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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통신혁명’ 중국이 바뀐다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통신혁명’ 중국이 바뀐다

    중국에서 광범위한 ‘통신혁명’이 일어나고 있다.3억 3000만대의 휴대폰과 1억대의 컴퓨터 보급 등으로 빠른 시일내에 정보화 사회로 진입한 중국에서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이제 필수적인 통신수단으로 자리잡았다.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 중심의 정보화 사회 진입은 공산당 일당체제의 언론통제와 폐쇄적인 행정시스템을 급격히 허물어뜨리면서 중국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 춘절 연휴기간 문자전송 100억건 돌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현대사의 풍운아 자오쯔양(趙紫陽)의 사망이 처음 외부로 알려진 것은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를 통해서였다. 지난달 17일 자오쯔양의 사망 직후 딸 왕옌난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아버지가 오늘 아침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아주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 그는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됐다.”며 친구들에게 짤막한 소식을 전한 것이다.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자오의 사망 소식을 감추기 위해 극도의 보안을 취했던 중국 당국도 문자 메시지 ‘한방’에 ‘KO패’를 당한 셈이다. 2003년 초 광저우(廣州)에서 임시 거주증을 휴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안(公安·경찰)에게 맞아 죽은 ‘쑨즈강(孫志剛) 사건’은 중국 언론들의 침묵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이 폭로해 진실이 밝혀진 사례다. 결국 중국 당국은 그해 ‘무의탁 도시 유랑자와 구걸자 구호 관리법’이라는 새로운 법을 제정, 중국 인권보호의 기폭제가 됐다. 이외에도 지난해 헤이룽장(黑龍江)성 고위관리의 며느리가 고의로 사람을 치어 죽였던 ‘BMW 사건’도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로 경찰의 은폐 의혹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최근 베이징내 대학생들이 당국의 감시를 피해 오는 4월 5일 청명(淸明)절을 맞아 자오쯔양 추모대회 소집을 공고할 수 있었던 것도 익명성을 보장한 컴퓨터 온라인의 힘이었다. ●사회 변혁 이끄는 엄지족(拇指族) 엄지족의 출현은 중국 사회의 광범위한 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엄지족’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가 주요 통신수단인 사람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올 춘제(春節·설) 연휴 7일 동안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발송이 100억건을 돌파했다. 엄지족들은 문자 메시지로 중국대륙의 친지들에게 새해 건강과 다복(多福)을 기원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처럼 문자 메시지가 급증한 이유는 값싼 발송료 때문이다. 중국은 휴대전화로 시내전화를 걸 경우 전화료가 0.25∼0.5위안이지만 문자 메시지는 건당 0.1위안에 지나지 않는다. 중국은 지난해 말 휴대전화 서비스 가입자가 3억 3000만명을 돌파했고, 문자 메시지는 총 2177억건이 발송됐다. 중국에서 문자 메시지 발송은 2000년 10억건에 불과했으나,4년새 217배나 늘었다. 베이징 이공대학에 재학중인 왕강(王剛·21)은 이번 춘제 기간 100여통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그는 “전화비보다 5배나 싸고 일일이 연하장을 보내는 수고도 필요없는 문자 메시지가 젊은이들에게 인기 짱”이라고 말했다. 산시(山西)대학 싱웬(邢媛·사회학) 교수는 “문자 메시지가 중국인들의 생활속에 자리잡은 것은 현대인들의 활동 범위 확대와 빠른 생활 리듬이 휴대폰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년 전부터 문자 메시지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루하오(盧浩·24)는 “이메일보다 기동성이나 편리성에서 비교 우위에 있다.”며 “전화로 하기에는 쑥스러운 이야기도 문자 메시지를 통하면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어 좋다.”고 예찬론을 늘어 놓았다. ●‘유머·위트’ 활력 불어넣는 통신혁명 ‘회색적인 중국사회’에 유머와 위트를 불어 넣어 활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간결함을 추구하는 문자 메시지 속성상 ‘취추취징(去粗取精·찌꺼기를 버리고 정수만 취득함) 문화’가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동음어’를 이용한 유머나 동물을 비유한 장난이 유행이다.‘너에게 복권을 터우주(投注·사다)하지 말라고 했는데…, 너는 정말 구제할 수 없는 터우주(頭猪·돼지 한마리)’ 등이 대표적이다. 또 ‘당신의 초롱초롱(水靈)한 두 눈, 내 심장을 멎게 하는 개구리(靑蛙) 눈’과 같은 표현이다. 중산(中山)대 리정민(李正民·문학) 교수는 “메시지 통신방식이 점차 성숙해짐에 따라 독특한 언어감각을 이용한 언어 전달방식이 유행하고 있으며 이는 일종의 신흥 ‘캐주얼 문화’”라고 지적했다. 문자 메시지 문화는 다양한 광고수단으로 활용돼 최근에는 ‘엄지경제’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하지만 점차 대중적인 광고보다 은밀하고 탈법적인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중국 당국의 새로운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가짜 증서, 가짜 인민폐 바꾸기, 고리대, 이상 수요자들은 13220808661로 전화 주세요. 장쥔(張軍)’,‘본사는 최단기간내 가짜 증서를 만드는 회사임. 각종 신분증과 자동차 허가증, 도장, 기타 증서 가능. 리(李娟) 전화 13786184918’ 등이다. 지난해 6월 7일에 실시된 중국 대학입시에서 문자메시지와 디지털 카메라 등 첨단기기를 동원한 부정행위가 발각돼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중국 동북부의 산둥(山東)성과 중부의 후베이(湖北)성, 허난(河南)성 등에서 광범위한 부정이 확인됐다. 가라오케 등 술집 광고는 물론 매춘 광고도 쏟아지고 있어 단속에 애를 먹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신용사회 선도하는 휴대폰 결제 ‘현금 지상주의’ 중국에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급증하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다. 지난해 초부터 ‘스마트페이’,‘루이페이’ 등 간단한 문자 메시지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휴대폰 결제 서비스가 선보이면서 각광을 받고 있다. 스마트페이는 중국건설은행 등 7개 은행 계좌와 연동되는 휴대폰 결제를 5개 성(省)에 제공, 지난해까지 1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또 ‘차이나 모바일’과 ‘차이나 유니콤’은 각각 1억 9400만명과 1억 7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지난해 9월부터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마트페이 공동창업자인 데릭 설거는 “중국에 휴대폰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차가 1대도 안 다니는 곳에 거대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과 같지만 수요자들이 서서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루이페이는 음성인식 기술과 결합된 휴대폰 결제서비스를 차이나유니콤과 협력해 오는 5월부터 제공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사회가 현금을 워낙 선호하는 만큼 휴대폰 결제의 성공 가능성에 부정적이지만 통신 컨설팅업체인 BDA차이나 관계자는 “중소업체들이 휴대폰 결제서비스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어 향후 전망은 무척 밝다.”고 내다봤다. 문자 메시지의 폭발적인 증가는 IT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휴대폰 업체인 모바일과 옌통(聯通) 텔레콤 등은 차이링(彩鈴·음악소리), 언어메시지, 휴대폰 온라인 등 다양한 서비스 개발로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에선 구매 패턴도 온라인 쇼핑으로 바뀌는 중이다. 중국 소비자들의 3분의 1이 온라인 쇼핑을 경험했으며 매일 300만명 이상이 3만 5000여개의 물품을 구입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oilman@seoul.co.kr ■ 중국의 정보화 어디까지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의 정보화 사회 진입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중국 신식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휴대전화 가입자는 3억 3000만명으로 전년보다 6600여만명이 늘었다. 한달 평균 550만명이 신규 가입하고 있으며 중국인 100명 중 24.8명이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셈이다. 휴대전화 보급 확대에 따라 문자메시지 이용 건수도 급증했다. 지난 10개월 동안 1760억 6000만건이 보내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나 늘었다. 같은 기간 일반 유선전화 신규 가입도 4794만건이 늘어나 전체 가입 대수는 3억 1000만대이다. 휴대전화 가입자 수보다 약간 적다. 인터넷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가입자 수는 9400만명이다. 올해안에 1억 1000만명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인터넷 접속 컴퓨터 수는 4160만대이며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6% 늘었다. 등록 도메인과 웹사이트 수는 각각 43만개와 67만개로 조사됐다. 인터넷의 폭발적 증가는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의 정보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용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유로는 ‘(일반)정보를 얻기 위해’가 29.3%로 가장 많았고,‘구인·구직정보를 얻기 위해’가 24.2%, 교육 활용이 13.8%를 차지했다.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은 이메일, 검색엔진, 인터넷뱅킹, 온라인 쇼핑, 인터넷 광고, 네트워크 뉴스, 온라인 게임 등으로 서비스 영역을 발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메일은 가장 활용도가 높은 분야이다. 중국사회조사소(SSIC)의 최근 조사(복수 응답 인정)에 따르면 올 춘제(설) 축하 인사 방법에서 79%의 응답자가 전화를 이용했고,61%의 응답자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사용했다.47%가 직접 방문이었고 22%가 우편물 또는 비디오 방식이었다. SSIC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용이 전화 통신과 맞먹을 정도로 급성장했다.”며 “휴대전화의 급속한 보급속도에 비춰볼 때 머지않아 문자메시지가 중국의 주류 통신수단으로 변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oilman@seoul.co.kr
  • [주말화제] 증시 5년만의 활황…여의도 ‘들썩’

    [주말화제] 증시 5년만의 활황…여의도 ‘들썩’

    “지금 사도 늦지 않나요.”“대세상승 놓치지 마세요.”“물반 고기반이네.” 요즘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5년 만에 다시 찾아왔다는 ‘주가지수 1000대’의 호황증시의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 증시가 살아나면서 풍속도도 바뀌고 있다. 증권사를 떠났던 증권맨들이 속속 돌아오는가 하면, 여의도 식당가에선 증권사 직원들의 회식 자리가 잦아지고 있다. ●지금 사도 늦지 않나요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D증권 본점의 1층 영업장. 신규 계좌를 만드는 사람들이 30대 직장인부터 퇴직한 듯한 50대 장년층까지 다양했다. 서류를 꾸미는 여직원들은 연신 울려대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을 정도다. 하루 고객은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어난 100여명. 한 여직원은 “방문객들은 ‘주가가 이미 많이 올랐는데 지금 주식을 사도 늦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객장을 찾은 ‘개미(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은행에 1년을 꼬박 저축해 봐야 이자는 4%도 안되는데, 주식투자로 며칠 만에 10%의 수익을 챙겼다.”는 소리도 들렸다. 영업점의 전광판에 주가상승을 나타내는 적색숫자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날에는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이른바 ‘꼭지(하락장세의 시작을 뜻하는 증시 속어)’의 증거라는 ‘아기 업은 아줌마’는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인 우량주는 유통물량이 적어 사고 싶어도 못사는 예가 잦다. 고객들이 맡겨둔 10조원대의 예탁금이 좀처럼 줄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G증권사 영업부장은 “전 분기보다 주문이 20∼30% 증가했으나 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매입 가능한 종목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대세상승 놓치지 마세요 동원증권은 지난달 13∼14일 서울대 벤처기업으로 관심을 끈 ‘에스엔유(SNU)프리시전’의 공모주 청약을 받았다.631.18대 1의 유례없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이틀 만에 1조 1929억원의 청약대금을 거두었다. 탈락자에게 청약대금을 돌려주기 전까지 1주일동안 은행이자 등으로 4억원의 쏠쏠한 수입을 챙겼다. 뜻밖의 돈벌이에 회사측도 놀랐고, 직원들은 특별상여금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회사측은 서울대에 대한 보답으로 2억원을 공학연구기금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M증권 지점장으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명예퇴직한 뒤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던 김모씨(49)는 최근 회사측의 요청으로 다시 지점 상담역으로 일하게 됐다.S증권도 올해 10여명 정도의 임직원을 구조조정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유보하고 명퇴자들의 근황을 파악 중이다. 증권사들의 고객확보 경쟁도 다시 불붙었다. 그러나 매입을 권유하지 않아도 먼저 전화가 오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약정’을 할당하는 풍속도는 사라졌다. 대신 투자설명회가 늘었다. 설명회의 구호는 ‘대세상승을 놓치지 마세요’다. 대한투자증권은 18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전국 5곳을 돌며 ‘주가 1000시대의 재테크’라는 주제로 순회설명회를 갖는다.‘큰손’ 고객을 끌기 위해 프라이빗뱅킹(PB)지점에 여성지점장을 파격적으로 배치하는 곳도 늘었다. 삼성증권이 지난 17일 강남구 청담점에 첫 여성지점장을 임명함에 따라 증권가의 여성지점장은 10여명으로 늘었다. 영업직원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고치는 증권사도 있다. 동양증권은 기본급을 100만원으로 최소화하고 나머지 급여는 능력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대신증권의 성과급은 0∼2000%다. 증권가의 한 고급중식당 매니저는 “확실히 지난해보다 증권사 손님들이 늘었고 증권사 직원들의 회식이 늘어난 탓인지 심야에 빈 택시를 잡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경민 지음

    ‘기생’이 언제부터인가 문화적 ‘양념’을 넘어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는가 하면, 번듯한 전시를 빌려 생생한 사진과 평소 쓰던 잡동사니까지 내보이며 내밀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가 보는 사진과 문학, 영화속 기생들은 과연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을까?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글 이경민, 사진 중앙대DCRC, 사진아카이브연구소 펴냄)는 이런 의문을 배경으로 사진속 기생들의 실체를 찾고, 이를 통해 일제에 의해 강제된 ‘근대의 실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생은 기생의 표상일 뿐 기생 그 자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기생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창출된 개념이라고 정의하고,‘기생만들기’에 참여한 여러 담론들을 추적한다. 그 담론들은 다름 아닌 성담론, 위생담론, 민속(풍속)학, 인종학, 우생학, 오리엔탈리즘이며, 결국 식민주의라는 거대담론으로 결합된다. 식민주의 담론의 주체는 물론 일제다. 책에 의하면 일제는 조선을 강제병합한 후 철저한 식민주의 준거틀 속에서 정치·경제·문화·예술 등에 대한 다양한 조사사업을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가 탄생한다. 예외없이 일제가 의도한 이미지로 창출되는 것이다. 사진엽서나 신문, 잡지, 사진첩, 포스터 등에 ‘박제’된 기생들은 기품 있는 예기(藝妓)나 새로운 근대여성의 모습이 아닌 반강제적으로 연출된 억압적 포즈속에서 잠재적인 매춘의 조짐을 보여줄 뿐이다. 책은 다양한 인쇄 도구속에 수록된 기생사진들을 생산 맥락에 따라 정리하면서 기생의 이미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핀다. 또 기생이 근대적 제도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근대적 매춘제도와 연계돼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는지 고찰한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⑨ 민속박물관 이관호 연구관

    [공직이 변해야 나라도 변한다] ⑨ 민속박물관 이관호 연구관

    실천문학, 실천사학은 들어보았어도 ‘실천민속’은 처음 들어본다. 국립민속박물관 이관호(43) 학예연구관이 항시 강조하는 이 생경한 개념은 그의 근무신조요, 연구철학이다. “우리 풍속의 고유성과 우수성을 아무리 연구하고 떠들어도 함께 공유함이 없다면, 그리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이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민속은 글자 그대로 민이 함께 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의 주변은 항상 ‘손님’(관람객)이 붐비고, 일이 쌓여 있다. 오죽하면 박물관 동료들로부터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란 별명까지 얻었을까. 그래서 인사 때면 혹시나 그가 일을 몰고 옮겨오지 않을까 하고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한다. 이 연구관이 어떻게 손님과 일을 몰고 다니는지 보자. 그는 현재 전시운영과 소속의 학예연구관이지만 지난해 말까지 섭외교육과에 근무했다. 그가 2년 반 동안 근무한 섭외교육과는 관람객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과 교육을 주요 업무로 하는 부서. 2002년 6월 그는 섭외교육과로 와서 가장 먼저 프로그램이 단조롭고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이들 위주의 체험 프로그램 몇 개를 빼놓으면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게 눈에 띄지 않았던 것. 그래서 다양한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중 가장 먼저 눈을 돌린 데가 소외계층이다. 이들은 그나마 빈약한 프로그램도 누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시범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어요. 다양한 민속공예품 만들기는 물론 전시프로그램도 운영했습니다.‘앞을 못보는 장애인에게 무슨 전시냐?’는 의문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지만, 희미하게나마 약간의 시력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에게 형태나 색깔은 매우 중요하거든요.” 시각장애인협회의 협조를 얻어 점자 브로슈어를 제작해 배포하는 등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장애인들은 으레 못오는 곳’쯤으로 여겨졌던 박물관에 시각장애인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데 말이죠. 무엇이나 서툴고 부족할 것으로 여겼던 장애인들이 너무 좋아하고, 실력도 일반인들 못지 않은 겁니다. 함께 왔던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고 감격해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이 연구관은 더욱 힘을 얻어 박물관내의 일회성 교육을 탈피해보자고 생각했고, 지난해엔 교육팀과 함께 강남 충현복지관을 직접 찾았다. 매주 1회 6개월간 재활교육을 겸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와 함께 ‘함께 나누는 민속교실’을 설치해, 방학때마다 시각장애인 이외의 장애인들과 저소득층 자녀들,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찾아가는 박물관’프로그램도 오지 중심에서 소외계층 중심으로 바꾸어 방문횟수를 2년 만에 연 11회에서 83회로 늘렸다. “아무리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으면 머릿속 공상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전임 관장님(이종철 전 관장)만 보면 떼를 썼어요. 하도 졸라대는 게 많으니까 나중엔 슬슬 피하시더라구요. 그래도 우는 놈에게 젖준다고 예산이 6억에서 16억으로 늘었지요.” 이 연구관이 가장 싫어하는 말은 “왜 그걸 해야 하나요?’란 비아냥 섞인 불만. 그러나 관람객과의 교감을 위해선 바쁘고 귀찮더라도 사소한 것까지 챙기는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요즘 공직사회에서 유행처럼 강조되는 혁신의 출발점이기도 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새로 옮긴 부서에서는 그가 어떤 새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이번 정월대보름엔 간월도로

    이번 정월대보름엔 간월도로

    섬사이로 달이 뜬다는 간월도의 간월암은 예로부터 ‘기도발’이 센 사찰로 유명한 곳. 이 곳에서 대보름달을 향해 두손을 모으면 소원이 이뤄질 것만 같다.23일에는 이색적인 대보름 축제인 굴부르기 축제도 열린다. 봄방학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더 크고 밝은 달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 소원이 더 빨리 이뤄지도록. ●소원도 빌고, 경치도 감상하고 상상해 보라. 바다와 접해 있는 임해사찰 간월암에서 달빛에 물든 서해바다를 바라보는 감동을…. 생각만 해도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흐르지 않는가. 특히 이 곳은 조선시대 고승인 무학대사가 ‘달을 보며 깨달음을 얻었다.’는 일화가 있어 대보름 달맞이 여행에 제격이다. 대보름을 앞두고 찾은 간월암은 역시 달을 보기엔 최고의 장소임을 알 수 있었다. 서산 방조제 공사와 매립으로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는 곳. 물이 빠져 생긴 50m 남짓한 자갈길을 걸어 간월암에 들어서자 탁 트인 서해바다가 시원하게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암자가 있는데는 100평 남짓한 사찰 하나가 겨우 들어앉을 만한 크기의 새끼섬. 밀물과 썰물에 따라 섬이 됐다가 육지가 된다. 사전에 물때를 알아보는 것은 필수. 법당에는 무학대사 등 이곳에서 수도한 우리나라 고승들의 인물화가 걸려 있고,200년 된 팽나무 등이 암자의 운치를 더해준다. 해가지고 구름 사이로 둥근달이 환하게 내려 비취자 사람들은 저마다 한가지씩 마음에 품은 소원들을 풀어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놀러 온 김숙자(52)씨는 “군대에 간 아들이 건강하게 군복무를 마치는 것”이라며 둥근달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박영희(52)씨는 “올해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되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활짝 웃었다. ●“석화야! 달빛따라 모여라!” 이색적인 대보름 행사도 볼 만하다. 이 곳에서는 매년 대보름 용왕에게 굴 풍년을 기원하는 ‘굴부르기 군왕제’라는 해양 민속행사가 열린다. 어리굴젓 기념탐 앞에서 진행된다. “황해바다 석화야! 석화야! 물결타고 간월도로 모여라 황해바다 석화야!굴밥 먹으러 달빛 따라 모여라 석화야!” 올해는 바닷물이 만조할 때인 오후 2시에 제가 시작된다. 제는 마을 부녀자들이 굴부르기 군왕제 깃발을 따라 소복을 입은 여인이 대바구니를 머리에 인 채 풍물에 맞춰 춤을 추며 기념탑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향한다. 다른 마을 풍어제와는 달리 이곳에서는 여자들이 주최가 된다. ●매콤·짜릿한 별미 어리굴젓 넓은 개펄에서 생산되는 굴은 맛과 향에서 단연 으뜸이다. 이곳의 굴은 검은 색깔을 띠고 있고, 몸에 터럭(미세한 털)이 많아 특유의 맛을 낸다. 제조과정 또한 재래식 방법을 고집한다. 생굴을 소금에 삭힌 후 고춧가루를 버무리면 짭짤하고 톡 쏘는 뒷맛이 일품인 어리굴젓이 된다.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어촌계에서 만든 무학표 어리굴젓이 유명하다. 맛과 향이 뛰어나 다른 반찬 없이도 밥 한그릇을 쉽게 비울 수 있다. 간월암 주차장 입구에 있는 원조 항구할머니집(011-9807-9858)은 직접 담근 어리굴젓 등 각종 젓갈류를 판매한다. 지나가는 관광객들에게 직접 맛을 보며 판매를 권유하는 주인 이해성씨는 “굴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나도록 천일염과 고춧가루로만 간을 내고 항아리에 숙성을 시켜야 제맛이 난다.”고 자랑했다. 굴밥도 유명하다. 포구로 가는 길에는 굴밥집들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맛동산(041-669-1910)은 주말에 1000여명이 찾을 정도로 유명하다. 대추와 호두를 넣어 굴을 조리해 굴 특유의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함께 나오는 청국장은 구수한 전통의 맛을 그대로 재연하고 있다. ●가는길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생겨 서해안고속도로 홍성인터체인지(IC)에서 나와 서산 A방조제를 지나면 10분도 안 돼 도착한다. 볼거리도 많다. 간월도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천수만에 위치하고 있어 철새들의 장관도 볼 수 있다. 서산시청 (041)660-2224, 부석면사무소 (041)664-8684. ■ 여기서도 달맞이 어때요 전국에서 정월 대보름 잔치가 열린다. 달맞이 행사를 비롯해 쥐불놀이, 소지 기원제, 제기차기, 윷놀이 등 각 자치단체 특색에 맞는 다채로운 행사가 벌어진다. ●문경 소지 기원제 과거길 선비들이 넘나들던 전통의 고장 경북 문경에서는 새해 소망을 적어 새끼줄에 매다는 ‘소지’(燒紙) 기원제’가 한창이다. 문경새재 도립공원의 제1관문인 주흘관 앞 광장 앞에 위치한 장승공원에는 하루 2000여명이 찾아와 한지에 소망을 적은 뒤 장승 사이에 새끼를 꼬아 만든 소지줄에 매달고 있다. 문경시는 정월 대보름인 23일 오후 2시 장승공원에서 소원을 빈 사람들의 모든 소망들이 이뤄지게 해달라는 뜻으로 제사를 지낸 뒤 매달려 있는 소지를 모두 불에 태우는 소지 기원제를 올릴 예정이다. 문경시청 (054)550-6393. ●강릉 망월제 영동지역의 독특한 민속문화를 축제화한 망월제에서는 대보름 축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23일 남대천 단오공원에서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펼쳐지는 행사에서는 윷놀이와 대보름 떡메치기, 두렁쇠 풍물단 공연, 연날리기, 망우리 만들어 돌리기 등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 강릉시청(033)640-5114. ●제주 들불제 제주고유의 세시풍속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 대보름 들불축제가 17∼19일 북제주군 애월읍 봉성리 서부관광도로변 새별오름의 10만평 초원에 불을 놓는 들불축제가 열린다. 불과 말, 달, 오름을 소재로 펼쳐지는 축제에서는 오름 생태체험을 비롯해 새해 소원기원 돌탑쌓기, 소원기원 및 기원띠 달기, 집줄놓기, 불깡통 돌리기, 강강술래 등이 열린다. 부대행사로는 올해의 운세코너와 가훈써주기 등도 함께 진행된다. 북제주군청 (064)741-0544. ●월출산 달집을 태우며 한해의 액운을 털고 소원을 비는 행사가 달맞이 명소인 전남 영암군 월출산에서 열린다. 수석 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의 바위능선 위로 은은히 빛나는 보름달의 모습이 일품인 곳이다. 오후 7시 월출산의 달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도갑사와 왕인박사유적지, 도기문화센터 등에서 정악, 민속음악, 농악, 전통무용 등 계절별 특색에 맞는 공연을 선보인다. 영암군청 (061)470-2242. ●달맞이고개 부산 해운대에서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 고개는 달맞이 명소. 고개 정상에 있는 해월정에 오르면 시원한 해운대 앞바다의 모습이 절경이다. 달빛과 어우러진 잔잔한 바다의 경관이 황홀하다. 특히 이 곳은 사냥꾼 총각과 나물캐는 처녀가 사랑을 불태우다가 정월보름달에 기원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는 전설이 있어 젊은 연인들이 소원을 비는 명소다. 고개 입구에서부터 해월정 부근까지 달맞이 하기에 좋은 카페들이 즐비하다.22일과 23일 해운대 해수욕장에서는 달집태우기와 연날리기 등 민속공연이 열린다. 해운대구청 (051)749-4061. 간월도 글· 사진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미시사·생활사 시리즈 전6권/김주리·강심호 등 지음

    미시사·생활사 시리즈 전6권/김주리·강심호 등 지음

    일제 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사회는 지금까지 대개 어둡고 칙칙하게만 그려져 왔다. 그러나 아무리 암울한 역사라고 해도 그 이면엔 살아 꿈틀대는 사람들의 삶이 있는 법. 식민지 시기에도 사람들은 유행을 쫓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며, 여성잡지를 보고, 도박을 하며 일확천금을 꿈꾸고 에로틱하고 엽기적인 것에 열광했다. 근대적 자본주의가 도입되면서 대중적 삶과 문화적 감수성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근대성을 띠기 시작했다. 도서출판 살림이 ‘살림지식총서’ 150호 출간을 기념해 펴낸 식민지 시절의 ‘미시사·생활사 시리즈’(전 6권)의 핵심은 이같은 다양한 문화적 흐름들을 미시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점이다. 문학을 연구하는 젊은 연구자들은 낡은 잡지와 신문들을 뒤져 찾아낸 패션과 여학생, 에로와 그로, 가정, 문학과 유행이라는 미시사적 관점에서 우리 풍속을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1930년대의 이런 문화들은 21세기인 지금 우리생활의 기원이란 점에서 단순한 옛 풍속이 아니며, 민족과 계급, 이데올로기 일색의 거시적 일제강점기 연구 틀을 깬다는 의미도 가진다. 풍속의 근대화로 몸살을 앓던 조선인들의 내밀한 삶을 들여다본다. ●‘키스걸’ ‘스틱걸’등 이채로운 명칭도 모던 걸, 여우 목도리를 버려라(김주리 지음)근대적 패션의 풍경을 리얼하게 그려냈다.1930년대 경성에는 지금처럼 패션에 신경쓰는 사람이 많았다. 그 중심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있었다.‘모던 보이’의 전형은 신소설 ‘장한몽’에 등장하는 김중배다. 곱슬곱슬 지진 머리는 한 가운데를 좌우로 갈라서 기름으로 붙였고, 코엔 금테 안경이, 프록코트 속 조끼 한 가운데는 금시계줄이, 목엔 수달피 목도리가 감겨져 있었다. ‘모던 걸’들은 곱게 다려 입은 스커트가 구겨질까봐 전차에서 빈 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았으며, 금시계와 다아아몬드 반지를 위해 몸까지 파는 여성이 있었다. 키스를 파는 ‘키스걸’, 모던 보이의 산책에 동행이 되어주는 ‘스틱 걸’, 길거리를 오가며 아는 남자를 낚는 ‘스트리트 걸’, 남자가 해야할 사소한 일들을 대신해주는 ‘핸드 걸’ 등 이채로운 명칭까지 생겼다. ●‘연애 못하게 숙제 많이내자’ 궁여지책도 누가 하이카라 여성을 데리고 사누(김미지 지음)당시의 학생, 특히 ‘여학생’이란 단어는 많은 것을 내포한 ‘문제아’였다. 방학이 되어 고향에 내려가면 주변 어른들에게 ‘저런 하아카라 여성을 어떤 남자가 데리구 사누’라는 흉을 들었다. 이성교제가 자유로워지자, 여학생들이 연애를 하지 못하도록 숙제를 많이 내고 시험을 많이 보게 하자는 웃지 못할 궁여지책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이들은 ‘여학생’이란 꼬리표만으로도 호기심의 대상이자 문화의 아이콘었으며, 워낙 수가 적어 지금의 연예인처럼 실연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소문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신여성 무얼 입고·먹나도 관심거리 스위트 홈의 기원(백지혜 지음)패션 리더 신여성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집에 사는지도 관심의 대상이었다.‘행복한 가정 만들기’는 지금뿐 만 아니라 그 당시도 마찬가지였으며, 잡지엔 최신 유행과 함께 젖먹이기, 아이 키우기, 옷 만들기도 비중있게 실렸다. 신여성은 패션감각과 함께 최신 교육법과 인테리어도 알아야 했던 것이다.1910년대 열린 ‘가정박람회’는 지금의 모델하우스 ‘원조’격으로, 전시된 중류 가정집엔 양로실 주부실, 하녀실, 그리고 아동실 등이 딸려 있었다. 또 마루, 큰 방 등이 아니라,‘식기방’,‘서재’‘객실’,‘흡연실’,‘수면실’ 등 방에 용도에 맞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당시 ‘문화주택’의 특징이었으며, 이같은 집들이 한 데 모여 ‘문화촌’을 이루기도 했다. ●상품광고·잡지·영화속 유행 따라가기 대중적 감수성의 탄생(강심호 지음)유행을 좇고 문화를 소비하는 대중적 감수성의 기원은 1930년대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1926년 5월5일 순종황제의 인산일 애도의 행렬엔 깃옷을 입고 검은 댕기를 드린 여학생들도 가세했다. 한데 ‘신여성’ 6월호에 보면 여학생들이 깃옷을 입은 것이 조의가 아니라 ‘유행’때문이었다고 따끔하게 꼬집는 대목이 나온다. 궁핍과 수탈의 역사를 살면서도 우리 민족의 심성은 이때부터 근대적으로, 자본주의적으로 변해갔으며, 흰옷과 짚신에 만족했던 여성들은 백화점에서 쏟아내는 상품의 환각속에 빠져들었다. 또 많은 사람들은 쇼윈도의 상품광고와 잡지, 영화 등이 선도하는 유행을 허겁지겁 따라가게 되었다. ●당시 여배우 대다수 카페 여급출신 에로 그로 넌센스(소래섭 지음)에로틱하고 그로테스틱한 것들에 대한 욕망은 1930년대에 이미 본격화되었다. 당시 대중을 사로잡은 것은 정치·경제적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회·문화적 현상의 이면에 자리잡고 있었던 ‘에로 그로 난센스’라는 감각적 자극이었다. 당대의 지식인들은 ‘퇴폐적이고 외래의존적’이라고 경멸했고, 식민적 현상내지 소비자본주의적 부수물 쯤으로 치부해버렸지만, 오히려 1930년대 문학과 예술은 그러한 자극을 반영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술취해 노파에게 성추행 당한 남자가 노파를 파출소에 신고했다는 기사가 잡지 ‘별건곤’에 ‘에로 백퍼센트 애욕극’이란 이름으로 실리는 등 당시 잡지사에서 ‘에로’는 꼭 들어가야 할 요소중 하나였다. 당시 경성의 유명 카페는 에로틱한 문화의 천국이면서 연애의 온상이었으며, 여배우들 중 상당수가 카페의 여급이었다. 각권 33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주총시즌 ‘배당 경쟁’

    주총시즌 ‘배당 경쟁’

    주총 시즌이 다가오면서 기업들의 ‘배당 풍속’이 다채롭다. 지난해 농사가 흉년인 기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주주들의 성난 기세에 ‘생색 내기’ 차원에서라도 배당을 결의한다.‘대풍년’을 맞은 기업들도 고민하기는 마찬가지다. 고배당이면 대주주의 배만 채운다는 비난이, 적으면 적은 대로 주주들의 불만이 거세진다. 그래서인지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차등 배당을 결정하는 기업들도 다소 늘고 있다. ●못 벌어도 ‘고(GO)’ 조선업계 ‘빅3’ 가운데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영업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배당만큼은 후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98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지만 주당(보통주) 125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키로 했다.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상승으로 장사가 썩 잘되지 않았으나, 주주 중시 차원에서 내부 유보금으로 충당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10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보통주는 주당 150원, 우선주는 200원씩 현금 배당한다. 삼아알미늄도 지난해 77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당 25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의 배당 결정이 대주주에 대한 ‘성의 표시’로 해석한다. 덕분에 소액주주도 덩달아 짭짤한 재미를 보는 셈이다. ●배당금은 ‘최고’ 지난해 최대 호황을 누린 정유업체들이 주주들에게 ‘현금 보따리’를 안겨줄 전망이다. 특히 외국계 지분이 많은 LG칼텍스정유와 에쓰-오일 등은 배당 규모면에서 국내 최고를 다툰다. LG정유는 지난해 영업이익 9610억원, 순이익 8462억원을 기록, 현금 배당도 사상 최고가 예상된다.12일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되는 가운데 내부적으로는 주당 1만 3000원으로 보고 있다.LG정유의 주당 액면가는 1만원으로 지난해에는 주당 9808원을 배당했다. 에쓰-오일도 만만치 않다. 최대 주주인 아람코(지분 35%)는 짭잘한 고배당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의 지난해 경영 실적은 영업이익 1조원, 순이익 9500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주당(액면가 2500원) 2150원의 배당금을 결정한 에쓰-오일은 올해 3000원 수준에서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아람코는 배당금으로 1200억여원을 받는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 대주주가 있는 기업들은 배당 성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정유업계는 최대 실적을 기록한 만큼 현금 배당도 국내 최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액주주 ‘우대’ 대주주보다 소액주주에게 더 많은 ‘돈 다발’을 안겨주는 기업도 적지 않다. 파라다이스는 소액주주와 대주주간 차등 배당을 실시한다. 소액주주는 주당 225원, 대주주는 200원으로 소액주주가 주당 25원을 더 받는다. 카지노 사업에 대한 독점적 위치가 흔들리면서 장기 투자자들을 붙잡기 위한 경영진의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파라다이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9% 줄어든 508억원에 그쳤다. 네티션닷컴도 대주주 500원(주당), 소액주주 750원으로 배당한다. 화공약품업체인 로지트도 기말 배당금으로 대주주 30원, 소액주주 70원을 지급한다.6년 연속 배당을 실시했지만 차등 배당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그동안 배당을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적은 배당으로 만족했던 화일약품 대주주들은 올해 동등한 대접(?)을 받는다. 사측은 대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에게 주당 300원의 배당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중국의 ‘춘절’ 풍속도 2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오는 9일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春節·설)을 맞은 요즘 ‘여자친구 구인’ 광고가 급증하고 있다.‘수요자’의 대부분은 독신 남성들이다. 설을 쇠러 고향에 갈때 결혼을 독촉하는 가족들의 성화에 대비한 ‘눈가림용’이다. 광둥(廣東)성 둥관(東莞)시 지역 사이트에 최근 ‘결혼 압력을 받고 있는 30세 싱글족. 외모·문화·교양을 갖춘 20∼25세 여자 친구 필요. 하루 500위안씩 지급. 당사자 ‘안전’은 절대 보장’이란 광고가 떴다. 광고를 낸 류하오(劉豪)는 외동아들로서 대를 이어야 한다는 부모와 친·외가 조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고 한다. 그는 하루 만에 40여명으로부터 ‘구직’ 전화를 받았다. 방학을 맞아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여대생이나 부업을 찾는 직장 여성들이 몰렸다고 한다. 난팡(南方)도시보에 따르면 광동지역에만 50여개의 유사 사이트가 성업중이며, 선양(瀋陽) 등의 결혼 소개소에서도 여자친구 임대업이 ‘반짝 수요’를 타고 있다고 보도했다. oilman@seoul.co.kr
  • [CEO 칼럼] 한류열풍속 ‘짝퉁그늘’/김범수 NHN 대표

    [CEO 칼럼] 한류열풍속 ‘짝퉁그늘’/김범수 NHN 대표

    국립국어원이 최근 발간한 ‘2004년 신어 보고서’를 보면 욘사마, 욘겔계수, 욘플루엔자 등 한류스타 배용준에 관한 신조어가 세 개나 수록되어 눈길을 끈다. 일본열도를 강타한 ‘한류열풍’의 조짐은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여명의 눈동자’ 등 한국 드라마와 대중음악으로 중국대륙은 벌써부터 ‘한류열풍’의 진원지로 자리매김한 바 있다. 중국의 한류 열풍은 온라인게임에서도 두드러진다. 시장조사기관인 IDC가 발표한 2004년 초 기준 자료에 따르면, 중국 인기 온라인게임 톱10에 ‘미르의 전설 2·3’‘뮤’ 등 5개의 한국 온라인게임이 들어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한국 온라인 게임에 대한 불법복제라는 지나친 애정표현(?)으로 한류 열풍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뿐만 아니다. 얼마 전 중국에 한국 ‘짝퉁’ 사이트의 범람과 이에 따른 국내 업체들의 피해사례가 속출한 바 있다. 국내 게임포털과 미니홈피 등 인기 인터넷 서비스의 메뉴구성과 전체화면, 캐릭터를 그대로 표절한 것이다. 심지어 서비스에 사용된 한글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등 몇몇 중국 사이트의 노골적인 ‘짝퉁’ 행각이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전세계 짝퉁산업의 현황과 기업의 대처법을 특집으로 다룬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에 따르면 세계관세기구(WCO)가 추정한 전세계 짝퉁시장 규모가 물품교역량의 5∼7%인 약 51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놀라운 것은 이중 중국산이 전세계에서 생산·유통되는 짝퉁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NHN의 게임 포털 사이트 ‘한게임’이 국내에 서비스 중인 플래시 게임들도 최근 중국의 모 게임업체에 의해 도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신속한 사태 파악과 중국대사관 인증 등을 통해 수집한 증거자료들을 토대로 NHN의 저작권을 침해한 해당 기업에 경고장을 보내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나는 한국에서 만든 증거자료가 중국에서 얼마나 능력을 가질지 알지 못한다. 또 모방 서비스로 인한 피해액이 어떻게 산정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이번 사태가 중국 업체들의 무분별한 도용에 대한 경고가 되고, 한국 기업들의 지적재산권보호의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관련 부처에 주문했다. 다행히 불법복제에 대한 불만을 각국 정부로부터 받아온 중국정부는 최근 지적재산권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일본 ‘혼다’가 자사 로고와 브랜드를 혼동시키는 ‘훙다’를 사용해온 중국 최대 오토바이 생산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상표권 침해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아 냈다.2년여의 심리 끝에 중국인민법원으로부터 받아낸 이 판결은 중국시장을 개척하려는 수많은 외국 기업들에 희망적인 사인으로 읽혀지고 있다. 특히 미국 특허청(PTO)은 베이징 주재 미 대사관에 특허권 문제를 전담하는 담당관까지 파견하는 등 중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이례적인 대처를 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힘을 모아야 한다. 유수 글로벌 기업들과 해당 국가의 정부들은 지적재산권 침해 사태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이다. 향후에도 우리 IT 기업들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에서 경쟁력을 쌓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행동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김범수 NHN 대표
  • [코드로 읽는책] 발해제국사/서병국 지음

    발해사만큼이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주변국가들의 시각이 엇갈리는 것도 드물다. 우리는 고구려를 계승한 제국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중국은 당나라 변방 소수민족인 말갈족이 세운 지방정권이라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발해를 말갈족이 세운 국가이긴 하나 당나라와는 무관한 독립국가로 보고 있으며, 일본 학계에선 발해가 독립국가이긴 하나 지배층은 고구려 유민이며 피지배층은 말갈이라는 이중구조설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중국은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란 이론적 지침 아래 1970년대부터 발해가 당나라에 속한 지방정권이라는 데 초점을 맞추어 본격적인 정지작업을 해왔으며, 지금도 ‘동북공정’을 통해 이를 굳히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발해제국사’(서병국 지음, 서해문집 펴냄)는 부제 ‘발해가 고구려의 계승국인 34가지 이유’가 말해주듯 발해와 고구려와의 연관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발해사가 우리 역사임을 밝히고자 한다. 최종 결론은 발해국이 고구려계와 말갈계의 공조로 세워졌으나, 그 발전을 주도한 것은 고구려계 사람이었다는 사실이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발해국 주민이 대부분 고구려계라는 주장이다. 지배층은 고구려인, 피지배층은 말갈인이라는 기존의 통념과 달리 주민의 대부분, 즉 총인구의 70∼80%가 고구려 유민이었다는 점이다. 책에 따르면 말갈 사람들은 사냥터를 찾아 옮겨 다니는 수렵·유목민었던 반면, 고구려인은 대부분 정착해 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낙후한 문화를 가진 말갈계는 결국 고구려의 문화에 흡수·동화됨으로써 계속 남지 못하고 고구려계의 옷으로 갈아입었다는 점이 조목조목 제시된다. 고구려계 사람들이 발해국을 주도하게 되면서 말갈의 풍속 또한 고구려 풍속에 완전히 압도되거나 동화되었으며, 발해의 문화는 ‘해동성국’이란 별칭을 얻었듯이 높은 문화수준을 자랑했다. 또 발해의 공예예술이 고구려의 것과 동일한 점, 발해국 문화에서 예술성·서정성·서사성 등이 강하게 묘사되고 있는 점도 고구려를 그대로 계승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이다. 이밖에 농업기술이나 매 사냥, 스포츠인 격구 등 농업기술과 수렵, 여가문화까지도 고구려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제시된다. 이로 인해 발해국은 초기에 고구려와 말갈계 양면성을 띠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고구려계의 단일성으로 바뀌었다고 지은이는 설명한다. 신라와 고려도 이같은 점을 인정해 발해국을 고구려 계승국가로 보았으며, 발해국 멸망 이후 발해국 사람들이 지도급 인물의 인솔하에 다수가 고려에 망명·이주한 것도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준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은이는 머리말에서 지난 1990년 중국 옌볜대학에서 조선족 학자들 또한 발해국이 고구려 유민들을 중심으로 세운 나라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국의 압력으로 이를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귀띔을 받았다고 전한다. 결국 중국의 ‘화이사관’(華夷史觀)에 따라 발해국이 동북아시아의 오랜 이적(夷狄)을 대표하는 말갈족이 세운 국가로 둔갑됐다는 것이다.1만 49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민속박물관 ‘정월편’ 출간

    세시풍속을 흔히 ‘민족문화의 알람시계’라고 한다. 며칠 앞으로 다가온 설날이면 으레 세배를 하고 떡국을 먹으며, 정월 대보름이 되면 부럼을 깨물고 달맞이를 할 것이다. 이렇게 주기성과 반복성을 가지고 철마다 행하는 세시풍속은 한 민족의 물질, 정신문화 저반과 민족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 이 때문에 민족문화의 복합체인 세시풍속을 제대로 보여주는 사전 편찬은 민속학계 최대의 염원이었다. 이에 따라 국립민속박물관에선 지난 2002년부터 세시풍속 사전을 편찬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그 첫 결실인 ‘한국세시풍속사전 정월편’이 설날을 앞두고 나왔다. 세시풍속사전은 총 6권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나온 ‘정월편’에 이어 ‘봄편’‘여름편’이 올해말까지 발간되며,‘가을편’‘겨울편’‘부록 및 색인편’은 내년에 완간될 예정. 4계절에서 ‘정월편’을 따로 떼어 편찬한 것은 일년 열두 달 가운데 세시풍속을 가장 많이 담고 있고 일년을 시작하는 달로 예부터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기 때문이다. ‘정월편’은 단월, 맹양, 맹추, 수세, 인월 등 정월에 나오는 다양한 이칭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들을 제시해 줌으로써 광범위한 내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민중들의 생활상뿐만 아니라 각종 문헌을 바탕으로 국가적 의례와 속신의 내용을 담았으며, 세시풍속과 관련된 민요와 속담을 제시함으로써 사전이 주는 무미건조함을 벗어나고자 했다. 집필은 표제어 595항목을 관련 분야에 일정 성과가 있는 학자들에게 의뢰해 이루어졌다. 강정원 서울대 교수 등 125명이 집필에 참여했으며, 박물관 현장조사단과 전문 사진작가들이 세시풍속의 현장을 찾아 직접 사진을 찍어 생생함을 더했다. 이번 한국세시풍속사전은 사전처럼 표제어를 쉽게 찾아보면서도 단행본처럼 전체 체제를 유기적으로 구성함으로써 단편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세시풍속 전반(예를 들면 정월의 세시풍속)을 효율적으로 파악하도록 했다. 박물관측은 비매품인 세시풍속사전을 전국의 대형 도서관 및 박물관, 연구단체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미리 가본 ‘아파트 종갓집’의 설

    미리 가본 ‘아파트 종갓집’의 설

    조상들의 신주를 모시고 있는 사당이 딸린 종가는 대개 외진 곳에 있다. 심하게는 돌보는 후손이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살지 않는 종가는 곧 생명력을 잃은 집이다. 더욱이 문화재라도 지정되면 박제된 느낌이다. 조상은 후손이 돌보지 않는 고대광실의 사당보다는 자손과 함께 숨쉬는 초옥을 더 정겨워하지 않을까. 이 시대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에 조상의 신위를 모신 종가도 있다. 대유학자 율곡 이이를 배출한 덕수이씨 가문이다. 율곡 하면 강릉 오죽헌을 생각하지만 오죽헌은 율곡의 생가이지 종가는 아니다. 아파트 종가는 21세기에 변해 가는 종가의 대표적인 미래 모습임에 분명하다. 설을 며칠 앞두고 율곡의 15세손 이천용(64)씨가 지키고 있는 아파트 종가를 찾았다. 글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사진 오정식 남상인기자 oosing@seoul.co.kr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 강선마을 한 아파트에 있는 덕수이씨 종가. 솟을대문도, 세월의 이끼가 낀 대들보도 없다. 여느 아파트와 겉모습은 똑같다. 현관을 들어서자 왼쪽 벽에는 10만양병을 주장한 내용과 함께 율곡 선생을 성균관 문묘에 배향할 수 있도록 명한 교지가 표구된 채 걸려 있다. 아파트 거실 한 쪽에는 황해도 석담에 있는 옛 종가의 빛바랜 흑백사진 등이 걸려 있다. 부엌으로 들어가자 키를 넘는 장에는 잘 닦여진 유기 제기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비로소 예사로운 집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율곡의 15세손 이천용(64) 종부 서경옥(61) 부부의 단아한 미소도 남달랐다. 부드러운 눈매가 초가지붕과 닮았다고 할까. 이씨가 현관 오른쪽 방문을 “서재 겸 사당”이라며 열어주었다. 율곡 선생과 부인 곡산 노씨의 위패를 모신 방이다.400여년 전에 만들어진 위패는 상스러운 흰빛이었다. 이씨는 “전통 한옥으로 친다면 안채 동편 뒤에 사당이 있으므로 그런 의미에서 여기에 신주를 모셨다.”고 말했다. 신주를 모시는 감실을 벽에 붙였다. 감실 둘레에는 짧은 휘장을 드리웠다. 감실 맞은편에는 컴퓨터가 놓여 있다. 클릭 한번으로 지구촌이 연결되는 첨단과 누대에 걸친 전통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곳은 함부로 드나들 수 없도록 평소에 문을 닫아두는 곳이다. 율곡은 선생의 처가가 있는 황해도 해주시 석담에 정착했고, 수백년 동안 후손들이 그곳에서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다. 사유재산을 한창 몰수하던 1947년 14대 종손 이재능(79년 작고)씨가 율곡의 신주와 교지를 품에 안고 월남했다. 이씨는 불천지위(不遷之位·통상 4대까지만 제사를 지내는 유교 관례에서 벗어나 후손들이 영원히 제사를 받드는 신위)를 비롯해 한해 10여차례의 제사를 받들고 있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봉제사와 함께 제수를 장만할 재산도 상속받았겠지만 그는 아무 유사없이 제사만 물려받았다.‘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여 밥은 굶어도 조상 제사는 지낸다. 그는 “일산에 자리잡은 이유는 1시간 거리인 황해도 종가와 가깝고 율곡 할아버지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와 지척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 차례에는 출가한 딸 내외와 종친회 몇 사람이 찾는다. 종가를 찾는 문중의 숫자도 많이 줄었지만 “조상을 섬기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대유학자의 집안이니 차례상에 오르는 제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율곡은 불천지위이므로 차례나 제사때 가장 먼저 지낸다. 이씨는 “할아버지가 저술한 격몽요결(擊蒙要訣)의 제의초(祭儀抄) 기록대로 제사를 행하기 때문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제례상을 각각 차린다.”고 말했다. 제의초에만 제수 5열 진열을 처음 선보였고, 요즘 대부분이 이에 따르고 있다. 설 차례상 첫줄에는 떡국을 올린다. 둘째줄에는 제기 하나에 닭고기와 쇠고기, 숭어 한 마리를 순서로 올리고 하얀 화선지로 십자 모양의 적사지로 숭어를 감싼다. 이어 절편을 본편으로 하여 그위에 화전을 올린다. 셋째 줄에는 탕이, 넷째 줄에는 포와 삼색나물(숙주·고사리·시금치)·간장·나박김치·식혜를, 다섯째 줄에는 대추·밤·배·감·사과 5가지의 과일만 올린다. 꼭 올라야 하는 기본 제수품으로 정갈하고 단출한 상차림이다. 서씨는 “할아버지는 고기를 그다지 드시지 않았던 분이라고 해요. 그래서인지 손이 많이 가는 전과 가짓수가 많은 떡과 같은 제수품이 많지 않아 제사 모시는 일이 결코 힘들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또 슝늉 대신 차를 올린다며 차례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이 정도면 신세대 주부들도 차례상 차림이 그다지 어렵지 않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종가와 차례의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전세계가 인정하는 한민족 고유의 풍속인 종가와 차례가 아름다운 전통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어 보였다. ■ 율곡의 가문 덕수 이씨는 율곡의 가문 덕수 이씨는 조선시대에 크게 부흥했다. 덕수는 임진강 연변의 파주를 이르는 지명으로 덕수부원군인 4세 이윤온 때부터 가문을 덕수 이씨라 부른다고 했다. 덕수 이씨는 뛰어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가문이다. 세기의 사상가 율곡이 있고, 무공 충무공 이순신이 역시 이 가문 출신이다. 조선조 여인상 신사임당도 이 가문의 며느리다. 율곡과 충무공은 같은 시대의 인물로 율곡이 9세 더 많지만 세대로는 율곡이 13세, 충무공이 12세손으로 아저씨와 조카뻘이다. 촌수는 19촌간. 종손 이씨가 들려준 이들 간에 구전되는 일화 하나. 어느 날 둘이 만나기로 하고 충무공이 찾아왔으나 율곡이 나오지 않는 대신 호수에 거북이 모양의 기름종이를 띄웠고, 충무공은 이에 착안해 거북선을 만들었다고 전한다. 신사임당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율곡은 명종 19년(1564년) 호조 좌랑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 홍문관 교리로 임명된 후 당시 국제정세를 파악, 국방의 안전을 위해 십만양병설을 강력히 주장했다. 한때 벼슬을 버리고 낙향한 파주시 율곡리에서 호 ‘율곡’을 따왔다. 1584년 1월16일 4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평생을 청렴하게 산 그는 저승갈 때 입을 수의마저 없었고, 수중에 값나가는 물건이라곤 부싯돌 하나밖에 없었다고 전해진다. ■ ‘차례 차례’ 배우면 쉬워요 정말 복잡하고 어려운 게 제례문화다. 명절 때마다 낯설다. 그러나 어려운 의례에 끌려다닐 수는 없는 일. 올 설날을 앞두고 제례문화를 익혀 보자. 황의욱 성균관 전례연구위원은 “제사 음식을 담는 그릇을 제기라 한다. 반드시 목기나 유기를 사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쓰는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 사용해도 된다.”고 말했다. 또 “과일을 다 깎아야겠지만 윗부분만 깎는 것은 깎았다는 시늉을 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행 한국전례원장은 “차례상에 음식을 놓는 위치는 곧 음양의 질서”라며 “차례 때마다 음식의 위치가 바뀌면 신경을 덜 쓰는 것처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례는 제사와는 달리 술을 한번만 올리고 축문을 읽지 않는다. 설 차례에는 떡국을 올린다. 상차림은 지방마다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다. 윤숙자 한국전통음식연구소장은 “차례상에는 복숭아를 올리지 않고, 붉은 팥으로 떡고물을 만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례 음식은 양념을 진하게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윤소장과 함께 차례상 차리는 법을 점검한다. 우선, 제주가 차례상을 바라보아 앞쪽이 북쪽, 왼쪽을 서쪽, 오른쪽을 동쪽으로 한다.(실제 방위와는 다를 수 있다.) 차례상을 차리는 순서는 가장 먼저 신위 앞으로 잔과 시접을 놓고 제5열부터 안으로 들어가면서 둔다.5열 과일을 두는 순서는 홍동백서(紅東白西·붉은 과일은 동쪽, 흰색 과일은 서쪽에)니 조율이시(棗栗梨枾·왼쪽부터 대추·밤·배·감의 순서)니 하지만 정확한 원칙은 없다. 가풍대로 하면 된다. 대개 꽃받침자리가 위로 가게 한다. 그 다음은 제4열로 포·나물·간장·침채·식혜 등을 둔다. 이때는 건좌습우(乾左濕右·마른 것은 왼쪽, 젖은 것은 오른쪽)와 생동숙서(生東熟西·김치는 동쪽에, 나물은 서쪽에)를 따른다. 식혜는 건더기만 건져서 쓴다. 제3열은 육탕·소탕·어탕을 둔다. 제2열은 국수 육적·소적·어적·떡을 놓는다. 탕과 적의 숫자를 같게 하는데 보통 3개나 5개를 둔다. 또 어동육서(魚東肉西·생선은 동쪽, 육류는 서쪽에)와 두동미서(頭東尾西·생선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를 따른다. 생선의 배쪽이 신위쪽으로 가게 한다. 제1열은 떡국·잔·시접·잔·떡국 순서로 놓는다. 접동잔서(接東盞西)라 하여 접시는 동쪽에 잔은 서쪽에 놓는다. 철상의 순서는 떡국을 물리고, 신위(또는 지방)를 제자리에 둔 다음 상 그대로 내려 먹으면 된다. 황 연구위원은 “‘감 놔라, 배 놔라.’는 할 수는 없다. 형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가가례로 정성을 다하면 된다.”고 말했다.
  • “불륜 유지 약속어음 효력 없다”

    불륜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한 약속어음은 효력이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는 1988년 3월부터 가정이 있는 연하남 B씨와 동거를 했다.A씨는 동거를 하며 B씨에게 1억 5000만원을 빌려 주고 지불일을 ‘당신과 나의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라고 적힌 5000만원짜리 약속어음 2장을 받았다. 하지만 둘 사이의 관계가 악화돼 1990년 10월 B씨는 A씨가 B씨를 사기죄와 폭행죄로 고소해 구속까지 됐다.B씨는 또다시 “2001년 12월31일 이전에 둘이 헤어지면 1억원을 지급한다.”는 약속어음을 A씨에게 건네고 합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각서와 어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사람은 2년 뒤 또다시 다퉜고 A씨의 고소로 B씨가 폭행죄로 벌금형을 받게 되면서 동거관계도 사실상 끝났다. 법원은 A씨가 받아둔 약속어음은 효력이 없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 이윤승)는 1일 “민법상 법률행위의 조건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하는 불법조건인 때에는 그 법률행위는 무효”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남부 폭설·중부 칼바람…전국이 ‘꽁꽁’ 묶였다

    1일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3.1도, 체감온도가 영하 21.7도를 기록하는 등 강추위가 전국을 엄습했다. 강추위와 강풍·폭설에 따른 피해가 잇따르면서 호남과 제주에서는 초·중학교가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육상과 뱃길, 항공편이 통제되거나 무더기 결항됐고, 전국에서 수도관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일부지역에서는 양식장 물고기 수십만마리가 폐사되기도 했다. ●광주 - 제주 26개 초·중교 임시휴교 동장군은 2일에도 맹위를 떨쳐 서울 영하 11도, 대전 영하 10도, 강릉·대구 영하 9도, 부산 영하 8도로 예상된다. 중부지역의 체감온도는 1일보다 조금 더 떨어지겠다. 이번 추위는 3일까지 계속되다가 입춘인 4일 낮부터 누그러지겠다. 기상청은 1일 “서해안 지역에 대륙에서 발달해 서해를 지나는 습윤한 공기로 폭설이 내리고 있다.”면서 “자정 현재 정읍 23.3㎝, 광주 22㎝의 적설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2일 오전까지 3∼8㎝의 눈이 더 내리겠다. 제주 한라산 지역은 윗세오름 160㎝, 어리목 54㎝의 적설량을 기록한 가운데 5.16도로와 1100도로의 차량 운행이 전면 통제됐고 서부관광도로, 동부산업도로 등은 월동장구를 갖춘 차량만 통행이 허용되고 있다. 또 1일 0시42분쯤 북제주 고산에서는 초속 42m의 강풍이 불었다.1997년 이후 겨울철 최대 순간 풍속이다. ●강추위 내일까지 계속 기상청은 “알래스카의 고기압과 바이칼호의 고기압이 각각 발달하면서 한반도 주변에서 차가운 공기끼리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라면서 “추위는 입춘인 4일 낮부터 평년 수준을 회복하겠다.”고 내다봤다. 광주에선 중앙초등학교와 금호중학교 등 24개 학교가 학교장 재량으로 휴교에 들어갔다. 제주에선 남제주군 토산초등학교 등 2개 초등학교가 휴교했다.2일에는 임시휴교하는 학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파와 폭설로 항공기와 여객선 운항도 무더기로 끊겼다. 김포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7시30분 제주행 대한항공 1202편이 결항하는 등 123편의 운항이 취소됐다. 해상에도 풍랑경보로 제주와 전남 목포·여수·완도를 오가는 6개 항로 11척의 여객선 운항이 이틀째 중단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번 겨울들어 하루 최고인 550여건의 동파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 수도사업소 시설관리과 손병대 주임은 “물을 약하게 틀어 놓거나 천과 스티로폼 등을 말아두면 동파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추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정비소나 보험사의 도움을 청하는 운전자도 많았다. 삼성화재는 전국에서 모두 1만 2000여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유영규 홍희경기자·전국종합 whoami@seoul.co.kr
  •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주영하 지음

    참 기발한 발상이 아닌가? 그림을 통해 음식의 역사를 보고, 음식의 역사를 통해 그 시대의 사회상을 엿본다는 것 말이다. 지금까지의 음식사 연구가 백과사전적 혹은 민족적 정체성 확보를 위한 계몽주의적 경향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림 속 음식을 통해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신선·발랄하기까지 하다. ●음식사의 계몽성 거부… 저자 상상력 덧칠 한국학중앙연구원(전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교수(민속학)인 주영하의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사계절 펴냄)는 음식사의 계몽성을 거부했다는 점에서 도발적이고, 풍속화 속 음식에 돋보기를 들이댔다는 점에선 문화적이다. 저자는 ‘음식의 변화상은 이른바 ‘유행’이라는 풍속의 그릇에 시대정신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이 책을 썼다고 서문에서 밝힌다. 대부분 조선 후기에 그려진 23편의 풍속화에 담긴 음식과 인물들에게 돋보기를 대고, 그림 안팎을 넘나들며 나는 듯 펼쳐나가는 저자의 상상력이 유독 돋보인다. ‘앙상하게 말라버린 나무들 사이에 비석이 뽐내듯이 서 있다. 그 아래 난 길에 아이를 안은 아낙이 쓰개치마를 머리에 두르고 겸연쩍은 듯 황소의 등에 올린 등거리에 앉아 있다…. 그 옆에서 갓과 두루마기를 갖추어 입은 양반이 술 한 잔으로 들병이와 수작을 부리다가, 갑자기 나타난 젊은 양반 부부에 놀란 듯 오른손으로 하릴없이 귓밥을 만지작 거린다.’ 김홍도의 ‘행려풍속도병’(行旅風俗圖屛·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대한 묘사다. 지은이는 그림에 ‘노방노파’(路榜 婆)란 화제(畵題)를 붙였다. 그림의 주인공이 노방(길가)의 노파(술독을 지키는 할머니)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술이다. 노파의 독에 담긴 술은 청명주나, 한산소국주 같은 ‘앉은뱅이’ 술임에 틀림이 없다. 그래야 객지를 떠돌아 성읍에 다다른 과객의 호주머니를 훔칠 수 있지 않겠는가! 김홍도의 ‘벼타작’(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서 저자가 보는 것은 타작에 여념이 없는 농군들 옆에 돗자리를 펴고 비스듬히 누워 곰방대를 문 채 졸고 있는 양반, 아니 양반 같은 이다. 거드름이 잔뜩 밴 그는 ‘분명 소작인의 타작을 감시하기 위해 온 지주의 대행인 마름’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 옆엔 술병과 술잔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비록 소작인이라 ‘반타작’도 못하겠지만 그래도 타작은 즐거운 듯 얼굴마다 웃음이 가득하다. ●농군옆에 술병 놓고 졸고있는 양반… 이어 음식인 쌀에 대한 ‘수다’가 시작된다. 한국 음식의 반찬은 쌀밥을 먹기 위해 마련된 부식이라는 이야기부터 쌀로 만든 술과 과자, 제물로서의 쌀,‘쌀의 나라’이면서도 몰락해가는 현대의 쌀밥 등등. 19세기 작품인 ‘야연’(野宴·국립중앙박물관 소장)에 이르면 소나무 아래서 기생들을 옆에 끼고 숯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으며 술잔을 기울이는 양반들의 주연이 마냥 흥청거린다. 여기서 지은이는 동국세시기를 지은 홍석모(洪錫謨)를 떠올린다. 홍석모가 이 풍경을 보았다면 아마 “요사이 한양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활활 피워놓고 번철을 올려놓은 다음 쇠고기를 기름·간장·계란·파·마늘·고춧가루에 조리하여 구우면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먹는다. 이것을 난로회(煖爐會)라 한다.”고 동국세시기에 기록했을 것이라는 게 저자의 상상이다.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은 남자 다섯에 여자 둘. 지은이가 보기에 이들은 권세가들과 기생이다. 어지간히 취했을 법한 남정네들이 기생들과 어우러져 즐겼을 듯한 걸죽한 입담을 지은이 또한 거침없이 펼쳐나가고 있다. 안중식의 작품인 ‘조일통상장정(朝日通商章程) 기념 연회도’엔 서양음식이 등장한다. 조선 관리 몇 사람과 일본 사람, 서구적 풍모의 인물들이 사각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각자 앞엔 접시와 나이프·스푼 등 서양식기가 세팅돼 있고, 상 중앙엔 꽃을 담은 조선꽃병이 서양식 촛대와 함께 놓여 있다. 마치 양복 입고 갓 쓴 어색함이 가득해 절로 웃음이 터진다. 이 그림은 1883년(고종 20) 6월22일 조선측 전권대신인 민영복과 일본측 전권대신인 다케조에 신이치 사이에 조인된 조일통상장정 조인식을 끝낸 뒤 있었던 연회를 그린 것이다. 재미 있는 것은 자리 배치인데, 양 협상 당사자가 마주 앉지 않고 상석에 앉은 민영목 오른쪽으로 다케조에가 아랫사람 입장에서 앉아 있는 모습이다. ●시대적·정치적 상황 곁들여 설명 저자는 당시의 복잡한 시대적·정치적 상황을 설명하며 그림의 의미를 풀어본다. 또 커틀릿과 포도주, 위스키가 당시 어떻게 조선 관리들에게 받아들여졌을지 다양한 시각에서 상상력을 발휘한다. 책은 다양한 풍속화에서 서민의 애환이 담긴 음식뿐만 아니라 국가적 행사 때 쓰인 궁중음식, 조선 관료들의 음식을 골고루 끄집어내 조선 사회를 엿손다. 거대담론이 아닌 시시콜콜한 음식이야기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지만, 사소한 일상 자체로 역사와 대면하고자 하는 의미심장한 의도가 읽힌다.1만 5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멕시코 한인 4세대 ‘그들’은 ‘우리’인가

    멕시코 한인 4세대 ‘그들’은 ‘우리’인가

    1905년 4월4일 1033명의 한인을 실은 배가 멕시코를 향해 인천 제물포항을 떠났다. 그로부터 100년.4년간 농장에서 일해 큰 돈을 벌어 돌아오겠다던 그들은 죽을 때까지 귀향의 배를 타지 못했고, 철저히 잊혀졌다. 올해는 한인들의 멕시코 이주 100주년이 되는 해. 국립민속박물관은 멕시코 한인동포들의 삶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해 7월 7명의 연구원을 파견해 현지 조사를 벌였고, 최근 조사결과를 담은 ‘멕시코 한인동포들의 생활문화’를 발간했다. 조사대상은 초기 유카탄 반도의 농장으로 간 1세대 한인들이 계약노동을 끝내고 각지로 흩어지는 과정에서 일부가 자리잡게 된 멕시코 북서부의 티후아나의 한인동포들이다. 이민 1·2세는 거의 죽고 3세 이후로 구성된 한인들의 현재 삶은 ‘한인’이라는 틀로 범주화하는 데 위험성은 느껴질 정도로 멕시코화해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100년간 한국과 단절돼 살아온 이들은 멕시코인이나 미국인과 주로 결혼을 한다. 한인 1·2세가 식료품점 등 상업에 주로 종사했던 반면 3·4세들은 높은 교육수준을 바탕으로 의사·변호사·교사 등 전문직종에 많이 종사하며, 한인들간의 유대와 정체성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들은 언어와 종교, 세시풍속, 식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멕시코화가 이루어졌다. 그나마 ‘3월1일’과 ‘8월15일’이 한국의 설과 추석을 대신하여 한인 공동체의 명절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3월1일’(1919년)은 한인 1세대가 대부분 살아 있을 때 접한 일제 항거의 날이어선지 명확하게 한국어로 발음하는 유일한 세시풍속이다. 한국음식은 조리법을 기억하는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전수되면서 ‘김치’‘고추장’등 상당수 메뉴가 한국말로 통용된다. 또 ‘할아버지’‘할머니’ 등 가족을 지칭하는 몇몇 단어도 남아 있다. 한편 티후아나 등 멕시코 대도시엔 80년대 이후 한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기업 진출과 함께 한국인들의 왕래가 잦아졌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의 차이로 기존 한인 후손들과의 교류는 거의 없는 상태라고 보고서는 전한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십장생’ 리메이크하면 놀이터?

    ‘십장생’ 리메이크하면 놀이터?

    리메이크란 문자 그대로 이미 있는 작품을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더이상 영화나 음악 혹은 드마라의 전유물이 아니다. 미술에도 리메이크가 있다.(주)코리아나 화장품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 스페이스C(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열리고 있는 ‘리메이크 코리아’전은 리메이크 미술이란 과연 무엇이며 어떤 가능성과 한계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색다른 전시다. 참여작가는 김종구, 써니 킴, 이순종, 김지혜, 김태은, 류재하, 임영길, 장희정, 정주영 등 9명. 이들은 산수화, 화조화, 인물 풍속화, 고구려 고분벽화 등 한국의 전통미술 작품들을 텍스트로 삼아 새로운 맥락의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이 작품들은 전통 소재를 단순히 반복하는 무비판적인 소재주의에 머물지 않는다. 이른바 동양정신이나 한국적 정체성 같은 애매모호한 관념에 집착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원작에 동시대적인 의미를 부여, 오리지널 작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게 한다. 이것이 바로 리메이크 예술의 매력이 아닐까. 김종구는 붓과 먹 대신 현대문명의 상징인 쇠를 갈아 거대한 광목천 위에 글씨를 쓴 ‘쇳가루 산수화’를 내놓았다. 바닥에 씌어진 쇳가루 글씨는 카메라 렌즈에 포착돼 높고 낮은 산세를 연출하도록 꾸몄다. 일종의 ‘디지털 산수화’요 ‘메타 산수화’인 셈이다. 이순종은 조선후기 풍속화가 신윤복의 미인도를 회화와 영상작품으로 리메이크했다.“여성이 지닌 성(聖)과 속(俗), 영(靈)과 육(肉)의 이중적 속성을 신윤복의 미인도에서 발견했다.”는 작가는 “남성의 시각으로 그려진 전통 미인도의 성적 정체성을 여성의 시선으로 재맥락화했다.”고 말한다. 재미교포 작가 써니 킴은 십장생이 수놓아진 한국 자수화를 배경으로 교복 차림의 여학생을 그린 회화작품 ‘놀이터’를 출품했다. 십장생의 초현실적인 이미지와 교복으로 상징되는 억눌린 여성성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전시는 옛 그림들이 지닌 상투적 속성을 현대적 감각으로 새롭게 승화시켜 보여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3월 26일까지.(02)547-917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손 이용’ 유사性행위 첫 기소

    20대 초반의 여성을 고용, 이들의 손을 이용해 남성 고객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고 돈을 받은 유사성행위 알선 업소에 대해 검찰이 성매매특별법을 적용, 처음으로 기소했다. 법원이 검찰의 기소 내용을 인정할 경우 그동안 뚜렷한 처벌근거가 없어 단속이 쉽지 않았던 변태업소들이 된서리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동호)는 19일 남성 손님들에게 여종업원들의 손으로 유사성행위를 해주고 돈을 받은 서울 도곡동 P스포츠피부클리닉 대표 정모(34)씨를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같은 유사성행위를 도운 여종업원 8명과 손님 3명, 남자 종업원 5명 등 16명은 기소유예했다. 검찰은 정씨를 기소하기 전 이례적으로 수사·공소심의위원회까지 열어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에 대해 성매매특별법 적용이 가능한지 집중 검토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유사성행위는 구강, 항문 등 신체 내부로의 삽입행위가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지난해 9월부터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에 유사성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유사성행위인지는 규정돼 있지 않아 수사기관은 대법원 판례를 원용,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는 풍속영업규제법의 ‘음란행위’로만 처벌해 왔다. 그나마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업소는 목욕장, 숙박·이용업소 등으로 한정돼 있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는 스포츠마사지업소 등 유사성행위 알선 업소는 단속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검찰 내부회의에서 손을 이용한 유사성행위를 성매매특별법으로 처벌하는 것에 대해 ‘죄와 형벌은 법으로 정한다는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며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결국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쪽으로 뜻을 모았다.‘손을 이용해 성적 쾌감을 얻는 것은 성교와 비슷하다.’는 데 참석자 6명 중 4명이 동의했다. 이동호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장은 “그동안 유사성행위를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한 결과 변태업소 처벌에 소극적이었지만 이번 기소 사례가 전국 검찰에 전파되면 변태업소도 단속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산책·운동·외출시 도움 농도 예보·경보제 시행

    산책·운동·외출시 도움 농도 예보·경보제 시행

    “내일 미세먼지 농도는 ‘나쁨’입니다.” 다음달 1일부터 서울시에서 ‘먼지 예보 및 경보제’가 시행된다. 매일 저녁 6시 다음날 먼지 농도를 예보하고, 먼지 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이르면 ‘주의보’,‘경보’가 발령된다. 서울시 채희정 대기과장은 “국내 먼지 농도는 도쿄, 파리 등 선진국의 주요도시에 비해 2∼3배 정도 높은 수준”이라며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먼지 농도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상황따라 초등교 휴교권고까지 예보는 먼지 농도에 따라 ‘좋음’,‘보통’,‘민감한 사람에게 나쁜 영향’,‘약간 나쁨’,‘나쁨’,‘매우 나쁨’ 등 6단계로 나눠 행동요령을 알려준다. 이를테면 ‘좋음’,‘보통’까지는 실외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지만,‘민감한 사람에게는 나쁜 영향’은 호흡기·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바깥에 오래 머무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약간 나쁨’과 ‘나쁨’은 각각 노약자와 어린이, 중·고등학생들에게 주의를 준다.‘매우 나쁨’은 건강한 사람까지 영향받는다는 것으로 유치원·초등학교의 휴교까지 검토하도록 권고된다. 그동안 환경부가 당일 측정한 대기오염도 수치만을 알 수 있었지만, 이번에 먼지예보제가 실시됨에 따라 서울시는 하루 먼저 오염 상황을 예측해 외출시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먼지 측정치는 ‘서울 미세먼지 예·경보센터 홈페이지’(http:/dust.seoul.go.kr)에서도 볼 수 있다. ●심하면 신문·인터넷·이메일 통해 알려 서울시는 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으로 2시간 동안 계속되면 농도에 따라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한다. 외출 자제는 물론 차량 운행·공사장 조업의 중지 요청, 도로 물청소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주의보’와 ‘경보’는 각각 연간 10∼20회,1∼3회 정도 발령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봄철 황사가 발생하면 황사예보·특보를 통해 시민 행동 요령을 전달하게 된다. 시 관계자는 “먼지농도가 주의보·경보 체제의 기준에 달하면 신문·방송, 인터넷, 교육청, 지하철,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통해 전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지염·천식등 유발시켜 서울시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2002년 76㎍/㎥,2003년 69㎍/㎥,2004년 61㎍/㎥ 등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외국의 주요도시와 비교하면 여전히 크게 높은 수준이다. 지형이 분지 형태여서 대기오염물질의 확산이 어려운 데다 풍속이 느려 대기 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의 19%(276만대)가 서울에 몰려있는 점도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대기오염 물질 총량의 65% 정도가 자동차에서 배출되며, 특히 미세먼지는 경유차량이 주요 발생원인이다. 미세먼지는 기관지염, 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일으키고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김유영기자 carilips@seoul.co.kr
  • ‘말 알아듣는 꽃’ 기생들의 삶 한눈에

    ‘말 알아듣는 꽃’ 기생들의 삶 한눈에

    “소설과 시기(詩妓)의 것에는 감정을 거짓한 흔적이 없습니다. 만일 공자의 사무사(詩無邪)라는 시에 대한 평이 옳은 말씀이라면 이 점에서 아낙네들의 노래는 낙제이고 기생의 시는 급제외다.” 시인 김억의 말대로 유교사상으로 무장한 조선사회에서도 진솔하게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시어로 노래한 이들이 있다면 그건 바로 기생이다. 말을 알아듣는 꽃, 그래서 해어화(解語花). 그들의 삶은 그 자체가 한편의 슬픈 시였다. 널리 알려진 황진이나 그와 쌍벽을 이뤘던 매창, 강릉기생 홍장, 경성기생 홍랑, 평안도 성천 기생 부용 등 옛 기생들은 문학을 비롯해 음악, 춤 등 못하는 게 없었던 당당한 예인이었다. 이들은 신분은 비록 천인이었지만 당대의 전문직 여성으로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 기생조합을 거치면서 이들의 삶은 성과 관련된 이미지로만 왜곡·폄하돼,‘기생’은 지금까지도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서울 평창동 서울옥션센터 전시장에 마련된 ‘기생’전은 시·서·화의 재능과 지조를 갖춘 교양인으로서의 기생들의 역사적 발자취를 살펴보는 색다른 전시다. 기생과 관련된 문학이나 인물 중심의 에피소드는 많지만 시각예술 차원에서의 해석은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게 현실.(주)서울옥션이 주최한 이번 기획전은 기생이라는 단일 주제로 열리는 최초의 전시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시작품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에 걸쳐 제작된 엽서와 원판사진 500여 장과 평양 명기 소교(小橋)의 ‘묵죽도’와 죽향이 그린 ‘묵란도’, 초상화가 동강 권오창이 그린 기생 초상, 성행위를 묘사한 동경과 향갑노리개, 비녀, 뒤꽂이 등 장신구와 화장구들로 이뤄졌다. 엽서와 사진들 속에는 담배를 피우며 바둑을 두는 기녀의 모습이나 수업을 받는 모습 등이 담겨 있어 당대 풍속의 한 단면을 엿보게 한다. 기생의 이미지를 현대미술의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도 눈길을 끈다. 기생방에서 촬영한 알몸의 여성의 사진 위에 한복연구가 김혜순의 기생한복 이미지를 입힌 사진작가 배준성의 ‘화가의 옷-기생Ⅰ’이 대표적인 작품. 논개의 충혼을 달래주는 진주검무(중요무형문화재 12호)와 관련된 영상, 운보 김기창이 신윤복의 그림을 패러디한 ‘청록산수’, 윤석남의 설치조각 등도 나와 있다.2월 13일까지.(02)395-0331.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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