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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일본의 예술 섬과 문화 수준/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열린세상] 일본의 예술 섬과 문화 수준/강순주 건국대 건축학부 교수

    일본의 ‘예술 섬’이라 불리는 나오시마(直島)를 다녀왔다. 이번이 두 번째다. 인구 3000명 정도의 작은 섬마을이 세계적인 여행 잡지 ‘콩데나스 트레블러’에 세계 7대 관광지로 실린 곳이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나오시마 이후에 만들어진 인근의 데시마(豊島)와 이누지마(犬島)까지 가 보았다. 조금씩 다른 섬마을의 특성이 미술관 형태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했다. 데시마는 나오시마 옆의 작은 섬으로 16년간 산업 폐기물 불법 투기장으로 이용됐던 곳이다. 그런 곳이 예술을 테마로 재생됐다. 원래 이 지역은 기후가 온화하고 물이 좋아 벼농사를 많이 지어 풍요로웠다고 한다. 여기에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니시자와 류에가 설계한 데시마미술관이 들어섰다. 단연 독보적이다. 미술관은 티켓을 구입하는 곳과 다소 떨어져 있다. 미술관에 도착하기까지 여유롭게 산책하면서 아름다운 다랭이 밭을 감상하고 숲과 바다를 보며 몸과 마음을 쉬게 하려는 건축가의 의도다. 미술관에 다다르면 신발을 벗고 실내화로 갈아 신어야 한다. 나지막한 높이의 부드러운 곡선 모양 미술관이 심상치 않다. 미술관은 기둥이 없는 셀 구조로 40×60m 규모에 높이가 4.5m인 얇은 피막 같은 형태다. 어느 개구부에도 유리는 없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었다. 실내외는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었고 낮은 지붕 양쪽으로 타원형의 커다란 구멍을 냈다. 햇빛의 방향에 따라 한쪽 구멍에는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이, 다른 쪽의 구멍으로는 숲의 녹음이 펼쳐져 그 자체가 완벽한 예술품이다. 실내에는 일체의 시설물이 없다. 고요함 속에 자연의 소리만 들린다. 미술관이 위치한 곳은 예로부터 우물이 있어 주민들에게 소중한 물의 공급원이 됐다고 한다. 바닥 곳곳에 아주 작은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어 각각의 구멍에서 물방울이 봉긋 솟아나온다. 천천히 구르다가 금방 멈추기도 하고, 멈춰 있는 다른 물방울과 합류하기도 한다. 각자의 방향으로 흘러가다 큰 곳에서 모두 합쳐지기도 하고, 곳곳에 있는 작은 드레인을 통해 어느새 사라지기도 한다. 뚫린 천장에서 비치는 햇빛으로 물방울이 선명하게 돋보이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리기도 한다. 이누지마는 커다란 구리 제련 공장을 예술 공간으로 재생한 또 하나의 감동적인 장소였다. 노인 인구 55명의 작은 섬마을로, 공장 매연으로 자연이 훼손돼 폐허가 됐던 곳이 친환경 건축물인 세이렌쇼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 미술관은 이누지마의 근대화산업 유산인 유구(遺構)를 보존하고 재생하면서 동시에 예술과 자연에너지를 일체화해 보여 주고 있다. 자연을 착취해 에너지를 마음껏 쓰는 근대적인 발상은 이곳에서 통하지 않는다. 건축은 지구에 파묻히는 식물과도 같은 것이기를 바라는 건축가의 의도가 그대로 반영된 곳이다. 여기에 현대미술가 야나기 유키노리가 함께했다.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까지가 건축인지 경계가 모호한 어우러짐 속에 역사의 흔적과 환경 보전의 강한 메시지가 전달돼 또 다른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갈등 관계에 있는 나라다. 우리는 일본을 넘어서야 하는 역사적 숙명을 가지고 있다. 산업 폐기물로 버려졌던 섬을 세계적인 예술 섬으로 바꾼 일본 사회의 저력은 간단한 수준이 아니었다. 그것을 그들이 가꾸고 향유하며,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려온다. 방문객들은 마치 성지 순례자가 된 듯 예술 섬들을 둘러보고 감동을 안고 돌아간다. 우리도 그런 보석을 만들 때가 됐다. 산을 깎고 옛것을 부수는 토건 방식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을 활용하자. 자연 훼손과 시설활용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평창올림픽도 문화올림픽이 돼야 한다. 문화와 예술을 활용해 올림픽 후에도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이 가능토록 해야 한다. 나는 ‘아트-평창’을 제안하고 싶다. 산을 깎고 건물 짓는 곳에만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용평과 진부의 골짜기마다 갤러리, 화가와 목수의 작업실을 유치하자. 예술 섬을 시작한 후쿠타케 소이치로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경제는 문화에 종속돼야 하고 인간과 기업의 모든 활동은 좋은 공동체를 창조하는 데 목표를 두어야 한다.’ 누구인가? ‘아트-평창’의 꿈을 시작하고, 한반도에 보석 하나 만들 사람.
  • [新 평판 사회] (4) 연예계 양날의 칼 ‘카더라’

    [新 평판 사회] (4) 연예계 양날의 칼 ‘카더라’

    평판은 괴물이 됐다. 평판을 수단으로, 평판을 칼날 삼아 가해하는 이들이 존재했고, 평판에 비친 이미지 속에 괴로워하며 그 겨눠진 칼끝에서 도망치려 발버둥치는 피해자들이 있었다. 공공의 영역에서 활동하는 정치인, 고위공무원 등이라면 차라리 묵묵히 감내해야할 몫으로 여길는지 모른다. 연예인들에게 특히 컸다. 공인(公人)이 아니면서도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공인과 같은 굴레를 쓰고 사는 이들에게 평판은 환호와 비난을 가르는 잣대이자 인기의 다른 이름이었다. 또 이중 어떤 이들에게 ‘~카더라’ 류로 돌아다니는 평판은 극단적으로 삶과 죽음을 나누는 살생부와 다르지 않았다. 연예인들은 인기에 연연한다. 대중으로부터 좋은 평판을 받기 위해 최적화된 이미지를 구현해 내고자 한다. 대표적 사례가 ‘쇼윈도 부부’다. 쇼윈도에는 ‘진짜’가 없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판매고를 높이기 위해 그럴싸하게 보여 주기 위한 마네킹만이 서 있을 뿐이다. 연예인 부부들이 TV에 나와 자기네 가정사, 부부 관계 등을 시시콜콜 얘기하는 토크쇼 프로그램은 5년 남짓 동안 출연자들 중 9쌍이 이혼을 했다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았지만 이 자체가 특별한 수치는 아니다. 시청자들은 아웅다웅, 티격태격하며 꾸려가는 연예인 부부의 가정 생활을 엿보며, 화려한 외모와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그들 역시 우리네 삶이랑 크게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갖고 싶어 한다. 그들이 대중의 평판을 두려워하며 허상덩어리와도 같은 쇼윈도 부부로 살아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다. 목사이자 전직 개그맨인 서세원(59)씨의 부인 서정희(55)씨는 최근 법정에서 “그와 결혼 이후 지낸 32년은 포로 생활과 같았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남편 서씨는 불과 2~3년 전까지 방송에서 “아내와 아이들은 내 삶의 버팀목”이라고 말했고, 서씨 역시 “오랫동안 남편 옆에 있어주고 싶다”고 여전히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있는 모습을 내비쳤다. 결혼 이후 수십년 동안 이어졌다는 그의 폭언과 폭행, 외도 등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이 이미지를 관리하거나 평판을 조작할 수 있는 시대였는지 모르지만, 지금은 여러 가지 이유로 실체를 숨기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실체를 배신당한 느낌을 받는 만큼 쇼윈도 부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중의 입길에 오르내리며 온갖 뒷담화 평판의 대상이 된 경우 연예계의 대응 방식에는 몇 가지 유형이 있다. 가수 나훈아씨처럼 적극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하거나, 아니면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혼자서 끙끙 앓는 식이다. 치명적인 비극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배우 최진실, 야구선수 출신 조성민씨 부부, 그리고 최진실씨의 동생인 배우 최진영씨는 그런 비극의 결정판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그들은 개인의 사생활조차 낱낱이 대중 앞에 노출된 채 살아가다 더이상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의 비극적 결말을 고스란히 보여 줬다. 김갑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말할 수 없이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대중 앞에 자신을 세우는 연예인들은 악성 소문들조차 자신이 감당해야 할 유명세로 생각하는 정신적 의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예인이 꼭 평판의 희생자만은 아니다. 평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 역시 늘 존재한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거나 연말연시 즈음이면 신문, 방송, 인터넷 등에서 빠지지 않고 오르내리는 기사가 있다. ‘연예인 기부 순위 공개…1위는?’, ‘가수 ○○○, ×억 기부’, ‘익명의 기부천사, 알고 보니 배우 △△△’ 등이다. 연예계 등이 늘 해오곤 하던 ‘자선 경매 행사’, ‘자선 골프대회’, ‘자선 축구대회’, ‘자선 바자회’ 등 행사는 직접적 기부 앞에서 소박할 따름이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진심이 담기지 않는 기부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언론 등에서 연예인들의 기부 소식을 잇달아 보도하고 이런 내용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회자되며 ‘개념 연예인’ 등의 평판이 이어지는 상황은 기부에 나설 수밖에 없도록 간접적으로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말하며 대중의 평판을 의식한 기부에 대한 정황을 전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방송인 유재석씨가 꾸준한 인기를 얻는 것은 TV 속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사실상 일치하기 때문”이라면서 “이렇듯 앞으로는 더더욱 연예인들에 대한 평판이 본래의 모습, 실체에 근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연예인들의 이미지 관리, 혹은 평판 조작이 가능한 시대였다면 지금은 가식적인 행동, 어설픈 선행 등 이미지 관리 차원의 행위는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받고 비난받는 시대”라면서 “사실을 흉내내는 리얼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아니라 진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평판은 양날의 칼이 되기도 한다. 최근 한 케이블방송 예능 프로그램에서 배우 차승원(45)씨는 남쪽 섬마을 생활을 통해 놀라운 요리 솜씨를 선보이며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그 역시 한때 언론, SNS 등 대중이 던지는 평판의 구설 위에 올라타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떠오르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2013년 가을, 그는 아들의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사회적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연예인 생명의 큰 위기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가을, 그 아들의 친부를 자처한 이로부터 친자소송을 당하며 또 다른 위기를 맞았으나 “마음으로 낳은 내 아들이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해명으로 정면돌파해 모든 논란을 깔끔하게 종식시켰다. 롤러코스터를 태운 대중의 평판이 상상 이상으로 상승했음은 물론이다. 불과 1년 사이에 벌어진 일들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연예인은 개개인의 신상 정보 자체가 자본으로 연결되는 ‘인적 자본’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평판에 쉽게 휘둘릴 수밖에 없다. 실제 연예인들은 일반인보다 평판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면역력이 훨씬 약하고, 웃음과 기쁨을 줘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다는 강박관념이 크다. 문화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 영문학과 교수는 “연예인을 규정하는 평판 자체가 인적 자본이 되고 평판을 구축하는 과정은 연예인 자신의 행복과 무관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서 “평판을 구성하는 방식은 인터넷, SNS 등 네트워크이며 이 속에서 불특정 다수를 통해 이뤄지는 평판은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는 예측불가한 쪽으로 치닫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회의 구조적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한 사안이지만, 연예인 평판의 기초가 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언론이 각성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정글과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갑수 평론가는 “연예인들은 물론, 대중들도 평판에 대한 과신을 떨쳐낼 필요가 있다”고 쌍방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연예인에 대한 뒷담화 등은 인위적으로 막으려야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뉴스와 가볍게 흥밋거리로 넘겨버려야 할 뉴스를 대중들이 균형 잡힌 시각으로 현명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자기를 노출시키는 것으로 대중들과 접점을 찾는 연예인들이라면, 좋은 평판뿐 아니라 나쁜 평판조차 유명세로 받아들이며 감내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을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D-30] “물산업 영역 확대 기회인데 국내기업 관심 적어 아쉬워”

    [대구·경북 세계 물포럼 D-30] “물산업 영역 확대 기회인데 국내기업 관심 적어 아쉬워”

    “세계 물 포럼 행사는 국격(國格)을 한 단계 올리고 국내 물산업을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세계 물 포럼 행사를 책임지고 있는 이정무 물 포럼 조직위원장을 만나 물 관련 이슈와 행사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행사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나. -준비는 예정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다. 국가 정상급만 10명 정도 참석하는 국제 행사라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만 국내 기업들이 비즈니스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인데도 관심이 적어 아쉽다. 물산업을 단순히 물장사로 여길 뿐 포괄적인 물산업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 속상하다. →이번 행사의 중점 논의 내용은 무엇인가. -이번 행사의 메시지는 ‘실행’이다. 물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는 데 주안점을 뒀다. 실행의 도구는 과학기술이다. 우리가 과학기술 과정을 제안했는데, 물 관련 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국민들이 물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물은 대체재가 없다. 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인류가 살아갈 수 없다. 물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하지 못하면 평화도 위협받는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물 문제로 인한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만일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건 물 문제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물은 21세기 갈등과 분쟁의 씨앗이다. 물 문제를 이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 →물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 -아직 기후변화가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세계 각국이 물 전쟁을 치르고 있다. 브라질은 가뭄으로 식수가 말라 가고 있다. 중국도 양쯔강이나 황허강 상·하류 지역 간 갈등이 시작됐다. 상하이시는 잠정적으로 사우나 허가를 내주지 않기로 했다.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물 문제가 더이상 남의 일이 아니다. →댐 건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댐 건설에 대한 정책 변화와 함께 국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때다. 환경중시론자들은 무조건 댐 건설을 반대하는데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꼴이다. 작은 댐, 저수지를 개발해 수자원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다목적댐 건설은 산림녹화사업과 견줄 만한 대단한 사업이다. 다목적댐이 없었다면 도시 발전, 산업화도 뒤처지고 풍요로운 삶도 누릴 수 없었을 것이다. 4대강사업도 부정적인 면만 들춰내지 말고 긍정적인 면도 인정해야 하지 않나.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은 물은 아무리 써도 계속 생산되는 풍요로운 자원이라는 개념을 담고 있다. 또 자원을 개념 없이 낭비한다는 뜻이다. 이는 모두 물을 공짜 자원으로 보는 시각이다. 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값이 터무니없이 싼 탓이다. 물이 전기만큼 비싸면 절대로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현직 대학(한라대) 총장으로 포럼을 맡는 데 어려움이 따르지 않나. -오히려 학교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학교와 포럼 사무실을 오가며 일을 봤는데, 올해 들어서는 아예 포럼에 상근하다시피 한다. 조직위에는 봉급은 물론 차량 지원 등을 반납했다. 국가 행사이고 국가와 정부, 지역에 도움이 되는 행사라는 점에서 재단과 학교가 위원장 활동을 도와주는 실정이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구본영 칼럼] ‘서울 수’와 김기종, 그리고 ‘외로운 늑대’

    [구본영 칼럼] ‘서울 수’와 김기종, 그리고 ‘외로운 늑대’

    미군 장병들은 6·25전쟁 중 그녀를 ‘서울 시티 수(Sue)’라고 불렀다. 북한 방송에서 정확한 미국식 발음으로 이념 공세를 펴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다. 미 아칸소주 출신으로 일제 말 기독교 선교차 이 땅에 들어왔다가 좌익 활동가 서균철과 사랑에 빠진 ‘애나 월리스 서’. 미군 병사들에겐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웠던 조국을 버린 수수께끼 같은 여성이었다. 휴전 후 그녀는 북한에서 미군 포로들을 상대로 이념 교육을 전담했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 유전은 ‘사랑에 속고 돈에 운’ 신파극으로 막을 내렸다. 한때 전쟁영웅 예우도 받았지만, 1969년 이중간첩으로 몰려 총살되면서다. 하긴 ‘원조 종북인사’ 격인 그녀가 더 오래 살았더라도 그리 행복했을 것 같진 않다. 사회주의 체제라고 하기도 민망한 3대 세습 왕조로, 그것도 세계 최빈국 반열로 전락한 북한을 보며 외려 절망했을 법하다.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씨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배경이 새삼 궁금하다. ‘서울 수’는 세 치 혀로 고작 미군 병사의 사기를 약화시키는 데 그쳤다. 반면 김씨는 한국에서 미 정부를 대표하는 대사를 과도로 난자했다. 그가 북의 사주로 이런 테러를 감행했다고 예단하는 건 성급하겠지만, 적어도 자생적 종북주의자의 면모는 드러낸 꼴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남 도발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방어 차원의 한·미 연합훈련을 전쟁연습이라고 하는, 북의 주장만 앵무새처럼 복창하면서 말이다. 스탈린의 공산 독재에 환멸을 느낀 철학자 칼 포퍼가 그랬다. “젊어서 좌파에 관심을 가져 보지 못한 사람은 심장이 없는 것이고, 어른이 되고도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머리가 없는 것”이라고. 김씨가 강산이 세 번 바뀔 세월 후에도 자신의 여생마저 망칠 테러를 저지를 정도로 1980년대 운동권의 반미·자주파의 정서에 박제돼 있다는 게 불가사의하다. 남루하기 짝이 없는 그의 신상이 하나둘 드러나자 의문은 다소 풀렸다. 기초생활수급자였던 그가 세든 다세대주택의 건물주는 “최근 네댓 달 집세도 밀렸다”고 했다. 같은 대학을 다닌 그를 잘 안다는 새정치민주연합 유은혜 대변인은 “워낙 돌출적 행동을 많이 해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586 운동권에서도 부담스런 존재였다는 얘기다. 까닭에 어쩌면 그에겐 시대착오적인 반미 행각 이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50대 중반의 독신남인 그가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려 다른 퇴로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북한 당국조차도 궁지에 몰린 그를 이용하는 데만 급급해 있지 않은가. “정의의 칼세례”(노동신문)라는 식의 망발로 반인륜적 테러를 역성들어 외려 그의 종북 혐의만 더욱 짙게 하면서…. 그럼에도 김기종씨가 결딴낸 것은 한·미 동맹이 아니라 그러잖아도 절망적이었던 그의 인생이었을 듯싶다. 그렇다면 그의 ‘오버’를 방관하거나, 은근히 부추기며 즐긴 사람들이 있다면 마땅히 죄책감을 느끼게 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식의 종북 척결보다 우리 사회의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더 시급하다. 이들 ‘외로운 늑대’들이 종북적 사고에 젖지 않게 하는 첩경은 뭘까. 경제력뿐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안전망과 복지에서도 남이 북을 압도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하는 일이다. 통독 전 서독이 그랬듯이. 물론 문제는 방법론이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어려운 계층부터 돕는 ‘소득재분배형’ 복지 대신 성급하게 ‘무상 시리즈’ 경쟁에 골몰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부유층까지 전면 무상 급식·보육 혜택을 주면서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려고 저소득층의 혜택을 줄이는 역설이 빚어지고 있지 않은가. 복지엔 공짜는 없고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공동 부담만 있을 뿐이다. 당과 수령이 전 인민에게 뭐든 무상으로 준다는 ‘지상락원’ 북한에서 당정군 고위 간부가 아닌 보통 사람들만 주린 배를 움켜쥐고 있는 걸 보면서 재확인하는 ‘불편한 진실’이다. 그래서 필자는 솔직히 김기종씨가 빼든 과도가 아니라 오로지 표 계산만 하는 ‘포퓰리즘 복지’가 나라를 거덜낼까 더 두렵다. kby7@seoul.co.kr
  • [열린세상] 김정은의 ‘희망 사항’/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열린세상] 김정은의 ‘희망 사항’/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2015년 봄 김정은은 혹시라도 이런 희망 사항을 마음속으로 품고 있는 건 아닐까? “북·러 정상회담과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권좌에 오른 후 겪었던 외교적 고립감을 일거에 떨쳐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은은 혼자 판단컨대 아버지 김정일 사망 이후 3년상을 보내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럭저럭 자칭 “인민의 천국”을 외세의 압박으로부터 잘 버텨 내고 있으며, 본인의 등장과 함께 내건 “경제건설, 핵 병진 전략”은 지금 생각해 보아도 기특하기 짝이 없다. ‘병진’은 할아버지의 주체와 아버지의 선군정치를 계승해 김정은식 부가가치를 덧붙이며 인민의 삶을 풍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북한식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올해를 전기로 김정은에게 대외 관계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사실 지난 한 해를 떠올리면 끔찍하기 짝이 없다. 북한을 향한 중국의 냉랭한 기운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가 제기한 인권 문제는 북한에겐 한마디로 치명적이었다. 아무에게도 보여 주고 싶은 않은 부끄러운 자화상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국제사회에서 심판의 대상에 오르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낱같은 반전의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인권 문제를 무마해 보려고 러시아에 남다른 공을 들였고, 최룡해를 특사로 러시아에 보내기도 했다. 그런 외교적 노력의 연장선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오는 5월 9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2차대전 전승기념식 70주년 행사에 참석하는 기회가 마련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의 북·러 정상회담은 물론 한·중 관계를 고려해 지금까지 김정은의 방중을 꺼려 왔던 시진핑 역시 장소가 모스크바라면 큰 부담감 없이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입장일 것으로 계산된다. 제3의 장소에서 사무적인 차원에서나마 북·중 정상회담이 개최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어린 나이라는 콤플렉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반전의 기회를 노려 봤지만 대부분 실패했었는데, 이제야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니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까지의 모든 비난에 면죄부가 부여되는 기회가 된다고 믿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멋진 희망 사항처럼 보이는 순간이다. 김정은의 ‘희망 사항’은 반대로 우리에게는 어려운 과제로 다가오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이 굳어지는 상황에서 우리 대통령의 참석도 어려워 보이고, 대통령을 대신해 누구를 보낸들 김정은이 푸틴과 시진핑을 만나는 상황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된다면, 그래서 북한이 행한 수많은 악행이 일거에 묻혀 버리는 착시 효과가 생긴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3년상을 치르는 동안 요란한 의상과 거친 음식도 삼간다고 하는데, 김정은은 그 시간 동안 고모부를 처형하고 북한 주민의 인권과 행복을 유린했다. 어설픈 ‘희망 사항’으로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전략이 필요할 때다. 사전적으로 ‘전략’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무엇보다도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진다면, 이는 북한이라는 국가 차원의 보편성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계산에 의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정교한 ‘논리’를 개발하고, 필요하다면 이를 국내외에 적극 설명해야 할 것이다. 인권을 포함해 우리와 국제사회의 일관된 공조 속에 새로운 분야의 문제를 제기하고 비전을 제시하며, 김정은이 자꾸 국제무대로 뛰쳐나오게 하는 매우 치밀한 외부 압박이 해답이라고 본다. 대중가요 ‘희망 사항’을 부른 가수는 1970년대 중후반 서울 상도동에서 필자와 초등학교를 함께 다녔다. 어릴 때부터 피아노 잘치고 노래 잘하는 친구였으니 희망 사항이 실현돼 훌륭한 가수가 됐다. 그가 부른 ‘희망 사항’은 “희망 사항이 거창하군요”라는 희극적 낙담으로 끝이 난다. 김정은의 희망 사항은 거창하기보다는 많이 어설프다. 보통의 국가들에는 일상으로 전개되는 외교 행사가 그에게는 정권의 운명을 바꿔 줄 ‘전가(傳家)의 보도(寶刀)’라는 착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망외(望外)의 바람일지언정 김정은의 외유(外遊)가 북한의 변화를 자극하는 씨앗이 되기만을 기대해 본다.
  • 살만 루슈디가 겪은 ‘도피생활 12년’ 무라카미 류가 그려낸 日 중·장년의 삶

    살만 루슈디가 겪은 ‘도피생활 12년’ 무라카미 류가 그려낸 日 중·장년의 삶

    영국, 일본의 유명 작가 작품이 잇따라 번역 출간됐다. 살만 루슈디의 자서전 ‘조지프 앤턴’(문학동네)과 무라카미 류의 소설집 ‘55세부터 헬로라이프’(북로드)다. ‘조지프 앤턴’은 이슬람교의 탄생 과정을 도발적으로 묘사한 소설 ‘악마의 시’로 1989년 이란의 종교 지도자 호메이니에 의해 유례없는 공개 처단명령이 떨어졌던 루슈디의 자서전이다. ‘악마의 시’ 집필 계기와 작품을 둘러싼 논란, 처단명령 발동 시점부터 영국·이란 정부 간 협상에 따른 명령 철회, 2002년 영국 경찰 특수부대의 루슈디 경호업무가 해제되기까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투쟁한 13년의 기록이다. 호메이니는 ‘악마의 시’ 출판 당시 “자랑스러운 전 세계 무슬림에게 공포한다. 이슬람교와 예언자 무함마드와 쿠란을 모독한 ‘악마의 시’ 작가에게, 그리고 이 책 내용을 알면서도 출판에 관여한 모든 자에게 사형을 선고한다. 어디서든 그자들을 발견하는 즉시 처단하기를 모든 무슬림에게 촉구한다”(16쪽)는 내용의 ‘칙령’(파트와)을 발표했다. 파트와의 후폭풍은 거셌다. 이탈리아어 번역가는 칼에 찔려 중상을 입었고 일본어 번역가는 살해당했다. ‘조지프 앤턴’은 루슈디가 ‘악마의 시’를 발표한 뒤 도피생활을 하며 지은 가명이다. 그가 존경하는 작가 조지프 콘래드와 안톤 체호프에서 따왔다. ‘55세 헬로라이프’는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절망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4050세대의 가느다란 희망을 담고 있다. 작가는 대표작 ‘69’ 이후 30여년 만에 ‘55’라는 숫자를 들고 나왔다. 전후 풍요로운 일본 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청춘들의 얘기를 담은 ‘69’와는 정반대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TV만 보는 남편과 이혼하고 재혼남들을 만나며 사랑을 찾는 여자(‘결혼상담소’), 작은 출판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한 뒤 노숙자만 보면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이는 남자(‘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중견 가구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자 조기 퇴직한 뒤 재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남자(‘캠핑카’), 무뚝뚝한 남편 대신 반려견에게 의지하는 여자(‘펫로스’), 운송회사를 다니다 그만두면서 아내와 헤어지고 트럭운전사로 살아가는 남자(‘여행 도우미’) 등 5편의 중편소설을 통해 중장년의 절망과 희망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현대 일본 사회의 시대적 문제를 앞장서서 읽어내는 작가라는 평에 걸맞게 인생의 변곡점에 선 중장년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 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대학생 63.3% “인종 다양성은 삶을 풍요롭게 해”

     대학생들은 저출산시대의 노동력으로 부상하는 외국인근로자 등 ‘인종 다양성’에 대해 긍정적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기피대상으로는 성범죄 전과자, 약물중독자, 알코올 중독자 등을 많이 꼽았다.  25일 2.1지속가능연구소(이사장 이계안)와 대학생언론협동조합 YeSS가 현대리서치 등에 의뢰해 전국 132개 대학 남녀 재학생 2361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인종 다양성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의견이 63.3%로 ‘인종 다양성이 국가적 단합을 해친다’(11.7%)는 의견보다 5.4배나 됐다. 19.8%는 중립적이다.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사람’(복수 응답)에서는 성범죄 전과자가 84.7%(남 81.3%, 여 87.7%)로 1위였고, 약물중독자 64.9%, 알코올 중독자 59.5%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알코올중독자에 대해서는 남학생(54.9%)보다 여학생(63.4%)의 거부감이 8.5% 포인트 더 높았고,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여학생(3.2%)보다 남학생(9.8%)의 거부감이 3배 가까이 높았다. AIDS 환자 28.4%,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25.2%, 동성애자 6.3%가 이어졌고 다른 인종의 사람은 1.4%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외국인이 대한민국 시민권을 갖는 조건에서도 태생(25.5%), 조상(17.7%) 등 혈통적 요인보다는 준법(89.5%), 문화적응(75.5%)과 같은 사회통합적 요인을 중시했다.  연구소측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다인종다문화시대의 빛과 그림자가 존재하지만, 변화추세에 대한 대학생들의 높은 수용성을 보여 준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사회는 다문화가정의 급증과 함께 ‘외국인 200만명 시대’가 임박했으며, 여러 인종의 외국인근로자가 제조업은 물론이고, 농축산업, 어업, 서비스업까지 광범하게 진출하고 있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R&D 특허 ‘풍요 속 빈곤’

    R&D 특허 ‘풍요 속 빈곤’

    정부 연구·개발(R&D)로 창출된 특허 성과가 양적으로는 성과를 거뒀으나 질적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특허청이 24일 최근 5년간(2009∼2013년) 정부 R&D를 통한 특허 성과 관리 및 활용 실태를 분석한 결과 2013년 창출된 특허 출원 건수는 2만 3766건에 달했다. 2009년(1만 4905건) 대비 연평균 12.4% 출원이 증가한 셈이다. 10억원당 출원 건수를 나타내는 특허생산성도 1.41로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4~6배 높았다. 그러나 특허의 질적 수준과 활용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우수특허 비율은 14.0%로 민간(15.5%)과 비슷했지만 외국인(42.5%)에 비해 크게 낮았다. 더욱이 미국 등록 특허 중 우수특허 비율(25.6%)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더욱이 특허 출원 대다수가 국내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삼극특허(미국, 일본, 유럽에 모두 등록된 특허)와 동일 발명이 2개국 이상에 출원된 패밀리특허는 주요국의 44~71%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 R&D에서 중소기업 지원이 확대되면서 중소기업의 특허 출원은 증가했지만 부적격으로 등록이 거절되는 비율이 높아 특허 창출을 위한 추가 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특허청의 거절결정률은 중소기업이 20.8%로 가장 높았고 형식적인 기재 내용을 빠트린 기재 불비가 30.5%에 이르렀다. 특허청은 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부 R&D에 대한 전 주기별 지원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김영민 특허청장은 “정부 R&D의 특허생산성 등 양적 수준은 선진국을 넘어섰다”면서 “관계 부처와 협력해 고품질 특허 창출 및 활용을 확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日나가사키, 풍성한 겨울 이벤트로 즐거움 두 배

    日나가사키, 풍성한 겨울 이벤트로 즐거움 두 배

     일본 나가사키현에서 다양한 겨울 이벤트가 열린다. 규슈를 대표하는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에서는 ‘빛의 왕국’이 오는 4월 13일까지 개최된다. 일본 야경 감정사가 선정한 일본 일루미네션 1위의 프로그램이다. 빛의 왕국에서는 올해 무려 1100만 개의 전구가 화려하게 빛의 향연을 펼친다. 로맨틱한 일루미네이션을 연인끼리만 즐길 수 있는 ‘프리미엄 페어 시트’와 플라밍고, 백조 등 동물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된 ‘빛의 애니멀 랜드’, 빛의 바다가 물결치며 밤하늘을 물들이는 ‘빛의 블루 웨이브’, 전면유리를 통해 빛의 축제를 보며 술잔을 기울이는 인기카페&바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성하다. 다음달 7일, 14일, 21일에는 세계 불꽃기능사 경기대회 일본예선도 개최된다.  운젠시에서는 오는 28일까지 ‘운젠 빛의 꽃’ 이벤트가 개최된다. 운젠 온천마을과 산책로의 나무 등을 불빛으로 장식했다. 행사 기간 중 토요일 밤 9시 30분부터는 운젠 온천마을에서 불꽃놀이도 열린다. 수증기와 일루미네이션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밤하늘을 선사한다.  제철 해산물을 테마로 한 이벤트도 준비됐다. 사세보시에서는 쿠주쿠시마 굴 먹기 축제가 열린다. 리아스식 해안에서 자란 쿠주쿠시마 굴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행사로, 400대의 구이판과 1만 6000개의 좌석이 마련된다. 히라도시에서는 다음달 31일까지 광어축제가 열린다. 히라도는 일본 내 손꼽히는 광어 산지다. 축제기간 중 숙박시설과 음식점에서 히라도의 풍요로운 바다에서 자란 신선한 광어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마츠우라시에서는 다음달 31일까지 마쓰우라 자주복어 축제가 개최된다. 복어 중에서도 가장 고급어종으로 손꼽히는 ‘자주복어’는 마쓰우리시에서 양식으로 생산된다. 나가사키시에서는 다음달 31일까지 도미 축제가 개최된다. 일본 제일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도미의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TV 하이라이트]

    ■워킹 데드 5(FOX 밤 11시) 좀비로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사투를 그린 드라마. 릭 일행은 워싱턴으로 향하던 길에 정체불명의 남자 애런을 만나게 된다. 애런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얘기를 하며 일행에게 자신과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안전한 울타리 안에 존재한다는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와 갑자기 나타난 애런을 믿을 수 없는 릭은 심하게 경계하는데…. ■티타늄 닌자고(애니맥스 밤 8시) 조립식 블록완구 제품 ‘레고’를 모티브로 만든 만화. 잔이 죽은 후 닌자들은 뿔뿔이 흩어져 괴로워한다. 로이드는 새로운 팀을 꾸리기 위해 콜, 카이, 제이를 한자리에 모은다. 한편 닌자들은 잔이 살아 있으니 만나고 싶으면 마스터 첸을 찾아오라는 내용의 악당들이 남기고 간 쪽지를 받게 된다. 그렇게 닌자들과 마스터들은 마스터 첸의 대회에 참가하게 된다. ■뮬란:전사의 귀환(더 무비 오전 9시 20분) 침략전쟁으로 얼룩진 위·진·남북조 시대. 위나라의 풍요로움을 시기하던 유연족은 각지에 흩어진 부족들을 규합해 위나라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위태로운 상황에 놓인 위나라는 유연족에 맞서 나라를 지켜낼 군을 결성하고자 전국 각지의 장정들을 소집한다. 어렸을 때부터 무술을 즐기며 자란 뮬란은 아픈 아버지 몰래 남장을 한 채 전쟁터로 향한다.
  • [오늘의 눈] 놀라운 기억력의 비결/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오늘의 눈] 놀라운 기억력의 비결/유대근 특별기획팀 기자

    “한 푼이 아쉬워 봐요. 고지서에 찍힌 숫자가 가슴에 박혀 저절로 외워진다니까.” 서울 서대문구의 16평짜리 임대주택에 사는 독거 남성 A(44)씨는 “한 달 생활비로 얼마나 쓰느냐”는 질문에 항목별 액수를 막힘없이 내뱉었다. 기자는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취재차 막노동으로 월 80만원을 버는 A씨의 집을 방문한 터였다. “지난달 방세가 17만 4200원이었고, 전기료가 3만 1050원이었나. 상수도 요금이 1만 2950원. 반찬은 가끔 한 팩에 2500원인 마늘장아찌 사 먹는 게 전부예요” 하는 식이었다. 10원 단위까지 버림 없이 토해 내는 기억력의 비결은 뭘까. “초등학교밖에 안 나왔는데 숫자랑 친할 리 있겠어요? 10원도 아까우니까 나도 모르게 기억하는 거지.” 절박함. 그가 말한 놀라운 기억력의 비법이었다. 비단 A씨만이 아니었다. 취재차 만난 수십 명의 극빈층은 대체로 자잘한 액수를 곧잘 기억했다. “한 번 마트에 가면 한 20만원 쓰려나” 하는 식의 부유층 화법과 구별됐다.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 매달 버티는 극빈층에게는 전 달보다 몇 만원 더 나온 도시가스비나 몇백원 오른 채소값이 치명타가 된다. 당연히 적은 금액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고된 아르바이트 뒤 귀가하면서 통닭 냄새를 맡으면 먹고 싶을까봐 지름길인 시장통을 놔두고 멀리 돌아 간다는 빈곤 청년과 취미라고는 서울 남대문시장에 가서 진열된 옷을 멀뚱히 보는 게 전부라던 가난한 싱글맘은 고지서에 찍힌 숫자를 외우며 우리 곁에 살고 있었다. A씨는 “복지하려고 증세한다는데 그 돈은 다 어디에 쓰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여전히 빈틈이 많은 정부의 복지 안전망을 메우는 건 민간 조력 단체들이었다. 특히 설 등 명절 때에는 이들의 역할이 더 커진다. 홀로 아이 셋을 키우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 B(40·여)씨는 민간 단체 덕에 큰 고민을 덜었다. B씨는 딱히 찾아갈 가족이 없는 데다 돈이 없어 차례상을 제대로 차리기 어려웠다. 아이들이 명절 때조차 풍요로움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미안했다. 다행히 싱글맘 단체의 지원으로 설 당일 자녀와 1박2일로 놀이공원에 가게 됐다. A씨도 이번 설을 빈민 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그는 “민간 단체에서 평소 생활비가 부족하면 몇만원씩 꿔 주고 명절이면 음식도 챙겨 준다”며 고마워했다. 하지만 A씨를 비롯한 빈곤층은 ‘좋은 이웃들’의 사정이 안 좋아질까봐 속을 끓였다. 지난해 세제 개편으로 기부금에 대한 실질적 세금 감면 수준이 낮아지면서 전체 기부액도 줄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기부금이 줄면 민간 단체의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 지출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인 우리나라에서 민간 단체의 역할을 생각하면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올해는 공무원들이 민간 단체나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귀 기울였으면 좋겠다”는 어느 빈곤층의 새해 소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dynamic@seoul.co.kr
  • 한국계 美 입양인 루크의 ‘엄마 찾아 3만리’

    한국계 美 입양인 루크의 ‘엄마 찾아 3만리’

    KBS 1TV 인간극장은 16일부터 5부작 ‘엄마 찾아 3만리’를 방영한다. 친어머니를 찾기 위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3만 리를 건너온 해외입양인 루크(43)씨 얘기다. 루크씨는 1972년 충북 제천읍 신월리에서 미아로 발견됐다. 고향도 이름도 태어난 날도 모른다. 위탁가정을 거쳐 미국 콜로라도 목사 가정에 입양됐다. 성장해 외국계 회사 광고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며 풍요로운 생활을 누렸다. 1년 전 40여년의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어머니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왔다. 처음 발견된 장소인 제천에 정착했다. 시장, 터미널 등 사람들 밀집 장소에서 전단 돌리기, 경로당 찾아 수소문하기, 방송을 통해 사연을 알리기 위해 전국노래자랑 예심 도전하기, 가족 찾기 프로그램 출연 등 그동안 할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했다. 한국말을 못하는 그가 이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건 아내 제인(43)씨 덕분이다. 제인씨가 남편과 한국을 이어 주는 통역사가 돼 준 것. 둘은 2013년 해외입양인 모임에서 처음 만났다. 당시 한국을 찾은 루크씨는 해외입양인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제인씨의 진취적이고 용감한 모습에 반했다. 지난해 겨울 자신들을 꼭 닮은 줄리아를 낳았다. 제인씨가 남편의 친어머니를 찾는 데 절대적인 지원군이 돼 주는 이유가 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생전에 친모를 만나 인생의 큰 전환기를 경험해서다. 상처와 오해로 점철된 자신의 삶과 과거가 친어머니를 만나면서 회복되고 치유됐다. 루크씨는 오늘도 엄마를 만날 날을 꿈꾸며 열심히 한국말을 연습한다. 16~20일 오전 7시 50분 방영.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지역의 미래를 묻다]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주민 참여형 보듬누리 사업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 원년 만들 것”

    [지역의 미래를 묻다]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 “주민 참여형 보듬누리 사업 확대… 복지 사각지대 해소 원년 만들 것”

    “복지 사각지대 해소의 원년으로 만들겠습니다.” 유덕열 서울 동대문구청장은 11일 올해 목표를 ‘행복 기본권 찾기’라고 강조했다. 유 구청장은 “동대문에는 3000여 가구의 복지 틈새계층이 있다”면서 “보듬누리 사업 확대로 모든 주민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보듬다’와 ‘세상’의 단어가 만나 ‘온누리를 보듬는다’는 뜻인 보듬누리 사업은 민관 연계 복지시스템이다. 자매결연 등을 통해 구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을 지역 기업과 주민이 챙기는 것이다. 3년째인 올해 주민 780여명이 참여한다. 이들이 낸 작은 성금과 재능기부가 모여 지역을 풍요로운, 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돈을 벌어 기부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대중탕 주인이 어르신들에게 목욕봉사를, 카페 사장은 손님이 붐비지 않는 시간에 무료 커피를 제공하는 건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기초수급자 6500여 가구와 차상위계층 3100여 가구, 쪽방촌 147가구 등 생활고를 겪는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민선 6기 내 3000명을 모으는 게 유 구청장의 계획이다. 그는 “구청의 한정된 재원 때문에 송파 세모녀 자살 사건 등이 일어나는 것”이라면서 “지역 기업과 주민이 연계해 이웃을 돌볼 수 있도록 묶어내는 게 관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교육은 가정의 행복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이란 유 구청장의 철학에 따라 교육분야 투자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는 “2010년부터 시작한 교육분야 투자가 하나씩 열매 맺고 있다”면서 “이제는 자녀 교육 때문에 동대문구를 떠나는 주민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투자로 지역의 동부교육청이 서울 11개 교육지원청 중 3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최우수교육청으로 평가받았다. 유 구청장은 “각급 학교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지역 교육여건을 개선해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늦어졌던 청량리역 일대 개발도 가시화된다고 귀띔했다. 서울 동부지역 중심지인 청량리역 주변에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42층 규모의 랜드마크타워가 들어서는 ‘청량리 4구역’ 개발공사가 상반기에 첫 삽을 뜬다. 유 구청장은 “청량리역 일대 개발사업은 동대문구의 미래 먹을거리”라면서 “개발 혜택을 모든 주민이 누릴 수 있도록 감시하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약령시 한방산업진흥센터 건립 추진과 더불어 경동시장 등 5개 전통시장에 총 20여억원을 투입, 시민이 찾는 전통시장을 만든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두바이에 삼성 혁신스토리 전파

    두바이에 삼성 혁신스토리 전파

    “아랍 상인들이 우리를 ‘꼬레’라고 부른 것이 지금의 ‘코리아’가 됐습니다. 사막 속에서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일군 아랍과 우리 한국, 삼성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 E) 두바이 메디나 주메이라 호텔 강연장에 선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대표이사는 한국과 아랍의 역사 속 인연을 소개하는 것으로 서두를 열었다. 이날 윤 대표는 UAE 총리 겸 부통령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두바이 통치자가 주관한 ‘제3회 거버먼트 서밋’에 연설자로 나섰다. ‘거버먼트 서밋’은 매년 정부서비스 혁신을 주제로 열리는 아랍권 최대의 국제회의다. 윤 대표는 “혁신을 하려면 익숙한 곳을 벗어나는 과감한 결단과 문제 해결을 위한 간절함, 주인 의식이 필요하다”면서 삼성전자의 혁신 스토리를 전파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제품(Product)·프로세스(Process)·인재(People) 등 3P를 중심으로 강한 혁신을 이뤄 나갔다면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 LED TV, 셰프컬렉션 냉장고 등을 3P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또 미래성장 동력으로 사물인터넷(IoT)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사물인터넷이)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와 국가를 바꿀 무한한 가능성의 원천”이라고 소개한 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산업 간 협력은 물론 정부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랍 시장에서 시스템에어컨 등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강화하고, 사물인터넷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이날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아랍 지역 정부 관계자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기고] 과학기술인을 응원하는 사회/유진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

    [기고] 과학기술인을 응원하는 사회/유진 한국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 교수

    과교흥국(科敎興國)과 과학굴기(科學屈起)로 단기간에 미국과 패권을 다투는 주요2개국(G2)의 위상을 갖추게 된 중국에서는 연초나 중요 명절에 국가 지도자가 원로 과학자의 집을 찾아 문안 인사를 한다. 노벨상의 나라 스웨덴에서는 국가 주요 행사에 과학한림원 회원들을 초청하는데 왕실도 이들이 앉은 뒤에야 착석하는 전통이 있다. 과학기술인을 존중하는 문화가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부러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우리 헌법(제22조 제2항)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과학기술인의 권리 보호를 명문화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다는 사회 분위기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과학기술이 중요한 것은 그것이 단순히 경제성장의 견인차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안보를 공고히 하며, 노령화와 환경보호 등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과학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나 신기술 개발로 수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등 파급효과가 매우 광범위함에도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열악하기만 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과학기술을 외면하고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떨어져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공계 분야는 의료·법률 등 서비스업 분야에 비해 작업 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한데도 보수가 적으며, 공부하기 어렵고, 업무 강도가 높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창의적인 인재들을 국가와 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기술 분야로 꾸준히 유입하게 하려면 과학기술인을 우대하는 적극적인 정책과 사회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지난해 말 과학기술로 사회 발전에 공이 큰 사람을 ‘과학기술 유공자’로 지정해 예우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는 반가운 일이다. 경제적인 보상도 중요하지만 과학기술인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연구개발(R&D)에 매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희생·공헌한 사람을 ‘국가 유공자’로 지정하고 예우하듯 과학기술로 사회 발전을 이끈 사람을 ‘과학기술 유공자’로 지정하는 것은 시의적절하다. 이러한 계획이 말에 그치지 않고 이행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하루속히 관련 법률이 국회를 통과하기를 바란다. 아울러 100세 시대를 맞아 과학기술인들이 퇴직 후에도 사회에 기여하며 보람된 삶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하는 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퇴직한 과학기술인들이 서로 활발히 교류하고, 다양한 세대와 소통하며 전문성을 활용하는 지식나눔 활동을 통해 다양한 도움이 될 때 우리 사회도 과학기술인들을 마음으로 존경하게 될 것이다. 명예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우리 사회에는 창조경제 활성화, 중소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 빈부격차의 감소 및 약자에 대한 배려, 선진사회 진입, 노령화 사회 대비, 개발도상국 지원, 더 나아가 남북 통일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 ‘국제시장’의 덕수처럼 “힘든 풍파를 우리 자식 세대가 겪지 않도록” 과학기술인들이 인고하고 더욱 크게 기여하여 국민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온 국민이 과학기술인들을 응원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한과의 화려한 변신

    [농촌진흥청과 함께하는 식품보감] 한과의 화려한 변신

    한과는 삼국 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 음식이다. 밀가루와 찹쌀, 견과류, 과일 등으로 경사스럽거나 중요한 일에만 쓰였던 ‘절식’이다. 한과에는 다른 나라의 과자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발효 기술과 지역색 등이 존재한다. 한과는 발효 식품으로 볼 수 있다. 물에 오랫동안 찹쌀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찹쌀을 10∼15일 정도 발효해 그것을 건져 찜통에 찌고 밀대로 밀어 내는 수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한과는 발효로 인해 부드러운 질감과 독특한 향미를 갖는다. 한과의 재료는 다양하고 화려하다. 찹쌀과 콩, 견과류, 과일류, 채소류, 한약재뿐 아니라 향을 내기 위한 천연재료 등이 첨가된다. 양과자가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는 단순한 모습이지만 한과는 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가짓수도 수백 가지다. 조선 시대에는 250여 가지 정도의 한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즘도 170여 가지가 나온다. 색을 낼 때도 인공 색소가 아닌 자연에서 나는 천연 재료가 사용된다. 붉은색에는 오미자와 지치(芝草), 검정색에는 흑임자와 석이버섯, 노란색에는 송화와 치자, 울금, 보라색에는 흑미와 송기, 녹색에는 쑥과 청태 등을 이용한다. ●지역 특산물 활용한 퓨전 한과 인기 한과는 지역색이 있다. 각 지방마다 나는 특산물이 다르기 때문에 지역만의 특산(特産) 한과로 발전해 왔다. 경기도는 여주의 ‘땅콩 강정’, 잣나무로 유명한 가평에는 ‘송화 다식’, ‘개성약과’, ‘수원 약과’ 등이 유명하다. 강원도는 옥수수 주산지답게 ‘옥수수엿’ 등이 별미다. 충청도는 ‘인삼 약과’와 ‘인삼 정과’가 대표적이다. 전라도는 풍요로운 자연 환경으로 음식에 들이는 정성도 별나다. 담양군의 ‘창평 쌀엿’과 ‘동아 정과’가 대표적이다. 경상도는 ‘신선 다식’과 ‘각색 정과’가 유명하다. 제주도는 한과 중에서도 엿 종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꿩엿’, ‘닭엿’, ‘돼지고기엿’, ‘하늘애기엿’, ‘보리엿’ 등이 유명하다. 한과가 제사상에만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 한과와 차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카페에서 커피와 함께 팔리는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과 중에서 강정과 약과는 당도가 있어 커피와 궁합이 좋다. 쿠키 대신 한과를 찾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한과가 대중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내 과자와 수입 과자의 경쟁은 필연적이다. 국내 과자시장 규모는 2012년 기준 2조 7000억원으로 스낵과 비스킷, 캔디 매출이 전체 82%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 과자도 점점 국내 과자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복고풍이 수제 과자 업계를 강타하고 있어서다. 일본의 화과자와 중국의 월병, 프랑스의 마카롱 등 외국의 고급 수제 과자에 대한 소비량이 증가하고 있다. 한과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달라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를 위해 국내 한과업계는 식감이 좋도록 제품의 크기를 줄이거나 일률적인 모양에서 벗어나 아름다운 모양과 배열을 고려한 디자인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한과의 맛과 멋을 풍부하고 다양하게 개선하기 위해 지역 특산물을 원재료로 활용한 퓨전 한과를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초콜릿뿐 아니라 뽕잎, 백련초 등으로 천연색을 내 아기자기하게 빚은 한과 등이 상한가다. 예천과 이천의 고춧가루 한과, 안동의 참마 한과, 옥천의 포도 한과, 보은의 대추 한과, 증평의 인삼 한과 등이 대표적이다. 부드러운 찹쌀과 건조시킨 제철 과일, 곡물로 빚은 교동 한과의 ‘고시볼’은 어린이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많다. 건강에 좋고 부드러움을 강조한 ‘실버형 한과’, 수험생을 위한 ‘수능 한과’ 등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기획된 상품들이다. 또 전통에 충실하면서 현대 미각을 살려 대추, 생강, 단팥, 단호박 등 우리 농산물로 만든 라테 등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고열량과 장기 저장을 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과의 더 큰 발전을 막고 있다. 한과는 기름에 튀긴 음식이라 고열량이다. 아이들이 먹을 때는 부스러기가 많아 지저분해진다. 여기에 한과에 들어가는 조청으로 인해 높은 당도와 치아에 달라붙는 식감도 곤란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우리의 과자임에도 여전히 낯설고 소비 시기가 편중돼 있다. 매출 대부분이 추석과 설 등 명절 기간에 집중되고 있으며 폐백 음식 등으로 ‘특별한 날’에만 소비되고 있다. 서양 과자와 달리 방부제를 쓰지 않는 것은 ‘웰빙 시대’에 뛰어난 장점이다. ●방부제 쓰지 않은 ‘웰빙 간식’ 우리 일상생활의 간식으로 자리하고 세계인의 명품 디저트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폭넓은 소비자 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제품과 가격, 포장, 맛, 용도 등을 더욱 세분화해야 한다. 세계화를 위해서는 나라별 과자에 관한 기호와 타깃 시장을 분석하는 것도 필요하다. 전통에 충실하면서 한과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인력에 대한 투자도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한과 명인과 한과 마을이 늘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서산 생강한과’는 지역 17개 제조업체가 연간 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봉화 닭실한과’는 500년 동안 한과를 만들어 온 마을로 핑크빛의 유과와 지치라는 뿌리 식물을 이용해 만든다. ‘양평 다물한과’는 한과 성수기에 마을 부녀자들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이천 단드레한과’는 수작업 생산으로 전통의 맛과 체험을 전달하고 있다. 김진숙 농촌진흥청 가공이용과 ■ 문의 golders@seoul.co.kr
  • 황영기 금투협 회장 취임 일성 “주식·펀드 투자 세제 혜택 추진”

    황영기 금투협 회장 취임 일성 “주식·펀드 투자 세제 혜택 추진”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신임 회장은 주식과 펀드 투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시장의 성장과 투자자의 노후 보장 등을 통해 우려되는 세수 부족은 보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황 회장은 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취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보험은 10년 이상 가입하면 세금이 면제되는 혜택이 있다”며 “보험과 형평성 차원에서도, 주식시장을 키우고 장기투자를 정착시키는 측면에서도 주식과 펀드의 장기투자는 면세 혜택을 받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해외 펀드에 대한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도 개인투자자들을 직접 거래로 유도하는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개인이 외국의 개별 주식 종목에 잘 투자할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펀드가 더 안전하다”며 “해외펀드에 대한 완전 비과세는 무리이며 분리과세로 직접 투자와 형평성만 맞춰져도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세수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자본시장 파이를 키우고 국민이 스스로 대비해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할 수 있게 되면 일시적 세수 감소는 장기적으로 충분히 보상되고도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아하! 우주] 지구에 다른 태양과 달이 뜬다면...

    [아하! 우주] 지구에 다른 태양과 달이 뜬다면...

    -러시아 연방 우주청 제작 동영상 공개 땅만 내려다보며 사는 사람들에겐 결코 알 수 없는 신비로움이 하늘에 가득하다. 우리 지구의 하늘에 해와 달이 뜨기 시작한 것은 46억 년 전이다. 인류는 오랜 기간 그런 해와 달만을 보아왔기 때문에 다른 상황을 상상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상상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이번엔 러시아 사람들이 그런 우주적 상상을 맘껏 펼쳐본 동영상이 발표되어 우주 마니아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번 동영상은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라 무려 러시아 연방 우주청이 제작한 것이다. 이 놀라운 동영상에는 지구 밤하늘을 휘어잡고 있는 유명 스타들과 태양계 행성들이 지구 하늘에 총출동해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첫번째 동영상은 우리은하의 다른 별들을 태양 자리에 끌어다놓는다면 어떤 광경이 연출될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오프닝 스타로는 알파 센타우리가 뽑혔다. 이 별은 남반구 하늘에서 가장 밝은 별의 하나로,지구에서 태양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별이다. 그러나 그 가깝다는 것이 실제로는 4.3광년(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 약 10조km)으로, 지구-태양 간 거리의 30만 배에 달한다. 이 거리는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달리더라도 10만 년은 걸리는 거리다. 쌍성계를 이루고 있는 이 별을 태양 자리에다 놓는다면 지구 하늘에는 두 개의 태양이 빛나는 장관을 연출하게 될 것이다. 11AU(1AU는 지구-태양 간 거리) 떨어진 거리에 있는 동반성 알파 센타우리B는 서로의 질량 중심을 기준으로 80년을 1주기로 공전한다. 시리우스는 남북반구 하늘을 통틀어 가장 밝은 별이다. 지구에서 8.6광년 떨어져 있으며, 태양 질량의 2배나 되는 큰 별이다. 큰개자리의 알파별인 시리우스가 태양 자리에서 지구의 지평선 위로 떠오른다면 크기는 태양의 두 배로 보이며, 온 세상은 희고 푸른빛으로 온통 멱을 감게 될 것이다. 그리고 머지않아 지구 바다는 바짝 말라버리고 지구는 시커멓게 그슬려지고 말 것이다. 동영상은 목자자리의 오렌지색 알파별 아르크투루스가 지구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풍경도 보여준다. 밤하늘에서 4번째로 밝은 이 별은 생애의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 적색거성이다. 아르크투루스의 반지름은 태양의 26배 정도이며, 밝기는 태양의 110배 정도다. 마지막 별은 인류에게 너무나 친숙한 별인 북극성 폴라리스다. 거리는 430광년, 지름은 태양의 30배나 된다. 이것만 보아도 밤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별들은 거의가 태양보다 훨씬 큰 별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러시아 연방 우주청은 제2부로 태양계 행성들을 달의 자리에다 끌어다놓을 때 연출되는 광경을 동영상에다 담았다. 여기 출연하는 행성들은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그리고 지구로, 태양계 모든 행성들이 총동원되었다. 만약 목성과 통성 같은 큰 행성들이 지구 근처로 온다면 지구의 대기층은 삽시간에 파괴되고 우리 인류는 성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 동영상을 본다면 행성들이 제자리를 지켜주게 한 우주의 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들 것이다. (동영상 보기 http://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2933687) 이광식 통신원 joand999@naver.com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富]아파트, 외제차, 상가 결혼이 선물… 개천의 용은 결사반대

    부산에 사는 주부 A(33)씨는 결혼 2년여 만에 시아버지로부터 ‘열쇠’를 총 3개 받았다. 첫 열쇠는 ‘속도위반’으로 아이가 생겨 결혼하면서 받은 40평대 아파트 키였다. 전망이 해변 쪽으로 탁 트인 해운대의 고층 아파트인데 매매가가 6억원 가까이 했다. 시아버지는 경상남도 지역 곳곳의 목 좋은 터에 건물·아파트 20여채를 가진 수백억원대 자산가여서 며느리 이름으로 아파트 한 채 해주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시아버지의 재력 덕에 부산 시내 특급 호텔에서 1000명 가까운 하객이 모인 가운데 성대한 결혼식도 올렸다. A씨가 만삭이 되자 시아버지는 두 번째 키를 건넸다. 독일제인 7000만원짜리 고급 승용차를 선물한 것이다. 안전을 걱정해 운전기사까지 붙여 줬다. A씨는 2013년 초 건강한 딸을 낳았고 지난해에는 둘째인 아들도 순산했다. 2년 사이 손주를 둘이나 본 시아버지는 기특한 며느리에게 세 번째 열쇠를 안겼다. 부산의 100평대 상가 점포의 열쇠였다. 사실 남편이 아버지를 도와 건물 임대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경제적으로는 풍요로운 A씨 가정이었다. 하지만 상가 임대 수익으로 매달 수백만원의 ‘용돈’을 벌 수 있게 된 A씨는 안정감이 더 커졌다. 그녀는 “시댁의 경제력이 워낙 세니 가족 계획, 육아 등에서 바라시는 걸 맞춰 드려야 할 일이 많다”면서도 “시아버지가 워낙 잘 챙겨 주셔서 불만은 없다”고 했다. 신혼집을 구하고 결혼식장을 알아보고 혼수와 예물을 준비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집안 형편에 따라 각자 다른 출발선상에 서 있음을 느끼게 된다. 부모의 재력이 자녀의 결혼을 규정한다는 얘기다. 요즘엔 젊은 층 사이에서 직업적 성취 등을 위해 결혼을 미루는 ‘만혼 현상’이 뚜렷하다 보니 보다 못한 부유층 부모들이 며느리나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기도 한다. 서울 강남에서 꽤 큰 규모의 내과 의원을 운영 중인 B(65)씨는 온갖 모임에 나갈 때마다 종이 한 장을 챙긴다. 큰딸(36)의 프로필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딸은 “커리어우먼(전문적 능력을 갖춘 직장 여성)으로 성공하고 싶다”며 연애조차 마다하고 있어 아버지 B씨가 직접 나선 것이다. 동료 의사 모임이나 지역 상공인 모임, 대학 동기 모임 등에 나갈 때면 지인들에게 딸의 프로필을 건넨 뒤 원하는 사위상(像)을 간단히 설명한다. 이미 결혼 정보업체 5~6곳에도 가입해 뒀다. B씨는 “딸이 똑똑하고 직장이 있는 데다 외모도 떨어지지 않는데 왜 결혼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면서 “내 주변에 우리 집과 경제적 수준이 비슷한 사람이 많으니까 사윗감을 직접 찾기로 한 것”이라고 했다.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 대표는 “부유층 자녀 중에는 ‘골드미스’(높은 학력과 경제력을 갖춘 미혼 여성)가 많은데 어머니보다는 사회 생활을 해 지인이 많은 아버지가 사윗감을 직접 찾아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부유층을 상대하는 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도 ‘상위 1%’ 부모들 사이에서 중매쟁이 역할을 한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 잔이고 못하면 뺨이 석 대’라는 속담처럼 결혼 상대를 소개해 주는 건 PB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거절하기 어렵다. 부유층 고객의 자녀는 잠재적 고객이기 때문이다. 고객의 부탁을 받으면 PB들이 모인 사내 온라인 대화방에 공지해 짝을 찾는다. 고객들로부터 중매 요청이 밀려들다 보니 일부 시중은행은 아예 부유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중매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김희경 신한은행 WM사업부 커플매니징 팀장은 “일선 프라이빗뱅킹 센터에서 ‘고객이 사위·며느리를 구하고 있으니 알아봐 달라’는 요청이 오면 원하는 조건에 맞춰 소개해 준다”면서 “짝 찾아 주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쯤 됐는데 매년 네 쌍의 커플 정도가 우리 소개로 결혼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이 만난 일선 PB 10여명은 “부유층 부모들이 자녀의 배우자감으로 썩 좋아하지 않는 공통 유형이 있다”고 했다. 대표적인 스타일이 ‘개천에서 난 용’인 남성과 오랫동안 해외 유학하며 박사 학위를 받은 여성이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일하는 한 여성 PB는 “부유층 부모들은 소득 수준이 낮은 가정에서 열심히 노력해 판·검사, 의사가 된 남성을 사위 후보로 크게 선호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대기업 샐러리맨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집안 형편이 크게 차이 나면 딸이 시댁 때문에 마음고생을 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다. 며느리감으로는 ‘가방끈’이 너무 길거나 직장에서의 성공에 집중하는 유형에는 부담을 느끼며 교사나 공무원, 금융권이나 대기업 직장인 등 안정적 일자리를 가진 여성을 선호한다. 결혼 후에는 시부모가 며느리에게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며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 키우는 데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1000억원대 재력가 C씨는 PB의 소개로 2년 전 며느리를 얻었다. 자신의 사업을 물려받을 30대 중반의 아들은 당시 중산층 집안의 여성과 연애 중이었는데 “집안 수준이 어느 정도 비슷해야 잘 살 수 있다”며 억지로 헤어지게 했다. C씨가 PB에게 “며느리감을 구해 달라”고 하면서 내건 요구 조건은 단 하나였다. 집 자산 수준이 수백억원대는 돼야 한다는 것. PB는 백방으로 수소문해 조건에 맞는 여성을 여럿 소개해 줬지만 정작 아들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며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C씨는 고심 끝에 조건을 낮췄다. 집안의 순자산이 우리나라 상위 ‘1%’ 수준인 40억~50억원 정도만 돼도 괜찮다고 한 것이다. 이후 중매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PB는 40억원대 자산가의 딸로 중소기업에 다니는 20대 여성을 소개해 줬다. C씨의 아들은 싹싹하고 미모까지 갖춘 이 여성이 마음에 들었고 결국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자감으로 판·검사 등 ‘사’(士) 자 들어가는 직업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고 하지만 결혼 시장에서 여전히 경쟁력 있는 직군이다. 30대 중반의 판사 D씨는 매달 장인으로부터 ‘용돈’을 받는다. 영남 지역의 땅부자인 장인은 판사 사위가 돈 때문에 주눅들까봐 매달 딸 부부를 만날 때마다 수백만원씩 건넨다. D씨는 10년 전 결혼 때도 장인으로부터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선물받았다. 한 전직 법조인(70)은 “현직 대기업 임원 등을 만나면 ‘내 딸이 20대 후반인데 서울에 살 집과 혼수 등은 다 마련해 뒀으니 젊은 검사를 소개해 달라’는 사람이 많다”면서 “판·검사 사위가 결혼 때 장인으로부터 아파트 한 채 받는 건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알맞는 ‘짝’을 찾은 뒤에는 결혼 준비를 위해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 당장 예물만 해도 서민들은 상상 못할 가격의 고급 보석 등이 교환되기도 한다. 서울신문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고급 예물 판매점을 직접 돌아보니 수억원대 예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C명품 보석 브랜드 판매점에서 “중견기업 회장 비서실에 근무하는 비서인데 회장님 장남의 예물을 보러 왔다”고 말하자 점원은 고가의 보석을 여러 개 꺼내 놨다. “다이아몬드 세트로 하려면 최소 3억원은 생각해야 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이곳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2.45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의 가격은 3억 7850만원이었고 조금 작은 2.15캐럿 반지는 3억 1000만원이었다. 상담원은 “6000만원 정도야 큰 금액 차이가 아니니 예물이라면 2.45캐럿은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그는 “유색 보석 중에는 루비가 가장 좋은데 가격에 구애받지 않는다면 이걸 껴 보라”며 반지를 슬쩍 건넸다. 가격을 물으니 “18억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금액에 놀라 “실제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팔리니까 매장에 가져다 놓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결혼식장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한 결혼정보업체 직원은 “서울의 특1급호텔 고급 홀에서 예식하면 하객 1인당 식대가 10만~20만원대인데 최대 1000명까지 온다고 보면 결혼 때 2억원은 드는 셈”이라고 했다. 결혼식 비용은 축의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 지위를 가진 부유층은 축의금을 받지 않기도 해 수억원대 예식 비용을 직접 치르는 셈이다. 서울 강남의 특1급 호텔에서 결혼한 대기업 직장인 E(34)씨는 “젊은 사람들이 꿈꾸듯 나도 정말 가까운 사람만 불러 소박하게 치르는 ‘프라이빗 웨딩’을 희망했다”면서 “하지만 아버지가 ‘결혼식은 너만의 행사가 아닌 가족의 행사이니 특급 호텔에서 해야 한다’고 고집하셨다”고 했다. 부유층 자녀들은 신혼집도 서울 강남·서초구 등 부촌을 선호한다. 따라서 20평형대 아파트를 산다고 해도 5억~10억원이 든다. 유대근 이두걸 송수연 기자 dynamic@seoul.co.kr
  • [글로벌 시대]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글로벌 시대] 미국으로 향하는 중국인들/민재홍 덕성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미국 어바인에 방문학자로 있을 때 알게 된 친한 형과 최근에 통화하다가 주거 환경이 좋고 학군이 좋아 한국인들이 선호했던 그곳에 이젠 중국인들이 밀려들고 있고, 현지 아파트 곳곳에 출산이 임박한 중국 임신부들이 자녀들의 시민권을 위해 단기 렌트로 거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830년쯤 미국 진출 초창기 중국인들은 뉴욕에서 장사를 하거나 하와이 사탕수수밭에서 노동을 했고, 서부 금맥 발견 이후엔 광부로, 미국 노예 해방 이후 흑인 노예를 대체할 인력이 필요할 때는 쿠리(苦力)라는 이름으로 하급 노동자 역할을 하는 게 고작이었다. 중국 대륙 사회주의 시절에도 중국인이 미국을 간다는 것은 대단한 특혜와 영광이었다. 대부분 국가의 허락을 얻어 떠나고, 유학생들은 국가장학금을 받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온다는 조건으로 미국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홍콩의 많은 부호가 홍콩머니를 들고 미국에 진출했다면, 2000년대 이후는 중국 대륙의 차이나머니가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벼락부자와 고위 공직자의 처자식들은 중국 사회를 위협하는 요소인 식품안전, 대기오염, 의료낙후, 부패, 산아제한 등 사회 문제를 걱정하며 미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을 떠나는 이민자들 중 40%가 미국을 택하고 있고, 최근 미국 투자이민 카테고리(EB5)에서 전체의 80%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중국 부자들의 미국 이민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2013년 외국인들이 구입한 미국 부동산 중 12%를 중국인들이 사들였는데, 미국의 주택값이 중국에 비해 저렴하다 보니 대부분 현금을 들고 즉석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미국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투자이민 정책이 유연하고 다른 선진국에 비해 물가 등이 저렴하다는 이유도 있지만, 거주 환경과 2세의 교육을 위해 차이나머니가 움직이는 것이다. 중국인 구매 부동산의 절반은 캘리포니아에 있는데, 미국 시민권을 얻기 위해 원정 출산 전용 아파트인 머터니티 맨션이 등장했다. 학군이 좋은 어바인의 주택은 중국인의 수요에 맞게 주택을 디자인하고, 주택 중 일부는 남향으로 창문을 내는 등 풍수지리를 따르기도 하며, 주소에서 ‘4’를 빼기도 했다. 뉴욕의 호화 맨션은 80층에서 88층까지 8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이 구매했다고 하니 미국 속의 중국 파워를 실감할 수 있다. 그런데 일부 중국인들에겐 어글리 차이니스라는 오명이 있다. 보양(柏楊)은 ‘추한 중국인’(醜陋的中國人)에서 중국인은 불결, 무질서, 소란함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의 질서의식 부족, 매너 부족, 무례함 때문에 시진핑도 “해외 여행을 가는 중국인들에게 교양을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추한 중국인일지라도 돈의 위력 앞에서는 다른 대접을 받는 게 사실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주요 호텔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셔틀버스와 전용 시설을 구비하고 있고, 다가오는 춘제(春節)를 앞두고 중국 장식으로 호텔을 꾸미고 있다. 오늘날 중국 경제 발전의 단초를 마련했던 덩샤오핑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함께 ‘먼저 부자가 되어 가난한 중국을 이끌자’는 ‘선부론’(先富論)을 주창했다. 이제 먼저 부자가 된 중국인들은 풍요로운 미국을 향해 떠나고 있는 것이다. 하급 노동자로 미국에 진출했던 상황과 ‘사회주의는 좋아’(社會主義, 好)를 외치던 시절을 생각하면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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