내란 음모연루 옥중 착상 ‘만인보’에 대한 시인의 착상은 1980년 여름 육군교도소 특별감방 7호실에서 비롯됐다. 당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영어 생활 중 다양한 인간 군상을 시로 형상화하려는 시도를 하게 됐다는 것. 시인은 “만인보를 단순히 세상을 풍자한 시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라며 “시를 통해 수많은 인간상을 형상화하다 보니 예찬도 있고 비판도 있으며, 풍자도 때때로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펴낸 ‘만인보’ 24∼26권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자취를 남긴 인물들의 삶의 행적을 좇는다.“큰 땅에서 지방관 종사관이 된” 신라의 최치원이 있는가 하면 “20년간 귀양살이 풀려/한강 가/소내 본가로 돌아온” 조선의 다산 정약용,“…백악관 레이건에게/소장(小將)이/한국의 워싱턴이 되겠나이다/사뢰었다”는 대한민국의 전두환까지. 시인은 종횡무진 그들의 삶의 속내에 해학과 비판, 풍자의 칼날을 들이댄다. ●삶의 편린들 해학과 비판, 풍자 시인은 지난 1986년 봄 3500편으로 완결하겠다는 공언과 함께 1∼3권을 처음 세상에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21∼23권을 출간한 데 이어 이번에 24∼26권을 펴냈다. 특별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느냐 질문에 시인은 단호히 “없다.”고 했다.“쓰고 나면 다 잊어버립니다. 늘 잊어버리죠.”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연극]

    ■ 과학하는 마음 16일까지 연우소극장. 성기웅 연출. 국내에서 드문 과학 소재의 연극. 인류의 미래를 결정하는 젊은 과학도들의 유머러스한 일상을 통해 첨단과학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존재감과 가치관을 되짚는다. 화∼금 오후 8시, 토 오후 4시·7시30분, 일 오후 4시.1만 5000∼2만원.(02)744-7304.■ 선녀는 왜? 16일까지 게릴라극장. 김광림 작·변정주 연출.‘선녀와 나무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온갖 부조리, 부패, 위선, 죄악과 황금만능주의로 병든 2007년 대한민국을 날카롭게 풍자. 화∼금 오후 7시30분, 토·일 오후 4시.1만 5000∼2만원.(02)3675-3677.
  •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환상의 나래 그 끝없는 전위 오페라

    뮌헨에서 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진은숙 씨가 작곡한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세계초연을 독일 현장에서 보고, 가슴 가득 끓어오르는 감격을 가눌 길이 없었다. 커튼 콜 때 무대를 향해서 “브라보 진은숙! 진은숙!”을 큰 소리로 연창했다. 주위 독일인들을 의식하지 않고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외침이었다. 진은숙 씨와 똑같은 한국여성임이 한없이 자랑스러운 날이었다. 이날의 커튼 콜은 독일 관객들의 열광 속에서 네 차례나 이어졌다. 독일 뮌헨에 있는 바이에른 국립극장은 유럽 오페라의 중심 무대 중 하나로 손꼽힌다. 1818년 세워진 이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뉴른베르크의 명가수> <니벨룽의 반지> 중 1부 <라인의 황금> 2부 <발퀴레>,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평화의 날>과 <카프리치오소>가 초연된 것으로 유명한 명문극장이다. 이 바이에른 극장에서는 해마다 6월말에서 7월말까지 한달 동안 여름 오페라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는데, 올해 페스티발의 개막작품으로 진은숙 씨의 첫 오페라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선정된 것이다. 보수성이 강한 바이에른 극장에서 전위적인 현대 오페라, 그것도 한국여성의 작품을 개막작품으로 선정했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바이에른 극장의 200년 역사상 여성작곡가의 작품이 한번도 공연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진은숙씨의 작품이 워낙 뛰어나서 가능했으리라고 본다. 진은숙 씨는 2004년 작곡가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라베마이어상을, 2005년 쇤베르크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베를린 필의 음악감독이며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세계 작곡계를 이끌 차세대 5명중 한사람으로 진은숙 씨를 꼽았고, 이번 공연한 작품도 바이에른 극장의 음악감독 겸 지휘자인 켄트 나가노가 로스앤젤레스 오페라 극장에 있을 때 작곡 위촉한 것으로 그가 강력히 추진해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1865년)을 바탕으로 만든 오페라이다. 루이스 캐럴은 필명이고, 실제 작가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성직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라고 한다. 소위 난센스 문학으로 불린 루이스 캐럴의 판타지 이야기는 실제 인물의 풍자적 암시가 곁들여졌다. 사람들이 실제 인생에서 맞닥드리게 되는 일들이 복잡하고 다면적인 텍스트로 변신해 인생에서 가장 단순하지만 복합적인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해 주는 작품이다. 극도로 단순화된 복합성의 매력과 상상력 풍부한 스토리텔링 기법 때문에 수많은 영화 제작자들, 만화가들 , 작곡가들이 꼭 다루고 싶어하는 내용이었다. 진은숙 씨의 스승인 죄르지 리게티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사로잡혀 오페라로 남기려 열망했으나 사망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것을 제자인 진은숙 씨가 작곡해서 스승에게 헌정한 것이다. 대본은 영화 <M 버터플라이>를 쓴 중국계 데이비드 헨리 황와 진은숙 씨가 함께 썼고, 지휘는 일본계인 켄트 나가노가 했다.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성격이 강한 뮌헨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세계 초연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처음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그 이유는 독일인이 좋아하는 바그너류 하고는 거리가 먼 영국식 동화적 상상력에다가 대본마저 독일어가 아닌 영어이고, 특히 한국여성의 작곡, 중국계 헨리 황의 대본, 일본계 켄트 나가노의 지휘 등 동양계가 주축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공연결과는 상상외로 좋았다. 캐나다의 작곡가 크리스 하먼은 “2시간 30분 내내 음악적 구조를 탄탄히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진은숙은 성공했다”고 말했다. 뮌헨 게르트너플라츠 오페라 극장의 수석 객원 지휘자 아드리안 뮐러도 “대단히 역동적이고 환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진은숙 씨의 친언니이며 음악칼럼니스트인 진희숙 씨는 뮌헨의 초연을 보고 나서 다음과 같이 평했다. “여타의 현대오페라와 확실하게 구별된다. 현대 오페라의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인 난해한 현학취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루이스 캐럴의 동화처럼 시종일관 상상력이 넘치며, 텍스트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배려한 다양한 음악적 시도들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기존 음악의 다양한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 극적 리얼리티를 살리려는 노력과 작곡가 특유의 음악적 유머는 오페라를 보는 재미를 한층 배가해 주었다. 원작이 지니고 있는 기상천외한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음악으로 펼쳐 보인, 그래서 음악으로 듣는 동화의 전형을 보여준 오페라였다.” 동아일보의 객원 대기자인 최정호 교수는 뮌헨에 다녀와서 다음과 같은 글을 썼다. “공연은 대성공이란 것이 언론의 중평이다. 나는 개막 3일전의 드레스 리허설(총연습) 날 극장 주위에 수많은 팬이 ‘표를 구함’이란 쪽지를 들고 담을 쌓고 있는 남녀노소의 인파에 놀랐다. 왕년에 카라얀 공연 때도 보지 못한 규모의 인파였다.” “앨리의 무대장치와 조명도 맡은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엔 썩 만족할 수 없었다. 음악을 살려야 할 연출이 음악을 밀어 젖히고 지나치게 까발리며 나서고 있다는 인상이다. 나는 눈을 감고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해봤다.”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필자도 동감이다. 실제로 앨리스의 음악만 들었다면 더 감동적이고 황홀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오케스트레시션 음악만을 듣고 싶은 맘이 간절했다. 근래 유럽 오페라에서는 연출의 횡포라 할까, 연출가의 전횡, 독재가 문제되고는 한다. 작품에 상관없이 연출가의 의도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심지어 연출가가 장기자랑으로 오페라를 재창조하려는 흐름이 압도적이다. “독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는 루이스 캐럴의 원작은 물론 진은숙의 음악적 의도와는 상당히 어긋나는 나름대로 의 연출을 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무대를 45도 각도로 세워놓고 거기에 몇 개의 구멍을 뚫은 다음 그곳에서 배우들이 서서 연기를 하도록 했고, 가수들은 앨리스와 여왕을 제외하고는 모두 무대 아래쪽에서 그것도 때로는 가면을 쓴채 노래를 했다. 말하자면 노래는 가수가, 연기는 배우들이 따로 한 셈인데, 45도로 기울어진 무대와 가수들의 고정된 위치, 가면 등이 표현의 자유를 상당히 제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화가 출신인 연출가는 무대를 45도로 기울여 놓음으로서 무대를 그림 그리기 좋은 캠버스로 만들어 놓았다. 그래서 무대의 그림은 마치 동화책을 펼쳐놓은 듯 환상적이었다. 연출가는 그렇게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캠버스에 가두어 놓은 것이다.”라고 나는 마치 체스판 위에서 체스 말들이 툭툭 튀어나와 경쟁적으로 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도 즐거운 점이 있었다면 출연한 가수들의 놀라운 가창력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앨리스역의 소프라노 샐리 매튜, 토끼역의 카운트 테너 엔듀류 왓츠의 실력이 놀라웠으며 여왕역으로 무대에 오른 왕년의 오페라 스타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노래실력을 보여 주었다. 연출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이번 공연은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관객들은 그림책을 한 페이지씩 넘기면 다른 그림이 나타나는 듯이 전개되는 무대 위의 장면들을 즐거워했으며 그런 면에서 아힘 프라이어는 명성에 걸맞는 저력을 갖고 있는 연출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칫 아동극처럼 유치해질 수 있는 무대를 나름대로 철학적 해석을 거쳐 무언가 있는 것 같은 무대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일말의 위안을 찾는다고나 할까” 연출의 문제에 대해서는 작곡가 진은숙 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오페라의 마지막 장면처럼 제 의도와 부합되는 장면도 있었지만 전해 그렇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제가 의도적으로 아주 다이내믹하게 작곡한 부분에서 무대 역시 많은 움직임이 있기를 바랐는데, 연출가는 무대도 바꾸지 않고 인물들도 움직임 없이 그냥 두었다. 제일 아쉬운 부분이었다.” 진은숙 씨는 이번 앨리스의 속편격인 <거울 뒤의 앨리스>를 2013년경 뮌헨 바이에른 극장에서 초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기회에 한가지 집고 넘어갈 것은 역사적인 진은숙 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에 초청받은 독일주재 한국대사가 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손님 접대 만찬 때문이라고 했으나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자랑스러운 세계 초연에 주재국 대사라면 만사 제치고 와서 기뻐하며 축하해 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올림픽 경기 우승이나 미스 월드 1위 우승보다 높은 가치의 예술문화외교를 경시하는 답답함에 솔직히 섭섭함이 치밀어 오르며 화가 났다. 올해의 음악계 화제 톱은 단연 진은숙 씨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 초연임에 틀림없다. 글 신갑순 삶과꿈 발행인, 삶과꿈 챔버오케스트라 싱어즈 대표 사진제공 김용원, 바이에른 국립극장     월간 <삶과꿈> 2007.09 구독문의:02-319-3791
  • 극단 미추 마당놀이 ‘쾌걸박씨’전 16일부터

    극단 미추 마당놀이 ‘쾌걸박씨’전 16일부터

    올해도 어김없이 마당놀이의 계절이 돌아왔다. 농한기에 마당에서 벌였던 민속놀이인 마당놀이가 1981년 체육관에서 공연으로 처음 선보인지 이제 27년이 됐다. 매년 20만명이란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적 공연양식으로 자리잡은 2007 마당놀이는 ‘쾌걸박씨’다. 매년 연말이면 허생전, 별주부전, 놀부전, 배비장전 등 전통적 인물을 새롭게 해석해냈던 마당놀이의 올해 주인공은 박씨다. 쾌걸박씨의 토대가 되는 박씨전은 조선시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남성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주는 여성 박씨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 여기에 그리스 작가 아리스토파네스의 희극 ‘리시스트라테’가 절묘하게 배합된다.‘리시스트라테’는 오랜 전쟁에 염증을 느낀 아테네 여인들이 적군인 스파르타의 여인들과 함께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섹스 스트라이크로 단결하여 평화를 이끌어낸다는 내용. 연출은 극단 미추의 대표인 손진책씨가 맡았으며, 극본은 주목받는 젊은 극작가 배삼식씨가 썼다. 배씨는 재작년 셰익스피어의 고전 ‘베니스의 상인’을 ‘마포황부자’란 마당놀이로 재탄생시켜 서양과 동양의 고전을 결합하는 재능을 선보인 바 있다. 주인공 박씨는 마당놀이의 영원한 주인공 김성녀씨가, 그의 남편 이시백은 윤문식씨가 맡았다. 웃음과 해학 속에 풍자를 담아온 마당놀이의 특징은 올해도 어김없다. 대선에서 어떤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얘기부터 신정아씨 사태, 미국 쇠고기 수입문제 등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들끓게 했던 시사문제들도 속시원하게 마당에서 소리 한판으로 풀어나갈 예정이다. 16일∼12월22일까지. 장충체육관. 화·수·목 오후 7시30분, 금·토 3시·7시30분, 일 2시·6시.2만 5000∼3만 5000원.(02)368-1515.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그노시스(미타 마사히로 지음, 다른세상 펴냄) 역사 속에서 과학과 종교가 이어온 독특한 관계의 흐름을 읽으며, 그에 얽힌 비밀스러운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그노시스는 인식을 뜻하는 그리스어로, 생각하는 것을 금기시한 가톨릭의 억압에 맞서 비밀스러운 신의 영역에 접근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유일한 도구였다. 원제 ‘다 빈치의 수수께끼, 뉴턴의 기적’.9500원.●나대로 간다(이홍우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시사만화가인 저자가 5공화국에서 참여정부에 이르기까지 풍자성 짙은 ‘작품만화’를 그리며 느낀 단상을 묶었다. 저자는 “시사만화의 도식인 기승전결에서 벗어나 새로운 느낌을 주기 위해 부단한 형식실험을 거듭했다.”고 회고한다.1만 2000원.●우리 고전을 찾아서(임형택 지음, 한길사 펴냄) ‘백사집’,‘열하일기’,‘매천야록’,‘진명집’,‘한남집’…. 익숙한 책에서부터 이름조차 낯선 우리 고전을 소개한다. 일정한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고려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고전을 다루었다. 이미 알고 있거나, 미처 몰랐던 우리 고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2만 6000원.●조선 500년 신통방통 고사통(조성린 지음, 동서문화사 펴냄) 지은이는 현재 종로구청의 주민생활지원국장으로, 조선왕조의 사회사를 다루어 ‘종로저널’에 연재했던 글을 묶었다. 역사 드라마를 통해 일반적으로 잘못 알려진 역사적 사실을 바로잡고, 오해하기 쉬운 역사용어와 잘못 사용되는 생활용어들을 풀었다. 공무원답게 조선시대의 행정제도도 조명했다.2만원.●독버섯 이야기(조덕현 지음, 양문 펴냄) 버섯은 숲속의 요정이라고 불리고, 신의 식품이나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추앙받는다. 죽은 동식물의 사체를 환원시키는 자연의 청소부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종 접하는 독버섯의 중독사고 때문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평생 버섯만 연구한 지은이는 이 책으로 독버섯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자 했다.1만 3000원.●쿠바, 잔혹의 역사 매혹의 문화(천샤오추에 지음, 양성희 옮김, 북돋움 펴냄) 잔혹한 역사 속에서도 매혹의 문화를 만들어낸 쿠바의 모든 것을 담았다. 우리가 잘 몰랐던 쿠바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쿠바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여행자들이 꿈꾸는 나라 쿠바의 다양한 면모를 다양한 그림자료와 사진자료로 만날 수 있다.1만 1000원.●급진적 진화(조엘 가로 지음, 임지원 옮김, 지식의숲 펴냄)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이라는 종(種) 자체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었다.‘워싱턴 포스트’ 기자인 지은이는 첨단 테크놀로지 분야의 전문가들을 취재해 최근 각광받는 생명공학, 나노기술, 로봇공학, 정보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될 때 찾아올 미래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2만 5000원.●조선의 베스트셀러(이민희 지음, 프로네시스 펴냄) 임진왜란 이후 조선 사회에 불기 시작한 소설 열풍과 이에 편승해 돈을 받고 소설을 대여하던 세책업자들의 이야기를 엄밀한 학문적 탐구와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사대부가의 여성과 하층민이 주로 찾았던 소설은 당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주류문화의 배척 속에서도 그 깊이와 폭을 넓혀 갔다.9000원.●아빠와 딸이 여행을 하며 고전을 이야기하다(정인화·정다훈·정다영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50대 아빠와 20대의 두 딸이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중년의 삶과 청년의 삶을 탐구하고 비전을 찾고자 동서양의 고전을 읽고 토론했다. 생기발랄한 막내 딸 다영이, 깊은 정신세계로 무장한 첫째 딸 다훈이, 해박한 지식에 실천력을 겸비한 아빠가 주인공이다.1만 3000원.
  • [업계소식-서적] 통렬한 풍자의 블랙 유머소설 3부작

    [업계소식-서적] 통렬한 풍자의 블랙 유머소설 3부작

    바움은 블랙 유머 소설 3부작 ‘독소소설´ ‘흑소소설´ ‘괴소소설´(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을 내놓았다. 기발한 소재, 치밀한 전개, 유쾌한 반전이 돋보인다. 웃음과 미스터리, 세상에 대한 통렬한 풍자를 적절히 조화시켜 전혀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한바탕 웃음으로 풀어버리게 한다. 각 권 9500원. (02) 714-2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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