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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해안에 100㎿급 해상풍력단지

    지식경제부는 2012년까지 서해안에 100㎿급 해상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한다고 7일 밝혔다. 2㎿급 풍력발전기 50기가 한꺼번에 들어설 단지는 국내 최대 규모로, 연말까지 부지 선정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 단지를 신·재생에너지 분야 수출 유망산업인 해상 풍력산업 육성을 위해 실증단지로 만든 뒤 시범단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현재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풍속과 풍향, 풍밀도 등을 측정해 풍력발전에 적합한 지역을 찾는 시뮬레이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해상풍력 실증단지 조성 및 기술개발 등을 아우르는 해상풍력 개발 로드맵을 늦어도 오는 8월까지 확정할 방침이다. 단지 조성에 소요되는 수천억원의 비용은 민간사업자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출범시켜 조달할 계획이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박물관·미술관 센스만점 생활용품 쇼핑

    박물관·미술관 센스만점 생활용품 쇼핑

    세계인으로부터 ‘모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사랑받는 미국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은 미술관 앞에 있는 디자인 스토어가 더 인기 있다는 평을 듣는다. 미술관에서 받은 감동을 집으로 가져가 오래 간직할 수 있고, 디자이너들의 영감이 담긴 창의적인 소품으로 생활의 질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과서에 자주 나오는 김홍도의 풍속도가 우산으로, 신사임당의 초충도가 핸드백으로, 신라 금귀걸이가 지칼(봉투칼) 등으로 새롭게 태어나 쇼핑의 즐거움도 안겨준다. ●국립중앙박물관, 전통의 멋 살린 소품 국립중앙박물관은 5명의 디자이너가 역사 깊은 유물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박물관을 관람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산 2000원짜리 청동기 시대 한국식 동검 형태로 만들어진 풍선칼을 들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부모들은 뿌듯하기 그지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층에 있는 140여평의 문화상품점과 어린이 상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어린이 문화상품점, 전시장 중간에 있는 2개의 문화상품점뿐 아니라, 온라인쇼핑몰(www.museumshop.or.kr)도 운영하고 있다. 600원짜리 도자기 모양 지우개부터 유물을 복제한 30만원짜리 베게 마구리 장식까지 가격대와 종류도 다양하다. 보통 문화상품 하면 비싸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값은 싸지만 한국적인 멋을 살린 1만원 이하 상품들이 많다. 모마 온라인스토어 코리아(www.momaonlinestore.co.kr)의 제품들이 특이한 디자인으로 구매욕구를 일으키지만 고가라는 점에 견주면 큰 장점이다. 우선 아이들을 위한 상품으로, 블록으로도 쓸 수 있는 공기놀이(1500원), 초가집 만들기 키트(2000원), 도깨비 방망이 풍선(3000원), 전통 문양이 담긴 요요(6000원) 등은 부모들이 부담 없이 자녀 손에 들려줄 수 있는 장난감이다. 전통 도자기 모양의 비닐 화병(2000원), 오리·닭 유물 모양의 아로마 향초(2700원), 십이지신 머그잔(6500원), 화려한 색깔의 민화인 ‘책가도’로 만든 메모패드(1000원)와 포스트잇(1200원) 등은 생활을 즐겁고 풍요롭게 만드는 소품들.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 상품 가격이 저렴한 까닭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상품을 순수 국내 공장에서만 제작하여 중간 유통 이윤을 없앴기 때문이다. 꽃과 나비 등 전통문양에서 모티브를 얻어 현대적 감각을 더한 나전함(3만 5000원), 커플을 위한 실크 100%의 당초무늬 넥타이와 스카프 세트(9만 9000원), 당초무늬로 고급스러움을 살린 보스턴 소가죽가방(12만 5000원), 황금색이 화려한 금동 광배 커피잔 세트(12만원) 등 선물용으로 좋은 제품도 많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대형 청동거미 설치조각 작품인 ‘마망’으로 유명한 루이스 부르주아의 드로잉 작품을 세계 최초로 아트 상품으로 만들었다. 부르주아의 동의하에 만들어져 리움에서만 독점적으로 만날 수 있는 부르주아 아트 상품은 아름다운 색을 띤 선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식탁 매트(9000원), 앞치마(3만 5000원), 쟁반(5만 5000원) 등이다. 선과 도형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부르주아의 드로잉은 반복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세상을 용서하고자 하는 작가의 자서전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삼성 미술관 리움, 감각적 디자인 생활용품 또 삼성 디자인학교 ‘사디(SADI)’와 손잡고 만들어낸 감각적인 디자인의 생활용품들은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골프공을 땅콩처럼 꺼낼 수 있는 땅콩껍질 모양의 골프공 지갑(7000원),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명함을 넣고 빼기 쉬운 명함지갑(1만 5000원), 쌍쌍바처럼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셰어 펜슬(3000원), 자연의 감성을 살린 조약돌 USB(4만 5000원), 보자기처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가방(3만 5000원) 등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의 현대미술 작품을 다양한 문화 상품으로 개발했다. 작가 이동기가 만든 캐릭터인 아토마우스는 머그잔(2만원)과 마우스패드(1만 1000원)로, 홍경택의 대표작 ‘훵케스트라’는 실크스카프(4만 5000원)와 머그잔(2만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행남자기가 만든 김창열의 ‘물방울’ 2인용 커피잔 세트(6만원)도 눈길을 끄는 상품. 국립현대미술관의 김진희 문화상품 디자이너는 “권기수 작가가 만든 캐릭터인 ‘동구리’가 들어간 점보 색연필(1만 5000원)과 그림공부(3000원) 등 어린이 교육관련 문화 상품이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학비 벌려고 경매서 ‘순결’ 판 여대생

    학비 벌려고 경매서 ‘순결’ 판 여대생

    뉴질랜드의 한 여대생이 학비를 마련하려고 자신의 순결을 경매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3일 데일리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노스랜드에 사는 19세 여대생은 한 경매 사이트에 “학비를 벌기 위해 나의 순결을 팔기로 결심했다.”며 “지금껏 어느 누구와도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는 진짜 처녀”라고 설명했다. 또 “난 예쁘진 않지만 매우 건강하며 약물복용전과가 없다. 학비를 벌기 위해서는 꼭 해야 하는 일”이라며 “이것은 내가 직접 결정한 일이며 어떤 후회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대생의 순결을 사려고 몰려든 사람은 3만 명이 넘었다. 1200번이 넘는 가격경쟁 끝에, 이 여대생의 순결은 4만6000뉴질랜드 달러(약 3700만원)에 낙찰됐다. 낙찰된 직후 이 여대생은 “경매에 참여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며 또 한 번 글을 남겼다. 경매를 주최한 인터넷사이트의 관계자는 “사회 풍속을 해치는 경매가 아니므로 불법이라 할 수 없다.”면서 어떤 책임도 묻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학비 때문에 순결을 판 여대생이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나탈리 딜란은 석사학위를 따는데 필요한 학비 중 일부를 충당하려고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에 내놔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고전 톡톡 다시읽기] 노래의 책 ‘시경(詩經)’

    [고전 톡톡 다시읽기] 노래의 책 ‘시경(詩經)’

    ‘시경(詩經)’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 그러니까 중국 주나라 때부터 춘추시대 때까지 황하강 유역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되던 노래를 공자가 모아서 엮은 책이다. 원래 311편인데 이 중 6편은 제목만 전하고 내용은 전하지 않는다. 이렇게 시경의 시가 300편가량 되기 때문에 시경을 ‘시(詩)’ 혹은 ‘시삼백(詩三百)’이라고도 부른다. 시경은 쉽게 말해서 노래책이다. 여기에는 여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남자들이 불렀던 노래도 있고, 농부가 불렀던 노래도 있고, 전쟁터에 나간 병사가 불렀던 노래도 있다. 각양각층의 사람들이 불렀던 오래된 노래의 책이 바로 시경이다. 공자의 시경의 해설서 격으로 주희가 쓴 ‘시경집전(詩經集傳)’에 들어간 삽화들이다. 시경의 시편에 등장한 복식, 수레, 동식물 등은 당대 사람들에게도 생소했기에 용어 해설이 필요했다. ●시경이 건전가요라고? 공자는 “시경의 시 삼백편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게 하는 것이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曰 思無邪)”(논어, 위정)라고 하였다. 사무사(思無邪), 생각과 행동에 사악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시경은 사무사다.”라고 하니까, 흔히 ‘시경의 노래들은 도덕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다.’라고 생각한다. 즉, 요즘으로 치면 ‘건전가요’ 쯤으로 여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雅)’나 ‘송(頌)’은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후대의 자손들에게 올바른 덕을 권장하는 계몽적인 내용이므로 건전가요라고 할 수 있지만, 국풍(國風)의 시들은 내용이 별로 건전하지가 않다. 오히려 점잖지 못한 연애시들이 많다. 將仲子兮 無踰我里(장중자혜 무유아리) 청컨대 그대여 우리 마을로 넘어오지 마세요. 無折我樹杞(무절아수기) 내가 심은 버드나무 꺾지 마세요. 豈敢愛之 畏我父母(기감애지 외아부모) 어찌 그것이 아깝겠어요. 부모님이 두렵답니다. 仲可懷也 父母之言(중가회야 부모지언) 그대가 보고 싶지만 부모님의 말씀도 亦可畏也(역가외야) 두렵답니다. 정풍(鄭風)에 나오는 ‘장중자(將仲子)’라는 시다. 이 시에서 아가씨는 연인을 기다린다. 그러나 아가씨를 좋아하는 도령은 아가씨의 마을에 살지 않는다. 도령이 아가씨를 만나려면 담장을 넘어야 한다. 이것은 설레면서도 두려운 일이다. 도령과 만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이 혼내실까 두렵다. 이 두 가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가씨는 그래서 이렇게 노래한다. ‘도령님, 도령님, 보고 싶은 도령님, 우리 집 담장을 넘어오면 안 돼요, 돼요, 돼요….’ 아니, 이건 도대체, 도령보고 담장을 넘어오라는 것인가. 넘어오지 말라는 것인가. ●노골적 추파 담긴 연애詩도 관관저구 재하지주(關關雎鳩, 在河之洲)…. ‘요조숙녀(窈窕淑女)’와 ‘전전반측(輾轉反側)’이라는 말이 나와서 유명한 ‘관저(關雎)’는 “어디로 갔을까 나의 반쪽은?”이라면서 짝을 구하는 노래이다. 강가 모래섬에 저구새가 광광 소리내어 짝을 부르는 것과 같이 군자가 자기에게 어울릴 요조숙녀를 찾는 노래이다. 뿐인가. ‘표유매(?有梅)’에서는 혼기를 맞은 여자가 배우자에게 빨리 와서 자기를 데려가라고 아예 노골적으로 추파를 던진다. ‘매실이 떨어집니다. 열매 일곱 개 남았네요./ 날 데려 갈 그대는 좋은 날에 오기를!/ 매실이 떨어지네요. 열매 세 개 남았네요./ 날 데려 갈 그대는 지금 오기를!/ 매실이 다 떨어졌네요. 광주리에 주워 담습니다./ 날 데려갈 그대는 말이라도 건넵시다!’ ‘도요(桃夭)는 복숭아꽃이 만발한 날, 시집가는 아가씨를 축복하는 시다. 인생에서 가장 환할 때는 언제일까. 아마 여자에게는 시집가는 날일 것이다. 이제 비로소 어른이 되고, 새로운 공동체의 당당한 주인이 되는 때. 나무로 치자면 봄에 꽃이 활짝 피는 때이다. 이런 봄날의 풍경을 시집가는 아가씨의 모습과 함께 표현했다. 연인들 사이 선물을 주고받는 시로 ‘모과(木瓜)’가 있다. ‘그녀가 나에게 모과를 주었네./ 나는 그녀에게 옥돌을 주었네./ 보답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녀랑 친해지고 싶어서.’ 옛날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에게 모과를 주었나 보다. 이런 정표를 받은 남자가 가만 있을 수 있나. 옥돌을 준다. 모과를 받았는데 옥돌을 주다니. 손해 보는 거 아니냐고? 그러나 선물은 장사와 다르지. 그녀가 나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 내가 그녀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치자면 모과나 옥돌이나 소중하기는 똑같다. 시경에는 연애시와 함께 근심이 가득한 노래가 많다. 시경에서 휘파람은 즐거운 때 부는 흥겨운 가락이 아니라 근심을 푸는 한숨소리이다. 전쟁 때문에 남편과 헤어진 여인의 슬픔을 노래한 시 ‘중곡유퇴(中谷有?)’, 행역 나갔다 돌아와 보니 나라가 망해서 기장과 피만 수북이 자라는 황폐한 옛터를 맥없이 비틀거리며 걷는 시 ‘서리(黍離)’, 가난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져 살아야 하는 유랑민의 비애를 노래한 시 ‘갈류(葛?)’, 정복전쟁에 끌려간 병사가 사랑하는 아내가 있는 고향의 집으로 ‘나 돌아갈래’ 외치는 시 ‘동산(東山)’도 있다. ●왜 思無邪인가:즐겁되 지나치지 않고 슬프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노래가 사람의 마음을 순화하고 풍속을 교화한다는 유가의 본래 취지에 따르자면 시경의 연애시들, 근심이 가득한 노래들은 별로 권장할 만한 노래들이 못 된다. 그건 사무사(思無邪)가 아니라, 오히려 사(邪)에 해당하는 것 같다. 그런데 공자는 왜 이런 노래들을 사무사라고 했을까. 공자는 ‘관저’를 두고 이렇게 평했다. “즐겁되 지나치지 않고 슬프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而不淫 哀而不傷) 시경의 시들은 즐거움이나 슬픔 같은 인간의 솔직한 감정이 표현되었지만 그것이 거짓되거나 과장되지 않아 억눌린 마음을 풀어주고 다른 이에게 감동을 준다는 뜻이다. 즉 시경의 시들은 지극히 사사로운 감정을 노래한 것이지만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만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과 감응하고 소통한다는 점에서 사(邪)가 아니라 사무사인 것이다. 시경은 건전가요가 아니다. 뜻은 너무 좋지만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가 아닌 시경은 오히려 발칙한 불량가요에 가깝다. 그러나 삼천년 전의 노래가 아직도 우리의 심금을 울린다는 것! 공자가 말한 사무사는 시경의 바로 이러한 감응(感應)과 소통(疏通)의 능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닐까. 시경의 진솔한 노래들은 지치고 왜소해진 우리들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어준다. 기쁜 마음은 정말 기쁘게, 슬픈 마음은 정말 슬프게, 화가 나는 마음은 정말 분통이 터지게…. 어떤 마음이든 깊이 헤아리고 편안하게 풀어주는 노래의 힘! 이것이 바로 불량가요 시경의 힘이다. 수유+너머 구로 연구원 정경미
  • 도포 입고 갓 쓴 예수 보셨나요

    도포 입고 갓 쓴 예수 보셨나요

    개항기에 처음 기독교를 접한 조선인들의 손에 성경보다 많이 들려 있던 책이 있었다. 영국의 우화 작가 존 버니언(1628~1688)이 쓴 종교 우화 소설 ‘천로역정(天路歷程)’이 그것. 조선인들은 주인공 ‘크리스천’이 ‘하늘의 도시’로 향하는 고난의 순례 여행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기독교 교리를 배우고 영성을 키워 나갔다. 그런데 17세기 영국 작가가 쓴 책이 성경보다 자연스럽게 조선인 신자들 사이로 퍼져 나간 이유는 뭘까. ‘천로역정’이 우화 형식으로 쉽게 교리를 전달한다는 장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한국적 색채를 입혀 거부감을 없앤 삽화의 매력 덕분이기도 했다. 천로역정은 첫 출간 때부터 곳곳에 삽화를 넣었다. 1895년 선교사 제임스 스카스 게일이 한국어로 번역할 때, 이 삽화 역시 번역 비슷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당시 활동하던 풍속화가 기산 김준근이 그림을 맡았는데, 그는 조선의 사정에 맞춰 주인공 ‘크리스천’을 갓 쓰고, 도포 입은 모습으로 재탄생시킨다. 그렇게 한국적으로 태어난 삽화는 총 42장. 삽화가 모두 들어간 책은 현재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만 1종이 남아 있다. 최근 이 박물관이 기산의 삽화 42점에 해제를 붙인 영인도록 ‘텬로력뎡’을 발간해 100여년 전 조상들이 봤던 천로역정을 그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게 됐다. 한국판 천로역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예수의 모습이다. 제11화에 등장하는 ‘기름을 불에 붓는 예수’의 모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전에 그려진 예수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예수조차 도포를 걸치고 갓을 쓴 모습으로 그려져 있는데, 성령의 불을 끄려고 물을 붓는 마귀의 반대편에서 불을 키우는 기름을 붓고 있다. 이뿐 아니라 12화에 등장하는 천사는 날개옷을 입은 선녀로 그려져 있고, 19·20화 ‘멸망의 도시’의 주인 아폴리온과 대적하는 주인공 또한 한국군 장수의 모습으로 그렸다. 악마 아폴리온 역시 불교식 탱화(幀畵·불당 벽에 걸어둔 그림)에 나오는 마귀의 모습을 하는 등 삽화 전체에서 유불선(儒佛仙)의 분위기가 물씬 난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명화 읽어주는 엄마(강지연·이시내 지음, 청출판 펴냄) 방학이면 아이 손 잡고 박물관, 미술관을 찾곤 한다. 막연히 문화적 감성, 지성을 충족하는데 좋을 것이라는 기대감은 있지만 막상 그림 앞에 서면 엄마가 먼저 꿀먹은 벙어리가 되기 일쑤다. 지식으로서 시대별, 사조별, 작가별 이름을 줄줄이 외우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과 가슴으로 교감할 수 있는 훌륭한 길라잡이가 된다. 1만 5000원. ●내 더위 사~려!(박수현 글, 권문희 그림, 책읽는곰 펴냄) 할아버지 대부터 전해오는 전통의 세시풍습, 특히 곧 다가올 정월 대보름에 대한 얘기다. 더위를 팔아야하는 데 정작 더위를 사가지고 되팔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동이’의 모습이 절로 웃음짓게 한다. 합법적 불장난인 달집 태우기며, 고소한 오곡밥 먹기 등 대보름 풍속을 재밌게 엮었다. 9500원. ●곤충 개념도감(자연과생태 펴냄) 곤충의 개론서다. 무작정 외울라치면 머릿속만 혼란해진다. 생물의 생김새와 생활 습성을 알고 차근차근 접근하면 곤충 분류학이라는 것이 전문학자들만의 몫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또다른 파브르를 꿈꾸는 어린이는 물론, 등산 좋아하는 아빠까지 함께 볼 수 있는 책이다. 아직 봄이 오려면 시간이 남았으니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읽어가면 좋을 책이다. 344쪽이니 꽤 두툼하다. 2만 5000원. ●이스터섬의 거대한 전설 모아이(줄리오 디 마르티노 지음, 오희 옮김, 웅진주니어 펴냄) 신화와 전설이 보습학원, 선행학원 앞에 맥을 못추는 시대다. 꿈과 환상을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실종된 상상력을 복원시켜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강화도보다 작은 이스터섬은 어느 대륙과도 멀리 떨어진 태평양 한복판에 있다. 뗏목을 타고 남아메리카에서 건너왔다는 전설부터 시작해 거대한 석상 모아이를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황당한 얘기, 사라진 대륙의 일부라는 미스터리까지 상상력을 무한대로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9000원.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박연철 글·그림, 사계절 펴냄) 책을 넘기자마자 우산을 쓴 할아버지가 나와 익살스러운 내용으로 채워진 여덟 가지 이야기의 참, 거짓을 맞추는 내기를 건다. 부상은 ‘엄펑소니’. 엄펑소니가 뭔지는 몰라도 일단 내기에 응해보자. 공경, 우애, 충직, 믿음, 예의, 정의 등 8가지 가치에 대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내놓으며 그 중요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다. 알고보니 ‘엄펑소니’는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짓’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다. 맨 마지막에 민화 문자도(文字圖)가 나와서 모든 것을 해명한다. 1만 8500원.
  • [씨줄날줄] 창경원과 김정만/박대출 논설위원

    “오랜만에 날이 풀려 제법 봄날씨답게 따뜻한 3월19일 이 대통령 각하 내외분께서는 봄빛이 깃든 창경원을 시찰하셨습니다.…” 1957년 3월30일 대한뉴스 제107호의 한 토막이다. 당시 표기법으론 대한늬우스. 49초짜리로 전국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흑백영상으로 이승만 대통령 내외의 나들이를 소개한다. 동물원과 식물원을 구경하는 모습이 나온다. 낙타가 새끼를 분만해 식구가 늘었다는 소식도 곁들인다. 우유를 먹는 낙타도 보인다. “벚꽃이 만개한 창경원에는 20만명의 인파가 몰려 쓰레기는 4t 트럭 열다섯 대분, 빈 병만도 15만여개…. 흥인문 앞에는 가짜 관람권이 판을 쳤고, 미아만 200여명이…. ” 1972년 4월23일. 동양방송 TV뉴스의 한 장면이다. 옛 창경원(昌慶苑)의 풍속도다. 원래는 창경궁(昌慶宮)이다. 창경원은 치욕의 역사에서 출발한다. 1908년 일제는 창경궁 전각 60여채를 헐어냈다. 이듬해엔 동물사와 식물원을 만들었다. 백성들이 드나들게 해 고궁의 격을 낮췄다. 춘당지라는 연못을 파고 일본식 정자를 세웠다. 1911년 박물관을 짓고 창경원으로 개명했다. 궁궐을 정원으로 격하시킨 것이다. 국권과 황실 권위를 말살하려는 계략이었다. 1983년 동물원과 식물원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기면서 창경궁으로 복원됐다. 수난을 뒤로 하면 또 다른 역사가 있다. 75년간 위락의 명소였다. 개장한 동물원은 72종 361마리로 초라했다. 그래도 세계 36번째, 아시아 7번째였다. 박물관과 식물원도, 연못 뱃놀이도, 케이블카나 회전목마 등 위락시설도 갖춰졌다. 국내 최대의 엔터테이너 공간이었다.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 한강공원, 여의도 벚꽃길, 고궁박물관 등을 합친 셈이다. 창경원 동물 소식은 뉴스거리였다. 사회부 기자들의 취재 경쟁은 꽤 치열했다. 흑백TV 시절부터 동물소식을 전해주던 단골 출연자가 있었다. 그저께 타계한 김정만 전 서울대공원 동물진료부장이다. 언제부턴가 TV에 출연하는 횟수도 줄었다. 신문 보도와 마찬가지로. 이젠 그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든다. 1980년대 초까지 ‘야사쿠라팅’이란 게 있었다. 밤이란 야(夜)와 벚꽃이란 일본어 사쿠라를 합친 국적불명의 용어다. 창경원에서 한때 유행하던 대학생들의 미팅 방식이었다. 치욕의 의식을 갖지 못한 채 아무렇게나 썼다. 이젠 창경원 벚꽃도 베여 나가 창경궁으로만 남았다. 국부도, 국격도 지금에 못 미치던 시절의 얘기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 맞춰 우리 수준도 높여야 할 것 같다. 박대출 논설위원 dcpark@seoul.co.kr
  • [씨줄날줄] 전기 풍차/진경호 논설위원

    처음 불을 사용한 인류는 베이징 원인(原人), 즉 호모에렉투스라고 한다. 40만~50만년 전 얘기다. 앞서 네안데르탈인 등도 불의 이점을 알고는 있었으나 불을 보존할 줄은 몰랐고, 호모에렉투스에 와서야 불을 피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류가 물을 힘(力)으로 이용한 것은 이보다 훨씬 뒤의 일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중국과 인도 등에서 물레방아(수차)가 발명돼 곡식을 빻는 데 썼다고 한다. 보이지 않고, 잡히지 않아서일까. 자연의 힘 가운데 인류가 풍력, 즉 바람의 힘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더 나중 일이다. 7세기 무렵 페르시아에 처음 풍차가 등장했고, 12세기 중엽 영국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처음엔 밀가루를 빻는 데 쓰이다 물을 끌어올리는 데 쓰이면서 바다보다 낮은 네덜란드를 8000개의 풍차가 돌아가는 동화 속 나라로 만들었다. 2005년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해 1836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위력에서 보듯 바람의 힘은 엄청나다. 1㎡의 평면에 국제표준대기(1㎥당 1.225kg)의 바람이 초속 1m의 속도로 불 때 에너지는 0.6125줄(J)로, 비교적 미미하다. 그러나 풍속이 빨라질수록 에너지는 그 세 곱으로 늘어난다. 풍속이 초속 7m로 7배 빨라지면 1㎡의 평면이 받는 에너지는 210J로 무려 343배가 된다. 각국이 풍력발전에 앞을 다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정에너지라는 장점 말고도 바람의 세기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는 이점이 있다. 풍속이 초속 5m에서 7.5W를 생산하는 소형발전기를 예로 들면 바람이 초속 10m로 2배 빨라질 경우 전력생산량은 62.5W로 8배 늘어난다. 최근 발전단가마저 화력발전을 밑돌기 시작하면서 세계 풍력발전 시장에 불이 붙었다. 2008년 전세계 전기 생산량의 1.5%(121GWh)를 차지한 풍력발전은 20년 뒤 10% 수준으로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미 덴마크는 국내 전력의 20%를 풍력발전으로 생산하고 있고,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도 10% 이상을 풍력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STX가 풍차의 나라 네덜란드의 풍력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하더니 어제는 삼성물산과 한전 컨소시엄이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의 60억달러짜리 풍력·태양광 발전복합단지 건설권을 따냈다. 현대중공업도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파키스탄에 50MW 규모의 풍력발전기 공급사업을 수주했다. 바람처럼 시작은 미미하지만 끝은 장대한 풍력산업 성장을 기대해 본다.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대체에너지, 새 수출 블루칩

    대체에너지, 새 수출 블루칩

    녹색산업의 대명사 대체에너지가 ‘수출 한국호’의 새로운 먹을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400억달러(약 46조원) 규모의 원전 수출에 이어 풍력과 태양광 등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에너지의 수출 낭보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국에서 올해 ‘산전국(産電國)’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지식경제부 황수성 신재생에너지 과장은 21일 “2008년 태양광 소재 중심으로 연간 12억달러(약 1조 3000억원)에 그쳤던 대체에너지 부품 수출이 올들어 발전 설비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수출 주력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종합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한국남부발전과 함께 파키스탄에서 모두 50㎿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풍력발전기 6기의 공급 계약을 맺었던 현대중공업은 이로써 풍력발전기 수출기업으로 본격적인 자리를 잡을 전망이다. 풍력발전기는 전북 군산 풍력공장에서 생산되는 1.65㎿짜리 총 30기로 수주액은 800억원 수준이다. 2011년부터 6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연간 15만㎿/h의 전기를 생산한다. 현대중공업은 핵심설비인 풍력발전기를 판매하고 풍력단지 완공 후에는 투자 비율에 따라 전력판매 수익을 나눠갖는다. 업계 관계자는 “파키스탄은 총 길이 1000㎞가 넘는 해변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평균 풍속은 풍력발전에 이상적인 초속 7m로, 전체적으로 5000㎿ 규모의 풍력발전이 가능하다.”며 향후 한국업체들의 추가 수주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물산과 한전 컨소시엄은 22일 캐나다 온타리오 주정부와 60억달러(약 6조 8000억원) 규모의 풍력·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계약을 체결한다. STX도 13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사업을 따냈다. STX윈드파워는 최근 네덜란드 풍력발전단지 개발업체인 메인윈드사와 총 50㎿급 풍력발전설비 공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올 4·4분기부터 터키와 네덜란드, 이라크에 2㎿급 풍력발전설비 25대를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원전 추가 수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정근모 한전 고문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터키, 요르단, 말레이시아와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인도·케냐와도 계속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2030년까지 4000억달러(약 460조원) 규모의 원전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원전 건설의 의향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요르단에 연구·교육용 원자로를 수출하기로 한 데 이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연구용 원자로 수출이 추진된다. 연구용 원자로는 1기 건설비용이 2억달러(2300억원) 안팎이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확 바뀐 상권… 영종도 웃고 송도 울고

    확 바뀐 상권… 영종도 웃고 송도 울고

    지난해 10월 개통 당시부터 국내외적으로 많은 화제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인천대교가 오는 19일로 개통 3개월을 맞는다. 이런 다리답게 그동안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것을 변화시키면서 여전히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것은 상권의 변화. 영종도 지역 음식점 등에서는 즐거운 비명이 나오는 반면, 송도국제도시 쪽은 울상이다. 인천대교 개통 이후 인천대교를 타고 영종도로 가서 외식을 하는 붐이 일어 영종지역의 식당은 대부분 매상이 늘어났다. 특히 바닷가에 위치해 전경이 뛰어난 덕교동 일대와 을왕리해수욕장 주변 횟집들은 데이트족들이 몰려 ‘겨울철 비수기’를 비켜 나가고 있다. 을왕리해수욕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52)씨는 “인천대교 개통 이후 피서철 못지않게 손님들이 몰려들더니 지금은 한겨울인데도 손님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송도국제도시를 비롯한 인천 연수구에 있는 음식점들은 인천대교 때문에 매상이 떨어졌다고 하소연한다. 특히 연수구는 인천의 대표적인 베드타운이어서 가족단위 손님을 영종도에 빼앗긴 것이 뼈아프기만 하다. 송도국제도시 한 음식점 주인은 “인천대교 개통 이후 가족단위 손님이 30%가량 줄었다.”면서 “현재로서는 저쪽(영종도)의 특수가 반짝 현상이길 바라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차를 배에 실어 월미도와 영종도 사이를 운행하는 선박회사도 ‘인천대교’라는 말만 나오면 고개를 젓는다. ●송도호텔, 신혼부부·관광객 늘어 반면 수요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송도국제도시의 호텔들은 ‘인천대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송도메트로호텔 관계자는 “송도에서 숙박하고 인천대교를 이용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신혼부부나 중국·동남아 단체관광객이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한국에 중간 기착한 관광객의 숙박장소로 영종도나 서울의 호텔을 물색하던 항공사들도 인천대교 개통 이후에는 송도지역 호텔에 눈길을 주고 있다. 부동산시장도 꿈틀거리고 일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그동안 매매가 거의 없었던 영종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매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으며, 전세 물량은 모자라는 형편이다. 영종도는 주민들의 육지 이동이 불편했으나 인천대교 개통으로 상당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다. 인천발전연구원은 인천대교의 연간 유발효과를 생산 6조 1562억원, 부가가치 2조 4517억원, 관광객 275만명으로 분석했다. ●폭설에도 강한 디지털교량 인천대교는 또 하나의 화젯거리를 만들어 냈다. 지난 4일 폭설이 내렸을 때 최첨단 디지털교량의 위용을 드러낸 것. 시내 대부분의 도로가 마비됐음에도 인천대교는 원격으로 염화칼슘을 살포하는 장치를 작동해 차량통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했다. 지난 3개월 동안 인천대교의 1일 평균 통행량은 2만 4832대. 이는 정부가 예상한 연평균 1일 통행량 3만 4779대의 71.4% 수준으로, 개통 초기임을 감안할 때 순조로운 출발이라는 평가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강원 올 관광객 1억명 모시기 시동

    강원도가 새해 관광객 1억명, 외국인 관광객 140만명 유치를 선언했다. 도는 G20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한국관광공사와 연계해 국내외 관광객들을 강원도로 유치하는 데 전력하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이를 위해 ▲비무장지대(DMZ), 레일바이크, 산소길, 낭만가도와 연계한 ‘녹색관광과 생태체험 상품’ ▲수도권 방문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마이스(MICE), 개별관광객(FIT) 유치 상품’ 개발 ▲일본, 동남아 한류 마니아층을 겨냥한 ‘한류 특별관광열차 상품’ ▲극동지방의 러시아 관광객을 위한 ‘루스키(RU-Ski), 비치(Beach)상품’ ▲동남아 무슬림을 위한 ‘무슬림 관광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또 한국전쟁 60주년을 계기로 외국 여행사와 연계해 미국, 태국 등 참전 16개국을 대상으로 한 관광객 유치 활동도 펼친다. 한국·중국·일본 청소년교류를 통한 청소년 위주의 관광상품도 집중개발한다. 정선아리랑과 강릉 단오제 등을 중심으로 수학여행상품과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계절과 풍속을 체험하고 즐기는 상품도 출시한다. 가을 단풍, 김장 담그기, 스키 즐기기, 한류 촬영지 돌아보기, 마임·아리랑·양양송이·산천어축제 등 지역축제를 연계한다. 강원도로 이어지는 기차여행도 대폭 늘린다. 막국수 체험 박물관과 춘천옥광산 등 웰빙체험 상품과 축제장을 잇는 전용 기차여행 상품을 집중 개발한다. 동해안 낭만가도를 전국 대표 드라이브 코스 모델로 가꾸고 철원 평화·문화광장 완공과 강릉 녹색시범도시 착공 등 차별화된 문화관광콘텐츠를 육성할 방침이다. 특히 친절·질서·청결·신용의 4대 운동을 펼쳐 도민들 모두가 관광요원이라는 신념을 심어줄 계획이다. 이 밖에 지역의 특색을 살린 경쟁력 있는 축제상품 20개를 선정해 특성화시키고 새로운 먹을거리 등을 개발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김학철 도 환경관광문화국장은 “강원도 전역이 수도권과 2시간 이내로 교통이 가까워졌고 레저·스포츠 등이 각광받는 시대를 맞아 강원도 관광산업이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고전 톡톡 다시 읽기](1)홍명희作 ‘임꺽정’

    “너 어디 사느냐?” “양주 읍내 삽니다.” “나이 몇 살이냐?” “서른다섯살입니다.” “부모와 처자가 있느냐?” “아버지가 있고 처자도 있습니다.” “네 집에서는 농사하느냐?” “아닙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놉니다.” “아무 것도 아니하고 놀아? 네 아비는 무엇하는 사람이냐?” “소 백정입니다.” (강조 필자, 3권 381쪽) 꺽정이는 직업이 없다. 아비가 백정이라 아주 가끔 백정일을 거들기는 하지만 그걸 ‘업’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 한마디로 ‘노는 남자’다. 비단 꺽정이만 그런 것도 아니다. 칠두령은 물론이려니와,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제대로 된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 ●‘노는’ 남자들 혹은 ‘배우는’ 남자들 그럼 뭘 하고 노는가? 배우면서 논다. 꺽정이는 봉학이, 유복이와 더불어 서울 갖바치의 집에서 청년기를 보낸다. 갖바치는 당대 최고의 사상가이지만, 꺽정이에게는 집안 어른이자 스승이다.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갖바치의 집에 더부살이를 하면서 많은 걸 배운다. 물론 문자를 워낙 싫어하다 보니 배우는 게 주로 병법, 기예 같은 것들이다. 그럼, 배워서 뭐하지? 아무 이유 없다! -“대체 검술을 배워 무엇하니?”라고 묻자, 꺽정이의 대답. “그저 배워두었으면 좋으려니 생각할 뿐이지. 무엇하려는 작정은 없소.” 그냥 배운다. 놀면서 배우고, 배우면서 논다. 그리고 그게 일상이다. 놀랍지 않은가? 이들은 소위 백수다. 그런데 자괴감에 찌들기는커녕 정규직들은 상상할 수 없는 자유를 만끽한다. 비정규직 800만, 청년실업 100만명 시대에 대하소설 ‘임꺽정’에 필이 꽂힌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길 위의 향연-배우고 사랑하고 싸운다 저자는 벽초 홍명희(1888~1968). 구한말 명망 높은 양반 가문에서 태어나 이광수, 최남선 등과 더불어 조선의 ‘3대 천재’로 꼽혔다. 1920년대 민족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통일전선’ 신간회를 이끈 지도자이기도 하다. ‘임꺽정’은 그의 유일한 작품이자, 20세기가 낳은 걸작이다. 남북한이 함께 자랑해마지 않는, 아주 드문 고전이기도 하다. 시대 배경은 명종 때. 당대를 주름잡던 화적패 ‘청석골 칠두령’을 밑그림으로 조선시대의 사화와 정쟁, 풍속과 일상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작가의 야심 찬 선언대로 ‘순(純) 조선적’ 정조(情調)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품이다. 하여, 서구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그만큼 구술문화의 입담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위에서 보다시피 꺽정이와 그의 친구들은 정착민이 아니다. 농사를 짓자니 땅이 없고, 장사를 하자니 밑천이 없다. 출신성분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유복이는 이름대로 유복자고, 봉학이는 기묘사화때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곽오주는 ‘임노동자’, 길막봉이는 소금장수고, 배돌석이는 떠돌이 룸펜이다. 천왕동이는 백두산에서 살다 제 누이가 꺽정이랑 혼인을 하는 바람에 꺽정이네 집에 와서 더부살이를 한다. 한마디로 결손가족에, 집에서 내놓은 자식들이다. 따라서 이들을 하나의 집단, 하나의 계급으로 묶기란 참, 곤란하다. 말하자면, 특정 범주로 포섭하기 어려운, 체제의 변경을 떠도는 ‘마이너’들인 셈. 그러니 이들의 인생역정은 대부분 길 위에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유복이는 청년기를 앉은뱅이 신세로 지내는데, 하도 할 일이 없어 혼자 표창 연습을 하다 댓가지창의 명인이 된다. 그의 실력이 어느 정도냐 하면, 누워서 던져도 파리를 맞힐 수 있는 수준이다.(와우~) 그 인연으로 지나가는 이인을 만나 병을 고치고 차력사로 거듭난다.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원수를 갚은 다음, 관가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 얼떨결에 최영장군 사당에서 각시를 얻는다.(이게 웬 떡!) 마을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벌역 따위엔 아랑곳없이 각시를 데리고 튄다. 이렇듯 이들은 모두 천민이자 도망자들이지만 사랑과 성을 박탈당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화끈하게 누린다. 장군귀신의 마누라를 달고 튄 유복이의 사랑도 ‘대박’이지만, 백두산에서 꽃핀 꺽정이와 운총이의 ‘풋사랑’이나 귀신도 녹여버린 봉학이와 계월향이의 열애 등도 하나같이 다 ‘블록버스터’다. 이 사랑의 서사 속에 조선조 민중의 ‘인정물태’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녹아있다. ●청석골-움직이는 요새 이 작품이 리얼리즘이나 민중성, 계급성 등으로 포획되지 않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청석골 칠두령’을 움직이는 건 도탄에 빠진 민을 구하겠다든가 혹은 썩어빠진 정치를 갈아엎겠다든가 하는 식의 명분이나 이념 따위가 아니다. 굳이 말한다면, 어떤 권위에도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자존심’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이들의 자존심은 ‘원초적 야생성’과 ‘치기어린 객기’ 사이에서 동요한다. 하여, 때론 눈부시고, 때론 위태롭다. 이 작품이 신비로운 영웅담이 아니라, 희비극을 오가는 ‘인생극장’처럼 느껴지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므로 그들의 본거지인 청석골은 산중 깊숙한 곳에 있지만 결코 닫혀 있지 않다. 인근마을은 물론 서울 한복판까지 ‘한통속’으로 엮여 있다. 게다가 여차하면 요새를 버리고 튄다. 작품의 대미가 청석골을 버리고 자모산성으로 들어가는 장면인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요컨대, 청석골은 길 위의 인생들에게 있어선 ‘움직이는 요새’이자 ‘자유의 새로운 시공간’이었던 것. 바야흐로 ‘집의 시대’가 지나가고 ‘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집으로 귀환했던 모든 의미들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길 위에서 어떻게 ‘공부와 밥과 우정’의 향연을 펼칠 것인가. 이 시대의 청년들에겐 그야말로 절실한 화두다. 이 화두와 정면으로 맞짱을 뜰 용기만 있다면, ‘임꺽정’은 그에 대한 아주 멋진 응답이 될 수 있으리라. 글 고미숙 ■ 고미숙은… 1960년 강원도 정선 출생. 고전평론가. 고려대학교에서 고전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그린비 펴냄),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그린비), ‘임꺽정, 길 위에서 펼쳐지는 마이너리그의 향연’(사계절) 등이 있다.
  • 안산 ‘25시 시청’ 전국민원실로 자리매김

    안산 ‘25시 시청’ 전국민원실로 자리매김

    “일요일에 인감을 발급해 주지 않았다면 다음날 부동산 계약을 못해 큰 손해를 봤을 겁니다.” 지난해 11월11일 ‘365일 잠들지 않는 행정’을 기치로 개청한 경기 안산시의 ‘25시 시청’이 전국의 민원실로 사랑받고 있다. 야간은 물론 휴일에도 민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도시뿐 아니라 서울, 수원, 제천, 목포, 대구 등 전국 각지의 민원인들이 안산을 찾아오고 있다. 연중무휴,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운영하며 자치단체가 주간에 취급하는 500여건의 업무를 처리하기 때문에 급한 민원이 생기면 ‘25시 시청’으로 달려온다.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린 한 수험생은 대입 수능시험 전날 밤 ‘25시 시청’에서 주민등록증을 임시 재발급 받은 후 다음날 무사히 시험을 치렀다. 또 서울에 거주하는 민원인은 일요일에 인감을 급히 발급받아 월요일 오전에 약속된 부동산 계약을 체결하고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직장인들은 퇴근 후 민원 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고 기업은 밤늦은 시간에도 거래에 필요한 자치단체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 반응이 좋다고 시는 밝혔다.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받기 위해 학교수업을 마치고 찾아오는 고교생들의 행렬은 이곳만의 풍속도이다. ‘25시 시청’에서 처리하는 하루 평균 야간 민원은 400여건으로, 개청 이후 지금까지 2만여건을 처리했다. 이중 주민등록 등·초본 발급이 44.9%로 가장 많고 인감 26%, 여권 16.6%이다. 특히 본인이 직접 신청해야 하는 여권민원의 이용객은 대부분 외지인들이다. ‘김재교 민원행정담당은 “타지역 자치단체에서는 주말에 여권민원실이 문을 열지 않기 때문에 서울 등 수도권은 물론 전남 목포에서까지 안산을 찾아온다.”며 “지방의 민원인들에게는 발급된 여권을 택배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권발급 민원이 늘면서 세수입도 증대했다.10년짜리 여권의 경우 발급 수수료 5만 5000원 중 1만 2000원이 발급기관 몫으로 떨어진다. 올 들어 무려 4억여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민원도 처리하고 수입도 챙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25시 시청’에서는 여권발급 외에도 주민등록 등초본, 인감 등 기초자치단체가 취급하는 법규민원을 비롯한 560종의 생활민원을 취급하고 있다. 상수도 고장수리, 가로등·보안등 응급복구, 도로적치물 처리, 공원시설물 복구 등도 접수처리한다. 시청 민원실에 마련된 ‘25시 시청’은 전담 인력 6명과 당직 상황 근무자 2명 등 모두 8명으로 2개 팀을 구성해 교대 근무를 한다. 야간 근무 수당과 함께 낮 시간을 활용할수 있다는 점 때문에 직원들의 근무만족도가 높다. ‘25시 시청’은 또 주민들의 쉽터로도 거듭나고 있다. 지역 한의원 7곳에서 돌아가면서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한방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요일별로 개설한 사회복지, 취업, 법률, 환경 등 상담창구와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강좌 등을 열고 있다. 여유 공간을 활용해 친환경상품 전시판매나 실내디자인전 등도 마련한다. 박주원 안산시장은 “주민들이 밤에도 일하고 있는데 공복인 공무원이 문을 닫고 퇴근해 행정서비스가 중단된다면 자치단체의 존재 의미가 퇴색한다. 주민이 원한다면 언제든 행정서비스는 계속돼야 한다는 게 ‘25시 시청’의 운영 취지”라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지증대사 적조탑비’ 국보 승격

    ‘지증대사 적조탑비’ 국보 승격

    신라말기의 대학자 최치원(857~?)이 비문(碑文)을 지은 보물 138호 ‘봉암사 지증대사 적조탑비(鳳巖寺智證大師寂照塔碑)’가 국보 제315호로 승격 지정됐다. 이로써 최치원이 남긴 사산비명(四山碑銘)은 조선후기쯤 심하게 파손된 대숭복사비(大崇福寺碑) 하나를 제외하고 모두 국보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사산비명은 최치원이 쓴 비문 중 불교사원의 건립이나 고승의 행적을 기록한 것으로, 충남 보령의 성주사 낭혜화상 백월보광탑비(聖住寺慧和尙白月?光塔碑·국보 8호)와 경남 하동의 쌍계사 진감선사 대공탑비(雙磎寺眞鑑禪師大空塔碑·국보 47호)는 1962년에 국보로 지정됐었다. 이번에 국보로 승격된 경북 문경의 지증대사 적조탑비는 신라 말기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인 희양산문(曦陽山門)을 열었던 지증대사의 공적을 기려 세운 것이다. 비석은 귀부(龜趺·비석 받침)와 이수(?首·비석 머리) 등이 전형적인 신라말기의 탑비 조성 양식을 보여주는 데다, 비문도 온전히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문은 신라불교사를 세 시기로 나눠 고승들의 법통을 기술하고 있어 신라 하대 불교사 연구의 중요 자료가 된다. 또 지증대사의 일생을 여섯 가지 신이한 사실 ‘육이(六異)’와 여섯 가지 훌륭한 행적 ‘육시(六是)’로 정리하는 등 독특한 전기 서술법도 보여준다. 그외 신라 하대의 인명·지명·관명·사찰명·제도·풍속에 관한 많은 정보와 백제 소도(蘇塗)에 대한 기록도 남아 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궁·절 뒷간에 무슨 일이… 여자도 서서 일을 봤다?

    정랑(淨廊)·동사(東司)·서각(西閣)·북수간(北水間)·통시. 모두 한 장소를 가리키는 다른 이름들이다. 어디를 지칭하는 말일까. 이런 표현이라면 퍼뜩 떠오른다. 칙간(厠間)·해우소(解憂所)·통숫간·변소·매화틀. 하나같이 ‘똥을 누다’란 뜻의 순 우리말 표현인 ‘뒤를 보는’ 장소, 곧 뒷간을 이르는 말들이다. 점잖은 우리 겨레의 성품이 반영된 때문인지, 부르는 이름이 많기도 하다. 최근 ‘뒤를 보는 장소’마저 훌륭한 연구주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책이 나왔다. ‘뒷간’(김광언 지음·기파랑 펴냄)이다. 뒷간의 어원과 역사부터 지역별 특징, 절집과 궁궐의 뒷간, 그리고 관련 속담에 이르기까지, 뒷간의 모든 것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됐다. 사라졌거나 사라져 가는 우리 풍습과 도구, 음식, 그리고 주거 형태 등을 재조명할 ‘한 권에 담은 우리생활’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이다. 국립민속박물관장 출신의 민속학자인 저자는 산간 너와집 뒷간을 비롯해 경남과 제주도에 남아 있는 돼지 뒷간, 선암사·송광사·내소사·개심사 등 명찰들의 뒷간, 궁궐 뒷간 등을 샅샅이 추적했다. 특히 선암사 뒷간의 바닥 사진을 찍기 위해 ‘뒤를 보던’ 사람에게 들킬까 봐 숨죽이며 뒷간 바닥에서 기다리던 일화도 나온다. 이렇게 저자가 직접 찍은 250여장의 사진들은 흙벽에 둥근 볏집으로 지붕을 얹은 농가의 뒷간과 깔끔하고 고졸한 상류층 뒷간 등 다양한 형태의 우리나라 뒷간을 완벽하게 보여준다. 책 후반부에는 각 나라의 똥·오줌의 민속과 누는 자세, 방법 등에 대해서도 민망할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했다. 흔히 남자는 서서, 여자는 앉아서 오줌을 누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몽골,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이집트, 이란 등지의 남자는 앉아서, 일본 간사이(關西)지역 등의 여성들은 19세기까지 서서 일을 보았단다. 또 ‘쥐구멍에 오줌을 누면 생식기가 붓는다.’는 등 대·소변과 관련된 속담편에서는 선조들의 해학과 재치에 박장대소가 절로 나온다. 저자는 이처럼 생활 풍속을 조사하는 가운데 얻게 된 풍수에 관한 자료를 모아 시리즈 두 번째 책인 ‘바람·물·땅의 이치’를 동시에 출간했다. 각 1만 50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아파트와 인간의 군상-소설 3選] 미션에 빠져 집을 좇는 사람들

    대출 2000만원을 끼고 마련한 6000만원 정도에 햇빛 잘 드는 창문 있는 집이 필요하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손가락질 받지 않고 키울 수 있는 동네에 집을 갖는 것이 간절한 소망이다. 치매를 겪고 있지만 본능은 사선(死線)을 넘나들던 시절 봤던 호수가 내다보이는 소박한 집을 꿈꾼다. 내 집 마련을 위한 필사적인 노력의 목표물들이다. 한겨레 창비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한 김윤영이 택한 자신의 첫 장편소설의 주제는 바로 많은 이들을 웃게 하고, 한숨짓게 만드는 부동산이다. 제목도 기가 막히다. 최근 인기를 얻었던 한 드라마의 제목을 패러디한 듯 ‘내 집 마련의 여왕’(자음과모음 펴냄)이니, ‘풍속소설’을 자처하며 의도적으로 본격문학을 비틀고자 하는 의도도 숨어 있겠다. 집이라는 것이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달뜬 욕망의 표상이면서도, 한편으론 가족 단위를 이뤄주는 안락한 보금자리로서 간절한 현실임을 여실히 확인시킨다. 작가는 이를 ‘솔(Soul) 하우스’라고 이름붙인다. 부모 없는 형제들과 치매 노인의 솔 하우스, 장애아들을 가진 가족의 솔 하우스 등, 형태는 다르지만 소박한 욕망이 진지하게 펼쳐진다. 작가 김윤영의 분신과도 같은 주인공 ‘임수빈’은 이러한 다양한 욕망과 좌절을 함께 안겨주는 ‘집의 문제’와 연신 맞닥뜨린다. 사실 소설의 구성은 허술하다면 허술하다. 미션을 해결하면 새로운 미션이 연이어 등장하고, 과거의 미션을 통해 만들어진 인연이 새 미션에 조력자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일본 만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나선형 과제 해결 구도’다. 실어증 딸과 기억상실증 남편까지 등장, ‘솔하우스’에서 다시 만나 각각 말과 기억을 되찾기도 한다. 실제로 김윤영의 ‘…여왕’은 금기를 건드렸다. 부동산이라는 소재와 주제가 그러하듯 헛기침하며 점잔빼는 문학으로서는 차마 다루지 못했던 것들이다. 다만 르포 소설입네 하며 최소한의 소설적 형식도 갖추지 못한 삼류 글들만 나돌아다니는 현실에서 ‘…여왕’의 극사실적인 현실 묘사는 소설의 본령이 달리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김윤영은 “돈 냄새가 나면 일단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순문학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인 먹고사는 문제를 다루면서 한국 문학의 저변을 넓히고 싶다.”며 문학적 위악(僞惡)의 역할을 자처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씨줄날줄] 무령왕릉/이순녀 논설위원

    1971년 7월 충남 공주 송산리 고분군에서 발굴된 백제 무령왕릉은 한국 고고학사에 길이 남을 두 가지 기록을 세웠다. 하나는 삼국시대 왕릉 중 유일하게 무덤 주인이 확인된 왕릉으로 해방 이후 최대의 발굴 성과라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사상 최악의 졸속 발굴이라는 오명이다. 7월5일 송산리 6호분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고분은 사흘 뒤 공개된 발굴현장에서 보도진의 과열 경쟁과 구름처럼 몰려든 구경꾼들로 인해 현장 통제가 불가능해지자 하룻밤 만에 졸속으로 발굴조사가 마무리됐다. 당시 발굴책임자였던 김원룡(1993년 작고) 전 국립박물관장은 회고기에서 “무령왕릉에 대한 나의 실수는 비단 나 자신만의 아쉬움에 그친 것이 아니라 나라와 국민에 대해 큰 죄가 되고 말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졸속 발굴의 대가는 부실 연구로 이어졌다. 1973년 문화재관리국 이름으로 나온 발굴보고서는 2000점이 넘는 무덤 유물의 외양만 정리된 단계였고, 실측도와 출토상황도 상당수가 빠진 상태였다. 심지어 왕과 왕비의 목관이 바뀌어 있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까지 있었다. 그러다 발굴 35주년이 되는 2005년과 2006년에 야 상세한 내용의 출토유물 분석 보고서가 비로소 나왔다. 하지만 6세기 한국, 중국, 일본을 잇는 동아시아 문화의 블랙박스로 일컬어지는 무령왕릉에 대한 국내 학자들의 연구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무령왕릉의 무덤 형식은 백제의 문화수준과 풍속을 알려줄 뿐 아니라 중국 남조와 밀접히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백제 문화의 국제적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다. 또한 일본과 백제의 문화 영향 관계를 살펴보는 데도 중요한 자료이다. ‘일본 서기’ 기록에 근거해 무령왕이 일본에서 태어난 왕이라고 믿는 일본인들도 적지 않다. 국립공주박물관이 최근 발굴 보고서를 새로 작성하기 위해 출토 유물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무령왕이나 왕비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4점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방사선 탄소연대 측정, DNA 분석 등을 통해 사망 당시 나이와 키 등을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왕족 계보와 탄생 설화 등 무령왕의 미스터리를 푸는 열쇠가 되길 기대해본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美 불황속 우수고교생 新대입 풍속도

    │워싱턴 김균미특파원│메릴랜드 로럴에 사는 키라 카셀스(18)는 올봄 버지니아주립대 등 11개 대학에 지원서를 내 모두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일부 대학에서는 장학금과 재정지원 등의 조건을 제시했지만 2주 동안 고민한 끝에 2년제인 하워드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학생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대학들이 제시한 장학금 이외에 추가로 매년 2만~3만달러가 더 필요한데 경기침체로 집안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카셀스는 대신 2년간 8000달러밖에 들지 않는 하워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심히 공부해 3학년때 버나드대학이나 코넬대학으로 편입할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현지시간) 경기침체로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카셀스 같은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이 곧바로 4년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는 학비가 싸면서도 교과 과정이 다양한 커뮤니티 칼리지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추세를 반영, 커뮤니티 칼리지의 장학생 프로그램 지원율이 최근 들어 급등했다. 하워드 커뮤니티 칼리지의 경우 전체 학생 9000명 가운데 장학생이 2년전 123명에서 185명으로 늘었다. 메릴랜드의 몽고메리 칼리지는 25명 정원에 275명이 지원,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프린스 조지의 커뮤니티 칼리지도 장학프로그램 지원자가 28% 늘었고, 북버지니아(NOVA) 커뮤니티 칼리지 라우던 카운티 캠퍼스는 50%나 증가했다. 사정은 다른 커뮤니티 칼리지들도 비슷하다. 커뮤니티 칼리지들도 우수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4년제 명문대학들의 명성에는 못 미치지만 소규모 강의와 교수들과의 보다 밀접한 관계와 지도, 우수한 친구들, 다양하고 창조적인 과목들로 간극을 메워 나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카셀스는 “4년제 대학에 간 친구들이 주말이나 연휴 때 돌아오면 대학 캠퍼스 생활을 하는 게 부러울 때도 있지만 새 친구들과 교수님, 강의들에 만족한다.”면서 “대학생활의 진면모는 1~2년 뒤에 경험해도 늦지 않는다. 당장은 대학 간판을 빼고는 아쉬운 것이 없다.”고 말했다. kmkim@seoul.co.kr
  • 서울교육청 대입상담 팔걷었다

    서울교육청 대입상담 팔걷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입시학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대입 정시지원 상담에 도전장을 냈다. 공교육이 입시지도를 전문적으로 실시함으로써 공교육의 신뢰도를 높이고, 사교육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은 오는 9일 수능성적 발표 후 14일부터 수험생 개인별로 맞춤형 진학상담을 해주는 ‘2010 대입 정시 진학지도 지원사업’을 실시한다고 30일 밝혔다. 진학상담은 북부교육청, 대명중, 아현중, 당산서중, 교육연구정보원 등 서울시내 5개 지역에서 정시 수험생을 대상으로 21일까지 8일간 진행된다. 상담시간은 매일 오후 3시부터 9시까지다. 컨설팅을 받고 싶은 수험생과 학부모는 10일 오전 10시부터 13일 오후 2시까지 진학진로정보센터 웹페이지(http://sangdam.jinhak.or.kr)를 통해 상담예약을 해야 한다. 상담교사는 총 115명이 배치된다. 상담장에는 대학진학지도지원단 소속 교사들이 나와 전년도 합격·불합격자 자료와 일선 고교가 제공한 수험생 성적정보 등이 담긴 ‘상담 프로그램’을 이용해 상담을 해 줄 예정이다. 교육연구정보원 관계자는 “프로그램에는 각 대학과 서울시내 각 고등학교에서 제공한 약 4만 7000여건의 전년도 지원결과(합격·불합격)를 바탕으로 하는 정시 모집군 대학·학과별 분석자료도 탑재돼 있다.”면서 “조만간 일선 학교에도 보급해 사설학원 배치표에 의존하는 기존의 입시 풍속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무슨일을 하나요

    [토요 포커스] 이북5도청 무슨일을 하나요

    우리나라를 ‘팔도강산(八道江山)’이라고 부른다. 8도는 행정구역의 개념으로 저마다 ‘도청’을 갖고 있다. 현재 북한지역으로 행정력은 미치지 않지만 황해도, 평안도, 함경도 역시 행정기관으로서 도청이 운영되고 있다. 평안도와 함경도의 경우 남·북의 별도 행정기관까지 갖춘 이북5도청이 서울의 북한산 자락인 구기동에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상당수의 국민들은 이북5도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일부에서는 “실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구역이나 주민도 없는 곳에 웬 지사발령이냐.”며 존재 이유를 궁금해한다. 이에 대해 권영준 이북5도청 황해도 사무국장은 “한번쯤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북5도청의 역할을 금방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독일 통일 20주년 행사로 베를린 장벽을 허무는 퍼포먼스가 세계적인 톱뉴스가 됐다. 이와 동시에 통일 이후 독일의 문제점도 집중 조명됐다. 특히 동독 출신 주민들의 심리적,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지적도 많았다. 동독 출신 주민들은 갑작스러운 통일로 정치이념의 변화와 익숙지 않은 생활패턴으로 많은 이념적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다. 후유증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에 언론들이 주목했다. 이북5도청은 우리도 언젠가는 독일과 같은 통일이 올 것이라는 전제 하에 이런 갑작스러운 정치체제와 이념의 변화에 대비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삼고 있다. 1949년 5월23일 남한에서 이북5도청이 처음 설립할 때만 해도 영토개념을 확립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존재하는 조직이었다. 헌법 3조가 규정하는 대한민국의 영토에 해당되는 만큼 당연히 정부, 행정조직으로서 도청을 만들었던 것이다. 비록 행정구역이나 주민들에게 행정적인 서비스는 제공할 수 없더라도 상징적으로 존재해야 하는, 또 수복(통일)이 될 경우에 대비한 행정조직으로서의 역할에 한정됐다. 특히 냉전의 이념이 극에 달했던 1970년대까지는 월남 도민지원정책을 주요 업무로 삼으면서 대국민 반공홍보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80~90년대는 실향민의 애환을 달래주는 정신적 지주역할이나 도민을 지원하고 만남의 장소로 제공하는 곳으로 변해갔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이북5도청은 통일에 대비하는 역량을 키워가는 행정조직으로 역할을 찾아가고 있다. ●독일 통일 이후 집중 연구 특히 이달곤 행정부 장관은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받을 때 “통일 이후 사회통합과정에서 이북 5도민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물론 통일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행정기구는 통일부이지만 그동안 도민회 지원 차원의 명목상으로만 존재했던 행정조직에서 탈피해 새로운 역할을 찾으라는 책무를 부여한 셈이다.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6일로 예정된 ‘통독 사회통합과정에 대한 연수’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된다. 독일 뮌헨과 베를린을 방문해 독일연방의회 등을 방문해 통일과정에서의 역할을 모색해 볼 예정이다. 방문예정 단체 중 하나인 ‘독일 추방자 연맹’의 젤리드 박사는 “이북 5도청이나 도민들은 통일시기에 북한 주민의 생활과 이념을 바꿔주는 전도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그동안 여러 차례 우리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통일시기에 대비한 업무는 현재도 몇 가지 시도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 이탈주민(새터민)의 정착지원업무를 꼽을 수 있다. 전국에 흩어져 생활하고 있는 1만 7000여명의 북한이탈 주민들에게 든든한 행정기관 역할을 해주고 있다. 남한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행정적, 재정적 지원뿐 아니라 정신적 상담에서 취미, 취업에 이르기까지 함께 고민해 준다. 지난 19일 이북5도청 1층 상담실에서 만난 70세 할머니는 “지난해 6월 함경북도에서 아들과 딸을 1명씩 데리고 남한을 찾았지만 북한에 두고온 나머지 자식들이 생각날 때마다 분당에서 이북5도청까지 전문가 상담을 받으러 온다.”고 말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 옥숙정씨는 “북에 두고온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이탈주민들이 많다.”면서 “이탈주민에겐 이북5도청이 외로움과 근심을 달래주고, 남한 생활에 적응하는 법을 일러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북5도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가족결연사업도 펼쳐 2004년부터 지금까지 417쌍에게 가족의 정을 나눌 수 있도록 했다. 지난 4월에는 400여명의 이탈주민이 이북5도청 강당에 모여 한마을 축제도 펼쳤다. 평양예술단의 공연을 관람하고 장기자랑으로 주민들간의 이웃사랑을 돈독히 하기도 했다. 일자리 알선도 해준다. 평양의 미생물연구기관에서 일했다는 67세의 할머니는 “석사학위에다 각종 전통음식에 대한 지식과 솜씨를 갖췄지만 실력을 발휘할 만한 곳을 못 찾았다.”며 아쉬워했다. ●도지정 문화재 11건 보존 특히 이북5도청은 올해부터 실향민 기록보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잊혀져 가고 있는 북한지역의 세시풍속과 통과의례, 민속신앙 등을 발굴해 기록으로 보존하려는 것이다. 실향민들의 구술을 바탕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만큼 발품이 만만치 않았다. 그동안 1900여명으로부터 구술녹취를 받았고 100여명은 동영상도 보관해 놓았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현재 평안도 향두계놀이, 평양검무, 서도선소리산타령 놀량 사거리, 만구대탁굿 등 11건의 도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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