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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화제] 성적 정정기간 대학가 풍속도

    [주말화제] 성적 정정기간 대학가 풍속도

    # 질문:“성적을 정정해야 하는데 교수님이 사라지셨어요. 흑흑∼” # 답글:해외 학술회의를 떠나셨답니다. 포기하세요.ㅋㅋ… (서울 모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 ‘학점 이의신청 기간’에 돌입한 대학가가 성적 정정 문제로 들썩이고 있다. 대학가에서는 성적 정정을 놓고 학생들과 교수들간에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읍소형’,‘스토커형’,‘논리적 항의형’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성적 정정에 나서고 있다. 매년 학생들의 성적 정정 요구에 시달려온 베테랑급 교수들은 아예 성적 정정기간 동안 해외 학술회의에 참석하는 등 나름대로의 대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래도 ‘읍소형’이 최고 “취업이 임박했는데…”“집안이 어려워서 장학금을 꼭 타야 하는데…” 등 고전적인 수법이지만 ‘읍소형’의 효과가 가장 크다고 한다. 한양대 백모(42) 교수는 “성적 때문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마치 그 학생의 인생을 망칠 것 같은 두려움도 든다.”고 말했다. 교수들이 기피하는 ‘스토커형’은 성적을 정정해 줄 때까지 끊임없이 연구실을 찾아오거나 전화를 건다. 심지어 집으로 찾아와 1시간이 넘도록 구구절절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논리적 항의형’도 교수를 당황스럽게 한다. 이화여대 3학년생인 이모(23)씨는 결석도 잦고 시험 성적도 좋지 않아 보이는 4학년 선배가 자신보다 좋은 점수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당 교수는 “취업을 앞두고 있고, 재수강이어서 점수를 더 잘 줬다.”라고 해명했지만 이씨는 공개된 중간고사 성적과 매주 제출했던 페이퍼 점수를 꼼꼼하게 챙겨 이를 근거로 성적 정정을 요구했다. 일부는 ‘B학점’을 ‘F학점’으로 내려달라는 요구도 한다.‘A학점’으로 못 올릴 바에는 재수강을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과거와 달리 취업을 앞둔 4학년생뿐만 아니라 1학년 새내기들의 정정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학부제 때문에 더 좋은 전공을 선택하기 위해서다. 성적 정정을 신청한 고려대 새내기 박모(20·여)씨는 “국제어문학부에서 영문과를 지원하고 싶은데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성적이 바뀌지는 않았지만 A학점 맞은 교양과목을 A+로 올리기 위해 성적 정정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학생 등쌀 피해 해외로 교수들은 성적 정정 기간이 되면 학생들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대여섯배 정도 증가하는 것 같다고 하소연한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성적 정정 등쌀에 못이겨 해외 학술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잠적’(?)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각 대학 홈페이지마다 교수들의 행방을 묻는 글들이 자주 눈에 띄기도 한다. 학기 초부터 미리 “성적 정정은 절대 없다.”고 엄포를 놓는 교수도 많다. 한양대 이병관 교수는 “학기 시작할 때 학생들에게 성적 정정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메일로 정정을 요구하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교수 입장에서도 성적을 정정해 주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성적을 정정하려면 해당 학생의 시험지와 과제물 복사본, 시험 모범답안지, 교수 소견서(일종의 사유서나 시말서) 등이 첨부돼야 한다. 이화여대 학과조교 장모(26)씨는 “시간 강사가 재임용될 때 평가 기준에 성적 정정을 몇 번 해줬느냐가 포함되고, 전임강사나 교수도 한번 성적 정정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서류가 들어가야 하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면서 “절차가 복잡하고 교수 자신에게도 부정적인 평가가 많이 돌아오기 때문에 처음부터 채점을 꼼꼼히 하고 수정은 거의 안 한다.”고 말했다. 광운대 양한순 교수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지독한 경쟁력을 요구하는지 가늠할 수 있는 모습”이라면서 “극심한 취업난 속에 점수에 의한 석차 문화가 갈수록 대학사회를 점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거리 미술관 속으로] 세계 최대 도자벽화

    [거리 미술관 속으로] 세계 최대 도자벽화

    서울 청계천 도자(陶瓷)벽화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가 광교부터 삼일교까지 벽면을 병풍처럼 휘감고 있다. 청계천 반차도는 높이 2.4m, 길이 186m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벽화이다. 벽에 붙은 도자타일(30×30㎝)만 4960장이다. 반차도는 고증한 작품인 동시에 창작품이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200년을 넘나들며 작품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원본은 정조가 1795년 2월 아버지 사도세자의 환갑을 맞아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수원 화성과 현륭원(사도세자 무덤)을 다녀와서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 나왔다. 이 책에 단원 김홍도 등이 창덕궁에서 광통교를 지나 화성으로 가는 왕의 행차 모습을 흑백 목판화로 그렸다. 1994년 한영우 전 서울대 교수가 목판화에 채색을 입혔다. 세월 탓에 색이 바랜 채색 목판화와 뒷모습을 그린 두루마리 행렬도를 고증해 작품의 색깔을 하나하나 정했다. 가로 15m, 세로 18m의 반차도를 청계천 도자벽화로 확대 제작하면서 강석영 이화여대 교수가 채색의 명암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헌정 작가가 조선시대 백자를 재현해 타일 원판을 제작하고, 여기에 17가지 안료를 써서 인물 1779명과 말 779필을 그렸다. 도자를 빚어 굽고 채색하는 일은 모두 손으로 했다. 이로써 과거의 유물이 생명력을 지닌 현재의 미술작품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정조는 왕의 가마 정가교(正駕轎)를 타지 않았다. 효성이 지극한 터라 어머니 혜경궁 홍씨 앞에 갈 수 없다고 고집을 부렸기 때문이다. 혜경궁 홍씨의 자궁가교(慈宮駕轎)에 이어 정조가 탔다는 좌마(座馬)가 보이지만 정조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일부러 그리지 않았다. 왕을 대충 작게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반차도는 한 폭의 풍속화이기도 하다. 나인의 웃는 표정, 찡그린 표정조차 생생히 살아있다. 작품을 제작, 기증해 도자벽화에 이름을 새긴 조흥은행도 이제 역사가 됐다. 신한은행과 합병하면서 그 이름을 잃었기 때문이다. 한영우 교수는 “왕조의 위엄, 질서와 더불어 낙천적이고 자유분방한 인물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면서 “정조 반차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독일 나치군이나 북한 인민군과 확연히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겨울방학 한강에서 놀자

    서울시 한강사업본부가 겨울방학을 맞아 한강에서 놀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눈썰매장, 철새탐조, 전통연 날리기 등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행사들이 풍성하다. 겨울철새를 관찰하는 한강 유람선이 뜬다. 다음달 28일까지 운영되는 탐조 유람선에서는 여의도∼동작대교∼밤섬 등을 돌며 한강을 찾아온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유람선이 운행하는 1시간30분 동안 조류전문가인 윤무부 교수와 경희대 자연사랑 동호회 ‘아리’가 겨울철새 이야기를 들려준다.가족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순서도 준비된다. 밤섬 철새조망대도 내달 28일까지 운영된다.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고배율 망원경으로 원앙, 청둥오리, 민물가마우지, 흰죽지 등 겨울철새 20여종을 관찰할 수 있다. 한강에서 눈썰매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음달 20일까지 운영되는 여의도와 뚝섬 눈썰매장의 열기는 눈이 녹아내릴 정도라고. 여의도의 경우 9300평 규모에 폭 20m, 길이 110m, 높이 11m의 슬로프가 조성돼 있고, 뚝섬은 5800평에 성인용 슬로프(폭 20m, 길이 110m, 높이 11m)와 어린이용 슬로프(폭 10m, 길이 30m, 높이 1.2m)가 각각 마련돼 있다. 개장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어린이 2000원, 청소년 3000원, 어른 4000원이다. 선유도공원 강연홀과 전망테크에서 오는 16일부터 27일까지 전통연 만들기 행사가 열린다. 사단법인 민속연보존회 노순씨가 세시풍속과 연의 역사는 물론 만들기와 날리기 강의를 진행한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15) 13월의 태양이 뜨는 나라

    (15) 13월의 태양이 뜨는 나라

    섣달 그믐날이 가면 오는 ‘설날’이 한해의 시작을 의미하던 시절이 우리에게도 있었다. 우리도 서역(西曆)이 아닌 우리 고유의 달력을 쓰던 때가 있었으니까. 그때는 설날이면 설날이지 그걸 다시 음력설이나 양력설로 나누어 기념하는 번거로움은 없었다. 우리가 ‘설날’이라는 말을 되찾은 게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그 사이 ‘음력설’도 모자라 ‘민속의 날’로 바꿔 써야 하는 수모를 겪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신정’, ‘구정’이라며 새날을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다. ‘설날’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데 정작 그 날을 기념해야 할 사람들에게 기준이 없어서 벌어진 일인지도 모르겠다. ’설날’이라는 말은 되찾아 왔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의 기준으로 보면 그날은 더 이상 새해 첫날이 아니다. 한국이나 중국, 베트남처럼 음력을 사용하는 나라들은 다 그렇게 ‘설날’과 새해가 다르다. 남이 쓰는 달력을 사용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다. 에티오피아에 오기 전에는 새해와 ‘설날’을 두 번씩 기념하는 나라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음력을 사용하는 나라들뿐인 줄 알았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도 그런 나라 중에 하나였다. 우리는 새해와 ‘설날’의 차이가 양력과 음력의 차이라서 날짜가 길어도 두 달을 넘지 않는다. 달력의 한해가 바뀌고 한달 이내, 혹은 한달이 조금 넘으면 설날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에티오피아는 무려 아홉 달이 지나서야 설날을 맞이할 수 있다. 게다가 연도도 우리 역법으로 따지면 7년이나 늦다. 따라서 에티오피아의 신년 풍속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독특한 캘린더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에티오피아에는 태양이 13개월이나 뜬다는 사실을 아는가. 에티오피아는 우리처럼 서역인 그레고리안(Gregorian) 역법을 사용하지 않고 율리우스 역법(Julian Solar Calendar)을 사용한다. 그 때문에 에티오피아 캘린더는 우리 보다 약 7년이 늦어 이들에겐 아직 2007년이 오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캘린더로는 올해가 1999년이다. 율리우스 역법에 따라 에티오피아에서 한달은 30일이다. 이렇게 12달을 계산하고 남은 5일 혹은 6일은 이들이 ‘뽜그메(’뽜’는 파열음)’라고 부르는 13월이다. 이들의 캘린더 시스템을 모르면 도저히 왜 에티오피아에는 13월의 태양이 뜨는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그들에게는 1년이 12개월이 아닌 13개월이 되고, 신년은 매년 1월 1일이 아닌 9월 11일부터가 된다. 온 세계가 다 치른 밀레니엄을 이들은 올해 맞이하게 된다. 참고로, 우리가 쉬는 매년 1월 1일은 이들에게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에티오피아 관공서는 이날 근무를 한다. 우리가 해가 바뀌는 1월 1일과 곧 찾아오는 설날에 나름의 풍속이 있듯이 에티오피아에도 고유의 풍습이 있다. 우리 달력으로는 9월에 해당되며 9월도 첫 날이 아닌 11일부터 새해가 시작되기 때문에 서역을 사용하는 나라에서 온 이방인들에게는 9월 한 달이 참 낯설다. 학원이나 헬스클럽, 수영장 등이 9월 12일부터 개강을 하고, 금연이나 금주의 다짐을 9월 11일부터라고 못 박는 경우가 많다. 에티오피아 정교회, 이슬람교, 개신교가 에티오피아 내에서는 아주 사이가 좋은데, 이날 교회나 모스크에서는 그리 요란하지 않은 예배를 본다. 가정에서는 우리처럼 차례를 지내는 의식은 없지만 명절을 전후로 한 일주일간 온 집안에 마르지 않은 파란 풀들을 깔아 놓는다. 이 풀들은 거의 1주일 동안 청소를 하지 않은 채로 방치해 둔다. 바닥에 풀들이 깔리기 시작하면 만나는 사람들에게 ‘은콴 아데라사초(Happy Holiday)!’라고 인사한다. 우리가 새해에 만나는 사람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 것처럼 에티오피아 사람들이 나누는 새해 인사다. 그리고 온 가족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평소 주식으로 먹는 ‘인제라’에는 소스의 종류가 몇 가지 늘어나고, 양을 집에서 직접 잡아 요리를 하기도 한다. 담소를 나누며 주전부리 할 수 있는 음식도 마련한다. 이 때 대표적인 것이 에티오피아 전통 스타일의 빵인 ‘다보’와 ‘보꼴로’라고 부르는 옥수수다. 소수민족의 하나인 거라게족들은 마당 한가운데 불을 피우고 여기에 가마솥 뚜껑을 엎어놓은 것 같은 대형 팬을 내 건다. 팬에 볶는 ‘보꼴로’에서 고소한 냄새가 나는 동안 남자들은 노래를 부르며 키높이 정도의 나무를 묶어 태우면서 온 집안을 돌아다닌다. 매캐한 연기가 온 집안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구경하면서 두런두런 서로 이야기들을 나눈다. ‘보꼴로’를 볶는 곳 옆에서는 커피 생두를 직접 볶아 뽑아 낸 커피가 준비되기도 한다. 그러면 서역을 쓰는 나라들이 새해라고 부산을 떠는 때에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무엇을 할까. 대개 우리의 1월에 해당하는 이 때가 되면 에티오피아에서는 새해와는 상관없는 두 가지의 큰 행사가 열린다. 두 가지 모두 에티오피아 정교회의 영향에서 온 행사인데 하나는 그리스도 탄생을 기념하는 1월 7일의 크리스마스이고 다른 하나는 그리스도의 세례를 기념하는 1월 19일의 팀캇(Timkat 혹은 Timket, 암하릭어로 말할 때는 좀 세게 발음해야 한다.) 페스티벌이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에티오피아에서 크리스마스는 12월 25일이 아니라 1월 7일이 된다. 암하릭어로 ‘제나(Genna)’라고 하는 크리스마스가 오면 사람들은 전날부터 교회에서 날을 새우며 예배를 본다. 그리고 당일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데, 9월 11의 설날처럼 이 시기에 고향을 떠났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온다. 1월 19일에 대대적으로 거행되는 팀캇 페스티벌은 공식적으로 3일이 휴일인데 대부분 일주일 정도의 연휴를 즐기며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이 날도 사람들은 광장으로 모여 축제를 즐기는데 특히 세례의식이 포함되기 때문에 서로 물을 뿌리며 그리스도의 세례의식을 기념한다.       <윤오순>
  • [민속학으로 본 돼지 해] 왜 황금돼지 해인가

    2007년은 왜 황금돼지 해인가. 일반적으로 돼지해는 12년 만에 한번씩 찾아오며,‘붉은 돼지해’에 해당되는 정해년(丁亥年)은 60년 만에 찾아온다. 정(丁)은 음이자 화(火)에 해당된다. 화(火)는 붉은색이니 붉은돼지라 볼 수 있다. 검은돼지나 흰색돼지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붉은 돼지는 쉽게 만날 수 없다. 그렇다면 붉은돼지와 황금돼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첫째, 음양오행 학문은 중국에서 탄생되었다. 중국에서 붉은색은 재물을 상징하고 붉은색은 복을 가져다 준다며 최고의 색으로 본다. 중국의 입장에서 붉은색 돼지해에 해당되는 정해년을 황금돼지 해라고 보는 것이다. 둘째, 정해년은 고전명리학의 학설 중 하나인 납음오행으로 보면 옥상토(屋上土)를 의미한다. 오행에서 토(土)는 노란색, 즉 황금색이니 돼지띠 해인 정해년을 황금 돼지띠 해라고 본다. 돼지는 매우 길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넘친다. 돼지는 먹성이 좋아 먹을 복이 있다. 그러므로 돼지띠 사람은 재물복과 먹을 복이 있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그냥 돼지띠도 아니고 바로 황금돼지띠 해는 더욱 길하다고 보는 것이다. 황금돼지 해, 황금돼지띠는 재물 복이 있고 돈벼락을 맞이한다고 믿는 것이며, 항상 길운이 따르고 편안한 인생을 살아간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정해년에 태어난 사람은 재물 복이 있는가? 사람은 희망을 가지면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삶이 희망적으로 풀려나간다. 우리 아이가 좋은 삶을 산다고 믿고 아이를 키워 나간다면 이 또한 기분 좋은 일 아닌가? 미신에 매몰돼 억지로 따르는 경우는 분명 문제가 되겠지만 과학이란 잣대로 조상의 문화와 풍속, 삶의 방식까지 부정한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대보름에 부럼을 깨문다든가, 강강술래를 하면서 복을 빌면 복이 들어온다는 것처럼 문화는 고유의 특성이 존재하듯 전통과 속설이 백성들 사이에서 희망과 긍정의 미학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 [민속학으로 본 돼지 해] 민속학서 돼지의 의미

    [민속학으로 본 돼지 해] 민속학서 돼지의 의미

    돼지(亥)는 12지의 열두번째 동물이다. 해방(亥方)은 북서북에 해당하는 시간과 방향을 지키는 시간신(神)이자 방위신에 해당한다. 돼지는 한국 신화에서 신통력을 지닌 동물, 제의의 희생, 길상으로 재산이나 복의 근원, 집안의 재신(財神)을 상징한다. 반면 속담에서는 대부분 탐욕스럽고 더럽고 게으르며 우둔한 동물로 묘사된다. 돼지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한반도에 살았다. 경남 김해·양산, 황해도 몽금포 등지의 조개무지에서 멧돼지 이빨이나 뼈가 출토되고 있다. 울주 대곡리 암각화에도 멧돼지가 새겨져 있다. 멧돼지 모양의 토우는 이미 부산 지방의 동삼동 조개무지에서 보이고 있다. 신라 토우에서도 멧돼지 모양이 다른 동물보다 훨씬 많다. 이처럼 돼지의 조상격인 멧돼지가 출토되고 표현되는 것으로 보아, 야생 멧돼지가 한반도 전역에 자생하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의 멧돼지는 뭉툭한 몸뚱이, 거친 털, 길다란 주둥이, 조그만 눈, 빈약한 꼬리 등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저돌(猪突)이란 말처럼 성이 나서 날뛰면 그 날랜 동작이란 노한 호랑이와 진배없을 정도이다. 우리의 고대 문헌이나 문학에서의 돼지는 상서로운 징조로 많이 나타난다. 신라 태종무열왕의 즉위 원년에 돼지를 바치는 자가 있었다. 그런데 머리 하나에, 몸뚱이는 둘, 발이 여덟개였다. 해석하는 자가 이는 천하를 통일할 징조라 했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다. ‘돼지 같은 녀석’이라고 욕을 하면서도 한국인은 꿈에 본 돼지는 대단한 귀물(貴物)로 친다. 만일 돼지에 개마저 덧붙이면 그 욕은 사뭇 상소리가 되는데도 돼지꿈은 용꿈과 같은 항렬이다. 한국인이 갖는 동물꿈 가운데 돼지는 용과 더불어 최상의 길조라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돼지꿈과 용꿈은 최고의 꿈이지만 속신에 돼지띠와 용띠는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한다. 용은 12지 짐승의 형태를 골고루 다 갖추고 있으나, 용의 코는 시커먼 돼지코이고 용의 발굽이 돼지의 발굽으로 제일 못생긴 것만 닮았기 때문에 용은 돼지를 싫어한다. 그래서 돼지띠 여자가 태몽으로 용꿈을 꾸고서 아들을 낳았다고 해도 아들이 커서 귀하게 되기는커녕 말썽만 일으키게 된다고 믿는다. 돼지꿈은 부의 상징이다. 집안에 모시고 믿음을 바치던 ‘업신’이 현실의 재물신이라면, 돼지는 꿈속의 재물이다. 어쩌면 돼지꿈은 용꿈보다 한 수 위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돼지꿈은 단적으로 길조와 행운의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돼지는 다산(多産)까지 겸하고 있다. 돼지우리의 주변은 항상 습기가 차고 더러운데, 돼지의 땀샘이 발달하지 못해 체내의 모든 수분을 소변으로 배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설장소를 따로 만들어 주면 냄새를 맡고 그 장소에서만 배설하며, 누울 곳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보통 돼지우리는 지저분한 것의 대명사로 여기지만 실은 소나 닭보다 깨끗한 동물이다. 가축으로서 돼지는 고기와 지방을 얻기 위한 것이었지만, 하늘에 제사 지내기 위한 신성한 제물(祭物)이었다. 돼지는 일찍부터 제전(祭典)의 희생으로 쓰여진 동물이다. 제전에서 돼지를 쓰는 풍속은 멀리 고구려시대부터 오늘날까지도 전승되는 역사 깊은 민속이다. 고구려 때는 하늘에 제물로 바치는 돼지를 교시(郊豕)라고 해서 특별히 관리를 두어 길렀고, 고려 때는 왕건의 조부 작제건이 서해 용왕에게서 돼지를 선물받았다. 조선시대에 와서도 멧돼지를 납향(臘享)의 제물로 썼다. 오늘날 무당의 큰 굿이나 집안의 고사, 마을 공동체 신앙에서도 돼지를 희생으로 쓰고 있다. 돼지는 이처럼 제전에서 신성한 제물이었기 때문에 돼지 자체가 신통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고구려 유리왕은 도망가는 돼지를 뒤쫓다가 국내위나암(國內尉那巖)에 이르러 산수가 깊고 험한 것을 보고 나라의 도읍을 옮겼다. 고구려 산상왕은 아들이 없었는데, 달아나는 교시를 쫓아 가다가 한 처녀의 도움으로 돼지를 붙잡고, 그 처녀와 관계하여 아들을 낳았다. 부여에서도 돼지가 벼슬이름으로 있다. 이러한 관념은 다시 돼지를 상서로운 길상의 동물로 표출하는 것이다. 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
  • [어린이 책꽂이]

    ●신화가 숨겨진 나무들(김숙분 글, 송태원 그림, 가문비어린이 펴냄) 하늘나라의 왕자 환웅은 태백산에서 가장 우람한 박달나무에 내려와 그곳에 나라를 세우고 우리의 시조인 단군왕검을 낳는다. 전쟁의 신 오딘은 자신의 눈을 팔아 지혜를 얻고 물푸레나무에 살면서 신과 인간들에게 지혜를 나눠 주고, 신들의 왕 제우스는 참나무에서 살며 자신의 뜻을 인간에게 전한다. 마왕과 발키리는 오리나무에 살면서 사람들을 악한 길에 빠뜨리고 괴롭히다가 결국 오리나무를 떠나 허공을 떠돌게 된다. 나무와 관련된 세계의 신화를 소개.8000원. ●일년은 열두 달(엘사 베스코브 글·그림, 김상열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우리가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등 명절을 쇠고 풍속을 따르듯, 스웨덴에도 여러 가지 풍속이 있다. 국민의 대부분이 스웨덴 국교회 교도인 스웨덴 사람들은 다양한 기독교 절기들을 따른다. 사순절(부활제 전 40일간) 날 깃털을 단 나뭇가지로 사람들을 때리거나 ‘셈라빵’을 먹고, 오월제 때는 꽃으로 장식한 나무기둥 주위를 돌며 춤을 춘다. 스웨덴 최고의 어린이책 상인 ‘닐스 홀게르손’ 훈장을 받은 저자가 지은 서정성 넘치는 그림책.8000원. ●이집트의 왕비 네페르타리(로베르타 안젤레티 글·그림, 김정윤 옮김, 애플트리 테일스 펴냄)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정교한 것으로 알려진 이집트 문명은 파라오 시대인 기원전 3000년부터 페르시아에 의해 몰락하는 기원전 525년 사이 가장 화려한 꽃을 피웠다. 이 그림책은 람세스 2세의 왕비 네페르타리가 살던 고대 이집트 시대를 다룬다.‘여왕의 계곡’으로 떠난 주인공을 따라가면 역사 속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8000원.
  • [책꽂이]

    ●노자(노자 지음, 최재목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현존하는 최고(最古) 판본인 곽점초묘죽간본 ‘노자’의 완역서. 이 초간본 ‘노자’는 지금부터 약 23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중국 초나라 때의 무덤에서 출토됐다. 사마천의 ‘사기’ 등의 기록에 따르면 노자는 기원전 571년 이전에 하남성 녹읍현에서 태어났으며, 춘추시대 말기 주나라의 수장실사(守藏室史, 장서실 관리인)를 지낸 것으로 전해진다.‘노자’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 존재와 원리를 도와 덕으로 설파한 도가사상의 성전. 문장의 전후가 모순되는 곳이 있고, 장과 장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곳이 있어 한사람이 쓴 게 아니고 오랜 세월에 거쳐 여러 사람이 쓴 것으로 추정된다.1만 8000원.●우리말 달인(심재방 엮음, 선 펴냄) 가게는 원래 한자어 가가(假家, 임시로 지은 집)에서 온 말이다. 큰 것은 어물전처럼 전(廛)이라 했고, 구멍가게처럼 규모가 작은 것은 가가라 했다. 그 가가가 변음돼 가게가 된 것. 피죽바람이란 무슨 뜻일까. 모낼 무렵 오랫동안 부는 아침 샛바람(동풍)과 저녁 북서풍을 가리킨다. 모낼 무렵에 이 바람이 불면 벼가 큰 해를 입어 흉년이 들기 때문에 피죽도 먹기 어렵다는 데서 생겨난 말이다. 현직 고등학교 국어교사가 쓴 우리말 우리글 길라잡이.1만 8000원.●한국 야담 연구(이강옥 지음, 돌베개 펴냄) 야담은 주로 한문으로 기록된 비교적 짧은 길이의 잡다한 이야기들을 가리킨다. 사전적 의미로는 정사(正史)에 대응되는 외사(外史), 즉 국가에서 임명한 사관 이외의 사람이 꾸민 역사를 말한다. 민간에 떠돌아 다니는 궁중비화나 정치 뒷이야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책은 야담의 역사적 존재방식을 밝히고 야담 고유의 서술미학을 살핀다.‘학산한언’ ‘천예록’ ‘동야휘집’ ‘금계필담’ ‘차산필담’ 등 조선시대의 주요 야담집에서부터 ‘일사유사’등 장지연의 근대 서사문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뤘다.3만원.●마티스와 함께한 1년(제임스 모건 지음, 권민정 옮김, 터치아트 펴냄) 마티스의 고향인 피카르디를 비롯해 프랑스 곳곳에 남아 있는 화가 마티스의 흔적을 좇은 여행기. 미국의 작가인 저자는 잿빛 파리에서는 마티스의 파리 시절 그림의 무거운 색조를 느끼고, 벨릴 섬에서는 빛나는 원색을, 코르시카 섬에서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이해한다. 모로코에서는 내면적인 화가였던 마티스의 고뇌를 느끼며, 마티스가 말년을 보냈던 니스와 방스에서는 마티스가 살던 방에 묵으며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1만 5000원.●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귄터 베셀 지음, 배진아 옮김, 서해문집 펴냄) 제바스티안 뮌스터의 저서 ‘코스모그라피아’가 출간되게 된 과정과 책의 내용 등을 살폈다.1544년 처음 출간된 ‘코스모그라피아’는 바젤 대학에서 히브리어를 강의하던 뮌스터가 당시의 세계를 묘사한 책. 중유럽 사람들이 각국의 풍속과 관습, 신앙 등에 대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뮌스터는 프랑스인을 “편 가르기 좋아하고 선동적이며 고집이 세고 이성보다는 힘이 우세한 민족”이라고 평했다. 뮌스터는 세계를 묘사했지만 제대로 된 여행이라고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학자였다.1만 6500원.
  • 강원 동해 풍속도 해학적으로 묘사

    지방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 서울에서 주목받기는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향토문인들은 ‘쥐볕’만큼이나 쬐기 어려운 기회 속에서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통해 지방문단을 지켜나가고 있다. 강원도 동해의 소설가 홍구보(본명 홍준식·53)씨도 그런 향토작가 가운데 한명이다. 지난 1999년 ‘제5회 김유정 소설문학상’ 수상작가인 홍씨는 한번도 고향을 떠나본 적이 없는 강원도 토박이다. 그런 그가 강원도 정서가 물씬 풍기는 소설집 ‘조통장 난봉기’(청옥 펴냄)를 최근 출간했다. ‘가자미’ ‘두타산이 준 생일선물’ 등 11편의 중·단편을 모아 펴낸 소설집은 그대로 강원도 동해 주변이 주무대다. 작품마다 두타산, 무릉계곡, 추암·망상해수욕장, 전천 하구, 이기령, 북평중앙시장, 동해항, 송정마을 등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뭐여, 거게. 청승맞게 앉아있는 게?” “앙이요. 그저…. 담배 한대 주소. 웃말 밭에 댕겨오는 거유?”(‘선녀와 나무꾼’ 부분) 강원도 사투리와 속담, 부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현장언어 등도 실감나게 묘사돼 있다. 영상이 궁금해질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동양화 17편도 소설을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역시 동해에서 활동하는 우의화 화백 그림이다. 작가 홍씨는 “고향살이에서 고향사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고향에서 겪었던 사건과 추억들을 재미있게 엮어보려 했다.”고 말했다.326쪽,1만원.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뭐요, 아름다운 여체 위에 진귀한 생선회가!

    뭐요, 아름다운 여체 위에 진귀한 생선회가!

    “‘쭉쭉빵빵’하게 쭈욱 빠진 아름다운 몸애의 여체 위에 다소곳이 데코레이션된 진귀한 생선회를 한번 즐겨보실래요?” 중국 대륙에 아름다운 S라인의 여체 위에 생선회를 데코레이션한 뒤 한 잔의 와인과 곁들여 즐기는 퇴폐적인 호텔 레스토랑 메뉴가 등장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시대를 연상시키는 이 퇴폐적인 메뉴를 내놓은 곳은 중국 동북부의 랴오닝(遼寧)성 안산(鞍山)시의 한 호텔 레스토랑.이 호텔 레스토랑은 최근 전단지에 아름다운 전라 여성의 몸 위에 각종 진귀한 생선회와 해산물,식물성 요리 등을 데코레이션해 올려놓아 손님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한 ‘풍성한 여체’라는 이름의 퇴폐적인 메뉴를 개발해 돈벌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천산만보(千山晩報)·화상신보(華商晨報) 등이 26일 보도했다. 이들 신문은 이 전단지를 보고 호기심이 발동한 위정(于正·가명)씨가 이 호텔 레스토랑으로 문의해본 결과 이 세트 메뉴는 각종 진귀한 생선회와 해산물,식물성 요리들을 맛본다고 생각하면 된다며 최소 2시간 전에 예약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밝혔다. 호텔 지배인에 따르면 ‘풍성한 여체’메뉴는 일단 2시간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아리잠직한 전라 여성 모델의 늘씬한 몸매 위에 여러가지 진귀한 생선회와 해산물을 아름답게 데코레이션해야 할 시간(90분 정도)이 필요한 까닭이다.가격은 한 세트에 4600위안(약 55만 2000원). 이 세트 메뉴를 먹는 시간은 1시간 20분.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면 몸의 온도로 인해 생선회와 해산물 등이 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사 인원은 세트당 6명 이하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세트 메뉴의 모델은 20살 전후의 아리따운 여성이며,몸매는 축 빠져 늘씬하다.피부는 아주 희고 탄력이 있어야 하며,현지 안산시를 제외한 외지인 출신만이 가능하다. 특히 이 호텔의 이 세트 메뉴를 시키는 손님들의 신분을 완전 보장해주며 식사하는 장소도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안가(安家)에서 이뤄진다고. 안산시 위생감독소 관계자는 이와 관련,“직접 인체 위에 생선회·해산물 등 신선 음식을 차려 먹는 것은 불법“이라며 “이는 인체 자체가 온도를 가지고 있는 데다 시시각각으로 신진대사가 이뤄지고 있어 비위생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풍성한 여체’ 메뉴 이 메뉴는 원래 일본에서 개발,판매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일본에서도 퇴폐적이고 저속하다는 비판을 받아 수요가 날로 줄어드는 바람에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의 남부 지역에서 이 메뉴를 직수입,판매에 나섰으나 감독당국으로부터 퇴폐적이고 미풍풍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폐업됐다고 한다.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실습 고교생 ‘마도로스 꿈’ 묻다

    아르헨티나 해역에서 조업하던 부산 선적 트롤어선이 기상 악화로 침몰해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됐다. 사망자 가운데 부모를 잃고 고아로 자라 마도로스의 꿈을 키우던 원양조업 실습 고교생이 포함돼 있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20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대서양 포클랜드 북동방 370마일 아르헨티나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인성실업 소속 트롤어선 제207인성호(925t급)가 침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당시 기상 조건은 파고가 4∼5m, 풍속은 초속 20m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성호는 기상이 나쁜 상황에서 그물을 내리고 조업하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에는 한국인 10명, 중국인 13명, 베트남인 11명 등 선원 34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아르헨티나에 협조로 사고 현장에서 실종자 2명을 찾고 있다. 이날 사망한 김군은 남해해양과학고교 기관과 3학년에 재학 중인 실습생으로 지난 8월 기관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1년 동안의 해양실습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김군의 작은아버지(45)는 “조카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어선을 타 돈을 벌겠다.’면서 작은아버지 생활에 짐이 되지 않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는데 이렇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며 눈물을 흘렸다. 김군은 10여년 전 부모가 이혼한 뒤 부산에서 아버지(50)와 함께 살다 아버지가 병으로 숨지자 1999년 남해에 사는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군은 차분한 성격으로 학업 성적도 전교에서 1∼3등을 할 정도로 모범생이었다. 남해해양과학고 관계자는 “지금까지 실습생이 사고를 당한 적은 없는데 안타깝다.”면서 “장례를 학교장으로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서구 암남동에 위치한 인성호의 선사인 인성실업 부산지사에는 유족들의 전화가 빗발쳤으며 회사로 찾아온 일부 유족들은 “믿을 수 없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사망자 선장 임인택(40·부산 동구 수정1동), 기관장 김진기(50·부산 동구 좌천1동), 김보수(18·경남 남해군 미조면), 송웨이(18·중국) ◇실종자 김병학(52·경북 경주시 구정동), 최호(42·경남 진주시 평거동)남해 이정규기자·부산 김정한기자 jeong@seoul.co.kr
  • [이 한권의 책] 베이징·상하이 문화差를 말한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수인사를 할 때 고향을 묻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지역정치를 불식하겠다는 노력인 줄 안다. 그런데 중국은 안 그렇다. 초면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상대의 고향을 묻고 심지어 나이까지 묻는다. 그만큼 한 사람의 캐릭터나 한 나라의 문화가 종족이나 지리적 환경에 달려 있다는 잠재적인 지혜가 작용된 것이다. 중국은 크다. 그리고 우리에겐 숙명적인 관계다. 꼭 알아야 하고, 등질 수 없는 사이다. 그들을 아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요즘 서점가에 홍수를 이루는 중국 알기의 책들이 그걸 증언한다. 그런데 그 나라와 그 문화를 일구는 주체는 다름 아닌 사람이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은 낱낱이다. 열 사람이면 열 가지다. 그러나 사람은 모여서 살고, 같은 문자와 언어 말고도 같은 지리, 같은 기후로 산다. 그래서 떼를 이루고 떼는 서로를 닮기 마련이다. 중국 춘추 때, 공자의 손자인 자사가 지었다는 ‘중용’이란 경서에는 일찍이 중국에는 남·북이 있고, 남·북 사람이 있다 하면서 북방 사람은 강인하고 남방 사람은 온유하다고 했다. 그 북방의 중심이 베이징이요, 남방의 중심이 지금의 상하이다. 베이징은 춘추 때부터 한 나라의 서울이었지만, 상하이는 한 세기 반 전까지만도 쓸쓸한 어촌이었다. 그럼에도 인근의 항저우와 쑤저우의 양대 문화권, 곧 오월문화의 영향권에서 그 성장이 가속화되다가 동서 교류의 물살을 타고 급성장한 도시다. 우리나라에 남북의 차이가 있고, 일본에 동서의 양립이 있듯 상하이런(上海人)과 베이징런(北京人)은 중국의 남북과 남북문화의 대변자로 충분했다. 상하이가 세속적이고 서구화한 여러 가지 얼굴의 개방적 도시라면 베이징은 철학적이고 귀족적인 단조로운 얼굴의 중국적인 도시다. 상하이런이 똑똑하고 이상적이면서도 자주적이고 실리적인 합리주의자라면 베이징런은 호방하고 의례적이면서도 회고적이고 소박한 사림주의자랄 수 있겠다. 한편 상하이가 공상(工商)을 중심으로 횡적 발전을 거듭한 현대적 도시이면서도 더러는 교활할 정도의 실속 차리기나 돈 벌레가 버글거리는 상하이런을 거느리고 있다면, 베이징은 사농(士農)을 중심으로 종적인 발전을 이룩한 정치적 도시이면서 더러는 후퉁(골목)에 막힌 채 즈(체면)에 급급한 베이징런을 기르고 있다. 그것은 남북문화의 상징일 뿐 아니라 남·북 중국 사람의 전형이기도 했다. 그렇게 중국인·중국문화의 양대 전형은 곧 중국인 전체와 중국문화의 총체를 이해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평택대 중국학과 지세화 교수의 유창하면서도 맛깔 난 번역으로 옮겨진 이 책의 원본은 2001년 중국의 대표적인 출판사인 싼롄(三聯) 서점이 엮은 ‘北京人·上海人’이다. 원본 자체가 잘 엮어졌다. 중국 현대문학의 비조요 문호로 불리는 루쉰이나 린위탕으로부터 현대의 문제작가·첨단학자로 불리는 위추위나 룽잉타이, 왕안이 등이 각각 두 팀으로 나뉘어 상하이와 베이징을 깊게 그리고 넓게 역사적 근거와 체험적 육성을 모았다. 특히 역자는 해박한 중국문학의 바탕 위에 오랜 번역 훈련을 살려 베이징과 상하이의 특이한 풍속과 토속적인 언어에 이르기까지 난도질을 쳐서 재생시킨 느낌이 완연했다. 이제 중국 알기의 책도 가려먹을 때가 되었다. 허세욱 한국외대 초빙교수
  • 사생활의 역사/ 필립 아리에스 등 엮음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나 푸코의 ‘말과 사물’은 묵직한 철학책임에도 마치 핫케이크처럼 팔려나갔다. 이후 필립 아리에스와 조르주 뒤비가 책임 편집한 ‘사생활의 역사’(전5권)만큼 상업적 베스트셀러처럼 많이 팔려나간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프랑스에서만 20만질이 팔렸다. 풍속사와 예술사, 정치사, 일상사 등을 하나로 아우르는 ‘아래로부터의 종합사’라 할 수 있는 ‘사생활의 역사’가 마침내 국내에서 완간됐다. 도서출판 새물결은 2002년 1,3,4권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 2권(성백용 등 옮김)과 5권(김기림 옮김)을 펴냈다. 특히 이혼, 신체, 다이어트, 성, 가족, 리틀 맘, 황혼이혼 등의 문제를 다룬 5권은 우리 현실을 그대로 투시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현실감 있게 묘사해 관심을 끈다.‘눈을 위한 축제’라는 평을 받았을 만큼 정교한 3000여점의 도판은 이 시리즈를 단순한 책을 넘어 하나의 ‘작품’의 경지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각권 4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열린세상] ‘신 오적(新 五賊)’의 폭탄돌리기/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1970년 시인 김지하는 ‘사상계’에 ‘오적’(五賊)이라는 시를 발표했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그리고 장·차관 등 다섯 직업군이 당시 우리 사회를 더럽히는 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풍속사범 오적’,‘우범 오적’ 등 우리 사회에서 나타난 악의 축들을 그의 시로 불러내 혼쭐을 냄으로써 국민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했다. 그 많던 오적들이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상당수가 버젓이 살아서 여전히 국민들의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오적에 대해 갖는 반감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적의 수가 훨씬 많아졌다. 온갖 곳에서 ‘편 가르기’가 성행한 탓인지 서로가 적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다. 기업과 근로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성장론자와 분배론자,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 편이 갈려 모두가 적이 되었다. 이런 ‘편 가르기’ 와중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서로에게 돌리는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연금폭탄, 세금폭탄, 나라 빚 폭탄, 부동산폭탄 등이다. 연금폭탄과 나라 빚 폭탄은 현 세대에서 미래세대로 넘겨지고 있고, 부자들에게 떠넘기려 했던 세금폭탄과 부동산 폭탄은 서민과 세입자에게 돌려지고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폭탄을 돌리도록 만든 장본인들을 ‘신 오적(新 五賊)’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거짓말 선수, 편가르기 선수, 인기영합 선수, 무책임·무능력 선수, 그리고 남 탓하기 선수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구 오적’에 못지않게 나라를,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부자들에게 세금 더 거두고 돈 잘 버는 기업들을 혼내준다고 큰소리쳐 이들 신 오적은 너무나 믿음직했으며 인기도 상당히 높았다. 그런데 지금은 신뢰가 철저한 불신으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박수를 보내던 국민들은 가진 자들을 혼내주기는커녕 자신들이 더 힘들어졌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실패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고 사과 한마디도 없다. 국민들은 시간이 지나면 분노를 쉽게 잊어버린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시간이 흘러 누가 ‘신 오적’이었는지 분간을 못하게 될 때 분노의 대상을 ‘구 오적’으로 다시 돌려놓으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듯하다. 국민들은 이들이 내뱉는 또 다른 달콤한 약속에 다시 한번 넘어가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들 ‘신 오적’의 말과 행동을 철저히, 끝까지 지켜보고 그들이 약속한 것을 세세히 따져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마음에 살아 꿈틀거리고 있는 편 가르기 심리를 최대한 억제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자. 기업과 부자를 무작정 미워할 게 아니라, 정당하게 돈을 버는 기업들을 늘려나가 경제를 살리도록 하고, 존경받는 부자가 많아져 누구나 부자가 되려고 열심히 일하도록 하자.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한다는 속담이 있지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가난은 ‘신 오적’들에 의해 더욱 심해지고 있다. 가난을 복지와 사회적 일자리로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을 해서 잘못된 믿음만 심어 주고 결국은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절망에 빠뜨리고 있다. 가난을 만드는 것도 경제이고 가난을 없애는 것도 경제라는 단순명료한 진리를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경제를 살려 성장을 해야 일자리가 생기고,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게 되어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계한 밀턴 프리드먼이 살았던 지난 100년은 시장과 자유를 무시한 어떤 체제도, 어떤 나라도 영속할 수 없음을 깨닫게 한 시절이었다. 또 신 오적 같은 세력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는 시절이었다. 이제 우리도 시장과 자유를 무시하면서 국민들을 현혹시킨 ‘신 오적’을 정확히 가려내 심판할 수 있어야겠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
  • 문민정부 이후 장관 출신高도 평준화

    문민정부 이후 장관 출신高도 평준화

    정부 부처의 장관을 배출하는 고등학교가 점차 평준화돼 가고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일부 명문고를 중심으로 편중현상이 심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1974년 시행된 고교 평준화 이후의 신풍속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분석은 장관 자리에 오른 평준화 세대가 극히 일부라는 점에서 무리가 있다. 그러더라도 고위 공직사회의 평준화는 대세라는 점이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28일 중앙인사위가 국회에 제출한 ‘문민정부 이후 참여정부까지 장관자료’를 단독 입수, 분석한 결과 명문고 출신의 장관 기용이 줄고 장관을 처음으로 배출하는 고교가 늘고 있다. 새 정권이 출범하면 권력 최고위층과 관련된 고교의 진출이 많았고, 임기가 끝나면 감소하는 현상이 뚜렷했다. 가장 많은 장관을 배출한 곳은 경기고였다. 경기고는 문민정부(1993∼1997년)때 이홍구, 임창열, 손학규씨 등 모두 16명을 배출했다. 국민의 정부(1998년∼2002년)때는 이헌재씨 등 11명을, 참여정부(2003년이후)땐 진대제씨 등 10명이 장관에 기용됐다. 하지만 장관 수는 16명→11명→10명으로 계속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흐름은 지방 명문고에서도 비슷했다. 경북고는 문민정부에서 6명의 장관을 배출했으나 국민의 정부에서 4명으로, 참여정부에서 3명으로 줄었다. 청주고도 문민정부 때 5명이나 됐으나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선 각각 2명뿐이었다. 특히 경남고는 문민정부 때 7명을 배출했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땐 각각 2명으로 크게 줄었다. 부산고는 문민정부 때 5명을 냈지만, 국민의 정부에선 단 한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참여정부에선 다시 2명이 발탁됐다. 영남지역을 배경으로 한 문민정부에서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 정부로 바뀌면서 줄었다가 영남 출신의 노무현 대통령 집권 이후 다시 늘어난 것이다. 반면 광주고는 문민정부 땐 3명의 장관을 배출했지만, 국민의 정부 땐 7명으로 늘었다. 조선대부속고는 문민정부에선 1명도 배출 못했지만 국민의 정부에선 3명을 냈다. 광주고와 조선대부속고는 하지만 참여정부에선 다시 1명도 배출 못했다. 문민정부에선 1명의 장관을 배출했던 광주제일고는 국민의 정부에선 2명, 참여정부에선 3명의 장관을 배출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에선 각각 1명을 배출했던 전주고는 참여정부에서 4명을 배출,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명문고들이 비워놓은 공간은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교들이 주로 채웠다. 장관을 처음으로 배출한 고교는 문민정부 때는 30곳이었다. 국민의 정부에선 29곳이 추가됐다. 참여정부에선 20개교가 첫 장관을 더 냈다. 그만큼 평준화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AG육상 트랙보다 필드서 금맥 캔다

    [한국체육 뿌리를 다지자] AG육상 트랙보다 필드서 금맥 캔다

    20년 전인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은 아직도 육상인들에게 기억이 생생하다. 육상에서 무려 7개의 금메달을 따 육상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듯했다. 그러나 더 이상 뻗어가질 못했고, 이후 2∼4개의 금메달에 그치면서 아시아에서도 6∼7위 수준에 머물러 왔다. 도하아시안게임 전체 39개 종목 가운데 육상 금메달수가 수영(51개)에 이어 두번째(45개)로 많다. 그러나 이번 대회 한국의 목표는 겨우 금 3개뿐.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중국이 절반의 메달을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절반을 놓고 한국과 일본, 그리고 중동세가 혈전을 벌일 전망이다. ●금메달 3개+알파 한국은 육상의 과거 영광 재현을 위해 몇년 전부터 과감한 투자를 시작했다.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곳곳에서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도하아시안게임은 아시아 상위권 도약을 위한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는 데 중요한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금 후보는 남자 세단뛰기 김덕현(조선대)과 남자 창던지기 박재명(태백시청), 남자마라톤의 지영준(코오롱)과 김이용(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트랙보다 필드 종목에서 강세다. 김덕현은 지난달 김천 전국체전에서 17m07로 ‘마의 17m 벽’을 넘으면서 체전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지난해 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 16m78로 한국기록을 세운 뒤 1년 만에 30㎝ 가까이 기록을 늘린 것. 세계 25위 수준으로 탈아시아의 선두주자다. 올 17m12를 넘은 중국의 리양시가 경계 대상이다. 창던지기는 1998년 방콕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에서 금메달을 낸 종목. 육상으로선 효자종목인 셈이다.‘금메달 제조기’인 핀란드 출신 에사 우트리아이넨 코치의 조련을 받은 박재명이 금메달 수성에 나선다. 박재명이 자신의 최고기록(83m99)만 내주면 금메달은 문제없다. 그러나 시즌 기록은 79m57에 머물러 80m 돌파 여부가 메달 색깔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 종목도 중국이 최대 라이벌이다. 중국은 시즌 기록에서 박재명보다 앞선 선수 2명을 보유하고 있다. 5연패에 도전하는 남자마라톤은 다소 불안하다. 주최국 카타르의 기세가 만만치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지영준과 김이용의 컨디션이 상승세를 타 금메달의 기대를 부풀린다. ●트랙 부활 타진 한국 육상은 필드와 로드에선 어느정도 선전해 왔지만 트랙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다. 육상의 황금시대였던 서울대회에선 장재근, 임춘애 등 스타들이 트랙을 주름잡았다.‘라면 소녀’ 임춘애는 중거리 3관왕(800·1500·3000m)에 올랐고, 장재근은 200m에서 우승하는 등 절정을 이뤘다. 이후에도 트랙 명맥은 유지됐다.1990년 베이징대회에서 김유봉(800m),1994년 히로시마대회와 1998년 방콕대회에선 이진일(800m)이 2연패했다. 그러다가 홈에서 열린 2002년 부산대회에서 맥이 끊겼다. 트랙에선 남자 110m허들 박태경(광주시청)이 은메달 후보로 꼽힌다. 아테네올림픽 우승자이자 세계기록(12초88) 보유자인 ‘황색탄환’ 류시앙(중국)과의 맞대결도 주목된다. 박태경은 개인최고기록이 13초71로 류시앙에 뒤지지만 동반 레이스로 기록 단축이 기대된다. 27년 동안 잠자고 있는 남자 100m 한국기록(10초34) 경신도 관심거리다. 이 기록은 1979년 서말구가 세운 이후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메달권 진입이라는 무리한 욕심보다는 기록 경신과 결선 진출에 초점을 맞췄다.‘기록 도우미’인 일본인 미야카와 지아키(도카이대 교수) 코치의 조련을 꾸준하게 받은 전덕형(충남대)과 임희남(국군체육부대)이 ‘미션’을 받았다. 가능성은 있다. 전덕형은 지난 8월 한계풍속(초속 2m) 초과로 공인받지는 못했지만 10초39를 기록, 기대를 모은다. 대한육상연맹도 100m 기록 경신에 한해 1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공무원 근무풍속도 확 바뀐다

    공무원 근무풍속도 확 바뀐다

    중앙 부처에 근무하는 공무원 A씨는 내년부터 출근과 함께 당일 할 일을 시간대별로 온라인에 올리고, 그대로 해야 한다. 문서는 온라인 상에서 처리해야 하고, 하는 일은 실시간으로 간부들이 체크한다. 결재를 받을 때도 간부 방을 찾지 않고 메모보고로 한다. 남긴 의견은 공직기간 내내 따라 다닌다. 어떤 정책 추진과정에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 상세히 기록·보전되며, 향후 인사에 활용된다. 내년부터 크게 달라지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근무 풍속도다. 범 정부 차원에서 표준화된 시스템이 구축돼 일하는 방식이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행자부등 6개기관 시범실시 행정자치부는 현재 행자부와 기획예산처, 과학기술부, 건설교통부, 해양경찰청, 대통령경호실 등 6개 기관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온라인 정부업무관리시스템’을 내년 1월부터 나머지 48개 행정기관에 확대 시행할 방침이라고 22일 밝혔다.54개 모든 중앙행정기관에서 업무관리시스템을 시행한다는 것이다.48개 중앙행정기관은 12월 말까지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 업무관리시스템은 각 부처가 행정업무 처리 전 과정을 과제관리카드와 문서관리카드를 기반으로 온라인으로 관리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정책결과물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정책결정 및 추진 전과정을 모두 기록하는 형태다. 모든 부처가 공통적으로 업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문서·과제·일정·회의관리, 메모보고, 지시사항 등 6가지 기본기능을 갖춘 표준모델이 설치된다. ●담당자 바뀌어도 업무공백 없어 아울러 정부 업무가 3만여개의 과제로 분류·관리되는 ‘정부기능분류시스템’도 같은 시기에 개통돼 각 기관은 분류된 업무에 따라 일을 하게 된다. 담당자가 바뀌어도 모든 과정의 기록이 남아 있기 때문에 업무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행자부의 설명이다. 국무총리실에서는 내년 4월까지 ‘국정관리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때부터 대통령·총리 관심과제, 대통령·총리 지시사항, 국무·차관회의, 대통령·총리 재가내용 등을 부처에 하달하고 추진실적을 챙기게 된다. 업무관리시스템 아래 추진된 업무들은 내년 4월부터는 각 부처에서 기록관리시스템으로 넘겨져 정해진 보존기한까지 기록물을 보관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청와대의 e지원시스템과 연계돼 청와대에서 각 부처의 업무 추진상황을 실시간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면 업무의 효율성과 책임성이 한결 높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공무원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훨씬 삭막하고 숨막히는 근무 환경이 될 전망이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儒林(739)-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0)

    儒林(739)-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0)

    제6부 理氣互發說 제3장 君子有終(20) 다음날. 두향은 안동을 향해 먼 길을 떠났다. 밤하늘에서 별이 치마폭으로 떨어지는 흉몽을 꾸고 또한 나으리께서 보내주신 정화수의 물이 핏빛으로 변한 흉사를 보고 그냥 그대로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으리의 신상에 무슨 변고라도 일어난 것일까. 다음날 아침 두향은 목욕재계를 한 후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소복까지 준비해 가지고 안동을 향해 떠났다. 단양에서 안동까지는 200여리의 험난한 산길. 중도에는 반드시 죽령을 넘어야 했다. 죽령의 높이는 689m로 영남과 호서를 갈라놓는 대재이자 오르막 30리, 내리막 30리의 가파른 고갯길. 아흔아홉 굽이의 고갯길은 각종 곡물과 상품을 수송하는 중요한 통로였으나 그 무렵 산적들이 들끓어 한낮에도 행인들을 괴롭히고 밤이면 맹수들이 사람을 해치는 험악한 태산준령이었다. 아녀자 혼자의 몸으로는 도저히 가고 올 수 없는 심산유곡이었다. 생각 끝에 두향은 2년 전 자신의 부탁으로 나으리께 분매를 전해주었던 여삼과 동행하기로 결심하였다. 여삼은 그 사이 한층 더 늙어 노쇠하였으나 두향으로부터 전후 사정을 전해 듣고는 흔쾌히 이를 수락하였다.20여년 전 퇴계가 단양의 군수로 재임하고 있을 무렵 바로 곁에서 수발을 들었던 여삼이었으므로 나으리께서 돌아가셨다면 빈소에서 분향이라도 드려야 하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안동까지의 먼 길을 함께 떠났다. 두향은 전모를 써 얼굴을 가리고 장옷을 입었다. 장옷은 부녀자들이 나들이를 할 때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 머리에서부터 길게 내려 쓰던 두루마기 모양의 옷이었다. 쓰개치마를 써도 무방하였으나 때는 엄동설한의 동지섣달. 매서운 삭풍을 막기 위해서는 두꺼운 솜으로 누빈 장옷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두향이와 여삼은 나흘 만에 안동 고을을 거쳐 도산서당이 있는 토계리(土溪里)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토계리에 도착한 순간. 두향은 집집마다의 지붕 위에서 흰옷들이 펄럭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을 본 순간 두향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집집마다의 지붕에 한결같이 흰옷을 널어 놓는다는 것은 죽은 사람의 혼령을 기꺼이 받아들여 달라고 저승사자들이 잘 볼 수 있도록 동리에 초상이 났음을 알리는 풍속. 집집마다의 지붕 위에 흰 옷을 널어놓는다는 것은 마을의 중요한 사람이 죽었음을 알리는 일종의 풍장(風葬) 행위였던 것이다. -돌아가셨다. 두향은 맥이 풀려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서 혀를 깨물며 중얼거렸다. -나으리께서는 분명히 연세하신 것이다.
  • 국지성 악천후 족집게 예보

    기획예산처는 21일 고층 대기의 바람분포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수직측풍장비’ 5대를 내년에 리스 방식으로 추가 도입한다고 밝혔다. 기획처에 따르면 이 장비는 상층 5㎞까지의 바람 풍향·풍속을 10분 간격으로 관측해 강수 형태, 강수량, 강수 강도 등의 자료를 제공한다.이 장비가 추가로 도입·설치되면 전국 10곳에서 저기압 발달과 이동경로의 실시간 연계 감시가 가능해져 국지성 집중 호우 및 태풍 진로 등을 더 정확하게 예측,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기획처는 설명했다. 현재는 해남·군산·문산·마산·강릉 등 5곳에 이 장비가 있으며 내년 9월쯤 서해안의 격렬비열도(태안반도)·철원·원주·추풍령·울진 등 5곳에 추가로 설치된다. 장비를 리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내년 3억원을 포함해 2012년까지 모두 58억원이다.김균미기자 kmkim@seoul.co.kr
  • ‘日문화의 뿌리’ 에도시대 풍속여행

    일본을 대하는 한국인의 시각은 어쩔 수 없이 이중적이다. 경제 선진국으로서의 부러움과 침략국으로서의 경멸감이 공존한다. 일본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재패니메이션과 일식(日食)에 열광하면서도 저속한 섹스산업을 거론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에도 일본’(모로 미야 지음, 허유영 옮김, 일빛 펴냄)은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 가치 판단에 대한 부담없이 일본 문화의 뒤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인터넷에 ‘일본문화이야기’(http:///iya.or.tv)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현대 일본문화의 뿌리를 에도 시대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에서 찾는다. 일례로 일본의 유별난 미식 문화의 기원은 에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여름이면 에도 사람들은 그해 처음으로 잡혀 시장에 나온 가다랑어(하쓰가쓰오)를 먹기 위해 혈안이 됐고, 스테미나 보충을 위해 장어를 즐겨먹었다. 나무젓가락도 에도 시대 장어덮밥 식당의 주인이 발명했다고 한다. 이밖에 요바이 같은 성생활, 일본의 국기인 스모, 요시와라 유곽, 주신구라의 47인 사무라이 등 에도 시대 사람들이 즐겼던 다양한 문화가 풍부한 자료사진들과 함께 소개돼 읽는 재미를 더한다.1만 5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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