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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작 논란 속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위작 논란 속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미인도 위작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 번진 가운데 주인공 천경자(1924~2015) 화백이 세상을 떠난 지 1년 가까이 지났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천 화백의 1주기를 맞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라는 제목으로 추모전을 마련했다. 천 화백은 1998년 자신의 작품이 흩어지지 않고 영원히 사람들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지 아래 분신처럼 아끼던 작품 93점과 저작권을 서울시에 기증한 바 있다. 기일(8월 6일)에 맞춰 8월 7일까지 계속되는 전시에는 평소 상설전시관 공간이 부족해 일부만 번갈아 공개하던 천 화백의 작품과 소장가들로부터 대여한 대표작 등 총 100여점이 전시된다. 전시는 ‘인생’, ‘여행’, ‘환상’의 세 가지 주제별 공간으로 구성된다. 천 화백의 학생 시절 작품부터 시작해 60여년간의 작품 세계 및 기록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인생’에서는 1941년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에서 작업했던 학생 시절의 작품부터 6·25 전쟁 직후 사회적·개인적 혼란의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 그렸던 ‘생태’(1951년)를 지나 ‘고’(1974년),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1977년·작품), ‘막은 내리고’(1989년)와 같은 대표적인 자화상과 여인상을 만날 수 있다. ‘여행’에서는 작가가 아프리카, 유럽, 남미, 인도, 미국 등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남긴 풍경화와 크로키들이 선보인다. ‘환상’은 ‘초혼’(1965년), ‘백야’(1966년)와 같은 몽환적인 색채와 강한 필치가 담긴 1960년대 작품과 미완성으로 남은 ‘환상여행’(1995년)이 전시돼 있다. 기존에 ‘천경자 상설전시실’로 사용된 공간을 자료 섹션으로 연출해 어린 시절부터 별세 전까지 천 화백이 남긴 수필집과 기고문, 삽화, 관련 기사, 사진, 영상 등을 모아놨다. 서울시립미술관 김홍희 관장은 “천 화백이 기증한 전 작품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며 “관람객들이 이번 추모전에서 천 화백의 미술사적 업적을 직접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1만3600개 섬들의 유혹… ‘환상의 섬 나라’ 인도네시아 관광

    1만3600개 섬들의 유혹… ‘환상의 섬 나라’ 인도네시아 관광

     인도네시아 관광하면 떠올리는 곳이 발리다. 특징적인 볼거리가 별로 없는 수도 자카르타와는 달리 발리는 우리나라 신혼 부부들이 허니문 여행지로 많이 찾는 까닭이다. 하지만 발리보다 더욱 멋지고 아름다운 관광지가 인도네시아에는 적지 않다. 1만 3600개가 넘는 각각의 섬들에는 저마다 색다른 풍미와 신비감을 간직한 채 세계인들을 유혹한다. 인도네시아 동부의 플로레스 섬이 그 대표적이다. ‘반지의 제왕’ 등 영화에서 가상의 종족 ‘호빗’으로 알려진 소인족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살았던 플로레스 섬은 태고의 신비함이 감춰져 있다. 현지에서는 뱀처럼 생겼다고 해서 ‘누사니빠’라고 부른다. 선사시대의 문화유산과 전통 마을, 다양한 동굴 탐험, 트레킹, 수중 다이빙 등 다양한 에코 투어(생태관광)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는 곳이다.  플로레스 섬의 서쪽 끝에 자리한 자그마한 항구도시 라부안 바조는 매력 덩어리 그 자체이다. 연푸른 바다 위에 열대수가 가득 들어찬 작은 섬들이 두둥실 떠 있는 풍경은 아름답고 평화롭기가 그지 없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파충류인 코모도드래곤(코모도왕도마뱀)이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코모도 국립공원이 자리잡고 있는 라부안 바조의 작은 섬들은 트레킹과 스노클링, 수중 다이빙을 만끽하거나 아름다운 해변의 고운 모래밭에서 일광욕을 즐기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힐링하려는 지구촌 관광객들이 감탄을 자아낸다. 라부안 바조는 작은 어촌 마을에 가깝지만 갖가지 산호초와 형형색색의 열대어 등 250종이 웃도는 동·식물과 1000종이 넘는 수많은 어종들을 만나볼 수 있을 만큼 자연 경관이 빼어나다. 전통시장에서는 시골 특유의 따뜻함과 정겨움, 순진함이 묻어나고, 포장이 안된 울퉁불퉁한 도로는 산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어낸다.  라부안 바조는 배를 빌려 인근 섬으로 나가 수중 다이빙과 스노클링을 마음껏 맛보거나 하얀 모래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려는 이들로 늘 북적거린다. 주변 해안의 수심 깊이가 들쭉날쭉한 점이 이곳의 가장 큰 미덕이다. 수심이 얕은 지역과 깊은 지역이 골고루 배치돼 초보자부터 마니아에 이르기까지 한 자리에서 흥미로운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이 덕분에 얇은 수심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작은 형형색색의 작은 물고기부터 수심 깊은 곳에 둥지 튼 다 큰 대형 어류들까지 노니는 수중 생물의 장관을 목격할 수 있다. 물 속에 들어가면 최고의 볼거리는 산호다. 물고기들이 서식하기 알맞은 환경을 만들어준 산호들은 그 자체로 황홀한 자태를 연출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호 안에 숨어 있는 산호 색깔과 비슷한 작은 물고기를 만나는 것도 흥미거리다. 스노클링을 위해 찾은 이곳에 일광욕에 흠뻑 빠져들 만큼 아름다운 해변은 덤이다. ‘핑크비치’로 불리는 황홀한 빛깔의 모래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핑크비치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산호 모래는 색다른 추억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라부안 바조의 주변 해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핑크비치는 푸른 빛의 바다와 산호, 분홍빛 모래를 감상하며 수영을 만끽할 수 있다, 스노클링으로 본 산호가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파도에 휩쓸려 조각나고 이것이 모래와 뒤섞인다. 붉은 산호는 모래에서도 색깔이 그대로 남는데 바로 이 산호 가루가 해변을 분홍빛으로 보이게 한다. 국제자연보호기구인 자연보호협회에서 산호초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을 만큼 풍광이 뛰어나 스노클링과 수중 다이빙을 즐기는 이방인들이 많이 찾는다. 산호 모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멀리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멀리서 바라볼수록 푸른 바다의 색깔과 분홍빛까을 띠는 모래가 절묘하게 대조를 이뤄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날카로운 산호와 조개 껍질이 조각난 형태인 탓에 맨발로 해변을 걸을 때 주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의 산호 모래는 다른 지역과 달리 보드랍고 고운 입자를 자랑한다. 붉은 산호는 적었지만 모래 찜질, 모래성 쌓기 등을 즐기는데 부담이 없고 맨발로 산책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라부안 바조에서 둘러볼 수 있는 특별한 관광지로는 코모도 섬이다. 코모도 섬을 향해 쏜살 같이 나아가던 조그마한 배가 일순 멈춘 뒤 하얀 모래 해변이 바라보이는 얕은 연푸른 바다에 닻을 내린다. 원초적인 상태로 잘 보존된 바닷 속은 이 일대의 또다른 눈요기감이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 않은 발리섬 인근 해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보존 상태가 훌륭한 생태계로 눈이 호강한다. 커다란 조개와 화려하고 아름다운 산호, 거북이, 그리고 조금 더 깊은 바다로 나아가면 가오리와 상어 등의 어류들도 수시로 만난다. 아쉬움과 미련을 뒤로 하고 코모도 섬으로 달려간다. ‘공룡과 가장 가까운 파충류’, ‘세계에서 가장 큰 도마뱀’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코모도드래곤이 살고 있는 곳이다. 다 자라면 길이 2~3m, 무게도 70~140㎏나 되는 거구의 코모도드래곤은 마치 전설 속의 용과 악어가 합쳐진 듯한 생김새를 지녔다. 꼬리가 길어서 몸길이 가운데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 사는 원주민들을 통해 전설처럼 내려오던 이 ‘용’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1910년. 네덜란드 식민지 관리인 리위테난트 스테인 반 헨스브뢰크가 섬을 탐험하던 도중 2.2m짜리 거대한 파충류를 사로잡으면서 이 파충류가 코모도드래곤, 실제로는 거대한 도마뱀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드래곤이라고 불릴 만큼 겉보기에는 도마뱀보다는 ‘용’에 가깝다. 길고 두툼한 꼬리로 한 번 치면 사람의 다리뼈 정도는 쉽게 부러뜨린다. 몸집이 거대해 움직임이 둔할 것 같지만 수영도 잘하고 이동할 때는 개처럼 빠르다. 입안에 2.5㎝의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지만, 평소에는 이빨을 잇몸 속에 완전히 감추고 있다가 사냥감을 물 때만 드러낸다. 가장 무서운 것은 코모도드래곤의 침에 들어 있는 치명적인 세균들. 한 번 물리면 50가지가 넘는 세균의 독이 온 몸에 퍼져 용케 도망을 치더라도 하루 이틀 만에 죽음에 이른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을 물어뜯는 장면은 실제로 목격된 바 없지만 현지 주민들은 실종되면 코모도드래곤을 제1 용의자로 지목한다. 코모도드래곤은 뼈까지 먹는 식성을 가지고 있어 잡아먹히면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무시무시하다. 덥고 건조한 곳을 좋아하는 까닭에 탁 트이지 않은 건조한 초지와 사바나, 저지대의 열대림에 주로 서식한다. 인도네시아의 수많은 섬 중에도 코모도와 린카, 갈리모탕, 파달 섬 등 5개의 지역에만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모도드래곤을 천연기념물, 이들이 서식하는 코모도 섬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다. 코모도 섬은 1991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코모도 섬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코모도 국립공원의 코모도드래곤을 만나보는 일이다. 국립공원은 코모도와 린카, 빠다르의 3개의 큰 섬을 비롯해 그 주변의 작은 섬들로 구성돼 있다. 총 면적은 1817㎢이고, 육지 면적은 603㎢에 이른다. 섬에 도착해 공원 사무실로 가 등록을 한 다음 가이드를 배정받아 코모도드래곤 탐험에 나선다. 사무실 근처에서 걸어다니는 어린 것들은 도마뱀처럼 작고 날씬해 그다지 무섭지 않다. 다 큰 것은 무섭게 생겼지만 대부분 잠에 취한 듯 꼼짝 않고 엎드려 있다. 2009년 나무열매를 따던 현지인이 코모도에게 물려 죽은 사건을 포함해 몇 년에 한 명씩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 현지 가이드의 얘기다. “가장 위험한 건 코모도드래곤들이 뭔가 먹고 있을 때에요. 그럴 때는 절대 자극하면 안 됩니다. 먹이를 먹을 때는 아주 예민하고 난폭해진 상태니까요.” 그러나 애석하게도 코모도드래곤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코모도 섬에서는 호신용으로 보이는 기다란 막대기를 든 가이드와 함께 여러 명이 움직인다. 트래킹 중에 코모도드래곤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에 나타날 리도 없겠거니와 해가 쨍쨍 내리쬐는 한 낮에는 체온 유지를 위해 숲속이나 동굴에 들어가 열을 식히고 있을 것이다. 지구촌에서 유일한 그들의 낙원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코모도드래곤들의 모습이다.  여행 팁  라부안 바조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발리로 가야 한다. 대한항공과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등이 발리 직항편을 운항한다. 인천에서 6시간 소요. 발리에서 라부안 바조까지 가는 방법은 3가지. 발리에서 라부안 바조·코모도 공항까지의 항공기 이용, 발리나 쿠팡에서 라부안 바조 항구까지 페리호 이용, 마지막으로 엔데나 마우메레에서 라부안 바조까지의 육로 여행도 가능하다.   글사진 라부안 바조(인도네시아)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풀빌라펜션 포항 ‘씨팰리스펜션’을 찾아서

    바다 전망이 펼쳐지는 풀빌라펜션 포항 ‘씨팰리스펜션’을 찾아서

    여름이 시작되면서 더위를 피해 떠나는 사람들로 휴양지나 관광명소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커플, 친목회,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많아졌다. 특히 최근에는 풀빌라의 선호도가 고공행진을 진행하고 있다. 풀빌라는 단독주택에 개인풀장이 있는 빌라로 타인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만의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숙박시설이다. 특히 관광지와 인접해 체류형 관광을 즐길 수 있는 풀빌라는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편이다. 포항에 위치한 풀빌라 중에서는 씨팰리스펜션이 눈에 띈다. 이 펜션은 바다 조망권을 갖춘 가운데 주변 관광명소가 인접해 펜션에서 휴식을 즐기고 주변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입지적 메리트를 지녔다. 주변 관광명소로는 해수욕장을 비롯해 구룡포 근대문화역거리와 장길리낚시공원이 조성돼 있다. 또한 동해 쪽으로 더 이동할 경우 지도상 꼬리에 해당하는 한반도 최동단에 위치한 유명 동상인 상생의 손이 있는 호미곶에 닿을 수 있다. 단지에는 당구장, 오락실, 노래방, 키즈카페, 편의점, 카페 족구장 등이 마련돼 있으며 개인 수영장과 단체 수영장이 있어 즐길거리도 준비 돼 있다. 럭셔리풀빌라펜션에는 개인 풀빌라 시설로 스파가 완비돼 있으며 복층과 깔끔한 룸으로 펜션에서 일출을 확인할 수 있는 바다전망까지 더해진다. 내부에는 동해바다 풍경을 보며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는 실내 바비큐장도 준비돼 있다. 관련 자세한 사항은 포항 씨팰리스펜션 홈페이지에서 예약 및 문의를 할 수 있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新국토기행] 섬 265개 모인 전남 완도

    [新국토기행] 섬 265개 모인 전남 완도

    전남의 서남단 끝자락에 자리한 완도군은 265개의 크고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육지보다 12배가 넘는 바다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 큰 완도 체도를 비롯해 고금도, 약산도, 평일도(금일읍), 신지도, 노화도, 보길도, 청산도 등 55개의 유인도와 210개의 무인도가 있다. 푸른 남해 위에 마치 구슬을 뿌린 듯 섬들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룬다. 완도군은 북서쪽에 있는 해남반도가 차디찬 북서풍을 막아주고 난류가 흘러 따뜻한 해양성 기후를 보인다. 이 때문에 아열대 식물이 잘 자라 주도의 상록수림과 보길도 예송리의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또 완도읍 정도리 해변은 모래 대신 둥글게 잘 닳아진 갯돌이 펼쳐져 있어 보길도 예송리의 자갈밭 해안과 더불어 독특한 해변으로 유명하다. 이뿐만 아니라 언제나 티 없이 푸른 청산도와 항일운동의 성지 소안도, 사계절 휴양지로 각광받는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 충무공의 혼이 깃든 고금도, 신비한 약초가 자생하는 약산도, 우리나라 최대의 전복 산지인 노화도, 고산 윤선도의 숨결이 서린 보길도 등 군 전체가 보석같이 빛나는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구성돼 있다. 완도는 신석기시대에도 사람이 살았음을 알려주는 조개무덤과 청동기시대의 지석묘 등이 산재해 있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해 당과 일본은 물론 멀리 페르시아만까지 해상 항로를 열어 무역하는 등 해상 왕국의 시대를 개척했다. [볼거리] ●보길도 윤선도 원림… 조선의 대표적인 정원 양식 윤선도 원림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정원 양식을 하고 있다. 윤선도 선생이 병자호란으로 인해 제주로 향하다 보길도 절경에 매료돼 머물며 조성했다. ‘어부사시사’ 등 주옥 같은 문학작품이 이곳에서 창작됐다. 고산은 낙서재 앞 미산(薇山)의 이름을 백이와 숙제의 고사에서, 미산 옆의 산봉우리 혁희대(赫羲臺)는 굴원의 옛 고사로부터 가져와 명명했다. 그는 부용동에서 생활하는 자신의 모습을 신선으로 승화시켜 중국의 선인인 희황에 자신을 비유하기도 했으며, 승룡대에 올라앉아 우화등선(사람이 신선이 돼 하늘로 올라감)하는 기분으로 시가를 읊기도 했다. 낙서재 입구에는 정자 세연정을 지었는데 고정원을 축조한 고산의 기발한 조경가적 수법을 볼 수 있다. 개울에 구들 모양의 판석으로 보를 막아 못을 만드는 특별한 방법으로 조성했다. 자연형의 계담과 사각의 방지가 세연정을 중심으로 양쪽에 있다. 이곳에서 고산은 바다를 바라보며 ‘어부사시사’를 지었고, 술을 마시며 노래를 부르고, 가야금을 타며 계담에 배를 띄우고 낚시를 하기도 했다. 세연지에서 1㎞쯤 올라가면 낙서재 터 건너편 산 중턱에 동천석실이 있다. 해발 100m 정도에 있는 석실에는 석문, 석담, 석천, 석폭, 석대 및 희황교 유적이 있다. 동천석실은 부용동 원림의 중심 건물인 낙서재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특히 아름답다. 앞산의 우거진 숲 사이에 자리한 바위 위의 조그마한 단칸 정자가 날 듯이 올라앉아 있는 동천석실의 모습은 신비스러운 느낌을 갖는다. 또한 이곳은 정자에 올라 부용동 전경을 내려다보는 전망 위치로도 으뜸이다. ●완도수목원… 국내 유일 난대수목원 완도수목원은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국내 유일의 난대수목원’이다. 규모는 2050만㎡에 달하고, 3830종의 수목유전자원을 갖고 있다. 인간의 삶과 산림의 효능에 관한 모델 제시로 질 높은 산림·문화·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설립됐다. 주요 난대수종으로 완도호랑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동백나무, 감탕나무, 녹나무, 이나무 등이 있다. 183과 3801종이 있다. 난대성 목·초본 등 희귀식물 750여종이 자생한다. 아열대·온대 교차지에 다양한 식물이 분포해 학술적 가치가 높은 수목원이다. 종합 산림전시·교육·연구·관광자원지이다. 수목원에 들어서면 좌측에 있는 넓은 대문리저수지와 수변 데크가 방문객들을 아름다운 경치 속으로 안내한다. 주요 시설물로 교육관리동, 산림박물관, 아열대 온실, 산림환경교육관, 전망대 등이 있다. 방향식물원, 수생식물원, 녹나무과원, 참나무과원, 외래소원 등 총 21개의 주제원으로 구성됐다. 계곡 쉼터를 마주 보며 위치한 산림박물관은 4개의 전시공간과 휴게실을 비롯해 기획전시실이 구비된 난대림 전문박물관이다. 열대·아열대식물원에는 야자류, 관엽식물류, 열대·아열대 과일류, 허브, 초화류 등 200여종에 달하는 식물자원이 있다. 금호나 펜타금과 같은 선인장류와 알로에, 용설란과 같은 다육식물 등을 보유한 다육식물원에는 300여종의 식물자원이 있고 온실 안에도 총 506종의 식물자원이 전시 및 보존·관리되고 있다. ●청해포구 촬영장… ‘명량’ 사극 촬영 명소로 각광 최인호의 역사소설을 원작으로 한 특별기획 드라마 ‘해신’과 ‘추노’, ‘대조영’, ‘주몽’, ‘태왕사신기’, ‘근초고왕’, ‘정도전’, 영화 ‘명량’ 등 50여편의 수많은 인기 드라마와 영화 등이 촬영되는 등 영상종합문화센터로서 지속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청해포구 세트장은 5만㎡의 규모로 청해진 본영을 비롯해 객사, 저잣거리, 양주, 청해포구, 양주일각, 해적 본거지인 진월도 등 본영 17동을 비롯한 59동의 건물이 있다. 촬영장 곳곳에는 교육과 체험에 필요한 자료들이 있다. 1만여년 전에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 수십 종의 각종 수목과 분재, 석상, 사진자료 등의 자세한 설명이 곁들여져 있는 교육과 체험의 공간이다. 촬영장 내에 예스러운 초가지붕 저잣거리와 토끼, 꿩, 앵무새, 칠면조, 공작새, 물고기와 각종 조류, 가축 등이 있어 먹이를 주며 동물들과 친해질 수 있다. 이곳에선 과거의 생활유물인 탈곡기·풍금 등과 선조들이 놀이한 투호·널뛰기 등 전통 민속놀이, 각종 농기구, 절구, 맷돌, 탈곡기, 다듬이 등 농경 및 생태체험을 할 수 있다. 입장한 관광객은 드라마전시관, 곤장 체험, 굴렁쇠 굴리기, 다듬이질, 물지게 체험, 손바닥 씨름, 윷놀이, 절구 체험, 제기차기, 지게 체험, 작두펌프 등을 무료로 체험하고 관람할 수 있다. 조각공원 포토존에서 행복한 추억도 만들 수 있는 곳이다. ●정도리 구계등… 통일신라 황실 녹원지로 지정 통일신라시대 황실의 녹원지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구계등은 크고 작은 돌이 모여 아홉 계단을 이루고 여기에 파도가 밀려와 아름다운 해조음을 온종일 관광객들에게 들려준다.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와 숲의 신록이, 겨울에는 일출과 일몰이 일품이다. 후사면에는 수령 100년 이상의 소나무·참나무·후박·팽나무 등 40여종의 상록활엽수가 자라고 있으며 숲속 탐방로가 잘 갖춰져 있어 자녀들과 함께 쉽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다도해 일출공원과 완도타워… 저녁엔 환상적인 레이저쇼 365일 일출과 일몰을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다도해의 중심에 우뚝 솟아 ‘관광 완도’의 상징이 되고 있다. 완도타워는 첨탑까지 76m로 지상 2층과 전망층으로 돼 있다. 1층은 특산품 전시장, 크로마키 포토존(영상 합성사진), 휴게공간, 휴게 음식점 겸 매점, 영상시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영상시설은 ‘건강의 섬’, ‘슬로시티’, ‘완도의 소리’를 주제로 완도를 상징하는 여러 가지 영상과 소리로 관람객들에게 완도를 소개하는 공간으로 마련했다. 2층은 이미지 벤치, 포토존, 완도의 인물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전망 데크에는 완도의 인물인 최경주 선수와 장보고 대사를 모형으로 제작해 관람객들에게 사진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전망층에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모습을 촬영한 영상 모니터와 전망 쌍안경이 있다. 완도타워는 야간에 경관 조명이 켜지고, 환상적인 레이저 쇼를 연출한다. ●청산도 슬로길…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 인증 청산도는 이름 그대로 푸른 섬이다. 맑고 푸른 다도해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해 예로부터 신선들이 산다는 ‘선산’ 또는 ‘선원’이라고도 불렸다. 2007년 12월 이탈리아에 본부를 둔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인증받았다. 청산도 슬로길은 주민들의 마을 간 이동으로 이용되던 길로서 풍경에 취해 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해서 슬로길이라 이름 붙여졌다. 전체 11코스 17개 길, 총 42.195㎞에 이르며 길에 얽힌 이야기와 어우러져 걸을 수 있다. 청산도 슬로길은 2011년 국제슬로시티연맹으로부터 ‘세계 슬로길 제1호’로 공식 인증을 받았다. 2013년에는 조상들의 지혜와 애환이 담긴 청산 ‘구들장 논’이 과학적인 영농기법으로 인정돼 국가 중요농업유산 제1호로 지정됐으며 2014년 3월 우리나라 최초 유네스코 세계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군은 슬로시티 인증을 계기로 청산도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슬로시티로 가꾸고 있다. 세계적 브랜드 창출과 관광상품으로 연계해 나가는 등 세계적인 명품도시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먹거리] 완도에 전복만 있다라면 섭하당께 ●완도 대표상품 전복… 전국 생산량의 81% 차지 완도는 전국 전복 생산량의 81%를 차지한다. 완도 전복의 맛과 영양은 깨끗한 바다와 다시마, 미역 등 건강한 먹이에서 나온다. 겨울에는 7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는 28도 이상 올라가지 않는 맑은 바닷물 수온이 전복의 맛을 좌우한다. 전복은 약리작용도 탁월해 궁중요리에 빠뜨릴 수 없는 진상품이었다.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분류된다. 전복은 회, 구이, 찜, 죽 등 다양한 형태의 보양식으로 먹는다. ●천연 약초 먹고 자란 약산 흑염소… 궁중 진상품으로 알려져 약산 흑염소는 천연의 약초를 먹고 자란 야생의 보약이다. 약산 흑염소가 유명한 이유는 삼지구엽초를 비롯해 갖가지 약초를 뜯어먹으며 자라기 때문이다. 130여종의 천연약초가 자생하는 섬 약산면 조약도의 맑고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키우기 때문에 궁중 진상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염소 떼는 방목 형태로 키워져 온 산을 헤매며 약초를 먹고 자란다. ●의사 못잖은 웰빙 먹거리 ‘비파’… 기관지염 예방에 특효 완도 비파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항산화, 피로회복 등의 효능을 갖춰 웰빙 먹거리로 각광을 받는다. 겨울에 꽃을 피우는 비파는 생명력이 강해 예로부터 ‘집 마당에 비파나무가 한 그루 있으면 집안에 의사가 2명이다’는 말이 전해진다. 비파 열매는 기침, 천식, 가래, 기관지염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 효과가 있으며 갈증 해소에도 탁월하다. 비파 잎을 달여 차로 마시면 신경증을 완화하고 기억력 개선이나 면역력 향상, 비만·당뇨·고혈압 개선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생제 안 쓰는 친환경 광어 양식… 전국 생산량의 30% 광어는 우리나라 전 연안을 비롯해 쿠릴열도, 사할린, 일본 및 중국 연안에 분포하나 국내에서는 양식산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완도 광어는 바닥이 맥반석과 지반초석으로 이뤄진 청정바다에서 키운다. 수분 단백질, 지질 함량이 높아 항생제를 쓸 필요가 없는 친환경적으로 양식, 소비자 신뢰를 얻었다. 완도지역 광어 양식 규모는 연간 1300여t, 1700억원대로 전국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완도 광어는 비린내가 적고 쫄깃한 육질과 단맛으로 유명하다. 완도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중섭 탄생 100주년 맞아 서귀포시 창작 오페레타 첫선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주 서귀포시가 마련한 창작 오페레타 ‘한국의 화공-중섭’이 17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9월 9, 10일 정식 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만을 선보이는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15일 제주시에 따르면 공모를 통해 작곡 부문은 현석주씨, 대본은 이영애씨의 작품이 선정됐고 연출은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등을 받은 유희문씨가 맡았다. 하이라이트 공연에는 테너 노성훈(이중섭), 소프라노 정혜민(이중섭 부인 마사코), 바리톤 박근표(중섭 친구 구상), 메조소프라노 황은애(중섭 어머니), 소프라노 오능희(마사코 어머니), 이서연(중섭 큰아들)과 백지웅(중섭 작은아들)이 출연한다. 작품 내용은 이중섭의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중섭이 피란 생활한 서귀포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1916년 9월 16일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1945년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95) 여사와 한국에서 결혼했고 6·25전쟁이 일어나자 1951년 1월 서귀포에서 11개월간 피란 생활하며 ‘서귀포의 환상’, ‘바다가 보이는 풍경’, ‘바닷가의 아이들’,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4점을 그렸다. 이중섭이 당시 살았던 초가집이 있는 거리는 199년 ‘이중섭 거리’로 지정됐고 인근에는 이중섭미술관이 들어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프랑스산 파티’, 위화감 조성인가? 다국적문화 소비인가?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프랑스산 파티’, 위화감 조성인가? 다국적문화 소비인가?

    ‘서울시민 누구나 찾는 한강시민공원에서 특정인을 위한 값비싼 파티는 위화감을 조성합니다’ VS ‘나라와 문화 경계가 없어진 지 오래고, 서울시민도 다양한 파티 문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합니다.’ 서울 반포 세빛섬 앞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디네앙블랑 서울’(Diner en Blanc Seoul) 파티를 두고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민 모두의 공간인 반포 한강시민공원에 출입 통제선이 형성됐다. 그 안에서 흰색 드레스와 흰색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1000여명이 참석한 파티가 열렸다. 프랑스에서 1988년 처음 시작해 전 세계 60개 도시에서 열린 파티다. 참가자의 드레스코드는 ‘흰색’이며 BYO(참가자가 의자와 테이블, 음식을 모두 가져오는 방식) 형태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1인당 45달러(한화로 5만2000원)의 참가비뿐 아니라 접이식 테이블과 흰색 의자, 식사, 와인 등을 직접 준비했다. 준비하지 않은 파티 참가자는 30여만원을 내고 주최 측에서 대행을 요청할 수 있었다. 주체측은 이런 행사를 통해 공공장소의 가치가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서울시는 “한불수교 130주년을 맞아 두 국가의 우호를 다진다는 차원에서 신청한 행사였다”면서 “한강공원 이용 조례 등에 따라 종교행사나 판매행위 등 일부를 제외하고 마라톤 등 참가비가 있는 민간행사는 사전승인과 비용 납부만 한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날 파티는 한국인들에게는 낯선 만큼 논란을 일으켰다. 자전거를 타고, 가족과 공놀이는 하는 공간 옆에서 화이트 드레스와 양복으로 치장한 사람들이 화이트 테이블에서, 화이트 꽃들에 둘러싸여 와인을 마시는 장면은 진풍경이고, 위화감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성진(49·서울 강서구)씨는 “개인 공간에서 하는 파티라면 모를까 공공성이 강한 공간에서 값비싼 파티를 보란 듯이 연 것을두고 유럽식 파티를 즐긴다고 생각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김민정(34·서울 서초구)씨도 “부자들이 돈을 써야 경제가 살아나지만, 한강 시민공원에서 부를 과시하는 듯 화려하게 파티를 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있지 않겠느냐”며 “공간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금을 모으기 위해 서양에서 값비싼 파티들이 열리기는 하지만, 그냥 즐기기 위한 파티를 공공연한 장소에서 연 것은 문제이고, 개인 준비물이 없어 30여만원을 냈다면 사실상 장사를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디네앙블랑 참가자 등은 문화의 다양성과 세계화 차원에서 이런 파티가 자주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 김모(28)씨는 “세계 60개 도시에서 같은 방식과 모습으로 열리는 야외 파티가 ‘서울’에서만 안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15만원 정도로 여친과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서관모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야외 파티가 한국 정서에는 생소하겠으나 SNS로 전 세계가 동시에 하나로 연결되는 시대에 한국적 문화와 정서만 고집하는 것 자체가 논센스”라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제주서 이중섭 탄생 100주년 오페레타 무대 오른다

    제주서 이중섭 탄생 100주년 오페레타 무대 오른다

    화가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맞아 제주 서귀포시가 마련한 창작 오페레타 ‘한국의 화공-중섭’이 오는 17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 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 첫선을 보인다. 9월 9, 10일 정식 공연에 앞서 주요 장면만을 선보이는 하이라이트 공연이다. 15일 제주시에 따르면 공모를 통해 작곡 부문은 현석주씨, 대본은 이영애씨의 작품이 선정됐고 연출은 대한민국 오페라 대상 등을 받은 유희문씨가 맡았다. 하이라이트 공연에는 테너 노성훈(이중섭), 소프라노 정혜민(이중섭 부인 마사코), 바리톤 박근표(중섭 친구 구상), 메조소프라노 황은애(중섭 어머니), 소프라노 오능희(마사코 어머니), 이서연(중섭 큰아들)과 백지웅(중섭 작은아들)이 출연한다. 나레이션은 대본가 이영애씨가 맡아 관객들의 이해를 높여준다. 본 공연에서는 더블캐스팅한 테너 이영화(이중섭), 소프라노 박미자(마사코)도 참여한다. 작품 내용은 이중섭의 삶과 가족에 대한 사랑, 그리고 이중섭이 피난 생활한 서귀포와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야기다. 1916년 9월 16일 평안남도 평원군에서 태어난 이중섭은 1945년 이남덕(야마모토 마사코·95) 여사와 한국에서 결혼했고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1951년 1월 서귀포에서 11개월간 피난 생활하며 ‘서귀포의 환상’, ‘바다가 보이는 풍경’, ‘바닷가의 아이들’, ‘섶섬이 보이는 풍경’ 등 4점을 그렸다. 이중섭이 당시 살았던 초가집이 있는 거리는 199년 ‘이중섭 거리’로 지정됐고 인근에는 이중섭미술관이 들어섰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톱랭커 잡는 벙커… ‘오버’하지 마라

    톱랭커 잡는 벙커… ‘오버’하지 마라

    타이거 우즈(미국)가 3번 우드로 힘껏 티샷을 했는데도 볼은 가까스로 그린에 올라갔다. 무슨 얘기냐고? 2007년 US오픈이 열린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인근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의 파3짜리 8번홀(그림)에서 벌어진 상황이다. 이 홀은 ‘선수들을 집어삼킨다’는 의미에서 이 골프장 여러 괴물 코스의 ‘아가리’쯤으로 여겨진다. 전장은 자그마치 288야드(약 262m)에 달한다. 우즈가 모습을 감춘 것만 빼면 9년 만에 US오픈이 다시 열리는 올해도 이 파3홀에서 내로라하는 프로선수들이 드라이버로 티샷을 날리는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7년 당시 이 홀의 평균타수는 3.45타, 다섯 번째 어려운 홀로 전체 선수의 27%만이 볼을 한 번에 그린에 올렸다. 악명 높은 오크몬트 컨트리클럽이 제116회 US오픈 골프대회 개최지로 다시 돌아왔다. 오크몬트 코스는 1904년 문을 열 때부터 미국의 골프 코스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크고 포악한 늑대처럼 생긴 괴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곳이다. 지금까지 8차례나 US오픈을 개최했는데 그 난도는 해마다 높아졌다.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는 도그레그 홀이 없는 이 골프장은 페어웨이가 좁기는 하지만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골프장이다. 1962년 잭 니클라우스가 1언더파, 1973년에는 조니 밀러가 5언더파, 1983년에는 래리 넬슨이 4언더파, 1994년에는 어니 엘스가 5언더파의 스코어로 우승했다. 하지만 이때는 파밸류 71로 세팅됐을 때였다. US오픈을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는 2007년 대회 때 파70으로 세팅한 뒤 더욱 사나운 괴물로 변했다. 당시 앙헬 카브레라의 우승 스코어는 5오버파 285타였다. 준우승한 우즈와 짐 퓨릭의 스코어도 6오버파 286타였다. 9년이 지나는 동안 이 골프장은 수천 그루의 나무를 제거해 선수들의 시야를 확보해 줬다. 그러나 페어웨이 왼쪽 ‘교회당 의자’로 불리는 밭고랑 벙커와 오른쪽에 입을 벌이고 있는 키 높이의 항아리 벙커로 무장한 3번홀(그림·파4·426야드), 15번홀(파4·500야드)을 비롯해 코스의 난도는 9년 전과 다른 게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평가다. 오크몬트 코스에는 워터해저드가 없다. 배수로가 워터해저드 역할을 대신한다. 그러나 워터 해저드가 없으니 더 쉬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배수로 안에는 공을 빼낼 수 없을 만큼 돌무더기 등이 도사리고 있다. 더욱이 10여 개가 되는 이 배수로들은 깊은 러프에 덮여 잘 보이지 않는다. 굴곡이 심한 18개 그린의 빠르기는 스탬프미터 기준으로 4.2m를 넘길 것으로 보여 선수들을 괴롭힐 전망이다. 지난해 워싱턴주 체임버스베이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디펜딩 챔피언’ 조던 스피스(미국)는 “이 코스에서 이븐파 280타만 쳐도 만족하겠다”며 탄식했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 US오픈 우승컵만 없는 필 미컬슨(미국)도 연습 라운드를 돈 뒤 “오크몬트는 내가 경기해 본 코스 중 가장 어려운 곳”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곡성 여행? ‘다리힘’ 말고 뭣이 중헌디?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곡성 여행? ‘다리힘’ 말고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최근 가장 뜨거운 영화, '곡성(哭聲)'에 나오는 대사이다. 귀신 들린 딸 ‘효진’(김환희)이 아버지 ‘종구’(곽도원)에게 퍼붓는 말이다. 그런데 영화 '곡성'의 촬영 현장인 전라남도 곡성(谷城)의 필수코스, 레일바이크를 타는 관광객들에게 위의 대답을 요구하면 아마도 한결같이 뜬금없을 것이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다리힘'이요!!. 뙤약볕 아래 섬진강 레일바이크 페달을 밀면서 오르막을 오르다보면, 아마도 '효진'이가 보았던 무서운 것은 아닐지라도 대낮에 별 서 너개가 머리 위로 맴도는 일식(日蝕), 월식(月蝕) 광경은 다 본다. 곡성(谷城)의 지명 뜻을 몸으로 느끼듯, 곡성(哭聲)이 자전거 페달 위 풀려 버린 다리를 통해 나온다. 정말 중한 것은 '다리힘'이다. 말하자면, 만만히 스쳐 지나갈 동네가 아니라 다리힘 든든히 준비해야 된다는 것이다. 곡성(谷城)은. ● CNN도 인정했다, 곡성의 산과 계곡, 기차! 혹시라도 곡성이 관광객 불러 모으는 힘을 영화 '곡성'에서 뽑아낸다고 생각한다면 CNN이 서운해 할 것이다. 왜냐하면, CNN이 '명소를 보고, 세계를 경험한다'(Local insights, Global Experience)라는 주제로 자체 여행 소개 웹페이지 'CNN Go'에 이미 곡성 기차마을을 한국 50개의 명소 중 26번째로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외국인들 눈에 28등이 한라산이고, 37등이 해운대이다. 곡성은 우리가 그동안 몰랐던, 여행명소임은 분명한 마을이다. 그런데도, 대개의 관람객들은 광주광역시 옆 곡성을 그냥, 깡촌(?)일 것으로만 알고 가벼이 찍고 갈 마음으로 들린다. 그냥 여행길이 슴슴, 수수할 줄로만 기대한다. 그래야 될 듯하다.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니까. 그런데 강원도 계곡길 험하다는 말은, 곡성에서는 서너 번 된장 발라 쌈 싸먹을 만큼 이 곳 소백산맥 산자락은 깊고, 넓고, 높고, 험하다. 그리고 논밭 많은 전라도라서 더 놀랍다. 평범한 시골 동네여서 평야 아늑하고 정감 있는 동네인 줄로만 생각했다면 계산 실수다. 오죽하면, ‘통명숙우(通明宿雨)’라는 말처럼, 지나는 비도 곡성 통명산(通明山)에서 멈춘다는 말을 할 정도의 깊은 산세다. 곡성(谷城)의 '곡(谷)'자는 '계곡'이다. 그럼에도 이곳의 산과 계곡은 강원도의 그것들과는 달리 웅장하지만 위압적이지는 않다. 강원도의 산은 조물주가 아마도 젊은 시절 남긴 힘으로 만든 역작(力作)이라면, 곡성의 산하(山河)는 강원도 산자락을 만들고 난 뒤, 조물주가 한소끔 뜸들이듯 편안히 만든 모습이다. 따라서 바라보는 사람의 시선을 산꼭대기에 바로 올려 꽂아버리는 풍경과는 달리 곡성의 산은 차분히 눈길 내려앉힌 채 심도(深度)만 깊게 하는 원시 자연 본모양이다. 계곡과 산의 험준함은 남도여행 코스에서 애시당초 외면 받아오던 공간이었다. 그러나 곡성이라는 지점에 이르러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편협한지를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준다. 그러면서도 늘 그렇듯이 거장이 만든 작품처럼 곡성 마당 전체와 어울리는 풍광의 편안함도 지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산과 계곡들 사이사이로 기차가 지나다니니 기차마을이라는 명함 넉자 박을만하다. 도착하자마자 눈길 잡아채는 곡성 얼굴은 기차다. 기차를 통해 곡성의 역사를 나타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1933년부터 1999년까지 여수와 익산을 잇던 기찻길이 전라선 복선화로 인해 철로가 옮겨가고 난 뒤의 폐역이 되어버린 ‘곡성역’을 새롭게 꾸민 곳이다. 옛 곡성역사는 2004년에 등록문화재가 되었고 2005년 3월부터 기차마을이라는 명칭으로 공개되었다. 이 곳에서 ‘가정역’까지 10Km의 증기기관차(평일 2회, 휴일 4회 운행)가 운행이 되고, ‘침곡역’에서는 레일바이크 체험을 통해 섬진강을 느끼게 하는 여행코스가 만들어졌다. 또한 이 곳에 갖가지 장미의 고운 빛깔이 오래된 역사(驛舍) 가득 메워 관람객들의 눈과 코를 즐겁게 한다. 2016년 6월 기준으로 평일 2만명, 휴일 3만명의 관람객들이 방문할 정도로 ‘섬진강 기차마을’은 인기 폭발이다. 그러다보니 주차시설은 애시당초 무용지물이 되어 곡성 도로 전부가 외지인들이 세워놓은 자동차로 몸살을 앓아 굿이라도 한 번 해야 될 지경이다. ‘섬진강 기차마을’로 네비게이션 찍어 17번 국도에서 한 두 시간 체증에 시달리다보면 섬진강의 강바람도 위로가 되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만나게 되는 기차마을의 오래된 시간과 압록마을의 드넓고 넉넉한 섬진강과 보성강은 물내 가득 담아 맘속으로 시원스레 흐른다. 도심의 풍경에 지친 눈과 귀 달래기에는 곡성의 산과 강 빛깔이 제격이다. 말 그대로 싱싱한 광경이고, 날것이기에 어색하지만 나무람없이 소소하고, 소박해서 정겹다. 곡성은 늘 이모습으로 일관되게 있어 왔었고 또, 그리 갈 것이다. <곡성 여행길에 대한 여행 20문답> - 아래 질문은 실제 독자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을 바탕으로 만든 20문답입니다.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인가요? -광주에서 송광사를 들리고 오후 나절 시간이 남는다면. 그러나 초등학생 자녀들이 있는 경우는 ‘섬진강 기차마을’과 ‘침곡역 레일바이크’는 살짝 추천. 2. 누구와 함께 가면 좋을까요? -기차마을의 경우는 연인이 단연 1순위. 장미꽃 만발한 모양이 좋다. 그러나 이 곳은 누구라도 와도 될 만큼 특색있는 공원이다. 어린 자녀가 있으면 더 좋다. 3. 교통편은 어때요? - 홈페이지(http://www.gstrain.co.kr) 전남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232. 네비게이션에 ‘섬진강 기차마을’로 찾으면 된다. -자가용 이용시 : (광주-목포 방면) 고속도로 곡성 I.C-곡성읍-섬진강 기차마을/ (부산-순천 방면) 호남고속도로 곡성 I.C-곡성읍-섬진강 기차마을/ (국도 17호선 이용시) 호남고속도로 서순천I.C-구례구-오곡면 오지리-섬진강 기차마을/ (대구-남원 방면) 88 고속도로 남원 I.C-남원시-곡성읍-섬진강 기차마을/ (서울-수도권 방면) 호남고속도로 곡성 I.C와 전주-남원 국도/ (대중교통 이용시) 기차는 곡성역 도착해 도보나 택시 이용(0.8km) 버스는 곡성읍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택시 이용(1.5km) 4. 인근 편의시설, 주차장 등의 시설환경은 괜찮은가요 ? -편의시설의 경우 기차마을 내에 매점 정도이다. 주차장이 협소해서 개인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주차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주말은. 5. 유명세에 비하여 실제 모습은 어때요? -큰 기대를 가지고 갈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기차마을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는 된다. 더구나 기차마을 전통시장(3일, 8일)에 열리는 5일장은 볼만한 것들이 있어서 남도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는 것도 재미있다. 6. 여행객 응대 수준은 어떤가요? -너무 많은 여행객들이 몰려와서 당황한 기색 역력. 좀 더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응대가 이루어지면 관람객들이 수월할 듯. 7. 여행지가 지니고 있는 전문성은 어떠한가요? -자연을 감상하는 곳이다. 그냥 가면 된다. 8. 전체 여행 경비는? -섬진강 기차마을에는 다양한 체험시설이 있어 요금이 대단히 다양하다. 무조건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예약을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9. 가장 감탄하는 점은 어떤 것인가요? -침곡역 레일바이크. 내리막길이 짧고 완만한 오르막과 평지로 구성되어 있어 평소 체력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10.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 ‘곡성’의 인기와 더불어 갑자기 관광명소가 된 듯한 느낌이다. 주로 기차마을에 국한된 여행 동선을 압록유원지나 계곡 등지로 분산하면 좋을 듯 하다. 곡성의 산과 계곡은 정말 자연 그대로의 날 것이어서 강원도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11. 운영진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기차마을과 레일바이크에만 곡성 관광의 포인트를 만들지 말고 주변의 풍부한 자연 경관으로 여행 안내를 많이 해 주시길. 곡성의 여행 포인트가 기차도 있지만 자연도 있다는 점을 꼭 명심하시길. 그렇게 해야 곡성이 오랜 기간 여행지로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12. 홈페이지 주소는? - http://www.gstrain.co.kr/ 레일바이크는 예약을 꼭 해야 된다. 13. 꼭 추천하고픈 공간이나 체험활동은? -압록유원지, 대관람차. 전통시장. 14. 여행을 비추하고픈 사람과 이유는?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오는, 영화 ‘곡성’의 마니아 관람객들. 영화는 영화다. 15. 먹거리 정보와 식당 정보는? -기차마을 주변에 마땅한 먹거리 장소가 없다. 전통시장 주변이나 17번 국도 주변의 여러 식당들. 16. 어떤 코스를 도는 것이 좋을까요? 추천코스는? -기차마을, 침곡역 레일바이크. 이 두 곳이 기본이다. 17. 도움되는 사이트? -곡성문화관광 홈페이지 http://www.simcheong.com/ -천문대 http://star.gokseong.go.kr/ 18. 주변에 가 볼만한 다른 공간도 있나요? -많다. 등산코스로는 동악사, 설산, 봉두산, 통명산, 천마산 등이 있다. 이 외에 조태일시문학관, 심청효문화센터, 섬진강도깨비마을 등이 있다. 산과 계곡을 추천한다. 19. 숙소정보는? -곡성은 광주광역시 일일 생활권 지역이다. 광주광역시에서 숙박을 정하는 것이 낫다. 20. 총평 및 당부사항 -너무 갑자기 유명해져버린 느낌이다. 그런데, 원래 이 곡성은 기차마을이나 섬진강레일바이크도 유명하지만 애시당초 자연의 수려함으로 힘을 지닌 곳이다. 눈을 돌려 곡성의 산과 계곡을 방문하는 것이 진정한 곡성 여행의 진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로드 다큐멘터리 ‘경계’ 메인 예고편

    로드 다큐멘터리 ‘경계’ 메인 예고편

    굴곡진 세계사 속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풍경을 담아낸 로드 다큐멘터리 ‘경계’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경계’는 정치,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나드는 8개국 사람들의 고단한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세르비아, 베트남, 동티모르 등 역사의 여파로 떠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다. 예고편은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으로 시작된다. 이어 “경계 어딘가를 살아가는 사람들, 그 이야기에 우리 모두는 관심을 가졌었지”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국경을 건너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어진다. 특히 “힘겹게 바다를 건너면서 장애를 얻거나 배에서 죽기도 했죠”라는 내레이션은 그들의 삶을 생각해보게 한다. 또 이제는 폐허가 되어 쓸쓸하고 공허한 ‘갈랑섬 난민 캠프’의 모습은 그 자체로 이들의 여정이 건네는 묵직한 메시지를 예상케 한다. “평화가 필요하죠”라고 말하는 목소리는 희망을 품고 국경을 넘었지만, 그곳마저 종착지가 될 수 없었던 사람들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어 “국경이 없는 나라가 이 세상에 있다면 세상은 훨씬 재미있는 곳이 될 거야”라는 카피는 냉혹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피어오르는 희망을 기대케 한다. 이렇듯 영화 ‘경계’는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베트남, 싱가포르, 세르비아, 일본, 한국 등 8개국의 아름다운 풍경과 이주, 난민, 분단, 내전, 노동 등 다양한 이슈를 담아냈다. 국내 최초 한국, 인도네시아, 세르비아 감독의 합작으로 제작된 ‘경계’는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4회 자카르타국제영화제, 제36회 시네마 뒤 릴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 상영으로 관심이 쏠렸다. 12세 관람가. 87분. 사진 영상=시네마달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신혜선, ‘아이가 다섯’ 촬영장에 분식차 선물 “연두가 쏠게요♥”

    신혜선, ‘아이가 다섯’ 촬영장에 분식차 선물 “연두가 쏠게요♥”

    배우 신혜선이 여름밤 촬영 현장을 연둣빛으로 물들였다. 신혜선은 지난 12일 서울 용산구 남영역 인근에서 진행된 KBS2 주말극 ‘아이가 다섯’(극본 정현정 정하나·연출 김정규) 촬영 현장에 분식차를 선물, 더위에 지친 현장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13일 소속사 YNK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현장 사진 속에는 “오늘은 ♥연두♥가 국수 말고 분식 쏠게요. 격하게 소중한 스태프 분들~ 공감치트키 ‘아이가 다섯’은 사랑입니다”라는 문구의 현수막 밑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신혜선의 모습이 담겼다. 극 중 연태(신혜선)가 상민(성훈)과의 공식 첫 데이트에서 부모님의 가게에서 국수를 먹었던 에피소드를 활용한 재치 있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앞서 신혜선은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아이가 다섯’ 스태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5개월 정도를 쉬지 못하고 밤샘 촬영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스태프들 보면 정말 대단한 거 같다”며 “사실 잠 못 자고 새벽까지 촬영 강행군을 이어가는 것이 촬영장 흔한 풍경이라곤 해도 극한까지 가면 현장 분위기도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하게 단 한 명도 짜증을 내지 않고 심지어 웃고 있어 감동을 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번 분식차 역시 이 같은 마음을 표현하고픈 신혜선이 직접 제안해 이루어졌다는 후문이다. 한편 ‘아이가 다섯’은 연태 상민 커플의 달콤한 로맨스가 무르익으며 시청률 30%를 웃도는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사랑스러운 철벽녀 연태와 로맨틱한 직진남 상민은 설렘 가득한 러브라인으로 1030 시청층을 끌어들이며 ‘아이가 다섯’의 국민드라마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이다. 사진제공=YNK엔터테인먼트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ICT로 손님과 通! 동네 상점 북새통

    ICT로 손님과 通! 동네 상점 북새통

    #1.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에 있는 숙성 고기 판매점 낭만정육점에서는 고깃집 특유의 붉은 등 대신 카페에 둘 법한 예쁜 조명과 소품이 눈길을 끈다. 계산대 앞 휴대전화 번호를 입력하는 도도포인트 키패드도 이색 소품 중 하나다. 키패드에 번호를 누르면, 포인트가 적립되는 동시에 고객은 낭만정육점과 카카오 친구가 된다. 대화창은 전용 주문·상담 창구가 돼 “아저씨, 오늘 돈가스 있나요”라는 질문에 “저 아저씨 아닌데요. 돈가스 2장 남았고 점심에 더 만듭니다”라는 식의 대화가 이뤄진다. 카톡으로 주문하고 잠시 들러 찾아가는 O2O(온라인·오프라인 통합) 서비스가 구현된 매장이다. #2. 2014년 인천 청라에 수제 팥빵 전문점 알벤토를 개점해 최근 4호점을 낸 양희승 대표는 30여년 경력의 제빵사다. “빵맛이 좋고 가게가 깔끔하면 장사가 잘될 것”이라고 믿던 양 대표는 프랜차이즈에 치이며 마케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알벤토를 열 때 그는 유기농 밀가루와 국산 팥을 재료로 제품 차별화를 시도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고객이 계산대 앞 패드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멤버십 관리가 되는 티몬플러스를 설치했다. 양 대표는 “구매 금액의 5%를 적립하고 고객별로 맞춤형 쿠폰을 배포하니 반응이 좋다”면서 “특히 단골의 취향 변화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서 신제품 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3. 이바돔감자탕은 지난 4월 17개 직영 매장에 티몬플러스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달 이상 매장을 방문하지 않은 고객 1만 3300여명을 선별해 1만원 할인 문자를 발송했다. 문자를 보내는 비용의 98배에 달하는 추가 매출이 열흘 만에 달성됐다. 앞서 종이쿠폰을 가장 활발하게 사용했던 매장의 쿠폰 회수율이 15%, 보통의 회수율이 1% 미만이었던 점에 비쳐 괄목할 만한 성과라고 이바돔감자탕 측은 설명했다. 프랜차이즈와 동네 빵집의 계산대를 구별 짓던 풍경,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구별 짓던 서비스. ‘적립’의 풍경이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멤버십 서비스를 작은 가게(소호·SOHO) 계산대까지 확대한 스타트업들이 2012년부터 자영업자 대상 서비스에 적극 나서는 중이다. 스포카가 운영하는 도도포인트와 티몬플러스 등은 고객이 휴대전화 번호를 계산대 앞 패드에 입력하면 고객별로 자주 찾는 메뉴, 누적 구매금액, 방문 빈도 등을 분석하고 단골 고객, 통큰 고객, 주말 고객 식으로 선별해 쿠폰을 배포하는 등 맞춤형 마케팅을 돕는 월정액(월 3만원대) 서비스이다.사실 그간 소호들은 멤버십 마케팅 기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기술지체의 사례로 분류됐었다. 2000년대 붐을 이룬 ICT와 고객관계마케팅(CRM)을 버무린 멤버십 마케팅이 초기에 주로 정유사·이통사 고객에게 식음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1998년 ‘SK엔크린 보너스 카드’를 효시로 정유사·이통사들은 멤버십 할인 혜택을 제공할 식음료 제휴업체로 계약 및 관리가 용이한 프랜차이즈를 선호했고, 소호들은 배제했다. 2000년대 프랜차이즈 위주 멤버십 마케팅이 ‘소호의 몰락’을 재촉했다면, 최근 3~4년 새 분위기는 급반전 중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지역명과 함께 맛집을 검색하면 프랜차이즈를 제치고 ‘동네 맛집’이 먼저 노출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역으로 통신사 멤버십에 부응해 대대적인 판촉을 벌여 한때 예약 없이는 입장할 수 없었던 패밀리 레스토랑 프랜차이즈는 몇 년 전부터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고 있다. 이른바 ‘동네의 반란’ 혹은 ‘소호의 반란’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최근 ‘동네의 반란’에 참전한 알벤토의 양 대표는 12일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통신사 멤버십을 활용해 10~40%까지 할인판매를 시작할 때 자영업자들에게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다”고 떠올렸다. 그래도 대기업이라고 무한정 손해 보는 마케팅을 할 리는 없을 테니, 결국 멤버십 할인을 받아야 적정 가격이 형성되는 수준으로 프랜차이즈 빵값이 오른다면 그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빵으로 승부를 걸 작정을 했다고 한다. 양 대표는 “균일한 맛으로 팥을 삶는 기계를 개발하고 불량률을 줄이는 노력을 이어가는 동안, 프랜차이즈만 활용할 수 있었던 ICT가 자영업자의 소규모 매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만큼 보편화됐고 소비자들은 특색 있는 작은 가게를 찾아 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유행을 따르고 있었다”며 웃었다. 20대 중반부터 15년 동안 정육점에서 일한 낭만정육점의 김동규 사장은 “소호들이 ICT를 활용하다 보면, 미처 알지 못한 스스로의 경쟁력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단언하며 최근 고안한 케이크 상자 모양의 정육 선물세트를 소개했다. 20만원 이상 고가 정육세트만 시중에 팔린다는 점에 착안, 5만~6만원어치 정육을 단정하게 포장한 형태의 선물세트다. 그는 “카카오톡 이벤트를 통해 새로운 세트 디자인을 선보인 뒤 반응과 수요를 파악할 수 있었다”면서 “단골의 마음과 주머니 사정을 먼저 헤아리고 단골 사정에 맞춘 단 하나의 상품을 내놓는 일은 자영업자들이 대기업보다 잘하지 않겠느냐”고 자신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정치뉴스 테이크아웃] 10리도 못 가서 돌아온 김재원

    [정치뉴스 테이크아웃] 10리도 못 가서 돌아온 김재원

    지난 10일 경기 과천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워크숍 행사장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는 김희옥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나 정진석 원내대표가 아니었음. 지난 8일 정무수석에 임명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단연 주인공. 의원들이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악수 한번 하려고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 박근혜 대통령이 “복잡한 현안을 어쩜 이렇게 쉽게 설명하세요. 참 대단하세요”라고 할 정도로 김 수석을 신임한다는 이유 때문. 김 수석의 정무수석 발탁은 본인도 모를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짐. 김 수석은 20대 총선 공천에서 탈락한 뒤 중국외교학원 수학을 준비. 국회의원 신분 상실로 관용여권을 일반여권으로 갱신하기 위해 6일 새벽 귀국. 정무수석 발표 하루 전날인 7일 여권을 갱신하고 13일 중국행 비행기 탑승권 발권까지 마쳐. 정무수석 임명 사실은 당일 아침에 연락받고 알아. 정무수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을 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2개월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실제 김 수석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막에 왔다. 나는 자유다!”라는 글과 함께 중국 사막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을 올림. 7일 오전에도 중국에서 차를 마시는 사진과 함께 “나는 자유다!”라는 글을 연거푸 게시. 심지어 8일 오전 정무수석 임명 발표가 나고 1시간 40분이 지난 시간에도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파초선으로 불을 껐다는 화염산을 배경으로 양팔을 벌리고 뛰어오르는 사진과 함께 ‘자유롭게 훨훨!’이라는 글을 씀. 임명 발표가 난 뒤 “아차” 싶었던 김 수석은 “자유롭게 훨훨 날아다니려 했는데 (지인들이) 10리도 못 가고 발병이 났다며 놀리네요”라고 글을 긴급 수정.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사설] 20대 국회 특권 내려놓기 빈말로 끝나선 안 돼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그제 “(국회의원의)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겠다”고 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의 취임 일성이었다. 공교롭게도 “새 의장이 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꾸리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제안에 화답한 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당 몫으로 뽑힌 심재철 국회 부의장도 어제 방송에 나와 “불필요한 특권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며 심기일전의 각오를 밝혔다. 이처럼 재청·삼청까지 나왔음에도 도무지 미덥지 않은 까닭이 뭐겠나. 역대 국회 초반 늘 나왔다가 흐지부지됐던 현상을 다시 보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엔 의원들이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 위민(爲民)을 앞세우는 새 국회상을 정립하기 바란다. 총선 표밭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다가 배지를 단 뒤 180도 달라지는 선량들을 보며 국민들은 데자뷔를 갖게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의원들이 장외로 나가 입법 활동의 공백이 있어도 독재를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 개원이 늦어져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동료 의원의 주장에 “유치하다”는 선량들도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의식구조가 이렇게 뒤틀려 있으니 내놓는 법안마다 인기영합성 아니면 규제 일변도가 아니겠나. 그렇게 해서 나라 살림을 좀먹거나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해도 그 어떤 견제도 안 받는다. 심지어 19대 국회는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에서 의원들은 쏙 빼버렸다. 다른 공직자들이 소속기관 및 감사원 감사, 그리고 국정 감사 등 이중삼중의 감시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죽하면 다음 선거만 없으면 의원은 신이 내린 직업이란 말을 듣겠나. 의원 배지를 달면 누리게 되는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선량들이 본연의 구실만 한다면 이 중 몇 가지는 국민들도 용인할 게다. 예컨대 민심 청취 무대인 지역구와 입법 산실인 국회를 오가는 데 KTX를 무료로 이용한다고 누가 굳이 토를 달겠나. 하지만 개명천지에 비리 의원들을 아직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있게 할 것인가. 의원들의 ‘갑(甲)질’은 또 언제까지 용인해 할 건가. 어제 한 시민단체의 국회개혁 토론회에서 “국정감사권이 피감기관과 기업들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는 용도로 오·남용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국감 때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서 돈 봉투를 든 기업인들이 긴 줄을 서는 게 익숙한 풍경 아닌가. 이런 타락상을 막기 위한 자정 노력이 늘 용두사미에 그친 게 문제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에서도 불체포 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금지 등의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본회의 문턱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법’을 발의했고 새누리당 심 국회 부의장이 ‘국회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다시 발의한다니 말이다. 현저한 비리를 저지르거나 불필요한 포퓰리즘 입법으로 예산을 탕진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도 검토할 만하다. 이런 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또다시 공염불로 끝난다면 국민들은 20대 국회에도 희망을 접을 것이다.
  • [주말 하이라이트]

    ■SBS스페셜(SBS 일 밤 11시 10분) 자식들을 도시로 떠나보내고 고향에 남은 부모들은 어떻게 늙어 가고 있을까? ‘빈집-어머니의 시간’ 편에서 전남 여수 남쪽 끝 소거문도에 살고 있는 부모의 삶을 담았다. 정기 여객선도 닿지 않는 이곳은 낙도 보조선으로 한 번 더 갈아타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가기도, 떠나기도 어려운 섬, 소거문도에서 평생을 살아온 부모들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은 그 세대에 유행했던 가요를 편곡했다. 젊은 세대는 물론 그 노래를 듣고 자란 세대가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다. 소설가 김영하가 담담한 목소리로 섬과 함께 늙어 가는 부모의 마음을 소설책 읽듯 전해 준다.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MBC 일요일 오전 8시) 인생 역전의 아이콘 폴 포츠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했다. 평범한 휴대전화 판매원에서 세계적인 스타 성악가가 된 그는 이번이 무려 28번째 내한이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찾은 단골 고깃집에서 “소맥 주세요!”를 외치는 그는 “한국에 오면 집에 온 듯 편안하다”며 “한국을 알리는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한다. ■걸어서 세계 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국토의 80%가 사막과 불모의 산으로 이뤄진 요르단의 신기루 같은 풍경을 만난다. 중동 사막에 피어난 꽃, 요르단의 붉게 타오르는 와디럼 사막, 기원전 6세기 나바테아인들이 모래 암벽에 건설한 고대도시 페트라가 천년간 품고 있던 500여개의 무덤과 800개의 유적은 상상 이상의 풍경을 보여준다.
  • 1963년 두 영웅의 출현, 대중문화 혁명 잉태

    1963년 두 영웅의 출현, 대중문화 혁명 잉태

    1963 발칙한 혁명/로빈 모건·아리엘 리브 지음/김경주 옮김/예문사/456쪽/1만 9800원 문화를 중심으로 세상의 역사를 정리한다면 1963년은 매우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으로 기록될 것이다. 기성세대의 문화에 반기를 든 십대 청소년들은 악기, 카메라, 붓, 펜, 가위를 집어 들었다. 불과 1년 사이에 삶과 사랑, 패션의 풍경은 완전히 달라진다. ‘1963 발칙한 혁명’은 탐사보도 전문기자로 활약한 로빈 모건과 저널리스트 아리엘 리브가 1960년대 변화의 중심에 있었던 문화계 인사 48명을 인터뷰해 다큐멘터리식으로 엮은 것이다. “1960년대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모든 문화와 삶의 의식은 ‘혁명의 시대’였던 1960년대에 잉태된 것이다. 혁명을 견인한 주체는 다름 아닌 ‘대중문화’였다.” 당시의 젊은이들은 피임약의 보급과 전쟁의 종식으로 임신과 징병의 불안에서 벗어나자 과감하게 거리로 뛰쳐나왔다. 젊은이들은 기성세대와는 다른 꿈과 새로운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대중문화 진영에 몸을 던졌다. 그 시작이 바로 1963년이다. 젊은이들에게 도약과 신분 상승의 꿈을 갖게 했던 두 영웅이 출현한 해다. 미국의 밥 딜런과 대서양 건너편 영국의 비틀스다. 비틀스는 앨범 ‘플리즈 플리즈 미’로 영국을 뒤흔들었고 밥 딜런은 ‘바람만이 아는 대답’이 수록된 앨범으로 지구에 저항이라는 깃대를 꽂았다. 이들은 우연의 일치처럼 1963년 1월 13일 밤 국영텔레비전 방송에 등장했다. 저자는 “이 둘의 등장은 1년 뒤 두 대륙에 자리잡고 있던 구체제와 계급, 기존문화가 완전히 사라지는 신호와도 같았다”고 강조한다. 이후 음악뿐 아니라 영화, 연극, 미술, 사진, 패션 등 모든 분야가 전혀 다른 패턴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융기했다. 권위에 대한 저항을 표현하는 패션 트렌드는 단연 미니스커트다. 미니스커트의 ‘창시자’로 꼽히는 디자이너 메리 퀀트는 당시 보수적인 런던 사람들이 새로운 패션을 얼마나 못마땅해했는지를 생생하게 전한다. 책은 1963년을 순차적으로 재현해 낸다. 유행했던 의상과 헤어스타일, 클럽 분위기의 세세한 묘사, 한 사건을 같이 겪었던 사람들의 목격담이 날줄과 씨줄처럼 촘촘히 어우러져 1963년을 다각도로 비춰볼 수 있게 한다. 키스 리처드, 에릭 클랩턴, 알 쿠퍼, 제프 린 등 음악 관련 인사들과 헤어디자이너 비달 사순, 사진작가 테리 오닐 등 대중문화계 유명인사들의 생생한 술회와 증언이 이어진다. 테리 오닐의 국내 미공개 컷을 포함해 자유분방한 1963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사진 57점이 함께 실렸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김남경의 예술마을 기행] 경북 영천 별별미술마을

    미술작품 48점·우리동네박물관·조각공원…소통·교감하다 경북 영천시 화산면 가상리, 화산리, 귀호리 일대는 평범한 농촌 마을이다. 봄이면 복사꽃 살구꽃 피고, 여름이면 복숭아와 포도가 익어 가고, 가을이면 누렇게 들판이 물든다. 딱 동요 ‘고향의 봄’에 나오는 그런 고향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잘 만들어진 벽화마을과 미술관이 영천에 있더라’는 소문을 듣고 이 마을을 처음 찾아간 것은 2012년, 아직 겨울이던 2월 초였다. 이 마을에 대한 첫 번째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끝났던 때다. 당시 미술관보다는 마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술 작품들이 마을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어우러져 있었지만 조금은 낯설어 보이기도 했다. 그날 유독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마을 초입의 ‘우리동네박물관’이었다. 옛 마을회관이었던 작은 건물이 마을의 역사와 현재가 담긴 마을사 박물관으로 변신했다. 마을의 역사, 관혼상제, 집과 건축물, 사계절 풍경, 사람들과 강아지, 고양이들이 전시의 주인공이었다. 어린 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마을 사람들 사진이 걸린 메인 전시홀을 보고 있노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처음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생소해하던 마을 주민들이었지만 우리동네박물관이 완성되자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평범한 자신의 삶이 하나의 전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은 묘한 자긍심을 안겨줬다. 이제는 마을 주민 누구나 장날 나들이 가듯 화장을 하고 동네 마실에 나선다. 낯선 이들이 물어도 적극적으로 마을에 대해 얘기해 준다. 두 번째 방문은 같은 해 봄 4월이었다. 아이와 함께였다. 마침 미술관은 휴관이었다. 아이는 옛 운동장이었던 조각공원을 신나게 뛰어다녔다. 공원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었다. 시안미술관의 변숙희 관장은 미술관 개관 2년째인 2005년, 1000만원이나 들여 달았던 정문과 담장을 없앴다. 누구나 미술관에 들어왔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는 공연도 자주 열었다. 주말 나들이 명소로 먼저 입소문이 났다. 조각공원에 돗자리 펴고 앉은 이들의 30% 정도만 유료 미술관에 입장할 뿐이었지만 관람객 수는 계속 늘어났다. 이는 미술관이 도전적인 기획전시를 갖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세 번째 방문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기사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을 때였다. 서울은 지하철마저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로 침체된 주말이었는데 시안미술관 조각공원에서는 많은 가족 단위 여행자들이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막 더위가 시작되는 6월, 옛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 자리를 지켜 왔던 울창한 양버즘나무들이 깊은 그늘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유유자적하게 오후를 보내기에 그만이었다. 비옥한 토지 덕에 복숭아 농사 등이 잘돼 한때는 지금의 시안미술관인 화동초등학교 학생 수가 400명에 이를 정도로 번화하기도 했다. 이후 산업화의 바람을 타고 여느 농촌처럼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학교는 1999년 폐교됐다. 늘어나는 빈집만큼이나 마을 사람들의 마음에도 구멍이 뚫렸다. 2011년 공공미술 프로젝트 ‘신몽유도원도’가 진행됐다. 이 일대에 48점의 미술 작품이 생겼다. 우리동네박물관도 그때 생긴 것이다. 세 마을을 합친 동네 이름도 ‘별별미술마을’이라고 붙여졌다. 농촌의 순수성을 살리며 예술의 옷을 새로 입었다. 관도 협력했다. 문화해설사 서담규씨는 “작품을 만든 작가들은 ‘소통’과 ‘교감’을 중요시하며 마을의 과거와 현재, 미래, 사람과 자연에 대해 작품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는 민, 관, 전문가가 서로 조화를 이룬 대표 사례로 꼽힌다. 마을을 찾는 관람객도 점차 늘었다. 변 관장은 손사래를 치지만 사립미술관들 사이에서는 시안미술관이 유일하게 흑자를 내는 미술관으로 소문이 났다. 올해 이곳을 다시 찾았다. 마을은 그새 변해 있었다. 미술관 옆에 깔끔한 매점이 들어섰고 새로 지은 회관 건물엔 세미나, 민박 시설도 보태졌다. 마을 길 안쪽까지 아스팔트로 포장이 됐다. 미술작품들은 비교적 관리가 잘되고 있었으나 없어진 것도 생겼다. 무엇보다 우리동네박물관이 방치되는 듯해 아쉬웠다.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마을이 뜨기를 고대했건만 막상 뜨고 나니 이제 마을 정착이 쉽지 않아졌다고 주민들은 걱정한다. 지난달 20일 시안미술관에서는 마을 주민 대표들과 작가, 시 관계자들이 모여 올해 공동의 프로젝트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그동안의 아쉬움들을 보완할 새로운 프로젝트가 오는 7월 2일 시작된다. 주민들과 작가, 방문객들이 교감하며 좋은 작품을 남기고 서로 자긍심을 갖게 하는 것이 주목표다. 모두가 만족하는 마을 만들기라는 균형 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래도 지속 가능한 별별미술마을이 부디 성공적인 사례로 계속 남아 주기를 바란다. 글 사진 여행작가 enkaykim@naver.com ■여행수첩(지역번호 054) →가는 길:영천시외버스터미널에서 화산, 가상리행 버스를 이용한다. 하루 7회(편도) 가상리행 버스가 있다. 택시는 약 1만원이면 마을 입구 미술관까지 데려다준다. 시안미술관(338-9391)은 오전 10시 30분~오후 6시 문을 연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함께 가 볼 만한 곳:해발 1124m의 보현산은 대한민국에서 연중 가장 별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정상에 천문대가 있다. 산 아래 마을 입구에 세워진 과학관은 일반인이 언제라도 방문해 고성능 카메라로 별이나 태양 등을 볼 수 있도록 한다. 임고서원은 포은 정몽주를 기리기 위해 설립된 서원이다.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면 더욱 멋지다. 포도가 유명한 영천은 7월 중순부터 영천와인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접 포도를 따 와인을 만들어 보고 유명 와인농장도 방문한다. 까브스토리(335-7070)를 비롯해 17개의 와이너리가 있다. 프랑스나 호주의 와이너리와 비슷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맛집:별별미술마을 내 식당은 마을 주민회에서 운영하는 매점이 유일하다. 잔치국수 등을 판다. 영천시외버스터미널의 편대장영화식당(334-2655)은 전국 최고의 육회 맛집 중 하나로 꼽힌다. 우둔살을 일일이 손으로 손질해 살코기만으로 육회를 만든다. 파와 깨, 참기름만 넣어 만든 육회에 상추무침을 넣어 비비는 비빔밥(1만 7000원)이 일품이다. 소고기된장찌개(9000원)도 맛있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6] 우유는 정말 몸에 좋은 식품일까 (상)

    흔히 우유는 ‘완전식품’으로 불린다. 그만큼 성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예전에 이런 신문 광고 카피도 있었다. ‘아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것은 미래를 위해 가장 값진 투자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런 우유의 폐해를 지적하는 가설과 지론들이 늘어나고 있다. 우유는 생각처럼 정말 몸에 좋을까, 혹시 다른 부작용은 없을까,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적극적인 대답인 셈이다. ‘완전식품’이라는 과장된 용어(엄밀하게 말해 지상에 완전식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용어는 미국 낙농협회가 소비 촉진을 위해 지어낸 광고 카피였는데, 여기에 미국 농무부가 가세하면서 한 순간에 정설로 포장됐다.)에서 보듯이 우리는 지금 우유에 대한 상반된 견해의 중간에서 다소 어정쩡하게 우유를 대하고 있다. ‘어쩌면 완전식품이 아니라 독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을 가진 부류가 있는가 하면 ‘우유만한 게 어딨어?’라거나 ‘그래도 안 먹는 것보다 낫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엄존한다. 이런 논란은 의료계에서도 진행형이다. 한 쪽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우유를 섭취할 경우 유방암 등 특정 암에 노출될 수 있다”고 하는가 하면 “우리가 아는 우유의 효능은 과장됐다.”는 지견이 있는 반면 “그래도 마셔서 얻는 건강상의 이점이 마시지 않아서 잃을 수 있는 문제를 상쇄하므로 마시는 게 이득이다”고 주장한다. ●우유에 대한 기억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세계 질서는 이전의 서유럽 중심에서 미국과 소련(러시아)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른바 냉전시대의 시작이다. 이런 냉전 실서는 세계의 각국을 ‘내 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으로 이해했고, 미국과 소련은 적극적으로 내 편 만들기에 나섰다. 이 와중에 미국이 우리에게 베푼 시혜 중에 ‘탈지분유 무상지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기 편 우방국을 위해 자국에서 다 소비하지 못하는 가공 우유를 나눠주는 일종의 빈곤퇴치 프로그램이었다. 탈지분유란 우유의 지방 성분을 상당량 제거한 뒤 가루 형태로 가공한 우유를 말한다. 초등학교 시절, 종례시간에 담임선생님이 과제를 내주셨다. “내일부터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등교할 때 개인 컵과 소금을 가지고 와야 한다.”는 엄명이었다. 그 날부터 내 책보자기에는 낡은 양철 필통과 함께 소금 봉지를 넣은 양철컵이 같이 싸였다. 점심시간이 되자 전교생이 반별로 줄을 지어 소사(小使) 아저씨가 운동장 한 켠에 큰 가마솥을 걸고 끓여낸 우유를 한 컵씩 받아들고는 삼삼오오 흩어져 후후 거리며 마셨다. 닝닝해 시쳇말로 ‘엣지’가 없는 맛이니 가져온 소금으로 간을 맞춰서 마셨다. 선생님들도 함께 마셨다. 첫 날 오후, 몸에 좋다는 우유를 받아마셨는데, 교실에서는 난리가 났다. 낯빛이 노랗게 떠서 배가 아프다며 뒹구는 놈, 참다 못해 화장실로 달려가 물찌똥을 쏟아내는 놈, “뱃속에서 ‘구라파전쟁’이 벌어진 것 같다”며 연신 방귀를 뀌어대고 트림을 해대는 놈 등등 한 마디로 희한한 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한 시간 45분 수업에 담임 선생님도 너 댓 번을 들락거렸는데, 모르긴 해도 변소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도 학교에서는 끓인 분유를 학생들에게 나눠줬으나 대부분이 마시는 척 하고는 돌아서서 땅바닥에 쏟아버렸다. 선생님이 “우유 안마시고 버리는 놈은 다 가려내 청소 시킨다”고 엄포를 놨지만, 아이들은 배앓이에 설사 벼락을 맞는 것보다 청소가 낫다고 여겨 굳이 그걸 마시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아이들이 어림잡아 열에 여덞, 아홉이었다. 아이들의 그런 모습을 본 어른들은 우유에 쇠기름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유병’의 원인은 ‘락타제 결핍’ 우유에는 쇠기름이 많아서 설사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정설로 통했다. 우유에서 기름을 뺀 탈지분유도 그래서 만들어졌다. 이런 생각은 1965년 미국의 존스 홉킨스병원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는 그랬다. 사실, 존스 홉킨스병원에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미국의 원조 담당자들의 불평이 적지 않았다. 우방국을 굶주림과 집단 영양실조 상태에서 구제하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배정해 우유를 원조하는데, 설사니 배앓이니 하며 불평한다고 못마땅해 한 것이다. 미국 관리들은 ‘우유가 기아나 영양실조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어도 ‘인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우유를 소화 흡수하지 못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마당에 ‘우유를 마시면 나타나는 설사나 복통 등 특이한 장애는 우유에 포함된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다.’는 존스 홉킨스의 연구 결과는 많은 것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락토우즈’라고 불리는 이 다당류는 거의 모든 포유동물의 젖 속에 들어있는데, 분자 구조가 너무 복합적이어서 소장에서 흡수rk 안 된다. 소장에서 정상적으로 혈관에 흡수되어 대사 과정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체내에서 분비하는 소화효소에 반응해 단당류인 ‘글루코즈’와 ‘갈락토즈’로 분해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에 작용하는 젖당 분해효소인 ‘락타제’가 부족하거나 분비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백인은 전체의 20% 가량이 락타제 결핍이고, 흑인은 무려 75%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경우 우유를 소화시키는 락타제 효소가 충분하게 분비되는 사람은 전체의 10%에 불과하며, 충분하지는 않지만 우유 한, 두 잔 정도 감당할 수 있는 락타제를 가진 사람은 20%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보다 먼저 미제 분유가 공급된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에서도 예외 없이 말썽이 생겨 ‘우유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 이보다 앞서 미국 정부가 제공한 우유와 분유를 섭취한 인디언보호구역의 인디언들도 설사와 복통에 시달렸으나 정부 관리들은 “우유는 문제가 없다. 아마도 그들이 우유를 섞어 마신 물이 문제였을 것이다.”며 딴전을 부렸으나, 그 관리들이 악의를 가졌다고 볼 수도 없다. 원인을 모르기는 그들이나 우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가공된 신화 ‘완전식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류학자인 미국 컬럼비아대 마빈 헤리스 교수는 그의 저서 ‘음식문화의 수수께끼’(한길사)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미국의 낙농업자와 농무부, 미국의사협회가 ‘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낸 과정을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하루에 1쿼트(약 1.14ℓ)의 우유를 마셔라. 모든 학교의 점심 급식에 우유를 넣어라. 식사 전에, 식사를 하면서, 식간에, 그리고 밤참으로 우유를 마셔라. 우유를 살 때는 마개가 달린 플라스틱 용기에 든 것을 갤런 단위로 사라.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유를 마셔라. 위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종기를 치료하기 위해, 설사를 그치게 하기 위해,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그리고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 우유를 먹어라. 우유는 절대로 해롭지 않다.’ 이 같은 우유에로의 유인 정책이 범사회적으로 이뤄졌고, 당연히 다른 나라에도 전파됐다. 다른 나라 전파는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흉내내기를 해대는 후진국의 정책 관계자와 미국 유학생들이 주도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는 숙면을 위해 자기 전에 적당량의 따뜻한 우유를 마시라고 권하고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아무리 우유의 효능과 순기능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하더라도 근거를 밝히지도 않고 정부부처나 의사단체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하기도 하다. 미국 사례의 데자뷰 같은 의아함이라고 해두자. 이렇게 해서 우유는 ‘영양상의 이점이 많은 식품’에서 졸지에 ‘완전식품’으로 둔갑했다. 프랑스의 대중적인 저널리스트인 티에라 수카르는 그의 저서 ‘우유의 역습’에서 이런 맹목을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과학적인 증거와 신뢰할 수 있는 연구들을 통해 보건 당국에서 권장하는 대로 유제품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만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의 지론에 따르면, 우리 식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우유가 골다공증을 예방하기는커녕 되레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암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을 유발한다. 물론, 이런 논의는 다양한 시각의 한 가지이고, 많은 주의·주장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점검은 해봐야 한다. 식탁과 먹거리에 대한 우유의 지배력이 말 한, 두 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다음 주에 ‘우유는 정말 좋은 식품일까-2’가 이어집니다.] jeshim@seoul.co.kr
  • 박찬욱 사진집으로 보는 ‘아가씨’

    박찬욱 사진집으로 보는 ‘아가씨’

    영화감독이 아닌 사진작가 박찬욱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까. 요즘 한창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영화 ‘아가씨’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3년의 시공간을 담은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그책)가 나왔다. 작품을 기획하던 2013년 4월 경기 파주에서부터, 전남 고흥, 강원 평창, 일본 구와나와 아오모리의 촬영 현장을 거쳐 영화음악을 녹음하던 2016년 3월 독일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박 감독이 영화 ‘아가씨’ 가까이에서 숨쉬던 인물과 풍경을 피사체로 직접 찍고 엄선한 사진 110여장을 담았다. 설명이 필요한 일부 사진에는 박 감독의 해설이 후주 형식으로 곁들여졌다. 대학 시절부터 사진 카메라를 취미 이상으로 가까이해 온 그는 ‘친절한 금자씨’ 때도 영화를 소설로 재구성하고, 영화제작 전 과정에 걸쳐 찍은 사진이 수록된 책을 출간한 바 있다. 2014년에는 사진작가 김중만과 함께 자선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한편 영화 ‘아가씨’는 지난 1일 개봉한 뒤 9일 만에 관객 250만명을 돌파했다. 앞서 칸영화제 마켓에서 역대 최다인 176개국 판매 기록을 세운 ‘아가씨’는 오는 24일 대만을 시작으로 홍콩, 싱가포르, 태국, 체코, 슬로바키아, 러시아, 폴란드, 프랑스, 그리스에서 개봉 일정을 확정한 상태다. 북미에서도 10월 중 개봉 예정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700여종 생물의 보고… 도심 아이들의 놀이터

    [서울 핫 플레이스] 700여종 생물의 보고… 도심 아이들의 놀이터

    방이습지는 서울에 숨어 있는 비밀의 정원과도 같다. 1970년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습지지만 2002년부터 생태경관보존지역으로 지정돼 잘 관리되는 생태공원이다. 1970년대 벽돌공장이 토사를 채취하면서 만들어진 물웅덩이는 새가 찾고, 700여종의 다양한 생물이 사는 자연의 보고가 됐다. 습지는 도시 아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자연 놀이터다. 아이들은 방이습지에서 모내기부터 탈곡까지 직접 경험한다. 겨울에는 얼어붙은 논에서 썰매를 즐긴다. 봄에는 개구리와 올챙이를 관찰하고, 계절별로 방이습지를 찾는 각종 새를 만날 수 있다. 5만 8000여㎡ 넓이의 습지에는 400m 길이의 나무 데크가 설치돼 신발 젖을 걱정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다. 황조롱이, 오색딱다구리, 청둥오리, 물총새 등 조류관찰대를 찾는 새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거대한 통나무집으로 만든 생태학습관도 습지와 어울려 멋진 경관을 만든다. 송파구 주민들은 “습지 너머로 보이는 고층 아파트 풍경이 낯설 정도로 방이습지에서는 자연이 주는 휴식을 맛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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