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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연휴, 가족과 전통예술에 흠뻑

    설 연휴, 가족과 전통예술에 흠뻑

    짧은 설 연휴, 가까운 공연장에서 다양한 국악과 전통놀이를 즐기면서 명절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국립국악원은 10일과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야외마당에서 설날 맞이 기획공연 ‘여민동락’(與民同)을 준비했다. 한 해의 소원을 빌고 차 한 잔과 덕담을 나누는 ‘접빈다례’, 음악·춤·그림이 어우러진 ‘풍류다회’ 등 세시풍속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국립국악원 소속 단체가 궁중무용 ‘처용무’, 관악합주 ‘경풍년’, 가사 ‘춘면곡’, 민요 ‘아리랑’ 등을 공연한다. 무대 위에서 서예가 김영삼 선생이 국립국악원의 신년휘호를 쓰고, 전정우 선생이 계사년 상징인 뱀을 그릴 예정이다. 관객들에게는 전통주와 한과를 제공한다. 국립국악원 야외광장에 제기차기, 투호 등을 경험하는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을 만들었다. 예악당 로비에는 토정비결을 보고 가훈을 써주는 코너도 마련했다. 1만원. (02)580-3300.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9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설맞이 국악한마당’ 연주회를 올린다.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자리로 궁중 연례음악 ‘수연장지곡’, 가곡 ‘영제시조’, 무용 ‘장고춤’, 민요 ‘금강산타령’, 풍물놀이 ‘판굿’ 등으로 구성했다. 수석지휘자 김철호, 집박 채수만, 가곡 예능보유자 이종록, 한국무용가 장선희 등이 출연한다. 공연 1시간 전부터 좌석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051)607-3123. 서울 중구 정동극장은 전통뮤지컬 ‘미소’(MISO)의 9·10일 관람객에게 설맞이 한과를 선물한다. 이날 극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28일까지 공연예매권, 가족&연인 패키지(공연 티켓 2장·전통의상체험촬영)를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4만~5만원. (02)751-15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0시) 많은 생명의 휴식처이자 안전한 보금자리, 섬은 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살아 있는 마지막 땅이다. 우리나라에만 3100여개에 이르는 섬은 육지와 격리되고 인간과 동물의 이동으로부터 단절되면서도 생명의 풍요로운 노래가 들려오는 곳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은 고립된 땅, 섬에 대한 아주 특별한 생태 보고서이다. ■삼생이(KBS2 오전 9시) 한약 건재상 오인수네 집에서 식모살이를 하게 된 삼생(현승민)은 오인수의 아들 지성에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삼생을 찾아 헤매던 동우는 삼생이 새로운 식모살이를 하고 있다는 말에 내심 섭섭해 한다. 한편 동우한테서 삼생의 얘기를 전해들은 봉무룡은 가족들에게 삼생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겠다고 말한다. ■7급 공무원(MBC 밤 9시 55분) 교육원으로 들어간 신입요원들은 사격과 카지노 수업 등을 받으며 훈련에 열중한다. 길로(주원)와 도하(찬성)의 실력은 매 훈련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이 백중세다. 한편 길로는 도하에게는 다정한 서원(최강희)에게 괜한 심술을 부리지만, 왈츠 수업 시간에 드레스를 입은 서원의 모습에 눈을 떼지 못한다. ■세상의 모든 다큐(KBS2 밤 12시 40분)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탈리아. 위대한 영국의 작가 셰익스피어도 낭만과 아름다움과 신비함이 살아 숨쉬는 이 나라에 푹 빠져 있었다. ‘말괄량이 길들이기’, ‘로미오와 줄리엣’ 등 이탈리아가 배경이 된 그의 대표적 작품들을 만나보며, 그 안에 생생하게 살아 있는 이탈리아의 참모습과 진짜 감성을 느껴본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45분) 라오스 사라반주에 위치한 대형 숯 공장에서는 아침부터 연기가 피어오른다.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숯의 재료로 쓸 나무를 베는 그들의 손은 상처로 가득하다. 나무를 옮겨 도착한 숯 공장은 24개의 가마가 쉴 틈 없이 숯을 만들어 낸다. 좁은 가마 안에 나무를 쌓는 일, 다 된 숯을 꺼내는 일은 중노동을 방불케 하는데…. ■HD 다큐월드(OBS 오후 6시 10분) 석유가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와 녹색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하는 리치먼드의 안젤라 그린이 석유 없는 미래에 대해 경고한다. 한편 실리콘 밸리에서 녹조류로 기름을 생산하는 기술의 실용화 단계를 살펴보고 석유 없는 삶을 실험하고 있는 벨기에의 브롬먼을 만나본다.
  • [24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동행(KBS1 밤 11시 40분) 엄마의 가출과 아빠의 알코올 중독으로 오갈 데 없는 원일이와 동생 형준이에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집이 되어 주었던 보육원. 하지만 스무 살이 되는 원일이는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그렇게 퇴소를 시작으로 동생과 아빠까지, 세 식구가 함께 살고 싶은 원일이는 월세방 보증금 모으기에 나선다. ■삼생이(KBS2 오전 9시) 금옥의 명령으로 봉무룡이 지어준 보약을 대신 먹게 된 삼생은 설사를 하게 되고, 봉무룡은 삼생에게 체질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새 보약을 지어준다. 사기진은 자꾸만 가까워지는 삼생과 봉무룡에 안전부절못한다. 게다가 막례로부터 봉출이 약초를 팔러 서울에 갈 거라는 전화를 받게 되자 심한 불안에 사로잡힌다. ■불만제로 UP(MBC 밤 8시 50분) 요즘 엄마들의 로망인 해외 명품 유모차. 그 중에도 노르웨이의 S사 유모차는 선호 1순위다. 안전하고 편하다고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다. 한편 P 인터넷쇼핑몰에서 구매하면 시중 매장가 160여만원짜리 유모차도 90만원에 구입 가능하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유모차는 수개월째 깜깜무소식이라는데….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SBS 밤 8시 50분) 세상이 놀랄 만한 신(新) 자린고비가 등장했다. 30년째, 지갑 한 번 열어본 적 없다는 오늘의 주인공 홍송자 할머니는 강릉 바닥에서 이미 소문 자자한 구두쇠다. 그런데 패션만큼은 그 누구도 따라올 자가 없다. 발목까지 오는 롱드레스에 깔맞춤 챙 모자까지 화려함으로 중무장한 할머니의 일상을 엿본다. ■세계테마기행(EBS 밤 8시 50분) 일본 홋카이도 천혜의 자연과 그 자연이 선물한 풍요로움을 만나 본다. 전국 연어 어획량의 88%를 차지하는 홋카이도의 앞바다는 풍요 그 자체다. 이처럼 풍부한 연어 어획량 덕분에 이곳은 연어요리가 잘 발달할 수 있었다. 그 중 1880년에 설립되어 120년 전통을 자랑하는 연어요리 전문점을 찾아가 본다. ■건강버라이어티-올리브(OBS 밤 11시 5분) 유쾌한 토크와 운동, 퀴즈를 통해 연예인들의 건강한 삶의 비법을 알아보며, 명의들이 직접 출연해 건강한 삶에 도움이 되는 비법을 공개한다. 이번 주는 섹시 아이콘 개그맨 곽현화와 함께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해 알아본다. 과연 건강한 몸을 타고났다는 그녀의 건강 상태는 안전할까. 이 프로그램은 방송사 사정에 따라 바뀔 수도 있습니다. KBS 02-781-1800 MBC 02-780-0015 SBS 02-2113-3190 OBS 032-670-5000 EBS 02-526-2000 서울신문STV 02-777-6466
  • [CEO 칼럼] ‘위기경영’에는 ‘함께 이끌어가는 리더십’/박상진 ㈜한양 부회장

    [CEO 칼럼] ‘위기경영’에는 ‘함께 이끌어가는 리더십’/박상진 ㈜한양 부회장

    풍요와 다산, 지혜의 상징인 뱀의 해인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새 희망을 안고 출발한 지도 어느덧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 5년을 뒤로하고 새로운 정부의 출범이 분주한 이때 우리 건설업도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크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누적돼 온 경제의 불확실성은 해가 갈수록 기업의 경영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국제 경제의 불확실성은 국내 실물경기의 침체로 이어졌다.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 돼주던 건설, 철강, 조선 등 주요 기간산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으면서 현재 관련 기업들이 워크아웃과 기업회생 절차를 밟는 등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그나마 양호한 수출 실적으로 경상수지 흑자를 달려온 국내 경제도 거듭된 침체로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이처럼 위태로운 살얼음판 경제와 어려운 기업환경을 대변하듯 기업들은 올 한 해 경영의 화두로 과거의 ‘지속성장’과 같은 성장 위주의 경영이 아닌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고 기업의 가치를 영속하기 위한 ‘위기경영’ ‘생존경영’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하고 힘든 시기에는 무엇보다 기업경영의 최일선에 선 경영자가 조직원들을 이끌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하겠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최고의 병법서이자 현대에 와서는 경영 지침서로도 널리 읽히고 있는 손자병법의 모공편에 보면 ‘상하동욕자승’(上下同欲者勝)이란 한자성어가 나온다. ‘장군과 병사들이 같은 꿈을 가지고, 같은 목표를 위해 하나가 되어 임하면 반드시 승리한다’는 의미로 개인의 역량보다는 전체 조직이 하나가 됨으로써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럼 이러한 개인들의 역량을 하나로 묶어 생존과 위기극복이라는 난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리더가 가져야 할 항목은 무엇인가. 첫째는 리더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다. 조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단순히 강요하기만 하면 오히려 역효과만 발생한다.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강요만 하는 것이 아니라 위기의식을 고취하고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을 통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동기를 부여하는 코칭까지도 함께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둘째는 비전을 공유하는 능력이다. 모든 조직은 늘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그 비전에 대한 참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조직의 위기를 극복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조직이 크든 작든 함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여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함께 나아감을 제시하는 비전의 공유는 생존경영에서 리더가 지녀야 할 중요한 항목 중 하나다. 끝으로 함께 실천하는 솔선수범의 역량이다. 현재의 비상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나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내부 업무를 추진하는 데 있어서 단순히 지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조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먼저 실천해 나가는 모습이 필요하다. 리더의 솔선수범은 조직원들의 신뢰를 마련함과 동시에 동기부여 효과까지 더해져 더 큰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리더와 조직원 간은 수직적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임을 인지하고 더불어 이러한 동질성을 가지고 적극적인 태도와 행동으로 나아간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다. 위기경영은 경기가 침체에 빠질수록 제대로 준비된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상하가 똘똘 뭉쳐 전략적인 포지셔닝을 구비한 기업은 경제가 위축되고, 회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위기를 변화에 대한 기회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자세로 나아가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제대로 된 위기의식을 갖고 위기를 극복하느냐, 기회로 승화시키느냐는 기업과 조직원들 스스로의 자세에 달려 있다.
  • 포르노 프로그램 즐겨보는 암컷 침팬지 화제

    동물원 우리에서 주로 포르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보내는 암컷 침팬지가 화제에 올랐다. 최근 스페인의 영장류 동물학자 파블로 에레로스 박사는 수년간 동물원 침팬지의 행동을 조사하며 얻은 연구결과를 현지 일간지 ‘엘문도’에 게재했다. 에레로스 박사가 이같은 연구를 시작한 것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우리가 침팬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조사하기 위해서다. 결과적으로 이는 각종 인공적인 발명품들로 둘러싸인 인간도 비슷한 영향을 받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추론이다. 박사가 포르노에 중독된 침팬지를 발견한 것은 서블 동물원을 방문하면서다. 이곳에서 그는 지나라는 이름의 암컷 침팬지가 주로 포르노 프로그램을 즐겨본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에레로스 박사는 “동물원 측이 홀로 외롭게 지내는 지나를 위해 우리에 TV와 리모컨을 나뒀다.” 면서 “놀랍게도 지나는 며칠만에 리모컨 쓰는 법을 완벽히 터득했다.”고 밝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이후 벌어졌다. 지나가 주로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포르노 채널이었기 때문. 에레로스 박사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침팬지도 강렬한 성적 욕망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행동”이라면서 “우리 안에 인공적으로 설치된 각종 장비들이 침팬지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영향을 미쳐 그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인터넷뉴스팀 
  •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생명의 窓] ‘다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보경 서울 법련사 주지 스님

    칼럼을 쓰게 되면서 가장 많이 생각난 분은 법정 스님이다. 불문에 들던 1980년대 초반, 필자는 송광사에서 행자생활을 시작했고 법정 스님은 불일암에 계셨다. “행자는 논하는 논자도 아니고, 말하는 언자도 아닌 행하는 행자일 뿐이다”라는 말이 금언처럼 행자실에 전해지고 있었는데, 입은 없고 몸만 있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행자들은 후원의 공양과 각 법당의 청소 외에도 스님들의 처소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시자로서의 소임을 겸했다. 행자들 사이에서 가장 선망의 것은 법정 스님이 계시는 불일암에 우편물과 신문을 올려드리는 소임이었다. 여느 행자들이 도량 안에 머물며 후원의 잡무를 치러 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1시간 정도의 열외가 주어진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 무렵 스님께서는 여기저기 강연도 하고 신문에도 글을 자주 내고 계셨다. 아마 ‘50’ 이쪽저쪽의 연세가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스님의 글을 유심히 보았던 이유는 한 공간에서 보고 듣는 느낌과 그 표현의 감각들이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그런 ‘다름’에 대한 호기심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다. 여름 장맛비에 오후 소임이 없어 각자 책상 앞에 앉자 있던 어느 날, 스님의 책을 붙들고 있다가 누군가로부터 “행자님은 법정 스님처럼 되고 싶은가 보다”라는 뜻밖의 말을 듣기도 했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스님을 처음 뵈었던 시절의 스님 나이가 되었다.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듯 일깨움을 주셨던 법정 스님과 달리 도심 포교당 주지를 맡고 있는 나는 ‘도시인’으로서 세상을 읽어내야 하는 운명이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작금에 나의 관심은 ‘인생50’에 대한 천착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잘 살고 싶고, 더욱 기품 있게 나이 들고 싶은 꿈이 가슴 깊은 곳에서 바스락거린다. 인도에서는 50세를 ‘바나플러스’라고 부른다고 한다. ‘산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때’라는 말인데,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것을 마주할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간에도 대화가 되지 않으면 오래 마주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공자님은 이 나이를 ‘지천명’(知天命 )이라 하셨다. 적어도 인생 오십에는 세상 모든 문제의 답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하고, 또 그럴 수 있는 나이라고 보셨던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기사에서 ‘행복지수’에 대한 글을 읽었다. 갤럽에서 세계 148개국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97위라 했다. 설문은, 잘 쉬었다고 생각하는지/ 하루종일 존중받았는지/ 많이 웃었는지/ 재미있는 일을 했거나 배웠는지/ 즐겁다고 많이 느꼈는지 등의 다섯 항목으로 되어 있었다. 이 다섯 가지를 실현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떠나 달리 행복을 이야기할 수도 없다. 행복을 위해 몸부림치면서도 어쩌면 그 행복의 정원에는 영영 이르지 못할 것만 같은 현대인들의 어렵고 불안한 삶들이 아프게 다가온다. 세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역대국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정작 일상에서는 안락하지 않고 존중받지 못하며 웃지 않는 사회 속에 공존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러시아 출신 신비주의자 구제프는 “지팡이에는 양 끝이 있다”라고 했다. 좋은 사회, 행복한 삶은 서로 다름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성숙되어 간다. 새해에는 우리 사회에 ‘다름’이 인정되고 또 그것이 넘쳐났으면 좋겠다.
  • “혁신적 부품이 새 모바일기기 시대 열 것”

    우남성 삼성전자 시스템대규모집적회로(LSI)사업부 사장은 9일(이하 현지시간)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제품이 출현해 새로운 모바일 기기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면서 “혁신적인 모바일 부품과 솔루션이 그 변화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사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전시회(CES) 2013’ 기조연설에서 ‘가능성의 실현’을 주제로 새 모바일 기기의 출현을 이끌 원동력으로 반도체 부품과 솔루션의 역할을 설명했다. 우 사장은 “삼성의 첨단 기술이 사회적 경계를 넘어 여러 분야와 조화를 이룰 때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면서 “삼성전자가 열정적으로 추구해 나갈 비전인 가능성의 실현이 인류 사회를 풍요롭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혁신이 시작될 수 있는 구체적인 분야로 데이터 프로세싱, 저전력 메모리, 디스플레이 기술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찬조 연사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참여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삼성전자 임원이 CES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2002년 진대제 전 사장과 2011년 윤부근 소비자가전(CE)담당 사장에 이어 세 번째다. 한편 이날 윤 사장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 목표를 5500만대로 잡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판매량인 5130만대보다 7%가량 늘어난 수치로, 시장 평균 성장 예상치(2%)보다 높은 수치다. 라스베이거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광장] 박 당선인, 국민과의 허니문이 가기 전에/구본영 논설실장

    [서울광장] 박 당선인, 국민과의 허니문이 가기 전에/구본영 논설실장

    독일의 역사학자 위테크는 “신은 누군가를 멸망시키기에 앞서 뜨거운 권력을 누리게 한다”는 ‘섬뜩한’ 명언을 남겼다. 부디 당선인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초심만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허니문. 인생에서 가장 달콤한 시절이다. 하지만 그 꿈같은 밀월은 아쉽게도 금세 가 버린다. 신혼 여행지의 해변에 부서지는 물보라처럼 말이다. 평생 혼자 살았던 엘리자베스 1세가 “나는 영국과 결혼했다”고 했던가. 지난 대선에서 독신 박근혜 후보도 나이 육십에 대한민국에 청혼했다. 국민은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박 당선인에게는 앞으로 짧으면 6개월, 길어야 취임 후 1년이 가장 행복하면서도 중요한 시간일 듯싶다. 미국에서도 6개월∼1년이란 허니문 기간엔 야당과 언론이 백악관에 대한 거친 비난을 자제한다지 않는가. 안타깝게도 박 당선인은 야당과의 긴 허니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1987년 직선제 재도입 이후 처음 과반 득표, 최다 득표로 당선되긴 했지만, 상대 후보에 표를 던진 48% 역시 역대 최대 비율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 다수는 문재인 후보의 ‘급격한 변화’보다 당선인의 ‘책임감 있는 변화’에 손을 들어 줬기에 ‘안티세력’의 발목 잡기를 지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게다. 다만 금쪽같은 허니문을 스스로 허비하는 자충수는 없어야 한다. 인수위 출범 과정에서 ‘밀봉 인사’등 온갖 잡음이 나왔기에 하는 얘기다. 당선인이 허니문이 끝나기 전에 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뭔가. 무엇보다 집권 5년의 국정 기조를 명료하게 제시하는 일이 아닐까. 당선인은 선거 기간 내내 핵심 국정 모토로 ‘국민행복’을 내세우긴 했다. “무너진 중산층을 70%까지 복원해 다시 한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이루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한 바 있다. 한데 당선인이 선거 막판 내건 ‘잘 살아보세’란 낯익은 구호의 원조는 그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이 이 간명한 메시지를 18년 집권 중 일관되게 밀어붙여 절대 빈곤을 추방하고 산업화의 기반을 성공적으로 닦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는 그의 독백에서 보듯 장기 독재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측면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당선인의 국정 철학이 아버지 때와 달라져야 할 이유다. 5년 단임 정부가 단숨에 물질적 풍요를 국민에게 선물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음을 이명박 정부의 부도난 747공약(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이 입증했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높아진 이후엔 더는 소득과 정비례해 국민의 행복지수가 상승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다. 하기야 인기 없는 이명박 정부도 올 들어 1인당 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명을 일컫는 20-50클럽에 가입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일본을 추월했다. 하지만 미국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149개국을 대상으로 국민행복 체감도를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놀랍게도 96위였다. 박근혜 정부가 담대하게 국정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할 까닭이다.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약속은 총량적 소득 증대에서 국민 ‘삶의 질’의 고양이라는 목표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며칠 전 오랜만에 레게 리듬에 실려 오는 ‘굼베이 댄스 밴드’의 올드팝 ‘엘도라도’를 듣다가 무릎을 쳤다. “진정한 엘도라도는 다이아몬드와 황금이 아니라 평화와 모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마음”이라는 대목에서였다. 당선인은 국민의 평균적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임을 인식하고 소외계층을 보듬는 데 진력해야 한다. 물론 지속가능한 복지는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박근혜식 ‘잘 살아보세’는 복지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기에 아버지 시절보다 훨씬 지난한 과제일 게다. 하지만 어쩌랴. 시대의 소명이라면. 독일의 역사학자 위테크는 “신은 누군가를 멸망시키기에 앞서 뜨거운 권력을 누리게 한다”는 ‘섬뜩한’ 명언을 남겼다. 부디 당선인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는 초심만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kby7@seoul.co.kr
  • [씨줄날줄] 물물교환의 기적/임태순 논설위원

    조그만 책갈피가 돌고 돌아 축구공, 아이패드로 변신하는 기적이 연출됐다. 서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일어난 일이다. 이 병원 의사·간호사들은 소아암 어린이 환자들에게 줄 새해 선물을 물물교환으로 마련하기로 하고 병원 로고가 새겨진 책갈피를 주변에 퍼뜨렸다. 책갈피는 동료들의 손을 거쳐 다이어리, 핸드크림 등으로 불어나 축구화가 됐고 이어폰, 머리띠 등을 거쳐 아이패드가 됐다. 선물을 받은 사람이 마음을 담아 다른 사람에게 더 큰 선물로 답례하다 보니 빚어진 마법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은 더 없는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대에서나 기적이지 아득한 옛날에는 늘 있었던 일이다. 남태평양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겐 선물의 순환 고리가 있었다고 한다.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가 ‘증여론’에서 밝힌 내용이다. 남태평양 트로브리얀드제도 원주민들은 선물을 받으면 다른 사람에게 답례를 하고 답례를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선물을 한다. 선물은 주변의 손을 거치면서 증식돼 더욱 커진다. 선물은 돌고 돌아 최초 선물 증여자에게 되돌아가고 결국에는 구성원 모두가 선물을 주고받게 된다. 북아메리카 북서해안의 인디언들은 자녀가 태어나거나 성년이 됐을 때 주위 사람을 초대해 베푸는 ‘포틀래치’라는 풍습이 있다. 포틀래치는 치누크족 말로 ‘식사를 제공하다’ ‘소비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선물을 받으면 더 큰 선물로 답례를 해야 한다. 답례를 못 하면 ‘선물게임’에서 지게 되는데 최종 승자는 대부분 부족의 추장이 된다고 한다. 추장은 더 큰 것을 베풀면서 권력과 권위를 갖게 되고, 사회적으로는 부의 재분배가 이루어진다. 나눔의 전통은 남태평양이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인도의 힌두 경전을 보면 ‘나를 받고 나를 다시 주세요. 나를 주면 당신은 나를 다시 얻게 됩니다’라고 해 역시 베품의 순환을 강조하고 있다. 유럽에서 ‘이익’ ‘개인’이라는 관념이 널리 유포된 것도 합리주의와 상업주의가 등장한 17세기쯤이었다고 하니 주고받고 답례하는 의식은 인류의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지구는 유례없는 번영을 구가하고 있지만 나눔에는 여전히 인색하다. 아프리카에서는 수백만명의 아사자가 발생하고 선진국 미국에서도 쓰레기통을 뒤져 연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우리 주변을 둘러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고받기는커녕 되로 주고 말로 받으려는 욕심만 넘친다. 탐욕의 신인 ‘마몬’을 숭배하는 것보다 더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선인의 지혜가 그리운 시절이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김종민 이 생각 저 생각] 새해 마그네슘 덕담

    상상의 동물 용의 해는 가고, 현실의 동물 뱀의 해 태양이 높이 솟았다. 뱀은 난생이고 둥글고 긴 선형이며, 발이 없고 허물을 벗는다. 다른 10간지 동물들과 생김은 다르나 생태적 덕목은 교훈적이고 상징적이다. 뱀은 많은 알을 낳는 다산(多産)으로 풍요와 번영을 상징한다. 발이 없는 선형이라 직선에서 곡선, 그리고 원으로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유연함에서 변화에 잘 대처한다는 교훈을 준다. 의신(醫神) 아스클레피우스의 지팡이를 감은 뱀은 허물벗기로 치유를 나타낸다. 탈피(脫皮)는 불사와 재생은 물론 혁신을 뜻한다. 세상이 어지럽고 혼탁했다는 거세개탁(擧世皆濁)의 지난해 허물을 벗고 올해는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란다. 땅은 넓고 인구는 적고, 규제는 많고 타당성은 수요 논리에 밀려온 강원도의 경제는 오랜 세월 위축의 길을 걸어왔다. 1980년대까지 전국의 4%대를 유지해 오던 경제는 2000년 2.9%, 2005년 2.7%, 2010년에는 2.5%로 떨어졌다. 에너지 수입으로 무연탄이 퇴출되고, 환경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산 시멘트 소비가 감소한 것이 주원인이었다. 1990년대 이래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운 산업 조정기를 겪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신소재·바이오·의료기기·콘텐츠 등 새롭게 떠오르는 분야를 집중 발굴하고, 소홀했던 제조업의 육성으로 눈을 돌리면서 광업과 관광업의 역할이 컸던 산업지형에 변화가 나타났다. 강원도 경제가 전향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해 강릉 옥계에서 포스코가 생산을 시작한 마그네슘은 동해안경제자유구역의 기반이 되고 산업의 체질을 바꾸며, 강원도의 성장과 도약에 전기를 열어 가고 있다. 마그네슘은 철과 합금되어 강판을 경량화하고 자동차 연비를 높이는 데 쓰이는 핵심 비철 소재로 전기차량과 정보기술(IT) 분야 등에 널리 쓰인다. 충전하는 데 오래 걸리고 부존량이 부족해 문제가 있는 리튬전지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게 바로 마그네슘 전지다. 가볍고 단단하며 고열에 견디는 소재인 지르코늄이나 티타늄을 생산하려면 마그네슘을 환원제로 써야 한다. 사진관에서 섬광을 만드는 데 쓰이다 퇴출된 것으로 알았던 마그네슘의 변신과 진화가 놀랍기 그지없다. 마그네슘의 원료인 마그네사이트는 세계 매장량의 50%가 북한의 함북 단천지역에 묻혀 있다. 중국은 세계 마그네슘의 87%를 생산하면서 사실상 독점 공급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강원도의 돌로마이트 원료를 이용하여 포스코가 생산하는 마그네슘은 전략 희소금속 확보의 안전판일 뿐만 아니라, 세계 마그네슘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일이다. 자국 내 마그네슘 생산이 없는 일본의 자동차업계가 동해안 자유경제구역으로 진출을 모색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남북 경제협력이 원활해져 북한의 마그네사이트가 옥계의 첨단 생산능력과 결합하면 시너지는 매우 커질 것이다. 이는 7000조원이 넘는 북한의 자원을 남북이 본격적으로 합작 개발하는 서곡이 되고, 동북아 산업지도의 강원도발(發)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강원도는 2013년 성장률이 전국 평균 전망치 3.1%보다 2.1%p 높은 5.2%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2년 성장률은 전국 평균 2.3%보다 1.7%p 높은 4.0%를 달성한 것으로 추계됐다.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국 평균을 앞지른 성장이다. 국내외가 유럽의 경제위기로 고전하는 가운데 달성된 이 성과는 유의미한 일이다. 2013년의 전망과 2012년의 성취는 소득 2배, 행복 2배, 하나된 강원도의 지향에 대한 청신호로 읽힌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하여 연 10% 이상 7년 넘게 지속성장하며 지역 총생산을 2배 이상 달성했다. 뱀이 지닌 덕목처럼 유연하게 변화를 수용하고 성장을 위해 껍질을 벗는 혁신을 통하여 마그네슘의 섬광처럼 빛나게 웅비하는 강원도를 그려 본다. 날아라 강원도, 마그네슘과 함께!
  • [씨줄날줄] 뱀의 해/육철수 논설위원

    한자문화권에서는 점성학·풍수지리학·사주학 등의 역학(易學)이 사람들의 실생활과 심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역학 가운데 오행(五行)의 기운을 살펴 개인사의 길흉을 알아보는 사주학은 전문가의 영역을 벗어나 뭇사람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해가 바뀌면 토정비결을 보거나, 날마다 신문 운세란을 살피는 일은 재미가 쏠쏠하다. 일진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좋으면 좋은 대로 기분이 상쾌하고, 나쁘면 나쁜 대로 경계의 마음을 다지기 때문이다. 사주의 바탕은 오행을 음양으로 나눈 10개의 천간(天干)과 12개의 지지(地支)다. 천간과 지지의 조합인 60갑자(甲子)를 활용해 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따져 보면 어지간한 인생의 미래는 다 들어 있다. 운세와 운명이 이런 요소에 따라 달라진다니 믿어야 할지, 말지는 순전히 마음에 달린 일이다. 이런 분위기를 이용한 ‘띠 상술’도 활개를 친다. 이를테면 천간 가운데 갑을(甲乙)은 푸른색, 병정(丙丁)은 붉은색, 무기(戊己)는 노란색, 경신(庚辛)은 흰색, 임계(壬癸)는 검은색을 나타낸다. ‘황금돼지띠’ ‘백호띠’ ‘흑룡띠’ ‘흑사띠’ ‘백말띠’ 등은 바로 태어난 해의 천간에 의해 붙여진 것이다. 지난 2007년 정해년(丁亥年)은 몇백년 만에 오는 황금돼지띠라 해서 평년보다 4만명이나 더 태어났다. 원래는 ‘붉은 돼지’인데 중국인들이 붉은 것은 재물을 가져다 준다며 황금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오행에 ‘정해’는 ‘옥상토’여서 흙처럼 누런 황금색을 띠의 이름 앞에 갖다붙였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단순한 상술이었을 뿐인데, 산모들은 제왕절개까지 하면서 아이를 낳았다. 황금돼지띠 아이들은 유치원 입학 때부터 치열한 경쟁에 시달린다니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백말띠 여자는 별나다’는 속설 탓에 말띠해엔 여자 아이의 탄생이 줄어든다는데, 진위를 떠나 ‘말(馬)이 웃을 일’ 아닌가. 올해는 뱀띠해(癸巳年), 그중에서 ‘검은 뱀(黑蛇)의 해’란다. 뱀에 대한 좋은 말도 많고 나쁜 말도 많지만, 역술가들은 뱀이 지혜롭고 불사(不死)·영생(永生)에다 풍요와 다산(多産)의 상징이라고 입을 모은다. 뱀은 음양의 귀를 동시에 열어놓는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뱀띠 인물 가운데는 지식과 지혜를 겸비해 두뇌가 명석하고, 한번 마음 먹으면 끝까지 파고드는 인재들이 적지 않다. 뱀이 희면 어떻고 검은들 또 어떠랴. 마침 나라에서 올해부터 국민 세금으로 무상보육도 시켜준다. 아무쪼록 튼튼하고 지혜로운 뱀띠 아기들이 올해엔 많이많이 태어났으면 좋겠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미국인 눈에 비친 한국 혼혈아의 아픔과 꿈

    “조 윈터의 어머니는 창녀였다…그녀는 원한과 증오가 뒤범벅된 고통스러운 발작 속에 아이를 자궁 밖으로 쫓아 버리듯 쏟아내며 숨을 거뒀다. 행상인 한 무리는 흑인 혼혈 아기가 태어난 모습을 쳐다보더니 욕지기를 내뱉으며 하나둘 자리를 떴다.”(10쪽) 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의 미군 기지촌과 혼혈아는 어떤 모습일까. 저명한 미국 극작가인 데이비드 L 메스는 그의 첫 소설 ‘이태원 아이들’(정미현 옮김·북멘토 펴냄)에서 이 같은 문제를 조심스럽게 조망한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접한 1960~1970년대의 한국을 만날 수 있는 ‘시간여행’이자 다문화 사회의 초입을 건넌 한국사회에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다. 소설은 늘 그렇듯이 한국사회의 ‘이방인’이 된 한국인의 얘기를 다룬다. 1960년 서울의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태어난 여자아이에겐 ‘병석’이란 투박한 이름이 주어졌다. 미군 흑인 남성과 한국인 ‘양공주’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부모의 얼굴을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병석을 낳은 직후 숨을 거뒀고, 아버지는 한국을 떠난 뒤였다.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아무렇게나 옮겨지며 황량한 유년기를 보낸 아이는 구걸로 목숨을 부지한다. 거리 가판대의 푸근한 노점상 아저씨, 광화문 여관의 대학생 지배인 등을 만나며 보살핌 속에서 차츰 세상에 눈을 떠 간다. 병석의 인생 목표는 오직 한 가지, 바로 아버지가 있는 풍요로운 미국에 가는 것이다. 병석은 백인 혼혈 소녀인 미희와 ‘동병상련’의 우정을 쌓고, 다리를 저는 ‘절뚝이’의 도움을 받아 이태원에 삶의 터전을 다진다. 병석과 미희를 둘러싼 현실이 냉혹해질수록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더없이 따뜻하게 그려진다. 병석은 일본인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결국 미국 뉴욕으로 출발하고, 그곳에서 이름도 ‘조 윈터’로 바꾼다. 소설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냉혹한 현실 곳곳에 끼어든 미담이 다소 현실감을 떨어뜨린다는 것이 ‘옥에 티’다. 3년간 자료 조사에 매달린 작가는 한국 전쟁 직후 변해 가던 서울의 거리를 사실적으로 담아 냈다. 그의 아내는 한국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성장한 미국인으로 소설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작가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수많은 혼혈아와 인터뷰했고, ‘이태원’ ‘사창가’ ‘혼혈아’ ‘앵벌이’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이들의 고통이 가장 응집된 시간과 공간은 1960~1970년대 서울 한복판의 이태원이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책꽂이]

    ●대통령의 설득법(이성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김대중, 노무현, 버락 오바마, 빌리 브란트, 김용, 윌리엄 처칠, 조지 부시, 후진타오, 로널드 레이건 등 국내외 지도자들의 정치적 언설을 분석해 지도자가 어떻게 말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해 다뤘다. 1만 4000원. ●쇼에게 세상을 묻다(조지 버나드 쇼 지음, 김일기·김지연 옮김, 톈데데로 펴냄) 시니컬하고 기괴한 극작가로만 알려진 조지 버나드 쇼가 아니라 급진 혁명보다 점진적 사회주의를 주장한 페이비언으로서 조지 버나드 쇼의 진면목을 살펴볼 수 있는 책. 풍자적인 문체는 여전하지만 집필 당시 88살이라는 사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정당제도의 기원 같은 정치 문제, 금융과 토지 문제 등을 깊은 통찰력으로 들려준다. 2만 5000원. ●테이야르 드 샤르댕의 종교사상(앙리 드 뤼박 지음, 이문희 옮김, 펴냄) 프랑스 신학자가 1962년 펴낸 책을 주교회의의장을 지낸 옮긴이가 번역했다. 샤르댕은 천주교 사제이면서도 북경원인 발굴에 참여하는 등 과학에 대해서도 깊은 이해가 있었던 인물. 때문에 천주교 쪽에서는 그의 입장은 이단시당하고 그의 책은 출간이 금지되기도 했다. 저자는 이 샤르댕의 생각이 천주교 정통 교리에 어긋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더 풍요롭게 해준다고 주장하면서 샤르댕의 저작을 폭 넓게 연구해 놓은 결과를 묶어 책으로 냈다. 1만 4000원. ●뮤지컬 블라블라블라(박돈규 지음, 숲 펴냄) 일간지에서 8년 동안 뮤지컬 담당 기자를 지낸 저자가 수많은 뮤지컬 중에서 의미있는 흔적을 남긴 작품을 골라 담았다. ‘오페라의 유령’, ‘맘마미아’ 등 익숙한 작품부터 ‘영웅’, ‘빨래’ 등 수준높은 창작 뮤지컬까지 두루 살핀다. 작곡가·배우 인터뷰, 공연 뒷얘기 등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많다. 1만 5000원. ●99%의 로마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로버트 냅 지음, 김민수 옮김, 이론과실천 펴냄) 제목 그대로 성공한 정치가, 군인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로마사가 아니라 일반 사람들의 눈으로 바라본 로마사다. 평민 남자·여자, 빈민, 노예, 해방노예, 군인, 매춘부 등 신분에 따라 모두 9개 장으로 구성됐다. 평범한 사람들이 남긴 기록, 비문 등 다양한 참고 자료를 활용했다. 2만 9000원.
  • 스마트폰 가입자 3500만명… 모바일시대의 명암

    스마트폰 가입자 3500만명… 모바일시대의 명암

    크리스마스카드와 연하장, 청첩장, 생일선물까지 ‘클릭 한 방’으로 해결하는 ‘모바일 안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자 3500만명 돌파를 앞둔 대한민국의 단면이다. 쉽고 빠르게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좋다는 평가 속에 너무 정감 없고 무성의해 보인다는 불편한 시선도 만만치 않다. ●작년 모바일상품권 시장 890억 이달 초 생일을 맞은 대학생 이동준(23)씨는 생일 당일 ‘풍요 속 빈곤’을 경험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트위터에는 생일축하 인사가 끊이질 않았고, 카카오톡으로는 커피·케이크·아이스크림 등 모바일 상품권이 쇄도했다. 이씨는 26일 “다들 행복한 생일 보내라고 말했지만 정작 생일날 만날 사람이 없으니 이게 뭔가 싶더라.”면서 “별로 안 친한 친구들에게서도 1000~5000원짜리 기프티콘이 날아 왔는데 나도 이런 식으로 타인의 생일을 챙기면 되나 생각하니 왠지 씁쓸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모바일 상품권 시장은 63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09년 311억원, 2010년 592억원, 2011년 890억원에 이은 비약적인 상승세다. 특히 소액권이 인기다. 초등학교 교사인 김모(46·여)씨는 올해 한 통의 크리스마스카드도 받지 못했다. 쇄도한 것은 학생들의 문자메시지뿐. 김씨는 “스승의 날은 물론 연말에도 이름 석 자조차 없는 단체 감사문자나 카카오톡을 받는데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감동도 없다.”면서 “적어도 아이들 사이에 손편지를 주고받는 문화는 완전히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말이면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만드는 수업을 했지만 이젠 필요없는 구식 수업 취급을 받는다.”고 아쉬워했다. 43년 동안 카드 제조업을 해 온 비핸즈(구 바른손카드) 관계자는 “동영상으로까지 카드를 보낼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자리 잡은 뒤 해마다 10~20%씩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며 울상을 지었다. 예의를 갖춰야 할 청첩장을 SNS로 전하는 일도 많다. 회사원 최모(28·여)씨는 “최근 연락이 뜸하던 지인 세 명에게서 연거푸 모바일 청첩장을 받았다.”면서 “모임까지는 아니더라도 전화 한 통 정도는 먼저 하는 게 예의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감성교류 막지 않도록 신중해야”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정보화역기능대응부 수석은 “손글씨로 쓴 편지나 생일선물은 감성을 교류하는 수단인데 PC·스마트폰 등을 이용하다 보니 감성이 전달되지 않는 부작용이 나온다.”면서 “디지털이 사람의 감성적 교류를 막지 않도록 하는 신중한 매체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장주 중앙대 심리학과 겸임교수는 “편리함과 존중·격식은 함께 챙기기 어려운 가치”라면서 “디지털기기가 발달하면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디지털 속에서도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대선 이후 정국] (중)與 주류 세력 재편 전망

    대선의 후폭풍은 여권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된다. 관심의 초점은 ‘세력 재편’에 모일 수밖에 없다. 핵심은 누가 ‘포스트 박근혜’의 자리를 차지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안갯속이다. 새누리당의 현재 인물 지형은 ‘풍요 속 빈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비상대책위원장에 오른 뒤 1년여 동안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영향이 크다. 적잖은 인재를 당으로 영입하는 과정에서 박 당선인을 돕는 ‘조력자’는 늘어났지만 중량감 있는 ‘리더’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는다. ●황우여 등 중심축으로 신주류 형성 ‘무게’ 지난여름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등이 박 당선인의 경쟁자로 나섰지만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는 모두 한계를 나타냈다. 오히려 박 당선인이 직접 영입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등 외부 인사들이 ‘이슈 메이커’ 역할을 해왔다. 박 당선인이 떠난 빈자리가 당장은 커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으로 얘기하면 그만큼 그 공간을 메울 대체자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당 지도 체제에 변화를 만들어 낼 압력 요인도 이렇다 할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황우여 대표의 임기 역시 2014년 5월까지 1년 5개월여 남은 상태다. 당분간은 황 대표 등 대선 승리에 기여도가 높았던 인사들에게 힘이 쏠리고 이들이 중심축이 돼 정권 초기 신주류를 형성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맥락에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서병수 사무총장, 이주영·최경환 의원 등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으로 평가받는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조기 전당대회 개최 가능성을 전면 배제하기도 어렵다. 집권 초기의 원만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지도부 교체 바람이 거세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원희룡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 주자 그룹이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과정에서 친이(친이명박)와 친박 등 계파 구분이 무의미해질 정도가 됐지만 그렇다고 이들이 앞으로도 한 묶음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나갈 가능성은 낮다. 박 당선인이 약속한 정책 공약이나 정치 개혁안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추진 세력 또는 저항 세력 등으로 분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선거 기여도 따라 세분화… 조기 全大 가능성도 친박계 내부적으로도 선거 기여도에 따라 주류와 비주류,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 한 소계파 등으로 세분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친목 단체 형태의 소모임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창기에도 친이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함께 내일로’와 같은 모임들이 쏟아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중진 의원들의 물밑 경쟁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경필, 유승민, 김세연 의원 등 소장·쇄신파 의원들의 움직임도 관심 대상이다. 세력 재편의 한 축을 형성할 가능성도 있다. 당 관계자는 21일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5월 원내대표 선거 등이 당내 권력 지형의 변화 여부를 가늠할 1차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면서 “박 당선인의 뒤를 이을 이렇다 할 후계자가 없는 상황에서 차기 주자들의 등장은 빨라질 수밖에 없고 이는 여권발(發) 정계 개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문화마당] 2012 대중문화계를 돌아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2012 대중문화계를 돌아보며/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2012년 대중문화계를 돌아본다. 가요계는 뮤지션 싸이가 월드스타로 입지를 굳히며 불황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마련했다. 영화계 역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오면서 올 한해 1억 관객이 한국 영화 상영관을 찾았다. 김기덕 감독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복고 열풍을 지핀 방송계는 1990년대의 오밀조밀한 정서로 대중과의 소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냈다. 지난 늦여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의 음악 시장을 강타했다. 영국 차트를 비롯해 세계 40여개 국가의 음원 다운로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강남스타일은 빌보드차트 7주 연속 2위로 전 세계 음악팬들에게 각인됐다. 유튜브 올해의 영상 1위에 등극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공개 6개월 만에 10억 클릭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싸이는 이제 세계적 뮤지션 반열에 올랐다. 해방 이후 우리 가요사에 전무후무한 결과를 아로새겼다. 싸이의 이러한 선전을 두고 ‘한류 K팝이다, 아니다’라며 갑론을박하고 있다. 그간 아이돌 그룹이 K팝 한류를 이끌어 왔고, 새로운 스타일의 솔로 뮤지션이 세계 음악 시장을 강타하자 이러한 이견이 불거졌다. 광의의 개념으로 보자면 싸이는 K팝을 통해 한류를 지속 성장시킨 뮤지션임에 틀림없다. 국내 가요계는 여전히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지속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창작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부 음악기획사를 제외하면 투자한 만큼의 음원 수익이 회수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원은 쏟아지고 음원 주기가 그만큼 짧아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한 환경 속에 음원 분배 비율은 제작사를 더욱 궁핍하게 하고 있다. 공연계도 대중에게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뮤지션 이문세와 김동률은 전국 투어공연 매진을 기록하며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음악적 진정성과 공연완성도를 위한 장인정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한 사실은 결국 관객이 예리하게 판단한다는 진리를 방증한다. 방송계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장기집권과 복고 열풍으로 이어졌다. 낮은 시청률에 허덕이던 케이블채널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상파 방송을 위협했고, 드라마 역시 높은 시청률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았다. ‘응답하라 1997’은 1990년대 아이돌 그룹에 열광했던 ‘빠순이 문화’를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 추억을 되새김질시켰다. 당시 가슴을 관통했던 주옥 같은 가요를 대거 등장시키면서 세월을 견디는 노래의 힘도 선보였다. 영화계는 명암이 확연히 갈렸다. 1000만 관객의 영화 ‘도둑들’ ‘광해’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올해 한국 영화를 관람한 관객이 1억명을 넘었다는 집계도 놀라운 소식이다. 반면, 한국 영화의 독과점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한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는 입구는 있고 출구는 없다.”고 지적했다. 독립영화를 위해 단 하나의 상영관이라도 열어달라는 하소연을 세계적인 거장이 입에 담는 현실을 목격했다. 영화는 문화상품이라기보다 이제 유통 전쟁을 치러야 하는 상품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경제 민주화에 이어 영화도 민주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말은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국가가 문화적 철학이 없으니 시장 논리만 갖다 붙인다는 지적은 새삼스럽지 않다. 영화산업이 개인 자본의 논리에 잠식당한다면 끔찍한 일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객 쏠림 현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영화를 본 1억 관객 중 상위 20편에 8000만명이 몰렸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해 상영한 한국 영화가 100여편이었으니 80여편이 2000만명의 관객을 나눠 가진 것이다. 1억 관객을 자축하는 동안 그 이면의 아픔도 들여다보는 발전적 영화계를 기대한다. 올해 대중문화계는 외형적으로 풍년이었다.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산재했으나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문화가 돈벌이 수단으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문화적 풍요는 하루아침에 거둘 수 있는 씨앗이 아니다. 장기적인 혜안을 두고 걸어가야 한다.
  • 서초, 셋째자녀부터 대학등록금 250만원 지원

    서초, 셋째자녀부터 대학등록금 250만원 지원

    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 서초구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기금 100억원 조성을 목표로 장학재단을 설립했다. 셋째 이상 대학생 자녀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해 교육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서초구는 다자녀가구 교육비 지원을 위해 ‘서초다산장학재단’을 설립하고 11일 구청 대강당에서 처음으로 대학생 50명에게 하반기 등록금 지원분 250만원씩 총 1억 25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했다. 이날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모두 서초구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다자녀가정의 셋째 이상 자녀들이다. 구는 지난해 12월 ‘서초구 장학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이어 올 9월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장학재단 법인설립 허가를 받으면서 2012년도 장학생 선발을 시작으로 재단 운영을 본격 개시했다. 기금은 우선 구에서 10억원을 기탁했고, 지역 내 기업 기탁금, 구 직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낸 기부금 등을 합해 총 17억원으로 조성했다. 구는 재정 상황에 맞춰 추가 기금을 출연하고, 이후 지역 내 기업 및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 100억원까지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는 기금조성이 완료되면 한해에 1인당 최대 1000만원까지 장학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진익철 구청장은 “다산장학재단은 목민(牧民)의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다산 정약용의 호와 풍요의 상징인 ‘다산’(多産)에서 함께 따온 이름”이라며 “장학재단 설립 취지에 맞춰 100억원 기금 조성을 이른 시일 내 이룩하고, 교육비 부담으로 출산을 꺼리는 경우가 줄어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구는 서초다산장학재단 장학금을 받은 대학생들이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진 구청장은 “다자녀 가정에는 교육비 부담을 줄여 출산율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되고, 이를 재능기부 사업으로 확장해 100억원의 몇 배가 되는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씨줄날줄] 인문학 강의의 기적/임태순 논설위원

    독일 나치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1944년 성탄절과 이듬해 1월에 유독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원인 규명에 나선 정신의학자 빅터 E 프랭클은 ‘집단적 실망’이 대량 사망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당시 수용소에는 성탄절이 되면 연합군이 진격해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기다리던 12월 25일은 물론 다음 날이 되어도, 해를 넘겨도 연합군이 오지 않자 희망을 잃어 버린 유대인들이 발진티푸스에 맥없이 무너져 줄줄이 죽어갔다. 이처럼 인간은 마음을 놓아버리면(mindless) 한없이 약하고 무기력한 존재가 되지만 반대로 정신을 놓지 않으면(mindful) 어떠한 고난과 시련, 병마도 이겨낼 수 있는 강인한 힘을 갖는다. 경기도 화성의 한 운수회사에서 실시한 인문학 강의가 놀라운 효과를 가져와 눈길을 끌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셀프 리더십’, ‘연탄길 이철환 작가의 인문학 강의’ 등 강좌를 한달에 2시간씩 한 차례 들었을 뿐인데도 교육이 이루어진 4~7월에 평소 1~2건에서 5~6건 일어나던 교통사고가 신기하게도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회사 측은 강의가 기사들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남에 대한 배려감을 갖게 해 사고가 줄어든 것 같다고 분석한다. 기사들도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지다 보니 과속을 안 하게 된다고 맞장구를 친다. 최근 행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TV에서 행복학 강연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으며 행복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행복도는 그리 높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4위로 중하위권에 처져 있으며, 최근 한 보험회사가 발표한 자료를 봐도 50대 10명 중 행복하지 않다는 응답자가 6명이나 될 정도로 ‘불행공화국’이다. 삶에 대한 마음을 놓다 보니 하루 42.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8년째 고수하고 있다. 심리학자들은 행복은 생에 대한 만족감,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파트나 자동차 크기 등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친구들과의 만남, 소통 등 경험의 공유에서 오는 만족감이 더 행복감을 배가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너무 물질적 만족에 마음을 빼앗겨 왔다. 인문학은 문학·철학·사학을 버무려 삶의 의미와 목적을 일깨워주고 인생을 낙관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문학을 충전해 황폐해진 우리들의 인성을 치유할 때도 됐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①프랑스 리옹, 안시,샤모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①프랑스 리옹, 안시,샤모니

    France & Italy 알프스와 지중해의 속살을 유영하다 파스텔톤 건물들, 벽돌 깔린 좁다란 골목길, 1년 내내 보수 공사 중인 중세 성당. 유럽의 흔한 마을 풍경이다. 허나 그 안에 깃들여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삶의 결은 가지각색이니, 그 틈 속을 유영하며 각 도시의 매력을 탐닉하는 것이 유럽 여행의 매력일 터. 프랑스의 론알프스, 이탈리아의 파르마와 친퀘테레에서 먹고 마시고 풍경을 만끽하는 여행을 즐겼다. 글·사진 최승표 기자 ●France Lyon리옹 프랑스의 풍요로운 식탁을 엿보다 프랑스 동남부 론알프스Rhone Alpes 지역을 여행한다면 파리가 아닌 리옹Lyon을 기점으로 잡는 게 좋다.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산동네로 가기에 앞서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에서 파리 못지않은 문화유산과 세련미를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파리에서 리옹까지 TGV를 타고 온 2시간 기차길이 피곤치 않았던 이유도 미식의 나라에서도 으뜸간다는 미식의 도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리옹 파르디외Part Dieu역에 도착해 지하철을 타고 수백년의 역사를 겹겹이 머금고 있는 역사지구로 향했다. 먼저 가파른 산턱을 오르는 푸니쿨라 열차를 타고 해발 281m 높이의 푸르비에르 언덕으로 향했다. 비잔틴 양식의 탑이 견고히 버티고 있는 푸르비에르 노트르담 대성당은 여느 유럽의 성당이 그러하듯 내부공사가 한창이었다. 성당의 오른쪽에는 론강과 손강이 사이좋게 흐르는 도심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데, 맑은 날이면 알프스 최고봉인 몽블랑까지 보인다고 한다. 언덕 비탈길 중턱에는 4세기 로마극장의 뼈대가 남아 있다. 과거 로마의 식민도시였으며 갈리아 지방의 수도로 명성을 떨친 리옹의 옛 흔적으로 중세시대를 거치며 파괴됐던 극장은 20세기 들어 원형을 복원해 축제 공간으로 쓰이고 있다. 평지에 이르자 수세기 동안 상업도시로 번성했던 리옹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역사지구 골목길이 나타났다. 기뇰 인형극이나 리옹이 낳은 스타 생떽쥐베리와 뤼미에르 형제의 흔적을 찾아나서는 것을 포기하고 리옹의 미식을 즐기기 위해 벨르꾸르 광장Place Bellecour 쪽으로 들어섰다. 좁다란 골목은 찬란한 햇볕을 맞으며 리옹의 가정식, 부숑Bouchon을 즐기는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기뇰 인형으로 실내를 꾸민 한 식당에서 한국에서도 친근한 재료로 만든 푸짐한 음식들을 즐겼다. 채소와 계란 반숙, 햄이 어우러진 리옹식 샐러드, 와인과 치즈로 버무린 소곱창, 매콤한 해산물 찜, 소발바닥 무침, 피스타치오가 곁들여진 소시지, 여기에 하우스와인까지. 프랑스 음식은 너무 창의적이어서 도전하기 힘들다는 이방인의 편견은 리옹에서 보기 좋게 무너졌다. 1 리옹은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대표적인 미식 도시다. 가정식 레스토랑을 일컬어 부숑Bouchoun이라 한다 2 푸르비에르 언덕에서 내려다본 리옹의 도심 풍경. 리옹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기뇰Guignol 끈을 사용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인형을 조종하는 인형극으로 리옹 곳곳에서 인형을 볼 수 있고, 라 메종 드 기뇰La Maison de Guignol 등에서는 인형극을 무료로 관람할 수도 있다. 부숑Bouchon 리옹의 전통 가정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 채소와 소시지, 오리, 돼지고기 등 현지에서 생산된 재료를 활용하며 다소 기름진 것이 특징이다. 리옹관광청 웹사이트에서 부숑을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www.en.lyon-france.com ●France Annecy안시 산과 호수가 껴안은정겨운 마을 안시Annecy는 2018년 동계올림픽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고배를 마신 도시다. 그러나 고작 겨울스포츠의 도시로 치부하기엔 아까운 도시다. 프랑스인들이 가장 서정적인 도시로 꼽는 안시는 프랑스에서 두 번째로 큰 안시호수와 알프스 산맥이 조화를 이룬 호젓한 풍경에 더해 중세 건축물과 고요한 운하까지 있어 느긋한 휴식을 위한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스키 브랜드 살로몬Salomon,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Millet, 주방기구 테팔Tefal 등이 안시에서 시작됐다 하니 어딘가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국경 없는 자본 세계에서 우리는 이런 식의 소통에 익숙해져 있다). 안시에 도착한 것은 태양이 호수 반대편 산봉우리를 붉게 색칠하고, 상점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잠들기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호텔 잠자리가 아닌 ‘잠자리Libellelue’라는 뜻을 지닌 디너크루즈에 탑승하기 위해 항구로 갔다. 안시성을 뒤로하고, 호수 위를 유유히 흐르며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정찬을 즐기는 크루즈였다. 달콤한 프랑스식 와인 칵테일 키르Kir부터 애피타이저로 나온 달팽이 요리, 대구살과 튀김이 곁들여진 메인코스, 여기에 프랑스 시골동네여서 더 어울리는 흘러간 미국 팝송을 들으며 달빛이 흐르는 호수의 정취를 만끽했다. 다음날 이른 아침, 구시가지 산책길에 나섰다. 마침 매주 세 번씩 서는 장이 펼쳐졌고, 집에서 만든 소시지와 치즈, 신선한 야채를 가지고 나온 상인들과 장바구니를 들고 모인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아침의 선선한 공기에 싱싱한 야채, 과일 냄새, 짭쪼름한 치즈 냄새에 사람 사는 냄새까지 더해진 풍경은 정겹고 따뜻했다. 안시에는 대형 슈퍼마켓도, 유명한 체인 빵집도 없다. 그저 농부들과 상인들이 애정과 자존심을 담아 길러내고 만들어낸 사람 냄새 나는 먹거리와 생활용품들이 또다른 사람에게 전해지고 있었다. 북적이는 시장통을 벗어나 안시의 상징 ‘팔레드릴Palais de l’isle’로 향했다. 호수 위에 반영된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이 건물은 12세기 성주의 집이었다가 이후 행정관청, 감옥 등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진 실내에 들어가 보니 약 10도 정도 기울어진 침상이 있었다. 불과 지난 세기까지 프랑스인들은 심장이 발과 같은 높이에 있으면 죽을까 봐 이렇게 잠을 청했다고 한다. 자는 순간까지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습속은 어디 간들 닮아 있는 것이다. 안시를 둘러본 여행자들은 구시가지 건물들과 산과 호수로 어우러진 도시의 풍경이 스위스나 이탈리아의 소도시를 닮았다고 말하곤 한다. 15세기부터 프랑스 혁명때까지 약 3세기 동안 사보이가Saboy家에서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의 광대한 영토를 다스렸으니 당연하다. 3 운하 위에 비친 팔레드릴의 모습이 신비감을 일으킨다 4 이른 아침, 물안개 피어오르는 안시호수 주변의 평화로운 풍경 5, 6 안시에서는 수시로 시내 중심가에 재래시장이 펼쳐진다. 신선한 야채, 가정에서 만든 치즈, 소시지 등을 구입할 수 있다 ▶travie info 사보이Savoy 11세기를 전후해 지금의 프랑스 남동부, 이탈리아 북부, 스위스 제네바 등을 통치했던 왕가. 알프스 이남 지역에서 맹위를 떨쳤다. 디너 크루즈 안시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품위 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메뉴 종류에 따라 50유로(메인 요리+디저트 혹은 애피타이저)부터 82유로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www.annecy-croisieres.com ●France Charmonix샤모니 산을 동경하는 이들의 궁극의 성지 스쳐가기엔 아까운 도시 리옹과 안시를 거쳐 유럽 최고봉 몽블랑Mont Blanc이 있는 산악마을 샤모니Charmonix로 향하는 길, 기차 속에서 설렘과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 갔다. 샤모니로 가는 관문, 생제르베 레 벵Saint Gervais les Bains 역에서 널찍한 창으로 알프스의 장관을 볼 수 있는 지역열차로 갈아탔다. 자전거를 타거나 혹은 몸체만한 등산배낭을 멘, 혹은 암벽등반용 로프를 어깨에 짊어진 여행자들이 하나둘 기차에 올라타자 유럽의 지붕으로 향하는 흥분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마치 메카로 몰려가는 비장한 무슬림의 틈에 끼인 이교도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샤모니몽블랑역에 도착하자마자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나는 ‘그저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산꾼은 아니기에 몽블랑(4,810m)에서 가장 가까운 봉우리 ‘에귀 뒤 미디Aguille du midi’에 올라가 눈앞에 펼쳐지는 겹겹의 봉우리를 볼 요량이었다. 50명을 빽빽히 채운 케이블카는 순식간에 3,842m 정상으로 치달았다. 전망대에는 어린이부터 휠체어를 탄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 다국적 관광객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알프스 봉우리와 그 위를 개미떼처럼 오르고 있는 산악인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스위스 쪽의 알프스와 캐나다 로키산맥을 올랐던 경험을 떠올리며 몽블랑을 비교해 보니 풍경 그 자체보다도 빙하 위를 걷는 산꾼들이 많다는 것이 달라 보였다. 정상에 오르니 이 ‘성스러운 산’을 그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 휙 보고 내려가기 아깝다는 생각이 밀려 왔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길에 핀란드 헬싱키에서 왔다는 30대로 보이는 등산객에게 물었다. “몽블랑은 어떻게 오게 됐지?” “평소에 등산을 좋아했고 몽블랑을 오랫동안 동경해 오다 여름휴가를 이용해 왔지.” “그럼 이제 돌아가는 길인가?” “아니 오늘까지 4주째인데, 일주일 더 있을 계획이야. 몽블랑은 지독한 매력을 가진 산이거든.” 부럽기 그지없는 답이 돌아온다. 나름 ‘아웃도어맨’을 자처하는 나지만 시간이 충분치 않았던 탓에 아쉬움을 무릅쓰고 샤모니 마을로 돌아왔다. 4주 휴가는 없었지만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몽블랑에서 불어오는 공기를 쬐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샤모니에서 빙하 트레킹, 패러글라이딩, 스키와 같은 거친 아웃도어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즐길 만한 ‘소프트한’ 아웃도어도 많다. 샤모니 마을을 순회하는 꼬마열차를 타고 관광을 즐기거나 루지, 미끄럼틀 등 놀이기구를 즐길 수 있는 샤모니 레저파크도 있다. 물론 국내 테마파크나 디즈니랜드 수준을 생각하면 실망할 것이다. 유럽 최고봉 몽블랑을 바라보며 아기자기한 재미를 누린다는 사실에 만족하는 게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샤모니 몽블랑은 산악 여행자들의 성지다. 다른 여느 알프스 산보다 등산가들이 많은 것은 최고봉 몽블랑이 있기 때문이다 2 한여름에도 설산이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의 샤모니 마을 3 샤모니 몽블랑에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다. 가파른 능선을 타고 몽블랑 꼭대기까지 올라 볼 수도 있다 ▶travie info 아귀 뒤 미디Aguille du midi 케이블카 샤모니에서 아귀 뒤 미디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는 성인 기준 왕복 31.40유로다. 이외에도 해발 1,913m의 몽땅베르Montenvers로 가는 산악열차, 생제르베Saint Gervais에서 출발해 해발 2,372m의 에이글Nid d’Aigle로 향하는 열차, 길이 20km에 달하는 빙하 ‘메르 드 글라스Mer de Glace’까지 가는 기차도 있다. www.chamonix.com 취재협조 레일유럽 www.raileurope.co.kr, 시크아울렛 www.chicoutletshopping.com/ko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GCF는 녹색성장의 엔진이자 미래 우리의 일자리”

    “GCF는 녹색성장의 엔진이자 미래 우리의 일자리”

      환경 분야의 세계은행이라 할 수 있는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한국 유치를 우리 대학생들은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을까. 녹색성장 분야를 주도할 국제환경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인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 제1기생으로 활동하고 있는 고대수(명지대 국제통상학과 3년), 김민지(이화여대 국제학부 1년), 오진식(한양대 화학공학과 4년) 등 3명의 대학생에게 GCF 유치에 대한 솔직한 소감 등을 들어봤다. 방담 사회는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를 주관하는 외교통상부 녹색성장외교팀 이재웅 팀장이 맡았다.   - 세 학생 모두 평소 녹색성장이나 녹색외교 등 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GCF 사무국 한국 유치에 대한 소감이 남다를 텐데요. GCF 유치 소식을 듣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고대수) 조마조마했는데 IMF에 버금가는 국제기구인 GCF 사무국이 우리나라에 유치된다니 믿기지가 않더라고요.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의 주요 이슈인 기후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하면서 동시에 국내 최대 이슈인 고용창출에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것 같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오진식) 저는 우리나라가 GCF를 유치했다는 사실보다 GCF라는 국제기구가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에 더 큰 의의를 두고 싶어요. GCF가 출범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Green ODA’가 더 체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민지)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GCF를 통해 사람과 자연 모두를 위한 진정성 있는 녹색성장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실현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 Green ODA란? 우리나라가 주창한 공적개발원조사업으로 개발도상국들의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주요 내용을 하고 있다.    - 요즘 취업난이 심하고, 또 많은 대학생들이 이른바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는 데, 녹색성장(외교)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고) 군에서 제대한 뒤 복학을 했는데 제게 맞는 일과 관심거리를 찾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때 마침 모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했어요. 그런데 제 멘토가 신재생에너지와 녹색성장의 미래상에 대해 설명해 줬고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녹색성장·신재생에너지사업·기후변화 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찾아보게 되었죠.    (김) 개발도상국의 녹색성장은 살림살이를 풍요롭게 하면서도 약해진 자연도 보호할 수 있는 해결책이잖아요. 조그만 힘이나마 전 지구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가는 길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오) 제가 앞으로 하고 싶은 플랜트 설계사업은 인류에게 편의를 제공해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환경을 훼손한다는 양면성이 있잖아요. 그래서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녹색성장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녹색성장을 하는데 필요한 기술적 요소에 관심이 있어서 태양전지, 바이오에너지와 같은 분야를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 활동을 하며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GCF 사무국 유치 이후 본인들이나 주변 학생들에게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GCF 사무국 유치를 대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지 듣고 싶습니다.    (오) GCF 사무국 유치에 대한 의견을 지인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의견이 반반으로 나누어지더라고요. GCF가 우리나라에 유치된다고 하니 우리나라 위상이 올라가고 일자리도 늘 것 같은데, 큰 자금을 어떻게 매년 마련하고 또 매년 기금을 유치 못할 경우 우리나라에 피해가 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하더군요.    (고) 아쉽지만 대다수 대학생들이 녹색외교 뿐만 아니라 GCF 사무국 송도 유치와 관련해서도 별 관심이 없고, 의의도 모르는 것 같아요. 요즘 취업난이다 해서 피부에 와 닿지 않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국제기구 진출자가 OECD 국가 중 낮은 편이라는데요. 저 뿐 아니라 제 주위 청년들이 국제기구인 GCF 사무국 유치에 따른 장점을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GCF 유치 이후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기대치가 커진 게 사실입니다. 이런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해 녹색성장에 모범을 보이기 위해서는 많은 우수한 ‘녹색 인재’들을 필요로 하는데요. ‘글로벌 녹색청년’으로서의 자신의 미래상을 소개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고) 대학 졸업 후 환경대학원에 진학해서 환경 관련 석사 과정을 밟을 계획입니다. 이후 국제기구초급전문가(JPO)나 영프로페셔널프로그램(YPP), 국제연합봉사단(UNV) 등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해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게 목표입니다. 물론 GCF 사무국이라면 더 좋겠지요.    (오) 대학원을 졸업 한 후에는 엔지니어로서 최대한 저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취업을 하고 싶습니다. 해외로도 나가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실전경험을 많이 쌓아 훌륭한 화공엔지니어가 되고 싶습니다.  (김) 저는 대학 졸업 후 신재생에너지 공공정책 관련 석사과정을 밟을 계획이에요. 그리고 국내 및 전 지구적 경제 발전 전략 및 공공정책을 수립하는 데 있어 민과 관의 협력을 이끌어 내고 ODA공여국과 수혜국 모두에 환경/경제적 이익이 고르게 분배되도록 돕는 시민생태활동가가 되고 싶어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 Green ODA 등 녹색성장이라는 어젠다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녹색성장을 위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해주세요.    (오) 우리나라가 녹색성장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대한민국의 녹색성장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송도의 GCF 사무국 유치, GGGI의 국제기구화, 녹색기술센터(GTC)의 설립은 대한민국이 녹색성장 선진국으로 가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믿어요. 아이디어와 관련해서 저는 녹색성장에 있어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라는 인프라가 우선적으로 빨리 구축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 저는 정부에서 녹색성장에 대한 재정적 지원 외에 해외 성공사례를 국내에 적용시키고, 대국민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 필요가 있다는 생각해요. 정부나 각 기관의 녹색성장 관련 아이디어와 정책들은 무수히 많은데 이를 현실화시키는 작업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정책이라도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하게 실행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김) 저는 어떠한 기술이나 방법이 ‘녹색’인지, 성장과 녹색 중 어느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국외 및 국내 행위자 간 토론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빈곤층의 환경/경제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써 녹색성장의 목표를 달성한 모범사례인 인도네시아의 NGO, IBEKA의 발전 전략 모델을 정부에서도 면밀히 분석했으면 좋겠어요.  ◆글로벌녹색성장서포터즈=국내 대학(원)생들에게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정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청년 인력의 녹색성장분야 전문가 육성 및 국제 진출 지원을 위해 지난여름 발족했다.1기생은 44개 대학(원)에서 총 100명이 선발됐으며,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녹색성장·기후변화 등 국제 환경 관련 강의 및 세미나 등이 있다. 이외에 녹색성장, 국제 환경 관련 정책 제안·논문 발표대회 및 그린 캠프가 개최된다. 과정 이수자에게는 외교통상부 장관 명의 수료증이 발급되며, 우수학생(수상자)에게는 환경관련 국제기구(GGGI 등) 인턴십 특전 및 환경 관련 국제회의 참가 기회 등이 제공된다. 문의 (02)2100-7746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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