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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지성 악천후 족집게 예보

    기획예산처는 21일 고층 대기의 바람분포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수직측풍장비’ 5대를 내년에 리스 방식으로 추가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획처에 따르면 이 장비는 상층 5㎞까지의 바람 풍향·풍속을 10분 간격으로 관측해 강수 형태, 강수량, 강수 강도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이 장비가 추가로 도입·설치되면 전국 10곳에서 저기압 발달과 이동경로의 실시간 연계 감시가 가능해져 국지성 집중 호우 및 태풍 진로 등을 더 정확하게 예측,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획처는 설명했다. 현재는 해남·군산·문산·마산·강릉 등 5곳에 이 장비가 있으며 내년 9월쯤 서해안의 격렬비열도(태안반도)·철원·원주·추풍령·울진 등 5곳에 추가로 설치된다. 장비를 리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내년 3억원을 포함해 2012년까지 모두 58억원이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日문화의 뿌리’ 에도시대 풍속여행

    일본을 대하는 한국인의 시각은 어쩔 수 없이 이중적이다.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부러움과 침략국으로서의 경멸감이 공존한다.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재패니메이션과 일식(日食)에 열광하면서도 저속한 섹스산업을 거론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에도 일본’(모로 미야 지음, 허유영 옮김, 일빛 펴냄)은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가치 판단에 대한 부담없이 일본 문화의 뒤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넷에 ‘일본문화이야기’(http:///iya.or.tv)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 일본문화의 뿌리를 에도 시대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다. 일례로 일본의 유별난 미식 문화의 기원은 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여름이면 에도 사람들은 그해 처음으로 잡혀 시장에 나온 가다랑어(하쓰가쓰오)를 먹기 위해 혈안이 됐고, 스테미나 보충을 위해 장어를 즐겨먹었다. 나무젓가락도 에도 시대 장어덮밥 식당의 주인이 발명했다고 한다. 이밖에 요바이 같은 성생활, 일본의 국기인 스모, 요시와라 유곽, 주신구라의 47인 사무라이 등 에도 시대 사람들이 즐겼던 다양한 문화가 풍부한 자료사진들과 함께 소개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1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주말탐방] 국회 속기사들의 세계

    [주말탐방] 국회 속기사들의 세계

    17대국회 속기사는 70명… 편집·심의관 포함땐 115명. 여성 90%가 허리·목 디스크 등 ‘견경완 증후군´ 앓아. 두명이 기록한 회의록 비교, 다를 땐 녹화물 보고 교정. 1분에 320자 치는 건 기본… 1966년 국회오물투척사건땐 오물 뒤집어쓰기도. 지금은 재떨이도 사라지고 명패는 붙박이로 바뀌어… ‘어떤 역사의 기록도 놓치지 않겠습니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회의 기록을 책임진 국회 속기사들의 ‘좌우명’이다. 지난 10월12일 국회 본회의는 난장판이 됐다.10월9일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른 긴급 현안을 다루기 위해 본회의가 소집됐으나 대북 포용정책을 둘러싸고 여야가 한판 대결에 돌입한 것이다. ●숨소리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개의를 선언한 임채정 의장은 “어느 한 당의 의원총회 때문에 1시간씩이나 회의가 늦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야당의 ‘무례’를 지적하자 야당의원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누가 지금 뭐라고 그러는 거야.”,“언제는 시간을 지켰나.”,“의장은 체통을 지켜야지.”라는 등 야당 의원들의 고함소리가 빗발쳤다. 이를 무시한 임 의장이 “북한 핵실험에 관한 긴급 현안 질문을 상정합니다.”라는 발언과 동시에 의석 곳곳에서 “의장 사과하세요.”,“퇴장해 퇴장해.”라는 고함소리에 장내 소란은 계속됐다. 오후 3시3분에 시작된 신경전은 4분 후인 3시7분 열린우리당 배기선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는 순간까지 계속됐다. 그들이 ‘보고 들은 모든 것’은 이렇게 속기록으로 남는다. 당시 본회의가 영원히 ‘역사’로 보존되는 순간이다. 현재 17대 국회에서 실전에 투입되는 속기사들은 모두 70명이고 편집과 기록 심의관 등 관리자까지 합치면 115명이다.9급에서 3급까지 포진돼 있다. ●허리·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속기사들 본회의 등 중요 회의의 경우 2인1조,25분 간격으로 계속 팀이 교체되면서 속기를 이어간다. 일반 상임위 회의의 경우 보통 한조가 10번 이상 들락거리며 속기록 작업에 참여한다. 이런 작업환경 때문에 속기사들은 주로 디스크 병으로 고생을 한다.23년째 국회 속기사로 근무한 장미경씨는 “여성이 90%인 속기사들은 긴장한 상태에서 기록을 하다 보니 허리와 목 디스크에 많이 걸리고 손목 관절 등에도 무리가 많다.”고 말했다. 의학 전문용어로 ‘견경완 증후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속기록 이후 최종 회의록 작성까지 많은 작업을 거쳐야 한다. 손재옥(속기 1과) 서기관은 “완벽한 회의록을 만들기 위해서 두명이 동시에 기록한 회의록을 비교하고 서로 내용이 다르면 영상 녹화물을 꼼꼼히 살펴 교정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영상 녹화물에서도 발음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완벽한 기록을 위해 해당 발언자에게 가서 최종 확인 절차를 밟는다. 현재 국회회의록 문서는 1948년 제헌국회부터 17대까지 국회기록보존소에 1754권(1권 1000쪽 기준)이 비치돼 있다. 본회의와 운영위원회, 예결위, 인사청문회 등 4개 관련 회의는 다음날 문서로 발간, 배포되고 3일후 국회 홈페이지에 모두 공개된다. 국회 속기사들이 가장 애를 먹는 것은 의원들의 부정확한 발음이나 사투리다. 손재옥 서기관은 “의원들이 아무리 빨리 발언을 해도 발음만 좋으면 문제가 없지만 사투리를 사용하거나 얼버무리는 발음이 나오면 기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올 6월부터 모든 소위의 회의기록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업무량이 폭주하고 있다. 그동안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요구했던 ‘투명한 의정활동 공개 원칙’이 시행에 옮겨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13명의 속기사를 선발했다. 국회 속기에서도 수기보다는 컴퓨터 사용이 일반화되는 추세다.1948년 제정국회부터는 손으로 쓰는 ‘수필 속기’의 시대였지만 지난 1995년 컴퓨터 속기가 도입됐다. 국회 속기사들은 보통 1분에 320자 정도의 속도를 낸다. 컴퓨터 속기는 한글의 초성과 중성, 종성을 한번에 쳐서 글자를 만드는 원리다. 과거엔 속기록을 일일이 ‘손으로 풀어서’ 회의록으로 복원했지만 지금은 컴퓨터 자동 번역 시스템이 도입됐다. 속기록 카드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자동적으로 한글로 바뀌는 시스템이다. ●과거엔 야당 의원의 밤샘 발언에 퇴근도 못해 속기과의 왕고참인 김창진(58) 과장은 37년전인 1969년에 국회에 들어왔다. 국회 속기과의 산증인인 그는 “한국의 의정사는 속기사의 역사”라고 강조한다. 과거에는 발언 제한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1960∼70년대 반독재 투쟁을 선언한 야당은 국회 투쟁의 하나로 합법적인 ‘필리버스터(의사방해) 전략’을 많이 구사했다. 김 과장은 “당시 한 야당의원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밤새워 발언을 하는 통에 속기사들이 퇴근도 못하고 작업을 한 기억이 있다.”고 회고했다. 특히 속기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일화는 1966년 국회 오물투척 사건. 당시 야당인 김두한 의원은 삼성그룹의 ‘사카린 밀수사건’을 은폐하려는 박정희 정권에 항의하기 위해 본회의 도중에 인분을 단상에 투척했다. 그런데 속기사들은 정확한 기록을 위해 단상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작업을 해야 한다. 당시 김 의원이 던진 인분은 정일권 국무총리와 장기영 부총리는 물론 선배 속기사들이 함께 뒤집어썼다는 것이다. 본회의장 풍속도도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70년대 본회의장엔 재떨이가 상시 비치됐는데 의원들이 몸싸움을 하다가 재떨이를 던지는 통에 속기사들의 안전을 위협했던 적도 있었다.”며 “후에 재떨이는 안전을 고려해 유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부터 본회의장에도 금연 문화가 도입됐다.”고 전했다. 의원 명패도 이동식 나무 재질이었으나 여야간 격돌시 ‘무기로 변질’되면서 붙박이 명패로 바뀌었다는 것이 김 과장의 ‘증언’이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국회 속기사 되려면… 속기의 역사는 기원전 6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로마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가 사형을 받았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각 지방으로 유세를 다녔다. 그의 제자 타이론은 로마자를 적당히 약기하는 방법으로 스승의 연설을 받아 적어 각지에 공표했고 이것이 속기법의 효시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에서 통용되는 속기의 표기 방식은 손으로 쓰는 수필 속기와 컴퓨터 속기 등 두가지이고 구체적인 표기 방식은 고려식과 의회식 등 모두 7가지로 압축된다. 글자의 모양과 형태에 따른 구분이다. 국회 속기사가 되려면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시행하는 한글속기 3급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한 후 국회사무처가 시행하는 국가공무원 임용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임용시험은 필기·실기시험과 면접시험으로 나뉜다. 필기 시험 과목은 국어와 영어, 헌법,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등이며 선발 예정 인원의 2배수 정도를 뽑는다. 필기시험을 통과한 뒤 치르는 실기시험은 연설의 경우 1분당 320자(5분), 논설은 300자(5분)가 최저선이다. 국회속기사 채용은 결원이 있는 경우 매년 12월경에 다음 연도 국가 공무원 임용시험 시행계획을 공고하고 6∼7월경에 시험을 본다.2004년과 2005년에 각각 4명씩을 뽑았으나, 올해에는 업무량 폭주로 13명을 선발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토성에 허리케인급 태풍

    토성에 허리케인급 태풍

    직경만 8000㎞, 중심 풍속은 시속 550㎞, 태풍의 ‘눈’ 주위에 세워진 높이 32∼72㎞의 깔때기 모양 난층운(亂層雲) 벽 등. 초대형 허리케인 얘기가 아니다. 토성에서 지난달 11일 발생한 허리케인급 태풍의 진면목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2004년 토성 궤도에 진입한 탐사선 카시니호가 토성의 극지대 상공 33㎞에서 촬영한 사진 14장을 9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이 태풍의 직경은 무려 8000㎞로 지구 지름의 3분의2에 해당하는 엄청난 크기였다. 지구외에 다른 천체에서 이 같은 허리케인급 태풍이 목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이 태풍은 선명한 ‘눈’과 그 주위를 둘러싼 깔때기 모양의 난층운을 갖고 있어 전형적인 허리케인의 모습을 갖고 있다. 그러나 웬일인지 지구의 허리케인과 달리 이 태풍은 극지대에 머물러 있을 뿐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기술연구소(CIT)에 있는 카시니 영상 추적팀의 앤드루 잉거솔 박사는 “허리케인처럼 보이지만 전혀 그것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며 “그것이 무엇이건 우리는 ‘눈’을 계속 주시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를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목성에서도 이번에 토성에서 발견된 것보다 훨씬 큰 모양의 태풍이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발견된 적이 있지만 그때는 허리케인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눈’이나 난층운 같은 것은 눈에 띄지 않았다. 보통 지구에선 허리케인의 ‘눈’이 엄청난 수증기를 빨아들였다가 바다의 따뜻한 기운과 만나 갑작스럽게 치솟았다가 엄청난 비를 퍼붓지만 가스로 가득 찬 토성에선 대양이 없어 이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NASA 과학자인 마이클 플래사르는 로이터 통신에 “이건 마치 물들이 소용돌이치며 목욕탕 배수구로 빠져나가는 모양”이라며 “우리는 이런 걸 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강릉시, 강풍 이겨낸 사과 판매 대박

    “초속 40m의 강풍을 견뎌낸 합격 사과를 아시나요.”대입 수능을 1주일 앞둔 9일 강원도 강릉에서 생산된 ‘합격사과’가 수험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합격 사과’는 지난달 하순 초속 40m에 가까운 기록적인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아 입시생들에게 행운을 주는 사과로 소문나 있다. 지난 7일부터 강릉지역 할인마트를 중심으로 출하되고 있는 ‘합격사과’는 수험생을 둔 학부모나 친인척 사이에 선물용으로 상종가를 누리며 없어서 못팔 정도이다. 강릉 주문진읍을 비롯, 구정면 등에서 재배되는 사과가 최근 동해안을 휩쓸고 지나간 순간 최대풍속 37.5m의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자 강릉시와 농민들이 수험생들의 합격을 기원하는 의미를 부여해 판매에 나선 것이다. 몇년 전 사과 주산지인 일본 아오모리현에서 수확을 앞두고 큰 태풍이 닥쳐 농민들이 망연자실해 있을 때, 한 농부가 선물상자마다 ‘풍속 53.9m의 강풍에도 절대 떨어지지 않은 사과’라는 합격 기원의 부적을 붙여 판매했던 아이디어를 활용한 것이다. 농가들은 이 사과가 입시생들에게 행운을 줄 거라며 ‘강풍에도 떨어지지 않은 사과, 행운의 합격 사과’라는 이름으로 2개씩 상자에 담아 5000원씩에 판매하고 있다. 출하된 사과는 약 5000상자에 이른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외지에서도 “합격 사과를 살 수 있느냐.”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강릉시 관계자는 “과수농민들에게는 회생의 기회를 주고, 수험생에게는 합격을 기원하는 청량제로 합격 사과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바람’과 ‘장벽’ 사이 그녀들

    ‘바람’과 ‘장벽’ 사이 그녀들

    사회 각 분야에 여성들의 진출이 활발하다는 것은 더 이상 뉴스가 못된다. 몇해 전만 해도 ‘홍일점’으로 불렸던 여성들이 조직의 ‘리더그룹’을 형성하는 단계에 왔다. 여직원들이 늘면서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는 사라지고 회식 문화도 자유롭고 다양해졌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을 위한 배려는 부족하다. 여성 휴게시설 하나 없는 직장이 있는가 하면 출산 휴가도 눈치보고 가야 하는 곳도 있다. 성희롱이나 성차별도 여전히 남아 있다. 여성들의 폭발적인 사회 진출 이후의 직장 신풍속도를 들여다본다. ●남성을 앞서는 여성들 거센 ‘여풍’이 불어닥친 검찰. 검사실을 찾은 사람들이 젊은 여검사를 발견하고는 잠시 놀라는 일은 드물지 않다. 어떤 참고인이나 피의자들은 젊은 여검사를 무시하고 남성 수사관에게 먼저 가서 넙죽 인사하기도 한다. 여성의 핸디캡을 이기는 방법은 나름대로 있다.‘강력통’으로 불리는 정옥자 검사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라며 벌떡 일어서면서 호통을 친다. 서울중앙지검 최연소 검사인 조아라 검사도 마른 체구에 어울리지 않게 건물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의 큰소리로 피의자들을 혼낸다. 여검사들을 어색하게 대했던 부장검사들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여검사들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여성의 따뜻한 심성이 검사 생활에서 장점이 되기도 한다. 강제추행 사건의 피해자로부터 10여통의 감사편지를 받았던 창원지검 통영지청 김공주(32) 검사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여검사를 받지 않으려는 부장검사들이 꽤 있었지만, 최근에는 부마다 여성검사 한두명씩은 있어야 한다는 게 일반론이 됐다. 노동부에서도 미국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 법무법인에서 경험을 쌓은 김경선 여성고용팀장 등 여성 공무원들이 남성을 앞지르는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과격, 집단행동이 많은 노사조정 업무 등에도 최근 여성 공무원들의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환경부에서도 수도정책과의 정은혜 서기관 등이 ‘정부수립후 첫 여성 감사관’인 이필재 감사관의 ‘계보’를 잇고 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똑 부러지는 일 처리로 호평을 받고 있다. 야근은 물론이고 술자리도 마다 않는다.“웬만한 남성보다 훨씬 박력있고 능력도 뛰어나다.”고 남자 직원들은 말했다. ●바뀌는 직장문화…갈등도 표출 여직원들이 늘면서 회식문화 등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 전직원은 지난 8월 세종문화회관을 찾아 뮤지컬 ‘미스사이공’을 봤다. 한 남성 직원은 “여직원이 늘어난 뒤 술자리 풍경도 개인 주량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 분위기도 자유스러워졌고 다양한 얘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여성가족부의 한 남성 팀장은 “여자들은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편이라 권위적인 분위기는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몇 안 되는 남자 팀장 가운데 한 명인 A씨는 “동료 직원들이 거의 여성이다 보니 술을 마시고 싶어도 주변에서 괜한 오해를 살까 해서 마시지 못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성 공무원인 B씨는 여성이 많다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했다.B씨는 “여성이 인간관계에서의 갈등을 남성에 비해 효과적으로 풀어나가지 못하다 보니 조직의 화합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성 공무원인 C씨는 “업무보다는 여성 동료와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맺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서 “업무 문제로 다투더라도 여자 동료와는 마땅히 풀 방법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여성 배려 아직은 미흡 여성들에게는 교육과 집안일, 야근·회식의 어려움 등 불편은 여전하다. 교육부의 한 여성공무원은 “남자야 피곤할 때 앉은 채로 졸 수도 있지만 여직원이야 그렇지 않잖아요.”라고 말했다. 지난 6월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8층에 여성 휴식공간을 마련한 것은 이런 애로를 다소나마 해소해주기 위한 배려였다. 한 여성 사무관은 “여성에게는 배려인지 능력을 의심해서인지 핵심보직은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반면 남자들은 시샘 섞인 불만을 털어놓는다. 환경부의 한 서기관은 “여성 공무원들이 대체로 승진이 빠른 편이고, 원하는 대로 보직도 곧잘 옮겨주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임신 중이거나 육아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야근 등을 해야 할 때 여성들은 힘겹다. 아무래도 여성 경찰 등 거친 일을 하는 직종에서 그런 불만이 많다. 임신은 6∼7주가 지나고 검사를 받아야 알기 때문에 야간 근무를 피할 수는 없다. 임신하면 내근 부서에서 일할 수 있도록 배려를 받고 있지만 제도적인 보장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동구 김재천 홍희경기자 yidonggu@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 (145) 禮運(예운)

    儒林(703)에는 ‘禮運’(예 례/움직일 운)이 나오는데,‘禮記(예기)’ 49편 가운데 아홉 번째 篇名(편명)이다. 중국 고대로부터 전해지는 문물 제도와 규정 등의 변천 법칙을 정리한 글이라 할 수 있다. ‘禮’자는 본래 ‘示(보일 시)’가 없는 상태인 豊(례)로 쓰였다.‘豊’의 원형은 ‘ ’자이며, 나무로 만든 제기인 ‘豆(두)’ 위에 祭物(제물)을 올려놓은 글자이다.‘옥을 담은 그릇’ 혹은 ‘술잔’이라는 주장이 있으나 ‘신 앞에 바치는 제물’이라는 점에는 異見(이견)이 없다. 제사에는 여러 가지 예법과 예의를 지켜야 했으니, 후에 ‘示’가 보태졌고,‘예의’‘예절’‘예법’ 등의 뜻이 나왔다. 용례에는 ‘非禮不動(비례부동:예의에 적절하지 않으면 행동하지 않는다),繁文縟禮(번문욕례:번거롭고 까다로운 규칙과 예절),禮俗(예속:예의범절에 관한 풍속)’ 등이 있다. ‘運’자는 意符(의부)인 ‘ ’(쉬엄쉬엄 갈 착)과 聲符(성부)인 ‘軍’(군사 군)을 결합하여 ‘옮기다’라는 뜻을 나타냈다. 참고적으로 ‘軍’의 字源(자원)에 관해서는 聲符인 ‘勻’(적을 균)과 形符(형부)에 해당하는 ‘車’의 결합으로 보는 설과 ‘人’(인)의 변형과 ‘車’를 합한 글자로 보는 설이 있다. 용례로는 ‘厄運(액운:재앙을 당할 운수),運動(운동: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하여 몸을 움직이는 일.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힘쓰는 일. 물체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그 공간적 위치를 바꾸는 일),運命(운명: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을 지배하는 초인간적인 힘. 앞으로의 생사나 존망에 관한 처지),運送(운송:사람을 태워 보내거나 물건 따위를 실어 보냄)’ 등이 있다. ‘禮運’편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大同’에 관한 설명이다.‘大同’은 만인의 신분적 평등과 富(부)의 공평한 분배, 인륜의 구현을 특징으로 하는 유교의 理想社會(이상사회)를 말한다.大同이라는 말은 ‘莊子(장자)´나 ‘呂氏春秋(여씨춘추)’에도 보이지만, 그 개념이 정립된 것은 ‘禮記(예기)’의 ‘禮運(예운)’이다. 대도(大道)가 행해지는 세상은 천하를 만인이 共有(공유)한다.賢能(현능)한 사람을 뽑아 官職(관직)을 맡겨 信賴(신뢰)와 和睦(화목)을 다진다. 사람들은 자기의 부모만을 부모로 섬기지 않고, 자기의 자식만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는다. 노인들은 편안히 여생을 보낼 곳이 있으며, 장성한 사람들에겐 일자리가 있고, 어린이에겐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홀아비, 과부, 고아, 자식 없는 부모, 폐인, 질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두 보호와 양육을 받는다. 남자는 모두 자기 職分(직분)이 있고 여자는 모두 자기 家庭(가정)이 있다. 재화와 땅에 버려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사사로이 독점하려 하지 않으며, 힘이 자기로부터 나오지 않음을 부끄럽게 여기지만 자기만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陰謀(음모)나 도적질과 전쟁 따위가 일어날 염려가 없으므로 바깥문을 잠그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를 ‘大同社會’(대동사회)라 한다. 같은 책에서는 大同보다 한 단계 아래의 상태를 ‘小康’(소강)으로 定義(정의)한다.小康은 禮法(예법)으로 통치하여 겨우 편안함을 유지하는 정도의 사회를 말한다. 이 단계의 사회에서는 천하를 사사로운 집처럼 여기며, 자신의 부모와 자식만을 친애하여 간사한 꾀가 난무한다.政權(정권)을 능력 있는 자에게 禪讓(선양)하지 않고 대대로 자식에게 世襲(세습)한다. 간교한 꾀가 여기서부터 나와 무기를 만들어 서로 빼앗는다. 혼란을 막기 위해 조직한 군사력은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惹起(야기)한다.諸王(제왕)들은 백성들의 규제 수단으로 仁(인)·義(의)·禮(예)·信(신)·讓(양)이라는 五常(오상)을 동원한다. 김석제 경기도군포의왕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아파트 방범로봇 개발

    아파트 방범로봇 개발

    “아파트 단지 방범, 로봇에 맡기세요.” 동부건설이 아파트 단지 밖에 설치하는 방범 로봇을 개발, 특허 및 실용신안과 디자인 출원을 마쳤다.‘센트리’로 이름 지어진 센트레빌 단지 방범 로봇은 반경 50m 범위를 360도 돌며 주변을 자동 감시하고 화면을 저장할 수 있다. 야간촬영이 가능한 적외선 카메라와 야간 동체인식 적외선센서도 달았다. 이상이 감지되면 경고방송·경고음과 함께 출동 경비업체에 알리는 기능도 갖고 있다. 부가센서를 통해 풍향·풍속 등의 정보를 수집하고 단지 음악방송과 안내방송도 하는 똑똑한 방범원 역할을 한다. 한편 동부건설은 감시 기능만 갖춘 경비실을 카페 수준의 휴게공간(조감도)으로 꾸미기로 했다. 어둡고 딱딱한 경비실이 입주자·방문객이 간단한 음료수를 먹을 수 있을 정도의 게스트라운지로 바뀐다. 무인택배시스템, 원격 방범시스템 등도 갖추고 고급 마감재를 사용키로 했다. 동부건설은 방범 로봇과 산뜻한 경비실을 내년 상반기 공급 예정인 남양주 진접 센트레빌 아파트에 최초로 적용할 예정이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차량2부제 미세먼지 못줄였다

    차량2부제 미세먼지 못줄였다

    지난 주말 전남 목포대에서 열린 한국대기환경학회(회장 김신도) 추계학술대회에선 모두 223편의 연구논문이 발표됐다. 국내 대기분야 전문가들의 올 한해 연구성과가 한 자리에 모인 셈이다. 이 가운데 눈길을 끄는 논문 두 편을 소개한다. ●교통량 줄어도 오염물질 개선 효과 없어 2002년 월드컵 기간에 시행된 ‘차량 2부제’는 대기오염을 얼마나 개선시켰을까? 교통량이 평소보다 대폭 줄어들고 통행속도 역시 빨라졌지만 정작 미세먼지(PM10)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이런 내용은 건국대 선우영(환경공학과) 교수팀이 내놓은 ‘차량 2부제 시행효과 평가’ 논문에 담겼다. 선우 교수팀은 차량 2부제에 따른 참여율과 교통량 등 변수를 고려한 뒤 대기중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2)의 농도변화를 분석했다. 유준영 연구원은 “교통량이 많게는 20% 이상 감소했지만 정작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의 농도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런 사실은 지난달 열린 대기환경학회 심포지엄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경희대 김동술 교수는 ‘서울시 미세먼지 오염의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안’ 연구논문을 통해 월드컵 기간중 서울과 인천, 수원의 미세먼지 감소 현황을 비교했다. 서울은 2부제 시행 6일 가운데 3일이 평소의 미세먼지 농도수준을 오히려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일은 평소보다 크게 낮았는데,“당시 이틀 동안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인천은 6일 가운데 4일이 평소 농도를 밑돌았지만 오염농도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이었다. 수원도 마찬가지였다. 그해 6월 평균 미세먼지 농도(㎥당 52.9㎍)보다 2부제가 시행된 닷새 동안의 농도가 오히려 더 치솟았다(그래프 참조). 교통량이 줄어들면 대기오염물질도 당연히 감소해야 하는데도 이런 역(逆)현상이 빚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기상요인이 꼽혔다. 유준영 연구원은 “2000년부터 6년 동안 서울의 풍속자료를 보면 북서풍은 바람 속도가 빠르고 남서풍은 느린 것으로 분석됐는데, 월드컵 기간중엔 대부분 남서풍이 불었다.”고 말했다. 바람 속도가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다. 유 연구원은 “2003년 이전까진 남서풍,2004년부터는 북서풍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근 서울시의 미세먼지 오염도가 개선된 것은 이처럼 풍속의 변경에 따른 영향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수도권 대학의 한 교수는 “2004년과 지난해의 서울 미세먼지 농도는 60㎍ 수준으로 예년보다 대폭 내려갔다. 바람속도가 2004년부터 1초당 2.4∼2.5m가량 빠르게 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기 구울 때 미세먼지·발암물질 발생 앞으로 식당에서 불고기 요리를 할 땐 단단히 주의해야 할 것 같다. 불고기를 구울 때 미세먼지 농도가 대폭 올라가고, 발암물질도 대량 발생하는 것으로 측정됐기 때문이다. 울산대 이병규(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불고기 요리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및 포름알데히드 농도 비교분석’ 논문을 발표했다. 그동안 학계에선 “불고기 식당 등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물질의 폐해가 만만찮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는데, 이번 연구는 이를 처음 실증했다. 이 교수가 울산시내의 한 숯불구이 식당에서 미세먼지(PM10) 농도를 측정한 결과, 요리 전·후의 평소 농도는 20㎍에 불과했지만 먹는 도중엔 이보다 8배 높은 169㎍까지 올라갔다. 이보다 입자 굵기가 더 작아 인체 폐포 등에 자리를 잡는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도 124㎍에 이르렀다.(그래프 참조) 미국 환경청의 1일 기준(65㎍)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 교수는 “환기 덕트가 요리판의 10㎝ 위에 설치돼 있긴 했지만, 고기의 육즙이 숯에 직접 떨어져 타게 되면서 오염물질을 대량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숯불이 아닌 가스불을 사용하는 다른 불고기 식당의 미세먼지 농도는 이보다 훨씬 낮았다.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 역시 높은 농도로 검출됐지만 두 식당이 엇비슷했다. 불고기 요리 전엔 0.01(100만분의 1분율)으로 낮았지만 요리를 시작한 후 10초마다 농도를 재보니 평균 4, 최고 6∼7까지로 치솟았다. 포름알데히드의 실내공기질 환경기준(0.1)보다 무려 40배가량 높은 수치다. 이 교수는 현재 양식당과 일·중식당 등의 오염물질 방출 실태도 조사 중이다. 인하대 정용원(환경공학과) 교수는 이에 앞서 “숯불구이 식당을 비롯한 각종 음식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오염물질 발생량 실태 등에 대해선 우리나라에선 아직 언급조차 잘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이런 유해물질들은 대기로 흩어져 공기를 오염시키므로 수도권대기질 개선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같은 곳에선 레스토랑 같은 음식점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을 줄이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라고 정 교수는 전했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 [책꽂이]

    ●걷기, 인간과 세상의 대화(조지프 아마토 지음, 김승욱 옮김, 작가정신 펴냄) 중세시대 보행자들은 말을 타고 다니는 기사나 귀족을 만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걸어야 하는 자신의 열등한 지위를 깨달았다.18세기엔 상류층의 산책문화가 생겨나면서 그들만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우아하게 걷는 법을 개발해냈다.19세기 말엔 낭만주의 사조가 등장, 고독을 즐긴 사상가들은 걷기를 통해 세상과 자연과의 교감을 시도했다.20세기 들어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국민에게 같은 음악에 맞춰 행군하도록 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졌다. 인류가 처음 두 발로 서게 된 600만년 전부터 현재까지 걷기의 역사를 살핀 책.2만 5000원.●카사노바 나의 편력(자코모 카사노바 지음, 김석희 엮어옮김, 한길사 펴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배우의 아들로 태어나 민법과 교회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가방끈 긴 남자,‘문체의 솔직함’으로 단테와 보카치오 이후 이탈리아의 가장 위대한 작가 반열에 오른 글쟁이. 생계를 위해 이름을 안토니오 플라토리니로 바꾸고 과거에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재판소를 위해 밀정이 된 인물. 조반니 자코모 지롤라모 카사노바는 그러나 무엇보다 희대의 호색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썩어서 냄새 나는 치즈와 여자 냄새를 좋아한 감각주의자였다. 이 회고록엔 인생향락가 카사노바가 체험한 18세기 유럽 사회의 풍속사가 담겼다. 전3권 각권 1만 5000원.●죽음의 향연(리처드 로즈 지음, 안정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광우병의 원인 물질로 알려진 프리온 단백질,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 등 광우병을 둘러싼 진실을 다룬 과학 논픽션.‘원자폭탄 만들기’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자는 광우병의 감염원이 단백질이 아닌 바이러스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광우병은 감염성은 낮지만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1만 6000원.●클라시커 50 오케스트라(울리케 팀 지음, 이용숙 옮김, 해냄 펴냄) 륄리에서 코렐리, 모차르트, 하이든, 브람스를 거쳐 바르토크와 번스타인에 이르는 작곡가들의 대표적 관현악곡을 중심으로 400년 서양음악사를 살폈다. 요한 슈트라우스 곡의 소재로 사용된 도나우강이 푸른색인 적이 없었다는 사실, 관조적이고 내면적인 바흐의 음악이 사실은 20명의 자녀들이 법석대는 상황 속에서 탄생됐다는 사실, 헨델이나 모차르트 시대에는 연주가 훌륭하다고 생각되면 청중은 연주 도중에도 즉각 감동을 표현했다는 사실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 실렸다.1만 8000원.●히틀러와 스탈린의 선택,1941년 6월(존 루카치 지음,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펴냄) 1941년 6월22일 발발한 독·소전쟁은 그 전까지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던 내전 성격의 전쟁이 전면적인 2차세계대전으로 치닫게 된 분수령이 된 사건이다.6월22일전, 히틀러는 이미 어두운 미래를 예감했으며,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러시아가 히틀러와 맞서주기를 간절히 바랐고, 스탈린은 끝까지 히틀러의 침공을 믿지 않으려 했다. 이런 히틀러와 스탈린 사이의 불꽃튀는 심리전은 2차대전의 운명을 뒤바꾸게 된다. 저자는 헝가리 출신의 미국 역사학자. 히틀러와 스탈린의 모습을 대비시켜 역사적으로 재구성했다.9500원.
  • [새영화] 스파이크 리 감독의 ‘그녀는… ’ 새달 2일 개봉

    얌전하게, 혹은 도발적으로 사회문제를 끌어내는 스파이크 리 감독이 이번에는 섹시한 풍자를 선사한다. 2일 개봉하는 ‘그녀는 날 싫어해’는 ‘아내가 필요한 남자, 아기만 필요한 여자’라는 카피로 얼핏 로맨틱 코미디인 듯한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실제 정체는 미국 사회 속에 숨어있는 문제를 유머와 뒤섞어 털어놓는 블랙코미디다. 에이즈 치료제를 개발하는 회사, 하버드 MBA 출신의 멋진 흑인남자, 성공한 커리어우먼 등 겉모습은 당당하기 그지 없는 조직이나 인간들이다. 그 본모습은? 에이즈 치료제 개발이라는 역사적 사명은 결국 주가를 높여 이득을 챙기려는 포장이고, 남자는 결국 백인사회에서 ‘실직에 불만을 품은 막 나가는 흑인’으로 전락한다. 커리어우먼들 역시 속은 비주류로 분류되는 여성 성소수자(레즈비언)나 소수민족이다. 이들이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에피소드들은 윤리와 도덕 위에 군림하는 물질만능주의와 백인우월주의를 풍자한다. ‘성격 좋고 능력 있고 똑똑한 하버드 MBA 출신의 아프로-아메리칸’이라는 수식어를 단 ‘존’은 굴지의 제약회사 부사장으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회사 비리를 양심적으로 폭로했다가 배신자로 낙인 찍혀 해고당하기 전까지는. 고위직 백인들은 그를 백인사회의 위협자로 몰아가고, 그는 생계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든다. 때마침 그-실제로는 그의 우수한 유전자-를 찾아온 전 약혼녀이자 레즈비언인 ‘파티마’의 제안으로 이들의 ‘유전적 아기 아빠’가 되는 나름의 돈벌이를 시작한다. 열려 있는 듯 포장된 미국 사회에 숨어있는 돈, 성, 인종, 계층 등의 갈등요소를 한꺼번에 범벅해놓은 영화는 곳곳에 유머라는 양념을 고루 쳐놓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존이 ‘유전적 아빠’가 되는 과정, 다양한 국가의 여성들과 거래를 하는 장면 등은 섹시한 코미디답다. 청순한 레즈비언으로 나오는 모니카 벨루치, 배금주의 신봉자 우디 해럴슨도 재미를 더하는 요소.18세 이상 관람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11월 공원 프로그램 풍성

    11월 공원 프로그램 풍성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을 맞아 공원에서 즐길 수 있는 풍성한 문화·학습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서울 숲에서는 둘째주와 넷째주 토요일에는 습지생태원에서 철새를 관찰하고 습성 등에 대해 알아보는 ‘환경교실’이 마련됐다. 11일에는 생육이 좋지 않은 나무 주변에 비료를 주고 우드칩을 깔아주는 ‘나무 보약주기’ 행사가 자원봉사 형태로 진행된다. 남산공원에서는 첫째, 셋째주 토요일에 가을꽃 가득한 야외식물원에서 다양한 초화류와 나무에 대해 알아보는 ‘식물교실’이 열린다. 또 매주 수요일에는 남산을 탐방하며 자연생태계를 관찰하고 자연물을 이용해 탁본, 책받침 등과 같은 공작물을 만드는 ‘남산에서 놀자’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매주 일요일 월드컵공원에서는 꽃무지 애벌레를 직접 키워보고 장수풍뎅이 표본도 만들 수 있는 ‘곤충교실’이 열린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여의도공원에 가면 숲을 돌아보며 새들을 만나고, 물속 미생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생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길동 자연생태공원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열매를 맺는 나무들의 번식방법을 살펴보는 ‘관찰 & 체험교실’과 식물을 이용한 천연비누와 꽃잎으로 장식하는 카드 만들기 등 ‘생태문화센터강좌’ 등 풍성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어 있다. 무료 입장으로 더욱 시민들에게 가까워진 어린이대공원에서는 오감을 통해 테마별로 곤충의 세계를 체험하는 ‘세계곤충체험전’이 매일 열리고,25일에는 동물에 대한 설명과 먹이주기 체험 등을 주제로 영어로 진행되는 ‘놀토동물학교’도 준비되어 있다. 서울대공원에는 단풍속에서 맘껏 뛰놀 수 있는 ‘단풍 풀장’이 개장되고, 국내 최대 규모의 ‘국화꽃 축제’도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시 푸른도시국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다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시 공원 홈페이지(parks.seoul.go.kr)에서 공원별로 프로그램 예약 접수를 받는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제 87회 전국체육대회] ‘마의 17m’ 깬 김덕현 MVP

    ‘마의 17m’를 깬 육상 세단뛰기 국가대표 김덕현(21·조선대)이 제87회 김천 전국체육대회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았다. 한국 수영의 희망 박태환(17·경기고)은 대회 최다관왕에 올랐다. 김덕현은 대회 마지막날인 23일 기자단 투표에서 박태환과 정지연(17·경기체고)을 따돌리고 대회 MVP에 올랐다. 김덕현은 지난 19일 육상 남대부 세단뛰기에서 17m07을 뛰어 지난달 요코하마육상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한국기록(16m88)을 19㎝나 갈아치웠다. 특히 ‘마의 벽’으로 불리던 17m를 국내 최초로 넘어 도하아시안게임 금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세단뛰기의 에이스 김덕현은 지난달 영주에서 열린 전국대학대회에서 17m04를 뛰었지만 당시 기준풍속(+2.0)을 넘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덕현은 “체전 기록만 지키면 아시안게임 메달도 딸 수 있다.”면서 “내 기록이 어디까지 가는지, 끝까지 도전해 볼 작정”이라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날 수영 남고부 자유형 200m와 혼계영 400m를 석권해 앞선 자유형 100m, 계영 400m 및 800m에 이어 5관왕을 차지했다. 한국신기록 작성에는 실패했지만 5개 종목에서 모두 대회 신기록을 냈고, 자신의 주종목(자유형 400·1500m) 외에 단거리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여 아시안게임 기대를 부풀렸다. 박태환은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약점으로 지적된 터닝을 연습했다.”면서 “남은 기간 더욱 분발해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내겠다.”고 말했다. 역대 가장 소규모 도시에서 치러진 이번 김천체전은 경기도가 5년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작지만 알찬 체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내년 대회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영동 10월 ‘폭우 폭격’

    22일 밤부터 23일까지 강원 영동지역에 강풍을 동반한 호우가 내려 주택과 도로가 침수되고 곳곳에서 정전이 되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복구 중인 지역에도 피해가 속출했다.23일 속초에서는 국내 기상관측 이래 최고인 초속 63.7m의 최대순간풍속이 기록됐다. 하루에만 244.0㎜의 비가 내린 강릉과 188.5㎜가 내린 속초는 10월 중 하루 최고 강수량 기록을 경신했다. 강원지방기상청은 이날 “오후 2시21분 속초지역에서 기록된 순간 풍속이 초속 63.7m를 기록했다.”면서 “이는 1904년 국내에서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후 가장 강력한 풍속으로 2003년 9월12일 태풍 ‘매미’ 당시 제주도에서 초속 60m의 최대 순간풍속을 기록한 것에 비해 3.7m가 더 센 강풍”이라고 밝혔다. 상습 침수지역인 속초시 노학동 주택가와 저지대는 23일 새벽 시간당 5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순식간에 침수됐다. 강풍으로 고압선이 절단돼 강릉시 주문진읍 향호리 등 5개 구간을 비롯해 강릉, 평창, 속초, 동해 등의 지역에서 6만 9000여가구가 정전돼 주민들이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고압선이 절단되면서 인제읍에 사는 김모(23)씨가 전기 쇼크로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지만, 부상 정도는 경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은 오후 11시쯤 되어서야 재개됐다. 지난 7월 집중호우로 유실된 뒤 응급복구됐던 인제군 북면 한계리의 임시도로와 교량도 피해를 입었다.오전 7시쯤 인제군 북면 한계리 민박촌 인근의 임시도로 2곳과 가교 4곳이 침수돼 차량통행이 전면통제됐고, 한계 2리와 3리 주민들을 비롯해 컨테이너 임시숙소에서 생활하던 주민 등 58가구 130여명의 주민들이 고립됐다. 오전 7시40분쯤에는 인제군 인제읍 가리산리 10번 군도 필례약수∼한계령 방면 3㎞ 구간과 속초시 영랑동∼동명동 영금정 입구 해안도로 300여m 구간을 비롯, 지난 여름 폭우로 끊겼다 응급 복구됐던 44번 국도 오색∼한계리 25㎞ 구간도 다시 침수돼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또 한계리∼장수대 구간이 통제되면서 차량 12대에 타고 있던 13명이 고립됐다.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책꽂이]

    ●아주 사적인 정치비망록(남재희 지음, 민음사 펴냄) “비망록을 일본말로 ‘엔마쪼’라고 하는데 박 대통령의 엔마쪼는 당시 정·관계에서 유명한 화제가 아니었던가. 아마 나의 일도 그 엔마쪼에 기재되고 그것이 후일에 낙하산으로 국회의원 공천을 받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기자로, 정치인으로 권력의 중심부를 지켜본 저자는 자신의 정치입문 계기를 이렇게 설명한다. 저자는 정치인을 제도형과 비제도형으로 나눈다. 제도형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 관계나 기업, 군 등 기존 제도에 오랜 몸을 담은 사람들이고 비제도형은 그 반대의 사람들로 백수건달형이다. 백수건달형이 ‘수호지적’이라면 제도형은 ‘삼국지적’이라고 비유한다.1만 2000원.●오래된 웃음의 숲을 노닐다(류정월 지음, 샘터 펴냄) 조선시대 우스개와 한국인의 유머를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살폈다. 조선시대 책만 읽던 선비나 국사를 논하던 조정 대신들도 졸음을 쫓기 위해 ‘어면순’‘어수신화’‘성수패설’ 같은 세속적인 우스개집과 성현, 서거정, 강희맹과 같은 문객들이 펴낸 ‘용재총화’‘태평한화골계전’‘촌담해이’ 등 고상한 우스개집을 읽었다. 옛날 우스개 가운데는 유명인들의 실화가 많다. 사위인 ‘유머의 달인’ 이항복에게 속아 왕과 대신들 앞에서 맨발을 드러내야 했던 권율 장군 이야기,‘설공찬전’의 작가인 채수가 세조의 부마이자 당대 최고 갑부였던 하성부원군을 놀려 먹은 이야기 등이 그런 예다.1만 5000원.●진퇴의 법칙(둥예쥔 지음, 심재석 옮김, 김영사 펴냄) 중국 처세학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후흑학(厚黑學)’을 통해 현대를 사는 지혜를 들려준다. 후흑학은 1917년 기인으로 알려진 리쭝우(李宗吾)가 제자백가와 중국 역대왕조의 역사를 독파한 끝에 “철두철미하게 낯가죽이 두껍고(厚), 마음 속이 시커멓지(黑) 않으면 위대한 간웅(奸雄)이 될 수 없다.”라는 깨달음을 얻어 쓴 책. 리쭝우는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죄”라고 말한다. 이 책은 ‘후흑학’을 서른여섯 가지 ‘파()’, 즉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1만 8000원.●검정고무신에서 유비쿼터스까지(임정빈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 내의를 입는 것을 일종의 호사로 여겨 소매 끝에 빨강 내의가 조금씩 보이게 입은 여자들, 식량이 부족한 시절 식량을 축내는 쥐가 기승을 부리자 쥐를 소탕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쥐꼬리를 갖고 오게 한 학교, 온힘을 다해 만원 버스에 사람들을 밀어넣고 ‘오라이 오라이’하며 버스를 출발시키던 여차장….1940∼60년대 생활풍속사를 담은 타임캡슐과도 같은 책. 서구인들에게 과거 생활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에두아르트 푹스의 ‘풍속의 역사’가 있다면 이 책은 한국 최근세사의 밑바탕을 탐사한 ‘한국판 풍속의 역사’라 할 만하다.1만 2000원.
  • [대기자 칼럼] 진안에서 본 희망/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전원마을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해 지금 이렇게 한가한 태도를 보여도 되느냐는 비판을 받았던 지난 주말,1박2일의 농촌기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오지 중의 오지 ‘무진장’에 속하는 진안 고원의 논밭은 가을걷이가 한창이었다. 논은 절반 이상이 추수가 끝나 볏단이 널려 있었다. 밭에서는 붉은 고추를 따는 아낙들의 손길이 바빴다. 평화로운 정경이었다. 그러나 몇 개의 마을에 들러 주민들과 대화를 나눠 본 결과는 푸근한 인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인삼 재배로 소득을 보충하고는 있었지만,FTA 등으로 인한 불안감, 아기울음 소리 들어본 지가 ‘솔찮이’됐다는 마을 공동화(空洞化)현상의 그늘이 짙었다. 한때 38가구에 달했던 윤기마을 농가는 18가구로 줄어들어 최연소 주민이 서른여섯살이라 했다. 마을 소식지의 단골 아이템은 사람소식 대신 ‘○○네집 건강한 송아지 순산’이라는 소식이어서 쓴웃음이 나왔다. # 머무르고 싶은 농촌 만들기 모색 전원마을 페스티벌이 얼핏 한가해 보이긴 해도, 텅 빈 농촌에 사람이 들게 하는 것이 농촌살리기의 요체라고 한다면 전원마을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을 비웃을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니, 이곳 주민들에겐 오히려, 북핵문제 못지않게 화급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도 전원마을 귀농 프로젝트 하나가 추진되고 있었지만, 보다 커다란 희망으로 보였던 것은 이미 들어와 있는 새식구들이었다. 이들은 길게는 10년이 넘게, 짧게는 1∼2년 사이에 이곳에 들어와 이곳을 살 만한 곳, 찾아와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정열을 쏟고 있었다. 지금은 이곳 주민이 다 돼 손내옹기를 운영하는 옹기장이 이원배씨. 초컬릿을 빚던 섬세함으로 가마불을 다스려 독을 구워내는 그는 B급 문화일꾼을 자처하며 “초월적 자유로움으로 일상의 미학을 완성해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를 꾸민 전주출신의 사진작가 김지연씨. 김씨는 쌀과 함께 쇠락의 운명에 처한 정미소 풍경에 마음을 빼앗겨 정미소 사진만을 찍다 아예 이 마을 논 가운데 정미소를 사들여 둥지를 틀고 들어앉았다. 계남마을 사람들의 낡은 앨범을 뒤적여 나온 옛날 사진들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마을의 역사와 공동체성을 되살릴 뿐만 아니라, 상징성 높은 문화공간으로 외지인들에게도 명소가 되고 있었다. #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는 명소 진안군 정책개발팀장으로 으뜸마을 가꾸기사업을 담당하는 구자인씨는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이곳에 들어온 지역개발 전문가. 백운마을 간사로 있는 노정기씨는 서울에서 대기업 전무를 하다 이곳에 내려와 귀농사업 구상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는 이들은 시민단체 ‘생명의 숲’에서 내려온 마을조사단 청년 5명이다. 이들은 6월부터 이곳에 들어와 마을의 역사와 자연, 문화, 풍속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조사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농촌의 문화와 환경에 기반한 지역자원을 발굴하여 이를 활용한 농촌형 사회적 일자리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일자리는 자체적 수익구조를 갖춘 사회적 기업으로 자립하는 것이 목표다. # 중앙·지방의 관심 집중 기대 요즘 전국각지에 귀농프로젝트들이 활발하다. 그러나 많은 사업이 실패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하향식, 개발 위주의 정책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진안에는 이와 달리 아래로부터의 탐색과 열정이 있었다. 이곳의 새식구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이 불씨가 부디 활활 타오를 수 있도록, 중앙과 지방의 관심이 집중됐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다.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 충남 공주 영평사 구절초 축제

    충남 공주 영평사 구절초 축제

    산과 들이 붉고 화려하게 물들어 가는 계절, 가을. 소박하고도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나 가을바람에 가녀린 몸을 맡긴 채 하늘거리는 꽃이 있다. 쑥부쟁이, 개미취 등과 뭉뚱그려 들국화로 일컬어지는 구절초다. 퇴락해 가는 계절의 끝자락에 피어나 보는 이의 눈을 아리게 하는 대표적인 가을꽃. 고 박용래(1925∼1980) 시인이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이라고 노래했듯, 낮고 해맑은 모습이 여간 정겹지 않다. 어느 시인은 또 “비탈진 들녘 언덕에 니가 없었던들 가을은 얼마나 쓸쓸했으랴. 아무도 너를 여왕이라 부르지 않건만 봄의 화려한 동산을 사양하고 이름도 모를 풀 틈에 섞여 외로운 계절을 홀로 지키는 텅빈 들의 색시여….”라며 칭송하기도 했다. 구절초 축제가 한창인 충남 공주시 영평사를 다녀왔다. 붉고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은 가을산 한자락을 하얀색으로 명징하게 빛내고 있었다. 글 사진 공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해마다 가을이 되면 그랬듯, 영평사와 장군산 기슭이 온통 구절초로 둘러싸여 있다. 진입로에서 시작된 구절초 군락은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과 요사채 뒤편 산비탈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때아닌 횡재를 만난 벌과 나비들이 부산을 떨어댄다. 영평사 주변 1만여평을 하얗게 수놓은 구절초 군락은 자생적으로 생긴 것이 아니고,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이 구절초의 청초한 모습에 반해 10여년전부터 공들여 가꿔온 것이다. “13년전 만행을 하던 때에 구절초를 보았는데 청초한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더군요. 나중에 알고 보니 꽃말이 ‘어머니의 사랑’이었어요. 수행자의 마음을 포근히 감싸며 순화시켜 주는 꽃이지요. 저 혼자 보기 아까워 축제를 열었는데 오시는 분들마다 마음이 깨끗해지고 행복해진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꽃을 완상하며 무슨 의학적 효험을 따질까마는, 딸을 출가시킨 우리네 친정 어머니들은 예전부터 9월이 되면 갓 피어난 구절초를 사랑과 정성으로 채집해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시집간 딸이 해산을 하고 친정에 오면 달여 먹이곤 했다. 그런 까닭에 구절초에는 선모초(仙母草), 신선이 어머니들에게 준 약초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일년 중 양기가 가장 충만하다는 중양절, 음력 구월구일에 채취해 달여 먹으면 특히 부인병에 좋다고도 한다. 요사채 뒤편에서 미래의 추억거리를 열심히 만들고 있던 안명석(43·대전)씨는 “탐스럽지는 않아도 멀리서 보면 소박하고 평화로운 모습에 절로 마음이 평안해지네요.”라며 머리를 주억거렸다. 안씨는 또 “막연히 가을이면 피는 꽃이려니, 뭔가 청순하지만 서러운 느낌을 간직한 꽃이려니 짐작만 했어요. 그런데 유심히 살펴 보니 닮고 싶을만큼 소박하고 청초한 꽃이네요.”라며 애틋한 여심(女心)을 내비치기도 했다. 구절초를 가까이서 들여다 보면, 깔깔거리며 웃는 어린아이와 닮았음을 느끼게 된다. 노오란 암술을 둘러싼 채 활짝 벌어진 이십여개의 꽃술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고 있는 어린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구절초밭을 서성이다 보면 어디선가 아이들의 밝은 웃음소리가 쏟아지는 듯하다. 그 아이가 자라 여고생이 되고, 어느새 성숙한 여인이 되어 비단결 같은 머리카락에 ‘머리핀’ 대신 꽂았을 때, 소박한 구절초는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한 꽃이 된다. # 먹을거리, 볼거리 풍성 영평사에 가면 반드시 맛봐야 할 것이 국수와 백련잎 찹쌀밥. 점심무렵이면 무료로 제공되는 국수를 먹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잇는다. 사찰음식이 그렇듯, 일체의 조미료를 쓰지 않고 죽염수 등으로만 간을 맞춰 정갈한 맛을 낸다.2∼3년된 된장이 익어가는 장독대를 소반삼고, 청량한 공기를 반찬삼아 먹는데, 노인이건 장성한 청년이건 한그릇을 게눈 감추듯 비워낼 만큼 일품이다. 백련잎에 싸서 쪄낸 찹쌀밥을 이곳에선 연선식이라고 부른다. 반찬이라고는 달랑 고추장아찌 하나. 가격은 5천원을 받는다. 그럼 맛은 어떨까? 백련잎 위에 찹쌀밥과 고추장아찌를 얹어 한쌈을 만든 다음, 입안 가득 넣어 보시라. 화려한 맛에만 길들여져 있던 미각에 새로운 충격이 더해진다. 티베트 승려들이 모래로 재현한 만다라 시연회, 산사에서 열리는 음악회 등은 눈을 즐겁게 한다. 아울러 청소년들이 세시풍속을 재현하는 중양절 잔치, 구절초 사진전시회 등이 볼거리를 더해주기도 한다. 구절초 축제는 오는 22일까지 계속된다.(041)857-1854. #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간고속도로→정안 나들목→논산·공주 방향→조치원·종촌방향→은용리→영평사 ●중부고속도로→서청주 나들목→대전·공주방면 508번 지방도→연기군 조치원읍→36번국도 공주방향→산학리→영평사
  • [北 핵실험 파장] 남한 방사능 오염 가능성 희박

    북한 핵 실험에도 불구하고 서울 등 남한지역의 방사능 오염 우려는 일단 별로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9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북한에서 TNT 800t 규모의 핵 실험이 이뤄졌고 주변지역이 완전히 방사능에 오염됐다고 가정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서울에 도달하기까지는 2∼3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부근 지역의 최대 풍속이 초속 1∼3m인 점을 감안해 추산해낸 수치라고 KINS는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해당지역의 풍향이 남서풍이어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더라도 두만강 쪽으로 향할 것으로 KINS는 내다봤다. KINS측은 핵 실험이 이뤄진 북한 함경북도 화대지역으로부터 서울은 440㎞, 강릉은 350㎞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풍향이 바뀌었을 경우를 가정해 계산하면 이같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 경우 서울에서 측정되는 방사선량도 원자력법상 자연방사선의 연간 허용선량인 0.1밀리시버트(mSv)를 크게 밑돌 것으로 예측됐다.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씨줄날줄] 시댁과 처가/이목희 논설위원

    주말 저녁 TV를 보던 아내가 한마디 했다.“새댁이 저러면 안 되지….” ‘소문난 칠공주’라는 드라마에서 새댁이 추석 연휴 일정을 놓고 새신랑과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남편은 지방의 본가부터 인사를 가는 스케줄을 내놓았다. 새댁은 “일방적 결정에 따를 수 없다.”고 항변했다. 방문 순서를 넘어서는 주장까지 했다.“나는 시댁에 가면 불편하고, 자기는 처가에 가면 불편하니까 명절 때 각자의 친가로 가서 편히 지내자.”고 제안했다. 아무리 변혁의 시대라고 하지만 명절 연휴를 ‘주부의 친정 휴식기간’으로 달라고 하다니. 역발상이 한편 신선하면서도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나 새댁의 태도가 일방적으로 비판받을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다음날 네티즌 반응에서 새댁의 주장에 동조하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와 있었다.“평소 여성 권익을 이해하는 편이라고 자부했는데, 아직 멀었군.”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개인 얘기를 하자면 부친이 돌아가시기 몇해 전부터 차례상이나 제사상 대신 가족예배를 허락하셨다. 또 나눠 싸온 음식으로 식사를 하니까 아내가 시댁에 머무는 시간은 반나절이 채 안된다. 그래도 느낌으로 안다. 시댁갈 때와 친정갈 때 아내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주변에 아직 ‘간 큰 남편’이 꽤 있다. 부부가 추석 연휴 5∼6일을 시댁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에 처가에 잠깐 들르겠다고 했다. 시댁이 친정처럼 편안하게 여겨지면 모를까, 부인에게는 고통일 듯싶다. 법원 자료에 따르면 추석과 설을 전후해 협의이혼 신청이 급격히 증가했다고 한다. 시댁 및 처가와의 갈등이 ‘명절 스트레스’를 심화시켜 이혼 신청까지 번진다는 분석이다.‘시댁과 처가’라는 용어 자체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는 이도 있다. 남자쪽 집만 ‘댁’이라는 경칭을 써선 안 된다는 것이다.‘시댁과 처댁’ 혹은 ‘시가와 처가’로 하자고 했다. 얼치기 페미니스트들은 따라가지 못할 만큼 명절 풍속이 빨리 바뀔 것 같다. 남녀와 노소, 어느 한쪽이 적응하지 못하면 집안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지나 큰 사회문제로 비화한다. 올 추석에는 처지를 바꾸어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가다듬어 보자.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추석 해외여행 30만’ 북새통 공항 환전소 르포

    ‘추석 해외여행 30만’ 북새통 공항 환전소 르포

    손님 최대 얼마까지 환전할 수 있어요. 은행원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가져갈 수 있는 금액이 1만달러입니다. 손님 그럼,1만달러에 얼마죠. 은행원 1000만원 정도 됩니다. 손님 (지갑에서 가볍게 1000만원짜리 수표를 내밀며)1만달러만 주세요. 3일 오전 인천공항의 은행 환전소 앞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떠나려는 한 젊은이가 환전을 하고 있었다.1000만원짜리 수표를 꺼내들고 1만달러를 환전해 달라는 이 젊은이를 보고 은행원은 황당하다는 표정이다. 은행원은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유형이지만 볼 때마다 새삼 놀랍다.”고 말했다. 최장 9일간의 추석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여행객들의 풍속도가 잘 드러나는 곳이 바로 공항에 입주한 은행들의 환전소다. 인천공항에는 우리, 신한(옛 조흥 포함), 외환은행 등 3곳이 입주해 있다. 공항에서 이뤄지는 환전액은 전체 은행권 환전액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연휴기간 동안 전산 통합작업을 하느라 모든 은행거래를 중단시킨 신한은행도 공항의 환전소만큼은 정상 영업을 할 정도다. 한 신혼부부는 발리로 여행을 떠난다며 50만원을 내밀며 “10만원은 인도네시아 루피화로,40만원은 미국 달러화로 바꿔달라.”고 했다. 특히 “1달러짜리는 100장을 달라.”고 했다. 은행원이 “1달러짜리 20장이면 체류기간 동안 봉사료(팁)로 충분하다.”면서 “달러는 전량 수입해 오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모두 다 드릴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부부는 “원하는 대로 주면 될 것이지 무슨 말이 많냐.”고 핀잔을 줬다. 어떤 중년 신사는 환전소에서 100만원을 다른 은행으로 송금해 달라고 했다. 은행원이 “환전소에서는 환전 업무만 가능하고, 일반 은행업무는 지점에 가셔야 한다.”고 말했다. 신사는 “환전소나 지점이나 같은 은행 아니냐.”며 화를 냈다. 지점은 환전소에서 걸어서 3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신사는 “바빠 죽겠는데, 은행 서비스가 이래도 되느냐.”고 따졌다. 정말로 바쁜 사람은 고객이 아니라 끝이 보이지 않는 고객을 맞이하는 은행원들이었다. 우리은행 구종민 부지점장은 “4년 동안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이번 추석처럼 붐빈 적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구 부지점장에 따르면 평소 하루 환전 건수는 3000건 안팎이지만 연휴를 맞아 4000건을 훌쩍 넘겼다. 거액을 환전하려는 고객, 온갖 종류의 외화로 잘게 쪼개 달라는 고객, 외화동전으로 바꿔달라는 고객, 반입 불가 물품을 맡겨달라는 고객…. 갖가지 요구를 늘어놓는 고객들로 환전소는 새벽 4시에서 밤 9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돌아간다. 은행의 환전 실적만 봐도 요즘 얼마나 많은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지 알 수 있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9월 한 달 동안의 환전 실적은 1억 9738만달러였다. 올해 9월 실적(29일까지)은 2억 5278만달러나 된다. 지난달 27일 하루 실적은 971만달러였는데,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인 29일에는 1880만달러로 폭증했다. 외환은행도 9월27일 1518만달러에서 29일 2229만달러로 증가했다. 하루 5만여명씩 해외로 빠져나간 지난 1일 이후의 실적을 보태면 은행들의 환전 실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 경상수지는 5억 1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의 원인은 서비스수지 적자에 있다.8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0억 9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이 가운데 여행수지 적자가 13억 8400만달러나 됐다. 추석연휴의 해외여행은 서비스 수지 적자의 골을 더 깊게 만들 게 분명하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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