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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국토기행] 전남 진도군

    [新국토기행] 전남 진도군

    보배 진(珍), 섬 도(道)가 지명인 전남 진도는 역사와 문화, 신비가 깃든 보배 섬이다. 진도는 국내 최초의 사장교로 야경이 특히 아름다운 진도대교를 지나야 들어갈 수 있다. 다리의 아래가 임진왜란 당시 충무공 이순신의 전적지인 명량대첩지 울돌목이다. 해협의 폭은 좁고 절벽이 가팔라 물살이 거세고 용솟음치는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선을 무찌른 명량대첩지와 고려 무인정권이 원나라에 대항해 용장성·남도진성 등을 쌓으면서 항쟁했던 삼별초 성지가 있는 호국의 지방이다.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된 ‘진도개’와 한국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린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 관광지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남화의 대가였던 소치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며 여생을 보냈던 화실이 있는 등 그림과 노래·민속이 살아 숨쉬는 지역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판소리 한 대목을 술술 해내는 곳이어서 ‘소리의 고장’으로 불린다. 진도에는 씻김굿 등 9가지 무형 문화재를 풀어내는 ‘예능 보유자’가 18명이나 된다. 금·토·일요일은 진도아리랑, 강강술래, 남도민요 등 공연을 체험할 수 있고, 우리 전통의 냄새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예술 공연 마당이 열리는 민속이 살아 숨쉬는 지역이다. ■역사와 낭만이 있는 볼거리 ●신비의 바닷길… 현대판 모세의 기적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매년 3~4월 초 고군면 회동리와 의신면 모도리 사이 약 2.8㎞가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 현대판 모세의 기적으로 불린다. 조수 간만의 차이로 수심이 낮아질 때 바닷길이 드러나는 현상이지만 40여m의 폭으로 똑같은 너비의 길이 바닷속에 만들어진다는 데 신비로움이 있다. 바닷길이 완전히 드러나는 시간은 1시간 정도다. 바닷길이 열리는 입구에는 뽕 할머니 사당과 동상이 있다. 뽕 할머니의 기도로 바닷길이 열렸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매년 이 현상을 보고자 국내외 관광객 80여만명이 몰려온다. 전 세계적으로 일시적인 현상을 보고자 가장 많은 인파가 찾아드는 곳으로 알려졌다. 이곳 진도 신비의 바닷길은 1975년 주한 프랑스 대사 피에르 랑디가 진도로 관광을 왔다가 이 현상을 목격하고 프랑스 신문에 소개하면서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됐다.1996년에는 일본의 인기가수 덴도 요시미가 진도 신비의 바닷길을 주제로 한 ‘진도이야기’(珍島物語) 노래를 불러 히트를 치면서 일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진도군에서는 축제 기간 관광객들을 위해 민속예술인 강강술래, 씻김굿, 들노래, 다시래기 등 국가 지정 중요무형문화재와 상엿소리, 북놀이 등 전남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이벤트로 볼거리를 제공해 해마다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축제는 오는 4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열린다. ●운림산방… 추사의 제자, 남화 대가 허유의 화실 국가지정 명승지 제80호로 조선조 남화의 대가인 허유가 말년에 거처하던 화실이다. 1856년 시·서·화의 삼절(三絶)이라 불리는 소치 허유가 작업실로 지은 운림산방은 집 앞쪽의 운치 있는 연못과 뒤쪽의 부드러운 산세를 자랑하는 첨찰산이 있어 한 폭의 풍경화 같다. 소치는 스승인 추사 김정희가 호를 붙여줬다. 작업실이었던 산방 뒤에는 허유의 사당인 운림사가 있다. 운림사 뒤쪽의 숲은 천연기념물 107호인 상록수림이 둘러 있어 사계절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 준다. 이곳에서 허유는 미산 허형을 낳아 그림을 그리게 했으며, 허형과 의리로 맺은 동생인 허백련이 허형에게 처음으로 그림을 배운 곳이기도 하다. 이렇듯 유서 깊은 운림산방은 소치(小痴)-미산(米山)-남농(南農)-임전(林田) 등 5대에 걸쳐 전통 남종화를 이어준 본거지이기도 하다. 최근 남도의 화가들이 그린 문인화 등을 전시하고 경매하는 토요경매가 열려 주목받고 있다. 운림산방과 나란히 있는 진도역사관에서 열리는 토요경매는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에 흥겨운 남도 국악소리와 함께 시작되는데 보통 30여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연못과 정원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초가집과 소치기념관, 진도역사관 등이 있다.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진도개테마파크… 위풍당당 명견과의 대화 진도의 트레이드마크인 진도개를 훈련해 공연을 하는 곳이다. 진도개 수영장, 공연장, 사육장, 운동장, 썰매장, 홍보관 등 진도개에 대한 모든 것을 둘러볼 수 있는 여행지다. 공연은 한 마리가 15분 동안 사육사와 함께 여러 가지 묘기를 선보인다.늑대와 개의 차이부터 세계의 다양한 개 품종들과 세계의 명견들을 볼 수 있다. 진도개, 삽살개, 풍산개 등 우리나라의 유명한 개들의 생김새와 실물 모형들을 눈으로 비교하면서 확인할 수 있다. 대전에서 진도까지 걸어서 주인을 찾아온 진도개에 얽힌 유명한 일화를 다룬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개들의 아이큐 테스트도 해보고 진도개의 충성심에 얽힌 일화들도 살펴보면서 진도개가 얼마나 충성심이 강하고 똑똑한 개인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삼별초 항쟁지… 13㎞ 둘레 ‘마지막 요새’ 용장성, 남도석성은 삼별초 항쟁의 성지로 고려시대 몽골에 대항한 항전과 저항의 흔적지다. 용장성(사적 제126호)은 고려 원종 11년(1270년) 고려가 몽골과 굴욕적인 강화를 맺고 개경 환도를 강행하자 이에 불복해 대몽 항쟁의 결의를 다짐한 삼별초군이 남하해 근거지로 삼았던 호국의 성지다. 배중손이 지휘하는 삼별초가 진도에 머문 10개월 동안 용장성을 구축하고, 이곳을 항전의 근거지로 삼았다. 산성의 둘레는 13㎞에 이른다. 현재 삼별초의 흔적인 용장성은 대부분 소실되고 일부만 남아 있다. 마치 다랑논처럼 성벽이 계단식으로 축조돼 있다. 이곳에는 최근에 중건된 용장사가 있다. 고려시대의 석불좌상이 경내에 있다. 남도진성(사적 제127호)은 삼별초가 진도에서 최후의 저항을 했던 곳이다. 성의 길이는 610m, 높이 5.1m로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현재 관아와 내아, 객사를 복원했다. 앞으로 선소와 활터를 복원할 계획이다. 성의 외곽을 건너다니기 위해 축조한 쌍운교와 단운교는 편마암 자연석을 사용한 것으로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형태로 알려져 있다.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과의 협상 장소로 이용한 벽파진도 있다. 명량대첩 때 충무공 이순신의 군대가 머물렀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色다른 먹을거리 [白] 통발로 살포시 올려 흰살이 꽉찬 진도 꽃게 진도 서망항에는 7~8월 금어기를 제외하면 늘 꽃게가 난다. 연중 적조가 발생하지 않는 청정 해역인 데다 플랑크톤을 비롯한 먹이가 풍부하고, 갯바위 모래층이 형성돼 꽃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진도군에서 2004년부터 바닷모래 채취를 금지하면서 꽃게 서식환경이 자연스럽게 조성됐다. 진도에서는 통발로 꽃게를 잡는다. 그물로 잡을 때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아 게 맛이 훨씬 좋다. 전국 꽃게 생산량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서망항에서는 해마다 진도꽃게축제가 열린다. 알이 통통하게 올라 미식가들의 식욕을 한껏 자극하는 진도 꽃게는 꽃게찜과 탕, 간장 게장 등으로 전국적으로 인기가 높다. 중국 백화점에서 소금 게장 및 고가의 수산물 선물용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중국에서 최고 대우를 받고 있다. 중국에서 진도 꽃게를 선호하는 이유는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남방 꽃게(상하이 인근 해역에서 잡힘)와 맛, 색깔, 모양, 냄새 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紅] 지초뿌리로 담근 붉고 맑은 술 홍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주관한 ‘2015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리큐르 부문 장려상을 받았다. 진도홍주는 2010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리큐르 부문 우수상을 시작으로 2012년 리큐르 부문 장려상, 2013년과 2014년 일반증류주 부문 장려상을 받는 등 국내 전통주 품평회에서 수차례 입상했다. 지리적 표시제가 적용돼 진도 지역에서만 생산된다. 다른 소주와 달리 증류된 소주를 지초뿌리를 넣은 삼베주머니에 통과시키면서 선홍색 홍주가 만들어진다. 흔히 색이 붉어 홍주라고 하고, 지초를 통과한다 하여 지초주라고도 부른다. 산이나 들에서 잘 자라는 지초(일명 지치)의 뿌리로 담근 술이다. 뿌리는 굵고 자색을 띠는데, 이 지초 뿌리를 말려 사용한다. 증류된 술이 지초뿌리를 통과해 담홍색의 맑은 빛을 띤 홍주가 나온다. 40도 이상으로 도수가 높은 술임에도 목 넘김이 자극적이지 않고, 깔끔한 것이 특징이다. 뿌리향이 강하게 느껴지고, 숙취가 없다. 빛깔이 워낙 곱기 때문에 칵테일로 만들어 마시기도 한다. [黃] 땅속 황금빛 영양 덩어리 울금 땅속에 묻힌 황금빛 영양 덩어리로 불린다. 울금의 황금빛을 내는 색소인 ‘커큐민’은 숙취 해소에 탁월하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효능은 물론 독특한 맛과 향이 울금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울금은 몸에 피가 제대로 돌지 못해 생기는 증상인 어혈을 풀어주는 특효약으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언급된 귀한 약재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재배한다. 국내 울금의 70%가 진도에서 생산되고 있다. 지리적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해양성 기후에 일조량이 풍부해 울금 성장에 가장 적합한 환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진도 울금은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간 기능 개선 식품으로 인정받고, 2014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지리적 표시제에도 등록됐다. 울금이 인기를 끌면서 수입산 울금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국내산과 수입산은 ‘흙’과 ‘크기’로 구별된다. 울금의 크기는 국내산이 좀더 크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생울금은 흙이 묻어 있지만 수입산은 흙 없이 깨끗한 상태로 들어온다. [黑] 청와대 명절선물로 납품한 ‘진도 흑미’ 진도 흑미는 지난해 청와대 추석 선물로 선정될 정도로 유명하다. 2009년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15t을 납품하는 등 두 차례나 대통령 선물로 선정됐다. 지리적 표시제 제84호로 등록돼 있다.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항암과 피부 노화방지에 효과가 있는 안토시아닌이 다른 지역 검정쌀보다 월등히 높게 함유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양성 기후 등 지역적 특색 덕분에 단백질, 아미노산 및 비타민 B1, B2, B3, 철, 칼슘, 아연, 망간 등의 미네랄 원소들이 일반 쌀의 5배 이상 함유돼 있다. 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작은 영화 키우는 큰 배급사들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이 중소 영화 발굴을 통해 영화 시장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어 주목된다. 저예산 다양성 영화를 비롯해 제작비를 ‘슬림화’한 중예산 상업영화 제작 투자에 힘을 기울이며 영화 팬들의 취향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한 ‘돌연변이’, CGV아트하우스가 배급한 ‘그놈이다’와 ‘비밀’, 뉴가 배급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등이 잇따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CJ는 기존 영화사업팀 외에 별도의 콘텐츠개발팀을 꾸려 2012년부터 ‘버터플라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인 감독 발굴 프로젝트다. ‘돌연변이’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과의 산학 협력이 빚어낸 프로젝트 성과물이다. 2013년 ‘소녀’, 지난해 ‘조난자들’과 ‘거인’, 다큐멘터리 ‘목숨’을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 그룹 엑소의 수호가 출연해 화제가 된 ‘글로리데이’와 ‘여교사’ 등이 차기작이다. 멀티플렉스 CGV는 아트하우스(옛 무비꼴라쥬)를 통해 중소 영화 투자, 배급에까지 나섰다. 지난해부터 ‘우아한 거짓말’ ‘도희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차이나타운’ ‘무뢰한’ 등을 거푸 선보였다. ‘도희야’ ‘차이나타운’ ‘무뢰한’은 칸국제영화제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순제작비 20억원대의 ‘우아한 거짓말’과 ‘차이나타운’은 각각 162만명, 14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중예산 영화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다큐멘터리 ‘님아’의 경우 480만명이 관람하며 한국형 ‘아트버스터’로 떠올랐다. 아트하우스는 차기작으로 ‘극적인 하룻밤’을 선보일 예정이다. 뉴는 작품성이 돋보이는 중견 감독의 저예산 영화를 꾸준히 발굴해 왔다.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를 비롯해 이창동 감독의 ‘시’, 전재홍 감독의 ‘풍산개’, 정지영 감독의 ‘부러진 화살’,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 등을 배급해 왔다. 지난해에는 부가 판권 시장 개척을 위해 자회사 콘텐츠판다를 설립했는데 독립영화 ‘영도’를 배급하기도 했다. 콘텐츠판다는 염전 노예 이야기를 다룬 ‘섬, 사라진 사람들’의 개봉을 준비 중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2012년부터 작가 발굴 및 양성을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시나리오 공모전을 열고 있다. 해마다 네 작품을 선정해 시상하고 있는데 1회 수상작인 ‘관능의 법칙’은 명필름에서 제작, 지난해 개봉해 호평을 받았다. 현재 3회 수상작인 ‘좀비가 아니라 구울’의 시나리오 개발이 진행 중이며 1회 수상작 ‘치매용 의자’와 3회 수상작 ‘옥희’ 등이 제작사와 논의 과정에 있다. 롯데는 또 단국대 영화콘텐츠 전문대학원과 손잡고 지난해 ‘10분’ ‘철원기행’을 만들기도 했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죽이는 재능에 눈 뜬 남자 ‘살인재능’ 예고편

    죽이는 재능에 눈 뜬 남자 ‘살인재능’ 예고편

    “사람 죽이는 거 하나는 타고난 거 같아. 마치 재능 같은 거지” 영화 ‘풍산개’로 단숨에 관객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전재홍 감독이 신작 ‘살인재능’을 들고 왔다. 전 감독이 4년의 공백 후 선보이는 ‘살인재능’은 모든 것을 잃는 순간, 죽이는 재능에 눈 뜬 한 남자가 점점 쾌락과 욕망에 중독된 악마가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살인재능’은 그간 김기덕 감독이 직접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작품을 선보여왔던 전 감독이 홀로서기 선언 후 내놓은 첫 작품이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제게 ‘김기덕 사단’이란 출신학교이자 고향과 같다”며 “그것을 벗어나거나 비슷해야 한다거나 하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 지가 1순위’다”라며 본인만의 색깔을 선보일 것을 강조했다. 특히 전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제작, 각본, 연출, 촬영까지 도맡아 화제가 됐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 포스터 2종에는 타고난 재능에 눈뜬 남자 ‘민수’(김범준)의 차가운 눈빛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누군가의 목을 움켜쥔 듯한 모습과 이와 상반되는 그의 슬픈 표정은 평범했던 한 남자가 살인마가 되기까지의 사연에 대해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반면 서늘한 광기로 무장한 채 누군가를 노려보고 있는 또 다른 포스터에서는 어느새 살인에 중독된 그의 섬뜩한 변화를 볼 수 있다. 함께 공개된 예고편은 주인공 민수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실직 후 사랑하는 여자친구 ‘수진’(배화정)에게 버림받은 모습과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재능에 눈뜬 살인마가 된 그의 모습은 서늘함을 전한다. 특히 하얀 눈밭 위로 끌려가는 시체와 갈고리를 집어든 민수, 그에게서 도망치는 수진의 모습은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예고한다. ‘풍산개’ 이후 4년 동안 차기작을 준비하면서 ‘살인재능’을 기획하게 되었다는 전 감독은 “전형적인 ‘싸이코패스가 아닌, 코너에 몰린 한 남자의 선택’을 그려보고 싶었다”며 “기존의 스릴러와 달리 새롭고 공감 가능한 캐릭터를 제시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는 3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상영시간 103분. 사진 영상=인디스토리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정말 ‘개판’된 축제

    정말 ‘개판’된 축제

    경주개 동경이 보존연구소는 26일 경북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 탑골마을에서 제1회 ‘개판 축제’를 개최했다. ‘개들의 땅, 개들의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지난 8월 마을 주민들에게 천연기념물 제540호인 동경이 새끼 7마리를 분양하고 동경이마을로 지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다. 경주를 비롯해 포항 등 인근 지역의 반려견 300여 마리가 몰려들었다. 진돗개, 풍산개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토종견인 동경이들은 먼저 하객(?)인 반려견과 동호인들 앞에서 주인에 대한 복종과 인명 구조견 시범을 근사하게 선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반려견들은 멍멍 짖어대는 것으로 박수를 대신했다. 이어 마을 주민과 동경이는 반려견들과 함께 어울려 운동회와 보물찾기, 장기자랑 행사를 이어 갔다. 참가자들은 동경이와 반려견들의 재롱에 내내 들뜬 표정이었다. 또 길이 200m의 대형 동경이 벽화와 홍보관, 동경이 사육 농가 및 쉼터 등을 둘러보고 소원 리본을 달기도 했다. 동경이(東京狗)는 경주의 옛 지명인 동경(東京)에서 사육하는 개라는 의미로, 신라시대부터 경주 지역에서 사육되다가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서 상서로운 개의 형상으로 여겨지는 고마이누와 닮았다는 이유로 학살당해 멸종 위기에 놓였다. 꼬리가 짧거나 없는 게 특징이다. 사람에게 매우 친화적이어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동물 매개 치료에도 이용되고 있다. 전국에 300여 마리가 있다. 경주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칠불암, 동경이… 경주에서 살아있는 신라를 만나다

    칠불암, 동경이… 경주에서 살아있는 신라를 만나다

    발길 닿는 곳마다 문화재가 즐비하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고도(古都). 신라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경주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6~10일 밤 9시 30분 방송되는 EBS ‘한국기행’에서다. 6일 1부에서는 경주 남쪽에 자리한 신라의 ‘불국토’ 남산을 찾아간다. 남산은 100여개의 절터, 80여구의 석불, 60여기의 석탑을 품은 ‘지붕 없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칠불암으로 향하는 예진 스님의 발걸음이 씩씩하다. 한 시간 남짓의 산길은 스님에게 수행의 길이다. 비구니 사찰인 칠불암 법당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법당 한쪽에 나 있는 큰 유리창 밖으로 남산 유일의 국보 칠불암 마애불상군이 자리 잡고 있다. 남산 전체를 법당으로 삼은 신라인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풍경이다. 8일 3부에서는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에 이어 한국견 4호로 인정받은 동경이의 지순한 얼굴을 만난다. 2012년에는 천연기념물 제540호로 지정된 동경이의 이름은 고려 시대 경주의 옛 지명에서 비롯된 것. 문헌 기록뿐만 아니라 5~6세기 신라 고분에서 출토된 토우에서도 동경이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꼬리가 짧거나 없는 것이 특징인 동경이는 황구, 백구, 흑구, 호구 색과 무늬도 다양하다. 성격이 온순해 사람들을 잘 따르며 영리하다고 경주 사람들은 칭찬이 자자하다. 이번에 동경이 마을로 지정된 탑골마을에서 동경이 분양식이 열렸다. 새끼 동경이를 안아 든 주민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진다. 삼삼오오 모인 동경이 주인들은 동경이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김일성이 전한 ‘선녀도’ 등 대통령 선물도 여기에 있죠

    김일성이 전한 ‘선녀도’ 등 대통령 선물도 여기에 있죠

    대통령기록관에는 각종 문서만 있는 게 아니다. 정상회담을 할 때 주고받는 각종 선물도 소유권이 국가에 있으며 퇴임 뒤 모두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해 관리하게 돼 있다. 특히 박정희·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전직 대통령들이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받았던 선물 9점이 눈길을 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2년 당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을 평양에 밀사로 보냈다. 5월 2일부터 나흘간 김 주석, 당 중앙 조직지도부 부장 김영주와 두 차례 회담을 한 뒤 귀국하면서 김 주석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하는 선물을 받아 왔다. 바로 금강산에서 승천하는 선녀를 자수로 수놓은 ‘선녀도’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 2월 17일 남북적십자사 회담 대표단으로부터 김 주석이 보낸 청자 모란 무늬 항아리를 전달받았다. 선물 가짓수가 가장 많은 역대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 1990년 9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제1차 남북 고위급회담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연형묵 북한 총리는 청와대에서 노 전 대통령을 예방한 뒤 대나무 문양 다기 세트, 까치와 꽃문양이 있는 소라 장식 화병, 은수저, 수세미 문양 나전칠기 화병과 원형함, 보석 장식 꽃문양 은제 다기 세트 등을 선물했다.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했던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김 국방위원장에게 직접 선물을 받았다. 김 전 대통령은 2000년 6월 정상회담 당시 풍산개 두 마리를 선물받았다. 함경남도 풍산군에서 이름을 딴 풍산개는 호랑이와 맞서 싸울 정도로 용맹한 사냥개로 유명하다. 풍산개 두 마리는 살아 있는 생물이라는 특성상 서울대공원에서 살다가 지난해 노환으로 죽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정상회담 당시 칠보산 송이버섯 500상자, 약 4t 분량을 선물받았다. 함북 명천군에 위치한 칠보산은 산세가 아름답고 생태계가 잘 보존돼 ‘함북의 금강’으로 불리는 곳으로, 이곳에서 나는 송이버섯은 최고급으로 대접받는다. 정부는 송이버섯 선물을 각계 인사들에게 분배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관에는 남아 있는 송이버섯이 없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구상·추상 하모니즘 창시… ‘한국의 피카소’ 하늘 화단으로

    구상·추상 하모니즘 창시… ‘한국의 피카소’ 하늘 화단으로

    ‘한국의 피카소’라 불린 원로화가 김흥수 화백이 9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95세. 김 화백의 유족은 이날 “새벽에 잠깐 일어나 물을 드시고 얼마 뒤 돌아가셨다.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편안하게 눈을 감으셨다”고 전했다. 고인은 2002년 이후 세 차례 척추수술을 받아 잘 걷지는 못했으나 최근까지 전시를 관람하고 작품을 출품하기도 했다. 함경남도 함흥 출신인 김 화백은 1944년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하고 1952년 서울예술고 미술과장과 서울대 미술대 강사를 지냈다. 구상화 양식에 향토애적 주제나 인물, 정물에 초점을 맞췄던 그림은 1955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나면서 전기를 맞았다. 7년간 파리에 머물며 야수파, 입체파, 표현파 등을 두루 섭렵한 뒤 그의 작품세계의 주요 소재이자 주제로 누드가 등장했다. 이후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목으로 국내 화단을 대표하던 고인은 1977년 구상과 추상을 한 화폭에 아우르는 조형주의인 ‘하모니즘 미술’을 선언해 국내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당시 김 화백은 ‘조형주의 예술 선언’에서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울려 완전을 이룩하듯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두 작품세계가 하나의 작품으로 용해된 조화를 이룰 때 조형의 영역을 넘는 오묘한 예술세계가 전개된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1990년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미술관, 1993년 러시아 모스크바 푸시킨미술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박물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어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다. 1992년 사제지간이던 고 장수현 화백(김흥수미술관 관장)과 43세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부부의 연을 맺어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장 화백은 2012년 난소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자신에게 헌신하느라 개인전을 열지 못한 부인을 안쓰러워했던 고인은 지난해 10월 부인의 1주기 추모전을 열었으며, 그 추모전에서 “하모니즘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싶었는데 국내에서 너무 몰라줘 잘 안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말년에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흥수미술관에서 직접 어린이영재미술교실을 운영하며 교육에 힘을 쏟았다. 지인들에 따르면 최근까지도 고인은 미술에 대한 열정을 꺾지 않았으며, 본인이 중요하게 꼽는 작품들을 모아 전시를 열고 싶어 했다. 고인의 외손자인 영화 ‘풍산개’의 전재홍 감독은 “지금에야 머리가 맑아졌고 미술을 알 것 같은데 90대 노인이 돼버려 생각대로 못 하는 게 화가 난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유족은 3남 1녀.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13일 오전. (02) 2072-2011.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한국뿐만 아니라 괌+일본에서도? ‘부러워’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한국뿐만 아니라 괌+일본에서도? ‘부러워’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프로 야구선수 오승환(32)과 배우 김규리(35)이 열애설에 휩싸였다. 한 매체는 16일 ‘야구선수 오승환과 배우 김규리가 3개월째 핑크빛 열애 중’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규리는 오승환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일본을 여러 차례 찾아 응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월 방송된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촬영으로 인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전화와 문자로 그를 응원했다. 또 김규리가 올해 2월 7일까지 괌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응원을 위해 괌을 찾았으며 스프링캠프 중인 오승환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 목격담을 덧붙였다. 한편 오승환은 1982년생으로 지난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9년간 활약을 펼친 한국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다. 김규리는 1979년생으로 김민선 이름으로 1997년 잡지 표지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9년 11월 김규리로 개명했으며 드라마 ‘학교’, ‘유리구두’,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미인도’, ‘풍산개’ ‘또 하나의 약속’ 등에 출연했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대박이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오승환이 김규리보다 세 살 어리구나”,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의외의 열애설이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두 사람 어떻게 만났지?”, “오승환 김규리 열애..김규리가 야구 좋아했나보네”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DB, 서울신문DB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괌+일본에서도? “사귀는 사이 아니야”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괌+일본에서도? “사귀는 사이 아니야”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배우 김규리(35) 측이 야구선수 오승환(32, 한신 타이거즈)과의 열애설에 대해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김규리의 소속사 코어콘텐츠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16일 오전 “김규리에게 확인해보니 오승환 씨와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더라”라고 열애설을 부인했다. 앞서 한 매체는 두 사람이 연인 사이라고 보도해 큰 관심을 모았다. 보도에 따르면 김규리는 오승환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일본을 여러 차례 찾아 응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2월 방송된 드라마 ‘앙큼한 돌싱녀’ 촬영으로 인해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전화와 문자로 그를 응원했다. 또 김규리가 올해 2월 7일까지 괌에서 진행된 삼성 라이온즈 전지훈련 응원을 위해 괌을 찾았으며 스프링캠프 중인 오승환을 만나기 위해 일본으로 날아가 함께 시간을 보낸 목격담을 덧붙였다. 한편 오승환은 1982년생으로 지난 2005년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해 9년간 활약을 펼친 한국의 대표적인 마무리 투수다. 김규리는 1979년생으로 김민선 이름으로 1997년 잡지 표지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9년 11월 김규리로 개명했으며 드라마 ‘학교’, ‘유리구두’, 영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미인도’, ‘풍산개’ ‘또 하나의 약속’ 등에 출연했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대박이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오승환이 김규리보다 세 살 어리구나”,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의외의 열애설이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두 사람 잘 어울리는데..그냥 사귀었으면 좋겠다”,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김규리가 야구 좋아했나보네”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스포츠서울닷컴DB, 서울신문DB (‘돌부처’ 오승환 김규리 열애 부정)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씨줄날줄] ‘남남북녀’의 이면/최광숙 논설위원

    예전부터 남쪽은 남자가 잘나고, 북쪽은 여자가 예쁘다는 뜻의 ‘남남북녀’(南男北女)라는 말이 있다. 이말은 조선 후기 실학자인 이능화 선생의 ‘조선여속고’(朝鮮女俗考)에서 처음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름난 정치가, 학자, 예술가, 군인 등은 대다수가 남쪽 출신이다. 반면 뛰어난 미모의 여인들은 강계미인(江界美人), 회령미인(會寧美人), 함흥미인(咸興美人)이란 말에서 보듯 북쪽 출신들이 많다. 이는 기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피부가 희고 얼굴이 갸름하며 외꺼풀 눈에 허리가 긴 여성을 미인으로 꼽았다. 기후 영향으로 북쪽으로 갈수록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여성들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남남북녀’의 이야기는 분단 후 영화의 소재로 새롭게 등장했다. 1967년 ‘남남북녀’를 필두로 ‘쉬리’, ‘풍산개’, ‘한반도’ 등의 영화에서는 휴전선이 가로막혀 이뤄질 수 없을 법한 남과 북의 이성들이 만나 사랑을 꽃 피운다. 슬프고 애절한 사랑의 커플이 바로 ‘남남북녀’다. 요즘은 탈북자들이 늘면서 영화 속의 주인공이 아닌 실제 ‘남남북녀’ 커플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최근 ‘남남북녀’의 의미를 다시 써야 할 것 같은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의 ‘201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 자료에 따르면 남한은 남성이 여성보다 7만 5000여명이 더 많고, 북한은 여성이 남성보다 60만 4000여명 더 많았다. 남북한 전체의 남녀 성비를 봤을 때 남한은 남자가, 북한은 여자가 더 많은 ‘남남북녀’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것이다. 북한에 여성이 더 많은 이유는 남자들이 일찍 사망하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남자들이 외화벌이를 위해 시베리아 벌목장 등 해외 건설현장이나 군대에서 무리하게 일하다 사고사 등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의료 기술 낙후로 태아 성감별을 미리 못하는 북한에 비해 남한의 남성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도 한다. 북한의 남녀 성비의 심각한 불균형은 열악한 환경에 처한 북한 체제의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여간 안타깝지 않다. 고된 노역으로 일찍 죽는 남성들만 불쌍한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면서 의지해야 할 파트너 없이 혼자 남을 여성들도 가엾다. 북한과 같은 과도한 여초(女超) 현상은 보통 전쟁 이후에 많이 나타난다. 남성들이 전쟁에 나가 많이 죽으면서 여성들만 홀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전쟁은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고 남은 사람들을 황폐시킨다. 지금 북의 남녀 성비율만 봐도 북은 평화로운 시기가 아닌 전시의 모습 그대로다. 최광숙 논설위원 bori@seoul.co.kr
  • 北김정일, DJ에게 선물한 풍산개 2마리 죽어

    北김정일, DJ에게 선물한 풍산개 2마리 죽어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선물한 풍산개 2마리가 죽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울대공원은 4일 풍산개 수컷인 ‘우리’와 암컷인 ‘두리’가 각각 지난 4월과 10월에 노환으로 자연사했다고 밝혔다. 이 두 마리는 북한에서는 ‘자주’와 ‘단결’로 불렸지만 국내에 온 뒤 김 전 대통령이 ‘남·북한이 잘해 나가자’는 의미에서 ‘우리’와 ‘두리’라는 이름으로 바꿨다. ‘우리’와 ‘두리’는 2000년 11월부터 서울대공원에서 일반 전시됐다. 이들 풍산개 부부는 금실이 좋아 21마리의 새끼를 낳았고 3대까지 포함하면 수백 마리에 달한다 우리와 두리는 말년에 닭 가슴살 등 특별사료를 먹고 산책도 하며 지냈으며 경비 서비스가 제공되는 가축사에서 지냈다. 그러나 두리가 2011년 노환으로 자궁을 들어내면서 갑상선과 피부에도 이상이 생겼고, 둘은 올해 6개월 시차를 두고 세상을 떴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옳지 물어!” 풍산개 자극, 고양이 죽인 개 주인 벌금형

    “옳지 물어!” 풍산개 자극, 고양이 죽인 개 주인 벌금형

    자신이 기르던 풍산개를 자극해 고양이를 잔인하게 물어 죽이게 한 혐의로 기소된 개 주인이 벌금형을 물게 됐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이동호 판사)은 3일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모(41)씨에 대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누구든지 동물을 잔인하게 죽여서는 안되고 소유자는 등록 대상 동물을 동반하고 외출할 때에는 안전조치를 해야한다”면서 “피고는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풍산개를 자유롭게 놓아줌으로써 고양이를 공격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전남 담양군에서 자신의 풍산개를 풀어놓고 주인 없는 고양이를 공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개 이름을 부르며 “(고양이를)물어, 옳지!” 등의 말로 독려해 고양이를 물어뜯게 해 죽게 만들었다. 박씨는 당시 풍산개종 보존협회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에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을 올려 네티즌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 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논란이 되자 동물복지협회와 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단체는 박씨를 고발하고 회원 5136명의 인터넷 서명과 320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맹수열 기자 guns@seoul.co.kr
  •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붉은 가족’(6일 개봉)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김기덕(53) 감독은 “나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건드린 ‘뫼비우스’와 ‘피에타’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대중적 색채가 짙은 ‘배우는 배우다’나 ‘영화는 영화다’ 등도 ‘김기덕’이라는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유미와 정우가 주연하고 이주형 감독이 연출한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그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항상 감독이고 싶지 제작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피에타’나 ‘뫼비우스’는 어둡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보는데 제자 감독들에게 맡기는 것 중에는 경쾌하고 오락적인 영화도 많다. 그런 영화들도 내가 가진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제작을 맡은 영화는 연출한 감독이 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가 (감독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붉은 가족’이나 ‘영화는 영화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텐데, 인간이 살면서 풀지 못한 비밀 같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제라면 ‘붉은 가족’ 같은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어떤 모순을 다룬다.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풍산개’도 남북 문제를 다뤘다. -아버지가 상이용사이셨다. 6·25전쟁 때도 참전했었고 몸에 총알을 네 발 정도 맞으셨다. 제대 뒤에 거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 살다가 돌아가셨다. 내겐 아픈 어린 시절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는 너무 폭력적이고 무서웠다.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 알게 됐다. 그게 분단의 현실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풍산개’는 남북 사이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지나친 이념 경쟁 속에 결국 이산가족이 피해를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붉은 가족’은 남한의 모순적 자본주의, 북한의 모순적 체제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정말 잊어버린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했다. →‘붉은 가족’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풍산개’ 이후에 당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서 이런 소재에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탕도 그렇고, 아버지의 상처도 잘 알고 있고, 철책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있었다. ‘붉은 가족’은 다른 영화에 비해 제작비도 적고 배우들도 덜 알려졌지만 이야기로는 앞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감독이 후배인 전재홍 감독에서 또 다른 후배인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자본이 감독을 교체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왜 가족이라는 단위를 선택했나.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다.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다. 남한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 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자본주의에 무척 비판적이다. -그렇게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게 남한 가족은 그 안에 포기하지 않는 정(情)이 있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피에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도가 ‘미선이가 엄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고 잔인한 것을 걷어내지 않나. 자본과 자기 생각이 중심인 사회지만, 나는 자본주의가 갈빗대 몇 개는 부러졌어도 구심점이 되는 등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무척 강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는 작위적이라고 하는 지적도 있다. -물론 그런 생각을 한다. 하지만 나무가 자랄 때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양분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내 영화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아쉽게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나무가 더 멋있다. 내 영화가 객관적으로 합의되는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더 넓고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서 보는 거다. →서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 -나는 내 영화가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같다고 생각한다. 잔설명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가는 내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내 살아온 방식이나 성장 과정에 기준점을 둔다. 문화 표현물이 가지고 있는 형식에 대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나친 서사나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전보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커진 것 같다. -‘붉은 가족’이나 ‘신의 선물’을 보면서 ‘이게 김기덕 영화냐’고 한다. 김기덕 영화 같지 않다는 뜻인데, 나를 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뫼비우스’나 ‘피에타’, ‘나쁜 남자’처럼 공격적이고 끝까지 가는 것으로 비쳐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인간적이라고도 한다(웃음). ‘붉은 가족’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나 모두 나인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영화를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차기작은. -항상 열심히 뭔가 쓰고는 있는데 뭐가 될지는 모른다. 내가 감독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쪽이 재미있는 것 같다. 특별히 국내 관객을 겨냥한 것도 아니고, 위험하더라도 내 생각을 순수하게 전하는 일이니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김기덕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 하지 이중잣대 같아, 난 인간적인데”

    ‘붉은 가족’(6일 개봉)의 각본을 쓰고 제작한 김기덕(53) 감독은 “나를 바라보는 이중 잣대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간의 욕망과 금기를 건드린 ‘뫼비우스’와 ‘피에타’ 같은 작품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대중적 색채가 짙은 ‘배우는 배우다’나 ‘영화는 영화다’ 등도 ‘김기덕’이라는 스펙트럼을 벗어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김유미와 정우가 주연을 맡고 이주형 감독이 연출한 ‘붉은 가족’은 가족으로 위장해 남한에서 살아가는 북한 간첩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람들이 왜 나를 괴물로 보는지 모르겠다”는 그를 어렵게 인터뷰했다.  →전재홍 감독의 ‘아름답다’와 장훈 감독의 ‘영화는 영화다’를 제작하면서 “제작자보다는 후원자에 가깝다”고 했다.  -근본적으로 수입을 목적으로 제작하는 게 아니니까. 후원자라는 것도 이제 좀 올드한 느낌이고, 큰 차이는 없겠지만 후원자보다는 지원자에 가까울 것 같다. ‘메인스트림’이라고 하는 한국의 영화 학교 출신이 아니면서 영화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젊은 영화인들이 첫 단추를 끼우기 어렵지 않나. 연출력이나 시나리오 집필력도 부족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다. 내가 쓴 시나리오를 건네면 (외부에서) 이야기에 관심도 생기고, 그런 상황에서 연출자의 재능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항상 감독이고 싶지 제작자이고 싶지는 않다”고 했었는데.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많이 쓰는 편이다. ‘피에타’나 ‘뫼비우스’는 어둡고 사회적으로 무거운 메시지를 전한다고 보는데 제자 감독들에게 맡기는 것 중에는 경쾌하고 오락적인 영화도 많다. 그런 영화들도 내가 가진 감성이라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이야기의 힘은 시나리오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쉽게 말해서 이 중에 내가 해도 되는 게 있고 아닌 게 있다. 제작을 맡은 영화는 연출한 감독이 더 능력이 있다고 본다. 내가 (감독으로서) 고민하는 주제는 ‘붉은 가족’이나 ‘영화는 영화다’와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 같다. 보편적인 것과 아닌 것의 차이일 텐데, 인간이 살면서 풀지 못한 비밀 같은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주제라면 ‘붉은 가족’ 같은 영화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어떤 모순을 다룬다. 내가 못할 것은 없지만 나는 다른 욕심이 있다.  →‘붉은 가족’은 1억 2000만원으로 제작했는데 어떻게 마련했나.  -‘풍산개’와 ‘피에타’ 수입 가지고 하는거다(웃음). ‘풍산개’ 수익에서 남은 돈으로 ‘피에타’를 만들었고 ‘피에타’ 수익으로 ‘붉은 가족’과 개봉 예정인 ‘신의 선물’을 만들었다. 영화사들이 보통 (투자를 받지) 돈을 잘 안 쓰는데 나는 ‘실탄’으로, 제작비로 쓴다.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풍산개’도 남북 문제를 다뤘는데.  -아버지가 상이용사이셨다. 6·25 전쟁 때도 참전했었고 몸에 총알을 네 발 정도 맞으셨다. 제대 뒤에 거의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약으로 살다 돌아가셨다. 내겐 아픈 어린 시절이 있는데, 그때 아버지가 너무 폭력적이고 무섭고 공포스러웠다. 어릴 때는 아버지가 두려웠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버지의 분노가 어디에서 왔는지 좀 알게 됐다. 그게 분단의 현실에서 온 것이고, (거기에) 숙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분단으로 고착된 현실에서 이념적으로 충돌하고, 그 안에서 풀지 못한 숙제 때문에 늘상 이리저리 살고. 이것을 조금 더 풀고 싶었다. ‘풍산개’는 남북 사이에 유령이라는 존재를 등장시켜서 지나친 이념 경쟁 속에 결국 이산가족이 피해를 보고 그 안에서 인간의 삶이 파괴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붉은 가족’은 남한의 모순적 자본주의, 북한의 모순적 체제주의를 극명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정말 잊어버린 것과 찾아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려고 했다. 한 가족과 한 인간,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냉정하게 하는 것 같다.  →‘붉은 가족’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웃기는 이야기인데 ‘풍산개’ 이후에 당장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은밀하게 위대하게’, ‘동창생’, ‘용의자’ 같은 북한 소재의 영화가 개봉하는 걸 보면서 이런 소재에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바탕도 그렇고, 아버지의 상처도 잘 알고 있고, 경기 일산에서 휴전선 바로 앞에 오랫동안 살았고, 철책 안에 들어가서 농사를 지어본 적도 있었다. 좋은 배우가 나오고 제작비도 만만치 않은 다른 영화에 비해 ‘붉은 가족’은 제작비도 적고 배우들도 덜 알려졌지만 이야기로는 앞서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또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연출이 후배인 전재홍 감독에서 또다른 후배인 장철수 감독으로 교체되는 등) 자본이 감독을 교체시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내 후배들이 들어가고 빠지는 과정을 보면서 조금 더 깨끗하고 정직하고 의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객이나 극장 수는 부족하지만 영화로서는 괜찮은 영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왜 가족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나.  -한반도에 사는 남북이 가족이지 않나. 흑인, 백인, 황인이 있고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이 있다면 한반도에는 한국이라는 큰 가족 구도가 있다고 봤다. 남북은 형제라는 구도에서 트러블이 있는 거고. 남한 가족과 북한 가족이라는 설정 속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숨어 있다고 봤다. 체제적으로,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힘 자랑을 하는 건 한쪽이 이기거나 져야 끝나지만 가족은 그런 게 아니지 않나. 가족은 서로 이해하면 완성되는 거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이야기를 끌어왔는데 영화에서는 양쪽이 모두 미완성이다. 하나는 체제로서의 딱딱한 가족이고 하나는 자본주의에 너무 나른해진 풀어진 가족이다. 그런데 서로를 바라보면서 이해해 나간다.  →영화에서 남한 가족은 서로 반목하고, 자본주의에 젖어 있으며, 위계도 전복돼 있다. 남한의 가족을 이렇게 바라보나.  -굉장히 압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족이 실제로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와 돈 중심주의, 예의가 무시되는 모습 등이 총체적으로 모여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자본주의가 붕괴시키는 흐트러지는 가족을 드러낸다. 그런데 그 안에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니다. 트러블 안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애를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의 가족에는 그런 게 없다. 그런 인간애를 통해 ‘사는 건 이런거야’라는 생각을 심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남한 가족이 아웅다웅하며 위아래도 없어 보이지만 엄청난 자유로움이 있어야 그런 흐트러짐이 가능하지 않나. 경직되어 있으면 결코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 가족이 그런 것을 발견하면서 스며들고 녹아드는 거다.  →‘피에타’를 두고도 “돈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대한 영화”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도 자본주의에 무척 비판적이다.  -그렇게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게 남한 가족이 그 안에 포기하지 않는 정(情)이 있고, 그건 다른 모든 것을 전복시킬 수 있는 에너지가 된다. ‘피에타’에서도 마찬가지다. 강도가 ‘미선이가 엄마가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게 바뀌고 잔인한 것을 걷어내지 않나. 자본과 자기 생각이 중심인 사회지만, 나는 자본주의가 갈빗대 몇 개는 부러졌어도 구심점이 되는 등뼈는 부러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고 박고 부러지는 것으로 척추가 모두 훼손되는 건 아니니까. 꼭 비판적이라기 보다, ‘이런 것들이 인간의 삶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나 이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 위에서 벌어지는 ‘붉은 가족’의 결말은 어떻게 떠올렸나.  -애초에 계획한 것은 아니었고 쓰면서 발전시킨 부분이다. 그 장면을 쓰면서 마지막에 북한 가족은 어차피 죽을 테니까 (남한 가족의 모습을) 반복하면 시사하는 바가 크겠다고 생각했다. 북한 가족을 유일하게 한 번 가족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죽음을 앞둔 북한 가족에게 작가로서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했다.  →‘붉은 가족’은 어떤 뜻인가.  -북한이 ‘빨갛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든 위험에 처하고 자기 발언이 약하고 무언가 게릴라적이고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붉은 깃발을 준비한다고 생각한다. 붉은 색에는 ‘결집’에 대한 것도 있고 ‘피를 흘려서라도’라는 절체절명의 요소도 있다. 북한이 전 세계적으로 고립되는 등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붉은 색이 주는 이미지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북한 가족이) 붉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들이 푸른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역설적으로 붉은 가족이라는 제목을 붙인 거다. 체제에 인생을 빼앗기지 않는 가족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다.  →‘붉은 가족’에도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처음에는 ‘두만강’을 쓰려고 했다. 그런데 저작권료가 있어서 결국 아리랑을 쓰게 됐다. 다 돈 때문이다.  →이주형 감독과는 어떻게 연을 맺었나.  -12월이나 1월쯤 개봉 예정인 문시현 감독의 ‘신의 선물’이라는 영화가 있다. 그 영화에 현장 편집하는 스탭으로 처음 왔었다. 이 감독을 지켜 본 전재홍 감독 등이 굉장히 인간적이고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단편을 보라고 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짧은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인상 깊었다. 조감독도 하지 않았고 아무 경험도 없었지만 치열하게 영화를 고민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용감하게 연출을 맡겼다. 전재홍 감독에게 ‘풍산개’, 장훈 감독에게 ‘영화는 영화다’를 맡길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어느 한 가지가 좋으면 맡긴다. 실패하더라도 비용은 1억~2억원이다. ‘붉은 가족’은 시나리오를 나름대로 살리면서 데뷔작으로는 잘 만든 것 같다.  →열애설이 나기도 했던 김유미와 정우는 어떻게 캐스팅했나.  -나는 시나리오를 건넨 뒤에는 현장에도 잘 가지 않고 간섭을 안하는 편이다. 연기력 하나로 뽑았다고 들었다. 개봉관도 몇 개 잡혀 있지 않은데 (열애설로 관심이 높아져서) 우리한테는 사실 고마운 일이다(웃음).  →영화의 주제와 메시지는 무척 강하지만 이야기의 전개나 구조는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각본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하나.  -물론 한다. 그런데 나무가 자랄 때는 가지치기를 해서 영양분을 몰아줄 필요가 있다. 균형을 잡는 거다. 내 영화는 그런 구조라고 생각한다. 가까이에서 보면 가지치기를 한 나무가 아쉽게 보일 수 있지만 멀리서 보면 그런 나무가 더 멋있다. 나는 더 큰 이야기, 더 큰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방식 같다. 시나리오를 처음 쓸 때부터 그렇게 훈련했다. 쉽게 말해 쓸데없는 것들은 안 보여주는 거다. 감성적으로 이미지를 길게 가져가거나 대사로 부연할 수도 있을 거다. 내 영화가 객관적으로 합의되는 좋은 영화라고 볼 수는 없겠지만 더 넓고 큰 것을 보여주기 위해 멀리서 보는 거다.  →서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은 뭔가.  -나는 내 영화가 메시지를 향해 달려가는 기사 같다고 생각한다. 잔설명을 잘 하지 않는다. 어떤 소설가는 내 영화에 서사가 없다는 말을 했는데, 문학이나 영화를 전공하지 않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는 (기존의 방식 대신) 내가 살아온 방식이나 성장 과정에 기준점을 둔다. 문화 표현물이 가지고 있는 형식에 대해 내가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지나친 서사나 표현에 거부감을 느끼는 편이다. 영화들이 전형적으로 쓰는 기승전결이 나에게는 거북스럽다. 중고등 교육에서 가르치는 필수라고 하는 요소들을 따르지 않으면 안되는건가 하는 생각을 한다.  →‘붉은 가족’ 언론 시사회에서 “(상영관이 적은데) 불법 다운로드를 해서라도 봐달라”고 했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시장에 여전히 문제를 느끼나.  -그 말은 인터뷰 마지막에 통제되지 않고 그냥 나왔던 말인데 본의 아니게 기사 제목으로 걸려서 합법 다운로드 캠페인을 하는 분들에게 죄송했다. 그건 심정적 발언이었지 정말 그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은 알 거다. 자기가 만든 영화가 많이 알려지지 않을 때는 정말 그런 심정을 갖게 된다. 우리가 만든 영화를 누가 봐주기만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영화인들이 다 비슷할 거다. 대기업 문제는 수익을 내야 하는 자본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불가피하다고 본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불변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해도 변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영화의 힘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붉은 가족’도 상영관을 많이 잡지 못했는데 이걸 모닥불로 해서 산불을 만들고 싶다. 관객들이 상영관을 채워주고, 그걸로 상영 수익이 생기면 극장을 더 늘릴 생각이다. (메가박스 등에서 일부 상영관을 잡는 등) 멀티플렉스 계열에서도 작품의 뜻을 이해해줘서 놀라고 있다.  →전보다 대중과 소통하려는 노력도 커진 것 같다.  -‘붉은 가족’이나 ‘신의 선물’을 보면서 ‘이게 김기덕 영화냐’고 한다. 김기덕 영화 같지 않다는 뜻인데, 나를 보는 이중잣대가 있는 것 같다. (나는) ‘뫼비우스’나 ‘피에타’, ‘나쁜 남자’처럼 공격적이고 끝까지 가는 영화로만 비쳐지는 면이 있다. 하지만 나를 개인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나를 코미디언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인간적이라고도 한다(웃음). ‘붉은 가족’이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이나 모두 나인데,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내 영화를 아쉽게 생각하는 분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서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영화를 보려면 다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학교에 가면 학교에 갇히지 말아야 하고 옷을 입으면 옷 속에 갇히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야생을 가진 인간이니까. ‘뫼비우스’는 특히 그런 면이 있는 영화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걸 굳이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지는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차기작은.  -항상 열심히 뭔가 쓰고는 있는데 뭐가 될지는 모른다. 두 세 개가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한다. 일단 ‘붉은 가족’이 잘 됐으면 좋겠다. 모닥불이 산불이 되고, 보고 싶은 사람들이 모두 극장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감독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쪽이 재미있는 것 같다. 특별히 국내 관객을 겨냥하는 것도 아니고, 위험하더라도 내 생각을 순수하게 전하는 일이니까.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기르던 풍산개에게 “물어!”…고양이 죽인 40대男 기소

    기르던 풍산개에게 “물어!”…고양이 죽인 40대男 기소

    자신의 키우던 풍산개를 자극해 길고양이를 잔인하게 물어 죽이게 한 개주인이 기소됐다. 광주지검 형사 2부(김현철 부장검사)는 18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박모(40)씨를 벌금 7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전남 담양군에서 자신의 풍산개가 주인 없는 고양이를 공격하도록 유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개이름을 부르며 “(고양이를) 물어,옳지!”라고 독려해 고양이가 뼈가 으스러져 죽게 했다. 박씨는 풍산개종 보존협회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 동영상 게시판에 이 장면을 찍은 영상을 올려 비난을 받았다. 동물복지협회와 고양이보호협회 등 동물단체는 박씨를 고발하면서 회원 5136명의 인터넷 서명과 320명의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검찰은 직접 학대행위를 하지 않고 개를 부추긴 점을 고려,기소 여부를 고심한 끝에 검찰 시민위원회의 논의결과를 받아들여 기소하기로 했다. 검찰은 “훈련된 동물을 도구로 사용해 다른 동물을 학대한 경우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청와대 진돗개/서동철 논설위원

    박근혜 대통령에게 안긴 진돗개는 긴장을 완전히 풀지는 못한 듯했지만, 편안하게 자신을 ‘새 주인’에게 맡기는 모습이었다. 개를 좋아하는 박 대통령인지라 강아지의 가슴을 가볍게 감싸안는 자세가 매우 자연스러워 보였다. 태어난 지 한 달 남짓 지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화면에 비친 진돗개는 두 달도 넘은 듯 커보였고 토실토실하게 살이 올라 받아 안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제 아침, 박 대통령이 삼성동 사저를 떠나면서 진돗개 한 쌍을 주민들로부터 선물받는 장면이다. 5년 동안의 이별을 축하하면서도 아쉬워하는 이웃과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이 취임식을 앞둔 긴장을 풀어주었다. 무엇보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집에 대통령과 함께 들어가 고락을 나눌 가족이 생겼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무거운 책임이 주어진 외로운 자리일수록 사적인 공간에서는 따뜻하게 맞아줄 가족이 중요한 법이다. 영리하고 충성심 강한 진돗개가 그 역할을 웬만큼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길러본 사람은 안다. 그런 만큼 진돗개 선물에는 이웃의 세심한 배려가 담겨 있다. 아닌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강아지 사랑은 각별하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도 청와대에서 진돗개를 길렀는데, 사진에는 황구가 보이기도 하고 백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그 시절의 박 대통령은 진돗개와 별도로 ‘방울이’라는 작고 하얀 스피츠를 키웠다. 그런데 2004년 미니홈피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에도 따라 나와 줄곧 같이 지냈는데’라며 방울이를 추모하는 글이 오른다. ‘마음이 아파서 키우기가 겁이 난다’던 박 대통령은 동생 지만씨가 선물한 진돗개 ‘봉달이’와 ‘봉숙이’를 데려왔다. 2005년에는 이들이 낳은 새끼 7마리를 공개 분양하며 즐거움을 되찾기도 했다. 하지만 봉달이와 봉숙이가 죽자 다시 애완견을 가까이할 용기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개를 좋아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미국에서 데려온 킹찰스 스패니얼 네 마리를 키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진돗개 두 마리, 노태우 전 대통령은 요크셔테리어 네 마리를 길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선물한 풍산개 두 마리를 데려왔지만, 이후 서울대공원으로 넘겼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진돗개 ‘청돌이’를 애지중지했다. 박 대통령의 진돗개에게는 외교관 역할까지 맡겨 보면 어떨까. 손님이 찾아왔을 때 주인이 반갑게 응대하면 꼬리를 치고, 경계하는 목소리엔 불청객을 향해 더욱 거세게 짖어대는 영물이 진돗개다. 이런 한국 토종개의 존재가 자연스럽게 정상 간 대화의 물꼬를 터주지 않을까.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완득이’ 감동 느껴볼까 ‘써니’ 복고 즐길까

    ‘추석에는 청룽(成龍)의 코믹액션’이란 말은 옛날 얘기다. 청룽의 활동이 뜸한 데다 재탕, 삼탕에 방송사나 시청자 모두 지쳤다. 할리우드의 신작도 추석 TV편성표에서 보기 어렵다. 케이블 영화채널에서 웬만한 할리우드 화제작들은 ‘TV 첫 방송’이란 명목으로 일찌감치 우려냈기 때문. 결국 TV편성표의 심야시간대는 한국영화 몫이 됐다.28일 밤 9시 55분 김려령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로 만든 ‘완득이’(MBC)가 방송된다. 지난해 10월 개봉 당시 530만명을 불러모았다. ‘트랜스포머3’, ‘최종병기 활’, ‘써니’에 이어 지난해 박스오피스 4위.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등 남다른 가정환경 때문에 세상에 등을 돌렸던 고교생 완득이가 담임 똥주와 특별한 사제지간이 되는 성장드라마다. 밤 10시 50분에는 손예진·이민기 주연의 ‘오싹한 연애’(KBS2)가 방송된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를 버무린 변종장르다. 귀신이 시도 때도 없이 눈에 보여 연애는커녕 평범한 생활조차 쉽지 않은 여자와 겁 많은 호러 마술사의 사랑 이야기다. 29일 밤 10시 이현승 감독의 ‘푸른소금’(OCN)이 첫선을 보인다. 조직을 떠나 평범한 삶을 살려던 중년의 사내(송강호)와 그를 감시하려고 조직에서 보낸 어린 여자 킬러(신세경)가 묘한 감정에 휩싸이면서 영화는 엉뚱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대표적인 조폭코미디 시리즈물 ‘가문의 영광4: 가문의 수난’(채널 CGV)도 밤 10시에 방송된다. 김수미·신현준·탁재훈 등이 고스란히 뭉친 데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정태원 사장이 메가폰을 잡았다. 평단과 일부 언론에선 억지 코미디라며 비난했지만, 236만명을 불러모았다. 밤 10시 25분에는 ‘퀵’(KBS2)이 방송된다. 30일 밤 8시 40분에는 지난해 736만명을 동원, 복고열풍에 불을 지핀 ‘써니’(SBS) 감독판이 방송된다. ‘과속스캔들’과 ‘써니’를 거푸 흥행시킨 신예 강형철 감독의 감각을 엿볼수 있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등 평단과 관객의 고른 지지를 받으면서 충무로의 보석으로 떠오른 장 감독이 140억원짜리 초대형 프로젝트를 맡았다. 29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곱씹어 볼 만한 영화다. 밤 12시에는 곽경택 감독이 권상우와 정려원을 데리고 찍은 ‘통증’(채널 CGV)도 방송된다. 10월 1일 밤 12시에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각본을 쓰고 애제자인 전재홍 감독이 연출한 윤계상·김규리 주연의 ‘풍산개’(OCN)가 방송된다. 김 감독의 흥행 후각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은여우·풍산개 공매… 캠코, 동물 29마리 매물로

    반달곰 암·수 2마리를 비롯한 동물 29마리가 공공기관의 자산처분 시스템에서 공매에 부쳐진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온라인 자산처분시스템인 ‘온비드’에 12종 29마리 동물이 매각 대상으로 나왔다고 16일 밝혔다. 매각 대상 동물은 관람용 반달곰 2마리, 일본원숭이 3마리, 은여우 1마리, 꽃사슴, 풍산개 등이다. 이들 동물은 한국전력의 수안보생활연수원에서 주민 관람용으로 보유했던 것으로 29마리 모두 421만 5000원(기초가격)에 경매에 부쳐진다. 입찰은 오는 20일 오후 2시까지로 온라인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이성원기자 lsw1469@seoul.co.kr
  • [주말 영화]

    ●독립영화관-풍산개(KBS1 토요일 밤 1시) 서울에서 평양까지 3시간, 그분의 여자를 배달하라. 가까운 거리지만 그 누구도 쉽게 오갈 수 없는 남과 북. 그러나 그 철조망을 매일같이 뚫고 이산가족의 아픔과 그리움을 전달해 주는 산이라는 청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장한 남과 북의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비무장지대를 혈혈단신 오가는 위험한 일을 하지만 순수한 눈빛을 가진 산에게 은밀한 제안이 들어 온다. 바로 신분을 숨긴 국정원 요원을 통해 남으로 망명한 북한 간부의 애인 인옥을 평양에서 데려 오라는 제안이었다. 그렇게 산은 인옥을 데리고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면서 여러 차례 죽음의 고비를 맞지만 그때마다 인옥을 구해 준다. 그리고 짧은 시간 함께하며 위기를 같이 겪어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애틋한 감정을 갖게 된다. ●카오스(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은행강도 로렌즈는 동료들과 함께 시애틀 아메리칸 글로벌 은행으로 침입하여 총기를 휘두르며, 40명 정도의 인질을 붙잡고 출동한 경찰과 협상을 벌인다. 이때 로렌즈의 협상 내용은 시애틀 다리사건 때문에 정직당한 코너스를 현장에 부르라는 것. 그렇게 불명예스러운 사건으로 정직 중에 있던 형사 코너스(제이슨 스태덤)를 복직시킨다. 그리고 옆에는 코너스의 감시자로 새로운 신참 파트너 데커(라이언 필립) 형사가 따라붙게 된다. 한편 협상 중 갑작스럽게 폭발이 일어나고 그곳에 있던 무장 강도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초토화된 은행 안, 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범인들은 다른 교묘한 수법으로 1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거금을 빼내 갔는데…. ●사랑의 기적(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오로지 의학 연구만 하던 닥터 세이어(로빈 윌리엄스)가 배인브리지 병원에 부임한다. 그곳은 만성질환자들을 위한 병원으로 닥터 세이어가 할 일은 환자들을 진료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파킨슨병 환자나 식물인간처럼 아무런 말이나 거동조차 불가능한 기면성 환자들을 비롯해서, 병명조차 모르는 환자들의 맥박과 체온을 재고 진단만 내리면 되는 단순한 것이었다. 인간관계가 서툴러 환자가 아닌 지렁이만 연구했던 그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세이어는 기면증 환자들에게 반사 신경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동료 의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닥터 세이어는 이 환자들을 깨우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한다. 그리고 새로 개발된 엘도파라는 파킨슨병 치료제를 기면증 환자들에게 투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모든 환자들에게 투여하진 못하고, 레너드(로버트 드니로)라는 환자에게만 하게 된다.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이 없던 레너드는 닥터 세이어가 치료제의 투여량을 점차 늘려가자 기적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된다.
  • 문시현 감독 “김기덕 감독은 내겐 넘어야 할 산”

    문시현 감독 “김기덕 감독은 내겐 넘어야 할 산”

    스태프 대부분이 한 작품 이상을 못 버틴다. 한국에서 가장 논쟁적인 감독 김기덕의 현장은 특수부대 훈련 뺨칠 만큼 치열하다는 게 영화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김 감독 밑에서 두 작품 이상을 함께 한 스태프들에게만 ‘돌파구’(2010년 사제지간인 김기덕과 장훈의 불화로 해체) 모임의 가입 자격을 줬다. ‘김기덕 사단’으로도 알려진 김 감독의 제자들,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의 장훈,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의 장철수, ‘아름답다’ ‘풍산개’의 전재홍 등은 최근 충무로 상업영화 시스템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연출자 고유의 색깔을 담아내면서도 주어진 예산과 시간, 인력 범위에서 결과물을 내놓는 김 감독의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 덕분일 터. 15일 개봉한 영화 ‘홈 스위트 홈’이 궁금했던 건 전재홍 감독과 더불어 ‘김기덕 사단’의 막내인 문시현(34)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홈 스위트 홈’은 자본주의의 속성과 현대사회의 불안, 가족의 파괴를 ‘집’이란 매개체로 들여다본다. 빚보증을 잘못 섰다가 집까지 넘어갈 처지에 놓인 태수(김영훈)란 사내가 인생 막장들이 몰린 고시원에 숨어 살면서 나락에 빠져드는 이야기를 담았다. ‘홈 스위트 홈’의 제작비는 700만원. 15일 동안 10회 차를 찍은 게 전부다. 지난해 한국 장편영화 제작비는 평균 22억원. 저예산영화로 분류되는 ‘풍산개’는 2억원, ‘부러진 화살’은 5억원이 들었다. 문 감독은 “(700만원은) 교통비와 식대, 숙박비 정도로 보면 된다. 가장들이 빈손으로 귀가하게 하는 건 너무 죄송스러워서 30만~40만원씩 드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배우 6명에 스태프는 나를 포함해 8명이 전부였다. 승합차 2대에 장비를 싣고 배우, 스태프도 함께 타고 다녔다.”고 말했다. 폭염이 맹위를 떨치던 7월에 찍은 부산 로케이션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고시원을 전부 빌릴 돈이 없어서 방 한 칸만 빌렸다. 낮에 투숙자들이 없는 틈에 옥상과 복도에서 번갯불에 콩을 볶듯 촬영했다. 문 감독은 “근처 모텔에 방 5개를 잡아 놓고 스태프들은 3인 1실, 배우들은 2인 1실로 적당히 잤다. 덕분에 가족처럼 끈끈해졌다.”며 웃었다. 시간과 돈의 압박 탓에 영화의 이야기 전개는 조금씩 튄다. 이혼한 부인 연주(백설아)를 살해한 태수가 세라(유애경)의 알리바이 증언만으로 석방되고, 연주의 내연남이 진범으로 잡힌다. “집안 곳곳에 내연남의 지문이 있었고, 여자의 몸에서 정액도 발견됐다.”는 경찰의 대화로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문 감독은 “시나리오에는 태수가 집에 돌아오기 전에 내연남이 세라와 관계를 맺었다. 상업영화라면 그 부분을 보여 주는 게 자연스러울 텐데 여건상 배우 1명을 더 캐스팅하는 건 불가능했다.”고 고백했다. 초반부에 연주를 극단적으로 클로즈업한 장면도 1950~60년대 고딕호러의 한 장면처럼 괴기스럽다. 역시나 사연이 있었다. “두툼한 커튼이 처진 아파트의 실내 장면인데 조명을 칠 돈이 없었다.”는 설명.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부천국제영화제와 오사카 아시안필름페스티벌 등 영화제들이 주목하는 까닭은 묵직한 주제 의식과 독특한 접근법 때문이다. 문 감독은 “극장 개봉은 상상도 못 했는데 나도 놀랐다. 지인들이 ‘어쩌려고 일을 키웠냐’고 농담을 하더라.”면서 “솔직히 영화제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누구도 다루지 않기에 시작했고, 작업실에 지인들을 불러놓고 보여 줄 생각이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중2 2학기 기말고사 무렵 부모님이 TV에서 ‘벤허’를 못 보게 한다고 슬리퍼를 끌고 12시간 동안 가출했단다. 하지만 ‘할리우드 키드’와는 거리가 멀다. 뉴스PD를 꿈꿨던 모범생은 1996년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로 건너가 방송 저널리즘을 전공했다. 2004년에는 보스턴의 에머슨칼리지에서 다큐멘터리를 전공했다. 다큐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극영화로 이어졌다. 짬짬이 뉴욕필름아카데미 영화 강좌를 들었는데, 그때 만난 게 전재홍 감독이다. 2005년 단편영화를 들고 프랑스 칸영화제를 찾게 된 전 감독에게 “이번에 김기덕 감독이 ‘활’로 칸에 초대됐더라. 꼭 만나 보라.”고 했던 건 문 감독이다. 인연이 닿으려던 것인지 전 감독은 칸에서 김 감독과 조우했다. 이번에는 2005년 비자 문제로 잠시 귀국을 한 문 감독에게 전 감독의 연락이 왔다. 형의 결혼식 때문에 귀국했던 찰나에 우연히 김기덕 필름의 연출부로 일하게 됐다는 것. 얼떨결에 문 감독도 연출부가 됐다. 운명은 수많은 인연이 겹쳐 만들어지는 모양이다. “김기덕 필름 연출부에 여자를 뽑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말들이 많았던 것 같다. 김 감독님에게는 첫날, 첫 장면에서 혼났다. 연출부 막내인 내가 슬레이트를 쳐야 하는데 한 박자 늦었다. 김 감독님이 ‘너 때문에 아까운 필름을 낭비했다.’며 엄청 꾸짖었다.” 결국 문 감독은 2006년 ‘시간’, 2007년 ‘숨’, 올해 ‘피에타’까지 김 감독과 3편을 작업한 흔치 않은 경우가 됐다. 그는 “처음 접한 장편영화 현장이 김 감독님이기 때문에 작업 방식이 어색하다는 생각은 없었다. 시간과 예산, 공간의 한계에 개의치 않고 뭐든 해 나갈 수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는 게 큰 깨달음이다. 감독도 예산 등 프로듀서의 영역까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고 말했다. 에게 스승 김기덕은 어떤 존재일까.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이라더니 멋쩍게 웃었다. 이어 “감독님이 늘 ‘너희 앞에 김기덕이 붙는 건 의미 없다. 언젠간 넘어서야 한다’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먼 훗날 일이다. 현재로서는 언제든 찾아 뵙고 의지할 편안한 선생님”이라고 말했다. 그에게 영화란 어떤 의미인지도 물었다. 그는 “감독이 먹고살기 위한 직업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사회적인 편은 아닌데, 영화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수단”이라며 웃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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