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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동구,산업연수생 ‘한국어교실’ 인기

    성동구가 관내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이 한국에서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운영중인 한국어교실이 갈수록 인기다. 특히 올해부터는 이들 외국인 산업연수생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자격시험이시행되면서 한글 및 한국풍습 등을 가르치는 한국어교실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6일 성동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자치구로는 처음 개설한 성동사회복지관의 한국어교실을 이수한 외국인 산업연수생은 모두 200여명에 달한다. 이들은 한국에 온 뒤 신분불안과 타국생활에서 겪어야 하는 불편으로 큰 고통을 받아왔다. 성동구는 이에 따라 구인난을 겪는 관내 중소기업에 이들 산업연수생들의취업을 알선,연수생 생활안정과 기업 인력난 해결이라는 두마리 토끼몰이에힘써왔다. 현재 운영중인 한국어교실은 태국반이며 19일부터는 필리핀반과 베트남반이 추가 개설된다.강의내용은 ‘한국어기초’ 및 ‘한국문화의 이해’다. 교육비는 물론 무료.강사도 한국외국어대생과 명동성당 외국인상담사 등 자원봉사자 6명이다. 성동종합사회복지관 이정민씨는 “구청에서 예산을 지원받고 있어 운영에큰 어려움은 없다”면서 “강사가 연수생들로부터 거꾸로 그들의 문화를 배우는 계기도 되고 있어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문창동기자 moon@
  • [金대통령 유럽 순방] 獨 프랑크푸르트 행보

    유럽을 순방중인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2박 3일간의 프랑스 국빈방문을마치고 8일 저녁(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 도착,숙소인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여장을 풀었다.이에 앞서 김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에 8시간 가량 머물며 독일 최대 화학그룹인 BASF사 회장단을 접견하고 코흐 헤센주 총리 주최 오찬과 경제인 초청 연설 모임에 참석하는등 ‘막간(幕間) 세일즈외교’를 펼쳤다. □헤센주 총리오찬과 BASF회장단 접견 김 대통령은 8일 오전 프랑크푸르트마인공항에 도착,숙소인 스타이겐베르거 호프 호텔에서 BASF사의 슈트루베회장을 비롯한 회장단을 접견했다. 김 대통령은 슈트루베회장에게 BASF사의 향후 4년간 4억달러 규모의 대한(對韓)투자 계획에 고마움을 표시한 뒤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 한국과 함께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이어 코흐 총리내외가 주최한 오찬에 참석,“헤센이 자랑하는 화학,기계,자동차,전자,환경 등의 분야에서 산업기술 협력의 잠재력이 매우 크다”며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또 “코흐총리는 국수요리에조예가 깊다는 얘기를 들었는데,한국에서는 혼인잔치 같은 좋은 일이 있을 때 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다”며 “헤센주에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번성하는 것은 총리가 국수를 많이 만들어 그런 것 같다”고 강한 친근감을 표시했다. □프랑크푸르트 경제인 초청 연설 김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린 독일·아시아태평양위원회와 프랑크푸르트 상공회의소 초청연설에서 참석자들에게 “한국에 투자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달라.직접 해결하겠다”며 독일에서 역시 투자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김 대통령은 또 BASF사,오스람사 등 대한 투자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적시하면서 “한국시장은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훌륭한 교두보”라고 자랑했다. 이어 ‘친구는 기쁨을 두 배로 해주고 슬픔을 반으로 해준다’는 독일 시인실러의 말을 인용,“한국과 독일이 든든한 친구관계로 더한층 발전하기 바란다”고 기대했다.김 대통령은 프랑크푸르트 시청을 방문,로트시장을 만난 뒤마지막 행사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프랑크푸르트 양승현특파원] yangbak@. *DJ 세일즈외교 스타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이번 유럽 4개국 순방에서 ‘정상 세일즈외교’를통해 총 51억달러 규모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기업으로부터각각 10억달러,21억달러를 끌어들였다.또 8일부터 시작되는 독일 방문에서는독일 제1의 화학그룹인 BASF의 4억달러를 포함,20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했다. ‘정상외교는 정상이 혼자서 90%를 하는 것’이라는 외교 관계자들의 평가를 감안할 때,이번 투자유치는 김 대통령 세일즈 활동의 결과다.특히 민주화와 인권을 위한 오랜 투쟁으로 인한 그의 ‘상품성’이 기본 바탕이 됐다. 수행중인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도 “외국지도자의 동정에 인색한프랑스 언론들이 연일 김 대통령의 방문을 보도한 것을 보면 프랑스 국민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고있는 것 같다”며 “이는 프랑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존경심,그리고 IMF위기때 우리가 보여준 노력과 의지에 대한 평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 대통령의 ‘호소하는 형식’의 독특한 세일즈 스타일도 크게 보탬이 됐다는 분석이다.다시 말해 ‘한국에 투자하면 왜 성공할 수 있는지 이유를 먼저 설명하고 앞으로 이런 투자환경을 만들테니 적극 투자하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해 호응을 얻었다. 김 대통령은 다단계 논법의 호소를 즐겨 사용한다.먼저 우리 국민의 의지를강조하기 위한 ‘금 모으기 운동’에서 출발,62%가 대학에 진학하는 높은 교육열과 창조·젊음의 신명이 있는 나라임을 강조한다.이어 정부출범 후 대북포용정책의 일관된 추진으로 한반도 전쟁위험이 줄었음을 알리고, 미·일·중·러시아 등 4강이라는 거대 시장의 한 가운데 물류와 정보의 중심축으로한국이 위치하고 있다는 지정학적 장점을 제시한다. 끝으로 “나는 일하기 위해 네번만에 대통령이 됐다.남은 임기 3년 동안 한국을 위기에 몰아넣은 모든 제도와 법령을 고쳐 가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가장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다. 김 대통령의 이같은 호소때마다 장내는 순방국 기업 대표들의 박수소리로 가득해진다. 프랑크푸르트 양승현특파원
  • [시베리아 대탐방](8)’사슴 공화국’ 고르노알타이

    [고르노알타이스크(러시아 고노노알타이 공화국) 김규환특파원] 시베리아의중심지 노보시비르스크에서 450㎞쯤 떨어진 산간오지의 고르노알타이공화국.세계에서 가장 질 좋은 녹용과 사향 등이 생산되고 있어 ‘사슴 공화국’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알타이산맥이 병풍처럼 둘러싼 해발 4,000m의 고원지대의 분지인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사슴의 나라’답게 사육하는 사슴의숫자가 주민수보다 많다. 산업 발달이 낙후된 이곳은 사육하는 사슴에서 생산된 녹용을 해외에 수출,국가 재정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을 정도다. 수출물량은 매년 20∼25t 정도.수출가격은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1㎏에 1,000달러선.녹용수출로 한해 2,000만∼2,500만달러(약 24억∼30억원)를 벌어들이는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빅토르 로마노프씨(43)는 “우리나라의 최대 산업이자 최고의 외화벌이 사업은 단연 사슴”이라며 “특별한 공산품 제조산업이 열악해조세 수입이 적은 탓에 국가재정의 대부분을 사슴과 관련된 산업의 판매로충당하고 있다”고 말한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그러나 국제사회의 야생동물 보호론자들의 ‘주적(主敵)’으로 거론되고 있다.알타이산맥에서 주로 서식하는 사향노루를 남획하고 있다고 보는 탓이다. 하지만 결코 영리를 목적으로 사향노루를 잡는 법이 없다고 고르노알타이주민들은 주장한다.아나톨리 이바노프 국영 카른 사슴목장 사장(42)은 “사슴목장에 사향노루가 침입해 냄새를 퍼뜨리고 다니면 사슴들이 흥분해 서로싸우는 바람에 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향노루를 잡을 수 밖에 없다”고 목청을 높인다. 이런 실상을 모르는 극성 동물애호가들이 러시아 정부에 압력을 넣는 바람에 자신들이 괴롭다는 것이다.고르노알타이 공화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제사회의 압력도 압력이지만,사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한국과 중국에서 진짜와 가짜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진짜 사향을 제값에 팔기 어려운 게 아쉽다”고 털어놓는다. ‘사슴의 나라’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은 해발 4,000m의 고원지대에 위치한탓에 시베리아에서 유일하게 철도망이 없다.시베리아의 철도종점인비스크로부터 250여㎞ 떨어져 있어 자동차로 4∼5시간이나 걸리는 지역이다.국토 면적은 9만2,000㎢.한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겨우 20만명에 불과하다.인구를늘리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부인을 여러명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한다. 민족 분포는 러시아인이 60%로 가장 많고 순수 알타이인은 30%에 불과하다. 종교는 이슬람교·불교·기독교 등이 혼재하고 있으며,12년째 선교활동을 펴고 있는 여성 선교사 한명이 유일한 한국인이다. 고르노알타이 공화국 초입에 들어서면 70년대 고향을 찾은 듯한 정겨움을느낀다.고르노알타이산 녹용의 80% 이상이 ‘보약을 좋아하는’ 한국으로 들어와 유통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사둔(사돈)·삼춘(삼촌)·밥·옷·말·물·닭·마늘 등 한국말을 듣는 게 아니냐는 착각을 들게 하는 낱말들은 물론,거리에서 만나는 주민들의 모습도 우리들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시골처럼 때묻지 않고 인심이 좋은 것도 말할 필요도 없다.병이 나면 약재를 달여 먹는 점도 비슷하다.1,850종류의 각종 약초들이 서식하고 있는 덕분이다.그들이 영약으로 꼽는 것은 불로초(?)와 사향,웅담,녹용 등이다.특히불로초와 약초를 캐기 위해 입산하기 전에 산신들에게 제를 올리는 모습은한국의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기 위해 제사를 지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고르노알타이의 말과 얼굴,전래 풍습 등에서 우리들과 닮은 것은 같은 알타이계통이기 때문이라는 것.그레고리 체쿠라셰프 고르노알타이공화국 경제부장관은 “조상이 같은 알타이계통이어서 외형·언어·문화 등의 부문에서 매우 비슷한 것같다”고 설명한다. 사슴 사육과 함께 주민들은 곰·노루를 사냥하거나 잣을 따 생계를 꾸려 나간다.체쿠라셰프 경제부장관은 “우리 조상은 원래 유목생활을 해 사슴 등동물 사육에 조예가 깊지만,지금은 정착해 사료작물·곡류 재배 등에도 많은사람들이 종사하고 있다”며 “금·아연·철광석 등 광물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돼 있지만 돈이 없어 이들 자원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인다. 관광산업도 돈벌이의 주요 수단중의 하나다.단풍나무·자작나무·황철나무등이 온갖 색깔로 아름답게 물들즈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달력 제작자들이 대거 몰려든다.고르노알타이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담기 위해서다.겨울철이면 고르노알타이의 모든 산들이 자연적인 스키장화돼 미국과 일본,유럽등지에서 스키 휴양지를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비고,여름철에는 계곡물 타기관광을 즐기려는 카누족들도 몰려들어 문전성시를 이룬다.생업이 곰·노루사냥인만큼 수렵관광도 이들이 자랑하는 주요 관광상품이다. *고르노알타이스크 민속박물관 [고르노알타이스크 김규환특파원] 베틀·맷돌·절구통·곰방대·금줄…. 고르노알타이 공화국의 수도 고르노알타이스크에 있는 민속박물관은 미국 워싱턴의 스미소니언 박물관처럼 화려하지도,다양하지도 않다.하지만 이 민속박물관을 찾은 한국사람은 강한 애착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선사시대부터 근대사회에 이르기까지의 우리 조상들의 손때가 묻어난 전래 용품들을 한데 모아놓은 게 아니냐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고르노알타이스크의 중심가에 위치한 민속 박물관은 대지 500여평 위에 지어진 3층짜리 건물.고색창연한 빛을 띤 자그마한 이 박물관 앞은 휴일이면언제나 어머니나 친구들과 삼삼오오 손을 잡고 구경온 어린 학생들로 붐빈다. 박물관 1층에 들어서면 고르노알타이의 어제와 오늘의 생활의 단면이 면면히 담겨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각종 사진들과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왔다는 독일인 기데온 라이만(49)씨는 “이곳으로 오는데 빙판길이어서 되돌아갈 생각도 여러번 했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비록 이곳의 생활수준은 낙후돼 있지만 2,000∼3,000년 전에는 매우 높은 문화수준을 누렸음을 새삼 알게 됐다”고 전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2층에 마련된 고르노알타이 문화사 코너.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한국의 선사시대 및 고대·중세·근세사회로 되돌아간 느낌을준다.전시된 물품들이 한국식 베틀에서 절구통·곰방대·맷돌·아이가 태어난 후 부정타는 것을 막기 위해 대문 앞에 걸던 금줄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우리들에게 익숙한 전래용품들이다. 문화사 코너를 돌아가면 고르노알타이의 선사시대의 삶을 담아낸 각종 장비들도 발길을 잡기에 충분하다.특히 돌도끼 등 각종 사냥 도구와 선사시대의토기,기원전 6∼7세기 때의 장례풍습과 물품이 전시돼 있다.친구들과 함께구경온 니콜라이 자바스키군(13)은 “조상들이 이런 물건들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며 “지금 사용하는 것들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우리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이곳에서 와서 느꼈다”고 말한다. 3층으로 올라가면 알타이산맥에서 서식하는 각종 동물들의 박제품들이 전시된 선사시대 동물박제품 코너.곰·독수리·올빼미·여우·노루·오소리·사슴·산양 등의 박제품은 마치 살아움직이는 것 같아 이국(異國)나그네의 눈을 매료시킨다. 특히 최근 시베리아 북부 타이미르반도 하탕가지역의 얼음 속에서 발견된 2만년 이상된 털북숭이 매머드처럼 수천∼수만년전의 매머드뼈와 원시인들의뼈가 조금도 훼손되지 않고 보관돼 있어 인류사나 고고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놓아주지 않고 있다. 선사시대 동물코너를 지나가면 유명작가들이 고르노알타이의 풍물을소재로그린 각종 판화와 그림 등 여러가지 예술작품들이 반긴다. 유명한 러시아 판화작가인 초로소 쿠르겐의 작품 50여점과 쿠르겐의 제자들의 작품과 고르노알타이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추발코프의 유화 30여점이 그것들이다.
  • 민속 퍼레이드·민요마당 등 이벤트 풍성

    설이 턱밑까지 왔다.한세대 전만 해도 이맘때면 마을마다 이집저집에서 떡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떡메 든 어른 보다 군침을 흘리며 구경하는 아이들이 더 신이 났다.‘탁탁’유과를 찍어내는 소리는 또 얼마나 운치가 있던가! 하지만 요즘은 어지간한시골서도 구경하기 어려운 모습이다.몇몇 마을에서만 겨우 명맥을 유지할 뿐.설 연휴를 쪼개 이런 마을을 찾아 전통의 향기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한국관광공사 추천으로 설연휴에 가볼 만한 ‘전통이 살아 숨쉬는 마을’6곳을 소개한다.인절미 토종꿀 한과 황태 짚신 복조리 등 이름만으로도 전통의내음을 솔솔 풍기는 먹거리와 풍습을 간직하고 있다.방향이 비슷하다면 귀성·귀향길을 좀 넉넉히 잡아 둘러봐도 좋을 만한 곳이다. ■송천리 떡마을(강원 양양군 서면) 옛부터 떡마을로 소문난 곳.마을에서 수확한 찹쌀을 쪄 기계가 아닌 떡메로 쳐서 떡을 만든다.며칠이 지나도 말랑말랑하고 쫄깃한 맛을 자랑하는 인절미가 특히 인기. 직접 떡을 쳐 만들어볼 수도 있다.재료비만 내면 제가 만든 떡을 가져가도된다.인근 동해안 일출과 연계하면 더 즐거운 여행이 될 듯.문의 민속떡집(0396-673-8977). ■횡계리 황태덕장(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인근 인제군 북면 용대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황태덕장.너른 구릉지대에 널린 수백만 마리의황태가 진풍경을 이룬다. 황태는 겨울철에 잡은 명태를 추운 고원지방에서 겨우내 얼렸다녹혔다를 반복하며 말린 것.노릇노릇하게 구워먹는 맛이 일품이다.12월이면 통나무를 이어 덕장을 만들고 1월 초부터 말리기 시작한다.인근 휘닉스파크나 성우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긴후 한번 둘러볼 만하다.문의 삼신황태(0374-335-5041). ■가인마을 토봉단지(전남 장성군 북하면) 장성 백양사 입구에서 왼편 산속으로 들어가면 가인마을이 나타난다.주민 대부분이 백암산 일대에서 토종벌을 치며 살아가는 곳. 벌집을 그대로 잘라 꿀을 내리는 모습이 재미있다.시중가보다 꽤 싸게 토종꿀을 구입할 수 있다.토종꿀과 솔잎가루를 섞어 만든 솔잎차도 맛보자.문의약수리 한봉협회(0685-392-7740). ■송단리 복조리마을(전남 화순군 북면)설날과 정월대보름을 앞둔 시기만되면 집집마다 복조리 만들기에 바쁘다.산죽으로 만드는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복조리가 예쁘다.복조리 값은 한쌍에 1,000원 정도.부근에 백양산 휴양림과 화순온천이 있다.문의 송단마을 이장집(0612-373-9514). ■닭실종가 전통 유과마을(경북 봉화군 봉화읍) 조선조 500년 전통을 이어한과를 만드는 곳.마을 형상이 닭이 알을 품은 것 같다고 해서 ‘닭실마을’이란 이름이 붙었다. 중종때 재상을 지낸 충재 권벌의 종가가 이곳에 자리잡은 뒤 제사 때 만든것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마을 부녀회원들이 토종 재료만을 써서 공동으로 만든다.문의 유곡리 부녀회관(0573-673-9541). ■신기 짚신마을(경남 하동군 하동읍) 100년 전부터 짚신마을로 소문난 곳. 주민들이 농한기만 되면 삼삼오오 모여 짚신을 삼는다.짚신을 직접 삼아보고구입할 수도 있다.한 켤레에 750원.문의 신기리 부녀회장댁(0595-883-0602). 임창용기자 sdragon@
  • 간소하게…평등하게…차례상에도 변화 물결

    제사나 차례는 영구불변의 철칙인가.모든 것이 요동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시대에 예법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수는 없는 것 같다.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제사에 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이라 하여 금기로 여겼다.하지만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제사나 차례법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기독교의 전파와 함께 일차 도전을 받았던 전통제사법은 현대화와실용주의에 의해 대폭 간소화되었고 최근에는 여성주의적 새 제사법 마저 제안되기에 이르렀다.준비단계에서부터 경건함과 정성을 강조했던 전통적 가르침을 떠나 음식도 주문업체를 이용하는등 변화 추세가 뚜렷하다.설을 앞두고차례와 관련된 여러 제사법 제안과 음식준비 추세를 알아본다. ▲간소한 차례(茶禮) 전통차례연구회 이연자회장이 옛문헌 고증을 통해 제안한 문자 그대로의 차례법. 이회장은 “예학의 태두인 김장생(金長生·1548∼1613)선생의 ‘상례비요’(喪禮備要)나 ‘가례집람’(家禮集覽)에는 정초 차례상에 신주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술잔,왼쪽에는 찻잔을 놓고 잔앞쪽에 과일 한접시를 올렸다”며“명절차례는 조상이 돌아가신 날 지내는 기제사와 달리 제물을 간소하게 올리도록 한것을 알수 있다”고 말했다. 차례의 기본제물은 술 차 다식 과일이 전부.여기에 떡국이나 전을 올려도 무방하지만 이는 차례가 끝난 후 가족들이 모여 푸짐한 음복을 하기 위해서일뿐이라는 것. 그는 “술도 올리지만 차례를 지낼때는 한 잔만 올리기 때문에 전이나 적은포함되지 않았던 것 같다”며 차례는 다식과 과일만 올려도 되므로 주부들의 일손이 줄어들고 상차림 경비가 절약된다고 말했다. 차례를 올릴 경우 제사를 시작하기 직전에 젯상 한켠에서 차를 우려 식지 않게 다관(茶館)에 담았다가 찻잔에 따르면 된다. ▲천주교 기독교식 차례 토착화과정에서 한국의 전통과 풍습을 받아들였던천주교에서는 특별히 제사나 차례와 관련한 규제는 없다.음식을 준비하고 차례를 지내기도 하지만 신위 대신 사진을 놓거나 아예 없이 지낸다.제사나 차례를 가족간의 화목과 우애를 다지는 계기로 삼으며 가족들이 즐기는 음식중심으로 준비한다.대신 이날 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하기도 한다. 기독교 가정에서도 명절은 가족간의 화목과 정을 돈독히 하는 날이다.가족들이 모여 예배를 보고 자녀들에게 할아버지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그리고 둘러 앉아 식사한다.추모 음식은 따로 준비하지 않는다. ▲평등가족을 위한 제사법 작가 이하천이 주장하는 제사방식.동학의 제사법인 ‘향아설위’(向我設位)개념에 제사주체로 여성과 여아를 포함시켰다.향아설위는 위패와 밥그릇을 벽쪽에 갖다 놓던 제사양식에서 탈피,제사지내는사람,즉 살아있는 사람앞에 위패와 밥그릇을 되돌려 놓는다는 것. 이씨의 제사법은 집에서 가장 좋은 곳에 제사상을 놓고 그릇에 맑은 물을 가득 담는다.계절에 맞는 꽃잎을 서너개 띄우고 꽃·향·초를 준비,상을 장식한다.가족전제가 상을 빙 둘러 앉는다.사회자를 한명 정하고 그는 오늘은 누구누구의 제사날이라는 것을 말하며 명절때는 그곳에 모인 모든 여성 남성들의 조상을 다 불러 모은다.조상에게 근황을 알리며 돌아가면서 자신의 삶에대해 이야기 한다.3분정도 묵념시간을 갖고 예식을 끝낸다.청수를 한 모금씩돌아가면서 마신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주문 차례상 98년 문을 연 가례원을 시작으로 종가제사,예지원,예빈시 등에서 차례나 제사상을 주문,판매하고 있다.가례원 관계자는 주문양이 2년만에 6배가 늘었다고 말했다.가격은 업체별로 차이가 있으나10인기준 15만 선. 강선임기자 sunnyk@ *전통 설 차례상 이렇게 시대가 바뀌고 의식이 변해도 차례만큼은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주부클럽연합회 황명자이사는 “차례상은 가짓수보다는 정성을 담되 격식에서 벗어나지는 않아야 한다.그러나 형식에 얽매이지 말고 고인이 즐겨드시던 것 중심으로 하라”고 권한다.황이사의 도움말로 본 설 차례상차림. 신위가 놓인 쪽이 북쪽이고 신위를 마주하였을 때 제주의 오른쪽이 동쪽,왼쪽이 서쪽이 된다.방위를 맞추기가 적당치 않을 때는 지내기 편한 방향에 차례상을 차린다. 차례와 기제사의 차이점은,제사 때는 술을 세번 올리지만 차례에는 술을 한번 올리고 술대신 차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또 차례에서는 여러 조상을 동시에 모시므로 신위를 각각 준비하고,시접(수저를 놓은 대접)이나 떡국도 한그릇씩 따로 놓는다. 차례상차림의 기본은 5열.신위 앞이 1열이고 놓는 순서는 왼쪽에서 시작한다. 1열에는 양쪽에 촛대를 놓고 그 사이에 잔반(술잔과 받침대)과 시접,떡국을놓는다.2열에는 국수와 전 적 조기 편(떡)을,3열에는 탕을,4열에는 포(북어오징어 문어 말린 것중 한가지)숙채(익힌 나물)청장(간장)침채(물김치)식혜(건데기만)를,5열에는 밤 배 감 약과 강정 사과 대추를 놓는다.과일은 홀수로준비한다. 상차림이 끝난 후 차례를 지낼 때는 신위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남자 자손이 왼쪽에는 여자 자손이 자리해서 함께 지낸다.일반적으로 신위를 상위에올려놓는데 예전에는 병풍과 상사이에 교의라 하여 신주나 위패를 봉안하는 의자를 뒀다. 강선임기자
  • [여성 선언] 이제는 異文化 적응시대

    한국인의 객관적인 국제화 지수는 얼마나 될까? 지난 연말 한 방송국조사에 따르면 우리는 스스로 중상위권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평가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이 평가의 국제화부문에서 조사대상국 46개국 중 우리나라는 46위,꼴찌라는 결과가 나왔다(1998년 통계이고 조사대상은 OECD에 가입한 경제 선진국과 20여 개도국이 섞여 있다). 도대체 어떤 것들이 기준이 되기에 그런 형편없는 결과가 나왔을까? 이 기관에서 사용한 국제화지수의 주요 지표는 우선 정보의 수집과 운용력이었다. 이거라면 최하위일 리가 없다.인터넷 사용 인구만도 1,000만명이 넘었다는데.다음은 영어를 포함한 국제어 사용능력.이 부분에서도 우리가 그렇게 떨어지는 건 아니다.읽기,듣기도 포함된다니 말이다.그런데 세 번째 지표를 보고는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졌다.이문화(異文化) 적응력! 여기에서 우리는 바닥점수를 면치 못한 것이다. 아직은 우리에게 낯설기만 한,그러나 이미 국제화를 가름하는 데 결정적인지표가 되고있는 ‘이문화 적응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서로 다른 문화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려는 노력과 능력이다.한국 사람들은 외국에서도그렇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이문화에 대해서도 극단적으로 배타적인 것으로 조사되었다.외국인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화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한거의 유일한 나라,유수한 다국적 기업들조차 가장 적응하기 힘든 나라가 바로 한국이란다. 왜 그럴까? 우리는 단일민족으로서 다양한 문화의 경험이 없고 오랫동안 그 동질성을 강조하며 살다보니 다른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기가 어려웠다.학교나 가정에서의 이문화 교육이나 훈련 또한 전무하여 다른 문화권 사람들과 ‘눈높이’ 관계를 갖는데 아주 서투르다.그때문에 경제 선진국 문화에 대해서는 열등의식을,후발국에게는 우월의식을 보이며 ‘주눅’과 ‘거만’ 사이를 널뛰고 있는 것이다.이것이 우리 이문화 적응의 현주소이자 한국의국제화수준을 최하위로 끌어내리는 실체다. 국제화가 이미 국가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되어버린 오늘날,우리는이런 ‘이문화 적응장애’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다행히 해결이그렇게 어렵게만 보이지는 않는다.이문화 적응력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원칙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나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세계여행 초기,인도에서의 일이다.한 시골동네에서 며칠 지내는 동안 휴지가 동이 나버렸다.무엇보다 화장실 가는 일이 곤란했지만 그곳 풍습은 물로뒤처리를 하는 곳이라 동네에서 휴지를 구할 수가 없었다.며칠간 손수건이나 공책 등을 찢어 쓰다가 더 이상 견딜수 없어 붕대를 샀다.약사는 어디를 다쳤길래 이 많은 붕대가 필요하냐고 물었다.화장실 휴지 대용이라고 하자 딱한 표정을 지으며 하는 말,“아가씨,손에 죽이 묻었다면 그걸 휴지로 쓱 닦는다고 깨끗하겠어요? 물로 싹 씻는 것이 깨끗하겠죠?” 내가 인도사람들을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아저씨는 나를 포함한 문명인(?)들을 감히 깨끗지 못한 사람으로 여긴 거다.나는 이 일을 통해 다른 문화를 대할 때 가져야 할 두가지 중요한 마음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하나는 문화에는우열이 없다는 것.다만 다를 뿐이라는 것.또 하나는 어떤 문화든 그 나름의 논리와 까닭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 간단한 생각 덕분으로 나는 7년간 세계 오지여행을 하면서 매일같이 겪게 되는 낯선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었고,세계 각국에서 수많은 친구들을사귈수 있었다. 국제화란 울타리가 없어진 지구촌에서 서로 다른 이웃들과의 충돌을 최소화하며,사이좋게 살아가는 것이다.이문화 적응력이 국제화수준의 주요지표가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올해는 서기 2000년.세기도 바뀌었는데 이제 우리 중상위권은 그만두고라도 꼴찌는 면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비야 오지여행가
  • [외언내언] 德談

    세초(歲初)다.만나는 사람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오”“소원성취 하십시오”하며 새해인사를 나눈다.이른바 덕담이다.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먼 옛날부터 우리민족은 해가 바뀌는 정초에 덕담을 나누는 세시풍속을 갖고 있다.그야말로 미풍양속이다.서양이라고 신년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처럼 구체적이고 상대에 따라 다른인사법을 가진 나라는 흔치 않다. 우리는 나이가 어지간한 어른에게는 “부디 오래오래 사십시오”라고 하고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에게는 “금년에는 꼭 쾌차하십시오”라고 인사한다.대학입시를 앞둔 손아래 학생에게는 “좋은 대학에 가야지”라고 인사한다. 우리의 이런 세시풍습은 언령관념(言靈觀念)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견해가지배적이다.우리는 예부터 말에는 신비스런 힘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말로서 그렇다고 하게 되면 실제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신령함이 말 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원시종교에서 보는 점복(占卜)사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는 유독 시작에 큰 의미를 두는 민족이다.이른아침에는 나쁜 말을 삼갈 뿐 아니라 듣고 싶어하지도 않는다.좋지 않은 일을 하지도 당하지도 않으려 한다.“아침부터 재수없게” 따위의 관념이다.이런 생각은 아침 뿐 아니라 정초에도 마찬가지다.“정초부터 무슨 꼴이람” 같은 게 그런 것이다. 우리사회 전래의 풍습도 그렇거니와 하물며 나라의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이 환세(換歲)에 범부도 삼가는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은 경위야 어떻든 잘된 일이 아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의 말 한마디가 정초부터 정가에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이 대행은 구랍 31일 KBS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민련과 호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다.연합공천도어렵다”고 한 말이 사단이 됐다. 이에 김종필(金鍾泌) 자민련 명예총재가 1일 있었던 자민련 단배식에 참석하러 당사에 들렀다가 이 문제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이에 따라 당차원에서 성명을 내는 등 양당간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벌어졌다. 이대행은 자민련을 자극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개인적으로는사과까지 한 모양이지만 엎질러진 말을 다시 주워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동여당인 국민회의와 자민련간에는 최근들어 합당문제,선거구제 문제로 그렇지 않아도 좋지만은 않은 관계다.더구나 총선을 앞둔 미묘한 때에 당을 대표하는 사람이 연초부터 분란을 일으키는 것은 아무래도 신중치 못했다는 인상을 지울 길 없다. 임춘웅 논설위원
  • 장편역사동화 ‘고려소년 부들이’

    동화는 ‘꿈과 환상’만을 담고 있어야 하는가.최근 나온 장편역사동화 ‘고려소년 부들이’는 이를 부정해 관심을 끈다.이 동화책은 ‘꿈과 환상’을 제시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비현실적인 관점을 입력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삼성문화재단·문학사상사 공동주관 2,000만원 고료 99삼성문학상 장편동화부문 수상작’이란 큼직한 상을 받은 만큼 시대의 정서와 문학적 향기를 씨줄 날줄 삼아 잘 엮었다. 시대는 구한말.서간도(만주)의 한인촌에 살던 고아소년 부들이는 마적단의횡포를 목격한 후 생전에 아버지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의 땅,조선으로 갈 결심을 한다.가까스로 조선사람들이 살던 고려문에 도달한 그는 괴팍한홍삼장수 곰보영감을 만나 평양 솔내마을로 온다.그해 봄,지달해 영감(실존인물-아버지 지택주와 함께 제너럴 셔먼호에 승선했던 사람)을 통해 척화비(1871년)와 제너럴 셔먼호 사건(1866년)을 듣게 된다. 당시 고을수령은 돈을 주고 벼슬을 샀던 사람으로 백성들에게 얼토당토 않은 죄를 뒤집어 씌워 은과 홍삼을 빼앗고 있었다.부들이는 서양인 의사 홀(실존인물-윌리엄 홀,캐나다인 의사.청일전쟁후 과로 등으로 사망)부부를 만나게 된다.곧 청일전쟁(1894년)이 발발,평양은 전쟁터가 되지만 부들이의 재치로 솔내마을은 위기를 넘긴다는 내용이다. 중국땅에 살고 있는 ‘조선족’이 간도지방으로 이주했던 동포의 후예라는점,동학혁명과 서양문물이 들어오던 당시 상황 등을 동화 속에 녹여 상상의동화와 차별된다.구한말의 시대상을 부들이를 통해 ‘재생’시키고 있는 것이다. 잊혀져가는 풍습도 보여준다.액막이를 위해 놋요강을 사다놓던 것을 비롯해 담장이 반듯해야 재물이 밖으로 안나간다던 선조들의 생각,보릿고개때 가난한 사람이 이웃 마당에 비질을 해놓거나 나물을 뜯어 갖다놓으면 그 사람에게 양식과 된장을 나눠주던 이웃사랑 등도 살려냈다.또 자식을 많이 나은 여인이 인삼씨나 목화씨를 뿌리는 풍숩에서 ‘씨앗각시’라는 말이 나왔다는얘기도 재미있다. 작가 안주영씨는 “멋진 한국을 만들려면 역사를 알아야한다.선조들이 살아온 나날을 더듬어가면 지혜가 쏟아져 나온다”고 말한다.‘잊어버린 과거를되살려 올바른 삶의 태도가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동화’라는 심사평을 얻은이 동화는 어린이에게 새로운 동화세계를 보여준다. 허남주기자 yukyung@
  • [지구촌 밀레니엄 준비] 태국/IMF 극복 도약대 마련 잰걸음

    새 천년을 한달 앞둔 태국은 축제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드높다.태국 국민은 새 천년의 첫해를 맞는다는 벅찬 기대감과 함께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받고 있는 푸미폰 국왕의 72회 탄신일이 5일이기 때문이다. 태국에서 개최되는 올해의 민관 모든 행사는 국왕 생신을 축하하고 국왕의업적을 칭송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국왕의 탄신축제를새 천년의 ‘가교’로 이어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대표적인 행사의 하나가 지난 11월4일 있은 52척의 왕실 소속 곤돌라의 ‘강상(江上)대행진’이었다.우리의 한강에 해당하는 방콕의 차오프라야강을따라 국왕과 신하들이 종교적 신화에 나오는 일곱 머리의 ‘나가(뱀)’ 등각종 상징 문양으로 장식된 곤돌라를 타고 새벽 사원으로 항진하는 모습은가히 장관이었다. 밀레니엄축제로는 새 천년 첫날에 방콕의 차오프라야강에서 ‘차오프라야­왕들의 강’이란 주제로 수상공연이 펼쳐진다.관객들은 배를 타고 이 무대에서 저 무대로 계속 이동하면서 태국의 역사,문화유산,전통생활 풍습 등을 재현한 공연을 관람하게 된다.라마 9세 즉 푸미폰 국왕의 일생 및 그간 재임기간 중의 치적과 생애의 하이라이트가 대형 스크린에 투사되면서 공연은 최고조에 이른다.태국 통합의 구심점인 국왕의 만수무강을 빌고 새 천년에는 더욱 활기차게 태국이 발전·번영하기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푸미폰 국왕 72회 탄신 축하공연을 가졌다.국립문화센터에서 성황리에 막을 내린 현대극단의 뮤지컬 ‘해상왕 장보고’다.태국 왕실과 전통에 대한 우리 국민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를 표시했다.태국민의 우리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훌륭한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태국은 푸미폰 국왕의 72회 생신 축하행사를 단순한 일회성 행사로서만 아니라 새로운 천년을 향한 굳건한 기반을 세우는 사회 인프라시설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국왕 탄신일인 5일에는 방콕 중심의 23㎞ 구간을 통과하는 지상 전철인 ‘스카이 트레인’이 운행을 개시하게 되고,현재 건설공사가 진행중인 지하철도 2002년에는 방콕에서 운행될 예정이다.이러한 대중교통수단의 확충으로개인 승용차 운행이 줄어들면서 교통체증이 완화될 것이고 차량 배기가스에의한 매연도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교통 지옥 방콕의 오명을 벗을날도 멀지 않았다고 본다. 태국 정부가 그렇다고 축제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다.97년 7월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등 인도네시아,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위기를 야기시킨 도화선이었던 태국 경제는 이제 완연한 회복의 징후를 보이고있다.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국영기업의 민영화,외국 투자유치 촉진 등 제반 개혁조치를 통해 아직 우리나라 수준에는 못미치지만 금년도 수출증가율 6%,경제성장률 4%로 예상되는 탄탄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태국 정부는 경제위기의 교훈을 바탕으로 새 천년을 맞이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체제정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정치적으로도 97년 10월 공포된신헌법에 따라 선거개혁,인권 강화,부정부패 방지 등 민주주의와 사회정의를실현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음이 고무적이다. 김국진 주태국 대사
  • “기독교 상·장례는 신학적 오류”

    기독교인들은 상·제례에서 절차와 용어의 상당부분을 전통유교 의식을 따르고 있으면서 그것이 서양 기독교 의례인줄 착각하는 등 신학적 오류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오세종 암사감리교회 담임목사는 지난 17일 대한불교 조계종 불교어산작법학교가 마련한 ‘한국종교의 사생관과 상장예법’에서 ‘한국개신교의 영혼관과 장례절차’를 발제하고 이같이 주장했다. 오목사가 지적한 한국 기독교계의 신학적 오류는 상·장례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드러난다.오목사는 이같은 유형으로 임종한 시신을 거둘 때 쓰는 나무판자를 기독교인들도 재래적인 용어인 칠성판(七星板)이라고 부르며 시신을 가릴 때 병풍을 사용하는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입관하고 난뒤 시신앞에 병풍이나 흰 휘장을 친 다음 그 앞에 작은 상을 놓고 그위에 고인의사진을 중심해 촛불을 켜고 향을 피우거나 꽃을 꽂는 것도 그중 하나.작은상을 놓고 사진을 놓는 것은 유교의 상례에서 혼백(魂帛)을 대신하는 유교적습속으로 서양에는 그런 의식이 없다는 것. 입관이 끝난뒤상복을 입는 의식도 유교적 성복(成服)절차의 유습과 절차가 같다.산소에 시신을 매장하고 돌아와서 유교는 우제(虞祭)를 지내는데 한국기독교인들도 장례 당일 집으로 돌아와 예배를 드리는 풍습이 있다는 것.또유교의례에는 삼우제(三虞祭)가 있는데 한국 기독교인들도 장례후 3일째 되는날 산에 가는 습속이 있으며 많은 기독교인들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삼우제’라는 말을 쓰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목사는 “한국 기독교 상·장례의식은 외형적 의례의 절차에 있어 임종에서부터 추도식에 이르기까지 서양 기독교 의식 절차보다 재래 유교적 절차와 유사한 점이 많다”면서 “이는 그 의례속에 있는 사상·신학적인 부분이이해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앞으로 의례신학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김성호기자
  • 사목연구회 ‘대희년 심포지엄’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한국사목연구소(소장 김종수)가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앞두고 최근 개최한 ‘한국천주교회사에 대한 대희년 심포지엄’에서교회의 역사적 과오를 참회하고 반성하는 토론회를 가져 주목을 끌었다. 발제자들은 대표적인 잘못으로 ▲18세기 말 서양선박 요청사건 ▲제사금지에 따른 갈등 ▲민족 고유의 정서와 문화 무시 ▲민족운동에 대한 소극적 태도 ▲신사참배 허용 등을 꼽았다. 원주교구 교회사연구소의 여진천 신부는 “1796년과 1801년 천주교회 지도자들이 서양 선박과 병력을 요청하는 서한을 중국 베이징의 주교에게 보낸것은 서양 배와 군대가 오면 천주교에 대한 금령(禁令)이 풀려 선교의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면서 “그러나 이는 신유박해(辛酉迫害)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또 인천가톨릭대의 최기복 교수는 “18세기 교황청의 제사금지 조처는 천주교를 패륜의 사교(邪敎)로 낙인 찍히게 했고 복음의 토착화를 더디게 하는장애로 작용했다”며 교회의 잘못을 인정했다. 가톨릭대 장동하 교수는 “개항기 선교사들이 민족 고유의 문화와 풍습 등을 야만시함에 따라 유교적 전통을 고수하는 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산 것은물론 지식인들의 반외세감정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남대 윤선자 교수는 “구한말과 일제시대에 천주교회가 민족운동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행태를 문제를 삼았고,한신대 강인철 교수도 “교회가 신사참배를 허용하고 태평양전쟁 참전을 독려한 것은 반민족적·반가톨릭적인 과오였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천주교 전래기에 교회와 사회가 충돌했던 것은 대부분교회가 당시의 민족사적 요구나 보편적인 가치를 외면한 채 맹목적인 신앙의 논리만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성호기자
  • 죽음으로 껴안는 치열한 삶…유금호 신작장편 ‘내사랑 風葬’

    중견작가 유금호의 신작 장편 ‘내사랑 풍장(風葬)’(개미 출판사)은 요즘인기있는 젊은 작가군의 작품들 처럼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어두웠던 한 시대를 배경으로 죽음이라는 본질적인 문제를 젊은이들의 고통스러운 정체성찾기와 연결시킨 만큼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그러나 오히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오랫만에 괜찮은 소설을 한편읽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유금호는 1964년 대한매일의 전신인 서울신문 신춘문예에‘하늘을 색칠하라’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뒤 줄곧 예술가의 본질적 자유를 치열하게 추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특히 작품의 중심축을 이루는‘죽음’은 문학적 모티브로서 뿐 아니라, 학문적으로 파고 드는 대상이기도 하다. 목포대 국문과 교수인 그는 ‘한국현대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연구’등의 연구서를 낸 적도 있다. 작가는 죽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를 “죽음을 바라보게 되면 정반대로 삶에대한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출생에서,관습,관계,제도,상황,심지어 육체 혹은 섹스에 이르기까지 전혀 자유롭지 못하다는인식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소설은 시베리아에 사는 축치족의 장례풍습을 담은 TV다큐멘터리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 것으로 시작한다.이어 사람이 죽으면 바위산으로 시신을 옮긴뒤 잘게 토막내 독수리들이 쉽게 먹도록하는 티베트의 조장(鳥葬) 등의 장례풍습을 시인 ‘윤’의 목소리로 소개한다.먼저 죽음에 대한 고정관념을 덜어내겠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러고 나면 문학을 공부하는 대학 조교인 ‘나’가 겪는 갖가지 죽음의 양상이 펼쳐진다.분신자살한 운동권 학생과 화가인 그 누이의 자살,나이든 아버지가 병약해져서 결국 죽음에 이르는 과정,바다에 빠져죽은 어머니에 대한기억,그리고 젊은이를 최고의 신 테즈카틀리포카로 추대하고, 그가 건강할때 심장을 바쳐 진짜 신의 노쇠를 막는 아즈텍의 톡스카틀 축제….작가는“소설가는 무엇이든 쓸 수 있지만,결국 자기가 쓸 수 있는 세계만을 쓰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이 작품도 6·25 때 둑길에 널브러져 있던이웃 아저씨의 주검에 대한 기억과 학교선생으로서 지켜봐야 했던 제자의 분신, 친구와 가족들과의 예고없는 이별,그리고 세상을 떠난 친구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했던 안데스,돈황,페루 등지로의 여행경험 등이 응축된 결과라는 것이다. 서동철기자
  • SBS ‘출발 모닝와이드’ 김치이야기 12편 방송

    찬바람이 소매깃을 파고들기 시작하면 소금으로 숨죽인 배추와 무를 시뻘건양념에 버무려 김치를 담아내면서 월동준비를 시작한 것이 우리네 풍습.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이같은 고유한 김장 풍속도가 공장 김치에,나아가 일본 기무치에 야금야금 자리를 내줘왔다. SBS-TV ‘출발 모닝와이드’는 김장철을 맞아 김치의 역사와 현주소를 점검하고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김치를 먹일것을 제안하는 ‘윤동혁 피디의 김치를 아십니까-그 열두가지 이야기’를 1일부터 24일까지 매주 월·화·수요일 오전8시에 10분씩 내보낸다. ‘김치,일본 열도 완전 정복’을 비롯해 △모멸과 영광의 역사△김치와 기무치-그 도전과 응전△김치의 핵-고추의 신비△김치가 보약이다△한국인은 왜김치를 먹어야 하나△30년만에 뒤바뀐 3000년 식문화△하와이 김치 열풍△하와이의 김치 인생 3대△김치는 고부가 관광상품이다△한국 김치,세계를 휘어잡으려면△김치 사랑,이웃 사랑 등 12편이다.
  • [화제의 책]

    ■ 정운영교수가 던지는 사회비판·반성 시평집 논객으로 정평이 난 경기대 정운영 교수가 새로운 천년을 앞두고 사회에 던지는 비판과 반성의 시평집이다. 최근 신문과 잡지에 기고한 글을 모아 엮었다.국제통화기금(IMF) 개입부터올 상반기까지 우리 사회의 어지럽고 참담했던 실상을 수기 형식으로 적었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맹목적 추종을 비판하면서 침몰 위기에 빠진한국경제의 실상과 정치현실을 질타하는 등 특유의 ‘삐딱하게 세상 바라보기’를 시도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국제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지만 밑바닥에는 경제학자의 시선이 깔려 있다. ■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언어 소개한 문화기행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고 있는 소수민족의 독특한 삶과 언어를 컬러 사진과함께 묶은 문화 기행. 저자인 관동대 연호택 교수는 지구촌 오지의 소수민족 풍습을 연구하기 위해 지구촌 곳곳을 직접 다녀왔다. 연 교수는 파키스탄의 장수마을 ‘훈자’에서부터 뉴질랜드의 ‘마오라족’에 이르기까지 12개국의 오지마을을 답사했다. 연 교수는문명인의 ‘그릇된 오만’으로 무시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고유한 문화와 풍습을 간직한 채 자신만만하게 지내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그는 “깊숙한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잃어버린 순수’를 발견하는 기쁨을 누렸다”고 밝힌다. ■ 학교교육의 붕괴현장 생생히 묘사 ‘수업 종소리가 고문받으러 가라는 소리로 들린다는 고교생들,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몰라 쩔쩔매는 교사들…’.학교 교육의 붕괴현장을 선입견없이 내시경으로 들여다 보듯 살펴본다. 다소 충격적인 이 책은 이른바 문제아로 찍힌 학생들,친구들에게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저자는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생력을 믿으며 이 자생력이 학생과 교사,나아가 학교 전체를 구원해줄 진실한 ‘학교종’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여성신문에 ‘지금 교실에선’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년간 연재된교육에세이를 묶은 것이다.인기방송 드라마 ‘학교’에서도 이 에세이를 소재로 활용했었다. [정기홍기자]
  • 日영화 이마무라감독 ‘나라야마 부시코’ 국내 개봉

    생명이 있는 모든 것은 죽게 마련이다.그것은 낡은 옷을 갈아 입듯 자연스런 일이다.슬퍼할 일도 아쉬워할 일도 아니다.그러나 그 죽음에 이르는 길이강제에 의한 것일 때도 과연 의연할 수 있을까. 일본을 대표하는 현역 감독이마무라 쇼헤이(今村昌平·74)의 ‘나라야마 부시코(楢山節考)’는 나이든탓에 산 채로 산에 내버려지는 죽음조차 자연의 이법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신비한 분위기의 영화다. ‘나라야마’는 일흔이 되는 노인들을 생매장했다는 일본의 전설적인 산,또 ‘부시코’는 노래(ballad)를 뜻한다.제목이 암시하듯 ‘나라야마 부시코’는 중세 일본에 있었던 ‘기로(耆老)풍습’을 소재로 삼는다.일본판 고려장이야기인 셈이다. 영화의 배경은 가난에 찌든 산간마을,대자연의 풍광이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지만 이곳의 겨울은 굶주림의 지옥이다.겨우내 태어난 사내 아이들은 이웃 논바닥에 버려지고,여자 아이는 한줌의 소금과 맞바꿔진다.그리고 70세의 노인은 나라야마로 가야 한다.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감독은 이영화에서 주인공 오린(사카모토 스미코)을 어떠한 광풍에도 높지 않는 들풀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노인으로 그린다.오린은 자신이 죽을만큼 쇠약해졌음을 알리기 위해 스스로 돌절구에 자신의 이를 으깬다.핏물이 뚝뚝 떨어지지만 오린의 입가엔 희미한 미소가 감돈다.마침내 오린은 아들다츠헤이(오가타 켄)의 등에 업혀 나라야마 꼭대기에 이르고,평상심 속에 오린은 죽음을 맞는다. 널려진 해골 더미 위로 까마귀떼가 날고,기적처럼 내려 쌓이는 눈은 세상의부질없는 인연을 덮어버린다. 이 영화가 더없이 강렬한 잔상을 남기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그중 하나가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그려진다는 점이다.사랑의 행위를 나누는 남녀와 뱀의 교미장면이 나란히 비쳐지는가하면,도둑질한 가족이 생매장되자 집안의 업구렁이가 슬그머니 도망친다.인간과 동물의 삶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촘촘히 짜여져 있다. 그래선지 영화는 곳곳에서 범신론적인 냄새를 풍긴다.이마무라 감독 영화의형식상 특징은 다큐멘터리 지향성이다.이 영화 역시 한편의 자연다큐멘터리로 읽힌다.쇼맨십 없는 정공법의 연출이 영화에 힘을 얹어준다. ‘나라야마 부시코’는 ‘하나비’‘카게무샤’‘우나기’에 이어 네번째로 국내에 개봉(30일)되는 일본영화다.지난 8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받은 이 영화는 퍽이나 관념적이고 철학적이다.하지만 ‘설화적인’ 드라마의 줄거리와 비범한 영상미를 좇다보면 120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1951년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으로 일하며 감각을 익힌 이마무라는 58년‘빼앗긴 욕망’으로 데뷔,60년대 일본의 뉴 웨이브를 이끈 전후 1세대 감독이다.그는 ‘나라야마 부시코’로 구로사와 아키라 이후 나락으로 치닫던 일본 영화를 단숨에 절정으로 끌어 올렸다.97년엔 ‘우나기’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 노병은 죽지않음을 보여줬다. 김종면기자 jm
  • 4회 부산국제영화제 14-23일 열려

    20세기 마지막 해를 장식할 제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14일부터 23일까지 열흘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아시아 최대의 영화축제답게 올 부산영화제에는 국제 영화계의 거물감독들이 대거 참석한다.‘책상서랍 속의 동화’로 ’99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거머쥔 장이모 감독은 유현목 감독·원로배우 황정순씨와 함께 핸드프린팅행사를 펼친다.또 데즈카 오사무의 아들로 ‘백치’를 감독한 데즈카 마코토,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딸로 ‘처녀자살소동’을 만든 소피아 코폴라,‘쥐잡이’를 선보이는 영국의 여성감독 린 램지,‘컵’을 출품한 부탄의승려감독 키엔체 노르부 등이 부산을 찾을 예정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의 차림표는 어느해보다도 풍성하다.수영만 야외상영장과남포동 일대 극장가에 풀어놓을 영화는 54개국 211편.압바스 키아로스타미·장이모·리트윅 가탁 같은 거장들의 신작이 있는가 하면,프루트 챈·장위엔·부르노 뒤몽 등 주목받는 신진감독들의 작품도 고루 섞여 있다.개·폐막작으로는 한국의 ‘박하사탕’(감독 이창동)과 중국 장이모감독의 ‘책상서랍속의 동화’가 상영된다. 영화의 바다에서 견져올릴 월척급 작품들로는 어떤것들이 있을까. ■개막작?박하사탕 무기력의 극한에 이른 한 중년 사내의 개인사를 통해 얼룩진 한국사를 추체험.‘초록 물고기’로 한국사회의 폐부를 드러내 보인 이창동 감독은 이 영화에서 새로운 형식으로 현대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간다. ■ 폐막작?책상서랍 속의 동화 중국 5세대와 6세대 감독을 아우르며 새로운 리얼리즘미학을 선보이고 있는 장이모 감독의 신작. 열세살 난 대리교사의 이야기를통해 중국 시골의 교육현장을 들여다 봤다.이란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영화에서 볼 수 있는 천진난만함이 스며있는 맑은 영화. ■ 아시아영화?쌍생아 ‘일본의 데이비드 린치’‘사이버 펑크의 귀재’로 불리는 쓰카모토 신야 작품.에도가와 람포의 동명소설을 영상에 옮겼다.서로 다른 운명의길을 걷던 쌍둥이가 한 여인을 축으로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뤘다.‘철남’‘동경의 주먹’‘총알발레’ 등에서 감독이 보여준 기괴한 이미지가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살아 있다.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그리고 삶은계속된다’‘올리브 나무 사이로’ 등 ‘이란 북부 3부작’으로 잘 알려진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영화.이란 접경지역 쿠르드 마을의 독특한 장례의식을 매개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기록영화에 가까운 담백함이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특징. ?그해 불꽃놀이는 유난히 화려했다 6,000만원짜리 초저예산 영화 ‘메이드인 홍콩’에 이어 프루트 챈 감독이 만든 홍콩반환 3부작의 두번째 작품.중국 반환막? 생계수단을 잃어버린 직업군인들이 은행털이에 나선다는 내용이다. ?마지막 춤 춤과 팬터마임,연극이 혼합된 인도의 전통예술인 카타칼리의 대가 쿤히쿠탄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인도 영화.감독은 샤지 카룬.1930년대인도 남부의 케랄라를 배경으로 삼았다. ?구름에 가린 별 사티야지트 레이·므리날 센과 함께 인도영화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리트윅 가탁 감독 작품.벵갈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풍습 등을 탐구했다.오늘날 인도영화의 새로운 세대인 마니카울·쿠마르 샤하니·아두르고파라크리슈나 같은 감독들은 모두 그의 제자다. ?황토지‘사람과 대지’ 사이의 관계를 살핀 중국 5세대 감독 첸 카이거의대표작.1939년,팔로군의 한 병사가 민요를 수집하기 위해 가난한 마을 산시성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지평선이 화면 상단 3분의 2까지 올라오는 특이한구도가 눈길을 끈다. ?라쇼몽 ‘일본 영화계의 천황’ 구로사와 아키라의 출세작.1951년 베니스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일본영화로서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려진 첫 작품.숲속에서 일어난 사무라이 살인사건을 여러 인물의 시점을 교차시키며 풀어간다.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형이상학적 물음을 던지는 영화. ?오발탄 지난 56년 ‘교차로’로 데뷔한 유현목 감독의 대표작.한국전쟁 직후 폐허가 된 서울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한 가족을 통해 당시 한국사회 문제를 다뤘다.리얼리즘 정신을 유지하면서도 모던한 방식으로 현실을 드러내고있다는 평. ■유럽영화?내 어머니의 모든 것 스페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열네번째 작품.간호사 마누엘라는 사고로 죽은 아들이 남긴 노트 속에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을 읽는다.그리고 성전환으로 여성이 된 남편을 찾으러바르셀로나로 떠난다.양성애와 동성애에 대한 분방한 묘사,초현실적인 발상,그로테스크한 유머 등이 그의 영화의 특징. ?8월말,9월초 불치병을 앓던 친구의 죽음으로 변화해가는 주변 사람들의 삶을 통해 프랑스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죽음의 풍속도를 그렸다.감독은 90년대 프랑스 영화계를 대표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그는 홍콩 여배우 장만옥과 결혼,화제를 낳기도 했다. ■애니메이션?모노노케 공주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대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개발지와원시림이 공존하던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를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그리고 환경파괴 문제를 다뤘다.97년 일본 개봉 당시 1,2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화제작이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영화의 입장료는 1편에 4,000원(개·폐막식 8,000원).입장권 예매는 부산은행 전국 지점망과 서울의 서울극장·시네코아·중앙시네마 등에서 실시하며,인터넷 홈페이지(www.piff.org)로도할 수 있다. 김종면기자 jmkim@
  • [외언내언] 酒稅率 조정

    정부와 여당이 소주세율을 현행 35%에서 80%로 인상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내년부터 소주값이 크게 오를 전망이다.많은 국민들이 마시는 소주는 고려후기 몽고에서 전래된 것으로 전해진다.페르시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몽고군이알코올 증류법을 배워와 술을 만들어 마시다 고려를 침략할 때(1274년)가져온 것이다.몽고군이 주둔했던 제주도에서는 소주를 노주(露酒·밑술을 고아서 이슬같이 받아낸 술이란 뜻)라고 불렀다.아랍어로는 알코올을 아라그(Arag)라고 발음하고 해방 전까지 개성에서는 소주를 아락주라고 불렀다고 한다. 고려 때는 사찰이 여행자의 숙박지로 이용되었을 뿐 아니라 술을 판매하는풍습이 있어 사찰을 중심으로 다양한 술들이 개발되면서 술로 인한 폐해가심하자 고려 현종(1140년) 때는 사찰에서 술을 빚고 마시는 것을 금지한 일도 있다. 이번에 소주값 인상원인이 된 위스키(양주)는 19세기 조선조 말에 외국과교역이 이뤄지면서 도입되었다.위스키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거의 1세기가 지난 지금 소주와 양주를 놓고 통상분쟁이 일어나주세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아이러니다.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지난 97년 한국이 소주 세율 35%,위스키 세율은 100%로 차등 적용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국이 패소함으로써 세율을 동일하게 조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똑같이 80%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주세조정을 둘러싸고 여러가지 이유가 나왔다.정부는 ‘고도주 고세율’원칙에 따라 소주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조세연구원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심으로써 야기되는 각종 사회적 비용을 감안해서 도수가높은 술에 대해서 높은 세율을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정부가 ‘고도주 고세율’원칙을 지키려면 소주 세율을 올리면서 저도주인 맥주 세율을 소주 세율보다 낮게 책정했어야 사리에 맞다.그런데 맥주 세율은 현행 130%에서 내년부터 10% 포인트씩 내려 2002년 100%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2002년에 가서도 맥주 세율이 소주 세율보다 높다는 것은 ‘고도주 고세율’원칙에 맞지않는다. 또 술로 인한 폐해를 감안해서 소주 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설득력이 약하다.정부는 WTO 판정에 따라 소주 세율과 위스키 세율을 같게해야하기 때문에 세율인상이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소주값이 오르게 됐다며국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이 궁색하지 않은 설득방법이 아닐까. 최택만 논설위원
  • 「APEC·오세아니아 정상외교」이모저모

    [오클랜드 양승현특파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참석차 뉴질랜드를 방문중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2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이번 방문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한·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APEC 정상회의 공식일정을 시작했다.부인 이희호(李姬鎬)여사도 각국 정상부인들과 양털깎기 대회를 관람하는 등 공식활동에 들어갔다. -3국 정상회담 김대통령과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간의 3국 정상회담은 이날 클린턴 대통령의 숙소인 스탬퍼드호텔에서 예정보다 15분 늦은 오전 9시부터 시작돼 50여분동안 진행됐다. 클린턴대통령이 북한 미사일과 동티모르 사태 등의 의제를 설명한 뒤 본회담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취재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는 바람에 회담에서논의할 내용을 모두발언 형식으로 15분 동안 밝힌 뒤 비공개회담에 들어갔다. 3국 정상은 삼각형으로 배치된 좌석에 앉아 회담을 가졌으며,각국의 헤드테이블에는 정상을 중심으로 좌우측에 외교부장관과 외교안보수석 등 3명이 앉고,뒷줄에 다른 공식수행원이 자리했다. 회담장에는 오부치총리가 가장 먼저 도착,미국측이 마련한 대기실로 들어섰으며 이어 도착한 김대통령은 오부치총리와 반갑게 두손을 꼭 잡으며 각별한 우의를 표시하고 잠시 환담을 나눈 뒤 회담장으로 함께 입장했다. 회담이 끝난 뒤 김대통령은 회담장에서 클린턴 대통령 및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 10여분 동안 개인적인 담소를 나눴다. 클린턴대통령은 김대통령에게 “오늘 여러 말씀을 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한국의 경제회복을 축하하고 더 안정적인 회복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인사했다. 이에 김대통령은 “힐러리여사의 상원의원 선거운동은 어떻게 돼 가느냐”고 물었으며 클린턴대통령은 “잘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김대통령은 또 “따님이 같이 오셨던데 잘 지내느냐”고 물었고,클린턴대통령은 “장모님이 같이 오셔서 돌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장관은 “김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집에 놓고 존경스러운 마음을갖고 있다”며 “오늘 회담에서 좋은 제안을 해주셔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공식환영식 김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이 끝난뒤 칼튼호텔에서 열린APEC 공식환영식에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참석한 다른 정상들과 환영식장으로 들어가 원주민인 마오리족 원로로부터 전통환영 풍습을 듣고 마오리족 할머니와 코를 맞대고 인사하는 전통풍습을 직접 실연했다. 이희호 여사 이날 오전 각국 정상부인들과 함께 콘월공원내 소렌토정원에서 양치기 및 양털깎기대회를 관람한 뒤 직접 어린 양들에게 젖을 먹이기도했다. 이여사는 이어 오라케이마래 공회당으로 이동,오클랜드 지역 초기 정착모습을 보고 20여분동안 설명을 들었다.이여사는 이 곳에서 마오리식 전통공연을 보고 원주민 문화의 소중함을 역설했다. 현지보도 11일자 뉴질랜드 헤럴드지(紙)는 김대통령과의 서면 회견기사를‘구습 일소에 나선 김대통령’이란 제목으로 크게 다뤘으며 ‘자유시장 선도자 비전 확고’란 별도 박스기사도 게재해 뉴질랜드 현지의 김대통령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김대통령은 회견에서 재벌개혁과 관련,“재벌에게 개혁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며,정부와의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또 “재벌들은 정부의재벌 개혁이 진지하고 일관성있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오래지 않아 재벌들은 경쟁력있고 건전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yangbak@
  • 춤·노래로 풀어낸 견우직녀 애틋한 사랑

    견우직녀가 일년에 단한번 만난다는 칠석.견우와 직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지만 이를 우리 노래와 공연양식으로 연결한 예는 흔치 않다. 국립국악원이 올해의 칠석날인 17일 오후8시 국악원 야외무대 별맞이터에서‘미리내 견우별의 사랑여정’을 펼쳐보인다.견우직녀 설화에 담긴 애틋한이야기와 풍습을 창작 판소리와 창작춤,시조 창,거문고 합주 등으로 풀어내는 그야말로 우리네 ‘소리의 향연’이다. 칠석맞이 굿을 재현한 ‘칠석별굿’으로 시작하는 공연은 시조창‘직녀’(김광섭·조일하노래)와 가야금독주‘은하수’(황의종곡), 창작무용‘별밤’(김영희안무)으로 이어진다.아울러 지금은 거의 사라진 토박이노래‘칠석요’를남도민요로 재구성해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견우직녀의 애틋한 전설을 담은 창작판소리 ‘견우전’이 부부명창 김일구·김영자의 호흡으로 초연되며,지난 5월 거문고 역사축제에서 선보인 창작음악 ‘미리내’도 다시 관객의 박수를 기다린다. 칠석,사랑,별에 얽힌 조선시대의 한시와 오늘날의 현대시를 중견 작곡가들에게 위촉해 만든 창작 노래 공연도 눈여겨 볼만한 레퍼토리.‘칠석’(이병석시)‘칠석부’(김인후) ‘별들의 말’(황금찬) ‘견우직녀별을 보며’(권근)‘견우의 노래’(서정주)‘사랑사리’(성찬경)등 6곡이 그것이다. 모두 국립국악원 단원들의 국악 실내악 연주에 맞춰 소개되는데 우리 전통음악어법으로 표현되는 새 창작 노래가 어떤 반응을 얻을지,기대를 모은다. 김성호기자 kimus@
  • 沿海州의 카레이스키(중)-고려인의 생활상

    “고려인이 손대면 안되는 것이 없습니다” 지난 17일 스파스크군의 고려인촌에서 만난 한 러시아 주민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고려인을 칭찬했다. 이 지역에서는 토양과 기후가 맞지 않아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박과 토마토가 나지 않았다.그러나 지난 겨울 이곳으로 이주해 온 고려인들이 올 여름수박 등의 과일을 수확했다는 것이다.과일과 야채는 중국산이 있었지만 맛이 없었다.이곳에서 양파와 참외를 처음 수확한 것도 고려인이다.감자 밖에 없던 이곳에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선물한 고려인들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었다. 다른 일화도 소개했다.한 고려인이 배추를 수확해 시장에 팔러 나갔다.그러나 러시아인들은 전에 다니던 야채가게만 찾았다.그러자 이 고려인은 손님들에게 “이 배추와 중국배추를 사다가 며칠 놓아두면 어떤 것이 좋은지 알게될 것”이라고 말했다.과연 중국배추는 이틀만에 썩기 시작했다.비료를 많이쓴 탓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고려인들의 배추는 날개돋친 듯 팔렸다. 농사에 관한한 고려인은 연해주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통한다.강제 이주된 뒤 척박한 중앙아시아의 언 땅에 씨를 뿌려 벼를 수확한 것은 기적으로평가받는다.연해주 정부도 영농기술과 성실함을 높이 사 고려인들을 환영한다. 하지만 고려인의 생활은 아직 넉넉한 편은 못된다.중앙아시아에서 풍족한재산을 모으지 못한 이들은 집값 등 평균 4,000달러나 되는 이주비를 감당하느라 여유가 없다.하루하루 근근이 연명하는 사람도 많다.이들은 90년대 초독립국가연합의 형성으로 민족차별이 심할 때 무작정 건너온 사람들이다.재산을 몰수당한 사람도 적지 않다.일부는 러시아 정부가 내준 군용막사에서지내고 있다. 그럼에도 민족 동질감을 지켜가려는 그들의 노력은 눈물겹다.농활대 학생들은 이날 밤 ‘고려인 위안 행사’를 열었다.이 자리에서 ‘아리랑 민속무용단’의 6∼13세 어린이들이 보여준 무용은 고려인과 러시아인의 심금을 울렸다.무용단은 김 발레리아(39·여)씨가 95년 어렵게 만든 것이다.90년 연해주로 온 김씨는 “민속과 풍습,고려인의 얼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그는“중앙아시아에는 민속무용단이 많았는데 당시 연해주에는 하나도 없었다”면서 “고려인은 물론 러시아인들도 우리 춤을 아주 좋아한다”고 전했다.최근에는 ‘고려인 기업가 연합회’ 등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라즈돌노예’에서는 ‘고려인 중심센터’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문화자치주를 만드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지난해 말에는 고려인들의 소식지인 월간 ‘원동신문’이 어렵사리 만들어졌다.기자가 만난 고려인들은 한결같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책이나 비디오테이프를 보내달라고 부탁을 해왔다. 우리말과 글을 잃은 사람들.그러나 ‘한핏줄’이라는 의식은 분명 살아있었다. 연해주 이지운기자 j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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