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풍자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가평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구조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수난사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 훈련
    2025-12-2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3,824
  • 2012 봄스크린 “男心을 잡아라” 新흥행전략

    2012 봄스크린 “男心을 잡아라” 新흥행전략

    올봄 극장가에 ‘남심’(男心)을 겨냥한 영화가 뜨고 있다. 영화는 전통적으로 2030 여성들이 주된 소비층이었지만, 최근 남성들의 욕망과 판타지를 자극하는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극장가에 남성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지난 2월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②)에서부터 시작됐다. 격동의 시대를 살아나간 거친 남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한 속성과 남자들의 로망을 통쾌하게 표현해 직장인 넥타이 부대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고, 4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1분기 최고의 흥행작에 올랐다. ●‘간기남’ ‘은교’ ‘돈의 맛’ 잇단 개봉 기대만발 여성들의 전유물이다시피 했던 멜로 영화도 남자 주인공의 시각에서 풀어 나간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2월과 3월에 각각 개봉한 영화 ‘러브픽션’과 ‘건축학개론’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이 두 작품은 남성 감독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러브픽션’은 ‘찌질남’인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이 꿈에 그리던 완벽한 여자 희진(공효진)을 만났지만 환상이 깨지는 과정을 통해 남성들의 솔직한 연애담을 풀어 놓아 인기를 끌었고, ‘건축학개론’(①)도 승민(이제훈)을 통해 본 남성들의 첫사랑 판타지를 공략하며 300만 관객을 돌파해 역대 한국 멜로 영화 흥행 1위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건축학개론’의 경우는 남성 관객들의 재관람 비율이 높고, 4050 남성 관객들까지 첫사랑을 떠올리며 극장을 찾게 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흥행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 올봄에는 남성들의 욕망을 건드린 영화도 잇달아 개봉을 앞두고 있어 ‘남심 마케팅’이 계속적으로 성공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 11일 개봉한 에로틱 스릴러 ‘간기남’은 영화 ‘원초적 본능’을 오마주한 작품인 만큼 섹시한 여주인공 김수진(박시연)을 통해 성적 판타지를 자극한다. 이 영화의 배급사인 쇼박스의 관계자는 “‘간기남’의 경우 기존 영화에 비해 남성 관객의 예매율이 10%가량 높고, 극장에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 관객들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26일 개봉하는 ‘은교’(④) 역시 70대 노시인 이적요(박해일)가 싱그러운 젊음을 지닌 열여섯 살 여고생 은교(김고은)에게 매료되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물론 나이듦에 대한 철학적인 성찰도 담겨 있지만, ‘나의 영원한 처녀’라는 영화의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나이의 금기를 뛰어넘고자 하는 남성들의 숨겨진 욕망을 솔직하고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은교’의 배급사인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오희성 영화영업팀장은 “영화 속 은교는 남성들의 판타지이자 욕망의 매개체”라면서 “젊음을 갈구하는 이적요를 통해 남성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근원적인 욕망을 짚은 영화”라고 말했다. 5월과 6월에 각각 개봉을 앞둔 영화 ‘돈의 맛’이나 ‘후궁: 제왕의 첩’도 돈과 권력을 둘러싸고 욕망의 덫에 빠진 남성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재벌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돈의 맛’(③)은 순수했던 엘리트 청년 영작(김강우)이 윤 회장(백윤식)의 집안에 들어오면서 점차 돈에 중독돼 가는 과정을 담는다. 영화는 물질 만능주의에 빠진 남자 주인공 영작을 통해 현대 시대상을 풍자한다. 사극 ‘후궁: 제왕의 첩’도 ‘욕망의 도가니’로 묘사되는 궁이라는 공간에서 사랑과 권력을 갖기 위해 몸부림치는 두 남자 권유(김민준)와 성원대군(김동욱)이 등장한다. 연출을 맡은 김대승 감독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화연(조여정)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두 남자의 욕망을 통해 현재의 모습도 돌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자, 가부장적 상징 버리고 속내를 드러내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전에는 주로 가부장적인 남성상을 그렸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남자들의 약한 감성과 솔직한 속내를 드러내는 영화가 각광받고 있다면서 이 같은 흐름이 영화 관람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과거에는 영화 속 남성 캐릭터들이 과장되고 가부장적인 모습으로 그려졌지만, 최근 작품에는 남자들의 약한 모습을 숨김 없이 보여 주고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작품들이 늘고 있다.”면서 “남성 관객들은 순수한 첫사랑의 판타지나 남자들의 로망을 그린 작품에 호기심을 느끼고, 여성 관객들도 남성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홍보사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기본적으로 국내 영화 감독의 90%가 남성이기 때문에 남자들의 시각을 담은 영화들이 많지만, 요즘 더 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그려진 영화가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남성 관객들은 액션 장르를 선호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만, ‘봄날은 간다’나 최근 ‘건축학개론’처럼 자신들의 내밀한 감성을 대변하거나 건드려 주는 영화에는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보수적인 관람 패턴을 보이던 남성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영화의 정보를 습득하고 관람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어서 남성 관객들 사이의 입소문 마케팅도 중요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메시가 볼모?” 외교갈등 풍자한 합성사진 화제

    “메시가 볼모?” 외교갈등 풍자한 합성사진 화제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아르헨티나 출신의 불세출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를 인질로 잡고 있는 합성사진이 인터넷에 등장해 화제가 되고 있다. 한 스페인 사용자의 트위터에 오른 화제의 사진은 네티즌들에 의해 삽시간에 퍼져 최근 들어 스페인에선 가장 인기있는 사진으로 부상했다. 사진에서 라호이 총리는 오른손으로 멕시의 목을 감싼 채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있다. 사진에는 “크리스티나 키르츠네르(아르헨티나 대통령 이름), 우리는 메시를 데리고 있다. YPF를 행정관리하지 말아라.”는 글이 달려 있다. YPF는 스페인 기업 렙솔이 소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최대 석유회사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YPF가 투자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국유화를 선언하고 이 회사 주식 51%를 몰수하기로 했다. 스페인은 “아르헨티나가 스페인 자산을 빼앗으러 한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럽 언론은 “아르헨티나가 YPF를 국유화한다면 볼모(?)로 잡혀 있는 메시를 강제로 귀화시키겠다는 함축적 메시지가 화제의 사진에 담겨 있다.”면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싸움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트위터 캡처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화제의 인물들] ‘나꼼수’ 김용민 결국 막말파문에 눈물

    [화제의 인물들] ‘나꼼수’ 김용민 결국 막말파문에 눈물

    ‘막말파문’으로 이번 총선에서 최대의 화제가 됐던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서울 노원갑)는 민주당이 서울에서 선전하는 와중에도 결국 낙선했다. 전국적 지명도가 없는 정치 신인에 불과했던 그는 4·11 총선의 특이한 사례로 기록될 만하다. 모바일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 진행자로 정치권 밖의 ‘장외 인물’이었던 김 후보는 과거 인터넷 라디오방송에서 한 막말 발언으로 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폭로로 주도권을 잡은 민주당을 한순간 궁지에 몰아넣었다. 김 후보는 지난해부터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과 ‘나꼼수’에 출연한 인연으로 정 전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갑에 전략 공천됐다. 공천 당시에도 정 전 의원이 그의 공천을 적극 요구해 지역 세습 논란이 도마에 올랐다. 그의 막말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유영철을 풀어가지고 라이스는 아예 강간해서 죽이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또 “노인네들이 (시청 앞에 시위하러) 오지 못하도록 시청역 지하철 계단을 지하 4층부터 하나로 만들고 엘리베이터를 모두 없애자.”는 노인 폄하 발언과 교회 모욕 등의 논란이 터져 나오며 파문이 확산됐다. 새누리당이 전방위 공세에 나서자 민주당 한명숙 대표가 지난 7일 공식 사과하고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총선 완주를 선언하고 나꼼수와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세 과시에 나서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민주당도 2004년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비속어와 성적 막말을 쏟아냈던 풍자연극 ‘환생경제’를 비난하며 새누리당에 맞불을 지폈다. 한편 김 후보는 이날 오전 투표소에서도 ‘나꼼수’ 멤버들과 동행하면서 화제가 됐다. 김 후보는 오전 8시쯤 노원구 공릉동 동신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한 표를 행사하고 “오늘이 정치에 입문한 지 딱 한 달이 되는 날”이라며 “나는 허물이 많은 사람이다. 모든 것을 유권자와 신의 선택에 맡기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투표소에는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동행했다. 김 총수는 김 후보의 어깨를 주무르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격려한 뒤 “나꼼수 호외를 들으며 투표장에 가달라.”고 투표 참여를 당부했다. 이날은 노원갑이 지역구였던 나꼼수의 전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의 어머니와 형도 투표장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원의 어머니 이계완(84)씨는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용기를 내라고 격려했다.”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사설] 막가는 네거티브 총선 후유증 우려한다

    4·11총선을 하루 앞둔 선거판이 혼탁하기 짝이 없다. 후보들은 물론 여야 지도부까지 총출동해 상대 후보 비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각한 선거 후유증으로 나라의 미래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유권자들만이라도 이런 ‘진흙탕 선거’가 만든 탁류에 휩쓸려서는 안 될 것이다. 새누리당은 어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정세균·신경민 후보 등을 콕 찍어 공격하는 ‘문제후보 10선’을 발표했다. 한 대표 측근의 공천 헌금 수수혐의 등을 이유로 대긴 했지만, 다분히 민주당의 과거 공세를 본뜬 느낌이다. 민주당은 얼마 전 친박계 핵심 홍사덕·권영세 후보와 친이계의 상징인 이재오·홍준표 후보 등을 ‘MB(이명박 대통령)-박근혜 아바타 5인방’으로 규정해 ‘표적 공세’를 벌였다. 장군멍군식 공방은 점입가경이다. 새누리당이 김용민 후보의 막말을 부각시키자 민주당은 과거 노무현 대통령 풍자극인 ‘환생 경제’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친 대사를 들춰내는 식이다. 민주당이 문대성 후보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의혹을 물고 늘어지자 새누리당은 정세균 후보의 논문을 문제삼아 맞불을 놓았다. 물론 선거전에서 정책 대결 못지않게 인물 검증도 필요하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확실한 근거에 입각해 신상이나 도덕성을 따져야 한다. 그러지 않고 팩트도 없이 의혹을 부풀리거나, 맥락을 왜곡한 일방적 비방은 네거티브 공세일 뿐이다. 작금의 여야 간 이전투구는 주요 정당이 자초했다고 볼 수 있다. 승리에만 집착해 후보 자격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성·노인·종교 등을 비하하는 막말을 밥먹듯 해온 후보나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후보 등을 묻지마 식으로 공천해 혼탁선거의 빌미를 만든 셈이다. 후보들과 주요 정당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에 올인하면 정책 대결은 설 땅이 없어진다. 이로 인해 여야를 떠나 정치권 전체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혼탁선거는 상호 고소·고발 전으로 이어져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엄청난 선거 후유증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럴수록 유권자들은 깨어 있어야 한다. 흑색선전이나 음해에 휘둘리지 말고 진흙탕 속의 연꽃을 찾는 심정으로 깨끗하고 유능한 인물을 고르는 한 표를 꼭 행사해야 한다.
  •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공연리뷰] 英무용단 DV8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

    “여기 누가 탈레반보다 도덕적으로 낫다고 생각합니까(Who here feels morally superior to the Taliban?).” 무용수가 던지는 첫 질문부터 심각하다. 입을 연 무용수는 객석을 등지고 서 있는 다섯 명을 벽 삼아 몸짓을 이어간다. 마치 의자라도 있는 양 자연스럽게 앉아 팔걸이에 팔을 얹는 자세를 취하는가 하면, 두 팔을 등 뒤로 꺾어 맞잡고, 몸을 꼬고, 흔들림 하나 없이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기도 한다. 굉장히 유연한 움직임이 마치 관절인형 같다. ●과격 이슬람 원리주의 등 소재 지난 6~8일 3일 동안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 무대 위에 오른 피지컬 시어터 DV8의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Can We Talk about This)는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공연이었다. DV8이 ‘일탈하다’의 영단어 디비에이트(deviate)에서 나온 것처럼, 예술감독 로이드 뉴슨(55)은 매 작품마다 일탈을 이어갔다. 2005년 내한공연에서 올렸던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에서는 현대사회의 허영과 환상을 들춰내고, 2008년 작 ‘투 비 스트레이트 위드 유’(To Be Straight with You)에서는 종교적 관용과 동성애의 문제를 다루었다. ‘캔 위 토크’는 과격한 이슬람 원리주의, 언론과 표현의 자유, 다문화주의의 본질을 이야기한다. 지난해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서 세계 초연된 이 작품은 공연을 할 때마다 논란거리를 제공했다. 실제로 그럴 만했다. 무용수들이 무대에 서서 1990년부터 2004년을 거슬러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한 사람들을 소개하며 사진들을 바닥에 떨어뜨린다. 소설 ‘악마의 시’(1988)를 집필해 암살 현상금이 걸린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와 덴마크 신문의 마호메트 풍자만화 작가, 무슬림 여성들의 인권에 관한 단편영화를 찍은 후 살해당한 네덜란드 영화감독 테오 반 고흐 등이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 위로 검은 속옷 차림의 여성이 아름답고 유연하게 춤을 추며 자신의 몸에 펜으로 그림을 그린다. 여성이 중얼거리는 것은 이슬람 문화가 여성의 몸을 얼마나 ‘하찮고 더럽게 보는지’에 대해서다. ●테러영상 통해 문제의식 고양 이슬람 여성 인권에 대해 발언했던 영국 노동당 의원 앤 크라이어의 의견을 전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손에 찻잔을 들고 있는 왜소한 여성은 한 남성을 받침대 삼아 고난도의 동작을 보여준다. 남성을 의자 삼아 다리를 꼬고 앉는가 하면, 남성의 두 팔을 밟고 허공에 꼿꼿하게 서 있다. 남성의 등 위로 편하게 기대 누운 자세나 남성의 머리 위에 찻잔을 올려놓은 것이 마치 거실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뷰를 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끊임없이 대사를 읊어대면서도 동작을 섬세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무용수 11명을 보면 얼마나 잘, 또는 혹독하게 훈련받았을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이런 장면 사이사이에 테러당한 인물들에 대한 기록영상이나 사건 묘사, 증언들을 보여주면서 공연 ‘캔 위 토크’는 의도했던 주제에 대한 문제의식을 끌어올린다. 이 작품에 대해 영국 텔레그라프는 “눈을 뗄 수 없는 작품. 훌륭할 뿐만 아니라 용감하기까지 하다.”고 극찬했다. 지난 3월 런던 내셔널시어터에서 이어진 공연에서는 “폭동을 일으키려고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무용수들의 훈련 강도 느껴져 지난 8일 공연에서 관객과 대화에 나선 로이스 뉴슨은 이런 반응들에 대해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작품이고, 모든 무슬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부 극단적인 무슬림에 대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출연하는 무용수 중에도 무슬림 출신이 3명이나 있는데, 그들 역시 극단적인 무슬림들의 불관용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면서 “이런 문제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마지막 대사는 역설적이게도 “나는 자유로워지고 싶다. 그래서 나는 침묵해야 한다(I want to be free, so I need to shut up).”이다. 이에 대해 뉴슨은 “잔인한 조크”라고 설명했다. “침묵을 지키는 한 결코 자유로워질 수 없다.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면 유럽에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마녀로 누명을 쓴 채 처형당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를 좀 더 일찍 이야기했어야만 했다.”고 덧붙였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해학·풍자로 풀어낸 ‘가족의 의미’

    해학·풍자로 풀어낸 ‘가족의 의미’

    “가족은 뭐냐요, 아자씨?”라고 여산은 영필에게 물었다. “김양구, 너 식구가 뭔지 아나?” 하고 정묵은 양구에게 물었다. 여산과 정묵의 질문을 다시 독자에게 돌려본다. ‘가족, 식구라는 것은 대체 무엇이냐?” 성석제를 두고 흔히 ‘탁월한 이야기꾼’, ‘해학과 풍자의 장인’, ‘입담과 재담의 절대고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다만 성석제가 2000년대 후반에 펴낸 책을 두고 평론가들은 그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 해학과 익살의 즐거움을 잊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성석제가 최근 펴낸 장편소설 ‘위풍당당’(문학동네 펴냄)은 그에게 부활의 노래가 된 것 같다. 독자에게도 물어보자. 당신에게 가족과 식구는 무엇인가. ‘전국구 조폭’의 보스인 정묵에게 가족과 식구란 “같이 밥을 먹고 같이 방구를 뀌고 똥 싸는데 전혀, 전혀 켕길 것이 없는 사이”(77쪽)이다. 갑자기 이해가 팍 되는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면 한반도 국토지리부에서 콕 찍어서 여기구나 할 수는 없지만, 궁벽진 어느 강마을에서 어느 날부터인가 하나둘씩 모여들어 같이 밥을 먹고 함께 똥을 싸는 6명의 수상한 사람들은 과연 가족일까. 그 수상한 사람의 일원인 여산이나 영필에게 가족은 무엇인가. 성석제는 여산의 질문에 영필이 답변하는 대목을 써놓지 않았다. 그들에게 가족이 무엇인지를 서술하지 않은 셈이다. 다만 소설은 가족이거나 식구라고 하려면 의당 어때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감동적으로 잘 묘사해 나가고 있다. 소설의 제목은 ‘위풍당당’이지만 핏줄을 나눈 가족이나 남편, 새아빠 등 법적·제도적 가족으로부터 이지메를 당하고 도저히 세상에는 발붙일 곳이 없어 강마을로 흘러 들어온 6명의 주인공들은 애초부터 위풍당당 하고는 아주 거리가 멀다. 돈도 권력도 명예도 없고, 일부는 건강도 잃었다. 또 ‘전국구 조폭’ 20여명은 똥을 밟고 미끄러지고, 똥통에 빠지고, 똥물에 튀기고, 똥통에 갇히는 등, 조폭을 이렇게 다뤄도 되나 할 정도의 ‘조폭 수난사’를 겪고 있어 역시 위풍당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체 왜 위풍당당인거냐? 성석제는 6일 전화통화에서 “주인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여산이 조폭 보스 정묵과 대표적으로 대결을 벌일 때 그 모습이 ‘시골의 용맹한 장닭’처럼 위풍당당해서 그것을 묘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양이나 개와 비교하면 사실 큰 힘도 없으면서 암탉들과 병아리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뻘건 벼슬을 좌우로 털면서 거만스럽게 걸어다니는 시골의 장닭을 상상하면 되겠다. 몬도가네 스타일로 몸에 좋다면 벌의 애벌레나 구더기까지 먹어치우던 여산에 대한 묘사를 감안하면, 장닭하고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소설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가족, 식구가 혈연에 의존하거나 제도에 의지하지 않는 자발적인 가족이어도 통념적인 가족에 비해 훨씬 서로를 잘 돌봐 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조폭의 폭력에 노출됐을 때, 짧은 시간이지만 정을 나누고 살았던 사람을 위해 용감무쌍하게 대항하는 모습은 눈물겹다. 가족이라면 마땅히 지켜주고, 마땅히 보호해 줘야 했을 가치와 권리는 가족도 아닌 사람들에게 돌려받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 사이에서 가족애라는 것이 싹트게 된다. 이런 가족애는 ‘전국구 조폭’ 정묵의 식구론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다가온다. 정묵의 식구론은 그의 자연주의적 발언과는 달리 절대적인 위계질서 안에서 절대적인 복종과 절대화된 폭력으로만 가치를 인정받는 식구이기 때문이다. 정묵은 신자유주의 시대의 효율성과 경쟁을 조직 안에서 내재화시키기도 했다. 정묵의 조폭 조직은 그래서 마치, 한국사회,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에 휘둘리는 지구촌의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성석제 소설은 그의 해학의 코드를 읽을 수 있을 때만 해학과 풍자와 재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번 소설의 키워드 중 하나는 ‘똥’이다. 갑자기 흥부가 한 대목이나, 안동 하회탈춤의 한 대목이 들리는 듯하다. 얼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마티유 아말릭의 ‘온투어’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마티유 아말릭의 ‘온투어’

    TV 프로듀서로 일하다 쫓겨난 남자 조아킴. 그는 미국 체류 도중 만난 쇼걸들을 이끌고 프랑스로 돌아온다. 애초 계획은 거창했다. 해안 지역을 돌며 공연을 펼치다 그 여세를 몰아 파리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 얼마 지나지 않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조아킴은 무대를 마련하려고 혼자 파리로 향한다. 업계의 불신만 확인한 채, 그는 이혼한 아내가 떠넘긴 두 아들을 대동하고 공연에 합류한다. 조아킴은 계속되는 긴장 속에서 혼란스럽다. 단원과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고, 계속 말썽을 피우는 아들이 신경 쓰인다. 결국 아들을 되돌려 보내고 오던 길에 조아킴은 방향을 잃어버린다. ‘온 투어’(5일 개봉)는 다섯 쇼걸을 데리고 공연을 떠난 남자의 이야기다. 만약 풍만한 육체를 지닌 쇼걸들의 화끈한 무대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게 분명하다. ‘온 투어’는 화려한 쇼의 재연에는 관심이 없는 작품이며, 뉴 벌레스크(익살·야유·희롱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burlesco’에서 유래한 말로 여성의 매력을 강조한 풍자의 춤)를 표방한 쇼도 그렇고 그런 춤과 노래의 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배우이자 감독인 마티유 아말릭은 하급 예술에 대해 어떤 풍자를 하고 싶었던 걸까.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온 투어’는 무대 뒷모습을 기록하는 데 별로 충실하지 않으며 쇼 비즈니스의 이면을 냉정하게 파헤치지도 않는다. 현재 모습만 보면 조아킴은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 조아킴은 TV쇼 제작에 실패해 도망친 전력 탓에 업계에서 밀려난 인물이다. 심지어 아이들도 아버지를 업신여기는 말을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처진 가슴과 늘어난 뱃살을 흔들며 춤추고 노래하는 쇼걸들의 인생도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유별난 패션과 거침없는 행동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으며, 어떤 사람은 험악하게 반응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닮으라고 권할 만한 인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온 투어’의 태도는 다르다. 사람들은 보통 최종 목적지에 삶의 가치를 둔다. 그리고 개별 목표를 성취하고자 현실을 희생한다. ‘온 투어’는 ‘바로 이 순간’에 가치를 둔다. 조아킴과 쇼걸들은 삶이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무대를 가꾸는 건 자신이라고 믿는 그들은 매 순간을 열정적으로 대한다. 그들은 길 끝의 목적지보다 길 자체를 필요로 한다. 쇼걸을 대표해 미미가 조아킴에게 “인생의 산책로를 만들어 줘 고맙다.”고 말하는 건 그런 까닭에서다. 당연히 그들은 파리에 도착하지 못한다. 파리 무대에 설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둘러보아야 할 더 많은 세상이 앞에 놓여 있어서다. 아말릭은 현명한 감독이다. 메가폰을 잡은 배우들이 대단한 작품을 완성하려고 안달하는 것과 달리 그는 자유로운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에 욕심 없이 접근했다. 실제 쇼걸을 카메라 앞에 세우고 그들과 보낸 여정을 영화의 소재로 삼았다. 로드무비에 목적지가 있으면 안 된다는 그의 판단은 옳았다. 영화의 결말, 길의 끝, 삶의 목표에 집착하면 정작 중요한 진실을 놓치리란 걸 그는 알았다. 조아킴이 무대 안팎의 혼란을 감싸 안음으로써 단원의 신뢰를 얻듯이 아말릭은 어수선한 에피소드를 정렬하고 폭발시킨 끝에서 자기 목소리를 터뜨린다. 미래에 치우쳐 현재의 풍요로움을 만끽하지 못하고 먼 목표에 얽매여 삶의 자유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에게 ‘온 투어’는 필견의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공지영, 김용민 사위삼고 싶다더니 예상대로…

    공지영, 김용민 사위삼고 싶다더니 예상대로…

    김용민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갑 후보의 과거 막말과 욕설이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까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지영씨는 4일 트위터에서 “김용민 실언을 들었습니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요. 그것이 7~8년 전의 것이라고는 하나 그때에도 여성과 인권에 대한 상식의 선은 있어야 했습니다. 인간 김용민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저는 그의 무거운 사과를 요구합니다.”라고 말했다. 공씨는 김 후보에 대해 “사위 삼고 싶은 사람”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보냈던 인물. 지난달 야당 단일후보경선을 앞두고 있을 때 트위터에 “가까이서 김 후보를 본 소감을 말씀드리면 사위를 삼는다면, 혹은 함께 일을 도모한다면 당연 그였다. 성실하고 반듯하며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쓰기도 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이날 트위터에 “김용민 후보의 과거 동영상 발언을 접하면서 풍자와 야유에도 금도가 있어야 하고 우리 삶에서 인권 감수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됩니다.”라고 했다. 김 후보는 2004~2005년 인터넷방송 라디오21의 ‘김구라·한이의 플러스18’에서 “라이스(전 미국 국무장관)는 아예 XX해서 죽여버려야 한다.”고 막말을 했다. “주말에는 특집으로 포르노를 보여주자”, “최음제를 피임약이라며 팔자” 등 각종 음담패설 및 성희롱성 발언을 한 사실도 알려졌다. 김 후보는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되자 3일 사과글을 트위터에 올린 데 이어 4일에는 사과 동영상까지 올렸지만 비난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면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는 4일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김용민 후보 예전 발언이 문제로군요. 진보인사도 여성인권 인식이 낮을 수 있지만, 문제를 바로 보고 스스로를 바꾼다면, 점잖은 새누리당 후보에 비할 수 없이 낫다고 봅니다. 저는 김용민을 신뢰합니다.”라고 썼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선택 2012 총선 D-6] 막말 파문 김용민 “부끄러운 과거 반성한다”

    [선택 2012 총선 D-6] 막말 파문 김용민 “부끄러운 과거 반성한다”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전 진행자로 서울 노원갑에 출마한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성희롱 막말’로 파문을 빚으면서 민주당이 노심초사하고 있다. 4일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 악재가 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나 당 지도부에서도 ‘사과=공천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돼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도 ‘나꼼수 편승’ 논란 등으로 한바탕 내홍을 겪었던 터라 민주당은 더욱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명숙 대표도 이날 오후 대전 유세에서 김 후보 파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도 걱정”이라며 난감한 입장임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특히 지지층 내부에서마저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데 대해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지난달 김 후보에 대해 “성실하고 반듯해서 사위 삼고 싶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던 소설가 공지영씨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인간 김용민에게 무거운 사과를 요구한다.”고 압박했다. 김 후보의 후원회장인 조국 서울대 교수도 “풍자와 야유에도 금도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김 후보는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막말을 사과하는 동영상을 올려 “8년 전 기억도 못한 사건이지만 그 음성을 듣는 순간 제가 한 말인가를 의심할 정도로 당황스러웠다.”면서 “부끄러운 과거가 많이 있을 것이다. 있다면 모두 반성한다. 새로 태어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2004년 인터넷 방송에서 “(테러 대책으로) 유영철을 풀어서 부시, 럼즈펠드, 라이스를 아예 강간해서 죽이자.” “(저출산 대책으로) 지상파 텔레비전이 밤 12시에 무조건 X영화(성인영화)를 두세 시간씩 상영하자.” “피임약을 최음제로 바꿔서 팔자.” 등의 발언을 했다. 새누리당 조윤선 대변인은 “김 후보의 저질 발언은 국민과 대한민국 언어에 대한 모욕이고 폭력”이라면서 “김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표를 구할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언론사 파업을 바라보는 신문의 시선/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언론사 파업을 바라보는 신문의 시선/우형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최근 MBC, KBS, YTN 등 다수의 언론사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부르짖으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특히 MBC의 경우, 거의 두 달 넘게 파행적으로 방송을 운영하고 있고 간부급 종사자들이 가까스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파업으로 결방되는 프로그램을 대신하여 재방송과 스페셜 방송 모음 편집으로 시간을 채워 나가고 있다. 주요 언론사의 파행적 운행에 대해 신문의 반응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아예 무관심에 가깝다. 방송사와 각을 세우는 보수신문의 파업에 대한 비판적 보도 이외에 서울신문을 비롯한 다른 신문은 언론사 파업을 지지하지도 비판하지도 않는다. 그저 침묵할 뿐이다. 우리나라의 공영방송과 기간통신사, 주요 일간지 및 지방신문이 우후죽순으로 파업을 진행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 정확히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동안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앞으로 어떤 해결책과 대안이 있는지 심층적인 보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모름지기 언론사가 자사의 파업을 스스로 보도하기 어렵고, 뉴스 제작의 게이트키핑 과정에서 해당 내용이 누락될 여지도 높다. 그럼에도 주요 언론사들이 오랫동안 진행하는 연대 파업은 사회적 비용이 많이 소요돼 누군가 조정과 여론 수렴 및 대안 제시를 해주어야 한다. 이미 정부는 이번 방송 파업을 방송사 노사 간의 갈등으로 규정하고 노사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로 공지한 바 있다.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럴 때, 사회 공론장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신문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방송의 공정성은 저널리즘을 업으로 하는 모든 저널리스트들이 지켜야 할 절체절명의 지상과제이다. 방송의 공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방송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되어야 한다. 최근 파업을 하고 있는 언론사들은 정치권력으로부터 확실한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명제는 가능한 것인가? 우리나라 방송사 사장 선임에 대한 획기적인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일명 낙하산 사장 논란과 이로 말미암은 공정방송 논쟁은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방송사의 파업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중요 선거가 다가오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점에서 왜 이런 파업을 강행하였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그동안 가만히 있다가 정권 말기에 흔들기 전략을 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지난 4년 동안 방송언론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했고 나름대로 공정방송을 지키고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한 반문이다. 미국의 수정헌법 제1조는 ‘표현 또는 언론의 자유’(the 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에 대한 국가의 침해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은 곧 시민의 표현 자유가 보장된다는 더 중요한 목적이 존재함을 말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언론사들의 공정언론에 대한 부르짖음을 단순히 특정 언론사의 자사이기주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문은 방송언론의 파업사태에 대해 심층적인 보도로 파업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야 한다.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무슨 이유로 파업하고 있으며, 이들이 방송스튜디오가 아닌 거리에서 마이크가 아닌 깃발을 들고 무엇을 부르짖고 있는지 신문이 바라보는 시각을 표현해야 한다. 한 지상파 방송사의 대표적인 개그프로그램은 12주째 시청률이 20%를 넘고 있다. 특히 정치 세태를 풍자하는 시사개그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상승시키는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혹자는 실종된 사회적 소통이 정치풍자 코미디를 통해 해소되는 양상이라고 말한다. 어느새 우리 사회는 코미디가 언론 대신 사회부조리를 들추고 꼬집는 시대로 접어든 것 같다. 신문이 신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이제 개그맨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다.
  •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영화프리뷰] ‘킹메이커’

    다시 ‘선거의 계절’이 돌아왔다. 최근 총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공천 갈등은 정치인들의 복잡한 속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킹메이커’도 대선 후보 경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정치권의 음모와 배신 등을 긴장감 있게 다룬 작품이다. ‘패러것 노스’라는 연극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것은 물론 직접 원작을 각색하는 숨은 실력까지 선보였다. 그와 친분이 두터운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했다. 국내에서도 올해가 총선과 대선이 맞물려 있는 ‘선거의 해’인 만큼 시기적으로 눈길이 갈 만한 부분이 꽤 있다. 영화의 배경은 잘생긴 외모와 안정된 가정을 바탕으로 대선 후보 경선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지사 마이크 모리스(조지 클루니)의 선거 캠프. 캠프의 선거 홍보관 스티븐 마이어스(라이언 고슬링)는 과감한 선거 전략으로 경선의 승기를 잡는 데 큰 공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그가 선거를 성공으로 이끈 숨은 실력자인 ‘킹메이커’로 이름을 날리자 스티븐의 상사는 그를 견제하고, 상대 후보의 진영에서도 그를 눈여겨보게 된다. 본격적으로 극의 전개가 시작되는 것은 스티븐이 선거 캠프에서 일하는 미모의 여성 인턴 몰리(에번 레이철우드)와 깊은 관계에 빠지면서부터. 늦은 밤 몰리에게 걸려온 모리스 주지사의 전화를 받은 그는 큰 혼란을 겪는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상대 후보 진영의 본부장과 은밀하게 접촉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알려질 위기에 처하면서 승승장구하던 그의 정치 인생은 발목을 잡힌다. 정치와 선거 전략이 복잡하게 그려지는 초반부는 다소 느슨하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인물들 간의 심리전과 두뇌 싸움이 극대화되는 중반부터 드라마가 살아나며 흡인력을 발휘한다. 특히 각종 스캔들과 폭로전이 난무하는 권력의 이면을 사실적으로 풍자하는 감독 조지 클루니의 연출 내공이 만만치 않다. 이 작품으로 정계 입문설까지 돌았던 조지 클루니는 “나는 이 작품은 정치영화가 아닌 정치 스릴러라고 부르고 싶다.”면서 “선거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긴장감을 전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문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스캔들 부분 등 다소 예측 가능한 결말에 김이 빠지기도 하지만, 라이언 고슬링 등 배우들의 명연기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인다. 새달 19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한가인보다 낫다? 100년 전 미인들 모습 공개

    약 100년 전인 1890년대 미국을 주름잡은 대표 미녀들의 사진이 공개돼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사진들은 미국 오하이오주 볼링그린주립대학교(Bowling Green State University)의 사회학교수인 찰스 H 맥커기 박사가 수 십 년 간 수집·보관해 온 것으로, 최근 오하이오주립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됐다. 흑백사진 속 주인공들은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유행한 풍자극의 연극 배우부터 스트립 클럽의 댄서까지 다양한 계층과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당당하고 아름다운 표정과 포즈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대부분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도록 강조하는 의상을 입고 있으며, 다리를 돋보이도록 하는 짧은 치마를 선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몇 해 전 패션계에서 유행한 수영복 패션이 100년 전에도 유행한 듯 몇몇 여성들은 허벅지를 훤히 드러낸 시원한 의상을 선보였다. 팔, 허리, 허벅지 할 것 없이 비쩍 마른 몸매가 미(美)의 기준인 현재와 달리, 대부분의 여성이 (현대 기준으로) 다소 통통한 몸매와 자연스러운 가슴라인으로 내추럴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이 사진들은 맥커기 박사가 풍자적 희극 예술과 범죄 행동의 연관성을 연구하기 위해 제작·수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당시의 사회상과 미의 기준을 살피는데 매우 충분한 역사적 자료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노스페이스 점퍼에 열광하는 10대에게

    노스페이스 점퍼에 열광하는 10대에게

     어린 시절, ‘Just do it’(나이키),‘ Impossible is Nothing’(아디다스) 등 광고문구만 들어도 ‘아, 그 스포츠 신발 브랜드!’하고 가슴 설렜던 기억,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게다. 지금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제2의 교복’이라고 불리는 노스페이스 점퍼가 학생들의 계급을 가른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청소년 세계에서 유명 브랜드 옷은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 그 이상이다.  ‘쉬반의 신발’은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연극이다. 예술의 전당 명품연극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 영국 국립극장이 최고 인기 작가인 팀 크라우치에게 의뢰해 만든 청소년을 위한 작품이다. 호주, 독일 등에서도 선보였으며 지난해 한국에서도 초연돼 ‘한국평론가협회가 선정한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쉬반은 동물 가죽으로 만든 신발에 반감을 갖고 아이들의 노동을 착취하는 명품 제조 회사를 비난하며 청소년 사회운동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중학교 2학년 소녀이다. 반면 쉬반이 짝사랑하는 같은 반 친구 숀은 ‘신발은 곧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이자, 브랜드마다 지닌 신발의 의미가 각기 다르다.’는 신념을 지닌 신발 마니아다. 그의 방안에 진열된 운동화만 자그마치 60켤레다.  등굣길 버스정류장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얼마 되지 않아 첫 데이트에 나선다. 첫 데이트를 성사시킨 건 역시 신발이다. 길 한가운데 놓여있던 강아지 똥에 숀의 신발이 박히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면서 이들은 옥신각신 다투다 데이트까지 하게 된다. 숀은 쉬반과의 첫 데이트에서도 신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쉬반은 인생에서 신발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숀에게 보여주겠다고 결심한다. 우여곡절 끝에 쉬반은 숀의 명품 브랜드 신발을 뺏어 전깃줄에 걸어 버린다. 그리고 뒤이어 자신의 낡은 운동화도 숀의 운동화 옆자리에 걸어 버린다. 끝내 쉬반과 숀은 맨발로 함께 거닐며 극은 마무리된다.  쉬반은 ‘신발은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가 결코 아니다. 자신의 신념이야말로 정체성의 가장 확실한 도구’라는 메시지를 숀은 물론, 관객에게 전달한다.  극 안에 등장하는 숀과 쉬반, 그리고 그들의 가족 등 많은 캐릭터들은 배우 전현아 혼자 소화해 낸다. 1인 모노극이기 때문이다. 전현아는 해설자(Story teller)로도 활약한다. 극에는 26켤레의 신발이 등장한다. 신발을 신은 사람이 없는데도 신발의 사이즈와 디자인, 놓여지는 위치 등을 통해 인물이 세밀하게 묘사되는데, 참 인상적이다.  쉬반은 9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된다. 2만~3만원. (02)580-1300.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탈핵 풍자화展’ 열려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탈핵 풍자화展’ 열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를 맞아 국내에서 ‘탈핵(脫核)’을 주제로 한 만화·풍자화 전시회가 열린다. 오는 14일까지 서울 견지동 평화박물관 전시실 ‘스페이스99’에서 열리는 ‘탈핵 311 풍자화전(展)’이다. 환경운동연합 등이 공동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서울 이후 전국 주요 도시에서 순회전을 꾸릴 예정이다. 박재동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김용민 시사만화가, 고경일 상명대 교수 등 국내 작가 17명을 비롯해 모리타 겐지 등 일본 작가 3명, 중국·요르단·폴란드·알바니아·쿠바·브라질·불가리아 작가들이 모두 4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쓰나미 충격으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 시민들이 방사능에 그대로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음에도 핵발전소 건설이 경쟁하듯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패러디하고 풍자한 작품들이다.10일에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기 행사가 열리는 시청 앞 서울광장으로 장소를 옮겨 전시회가 열린다. 지난해 3월 11일 발생했던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너비 30m 11cm 종이 위에서 만화가와 시민들이 함께 대형 그림을 그리는 행사가 열린다. 16일 서울 누하동 환경운동연합에서는 후쿠시마 출신 작가와의 대화, 작품 경매 등 폐막 행사가 진행된다. 수익금은 전액 탈핵 운동에 기부된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고경일 교수는 “해학적이고 익살스러운 만화와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이미지를 통해 예술의 힘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21세기 현대 문명 속에서 수많은 ‘옛것’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전통, 문화, 철학 등 무형 유산들은 그 소멸 속도가 더욱 빠르다. 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그 유산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9일 밤 7시 35분에 방영하는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과 유럽 대륙의 동쪽 끝에 맞닿아 신비로운 문화를 간직한 터키를 찾아간다. 그중에서도 도시 전체가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를 조명한다. ‘카라교즈’는 연극 주인공 이름에서 비롯됐다. 직설적이고 상스러운 욕을 일삼지만, 순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다른 주인공은 잘난 척하면서 영리하고 이기적인 인물인 하즈바트.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수많은 조연들이 출연하며 함께 연극을 이끌어간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다양한 정서와 모습이 스며있는 카라교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번 바뀌는 것이 특징. 터키의 역사와 지방 사투리, 터키인들의 다양한 인간사를 소재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풍자와 걸쭉한 대사가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카라교즈를 만드는 예술가를 ‘하알리’라고 일컫는다. 그림자 연극에 등장하는 가죽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장인일 뿐만 아니라, 연기와 노래를 하는 연기자이다. 극의 효과를 더해주는 음악감독으로서, 또 극의 전체 내용을 기획하는 작가로서 1인 다역을 해내는 종합예술인인 것. 하지만 많은 문화유산이 그렇듯, 터키에서도 전문적인 하알리가 그리 많지 않다. 프로로 활동하는 정상급 예술가는 15명 정도. 이들의 수제자를 모두 합쳐봐야 50~60명 수준이다. 제작진이 이스탄불에서 만난 하알리, 예민(52)은 자신을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20여년 전 터키 최고의 하알리에게 카라교즈를 배워 전통 방식 그대로 인형을 만들어 연기하고 노래한다. 여전히 배움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이지만, 기술과 신념을 전해줄 수제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이자 안타까움이다. 오래 전부터 아들 메흐멧(19)군에게 가르쳐왔지만,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아들은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다. 아버지 삶을 보며 자라 카라교즈를 사랑하긴 하지만, 평생 직업으로는 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예민은 어떤 방법으로 카라교즈를 지켜낼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車, 욕망을 선물하다

    車, 욕망을 선물하다

    포디즘, 그러니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생산물을 올려놓고 시간단위로 제품을 찍어내는 거대 공장은 어떤 이미지인가. 영화팬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릴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해야 하는 포디즘의 비인간성을 풍자했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여기다 한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포디즘을 비판한 채플린도 빨갱이로 몰렸지만, 포디즘을 만든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빨갱이로 몰렸다는 점이다. 노동자 일당이 평균 2.34달러이던 시절, 무려 5달러나 줬기 때문이다. 여기다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고, 기숙사를 제공했다. ‘가장 늦게 채용되고 가장 빨리 해고되는’ 흑인, 장애인, 여성까지 채용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노동할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찮은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퍼주다보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은 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저주가 그때라고 왜 없었겠나.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정작 포드 자신은 철저한 마초스타일의 우파였다는 사실이다. 생산해낸 차도 오직 기계적 단순함이라는 남성적 스타일만 강조했다. 이는 나중에 GM에 역전당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고립주의, 반유대주의를 고집했고 노조를 혐오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격찬받은 미국인은 포드가 유일했고, 1938년 히틀러는 제3제국 최고의 훈장 독일독수리최고대십자장을 수여하기까지했다. 포드는? 감사히 받았다. 다음 해에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런 포드가 왜 노동자들을 후하게 대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차를 사야 시장이 커진다. 그럴려면 주머니에 돈도 좀 찔러주고, 과도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어야 주말 드라이브라도 나갈 것 아니겠나. 포드 차를 타고 말이다. 포디즘은 합리적 생산방식으로 주목받는데, 사실 더 주목 받아야 할 대목은 여기다. 대량생산 제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대중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드 스스로도 빨갱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했다.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기 전에 낮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야 한다. 대중시장은 얻기 쉬운 열매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자동차를 다루되 무엇보다 ‘대중의 욕망’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포디즘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쭉 읊는데, 단순한 산업사라기보다 도시문화사나 미국문화사로 읽힌다. 건축, 도시, 지리학 등을 기초로 문명사를 다루는 루이스 멈포드, 데이비드 하비가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뉴욕의 불도저’ 로버트 모제스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동차산업의 발달이란, 곧 도로의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생태계의 변화, 그 결과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포괄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외곽타운화, 고립, 단절, 보수화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포디즘의 영향은 강력했다. 바우하우스 초대 교장인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1923년 조립식 주택을 만든다. 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린 것이다. 이는 교외의 대단위 주택 건설로 이어진다. 1947년 부동산업자 윌리엄 레빗이 조립식 주택으로 이뤄진 대단위 거주지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오늘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외 풍경이 속속 생겨난다. 이들은 ‘레빗 타운’이라 불린다. 교외사는 사람들의 도심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거대 도시를 장식하는 리본’이라 불리는 복잡한 고가도로들도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와 도로가 팽창하면서 햄버거가게 맥도날드, 실용적 모텔 체인 홀리데이인, 그리고 대형 쇼핑몰, 스타벅스가 흥행에 성공한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자동차란 적혈구를 타고 도로라는 혈관을 따라 미국 전역에 흘러든 것이다. 욕망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급속한 교외화로 인해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슬럼화된다. 슬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기존 거주자들에게 혹독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재개발)은 도시 빈민들을 다시 외곽으로 밀어낸다. 어렵지 않게 뉴타운, 용산사태 같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에도 기여한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랜 시간 차를 몰고 통근해야 하는 백인들에게, 보수적 독설로 가득찬 라디오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독설가 러시 림보와 글렌 벡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처음에는 대중시장을 통한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 자동차가, 오늘날 민주주의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벼운 서술이어서 문화적 논쟁 못지 않게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지식도 재미있다. 가령 GM은 왜 창업자 이름을 본뜨지 않고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General Motors)라는 이름을 택했을까. 최초의 로드무비는? 고급승용차를 뜻하는 세단(Sedan)의 유래는? 히틀러의 아우토반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4년 영화 ‘제임스 본드 - 골든 핑거’에 등장해 최초의 간접광고(PPL)로 꼽히는 차는? 토요타가 내놓은 크라운, 코로나, 코롤라라는 자동차 이름의 공통점은? 책 속에 답이 있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청년들이 전하는 러시아 현재와 미래

    [유대근기자 현지르포-막 오르는 ‘차르 푸틴’ 3막] 청년들이 전하는 러시아 현재와 미래

    “방법이야 어찌 됐든 푸틴 덕에 경제가 나아졌다. 검증된 후보가 푸틴밖에 없지 않은가.” 2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서북부 ‘1905년’역 인근의 한 사무실. 이 회사에 3년째 근무 중인 빅토리아(29·여)는 “대선 후보 중 누굴 지지하느냐.”라는 질문에 “기권하지 않는다면 푸틴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동료 로만(32)과 알렉산드라(31·여)도 검증된 후보라는 점에서는 푸틴에 나은 점수를 줬다. 이날 방담을 나눈 30대 안팎의 남녀 직장인 3명과 러시아 고등경제대 신입생 4명 등 러시아 청년들은 높은 전세가와 고물가, 대학 등록금 문제와 낮은 취업률 등 우리나라 청년층과 비슷한 고민을 품고 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푸틴의 능력’에 높은 점수를 줬지만 친구끼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푸틴의 풍자물을 돌려 보는 등 ‘최고 지도자’의 권위는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인상을 풍겼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던 현상이다. 러시아 청년 7명이 전하는 고민과 러시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로만과 그 동료들은 매달 2500달러(약 280만원)가량의 급여를 받는다고 했다. 러시아 근로자의 평균급여보다 높은 수치다. 이들은 “중산층 소득수준은 된다.”면서도 “집세로 1000달러 이상을 내고 나면 저축할 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시민 중 다수는 직장 때문에 이주해 온 외부인인데 최근 아파트 가격이 폭등해 내집 장만은 꿈도 못 꾼다. 신용대출을 받고 평생 조금씩 갚아가는 게 많은 시민들의 현실이라고 한다. 또 돈벌이를 위해 ‘투잡’(two-job)이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직장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전했다. 알렉산드라는 “전문성을 살려 통역이나 법률 자문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많다.”고 말했다. 시장경제의 틀 안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에게 21년 전 붕괴한 옛소련의 기억이 남아 있을까. 로만은 “페레스트로이카(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개혁 조치) 이전에는 상점에 물건이 없어 20시간씩 줄섰던 기억 등이 단편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이들 부모 가운데 “모든 것이 예측 가능했던 그때가 좋았다.”고 옛소련에 대한 향수를 품는 이도 있단다. 하지만 최근 20여년간 옛소련 붕괴와 채무지불유예(디폴트) 선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여러 차례 대혼란을 겪은 탓에 변화보다는 안정을 지향하는 인상이 짙었다. 경험 많은 푸틴에 유권자가 긍정적 신호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큰 듯했다. 이들은 “푸틴 외의 후보들은 당선이 목표인지, 출마가 목표인지 모르겠다.”거나 “새로운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측근들이 중앙에 들어오면서 부패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대선은 사실상 경쟁구도가 아닌 푸틴에 대한 신임투표가 된 듯 보였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후보가 없어 기권할 생각”이라는 로만의 답변에는 경쟁력 있는 야권 주자가 등장한다면 다음 대선에서는 새 인물이 바람을 탈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리기도 했다. 모스크바 동북부의 고등경제대 강의실에서 만난 4명의 학생들도 등록금 등 경제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안겔리나(18), 콘스탄틴(19), 예카테리나(19), 니콜라이(19) 등 1학년 학생들은 “학교 등록금이 2만 7500루블(약 110만원) 정도인데 다른 학교는 등록금이 40만 루블 가까이 한다.”고 말했다.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끼면 시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의사표현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더 싼 학교에 가거나 장학금을 받으면 그만”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러시아에서 5년 넘게 유학한 한 한국인은 “러시아 대학가에는 시위 문화가 없다. 특히, 명문대에 다니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사회주도계층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지도층에 반하는 시위를 이끌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부정총선 규탄 및 반(反) 푸틴 시위에 참여한 적이 없지만, 주변에는 참여한 친구들이 있다고 전했다. 참여 학생 중 자신의 노력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이도 있었지만, 단순한 호기심에 참가했다는 친구도 많았다고 했다. 하지만 완연한 변화의 기운도 감지됐다. 10~20대 청년들은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콘탁테’ 등을 통해 푸틴을 패러디한 사진을 돌려 본다고 했다. 또 모스크바 뒷골목에 들어가면 푸틴을 풍자하는 그래피티(벽그림)를 흔히 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몇 년 전만 해도 총리이자 대통령 후보자의 사진에 장난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다.”면서 “(푸틴 풍자물이 늘어난 것은) 아무래도 SNS의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 역시 푸틴을 진지하게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SNS에서 놀이하는 과정을 통해 푸틴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dynamic@seoul.co.kr
  • 美 한인사우나 총격현장 공개 파문…경매 부치듯 페북 올려 ‘못된’ 청소업체 사장

    피로 얼룩진 애틀랜타 한인 사우나의 처참한 내부 모습이 페이스북에 공개됐디. 애틀랜타 지역 방송인 WSB는 범죄현장 전문 청소업체인 ‘온신 서비스’(OnScene Services) 사장 스콧 보걸스키가 한인 5명이 총격으로 숨진 수정사우나 내부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놨다고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업체는 사건 발생 이틀 뒤인 지난 23일 사우나 내부 시설을 청소하고 정리했으며, 그 과정에서 피범벅이 된 찜질방과 마루, 사망자들의 혈흔이 묻은 가구 등 집기를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보걸스키는 또 사진 아래에 가구를 경매에 부치는 듯한 문구도 써넣었다. 희생자가 앉아 있던 상태에서 총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한 의자에 대해 “피 얼룩이 아주 조금 있다. 특히 (범인이 쏜) 45구경 칼리버 권총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국이 있어 톡톡 튀는 물건”이라며 25달러를 매겼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게시자의 반응이었다. 보걸스키는 “비공개로 올린 것인데 나의 풍자를 이해하지 못할 사람들이 보리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난 댓글에 시달리던 보걸스키는 문제의 현장 사진들을 내렸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아카데미 시상식에 ‘김정일 유골’ 들고 나타난 배우

    영국의 한 배우가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유골함을 들고 아카데미 시상식장에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제84회 아카데미시상식이 열린 미국 LA 할리우드에 배우 사챠 바론 코헨(40)이 ‘김정일’이라고 쓰여진 유골함을 들고 나타났다. 두명의 여성 경호원을 대동하고 등장한 코헨은 인터뷰 도중 진행자에게 유골을 쏟으며 “레드카펫을 밟는 것은 나의 꿈이었다.” 면서 “배우 할리 베리의 가슴에도 쏟으려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코헨이 들고 나타난 유골은 물론 실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골은 아니다. 코헨이 이같은 이벤트를 벌인 것은 자신이 주인공은 맡은 영화 ‘독재자’(The Dictator)를 홍보하고자 한 것.   당초 고헨은 이같은 돌발행동으로 악명을 떨쳐 아카데미 시상식 참석이 거부됐었다. 현지 언론은 “코헨이 시상식 최고의 패션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지만 전세계 언론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기상천외한 풍자로 유명한 코헨은 영화 ‘보랏 -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를 통해 주목받은 바 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국가직 9급 필기 출제 경향·대비법- (1) 행정학

    -국가직 9급 필기 출제 경향·대비법- (1) 행정학

    국가직 9급 공채 필기시험이 5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신문이 각 과목 인기강사가 전하는 올해 출제경향과 대비법을 매주 목요일 고시면에 5주간 연재할 계획이다. 연재는 행정학, 행정법, 한국사, 국어, 영어 순이다. 2년 전 여당 국회의원을 짐승에 비유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던 시사개그맨 노정렬(공무원단기학교)씨가 공무원 행정학 강사로 돌아왔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89학번인 그가 1994년 행정고시에 합격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노 강사에게서 올 9급 행정학 대비법을 들어봤다. →최근 9급 행정학 출제경향은. -최근 6년간 행정학 시험은 기초·정책·조직·인사·재무·지방·환류 등 7개 분야에서 골고루 출제됐다. 유형별로는 기본개념·이론이 80% 정도이고 나머지 20%는 법령이나 사례를 묻는 문제였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개념을 익히고 법령은 물론 사회적으로 주요한 이슈에 대해서도 행정학적 마인드로 대비하는 게 좋다. →올해 꼭 출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현대·실질적 의미를 모두 지닌 ‘거버넌스’,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 ‘성과를 강조하는 제반 이론과 현실들’, ‘지방자치에서 주민의 참여제도’ 등은 살아 숨쉬는 행정의 실례로 출제가능성이 높다. →효과적인 공부방법은. -행정학은 기본개념과 이론을 먼저 익히고, 현실 법령을 읽어 둬야 한다. 또 ①정독, ②속독, ③문제풀이를 반복해야 한다. 지금은 기본서를 정독하고 속독을 1회 한 뒤 요점정리를 하면서 문제풀이로 정리해야 할 시기다. →행정학이란 어떤 과목인가. -공무원으로서 가장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무원의 삶 속에서 살아 숨쉬는 과목이다. (수험생들이) ‘기분 좋은 부담’이라는 생각으로 극복했으면 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수험생으로 보내는 시간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열정을 불사르는 투혼의 시기다. 대학입시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직업공부를 하는 때다. 자기통제가 필요한 시간이며, 자신의 성실성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기간이다. →왜 강사가 됐나. -정치·행정 현실에 관심을 갖고 시사풍자를 해 오던 차에 제의가 들어왔다. 고민 끝에 예비공무원들을 쉽고 현실성 있게 가르쳐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15개월 만에 행시에 합격한 수험비법을 전수해서 수험생들에게 자신감을 북돋아 줄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