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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해외여행 | 알래스카ALASKA - 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 시간이 없다

    ALASKA위대한 양탄자를 타려면시간이 없다 100년 전 알래스카를 여행한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젊을 때 알래스카를 찾지 마라. 인생의 고비가 있을 때 알래스카를 찾아라.”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세상의 모든 것이라 여겨지던 시련과 걱정은 사소한 기침 정도로 작아졌으니 그 의미가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알래스카에 갔다 타고 나길 추운 걸 견디지 못 한다. 지난 겨울 초입에도 두툼한 기능성 점퍼와 방한 부츠, 촘촘한 기모 스타킹을 한가득 구입했고 그 모습을 지켜본 누군가는 장난스레 이렇게 말했다. “어머, 넌 알래스카에 가도 얼어 죽지는 않겠다!”그녀의 한마디는 예지몽과 같았던 걸까. 2월의 끝자락, 나는 봄을 코앞에 두고 다시 겨울왕국 알래스카로 떠났다. 알래스카에 대한 첫 이미지는 아프지 않은 주사와 같았다. 온몸이 경직된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건만 막상 바늘이 팔뚝을 쿡 찔렀는지도 모르게 끝나버린 주사 한 방이랄까. 생각보다 춥지 않았다는 뜻이다. 앵커리지에서 지내는 며칠 동안 한낮의 기온이 영상을 웃도는 수준이었으니 지난해 서울의 겨울을 생각하면 챙겨간 핫팩들이 무색해질 만했다. 그런데 이게 알래스카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예상했겠지만 알래스카는 지구온난화의 최대 피해지다. 알래스카는 1959년 미국의 49번째 주로 편입된 이후 빙하는 무려 3조5,000억 톤이 녹았고 바다코끼리나 북극곰의 서식지(해빙)는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단다. 몇몇 지역은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위기에 빠진 상태다.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은 미 대통령 최초로 알래스카 케나이 피오르드 국립공원을 찾아 이 문제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빙하가 다 녹아 버리기 전 알래스카에 왔으니 다행이라던 일행의 한마디를 마냥 웃어넘길 게 아니었다.알래스카에 대한 또 다른 이미지는 싱그러운 여름이다. 알래스카 여행의 ‘최성수기’는 여름.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 4개월에 불과하지만 영상 15도를 웃도는 청량하고 맑은 날씨 덕분에 길에는 다채로운 꽃들이 활짝 피어난다고. 겨울에는 꽁꽁 얼어붙어 운행이 어려운 빙하 크루즈도, 알래스카 기차의 오픈 데크 서비스도 여름에는 한결 너그러워진다. 정규 직항이 없는 알래스카지만 이 시기만큼은 대한항공 전세기가 인천-앵커리지 구간을 2~3차례 오간다니 하늘길도 열리는 셈이다. 어슴푸레한 빛이 내려앉아 있는 백야 속에서 몽롱한 24시간을 보내는 것도 알래스카의 여름에만 해당하는 일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나니 다시 알래스카에 가야 하는 핑계가 생겼다. 물론 입김 퐁퐁 내뿜으며 만들고 온 겨울 이야기를 듣는다면 누군가의 생각은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거드우드Girdwood바다로 가는 알리에스카 스키장 자동차 여행에 좀 취약한 편이다. 차에만 오르면 쏟아지는 잠 때문에 놓친 풍경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앵커리지 다운타운을 벗어나 수어드 하이웨이Seward Highway 위를 달리는 동안 눈꺼풀은 마냥 가볍기만 했다. 길은 빙하를 덮은 키나이 산맥, 그리고 빙하를 걷는 사람들이 있는 조용한 항구 마을 수어드까지 이어진다. 오른쪽으로 기찻길이 내내 동행하고 있으니 자동차 여행이든 기차 여행이든 무얼 선택해도 성공적일 것이라 확신해 본다. 추카츠 산맥과 키나이 산맥을 양쪽으로 끼고 2시간을 달리는 내내 창문 밖 풍경은 변함이 없었다. 같은 풍경에 지루하기보다 놀랍고 경이롭다.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도 가장 면적이 큰 곳. 알류트Aleut어(알래스카 원주민 언어의 일종)로 ‘위대한 땅’, ‘거대한 땅’이라는 뜻의 알래스카가 지명으로 굳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여행을 시작하면서부터 깨닫는다. 중간중간 뷰 포인트 지점에 서서 정지된 풍경을 감상할수록 자꾸만 터져 나오는 감탄사를 참을 길이 없다. 사실 목적지는 수어드가 아니었다. 알리에스카 산Mt. Alyeska 기슭의 작은 마을 거드우드Girdwood다. 원래 작은 금광마을이었던 거드우드는 1930년대 후반 2차 세계대전 당시 금광을 폐쇄하면서 유령 도시로 전락하고 만다. 그러나 1949년 거드우드를 거치는 앵커리지~스워드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도시는 재생하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6년 후 알래스카 최대의 스키 리조트가 들어서면서 다시 꽃을 피웠다. 무거운 부츠를 신고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한 손에는 스키나 보드를 쥔 스키어들이 생기 넘치는 얼굴로 활보하고 다니는 광경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의 인기는 단지 규모 때문은 아니다. 해발 800m 위, 짜릿한 코스에서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거짓말처럼 펼쳐진 바다를 눈앞에 두고 자칫 방향 감각을 잃는 건 아닐지 다소 걱정스러웠다면 과한 걸까. 전 세계에서 모인 스키어들이 빠르게 내려가는 동안 나는 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알리에스카 스키 리조트에는 2,300피트까지 운행하는 트램이 있는데 종점에 1994년 오픈한 세븐 글래이셔스 레스토랑Seven Glaciers Restaurant이 자리한다. 통유리 밖을 찬찬히 살펴보니 결국 이곳은 빙하로 둘러싸인 레스토랑이다. 신선한 씨푸드 요리를 입 안 가득 음미하며 이곳의 시그니처 칵테일 알리에스카 피즈Alyeaska fizz 한 잔을 더하니 평소보다 더 빨리 알싸해진다. 그게 풍경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아직도 헛갈리기만 하다. 알리에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 1000 Arlberg Ave, Girdwood, AK 99587 +1 907 754 2111 www.alyeskaresort.com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 촘촘한 바느질 따라 달리는 기찻길 밤잠을 좀 설쳤다. ‘기차 여행’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설레는데 ‘위대한 땅’을 가로질러 오를 생각에 새벽부터 바지런을 떨었다. 희뿌옇게 내려앉은 어둠을 뚫고 이른 아침에 도착한 대합실에는 나만큼이나 들뜬 여행객들이 기차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고 있다. 대합실을 지나자 짙은 파란색 위에 노란 띠를 둘러 맨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한눈에 들어온다. 탑승 전 승무원의 검표를 받는 것이 낭만 한 스푼을 더하는 느낌이다. 기차가 품고 있는 클래식함은 흘러간 세월을 반영했다. 알래스카 레일로드는 1914년 앵커리지를 기준으로 남쪽의 스워드에서 북쪽의 페어뱅크스를 잇는 철도 공사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 후 이듬해부터 지어지기 시작했다. 1923년 약 500마일 길이의 철도 공사가 최종 마무리되었다고 하니 시공부터 따지면 100살을 훌쩍 넘은 셈이다. 석탄이나 금을 실어 나르는 게 주목적이었던 것이 194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야 승객이 이용할 수 있는 기차로 변신했다. 올해는 미국 국립공원 100주년을 맞아 드날리 국립공원, 키나이 국립공원, 카트마이 국립공원 등을 방문하는 특별한 여름상품도 준비했단다. 기차가 서서히 출발하자 승무원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지금부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카메라로 찍어도, 눈으로 찍어도 공짜니 마음껏 담으세요! 운이 좋다면 무스Moose나 야생 곰도 만날 수 있습니다.”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페어뱅크스Fairbanks까지 운행하는 기차는 도시에서 벗어나 거대한 자연의 품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작은 산악마을 탈키트나Talkeetna에서 내릴 때까지 기차는 추카치 산맥Chugach national forest을 줄곧 끼고 달렸고 때로는 바다가, 때로는 빽빽한 숲이 창문을 채웠다. 하얀 설원 위에는 마치 촘촘하게 바느질을 해놓은 듯한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려도 양팔로 꼭 감싸 안은 자연뿐이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다던 무스는 좌우로 연신 나타나 즐거움을 준다. 열차와 열차 사이에 서서 기차의 속도만큼이나 강한 바람을 맞으며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마음 속 꾹 담아 두었던 응어리가 찬바람에 눈발처럼 훨훨 날아가는 기분이다. 여름에는 2층 야외 데크에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는 골드스타 서비스Gold Star Service를 제공한다는데, 그땐 따뜻한 기운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알래스카 레일로드Alaska Railroad1 800 544 0552 www.AlaskaRailroad.com ●탈키트나Talkeetna언젠가 숨어들듯 쉬고 싶은 지친 몸을 이끌고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받고 싶을 때,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으로 도망치듯 떠나고 싶을 때면 이 작고 평화로운 동네가 미친 듯이 그리워질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30분이면 동네 한 바퀴를 다 돌고도 남을 만큼 소박한 마을, 드날리산을 오르려는 산악인들의 등산기지면서도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동네인 탈키트나 이야기다.앵커리지에서 출발한 기차가 2시간을 달려 잠시 탈키트나에 멈췄다. 과거 골드러시가 일어났던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골드러시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탈키트나를 지나는 알래스카 레일로드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사람들이 몰려 들었다. 지금도 인구 800여 명뿐인 작은 마을이지만 드날리산을 오르기 위한 산악인들의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4월 말부터 7월 초순까지 1,200여 명의 산악인들이 모이고 개인적으로 탈키트나를 방문하는 이들도 1,300여 명에 달한다. 경비행기 투어 및 액티비티 여행사는 물론, 빈티지한 롯지나 브루어리, 기프트 숍 등 아기자기하게 모여 있는 이 마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환대 받는다는 느낌이다. 여름이면 제트 보트, 지프라인, 낚시, 하이킹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더욱 활기를 띈다고. 작은 호스텔이나 롯지에 모인 여행자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나누며 마을을 산책하는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진다. 잃어버렸던 이름을 찾아서 올해 미국 여행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국립공원 이야기다. 알래스카에 머무르는 동안 현지인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것도 바로 국립공원이었다. 미국 전역에 걸쳐 있는 59개의 국립공원 중 무려 10곳이 알래스카에 자리하니 그들에게는 더욱 의미 있고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을 테다. 하지만 이보다 더 반가운 것은 100여 년 만에 되찾은 이름이다. 해발 6,194m의 북미 최고봉인 드날리산Mt. Denali은 원주민어로 ‘높은 곳’, ‘위대한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킨리산Mt. McKinley으로 불렸지만 지난해 9월 오바마 대통령 방문과 함께 공식 명칭이 다시 드날리산으로 바뀌었다. 1896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윌리엄 매킨리 이름에서 따온 산 이름이 본명을 되찾기까지 10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땅과 자원은 물론 역사마저도 빼앗겼던 원주민들의 아픈 손가락이 작으나마 위로받은 사건이다. 아이젠을 단단히 부착하고 빙하 위를 걷는 트레킹 대신 경비행기 투어에 도전했다. 그 거대한 곳까지 직접 오르지 못해도 가까이서 보고픈 마음은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기상상태에 따라 언제나 변수가 존재한다고 했지만 다행히 하늘이 맑았다. 가볍게 떠오른 경비행기는 서서히 드날리산에 가까워졌고 아래는 온통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구름에 휩싸인 채 보일 듯 말 듯 밀당을 하는 산 정상은 뾰족한 겉모습보다 감촉이 궁금했다. 여름 시즌에는 베이스 캠프에 잠시 내려 눈밭에 푹 빠져 보는 경험도 가능하단다. 빙하와 빙하 사이를 거침없이 휘젓는 동안 하얀 세상에 비친 햇살이 눈부셨는지 눈가가 잠시 촉촉해졌다. 알래스카 겨울 액티비티 중 개썰매를 빼놓을 수 없다. 알래스카는 개썰매 분야에서 태릉선수촌 격이다. 매년 3월 초 열리는 아이디타로드 트레일 개썰매 경주Iditarod Trail Sled Dog Race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알래스카 전역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는다. 일행과 함께 찾은 개썰매 투어 업체에서 간략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이곳에 있는 약 90마리의 개들 중 40마리가 경주에 출전하는데 물고기나 고기 등을 먹기 좋게 잘라 요리해 영양을 챙기고 근육을 풀어 주기 위해 마사지까지 꼼꼼하게 받는다. 앵커리지에서 시작해 북쪽의 놈Nome까지 평균 12일을 달려야 하는 만큼 체력 관리를 충실하게 해야만 한다고. 여행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개썰매 투어도 있다. 건강한 7~8마리의 개가 하얀 설원 위를 힘차게 내달린다. 시야에서 사라진 일행들의 경쾌한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선하다. K2 항공K2 aviation탈키트나에는 드날리산을 돌아보는 경비행기 투어 업체가 몇 곳 있다. 그중 빨간색 간판이 돋보이는 K2 항공은 총 12대의 경비행기를 보유하고 있고 비행기마다 4명부터 10명까지 수용 가능한 인원도 다양하다. 4가지 루트 중 베이스 캠프까지 둘러보는 드날리 플라이어Denali Flyer가 가장 인기다. 약 1시간 20분 소요되며 베이스 캠프에 잠시 랜딩할 경우 30분이 더 필요하다. 545-14052 E. 2nd St. Talkeetna, AK 99676 +1 907 733 2291 www.flyk2.com 드날리 플라이어 루트 1인 기준 USD285, 랜딩 포함 가격은 USD370 ▶travel info ALASKAAirline한국에서 알래스카로 향하는 정규 직항은 없다. 대한항공이 여름 성수기 시즌 2~3차례 한시적으로 전세기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취재 때는 유나이티드항공으로 인천-샌프란시스코-시애틀-앵커리지 노선을 이용했다. 델타항공의 인천-시애틀-앵커리지 노선도 가능하다. SHOPPING앵커리지 쇼핑은 5번가앵커리지에서의 쇼핑은 뉴욕처럼 5번가5th Ave.로 통한다. 가장 큰 쇼핑몰이 5번가 몰5th Ave. mall이며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5번가 몰과 이어진 JCPenney는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엄청난 할인율을 자랑한다. 고급 브랜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5번가 몰 건너편에는 노드스트롬Nordstrom이 있다. 조용하면서도 한적한 쇼핑몰로 명품 브랜드도 입점해 있다. HOTEL쉐라톤 앵커리지Sheraton Anchorage 호텔앵커리지 다운타운에서도 최적의 위치를 자랑한다. 5번가 몰과는 도보 5분, 컨벤션 센터까지는 10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370개의 객실과 피트니스센터, 바, 스파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푹신한 침대가 여행객의 피로를 풀어 준다. 401 East 6th Avenue Anchorage, AK 99501 +1 907 276 8700 www.sheratonanchorage.com 로드 하우스Road House탈키트나 다운타운에 있는 호스텔로 드날리산을 오르는 산악인들이 숙소로 삼는 곳이다. 1940년에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지만 아늑한 공간이다. 객실은 총 9개로 1층에는 세탁실과 공용화장실, 식사를 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아침 및 저녁식사와 베이커리도 판매하는데 모든 음식을 손수 만들어 넉넉하게 제공한다. FOOD더 베이크 숍The Bake Shop알리에스카 데이 롯지 1층의 베이커리 숍이다. 천연발효 반죽으로 만든 빵이 유명하다. 발효시키는 데만 하루를 꼬박 보낸다. 시나몬 롤, 크렌베리빵, 당근 케이크, 쿠키, 샌드위치 등 종류가 다양하며 팬케이크가 특히 인기다. 오늘의 수프는 2~3가지 정도로 준비하는데 리필 가능하니 놓치지 말고 모두 맛보시길. 194 Olympic Mountain Loop, Girdwood, AK 99587 목~월요일 07:00~19:00 +1 907 783 2831 www.thebakeshop.com 글·사진 손고은 기자 취재협조 알래스카관광청 www.travelalaska.com, 유나이티드항공 www.united.com
  •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해외여행 | Healing Alberta 알버타②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Banff 한 달쯤 살고 싶은 동네, 밴프 시차 탓인지 새벽 5시도 안 돼 잠에서 깼다. 동이 틀 때까지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이른 새벽의 밴프 타운과 로키를 보고 싶었다. 아침 7시, 어둠이 걷히자마자 동네 산책을 나선다. 어제 스키를 타다 탈이 난 다리를 어기적어기적 끌고 가듯 걸으면서도 설산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벅찼다. 마음이 한없이 편안해진다. 밴프는 언젠가 한 달쯤 살아 보고 싶은 동네다. 해발 1,583m의 밴프 타운은 로키의 동쪽 비탈면에 위치한다. 대륙횡단철도 건설에 참여한 인부 세 명이 우연히 밴프 인근의 설퍼산Sulphur Mountain에서 온천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밴프는 1885년 캐나다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대자연 원시림의 장엄한 풍광을 가진 밴프국립공원은 로키의 심장이다. 시간이 없어 미처 가보지 못했지만 밴프 스타벅스에서는 커다란 흑곰을 볼 수 있고, 머그컵You Are Here Collection에는 그리즐리곰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 캐나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스타벅스다. 세계적인 관광지 로키산맥 여행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곳이라 북적북적한 분위기와 세계적인 브랜드 호텔 등을 떠올리겠지만 밴프 타운은 아주 소박하다. 흔하기 짝이 없는 브랜드 호텔 하나 없다. 메인 도로에서 부러 한 블록을 벗어나 걸었다. 관광지가 아닌 로컬의 일상적 모습을 보고 싶었다. 언뜻언뜻 보이는 로키산의 모습이 아니라면 여느 캐나다의 작은 타운과 다를 게 없다. 조용하고 평화롭다. 걷다 보니 밴프 기차역이 나왔다. 1885년 완공된 대륙횡단철도 구간의 한 기차역이다. 철로 끝에 로키산이 눈부시게 하얗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밴프와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시작한 지 어느 새 백년이 훌쩍 더 지났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도 밴프와 레이크 루이스의 명성은 전혀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더해만 간다. 여름철에 밴프에서 방을 구한다는 건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로키는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와 알버타주 경계에 위치한다. 만년설이 쌓여 있는 로키의 준봉들은 가슴이 서늘해질 만큼 아름답다. 간단히 말하면 로키는 돌산이다. 로키의 90%는 퇴적암이다. 의문이 든다. 로키에서 자라는 수많은 나무들은 뭔가? 놀랍게도 바위를 뚫고 자라는 나무들이다.북미대륙의 줄기라 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의 길이는 1,500km, 너비는 80km에 달한다. 대자연의 파노라마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호수와 빙하, 폭포를 만날 수 있는 캐네디언 로키 안에는 4개의 국립공원과 3개의 주립공원이 있다. 천여 마리의 그리즐리곰과 흑곰이 산다고 알려져 있다. 로키 여행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로키를 따라 남에서 북으로, 또는 북에서 남으로 이동한다. 캘거리에서 서쪽으로 100km, 1시간 30분 거리에 자리한 밴프국립공원은 로키 최고의 관광지다. 면적은 6,600km2, 우리나라 충청남북도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다. 1985년 유네스코는 밴프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큰 산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아웃도어 액티비티의 파라다이스가 밴프다. 여름철에는 1,500km에 달하는 밴프국립공원의 온갖 트레일을 걸으며 엘크와 무스, 곰 등을 관찰할 수 있다. 로키를 또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은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이다. 철도 인부들이 발견한 밴프 온천은 설퍼산 중턱에 위치한다. 로키를 바라보며 1년 내내 온천욕을 즐긴다. 이 세상 온천 중에서 이보다 더 좋은 뷰를 가진 곳이 있을까? 로키의 온천수에 몸을 담근 채 로키의 스펙터클한 풍경을 보려면 낮에 가야 한다. 지난 100년 동안 수많은 여행자들은 온천치료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른 새벽 밴프를 산책하는 동안 내 눈을 확 잡아 끈 정보가 있다. 밴프 인터내셔널 호스텔 현관에 붙어 있던 메모다.‘당신을 위한 특별한 요금, 1주일 숙박은 CAD185, 한 달은 CAD600(세금 포함), 아침식사와 와이파이 포함.’ 날이 따뜻해지자마자 밴프로 돌아갈지도 모르겠다. 밴프 온천Banff Upper Hot Springs10:00~22:00 연중 개방 어른 CAD7.5, 아이 CAD6.3 +1 403 762 1515 www.hotsprings.ca ●Spring Ski3월에 떠난 스키 여행샴페인 같던 꿈의 스키장 여기는 어디일까? 전나무, 가문비, 소나무숲 사이 새하얀 눈밭에 나 홀로 서 있다. ‘말로만 들었던 ‘샴페인 파우더’ 눈밭이다. 주변에는 어떤 인적도 없다. 내가 캐나다의 스키장에 있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밴프의 노퀘이 스키장Mt. Norquay Ski Resort 슬로프에는 오직 나뿐이었다. 이런 순간이 또 올까 하는 황홀한 기운에 홀려 발목 위가 푹 패일 정도로 부츠에 짓눌리고, 넘어져 눈밭을 구를 때조차 화상을 입었는지도 몰랐다. 두터운 양말을 빼먹은 거야 경솔했다 해도 부츠가 꽉 끼는지는 왜 알지 못했을까. 나는 로키에서 정신이 나갔던 게다. 그만큼 이곳은 꿈의 스키장이다. ‘황제 스키’ 같은 세속적인 표현은 쓰고 싶지 않다. 내가 노퀘이를 ‘꿈의 스키장’이라고 한 건 스키장을 독점해서가 아니라 설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스키장에서 로키라는 위대한 자연과 교감하는 순간이 황홀했기 때문이다. 아, 정말 좋아! 스키를 타는 동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내뱉곤 했다. 노퀘이 스키장은 밴프에서 가장 가까운 스키장이다. 차로 10분 정도 걸린다. 28개의 슬로프를 갖고 있다. 로키의 여느 스키장이 그렇듯 11월부터 장장 5월까지 스키를 탈 수 있다. 노퀘이는 흔히 밴프에서 가장 좋은 ‘가족 스키장’이라고 불린다. 밴프국립공원에서 유일하게 야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 스키장에서 스키어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리프트 대기 시간’ 같은 말이 이곳에는 없다. 스키를 타지 못하는 이들은 스노튜빙을 즐길 수 있다. 스노튜브파크에서 커다란 튜브를 타고 슬로프를 빠르게 내려오는 액티비티다. 밴프 노퀘이9:00~16:00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65, 청소년 CAD50, 아이 CAD25, 스노슈즈 일일 대여 어른 CAD15, 아이 CAD10(야간 스키는 1~2월 금, 토, 일요일만 운영) +1 403 762 4421 winter.banffnorquay.com 탐험가처럼 걷기 레이크 루이스Lake Louise는 밴프에서 북쪽으로 56km 떨어져 있다. 보우 밸리Bow Valley를 거쳐 차로 4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빙하호인 레이크 루이스는 캐나다의 영원한 보석이란 찬사를 받아 왔다. 호수 너머 빅토리아 빙하Victoria Glacier는 로키의 보석이다. 느닷없이 시야 안으로 들어온 거대한 빙하산의 위용은 보고 또 보아도 대단하다.호수 인근의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Lake Louise Ski Resort은 로키산맥 최고의 하이킹 및 크로스컨트리 스키 장소이자 북미에서도 가장 넓은 스키 리조트 중 하나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스키가 아니라 스노슈잉Snowshoeing을 하기 위해서다. 아직 많은 사람에겐 낯선 말이지만 리프트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 누구나 곧바로 즐길 수 있는 게 스노슈잉이다. 마치 서부 캐나다를 찾아온 초기 탐험가들의 흉내를 내는 것 같은 액티비티다. 순록이나 토끼, 스라소니 같은 동물의 발은 넓적하다. 스노슈잉 때 신는 신발은 이들의 넓적한 발과 닮았다. 깊은 눈 속에 발이 푹푹 빠지는 것을 막아 주기에 손쉽게 눈길을 헤쳐 갈 수 있다. 스노슈잉을 할 때 방수신발은 필수다. 스노‘슈즈’라고 했지만 원래 신고 있던 신발을 벗고 스노슈즈를 신는 게 아니라 신발 위에 납작한 스노슈즈를 끼워 넣기 때문이다. 스노슈즈를 신자 내 발은 크고 넓적한 발바닥으로 변신했다. “이제 곧 문을 닫을 거예요.” 스키장 직원이 말했다. 스노슈잉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던 참에 나는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고 보니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은 오후 4시면 문을 닫는다. 야생동물이 출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이곳은 한국이 아니다. 캐나다에서 ‘야간 스키’라는 말은 낯설다. 낮이 아닌 어두운 밤에 위험하게 스키를 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스키에 관한 한 캐나다는 파라다이스다. 스키루이스9:00~16:00 리프트 종일권 어른 CAD92, 청소년 CAD72, 아이 CAD35, 가이드 투어, 스노슈즈 렌탈, 리프트권이 포함된 2시간짜리 스노슈잉 패키지는 CAD69 +1 403 497 6932 www.skilouise.com 글·사진 Travie writer 박준 에디터 천소현 기자 취재협조 에어캐나다 www.aircanada.co.kr, 캐나다 알버타관광청 www.travelalberta.kr
  •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안후이성-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

    해외여행 | [Surprising China] 안후이성-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

    천하절경 황산으로 떠나는 환상 여행안후이성(안휘성, 安徽省)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 위로 뾰족 올라온 봉우리, 봉우리 사이에 꼿꼿이 솟은 소나무. 케이블카를 탄 지 10분 만에 다른 세상으로 진입했다. 그곳에는 신선들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이 풍경을 두고 어떤 시인이 시 한 수 읊지 않을 수 있을까. 황산은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지, 자연 앞에 인간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해준다. 솜사탕 같은 구름 위에 세상만사 고민들을 던져놓고 나니, 왜 그리 많은 이들이 황산을 찾는 지 알 것 같다. 후이저우의 전통마을, 홍춘 황산이 자리하고 있는 안후이성의 이름은 정치의 중심지였던 안칭(안경, 安庆)과 경제중심지였던 후이저우(휘주, 徽州)에서 한 자씩 따서 만들어졌다. 후이저우 문화를 담고 있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그중에서 14~19세기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홍춘굉촌, 宏村이 널리 알려져 있다. 홍춘은 남송 시대 왕씨 집안의 집성촌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전통마을이다. 오랜 역사의 숨결을 잘 간직하고 있어, 주윤발 주연의 영화 <와호장룡>의 배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홍춘에 들어가면 수묵화 속에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홍춘을 찾은 이유는 그림 같은 풍경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은 티베트학, 돈황학과 함께 중국의 3대 지역학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독특한 지역문화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홍춘에 가면 독특한 건축물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이 후이저우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집을 지을 때 하얀 색의 높은 벽에 까만 기와를 올린다. 하얀 집 벽과 까만 색 기와는 말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마두벽’이라고 불린다. 후이저우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은 ‘천정’에 있다. 집의 윗부분을 뚫어서 집 안으로 빛이 들어오게 만드는 것인데, 하늘에서 봤을 때 빛이 들어가는 우물 같다고 하여 천정天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당월패방군에서 본 충효예지신 후이저우는 상업과 유학으로도 유명했고 중국의 내로라하는 거상 중에는 후이저우 출신이 적지 않았다. 후이저우는 성리학의 본산으로 성리학을 집대성한 주희도 후이저우 사람이다. 한때 중국 과거시험 합격자의 3분의 1을 배출했던 고장이라 그런지 후이저우는 붓과 먹, 벼루, 종이가 특산품이다. 특히 후이저우에서 만드는 휘묵徽墨은 중국에서 가장 좋은 먹으로 꼽힌다. 후이저우의 유교문화를 잘 볼 수 있는 곳 중 하나가 당월패방군棠越牌坊群이다. 이곳에 가면 명청 시대 400여 년 간 포씨 가문에서 나온 충신과 효자, 효녀의 행적을 볼 수 있다. 마을 동쪽에서 들어가면 명대에 만들어진 패방 3개와 청대의 패방 4개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수년간 종기로 고생한 어머니를 위해 입으로 고름을 빨아낸 효자의 이야기를 비롯해 7가지의 마음 따뜻해지는 사연이 패방에 쓰여 있다. 홍춘에서 후이저우의 전통을 보고 패방에서 후이저우의 유교정신을 만났다면, 둔계노가屯溪老街에서 오늘날의 후이저우 문화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둔계노가는 1,000년 전 송나라 때 형성된 거리로 명청시대의 건축물들이 잘 남아있다. 지금은 거리 양쪽으로 기념품과 식료품을 파는 재래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역시 황산이다 역시 황산이었다.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황산은 중국인들이 죽기 전에 꼭 가고 싶어 할 만큼 웅장했고, 산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등산 애호가들을 설레게 할 만큼 황홀했다. 공기 가득 물기가 있어 온 산은 촉촉했고, 산꼭대기를 휘감은 구름은 산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산수화 속을 걷다 안후이성 남동부에 자리하고 있는 황산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중국 최고의 명산이다. 중국 10대 명승지 가운데 유일한 산일 뿐만 아니라, 1990년 세계문화유산과 자연유산으로 등록돼 보호를 받고 있다. 또 황산은 중국문명을 낳은 황하강, 중국에서 가장 긴 강인 양자강, 그리고 만리장성과 함께 중국의 4대 얼굴 중 하나로 꼽힌다. 황산이 특별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기기묘묘한 소나무奇松와 바다 같은 구름雲海, 특이하게 생긴 바위怪石가 유명하다. 먼저 눈을 사로잡는 것은 기기묘묘한 황산의 바위와 봉우리들이다. 황산에는 수만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중 1,600m 이상의 봉우리가 72개나 된다. 다른 산과 비교할 수 없는 웅장함이 압도적이다. 황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해발 1,864m의 연화봉莲花峰. 하늘을 향해 핀 연꽃처럼 생겼다 해서 연화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황산의 대표적인 3대 봉우리로는 연화봉을 비롯해 가장 평평한 봉우리인 1,860m의 광명정光明顶, 가장 험하다는 해발 1,810m의 천도봉天都峰이 꼽힌다. 광명정에는 기상청이 서 있고, 신선이 모여 살던 곳이라는 천도봉 주변에는 천연석실이 있다. 세 봉우리 주변은 황산의 비경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항상 북적거린다. 황산에서 인기 있는 바위 중 하나는 손오공이 먹다가 던진 복숭아가 떨어져서 생겼다는 ‘비래석飞来石’이다. 비래석은 높이 7.5m에 너비 2m 정도의 바위로, 보는 위치에 따라 복숭아처럼 보이기도 하고 칼처럼 보이기도 한다. 설악산의 흔들바위처럼 약간 들떠서 움직이는데 돌이 있는 곳이 좁아 많은 이들이 한 번에 오르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자가 세 번 만지면 아들을 낳고 남자가 두 번 만지면 입신양명한다는 전설 때문에, 너도나도 바위를 만지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 바위와 소나무, 그리고 구름 황산의 두 번째 주인공은 소나무다. ‘봉우리 없이는 바위 없고 바위가 없으면 소나무가 없고 소나무 없으면 황산의 매력이 덜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소나무는 황산을 이야기할 때 빠트리면 안 된다. 1,800m의 험준한 바위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를 보면 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된다. 이곳에는 수령 1,000여 년 이상 된 소나무도 많다. 수많은 소나무 중에서는 이름을 가진 소나무들도 있다. 연화봉과 천도봉 사이에서 황산을 찾는 손님을 환영하고 있는 영객송迎客松을 비롯해 배객송, 송객송, 공장송, 연리송 등 10그루의 소나무가 ‘황산의 10대 명송’으로 꼽힌다. 이중에서도 단결송团结松은 중국인의 재치를 느끼게 해주는 소나무다. 가지 수가 56개로, 한뿌리에서 56개의 가지가 나온 모습이 56개의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과 같다고 해서 ‘단결송’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서해대협곡, 비경에 홀리다 황산은 1년에 200일 이상 구름에 가려져 있어 운산이라고도 불린다. 그래서 맑은 날 여행하면 운이 좋은 것 같지만, 정작 그렇지도 않다. 바다처럼 펼쳐진 구름이야말로 황산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구름이 가득 메운 황산 봉우리에 산들바람이라도 불면, 진짜 파도가 치는 것처럼 보인다. 서쪽에는 서해가 시작되는 ‘서해문西海门’, 동해가 시작되는 ’동해문東海门’이 있다 또 구름 사이로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일출도 꼭 지켜봐야 할 장관으로 유명하다. 귀신도 홀리는 신비로운 풍경이라는 뜻으로 ‘마환경구魔幻景区’라고 불리는 서해대협곡 루트는 환상적인 황산의 풍경을 선물한다. 아찔한 절벽과 웅장한 기암괴석 사이로 좁은 길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기분이 든다. 한 사람 내려갈 정도의 너비로 만들어진 아슬아슬한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현기증이 난다. 그러면서도 입은 끝없이 감탄사를 터트리고 손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분주하다. 서해대협곡을 트레킹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주로불간경 간경불주로走路不看景 看景不走路’라는 문구다. 길을 걸으면서 경치 구경하지 말고 경치 구경하면서 걷지 말라는 것. 절경에 빠져 무아지경 상태가 되면 갑자기 위험한 순간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산의 등산로는 가파른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 주의가 필요하다. 황산에 있는 계단만 해도 수십만개. 어떤 코스로 돌아보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황산을 여행하면 1만여 개의 계단을 오르내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험한 봉우리 사이에 난 계단을 따라가야 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일단 계단을 따라 경치를 감상하면서 내려가기만 하면, 아래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라올 수 있다. 서해대협곡 모노레일은 남쪽 석상石床봉 협곡 밑에서 출발해, 892.6m 거리를 올라간다. 2013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모노레일 덕분에 무릎이 걱정인 어르신들도 얼마든지 서해대협곡의 절경을 품에 안을 수 있다. 황산 여행의 마무리는 따끈한 물에 지친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이 좋다. 황산 아래에 온천지역이 있어, 쉽게 온천을 즐길 수 있다. 황산의 대표적인 휴양온천인 ‘취온천’은 5성급 호텔 시설을 갖춘 리조트형 온천장으로, 녹차탕을 비롯해 각종 약재를 넣은 탕과 장미와 라벤더 등 꽃을 넣은 탕 등 60여 개의 노천탕을 갖추고 있다. 키즈 스파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글·사진 Travie writer 채지형 에디터 트래비 취재협조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 www.visitchina.or.kr *본문에 나오는 중국의 지명은 중국어 발음으로 적고 한자 음과 한자를 동시에 표시했다. 관광지, 사람 이름, 산 등 지명 이외의 것은 한자 음을 적고 한문을 병행 표기했다. ▶travel info 安徽省 Airline인천에서 황산공항까지 가는 직항편이 있어 편리하게 황산여행을 즐길 수 있다. 안후이성을 둘러보고 싶다면, 인천-허페이합비, 合肥 직항편을 이용해도 된다. 또 인천-상하이상해, 上海 직항편을 이용해, 상하이로 들어가 상하이와 항저우항주, 抗州와 함께 황산을 여행하는 경우도 많다. 상하이-허페이는 고속철로 3시간 걸린다. TIP숙소┃황산에서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황산 위에서 머물러야 한다. 백운호텔을 비롯해 황산 위에도 숙소들이 있으니 미리 예약할 것. 황산에 오르는 케이블카는 운곡케이블카와 옥병케이블카, 태평케이블카 등 3개다. 미리 지도를 보고 어떤 루트로 여행할 것인지 계획하는 것이 필요하다. 휘운가무쇼┃황산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유서 깊은 후이저우 문화를 압축적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황산을 새로운 각도로 만날 수 있어 추천할 만하다. 참고 웹사이트┃안후이성 www.ah.gov.cn 황산 www.huangshan.gov.cn 함께 가볼 만한 곳┃안후이성의 성도는 허페이다. 허페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청백리인 판관 포청천의 고향으로, 포청천의 일대기를 볼 수 있는 포공사가 있다. 이곳에서는 포청천 사당과 함께 당시 상황을 밀랍인형으로 전시해 놓은 전시실,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세운 청풍각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또 허페이 시내에는 태평천국을 진압한 청나라 말기 정치가인 리홍장의 생가도 있다. 또한 안후이성에는 4대 불교 명산 중 하나인 구화산이 있는데 신라 김교각 스님이 지장보살로 추대된 곳으로 우리나라 불자들의 참배가 끊이지 않는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②山 지오파크 탐험자들을 위해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②山 지오파크 탐험자들을 위해

    ●山 지오파크 탐험자들을 위해 운젠은 살아 있다 ‘풍경’이라는 막연한 이름으로 스쳐 지나갔던 땅의 비밀들은 캐면 캘수록 신기하고 빛나는 보물이다. 전망대에 오르니 신선의 땅이 보였다. 일본 1호 국립공원, 세계지질공원의 위엄 시마바라 반도는 살아 있고, 움직이기까지 한다. 시마바라 반도는 매년 남쪽으로 천천히 이동 중이다. 그 거리가 북단에서는 2cm, 남단에서는 3cm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그 차이로 생긴 균열로 여러 개의 단층이 형성되어 있다. 그 단층을 명확하게 관측할 수 있다는 지지와전망대에 잠시 들렀다. 다치바나만에 접한 지지와해안千々石海岸의 둥근 해안선이 바로 이 단층 활동의 결과라고 했다. 단층의 길이는 총 14km, 최대 낙차는 450m에 달한다. 단층의 낮은 부분은 연간 1.5mm씩 하강하고 있고, 1,000년 후에는 1.5m가 될 예정이다. 반도가 물에 가라앉고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를 어찌 예측하겠는가. 여러 단층에 둘러싸인 시마바라 반도의 중앙부는 이론상으로 침몰되었어야 하지만 운젠 화산이 주기적으로 용암을 분출하여 그 공백을 보충하는 셈이라니 신기할 따름이다. 지지와전망대에서 멀게만 보였던 후겐다케普賢岳와 헤이세이신잔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운젠온천에서 출발해 10여 분 정도만 순환 도로를 따라 달리면 제2전망대에 도착한다. 녹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헤이세이신잔의 황량한 모습이 훌쩍 가까워져 있었다. 용암이 흘러내린 시마바라시 방향으로 시선이 오래 머무는 이유는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다시 달리기 시작한 버스는 제1전망대인 니타토케 고개해발 1,100m에 멈춰 섰다. 이제 500m 길이의 로프웨이에 몸을 맡길 시간. 니타토케역仁田峠駅에서 케이블카에 올라탄 지 3분 만에 묘켄다케역妙見岳駅에 도착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트레킹 코스다. 로프웨이 대신에 보도를 선택하면 묘켄다케까지 40분 정도가 걸린다. 이곳에서 기린다니구치를 거쳐 후겐다케해발 1,359m 정상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서 헤이세이신잔해발 1,483m은 불과 400m거리지만 더 이상 접근할 수 없다. 아무리 그 주기가 200년이라고 해도 살아 있는 화산은 잠자는 용이다. 반나절은 꼬박 보내야 하는 트레킹임에도 불구하고 운젠산에 오르는 이유는 화산 때문만이 아니다. 겨울에는 공기 중의 수증기가 나뭇가지에 얼어붙어서 생기는 무빙을 볼 수 있고, 5월이 되면 층층나무와 산진달래로 뒤덮인 화려한 산의 모습을,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다양한 동물들의 서식지임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 제1호 국립공원다운 위엄이다. 조금 낮은 곳으로 내려가면 삶의 굴곡도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타나바타케전망대棚畑展望台에 서면 평지가 드물었기에 끊임없이 개간을 했던 흔적, 그리고 농지를 확보하기 위해 한 칸 한 칸 일구어 나갔을 다랭이 논밭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풍경은 반도의 남쪽으로 갈수록 드라마틱해져서 미나미구시야마초에 이르면 무려 800개에 이르는 다랭이 논밭이 시야에 들어온다. 나가사키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계단식 밭 지역이다. 날이 흐렸지만 희미하게 나가사키항이 내려다보였다. 운젠 로프웨이 長崎県雲仙市小浜町雲仙仁田峠여름철(4~10월) 08:31~17:23(최종 17:03) 겨울철(11~3월) 8:31~17:11(최종 16:51), 연중 무휴 왕복(일반) 1,260엔, 편도(일반) 630엔 +81 957 73 3572 www.unzen-ropeway.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듯한 꽃 같지 않은 꽃에 15년째 집착… ”

     화가 김지원(55)은 15년 째 맨드라미를 그린다. 그의 그림은 마지막 희망을 끝내 놓지 못하고 붙들고 사는 우리의 삶을 보는 것 같다.  결코 예쁘다고 할 수 없는 맨드라미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화가는 말한다. “어릴 적 숱하게 봐왔을 맨드라미가 어느 날 의미심장하게 다가왔습니다. 강원도의 어느 분교 화단에서 맨드라미를 봤어요. 식물이지만 동물적인 느낌이 드는, 뇌 같기도 하고. 아무튼 꽃 같지 않은 꽃이 색깔은 왜 그리 붉고 생명력은 어찌나 강한지?.”  그는 “파란 하늘, 초록색 이파리와 대비된 붉은 꽃의 강렬한 보색이 마치 인간의 욕망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맨드라미는 한줌 씨를 뿌리면 그대로 땅위에서 솟아나 한여름 뜨거운 해를 머리에 인 채 이글거리다 이내 무너지듯 사그라든다. 그는 흔하지만 예쁘지 않은 맨드라미 꽃이라는 소박하고 통속적인 소재를 빌어 생(生)의 욕망과 숭고를 노래한다. 흰색 바탕을 칠한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꽃을 그리고 수없이 문대고, 나이프로 거침없이 그어 내리면 이미지들이 뒤엉킨 화면이 완성된다. 단순한 외관의 묘사를 너머 생의 희로애락을 극적으로 그려낸 추상이다. 예전에는 한여름의 맨드라미를 주로 그리던 그는 요즘엔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 잎은 누렇게 마르고 바스러진 채 꽃만 붉게 남은 맨드라미를 많이 그린다.  세련되게 화려한, 회화적 에너지가 충만한 그의 맨드라미 시리즈가 서울 종로구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선보이고 있다. 200호 정도 되는 대작부터 4호 정도의 소품, 드로잉까지 미발표 신작 26점이 선보인다. 박경미 PKM대표는 그의 근작들에 대해 “회화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더 원숙하면서도 우아하게 표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시 제목은 ‘맨드라미’지만 바닷가 풍경, 헬리콥터 등을 담은 다른 작품 5점도 함께 전시된다. 지난 해 11월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15회 이인성미술상 수상기념 개인전을 하느라 갤러리 전시는 6년만이다. 김지원은 인하대 미술교육과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립 조형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시는 오는 25일까지.(02)734-9467.  글 함혜리 기자 lotus@seoul.co.kr
  •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④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해외여행 | 나가사키현 시마바라 반도 운젠雲仙의 3가지 선물④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Temple & House 운젠시의 숨은 명소들 땅이 정해 준 삶의 방식 마지막 며칠은 온천과 화산을 벗어났다. 삶의 방식이 문화와 종교 속에 녹아 있으니 말이다. 운젠 사람들이 특별한 날마다 발길을 내려놓는 곳들을 찾았다. 기원하는 마음, 꽃피는 마음 땅이 정해 주는 삶의 방식은 불가항력에 가깝지만, 때로는 순응하고 때로는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 역시 위대한 힘을 지녔다. 운젠의 사람들은 무엇을 바라며 살아왔을까. 다치바나만이 내려다보이는 지지와전망대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다치바나신사가 있다. 1940년 전국민의 기부로 설립된, 나가사키현에서 두 번째로 큰 신사이자 공원인데 공원의 대부분을 벚나무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 4월이 되어 800여 그루의 벚꽃이 만개하면 밤낮으로 인파가 몰려들어 상춘객들의 성지가 된다. 높이가 9.7m나 되는 화강암 도리이(ㅠ자형 문)를 통과해 들어가면 양쪽에 벚나무가 도열한 호젓한 산책로가 펼쳐진다. 꽃피는 4월뿐 아니라 다치바나신사로 수만명의 참배객이 모여드는 때가 한 번 더 있다. 높이가 14m나 되는 거대한 가도마쓰(소나무와 대나무로 만든 설맞이 장식)가 세워지는 신년 때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운젠시 북부 구미니쵸의 아와시마신사도 특별하다. 아와시마신淡島神은 순산을 지켜 주는 신으로 일본 전역에 아와시마 계통의 신사가 1,000여 개나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구미니쵸의 신사가 특별한 이유는 작은 도리이를 통과하는 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임산부 혹은 임산을 원하는 여성들이 점점 크기가 작아지는 도리이를 차례대로 통과하면 순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순산에 대한 기원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것은 그만큼 사망률이 높았다는 반증이다. 지금도 일본에는 ‘개의 날’이 있다. 개의 가죽을 배에 두르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지금도 개의 날이 되면 임산부들은 복대를 하고 신사를 참배한다. 그리고 아이를 순산하고 나면 복대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을 적어 다시 신사에 바친다. 가장 작은 도리이의 통과를 두고 망설이는 여자친구를 응원하는 남자의 표정도 진지했다. 최후의 관문이 되는 가장 작은 도리이는 성인 여성이 통과하기 어려운 난관이라 한쪽 팔을 들어 올리는 작은 기술이 필요하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이런 간절한 기원 속에 태어났다는 생각을 하니 사원 계단을 쪼르르 달려 내려가는 아이의 건강한 발걸음이 새삼 감사하다. 17세기 무사마을은 어땠을까? 부모의 간절한 기원 속에 태어나 건강하게 자라, 드디어 성년을 앞둔 두 꼬마아가씨를 아와시마신사에서 멀지 않은 코우지로쿠지神代小路에서 만났다. 내년에 성인식을 치루는 아유나양과 카호양은 화사한 기모노로 한껏 치장을 하고 가족들과 함께 사진촬영에 나선 길이라고 했다. 특별한 날 기념촬영을 하기에도 좋은 코우지로쿠지 지구는 에도시대 나베시마 영주가 조성한 마을로 일본의 중요전통건조물군보존지구로 지정된 곳이다. 코우지로쿠지가 위치한 현재 운젠시 구니미쵸는 시마바라 반도에 있지만 시마바라번의 영주가 아니라 당시 바다 건너(현재는 육지로 연결됨) 사가번에 소속되어 있었다. 무사들이 살던 마을임을 알려주는 징표는 낮은 돌담이다. 밖에서도 안을 감시할 수 있도록 담을 높이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파견된 초대 번주는 나베시마 노부후사로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형이다. 이후 18대를 이어 온 나베시마 저택은 나베시마 가문의 병영터로 17세기 후반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개보수를 마치고 2014년부터 내부를 공개하고 있는 나베시마 저택은 재미있는 건축 요소들을 품고 있다. 중정의 연못 정원은 비상시에 방화수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대들보로 사용한 목재는 통나무를 껍질만 벗겨서 사용했기에 양끝의 굵기가 다르다. 옛기술로 만든 판유리의 두께가 균일하지 않아서 바깥 풍경이 마치 아지랑이가 핀 것처럼 보이는 것도 흥미롭다. 영주의 침실을 위해 유일하게 이엉지붕을 올려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든 인쿄토 건물(1860년 건축), 기와에 회반죽 접착제를 사용하여 지붕이 하얗게 보이는 일명 ‘하얀집’ 등이 일본 특유의 고산수 양식과 잘 어우러져 메이지 시대와 쇼와 시대의 건축 양식을 모두 보여 준다. 내부에도 수령 400년의 나무와 무사들의 갑옷 등등 흥미로운 것이 많지만 사람들은 역시 꽃에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겨우내 뜸했던 방문객들의 발길이 갑자기 불어나는 시기는 나베시마 저택 앞에 서 있는 수령 90년의 히칸자쿠라(타이완벚꽃)가 꽃을 피우는 2월 말부터다. 그러나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이제 막 피어나는 두 꼬마 아가씨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발그스레한 볼에 봄이 벌써 와 있었다. 나베시마 저택雲仙市国見町神代丙103番地1 10:00~17:00, 매주 월요일 휴관 성인 300엔 +81 957 61 7778 *나베시마 나오시게 | 1583년 오키타나와테 전투 후 사가번주가 된 인물로, 임진왜란에도 참전했다. 귀국 길에 도공 이삼평 등을 사가번으로 납치하여 아리타야키, 이마리야키 등 오늘날의 일본 도자기 명산지를 만든 인물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에게 코우지로쿠지를 영토로 부여받았다. ●Unzen People “운젠온천 센베는 바삭하고 예민해요”토오토미야 카토 류타씨 운젠 유센베온천수 전병가 왜 특별한지 이야기해 드릴까요? 밀가루에 계란, 설탕을 넣고 온천수로 반죽을 하거든요. 그러면 식감이 더 바삭바삭하답니다. 100여 년 전에 시마바라 성주가 좋아해서 만들기 시작한 거래요. 60년 전부터 가업으로 시작해 제가 3대를 잇고 있습니다. 보기보다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아요. 지금 보시는 옛 방식으로 만들면 유센베 1장을 굽는 데 15분이나 걸리거든요. 그래서 수제로 제작한 유센베는 하루에 300장만 한정 판매해요. 나머지는 2층의 공장에서 만든 것이죠. 유센베 만들기 체험도 있는데, 사실 이게 계절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달라질 정도로 민감하거든요. 그래서 불조절이 비교적 쉬운 봄과 가을에만 체험이 가능해요. 아, ‘미미’를 달라고요? 센베 먹을 줄 아시네요. 과자를 굽고 난 뒤 제거하는 자투리를 모아서 파는 것인데 하도 인기가 좋아서 일치감치 동이 나 버리죠. 여기 하나 남았네요. 맛있게 드세요! 토오토미야遠江屋 雲仙市小浜町雲仙317 +81 957 73 2155 08:30~22:00 센베 만들기 체험 1,000엔 “하야시라이스 소스만 1주일을 끊여요” 그린 테라스 시오미 마사히코 대표 료칸에서 먹는 가이세키 요리에 질리셨다고요? 그럼 운젠 온천마을의 별미인 하야시라이스*를 추천합니다. 운젠은 1900년대 초반부터 이미 외국인들의 여름 휴양지로 유명했기에 그들의 입맛에 맞는 하야시라이스를 요리하는 집이 많았어요. 하야시라이스 맛집을 결정하는 기준은 당연히 데미글라스 소스죠. 제 경우에는 송아지뼈를 푹 고아내 육수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서, 소스 제조에 거의 1주일이 걸린답니다. 밥에는 노란 계란을 덮어 내죠.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인테리어에 달달한 디저트류 메뉴도 다양하니 덮밥 한 그릇 하고 가시죠! 그린 테라스 운젠グリーンテラス雲仙 長崎県雲仙市小浜町雲仙320 +81 957 73 3277 11:00~17:00 하야시라이스 980엔(샐러드 스프 드링크 디저트가 포함된 세트메뉴 550엔 추가), 디저트류 600~700엔 *하야시라이스 | 한국에서는 ‘하이라이스’라고 부르는 바로 그 덮밥이다.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일본 출판사겸 문구판매 업체 ‘마루젠’의 창업자 ‘하야시 유우테키’가 손님이 오면 데미글라스 소스에 고기와 야채를 함께 푹 익혀 밥과 함께 대접해서 그의 이름을 땄다는 이야기가 가장 유력하다. “달걀빵 먹고 온천욕도 하세요”카세야 카페 다카하시 카즈미씨 원래는 카세야란 이름의 작은 료칸을 운영했어요. 외국인 손님을 위해 아침식사용으로 빵을 구워냈는데, 그게 인기가 좋았죠. 그래서 아예 료칸을 접고 빵집을 차렸어요. 근처 료칸에 빵을 제공하기도 하죠. 제일 잘 나가는 빵은 ‘운젠 바쿠단’이예요. 온천수로 삶은 계란을 넣고 튀겨낸 빵이죠. 시마바라의 탄산수로 만든 운젠 레모네이드와 함께 먹으면 최고랍니다. 카레빵과 어묵빵도 좋아들 하세요. 료칸을 접긴 했지만 온천탕은 여전히 운영하고 있답니다. 3~4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욕장이라서 가족이나 연인끼리 대여하는 경우가 많아요. 카세야かせや 카페 雲仙市小浜町雲仙315 +81 957 73 3321 07:00~18:00, 수요일 휴무 커피 300엔, 운젠 바쿠단 1개 160엔 | 온천탕운영시간 7:00~17:00, 요금 50분 1,500엔 “자가짱은 짱짱맨입니다! “지지와관광센터 야마시타 나오키 대표 지지와전망대에서 구경 잘 하셨나요? 그럼 이제 자가짱을 만나실 차롑니다. 감자는 운젠시 최고의 특산물이죠. 봄, 겨울 두 번을 수확하니 생산량도 많아서 일본에서 두 번째로 많은 생산량을 자랑합니다. 그 감자를 삶아서 막대에 꽂아 튀겨 낸 것이 자가짱이죠. 여기서는 최고의 군것질거리랍니다. 전망대에 위치한 지지와관광센터에 오시면 맛보실 수 있습니다. 참! 지지와관광센터는 치도리 카스텔라의 본점이기도 하답니다. 창업자이신 아버지가 아직도 판매대를 지키고 계시죠. 치도리는 ‘지지와의 닭’이라는 뜻인데, 카스텔라에 필요한 달걀을 공급하기 위해 직접 양계장을 만들어 2,000여 마리의 닭을 키우기 때문입니다. 1층에는 아늑한 카페테리아가, 2층에는 350명이 식사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개인여행자도, 단체도 환영합니다. 지지와관광센터千々石観光センター 長崎県雲仙市千々石町丙160 +81 957 37 2254 www.chidiwa.com 자가짱 1개 200엔, 카스텔라 1박스 1,050엔 부터 ▶travel info Japan UNZEN Navigation운젠시 찾아가기 후쿠오카를 관문으로 이용할 경우 하카타역에서 이사하야역까지 열차로 1시간 50분이 소요되고 나카사키를 관문으로 이용할 경우 나가사키역에서 특급열차를 타면 이사하야역까지 20분이 소요된다. 이사하야역에서 운젠시까지는 버스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구마모토에서 시마바라항까지 배로 이동하면 출발 항구에 따라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 (사)운젠온천관광협회 unzen.org Transportation시마테츠 원데이패스 시마바라 반도 내에서 이동은 시마바라 철도와 시마테츠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철도와 버스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마테츠 원데이패스의 가격은 1,200엔. 이사하야역에서 시마바라외항까지 43.2km를 운행하고 있다. 나베시마 저택을 관람할 경우 해피트레인을 타고 코우지로마치역에서 하차하면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다. 버스의 경우 이사하야에서 출발해 오바마와 운젠을 경유해 시마바라까지 하루 15편이 운항된다. 오바마와 운젠 사이의 소요시간은 20분 정도다. 해피 트레인24개의 철도역 중에서 사이와이역, 아이노역, 아즈마역의 경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일본어로 ‘행복’을 뜻하는 ‘사이와이’, ‘사랑스러운’이란 뜻을 지닌 ‘아이노’, ‘우리 아내’를 뜻하는 ‘아즈마’가 이름이기 때문. 세 역의 입장권을 세트로 묶은 패키지 티켓은 연인이나 부부가 탐내는 기념품이기도 하다. +81 957 81 2277 500엔 www.shimatetsu.co.jp place 운젠 비도로미술관雲仙ビードロ美術館비로도는 유리의 포르투갈어다. 에도시대의 분유리와 19세기 보헤미안 유리 등 화려한 앤티크 유리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 들어온 골동품과 이삼평의 제자들이 만든 작품들이 함께 전시되어 있다. +81 957 73 3133 700엔 운젠 장난감박물관雲仙おもちゃ博物館일본의 옛과자와 장난감이라는데 어쩐지 낯익은 물건들이 많다. 1층은 장난감 가게이고 5,000여 점을 전시하는 박물관은 2층에 있다. 추억 돋는 군것질 거리나 복고풍 기념품을 장만하기 좋은 곳. +81 957 73 3441 200엔 Accommodation 운젠 후쿠다야福田屋관광객들 대상으로 술이나 카메라 등을 팔던 상점이 커져 료칸이 됐다. 화실과 양실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민예 모던’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다. 4월부터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81 957 73 2151 www.fukudaya.co.jp 호텔 토요칸東洋館운젠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여관이다. 3대째 가업을 이어 온 이시다씨는 어린 시절부터 료칸 운영에 필요한 다방면의 소양을 익혔다고. 요즘은 염색에 심취해 있다. 오시도리 연못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노천탕뿐 아니라 장미탕 등 특색 있는 탕을 운영한다. +81 957 73 3243 www.toyokan.com 신유 호텔ゆやど雲仙新湯외부에서 온천수를 끌어 오지 않고 내부에 4개의 온천수가 나오는 료칸이다. 유카타의 치수가 맞지 않을 경우 게스트가 스스로 골라 입을 수 있도록 복도에 옷장을 비치하는 등 섬세한 배려가 느껴지는 곳이다. 노천탕이 딸린 객실도 4개가 있다. +81 957-73-3301 www.sinyuhotel.co.jp 운젠 미야자키 료칸雲仙宮崎旅館 황실 가족들이 묵어 갈 정도로 품격 있는 료칸이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만 봐도 그 격을 알 수 있다. 대지옥온천에서 분출되는 온천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더 좋은 성분의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숙박료도 높은 편이다. +81 957 73 3331 www.miyazaki-ryokan.co.jp 후키야富貴屋창문을 열면 운젠지옥이 눈앞에 펼쳐진다. 반대로 지옥순례 중에도 항상 후키야 여관의 모습이 보인다. 히노키탕이 있는 대욕장을 갖추고 있으며 장기 투숙자를 위한 공동 주방도 갖추고 있다. +81 957 73 3211 www.unzen-fukiya.com 글 천소현 기자 사진 Travie photographer 이진혁 취재협조 운젠시 관광물산과 www.city.unzen.nagasaki.jp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해외여행 | 타이완-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그런 당신이라면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 타이동은 타이베이 송산 공항에서 비행기로 50분,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4시간 40분 소요된다. 평일의 경우 당일 예매가 가능하지만 사전에 예약하는 것이 좋다. 타이동까지 가는 동안 아름다운 해안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항공은 오른쪽 창가에, 기차는 왼쪽 창가에 앉는 것이 좋다. 누가 타이동台東에 가야 할까?당신이면 좋겠다. 낮은 담 꽃길 사이로 걷는 오후의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어린 고양이 앞에서 발걸음을 오래 멈추는 그대. 핸드폰으로도 예쁘게 사진을 찍고, 가이드북의 형식적 추천보다 골목의 우연한 발견을 더 사랑하는 사람. 야시장의 생기로움과 한 잔의 맥주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 늦은 아침의 자전거 여행을 사랑하고 두렵도록 푸른 바다 앞에 서면 어느 순간 가슴까지 함께 일렁이는 그대. 걸음을 멈추고 문득 누군가를 그리워할 줄 아는 사람. 물들어 가는 노을과 바람에 눈과 귀 기울이고, 흔들리는 수천 개 등불에 마음 빼앗기는 사람. 풍경은 쉽게 잊어도 사람은 오래 기억하는 그대. 그런 당신이 타이동에 가면 좋겠다. 그렇다면 당신도 나처럼 타이동을 쉽게 사랑하게 될 테니까.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만나기 전부터 사랑할 것 같은 느낌 기내식을 주식처럼 먹을 정도까지 자주는 아니어도, 여행 좀 다녀 봤다고 자부하는 사람에게는 일종의 감이 있다. 풍경에 대한 감각이다. 이곳을 내가 사랑하게 될 것인가 아닌가 하는 직관적 느낌. 공항 문을 열고 낯선 곳의 첫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택시 기사의 웃음과 마주쳤을 때, 햇살을 가리려고 경례하듯 손 그늘 만들며 도심 멀리 바라볼 때, 현지인의 그릇과 소품들에 마음 빼앗길 때, 그 느낌은 그냥 온다. 여행의 감이 오는 것이다. 나에게도 그런 감이 있다. 나의 경우 화려하고 높은 빌딩과 쇼윈도 속 명품 가방을 보고 감이 온 적은 없다. 호텔 앞 24시간 편의점을 보고 감이 온 적도 없다. 뉴요커와 파리지엥도 크게 나를 현혹시키진 못했다. 나의 감은 오히려 소박하고 사소한 것들에게서 왔다. 벽에 그려진 그림들. 아이들의 웃음소리들. 이름을 알 수 없는 꽃잎들. 작지만 예쁜 카페의 불빛들. 조금 쓴 커피와 부드럽고 달콤한 디저트들. 그런 것들에게서 나는 여행의 감을 얻었다. 하지만 타이동은 조금 특이한 경우다.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프로펠러가 달린 조그만 비행기를 타고 타이베이 공항을 출발했을 때, 오른쪽 창가에 앉은 내가 볼 수 있었던 건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눈부신 해변이었다. 크기를 짐작할 수도 없는 태평양이었다. 아름다웠다. 파도의 흰 거품이 맥주처럼 해안에 밀려와 넘치는데, 목마른 모래톱이 그걸 다 받아 마시고 있었다. 멀리 생각보다 웅장한 타이완의 산맥과 그 중턱의 마을들. 한 뼘 위의 구름들. 그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내가 곧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임을. 하늘로 오르는 등불 짐을 내리고 숙소를 나와 타이동의 길을 처음 걸을 때, 먼저 나를 반겨 준 것은 수천 개의 등불이었다. 멀리 하나씩 보이던 등불이, 광장 쪽으로 걸어 나오자 곧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고, 다시 골목을 하나 더 돌아 티에화춘鐵花村에 들어서니, 그곳은 이미 등불의 군락이었다. 열기구 모양의 등불은 각각의 무늬와 색깔 속에서, 마치 티에화춘 전체를 공중으로 몇 미터쯤 들어 올린듯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폐허였던 기차역과 주변을 완벽하게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시킨 곳. 금요일마다 예술가들의 수공예품 마켓이 열리고 또 어떤 요일엔 달콤한 음악 공연이 열리는 곳. 오후의 햇살이 길게 비출 때 선로 위를 가만히 걸어 보거나 오래된 역사의 나무의자에 앉아 오지 않을 기차를 조금 기다려 보는 일. 어느 담벼락의 무늬를 배경으로 찰칵 사진을 담아 보는 일. 티에화춘의 낮 시간은 그렇게 사소한 일들로 한적하게 흐르고, 드디어 밤이 오면 온통 등불과 사람들로 반짝인다. 당신이 언젠가 티에화춘에 간다면, 그저 그 등불 아래에서 마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도록 경계의 벨트를 가만히 풀어 두면 된다. 섬세하게 만든 은반지와 고양이 모양 조각 비누를 하나쯤 사고, 예쁜 엽서와 노트를 구경하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노래를 배경음으로 다시 수천 개의 등불 아래 앉으면 그뿐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신의 안쪽에서 등불처럼 빛나는 어떤 얼굴 하나를 떠올려 봐도 좋다. 그것은 그리움일까 연민일까 고민하다가 남아 있는 미련을 조금 덜어 내 등불과 함께 날려 보내면 어떨까. 늦은 밤 그 시간이 되면 어차피 등불이 티에화춘을 날아 오르게 할 테니까. 당신의 마음도 함께 날아가고 있을 테니까. 티에화춘鐵花村옛 철도 역사와 인근 부지를 예술촌으로 만들어 보존했다. 옛 역사와 기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철로를 걸어 볼 수도 있다. 매일 다양한 공연이 펼쳐지며 주말에는 예술 수공예품 마켓도 열린다. 밤에는 수천 개의 등불이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No. 26, Lane 135, Xinshe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비에 젖은 꽃잎, 맑은 웃음, 좁고 예쁜 골목 택시를 타고 갈 때 볼 수 없었던 풍경을, 걸으면서 다 보았다. 속도의 눈속임 속에 숨겨져 있던 타이동의 모습들이었다. 사람 손길을 무서워하지 않는 고양이들은 구두 수선집 낮은 지붕 위에 자리를 잡았고, 과일 가게 옆에는 귀 접힌 어린 강아지가 졸고 있었다. 작은 카페들이 조화를 이루며 골목을 채웠다. 어디와 비슷하다고 말하면 좋을까. 북적이기 전의 서촌과 비슷하고 합정역 어느 골목과 닮았을까. 줄무늬 천막으로 비를 겨우 가린 노점의 작은 식당이 있고, 옆으로 간판이 예쁜 베이커리가 있는데 둘 다 각자의 모습 그대로 그곳에서 어울렸다. 오후의 소나기와 만나라고 화분을 밖으로 내어 놓은 상점들과 손으로 우산을 든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머니의 모습이 타이동의 풍경이었고, 길을 물으면 친절히 알려 주는 웃음들이 또한 그대로 타이동이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라면 타이동과 어울릴 것이라고. 화려하지 않은 것들에게도 눈길을 주고, 아름다운 것을 잘 발견해 내는 사람. 공산품보다 수공예품을 더 좋아하며 일상에 아무리 바빠도 한나절의 여유로움을 즐길 줄 아는 사람. 주말이면 가방에 책 한 권쯤 담고 떠나는 사람. 그저 사람들 몰려가는 곳보다, 내가 좋아하는 곳을 오래 지켜 가는 사람. 경주와 군산, 통영의 골목을 천천히 걷다 돌아와도 참 좋은 여행이었다고 추억하는 사람. 그날 오후에 걸었던 타이동의 거리는 내게도 충분히 그런 곳이었다. 무심코 찾아 들어간 카페에서 나눈 간단한 대화는 정겨웠고, 커피는 향긋했으며, 망고 케이크는 입에서 모음처럼 부드럽게 녹았다. 그날 짠맛 아이스바를 물고 투명한 햇살 아래서 걸을 때, 타이동이 내게 다시 한 번 알려 줬는지도 모른다. 바빠지려고 여행을 온 게 아니라, 바쁘게 살았기 때문에 여행을 온 것이라고. 그러니까 여행에선 바쁘지 않아야 하는 법이라고. 진팡빙청津芳冰城40년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완 전통 빙수집. 팥빙수를 닮은 다양한 빙수와 짠맛이 가미된 아이스바를 맛볼 수 있다. 타이동 야시장 입구 근처에 있다. No. 358, Zhengqi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886 8 932 8023 아이스바 TWD35(한화 약 1,300원) 나무 그늘 아래 쌀국수 한 그릇 점심을 맛있게 먹고 오후에 그냥 걷는 것. 두 번째 날의 전체 일정이었다. 타이동은 그렇게 느긋한 계획에 어울리는 여행지다. 좌표를 찍듯 어딘가를 찾아 가서 인증하고 높이와 면적을 자랑하는 건물에 줄 서서 들어가는 일은, 적어도 타이동에서는 필요 없는 일이었다. 멀리 시외로 나서면 계곡이 있고, 바람이 높게 불어 여름마다 열기구 축제가 열리는 언덕도 있다 했지만, 시내는 그저 낮고 한가로울 뿐이었다. 쌀이 좋기로 유명하다는 설명이 있었고 여행자라면 한 번쯤 들러 간다는 쌀국수집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보리수나무 아래 쌀국수집’. 우리말로 풀어 쓰면 그 정도 이름인 곳. 수십년 전 어느 나무 아래 노점의 작은 국수집으로 시작하여, 이제 번듯한 식당이 된 곳이다. 한적한 골목 사이로 걷고 도로를 두 개쯤 건너 식당에 도착했을 때, 조금 놀랐다. 오전 11시가 막 지났을 뿐인데, 이미 사람들이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입구 쪽으로 주방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 바쁜 손놀림이었다. 성성한 흰쌀면을 다발처럼 담아 국물로 적신 후 싱싱한 가츠오부시를 가득 얹어 끝없이 식탁으로 날랐다. 쌀이 좋고, 가츠오부시가 좋아서 더 맛있는 쌀국수가 된다는 설명이다. 생각보다 국물이 시원했다. 식탁 위의 고추소스를 조금 덜어 국물에 풀자 매콤함이 면에 부드럽게 스몄다. 짧고 쉽게 부서지는 면은 숟가락으로 떠서 마시듯 먹기 좋았다. 한국인의 속도로 한 그릇을 다 비웠다. 이마의 땀을 닦고, 그제야 식당을 살펴보니, 현지인들은 한 손에 신문을 들고 천천히, 아이와 눈 맞추며 천천히, 친구와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타이동의 속도였다. 나는 그 속도로 천천히 오후의 골목을 걷기로 했다. 타이동에서는 타이동의 속도를 지키는 것이 도리이므로.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롱슈시아 쌀국수榕樹下米苔目· Rong Shu Xia Rice Noodles타이동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점 중 하나. 맑은 국물과 가쓰오부시 속 희고 투박한 쌀국수면이 특징이다. 건면과 탕면이 있다. 탕면을 먹을 경우 식탁 위에 있는 고추소스와 식초를 적당히 넣으면 매콤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다. No. 176, Datong Rd, Taitung City, Taitung County, 950 +886 963 148 519 09:30~15:00, 17:00~20:00 (15:00~17:00 Break Time) 탕면 기준 TWD40(한화 약 1,500원) 가난하지만 풍부한 사람들 얼마 전까지 타이동 아이들의 소원은 맥도날드를 먹어 보는 것이었다. 매일 바닷가재만 먹는 가난한 생활이 싫어 부모님께 투정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타이완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 문명의 상점은 멀고 바다에서 오는 풍성한 선물은 가득하다. 물론 지금은 맥도날드와 나이키, 5층짜리 백화점도 들어와 있지만. 필리핀판과 유라시아판이 수백만년 동안 서로를 밀어내면서 저절로 깊은 계곡과 산맥이 형성된 곳. 울창한 삼림 아래로 모래 해변이 끝도 없이 이어지다가 어느 곳에서는 바위로 절경을 보여 주는 곳. 태평양과 가장 가깝게 닿은 기차역이 있고 빈랑槟榔 열매를 오래 씹어 이가 모두 붉게 물든 노인들이 많은 곳. 해안의 기괴한 바위들과 산호초들이 명품이며, 인근해의 난류 속에 어자원이 풍성하여 마치 줍듯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고, 산에서 무너져 내려온 암석들에서 쉽게 옥과 보석이 발견되는 곳. 코로 피리를 연주하고, 꽃무늬 전통 의상을 입은 소수민족들이 고산지역에서 옛 풍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으며 낙농업이 발달하여 전국의 우유를 책임지는 곳이 타이동이다. 타이완 일주여행의 마지막 코스. 휴가 때 정말 쉬려고 현지인들이 찾아오는 현지인의 여행지. 진한 커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의 땅. 부처의 머리 모양을 닮은 과일 석가로 유명하고 야자수 나무들이 인가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고 계곡을 건너는 다리가 많고 태평양을 손으로 만질 수 있으며, 야시장에서 현지인들과 앉아 과일 맥주 한잔으로 하루를 잊을 수 있는 곳이 타이동이다. 그리고 타이동은 자전거로 어디든 갈 수 있는 도로들과 길고 먼 삼림과 호수, 멀리 바다로 고기잡이 떠난 남자를 기다리다 반쪽의 꽃이 됐다는 처녀의 전설이 있으며 그 꽃 뒤로 먼 수평선이 끝없이 아름다운 곳이다. 내가 만난 타이동, 내가 들은 타이동은 그렇다. 그러나 당신은 당신의 방식으로 타이동을 만나게 될 터. 타이동에서 당신의 골목과 당신의 사람은 당신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것 하나는 당신도 쉽게 타이동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일종의 확신으로 말하는 것이다. 자전거 하나로 행복한 길 숙소에서 전기 자전거를 빌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보니, 좋았다. 어디선가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 보기로 결심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으니 츠샹池上을 권했다. 기차와 버스로 쉽게 갈 수 있는 곳. 유명한 쌀 생산지로, 타이완 사람들이 쌀의 고향이라 부른다 했다. 아침을 먹은 후 출발하여 몇 시간쯤 자전거를 타고 다시 시내로 돌아오는 코스를 택했다. 치샹에 닿으니 역 앞으로 몇몇 자전거 대여점이 보였다. 3시간쯤 달릴 수 있다는 전기자전거를 택했다. 도시락도 구입했다. 그 지역 최고 품질의 쌀로 만든 도시락, ‘츠샹판바오’를 앞 바구니에 실었다. 달리다 느끼는 허기를 채워 줄 것이다. 목적지는 완안萬安 지역의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로 정했다. 푸른 논 사이로 곧게 뻗은 도로가 아름답고, 영화배우 금성무가 광고를 찍은 덕으로, 타이완 사람들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이었다. 조금은 낯선 전기 자전거의 작동 방법을 시험해 본 후 지도를 보고 출발했다. 몇 미터쯤 비틀거렸다. 그러나 이내 나는 라이더가 되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한참 달리니 온통 들판이었다. 푸른 논 사이사이로 잘 닦여진 도로가 곡선과 직선으로 길게 펼쳐졌다. 이제는 익숙해진 핸들로 그 사이를 달렸다. 페달을 밟지 않아도 앞으로 나아가니, 그저 풍경과 자유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많은 타이완 여행객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지만, 그곳에는 나와 내가 탄 자전거 하나만 있는 듯 느껴졌다. 그건 무엇이었을까. 현실에서 멀리 떠나와 낯선 곳을 자전거로 달리는 기분. 여행이라는 자유와 자전거라는 자유가 함께 만나, 모든 것을 잠깐 잊게 해주는 것. 때마침 비도 내렸다. 비가 왜 두려우랴. 비닐 우비를 꺼내 입고 즐겁게 소리 지르며 달렸다. 자전거로 달렸다. 누군가가 그때 내게 물었다면 나는 대답했을 것이다. 최고의 순간이라고. 여행이 최고이며, 자전거가 최고라고. 만약 도시락을 먹고 있을 때 물었다면 답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들이 그곳에서 최고였다. 츠샹池上 자전거 도로 끝없이 펼쳐진 논 사이를 자전거로 달릴 수 있다. 츠샹역에 내려 바이랑따다오伯朗大道까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계절에 따라 푸른 녹색과 황금들녘, 만발한 유채꽃이 펼쳐진다. 곧게 뻗은 일직선 도로와 ‘금성무 나무’로 불리는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타이동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갈 수 있으며 반나절 코스로 선택하면 좋다. 도시락과 비닐 우비까지 챙겨 가면 완벽. No. 259, Zhongxiao Rd, Chishang Township,Taitung County 노랑 고양이의 하품, 옥빛 조약돌의 ‘샤르륵’ 뜻밖의 장소에서 기대하지 않던 최고의 순간을 만날 때도 있다. 그것이 여행이다. 가고 싶은 곳만 갔을 때엔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일. 타이동 여행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다. 내키지 않은 채 출발했던 ‘샤오예류小野柳’와 ‘산시엔타이三仙台’에서 뜻밖의 선물을 만난 것. 모래 암석들이 경관을 이룬 샤오예류는 수만년의 시간이 응축된 곳이었다. 해안에 가득한 기묘한 바위들은 충분히 아름다웠지만 감탄을 주진 않았다. 어느 나라에선가 더 큰 바위를 만났던 적도 있었고, 그런 풍경도 쉽게 잊힌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날 내가 그곳에서 받은 선물은 오후의 고양이었다. 지질학 체험관 뒤에서 늘어지게 한숨 자고 있던 타이동의 노란 고양이. 손으로 가만히 등을 쓸어 주니 친근한 태도로 내 손등에 머리를 비볐다. 온전한 기대와 신뢰의 표현이었다. 어느 날 당신 앞으로 그 고양이가 걸어와 손등에 머리를 기댈지도 모른다. 저 멀리 암석들과 열대의 나무들과 태평양을 신경 쓰지 않고 그저 고양이와 나누는 잠깐 동안의 공감. 여행에 있어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산시엔타이는 오래된 전설이 드리운 곳이다. 아름다운 다리를 건너가면 먼 태평양과 해변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 꼭 가보라 했다. 의미가 풍경을 형성하고, 전설이 더해질 때 더 아름다워지는 곳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내게는 오히려 와 닿지 않았다. 전설의 의미를 잘 알 수 없었고, 공감이 생기지 않았다. 실망하여 되돌아가려는데 어디선가 ‘샤르륵샤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아름다운 소리였다. 해안에 수많은 옥빛 조약돌들을 태평양의 파도가 밀어서 적시고, 다시 되돌아갈 때 물과 돌이 서로 부딪히며 나는 소리였다. 파도가 한번 밀려오면 조약돌이 옥빛으로 물들고, 파도가 건너가면 일제히 ‘샤르륵’ 소리를 내는 것. 물속에서 수십만 개의 조약돌이 내는 합창, 아니 물과의 협연. 가만히 해안에 앉아 오래도록 그 소리를 들었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느긋한 속도와 연한 간지러움 같은 기분들. 순박한 사람들. 초록의 잎과 붉은 꽃들. 물렁한 과일들. 풍성한 해산물과 정겨운 골목들. 지붕들. 타이동에 오길 잘했다. 나의 감이 적중한 것이다. 이제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글·사진 Travie writer 최성규 에디터 고서령 기자 취재협조 타이완관광청 tourtaiwan.or.kr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 1년만에 돌아온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후끈

    1년만에 돌아온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후끈

     “1년여 만에 나온 앨범인데 너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음악을 믿고 지켜봐주신 팬들에게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인사드립니다. 더 좋은 음악을 하는 어반 자카파가 되겠습니다.”  감성 R&B 보컬 그룹 어반 자카파가 1년 여 만에 음악 팬 곁으로 돌아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20~30대의 아이돌로 평가받는 어반자카파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혼성 그룹이다.  호소력 짙고 힘이 넘치는 목소리의 조현아(27)를 중심으로 부드럽고 고음이 돋보이는 권순일(28), 중저음의 그루브가 인상적인 박용인(28)의 하모니가 8년째 빛나고 있다. 셋 모두 작사, 작곡에 편곡까지 하는 싱어송라이터 그룹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0시에 미니앨범 ‘스틸’(Still)을 공개했다. 최근 쇼케이스에서 권순일이 “1위도 좋지만 10위권쯤에서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가슴을 울리는 타이틀곡 ‘널 사랑하지 않아’는 사흘 내내 주요 음원 차트 8곳에서 1위를 달리다가 30일 아이콘의 신곡에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 멜론을 제외하곤 잠시 밀렸으나 31일 대부분 1위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였다. 어반 자카파는 29일 서울 명동에서 게릴라 콘서트를 열어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기도 했다.  올해 초 새 소속사를 찾은 어반 자파카는 앨범 표지에 처음으로 풍경이나 정물이 아닌, 자신들의 얼굴 일부를 담으며 변화를 줬다. 하지만 제목 ‘스틸’에는 ‘어반 자카파는 여전히 어반 자파카’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들은 그간 사랑과 이별에 얽힌 현실적인 이야기와 감정들을 노래해 왔다.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 권순일이 빚은 타이틀곡은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변명이 아니라 더이상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미디엄템포의 ‘궁금해’와 ‘다좋아’는 각각 권순일, 박용인의 곡으로 사랑을 시작할 때,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의 마음을 그렸다. ‘다좋아’의 경우 녹음 때 권순일이 감기에 걸렸는데 목소리가 거칠 게 녹음된 게 외려 더 매력이 있게 다가온다. 조현아가 만든 ‘니어니스 이즈 투 러브’는 가까이 있어주는 사랑이 중요하다는 내용이다. 존 박이 영어 가사를 써 줬다. 녹음에만 20시간이나 공들였을 정도로 각자 보컬이 돋보이는 1990년대 팝 R&B를 연상케 한다. 마지막 5번 트랙 ‘아직도 날 사랑한다면’도 역시 조현아의 곡으로 기타와 보컬로만 구성됐으나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발라드 넘버다. 권순일은 “모든 노래는 경험에서 나와야 진심이 전달된다”면서 “아직 저희 모두 20대라 열심히 사랑하고 이별할 나이인데 저도 쉬지 않고 연애를 하려고 노력한다. 또 연애를 할 때 모든 것을 다 주려 하기 때문에 헤어질 때 미련이 없다”고 말했다. 조현아도 “사랑하지 않는 느낌을 받으면 단칼에 헤어진다”고 했다. 반면 박용인은 “미련이 많아 헤어질 때 시간이 많이 걸리는 편”이라고 웃었다.  이들은 오는 18~19일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앨범 발매 기념 콘서트를 연다. 평소보다 많은 27곡 정도를 부를 계획이다. 이후 한 달에 한 번 정도 페스티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올해 추가 음반 발매도 생각하고 있다. 10년이 훨씬 넘은 친구들이라 서로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때문에 불화가 생길 일이 없다는 어반 자카파. 어느덧 서른을 앞두고 있는 이들은 “셋 모두 찢어지지 않고 계속 팀을 유지하며 01, 02, 03, 04까지 온 정규 앨범 넘버를 이어가는 게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음악의 낙원, 영화의 낙원, 종로의 낙원… ‘낙원삘딍’이 말하길, 도시 속 도시 되리라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음악의 낙원, 영화의 낙원, 종로의 낙원… ‘낙원삘딍’이 말하길, 도시 속 도시 되리라

    ●도심 한 복판 건물 지하에 반찬가게·국밥집 말끔하게 단장된 입구를 따라 지하로 들어가자 완연히 다른 분위기가 펼쳐진다. 포목상과 과일가게, 반찬가게 바로 옆에 간단한 안주와 함께 소주잔을 기울일 수 있는 국밥집이 있다. 마치 동네 시장 같은 느낌이다. 조명이 침침해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시장의 활기 있는 분위기가 잘 살지 않는 것은 아쉽다. 그러나 도시 한복판의 건물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으리라고 누가 예상할까. 그 위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있다. 아니 다른 세상 여럿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1층 대부분은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와 주차장이고 여기서부터 2, 3, 4층은 자칭 ‘세계에서 가장 큰’ 악기상가다. 특이하게도 4층은 영화의 세계다. 원래는 허리우드 극장이었으나 이후 노인 전용 영화관과 시네마테크 서울아트시네마가 공존했다. 2015년 서울아트시네마는 이전했지만 노인 전용 영화관은 아직 남아서 나름 성업 중이다. 꽤 넓은 옥상마당도 있어서 그 일부가 야외 공연장으로 사용된다. 그 주변으로 역시 악기상가와 관련된 공간들이 보인다. 그 위 5층에는 사무공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에서 굽어보는 것은 다름아닌 아파트다. 6층부터 15층까지, 모두 10개 층 149가구의 낙원아파트다. 9층부터 15층까지의 아파트는 무려 7개 층을 관통하는 수직 중정을 둘러싸고 있다. 아마도 서울 도심 내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공간의 하나일 것이다.  재래식 시장에서 시작해서 악기상가와 영화관, 사무실, 거기에 아파트까지 한 건물에 다 들어가 있는 도시 속의 도시, 이 건물의 원래 이름은 ‘낙원삘딍’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통상 낙원상가로 불린다. 건물 높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는 마치 여기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이. 이렇게 이 건물이 갖는 고도의 복합성을 애써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낙원상가’도 ‘낙원아파트’도 아닌 ‘낙원빌딩’으로 통칭한다.   ●구도심 상주인구의 한 거점  2016년 3월 기존 통계에 따르면 서울시 25개 구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구 1, 2위가 바로 중구와 종로구다. 이 두 구의 인구를 합쳐 봐야 28만 907명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 외곽인 송파구는 혼자서 무려 65만 6830명의 인구를 거느리고 있다. 사대문 안이 결국 종로구와 중구라는 점을 감안하면 서울 구도심에 얼마나 사람이 살지 않는지 알 수 있다. 조선 후기 한양 인구가 약 30만명이었다고 하니 그때로 돌아간 것인가. 한편, 낙원아파트의 가구수인 149에 종로구의 가구당 인구인 2.12명을 곱하면 약 315.88명이다. 이 셈법이 맞는다면 사대문 안 상주인구의 0.1%가 넘는 사람들이 낙원아파트 단 한 동에 살고 있는 셈이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가히 구도심 상주인구의 한 거점이라고 할 만하다. 그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여러 이야기들을 모아 보면 이렇다. -생활하기에 정말 편하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가까이 있다. 책을 사고 싶으면 교보라는 동네 서점에 간다. 아프면 서울대학병원이 가깝다. 산책하고 싶으면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가 지척이다. 택시와 버스, 지하철은 온 사방에 널려 있다. 근처에 교동, 재동, 운현 등 유서 깊은 초등학교도 여럿 있다. 장은 어디서 보냐고? 건물 지하가 시장이다. 그러니 내 집 냉장고가 클 필요도 없다. 근처에 먹을 곳, 마실 곳은 차고 넘친다.  -주민 중 일부는 건물 내, 혹은 인근에서 일한다. 따라서 직주근접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어지간한 시내 중심부의 직장은 걸어서 출퇴근한다.  -건물이 동서로 길어서 아파트는 중정을 중심으로 남향과 북향이 선명하게 나뉜다. 대체로 노인들은 남향을 선호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경관이 좋은 북향을 마다하지 않는다. 남쪽으로는 빌딩 사이로 남산이 보이는 정도지만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궁궐이 눈앞에 펼쳐진다.  -9층의 중정은 일종의 마을 광장 역할을 한다. 가끔 주민 회의가 열린다는데 상당히 장관일 듯하다. 아이들이 뛰거나 공을 가지고 놀기도 해서 이를 자제해 달라는 ‘동네스러운’ 안내문이 붙어 있기도 하다. ●설계자 김수근 설·일본인 건축가 설 등 난무  낙원빌딩의 건립 과정은 비교적 소상히 알려져 있다. 원래 이 자리에는 시장이 있었다. 여기에 도로를 내야 했는데 시장 상인들이 갈 데가 없어서 그들에게 지하 공간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그런데 비용을 민자로 충당하기 위해서는 건설회사를 끌어들여야 했고, 그들에게 이익구조를 만들어 줘야 했다. 결국 대규모의 상가와 아파트를 건립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상인들이 다른 곳으로 쫓겨나지 않고 그 자리에 계속 남아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는 것은 지금의 한국 사회가 오히려 뼈아프게 배워야 할 점이다. 서울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불도저 시장’ 김현옥이 어김없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 건물 완성 직후인 1970년 4월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으로 물러난 사람이지만, 이 건물만큼은 워낙 튼튼하게 지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결과적으로는 도로 위에 지은 건물인 셈이 되어 지금도 아파트 소유자들이 토지세가 아닌 도로세를 내는 등 특이한 점이 많다.  애초에 이런 건물은 누가 구상했으며 그 배경에는 어떤 생각이 있었을까. 이론적으로 보자면 고밀도의 복합건축을 통해 직주근접을 가능케 하고 더 많은 인구를 도심으로 유입시켜야 한다는 등, 새로운 도시에 대한 꿈이 있지 않고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건물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와 사뭇 다른 듯하다. 설계자만 해도 김수근 설, 일본인 건축가 설, 김만성(연합건축) 설 등이 난무한다. 설계자가 누구였던지 간에 이 정도의 대규모 복합건축물을 지으면서 당연히 가졌을 생각의 기록과 흔적은 아쉽게도 그리 전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런 커다란 청사진이라는 것이 아예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섬뜩한 의혹도 갖게 된다. 손정목 교수가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토로한 것처럼 ‘오늘날에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만약 정말 그랬다면 그들은 어쩌다 이 건물을 지은 것일까. ●9층 중정에서 만나는 고요함과 경건함  건물이 놓인 삼일대로는 가회동에서 도심을 거쳐 한남동과 강남 일대를 지나 경부고속도로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간선도로다. 왜 이 지점에 있던 시장을 철거해가면서까지 도로를 놓을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된다. 안국동 쪽에서 보면 건물이 놓인 방향이 좀 이상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종로 쪽에서 봐도 마찬가지다. 둘 다 삼일대로의 완만한 곡선 때문인데, 결과적으로 이 큰 건물은 어디에서 봐도 뭔가 불편한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가면 건물이 상당히 위압적으로 다가온다. 특히 그 하부의 도로를 달리는 차량으로 인해서 더욱 그렇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어디가 어딘지 알기 어렵지만 동선은 나름 신경 써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지하의 낙원시장으로 가는 몇 개의 출입구가 있다. 그리고 역시 상부의 악기시장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여럿 보인다. 건물 주변에도 악기상들이 많은데 자료에 의하면 이 인근 지역에 먼저 악기상들이 있었고 낙원상가로 대거 입점한 것이 오히려 나중이다. 건물 하부에 신호등까지 갖춰진 사거리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엘리베이터와 실내 계단이 놓여 있어서 동선의 중심을 이룬다. 악기상가 및 영화관으로 가는 동선과 아파트로 가는 동선은 나름 섬세하게 구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영화관이 있는 4층에는 아파트로 가는 엘리베이터의 조작 버튼이 아예 없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직으로 구성하면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민한 결과다. 복합건축의 현실적 측면이다.  흥미로운 것은 건물의 관리 상태다. 먼 거리에서 본 낙원빌딩은 낡은 모습에 에어컨 실외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남루한 모습이지만 의외로 건물 내부로 들어갈수록 건물이 잘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아파트의 주 입구 주변에는 건립 당시의 정초석(‘1967. 10’)과 건물명패(‘낙원삘딍’), 그리고 벽 마감재가 매우 정성스럽게 유리벽 안에 보존되어 있다. 지하의 낙원 시장으로 들어가는 주 입구도 새로 손을 본 듯 잘 정비되어 있는 모습이다. 계단의 황동 난간은 아직 윤기가 잘잘 흐르고 바닥의 테라조(‘도키다시’)의 상태도 별다른 흠집이 없을 정도다. 여기저기에 있는 비상구 안내 사인들도 아마도 이전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에 내리면 중정이 있다. 특이하게도 소음이 거의 없다. 혼잡한 도시 한복판에서 그것은 특별한 경험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햇볕이 부옇게 걸러져 들어온다. 비싸거나 화려한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건물이지만 이 공간만큼은 매우 품위가 있다. 양쪽 벽면의 거대한 부조는 만든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곳이 소중한 삶의 터전으로 지어진 것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중정은 밝고 포근하다. 그리고 자전거가 몇 대 있을 뿐 쓰레기 하나 없다. 아파트 주민들이 이 중정을 마을의 중심으로서 매우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 멀리 천장 높은 곳에 아주 희미하지만 상량문이 보인다. 한자로 쓰여 있지만 해독하면 1969년 3월 28일이다. 검색해 보면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인 최초로 추기경 서품을 받은 날이다. 우연이겠지만 왠지 이 공간에서 종교적인 경건함이 배어 나오는 듯하다. ●한국서 가장 복합적 성격 강한 건물의 사례  결과만을 놓고 보았을 때 낙원빌딩은 아직도 한국에서 가장 복합적 성격이 강한 건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건물의 입지와 형태, 기능을 둘러싼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도시 속의 도시’라는 주제가 한 건물 안에 집약된 경우로는 그 직전에 완성된 세운상가와 더불어 여전히 독보적이다. 도시에 대한 생각 자체가 일천했던 1960년대 후반에 이런 개념의 건물을 지었다는 것은 실로 놀랍다. 비록 그 과정의 상당 부분이 우연이었다고 해도 그 결과물의 중요성은 떨어지지 않는다. 이 건물이 제시하는 삶의 풍경은 여전히 철두철미하게 ‘반전원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진정으로 ‘도시적’이다. 한국 도시의 밀도와 복합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낙원빌딩이라는 ‘우발적’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길섶에서] 정(情) 맛/서동철 논설위원

    전주 가는 길, 익산역에 내리니 갈아탈 버스 시간에 여유가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역전의 작은 중국집에 들어섰다. 돌아가신 아버지는 여행길에는 꼭 짜장면이었다. 전국 어디를 가나 짜장면 맛은 비슷하다는 것이 지론이었다. 구미에 당기는 식당이 보이지 않자 결국 그 ‘지혜’를 떠올린 것이다. 70대를 훌쩍 넘겼을 할아버지 배달원 세 분이 있었다. 붉은 두건으로 멋을 낸 할아버지는 볶음밥 한 그릇을 배달해 달라는 전화에 “어려운데…” 하면서 머리를 긁다가 결국 응하고 말았다. 그러곤 옆의 할아버지에게 “당신이 자꾸 한 그릇도 배달해 주니까 못 한다고 할 수가 없잖아” 하고는 불평을 했다. 그러자 ‘한 그릇 배달 전문’ 할아버지는 “가까운데 내가 가지, 뭐” 하는 것이었다. 이때 걸려온 전화는 “짬뽕밥을 시켰는데 밥이 안 왔다”는 내용인 듯싶었다. ‘두건 할아버지’가 밥공기를 들고 급하게 나서려는 순간 ‘밥 없는 짬뽕밥’ 할아버지가 들어섰다. 그는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하고 수없이 자책했고, 두건 할아버지는 “그럴 수 있지. 나도 그런 적 있어” 하고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정겨운 풍경을 덤으로 주는 집 짜장면이니 당연히 맛있었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하)] 아이들 “예방접종 흉터 있는 너랑 안 놀아”

    “어깨에 있는 예방접종 자국으로도 어린이집에서 편 가르기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비싸고 흉터가 안 남는 주사를 맞은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을 놀린다는 거예요.” ●‘비싼 주사’ 흉터 없는 아이, ‘흉터’ 아이들 놀려 30일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김모(30)씨는 “2살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어린이집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다”며 “초등학교 들어가서는 임대주택에 산다고 왕따라도 당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곳에는 모두 4개의 아파트 단지가 있다. 2개 단지는 민간분양아파트이고 나머지는 공공분양아파트다. 4개 단지의 한가운데에 초등학교가 있다. 학교 정문을 바라봤을 때 오른쪽이 민간분양, 왼쪽이 공공분양 단지다. 겉으로 보기엔 별다를 게 없던 학교 앞 풍경은 초등학생들의 하교 시간인 오후 1시에 확연히 갈렸다. 학교 앞 오른쪽 민간분양아파트 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대형 수입차와 국산 중대형 자동차가 줄지어 초등학교 앞 도로에 도착하더니 아이들을 태우고 곧바로 오던 길로 돌아갔다. 학교 정문에서 이들의 아파트 단지까지는 걸어서 불과 5분 정도 거리다. 학교에선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아이들도 쏟아져 나왔고 대부분 왼편 공공분양 단지로 향했다. 공공분양 단지 앞 공터에서 남자아이 2명이 ‘포켓몬 딱지’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A(11)군은 민간분양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는 잘 놀지 않는다고 했다. “학교에서도 여기에 사는 친구끼리 놀아요. 그냥 그렇게 돼요.” ●일부 “형편 안 좋은 아이들과 놀지 말라” 씁쓸 민간분양 단지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아이 몇 명이 놀이터에서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는데 B(10)군은 “전부 이곳에 사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한 주민은 “민간분양 단지 중에서도 가장 잘사는 사람만 모인 단지가 있는데 그곳 아이들은 여기에 잘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박모(29)씨는 “아파트에 사는 학부모들이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아이들과 어울리지 말라고 하거나 맞벌이하는 집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며 “너무 이른 나이부터 자신의 조건에 맞춰 친구를 고르는 방식을 가르치는 것 같아 씁쓸했다”고 말했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포토] 네팔 군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남체 마라톤 우승

    [포토] 네팔 군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남체 마라톤 우승

    네팔의 현역 군인이 세계 최고봉 에레베스트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를 우승했다. 베드 바하두르 수누와르란 이름의 29세 젊은이는 지난 29일 해발고도 5364미터의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EBC)에서 출발해 3440m의 남체 바자르 마을까지 2000m의 슬로프를 4시간 10분 만에 달려 내려가 30여명의 네팔인과 세계 각국에서 온 130여명의 참가자들을 제치고 맨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고 영국 BBC가 30일 전했다. 미국과 영국, 중국과 호주 출신이 많았는데 지난해 대회 우승자도 네팔인이었다. 대회 참가자들은 산소가 해수면의 절반도 안되는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힘겨운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추운 날씨 탓에 레깅스나 두꺼운 양말 등을 신거나 등산화를 신은 채 거친 바윗길을 뛰어가는 것이 여느 마라톤 대회 풍경과 달랐다. 이 대회는 텐징 노르가이와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1953년 에베레스트 정상을 초등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열려왔다. 수누와르는 “루트가 매우 위험했지만 재미도 있었다. 우승한 것에 자랑스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에베레스트 지역에서는 2014년 산사태로 16명의 산악 가이드가 몰살한 데 이어 지난해 지진 때문에 많은 목숨이 희생됐다. 올 시즌은 그런대로 이렇다 할 비극 없이 넘기는가 싶었지만 올해 다시 산행로를 열었고 지난주 닷새 사이에 4명이 고산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 비극이 되풀이됐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정진석, 20대 국회 개원 첫 의총서 “청와대 일방적 지시 무조건 따르지 않을 것”

    정진석, 20대 국회 개원 첫 의총서 “청와대 일방적 지시 무조건 따르지 않을 것”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앞으로 1년간 원내대표로 일하면서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당이 무조건 따르는 방식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0대 국회 첫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당선된 이후 의원들의 총의를 받들어서 책임감 있게, 자율성 있게 일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고, 그 약속대로 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경선 당시 공약 가운데 하나로 ‘균형 잡힌 당청 관계’를 실천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 원내대표는 또 ‘큰 외로움을 위해선 사사로운 정을 끊는다’는 뜻의 ‘대의멸친(大義滅親)’이라는 사자성어를 거론한 뒤 “이제 새누리당에서 계파 얘기는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면서 “계파에 발목 잡혀 한 발짝도 못 나간다는 소리가 안 나오도록 자제하고 절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특히 “상임위원회 배치, 간사 선출까지 원칙대로 재량권을 갖고 하겠다.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것”이라면서 향후 원내 운영과정에서 계파 안배를 염두에 두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앞에는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면서 “무엇보다 당의 단합이 중요하고, 단합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지만 122명이 뭉치면 우리의 가치를 지켜낼 수 있고 경제의 성장동력을 꺼뜨리는 야당의 포퓰리즘 정치공세를 막아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책위원회가 곧 다양한 민생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킬 예정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4·13 총선과 관련, “2017년 대선으로 가는 중요한 길목에서 우리가 절대로 져서는 안 되는 선거였는데 우리는 패배했다”면서 “총선 참패 직후 지지층과 유권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깰 수 있는 혁신적 모멘텀이 필요했는데 그 기회마저 적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늦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면서 “지금부터라도 스스로 변하고 거듭나려는 노력을 국민에게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는 특히 지난달 비상대책위원 및 혁신위원장 추인을 위한 전국위원회 무산에 대해 “저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면서 “지금 와서 누구를 탓하겠느냐. 비상지도부를 메우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잡음이 발생했던 것은 모두 제 부덕의 소치”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오늘 20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20대 국회는 이번 4·13 총선의 민의를 받들어서 대화와 타협, 상생과 협치의 정신으로 일하는 국회, 생산적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인 꼬리표’를 떼고 공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자격으로 처음 주재한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원 배지는 국민이 달아주신 것”이라면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봉사하겠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배지를 늘 착용하고 다니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길섶에서] 모내기/박홍기 논설위원

    물이 찬 하얀 들판이 파랗게 바뀐다. 파릇파릇 싹이 돋아난다. 겨우내 황량했던 들판에 물이 차더니 생명의 기운을 되찾은 것 같다. 이앙기가 지나갈 때마다 파란 뗏장이 입혀진다. 모내기다. 참 세상 좋아졌다. 모내기 땐 동네가 시끄러웠다. 집안 식구들이 전부 나섰다. 동네 어른들은 품앗이를 나왔다. 애들도 한몫했다. 어른들이 허리를 펴면 논둑에서 잡고 있던 못줄을 옮겼다. 줄지어 늘어선 어른들의 손놀림은 신기했다. 동시에 심고 똑같이 일어났다. 못줄이 정확한 간격으로 이동할 때마다 논의 빛은 점점 파래졌다. 요즘 모내기엔 애들이 없다. 못줄도 없다.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어른들은 못자리 논에서 모판을 꺼내 이앙기에 얹어 놓는 일을 맡을 뿐이다. 예전보다 많이 편해졌다. 일일이 모를 뽑아 묶을 필요도 없다. 규격화된 모판에서 모가 자라서다. 그런 만큼 동네도 조용하다. 넓은 논이 모로 채워질 즈음 멀찍이 머리에 이고 든 모습이 들어온다. 새참이다. 달려가 받아 든다. 세월이 많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풍경이다. 땀을 훔치며 모두 그늘 아래 둘러앉는다. “올 모내기는 좀 빨랐네.” 파릇한 모들이 바람에 날린다. 산에선 뻐꾸기가 운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포토 다큐] 덜컹덜컹 심쿵심쿵 추억이 달린다…낭만이 흐른다

    [포토 다큐] 덜컹덜컹 심쿵심쿵 추억이 달린다…낭만이 흐른다

    기차 여행은 추억과 낭만, 거기에 여유까지 더해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빨리빨리’에 지친 현대인에게 기차 여행은 힐링 여행이기도 하다. 관광열차 타고 떠나는 기차 여행이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는 이유일 것이다. 코레일은 트렌드에 맞게 지역 관광 자원과 다양한 스토리를 입혀 명품 여행 코스를 만들고 있다. 현재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을 포함해 중부내륙관광열차 O트레인, 서해금빛열차 G트레인, 정선아리랑열차 A트레인, DMZ트레인, 바다열차, 레일크루즈 해랑, 와인&시네마열차 등 다양한 관광 전용 열차가 운행된다. ●태백 준령의 속살 오롯이 들여다보는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 관광열차의 맏형 격인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은 기차로만 경험할 수 있는 비경으로 안내한다. V트레인을 타면 태백 준령의 속살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경관이 아름다운 분천역~양원~승부~철암역 구간을 시속 30㎞로 느리게 달린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요즘 신록이 가득한 산골 마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협곡열차는 창문을 열어 놓고 운행하기 때문에 멋진 풍경 사진 찍기와 청량한 공기도 허락된다. 관광열차 여행에는 묘미가 하나 더 있다. 개성 넘치는 간이역에 멈춰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중년이 된 여고 동창생들은 기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으며 자신들만의 추억을 담는다. 철길 바로 옆에는 산나물과 약용식물 등을 파는 난전도 선다. 떠나는 열차에 손을 흔들어 배웅하는 풍경도 정겹다. 엄마와 함께 협곡열차 여행에 나선 최윤민(14)군은 “서울을 떠나 지방에 있는 한 대안학교에 다니는데 학교 수업보다 이런 체험 학습이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떠날 때 와인 한잔, 돌아올 때 영화 감상 ‘와인&시네마열차’ 지난 24일 8시 30분, 서울 청량리역을 출발한 와인열차는 영등포역과 수원역에 들러 여행객을 더 태웠다. 수원역을 출발하자 본격적인 와인 교실이 시작됐다. “먼저 4종류의 와인을 테스팅한 후 입맛에 맞는 걸로 고르시면 됩니다. 와인 맛은 어떠세요?” 출발할 땐 음악을 들으며 와인 한잔, 서울로 돌아올 땐 최신 영화를 감상하는 여행이다. ●낙조가 아름다운 7개 지역 한번에 ‘서해금빛열차’ 흥겨운 5일장까지 ‘정선아리랑열차’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서해금빛열차는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 7개 지역을 한꺼번에 들른다. 승무원들의 공연과 열차 안에 갖춰진 온돌마루실, 족욕카페 등은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한다. 정선아리랑열차는 풍경이 아름다운 청량리~정선~아우라지역을 잇는 정선선을 달린다. 지금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나이가 됐지만 한때는 풋풋한 청춘 남녀였을 중년 여행자들로 붐빈다. 기차의 흔들림은 이내 어깨를 덩실대는 흥겨운 정선아리랑의 장단으로 전해져 온다. 주말이 아니어도 정선 5일장이 서는 날에는 좌석을 구하기 쉽지 않다. 정선 5일장은 2, 7일로 끝나는 날에 열린다. DMZ트레인은 비무장지대를 체험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열차다. 경의선 도라산역과 경원선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두 개의 노선이 있다. 특히 이 열차는 이산가족들이 많이 이용한다. 카페칸에는 갤러리를 마련해 전쟁, 생태 등의 사진을 전시한다. ●해안선 따라 56㎞ 달리며 보는 풍광이 일품 ‘바다열차’ 해안선 56㎞를 달리는 바다열차는 전 좌석이 해안을 조망할 수 있게 바닷가 쪽으로 배치돼 있다. 드라마 ‘모래시계’로 유명해진 정동진역과 동해, 삼척 등을 거친다. 기차 안은 극장, 창문은 극장의 스크린 같았다. 홍콩에서 가족들과 여행 온 사이몬 찬(59)은 “달리는 열차에서 보는 해안가가 너무 아름답다”며 연신 카메라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의 풍광을 담았다. 열차 안에는 연인들이 생애 가장 뜻깊은 추억을 함께할 수 있는 프러포즈룸도 마련돼 있다. 관광열차를 자주 이용한다는 황수미(39·여)씨는 “남편도 운전대를 놓고 아이들과 함께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감상하며 여행할 수 있어 너무 좋다”며 “승무원들의 공연도 재미있어 여행길이 더욱 설렌다”고 말했다. 글 사진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 경기 하남시에 삼청동·가로수길 같은 ‘스티리트형 상가’ 조성

    경기 하남시에 삼청동·가로수길 같은 ‘스티리트형 상가’ 조성

    최근 계속되는 경기 침체에도 서울 홍대 앞거리, 삼청동, 신사동 가로수길 등은 젊은층 소비자들로 북적거린다. 화려한 외관과 실내 공간, 밖으로 연장된 테라스 등으로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걸으면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트형 상가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서다. 27일 부동산 업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최근 스트리트형 상가가 소비자는 물론 투자자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로 대단지 아파트나 주상복합 등에 길게 늘어선 형태로 조성돼 가시성 뿐만 아니라 상징성 확보에 탁월해서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큰 도로를 따라 늘어서 있어서 유럽의 카페거리처럼 소비자들이 걸으면서 쇼핑을 할 수 있고, 소비자의 동선에 따라 상업시설이 형성돼 접근성이 뛰어나다. 상가 안에서는 소비자가 테라스에서 야외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서비스 공간도 넓다. 스트리트형 상가는 몇년 전부터 부동산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서울 시내 외에도 경기 성남시 분당 정자동 ‘로데오 거리’, 일산 ‘라페스타’ 등 수도권에도 명물 거리가 생겼다. 최근 들어 경기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성남시 ‘백현동 카페거리’ 등 테마거리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사회 전반적인 트렌드가 보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방향으로 변하면서 쇼핑 이용객들의 눈높이도 까다로워져 스트리트형 상가의 인기가 높아진 것”이라면서 “스트리트형 상가는 심미안적인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고, 쇼핑 동선도 편리해 박스형 상가보다 유동 인구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수도권에 새로운 스트리트형 상가가 조성됐다. 대림산업이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중심상업지역에 ‘e편한세상 시티 미사’를 분양하면서 최근 트렌드인 스트리트형 상가로 만들었다. 경기 하남시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 지역에는 오피스텔이 총 554실이 있어서 입주 주민들로부터 고정적인 수요가 기대된다”면서 “미사강변도시의 생활 인프라가 모여있는 중심상업지역으로 주변에 대규모 주거지역도 형성돼 있고 2018년 지하철 5호선 미사역이 개통되면 역세권으로 유동 인구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고택에서 열리는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 판화전

    고택에서 열리는 장욱진 탄생 100주년 기념 판화전

     한국 근현대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 장욱진(1917~1990)의 탄생 100주년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판화전이 용인시 기흥구 마북동 장욱진 고택에서 열리고 있다.  장욱진은 주로 주변 풍경과 가축, 가족을 소재로 다뤘다. 작은 캔버스 안에 간결한 대상의 처리와 조형성으로 밀도 높은 균형감을 느끼게 하는 작품들에는 유희적인 감정과 풍류적인 심성이 담겨있다. 이번 전시에는 동양화와 서양화의 장벽을 넘나들며 우리의 전통을 현대에 접목시켜 조형적인 가능성과 독창성을 구현했던 그의 작품 중 유화를 비롯해 먹그림, 매직그림 등을 판화로 재작업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전시가 열리는 장욱진 고택은 그의 일생의 마지막 시기인 신갈 시기에 작품 생활을 했던 곳으로 마치 시간이 멈춰진 듯 그가 타계한 1990년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2008년 국가 등록 문화재로 등재됐다. 전시는 6월 19일까지. (031)283-1911.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지금, 이 영화] 영화가 된 ‘트럼펫 전설’ 사실 위에 그려낸 진실

    [지금, 이 영화] 영화가 된 ‘트럼펫 전설’ 사실 위에 그려낸 진실

    소설가가 되기 전 무라카미 하루키는 재즈카페를 운영했다. 어쩌다 보니 대학에 다니다 결혼은 했는데, 회사에 취직하기는 싫고 좋아하는 음악이나 실컷 들으며 일하자는 마음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빌려 차린 가게였다. 그곳에서 아마 그는 쳇 베이커의 곡도 자주 틀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을 리 없다. “쳇 베이커의 음악에서는 청춘의 냄새가 난다. 재즈의 역사에 이름을 남긴 뮤지션은 수없이 많지만, ‘청춘’의 숨결을 이토록 선명하게 느끼게 하는 연주자가 달리 있을까? 베이커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이 사람의 음색과 프레이즈가 아니고는 전달할 수 없는 가슴의 상처가 있고 내면의 풍경이 있다. 그는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숨을 들이쉬듯 빨아들이고, 그리고 숨을 내쉬듯 다시 밖으로 내뿜는다. 거기에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이 거의 없다. 굳이 조작할 필요가 없을 만큼 그 자신이 ‘아주 특별한 무엇’이었던 것이다.”(‘포트레이트 인 재즈’ 중에서) 쳇 베이커의 음악을 하루키보다 더 잘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나는 ‘아주 특별한 무엇’이었던 쳇 베이커―‘오직 자기 자신만을 상처 입혔던’ 그의 삶에 대해 쓰고 싶었다. 로버트 뷔드로 감독의 영화 ‘본 투 비 블루’를 보고 든 생각이다. 쳇 베이커의 인생 역정을 담아내지만, 이 작품은 그에 대한 평범한 전기 영화라고 할 수 없다. 쳇 베이커를 연기한 이선 호크가 밝혔듯이, 이 작품은 실제 쳇 베이커가 아니라 상상의 쳇 베이커를 그리기 때문이다. 누군가 다음과 같이 말할지도 모르겠다. 실존 인물을 다루면서 왜 온전히 사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지 않았냐고. 그러나 이 같은 지적이 합당한 비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본 투 비 블루’는 쳇 베이커의, 쳇 베이커에 의한, 쳇 베이커를 위한 기록 영화가 아니기에 그렇다. 다시 정의하면 ‘본 투 비 블루’는 쳇 베이커의, 쳇 베이커를 통한, 쳇 베이커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헌정 영화이다. 어제에 남겨진 그의 영광(한 시대를 풍미한 트럼펫 연주자)과 오욕(구제불능의 마약 중독자)을 오늘날 재현하여 우리로 하여금 새로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현재의 감각과 잇닿아, 과거의 쳇 베이커는 항상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그렇게 그는 불멸한다. 이 영화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분하려는 시도는 소모적이다. 사실은 그 자체로 아무 가치가 없다. 있는 것은 그냥 거기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사실은 허구와 결합하여 놀라운 의미를 생성해낸다. 그것이 바로 ‘진실’이라는 사건의 출현이다. 쳇 베이커라는 사실을 재확인하려는 사람은 ‘본 투 비 블루’를 굳이 보지 않아도 된다. 이 작품은 쳇 베이커라는 진실을 찾아보려는 사람에게만 권한다. 탄생부터 지향까지 우울의 자장에 놓여 있던 쳇 베이커. 우울에서 태어나, 우울을 향해 나아갔던, 그의 행로를 같이 한번 걸어 보자는 뜻이다. 영화 제목 ‘본 투 비 블루’를 나는 이렇게 해석했다. 주인공이 다름 아닌 쳇 베이커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는 6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사설] 호통만 치는 국정감사식 청문회는 경계해야

    상시 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대치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정부가 이를 허용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위헌 여부를 법리적으로 검토하면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 정국을 뒤흔들 뇌관이 될 조짐이다. 야권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더민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우상호 원내대표)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우리는 위헌 여부를 떠나 상시 청문회가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는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면 문제가 없다고 본다. 다만 꼭 필요한 공직자나 관련 정책 전문가들만 불러 극히 실무적으로 진행하는 미 의회 청문회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국정의 발목을 잡는 부작용을 없앨 다각적 보완책을 강구하는 데 여야가 합심하기를 당부한다. 어제 정의화 국회의장은 퇴임 회견에서 “과거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해 청문회 활성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주장”이라고 규정했다.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이라는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었다. 하지만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주장일 게다. 내각제가 아닌 다수 대통령중심제 국가가 청문회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지적은 옳다. 다만 연중 상임위 청문회가 국정을 마비시킬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그의 말처럼 기우라고만 보기도 어렵다. 우리 국회는 다른 나라에는 없는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에서 이미 청문회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불거진 온갖 구태를 국민들은 신물 나게 목도했지 않나. 정 의장도 이를 의식한 듯 “상임위 차원에서 현안 중심의 청문회가 활성화되면 20대 국회에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19대 국회 수장으로서 무책임한 얘기다. 헌법에 정해진 국감을 없애는 건 또 다른 위헌 논란을 부를 소지가 있는 데다 법리상 선후 관계가 틀렸기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 회기 중 30일간으로 정해진 국감을 연중 상임위 청문회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하위법인 ‘국정감사 및 조사법’부터 고쳐야 했다. 상시 청문회가 위헌 시비에서 벗어나더라도 의원들의 ‘갑질’이 계속되면 다시 무용론은 제기될 수밖에 없다. 장·차관과 국·과장들까지 한 두름으로 종일 붙잡아 놓고 정책 현안과 관계없는 호통으로 길들이는 구태부터 없애야 한다. 익숙한 국감장 풍경처럼 기업인들을 불러 망신을 주거나, 출판기념회를 열어 수금하는 식의 부적절한 거래의 장으로 타락해서도 곤란하다. 청문회 제도의 남용 우려를 불식할 보완책 마련이 급선무임을 거듭 강조한다.
  • [新국토기행] <71>강원 정선군

    [新국토기행] <71>강원 정선군

    인구 4만여명의 산골 마을 강원 정선군이 청정 자연과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추억의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산촌마을의 토속 음식을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오지마을을 연계해 즐거운 관광 체험장으로 엮어내며 사계절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정과 맛이 어우러진 정선 5일장과 철길 따라 자전거를 타고 흐르는 풍경을 감상하는 레일바이크, 정선아리랑의 발상지인 아우라지, 하늘 위를 걷는 병방치 스카이워크, 금광의 역사와 대형 종유굴 등이 장관인 화암동굴,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단지로 조성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이름을 널리 알린 삼탄아트마인 등이 대표 관광지로 꼽힌다. 정선의 먹거리로 유명한 곤드레나물밥과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찰옥수수 등은 여행의 맛을 더해 주는 대표 먹거리다. 최근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정선아리랑을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배경음악으로 준비하며 세계인을 끌어들이기 위한 콘텐츠 개발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아름다운 자연과 즐거움을 찾아 떠나는 산촌 여행, 정선아리랑의 흥겨운 가락과 함께 눈으로 즐기고 입으로 맛보고 몸으로 체험하는 추억의 여행지 정선으로 떠나 보자.>>볼거리 ●맛·멋·흥이 넘치는 정선 5일장 명품 5일장으로 유명한 정선 5일장은 해마다 7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전통시장으로 자리잡았다. 아리랑의 구성진 가락과 함께 맛, 멋, 흥이 넘치는 정선 5일장은 매달 끝자리가 2일과 7일인 날에 열린다. 소박하고 우리의 옛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산골 장터는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곤드레, 황기, 더덕 등 산촌에서 나는 신선한 농특산물을 구입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콧등치기국수, 올챙이국수, 감자옹심이, 메밀전병 등 다양하고 특색 있는 토속 음식을 맛보며 고향의 맛과 정취도 흠뻑 느낄 수 있다. 정선 5일 장터에서 즐거움과 흥을 선사하는 정선아리랑 공연도 빼놓을 수 없다. 시골 장터의 매력과 정선아리랑 가락과 함께하는 다양한 공연은 장터의 흥과 즐거움이 있는 매력 가운데 하나다. 정선 5일장은 닷새마다 열리지만 주말장도 있어 1년 내내 상설장처럼 열린다. 정선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시골 장터의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생생한 금광 체험 화암동굴 1922년부터 1945년까지 실제로 금을 캤던 광산으로 연간 순금 2만 2904g을 생산했다. 동양 최대 규모의 황종유벽과 부처상, 장군석 등 다양한 종유석을 자랑하는 천연 종유동굴과 금광 갱도를 갖추고 있다. 이를 활용해 ‘금과 자연의 만남’을 주제로 테마형 관광동굴을 개발했다. 관람 동굴 길이는 1803m로 역사의 장, 금맥 따라 365, 동화의 나라, 금의 세계, 대자연의 신비 등 5곳으로 동굴을 구분해 관광객들에게 신비와 재미를 더한다. 화암동굴 주변에는 풍경과 경치가 빼어난 화암 8경이 있어 정선의 대표 관광지로 자리잡았다. 화암 8경은 화암동굴을 중심으로 화암약수, 거북바위, 용마소, 화표주, 소금강, 몰운대, 광대곡 등이다. 매표소에서 화암동굴 입구까지는 모노레일을 타고 간다. 정겹게 흘러나오는 정선아리랑을 들으며 창밖의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철길 따라 흐르는 풍경 레일바이크 아우라지~구절리를 잇는 폐철로를 운행하는 레일바이크는 2인용과 4인용이 있다. 7.2㎞나 되는, 전국에서 가장 긴 코스이지만 오르막이 없는 내리막길이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시속 10~30㎞를 낼 수 있다. 출발역인 구절리역에서 가족, 연인, 친구 등과 함께 레일바이크를 타고 송천의 맑은 물, 푸르고 싱그러운 산과 숲을 지나 산 위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정선 여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노추산의 비경과 오장폭포를 둘러보고 구절리역에 있는 ‘여치의 꿈’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레일바이크를 타고 아름다운 송천계곡을 지나면 철길과 강 양쪽에 늘어선 기암절벽, 정겨운 농촌 풍경이 절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마다 30만명 이상이 찾는 레일바이크는 주말과 공휴일에는 인터넷 예매를 해야 새벽부터 줄 서는 수고를 덜 수 있다.●하늘 위 걷는 병방치 스카이워크 한반도 모양의 지형을 따라 물줄기가 감싸 안고 흐르는 아름다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스카이워크는 해발 583m의 절벽 끝에 ‘U자’형으로 돌출된 구조물 바닥에 강화유리를 깔았다. 발아래에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어 마치 하늘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스카이워크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및 연인 관광객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전망대를 돌며 동강의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한다. 병방치에서 또 다른 스릴을 만끽할 수 있는 집와이어는 래프팅, MTB, 레일바이크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는 정선의 새로운 레포츠 시설이다. 집와이어는 계곡과 계곡 사이를 쇠줄로 연결하고 도르래를 이용해 최고 시속 100㎞로 325m의 높이에서 1200m를 활강하는 아시아 최고의 시설이다. 일상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날려 보내며 짜릿함과 스릴을 즐기려는 마니아들이 많이 찾는다.●‘태양의 후예’ 촬영지 삼탄아트마인 1964년부터 38년간 운영해 오다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 시설을 이용해 시간의 흔적과 예술의 희망을 캐는 개념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첫 문화예술광산이다. 정선 삼탄아트마인에는 과거 광부들이 석탄을 캐던 탄광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석탄차, 수직갱의 철 구조물, 석탄차를 끌어당기던 강철 로프, 석탄을 실어 나르던 컨베이어 벨트, 갱도 등을 직접 살펴보고 체험할 수 있다. 폐광의 흔적뿐만 아니라 예술 전시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미술관, 마인갤러리3, 삼탄뮤지엄 등이 있다. 특히 마인갤러리는 광부들이 화장실과 샤워장으로 사용하던 공간을 설치미술 갤러리로 꾸민 곳으로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선아리랑열차 에이트레인 기차를 타고 정선의 아름다운 자연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추억과 낭만을 즐길 수 있는 게 정선아리랑열차다. 한국 전통의 미와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정선아리랑열차는 지난해 개통됐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아리랑을 표현한 디자인으로 객차별 스토리와 테마가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열차 내에서는 승무원이 음악 방송, 탑승 기념 인증, 사연 소개, 추억 만들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여행 중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한다. >>먹거리●맛·건강 품은 정선곤드레밥 정선은 이름난 토속 음식이 많다. 대표 음식이 곤드레밥이다. 곤드레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 등이 풍부해 영양도 보충하고 성인병까지 예방할 수 있는 착한 먹거리로 꼽힌다. 곤드레나물을 넣어 지은 밥에 된장이나 양념장을 넣어 비벼 먹으면 구수하고 은은한 맛이 일품이다. 양념에 따라 각각 다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곤드레밥 맛집은 정선읍내에 나란히 자리한 ‘동박골식당’과 ‘싸리골식당’이 다. 원조 곤드레밥집으로 곤드레 고유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국향’은 오가피, 갈근, 황기, 헛개열매, 두충 등 24가지 약초를 달인 물로 지은 밥과 13가지의 정갈하고 푸짐한 반찬이 특색이다.●맛과 재미 만끽 콧등치기국수 메밀로 반죽해서 만든 면이 쫄깃쫄깃 탄력이 있어 ‘면을 후루룩 마시면 면발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라는 이름이 붙었다. 콧등치기국수는 예부터 정선 지방에서 ‘누른국수’라는 이름으로 전해 내려오는 향토 음식이다. 정선을 찾는 사람들은 꼭 먹어 봐야 할 음식으로 꼽힌다. 여름에는 차가운 육수를 부어 먹으면 더위도 잊게 만드는 별미다. 맛집으로는 정선읍내 ‘동광식당’과 ‘한치식당’이 있다. 여량면 아우라지역 앞의 ‘청원식당’도 콧등치기국수로 잘 알려진 집이다. 정선아리랑시장 먹자골목에도 콧등치기국수로 유명한 숨은 맛집이 여러 곳 있다.●올챙이 닮은 올챙이국수 찰옥수수나 메옥수수를 삶은 뒤 맷돌에 갈아 눌러 만든 국수다. 정선의 여름철 별미 중 하나다. 국수가 짧고 식감이 부드러워 국수인지 묵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올챙이국수를 정선 지역에서는 ‘올창묵’이라고 한다. 양념간장 하나만으로 맛을 내며 씹지 않아도 넘어간다. 올챙이국수는 그 모양이 ‘올챙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저칼로리 음식으로 고혈압, 당뇨 등의 성인병을 예방하는 건강식으로도 좋다. 정선 5일장과 골목 먹자골목 어디에서도 맛볼 수 있다.●감자 갈아 동글동글 감자옹심이 감자를 갈아서 만든 녹말과 감자 살을 반죽해 먹기 좋은 크기로 동글동글 빚어 옹심이를 만든다. 정선의 감자옹심이는 메밀국수에 넣는 게 특징이다. 옹심이라는 이름은 팥죽에 넣어 먹는 동그란 새알심을 부르는 강원도 사투리로 찹쌀가루를 빚어 만드는 팥죽의 새알심과 달리 순수 감자로 만든다. 맛집으로는 정선아리랑시장 부근 ‘옹심이네’가 유명하며 임계면 백복령쉼터에서도 정선 고유의 감자옹심이를 맛볼 수 있다. ●메밀부치기와 전병 메밀부치기는 소금에 절인 배추와 실파를 넣고 묽게 갠 메밀 반죽을 두루 부어 굽고, 메밀전병은 메밀 반죽에 김치소를 넣어 말아 만드는 것으로 정선시장의 별미다. 정선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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