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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정한조가 곰방대를 빼물며 등뒤에 멀리 두고 온 묏부리를 바라보다 말고 혼잣소리처럼 한마디 툭 던졌다. “저 멀리 넓재 묏부리가 까마득하게 보이네요. 7, 8년 전이었던가봅니다. 그날 우리 일곱 일행이 해거름에 저 넓재를 넘고 있었는데, 그때 대중없이 뛰어든 산적 두 놈과 딱 마주쳤네요. 그러나 우리가 누굽니까. 네놈들 잘 만났다 하고 다짜고짜 달려들어 싸다듬이로 난장 박살해서 묵사발이 된 놈들을 아갈잡이한 다음, 울진 관아까지 질질 끌고 가서 하옥을 시켰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상했어요. 우리는 맨몸이었고 저들은 칼을 들기도 했는데, 우리가 덧들이는데도 전혀 대척할 방도를 못 찾았어요. 상투를 잡고 태질을 시키는데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지요.” “그랬소? 그런데 고개 넘을 때는 왜 입도 뻥긋하지 않았소?” “하긴 그때 입이 간질간질했었지요. 그러나 공원께서 얼살을 먹고 굽도 떼지 못하고 설설 길까봐. 가만있었지요.” “예끼, 시생이 무지렁이인 것은 틀림없으나, 그만한 일에 오줌까지 지리겠습니까. 이제는 천둥 번개 치는 밤길에 개호주가 뒤를 따라와도 아무렇지도 않을 만큼 간담이 커졌습니다.” 정한조가 그 소리 못 들은 척 딴청만 피웠다. “나중에사 깨달았습니다만, 명색 산적으로 나섰다는 위인들이 산적이 뭔지 모르고 있었어요. 폐농하고 행리 탈취를 업으로 삼기 시작하면, 엽전이 꿰미째 굴러오는 줄 알았던 것이지요. 길바닥으로 나서기만 하면 화수분이 저절로 굴러올 줄 알았겠지요. 그래서 후회가 되었습니다. 관아에 넘기지 말고 잘 달래서 돌려보낼 일이었는데. 경기의 안성이나 송파나 누원점 같은 대처에서 화적질하는 도둑들의 두령은 모두 군관들이란 말이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군관들은 길거리와 큰 저자에 도적들을 들여보내 빼앗고 훔치게 사주를 합니다. 도적들이 제 세력만 가지고는 대로에서 갈취와 약탈을 저지를 간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세도 있는 집이나 부잣집의 기명이나 의복을 훔쳐낸다 하더라도 그것을 처분할 일이 막연하지 않겠소. 그것을 팔 수 있는 방도를 알고 있는 것은 군관들뿐입니다. 그래서 도둑질한 물건의 금어치가 열 냥이라면 넉 냥은 훔쳐낸 자가 먹고, 나머지 여섯 냥은 군관의 몫이 아니겠소. 또 도둑이 처음 소굴에 가담하게 되면 신참례를 하게 되어 있어 세 번이나 장물을 바치고 나서야 자기의 몫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한 번이라도 눈을 속이려 들었다간, 당장 관가로 잡혀간답니다. 친척이나 이웃이 그 사건에 연루되어 들어간 경우에는 군관의 안면에 구애를 받아 차마 바르게 토설하지 못하고 눈을 내리깔고 중언부언 횡설수설로 눙치게 되겠지요. 이것이 후하다고 하는 풍속이 되어버렸으니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도 그에 따라야 가상한 일로 여기게 되었소.” “그렇다 하더라도 화적질 방조하면 되려 큰코다칩니다. 그때, 구슬려서 돌려보냈다면, 적당 행세해도 이만저만하구나 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뒤돌아서서 다시 적당 행세했겠지요. 그러나 시생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도적이 생겨난 것은 그 화적질이 좋아서가 아니라, 회오리바람처럼 닥치는 기한과 뼛속까지 아리고 쓰린 신산을 견뎌내다 못해 단 하루라도 연명하려는 자들이 있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미욱하고 온순한 무지렁이들을 도적으로 만든 자가 과연 누구겠습니까. 공명첩이니 원납전이니 하면서 공공연히 벼슬을 팔아 권세가의 문전이 장시처럼 소란하게 되었지 않습니까. 음직으로 권세를 잡은 그들 자제며 아전 들이 약탈을 일삼으니 적탈민들은 어디를 간들 도적이 되지 않겠습니까.”
  •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김주영 대하소설 ‘객주’ 완결편

    5일장의 효시는 성종 초에 전라도 무안과 나주에서부터였다. 오랜 재해를 견디지 못했던 적탈민들이 집에 있던 곡식과 채소를 비석거리에 가지고 나와 필요한 물건과 바꾸어 연명하기 시작하면서 장시를 이루게 되었고, 여러 세궁민들이 그에 합세하면서 규모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점차 폐농하고 장거리로 나선 도부꾼들의 수효도 늘어나게 되었다. 조정에서는 저자가 번성하는 것을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저자가 번성하면 농투성이들이 문전옥답을 버리고 모두 장시로 몰릴 것이고, 더불어 시겟금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널뛰듯 해 무뢰배와 사기꾼 들이 횡행하여 풍속이 더럽혀질 것이었다. 농사라는 것은, 몸은 땀으로 절고, 손발은 흙과 똥으로 범벅이 되기 마련이었다. 비바람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벌레 잡기에 잠깐의 말미를 내어 쉴 수도 없어 고단하기 그지없다. 밭뙈기 크기에 따라 부역을 감당해야 하므로 그 괴로움 역시 견디기 어려웠다. 그러나 장사치들은 농간을 부려 보잘것없는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존귀한 것으로 바꾸고는 그 이익을 챙겨 혼자서 방긋 웃고, 모리를 취하고도 시치미를 딱 잡아뗀다. 이를테면, 백동(白銅)을 가리켜 은(銀)이라 속이고, 염소 뿔을 내밀고 대모(玳瑁)라 하고 개가죽을 담비 가죽으로 꾸며 억매흥정으로 몰아붙인다. 어느 눈썰미 있는 자가 그 속임수를 적발하면 도리어 부아통을 터뜨리며 멱살을 뒤틀어잡고 협잡꾼이 나타났다 고함을 지른다. 그러면, 근처에서 장꾼 행세하며 배회하던 패거리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애매한 사람을 개 잡듯 두드린다. 그런가 하면, 장시에는 들치기, 날치기, 소매치기는 물론이고 온갖 구메 도적이 난무한다. 어리석은 농투성이가 집에서 치던 닭 한 마리를 들고 나와 흥정을 할라치면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떠꺼머리총각이란 놈이 불쑥 나타나 닭을 가로챈다. 농투성이가 뒤따라가면 쫓기는 놈은 고샅길 속으로 몸을 숨기고 쏜살같이 달아난다. 요행으로 뒤따라잡아 뒷덜미를 낚아챌 만하면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또 다른 사내가 농투성이 앞을 엎어지듯 가로막으며 방구리 사려 채독 사려 하고 외치며 훼방을 놓아 종국에는 뒤쫓던 놈을 놓치게 만든다. 그들은 농투성이들처럼 배당된 부역도 없어 한껏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다. 그리하여 농사짓는 사람은 그 수효가 나날이 줄어들어, 한 사람이 경작하여 열 사람이 배를 채우니 나라의 창고는 늙은이 뱃가죽처럼 쭈그러들고 말았다.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은 그래서 한낱 허언에 불과하게 되었다. 지방 군수들이 이를 좌시하지 않고 조정에 장계를 올려 저잣거리의 작폐를 저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조정에서 이를 엄중히 단속할 방도를 찾지 못하고 수수방관하는 사이에 저자의 규모는 점점 커져 활기를 띠었고, 종사하는 행상인들의 수효 역시 불어나 세력화되었다. 조정에서는 할 수 없이 한 달에 두 번의 장문이 열리도록 허용하였다. 그러다 그 다음에는 열흘의 터울로, 나중에는 닷새마다 저자가 열리도록 묵인하게 되었다. 이튿날이었다. 신새벽에 일어나 발행을 서두르던 일행은 예상치 못했던 악천후와 마주쳤다.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난밤 잠들 때까지 날씨가 여전히 차갑긴 했어도 구름 낀 하늘은 아니었다. 비라도 내릴 양이면, 행중 식구들 중 대여섯쯤이 어깨나 허리가 결린다거나 굴뚝 연기가 낮게 깔리는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전혀 그런 징조가 없었는데, 느닷없이 앞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진눈깨비가 푹푹 내려붓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허, 좋기만 하던 날씨가 행장 꾸리자마자, 웬 심통이여.” “비알진 벼랑길에 나동그라져 다리나 작신 부러뜨리지 않으려면 감발치고 들메끈들 단단히 조여매시요들….”
  • [아베 ‘릴레이 망언’ 파장] 아베 “야스쿠니 참배 정당… 주변국 반발에 굴복 않겠다” 또 망언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24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 “주변국 반발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망언을 또다시 내뱉었다. 아베 총리는 한국과 중국 등이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등 각료 3명과 의원들의 야스쿠니 참배를 비난하는 것과 관련, “국가를 위해 고귀한 목숨을 바친 영령에 대해 존경과 숭배의 뜻을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고 참배를 정당화했다. 그는 특히 야스쿠니 참배가 외교상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에 대해 “국익을 수호하고 역사와 전통 위에서 자긍심을 지키는 것도 우리의 할 일”이라면서 “(참배 문제가 없다면) 관계가 좋아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베의 연이은 망언은 대부분 도쿄 지요다구 나가타의 일본 국회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2월 중의원(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한 뒤 일본 국회는 우익 정치인들의 우익 선명성 경연장으로 바뀌었다. 민주당 집권 시절과 달라진 풍속도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에 대해 우익 의원들의 강경 발언이 쏟아지면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맞장구치는 장면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일본의 정기국회는 오는 6월 26일까지 열린다. 이후 임시국회가 수시로 열리기 때문에 국회를 장악한 우익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우익 사상을 전파하고 있는 셈이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 수정 의사와 일본의 침략을 정당화한 발언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답변 형식으로 나왔다. 아베 총리는 전날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사죄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와 관련, “침략이라는 정의는 정해진 것이 없고,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일제 침략을 부정하는 역사 인식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의 ‘도발’에 힘입어 각료들도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아소 부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관련해 “조국을 위해 고귀한 목숨을 던진 사람에 대해 정부가 경의를 표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며 참배를 거듭 정당화했다. 지난해 울릉도를 방문하려다 입국 거부된 신도 요시타카 총무상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개인적인 일로 이웃 국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변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부잣집 똥을 훔치면 부자 된다는 말 듣고 칠석이와 팔석이는 정말 똥을 훔치는데…

    부잣집 똥을 훔치면 부자 된다는 말 듣고 칠석이와 팔석이는 정말 똥을 훔치는데…

    어수룩하지만 마음만은 순수한 칠석이와 팔석이. “얼마 전 산골짜기의 논을 산 아랫마을 삼돌이가 최 부자네 똥을 훔쳐 부자가 됐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두 아이는 최 부자네 담을 기웃거린다. 칠석이는 팔석이의 목말을 타고 순식간에 담을 넘는다. 최 부자네 마당에는 똥이 산처럼 쌓여 있다. 똥을 훔친 칠석이와 팔석이는 마주 보며 헤벌쭉 웃는다.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똥 항아리를 보듬고 달리기 시작한다. 똥 항아리를 안방 아랫목에 고이 모셔 둔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는커녕 점점 구려지는 냄새 때문에 죽을 지경이다. 급기야 똥은 삭아 걸쭉해져 부글거리기까지 한다. 고약한 똥 냄새는 널리 퍼지고, 두 아이는 망신만 당한다. 그제야 칠석이와 팔석이는 ‘똥 도둑질’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다. 똥은 가만히 모셔 두는 게 아니라 밭에 거름으로 뿌려 주어야 비로소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다. ‘똥 도둑질’(휴먼어린이 펴냄)은 정월 초하룻날 첫 닭이 울 때 부잣집의 똥을 훔치는 평안북도 강계 지방의 옛 풍속에서 모티브를 따왔다. 부잣집 똥을 훔치면 한 해 운수가 잘 풀리고 부자가 된다는 의미였다. 순박하기만 한 칠석이와 팔석이는 왜 조상이 설날 꼭두새벽부터, 하필이면 더럽고 냄새 나는 똥을 훔치는지 잘 알지 못했다. 농사를 지어 먹고살던 조상에게 똥은 돈만큼이나 꼭 필요한 자산이었다. 똥 한 덩어리도 귀중하게 여기는 마음가짐이 그 사람을 부자로 만들었다는 뜻이다. 이른 새벽에 도둑질해야 한다는 데는 일찍 일어나는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었다. 이 책은 두 아이가 똥 도둑질에 얽힌 조상의 지혜를 깨우치는 과정을 정란희 작가의 맛깔스러운 문장과 홍영우 화백의 익살스러운 그림으로 잘 표현했다. 공부나 운동, 그림 그리기를 잘하기 위해서도 성실하고 근면한 삶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가르침을 담았다. 책 속의 마을 어른들은 도둑질을 하다 어처구니없이 들켜버린 칠석이와 팔석이를 야단치지 않는다. 아이들도 땅에 거름을 뿌리며 들판을 즐거운 노랫소리로 채운다. 그 순간만큼은 아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된 듯하다. 작가는 “‘똥 도둑질’은 일종의 놀이였다”며 “아이들이 흥미롭게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만 20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유흥업소라도 속옷만 입고 시중땐 풍기문란”

    유흥주점으로 등록했더라도 접객원이 속옷만 입고 손님의 술 시중을 들었다면 풍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조병구 판사는 유흥업소 업주 이모씨가 서울 강남구청장을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조 판사는 “식품위생법과 관련 시행령 규정에 의하면 유흥주점 영업에서는 접객원이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며 유흥을 돋우는 것이 허용된다”고 전제하면서도 “이씨 업소에서와 같이 유흥 접객원들이 손님들 앞에서 옷을 벗는다든가 상의를 탈의하고 팬티와 슬립 등 란제리만 입은 채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접객행위를 하는 것은 성적 자극에 주안점을 둔 음란성을 띠는 형태의 영업”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영업장 내에서의 건전한 성풍속이나 사회도덕에 대한 기강을 문란하게 함으로써 성에 대한 도덕적 관념을 해치는 행위”라면서 “이씨 업소의 영업 행태는 영업장에서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를 침해하는 풍기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2011년 서울 강남의 무궁화 4개짜리 호텔에 대형 유흥업소를 차린 이씨는 접객원이 손님 앞에서 윗옷을 벗고 란제리 슬립만 입은 채 술 시중을 들도록 했다. 이 업소는 곧 ‘란제리 클럽’으로 불리며 유명해졌으나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이씨는 형사처벌과 별도의 영업정지 2개월을 대신하는 과징금 6000만원을 부과받자 “법률상 허용된 유흥주점에서 란제리 슬립만 입고 술 시중을 들게 하더라도 풍기문란 행위로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佛기마병 옷 차림 사관생도 그냥 폼 나니까 입힌다?

    1997년 중국 반환을 앞둔 홍콩에서 영국 국기 하강식이 열렸다. 조금 있으면 사라지게 될 장면. 사진기자들이 스케치성 취재에 나섰다. 그때 찍힌 사진은 바람에 펄럭이는 킬트, 그 사이로 드러난 스코틀랜드 병사의 근엄한 알궁둥이였다. 안 그래도 늘 질문에 시달리던 차에 대체 킬트 안에 뭘 입느냐는 질문에 또 시달리게 됐다. 킬트가 남자의 옷이다보니 마릴린 먼로처럼 몸을 배배 꼬면서 샤넬 넘버 파이브라 답할 수는 없는 노릇.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인정하는 베스트 대답. Q : 킬트 안에 무엇을 입으셨나요? (여자에게 답할 때) A : 신이 주신 은총을 입고 있다오. (아주 무례한 여자에게) A : 커다란 백파이프요! 만져보시겠소? (남자에게 답할 때) A : 스코틀랜드인의 자부심을 입고 있다오. (아주 무례한 남자에게) A : 당신 마누라의 립스틱! ‘옷 입은 사람 이야기’(이민정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는 옷에 대한 재밌는 얘기 모음이다. 그렇다고 낄낄거릴 내용만은 아니다. 저 얘기 끝에 저자는 우리나라는 왜 버젓한 전통 내팽개치고 육해공군 사관생도들에게 프랑스 기마병 옷을 입히느냐고 되묻는다. 그냥, 폼 나니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미친 모자 장수가 등장하는 부분에서는 16~19세기 유럽의 비버털 모자 유행을 읽어낸다. 존 에스터라는 모피사업가가 현재 돈으로 1100억 달러, 그러니까 약 132조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어머어마한 유행이었다. 비버는 멸종위기에 몰렸고, 비버 털을 치대 모자를 만들던 모자장이들은 수은 중독으로 미쳐가고 있었다. 이 비버 광란은 19세기 중반, 딱 멈췄다. 비버 사랑 자연 사랑을 깨달아서? 비천한 노동자들의 수은 중독을 더는 눈뜨고 지켜볼 수 없어서? 이유는 딱 하나. 유행이 바뀌었다. 비버털 모자에서 실크 모자로. 미트 롬니 전 공화당 대선 후보로 인해 부각됐던 모르몬교의 특이한 속옷 문화, 히잡을 쓴 역도선수 쿨숨 압둘라의 사례, 온몸을 검은 천으로 둘러싸고 있으면서도 팬티만큼은 초특급으로 야한 것만 골라 입는 시리아의 희한한 풍속, 모피 반대 운동 등 동물해방을 외치는 페타(PETA·동물의 윤리적 처우를 지지하는 사람들) 운동의 너무 극단적이고 이율배반적인 행위 등 옷과 문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흥미롭다. 리바이스 청바지의 신화를 해체한 부분도 인상적이다. 저자는 16년간 옷 공부를 하면서 모아뒀던 이런저런 자료에서 재밌는 얘기들을 추출해냈다. 1만 2800원.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 풍자적 문체·삽화로 19세기말 서민의 삶 재현한다

    풍자적 문체·삽화로 19세기말 서민의 삶 재현한다

    “그림이 상당히 서민적이고, 풍자적이에요. 사회의 기존 질서를 비웃고, 특히 그 비웃음을 눈동자들로 표현해요. 아주 파격이죠. 풍자적인 내 소설에 최 화백의 그림이 맞는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어요.” “새로 연재하는 객주 첫 장면을 읽어보니 묘사가 뛰어나고 회화성이 강합니다. 그걸 잘 표현하면서 현대적으로 그리려 합니다. 조선 후기의 이야기지만, 독자들은 현대를 사는 젊은이니까요.” 소설가 김주영(74)은 4월 1일부터 서울신문에 연재되는 소설 ‘객주 완결편’의 삽화를 맡은 ‘낭만 화가’ 최석운(53)과 이렇게 서로 덕담을 나눴다. 김주영은 삽화 화백으로 최석운을 추천했고, 최석운은 그 추천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최 화백은 “김 선생님은 아버지 같다. 엄하고 거칠지만 비슷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고 했다. 절반이 조금 못 되는 원고지 500장을 미리 읽고 삽화 작업에 들어간 최석운은 “언어의 구사가 대단하다. 미술대학을 나와 사소한 인간들의 일상을 희화화하는 그림을 30년 그려왔는데, 김주영 선생님의 작품이 가진 힘과 잘 조화를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객주의 시작은 19세기 후반. 조선 조정은 임오군란 이듬해인 1883년 양반들에게도 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김주영의 표현으로 “양반과 상놈이 물레방아 돌아가는 시절이 됐다”고 했다. 성종 시절에 처음으로 생겨난 5일장 등 저잣거리는 조선후기부터 문란해지기 시작해 도적, 사기꾼, 무뢰배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 또 원납전으로 벼슬을 사고팔 수 있었다. 더 비싼 값을 부르는 사람에게 벼슬을 팔기가 다반사였으니, 현감이 부임한지 3일 만에 새 현감이 부임하기도 했다. 이런 신분 붕괴의 혼란기를 겪으면서 서민들은 배고픔뿐만 아니라 권력의 부정부패로 애환을 겪는다. 양반들은 비교적 이런 혼란과는 상관없이 살았다. 김주영은 “서민들이 무엇을 먹고, 어떤 단어를 사용했으며, 무슨 약을 썼고, 어떤 집에서 살았고, 춘궁기에는 무엇을 먹었는지, 구황식은 과연 무엇인지 소상하게 지켜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라지는 상놈의 말을 복원했고, 당대의 역사관·사회관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조선후기를 사회과학적 방법론으로 관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석운도 “18세기 실학의 영향과 풍속화에 이어 19세기에 양반 질서가 무너지면서 미술도 급격한 변화가 있었어요. 추상적인 문인화들이 미술을 장악하던 시절이 가고, 상인이나 천민이 등장하는 풍속화들이 기산 김준근을 통해 나타났어요. 한국미술의 최고의 시절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른바 ‘민중미술’이에요. 그런데 조선이 일제 식민지가 되면서 100년 뒤인 1980년대에서야 다시 민중미술이 나왔어요”라며 덧붙였다. 이런 배경에서 경북 울진 포구에서 검은돌마을을 거쳐 현동 저자와 내성으로 가는 십이령 고개를 오가는 소금장수들인 보부상이 등장한다. 행수 정한조가 이끄는 팀이다. 콧등에 동상이 앉을 정도로 추운 겨울에 나귀에 짐을 잔뜩 싣고 어깨에는 짐을 지고 쭉 서서 한길로 고개를 넘는 모습은 마치 뜨거운 햇볕을 짊어지고 사막을 횡단하는 카라반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겨우 앞사람 궁둥이만 치어다보고 걷던 이들 앞에 저고리 차림의 동상과 피멍이 가득한 인사불성의 낯선 사나이가 뚝 떨어진다. 이 사내는 누구일까. 김주영은 “객주 1~9권의 주인공이 천봉삼이듯, 마지막의 주인공도 천봉삼이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천봉삼은 어디에 있을까요? 그걸 염두에 둬야 한다. 이 소설에 추리기법을 썼기 때문에 독자 여러분은 주의해서 읽지 않으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호탕하게 웃는다. 사실 절반을 읽다보면 의리가 있고 정의로운 사나이이자 아직 미혼인 행수 정한조가 주인공 같다. 천봉삼은 한참 뒤쪽에서야 출현한다. 이 밖에 등장인물로 울진염전의 송석호, 궁핍한 양반 출신인 건어물 상단의 조기출, 도가를 운영하는 윤기호, 포수출신의 부상 곽개천, 화적떼의 일원으로 보이는 불량한 스님, 새침데기 구월이와 그의 어멈인 월천댁 등등. 김주영은 “인근 마을사람들이 도적을 평정한 보부상에게 철로 만든 공덕비를 세워주는데, 정한조의 이름이 거기에 올라가 있다”고 설명했다. 객주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김주영은 이렇게 말했다. “무능한 왕, 부패한 관료 속에서 굶주리는 백성의 모습은 시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하고도 닿아있다. 무능한 정치 지도자, 부패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모습을 투영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의정부 ~ 수원 ‘직통버스’ 삶 바꾼다

    의정부 ~ 수원 ‘직통버스’ 삶 바꾼다

    경기 수원시 화서동에서 의정부시 금오지구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는 정모(48)씨는 통근버스를 이용한다. 대중교통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자가용은 비용이 많이 들어서다. 통근차는 오전에 하루 한 차례 운행하며 1시간 20분이 소요된다. 승용차를 이용하면 70여분이면 되지만 연료비와 고속도로 통행료가 매월 100만원을 넘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중교통은 두 시간이 넘게 걸린다. 전철은 2시간 5분, 버스는 2시간 30분이나 소요된다. 문제는 퇴근이다. 업무 특성상 야근과 회식이 잦다 보니 오후 6시 10분 또는 오후 8시가 막차인 통근버스를 놓칠 때가 많다. 결국 퇴근할 때는 일반버스나 전철을 타야 한다. 하지만 통근차보다 한 시간이 넘게 더 걸린다. 출근하면 퇴근 걱정, 퇴근하면 출근 걱정이 절로 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수원과 의정부에는 출퇴근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직장인들이 많다. 경기도는 면적이 1만 171㎢로 북부 의정부에서 남부 수원을 오가는 시간이 길다. 두 도시가 경기도의 대도시라 이동 인구가 많다. 이에 따라 근무지가 같은 도로 발령이 나도 기러기 생활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생긴다. 이들은 근무지가 집 가까운 곳으로 바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일이 손에 제대로 잡힐 리가 없다. 수원이나 의정부에서 출근하는 공무원은 도청에만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때문에 수원시내 또는 의정부 북부청 옆 관사에서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생활을 하는 공무원들도 150여명에 이른다. 경기분도론을 잠재우기 위해 2002년 의정부에 북부청이 신설되면서 생겨난 풍속도이다. 이 같은 사정은 경기도교육청 본청과 북부청·경기경찰청 본청과 제2청·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북부청 등의 관공서와 삼성전자 등 일반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 수를 모두 헤아릴 수 없다. 이런 기러기 직장인들에게 26일 희소식이 전해졌다. 경기도북부청은 다음 달 1일부터 의정부와 수원을 최단거리로 직통운행하는 버스(8401번)를 하루 12회 운행한다고 밝혔다. 현재 하루 28회 운행하는 8409 일반노선버스는 중간에 구리시를 경유해 두 시간 이상 소요된다. 하지만 직통버스는 구리시를 거치지 않아 1시간 30분이면 도착한다. 의정부에서 첫차는 오전 4시 40분, 막차는 오후 9시 30분이다. 수원에서 첫차는 오전 6시 40분, 막차는 밤 12시다. 정씨는 “장시간 출퇴근하느라 너무 힘들어 이사 갈 생각도 했지만 이젠 편하게 회사에 다닐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경기도는 수원과 의정부를 오가는 도민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직통버스 노선을 마련했다. 김억기 도 교통건설국장은 “의정부~수원 간 경기순환버스의 직선노선 신설로 두 도시를 오가는 많은 직장인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훨씬 쉽게 출퇴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 [DB를 열다] 1971년 머리카락을 삭발당하고 있는 ‘장발족’

    [DB를 열다] 1971년 머리카락을 삭발당하고 있는 ‘장발족’

    최근 과다 노출을 단속하는 경범죄처벌법이 발효돼 1970년대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70년대의 퇴폐 사범 단속은 히피 문화와 관련이 있다. 1960년대 말부터 미국 등지에서 히피 문화가 흘러 들어와 젊은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번져 갔다.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거나 미니스커트, 청바지를 입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모습이 당시의 당국자들의 눈에는 사회 분위기를 흐리는 것으로 비친 듯하다. 심지어 정부는 풍속사범단속법안을 만들어 장발이나 과다 노출 등을 처벌 대상으로 삼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원 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머리 스타일이나 옷차림까지 국가가 간섭할 수 있느냐 하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신문 기사에 따르면 장발족을 처음 단속한 날은 1970년 8월 29일로 소위 퇴폐적인 사회 풍조를 일소한다는 명분이었다. 단속 기준은 옆 머리카락이 귀를 덮거나 뒤 머리카락이 옷깃을 덮는 경우였다. 당국의 압력으로 장발족들은 음악감상실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예비군들도 훈련장에 가면 머리카락을 잘라내야 했다. 내국인들만 단속한 것이 아니다. 외국인도 머리카락이 길면 공항이나 항구에서 입국을 막았다. ‘장발족’뿐만 아니라 미니스커트를 입는 등 과다 노출한 여성들도 붙잡아 즉심에 넘겼다. 미니스커트의 기준도 애매해 경찰서마다 달랐다. 서울 종로경찰서의 경우 무릎 위로 스커트가 17㎝ 이상 올라가면 미니로 간주했다. 대체로 무릎 위 20㎝를 미니의 기준으로 삼았다. 미니스커트를 단속하는 경찰관들은 30㎝ 자를 필수품으로 가지고 다녀야 했다. 1971년 들어 단속은 더욱 강화된다. 10월 한 달 동안 전국에서 5만 3000여명이 단속되었는데 대부분이 장발족들이었고 보디페인팅을 하거나 비밀 댄스홀에서 춤을 춘 사람들도 걸렸다. 장발족들은 대부분 삭발한 뒤 훈방됐지만 입건되거나 즉심에 넘겨진 사람들도 있었다. 10월 유신이 선포된 1972년에는 13일 만에 12만명을 단속하기도 했다. 장발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자 1976년에는 치안본부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장발 일제 추방령을 내렸다. 그해 4월까지 55만명이 삭발을 당하거나 즉심에 넘겨졌다. 사진은 1971년 7월 7일 경찰서 보호실에서 긴 머리카락을 강제로 깎이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손성진 국장 sonsj@seoul.co.kr
  • 사진작가 최원진 ‘얼굴’로 돌아왔다.

    사진작가 최원진 ‘얼굴’로 돌아왔다.

    앗! 윤두서의 모습이 여고생 얼굴에 나타났다. 익숙한 것들을 다르게 보여주는 사진작가 최원진이 새로운 작업을 들고 나타났다. 최원진은 한동안 채소를 뜻밖의 모양새로 보여주는 작업으로 관심을 끌더니 이번에는 10여년 만에 다시 얼굴로 그것도 예전에 보였던 자화상이 아니라 앳된 여고생들의 얼굴을 들고 나타났다. 그런데 그 여고생의 얼굴 속에 조선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조선 선비 윤두서의 모습부터 신윤복 김홍도의 화폭 속 인물이 연상되는 얼굴들이 신기하게 현재 여고생 얼굴에 나타나 있다. 한국은 오랜 전통과 문화를 갖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의 미의식이 있었으나 조선시대 말기에 근대화에 실패하면서 서양의 미의식이 그대로 우리에게 영향을 끼쳐서 한국적인 미의식이 많이 상실되었다. 인물에 대한 미의식에서도 그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조선시대 미인도를 보면 현재의 미인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최원진의 이번 전시는 대전에 위치한 호수돈 여고생을 상대로 화장과 성형을 하지 않은 순수한 얼굴의 눈, 코, 입을 부각시켜 현재 한국 젊은 여성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작업을 진행한 것이다. 약 150명의 여고생을 촬영하여 한국여성의 꾸밈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찾고자 한 것이다. 마치 증명사진처럼 정면을 촬영한 것은 한국인의 의식 속에 인간의 모습은 정면에 있다고 생각한 것에 있다. 유럽의 전통적인 초상화를 보면 정확한 정면을 피한 반면에 왕의 영정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전통적으로 대칭을 이루는 정확한 정면을 그리려 노력했다. 아마 사람의 얼굴에서는 앞면이라는 말 보다 정면이란 단어를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머리카락을 잘라내어 눈, 코, 입을 부각시킨 것은 헤어스타일 자체가 서구적인 이미지로 보여 한국적인 이미지 보이는데 방해가 되어 좀 더 군더더기를 없앤 것이다. 마치 조선시대 김홍도, 신윤복의 풍속화 속에서 장옷으로 얼굴만 내놓은 여인의 인상이 느껴지는 듯, 그리고 윤두서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느껴지는 이미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전시회는 3월 27일~4월 2일,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덕빌딩 3층에 있는 갤러리 룩스에서 열린다. (Tel 02.720.8488) 인터넷 뉴스팀
  • 日폭설속 ‘父情’… 체온으로 딸 살리고 자신은 동사

    지난 2~3일 일본 홋카이도 지역을 덮친 강풍을 동반한 폭설로 8명이 숨지고 차량이 고립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50대 아버지가 자신의 체온으로 딸을 살리고 목숨을 잃어 일본 열도가 슬픔에 잠겼다.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오카다 미키오(53·어부)는 지난 3일 오전 7시쯤 홋카이도 유베쓰의 도로변 한 농가 창고 문밖에서 눈에 파묻혀 동사했다. 오카다의 품속에선 딸 나쓰네(9·초등학교 3학년)양이 발견됐다. 나쓰네양은 울면서 다리 통증을 호소했을 뿐 생명에는 이상이 없었다. 2일 유베쓰에는 초속 30m(최대 순간 풍속)의 강풍이 불었고, 최저 기온은 영하 5.9도였다. 부녀가 발견된 농가 창고 주변에는 2m 높이의 눈이 쌓여 있었다. 경찰이 이들 부녀를 발견했을 때 오카다는 나쓰네양을 껴안은 채 농가 창고 문에 기댄 상태였다. 자신의 체온으로 딸을 지키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농가 창고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앞서 오카다는 2일 오후 3시 30분쯤 부근에 사는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오카다는 트럭을 몰고 자택에서 5∼6㎞ 떨어진 아동센터에 딸을 데리러 갔다가 귀가하는 길에 눈보라를 만나 움직일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소방관들은 다른 이들을 구조하느라 출동하지 못했고, 전화를 받은 지인 등이 오카다 부녀를 찾아 나섰지만, 눈보라가 워낙 심해서 구조에 실패했다. 부녀가 발견된 곳은 트럭이 있는 곳에서 약 300m 떨어진 도로변 농업용 창구 입구였다. 창고에서 70m 떨어진 곳에 농가가 있었지만, 사방이 보이지 않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오카다는 2010년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가리비와 굴 양식을 하면서 딸과 둘이서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부패경찰, 주요 보직 원천 차단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첫 시행

    경찰 주요 보직에 부패 전력을 지닌 사람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최근 정기인사에서 처음 적용됐다.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실시한 경정급 이하 경찰관 인사에서 수사, 형사, 풍속업소 단속, 경리 등 약 6700개 보직에 비리 전력자를 배제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기로 하고 이번 인사에 처음 적용했으며 추후 진행될 총경 이상 고위직 인사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경찰은 직무와 관련해 금품·향응을 수수하거나 공금 횡령으로 징계 처분을 받은 경우, 인사 당시 징계요구 중인 경우 등을 부패 전력자로 분류했다. 이들이 배제되는 보직은 ▲경찰청의 수사국장, 감사관, 특수수사과장, 지능범죄수사과장 ▲지방경찰청의 청장, 수사·형사과장, 청문감사관, 광역수사대장 ▲경찰서의 서장, 수사·형사과장, 지구대·파출소장, 풍속·경리 담당자 등이다. 김정은 기자 kimje@seoul.co.kr
  • 대보름 민속놀이로 주민화합 ‘쑥쑥’

    “각박한 도심에서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세시풍속의 의미를 되살리고 전통 민속놀이의 계승·발전을 통해 주민화합과 애향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월 대보름인 지난 24일 동대문구 청량리동 마을마당에 모인 이들은 이같이 입을 모았다. 유덕열 구청장과 노인들은 이날 만큼은 마음껏 웃는 가운데 윷놀이 판을 벌였다. 봉사단체 회원들이 마련한 오곡밥과 떡을 대접받은 주민들은 막걸리를 곁들여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유 구청장과 지역 인사들은 물론 동마다 수백명이 행사장을 찾아 스스럼없이 한데 어울렸다. 이날 자리는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정월 대보름 앞뒤로 갖는 민속놀이 행사였다. 답십리1동을 첫머리로 전농2동까지 14개 동별 직능단체 주관으로 개최한다. 행사는 제기차기, 풍악놀이 등의 경연을 개인전·직능단체 대항전, 통 대항전 등으로 나누어 많은 주민들이 함께 즐기면서 다양한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행사를 주관하는 각 단체는 민속놀이 행사에 참여한 주민들에게 육개장, 설렁탕, 부침개 등의 음식과 푸짐한 경품을 준비해 지역주민의 화합과 애향심을 고취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탰다. 구는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2013년 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 종합계획’을 본격 시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문강사를 초빙해 직원과 주민들 현장교육 등을 실시하고, 주민들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특화 프로그램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특히 유휴공간 조성, 인재 발굴, 인터넷카페 ‘마을에서 마을까지’를 통해 홍보자료를 게재하도록 하는 등 활발한 활동이 가능하도록 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달집태우며 소원 빌어요

    달집태우며 소원 빌어요

    영등포구는 정월대보름을 맞아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오목교 아래 안양천 둔치에서 ‘정월대보름 맞이 민속놀이 축제’를 연다고 19일 밝혔다. 도시화로 잊혀 가는 전통놀이를 재현하기 위해 1999년 서울시 최초로 시작된 이번 행사는 매년 3000여명의 주민이 참석하는 대축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다. 이날 오전 10시 윷놀이대회를 시작으로 오후 2시부터는 달집에 소원 기원문 달기, 연날리기, 각설이 공연이 이어진다. 오후 4시부터는 주민 노래 경연대회와 난타 공연, 초청 가수 공연 등을 통해 주민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안겨줄 예정이다. 오후 7시에는 행사의 백미인 ‘달집태우기’가 진행된다. 대도시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10m 높이의 대형 달집을 태우며 액운을 쫓고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할 수 있다. 뒤이어 열리는 불꽃놀이, 쥐불 깡통 돌리기, 참가자 전원이 함께 하는 대동놀이가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다. 행사장은 5호선 양평역(2번 출구)에서 가장 가깝고 오목교역(4번 출구)에서도 걸어서 갈 수 있다. 조길형 구청장은 “한강 여의도 봄꽃축제와 함께 영등포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한 정월대보름 행사를 통해 잊혀 가는 전통 세시풍속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주민 화합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새 내용 찾지 말고 기출문제 반복학습을

    새 내용 찾지 말고 기출문제 반복학습을

    올해 1차 경찰공무원(순경) 필기시험이 다음 달 9일로 바짝 다가왔다. 채용 인원은 1452명이다. 올해부터 응시자격 연령이 30세에서 40세로 확대됐다. 1972년 1월 1일~1995년 12월 31일 출생자가 응시할 수 있다. 지난해 평균 78.6대1이었으며, 지역에 따라 200대1도 넘어섰던 경쟁률이 올해는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지역별 채용 인원은 대통령 경비와 청와대 경호를 담당하는 101경비단 120명을 포함하면 서울경찰청이 757명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청이 448명을 선발한다. 경찰공무원 필기시험 과목인 한국사, 영어, 형법, 형사소송법, 경찰학의 최종 정리법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싣는다. PMG 박문각 남부경찰학원 박준철 강사는 13일 경찰학개론 과목에 대해 “2012년 3회에 걸친 채용시험의 출제 경향을 보면 전 범위에 걸쳐 골고루 출제되며, 판례와 조문을 이용한 지문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특정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기보다 전체적으로 골고루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론에서는 경찰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해야 하고, 경찰공무원 관련 인사와 징계제도, 경찰 조직과 관련한 내용, 경찰관직무집행법, 예산제도 등 자주 출제되는 부분을 꼭 정리할 필요가 있다. 각론에서는 범죄론, 정보와 관련된 이론적인 내용 외에 각 경찰 활동과 관련된 법령의 조문과 판례 등이 자주 출제된다. 법령에서는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청소년보호법,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도로교통법,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국가보안법, 보안관찰법, 출입국관리법, 범죄인 인도법 등을 정확히 정리해두어야 한다. 박 강사는 “과거 몇 차례 시험에서 자주 출제되던 내용이 다시 출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내용을 찾지 말고 그동안 학습했던 것과 그와 관련된 법조문, 판례 등을 반복하여 정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형법 과목에 대해 함승한 강사는 “기존의 출제 경향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형법총론의 미수, 예비, 공범론, 각론의 재산에 관련된 죄, 공무집행에 관한 죄 등 조문과 관련된 판례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안보던 게 나오면 어떻게 하지’라며 다른 교재를 찾기보다는 보던 교재를 계속 반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최신 판례만 보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영어 과목에 대해 오순아 강사는 “중요한 구문과 전체 문법을 혼합해 놓은 종합 문제가 자주 출제되었고 어휘와 숙어, 문법, 생활영어 등도 독해지문과 연관되어 출제되고 있다”며 “문법은 따로 정리하지 말고 문제를 통해 그 유형에 적응하는 것이 좋으며, 어휘는 최근 2~3년간 경찰직 및 각종 공무원 시험에 출제되었던 어휘를 중심으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 대비 전략에 대해 이승준 강사는 “최근 경찰 승진시험 기출문제와 수사, 공소제기, 공판절차, 증거파트, 재판파트 들을 잘 점검해야 한다”며 “경찰 채용시험에 자주 나오는 수사파트 및 공소제기와 증거파트는 신중히 봐야 한다. 실전 모의고사를 통해 시간 안배 등을 익히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사 과목에 대해 이운우 강사는 “지난해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은 쉬운 편이었다. 한국사 문제의 지문 대부분이 눈에 익은 기출문제였으며, 전 범위에 걸쳐 골고루 출제되었다”며 “단순히 제도사를 묻는 문제에서 벗어나 전근대사와 근현대사의 각 파트별 제도, 정치기구, 지배층, 대외관계, 경제, 토지제도 등이 자주 출제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했다면 앞으로는 암기 사항들을 확실히 잡아야 하며, ‘누구도 대신 외워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외워야 할 것을 외우지 않는다면 고득점이 어렵다며 지금까지 본 책으로 반복 학습을 하면서 이미 출제된 지문을 중심으로 공부하라고 조언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설 연휴, 가족과 전통예술에 흠뻑

    설 연휴, 가족과 전통예술에 흠뻑

    짧은 설 연휴, 가까운 공연장에서 다양한 국악과 전통놀이를 즐기면서 명절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도 좋겠다. 국립국악원은 10일과 1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과 야외마당에서 설날 맞이 기획공연 ‘여민동락’(與民同)을 준비했다. 한 해의 소원을 빌고 차 한 잔과 덕담을 나누는 ‘접빈다례’, 음악·춤·그림이 어우러진 ‘풍류다회’ 등 세시풍속을 체험하는 시간이다. 국립국악원 소속 단체가 궁중무용 ‘처용무’, 관악합주 ‘경풍년’, 가사 ‘춘면곡’, 민요 ‘아리랑’ 등을 공연한다. 무대 위에서 서예가 김영삼 선생이 국립국악원의 신년휘호를 쓰고, 전정우 선생이 계사년 상징인 뱀을 그릴 예정이다. 관객들에게는 전통주와 한과를 제공한다. 국립국악원 야외광장에 제기차기, 투호 등을 경험하는 전통 민속놀이 체험장을 만들었다. 예악당 로비에는 토정비결을 보고 가훈을 써주는 코너도 마련했다. 1만원. (02)580-3300.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은 9일 부산 남구 대연동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설맞이 국악한마당’ 연주회를 올린다. 무병장수와 풍요를 기원하는 자리로 궁중 연례음악 ‘수연장지곡’, 가곡 ‘영제시조’, 무용 ‘장고춤’, 민요 ‘금강산타령’, 풍물놀이 ‘판굿’ 등으로 구성했다. 수석지휘자 김철호, 집박 채수만, 가곡 예능보유자 이종록, 한국무용가 장선희 등이 출연한다. 공연 1시간 전부터 좌석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한다. (051)607-3123. 서울 중구 정동극장은 전통뮤지컬 ‘미소’(MISO)의 9·10일 관람객에게 설맞이 한과를 선물한다. 이날 극장을 찾는 관람객을 위해 전통놀이를 체험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28일까지 공연예매권, 가족&연인 패키지(공연 티켓 2장·전통의상체험촬영)를 2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4만~5만원. (02)751-1500. 최여경 기자 kid@seoul.co.kr
  • “15만t 크루즈선 2척 입출항 안전” 재확인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민·군 복합항) 건설이 탄력을 받게 됐다. 정부와 제주도는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해군기지를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31일 발표했다. 재확인 작업은 정부와 제주도가 추천한 전문가로 구성된 크루즈선 입·출항 시뮬레이션 검증단의 주도로 이뤄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이날 “오는 4일쯤 우근민 도지사가 해군기지 건설을 수용해 협조하겠다는 내용과 중앙정부에 대한 지원 요구를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담화문에는 제주도가 중앙정부와 분담하기로 한 지역개발비 1710억원의 일부를 국비로 충당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해군기지 반대 불법시위 등으로 사법처리된 주민의 특별사면도 요청할 계획이다. 제주도는 지역발전사업 예산을 해마다 결정하는 기존 방식 대신 특별회계로 돌려 지원액을 사전에 확정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제주도 측의 입장을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제주도는 항만공동사용협정 이행각서에 실무적으로 합의하고 체결만 남겨 놓고 있다. 정부는 앞서 지난해 군사시설보호법 등을 개정해 민·군 복합항을 무역항으로 지정해 민간이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안전상 위험 제기 등 반대 속에서 진행되던 해군기지 건설에 속도가 붙게 됐다. 앞서 제주도 측은 “정부안으로는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해군기지를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을지 의심된다”며 새로 제시한 조건으로 공동 시뮬레이션 검증을 요구해 왔다. 제주도 측은 요구대로 검증이 이뤄지면 사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정부는 강정연안 풍력발전사업 등 지역발전사업에 2021년까지 국비 5787억원, 지방비 1710억원, 민자 3200억원 등 1조 771억원을 투자해 서귀포 지역을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정책도 재확인했다. 지역발전사업으로는 크루즈터미널 및 공원조성, 해양관광 테마항 건설, 강정 생태탐방로 및 산림휴양림 조성 등이 포함돼 있다. 이호영 총리실 국정운영2실장은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전성이 확인되고, 국회 결의사항 등을 충족시킨 만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후속 대책을 마련해 차질 없이 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15년까지 서귀포시 강정항에 이지스함을 포함해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검증단은 이번 시뮬레이션이 바람이 풍속 27노트(초속 약 14m)로 불고 남방파제에 15만t급 크루즈선 1척이 계류한 상황에서 또 다른 15만t급 크루즈선 1척이 서방파제로 입항하는 조건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 정부와 제주도는 공동으로 시뮬레이션 시현 검증단을 꾸려, 지난 17∼18일 대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시뮬레이션을 실시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나로호 30일은 해피엔딩?

    나로호 30일은 해피엔딩?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Ⅰ) 3차 발사의 세 번째 도전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2009년 1차, 2010년 2차 발사 실패에 이은 세 번째이자 마지막 기회다. 3차 발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시도됐다 발사 직전 연기된 바 있어 나로호 발사 성공에 대한 염원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이번 발사는 공동 개발 파트너인 러시아 측과의 계약 조건상 마지막 기회여서 연구진의 발사 성공에 대한 염원은 더욱 간절하다. 발사를 하루 앞둔 29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지만 바람은 풍속 1㎧로 잔잔하고 오후 3시 기준 기온도 영상 9도로 높아 발사에 적합한 날씨였다. 연구진은 초긴장 상태로 막판 점검에 박차를 가했다. 한상엽 발사체 추진제어팀장은 “나로호 발사 성공을 위한 점검은 이곳 우주센터에서 매일 진행되는 과정이라 특별한 감회보다는 늘 하던 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라면서 “발사 이틀 전에 이뤄지는 나로호 이동과 기립 작업도 지난번 2차 시도 때보다 시간도 단축되고 원활하게 이뤄져 기대가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발사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스페이스 클럽’ 가입 순서를 둔 논란도 커졌다. 지난해 12월 북한의 ‘은하 3호’ 로켓이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궤도에 안착시키면서 ‘스스로 개발한 로켓을 자국 발사대에서 쏴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은 나라’를 뜻하는 10번째 가입국 자리를 빼앗겼다는 지적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측은 “스페이스 클럽이라는 것은 실체적인 기구가 아니기 때문에 은하 3호와 나로호를 비교해 10번째다, 11번째다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우주센터에서는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최종 리허설이 진행됐다. 리허설은 연료 주입만 하지 않은 채 발사통제동의 통제하에 실제 발사 예정일 당일과 똑같이 발사 운용 시스템을 단계별로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다.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하기 위한 과정이다. 한·러 연구진은 지난 두 차례 발사에서 문제가 됐던 고무 링과 1단의 추력방향제어기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발사 준비를 마친 상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항우연은 이날 오후 리허설 결과 등을 토대로 비행시험위원회의 최종 분석을 거쳐 30일 오후 1시 30분쯤 최종 발사 시간을 확정하게 된다. 최종 리허설이 시작된 이날 오전부터 나로우주센터로 진입하는 길목에 검문소가 설치돼 일반 차량의 출입이 통제됐다. 우주센터 반경 10㎞에는 경찰 인력 600여명과 소방장비 34대, 소방 인력 130여명이 배치돼 긴장감을 더했다. 나로호가 서 있는 발사대 주변은 더욱 철저한 경계 태세를 갖췄다. 통제 해역인 반경 3㎞ 앞바다에는 30여 척의 해양 경비정이 경계를 섰고 발사 당일인 29일에는 발사대를 중심으로 반경 5㎞ 앞바다와 나로호 비행항로 아래 폭 24㎞, 길이 75㎞ 규모의 해역이 통제된다. 고흥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데스크 시각] 뻔뻔함을 가르칩니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데스크 시각] 뻔뻔함을 가르칩니다/박상숙 산업부 차장

    강남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공개수업이 열렸다. 맨 뒷줄에 앉은 남학생 두 명은 수업이 시작된 뒤에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교단의 선생님도, 등 뒤의 학부모들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둘의 목소리가 수업을 방해할 지경에 이르자 선생님의 일침이 가해졌다. 그러나 민망해하는 구석은커녕 되레 당당한 아이들. 그중 한 명은 반질거리는 눈빛으로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대거리까지 했다. “저요? 저요? 지금 저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 자리에 있던 한 학부모는 녀석들을 한 대 쥐어박지 못해 ‘주먹이 울었다’고 했다. 얼마 전 접한 일본책 ‘하류지향’에서 비슷한 에피소드를 발견하곤 무척 놀랐다. 7년 전 국내에 번역 소개된 이 책은 학급 붕괴에 빠진 일본의 실태와 이유를 짚고 있다. 수업 내내 학생은 옆으로 삐딱하게 앉아 계속 떠든다. 선생님의 꾸짖음에 고개를 돌리거나 고쳐 앉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금 듣고 있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뱉을 뿐이다. 글쓴이는 과거와 달리 아이들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최소한의 부끄러움도 없다고 했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자기 발 아래 피우다 만 담배가 있는 명명백백한 상황에서도 ‘그런 일 없다’고 억지를 쓴다. 그는 이런 ‘우기기’가 학생들에게 만연돼 있다며 그 이유 중의 하나로, 부도덕한 행동을 하고도 뉘우침이 없는 사회 유명인사들의 뻔뻔함을 꼽았다. 돈과 지위를 이용해 일삼던 부정행위가 발각되면 일단 사실이 아니라고 우긴다. 끝까지 버텨도 크게 ‘피 보는’ 일이 없다. 이런 어른들을 통해 아이들은 어떠한 잘못을 하더라도 고개를 숙이면 손해라는 세상의 이치를 배운다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나 과오가 거론됐을 때 염치 없기로는 우리나라의 사회 지도층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나라 교실에서 벌어지는 ‘멘붕 스쿨’의 한 모습은 세태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선 과오가 클수록 ‘법의 은전(恩典)’도 쉽게 입곤 했다. 횡령과 세금 포탈을 저지른 재벌 총수 및 일가들이 그랬고,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정치인·관료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기업들의 불법적 영업행위에도 경제를 책임진다는 명분하에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기 일쑤다. 주먹도 전국적으로 휘두르면 대접이 달라진다. 악명 높았던 조폭 두목이 세상을 뜨자 그의 절친이라는 한 유명인이 종편 방송에 나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그를 애도하는 모습에 기가 찼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부정부패와 이에 대응하는 법과 사회의 방식이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오죽하면 10억원이 생긴다면 1년 옥살이쯤은 괜찮다고 하는 아이들도 있을까. 요즘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는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만 해도 그렇다. 높이 오를수록 자신의 성공에 취해 도덕불감증이 깊어지나 보다. 큰돈 챙기지 않았다지만 그가 저지른 깨알처럼 수많은 비위행위는 혀를 내두르게 하며, 그런 길을 밟아 오고도 헌법수호 기관의 수장이 되겠다고 대담무쌍하게 나서는 것을 보며 성공과 정의의 의미를 다시 떠올렸다. 잘못을 인정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몰염치한 풍속이 유행하는 것은 ‘하류사회’의 지표다.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 어른들의 나라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뻔뻔하고 무례하다고 손가락질을 하랴. 뿌린 대로 거두는 것이다. alex@seoul.co.kr
  • 세밀한 원색화 브뤼겔 닮았네

    세밀한 원색화 브뤼겔 닮았네

    현대미술은 늘 누구에게나 다 열려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런 예는 사실 잘 없다. 눈이 휘둥그레질 가격이 우선 그렇고, 다들 그럴듯한 학위와 경력들로 중무장한 데다, 혁신적 작품들이란 걸 보면 너무 어려운 나머지 이게 작품인지 전문적 학위 논문인지 헷갈릴 때조차 있다. 17일부터 2월 12일까지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갤러리 청량리점에서 열리는 ‘알랭 토마’전은 그런 의미에서 정반대에 서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프랑스 낭트에서 태어난 알랭 토마는 어릴 적 외할머니에게서 선물받은 화판, 물감, 붓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정규 미술 교과 과정을 밟은 적도 없이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하고 그려온 화가다. 네덜란드 풍속화가 피터 브뤼겔, 페르시아나 인도 계열의 세밀화를 좋아했다는 그의 그림은 그래서 원색을 있는 그대로 쓰고 평면적인 공간 배치에도 별다른 저항감 없이 적응한 데다 화가의 심상을 그림에 투영하기보다 부지런하고도 성실하게 화면을 촘촘히 채워 넣은 그림들이다. 색다른 그림 자체의 멋과 맛도 있지만, 작가가 아니라 그림 자체가 뭔가 얘깃거리를 한가득 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런 작품은 그에게 ‘나이브’(Naive) 미술의 개척자라는 명성을 안겨 줬다. 눈밭을 뛰어노는 아이와 동물을 그린 겨울풍경, 자신의 상징처럼 여기는 왕부리새 투칸, 동양화 느낌이 물씬 베어나오는 학 그림 등 40여점을 선보인다. (02)3707-2890. 조태성 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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