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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록밴드 ‘고고보이스’의 펑크록 유혹

    록밴드 ‘고고보이스’의 펑크록 유혹

    EBS가 11일 밤 12시 5분 ‘스페이스 공감’에서 ‘어쩌고 저쩌고 디스코 록 파티 고 고 스타스, 보이스(GO! GO! Stars, Boys!)’ 편을 방송한다. 무대는 물론 객석까지 거대한 ‘댄스홀’로 만들 주인공은 5인조 신예 록밴드 고고보이스다.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이 대표를 맡은 인디레이블 사운드홀릭 소속인 만큼 믿고 들어볼 만하다. 자우림은 물론, 몽니, 슈퍼키드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사운드홀릭 소속이다. 2006년 동두천 록페스티벌에서 금상을 받으면서 ‘강호’에 이름을 알린 고고보이스는 2007년 미니앨범 ‘레디 투 점프 어라운드’(Ready To Jump Around)로 데뷔했다. 2009년 EBS 스페이스 공감이 선정하는 ‘8월의 헬로루키’로 뽑히면서 홍대 록신의 차세대 유망주로 떠올랐다. 유쾌한 사운드와 폭발하는 에너지에 직설적인 가사를 담았다. 3장의 미니앨범(EP)과 2곡의 싱글을 선보이는 동안 팬들의 머릿속에 고고보이스를 떠올리는 순간 화려한 댄스 무대가 겹쳐지게 하였다. 그들의 음악을 관통하는 매력은 이른바 ‘뿅뿅스러움’이다. 최근 ‘따분해? **를 즐겨봐~’라는 카피를 내세운 모 탄산음료의 애니메이션을 응용한 TV광고에 삽입된 ‘아이 라이크 유’(I Like You)가 대표적이다. 산울림, 김완선, 소방차, 삐삐밴드 등 1980~90년대 선배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그들만의 디스코 사운드를 배합한 펑크록을 들려준다. 여기에 고고보이스만의 유쾌함으로 세상을 풍자하며, 예측불허의 퍼포먼스를 펼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노총각 노처녀 기준요? 딱 봤을 때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 아저씨 필이면 ‘노총각’

    노총각 노처녀 기준요? 딱 봤을 때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 아저씨 필이면 ‘노총각’

    요즘 결혼 축의금에는 ‘공정가’가 있다. 성수기(4·5·9·10월)에는 3만원, 비성수기에는 5만원이다. 또 친구 부모가 내 이름을 알면 10만원, 모르면 5만원이다. 내 이름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매하다면, 일단 봉투에 5만원을 넣고 부모에게 인사한 뒤 내 이름을 부르면 5만원을 더 넣으면 된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 이런 규칙, 누가 정해줬냐고? 바로 ‘애정남’ 최효종(25)이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주는 남자’의 줄임말이다. KBS 2TV 개그 프로그램 ‘개그콘서트’(개콘)의 ‘애정남’ 코너를 진행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애매한 인간사를 매주 시원하게 해결해주느라 바쁜 그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에서 만났다. ‘애정남’으로 그가 뜨긴 확실히 뜬 것 같다.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광고 섭외 전화가 계속 이어졌다. 인터뷰 다음 날도 그는 지면 광고 촬영 일정이 있었다. 장안의 인기를 실감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겸손해했다. 가끔 인터넷에서 자신의 이름을 검색했다가 우르르 딸려 나오는 기사에 그저 놀랍기만 하단다. 자신의 인기보다도 코너의 영향력을 실생활에서 자주 느낀다고. “개콘의 또 다른 코너인 ‘생활의 발견’ 팀의 송준근씨가 최근에 결혼했는데 ‘애정남’의 기본 요금을 따라야 한다며 축의금을 3만원 낸 동료 개그맨들이 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네티즌들은 그를 ‘공감 개그의 1인자’라고 부른다. 최근 ‘애정남’ 외에도 ‘사마귀 유치원’ 코너에서 국회의원이 되는 법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놓아 화제가 됐다. 답은 간단하다. ‘집권여당 수뇌부와 친해진 뒤 여당 텃밭에서 여당 공천을 받으면 된다. 당선되려면 평소 가지 않았던 시장에 가서 먹지 않았던 국밥을 먹으면 된다. 선거 공약도 어렵지 않다. 다리를 놔 준다든가 지하철역 개통을 약속하면 된다. 상대후보 진영의 약점을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아내 이름으로 땅 투기를 하지 않았는지 사돈에 팔촌까지 뒤지면 하나는 나온다.’ 시청자들은 그의 국회의원 되는 법을 듣고 시쳇말로 빵 터졌다. 정치인 몇 명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는 사람들도 속출했다. ‘시사 풍자인 최효종’이란 말도 나왔다. “저는 정치에 관심 없어요. 진보나 보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습니다. 누구를 타깃으로 했다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정치인에 대해 많이 듣고 봤던 내용을 이야기하면 공감할 수 있겠다 싶어 한 거예요. 책을 쓰는 건 작가의 몫이지만 해석은 독자인 몫인 것처럼 저도 웃음을 드리는 역할을 하고, 의미 부여는 시청자 여러분이 해주시는 거죠.” 인기 비결에 대해서도 그는 자신 있게 말했다. “개그는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향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코너를 만들 때도 소통을 가장 중시해요.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 속에 웃음이 있는 걸 끄집어내려고 노력합니다. ‘애정남’도 사람들이 차마 말은 하지 못하지만 명쾌하게 답을 내고 싶었던 것에 대해 제가 시원시원하게 말하니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 같아요.” 그는 자신의 ‘평범함’도 인기에 한몫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제가 명문대를 나왔고, 엄친아(모든 면에서 완벽한 엄마 친구 아들)였다면 잘난 척한다고 느꼈을 거예요. 그런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나와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자’고 제안하니까 설득력이 가미돼 재밌게 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바보 같아 보이는 게 좋습니다.” 그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했지만 ‘애정남’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애정남이 제시하는 기준을 듣고 있노라면 비범함마저 느껴진다. 최효종은 “그건 팀원들의 경험과 시청자들의 제보 힘”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최효종의 아이디어에 많이 의존한다는 게 주변의 얘기다. 예컨대 ‘이성 친구의 기준은 어디까지인가’ 편도 최효종이 자신의 경험에서 착안해 만든 것이라고. “2년 넘게 열애 중인 여자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여자 친구의 이성 친구, 솔직히 남자 입장에서 별로거든요. 거기서부터 출발해 결론 내린 것이 교회 오빠, 엄마 친구 아들, 오랜만에 만난 동창 등은 만나선 안 될 남자라고 선을 그었지요. 제 여자 친구를 떠올리며 절절히 진심을 담았달까요. 하하.” 남자 친구와 헤어졌을 때 돌려줘야 하는 금반지 기준 편도 화제가 됐다. 그가 국제 시세까지 언급하며 ‘디테일 개그’를 펼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최효종의 아버지는 금은방 주인이다. 최효종 이력에도 ‘○○주얼리 부사장’이라고 적혀 있다. “저는 실생활에서 관찰하는 걸 참 좋아해요. 사람들 대부분은 물의 표면만 보잖아요. 어떤 분은 저 보고 물속에 사는 사람 같다고 해요.” 시청자들의 제보도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내용이어서 채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A대학과 B대학에 동시에 합격하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오늘 저녁밥으로 무엇을 먹을까요’ 등등. 이런 건 애정남도 정해주기 어렵다며 최효종은 웃었다. 그렇다면 이건? 애정남을 인터뷰한다고 하자 주위에서 물어봐 달라는 질문이 쇄도했다. 그중 하나가 ‘노총각 노처녀의 기준’이다. “하하. 그건 쉬워요. 딱 봤을 때 아저씨 필(느낌)이면 노총각, 아줌마 필이면 노처녀입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요.”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북경에 오픈한 ‘오바마 치킨’(OFC) 현지 반응은?

    북경에 오픈한 ‘오바마 치킨’(OFC) 현지 반응은?

    중국 베이징에 ‘오바마 프라이드 치킨’(OFC)이 등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베이징 지역일간지인 경화시보 등 복수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베이징에 등장한 이 치킨 가게의 간판에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KFC의 상징인 할렌드 샌더스의 차림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이 가게는 인근 대학교 소속 학생 4~5명이 모여 창업한 것으로, 점포 규모는 50㎡, 메뉴는 치킨과 햄버거 등이다. 가게 전경의 모습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미국 정부와 KFC 본사 측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KFC 측은 공식 영문성명을 통해 “OFC와 KFC는 전혀 별개의 관계이며, 이는 상표권 침해와 다름없다. 법적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알 샤프턴 미국 하원의원도 “이는 미국 전체에 대한 모욕이자 오바마에 대한 편견의 산물”이라며 쓴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현지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은 일국의 지도자를 노골적으로 풍자한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며 “이런 식으로 타국의 대통령을 욕보이면 무식하다는 비난만 들을 것”이라고 우려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이러한 행동은 양국 발전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대학생들이 자립심을 가지고 창업하고 이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눈길이 가는 홍보방법을 택한 것일 뿐이다. KFC가 지나치게 과잉대응 하고 있다.”, “대학생다운 매우 독창적인 창업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등의 댓글로 OFC를 지지하고 있다. 현재 이와 관련한 기사에는 댓글이 3만 4000개 이상(5일 오후 6시 30분 기준) 달려 뜨거운 반응을 증명하고 있다. 한편 이 가게는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이 끝난 뒤 8일 개장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주말 박스 오피스] ‘도가니’ 영화·서점가 2주째 석권

    ‘도가니’ 열풍이 꺾이지 않고 있다. 2주째 영화가와 서점가를 동시 석권했다. 원작자 공지영이 인터넷 논객 김어준과 벌인 ‘트위터 농담 공방’도 화제다. 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도가니’는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전국 798개 상영관에서 91만 1179명을 모아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 지난달 22일 개봉 이래 누적관객 수는 250만 1300명이다. 영화 흥행에 힘입어 소설 ‘도가니’도 2주째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출판인회의가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 9곳의 판매량을 종합한 결과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23~29일) 1위는 ‘도가니’였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연거푸 밀어냈다.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영화 개봉 이후 소설 ‘도가니’ 하루 판매량이 출간 첫 해인 2009년 7월에 비해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출판사 창비 측은 “영화 개봉 이후 10만부가량 책 주문이 늘어 누적 판매량이 50만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그러자 요즘 장안의 화제인 ‘나는 꼼수다’(TV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를 풍자한 인터넷 프로그램)를 진행하는 김어준이 한마디하고 나섰다. 자신의 신작인 ‘닥치고 정치’(예약 발매 중)가 ‘도가니’를 누르고 1위를 해야 한다고 한 것. 이 얘기를 들은 공지영은 자신의 트위터에 “부양가족이 많아서 (1위 양보는) 안 되겠다.”고 응수했다. 공지영은 아이가 셋이다. 네티즌들은 “모처럼 웃었다.”며 두 사람의 농담 공방을 트위터 등으로 퍼 나르며 즐거워했다. 한편 영화 ‘도가니’ 제작진 측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속 인물 및 명칭과 관련해 불필요한 오해를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제작진은 “영화에 등장하는 ‘무진’이라는 지명이나 극 중 인물, 교회, 상호 등은 모두 실제 사건과 다른 가상의 명칭”이라면서 “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받거나 선의의 피해가 우려되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실화를 소재로 한 ‘도가니’는 영화 개봉 뒤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면서 사건 재조사,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착수 등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 왔다. 윤창수·임일영기자 geo@seoul.co.kr
  • 중국서 오바마 풍자 치킨집 등장 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풍자한 오바마 프라이드 치킨(OFC)이 중국 베이징에 등장해 논란을 사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중국의 웹사이트 상하이스트닷컴에는 최근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오바마 대통령을 풍자한 짝퉁 치킨집의 광고판을 촬영한 사진 한 장이 소개됐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미국의 유명 치킨체인인 KFC의 간판을 그대로 본딴 듯, KFC 창업자이자 마스코트인 커넬 샌더스가 오바마 대통령으로 둔갑했으며 상호도 OFC로 바꿔있다. 또한 하단 부위에는 중국 말로 ‘우리는 대단해, 그렇지 않니?’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도 하다. 미국 MSNBC의 중국소식 블로그인 ‘비하인드 더 월’(长城内外)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중국이 닭고기 수출 관세를 놓고 벌어진 ‘닭 싸움’에서 중국인들이 오바마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HO)에 중국을 제소하면서 나타난 반응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최근 미국산 닭고기 수입에 보복성 관세를 물리면서 불거진 이번 무역 마찰로 미국 양계업계의 매출 손실은 올해 말까지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또한 비하인드 더 월은 오바마 대통령의 초상권을 무단으로 도용한 중국 측에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비판하며 올해 초 홍콩에서는 KFC TV 광고에 오바마를 닮은 흑인을 등장시키는 풍자 광고를 꼬집기도 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을 풍자한 오바마 프라이드 치킨(OFC)은 지난 2009년 미국 내 브루클린 지역과 맨하튼 할렘 지역에 있는 두 점포가 이 상호를 사용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흑인 밀집지역에 나타난 이들 점포는 흑인이 프라이드 치킨을 많이 먹는다고 비꼰 인종 차별을 나타낸 것이라고 일부에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단숨에 휙 그었을 뿐인데 그것이 한국이더라 …

    단숨에 휙 그었을 뿐인데 그것이 한국이더라 …

    #1. ‘We’라 쓰여있다. W자의 한쪽 끝이 끝 모르게 치솟더니 그 위에 사람이 한 명 얹혀 있고, 그 옆에 ‘she’라고 적혀 있다. 한진중공업 사태, 고공크레인 시위, 김진숙 민노총 지도위원이란 키워드를 가진 희망버스 사건을 접하고 그렸다. #2. 미술계에 대한 풍자도 있다. 미술관, 갤러리, 미술경매장을 한 언덕 위에 나란히 그려놨는데 뒤로 갈수록 건물이 더 커진다. 공적인 미술관보다 상업화랑이, 상업화랑보다도 경매로 가격을 뻥튀기하는 데 더 관심 있느냐는 질문이다. #3. 한국인의 일상도 있다. 손에 든 휴대전화에는 주소, 생일, 연락처, 뉴스, 음악, 영화가 다 들어 있는데 정작 사람의 머릿속에는 거의 아무것(almost nothing)도 들어 있지 않다. 쉽고 재미있는 그림체 때문에 비주얼아트나 일러스트레이션 계통에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다는 단 페르조브스키(50). 그의 한국 첫 개인전 ‘뉴스 이후의 뉴스’(The News after the News)가 12월 4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토탈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북한의 김일성을 모델로 삼았다던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의 나라, 루마니아 출신이다. 그렇다고 ‘자유 루마니아 만세’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작품을 보면 옛 공산독재를 상징하는 인물이 다른 사람에게 ‘오 자유의 동지여’(OH MY LIBERTY BROTHER)라고 악수를 건네자 반대편 사람은 ‘악! 이 공산주의 악마야’(WOW! COMMUNIST DEVIL!)라고 경악하는 것도 있다. “공산주의에서 민주주의로 바뀐 게 아니라,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바뀌었을 뿐”이라는 작가의 말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반공주의가 민주주의의 전부라 우기는 한국의 뜬금없는 ‘자유’ 민주주의 바람이 떠올라 설핏 웃음이 나온다. 작가는 10살 때부터 국가의 집중적 교육을 받을 정도로 그림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다. 그러나 별 재미는 없었단다.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토대로 공부했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고전주의에서 후기인상파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풍을 다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를 갖췄지만 흥미를 느낄 요소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게 드로잉이다. 어릴 적 펜 하나 쥐면 아무렇게나 그리던 아이들이 10살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그리기를 망설인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림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인데 제도권 교육이 되레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천재적인 손재주를 지녔음에도 단순명료한, 만화 같은 드로잉을 그리는 이유다. 1999년 베네치아비엔날레를 통해 세계적 작가로 떠올랐다. 바닥에다 드로잉을 그려뒀는데 포인트는 관람객들이 지나다니다 자연스럽게 지워진다는 것. 작가는 “주어진 공간에서 즉흥적으로 구현되는, 일종의 재즈연주와 같은 것이기에 (내 그림이) 영원히 남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후 2006년 영국의 테이트모던갤러리, 200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등에서 전시를 열면서 이름을 떨쳤다. 이번 전시에서도 미술관 측이 준비한 것은 깨끗한 빈 벽이다. 전시 두달 전부터 한국에 대한 뉴스를 제공받아 아이디어를 가다듬은 뒤 이를 드로잉북에 미리 그려왔다. 그리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빈 벽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작품들도 전시가 마무리되면 깨끗하게 지워진다. 한국에 도착한 뒤 드로잉한 작품도 있다. 직접 관찰한 현대 한국인의 일상들이다. 재치 넘쳐서 깔깔깔 웃게 된다. 전시 중임에도 여전히 돌아다니다 그릴 만한 것을 찾으면 슬쩍 들어와 빈 곳에다 드로잉 작업을 한다. 운 좋으면 작가의 작업광경을 볼 수도 있다. 관객들이 직접 그릴 공간도 마련해놨다. “나도 내 마음에 따라 그리는데, 관람객들에게도 그런 행운을 누리게 해줘야 한다.”는 작가의 제안에 따른 것이다. (02)379-3994.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열린세상] 전통공연의 변화와 확장/이세섭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이사장

    최근 들어 전통 공연이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전통 판소리가 외국인에 의해 연출돼 ‘오페라 혹은 뮤지컬 형식’으로 제작되는가 하면 화려한 무용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조선시대 외국 사신 접대와 연회를 베풀었던 경복궁 경회루에서는 누각뿐 아니라 서쪽의 인왕과 북쪽의 북악 등 주변 산봉과 근정전 등 전각 지붕선의 자연미까지 그대로 ‘무대’로 살려내 빼어난 누각 건축미와 함께 최고의 전통 공연 향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민족 대명절인 추석 연휴를 전후해 판소리 다섯 마당 중 하나인 ‘수궁가’가 독일 오페라 연출가이자 무대 디자이너이며, 추상표현주의 화가인 아힘 프라이어의 연출을 통해 무대에 올려져 공연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직 창자와 고수의 단출한 ‘독립 공간’이었던 전통 판소리 공연의 무대가 이 공연에서는 ‘설치미술’의 전시관이었다. 무대는 흰 바탕(1막, 2막은 검은 바탕)에 굵은 붓질이 지나가며 큰 선(線)을 이뤄 산과 물, 별과 달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한국적 정서를 빚어낸 한 폭의 수묵화였다. 여기에 바다를 파란색으로, 육지를 노란색으로 원색의 조명을 비춰 무대를 물들였다. 높이 5m에 달하는 사다리형 설치대를 같은 높이의 한복 치마로 두른, 그 위에서 이끈 도창(導唱)의 의상은 이날 무대장치의 하이라이트였다. 젊은이들에게 고루하게 여겨진 판소리 무대, 창극의 무대가 서양 오페라 연출가의 손을 통해 현대적 이미지의 깔끔하고 세련된 무대로 태어나면서 흥미와 감동이 더해져 객석에서 환호가 터졌다. 정(靜)과 동(動)이 절묘하게 결합된 시각적인 무대 미학이 판소리의 ‘청각적인 소리’에 더해져 빛을 발했다. 판소리는 단출하고 지루한, 오직 소리로만 관객의 청각을 집중시켜 몰입으로 소통했던 ‘우리 전통 예술’이다. 이런 소리에 다양한 연출 기법을 시도하면서 화려한 무대예술로, 현대적 내용의 익살과 풍자로 내용을 재해석하고, 다양한 연기를 얹으면서 관객과의 소통 통로를 청각과 시각으로 다양화해 전통 예술의 인식을 확장한 변화의 시도였다. 시각적으로 소박했던 우리 판소리가 화려한 볼거리와 방대한 출연진, 극적인 요소로 가득한 ‘오페라’ 혹은 ‘무용극’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전통적 관객인 노인층과 장년층 외에 젊은 층의 발길이 공연장으로 향했다. 연령대별 관객뿐 아니라 연극과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에 몰렸던 다른 장르 관객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지난 17일 오후 8시 서울 경복궁 경회루(국보 224호)에서 마련한 ‘경회루 연향’ 역시 경회루와 주변 자연경관을 무대화한 새로운 연출의 전통 공연이었다. 어둠의 정적을 깨고 경회루 서편 만세산에서 들려오는 이생강 명인의 대금산조, 궁중정재 가인전목단과 오고무, 선유락은 조선시대 외국 사신이 왕실을 찾았던 당시처럼 경회루 누각에서 펼쳐져 그 아름다운 한국의 춤사위를 경복궁 전각의 곡선미와 함께 야경에 실어 연못 주변 객석으로 내려 보내며 환호를 이끌어 냈다. 공연이 무르익어 갈 무렵 연못에 미끌어지듯 들어오는 나룻배 한 척이 관객의 시선을 모았고, ‘국창’ 안숙선 명창이 나룻배 위에서 판소리 ‘심청가’ 중 뱃노래를 구성지게 부르자 700여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500년 조선왕조 정궁인 경복궁의 야경과 경회루 누각의 건축미를 무대화하고, 한국 최고의 가(歌) 무(舞) 악(樂)을 결합해 새로운 형식의 전통 공연을 연출한 초가을 밤의 감동이었다. 비록 판소리뿐 아니라 이날 ‘경회루 연향’처럼 우리 전통 무용과 전통 국악기 연주, 연희 등 전통 공연들이 갖는 ‘민족 미학’이란 본질을 유지하면서 연출의 기법, 연주의 변주(變奏)를 통해 흥미와 감동을 유발하고, 관객과 소통하면서 다양한 관객층을 확보해 나간다면 고답적이라고만 여겨진 우리 전통문화가 ‘어제의 문화’가 아닌 ‘내일의 문화’로 재발견되고, 새롭게 탄생하지 않을까. 우리 전통의 원형은 유지하되 이를 새롭게 창조하여 소통과 향유의 폭을 넓혀 가는 법고창신(法古創新) 의미의 실천으로 현대문화에 도취된 관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새롭게 이해시키고, 전통문화의 전승기반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 Canada West & East ③Je T’aime Que´bec

    Canada West & East ③Je T’aime Que´bec

    퀘벡시티의 중심가 외벽에는 ‘젬므 퀘벡 파르스크J’aim Que′bec parce que…(나는 퀘벡을 좋아한다. 왜냐하면…)’라는 글귀와 함께 퀘벡시민들이 퀘벡을 좋아하는 이유가 말풍선으로 달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퀘벡 사랑은 배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울타리를 낮게 치고서 타지의 여행자를 언제 어디서나 너그러이 반겼다. 유럽인도 캐나다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살아온 세월이 그들에게 관용을 가르쳤을 터. 퀘벡시티와 사랑에 빠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거리마다 흐르는 음악에 이끌려 무작정 걷다 보면 치열했던 역사의 흔적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 또 부티크한 매력이 ‘철철’ 넘쳐 여행 내내 심장이 뛸 것이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캐나다관광청 02-733-7741, kr.canada.travel 1 퀘벡 프레스코 벽화 앞에서 거리의 악사가 연주하는 기타 소리가 흘러 나왔다 2 퀘벡시티 관광은 플라스 다름에서 시작된다. 플라스 다름 주변에는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다 3 트레조르 거리에서 만난 핑거 페인팅 화가 패트릭 콜리떼씨는 퀘벡시티를 그림으로 그린다 4 생장 게이트 앞에서 만난 노만드 펠레티어씨가 구슬픈 색소폰 음악을 들려 주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Artistique 예술가의 꿈이 피어나다 퀘벡시티 중앙에서 길을 헤매던 찰나, 산책 중이던 노인이 길을 알려 주었다. 몇분 후 그는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뛰어와서는 “생장 거리Rue Saint Jean를 잊지 마라!”며 한 번 더 어깨를 두드리고 사라졌다. 노인의 말대로 생장 거리로 접어드니 여행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퀘벡시티의 한쪽 길목인 생장 게이트Sanit Jean Gate에 들어서자 색소폰 소리가 발길을 사로잡았다. 색소폰의 주인은 노만드 펠레티어Normand Pelletier. 나란히 진열된 6개의 앨범 표지에는 퀘벡시티의 주요 명소에 서서 연주하는 그가 서 있다. 음악교사였던 펠레티어씨는 음악이 좋은 나머지, 교실 밖을 떠나 거리에 정착하고 말았다. 노래를 신청하라 채근하기에 앨범 수록곡 중 하나인 <Killing me softly with his song>을 부탁했다. ‘And so I came to see him. To listen for a while(그를 보기 위해 왔어요. 잠시 동안 노래를 듣기 위해)’라는 노래 가사처럼 퀘벡시티는 거리 악사를 보기 위해, 노래를 듣기 위해 여행을 해도 좋을 정도로 음악이 끊이지 않는다. 생장 게이트에서 색소폰이 울려 퍼진 것처럼 요새 박물관Muse′e de Fort 인근에서는 키보드 소리가, 다름 광장Place d’Armes과 퀘벡 프레스코 벽화La Fresque des Que′becois 앞에서는 기타 소리가 새어 나왔다. 퀘벡시티에는 어디를 가나 ‘예술감’이 충만했다. 퀘벡시티는 여름이 특히 압권이다. 매년 여름이면 음악 축제가 열리는데 축제 기간 동안 도시 전체가 공연장이 되기 때문이다. 올해 여름 축제는 지난 7월7일부터 17일까지 열렸고 엘튼 존과 메탈리카 등 유명 가수가 이곳을 찾았다. 퀘벡시티가 400주년을 맞이한 2008년에는 폴 매카트니와 퀘벡 출신의 셀린 디옹이 퀘벡시티의 전장공원Parc des Champs de Bataille에서 공연을 했다. 두 공연에 몰린 관중 수를 합하면 퀘벡시티 인구 수에 가깝다고 하니, 음악을 향한 이들의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이 간다. 축제 기간을 놓친 것이 다소 서운했지만 무료 재즈공연이 있었기에 위로가 됐다. 무료 재즈공연은 클라렌동 호텔Clarendong Ho^tel 1층에서 매주 목, 금, 토요일(4~11월 목요일 제외) 밤 9시부터 12시까지 열린다. 1870년대 지어진 이 호텔은 퀘벡시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샤토 프롱트낙 호텔Cha^teau Frontenac Ho^tel보다 나이가 많다. 호텔 로비에는 재밌는 사진첩이 놓여져 있는데 사진첩에는 1870년대 당시 호텔에 묵었던 손님들이 가져온 호텔의 옛날 사진과 기사들이 스크랩돼 있다. 공연이 열리는 1층 홀에서는 맥주나 와인도 판매한다. 간단한 맥주 한 잔과 그윽한 재즈에 몸을 맡기는 순간 퀘벡의 밤은 일시정지된다. 예술의 한 축이 음악이라면 다른 한 축은 미술이다. 재즈가 흐르는 클라렌동 호텔에서 길을 따라 내려가면 생탄 거리Rue de Sainte-Anne가 나온다. 한눈에 봐도 알 만한 유명 인물의 캐리커처가 지나가는 여행자를 지켜보고 있어 찾기 쉽다. 거리의 미술가가 세워 둔 이젤에 가려 살짝살짝 보이는 샤또 프롱트낙의 수줍은 모습은 위풍당당한 정면 모습과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직선으로 뻗은 거리가 캐리커처로 메워져 있다면, 생장 길 방향으로 펼쳐진 좁은 트레조르 거리Rue du Tre′sor에는 풍경화, 동판화 등이 걸려 있다. 퀘벡시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있던 패트릭 콜리떼Patrick Collette씨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핑거 페인팅 화가인 그는 손가락으로 한 땀 한 땀 그림을 그렸고, 그림 속에는 샤또 프롱트낙, 플라스 다름 등 퀘벡시티의 주요 명소가 판박이처럼 옮겨와 있었다. 캐나다 뉴 브런즈윅주가 고향이라는 콜리테씨는 여행 중 퀘벡시티에 반해 아예 이곳에 정착해 버렸다. 작품 설명 내내 문화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목에 힘을 주어 말하던 그. 퀘벡시티를 주제로 출발한 작품 세계는 사회와 정치를 풍자하는 그림으로 더 넓게 뻗어 나가고 있었다. T clip. 퀘벡, 1년 365일 축제로 들썩들썩 퀘벡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축제’를 놓쳐서는 안 된다. 퀘벡에는 크고 작은 축제가 자주 열려 별도의 액티비티를 즐기지 않고도 특별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여름 퀘벡의 여름은 음악으로 물든다. 퀘벡시티의 서머 페스티벌Quebec Summer Festival, 몬트리올의 재즈 페스티벌Montreal Jazz Festival 동안에는 내노라하는 뮤지션의 공연, 흥미로운 부대행사가 도시 곳곳에서 열린다. 재즈 페스티벌은 내년 6월28일부터 7월7일로 예정돼 있다. www.montrealjazzfest.com 겨울 58회를 맞이하는 퀘벡 윈터 카니발Quebec Winter Crnival이 내년 1월27일부터 2월12일까지 추운 캐나다의 겨울을 뜨겁게 달군다. 눈 퍼레이드, 눈조각 경연대회, 카누 경기, 개썰매 경주 등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축제의 마스코트인 산타클로스 모자를 쓴 눈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뜻의 ‘본옴므’. www.carnaval.qc.ca Historique 퀘벡의 역사가 박힌 길 혹자는 퀘벡시티를 일컬어 ‘거만하지 않은 파리’라 했다. 유럽 여행을 마치고 퀘벡시티를 여행 중이라던 한 일본인도 “퀘벡시티는 유럽과 빼닮았지만 유럽보다 청초하고 무엇보다 성심이 곱다”고 말했다. 교역을 발판 삼아 힘을 떨치던 유럽 강대국의 기 싸움 속에 퀘벡은 이중의 상처를 입었다. 완벽한 프랑스인도 영국인도 될 수 없었던 그들은 이제 캐나다인으로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퀘벡 분리주의자들은 영국 왕실의 퀘벡주 방문에 반대시위를 하는 등 퀘벡의 과거사는 지금까지도 힘을 미친다. 길게 이어진 총독의 산책로Governor’s Walk를 지나 전장공원에 이르면 퀘벡의 지나간 역사가 압축적으로 빠르게 밀려온다. 샤토 프롱트낙 호텔을 지나면 세인트 로렌스 강변 언덕길의 산책로가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테라스 뒤프렝Terrace Dufferin이다. 전망 좋은 테라스 뒤프렝은 바로 총독의 산책로와 이어진다. 고즈넉한 강가를 천천히 걷다 보면 중간 지점에서 시타델과 22연대 박물관을 만날 수 있고 산책로의 끝에 전장공원이 기다린다. 1,700년 초기, 세인트 로렌스강에는 프랑스의 식민주의가 흘렀다. 당시 원주민의 땅이었던 퀘벡을 탐험가 사뮤엘 드 샹플랭Samuel de Champlain은 새로운 프랑스로 만들고자 했고 프랑스인들을 하나 둘 이주시켰다. 누벨 프랑스의 수도가 된 퀘벡은 근대주의의 흐름에 편입되면서 유럽 강대국의 싸움으로 그들의 역사를 채우게 된다. 사뮤엘 드 샹플랭의 동상은 지금 다름 광장에서 퀘벡시티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러나 영원한 국가는 없듯이 사뮤엘 드 샹플랭이 세운 퀘벡도 1759년 몽캄Moncalm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에 의해 함락되고 영국령이 됐다. 시타델의 남쪽으로 걸어 산책을 마무리하면 아브라함 평원Plain of Abraham으로 불리는 전장공원이 나오는데 바로 이곳이 두 나라가 싸웠던 터다. 치열했던 전쟁의 흔적은 온데 간데 없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동 중인 노인, 형형색색의 레깅스를 신고서 무리지어 지나가는 청춘남녀들이 공원을 메우고 있다. 전장공원으로 넘어오는 계단 아래쪽의 한쪽 벽에는 ‘퀘벡 리브레QUE′BEC LIBRE’라는 글씨가 그래피티로 새겨져 있었다. 자유LIBRE 라는 단어는 퀘벡의 정서를 한마디로 함축한다. 캐나다 연방으로부터 끊임없이 독립하려 했던 퀘벡은 끝내 독립하지 못했지만 과거 프랑스의 정서와 언어를 그대로 유지하며 그들의 과거를 잊지 않고 있다. 퀘벡 사람들은 영어와 불어를 대개 동시에 쓸 수 있지만 불어가 그들의 주 언어다. 퀘벡인의 불어는 옛것을 그대로 고수한 탓에 프랑스식 불어와는 큰 괴리가 있다. 퀘벡의 차량 번호판을 유심히 살펴보면 ‘나는 기억한다Je me souviens’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그것은 패전 후 그들을 두고 사라진 프랑스를 향해 띄우는 일종의 편지인지도 모른다. 또한 언제든지 다시 자유를 노래할 수 있다는 절치부심하는 그들의 신념이기도 하다. 복잡한 계보 속에 형성된 퀘벡의 매력은 끊임없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것이다. T clip. 캐나다의 원주민을 찾아서 웬다트Wendat 원주민 박물관 유럽의 식민지가 되기 이전, 퀘벡을 포함한 캐나다는 원주민의 땅이었다. 몽모랑시 폭포Montmorency Falls 인근에서 만난 초등학생들은 인디언 복장을 한 채 야외 수업에 참가하고 있었다. 인디언 차림으로 연극을 하던 아이들은 아주 오래 전 조상이었던 원주민을 떠올리며 지금의 퀘벡과 캐나다를 몸소 배운다고 했다. 퀘백 원주민들의 역사를 보기 위해서는 퀘벡시티에서 차로 30분 정도 떨어진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을 가야 한다. 1960년대 원주민들은 퀘벡시티 근교 웬다케Wendake에 정착해 살았다.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은 당시 원주민의 의식주를 완벽하게 재현해 두었다. 한국의 민속 박물관과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가이드 투어를 신청하면 영어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주소 575, Stanislas Koska, Wendake, Que′bec, GOA 4VO 입장료 가이드 투어 12캐나다달러 문의 418-0842-4308 홈페이지 www.huron-wendat.qc.ca 1 세인트 로렌스 강이 펼쳐진 총독의 산책로는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2 웬다트 원주민 박물관은 방문자를 위해 인디언 전통 춤을 보여준다 3 영국과 프랑스의 치열했던 전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전장공원에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가득하다 4 샤토 프롱트낙 호텔 뒤편에는 산책하기 좋은 테라스 뒤프랭이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Boutique 행복을 부르는 아기자기함 퀘벡시티를 돌아보고 나면 “부티크Boutique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퀘벡시티의 아기자기하고 독특한 부티크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Hotel 친절한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 “봉주르Bonjour 메이 아이 헬프 유May I help you?”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에 들어서면 처음 듣는 말이다. 이 호텔의 직원들은 커다란 캐리어를 끙끙 옮기는 여행객에게 다가와 미소부터 보낸다. 직원의 친절 덕분인지 호텔은 더없이 아늑하게 다가온다. 호텔의 버나드Bernard씨와 마죠렌 드 사Marjolaine De Sa매니저는 한국인과 인연이 많고 유머감각이 넘친다. 호텔을 찾는다면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보길 바란다. 시설은 유명 호텔의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부티크 호텔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또한 호텔의 전체적인 색감이 갈색톤이라 상당히 클래식하다. 미로처럼 연결된 통로는 혼자 걸으면 다소 으슥하지만 대저택의 주인이 된 듯한 묘한 기시감도 든다. 주소 44, Co^te du Palais, Vieux-Que´bec, G1R 4H8 문의 1-800-463-6283 홈페이지 www.manoir-victoria.com Shop 독특한 기념품을 원한다면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입구에서 왼쪽으로 뻗은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유럽을 옮겨 놓은 듯한 부티크숍이 많은 폴 거리Rue Paul로 갈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끌었던 부티크숍은 113번이라는 숫자가 새겨진 우베르Ouvert다. ‘Open’이라는 뜻의 우베르는 에코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가게다. 러시아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케 하는 귀여운 모양의 캐릭터가 거울, 옷 등으로 재탄생해 있다. 수제품이라 가격은 높은 편. 우베르의 이웃 가게인 117번 사본리Savonnerie는 염소 우유로 만든 비누를 판매한다. 염소 우유 비누는 사람의 피부 산도와 가장 비슷해 아토피 환자의 치료용으로도 좋다고 한다. 우베르Ouvert 명함 케이스 18캐나다달러, 가방 22캐나다달러, 거울 120캐나다달러 사본리Savonnerie 비누 하나 기준, 5캐나다달러 Street 퀘벡시티의 대표 거리 쁘띠 샹플랭 쁘띠 샹플랭 거리Rue du Petit-Champlain는 퀘벡시티 여행자라면 꼭 한번 들르는 장소다. 이 거리는 어퍼 타운Upper Town 언덕과 로어 타운Lower Town이 연결되는 일명 ‘목 부러지는 계단Escalier Casse Cou’에서 시작된다. 곳곳에 탄성을 자아내는 가게, 식당, 카페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다. 사진 찍기 좋은 퀘벡의 프레스코 벽화La Fresque des Que´becois와도 가깝다. 또한 어퍼타운과 로어타운을 손쉽게 연결하는 케이블카 푸니쿨라Funicular도 있으니 한번쯤 타보는 것도 좋겠다. 주소 61, rue du Petit-Champlain Que´bec G1K 4H5 홈페이지 www.quartierpetitchamplain.com Market 저렴한 메이플 시럽과 와인 사세요 현명한 여행자는 ‘시장’에 간다. 현지 시장에 가면 삶의 냄새를 물씬 맡을 수 있을 뿐더러 저렴하고 괜찮은 아이템을 살 수 있다. 부티크숍 거리 맞은편에도 퀘벡시티 현지인들이 찾는 구항구 시장Marche´ du Vieux-Port이 있다. 시장 뒤편에는 강이 흐르고 있어 쇼핑에 지친 여행자에게 휴식을 준다. 메이플 시럽은 플라스틱, 유리, 철 등 다양한 소재의 통에 담겨 판매되고 있다. 모양도 와인, 단풍잎 등 다양하고 예뻐 선물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참 착하다, 메이플시럽은 중심가의 가게 물품보다 최소 1캐나다달러 이상 저렴하다. 메이플은 버터, 잼, 주스 등으로도 만들어져 있고,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접할 수 있다. 곳곳에서 시식도 가능하니 구입 전에는 먼저 맛볼 것을 권한다. 주소 160, Quai St-Andre Que´bec G1K 3Y2 홈페이지 www.marchevieuxport.com Bus 단돈 1캐나다달러로 퀘벡 한바퀴 퀘벡시티는 도보로 둘러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아담하다. 그러나 주요 관광지가 밀집된 플라스 다름의 주변 지역을 조금 벗어나고 싶다면 에콜로 버스를 한번 타보자. 장난감 버스처럼 생긴 자그마한 이 버스는 퀘벡시티의 주요 지점만을 콕 집어낸다. 주요 관광지 앞에 에콜로 버스 정거장을 알리는 스탠드형 팻말이 세워져 있다. 팻말에 적힌 시간에 맞춰 버스에 타면 된다. 주요 정거장 주의회 의사당, 생장 게이트, 클라렌동 호텔, 구항구 시장 시간 새벽 5시~다음날 새벽 1시(정거장 앞에 버스 도착 시간이 기록돼 있으니 참고할 것) 요금 1캐나다달러 1 관광하기 좋은 곳에 들어선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외관 2 빅토리아 마누아르 호텔의 버나드씨와 마죠렌 드 사 매니저. 유머감각이 철철 넘쳐 투숙객을 항상 기분좋게 만든다 3 아늑한 분위기의 스탠다드 룸 4 거리에서 만난 꼬마는 자신이 만든 상자 TV에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냈다 5 쁘티 샹플랭 거리는 부티크함의 끝을 보여준다 7 수제품을 파는 부티크숍 우베르의 입구 6, 8 우베르의 내부, 마트료시카 인형을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 많이 보인다 9 현지인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구항구 시장 10 독특한 용기에 담겨있는 메이플 시럽들 11 구항구시장 뒤편의 정경 T clip. 퀘벡시티 돋보기 퀘벡 퀘벡시티를 퀘벡주 전체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퀘벡시티는 퀘벡의 주도일 뿐이다. 퀘벡의 가장 번화한 도시는 올림픽으로 잘 알려진 몬트리올. 몬트리올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시’의 느낌이 물씬 나지만, 성곽으로 둘러싸인 퀘벡시티는 아늑하고 소박한 멋이 있다. 퀘벡시티는 2008년 탄생 400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다. 퀘벡주는 퀘벡시티를 중심으로 흐르는 세인트 로렌스강을 끼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미국과 바로 접해 있다. 미국과 가깝다는 장점 때문에 퀘벡과 미국을 한번에 여행할 수도 있다. 항공 퀘벡시티로 바로 갈 수 있는 직항편은 없지만 퀘벡시티로 가는 다양한 경유편이 있다. 대한항공, 에어캐나다가 대표적이며 지난해 새로 취항한 델타항공의 인천-디트로이트 직항편을 이용해도 좋다. ①대한항공 인천→토론토→퀘벡시티 ②델타항공 인천→미국 디트로이트→퀘벡시티 ③에어캐나다 인천→밴쿠버→토론토→퀘벡시티, 인천→밴쿠버→몬트리올→퀘벡시티 기차 비아레일을 이용하면 몬트리올 등 퀘벡시티의 인근 도시로 기차여행을 떠날 수 있다. 기차역은 구 시가지 성벽 북쪽의 VIA팔레역. 450 rue de la Gare du Palais Que′bec, G1K 3X2 언어 퀘벡에는 PFKLe Poulet Frit du Kentucky가 있다. 패스트푸드점의 대명사인 KFCKentucky Fried Chicken의 프랑스식 표현이다. 17세기 개척 초기 퀘벡에는 프랑스계 사람들이 많이 이주했고 지금도 누벨 프랑스 시대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 정작 프랑스 사람들은 퀘벡에서 통용되는 불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 퀘벡인들이 쓰는 언어가 고대 프랑스어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한다. 퀘벡시티 사람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참 재밌다. 한 사람이 불어로 말을 하고 상대방은 영어로 대답하는 경우도 있다. 불어를 주로 쓰지만 영어도 함께 사용해 간단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이홍우 교수 ‘나대로 시사만화전’

    이홍우 상명대 문화예술대학원 만화영상과 교수는 오는 28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아트센터 공평갤러리에서 ‘나대로 시사만화전’을 연다. 동아일보 화백을 지낸 이 교수는 민초들을 대변한 주인공 나대로를 통해 1980년부터 2007년까지 성역 없는 풍자로 명성을 날렸다.
  •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4)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고전 인물로 다시 읽기] (24) ‘월든’의 헨리 데이비드 소로

    법정 스님이 가장 사랑했다는 책, ‘월든’! 우리는 흔히 그 책을 나이 지긋한 은자의 기록으로 생각한다. 그러다 막상 책을 펼치면 도처에서 마주치는 신랄한 풍자와 전투적 문체 때문에 깜짝 놀란다. 그러나 이상할 건 없다. 우리가 ‘월든’에서 만나는 주인공은 높은 이상과 패기만만한 열정 이외는 아무것도 없었던 불과 스물여덟의 젊은 청년이기 때문이다. 고작 2년 동안의 숲 생활로 ‘월든’을 쓰고, 단 하루의 감옥 경험으로 ‘시민불복종’을 썼던 자. 그러나 단 두 권의 이 책들로 전 세계에 지울 수 없는 영향을 끼친 사람. 바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 (1817~1862) ●스물여덟살 청년의 독립선언 19세기 초 미국, 하느님의 영광은 자본주의의 영광이 되었다. 고작 인구 2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조차 사람들은 “호수에서 헤엄을 치거나 그 물을 마시는 대신 호수의 물을 수도관으로 마을까지 끌어와 설거지를 할 생각”이나 하고, 철도는 “귀가 찢어질 듯 비명 소리를 마을 구석구석까지 울리고” 있었다. 또한 사람들은 각종 ‘비즈니스’를 통해 돈 벌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인디언의 땅 콩코드에서 나고 자란 소로. 어디에서나 인디언의 기억과 전통이 배어 있는 부싯돌과 화살촉을 발견할 수 있던 평원에서 여섯 살부터 암소를 몰고 맨발로 쏘다닌 소로가 보기에 이 모든 것은 어리석거나 부질없는 일이었다. 왜 야생딸기를 직접 먹는 대신에 사람들은 딸기를 사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아침부터 밤까지 동분서주해야 한다는 말인가. 부자가 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무 것도 원하지 않는 것 아닐까. 그런 산발적 질문을 체계적 사유로, 나아가 글쓰기로 인도한 것은 소위 ‘초월주의 운동’을 통해 미국의 문예부흥을 이끈 19세기의 대표적인 지성, 랄프 에머슨이었다. 물론 누구에게나 직업이 필요하다. 소로 스스로도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직업’으로 자기 자신을 학교 교사, 가정교사, 측량기사, 정원사, 농부, 페인트공, 목수, 석공, 날품팔이 일꾼, 연필 제조업자, 사포 제조업자, 작가 또는 삼류시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소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나 자신을 가장 나은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야생자연에 대한 탐구를 유일한 ‘비즈니스’로, 산책을 유일한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살자! 1845년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모든 사람들이 축포와 성조기로 ‘미국이여 영원하라’를 외치며 찬양하던 그날, 소로는 신이나 돈 혹은 국가가 아니라 완전한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따르기 위해 숲으로 간다. 스물여덟의 독립 선언! 그리고 ‘가장 단순한 삶’에 대한 위대한 실험이 시작된다. “내가 숲 속으로 들어간 이유는 깨어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삶은 정말로 소중하다. 그리고 가능한 한 체념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나는 깊이 있는 삶을 통해 삶의 정수를 모두 빨아들이고, 굵직한 낫질로 삶이 아닌 모든 것들을 짧게 베어버리고 삶을 극한으로 몰아세워, 최소한의 조건만 갖춘 강인한 스파르타식 삶을 살고 싶었다.” 그가 월든 숲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신의 거처인 오두막을 손수 짓는 일이었다. 대부분은 혼자, 가끔씩은 친구의 도움을 받아 다락방과 벽장이 갖춰져 있는 오두막을 완성했다. 오두막에 쓴 비용은 단돈 28달러. 그리고 침대 하나, 식탁 하나, 책상 하나, 의자 셋, 거울 하나, 냄비 하나, 프라이팬 하나, 국자 하나, 세숫대야 하나, 나이프와 포크 두벌, 접시 세 개, 컵 하나, 스푼 하나, 기름단지 하나, 당밀단지 하나와 램프가 그의 전 살림목록이었다. ●삶의 목적은 삶, 그 자체이다 그의 눈에 사람들이 필수품이라 생각하는 물건들은 언제나 “너무” 많았다. 그걸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스스로 자신의 노예감독관이 되어 쉴 새 없이 일을 하고, 쉴 새 없이 물건을 구입하러 다닌다. 비교적 작은 시골마을 콩코드에서도 그랬다. 농부들이 집을 장만하게 되면 부유해지기보다 더 빈곤해진다. 그가 집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집이 그의 주인이 된다. 오우, 가련한 하우스 푸어들! 삶의 모든 곁가지들을 들어내자. 할 수 있는 한 단순하게 살자. 먹는 것은 쌀과 거칠게 간 옥수수 가루와 감자가 전부였으나, 필요하다면 숲에서 잘 익은 월귤을 따서 먹을 수 있었다. 다소 거칠지만 실용적인 옷을 입고 살면 입는 데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살고 있는 집은 어찌나 단출한지 집안 청소를 위해서는 모든 가구를 밖에 내놓고 오두막에 물을 뿌려 박박 닦은 후, 햇볕과 바람에 집을 말리기만 하면 청소 끝이었다. 그리고 산책과 노동! 매일 아침 숲을 산책하고 모든 관목과 야생 열매와 새와 동물들, 그리고 호수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리고 땅을 갈아 콩, 감자를 심고 가꿨다. 첫해의 수익은 고작 8달러뿐이었지만 상관없었다. 돈이 더 필요하면 그때마다 마을에서 날품을 팔면 그뿐이었다. 대신 더 많은 시간, 더 많은 느낌, 더 많은 감정, 더 많은 만족감을 얻었다. 점점 더 생활의 달인이 되어가는 소로. 그는 걷고, 뛰고, 수영하고, 배를 젓는 데 전문가였고, 거리와 높이를 발과 눈으로 정확히 측정할 수 있었으며, 무게를 손으로 정확히 달 수 있었다. 심지어 커다란 통 속에 있는 연필을 한 번에 열두 개씩 꼬박꼬박 집어낼 수 있을 정도였다. 척도-되기! 동시에 점점 더 신비해지는 소로. 그는 어떤 사냥개보다도 더 냄새를 잘 맡을 수 있었고, 인디언처럼 땅에 귀를 대지 않고서도 먼 곳의 희미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부시맨-되기! 이제 숲 속의 오두막은 그의 거처일 뿐 아니라 숲 속의 모든 살아 있는 생명체의 거처가 된다. 두 해 후 소로는 월든을 떠난다. 물론 오두막에서의 삶은 자족적이고 충만하였다. 그러나 소로에게 오두막은 마치 외투나 모자 같은 것이었다. 언제나 입을 수도 있고 벗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자연’ 그 자체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삶’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이 때에 맞춰 무르익는 것! 완전히 무르익은 곡식이 열매를 맺고, 완전히 자란 나무의 열매가 떨어지듯, 그렇게 자신의 삶의 완벽한 자연스러움을 얻는 것. 그것이 소로가 원하는 절대자유, 어떤 공리적 목적도 없는 일체무위의 삶이었다. 소로는 집으로 돌아온다. 자기가 머무는 곳이 자연이 되길 바라면서. ●나는 정부의 통치를 거부한다 1846년 미국은 멕시코 전쟁을 통해 단 1500만 달러로 텍사스, 뉴멕시코, 캘리포니아를 양도받았다. 많은 미국인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 전쟁을 지지하였다. 물론 대부분이 노예제도 지지자였다. 소로는 다른 많은 당대의 개혁가들처럼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물질적 이익을 위해 타인의 자유와 존엄을 짓밟는 이런 전쟁과 노예제도는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 아닌가? 하지만 말로 하는 반대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소로의 선택은? 세금납부 거부! 소로는 6년간 인두세를 내지 않았고 결국 체포되고 투옥된다. 단 하루 동안! (소로의 동의 없이 가족이 세금을 납부했기 때문에 소로는 하루만에 풀려난다) 그리고 감옥에서 더 절실히 깨닫는다. 감옥 안에는 국가가 없으며 감옥은 결코 자유로운 정신을 가둘 수 없다고. 소로는 면회를 온 에머슨이 “자네, 왜 그곳에 있는가?”라고 묻자 “선생님은 왜 밖에 계십니까?”라고 응수한다. 그리고 그는 그 하루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년 후 ‘시민불복종’을 집필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국가란 자유롭고 독립적인 개인들이 상호 공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편의적인 체제’이다. 그런데 그런 편의적인 체제가 갑자기 ‘다수결’의 원칙을 내세워 부당한 질서에 모두를 굴복시키려 한다면? 그때 ‘저항’은 의무이다. 생명을 걸고서라도 그 부당한 국가의 작동을 멈추게 해야 한다. 누가? 바로 내가! 1859년 노예해방론자인 존 브라운이 노예를 도망시키다가 체포되어 교수형에 직면했을 때 존 브라운을 옹호하는 첫 번째 공개강연을 한 것도 소로였다. 아마 소로는 존 브라운을 실질적으로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가 소유한 생명력과 힘을 자신의 의지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불의에 가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소로의 생각이었다. 월든을 떠나 온 후 소로는 주로 글쓰기와 강연을 하면서 살았다. 물론 생계를 위한 측량기사의 일을 꾸준히 하면서 말이다. 살아 생전, 두 권의 책이 출판되었으나 자비 출판한 첫 책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에서의 일주일’은 초판 1000권 중 700권이 반납되었다. ‘월든’ 역시 그가 살았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여전히 소로는 간결하고 평화롭게 일상을 살았다. 너무 일찍 찾아온 병마 때문에 마흔여섯의 나이에 세상을 떴지만 “회한은 없었다.” 어떤 것들은 끝마치는 것이 당연히 더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12년간 주로 편지로 소로와 교류했던 신학자 해리슨 블레이크는 소로가 죽은 지 30년 가까이 지난 후에 이렇게 회상한다. “나는 때때로 그의 편지를 다시 읽어보곤 한다. 그의 글을 거듭 읽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내기도 하고, 전보다 더 강력한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은 여전히 개봉되지 않았고, 아직 나에게 완전히 도달하지 못했으며, 어쩌면 내가 죽기 전까지는 도착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 서신들은 거기에 담긴 진정한 가르침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발송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소로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우리의 부박한 일상 속에서 ‘월든’을 발견할 수 있을까. 각자 물을 일이다. 이희경 문탁네트워크 연구원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릴라 릴라’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릴라 릴라’

    웨이터로 일하는 다비드(다니엘 브륄·오른쪽)는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평범한 남자다. 손님으로 종종 들르는 마리(한나 헤르츠스프룽·왼쪽)를 남몰래 사랑하지만, 그녀는 그의 존재조차 모른다. 어느 날 벼룩시장에서 작은 서랍장을 구입한 다비드는 그 속에서 누군가가 오래전 쓴 원고를 발견한다. 문학도인 마리의 관심을 얻고 싶은 마음에 그는 그 작품을 자신의 소설인 것처럼 꾸민다. 사건은, 소설을 읽고 감동받은 그녀가 출판사에 몰래 연락하면서 벌어진다. ‘릴라 릴라’라는 제목의 1950년대식 사랑 이야기는 출판계에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다비드의 삶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연초에 개봉한 우디 앨런의 ‘환상의 그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신작에 목마른 소설가 로이는 사고를 당한 친구의 습작을 가로챈다. 얼마 후 그는 친구가 의식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도덕에 대해 말하는 듯하지만, 앨런은 어떤 섭리를 빌려 삶의 짓궂은 미스터리를 전한다. 같은 상황에 직면한 다비드가 죄의식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릴라 릴라’의 주제는 ‘환상의 그대’의 그것과 다르다. 로이가 남의 창작물을 훔친 소설가지만, 다비드는 타인의 작품을 통해 자기 삶을 바라보게 된 보통 사람이다. 로이에겐 소설이 절실한 목적이지만, 다비드는 사랑이란 목적을 위해 소설의 도움을 구했을 뿐이다. 그런 까닭에 ‘릴라 릴라’는 다비드의 죄를 심판하거나 다비드의 내적 혼란을 전면화하는 쪽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소박한 남자를 둘러싼 예술 시장의 허영을 풍자한다. 다비드라는 인간과 소설가로서의 다비드 가운데 누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지 모르는 마리가 허영기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의 짝사랑을 거들떠보지 않던 그녀는 그가 한 거짓말의 덫에 매혹당한다. 극 중 소설은 절박한 사랑 끝에서 목숨을 잃은 남자의 실제 이야기인데, 독자나 평단은 실존 인물과 그가 겪은 고통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 이야기를 작품에 담은 작가에게만 관심과 애정을 표한다. 그럴듯하게 표현된 허상이 진짜 존재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가리는 것이다. 원작소설까지 포함하면 몇 겹 소설의 벽이 ‘릴라 릴라’의 안팎을 두르고 있다. 관객이 보는 것은 마르틴 주터의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이고, 극 중 소설의 슬픈 사랑 이야기는 다비드와 마리의 사랑과 대구를 이루며, 영화 전체를 품는 숨겨진 소설 한 편이 주터의 자전적 소설과 다시 한 번 연결된다. 주목해야 할 것은 다비드의 내레이션이다. 크게 원을 구성하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내레이션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비교될 수밖에 없는 린 램지의 ‘모번 켈러’와 이 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모번 켈러’에서 모번은 자살한 남자친구의 소설에 자기 이름을 새겨 출판사에 보낸다. ‘릴라 릴라’는 정체성을 찾는 한 인간의 이야기에 인물의 목소리를 더한다. 타인의 시선 바깥에 존재하던 다비드는 목소리를 갖게 되면서 사회적 존재로 변신한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은 남의 이야기만 들으며 산다. 자기 이야기에 아무도 관심 없을 거로 생각하고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잊어버린 채 산다. 글은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다. ‘릴라 릴라’는 모든 인간이 각자 하나의 목소리를 갖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 22일 개봉. 영화평론가
  • 진중권의 새책 ‘아이콘’

    진중권의 새책 ‘아이콘’

     진중권(48)은 ‘진보계의 모두까기 인형’으로 대중에게 알려졌지만, 그의 본분은 미학자다. 글쓰기 능력을 처음 대중에게 알린 세 권짜리 ‘미학 오디세이’는 50만부 이상 팔린 우리 시대의 명저로 꼽힌다. 지난 7월 나온 ‘서양미술사 모더니즘 편’도 고전예술 편과 함께 각각 1만부 이상 나갈 정도로 예술사 책치고는 대중의 호응이 높다. 현대미술 편도 나올 예정이다.  신간 ‘아이콘’(씨네북스 펴냄)은 영화 주간지에 연재한 칼럼으로 시대적 현상을 철학의 개념으로 풀어냈다. 청소년을 위한 대중 교양서 성격을 지닌 ‘미학..’에 비하면 ‘아이콘’은 잡지에 연재됐던 칼럼치고는 상당히 글이 난해한 편이다.  책에서 말하는 ‘아이콘’은 ‘시대를 대표하는 상징’이란 뜻이 아니라 컴퓨터 화면의 둥글고 네모난 시각화된 명령어를 가리킨다. 아이콘을 이용해 복잡한 명령어 없이 간단히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듯이 ‘개념어’를 통하면 전문적 철학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지 않아도 철학적 수준의 깊은 사유가 가능하다는 것.  저자는 2010년 4월부터 벌어진 천안함 사건, 트위터, 허경영, 심형래 등의 사회적 이슈를 냉소적 이성, 시뮬라크르(복제), 정체성과 차이 등으로 분류해 종합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도록 했다.  진중권이란 이름을 대중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킨 계기는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워’를 둘러싼 논쟁이었다. 이 현상에 진중권은 견유주의(Kynismus)를 갖다 댄다. 포스트 이데올로기 시대를 지배하는 냉소주의의 대안으로 나온 견유주의자들의 비판은 철저히 유물론적이었다고 한다.  견유주의자의 대명사 디오게네스는 머리로 논증하는 게 아니라 오줌, 정액, 몸짓 등의 신체로 퍼포먼스를 했다. 뻔뻔한 독설, 얄미운 조롱, 신랄한 풍자가 비판의 주 내용이었다는 디오게네스에 대한 해설에서 시사평론가로 활동하는 진중권의 현재 모습이 겹쳐진다.  진중권은 독일 철학자 슬로터다이크를 인용해 “냉소의 시대에 철학은 장바닥으로 내려와 무례함과 뻔뻔함을 가지고 냉소를 냉소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진중권이 심 감독에게 ‘뻔뻔한 독설’과 ‘얄미운 조롱’만 던진 것은 아니다. 최근 직원 임금 체납과 ‘카지노 도박설’ 등으로 위기에 처한 심 감독에 대해 “그분, 이제 와서 비난하지 맙시다. 심 감독이 직원들 밀린 임금과 퇴직금은 갚아 줘야 한다. 그 이후 오류와 오산에서 더 배워 더 나아진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 이번엔 꼭 성공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세상을 볼 때 철학이란 도구가 있다면 ‘암중모색’만으로 끝나진 않는다. 자신의 철학에 기초해 언론이나 대중의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 철학자의 성향이 모든 이의 시각에 만족스럽진 않을지라도 이 시대에 철학자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판소리를 현대관객과 좀 더 만나게 해주고 싶어”

    “판소리를 현대관객과 좀 더 만나게 해주고 싶어”

    연극이 전통 판소리라는 옷을 입으면 어떨까. 독특한 형식의 공연이 궁금하다면 1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도라지꽃’을 주목하자. 웃음을 유발하는 인물들의 대사와 동작으로 관객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휴먼 코미디 ‘도라지꽃’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전통 연희 활성화 사업 당선작이다. 지난해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던 대형 슈퍼마켓(SSM) 문제를 해학과 비장의 전통 연희 정서를 살려 비판, 풍자했다. 동시대의 현실 문제를 판소리의 창과 아닌 음악적인 대사, 마임과 춤 등의 다양한 시청각적 요소들로 새롭게 창조해 주목된다. 주인공 나영창은 오랫동안 돈을 모아 작은 마트를 차린다. 하지만 이웃에 대형 슈퍼마켓이 들어서면서 집안은 풍비박산 난다. 이에 적개심을 품은 나영창은 비슷한 시기에 죽어 같은 영안실에 안치된 아버지와 대형 슈퍼마켓 주인 유씨의 시신을 바꿔치기한다. 하지만 결국은 서로 이해하고 용서한다. 연출을 맡은 홍창수(47) 고려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 교수는 “SSM 문제를 보면서 거대 자본이 중소 자본을 잠식하는 현장에 대해 고민했다. 상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 이와 같이 이익을 취하고 자본을 확대시키는 모습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꼈다.”면서 “힘 있는 자와 가진 것이 없는 자 모두 상생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판소리를 연극에 접목시킨 이유에 대해선 “원래 판소리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의 전통 판소리가 현대 관객들과 만나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면서 “기존 창극은 주로 고전 소설이나 고전 설화를 소재로 삼아 관객과의 소통에 단절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래서인지 ‘도라지꽃’은 연극인지 창극인지 판소리인지 경계가 애매하다. 홍 교수는 “굳이 형식을 나누자면 창극적인 마당극”이라고 말했다. 1544-1555.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예능 대한민국’ 속얘기담은책2권

    ‘예능 대한민국’ 속얘기담은책2권

    대한민국의 별명은 많다. 삼성공화국, 게이트공화국, 부정부패공화국…. 최근에 다소 긍정적인 게 하나 추가됐는데 바로 예능공화국이다. 예능감은 시대 언어가 됐고 ‘예능의 황제’ 유재석과 강호동은 국민 MC로 불리며 한국 방송계를 좌지우지한다. ‘예능은 힘이 세다’(김은영 지음, 에쎄 펴냄)는 한때 드라마의 지위였던 대중문화의 지배자 자리를 차지한 예능을 분석했다. ‘격을 파하라’(송창의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는 예능공화국을 만든 주역이 털어놓는 뒷이야기다. ‘예능’의 저자 김은영씨는 ‘매거진t’ TV 리뷰 공모전에 당선되면서 TV 비평을 쓰고 있다. 그는 예능 프로그램을 장악한 아이돌에서 쿠마리를 떠올린다. 처녀란 뜻의 쿠마리는 네팔의 힌두교 관습에 따라 2~4살 때 살아 있는 여신으로 간택된 소녀를 가리킨다. 초경을 맞으면 폐위되는 쿠마리나 나이가 들면 젊고 신선한 후배에게 스타의 자리를 내주는 아이돌의 운명이 같다는 것. 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남성은 피터팬, 여성은 여전사의 이미지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21세기 들어 예능의 남성 연예인은 풍자의 주체이기보다 망가짐으로써 놀림거리가 되거나, 단순한 게임과 밥 한 끼에 목숨 거는 ‘소년스러움’이 특징이 됐다고 지적했다. 저자는 배우 윤미라의 인터뷰를 들어 연예인에게 경고한다. 윤씨는 “배우는 무슨 역할을 맡든지 품위가 있어야 하는데, 실제로 천한 생활을 하면 사람 자체가 천해지기 때문”에 천박한 배역을 맡더라도 그 생활에 무작정 뛰어들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획의 성실성과 자존심마저 모자란 예능 출연진의 자기 비하는 신뢰성을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드라마나 시사교양물과 비교하면 저급하다고 치부되던 예능은 시대와 호흡하면서 대중의 욕망을 발견했다. 탈권위적 조직 문화가 창의력의 원천으로 대두되면서 자신을 망가뜨려 웃음을 주는 예능인들이 21세기형 지도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이야기다. 송창의 tvN 본부장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 ‘특종 TV 연예’ ‘남자 셋 여자 셋’ 등을 만든 예능 PD다. CJ E&M의 대표 채널인 tvN에서도 ‘롤러코스터’ ‘막돼먹은 영애씨’ ‘택시’ ‘화성인 바이러스’ 등 인기 프로그램의 산파 역할을 하면서 ‘예능의 신’으로 불리고 있다. 그는 ‘격’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성공은 관계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송 PD가 처음으로 단독연출을 맡은 프로그램은 ‘뽀뽀뽀’였다. 실력 있는 전임 선배 PD가 틀을 잘 만들어서 시청률이 꽤 높았던지라 송 PD는 별로 변화를 줄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장이 부르더니 대뜸 “너 요즘 직접 연출하니? 혹시 조연출 대신시키고 그러는 거 아냐?”라고 묻더란다. 아니라는 대답에 “그래? 너 원래 프로그램 그렇게 못했냐? 나는 너 좀 하는 것 같아서 맡겼는데…. 나가 봐.”란 반응이 돌아왔다. 잘못을 지적하지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라는 지시도 없었지만, 그때부터 “우리 것 한번 만들자.”고 스태프를 독려해 가며 선배가 만든 틀을 죄다 뜯어고쳤다. 2주 후 국장은 “음, 요즘은 네가 하는 것 같더라. 나가 봐.”란 말로 칭찬을 대신했다. “리더가 후배들에게 좋은 기를 나누어 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저자는 사람의 모든 일이 그렇듯,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관계’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좋은 관계를 맺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좋은 기운을 나누면 일이 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자신의 지론이라고 한다. 그가 쓴 책의 내용은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비화와 후일담이 대부분이지만 그 속에서 어떻게 ‘예능의 신’이 만들어졌는지 엿볼 수 있다. 후배 PD들에게 4년째 시(詩) 메일을 보내고 비 오는 날 창문에 맺힌 빗방울을 보라고 강조하며 프로그램 말미의 텔럽(스태프를 소개하는 자막)을 독창적으로 만들기를 주문한다. 디테일을 강조하는 그의 작업방식은 ‘사소함 속의 장엄함을 발견하라.’로 요약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좋은 관계 맺기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시청률 저조로 일찍 종영되긴 했지만 한때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이란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도 했다. 사회에서 라인이나 줄서기는 부정적인 면이 강하지만, 예능에서 출연진의 관계는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다.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은 결국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었다. 각 권 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中에 대한 불신?… ‘중국어 하는 외계인’ 영화 화제

    中에 대한 불신?… ‘중국어 하는 외계인’ 영화 화제

    지난달 말부터 열리고 있는 베니스영화제에 독특한 이탈리아 SF영화 한편이 화제로 떠올랐다. 이 영화의 제목은 ‘더 어라이벌 오브 왕’(The Arrival of Wang). 영화에는 눈을 가린 한 중국어 통역 여성이 이탈리아 비밀경찰에 의해 로마의 모처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이 여성이 발견한 것은 의자에 묶여있는 오징어 같은 모습의 외계인. 놀랍게도 이 외계인은 중국어를 한다. 비밀경찰은 통역을 통해 이 외계인이 지구를 찾은 목적을 알기위해 심문한다. 통역은 외계인과 대화를 통해 외계인이 지구인과의 우호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것을 알게된다. 그러나 비밀경찰은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이곳을 찾은 것으로 단정한다. 황당한 스토리를 담고있는 영화지만 해외언론들은 영화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영화가 중국에 대한 구미의 불신감을 상징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의 슈퍼파워로 등장하는 중국에 대한 서구의 불안감 이라는 것. 이 영화의 감독인 마르코와 안토니오 매네티 형제는 “영화의 전제는 ‘중국어를 하는 외계인과 대화할 수 있겠는가?’” 라며 “경제적·정치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과 곤경에 처한 서구사회를 풍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혹성에서 온 외계인 보다 우리 지구인끼리 더 다르지 않을까라는 호기심이 있었다.” 며 “얼마나 우리들이 이웃들을 서로 믿고 있는지, 편견은 없는 지를 물어보는 영화”라고 덧붙였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러 투톱’ 메드베데프·푸틴, 성병 옮기는 균으로 풍자돼

    ‘러 투톱’ 메드베데프·푸틴, 성병 옮기는 균으로 풍자돼

    ‘러시아 투톱’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풍자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29일 러시아 일간지 모스크바 타임즈에 따르면 시베리아 수사당국은 바르나울의 한 성 질환 치료병원 광고판 속 병원균 그림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등 주요인사 얼굴로 바꾼 것으로 추정되는 세 용의자를 수색 중이다. “당신은 이 같은 동료가 필요합니까?”라는 문구가 적힌 이 광고판에는 임질과 캔디다, 유레아플라즈마 같은 성병을 옮기는 세균 그림 일부를 러시아 주요 관료의 얼굴로 바꿔놔, 이들을 존재를 부정하고 있다. 지역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은 이미 지난 2월 발생했지만 최근에 드러나 수사가 착수됐다고 밝히면서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추척 중인 세 명의 용의자는 무정부주의자 극좌파조직인 안티파(Antifa, 안티 파시즘)의 구성원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한편 해당 용의자들이 검거되면 현행법에 의거, 최고 7년형까지 선고받을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거커닷컴 윤태희기자 th20022@seoul.co.kr
  • 결국 ‘흙’이더라

    결국 ‘흙’이더라

    “도기를 굽는 재료 정도였지, 흙 그 자체로 주목받은 적은 없지 않나요. 흙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오는 9월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8년 만의 개인전 ‘임옥상의 토탈 아트-마스터피스 : 물, 불, 철, 살, 흙’을 여는 임옥상(61) 작가의 말이다. 전시 제목은 작품 세계를 다 보여주겠다는 것인데 작가 스스로는 흙을 강조하는 셈이다. 작가는 두 부분으로 나눠 설명했다. “자기표현이 강한 게 작가인데 그간 공공미술을 하느라 가슴앓이가 좀 있었습니다. 공공미술은 대중을 위해 많이 자제하고 양보해야 하니까요. 그 가슴앓이를 분출해낸 게 이번 전시입니다.” 작가는 그간 삼성래미안 아파트, 상암 월드컵 하늘공원, 청계천 전태일 거리, 고(故) 노무현 대통령 묘역 등을 만들어왔다. 2층 전시장 중앙에 놓여진 철로 만든 ‘산수’ 같은 작품은 그 가슴앓이를 말해준다. 3개의 직사각형 흙더미도 눈에 들어온다. 제목은 ‘흙, 살’. 표면에 사람들 얼굴이 부조 형식으로 새겨져 있다. 옛 종이부조 작업을 떠올리게 하지만 종이가 아니라 흙 자체를 썼다는 점이 특이하다. 자연 그대로의 흙을 썼단다. “제 작품의 시작이 땅이었죠. 제가 발 디디고 살고 있는 땅. 그게 생명의 근원 아니겠습니까. 그 땅으로 되돌아가고자 했습니다. 물, 불, 쇠 같은 매체를 다뤄봤지만 결국 그것 역시 흙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유명인 초상으로 나치 철십자 형태를 만든 ‘나무아미타불’은 풍자가 깃들어 있다. 사회 저명인사 17명이 등장하다 보니 ‘그 분’이 빠지면 섭섭할 일. 입 주변이 북한산 암벽 마냥 치솟은 게 절로 누구를 연상케 한다. “뭐, 다 아시면서….” 설명 끝이다. 또 다른 작품 ‘광화문 연가’는 광화문 일대를 붉은 물에 담가 놓았다. 청와대까지 잠겨 있다. ‘평화의 댐’을 안 지으면 일어날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모 방송사 화면 같다. 정작 광화문 물난리의 주범은 ‘평화의 댐’이 아니었지만. 능청스러운 대답이 더 걸작이다. “빨강이 아니라 핑크예요. 저 색이 얼마나 섹시한데요.” 빨간색만 보면 튀어나오는 우리 사회 한쪽의 반응을 향해 날리는, 유쾌한 ‘한방’이다. (02)720-10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유튜브 스타’ 레베카 블랙, 학교서 왕따당해 자퇴

    ‘프라이데이’(friday)라는 곡으로 유튜브 최고의 스타로 등극한 미소녀 레베카 블랙(14)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자퇴한 사실이 알려졌다. 블랙은 올해 초 유튜브를 통해 발표한 ‘프라이데이’가 무려 1억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아이돌 저스틴 비버의 뒤를 잇는 신인스타로 떠올랐다. 블랙은 지난 10일 미국 ABC방송 나이트라인과의 인터뷰에서 유명해진 이후 학교 내에서 왕따를 당해 자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고백했다. 블랙은 인터뷰에서 “친구들이 내 노래를 따라부르며 놀렸고 노래 제목을 풍자해 ‘오늘은 무슨 요일?’ 이라는 식으로 말하며 괴롭혔다.”고 밝혔다.  자퇴 이후 블랙은 어머니의 지도 아래 집에서 교육받고 있다. 블랙의 모친은 “유명해지는 것 만으로도 학교에서는 왕따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며 “그런 환경에 내 딸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고 밝혔다. 한편 블랙은 데뷔 이후 늘어나는 팬 못지 않은 ‘안티팬’으로도 유명하다. 인터넷 상에서는 블랙에 대한 살해 협박글까지 올라와 FBI가 수사를 진행하는 해프닝도 벌어진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수상한 파라다이스’…DMZ의 ‘모순’ 몸으로 형상화

    ‘수상한 파라다이스’…DMZ의 ‘모순’ 몸으로 형상화

    헨리크 구레츠키, 아르보 패르트의 음악이 깔린다. 종교적이면서도 역사적인 현대작곡가들이다. 띄엄띄엄 한 음표씩 천천히 밟아나가는 이들의 음악은 깊은 성당에서 울리는 장엄함과 ‘역사에 생략은 없다.’는 말을 떠올리게 할 법하다. 종교적이고 역사적인 비무장지대(DMZ)를 형상화하는 몸짓을 뒷받침해주기에는 딱이다. 다음 달 5~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수상한 파라다이스’ 얘기다. 지난해 8월 창단된 국립현대무용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창작극이다. ‘수상한 파라다이스’라는 제목 자체가 직접적으로 DMZ를 뜻한다. 인간의 손이 금지된 뒤 자연생태의 보고로 떠오른 DMZ지만 휴전상태에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는지 모른다. 도입부와 마지막은 영화 ‘아비정전’으로 유명해진 맘보음악에 맞춰 무용수들이 흥겹게 춤추는 장면으로 여닫힌다. 그 사이 작품은 크게 7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진혼, 업보, 순응, 불편한 조화, 전쟁, 연민, 기록의 순서다. 모두 DMZ에서 보고 느낀 것에서 뽑아올린 키워드다. 극 전체를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다기보다 DMZ에 대한 이런저런 느낌이 모자이크처럼 교차한다. 때문에 무용수들은 구름, 사슴, 토끼 같은 자연으로 변했다가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백병전 장면처럼 이리저리 얽히고설켜 뒹굴기도 한다. 첫 창작 공연이니만큼 조금 밝고 경쾌한 작품이었으면 어땠을까. 홍승엽(49) 예술감독은 “첫 작품이라 뭔가 대단한 의미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면서 “다만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다가 DMZ를 떠올렸고, 싸움을 전제로 한 진공상태라는 모순적 상황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무용에 대한 선입견과 달리 의외로 작품은 이해하기 쉽다. 한눈에 억압적인 상황에 대한 묘사임을, 뭔가에 맹목적으로 몰두해 있는 사람들을 풍자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작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 대목에서 홍 감독은 울컥했다. “한국의 현대무용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 있어요. 접해보지 않은 이들만 막연하게 서양 현대무용이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그게 우리나라 사대주의의 실체입니다.” 한 박자 쉬고 덧붙인다. “제가 발언이 좀 세지요? 하하하.” 오디션으로 선발된 17명의 무용수가 75분간 공연한다. 1만~1만 6000원. (02)3472-1420.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데스크 시각] ‘써니’ 유감까지는 아니지만/안미현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써니’ 유감까지는 아니지만/안미현 문화부장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한국 영화사를 새로 썼다는 소식은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강 감독은 데뷔작 ‘과속스캔들’에 이어 ‘써니’에서도 7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했다. 700만 흥행몰이에 성공한 영화를 두 편 갖고 있는 감독이 그동안 국내에 전무했다는 사실과 그 기록의 주인공이 ‘써니’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복합상영관 증가 등으로 10년 전의 100만명과 지금의 100만명이 같은 의미를 지닐 수는 없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만, 강 감독의 기록이 한국 영화계 풍토에서 ‘대박’을 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상기시켜 준 것만은 분명하다. 맨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어, 맞나?’ 싶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봉준호, 윤제균, 강제규, 강우석 등 흥행 감독의 얼굴이 스쳤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러나 1000만명이라는 대형 장외 홈런은 쳤어도 또 다른 작품에서는 700만 고지를 넘지 못했다. 그런 힘든 기록을 ‘써니’가 세웠다고 하니 느낌이 묘했다. ‘써니’를 폄하하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난 5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주위에 곧잘 ‘써니’를 추천하곤 했다. “끝이 좀 거시기한데….”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그랬다. ‘써니’의 결론은 못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학창 시절 칠공주를 현재 시점으로 불러내 맛깔스럽게 잘 요리해 나가던 영화는 끝에 이르러 난데없이 돈잔치를 벌인다. ‘카리스마 죽여주며 껌 좀 씹던’ 주인공이 암에 걸려 진짜 죽어가는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부자여서 다른 여섯 명의 친구들에게 유산을 나눠 준다는 결말이다. 개봉 직후부터 따라다닌 ‘결말 시비’가 700만 돌파로 다시 부각되자, 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돈을 천박하게 보는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응수했다. 듣기 좋은 꽃노래도 자꾸 들으면 지겨운데 계속되는 ‘지적질’에 내심 마음 상했을 감독의 심기가 헤아려졌다. 슬몃 미안해졌다. 그래도 강 감독의 주장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돈을 천박하게 봐서가 아니라 불필요한 ‘보상’ 장치였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어서다. 영화 끝자락의 핵심은 각기 다른 형태의 ‘고단한’ 삶에 치인 옛 칠공주 멤버들이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소중한 뭔가-그게 우정이라는 이름이든-에 이끌려 ‘짱’의 장례식에 오느냐 안 오느냐 아니었던가. 해석이야 각자의 몫이니 길게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지만 그런 점에서 영화 ‘위험한 상견례’도 유감스럽다. 복서 배우 이시영과 사투리 쓰는 배우 송새벽을 등장시켜 지역 감정 문제를 유쾌하게 풀어 가던 영화는 끝에 이르러 삼천포로 빠진다. 몇 십년을 척지고 살던 영남과 호남의 가장(家長)이 옛 추억을 더듬는 야구 경기 한판으로 ‘쿨하게’ 오해를 풀고 화해하는 결말이라니…. 그 단순한 해법에 우리 사회를 그토록 오랜 시간 병들게 했던, 아니 지금도 병들게 하고 있는 지역 감정이 무색해질 정도다. 혹자는 ‘영화는 영화다’라고 실눈을 뜰지도 모르겠다. 두어 시간 즐기고 나오면 될 것을, 뭐 그리 따지느냐고 타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가 무엇인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기도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문학이나 음악도 마찬가지다. 그 무한한 무형의 힘을 믿기에 예술가들은 배 곯아 가며 자신만의 철학을 작품에 담으려 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상업영화인가, 예술영화인가는 중요하지 않다. 웃기려면 철저하게 웃기고, 풍자하려면 제대로 비틀어야 한다. ‘쌈마이’(삼류)로 곧잘 공격받는 윤제균 감독은 “쌈마이가 아니라 서민 정서”라고 반박한다. 따지고 보면 윤 감독이나 강 감독이나 본인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한국 영화계를 움직이는 ‘파워맨’으로 부상하면서 남들보다 더 엄격한 잣대를 요구받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높아지는 위상만큼 기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을. 영화의 힘을 믿는다면 감독들은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름 석 자에 무게가 실린 감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hy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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