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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해와 편견 씻어낸 인도의 민낯

    오해와 편견 씻어낸 인도의 민낯

    3000년간 카스트 제도라는 굴레에 속박되어 온 나라이며, 여아 낙태율과 조혼율이 높은 나라. 인도는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가치관과 비합리적인 사회상이 공존하는 나라로 인식되곤 한다. 그러나 EBS TV ‘다큐프라임’은 기존의 편견을 깨고 인도의 진면목을 집중적으로 탐험한 6부작 ‘인도의 얼굴’을 23~25일과 새달 2~4일 오후 9시50분에 방송한다. 23일 방송되는 ‘영원의 땅, 카슈미르’에서는 인도-파키스탄 갈등의 진원지 카슈미르 분쟁지역을 찾는다. 이곳은 오랜 내전과 분쟁에 지친 땅이지만 자연경관은 ‘인도의 알프스’로 불릴 정도로 아름답다. 오래전부터 ‘금의 초원’으로 불린 해발 5000m의 소나마르그에서 소수 부족 여인들을 만나고, 달레이크에서는 배 위에 전통가옥을 지은 ‘하우스 보트’들과 100여척의 보트가 빚어내는 새벽 수상시장의 장관을 전한다. 24일 ‘힌두의 눈물, 여성’에서는 인도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오는 현대 인도 여성들을 만난다. 신분 차를 뛰어넘어 결혼하기 위해 감옥생활도 불사했던 한 부부와 16살에 조혼을 한 뒤 남편과 떨어져 친정에서 사는 여고생 신부 등을 소개하고, 빈부차가 극심한 인도에서 도심의 호화 결혼식과 농촌 마을의 결혼식을 통해 ‘두 개의 인도’를 조명한다. 25일 ‘경계를 떠도는 방랑자, 타르 사막의 라바리’에서는 낙타에 짐을 싣고 양떼를 몰며 인도 타르 사막에서 유목 생활을 하는 라바리 사람들의 문화를 살핀다. 우리나라 여행객들도 많이 찾는 인도 북서부 타르 사막에는 검은 옷을 입고, 길게 늘어뜨린 귀걸이 장식을 한 라바리족 여인들이 가끔 눈에 띈다. 인도 내 수천 소수 부족 가운데 하나인 이들은 독특한 생활 풍습과 수공예품으로 유명하다. 새달 2일 ‘살아있는 중세, 라자스탄의 대장장이’에서는 인도에 남아있는 중세 풍경을 만나고, 3일 ‘카스트, 굴레를 넘어서’에서는 3000년을 이어져 온 뿌리 깊은 카스트 제도를 살핀다. 마지막으로 4일 ‘소리가 만든 모자이크, 콜카타 이야기’에서는 인도 제2의 도시 콜카타에서 만나는 각종 소리를 소개한다. 콜카타는 인력거, 수레, 전차 등 온갖 운송 수단이 한 거리에 모여 있는 교통 지옥이자 기기들이 내는 불협화음에 압도되는 곳이다. 그러나 동시에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제작진은 “너무도 많은 오해와 편견으로 가득한 인도의 문명과 종교,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문화적 코드를 중심으로 살펴봄으로써 한국 사회의 제반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제공하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18일 TV 하이라이트]

    ●산너머 남촌에는(KBS1 오후 7시30분) 한국으로 시집 온 지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여전히 한국말과 풍습에 적응하기 어려운 하이엔. 순호는 정성 부족이라며 하이엔을 채근하고, 그럴수록 하이엔은 고향이 더 그립다. 고향음식이 먹고 싶은 하이엔은 베트남 음식을 정성스레 마련해 식구들 앞에 내놓지만, 식구들은 상한 음식 취급을 한다. ●미워도 다시 한번 2009(KBS2 오후 9시55분) 혜정은 박실장으로부터 명인의 스케줄을 전해 받고, 명인에게 접근하기 위해 명화 경매장에서 명인과 각축을 벌인다. 혜정은 명인에게 자신이 사게 된 알트만 그림을 선물하며 그녀의 환심을 산다. 한편 민수는 술 취한 윤희를 성국의 집에 데려다 주고, 성국으로부터 의로운 청년으로 각인되는데…. ●황금어장(MBC 오후 11시5분) 최고의 한류스타, 권상우의 고민은? “너무 거침없는 성격 때문에 손해를 자주 봐요.” 거침없는 권상우를 위해 절친 송승헌이 특별 출연한다. 귀티 나는 외모였지만, 집안 환경은 어려웠다는 청소년시절의 이야기도 들어본다. 사랑에 빠진 새신랑, 행복한 아빠 권상우의 숨겨진 모습을 ‘무릎팍도사’에서 만나본다. ●보도특집(SBS 오후 11시5분) 2013년 우리나라는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디지털 전환은 곧 아날로그 방송의 종료를 뜻한다. 기존의 아날로그 TV로는 더 이상 방송을 볼 수 없는 것이다. 흑백 TV에서 컬러TV로 바뀌는 것보다 더 큰 변화여서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디지털 전환, 우리는 얼마만큼 준비됐을까. ●다큐 프라임(EBS 오후 9시50분) 화석연료로부터 100% 독립은 가능한 것일까? 여기 지구에서 석유가 사라져도 안락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들은 쓰레기를 에너지로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일자리까지 창출했다. 바이오에너지 생산+유기농 정착+일자리 창출이라는 1석 3조의 효과를 거둔 독일 윤데마을을 찾아가 본다. ●클로즈업(YTN 낮 12시35분) 요즘 통신업계의 최대 화두는 KT와 KTF의 통합 문제다. KT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투자를 집중함으로써 거품을 줄이는 대신 다양한 유무선 융합서비스가 가능해져 통신요금을 낮출 여지가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통신업자들은 시장의 지배력이 커져 공정한 경쟁이 위협받는다며 맞서고 있다.
  • [문화행사 알림방]

    서혜경 피아노 독주회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21일 오후 7시30분 피아니스트 서혜경씨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린다. 카네기홀이 선정한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되기도 한 서씨는 국제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이번 무대에서는 정적인 느낌의 ‘밤과 꿈 ’이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하는 낭만주의와 인상주의를 아우른 작품을 보여 준다. 국제음악제 후원 디너콘서트 ●부산파라다이스호텔 대연회장에서 17일 오후 6시30분 부산국제음악제 후원자를 위한 디너콘서트가 열린다. 첼리스트 정명화·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버즈웰·비올리스트 홍웨이 황 등 부산국제음악제 초청연주자들이 공연을 한다. (051)747-1536. 고인돌특별전 4월19일까지 ●사진으로 본 고인돌의 세계 특별전 4월19일까지 국립춘천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된다. 특별전은 현대인의 시선으로 담은 사진을 통해 고인돌의 다양한 모습과 출토된 유물을 통해 선사인의 풍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다. 전시는 강원도내를 비롯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강화·고창·화순 고인돌과 북한의 대표적 고인돌 등 총 130여기의 사진과 부장유물 50여점이 함께 선보인다. 선사시대를 대표하는 고인돌은 3000여년 전부터 만들어지기 시작, 1000년을 이어 왔다.
  • [책꽂이]

    ●중국 거지의 문화사(한차오루 지음, 김상훈 옮김, 수북 펴냄) 19세기 초부터 1949년 인민공화국이 세워진 근대 중국의 거지 문화와 구걸 풍습을 담았다. 왜 우리가 중국 거지 이야기까지 알아야 하냐고? 중국 거지는 거리의 연예인, 짐꾼, 심부름꾼, 점쟁이, 해결사, 경찰관 역할을 해내며 주류 사회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유럽 집시 이상의 탁월하고 다채로운 문화를 형성한 계층으로 손꼽힌다는 말씀. 1만 8000원. ●몽상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 20세기를 말하다(프리먼 다이슨 지음, 김희봉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영국 출신의 물리학자 다이슨(1923~)의 자서전. 슈뢰딩거-다이슨 방정식을 발견해 양자전기역학 이론을 풀어냈고, 과학과 관련된 사회·정치·경제적 결정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의 진로에 영향을 주는 인물이다. 1부는 출생부터 청소년기, 2부는 미국에서 진행한 연구와 과학 활동, 3부는 미래 기술에 대한 전망을 다룬다. 2만원.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데이비드 스믹 지음, 이영준 옮김, 비즈니스맵 펴냄)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세계는 평평하다’에서 상품과 서비스의 세계적인 공급 사슬로 국가간 경계를 넘어선 기회와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모기지론 부실로 인한 금융쇼크는 세계가 여전히 구부러져 있고, 수평선 너머의 위험을 볼 수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빌 클린턴이 ‘선견지명이 있는 책’으로 격찬했다. 1만 8000원. ●조용헌의 명문가(조용헌 지음, 백종하 사진, 랜덤하우스 펴냄) 7년 전에 쓴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후편으로 한국 근대 100년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품위와 자존을 지켜온 명문가들의 행동양식과 그들의 드라마틱한 역사를 보여 주고 있다. 1만 6000원. ●올바른 생계수단에 대하여(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지음, 김기호 옮김, 고요아침 펴냄) 2005년부터 기획출간된 인도 출신 명상가의 테마 에세이 시리즈 마지막권. 삶과 죽음, 사랑과 외로움, 관계, 갈등 등 삶 속에서 직면하는 문제들을 주제로 4년 에 걸쳐 13권으로 완간했다. 1895년 출생해 13살때 신지학회에 발탁돼 ‘세계의 스승’으로 추앙된 크리슈나무르티는 1980년대 국내에 처음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각권 1만원.
  • 대보름 ‘호텔 외식’… 뭔가 특별한 게 있다

    대보름 ‘호텔 외식’… 뭔가 특별한 게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은 9일 정월 대보름을 맞이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한다. 로비라운지, 중식당, 일식당, 카페, 뷔페 입구에서 귀밝이술과 부럼을 제공할 예정. 중식당 앞에서는 부럼을 바닥에 깔아 놓고 식당을 찾는 고객들이 부럼을 밟고 지나가도록 해 한 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하도록 하는 행사도 펼친다. 중국에서 대문 앞에 부럼을 깔아 놓고 잡귀를 쫓았던 풍습에서 고안해 낸 것이다. 뷔페 식당 훼밀리아에서도 이날 영양 오곡밥과 아홉 가지 나물, 부럼을 준비하고 고객을 맞는다. 행운을 상징하는 미니 표주박도 증정한다. 20층에 위치한 한국 전통 가옥 분위기의 클럽 임피리얼 라운지에서는 궁중 한정식을 예약 주문하면 오곡밥과 나물을 제공한다. (02)3440-8000. 서울롯데호텔 한식당 무궁화는 9일 하루 대보름 메뉴를 선보인다.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은 오곡밥, 천연시래기 된장찌개, 세 가지 묵은 나물, 호두죽 등 절기에 맞는 음식을 기본으로 버섯갈비구이, 갈치구이 등이 곁들여진다. 식당 입구에 땅콩, 호두 등 부럼을 잔뜩 쌓아 놓고 오가는 손님들에게 제공한다. 점심·저녁 5만원. 세금 및 봉사료 별도. (02) 317-7061. 메이필드호텔 한식당 봉래정은 대보름 메뉴를 별도로 마련하지 않았으나 7일부터 9일까지 식단에 오곡밥과 묵은 나물 3~4가지, 쌈을 싸먹으며 복을 기원하도록 구운 김을 기본으로 넣었다. 특히 이금희 조리장이 산수유로 직접 담근 귀밝이술이 제공된다. (02)2660-902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열린세상] 다문화사회와 한국인/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열린세상] 다문화사회와 한국인/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설연휴가 끝났다. 예년에 비해 다문화가정이 설을 쇠는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매스컴에서는 대부분 이들이 한국의 풍습을 배우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담고 있지만 한국사회에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기란 결코 쉽지 않다. 우리네 그 많은 정(情)도 타문화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는 인색하기 짝이 없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좁은 한국땅 안에서도 다른 지역의 문화는 서로 잘 수용되지 않는다. 명절 때마다 분란이 일어나는 집들도 꽤 있을 텐데, 아마도 집안간 문화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흔한 이유가 될 것이다. 이 땅의 이주민들과 다문화가정의 자녀들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따돌림을 받고 문화정체감이 흔들리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유난히 단일민족임을 내세웠던 우리는 아무런 준비도 없이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말았다. 현재 국민대비 이주민 수가 2.3%에 이른다고 하니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이 땅에 그만큼 많이 살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민 수가 2.5%가 되면 공식적인 다문화국가가 된다. OECD는 이미 2008년도에 ‘한국은 더 이상 단일민족이라는 명칭을 쓰지 말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다문화사회는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도 다문화사회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여기엔 한국인(Koreanness)에 대한 개념이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못한 탓도 크다. 여고시절 캐나다 펜팔이 아빠, 엄마는 네덜란드 사람이고 자신은 캐나다인이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그럼 너도 네덜란드 사람 아니냐고 반문하자 그녀는 내 질문을 의아해하며 자신은 캐나다인이라고 다시 분명하게 써서 보냈다. 당시 난 그녀의 부모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서운해할까 생각했었다. 출생지주의(出生地主義)를 몰라서가 아니라 국적이 달라도 자식은 부모와 같은 나라의 사람으로 표현해야 옳다는 것이 우리네 정서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겐 국제결혼을 하면 자녀의 혈통을 순수하게 인정하지 않는 못된 정서도 생겼다. 이것은 역으로 이주민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해도 한국인으로 받아주지 않는 배타성을 갖게 한다. 우리 사회는 민족이 다르고 혈통이 다르고 외모가 다르면 한국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다문화가정의 청소년들은 지역사회에서 자신을 한국인으로 봐주지 않고 외국인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우리에겐 다문화가정 지원법과 같은 법률적인 측면을 넘어서 사회정서적으로도 이들을 받아들이는 노력이 시급히 요구되는 것이다. 또한 다문화사회가 정착하려면 무엇보다도 모든 구성원들이 그가 속한 사회에 대한 소속감과 자긍심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존중과 평등이 전제된 사회에서 가능한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모가 자신에게 버락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까닭은 아프리칸 이름으로도 미국땅에서 성공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미국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라는 그의 신념을 나타내는 표현이기도 했지만, 그 속엔 인종이나 다른 문화적 배경 때문에 사회가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오랜 세월 단일민족임을 자부하며 혈통을 중시해온 한국이 갑자기 다문화사회를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현상이다. 2020년에는 3명의 아기 중 한 명이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일이다. 다문화사회는 우리 고유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가 지닌 문화적 가치를 공유하면서 또 다른 품격의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 땅의 다문화인들은 모두에게 매우 소중한 존재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방은령 한서대 아동청소년복지학과 교수
  • ‘남은 건’ 외국인 신부뿐, 마을문화 지켜질까

    다문화 가정이 늘어나면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한국 문화 체험과 교육에 힘쓰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 농촌 마을의 향토문화와 풍습을 몸에 익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충남 금산군 추부면 신평1리 이장 최재형(58)씨는 “한국말 배우기도 벅찬데 무슨 민속놀이냐.”고 혀를 찼다. 이 마을은 설 명절 때마다 주민들이 모여 마을 은행나무 밑에서 마을제사를 지내고 풍물놀이 등을 한다. 농촌총각과 국제결혼한 베트남 신부 3명이 이 마을에 살고 있지만 마을 전통 풍습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우리 고유의 마을풍습과 전통문화를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에 몇년 살았다고 해서 익힐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전통 마을문화 계승은 고사하고 마을 분위기에 적응해 잘 살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마을에는 당초 베트남 신부 4명이 있었으나 이 중 한 명이 최근 아이를 데리고 자취를 감춰 분위기가 흉흉하다. 역시 베트남 출신으로 4년 전 경남 산청군 시천면 원리 마을로 시집와 남편 김모(44)씨,딸(4)·아들(2)과 함께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A(26)씨는 “한국생활이 행복하다.”고 말한다. A씨는 한국 전통 음식인 된장국과 김치찌개도 잘 끓인다. 하지만 A씨는 “한국문화를 빨리 익히려고 전통문화 체험 행사에도 자주 참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낯설고 너무 어려운 것이 많다.”고 했다. 주민들과 어울리는 것이 아직은 어색해 반상회에도 남편이 참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등의 통계에 따르면 농림어업 종사자 가운데 2007년 결혼한 남자의 40%가 동남아나 중국 등의 외국 신부를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대식 박사는 “농촌에 다문화 가정이 늘어날수록 향토문화나 전통풍습의 고유 색채는 옅어질 것”이라면서 “외국인 신부들이 한국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제3의 문화가 생겨날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마을이 사라진다] (중) 함께 소멸되는 전통문화

    [마을이 사라진다] (중) 함께 소멸되는 전통문화

    강원 강릉시 성산면 금산리 경금마을의 주민들은 해마다 정월대보름이면 동네 마당에 모두 나와 ‘용물 달이기’를 한다. 이 마을의 토박이 김동임(73) 할머니는 “수백년간 용을 닮은 마을 뒷산에 있는 ‘우물의 안녕’을 기원하는 풍습이었는데, 지금은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20년 전만 해도 마을 아이들은 나뭇가지로 대문 앞 땅을 두드리며 새떼를 쫓는 흉내를 냈다. 머슴들은 논에 거름을 내며 풍년을 빌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통 농어촌 마을의 풍습과 민속놀이가 마을의 축소로, 댐 건설과 개발사업으로, 인구유출로 인한 자연소멸로 인해 속절없이 사라지고 있다. 전남대 국어교육과 나경수 교수는 “마을은 민속문화의 모태이고 주체는 주민인데 마을의 축소나 소멸로 민속문화가 사라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영상기록물 하나 없어 아쉬워” 지난 19일 전남 장흥군 유치·부산면의 장흥댐. 물이 고인지 3년만에 찾으니 도로 옆 망향비만이 과거에 마을이 존재했음을 알린다. 물박물관 전시실에서는 “우리 마을에서는 오뉴월 품앗이 때 깃발을 앞세우고 북을 치며 논매기를 시작했다.”는 한 촌로의 육성만 되풀이됐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것은 고향을 등진 촌부들의 구구절절한 속내와 구전, 농악놀이, 지신밟기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유치면 덕산마을 당산제는 2002년 8월 수몰문화제 때 마지막으로 열린 뒤 사라졌다. 향토사진작가 마동욱(50·장흥읍 평화리)씨는 “정월대보름 마을마다 벌였던 농악놀이, 지신밟기, 당산제 등 수몰마을의 세시풍속이 영상기록물 하나 없이 사라졌다.”고 말끝을 흐렸다. ●현실이 된 ‘전설따라 삼천리’ 물에 잠긴 유치면은 첩첩산골이다. 수몰된 주암마을 주민들은 마을 앞 바위를 배바위, 뒷산을 돛대바위, 앞쪽 너른 뜰을 ‘선창뜰’로 불렀다. 이 동네 옛 주민은 “그저 영문도 모르고 그렇게 불렀으나 댐이 들어서면서 배가 뜨니 옛 전설이 틀린 말이 아니었다.”고 무릎을 쳤다. 최경석(46) 장흥군의원은 댐 아래 지동마을(갓골)에 자리한 수령 510년 된 당산나무를 가리키며 “이 느티나무는 봄에 이파리가 골고루 나면 풍년이 든다는 전설이 있는 데 주민과 농토가 사라진 지금, 그야말로 전설이됐다.”고 여운을 남겼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최명림(여·37)씨는 “동제(마을제사), 장승, 솟대, 달짚태우기 등 마을마다 수많은 민속문화가 있지만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보존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국가가 마을 향토문화 보존에 나서야 최씨는 “축제 때 마을별 전통놀이를 재연하거나 이를 시·도문화재로 지정하거나 마을 주민을 한 곳으로 정착시키는 등 방식으로 문화유산을 보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남 나주시의 삼색유산놀이는 전남도 문화재로 지정된 뒤 축제 때마다 시연돼 명맥을 잇고 있다. 충남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마을 전통 농요 ‘농바우끄시기’와 ‘물페기농요’도 충남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주민 박찬헌(72)씨는 “금산인삼축제 등 군 행사 때만 시연을 하고 있다.”면서 “문화재로 지정이 안 됐으면 전승할 젊은이가 없어 벌써 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2006년 전국의 동제를 조사한 결과, 전래되던 1만 2111개 가운데 41.5%인 5025개가 소멸됐다. 동제는 마을의 민속과 풍습 가운데 유일하게 조사된 것이다. 전남대 나 교수는 “1930년대와 비교하면 마을 소멸과 인구감소, 고령화 등으로 동제의 80~95%가 사라져 전남지역에 남은 것은 900여개에 불과하다.”면서 “민속문화에 대한 영상물 제작 등 국가차원의 과학적 보존 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국종합 장흥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고향마을이 사라졌다

    고향마을이 사라졌다

    마을이 사라진다. 우리네 마음의 고향이자 삶의 터전인 농어촌 마을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댐 건설과 지역 개발 등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서뿐 아니라, 마을 주인인 주민들이 스스로 고향을 등짐으로써 마을 자연소멸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새 전입주민이 없는 상태에서 이뤄지는 고령화에 따른 주민들의 잇따른 사망은 마을 붕괴를 더욱 재촉하고 있다. 마을 소멸과 함께 설을 맞아 귀성할 곳을 잃은 사람들이 해마다 늘고 있으며, 고유의 문화와 풍습도 종적을 감추고 있다.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일정 부분 담보했던 공동체 의식과 유교 정신, 나눔과 이웃사랑, 넉넉한 인심 등도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960년 13만 1936개에 달했던 농어촌 마을이 1980년 12만 4028개, 1995년 11만 6373개에 이어 2007년 10만 5377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총리실 산하 농촌경제연구원이 한국통계연감과 행정자치통계연보를 토대로 농어촌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7년 사이에 20여%인 2만 6559개 마을이 종적을 감췄다. 이 가운데 1995년 이후 12년 사이에 전체 소멸된 마을의 42%인 1만 996곳이 사라졌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40년 뒤면 농어촌 마을은 절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충남 금산군 남이면 대양리 자연마을 ‘입석’은 10년 전에 사라졌다. ‘도송골’이라고도 불린 이 마을은 1980년대 중반까지 50여가구가 살았다. 이 마을 출신인 금산우체국 집배원 한신(34)씨는 “주민들이 자녀교육 등을 위해 마을을 떠나니까 이들과 정이 든 이웃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 나갔다.”면서 “마을이 급격하게 무너졌지만 그래도 90년대 중반까지 5~6가구는 살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마을에는 주인이 떠난 빈 집터에 사찰이 들어섰고, 마을 입구에 ‘입석’이라고 새겨진 돌비석만 덩그러니 서 있다. 소멸되기 전 이 마을에서는 농사철마다 품앗이를 했고, 아이들은 쥐불놀이와 연날리기 등을 즐겼을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이동필 선임연구위원은 “마을의 소멸은 주민들의 심각한 고령화로 더욱 가속화되고 심각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이 5년마다 실시하는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지난 2005년의 면(面)지역 65세 이상 고령화율은 39%에 달했다. 젊은이들이 제법 있는 면소재지를 제외할 경우 마을단위 고령화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환갑을 넘긴 노인이 ‘청년’으로 분류되는 마을이 부지기수이고 신생아가 ‘20년 만에 태어났네, 30년 만에 태어났네.’ 하는 마을은 셀 수 없이 많다. 아직 마을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의 상당수가 마을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강 교수는 “적자생존과 효율성만을 따지는 정부의 시장·경제 논리는 작은 농어촌 마을의 소멸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면서 “마을의 소멸로 인해 고유의 가치와 문화가 사라지면 소프트파워 측면에서의 국가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개구리와 결혼’한 7세 인도소녀 논란

    인도에서 7세 소녀 두 명이 개구리를 신랑으로 맞이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온라인판은 “타밀나두(Tamil Nadu)주 팔리푸드펫(Pallipudpet)에서 축제 행사 중 하나로 7세 소녀 두 명이 각각 개구리와 결혼식을 올렸다.”고 20일 보도했다. 논란이 된 결혼식은 마을에서 악령과 병을 쫓아내기 위해 수확제 ‘퐁갈’(Pongal) 기간 중에 행해지는 의식으로 수백 년간 지속돼왔다. 개구리들의 신부로 간택된 비그네스와리(Vigneswari)와 마시아칸니(Masiakanni)는 전통혼례복 차림에 금장신구를 걸치고 마을 주민 수백 명 앞에서 신랑을 맞이했다. 서로 다른 신전에서 힌두교 사제가 결혼식을 진행하는 동안 개구리 신랑들은 화환으로 장식된 긴 막대기에 묶여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진수성찬을 마련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으며 개구리 신랑들은 결혼식이 끝난 뒤 신전 연못으로 풀려났다. 지방정부 측은 인터뷰에서 “사회복지사가 이끄는 조사팀이 이 풍습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마을로 파견됐다.”며 “이처럼 사악하고 무지한 풍습에서 마을 주민을 계몽할 계획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씨줄날줄] 변양호의 두부/박정현 논설위원

    출소하면서 두부를 먹는 풍습이 생긴 시기와 이유에 대해서는 분명치 않다. 두부처럼 하얗고 깨끗하게 살라는 뜻이 있다고도 하고, 영양보충을 제대로 하지 못하던 감옥에서 나와 갑작스레 과식을 할 경우 배탈을 걱정해서라고도 한다. 콩으로 만든 두부는 다시 콩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해석이 더욱 깊이 있어 보인다. 소설가 박완서는 산문 ‘두부’에서 “산천이나 초목처럼 저절로 우아하게 늙고 싶지만 내리막길을 저절로 품위 있게 내려올 수 없는 것처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자유가 얼마나 좋은데 젊음과 바꾸겠는가.”라고 하면서 두부를 곧 자유에 비유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그제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두부를 먹었다. 현대차 그룹으로부터 채무조정(탕감)을 받도록 해달라면서 2억원의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그가 대법원에서 무죄취지의 원심파기 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 항소심에서 법정 구속, 무죄확정이라는 반전과 대반전을 거듭했기에 그의 두부는 각별했을 게다. 그가 구치소를 나서면서 던진 말은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광기와 검찰이 갖고 있는 공명심의 희생자가 됐다.”는 것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곤욕을 치른 이가 어디 변 전 국장뿐이랴. 문민정부 시절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비리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무죄판결을 받았고, 며칠 전 화려하게 KT 사장으로 복귀했다. 옷로비 사건과 관련해 구속기소됐던 박주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도 무죄 판결 끝에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정부정책 결정과정에서 앞장서 봐야 자신만 다치기 때문에 정책결정에 손을 놓아버리려는 ‘변양호 신드롬’도 생겼다. 변 전 국장이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상처받은 공무원들의 자존심은 쉬 회복되기 어려울 듯하다. 그가 외환은행 헐값매각 재판에서 두부를 먹는 날은, 공무원 사회가 그처럼 소신있게 일해도 뒤탈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는 ‘공무원 책임 자유의 날’로 기록될 것이다. 박정현 논설위원 jhpark@seoul.co.kr
  • 한국-설 프랑스-주현절 양국 명절 풍습 궁금해

    서초구가 설 명절을 앞두고 16일 지역에 사는 외국인을 초청해 주민과 함께 설 풍습을 체험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15일 구에 따르면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는 지역주민과 외국인 50여명을 모아 ‘설날 풍습 체험행사’를 갖는다. 이 행사는 온가족이 한데 모여 전통음식을 즐기는 한국의 설 풍습과 프랑스 명절인 주현절(매년 1월 6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착안해 마련됐다. 타국에서 새해를 맞는 프랑스인들은 한자리에 모여 향수를 달래고 한국의 전통 풍습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이날 주현절 파이 나눔행사, 한국음식 체험, 설날 퀴즈풀이, 행복기원 붓글씨 쓰기 등 한국과 프랑스의 명절 풍습을 알아볼 수 있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알리홀 마리 피에(37)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장은 “한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의 풍습을 체험하면서 언어와 국적을 넘어 서로를 진정한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쌍화점’ 감독·배우가 직접 뽑은 ‘최고의 장면’

    ‘쌍화점’ 감독·배우가 직접 뽑은 ‘최고의 장면’

    300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간 영화 ‘쌍화점’의 유하 감독과 주연배우가 직접 추천한 영화의 명장면이 공개됐다. 먼저 유하 감독이 뽑은 최고의 장면은 왕(주진모 분)과 홍림(조인성 분)의 불꽃 튀는 검술이 펼쳐지는 마지막 장면이다. 유감독은 “가장 격렬하게 찍었기 때문에 애착이 많이 간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촬영 중 어깨를 다친 조인성이 어깨를 거의 못 쓰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혼신을 다해 촬영한 장면이다. 조인성이 선택한 명장면은 왕과 홍림의 재회신이다. 대리합궁 이후 소원해진 왕과 홍림이 다시 만나 회포를 풀지만 예전 같지 않음을 서로 느끼게 된다. 조인성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평소처럼 행동하는 왕과 그 옆에서 쓸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마주한 홍림의 어색한 감정이 잘 그려진 것 같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이어 “등장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표현된 중요한 장면이니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눈빛 연기가 강렬했던 주진모는 왕후(송지효 분)와 홍림의 사통을 목격한 왕이 분노하는 장면을 최고의 장면으로 선택했다. 감독의 지도로 절제된 연기를 해오던 그는 “처음으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어서 연기가 수월할 줄 알았다. 하지만 절제된 연기만 하다가 밖으로 표출하려니 감정이 잡히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주진모는 숙소에 들어가 혼자 눈물을 흘리기까지 했다면서 “배우 인생 중 가장 고생스럽게 촬영한 장면이라 더욱 애착이 간다.”고 전했다. 중후한 왕후 역을 무난하게 소화해낸 송지효는 대리합궁을 계기로 홍림을 사랑하게 된 왕후가 모국인 원나라의 풍습에 따라 정인인 홍림에게 직접 만든 쌍화병을 건네는 장면을 꼽았다. 이 장면은 유하 감독이 ‘칠월 칠석날 쌍화떡을 먹으면 정인이 된다’는 우리 나라 속설에서 영감을 받아 설정한 장면이다. 송지효는 “왕에게 사랑 받지 못하는 왕후 캐릭터다 보니 그간 외로움을 많이 느꼈다. 그러던 중 그녀가 여인으로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 장면이라 감회가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개봉한 영화 ‘쌍화점’은 원의 억압을 받던 고려 말, 왕과 그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호위무사,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았던 왕후에 금지된 사랑을 가슴 아프게 그린 대서사극이다. 서울신문NTN 이현경 기자 steady101@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신경림 누항 나들이] 출산율 세계최저가 의미하는 것

    [신경림 누항 나들이] 출산율 세계최저가 의미하는 것

    아기를 업은 젊은 두 여인과 소를 모는 소년이 그림의 전면에 배치돼 있다. 중간쯤에 논일을 하는 농군이 두엇, 그리고 원경으로 뛰어노는 아이들이 여럿이다. 그림의 제목은 ‘향토’로, 지금 덕수궁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근대미술 걸작전에 나와 있는 50여년 전 박영선의 작품이다. 흔히 볼 수 있었던 우리의 고향 풍경으로, 그때만 해도 시골이고 서울이고 거리고 골목이고 아이들로 넘쳤다. 아이들이 여럿이어서 셋방 얻기가 힘들었던 기억을 1960, 70년대를 도시에서 보낸 사람이면 거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참 꿈 같은 얘기다. 아기 울음소리가 듣기 어려운 곳은 이제 시골만이 아니니 말이다. 한 시절 자식이 많다는 것은 가난의 상징이었다. 먹여 살릴 수가 없어 국경 가까운 지방에는 특히 딸을 낳으면 이국땅에 팔아먹는 야만적인 풍습도 있었다. 지방에 따라 딸을 팔아 곡식 몇 가마 들여놓는 일을 수치로 알지 않는 풍습도 있었다. 쌀 몇 말, 좁쌀 몇 가마가 아쉬워서만이 아니었다. 그보다도 입 하나를 던다는 의미가 더 컸다. ‘나는 방법이 없으니 너라도 가서 배불리 먹고 살아라.’라는 뜻이었다. 이용악의 시 ‘북쪽’의 “북쪽은 고향/ 그 북쪽은 여인이 팔려간 나라”라는 절창은 바로 그러한 정서를 배경으로 한 것이요, 김동인의 소설 ‘감자’의 복녀도 그렇게 팔려간 처지다. 다자식이 가난의 근본이라는 생각은 아주 오래된 개념으로, ‘흥보전’에서 가난하고 착한 흥보는 자식이 무려 열아홉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자식 가지고 어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이 이야기를 처음 만든 사람은 아마 이런 생각을 바탕에 깔았을 것이다. 1970년대 새마을운동과 함께 극성스럽게 추진되던 산아제한도 바로 이런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가난의 요인이야 여럿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폭발적인 인구증가가 주요한 요인으로 꼽혔을 것이다. 인구가 넘치면 우리가 잘살 수 없다는 담론이 판을 치면서 아들 딸 셋만 낳자던 구호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가 되더니, 마침내 “둘도 너무 많다.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 로 발전했다. 그 과정에서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 주는 희극도 생겨났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말을 잘 듣는 것 같다. 또 무엇이든 한다면 하는 성격도 있나 보다. 물론 여기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큰 몫을 했지만, 산하제한을 실시한 지 30년만에 우리 출산율은 세계 최저(평균 출산율 1.20명)가 되어, 머지않아 노인만 많고 젊은 사람들이 적은 기형적인 인구구조를 이루게 될 모양이다. 정부는 부랴부랴 인구정책을 고쳐 출산하는 부부에게 여러 인센티브를 주는 장려정책으로 돌아섰으나, 한번 걸린 브레이크는 쉽게 멈추어지지 않는 법, 출산율은 더 낮아지고 있으니 어쩌랴. 당국은 또 말하리라. 장려금도 주고 많은 인센티브가 따르는데 왜 출산을 기피하는가.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낳아 놓기만 하면 무엇하는가, 보육시설이 태부족인 현실에서 아이들을 기르는 것이 쉬운 일인가, 또 가르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드는가 라는 항변의 목소리가 크다. 출산 기피의 또 한 원인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가지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성취욕이리라. 세상에 나서 인간으로서 무엇인가를 이룩하고 싶은 욕구, 이것이 어찌 남성만의 것이겠는가. 출산장려정책에서는 이 점이 고려되어야 하며, 출산에 의해서 생길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불이익이 철저하게 막아져야 할 것이다. 이에는 남성의 인식의 대전환이 전제되어야 하니, 아이를 함께 기른다는 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낳기도 함께 한다는 발상에까지 이르러야 할 것이다. 남성도 쓸 수 있게 되어 있는 출산휴가는 이런 정신에 입각한 것일 터인데, 그것을 사용하는 남성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 일이 없다. 우리의 출산 장려 정책이 여성의 헌신만을 요구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인 신경림
  • [길섶에서] 제사 준비/조명환 논설위원

    조카의 결혼식이 있어 오랜만에 일가붙이들이 모였다. 주말을 희생해 가며 결혼식에 참석해 준 하객들이 고마웠다. 안사돈들 표정이 밝다. 흔히 결혼식장에서 목격하는, 당사자는 좋지만 어른들은 ‘손해본다.’고 느끼는 미묘한 기류가 없어 다행스러웠다. 저녁 자리도 시간가는 줄 몰랐다. 밤이 깊어가자 형님 한 분이 갑자기 정색을 한다. 뭔가 이상했다. 종부인 큰집 형수를 가리키면서 “제사가 너무 많아 힘드니까 7대 위 할아버지까지 모시는 기제사를 좀 줄이면 어떻겠느냐.”면서 “대신 시제를 늘리자.”고 한다. 조용히 있던 사람들도 한마디씩 거든다. 갑자기 격론이 벌어진다. 출가한 누님은 시댁 사정을 들며 가세한다. 하룻밤이 짧은 듯하다. 제사 숫자부터 꼭 자정을 넘기고 시작하는 유림식 풍습 등등에 대해 종갓집 형수가 무거운 입을 연다. 처음 듣는 경험담에서 40여년 고생이 절절이 묻어난다. 제사준비가 귀찮고 힘든 것인 줄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 몰랐다. 시집오는 신부는 맏이가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퍼뜩 스친다. 조명환 논설위원 river@seoul.co.kr
  • [2009 희망 프리허그](중)서울 다문화촌 사람들의 소망

    [2009 희망 프리허그](중)서울 다문화촌 사람들의 소망

    “더불어 사는 행복한 대한민국 공동체를 가꿀 거예요.” 새해 첫날 서울 곳곳의 ‘외국인 거리’에서는 가깝고도 먼 이웃들의 ‘희망의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풍습은 사뭇 달랐지만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소망은 소박하고 알찼다. 1일 0시에 찾은 광장동 몽골거리에 모여 있는 몽골인들의 가정에서는 저마다 파티가 시작됐다.에르뎀툭스(34·여·재한몽골인학교 수학교사)는 기꺼이 취재진을 초대했다.그의 가족과 직장동료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였다. ●“한국 경제 다시 일어서길” 에르뎀툭스의 남편 감야바르(32)는 “경기 남양주시의 자동차카펫 공장에서 일하는데,요즘 일감이 많이 줄었다.”고 걱정했다.산타클로스와 비슷한 차림의 몽골 ‘겨울 할아버지’가 깜짝 등장해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줬다.“한국 경제가 좋아야 우리도 행복해진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같은 시각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거리의 중국인 교회에서도 파티가 열렸다.불법체류자 신분으로 9년간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중국동포 정모(40)씨는 “신분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한국사람들의 편견이 많이 사라져 생활하기가 편해졌다.”면서 “한국이 우리를 사회구성원으로 따뜻하게 맞아주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로돕는 평화로운 세상을” 동대문역 근처 네팔거리에서 만난 부루 조시(28)는 “한국에서 번 돈으로 고국의 가난한 아이들을 돕겠다.”면서 “5000원이면 네팔에서는 한 달 교육비”라고 말했다.한국생활 6년째에 접어든 그는 ‘네팔 어린이 후원회’를 만들었고,동료 30명이 매월 5000원씩 기부를 약속했다.오는 15일 첫 송금이 이뤄진다. 혜화동 서울대 의대 기숙사에서 만난 인도인 부부 수수르다(34·서울대 의대 연구소 박사)와 스판다나(28·여)는 파야삼(우유와 설탕,햅쌀을 넣어 만든 우유죽)을 준비했다.스판다나는 “인도에서도 1월1일이 큰 명절중 하나이고,주부들의 명절증후군도 한국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소개했다. 이태원 이슬람사원에서는 많은 무슬림들이 평화를 기도했다. 이슬람력으로는 12월29일이 새해 첫날이지만 한국에 있는 무슬림들에게는 1월1일도 특별한 날이었다. 중고차 수입업을 하는 타지키스탄 출신 바후루르(31)는 “어서 빨리 중동에 평화가 깃들기를 한국 친구들도 기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글 사진 이경주 박창규 장형우기자 kdlrudwn@seoul.co.kr
  •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9) 춤추는 남녀

    [그림이 있는 조선풍속사] (49) 춤추는 남녀

    춤을 지나치게 좋아한다거나 그래서 ‘춤바람’이 났다면,무언가 온당치 않은 상태로 보는 경향이 있다.그 이유는 아마도 여성을 가정에 묶어두기 위한 가부장제에 있을 것이다.추측건대 ‘춤바람’이 비난의 대상이 된 것은,20세기 후반 사교춤이 유행하고 난 이후의 일일 것이다.춤을 즐기는 것은 원래 한국인의 오랜 전통이었다.아니 이 세상 모든 나라의 모든 민족은 모두 춤을 즐긴다고 말할 수 있다. 각설하고,신윤복의 ‘춤’(그림 1)을 보자.그림의 윗부분은 바위로 이루어진 산이고,아래쪽 넓은 공간에 춤을 추는 젊은 남자와 여자가 있다.그림 오른쪽에 네 명의 악공이 있는데,장구를 치는 사람이 하나,피리를 부는 사람이 둘,해금을 켜는 사람이 하나다.춤을 추는 여성은 아마도 이 악공과 한 팀을 이루고 있는 기생일 것이다.조선 후기에는 악공과 기생이 한 팀을 이루어 민간의 초청에 응하는 경우가 많았다.여기서 이 악공과 기생을 부른 사람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될 터인데,당연히 지금 춤을 추고 있는 양반과 그 왼쪽의 두 사내다.짙은 나무 잎사귀로 보아,계절은 여름이 틀림없다.어느 여름날 시원한 산그늘을 찾아가 풍악을 잡히고 기생과 춤을 추면서 보내는 한때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양반들이 잔치에서 춤추는 건 흔한 일 그런데 그림 왼쪽에 있는 두 사내의 포즈가 가관이다.한 사내는 갓끈을 풀고 갓을 젖혀 쓰고 있고,아래쪽 사내는 비스듬히 누워 있다.둘 다 검은 갓끈을 하고 있고,또 아주 젊은 얼굴로 보아 벼슬하지 않은 젊은이다.근엄한 양반들이 어찌 갓끈을 풀고 갓을 젖혀 쓰고는 비스듬히 누운 채로 남녀 한 쌍의 춤을 감상하고 또 직접 춤을 출 수 있다는 말인가.조선시대 양반에 대해 지금 사람들은 오해가 많다.즉 양반이면 모두가 예를 지키고 법도를 따라 근엄한 표정으로 행동을 삼가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옛날 양반이 지금 사람들보다는 유가가 요구하는 윤리와 도덕,그리고 예를 더 지킨 것은 사실이겠지만,그것이 모든 양반들에게 어떤 시간과 장소에서도 일관되게 관철된 것은 아니었다.그렇게 하는 사람은 아마도 조광조나 율곡이나 퇴계,남명 선생 정도일 것이다.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이고,이 그림에서처럼 더우면 갓끈을 풀고 비스듬히 기대기도 하고 기생과 어울려 춤도 추는 것이 사실에 더 가까울 것이다. 찾아보면 춤에 관한 기록은 결코 드물지 않다.예컨대 ‘실록’에는 그런 자료가 적지 않게 나온다.여기서는 조선 후기의 ‘실록’을 몇 구절 읽어보도록 하자.‘사변록’이란 책에다 주자와 다른 경전 해석을 써서,정적들에게 사문난적으로 찍혀 곤욕을 치렀던 박세당은 1703년 귀양살이가 결정되지만,제자 이인엽이 숙종에게 입이 닳도록 간청하여 겨우 유배를 면하고 곧 세상을 뜬다.그날조 ‘숙종실록’의 사신은 박세당을 비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박세당은 젊은 시절 국구(國舅) 김우명(金佑明)의 집안 잔치에 참석했을 때 일어나 춤을 추기까지 하였으므로,사론(士論)이 비루하게 여겨 그를 전랑(銓郞)에 추천하는 것을 막았다.”박세당이 비난을 받기는 했지만,양반들이 잔치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잔치에서 춤을 추는 것이 흔히 있는 일이었음은 ‘풍산김씨세전서화첩(豊山氏世傳書畵帖)’에 실린 ‘해영연로도(海營宴老圖)’(그림 2·작자 미상)를 보아서도 알 수 있다.1529년 김양진이란 분이 황해도 감사가 되어 감영에서 노인들을 불러 양로연을 베풀었을 때의 광경을 그린 것이다.전문화가가 그린 것이 아니라서 그림은 미숙하지만,기생 두 명의 춤과 노인들이 일어나서 일제히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조실록’ 49년 8월 9일 기로소 의정부 중추부 주원(廚院)에서 진찬(進饌)하였을 때다.잔치가 무르익자 영조는 영의정 한익모 부자,판서 조영진 부자,조창규 김사목에게 대무(對舞)하라고 명한다.그들은 왕명에 당연히 일어나 춤을 추었다.왕과 신하가 참석한 잔치에서 신하가 일어나 춤을 추는 것은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물론 깐깐한 사신은 한마디 한다.“한익모는 모두가 우러러보는 정승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소매를 들고 너울너울 악공들 사이에서 춤을 추었다.또 아버지와 아들은 짝을 지어 춤을 출 수 없는 법인데도 경솔하게 일어나 춤을 추었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비웃었다.”한익모가 영의정이라서 비난을 받은 것이지 춤 자체를 비난한 것이 아니라는 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자는 소매 떨치고 여자는 손 뒤집어 사정이 이러니 조선조의 양반들 역시 당연히 춤을 즐기고,또 여성과도 춤을 출 수가 있는 것이다.‘영조실록’ 18년 9월 3일조를 보면,대간(臺諫)은 함안군수 이휘진이 악기를 쥐고 악공들과 어울려 연주를 하고,기생과 마주보고 춤을 추었다고 하여,대간 후보에 오른 것을 빼 버리라고 요청하고 있다.여성,특히 기생과 춤을 추는 것이 드물지 않았던 것이다.또 영조가 대간의 청을 수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기생과 춤을 추는 것을 부도덕한 것으로 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춤을 어떻게 추었던가.유득공의 ‘경도잡지’는 남녀의 춤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춤은 반드시 대무(對舞)인데,남자는 소매를 떨치고 여자는 손을 뒤집는다.”대무를 춘다는 것은,춤을 추면 으레 남자와 여자가 같이 춘다는 것을 의미한다.‘경도잡지’는 서울의 풍속에 대해 쓴 책이니, 유득공이 살던 시대,즉 18세기 서울에는 남자와 여자가 짝을 이루어 춤을 추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이다.그림(1)이 풍습의 증거가 된다.‘경도잡지’의 “남자는 소매를 떨치고 여자는 손을 뒤집는다.”는 구절의 원문은 ‘男拂袖,女?手’인데,무엇이 소매를 떨치고 손을 뒤집는 것인지,또 이 춤이 어떤 춤인지는 견문이 짧은 필자로서는 알 길이 없다.하지만 그림(1)을 보면,남자의 옷소매는 손을 감출 정도로 길고,여성은 손을 드러내고 있으니,‘경도잡지’가 말한 바의 춤인 것이다. ●조선전기 여진족의 춤 ‘목후무´ 유행 조선 전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처음 만난 여성과 춤을 춘 경우도 발견된다.남효온(南孝溫·1454~1492)은 이른바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사람인데,그는 1485년 친구들과 개성 일대를 유람하고 ‘송경록(松京錄)’이란 기행문을 남긴다.그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중양절 날 동서남의 여러 산 곳곳마다 남자 여자들이 높은 곳에 올라가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하여 자못 태평한 기상이 있었다.…첨성대로 갔다가 우연히 야제(野祭)를 지내는 남녀를 건덕전 터에서 만났다.남녀가 다투어 우리를 맞이했는데,백원(百源·李摠)을 윗자리에 앉히고 우리들은 그 다음 줄에 앉았다.자용(子容)이 맨 처음이었고,정중(正中·李貞恩)이 그 다음,회녕(會寧·宋會寧)이 그 다음,석을산(石乙山)이 그 다음,숙형(叔亨)이 그 다음,내가 그 다음이었다.…백원이 정중을 돌아보며 비파나 금을 타라고 하였다.회녕은 피리를 불고,석을산은 노래를 불렀으며,자용은 일어나 춤을 추었다.비파와 노래와 피리가 각기 그 오묘함에 이르자,자용이 남녀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여자와 마주 보고 춤을 추었다.춤이 끝나자 목후무(沐?舞)를 추었는데,모든 동작이 음악에 맞았다.그것을 보고 주인 남녀가 모두 눈물을 흘렸다.” 목후무란 여진족의 춤이다.성종 당시 공경대부로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두 이 춤을 추었다고 한다.어쨌거나 좋다.남효온 일행은 개성의 첨성대를 찾아갔다가 굿을 하는 한 무리의 남녀를 만났던 것이고,그 자리에 끼어서 같이 춤을 추며 놀았던 것이다.특히 자용이란 사람은 가장 젊은 여자를 파트너로 하여 춤을 추었고,그 춤에 모두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 하니,모르는 여자와 춤을 추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중국 여행을 하다 보니,춤을 추는 광경을 자주 보게 되었다.공원에서 얼후를 연주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대한민국에는 그런 풍경이 없다.생활에 여유가 없어서인가? 춤은 모두 어두운 카바레나 나이트클럽으로 퇴각해 버린 것인가.가무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으로 소문이 난 한국인이 어찌 이리되었는가?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 [CEO 칼럼] 글로벌 경영과 역사 바로알기/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CEO 칼럼] 글로벌 경영과 역사 바로알기/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세계 최고의 여성 경영인으로 꼽히는 칼리 피오리나 전 휼렛패커드(HP) 회장은 글로벌 시대에는 세계를 알아야 한다며 어학과 역사 철학을 공부한 사람이 세계경영을 잘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는 그의 경영의 성공요소 중 하나로도 불린다.세계 최대 정유사 엑손모빌의 CEO인 렉스 틸러슨은 180여개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데,각국 정부와 협상에 나서기 전에 먼저 그 나라의 역사를 공부한다고 한다. 세계가 점점 좁아지고 있고,세계화와 평준화가 더 이상 새로운 단어도 아닌 시대이다.기업 활동도 더 이상 한 국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그러나 여전히 각 나라의 문화적·역사적·정치적 토대는 다르고,그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접근하냐에 따라서 글로벌 기업활동의 성패는 달라질 수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본격적으로 글로벌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외국어,해외 문화 체험 등은 취업을 위한 필수 항목이 되었고,많은 직장인들이 외국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그런데 한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그 나라 역사에 대한 공부다.해외 여행을 위한 안내 책자만 해도 그 안에 주요 유적지나 역사적 사건,특수한 문화나 풍습의 유래 등은 빠지지 않고 담겨 있다.그런데 그 나라 사람들을 상대로 경영 활동을 하는 입장에서 역사를 모르고 접근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그들의 역사를 알면 현재는 훨씬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국사,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다.롯데리아 대표 재직 시절,경쟁업체이자 글로벌 기업인 맥도날드,버거킹 등의 담당자들을 만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었다.그들은 자신의 역사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자부심이 상당한 수준이었다.그뿐 아니라 그들이 진출해 있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었다.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함께 일하기 위해 이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공부했다고 한다.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해서 너무 관심이 없다.대화를 하다 보면 한국인인 우리 직원들이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상대방이 알려주는 경우가 있었다.생각해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나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사람이 상대에게 나를 사랑해달라고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우리 것을 사랑하는 마음’과 ‘성공적인 글로벌 마켓 진출’은 언뜻 상이해 보일 수도 있지만,역사와 문화는 그 민족이 지닌 저력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의미이자,향후 미래 트렌드를 읽어낼 수 있는 거울이요,교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유구한 역사를 통해 축적해 온 우리 민족의 저력을 바로 알고 이해한다면,치열한 글로벌 무대에서 한층 더 자신감을 갖고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역사와 전통에 대한 이해와 애착을 가지고 있고,확고한 국가관을 확립한 조직원들은 퍼포먼스가 다르게 나타난다.언어의 문제를 떠나서 ‘우리 것’에 대한 사랑과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이 해외 업무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글로벌마인드와 글로벌 경쟁력이 외국어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역사를 공부한다는 것은 여러 의미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과거에 대한 이해와 거기서 배운 지혜를 토대로 자신감을 얻는 데 있다.글로벌 경영을 외치는 많은 조직들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새겨 우리를 바로 아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이철우 롯데쇼핑 사장
  • 옛 그림, 춤바람나다

    옛 그림, 춤바람나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궁중기록화와 풍속화를 비롯한 조선시대 그림이 춤으로 재현된다.국립국악원은 새달 5일 예악당에서 ‘옛 그림 속 춤과 음악’을 공연한다.정악단,무용단,화동정재예술단,남사당놀이보존회 등 150명이 대거 출동해 처용무,동기포구악,취타 등을 선사한다.교과서나 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었던 그림에 숨겨진 다양한 춤과 음악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 ‘옛 그림 속 춤´ 새달 5일 공연  공연은 2부로 나누어 펼쳐진다.궁중기록화를 바탕으로 한 1부에서는 나라의 잔치나 귀빈을 맞이할 때 추었던 처용무,뱃놀이가 바탕이 된 선유락,공 넘기기를 하며 추는 포구락 등 화려한 춤과 음악을 선보인다.특히 포구락에선 화동정재예술단 어린이 단원 10명이 출연해 궁중 연희 중 어린이공연인 동기정재무를 보여준다.  2부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이 배경이다.서당에서 책 한 권을 떼면 훈장에게 감사하고 친구들과 자축하며 음식을 나눠먹던 ‘책거리’를 창작 무용극으로 그려냈다.서당에서 교재로 쓰던 ‘동몽선습’을 읽는 모습을 재현하며 조선시대의 소박하지만 정감 있는 서당 풍경을 연출한다.  남사당 놀이패가 펼치는 우리나라 전통인형극 꼭두각시놀이,무동놀이,살판(남사당놀이),판굿 등도 펼쳐진다.  ‘광화문 아트 쇼’,‘백남준 특별전’ 등 미디어 퍼포먼스로 잘 알려진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연출을 맡았다.전통과 현대,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접목한 독특한 무대를 꾸민다. ●다채로운 행사로 관객참여 유도  공연은 물론 책거리 떡 맛보기,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그림엽서 보내기 등 관객 참여 행사도 다양하게 마련해 오감(五感)을 만족시키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이번 공연을 통해 옛 그림이 담고 있는 미학과 선조들의 풍습을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오후 7시30분 예악당.1만~2만원.(02)580-3300.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정철의 영어 술~술 말하기] (28) 성인영어 성공하려면

     지난 2회 동안 성인 영어공부법에 대해 알아 보며 기초를 탄탄히 다지는 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한국형 영어학습단계에서 의사소통 단계와 전문 영어 단계 등을 알아 보겠다.  기초를 다지면 기초 회화 정도는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만, 좀 더 본격적인 ‘대화 기술’을 익혀야 자신 있고 세련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요청이나 제안, 불평, 사과, 칭찬, 축하 등의 ‘기능적(functional) 대화기술’과 시간, 순서, 양, 위치, 빈도 등을 말하는 ‘개념적(notional) 대화기술’, 또 대화를 시작하거나 끼어드는 법, 화제를 바꾸거나 대화를 끝내는 법 등의 ‘전략적(strategic) 대화기술’를 이 단계에서 익혀야 한다.  학습법은, 지금까지 설명해 왔던 방법들과 기본 원리에 있어서 다른 것은 없다. 다만 ‘대화 기술’을 수련하는 것인 만큼 연습상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 다르다.  혼자서 회화를 공부할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교재는 바로 미국 영화다. 마주 앉아서 회화 연습할 원어민 수준의 상대가 없을 때는 그저 미국영화를 한 편 골라서 통째로 암송하는 것이 가장 좋다. 교재는 서점에 가면 비디오, 대본, 해설을 한꺼번에 묶어서 파는 것이 있으니 참고 바란다.  공부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담 없이 재미있게 비디오를 감상하며 전체 스토리를 파악한 다음 한 장면씩 공부한다. 둘째, 한 장면을 3~4회 반복해 보면서 알아들어 보려고 노력한다. 셋째, 대본과 해설을 보면서 내용을 확실히 이해한다. 넷째, 눈으로 따라갈 수 있을 때까지 대본을 보면서 여러번 듣는다. 다섯째, 우리말 같이 익숙하게 들릴 때까지 대본을 보지 않고 여러 번 듣는다. 여섯째, 영화에서 나오는 소리와 비슷하게 될 때까지 큰 소리로 말하기 연습을 한다. 일곱째, 대사가 외워진 것 같으면 그것을 종이에 써본다. 여덟째, 공부한 내용을 다시 여러 번 들으며 자연스러운 영어감각을 머릿속에 흡수한다.  이상이 영화를 가지고 공부하는 순서이다. 매일 같이 새로운 장면을 시작하기 전에 영화의 처음부터 어제 공부한 장면까지 한번 감상하고, 큰 소리로 낭독한 뒤 새로운 장면을 공부해야 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큰 소리로 박자 맞춰 읽어야 한다.  전문 영어 단계는 각자 전문 분야에 필요한 영어를 훈련하는 단계로 혼자서 하기 힘들다. 전문용어나 표현법을 상황에 맞게 제대로 구사하려면, 전문적인 기능을 갖춘 원어민 교수의 지도하에 발표, 설명, 회의, 협상 등의 기술을 실제와 같은 상황에서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마지막 단계인 ‘사회?문화적 단계’는 일부러 공부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현지에 가서 그들의 풍습이나 특이한 말투들을 실전을 통해서 익혀야 한다.   ‘한국형 영어 학습법’에 의한 학습자별 공부 방법을 알아 보며 주로 혼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살펴 봤다. 여러 학습법이 있겠지만 각자의 상황에 맞추어 열심히 하면 누구나 훌륭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 당장 시작하는 것이다. 꼭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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