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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책꽂이]

    ●광개토태왕릉비(김용만 등 지음, 열린박물관 펴냄) 서기 414년, 고구려의 광개토태왕이 죽고 2년후 국내성에는 거대한 무덤 옆에 6m가 넘는 비석이 세워진다. 아들이자 태왕의 자리를 이어받은 장수태왕이 2년에 걸쳐 만든 광개토태왕릉비다.1775자가 새겨진 비문에는 고구려의 역사와 태왕의 업적, 무덤을 지키는 수묘인에 대한 법령 등이 기록돼 있다. 추모왕(주몽)이 나라를 건국한 이래 700여년 동안 동북아시아 최강의 국가로 대륙을 호령한 광개토태왕의 진면목을 보여준다.9500원. ●이가 빠지면 지붕 위로 던져요(셀비 빌러 지음, 공경희 옮김, 비비아이들 펴냄) 미국 어린이들은 빠진 이를 베개 밑에 넣어 두고 잔다. 잠든 사이 이빨 요정이 방에 들어와 이를 가져가고 그 자리에 용돈을 놓아 둔다고 믿는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이를 물 컵에 담가 둔다. 그러면 밤 사이 ‘엘 라톤시토’라는 작은 쥐가 와서 물을 마시고 이를 가져가고 빈 컵에는 사탕이나 동전을 넣어두고 간다는 것. 일본에서는 윗니가 빠지면 땅바닥에 던지고, 아랫니가 빠지면 지붕으로 던진다. 그래야 새 이가 빠진 이를 향해 똑바로 난다고 믿는다. 세계 60여곳의 풍습을 소개.8500원. ●유유히 흐르는 강(린 체리 지음, 우순교 옮김, 킨더랜드 펴냄) 미국 매사추세츠와 뉴햄프셔 지역은 뉴잉글랜드라고 불리는 곳이다. 새로운 영국이라는 뜻이다. 모든 자연조건이 영국과 비슷해 그렇게 불렸다. 영국과 달리 이 지역은 수천년 동안 인디언과 자연이 조화 속에 공존해온 평화로운 곳이었다. 하지만 300여년 전 이곳에 유럽의 개척자들이 들어오면서 뉴잉글랜드의 내슈아 강은 오염되고 만다.1960년대부터 이곳 사람들은 강을 살리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벌인다.1979년 마침내 새끼 창꼬치, 퍼치고기 등이 내슈아 강으로 돌아온다. 내슈아 강의 역사를 소개.8000원.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하늘매발톱 지음, 주니어랜덤 펴냄) 신라의 충신 박제상에 얽힌 전설 ‘망부석이 된 아내’에서는 아직 세력이 크지 않았던 통일 이전 신라의 역사를, 살수대첩에 얽힌 전설 ‘을지문덕을 도운 스님들’에서는 지혜로 외세를 물리친 고구려의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고조선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설 27개를 모았다. 책 제목은 김수로왕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아홉명의 족장들이 불렀다는 노래 ‘구지가’의 한 대목.8500원.
  • [닥터 ‘이지’의 발칙한 치아 얘기] 명화속 여인들 입술 꾹 다문 이유는

    필자의 치과에는 유난히도 여성 환자들이 많다. 그 가운데 적잖은 분들이 필자에게 털어놓는 얘기가 있다.“치과에 가서 입을 벌리는 느낌은 꼭 산부인과에 가서 질을 보여 주는 느낌”이라는 것이다. 그렇다. 잠재적일지라도 많은 여성들이 ‘입’을 성적인 상징으로 인식하고 있다. 서양의 대표적 미인도인 ‘모나리자’는 너무나 단아하고 우아하게 미소를 짓고 있다. 모나리자의 치아를 본 적이 있는가. 초상화, 특히나 고전주의의 영향을 받은 여성의 초상화 중에서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화가 신윤복이나 고 김기창 화백의 ‘미인도’에 등장하는 여성들 역시 절대로 치아를 드러내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이 이런 현상을 두고 ‘화가들이 여성의 입을 성적인 심벌리즘으로 인식한 결과’라고 설명한다.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전염성 질환인 ‘헤르페스’를 예로 들어보자. 헤르페스 바이러스에는 1형과 2형 두 가지가 있다.1형 바이러스는 주로 구강 헤르페스의 원인이 되고,2형 바이러스는 주로 성기 헤르페스의 원인이 된다. 구강 헤르페스는 주로 키스를 통해 전염되며, 성기 헤르페스는 성교를 통해 전염된다. 또 있다. 일종의 다발성 질환인 ‘베체씨 증후군’의 경우에도 대부분의 환자가 안질환과 함께 입안 점막의 궤양, 입안이 아프고 물집이 생기는 증세나 외음부의 생식기 부분에 궤양이 생기는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남성에게 있어 구강은 어떤 의미일까? 과거에는 연인과 헤어질 때 사랑의 정표로 치아를 뽑아주는 발치 풍습이 있었다고 전해진다.‘배비장전’에 보면 여주인공 애랑이 떠나가는 배비장에게 “분벽사창에 마주 앉아 서로 보고 당식당식 웃으시면 앞니 하나 빼어 주오.” 라고 호소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을 보면 남성들도 치아를 결초의 상징으로 보았음은 물론 여기에 더해 아주 강한 성적 의미를 부여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인간의 성격은 성적 관심에 중점을 두어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5단계를 거쳐서 발달한다고 보았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인간의 욕망 특히 성적 욕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으며, 성적 에너지가 성감대를 찾아 신체의 부위로 옮아가는 과정을 발달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마냥 비판할 일도 아니다. 프로이트가 제시한 5가지 발달 단계는 이렇다. 구강기(0∼1세), 항문기(1∼3세), 남근기(3∼6세), 잠복기(6∼12세), 생식기(12세 이후)이며, 이 가운데 구강기에 대해 그는 ‘유아의 성적 관심이 입, 혀, 입술 등 구강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먹는 행동을 통해 만족과 쾌감을 얻는다. 결국 기능적 측면에서 볼 때 구강은 인체에서 가장 먼저 발달하는 부위이며, 인간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성적 ‘도구’가 되는 셈이다. 역사적으로 존재했던 동·서양의 미인도에서 굳게 닫혔던 입이 근래에 오면서 활짝 벌어진 입매로 바뀌었다. 그렇다면 우리도 바뀌어야 한다. 자, 이제 새하얀 미소, 충치나 잇몸질환이 없는 청결한 구강으로, 이성을 사로잡는 섹시한 매력을 한껏 내뿜는 건 어떨까. 이지영(치의학 박사·서울 강남 이지치과 원장 www.egy.co.kr)
  • 예수님은 일본여자와 살았다고

    예수님은 일본여자와 살았다고

    한 여름밤의 꿈 같은 이야기가 있다. 인류 구원의 은인으로 널리 숭앙받고 있는「예수·그리스도」가 일본을 두번이나 방문, 일본에서 살았으며, 십자가상에서 죽은「예수」는「예수」가 아니라 그와 쌍둥이 처럼 닮은 동생이다. 예수는 106세를 살고 일본에서 죽었으며, 일본과「유대아」사이를 오가는 동안에 인도에서 석가의 불교 정신도 닦았다는 등의 이야기가 아주 그럴 싸하게 그리고 신학자들의 증명까지 곁들여가면서 일본에 번지고 있다. 십자가(十字架) 부정설 나오자 이야기가 새삼스럽게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5년전 미국의 신학자「스코필드」박사가「나자렛·예수」는 십자가상에서 죽지 않았다는 저서를 발표,「베스트·셀러」가 된 뒤 그 내용과 일본고대의 전설이 일치되는 점이 많다는데서 비롯된 것. 그는 책 속에서 어리석은「로마」인들이 십자가상의 처형과 부활을 꾸민 한「현인」의 꾀에 넘어가 속은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자체만으로도 큰 물의를 일으켰던 것인데, 이 저서를 모르는 일본 북부 주민들은 이와 유사한 전설을 알고 있으며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의「예수」에 관한 전설은「예수」의 소년시절과 성년시절 사이의 시간적인「갭」에서 시작된다. 이야기의 진원지는 일본 본토 북부지방「아오모리」현「미사와」남쪽 10「마일」지점에 있는「하지오네」마을이다. 예부터 성지(聖地)로 알려져 이 지방은 예로부터 성지로 알려진 곳이다. 언제부터 이 곳이 성지가 되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일본에「예수」가 왔다는 전설은 2천년 전 이곳에서 시작되었다. 이에 의하면 예수는 해뜨는 나라 일본을 두번이나 방문한 것으로 되어있다. 이야기는「예수」가 21세때 일본에 왔으며 그의 목적은 물론 종교를 연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왜「예수」가 꼭 일본을 방문해야만했던가? 그것은 일본의「신도이즘」을 알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한다. 그리고「예수」는 일본에서 10년이상 머물렀으며 34세에「유대아」로 돌아갔지만「유대아」에서는 별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로마」사람들은 그를 십자가에 못박아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그들은「예수」와 아주 쌍동이처럼 닮은 동생「이시키리사」를 잡아갔으며「예수」는 피신, 다시 일본으로 왔다는 것. 계속해서 이 전설은「예수」가 「하지오네」지방의「하다로」「하바기리」등 촌락을 다니며 설교를 했으며,「예수」의 유적으로 주장된 흔적이 이 지방 곳곳에 남아있다. 이 지방 동부에는「오니가추」라 불리는 성지가 있는데, 이는 거대한 이방인이 상륙한 곳이란 일본말이다. 그리고 이 전설은 또 「예수」가「미요꼬」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일본 처녀와 결혼했다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난 세 아이의 첫 딸의 후예라고 주장하는「사와구찌」씨가 지금도 이 지방에 살고 있다. 중동의 풍습과 닮아 그는 일본인보다는「유대」인을 더 닮았다는 것이 보는 이의 인상이며, 가내 보물로 전해 내려오는「유대」의 휘장까지 갖고있다는 것. 아뭏든 전설은「예수」가 1백6세에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죽음을 했다는 것으로 끝나고 있다. 이 전설을 한층 신비스럽게 해주는 것은 이 지방 풍속이다. 이 지방 여인들은 중동에서의 습관처럼 얼굴에「베일」은 가리고 다니며 어린 아이의 머리에 재를 뿌리는 습관이 있다. 정확한 근거 없으나 이같은 전설은 많은 물의를 일으키고 또 침소봉대되어 전해지고 있는데「요꼬하마」신학교를 졸업한「기꾸·야마네」여사는 이 문제를 연구, 동방에서의 빛이란 책자를 내기까지 했다. 그런데 그녀가 내린 결론도「예수」가 일본에 왔다는 것. 그녀는 학문적으로 이를 연구, 이상의 사실을 구체적으로 정립시키고 있다. 물론 정확한 논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12세때「예수」가 진리를 찾아 부모를 떠나서부터 다시「유대아」로 돌아올 때까지를 내용으로 하고 있는데「예수」가 집을 나온 것은 동방의「인도」에서 수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 인도에서 그는 불교의 원조 석가의 수도방법을 배웠을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전설아닌 전설로서 이렇게해서「예수」의 일본방문 전설은 전설 아닌 전설처럼 그럴듯하게 새끼를 치며 번져가고 있는데, 그러면「예수」가 일본에서 죽었다면 그 무덤이 있을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남긴다. 그런데 이 전설은 거의 완전무결하게 의문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스러울 지경. 실제로 일본에는「예수」의 무덤으로 주장되는 무덤이 있으니 말이다. 이 지방의「신고」마을엔 불교사원이 있고 여기에「예수」의 무덤이란 무덤이 지금도 있다. 그러나 이 사실의 진위를 밝히는 것은 영원한 숙제라는 것. [선데이서울 70년 7월 12일호 제3권 28호 통권 제 93호]
  • 1919년 英화가에 비친 한국

    일제때 외국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어땠을까. 3·1독립운동이 한창이던 1919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 여류화가가 우리의 모습을 표현한 작품전 ‘푸른 눈에 비친 옛 한국, 엘리자베스 키스전’이 경남 창원시 경남도립미술관에서 2일 개막된다. 엘리자베스 키스(1887∼1956)는 스코틀랜드 에버딘셔에서 태어나 런던에서 살다 1915년 여동생 부부와 함께 일본으로 갔다가 1919년 한국을 방문, 우리의 일상을 그렸다. 같은 동양이지만 일본과는 확연히 다른 식민지 한국의 풍경에 매료된 키스는 독립을 갈망하면서 일상을 분주히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진솔함을 주로 표현했다. 농부와 아낙네, 노인, 무인 등 평민과 왕실의 공주와 양반댁 규수, 음악연주자 등 다양한 인물을 사실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녀가 한국에서 그린 수채화는 대부분 일본에서 목판화로 다시 제작됐고, 이 작품들을 일본과 미국, 유럽 등에서 순회전시해 당시 한국의 현실과 생활문화, 예의와 풍습 등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창원 이정규기자 jeong@seoul.co.kr
  •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월드이슈] 프랑스 겨울축제 ‘니스 카니발’ 현장을 가다

    |니스 이종수특파원|‘고엽’의 시인 자크 프레베르는 “축제는 계속된다….”고 노래했다. 그의 시처럼 지구촌은 1년 내내 축제가 거의 끊이지 않는다. 봄·여름·가을에는 연극, 영화, 마임, 길거리 연극제, 현대·고전 무용과 음악 등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된 축제와 페스티벌이 방문객을 유혹한다. 겨울이 되어도 ‘인류의 열정’은 끝나지 않는다. 유럽·남미 등 곳곳에서 카니발로 흥분을 이어가면서 대중들은 늘 ‘일상의 전복’을 꿈꾼다. 중세시대에 시작돼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니스 카니발(2월16일∼3월5일) 현장을 가봤다. 프랑스 남쪽 니스의 쪽빛 바다가 카니발 열기로 뜨겁다. 브라질의 리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3대 카니발로 불리는 니스 카니발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개막됐다.7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지만 근대적 형태의 카니발로는 123회를 맞은 니스 카니발은 올해의 왕(인물)으로 ‘럭비복장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을 선정했다. ●‘올해의 왕´ 자크시라크 대통령 선정 개막 첫날. 저녁 8시부터 관람객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7시30분부터 개막식인 ‘왕의 도착’을 위해 교통이 통제된 상태다. 9시가 되자 해안가에 만든 관람석은 벌써 꽉 찼다. 축제에 참여한 네 그룹의 학생들이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관객들 앞에서 흥을 돋운다. 이들이 신명난 음악 속에 군무를 펼치자 관람객 어깨도 들썩거렸다. 9시30분이 되자 거대한 시라크 대통령 인형을 태운 마차가 움직였다. 화려한 조명이 켜지면서 환호성이 터진다.17일 동안 도시를 ‘흥분의 난장(亂場)’으로 만들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그 앞에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은 선무단 1000여명이 열정적 춤을 추며 행진했다. 흥을 못이긴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 반대편 거리의 방문객들도 신명난 모습이다. 여기저기서 봄브(실 모양의 고체 스프레이)와 콩페티(종이꽃가루)가 날린다. 순간을 담으려는 듯 플래시도 쉼없이 터진다. 아이 둘을 데리고 영국에서 왔다는 주부 빅토리아는 “영국 카니발보다 더 재미있다.”며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흥분의 30분이 지났다.‘열기의 밤’이 저물고 있다. 그러나 열정을 식히지 못한 부부나 연인들은 거리에서 춤을 추면서 ‘그들만의 잔치’를 즐기고 있다. 니스시 공무원이라는 스코르시파 부인은 “일상생활에 눌린 흥을 발산하는 잔치”라며 “개막식이 짧은 게 늘 아쉽다.”고 말한다. 이어 “알롱 당세(춤을 춥시다).”라며 남편 손을 끌고 춤을 이어갔다. ●벨기에·덴마크 거리극단도 참여 지난 27일. 카니발의 백미인 ‘꽃 전투’가 펼쳐지는 산책로 ‘프롬나드 데 장글레’가 꽃밭으로 변했다. 화훼장식가 20명이 자기가 만든 ‘꽃수레’를 다듬느라 여념이 없다. 수레에는 화사하게 분장한 1인 혹은 2인의 모델들이 다양한 국적의 옷을 입고 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열기가 고조된다. 아를에서 온 8명의 기마대가 꽃마차 행렬의 길을 열어준다. 체코 군악대, 벨기에 마법사단 등도 따라온다. 그 뒤를 브라질·아프리카·아시아 복장을 한 무희들이 민속춤을 추면서 열기를 고조시킨다. 마침내 관객들의 환성 속에 20대의 마차가 움직였다. 관람석을 지나면서 이들은 미모사꽃 등을 던진다. 두번째 거리를 돌 때는 수레에 장식된 모든 꽃을 던진다. 관객들도 내려와 꽃받기에 여념이 없다. 역사학자이자 카니발 조직위원인 안 시드로(50)는 “이 지역 전통 행사 가운데 하나인 ‘꽃 전투’를 재현한 것인데, 요즘엔 그냥 관객에게 던지기만 한다.”며 “세계에서 유일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밤 9시가 되자 15만개의 전구가 메세나 광장을 밝혔다. 카니발의 하이라이트인 ‘빛의 행렬’이 시작된 것. 조직위가 선정한 20명의 인물을 닮은 거대한 인형을 태운 수레 20대가 관객들 앞을 지나갔다. 올해 왕인 시라크 대통령의 마스크를 비롯, 집권당 대선 후보 니콜라 사르코지, 사회당의 세골렌 루아얄을 풍자한 대형 인형도 보인다. 그 앞을 덴마크·벨기에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거리극단과 뮤지컬단이 재주를 뽐낸다. 광장을 한바퀴 돈 이들은 관객 속으로 들어와 함께 어울렸다. 배우와 관객이 하나가 되고 무대가 따로 없는 순간이다. 대형 인형 퍼레이드와 전시회, 길거리 퍼포먼스와 공연 등이 재연되면서 잔치는 5일까지 계속된다. vielee@seoul.co.kr ■ 세계의 겨울 축제 어떤게 있나 |니스 이종수특파원|일상생활과 단절하려는 인간의 ‘끼’는 겨울에도 쉬지 않는다. 세계 각국에서 카니발 등 크고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 부활절 40일 전인 사순절 금욕기간 전에 고기를 먹어치우며 지배층을 조롱하고 억눌린 욕망을 분출하는 풍습에서 비롯한 카니발은 원래 종교적 색채가 강했으나 이후 점차 세속화됐다. 대표적인 것은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 화려한 의상의 무용수와 휘황찬란한 퍼레이드, 흥겨운 삼바 음악과 춤이 특징이다. 주로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에 4일 동안 열리는데 새벽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제를 벌인다. 브라질 국민들은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1년을 일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모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축제다. 지난 20일 막을 내린 이탈리아의 베니스 카니발도 세계적 명성을 자랑한다. 일명 ‘가면축제’로 불릴 만큼 다양한 모양의 가면을 쓰고 화려한 의상을 입은 인파들이 거리를 가득 메운다. 또 산마르코 광장을 비롯, 거리와 골목마다 무도회와 뮤지컬, 연극, 춤 등이 펼쳐진다. 이밖에 프랑스의 샤랑트, 벨기에 뱅슈 등 유럽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 카니발이 이어진다. 카니발은 아니지만 2월의 대표적 축제로 프랑스 남부 망통의 레몬 축제도 볼거리가 풍성하다. 또 캐나다 빅토리아에서 2월 말부터 8일 동안 열리는 ‘꽃송이 세기 축제’와 1월 말∼2월 초에 열리는 ‘카니발 드 퀘벡’도 이색적인 잔치다. 아시아의 겨울 축제로는 지난 24일 시작한 ‘타이완 등불축제’,3월에 시작하는 인도의 ‘구디 파드마 축제’ 등이 있다. vielee@seoul.co.kr ■ 베르나르 모렐 조직위원장 인터뷰 “말하고 싶은 것 풍자… 자유정신 구현” |니스 이종수특파원|“현대는 자유의 시대입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고, 풍자하고 싶은 것을 풍자할 수 있죠. 여기에 니스 카니발의 본질이 담겨 있습니다.” 니스 카니발의 베르나르 모렐(60) 조직위원장.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정신없이 분주한 그를 27일 니스 관광사무국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올해 니스 카니발의 인물인 ‘스크럼을 짠 거대한 왕’에 대해 “프랑스의 올해 주요 행사는 세계 럭비대회와 대통령 선거다. 공통점이 있다. 승리를 위해 전력투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 이벤트를 아우르는 게 올해 니스 카니발의 주제라고 말했다. 특히 시라크 대통령 인형에 대해 “그의 인형을 잘 봐라. 웃고 있지 않으냐.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면서 ‘좋은 게 좋다.’는 제스처를 취하는 그의 근거없는 낙관주의를 꼬집은 것이다. 카니발을 찾은 사람들은 저 모습을 보고 원없이 웃으며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니스 카니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카니발과는 다른 니스 카니발만의 독창성을 물어보았다.“베니스는 전통적이고 연륜이 오래됐다. 우리보다 유명하고 세련됐다. 리우 카니발은 열정적인 게 특징이다. 반면 니스 카니발은 비판과 미학정신이 결합됐다. 그래서 해마다 주제를 정할 때 고심한다. 또 모든 프로그램이 거리와 광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특징이다.” 준비기간을 물었더니 “1년 내내”라고 말한다. 이어 “카니발이 끝나자마자 내년 준비에 돌입한다.”며 “거의 세 달은 겨울잠을 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바로 조직 정비, 다음해 주제선정 등 정신없이 바쁘다.”고 했다. 이어 “올해도 프랑스와 외국의 유명한 만평가들이 60점의 작품을 보내왔다.”며 은근히 자부심을 드러낸다. 이 가운데 20작품을 선정해 대형 인형의 주인공으로 삼는다. 시라크 대통령은 물론 니콜라 사르코지, 세골렌 루아얄 등 유력 대선 후보들도 포함됐다. 이들의 대형 마스크를 태운 마차가 조명 속에 행렬하는 프로그램이 니스 카니발의 백미 가운데 하나다. 니스 카니발의 예산은 500만유로(약 60억원). 입장권 등 자체 수입 200만유로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니스시가 주로 지원하고 소액의 후원금이 보태진다. vielee@seoul.co.kr
  • ‘봄바람’ 난 공원

    이른 봄을 준비하는 것은 꽃이나 나무들뿐이 아니다. 봄나들이 손님 맞을 채비를 하는 공원들의 손길도 분주하다. 가족단위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서울시내 공원들의 봄맞이 행사를 총정리했다. ●대보름과 경칩도 공원에서 대보름(3월4일) 전날인 3일 오후 남산공원과 보라매공원에서는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액막이 연·복조리 만들기, 풍물굿, 달집태우기, 강강술래 행사가 준비된다. 또 대형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큰 줄넘기 등을 하며 가족이 함께 대보름 풍습을 체험할 수 있다.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뛰어나온다는 경칩(3월6일)에 남산공원과 길동자연생태공원을 가면 잠에서 덜 깬(?)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한 ‘봄맞이 개구리 한마당’과 ‘개구리 한살이’ 프로그램이 각각 진행되는데 도심 아이들에겐 개구리를 직접 만져보며 관찰할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다. ●숲에서 자연을 느낀다 서울숲에서는 봄을 맞는 동식물을 보며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서울숲탐방’,‘숲에서 놀자’,‘숲속이야기’,‘어린이자연관찰교실’,‘서울 숲 자연탐사’,‘숲에서 뒹굴뒹굴’ 등의 행사를 준비했다. 모두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시간이다. 어르신들이 모여 함께 추억 속 어린시절 놀이를 다시 해보는 ‘서울숲 행복산책’과 주부대상의 환경체험학교인 ‘주부생태교실’도 이채롭다. 가족 모두가 함께 생태학습을 할 수 있는 ‘주말가족 생태나들이’도 준비됐다. 월드컵공원에서는 뭐가 바쁜지 빨리 꽃망울을 터뜨린 봄꽃들을 관찰하는 ‘하늘교실’,‘민들레와 친구하기’가 진행된다. ●동물과 함께 봄을 남산공원에서는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남산소나무’에 대해 공부하며 솔방울로 공작물을 만드는 ‘남산에서 놀자’가, 여의도공원에서는 물속 미생물을 알아보는 ‘현미경관찰교실’이, 영등포공원에서는 미술활동을 통해 환경에 대해 알아보는 ‘생태문화교실’이 진행된다. 길동자연생태공원에서는 ‘오감체험’과 7세 이하 어린이들이 자연을 배우는 ‘유아 생태학교’가 열린다. 길동생태문화센터에서도 ‘전시관해설’,‘짚풀공예’,‘나무로 곤충 만들기’,‘솔방울로 동물 만들기’ 등 각종 생태강좌가 진행된다. 봄을 맞은 동물들과 함께하는 시간도 있다. 어린이대공원에서는 동물을 직접 만지고 느끼며 알아보는 ‘에코스쿨’,‘놀토동물학교’,‘단체동물학교’ 등 학습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시의 공원홈페이지(parks.seoul.go.kr)에서 예약을 받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수전노/알-자히드 지음

    아랍 속담에 “3과 3분의1”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집을 찾은 손님에겐 최소한 3일 동안의 숙식과 4일째 아침식사를 제공할 정도로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것이 아랍인들의 풍습이다. 그들은 손님에 대한 ‘환대’를 최고의 미덕으로 삼는다. 그러나 ‘수전노’(알-자히드 지음, 김정아 옮김, 문학과지성사 펴냄)는 그런 아랍인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 중세 아랍문학의 대가인 저자는 9세기 압바스시대 수전노들의 일화를 낱낱이 소개한다. 이란 북동쪽 쿠라산 땅의 수도인 마르우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수전노다. 일행 중에 램프 사용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불을 켤 때마다 그 사람의 눈을 천조각으로 가렸다는 이야기는 실소를 자아낸다.‘수전노’는 문학에 녹아내린 정치 이야기이기도 하다. 환대를 미덕으로 여기는 아랍인과 탐욕을 절약으로 포장한 비(非)아랍인 간의 반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 이번에 국내에 처음 완역돼 나왔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씨줄날줄] 풍수과학/진경호 논설위원

    충남 연기군에 들어설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입지 선정에서부터 풍수지리가 동원됐다. 금북·금남정맥과 금강의 기운이 모이는 명당이라는 것이다. 도시기본설계 과정에는 아예 풍수전문가들이 행정도시건설추진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도시의 중심축 역할을 할 주산(主山)을 원수봉에서 국사봉으로 옮긴 것도 이들이다. 풍습 정도로 치부하면서도 묘를 쓸 때나 집·건물을 지을 때 결코 빼놓지 않는 것이 풍수지리다. 최첨단 빌딩에도 풍수지리가 적용되고, 정치인이나 사업가가 대사를 앞두고 손 보는 것도 조상 묏자리다. 풍수학자들은 삼성의 성장도 용인 에버랜드 뒤편의 이병철 전 회장 묘소와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 터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그만큼 명당이란 얘기다. 서울 남대문 앞 삼성플라자 건물의 들쭉날쭉 복잡한 형태에도 풍수학이 담겼다. 우리은행이 업계 2위로 올라선 것도 1999년 본점을 서울 회현동으로 옮긴 덕이라고 한다. 이 자리는 조선 중종 때 영의정을 지낸 문익공 정광필의 집터로, 이곳에서만 정승 12명이 나온 명당이라는 것. 안 되면 조상 탓 하기는 이제 우리만도 아닌 모양이다. 미국에서도 중국 발음 ‘펑수이(feng shui)’라 불리며 풍수가 인기다. 저택이나 빌딩을 지을 때면 풍수컨설턴트들이 동원된다. 실생활에서도 침대나 책상 위치를 바꿀 때 풍수를 활용한다. 한국이 역수입한 풍수인테리어다.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백악관 사무실을 개조할 때 풍수인테리어 전문가의 조언을 받았다고 한다. 유럽에서도 수맥과 지자기, 전자파의 영향을 주거환경에 응용하는 ‘파동과학’이 각광을 받고 있다. 풍수학이 과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모든 물질이 파장으로 이뤄졌다는 물리학의 파동역학이 동양에서 말하는 기(氣)와 상통하면서 우주와 땅과 사람이 결국 하나라는 개념으로 나아가고 있다. 영남대 풍수학자들이 조상묘와 후손의 번성의 상관관계를 통계로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전북 완주 모악산 중턱에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시조묘부터 살펴봐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묘 앞 고덕산의 정기가 다 되어간다니 말이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생각의 보고’ 과학과 놀아볼까

    ‘생각의 보고’ 과학과 놀아볼까

    대학 입시에서 특히 폭넓은 사고를 요구하는 통합논술이 강조되면서 참고서적이 될 만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과학으로 생각한다(이상욱·홍성욱·장대익·이중원 지음, 동아시아 펴냄)’는 서울대 물리학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등을 졸업하고 현재 대학 교수 등으로 일하는 과학자들이 30여명의 세계적 과학자와 그 사상을 묶었다. 저자인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는 서문에서 “과학은 문화”임을 강조한다. 학구적인 사람이라면 영국 빅토리아 시기의 풍습에 대해 이야기하다 자연스럽게 다윈의 비글호 여행에서 수전 바이어트의 소설 ‘소유’의 감동적 로맨스로 옮겨갈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도 종교나 문학처럼 생활이라고 설명한다.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세계를 바꾼 과학혁명을 일으킨 세계적 과학자들은 예술가이자 철학자였고 누구보다 사회경제적 문제에 민감했던 학자들이었다. 이 책은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을 나누는 우리 사회의 불행한 현실을 한탄한다. 유럽 대학의 학생들처럼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와 시장경제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일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괴델의 정리와 불완전성의 정리를 발표하여 논리학 및 수학기초론에 큰 영향을 끼친 쿠르트 괴델. 그가 1978년 영양실조와 기아로 인해 27㎏의 몸무게로 사망한 것과 같은 과학자들의 극적인 생애도 소개된다. 각 장의 말미에 더 읽어볼 만한 자료와 참고 인터넷 웹사이트도 추가돼 있다. 인공지능의 시조로 통하는 앨런 튜링은 동성애자로 고통받다 독극물로 자살한 비극적인 생애 자체로 흥미를 유발한다. 뉴턴에서부터 인공지능까지 현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학자들의 사상을 다양한 학문분야로 확장, 통괄하고 있다. 이들이 펼치는 유쾌한 지적 파노라마가 바로 ‘과학으로 생각한다’이다.336쪽, 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너무 많은,너무 선정적인 대선보도/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지난 15∼19일 5일간 서울신문에 게재된 정치기사는 모두 46건이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선주자와 관련된 보도들이다. 나머지는 대통령과 정당 관련 기사이다. 물론 대통령이나 정당 관련 기사도 기사의 프레임이 대선과 관련된 게 많다. 이들 기사는 종합면인 1∼5면에 실린다. 양적으로 지면의 30∼40% 정도를 차지한다. 16일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기사 수가 늘어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그 이전부터 종합면은 정치기사가 지면을 점거하다시피 하고 있다.15일자 4면은 ‘대선주자 베이스캠프 대해부’ 시리즈 3회분으로 고건 전 총리의 캠프를 전면에 걸쳐 소개했다.5면에 실린 정치기사 5건 중 ‘박종철 20주기 맞아 386 정치인 한자리’를 제외한 나머지 4건이 대선주자와 캠프의 동정을 다룬 기사였다.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정치기사 수가 더 늘어났고, 앞으로의 대선정국에 대한 흥미 유발 경향과 대선주자 캠프들간의 갈등 프레임이 강조되었다.17일자에는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다룬 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실렸다. 하지만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처음으로 전하는 스트레이트 기사의 제목이 ‘대선구도 새판짜기 요동’으로 한참이나 앞서 나갔다.3면은 평소 ‘종합’으로 나가던 면의 문패가 아예 ‘고건 대선불출마 선언’으로 바뀌었다. 지면도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의 배경과 향후 파장에 대한 기사로 모두 채워졌다. 다음날인 18일자에는 ‘고건 대선불출마 이후-나길회 기자가 본 안개속 광주민심’이란 현장 르포기사가 1면 머리기사로 실렸다.3면에는 “고건 빠진 與 반전기회 될 수도”란 제목의 ‘대선구도 전문가 전망’이 실렸다.5면에도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 변호사의 향후 정치적 거취를 확인하는 짧은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두 인물 모두 ‘할말 없음’이란 답변을 했기 때문에 사실상 기사 가치가 없지만 대선후보군을 경합시키는 경마식 보도 풍습 때문에 기사가 된 듯했다. 이날의 지면은 신문이 앞장서서 고건의 퇴진으로 인한 대선정국의 새판에 대해 독자들이 새로운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하는 인상까지 주었다. 19일자에는 ‘대선주자 베이스캠프 대해부’ 4회차 손학규 전 경기지사 편이 4면 전면을 차지했다.5면은 ‘노 대통령의 대선승부수 뭘까’라는 머리기사를 비롯, 대선주자들의 동정성 기사로 채워졌다. 고건이 퇴진했으니 다시 한번 노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 수를 읽어보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시기적으로 너무 일찍, 양적으로 너무 많이, 질적으로 너무 선정적으로 대선을 다룬다. 대선정국을 게임화해서 독자들의 시선을 확보하는 것이 신문으로서는 손쉬운 상업적 전략이 될 수 있겠지만, 건전한 공론장 형성이라는 언론의 사회적 책무에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대선주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하는 지면에 마땅히 보도해야 할 정책사안이 행여 누락되고 있는 건 아닐까?또 정치를 게임화해서 보도하는 게 모든 정치현상을 정치적 술수로 환원해서 보게 함으로써 독자들이 정치현상에 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음모론에 기초한 경마식 정치보도는 단순히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싸움인 대선을 언론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닌가? 한발짝 더 나아가 정치 뒷얘기엔 관심이 많지만 사회현실에 대한 정치적 감수성은 거세된, 너무나 당파적인 정치허무주의자를 양산해 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남재일 한국언론재단 상임연구위원
  • [女談餘談] ‘서양 민족명절’을 보내고/정은주 지방자치부

    해외출장 때문에 연말연시를 이국 땅에서 보냈다. 서양의 ‘최대 명절’을 오랜만에 경험했다. 그들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을 지켜본 것은 이번이 다섯번째.10년 전 캐나다에서 처음 그들의 명절을 지켜보며 받은 문화적 충격이 새삼 떠올랐다. 그들에게도 ‘민족 대이동’이 있었다. 명절 때 몇 시간씩 고속도로에 갇혀있는 것이 우리만의 풍습이 아니었다. 그들은 명절을 가족과 보내려 비행기를 3∼4시간 타기도 하고, 하루 이틀을 모텔에서 잠을 자며 승용차로 달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 모임의 일정을 정하는 방법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내 친구 톰과 샤론 부부는 명절 때 가족모임 4곳을 참석했다. 톰의 부모, 샤론의 부모가 이혼한 탓이었다. 친구 부부는 재혼하지 않은 톰의 어머니에게 선택권을 맨 먼저 주었다. 어머니가 원하는 시간을 정한 뒤 다음은 샤론의 아버지, 톰의 아버지, 샤론의 어머니 순으로 일정을 정했다. 단순히 부모를 찾아 뵙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모이기 때문에 형제자매의 일정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서 명절이 다가오면 일정을 잡느라 가족마다 전화통을 붙들고 산다. 샤론은 “가족모임을 준비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들에게 우리의 관습을 알려줬다. 명절날 아침은 남편 가족과, 저녁은 아내 가족과 보낸다고 말이다. 그러자 샤론이 “그러면 누나와 남동생은 명절날 만날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경험해 보니 옳은 지적이다. 명절 때마다 남편은 손윗 시누이와, 나는 남동생과 엇갈리니까. 명절날 그들도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 명절 음식을 즐긴다. 할아버지부터 세살짜리 꼬마까지 새해 소망과 다짐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식사가 끝나면 가족놀이로 ‘숨바꼭질’을 했다. 어른들이 집 구석구석에 숨으면,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 고모를 찾으러 신나게 뛰어다닌다. 아이가 찾아오면 어른은 힘껏 안아주며 ‘새해에도 행복하라(Happy New Year)’라고 속삭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명절은 스트레스와 행복이 교차하는 시간인가 보다. 정은주 지방자치부 ejung@seoul.co.kr
  • (15) 13월의 태양이 뜨는 나라

    (15) 13월의 태양이 뜨는 나라

    섣달 그믐날이 가면 오는 ‘설날’이 한해의 시작을 의미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우리도 서역(西曆)이 아닌 우리 고유의 달력을 쓰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때는 설날이면 설날이지 그걸 다시 음력설이나 양력설로 나누어 기념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우리가 ‘설날’이라는 말을 되찾은 게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그 사이 ‘음력설’도 모자라 ‘민속의 날’로 바꿔 써야 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신정’, ‘구정’이라며 새날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날’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데 정작 그 날을 기념해야 할 사람들에게 기준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설날’이라는 말은 되찾아 왔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기준으로 보면 그날은 더 이상 새해 첫날이 아니다. 한국이나 중국, 베트남처럼 음력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다 그렇게 ‘설날’과 새해가 다르다. 남이 쓰는 달력을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다. 에티오피아에 오기 전에는 새해와 ‘설날’을 두 번씩 기념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음력을 사용하는 나라들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도 그런 나라 중에 하나였다. 우리는 새해와 ‘설날’의 차이가 양력과 음력의 차이라서 날짜가 길어도 두 달을 넘지 않는다. 달력의 한해가 바뀌고 한달 이내, 혹은 한달이 조금 넘으면 설날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는 무려 아홉 달이 지나서야 설날을 맞이할 수 있다. 게다가 연도도 우리 역법으로 따지면 7년이나 늦다. 따라서 에티오피아의 신년 풍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독특한 캘린더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에티오피아에는 태양이 13개월이나 뜬다는 사실을 아는가. 에티오피아는 우리처럼 서역인 그레고리안(Gregorian) 역법을 사용하지 않고 율리우스 역법(Julian Solar Calendar)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에티오피아 캘린더는 우리 보다 약 7년이 늦어 이들에겐 아직 2007년이 오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캘린더로는 올해가 1999년이다. 율리우스 역법에 따라 에티오피아에서 한달은 30일이다. 이렇게 12달을 계산하고 남은 5일 혹은 6일은 이들이 ‘뽜그메(’뽜’는 파열음)’라고 부르는 13월이다. 이들의 캘린더 시스템을 모르면 도저히 왜 에티오피아에는 13월의 태양이 뜨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는 1년이 12개월이 아닌 13개월이 되고, 신년은 매년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부터가 된다. 온 세계가 다 치른 밀레니엄을 이들은 올해 맞이하게 된다. 참고로, 우리가 쉬는 매년 1월 1일은 이들에게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관공서는 이날 근무를 한다. 우리가 해가 바뀌는 1월 1일과 곧 찾아오는 설날에 나름의 풍속이 있듯이 에티오피아에도 고유의 풍습이 있다. 우리 달력으로는 9월에 해당되며 9월도 첫 날이 아닌 11일부터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에 서역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에게는 9월 한 달이 참 낯설다. 학원이나 헬스클럽, 수영장 등이 9월 12일부터 개강을 하고, 금연이나 금주의 다짐을 9월 11일부터라고 못 박는 경우가 많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슬람교, 개신교가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아주 사이가 좋은데, 이날 교회나 모스크에서는 그리 요란하지 않은 예배를 본다. 가정에서는 우리처럼 차례를 지내는 의식은 없지만 명절을 전후로 한 일주일간 온 집안에 마르지 않은 파란 풀들을 깔아 놓는다. 이 풀들은 거의 1주일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 둔다. 바닥에 풀들이 깔리기 시작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은콴 아데라사초(Happy Holiday)!’라고 인사한다. 우리가 새해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나누는 새해 인사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평소 주식으로 먹는 ‘인제라’에는 소스의 종류가 몇 가지 늘어나고, 양을 집에서 직접 잡아 요리를 하기도 한다. 담소를 나누며 주전부리 할 수 있는 음식도 마련한다. 이 때 대표적인 것이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빵인 ‘다보’와 ‘보꼴로’라고 부르는 옥수수다. 소수민족의 하나인 거라게족들은 마당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여기에 가마솥 뚜껑을 엎어놓은 것 같은 대형 팬을 내 건다. 팬에 볶는 ‘보꼴로’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동안 남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키높이 정도의 나무를 묶어 태우면서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매캐한 연기가 온 집안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구경하면서 두런두런 서로 이야기들을 나눈다. ‘보꼴로’를 볶는 곳 옆에서는 커피 생두를 직접 볶아 뽑아 낸 커피가 준비되기도 한다. 그러면 서역을 쓰는 나라들이 새해라고 부산을 떠는 때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대개 우리의 1월에 해당하는 이 때가 되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새해와는 상관없는 두 가지의 큰 행사가 열린다. 두 가지 모두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영향에서 온 행사인데 하나는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하는 1월 7일의 크리스마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기념하는 1월 19일의 팀캇(Timkat 혹은 Timket, 암하릭어로 말할 때는 좀 세게 발음해야 한다.) 페스티벌이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니라 1월 7일이 된다. 암하릭어로 ‘제나(Genna)’라고 하는 크리스마스가 오면 사람들은 전날부터 교회에서 날을 새우며 예배를 본다. 그리고 당일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9월 11의 설날처럼 이 시기에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1월 19일에 대대적으로 거행되는 팀캇 페스티벌은 공식적으로 3일이 휴일인데 대부분 일주일 정도의 연휴를 즐기며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날도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여 축제를 즐기는데 특히 세례의식이 포함되기 때문에 서로 물을 뿌리며 그리스도의 세례의식을 기념한다.       <윤오순>
  • [후세인사형 파문] 마지막까지 설전… “알라의 저주를”

    이슬람권의 가장 큰 축제인 희생제(이드 알 아드하:양을 죽여 알라에게 바치는 의식)가 시작된 지난 12월30일, 동이 트기도 전인 오전 6시께(현지시간)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은 교수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소리조차 안들리는 편집된 차분한 모습의 처형 순간을 공개했다. 그러나 알 자지라, 알 아라비야 등은 후세인이 시아파 참관인들과 설전을 벌이며 “알라의 저주를…”이라고 외치고, 목에 밧줄이 걸려 있는 충격적 모습을 그대로 보도했다.●태연…공포… 10분 가량 교수대에 가죽으로된 검은색 긴 코트에 하얀 셔츠를 받쳐 입은 사담 후세인은 사형 집행관들로 보이는 남자 5명에게 붙잡혀 좁고 낡은 형장으로 끌려왔다. 부스스한 얼굴에 턱수염은 더부룩했고 머리카락은 약간 헝클어진 모습이었다. 태연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팔이 뒤로 묶여 뒤뚱거리며 형장에 끌려온 그는 사형 직전 검은 두건을 쓰라는 권유를 거절했다. 반면 사형 집행관들은 점퍼에 눈과 입만 뚫린 복면 차림이었다. 그는 ‘알라는 유일하며 무하마드(마호메트)는 알라의 예언자다.’라는 무슬림들의 신앙고백을 하다 처형됐다. 로이터통신은 처형의 전 과정은 25분 가량 걸렸으며, 교수대 발판이 빠진 직후 사망했지만 10분 가량 매달려 있다가 끌어 내려졌다고 전했다. 사형 집행뒤 후세인의 시신은 흰 천으로 둘러싸였고, 목이 부러진 탓에 고개는 힘없이 오른쪽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참관인들 모두 박해당한 사람들 수십명의 참관인 중에 한 명이 휴대폰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마지막 장면 2분 36초가 아랍권 방송과 웹사이트에 공개됐다. 이 필름에는 후세인과 두건을 쓴 집행관 및 참관단 사이 고성이 오가는 모습이 담겼다. 참관인들이 후세인이 처형한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를 찬송하는 노래를 부르자 후세인은 분노를 참지 못하며 “알라의 저주가 있으라.”고 소리쳤고, 참관인들도 똑같이 받아쳤다. 이라크 항소법원 무니르 하다드 판사는 “후세인이 우리는 천국에 가고 적들은 지옥에서 썩어갈 것이라고 말하고 이라크 국민 간의 용서와 사랑을 호소했고 미국인, 페르시아인들과 싸울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날 참관인들은 대부분 후세인정권 시절 박해당한 인사들이었으며, 교수형 집행 장소도 후세인 정권 시절 저항인사들이 고문을 당한 정보부 본부 건물을 골랐다고 전했다.●태어난 곳으로 돌아가 후세인은 2006년의 마지막 날인 12월31일 이라크 북부 티크리트 인근에 있는 고향마을 오우자에 매장됐다. 오우자에는 지난 2003년 미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후세인의 아들 우다이와 쿠사이의 묘가 있으며 후세인은 이들과 2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묻혔다. 후세인의 출생 부족인 알부-나시르족의 대표는 바그다드로 와서 시신을 수습해 갔다. 앞서 후세인의 딸은 ‘이라크가 해방될 때까지’ 그의 시신을 예멘에 매장하겠다고 밝혔었다. 이라크 형법에는 사형수 시신은 가족이 원할 경우 장례를 위해 인도할 수 있고 이슬람권 풍습에는 사람이 죽으면 숨진 그날 매장하는 관례가 있다.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아내를 20명까지에「너무하셔」

    아내를 20명까지에「너무하셔」

    한때「미니·스커트」와 가발, 나팔바지 그리고 화장같은 것은 퇴폐적이라 하여 대통령이 이를 엄금하는 특명까지 내려 여자대학생들이 항의, 초「미니」를 입는 시위까지 벌여 화제가 되었던「탄자니아」에 본격적인 여성 항의운동이 벌어졌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 거느려라!』-때늦은 느낌이 있지만 1부1처제를 들고나와 맹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 2중으로 되어있을 뿐아니라 1부다처제를 용납하고 있는 현행 혼인법을 고쳐야 한다는 아우성이 빗발치듯 일어나고 있다고. 현행법에 의하면「탄자니아」에서는 그의 부족관습과 종교관습, 재산이 용납하는데 따라 얼마든지 많은 여자를 아내로 맞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주민의 대부분이 믿고 있는「모슬렘」교는 아내를 4명까지 가질수 있게 되어 있고, 기독교는 1명 그리고 기타부족 관습에 따라 20명까지도 용납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종교율이 사회관습에 이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 될수 있는대로 많은 부인을 거느려야 행세하는 것이 이 나라 풍습. 「메루」라는 한 추장은「가롤릭」신자인데도 얼마전 성당에서 15번째 결혼식을 올렸는데 신부님 당부는『나는 14명의 전 부인들을 버리라고는 말할 수 없소만 잠잘때는 한 부인하고만 자시오』라고 말했다고.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혼법개정을 한다 하더라도 이 뿌리깊은 사회관습 때문에 쓸데 없을 것이라는 것이 당국자들이 변. [선데이서울 70년 4월 26일호 제3권 17호 통권 제 82호]
  • [주말탐방] 시청앞 크리스마스 트리의 일생

    [주말탐방] 시청앞 크리스마스 트리의 일생

    출생지:인천 철물공장 키:23m·몸무게:6t 조상:고대로마 상록수 나뭇가지 경력:1884년 영국 왕실 트리장식 신체특징:전나무잎 모양 갈런드 3.24㎞ 파워:시간당 45㎾ 전기·1만 2000V 전구 고민:술취한 어른 실례·아이들 조명 뜯기 유언:“철골·전구 고물상에 팔아줘” 사망 예정일:2007년 1월15일 나는 서울광장 크리스마스 트리다.10만개의 불빛을 반짝이며 우뚝 서있다. 키 23m, 몸통 둘레 38m, 몸무게가 6t이나 되는 거구다. 서울시민 1200만명이 나를 바라보며 한해를 마감하고 또 희망찬 새해를 시작한다. 나는 38일간의 시한부 인생이다. 그러나 아쉬움은 없다. ●철물공장에서 태어나다 나는 무늬만 전나무다. 뿌리부터 잎새까지 모두 사람이 만들었다.11월12일 인천의 한 철물공장에서 태어났다.L자형 건축 철골을 자르고 붙여서 가로·세로 30㎜의 각파이프를 만들고, 그 파이프를 구부려 크고 작은 원형 구조물 8개를 완성했다. 전나무처럼 보이도록 큰 것부터 가장 작은 것까지 2∼2.8m 간격으로 층층이 쌓아 올렸다. 철골 뼈대 위에 전나무잎 모양의 갈런드(garland·합성수지 나뭇가지를 철심에 붙인 것) 3.24㎞를 둘둘 말아 입혔다. 그리고 작은 전구 10만개가 다닥다닥 붙은 크리스마스 조명을 달았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전선을 내려뜨린 뒤 전구를 갈런드에 일일이 고정했다. 전구가 철골에 닿으면 누전될 가능성이 있어서다. 갈런드도, 조명도 모두 ‘메이드 인 차이나’다. 나는 5t트럭 10대에 나뉘어 지난 2일 서울시청 앞 광장으로 옮겨졌다.12명이 5t,25t 크레인을 이용해 밤새 나를 조립했다.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이라 밤샘 작업은 필수.9일 오후 6시 휘황찬란한 불이 들어왔다. 내 조상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인들은 집에다 상록수 나뭇가지를 장식해 동짓날을 기념했고,16세기 독일 기독교인이 이 풍습을 크리스마스날 트리를 꾸미는 것으로 계승했다.1884년 영국 왕실이 트리를 장식하면서 전세계로 확산됐다. 매년 캐나다산 전나무 100만그루가 미국·멕시코·독일로 수출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천연나무로 만든 트리를 좀처럼 보기 어렵다. 큰 전나무가 없고, 있어도 운반이 힘들기 때문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림픽공원에서 트리용 전나무를 키우고 있어 우리도 곧 멋진 천연트리를 감상할 것이다. ●행복과 고통이 교차하다 나는 행복하다. 가족과 연인들이 시간당 45㎾의 전기로 수놓은 은하수를 사랑한다. 나를 기억하려고 그들은 쉼없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오후 5시30분부터 새벽 2시까지 38일간 조명을 켜면 전기료가 100만원쯤 나온다. 고통도 찾아온다. 장난꾸러기 아이들이 몸에 붙은 전나무잎과 조명을 뜯어낸다. 조마조마하다. 누전 차단기가 있지만, 전류가 흐르고 있어 함부로 만지면 안 되는데…. 특히 네온전구에는 1만 2000V의 전압이 흐른다. 눈·비가 내릴 때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술취한 어른들도 골칫거리다.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나방처럼 내게로 달려와 곧잘 부딪친다. 전봇대를 만난 듯 노상방뇨도 일삼는다. 전선이 가득해서 물청소는 엄두를 못낸다. 냄새를 꾹 참으며 마르기를 기다릴 뿐이다. 머리 위에 십자가를 얹은 것도 논란이 됐다. 다른 나라에서는 별모양의 장식물을 올리기 때문이다. 내 몸값을 나도 모른다. 기독교TV가 기독교 단체의 후원을 받아 만들었는데 제작비를 공개하지 않은 탓이다. 다만 친구인 올림픽공원 쌍둥이 트리가 1억 4000만원이라니 내 몸값을 대충 짐작할 뿐이다. ●한줌의 고물로 돌아가다 내년 1월15일 나는 세상을 떠난다. 화려한 조명을 끄고 추억으로 남는다.10만개의 전구는 일회용이다. 실타래처럼 엉킨 전선을 사람이 손으로 일일이 풀려면 인건비가 많이 들어 새 전구를 구입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다. 고물상에 넘기면 구리전선을 둘러싼 검정색 비닐을 태워 재활용할 수도 있다. 전나무잎 갈런드는 햇빛이나 습기를 피해 보관하면 내년에도 사용할 수 있다. 올림픽공원의 친구는 재활용한 갈런드로 만들어졌다. 집에서도 갈런드를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면 몇 년 동안 쓸 수 있다. 철골 뼈대는 고물가격으로 팔린다. 나의 삶은 짧지만 화려하다. 그러나 떠날 때는 한줌의 고물로 돌아간다.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삶을 닮았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트리의 경제학 크리스마스 트리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규모를 200억∼3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계산상으론 2만∼3만원(도매가격)짜리 완성품 트리가 매년 100만개 정도씩 팔리는 셈. 하지만 어디까지나 추산일 뿐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트리 장식의 종류만 해도 수 천여가지가 훌쩍 넘는데다 수입업자도 소위 보따리상, 도매상, 할인마트까지 다양하다.5∼6년 전만 해도 트리의 뼈대부터 미니전구, 방울, 리스 등 소품 하나하나가 대부분 국내산이었다. 하지만 저가의 중국산이 대거 유입되면서 사실상 국내 크리스마스 트리 제조업계는 거의 파산상태다. 실제 2000년 초반까지 통일사, 미성트리, 미스터트리 등 쟁쟁한 트리 전문업체가 있었지만 이제 경오트리 한곳을 제외한 모든 제조회사가 문을 닫았다. 중국산의 ‘저가공세’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국내 크리스마스 장식품의 99%는 ‘메이드인 차이나’란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세계 성탄절 장식품의 약 70%가 중국 저장(浙江)성의 작은 도시 이우(義烏)를 통해 거래될 정도라고 하니 놀랄 일만도 아니다.”라고 체념한 듯 말한다. 소비층이 젊은층이다 보니 소매시장에서는 온라인 매장의 강세가 두드러진다.G마켓의 경우 지난해 11월12일부터 12월11일까지 한달 판매량이 4억 5000만원이었던 반면 올 들어 같은 기간 판매량은 15억원 정도로 3배 이상 늘었다. 필수품이라기보다는 장식을 위한 기호품이라는 속성상 크리스마스트리 시장은 연말 경기를 반영하는 일종의 ‘체감지표’가 되기도 한다. 25년간 트리제조업을 해왔다는 경오트리 서재선 사장은 “이젠 공장을 닫아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그는 “먹고 살 만해야 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매출보다 30%는 줄 것 같다.”면서 “팔리는 제품도 중국산 중에서도 저가상품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 트리 어디서 사면 싸게 살까 직접 예쁜 소품들을 구입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면 즐거움과 보람은 갑절이 된다. 가격면에서는 인터넷쇼핑몰을 따라가기 힘들지만 사방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전시된 곳에서 쇼핑을 즐기며 분위기를 만끽하고 싶다면 도매시장이나 할인점을 찾는 것이 좋다. ●한 번에 살 수 있지 가장 손쉽게 크리스마스 트리 용품을 살 수 있는 방법은 가까운 할인점을 찾는 것. 이마트, 롯데마트, 뉴코아아울렛에는 특설 매장을 꾸며 크리스마스 트리와 각종 장식품, 원형 리스(벽걸이 장식) 등을 20∼30% 할인 판매하고 있다. 특히 뉴코아아울렛은 24일까지 400여가지의 크리스마스 트리 용을 최고 50%까지 저렴하게 판매한다.1.2∼1.5m 높이의 트리가 2만 4000∼4만 2000원선. 앙증맞은 미니트리(18∼30㎝)가 3600∼6000원선, 리본·볼·크리스털 촛대 등 장식 세트는 1000∼7000원선으로 대부분 1만원 미만이다. ●더 싸게 살 수도 있지 다리품을 파는 만큼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곳이 고속터미널, 남대문 등이다. 서울 반포동 고속터미널 3층 꽃도매상가에는 5∼6개의 대규모 매장이 밀집돼 있다. 가장 잘 나가는 것이 1.2∼1.5m 높이의 트리. 솔방울, 잎의 재질에 따라 4만∼7만원선이다. 여기에 줄전구, 볼, 별, 산타 리스 등을 달아 크리스마스 트리를 완성한다. 줄전구는 1500(미니트리용)∼1만 5000원선, 장식볼 세트는 작은 것 6개들이가 1000원선, 큰 것 3개들이가 6000원선,6개들이 반짝이는 별 장식은 6000원선이다.3000∼4000원선인 작은 곰인형, 별·달, 산타리스 등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해도 좋다. 남대문은 메사와 원아동복 건물 주위에 4개 매장이 몰려 있다.1m높이의 트리, 지름 1m의 리스는 완성품이 6만원선이다. 중보다 20∼30% 저렴한 편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이슬람 문명과 도시] (24) 인도네시아 ‘꺼자웬’의 중심 족자카르타

    [이슬람 문명과 도시] (24) 인도네시아 ‘꺼자웬’의 중심 족자카르타

    지난 5월 족자카르타 지역의 지진으로 4만여명의 사상자가 났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필자는 그곳에서의 유학시절을 떠올렸다.풍성한 문화유적과 다양한 유학생이 어우러진 족자카르타는 ‘자카르타’ ‘아쩨’와 함께 특별주이다. 1945년 8월17일 독립준비위원회 회장과 부회장이었던 수카르노와 핫따가 독립과 함께 신생 인도네시아공화국 건설을 선언했을 때, 족자카르타의 술탄인 하멍꾸부워노 9세가 가장 먼저 지지를 선언하는 등 국가 건설에 크게 기여했다. 그 보답으로 인도네시아 정부는 족자카르타를 하나의 주로 승인하면서 술탄이 대대로 이 지역의 주지사가 될 수 있도록 했다. 1개의 시와 4개의 군으로 이뤄진 350여만명 규모의 족자카르타의 정식 명칭은 ‘욕야까르따’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과거 표기법을 따라 ‘족자카르타’나 줄여서 ‘족자’라 부른다. 족자는 세계 유명관광지이기도 하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앙코르와트’와 쌍벽을 이룬다는 세계 최대의 불교유적 ‘보르부두르 사원’이 있어서다. 여기다 족자는 인도네시아 300여 종족 가운데 45%를 차지하는 자바족의 고향이다. #자바식 이슬람,‘꺼자웬’ 자바섬의 다른 곳처럼 족자의 주민 90% 이상이 이슬람교도이다. 그러나 아랍지역처럼 실제 이슬람 계율을 지키는 무슬림은 40% 정도다. 나머지는 토속신앙이나 힌두·불교가 적당히 섞인 ‘꺼자웬’을 믿는다. 꺼자웬들이 이슬람을 믿는다고 하는 이유는 정부가 이슬람교·기독교·가톨릭교·힌두교·불교 등 5대 종교만 종교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즉, 인도네시아 국민에게 종교를 믿는 것은 의무사항이고 믿는 종교는 이 5가지 가운데 하나여야만 한다. 그러니 꺼자웬도 이슬람교도다. 독립 전에는 독립운동 때문에 종교적 갈등이 묻혔지만, 독립 이후 한때 이슬람 세력 약화를 위해 꺼자웬을 ‘자바종교’로 분리 독립시키려 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정부의 공식입장은 언제나 ‘꺼자웬은 신앙이 아니라 문화관습’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 무슬림의 생활을 보면 샤먼적인 행위가 일상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직도 자연 속의 신묘한 정령들을 회유하기 위해 바나나잎에다 3가지 꽃과 향·잔돈, 그리고 떡을 싸서 바치는 의식 ‘서사젠’을 행한다. 조상에게 제사 지내고 그 음식을 이웃과 나눠 먹는 ‘슬라마딴’도 있다. 그렇다고 이슬람적 전통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자바 사람들의 모든 행사에는 ‘코란’에 명시된 기도문 낭송이 절대 빠지지 않는다. #‘가르벅’과 족자카르타 술탄왕국 ‘가르벅’은 족자카르타 왕궁 주최로 1년에 3번 이슬람 명절에 맞춰 여는 경축행사다. 이 가운데 예언자 무함마드 탄신일을 맞아 일주일 동안 치르는 ‘가르벅 물루드’가 가장 큰 축제다. 이 행사는 ‘서까뗀’이라고도 불린다.16세기 자바 최초의 이슬람왕국 ‘더막’에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외에는 ‘가르벅 빠사’와 ‘가르벅 버사르’가 있다. 그런데 이슬람 명절을 축하한다는 이들 행사를 유심히 보고 있노라면 비이슬람적인 요소가 더 많아 보인다. 가르벅 버사르 기간에 고대부터 내려오는 궁중악기 ‘가믈란’이 등장하는데 원래 가믈란 연주는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 그러나 이슬람을 거부하던 고대 자바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포교사 수난 깔리자가의 제안으로 힌두문화를 끌어안으면서 가능해졌다. 족자 지역이 꺼자웬의 중심지가 된 것도 16세기 자바에서 펼친 그의 활동 덕분이다. 또무함마드 탄생 전날에는 술탄을 비롯한 왕궁의 모든 식솔들이 왕궁 근처 이슬람 사원으로 나와 예언자의 탄신을 축원한다. 이 기간에 국가의 안녕과 백성의 번영을 기원하며 왕궁은 구능안(밥을 산 모양으로 쌓아 수백명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을 만들어 제사를 지내고 각종 보물들을 일반 백성들에게 공개한다. 족자 사람들은 구능안은 질병을 예방하고, 보물에는 신령스러운 기운이 스며들어 있다고 믿는다. 이런 의식을 통해 술탄은 권위를 지킨다. 꺼자웬 문화의 극치는 16세기말 족자 외곽지역 ‘꼬따거대’에서 생긴 ‘마따람 이슬람’ 왕국의 문화다. 특히 마따람 이슬람의 3대왕 술탄 아궁 시기는 주목할 만하다. 당시 이슬람적인 왕궁과 힌두·불교의 신비주의에 매료되어 있던 관료들간 대립이 거세지자, 술탄 아궁이 용단을 내려 이 두 문화를 접목시키는데 여기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꺼자웬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인도네시아의 대표적 이슬람 단체를 꼽으라면 대개 ‘엔우(NU)’와 ‘무함마디야’를 든다. 엔우와 무함마디야 지지자가 2000만명에서 3000만명에 이를 정도니 그럴 만도 하다. 이 두 단체는 성향이 맞지 않다.1920년대 이래 농촌의 전통 보수주의 이슬람 교육기관 ‘뻐산뜨렌’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엔우는 꺼자웬과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도시를 중심으로 전문인력 양성에 치중해 온 무함마디야는 꺼자웬을 관습 타파의 대상으로 여기며 이슬람 원리주의를 내세운다. 그러니 족자에서의 전통 보수주의와 아랍에서의 전통 보수주의는 다를 수밖에 없다. 사우디에서는 우상숭배나 샤먼적인 풍습을 금지하지만, 족자에서는 외려 끌어안으려 한다. 그래서 아랍의 보수주의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가깝지만, 족자의 보수주의는 이슬람 원리주의와 오히려 거리가 더 멀다. 자바식 이슬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 족자에 인도네시아 최고의 국립 이슬람대학이 세워졌다.‘마따람 이슬람’ 시대의 포교사 수난 깔리자가의 이름을 따온 이 대학은 인도네시아 전국 각지에서는 물론, 이슬람에 흥미를 느낀 외국에서도 숱한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 학교다. 이곳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며 느끼는 점은 다른 종족들과 반목하기보다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려는 자세, 엄정한 자제력으로 자신의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는 절제된 모습, 남을 밟고 일어서려는 경쟁의식을 금기시하는 듯한 생활태도 등이다.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쉽게 타협하는 듯한 사고방식은 그들의 세계관, 종교관, 그리고 의식구조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족자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슨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마음의 평안은 어떻게 얻는가.’ ‘우주만물의 절대자에게 돌아가 영원한 삶을 누리는 방법은 없는가.’와 같은 것들이다. 몇달 전 필자는 다른 일 때문에 다시 족자를 찾았다. 외국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말리오보로’ 거리의 밤 풍경과 왕궁 주변은 20여년 전과 변함이 없었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 거울에 비친 필자의 얼굴에는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는데 족자의 모습은 어쩌면 그대로일까. 제대식 영산대 교수·이슬람문화硏 연구원
  • [카메라 탐방] 강원도 영월 숯가마

    [카메라 탐방] 강원도 영월 숯가마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숯을 다양한 용도로 일상 생활에서 사용해 왔다. 일찍이 신라시대에 숯불로 밥을 지어 먹었고, 석굴암의 습도 조절을 위해 숯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장을 담글 때 옹기 안에 숯을 넣어 냄새와 독을 제거하고 있다. 악귀와 잔병을 물리치는 효험이 있다고 믿어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숯을 매다는 풍습도 오늘날까지 전해져 오고 있다. 연탄과 석유가 주 연료로 사용되면서부터 숯은 한동안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숯의 효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속속 성과를 거두면서 숯이 다시금 우리의 삶에 친근한 존재로 다가오고 있다. 숯이 뜨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영월군 상동면 덕구리. 숯가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흰 연기가 찾는 이들을 반기는 이곳은 원래 철광산이 있었던 곳이다. 김성열(63·태백산 참숯가마 사장)씨는 여기서 태어나 철광산 일을 하다가 폐광 후 참나무로 만든 백탄(白炭)에 매료되어 가마를 짓고 30년째 전통 숯을 굽는 일을 하고 있다. “이제는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만 봐도 숯의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숯을 굽는 과정은 벌목한 참나무를 가마에 켜켜이 재운 후 입구를 막는 일부터 시작된다. “아궁이에 종잣불을 넣어 가마 온도가 정확히 280도가 될 때까지 불을 땝니다.” 장작 열에 의해 가마가 달궈지면 최고 1300도까지 올라간다. 고온에서 1주일 동안 태운 후 가마 밑을 열고 산소를 넣어 가면서 달궈진 숯을 꺼내 수십개의 드럼통에 나눠 넣는다. 이어 드럼통의 뚜껑을 닫고 완전 밀봉을 한 뒤 식히면 경도가 강한 양질의 백탄이 탄생한다. 1주일 동안 달궈진 가마에서 숯을 빼는 날 모든 직원들이 가마를 등진 채 두 손을 모은다.“유래를 알 수 없지만 매번 작업이 끝날 때면 숯쟁이들은 늘 그렇게 해왔지요.” 김 사장과 같이 일하는 권영밀(49)씨의 말이다.“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일하기가 수월하지만 여름철에는 뜨거운 열기와 싸우는 일이 장난이 아닙니다.” 최근 숯이 난방용 이외의 목적으로 더 많이 사용되면서 사계절이 모두 성수기란다. 숯가마를 찾아가던 길 인근 상동읍내 한 정육점에서 산 삼겹살로 즉석 숯불구이 파티를 열었다. 김 사장이 직접 개발했다는 목초액(木硝液) 소스를 고기에 발라 구워준다. 김 사장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숯을 고기 굽는 데만 쓰지만 용도가 아주 다양하다.”면서 숯을 이용한 공예품 등을 보여주며 진지하게 설명을 했다.“참숯베개, 숯타일, 목초액, 그리고 소금소스까지 다양한 품목을 개발하고 특허까지 냈습니다.” 그는 숯을 이용한 신제품을 꾸준히 개발해 이른바 ‘숯 테마파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며 결국 낙후된 지역 경제에도 크게 보탬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숯 자체가 고부가가치 산업인 동시에 첨단산업의 한 부품으로서 활용될 것이라는 김 사장은 자신의 ‘숯 철학’이 실현될 때까지 가마에 참나무를 채우고 불을 넣는 일을 계속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글 사진 안주영기자 jya@seoul.co.kr
  • ‘불가사의’ 이스터섬 문명몰락 다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손꼽히는 이스터섬의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아십니까. 또 그런 거대한 석상 887개를 만든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SBS가 내달 3일 밤 11시5분부터 방송하는 SBS 스페셜 ‘29일째 날의 이스터섬:과거로부터의 메시지(연출 서유정)’가 이런 불가사의를 파헤친다. 이스터섬의 원주민들은 한때는 거대한 석상을 세울 정도로 문명이 번성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철저하게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러한 이스터섬의 몰락을 통해 지금 처해 있는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의미있는 시간이다. 이스터섬은 1722년 부활절 일요일 네덜란드 선장 로헤벤이 처음 발견했다. 섬의 원주민들은 누추한 오두막이나 동굴에 살면서 서로 간에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고 부족한 식량으로 인해 식인 풍습까지 있는 지옥과 같은 섬이었을 뿐이다. 부활절 날 발견했다고 하여 영문으로 부활절이란 뜻의 ‘이스터’로 이름이 붙여졌다. 그런데 로헤벤은 이 섬에서 대단히 이상한 것을 보았다. 무게 40∼50t이 넘는 거대한 석상들이 섬의 여기저기에 우뚝 서서 말없이 바다를 바라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 석상들이 ‘모아이’다. 섬 전역에서 발견된 그 숫자는 무려 887개. 도대체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울 정도로 번성한 문명과 풍요로운 자연을 가지고 있던 그들이 멸망한 이유는 무엇일까.●이스터섬이 주는 교훈 대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고립된’ 특정 지역에서 자원을 마구 낭비하고 적절한 인구증가를 방치하였을 때 급속히 몰락의 길을 걷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삼림 파괴와 같은 자연훼손이 정점을 지나면 복구가 불가능해지고 그에 따라 필연적으로 전쟁이 일어난다.외부로부터 어떤 구원의 손길도 없는 가운데 문명의 흔적만 남긴 채 그들은 수수께끼처럼 ‘실종’된다. 마야문명이 그랬고, 이스터섬이 그랬다고 한다. 이제 우리 시선은 우주에서 철저하게 고립된, 아직까지는 단 하나의 행성인 ‘지구’로 돌려진다. 이스터섬과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상황은 비슷하다. 고립된 환경, 고갈되어 가는 자원, 늘어나는 인구 등으로 획기적인 대안이 없다면 이스터섬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프로그램은 참혹한 미래를 피하려면 이런 ‘과거로부터의 메시지’를 교훈 삼아 환경문제에 범지구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해 준다.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사람잡는 ‘낮술’

    사람잡는 ‘낮술’

    #1지난해 12월20일 오후 5시쯤 부산시 연제구에 있는 ○○종합건설(주)이 시공하는 현장에서 미장 작업자가 오후 새참 시간에 막걸리를 마신 뒤 동료 인부들과 작업을 한 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계단으로 내려 가는 도중에 발을 헛디뎌 사망했다. #2경기도 화성군 동탄면에서는 지난 4월18일 철근 작업자가 점심때 소주 1병을 마신 뒤 작업에 나서 변을 당했다. 그는 작업반장의 귀가 조치에도 불구하고 지하 1층 옹벽 배근 작업을 하다 오후 1시30분쯤 중심을 잃고 2.5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3경기도 용인시 구성면의 공사장에서 지난 6월 25일 오후 3시30분쯤 전기배관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2.8m 아래로 떨어져 중상을 입었다. 이 근로자는 새참시간에 소주 1병 정도를 마신 상태에서 사다리에 올랐다가 사고를 당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직장인들의 술자리가 점점 잦아진다. 특히 점심시간 동료들과 나누는 3∼4잔의 반주가 그야말로 꿀 맛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들의 이런 음주 습관은 사무직이나 현장 근로자 모두가 비슷하다. 문제는 출근 이후 작업장에서의 음주 습관이 각종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심각한 원인이 된다는데 있다. 직장인들의 점심때 반주로 인한 사고 통계는 아직 없다. 하지만 소방방재청이 지난해 구조 출동을 한 시간대를 분석해 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소방방재청은 지난해 모두 10만 5382차례의 구조 출동을 했다. 시간대별로는 하루중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가 1만 2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4시부터 6시까지로 1만 1609건이었다. 소방방재청 김종선 계장은 “점심 시간이나 새참시간을 이용한 반주가 주요 원인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급자의 묵인이 원인, 그래도 해고 사유는 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업장에서는 작업중 근로자의 음주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외국에 비해 직장 상사나 동료와의 회식, 고객 접대(business)와 같은 차원에서 비자발적인 음주가 많고 횟수도 잦은 편이다. 또 동료 또는 상하간 격의를 빨리 없앤다는 이유로 폭음 분위기(폭탄주 등을 원샷으로 마시기)가 일반화되어 있다. 한국경제경영연구원은 최근 연구자료에서 이같은 현상이 “한국의 직장 관리자(상급자)들이 부하 직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과도한 음주 행위를 하는 부하 직원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관대하기만 했던 직장내 음주문화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근로자의 음주 습관에 대한 이례적인 결정을 내린 적이 있어 주목된다. 노동위원회는 고속버스 운송사업에 종사하는 운전기사가 운행 전날 먹은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출근, 승차전 자체 음주 측정에서 혈중알코올 농도 0.05%가 나왔다는 이유로 해고한 회사측의 결정을 정당하다고 판정했다. 그동안 비슷한 사건에서 ‘해고 사유는 부당하다.’는 노동위원회의 판정 사례를 뒤집었다. 음주에 대한 회사의 관대함은 자칫 모든 직원들이 치명적인 부상을 입게 하는 등 각종 안전사고를 당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서울·경기·전라도 지역의 건설업과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 700명을 대상으로 ‘음주와 산업재해에 관한 실태분석’을 실시한 결과 작업장에서 음주로 인해 재해를 경험한 사람이 33.1%에 이른다. 또 전체 응답자의 16.5%는 음주로 인해 불량품을 생산하는 등 작업 실패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음주로 인해 작업 과정에서의 실패 가능성보다 산업 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을 뜻한다. 작업장에서 얼마나 음주를 하는지 알기 위해 작업중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6.4%가 ‘있다.’고 답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72.6%가 작업중 음주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장소로는 식당이 47.5%로 가장 많았고 작업현장에서의 음주도 20.6%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중 음주를 하는 이유는 ‘피로를 잊기 위해서’가 52.4%로 가장 많았고 ‘스트레스 해소’ 20.8%,‘습관적으로’ 14.6% 순이었다.10명의 근로자 가운데 6명이 작업의 피로를 잊기 위해 작업장에서 음주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산중앙병원 건강관리센터 서동식 소장은 “개인차가 있지만 낮술은 뇌졸중, 심장질환을 일으킬 우려가 높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근로자, 납, 망간 등에 노출되는 근로자는 술로 인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음주 측정제도와 예방프로그램 갖춰야 산업현장의 음주 현상이 위험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근로자들의 알코올 남용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는 실정이다. 미국·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직장에서의 음주로 인한 재해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직장내 음주 테스트가 일반화되어야 한다. 특히 종업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이나 조선, 플랜트업 등 비교적 야외 작업이 많은 제조업과 건설업 등에서는 이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조사 결과 제조업과 건설업의 38.2% 정도만이 음주와 관련된 규제 규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근로자의 음주 예방을 돕는 프로그램(EAP)을 운영하는 곳도 제조업은 11.1%, 건설업은 15.5%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등록된 대기업들의 80% 이상이 음주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는 작업장내 알코올의 배포나 소비가 금지돼 있다. 벨기에와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소주 한잔이면 음주 운전으로 주의하면서도 정작 낮술에는 훨씬 더 위험한 작업에 나선다.”면서 “우리나라 직장에서 술로 인한 사고 발생 위험성이나 생산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세계 1위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심각성을 알렸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하루 1~2잔, 내성생겨 중독 위험” “농경문화의 산물인 반주는 잠시의 피로를 잊게 하지만 판단력과 행동을 굼뜨게 해 작업장 안전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산업의학전문의인 강성규 한국산업안전공단 산업보건국장(의학박사)은 “새참때 반주를 곁들이는 오랜 풍습으로 근로자들은 요즘도 작업중 술을 마시는 것에 익숙하다.”면서 “육체 근로자나 사무직 근로자 모두가 반주로 인한 나른함으로 오후 업무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반주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반주는 판단력을 떨어지게 하고 반사신경을 무디게 해 외부의 위험에 쉽게 대처하지 못하도록 한다.”면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건설현장이나 운전작업자, 정밀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자 등은 소량의 음주라도 큰 사고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학적으로 알코올은 체내에서 완전히 배설된 후에도 신체 행동기능은 24∼48시간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전날 밤 늦게까지 마신 술은 다음날 오전까지 체내에서 완전히 배출되지 않는다.“면서 “또다시 반주를 즐기는 것은 하루종일 음주 상태로 근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병원 정영철 교수는 “똑같은 양이라도 낮에 먹는 술은 뇌반응의 정도가 다르다.”면서 “낮술이 훨씬 민감하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에 대해 의학적인 연구결과가 밝혀진 것은 없지만 바이오리듬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같은 양의 술이라도 개인의 기분이나 분위기에 따라 취하는 정도가 달라지듯 낮술은 밤술에 비해 취하는 정도가 훨씬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는 “술에 대한 뇌 또는 신체 반응의 감수성이 높은 만큼 직장인들이 반주로 먹는 술도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2잔 먹는 반주라도 횟수가 거듭되면 내성이 생겨 양이 늘어나게 된다.”면서 반주의 중독성을 더욱 경계했다. 이동구 기자 yidonggu@seoul.co.kr
  • “11월11일 오늘은 길의 날 두발로 우리땅을 걸어요”

    “현대인들에게 길의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하기 위해 길 문화축제를 마련했습니다.” 10일부터 12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제1회 길 문화축제’를 열고 있는 (사)우리땅 걷기 신정일(53·문화사학자) 이사장은 10일 “이번 축제를 통해 11월11일을 ‘길의 날’로 정한 것을 널리 알리고, 우리 강토의 옛길과 역사, 풍습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전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1월11일은 젊은이들이 길다란 과자를 주고 받는 ‘빼빼로 데이’이지만, 이 단체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날을 과자 대신 두발로 ‘우리땅을 걷자.’는 뜻에서 ‘길의 날’로 정했다.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이날을 전후해 길 문화축제를 열기로 했다. 신 이사장은 “전주시 일원에서 개최될 이번 행사는 옛길 보전을 위한 세미나를 시작으로 11일에는 개회식과 함께 비빔밥 나눠먹기 행사, 길거리 원혼굿, 솟대와 장승만들기 등에 이어 12일 보부상 재현, 전통떡 잔치, 막걸리 축제와 전통 대동놀이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행사에 앞서 서울신문의 옛길 ‘영남대로’ 연재를 계기로 역사 속의 길을 정부가 국가문화재로 지정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을 환영한다.”면서 “앞으로 길 박물관 건립과 삼남대로(서울∼전남 해남) 등 조선시대 9대로가 문화재로 지정돼 복원·보존하는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반만년의 유구한 역사가 깃든 길들이 마구잡이식 개발 등으로 파괴·훼손돼가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란다. 신 이사장은 “로마와 일본 등 외국의 옛길이 오랜 세월을 두고 그대로 보존되고 있고, 프랑스 국경에서 스페인의 야곱이 잠든 산타아고 성당에 이르는 800㎞의 길에 순례자의 발길이 이어진다.”면서 “우리도 옛길을 복원해 보행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은 지난해 5월 우리땅 걷기를 통해 국토사랑을 실천하자는 취지로 ‘우리땅 걷기운동 모임’ 결성을 주도했으며, 현재 전국에 3000여명의 회원이 있다. 전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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