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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왕시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오는 16일 전면 개장

    의왕시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오는 16일 전면 개장

    경기 의왕시는 오는 16일 백운호수를 순환하는 생태탐방로를 개방한다고 13일 밝혔다. 시는 지난해 7월부터 총 사업비 120억 원을 들여 백운호수에 길이 3km, 폭 3m의 생태탐방로를 조성했다. 백운산, 바라산과 접한 백운호수는 호수에 비치는 산 그림자와 새벽의 물안개 풍경이 아름다운 지역의 관광명소다. 평소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다. 그동안 산책로가 없어 도로변에서 제한적으로 호수를 조망했었지만, 이번 생태탐방로 개장으로 호수를 더욱 가까이에서 산책하며 빼어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백운호수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아치형 보도교량과 산책로의 야간 경관 조명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호수 야경을 연출해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백운호수 생태탐방로 조성으로 서울의 한강~안양천~학의천~백운호수~바라산휴양림~백운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38km 녹지축이 완전하게 연결됐다. 이에 따라 의왕시민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 주민들의 산책길이 더욱 다채로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상돈 시장은 “아름답게 꾸며진 백운호수 생태탐방로는 호수를 찾는 시민들을 위한 멋진 힐링공간이 될 것”이라며 “생태탐방로가 앞으로 도시의 가치를 한층 높이는 관광명소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밭일에 한국말 왜 배워” 욕하고 “빈손으로 온 주제에” 손찌검…나는 ‘코리안 시월드’ 노예였다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흔히 보이던 이런 문구의 현수막은 이제 자취를 감췄지만 베트남 처녀들의 상처는 아직 치유되지 않았다. 1990년대 중국 동포 여성부터 2000년대 베트남,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까지 한국인은 20여년간 다양한 국가의 여성과 결혼했다. 그러나 충분한 준비 없이 한 결혼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차별 등 여러 문제를 낳기도 했다. 결혼 이주여성들은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됐지만 이들에 대한 숨겨진 폭력은 여전하다.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한국에 왔으나 결국 결혼 생활을 접은 세 여성의 한국살이를 통해 이주여성에 대한 우리 안의 이중 잣대를 돌아본다. 각 사례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의 상담 사례를 1인칭 시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네 것은 이불 한 장도 없어” 한국 생활 3년째 되던 해 나는 집에서 쫓겨났다. “너 같은 사람은 필요 없다” 시어머니의 마지막 말이었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나를 때리기 시작하자 오히려 내가 못 들어가도록 대문을 걸어 잠갔다. 잘못한 건 남편인데 나에게 겁을 주려고 그랬던 것일까.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여성들이 증가하던 2007년 무렵, 먼저 한국으로 간 사촌언니들을 보며 나도 막연히 한국행을 꿈꿨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던 친정 엄마는 “네 인생은 네가 선택하는 것”이라며 내 결정에 찬성하셨다. 고향을 떠나며 나는 더 넓은 세상에서 행복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그 확신은 무너졌다. 나는 늘 빈손이었다. 포도 농사를 짓던 남편을 도와 종일 밭일을 해도 내 몫은 없었다. 일당을 받는 남보다 못했다. 시어머니는 “넌 빈손으로 왔잖아”라며 용돈 한 푼 주지 않았다. 그러니 병원을 가거나 아이 물티슈 하나를 사더라도 일일이 허락을 받아야 했다. 너무 답답해 통장을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남편은 “외국인은 못 만든다”고 했다. 1년이 지나서야 그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시댁은 한국어 공부도 반대했다. 아이가 크면 ‘한국어 못하는 엄마’에 대해 실망할 것 같아 수업을 듣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남편과 시어머니는 “밭일에 무슨 한국어가 필요하냐”, “돈 주고 데려온 네가 무슨 공부냐”고 몰아세웠다. 어학당은 끝내 가지 못했다. 남편에게 나는 아내가 아니라 일꾼이다. 남편은 일이 잘 안 풀리면 나에게 욕설을 했다. 그 욕설은 어느 순간부터 손찌검으로 변했다. 그렇게 참으며 6년을 버틴 결혼, 아니 감옥 생활은 양육권마저 빼앗긴 채 허무하게 끝났다. ●상처만 안고 한국을 떠나다 5년 전에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티켓 없이 베트남행 비행기에 오를 줄 상상도 못했다. 베트남어 기내 방송이 어색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복잡한 한국의 도심 풍경이 펼쳐질 것 같다. 내 고향은 베트남 북부에 위치한 소수민족 마을이다. 옆 마을과 언어도 풍습도 다른 작은 집성촌이다. 사랑하는 고향이지만 내게 큰 상처를 준 곳이기도 하다. 남성이 원하는 여성을 강제로 끌고 가 아내로 삼는 악습 때문이다. 열세 살 되던 2003년 나도 이 악습의 피해자가 됐다. 납치, 강제 혼인, 출산까지 하자 친정 식구들도 나를 받아 주지 않았다. 결국 쫓겨나다시피 고향을 떠났다. 나를 모르는 곳에서 새 미래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국제결혼을 알게 됐다. 2012년 어느 더운 여름날 한국에 왔다. 중개업자를 통해 만난 남편은 약속과 달리 시부모님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 적응에 정신없던 결혼 5개월째, 기억조차 고통스러운 악몽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기회를 노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집에 단둘이 남은 어느 겨울날. 그는 안방으로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 그러더니 커피를 내려놓는 내 손을 잡아채고 옷 속에 손을 넣었다. 도망가라는 경고처럼 머릿속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도망친다 한들 한국말도 못하는 나를 누가 믿어 줄까. 그는 과도를 들고 나를 협박했다. 그 일이 있고 열흘 후, 그는 거짓말로 나를 유인해 모텔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화장실에서 베트남 친구에게 가까스로 전화를 했다. 경찰이 왔고 재판이 시작됐다. 시아버지는 계속 합의된 관계라고 우겼다. 그런데 법정 싸움이 끝나기 전 나에게 또 다른 송사가 닥쳤다. 남편이 혼인 무효 소송을 낸 것이다. 내가 베트남에서 출산한 걸 속였다는 이유였다. 납치로 인한 출산도 혼인 무효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법정에서 5년을 다퉜지만 난 결국 소송에서 졌다. ‘사기로 인해 혼인 의사를 표시한 것’에 해당된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내가 겪은 인권침해는 고려되지 않았다. 5개월의 결혼 생활, 5년의 법정 싸움이 끝나고 상처만 안은 채 나는 돌아간다. 한국도 고향도 아닌 어딘가에서 새 살이 돋을 거라고 믿으며. ●우리 ‘동포’ 맞나요 동포(同胞). 같은 배에서 태어났다는 뜻이다. 한국 사람들은 중국 동포인 나를 형제, 자매로 생각할까. ‘절반의 한국인’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인인 듯 한국인 아닌 존재랄까. 가끔은 나 자신도 원래 한국 국적인 사람과 나를 구분한다. 한족 교육을 받고 자란 나는 중국에서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우연히 중국에서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왔다. 4년의 독박 육아에 지쳐 갈 때쯤, 한국어 통역을 하며 활발히 사회생활을 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주변 이주여성들을 돌아보니 식당이나 공장에 다니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한국 화장품을 팔며 다들 열심히 살았다. 나도 내 경험을 살려 일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구직은 어려웠다. 사람들은 나를 이중 언어 구사자로 보기보다 ‘외국 며느리’로만 봤다. 그러다 2006년 나에게도 기회가 찾아왔다. 사회적으로 ‘다문화 붐’이 일면서 한국어 수업 등 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이 생겼다. “이거다” 싶었다. 남편에게 부탁해 다문화 강사 교육을 받고 2년간 열심히 이주여성들을 도왔다. 그렇게 실력도 인정받고 보람도 느낄 무렵, 남편의 폭력이 시작됐다. 내가 일을 나간 뒤 남편은 일을 그만뒀는데, 실업 기간이 길어지며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나를 때리기 시작했다. 생활비와 남편의 대출금까지 감당하기를 몇 달, 결국 6살 딸아이를 안고 집을 나와 쉼터로 향했다. 그때부터 나는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하기 시작했다. 아이와 살 보금자리를 얻기 위해 틈틈이 동대문을 기웃거리며 일거리를 찾아 ‘투잡’을 뛰었다. 그렇게 낮에는 강사로, 밤에는 장사를 하며 버티고 있다. 내 손으로 벌어 아이와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그것이 고된 삶을 버티는 유일한 힘이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월드피플+] 32년간 사지마비로 누워있다 유명 화가 된 여성

    [월드피플+] 32년간 사지마비로 누워있다 유명 화가 된 여성

    사지가 마비된 한 여성이 수백 편의 놀라운 그림 작품들을 쏟아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고 있다. 중국 산시성 타이위안 출신의 장쥔리(40)는 여섯 살 때, 엄지 손가락과 손목이 자주 부어오르거나 아파 병원을 방문했다. 의사들은 그녀에게 류마티스성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 진단을 내렸고, 적절히 치료되지 않을 경우 마비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86년 겨울, 악몽이 찾아왔다. 증상이 갑자기 악화돼 신체 관절 기능의 90%를 잃게 된 것이다. 그녀는 “엉덩이, 어깨, 목을 약간 움직일 수 있는 거 외에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러나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지켜보는 일이 더 가슴 아팠다”고 말했다. 몸져 누워 학교로 되돌아 갈 수 없었던 장씨는 심심풀이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경직되고 굳은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엄지와 집게 손가락 사이로 붓을 잡을 수 있었다. 어깨를 비스듬히 움직이며 캔버스에 쏟는 압력을 조정했고, 서서히 그림 그리는 자세에 익숙해져갔다. 특히 3년 전 전문 화가에게 배운 유화에 푹 빠지면서 그녀의 헌신과 열정이 작품에 그대로 실현됐다. 장씨는 “그림은 나를 바꿔놓았다. 처음 붓을 잡았을 때, 삶의 소명을 찾은 것 같았다”며 “재능보다는 끈기로 달려들었다. 작품을 완성하는데 일주일에서 12일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300점이 넘는 유화 작품을 그려낸 장씨는 현재 중국 전역에 ‘진정한 예술가’로 알려져 있다. 작품 역시 예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수요가 높아 그녀가 운영하는 온라인 상점 ‘릴리의 이젤’(Lily‘s Easel)에서 모두 품절된 상태다. 책 4권의 저자이기도 한 장씨는 “자리에 누워 집 밖에 나갈 수 없더라도 친구의 여행 사진, 책, 음악, 온라인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그림 물감과 캔버스로 세계를 탐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세상은 너무 아름답다. 내 건강이 나쁠지라도 삶의 기회를 포기하고 싶지 않다”면서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스스로 포기하지 말고 인생의 의미와 정체성을 찾길, 현재를 충실히 살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사진=셔터스톡, 릴리의 이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폭염 쉼터 된 도서관, 농촌지역도 북캉스족 급증

    폭염 쉼터 된 도서관, 농촌지역도 북캉스족 급증

    폭염이 계속되면서 농촌지역도 도서관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북캉스족’들이 크게 늘고 있다. 평소 도서관을 찾지 않던 어른들의 이용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게 도서관들의 공통된 얘기다. 11일 충북 증평군에 따르면 지난달 증평군립도서관 이용객이 3만654명을 기록했다. 6월 이용객은 2만1859명이다. 무려 9000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사람이 몰리자 예전에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도서관에서 연출되고 있다. 군립도서관 관계자는 “어린이자료실을 둘러보면 아이는 책을 읽고 아빠는 코를 골며 자는 등 재미있는 모습들이 자주 목격된다”며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와서 조용히 뜨개질을 하는 엄마들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군립도서관 다목적 홀에서 진행된 마술극 공연에는 260여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자리가 부족해 150여명이 통로와 무대 앞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관람했다. 이날 하루에만 2000여명이 도서관을 찾았다. 진천군 덕산면에 위치한 생거진천혁신도시 도서관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도서관은 하루 평균 400명이 찾아오다가 여름철 폭염이 시작되면서 최근에는 하루에 1000명 이상이 다녀가고 있다. 7월 한달 이용객은 1만4300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개관 이래 가장 많은 이용객이다. 이 도서관은 오전 9시 개관이지만 오전 8시부터 이용객들이 찾아와 줄을 서서 입장하는 진풍경까지 펼쳐지고 있다. 혁신도시도서관 관계자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노인분들이 손주들과 함께 오는 등 가족단위 이용객이 부쩍 늘었다”며 “우리 도서관은 친환경에너지를 쓰다보니 전기료부담이 적어 냉방을 더 시원하게 하고 있는데, 소문이 나면서 주민들이 많이 찾는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이어 “사람이 많다보니 도서관에 생동감이 넘쳐 좋다”고 말했다. 단양 다누리도서관은 7월 이용객이 전달보다 3000명 정도 늘어난 1만8605명을 기록했다. 음성 대소도서관은 6월 이용객이 2929명을 기록하더니 7월들어 3714명으로 증가했다. 청주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강원 태백, 매봉산에 느린시골여행길 조성 된다.

    산악관광의 도시 강원도 태백시가 평균 해발 1000m가 넘는 매봉산 일대에 ‘느린 시골여행길’ 사업을 추진 한다. 태백시는 10일 고산 평탄지로 전국 최대 고랭지 배추밭단지가 있는 매봉산 일대에 느린 시골여행길(슬로우 트레일) 조성사업을 본격화 한다고 밝혔다. 매봉산 자락은 해발 1000~1300m 고산지대로 바람의 언덕이라 하여 한여름에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이어서 피서를 겸한 여름 여행지로 각광 받는 곳이다. 국내 처음 백두대간에 설치된 매봉산 풍력발전단지와 40여만평의 고랭지 배추밭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시는 우선 1억 900만원을 들여 매봉산 슬로우 트레일 조성사업에 대한 기본 및 실시설계용역에 착수 한다. 사업은 빠르면 올 10월 말부터 본 공사에 들어가 내년 10월쯤 완료 될 예정이다. 국비 13억 7900만원 포함해 모두 19억 6100만원을 들여, 매봉산을 사계절 자연친화형 생태관광지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자작나무 숲길 생태탐방로와 탐방안내소, 레저스포츠, 트레킹코스 등이 개설 된다. 다목적 주차장과 쉼터 조성을 비롯해 진입로 확장, 안내판 개선 등 기반시설 정비사업도 함께 병행 추진 된다. 슬로우 트레일은 지난해 8월 국토교통부 지역수요 맞춤지원사업에 최종 선정 되면서 가시화 됐다. 김공주 시 기획감사실 공보계장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매봉산 풍력발전단지 일대에 슬로우트레일이 조성되면 산악관광 활성화를 통한 경제 및 관광활성화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 된다”며 “현재 매봉산을 중심으로 국제산악 관광도시 육성사업이 진행 되고 있어 연계 시너지효과도 기대 된다”고 말했다. 태백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어부·갈매기·피서객… 여름 바다가 만든 풍경 속으로

    [이주의 어린이 책] 어부·갈매기·피서객… 여름 바다가 만든 풍경 속으로

    여름 안에서/솔 운두라가 지음/김서정 옮김/그림책공작소/36쪽/1만 8000원짙푸른 바다 위를 노니는 갈매기 무리, 바다 한가운데서 물고기가 나타나길 기다리는 어부들, 갓 잡힌 물고기를 사려고 모여든 사람들, 햇살에 데워진 모래 위에서 한가로운 오후를 보내는 피서객들.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뜨거운 요즘, 드넓은 바다와 해변에서 만날 수 있는 흔한 풍경이다. 칠레 출신의 작가 솔 운두라가가 쓰고 그린 책 ‘여름 안에서’는 바로 그 풍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새벽 다섯시 해가 떠오르면 바다는 어부들의 차지다. 모래에 첫발자국을 남긴 어부들이 배에 한가득 물고기를 싣고 돌아오면 항구는 이내 손님들과 갈매기로 북적인다. 장이 파하면 눈부신 햇빛과 시원한 물을 기대하고 있는 피서객들이 해변을 가득 메운다. 따끈한 모래 위에서 과일과 바비큐, 샌드위치를 먹으며 때때로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 해가 기울면 북적였던 바다는 등대가 비추는 빛으로 가득해진다. 바닷가의 활기찬 모습과 저마다의 모습으로 휴가를 만끽하는 사람들을 간결한 색감으로 그려냈다. 그물을 손질하는 어부들, 서핑에 열중하는 여인, 배에서 입맞춤하는 연인, 등대 앞에서 노상방뇨하는 남자까지 작가의 관찰력과 섬세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여름이 선사하는 뜨거운 에너지와 바다의 시원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책이다. 독일과 칠레를 오가며 작업을 하는 작가가 가족들과 뜨거운 모래 위에서 함께 엎드려 여유를 즐겼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만들었다고 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그림책 상인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부문에서 올해 대상을 수상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관수세심… 짙푸른 강물 바라보며 마음을 씻다

    관수세심… 짙푸른 강물 바라보며 마음을 씻다

    북한강·남한강 물줄기 머리 맞대는 두물머리 북한강과 남한강, 두 물줄기가 머리를 맞댄다고 두물머리다. 참 정다운 이름이다. 북한강은 금강산에서, 남한강은 강원 태백의 금대봉 기슭 검룡소에서 출발한다. 시작점도 흘러온 길도 다른 두 물은 이곳에서 처음 만난다. 두물머리는 예부터 넉넉한 쉼터였다. 조선 시대 이건필과 겸재 정선은 이 수려한 경치를 그림으로 남겼다. 강원도나 충청도에서 출발한 배들은 서울로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쉬어 갔다. 뱃사람들은 근처 주막집에서 목을 축이고 말에 죽을 먹이며 한숨을 돌렸으리라. 두물머리에서 제일가는 풍경은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오를 때라지만, 화창한 날에도 나름의 싱그러움이 있다. 짙푸른 강물과 연밭의 초록 잎, 영락없는 여름의 색이다. 바짝 물오른 초록빛에 마음마저 청량해진다. 오늘의 두물머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400살 된 느티나무와 황포돛배, 액자 포토존이다.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액자 틀에 담긴 풍경을 잠시라도 바라보면 어떨까. 그 안에는 두물의 머리가 고스란히 들어앉아 있다. 내친김에 두물머리 풍광을 좀더 감상하고 싶다면 두물머리 물래길을 걷는다. 두물머리 물래길은 두물머리 일대를 한 바퀴 도는 10㎞ 걷기 길이다. 양수역에서 출발해 세미원, 두물머리, 두물경, 양수리환경생태공원, 남한강자전거길 등을 두루 들른다. 가볼 곳이 많으니 전부 걸으면 네댓 시간이 우습다. 두물머리 쪽에서 출발한다면 느티나무쉼터부터 갈대쉼터까지 다녀와도 좋다. 오솔길을 따라 한강 생태를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왕복 1시간이면 충분해 부담이 적다.두물머리 풍광을 감상하며 걷는 물래길 사람들로 북적이는 느티나무쉼터에서 조금만 걸어 나와도 사위가 조용하다. 흙길을 걷는 발소리와 순한 매미 소리가 점점 또렷하다. 좁다란 길에 쑥부쟁이, 둥굴레, 부들 등 한강 자생 식물이 오종종 자란다. 갈대쉼터의 나무 데크길 양편에는 초록 갈대가 무성하다. 갈대는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있어 한강 수질 개선에 도움을 주는 고마운 식물이다. 양수리환경생태공원까지 한편에 강물을 끼고 걸은 뒤, 공원에서 나무 데크를 올라가면 남한강자전거길이 나온다. 자전거 도로와 보행자 도로가 구분되어 있어 걷는 이도 안심할 수 있다. 자전거길은 560m 길이의 북한강철교를 지난다. 여기서 3시간을 달리면 서울 여의도에, 6시간이면 경인 아라뱃길에 닿는단다. 벌겋게 녹이 슨 북한강철교 위로 자전거의 레이싱이 이어진다. 강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는 이들의 발놀림이 경쾌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31) → 가는 길 : 서울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북부간선도로를 지나고 덕소강변대교로 진입해 경강로를 따라간다. 팔당터널과 봉안터널을 지난 뒤 양수교차로에서 ‘청평, 양수리’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양수로를 따라가다 체육공원삼거리에서 ‘세미원, 양서문화체육공원’ 방면으로 좌회전하면 세미원이다. → 맛집 : 양평에서는 연을 재료로 한 요리를 쉽게 맛볼 수 있다. 세미원 정문 입구 맞은편에 있는 연칼국수(772-6724)는 연바지락칼국수를 판다. 면은 연잎가루로 반죽해 매장에서 직접 뽑아낸다. 더위에 지친 입맛을 달래고 싶다면 죽여주는동치미국수(576-4070)가 어떨까. 살얼음 동동 뜬 새콤달콤한 국물이 시원하다. 두머리부엌(070-4134-8955)에서는 유기농 농산물로 지은 제철 밥상을 차린다. 양수리 마을 사람들이 기른 친환경 농산물로 요리해 믿고 먹을 수 있다. → 잘 곳 : 이프모텔(773-2919)은 세미원에서 도보로 5분 거리라 접근성이 뛰어나다. 양수역 인근의 연꽃언덕펜션(010-7115-0452)은 숙소에서 바라보는 북한강 풍광이 볼만하다. 수영장, 워터슬라이드, 노래방 등의 부대시설도 충실히 갖췄다.
  • [서울광장] 국회 없다… ‘풀뿌리’에 보내는 편지/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서울광장] 국회 없다… ‘풀뿌리’에 보내는 편지/송한수 부국장·사회2부장

    이따금 ‘멍때릴’ 필요도 있다고 한다. 요즘처럼 땅바닥에 눈을 꽂고 다닐 땐 절로 그렇게 된다.엊그제 사연은 이랬다. 날씨 탓이거니와 부러 의식하지 않고도 ‘멍때리며’ 퇴근하는 길이었다. 구둣발을 내딛는 곳마다 참 느낌이 엇갈렸다. 청계천 초입 청계광장엔 눈을 즐겁게 하는 일들이 줄을 잇는다. 대기업과 싸워 비록 무너지지만 품질에서, 가격 경쟁력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사회적기업 제품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다음엔 다른 언론사 앞이다. 희끄무레한 어둠 속에 여럿이 목청껏 멸공(滅共)을 외친다. ‘인샬라’(In Salah)다. 결국 어떤 일이든 신(神)의 뜻이란다. 그러면서 자기네 속내를 슬쩍 덧칠하지 않았나. 하나님 뜻을 어겨 나라가 망하게 생겼단다. 어지럽다. 도통 모르겠다. 가뜩이나 한껏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몸뚱아리는 한결 뜨거워졌다. 한 종교를 깎아내릴 생각은 병아리 눈곱만큼도 없다. 반공(反共)이 국민과 국가를 살리는 길이라니. 멀리는 초·중학교 무렵에나 들었을까. 아무튼 몇몇이 지나가는 이들에게 전단지를 건넨다. 그런데 뿌리치는 인파엔 아랑곳하지 않는다. 클로징 멘트는 차라리 서럽다. 메아리가 통 없어서다.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걷다가도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 무얼 말하려는 것인지. 또 고개를 내젓는다. 이제 광화문광장 차례다. 세월호 단체들을 기웃하며 지난다. 그러곤 곧 드문 풍경을 만난다. 무궁화 분재 1200여개로 광장을 꽉 채웠으니 말이다. 나라꽃 무궁화 전국축제에 출품할 작품들이란다. 하양, 파랑, 빨강 등 색깔도 꽤 다양하다. 눈길이 가는 까닭은 정작 무궁화에 있진 않다. 바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무궁화 아래 한데 모였다는 점에서다. 상생, 협력을 떠올린다. 전라북도를 첫머리로 대구광역시, 서울특별시, 경기도, 인천광역시, 충청북도, 대전광역시, 강원도, 전라남도, 경상남도, 부산광역시, 충청남도, 광주광역시, 울산광역시…. 진짜 이렇게 손을 맞잡고, 머리를 맞대어 멋진 일들을 벌인다면 얼마나 좋겠나 싶다. 그 어느 누가 부인할 텐가. 가깝게는 1980년대와 한참 다른 시대다. 올해 지방자치 부활 14년째를 맞았다. 더러는 아예 폐지하자고 맞선다. “좁은 땅덩이에 무슨 지방자치냐”는 항변이다. 그러나 아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순 없다. 길을 나선 바에야 성공해야 한다. 알찬 열매를 맺어야 한다. 반드시 희망을 안겨야만 한다. 국민들의 명령이다. 우리 지자체를 응원한다. 먼저 전라도 정도(定道) 1000년을 응원한다. 고려 현종 9년(1018년)에 기원한다니 기념할 만하다. 전라남도, 전라북도, 광주광역시를 응원한다. 또한 달구벌과 빛고을 악수가 따습다면 참 반갑겠다. 둘을 아우르는 ‘달빛 동맹’을 응원한다. 아름다운 만남이다.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를 응원한다. 가야문화권 협력을 응원한다. 경상남도, 경상북도, 전라북도, 김해시, 함안군, 창녕군, 고성군, 합천군, 고령군, 남원시를 응원한다. 지자체 이름을 쭉 읊는 덴 다른 까닭도 숨었다. 스스로 대의기관, 입법부라고 떠들어 대는 국회를 겨냥해서다. 하다 하다 별별 꼴을 다 보이고 있다. 이른바 ‘특수활동비’와 얽혔다. 이젠 애들도 “무슨 대단한 특활이냐”고 비꼰다. 차마 입길에 올리기에도 아까울 판이다. 어느 국회의원 출신 단체장도 “허 참”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무궁화를 낮잡아도 곤란하지만, 무궁화를 가꾼다고 애국은 아니다. 나라를 위해 어떻게 일하는가로 따지는 게 옳다. 태극기를 흔든다고 꼭 애국이 아닌 것과 한가지다. 국회의원 배지를 빛내는 무궁화가 안쓰럽게 비친다면 깊이 되새겨야 한다. 국회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에서 언제쯤이나 벗어날지 모르겠다. 이제는 지자체들이 주권자를 대표, 대변할 때다. 2019년 전국체육대회(체전) 100돌 행사를 북한의 평양직할시와 함께 펼치려는 서울특별시를 응원한다. 1000만 시민을 보듬느라 비지땀을 쏟는 25개 기초지자체를 응원한다.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성동구, 광진구, 동대문구, 중랑구, 성북구, 강북구, 도봉구, 노원구,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강서구,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강동구에 박수를 보낸다. onekor@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아저씨들의 추억 속 그곳 - 세운상가 전자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아저씨들의 추억 속 그곳 - 세운상가 전자박물관

    “모든 금지된 것들을 열망하며, 나 이곳을 서성였다네” <유하, 세운상가 키드의 사랑1 中에서, 1995> 헛기침 서너 번은 다듬고 난 뒤에서야 말할 수 있는 동네였다. 70,80년대에 청소년기를 서울에서 보낸 중년 ‘아저씨’들의 세운상가 전자골목 2층은 은밀하게 달뜬 호기심의 거리였다. 흔히 세운상가 키드라 불리는 소년들의 사춘기를 가로지르는 뒷골목이자 빨간 책과 빽판의 추억이 담긴 곳, 미국판 마분지 소설과 3년 지난 ‘허슬러’와 ‘플레이보이’가 노포 구루마에 버젓이 나뒹굴던 품행제로 100미터 골목길, 세운상가 이야기다. 지금으로부터 30년도 훌쩍 넘은 시간이다. 당시 세운상가의 부품들과 기술자들을 다 모으면 우주선도 쏘아 올린다는 호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국내 1세대 정보기술(IT) 전자 산업 업계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할 때에는 ‘코맥스’, ‘TG삼보컴퓨터’가 이곳에서 터를 잡아 회사를 키웠고, ‘한글과컴퓨터’는 ‘아래아 한글’ 워드프로세서를 전국으로 유통시켜 토종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켜낸 곳 또한 세운상가다. 원래 세운상가는 1967년부터 1972년까지 건설된 곳으로 세운, 현대, 청계, 대림, 삼풍, 풍전(호텔), 신성, 진양상가가 총 길이 약 1km에 달하는 메가스트럭쳐이자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다. 당시 쌀가게와 연탄가게를 빼고는 서울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구입할 수 있는 고급아파트이자 70,80년대 가전제품과 80,90년대 컴퓨터, 전자부품 등으로 특화된 상가건물로 입지가 탄탄하였다. 60년대 청계천변 일대 고물상 거리에서 출발한 이 지역은 용산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각종 기계, 공구, 전자제품들을 판매하거나 제품을 뜯어서 부품을 팔고 그 부속품으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장들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이후 광도백화점과 아세아백화점을 중심으로 장사동, 청계천 일대에는 전자업종들이 집중 모여들었고 70년대에는 전자 완제품을 만드는 단계까지 성장한다. 자연히 이 일대에는 전자업종 기술자들의 작업실과 사무실이 들어서면서 주거용 아파트는 작업실과 사무실로 대체되어 버린다. 특히 강남의 개발로 주거 시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저층부 점포에도 전자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70년대에 이르러 세운상가는 곧 전자상가라는 인식이 굳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1987년 용산전자상가 시대가 개막되고, 이후 인터넷과 디지털, 모바일 기술 등의 발달로 유통구조가 크게 변화하면서 세운상가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이곳에는 각종 개발품 제작, 전문 수리업종, 소규모 제조업체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전기, 전자부품을 비롯하여 금속, 아크릴, 공구, 건축자재, 조명, 음향 등의 재료상들이 너끈히 버티고 있다. 이러한 세운상가의 잠재적 가능성을 바탕으로 2014년 서울시는 세운상가 존치 결정을 공식화하면서 ‘메이커시티 세운: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서 세운상가의 재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이곳에는 기술적 해법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제 해결을 중개하는 기술 코디네이팅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세운 마이스터제도, 청년 스타트업과 예술가 그룹이 입주하여 도심 창의 제조 산업의 혁신을 이끌고 세운상가 일대의 활성화를 촉진하고고자 노력중이다. 또한 세운상가의 과거와 현재를 담고있는 오래된 공간과 풍경들을 둘러보는 코스도 마련되어 있어 도심투어 장소로서 색다른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세운상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장소야? - 그냥 방문을 한다면 의미를 찾지 못한다. 반드시 투어를 신청해서 가도록 2. 누구와 함께? - 가족들, 친구들, 모임이 있다면 3. 위치는? - 1,3,5호선 종로3가역 12번 출구방향 도보5분 - 직진 후 CU편의점에서 우회전 - 2,5호선 을지로4가역 1번 출구방향 도보8분. 직진 후 세운대림상가 앞 모던라이팅에서 우회전 후 약 200미터 직진, 청계천 세운교 건너 맞은편 4. 꼭 봐야하는 곳은? - 세운전자상가박물관, 엘리베이트를 타고 옥상으로.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 알려져 있지 않고, 방문객도 적은 편이다. 6. 여행의 의미는? - 지금은 40대를 훌쩍 넘은 세운상가 키드들의 소년 시절을 만나는... 7. 주의할 점은? - 투어를 신청해서 오도록.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다. 홈페이지 참고. 8. 홈페이지 주소는? - sewoon.org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 종묘, 익선동, 종로 5가, 청계천 박물관 10. 총평 및 당부사항 -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대상으로 선정된 세운 상가는 1970년대 서울을 안고 있는 인문지리적인 의미가 큰 곳이다. 방문한다면 홈페이지에서 투어 신청을 꼭!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길섶에서] 통도사에서/박현갑 논설위원

    양산 통도사의 부속 암자인 자장암을 다녀왔다. 신라 선덕여왕 때인 646년 자장율사가 통도사 창건에 앞서 수도하던 곳이다. 돌로 된 일주문까지 백팔번뇌를 잊게 한다는 108계단이 있다. 속세의 번뇌를 잊으라는 배려일 게다. 하지만 무더위에 아무 생각 없이 두서너 계단씩 냅다 오른다. 관음전 앞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른 적송 너머 펼쳐지는 영축산 풍경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관음전 뒤 깎아지른 바위 속 작은 구멍도 여행객을 사로잡는다. 불심이 깊은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금개구리가 사는 곳이다. 자장율사가 엄지손가락으로 바위에 이 구멍을 뚫었다는 설화가 있다. 햇살을 등진 채 컴컴한 구멍 속을 들여다보려는 나그네 몸짓은 속세에서 극락을 희구하는 듯 경이롭다. 자장암 아래 계곡에 발 담그고 쉬던 외지인을 빤히 쳐다보던 두꺼비는 금와(金蛙)보살이 환생한 게 아닐까. 통도사 대웅전엔 불상이 없다. 부처님 머리뼈 등 사리를 모시고 있어서다. 대웅전을 나오며 불이문(不二門)을 되돌아본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산 자와 죽은 자가 다르지 않다는 뜻이리라. 통도사 방문 전 조부모 묘를 옮겼다. 조부모의 안녕을 빌며, 번뇌와 욕망을 녹일 마음속 불이문을 세워 본다.
  • 은평 야경 속 역사·문화 이야기 들어볼까

    서울 은평구가 야경 속 숨겨진 역사·문화 이야기를 들으며 시원한 숲을 걷는 ‘달빛따라 은평 걷기여행’을 운영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은평의 밤풍경을 배경으로 구민의 걷기운동 실천율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한 ‘2018 은평구민 걷자’ 프로젝트의 하나다. 오는 30일까지 매주 목요일 저녁 7시부터 약 2시간 30분 동안 걷기를 한다. 6.5~7㎞ 정도 되는 운영 코스로 은평둘레길~불광천, 안산자락길 등 매회 차마다 다른 코스,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백미는 아름다운 야경 속에 숨겨진 역사·문화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시해설가의 이야기’를 꼽을 수 있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열대야로 지친 구민들에게 무더위를 잠재울 방법이 될 것”이라며 “선선한 바람과 야경, 그리고 이야기가 어우러진 행사에 많은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영원한 ‘별들의 고향’… 경성의 낭만을 소환하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영원한 ‘별들의 고향’… 경성의 낭만을 소환하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3회 극장순례(영화의 고향) 편이 지난 4일 서울 종로와 충무로 일대에서 진행됐다. 여름 야행 두 번째 행사를 맞아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답사단 일행 30여명은 모자와 부채, 손풍선 등으로 완전 무장했지만 쏟아지는 폭염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다. 안전사고를 막고자 도보 코스를 줄이고, 서울신문사에서 때마침 제공한 ‘아이스 쿨 스카프’에 의지해 답사를 마쳤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지하철 종각역 3번 출구 앞 종로타워빌딩(옛 화신백화점) 앞에서 집결, 우미관 옛터~인사동 조선극장 옛 터~허리우드극장~단성사 옛터~서울극장~충무로 영상센터 순으로 2시간짜리 극장순례를 다녀왔다. 서울극장에서 충무로 영상센터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지난해와 올해를 통틀어 답사 중 첫 대중교통 이용사례다. 해설을 맡은 심흥식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흘러간 추억의 영화는 물론 자신이 경험한 70~80년대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면서 영화와 극장 분위기를 전달해 공감과 호평을 얻었다.서울은 극장의 도시이다. 한국영화의 고향이기도 하다. 근대화의 산물이자 대중문화의 상징인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수도 경성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1920년대 전후 ‘문화로써 생활의 중심으로 삼는 사상’ 즉 문화주의와 문화운동이 전개되었고, 그 중심에 영화가 있었다. 일제의 통치방식이 ‘무단통치’에서 ‘문화정치’로 색깔을 바꾼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제의 문화정치는 진정한 의미의 문화주의 정치가 아니라 식민지의 ‘문명개화’(文明開化) 혹은 ‘문치교화’(文治敎化)의 흉내에 불과했지만 500년 봉건왕조의 지배에서 막 깨어난 대중을 유혹하기엔 충분했다. 영화로 대표되는 서울의 대중문화는 양반 선비문화, 고급 엘리트문화에 대항한 문화적 민주주의의 시발점이었다.1930년대 접어들면서 신파극, 뽕짝가요, 영화 등 3대 장르가 주도하는 ‘조선식 대중문화’가 경성에서 폭발했다. 근대화와 식민지 정서가 뒤섞인 독특한 문화양식이었다. 당대 경성의 신인류를 지칭하는 ‘모던 보이’와 ‘모던 걸’이 낭만주의적 퇴행성을 대표하는 식민지 근대성의 표식이라면, ‘장한몽’(이수일과 심순애),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홍도야 울지 마라) 같은 신파극은 이율배반적 비극미의 표출이었다. 3대 장르에서 짜내는 부조리한 눈물은 대중에게 위안을 제공했다. 체제 순응이라는 자학적 죄의식을 외면하는 핑곗거리를 제공했다. 대중문화는 정치 이데올로기 전파의 수단으로 사용됐다. 특히 영화(Screen)는 성(Sex), 스포츠(Sports)와 함께 ‘3S’의 대명사였다. 1919년 제작돼 한국영화의 기원으로 간주하는 ‘의리적 구토’는 과도기 성격의 영화이다. 연극 무대에서 구현이 어려운 장면이나 풍경을 활동사진으로 찍어서 중간에 끼워 보여주는 연쇄극이었다. 단성사 사장 박승필은 명월관, 청량리, 홍릉, 장충단, 한강철교 등 경성의 명소를 찍어 단성사에서 공연하는 연극의 중간에 삽입했다.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1926년 나운규의 ‘아리랑’과 함께 막을 올렸고, 1937년 나운규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렸다. 최초의 무성영화이자 흥행 대작이었다. 식민지 조선의 암울한 현실과 대중의 민족 정서를 반영한 이 영화는 상영 첫해에 1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아리랑이라는 걸출한 영화 한 편이 영화를 대중문화의 간판산업으로 밀어 올렸다. 1935년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 히트를 한 이후 1938년 경성 시내에서 영화와 연극관객이 하루 평균 1만명에 이르렀고, 1942년에는 연인원 2000만명이 영화와 연극을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 경성시대’였다.한국영화는 1950~60년대 르네상스를 맞았다. 1955년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은 정비석이 서울신문에 연재한 동명 소설을 영화화해 영화 부흥의 기틀을 마련했다. 교수 부인의 바람은 전통적 가부장제를 밑바닥에서 흔드는 발칙한 소재였다. 1961년 한국영화사상 최대의 문제작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을 시작으로 신상옥, 김기영 감독의 작품이 뒤이었다. 1970년대 유신 시절 침체기에 접어든 한국영화는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 등 호스티스 영화로 명맥을 유지하다가 사회성 짙은 하길종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 등으로 되살아났다.극장은 신파극, 뽕짝가요, 영화 등 오락문화를 쓸어 담는 그릇이었다. 본래 연극 공연장이던 극장은 무용·음악·예능 등 무대예술 공연장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19세기 말 영화의 발명 이후 극장과 영화관이 구별됐다. 무대와 조명을 갖춘 국내 최초의 실내극장은 1902년 서대문밖에 세워진 협률사였다. 로마 원형극장을 본뜬 협률사가 최초의 관립극장이자 서양식 극장이었다면 1908년 신문로에 설립된 이인직의 원각사는 최초의 사설극장이었다. 활동사진 상설극장으로 가장 먼저 개관한 곳은 1910년 종로구 관철동 경성고등연예관이다.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뀐 뒤 1915년 수용인원 1000명 규모의 상설영화관 우미관으로 거듭났다. 판소리와 창극을 공연하던 단성사는 1918년 활동사진 전용관이 되기 전까지 경성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유일한 극장이었다. 무성영화 시절 유명한 변사는 대부분 우미관 출신이었다. 찰리 채플린이 제작·감독·각본·주연을 맡은 무성영화 ‘황금광시대’도 우미관에서 상영했다. 우미관은 단순한 극장이라기보다 종로상권을 넘보는 청계천 이남 남촌에 근거지를 둔 일본 야쿠자의 북촌 진출을 막는 방어선이었다. 종로 주먹 김두한의 사무실이 우미관에 있었다. 영화 ‘장군의 아들’, 드라마 ‘야인시대’의 주 무대이다. 종로2가 길가 화단에 표석이 남아 있다. 답사단이 찾은 종로타워 뒷골목 우미관은 1959년 관철동 우미관이 불타 없어진 뒤 화신백화점 뒤로 옮긴 곳이다. 이전 후에는 이류 재개봉관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다가 1982년 폐업, 지금은 우미관 주차장이 됐다. 1907년에 개업한 단성사는 1919년 ‘의리적 구토’를 시작으로 ‘장화홍련전’과 ‘아리랑’을 상영하면서 장안의 영화 중심가로 떠올랐다. 이후 ‘서편제’ ‘태백산맥’ ‘장군의 아들’ 등을 개봉했다. 1913년 황금연예관이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국도극장은 일본인 거주지역인 을지로를 대표하는 극장 황금좌로 운영되다가 1948년 개칭했다. 지금은 국도호텔로 변신했다. ‘미워도 다시 한번’ ‘별들의 고향’ ‘겨울여자’를 각각 개봉했다. 1922년에 건립된 인사동의 터줏대감 조선극장은 영화상영과 판소리, 가무곡 공연 겸용관이었다. 김기진 등이 신파극에 대항해 근대 신극운동을 펼친 토월회의 창립공연을 비롯해 명창대회가 열린 유서 깊은 장소이다. 1936년 방화로 소실된 뒤 이런저런 장소로 떠돌다가 포장마차 골목으로 쓰이고 있다. 뒷면 대나무 숲 앞에 조선극장 터 표석이 서 있었으나 훼손돼 사라졌다. 황금좌, 우미관, 단성사, 조선극장이 경성의 4대 극장으로 군림했다. 1935년 설립된 연극전용 동양극장은 1976년 폐관될 때까지 서대문을 대중연극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서울의 문학1(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일시: 8월11일 토요일 오후 6~8시 ●집결장소: 청계광장(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5번 출구, 1.2호선 시청역 4번 출구) ●신청(무료):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 김태수 서울시의회 환수위원장 “최고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는 것”

    김태수 서울시의회 환수위원장 “최고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는 것”

    서울시청노동조합(위원장 안재홍)은 8일 오전 10시 서울 강서구 88실내체육관에서 제2회 서울시청노조 한마음축제를 개최했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 김태수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장(더불어민주당, 중랑2), 김진표, 서영교, 남인순, 김해영, 김영호, 박주민, 박정 국회의원, 서울시 자치구청장, 서울시의원, 조합원 및 가족 등 2천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소속 환경미화원(조합원)들의 사기진작과 근로의욕 고취를 위해 장기자랑, 경품 추첨 등 다양하게 진행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더불어민주당 8.25전당대회에 앞서 열리면서 당 대표와 최고위원 출마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대거 출동해 진풍경을 연출했다. 안재홍 위원장은 일선 현장에서 노동하는 조합원들을 격려하고 가족과 즐거움을 통한 힐링의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했다. 김태수 위원장을 축사를 통해 “연일 기록적인 폭염 속에서 서울의 깨끗한 아침을 열어주시는 조합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이어 “최고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노동이 제대로 존중받는 것”이라며 “조합원 여러분들의 처우개선과 신분안정을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 자치구청장, 정책자문위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게 웬 횡재’ 만선 꿈 이룬 어부

    ‘이게 웬 횡재’ 만선 꿈 이룬 어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만선의 꿈을 이룬 어부 영상이 화제다. 지난달 20일 대만의 한 항구에서 진기한 광경이 펼쳐졌다. 정어리 떼 수천 마리가 물 위로 튀어 오른 것이다. 이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정박해 있던 어선 위로 떨어졌고, 예상치 못한 구경과 함께 어부들은 횡재했다. 현장에 있던 한 목격자는 정어리 떼가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바라쿠다를 피해 순식간에 몰려들면서 진풍경이 펼쳐진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 영상=Caters Clips/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유세미의 인생수업] 여름밤 위에 눕다

    [유세미의 인생수업] 여름밤 위에 눕다

    아직도 뜨거웠던 한낮의 열기가 남아 있는 흙바닥이다. 동네잔치라도 하면 쓰임새가 클 듯한 멍석을 깔았다. 아이들이 벌레가 나올 것 같다고 질색하며 마루 위로 달아나는 걸 보면서 웃다 멍석 위에 벌렁 누워 눈을 감는다. 얼마 만인지. 이 평화를 이해하는가, 땀에 젖은 등허리도 여름 땅위에 착 붙어 편안하다고 한다.수호씨는 지난달 2년 동안 고군분투하던 베이커리 숍을 결국 닫았다. 평생 직장 생활한 퇴직금을 전부 쏟아붓고 마련한 빵집이었다. 장사 수완도 없고 세상물정에도 어두운 자신을 잘 알기에 큰 욕심 내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 결혼시킬 때까지는 아버지란 사람이 떳떳하게 생업에 종사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돌다리 두드리듯 골라 개업한 가게였다. 그러나 자신이 30평도 안 되는 가게 하나에 그렇게까지 휘둘릴 줄 몰랐다.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뼈에 아로새길 만큼 당했다. 처음부터 그 가게가 돈을 벌어 줄 리 만무하다는 걸 알았어야 했는데…. 대체 평생 직장 생활하는 동안 뭘 경험하고 배운 건지 수호씨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할 뿐이었다. 논리상으로는 이해 불가하나 그나마 싸게 타협해 횡재한 거라는 권리금은 살 떨리는 거금이었다. 임대료는 또 얼마나 높은지 어떤 달은 매출의 절반이 임대료로 나가기도 했다. 직원들은 걸핏하면 말없이 그만둬서 그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고 친구들을 불러 빵을 빼돌리던 아르바이트생을 나무라자 인격 모욕당했다고 그를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퇴직한 전 회사 동료들은 속도 모르고 그를 부럽다고 했다.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일하는 그를 사장님이라 부르며 한 턱 내라고, 2호점은 언제 오픈할 거냐고 덕담 아닌 덕담에 수호씨는 쓴웃음을 감추며 삼겹살에 소주를 사기도 했다. 그렇게 겉으론 멀쩡해 보이는 가게가 적자를 거듭하다 가게 보증금까지 다 날린 뒤 드디어 폐점하는 날, 수호씨는 막막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아내에게 미안하다며 처음으로 울었다. 그리고 폭염에 열대야가 계속되는 어느 날 그의 아내가 여름휴가를 가자고 했다. 속으로야 이 판국에 여름휴가가 무슨 얘기? 저 여자가 홧김에 이판사판 해외여행이라도 지르는가 싶어 뜨악했다. 도대체 휴가 갈 정신은 어디 있고 휴가비 아니라 생활비도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아랑곳없이 아내는 다진 소고기를 넣어 고추장을 볶고, 꽈리고추 곁들인 멸치볶음을 만들어 병에 담았다. 그리고 떠나온 곳은 경북 봉화. 인근에 마을도 없는 시골집이다. 그녀의 지인이 태백산 줄기 아래쪽에 낡디낡은 집 한 채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다나. 들은 그대로 족히 몇백 년은 돼 보였다. 주방도 가스가 연결돼 있는 것이 신기할 만큼 옛 모습을 갖추고 뒷마당에는 그냥 뚝뚝 뜯어 물에 헹구면 쌈 거리로 훌륭한 야생초들이 흔전만전이다. 멍석을 깔고 서둘러 모깃불을 피웠다. 뒷마당 호박 넝쿨을 들추니 그렇지, 음전한 호박이 감춰져 있다. 고추도 바짝 약이 오른 채 조롱조롱 매달렸다. 아내는 시골 풍경이 낯설지도 않은지 천연덕스럽다. 집에서 준비해 온 멸치로 국물을 내고 호박, 감자, 고추를 뚝뚝 썰어 넣어 수제비를 끓인다. 휴가 첫 끼니다. 어스름해지는 여름 저녁 모깃불 향을 맡으며 먹는 아내의 수제비에 눈물이 날 것 같다. 폭신한 감자, 달큰한 호박 맛을 곁들여 한입 가득 수제비를 입안으로 퍼 넣으며 ‘괜찮다, 괜찮다’ 되뇐다. 시골집 주인이 손님맞이 선물로 준비해 둔 묵은지를 꺼내 온 아내가 손으로 쭉쭉 찢어 수호씨의 숟가락에 얹어 준다. ‘다시 시작하면 돼. 괜찮아. 잘될 거야.’ 아내의 고춧가루 묻은 손이, 그를 바라보는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 달라진 백화점 문화센터 풍경… ‘주 52시간’ 직장인 강좌 대박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한 달 남짓 지나면서 백화점 문화센터가 달라지고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갖게 된 직장인들이 백화점 문화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백화점들도 직장인을 겨냥한 전문 강좌를 속속 내놓고 있다. ●신세계, 워라밸 강좌 10~15% 늘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3일 수강생 모집을 시작한 이번 가을학기 문화센터에 평일 저녁 강좌를 의미하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강좌를 10∼15%가량 늘렸다고 7일 밝혔다. 직장인 이용객이 늘면서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 과정’, ‘베이직 드럼’, ‘1대1 필라테스’ 등 인기 강좌는 조기 마감됐을 정도다. ●롯데, 필라테스·디제잉 스쿨 등 인기 롯데백화점도 지난달 25일 접수를 시작한 가을학기 문화센터 강좌에 지난 봄·여름 학기 대비 ‘워라밸 파트’를 50% 이상 늘렸다. 이 중 ‘보디토닉 필라테스’ 강좌는 접수 첫날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디제잉 스쿨’, ‘감성 여행 사진 찍기’ 등 20~30대를 위한 이색 강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 취미 찾기 ‘원데이 특강’ 53%↑ 현대백화점은 1회 1~2시간만 교육을 진행하는 ‘원데이 특강’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번 가을학기에는 해당 강좌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약 53% 늘렸다. 지난달 24일부터 접수를 시작한 가을학기 신청 고객 중 원데이 특강을 신청한 고객이 50.3%에 달한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여가 시간이 늘어난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취미 찾기’ 바람이 불면서 원데이 특강을 2개 이상 신청해 들어 보고 정규 강좌를 신청하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문화센터 바람이 매출 증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일반 고객의 백화점 이용 횟수는 월평균 1.2회인 반면 문화센터 회원의 이용 횟수는 8회에 달한다. 연간 사용액이 2000만원 이상인 VIP 고객 비중 역시 문화센터 회원이 일반 고객보다 약 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서울신문 보도 그후] ‘사우나 정부청사’ 시원해지겠네

    [서울신문 보도 그후] ‘사우나 정부청사’ 시원해지겠네

    김부겸 장관 “사무실 냉방 현실화”냉방시간 오후 7시까지 신축 연장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사우나 사무실에서 고통받는 공무원’ 기사와 관련해 “정부청사를 비롯한 공무원 사무실의 냉방을 현실화하겠다”고 7일 밝혔다. 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는 평일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인 냉방 시간을 오후 7시까지 90분 더 연장한다”면서 “다른 청사들도 개별 사정에 따라 냉방 시간을 신축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도 60분 더 연장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냉방 시설을 가동하기로 했다. 그는 또 “(사무실에서 개인 선풍기를 돌리지 않아도 되도록) 실제 사무실 온도를 좀더 낮출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주말엔 냉방기를 가동하지 않기로 해 당직 근무자들은 여전히 찜통 더위를 견뎌야 한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정부서울청사의 냉방 공급 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 총 4개월이다. 냉방 시설 설정 온도는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추진에 대한 규정’에 따라 반드시 28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PC나 노트북, TV 등 전자제품에서 나오는 열이 더해져 사무실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는다. 결국 공무원들은 더위를 식히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개인용 선풍기를 사용하는데, 사무실마다 냉방기와 별도로 수십대의 선풍기가 함께 돌아가는 진풍경이 연출돼 ‘전력 낭비’ 논란이 일었다. 전기를 아끼려고 만든 규정이 되레 전기 낭비를 초래한 셈이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폭염으로부터 갓난 새끼 지키는 왜가리의 ‘모성애’

    폭염으로부터 갓난 새끼 지키는 왜가리의 ‘모성애’

    어미 왜가리가 한낮 30도를 넘는 불볕더위로부터 갓 부화한 새끼를 지키려고 몸과 날개로 그늘을 만드는 애틋한 모성애가 포착됐다. 올여름 울산지역에서는 30도 이상의 날이 30일, 35도 이상도 8일이나 되는 등 연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동물들까지 이런 이색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7일 울산시에 따르면 남구 태화강철새공원에 설치된 ‘철새관찰 CC(폐쇄회로)TV’에 지난달 31일부터 힘겨운 여름 나기를 하는 왜가리 가족의 모습이 찍혔다. 어미 왜가리는 지난달 31일 이후 매일 불볕더위가 계속되는 한낮 어린 새끼를 보호하려고 날개를 펼쳐 그늘을 만든다. 어미는 아침에 해가 뜬 이후 날개를 펼쳐 새끼들에게 내리쬐는 햇살 가려주기를 시작으로 한낮을 지나 해가 질 때쯤까지 해의 방향에 맞춰 위치를 바꿔가며 햇빛을 가려주고 있다. 온종일 새끼를 보호하다 햇빛이 약해지면 비로소 먹이활동을 위해 둥지를 비우고 먹이터로 이동하는 모습이 관찰되고 있다. 이 어미 왜가리는 지난 3월 말이나 4월 초 다른 왜가리, 백로와 함께 울산으로 날아와 남구 태화강철새공원(면적 12만 5000㎡) 대나무숲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짝짓기를 해서 최근 알을 부화했다. 높이 10m 안팎의 왕죽으로 조성된 대나무숲에는 7000~8000여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울산 태화강철새공원에는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 6000~7000여마리의 백로와 왜가리가 날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여름을 보낸 뒤 10월 동남아시아지역으로 날아간다. 왜가리는 이곳에 둥지를 틀 짝짓기, 산란, 포란(알을 품는 것), 새끼 키우기를 한다. 새끼가 다 커서 날아다닐 정도가 되는 10월에는 따뜻한 동남아로 이동한다. 울산시 관계자는 “폭염 속에 왜가리의 남다른 모성애가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김성수 경북대 조류생태연구소 박사는 “모성애가 강한 왜가리가 폭염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려고 날개로 그늘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모습은 쉽게 관찰되지 않는데, 올해는 더위가 너무 심해 철새관찰 CCTV에 모습이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공예로 새롭게 태어나는 익숙한 것들, 순천 두레아트

    공예로 새롭게 태어나는 익숙한 것들, 순천 두레아트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을 비롯해 자연과 어우러진 다양한 명소로 가득한 사계절 사랑 받는 국내 여행지다. 일상에 쫓기듯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쉼과 여유를 주며 더욱 인기를 얻고 있는 이곳에서 ‘㈜두레아트’가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선물하며 주목 받고 있다. (주)두레아트는 생활 속에서 익숙한 것들, 버려진 것들의 새로운 변화를 통해 가치를 되살리고, 누구나 걱정과 편견 없이 일하며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주민사업체다. 60평의 넓은 체험장에는 관광 상품을 제작, 판매는 물론이고 △패랭이꽃 브로치 만들기 - 폐스타킹 활용 체험(5,000원/개) △원석브로치 만들기 - 염색된 돌, 폐스타킹 활용 체험(10,000원/개) △도자기목걸이 만들기 - 도자기판, 가죽줄, 폐스타킹 활용 체험(10,000원/개) △도자기 풍경 색칠하기(7,000원/개) 등 남녀노소 누구나 찾아와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템을 갖추고 있다. 체험을 위한 인원은 15~20명 내외이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그밖에 화훼체험, 자연염색체험, 자연물공예 등 다채로운 체험프로그램을 순천만국가정원내에서도 진행하고 있어 정원과 함께 더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도 있다. (주)두레아트는 올해 한국관광공사로부터 강소 주민사업체로 선정돼 실질적인 자립과 지속운영을 위한 집중 홍보마케팅을 지원받고 있다. 처음에는 폐스타킹을 재료로 머리핀이나 브로치를 만들어 판매하는 ‘스타킹공예협회’로 관광두레에 참여한 그들이 이제는 강소 주민사업체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주)두레아트 측은 “공예품과 공예체험 사례를 접하기 위해 한재성 강사의 안내를 받아 춘천 남이섬을 다녀왔다. 이후 이색적인 스타킹을 활용한 공예품특허출원, 디자인출원 등을 통해 사업계획을 수립했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공예품을 개발했다. 공예품 트렌드 분석을 위해 핸드메이드페어를 견학하고, 서울 서촌에서 열렸던 ‘두레마켓’에 참가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순천의 대표 관광 코스로의 도약을 꿈꾸며 앞으로도 다양한 관광기념품과 함께 순천의 자원을 활용한 체험의 기회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광식의 천문학+] 우리은하에는 별이 몇 개나 있을까?

    [이광식의 천문학+] 우리은하에는 별이 몇 개나 있을까?

    우리은하에는 과연 별이 몇 개나 있을까? 그리고 천문학자들은 그 별의 개수를 어떻게 알아낼까? 미국 뉴욕의 이타카 대학 천문학과 데이비드 콘라이히 박사에 의하면 천문학자들은 은하의 질량을 계산하여 별의 개수를 추정하는 방법을 쓴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은하의 질량을 어떤 방법으로 알아내는지, 그리고 그 질량값에서 별 수를 어떻게 추산하는지 따라가 보도록 하자. 태양계의 지구가 있는 우리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에 달하는 막대 나선은하다. 우리은하를 바깥에서 본다면, 은하 중심의 팽대부에서 4개의 나선팔이 뻗어나와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2개의 주요 나선팔은 페르세우스 나선팔과 궁수자리 나선팔이고, 다른 2개는 부차적인 것으로, 우리 태양계는 그중 하나인 오리온 팔에 얹혀 있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천문학자들은 우리은하가 곧 우주 전체라고 생각하고, 우주의 모든 별들이 은하계의 내부에 있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1920년대에 이것이 턱도 없는 생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의 신출내기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세페이드 변광성을 이용해 안드로메다 성운까지의 거리를 측정해본 결과, 무려 90만 광년 밖에 있는 또 다른 은하임을 알아냈던 것이다. 이는 우리은하 지름의 9배에 해당하는 거리다. 물론 허블의 측정은 큰 오차를 가진 것으로, 현재 안드로메다 은하까지의 거리는 230만 광년으로 결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은하의 지름 10만 광년은 얼마만한 크기일까?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크기지만, 상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끌어낼 수 있는 로켓의 최대 속도는 초속 23㎞다. 이는 2015년 명왕성을 근접비행한 NASA 탐험선 뉴호라이즌스가 목성의 중력보조를 받아 만들어낸 속도로 지구 탈출속도의 2배가 넘는다. 대략 총알보다 23배가 빠르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뉴호라이즌스에 올라타고 은하를 호기롭게 가로질러 가보도록 하자. 얼마나 걸릴까? 1광년이 약 10조㎞니까, 10만 광년은 약 100경㎞다. 1 다음에 0이 18개나 붙는 엄청난 숫자다. 이 거리를 뉴호라이즌스가 초속 23㎞로 밤낮없이 달린다면 우리은하를 가로지르는 데 약 14억 년이 걸린다. 이는 우주 역사 138억 년의 약 10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우리 인류에게 거의 영겁이라 할 만하다. 우리은하만 하더라도 이처럼 광대하다. 여름에 빛공해가 덜한 시골에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뿌연 강처럼 보이는 은하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광경을 볼 수 있다. 모두 별들이 뭉쳐져 만들고 있는 풍경이다. 우리가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의 수는 몇천 개에 지나지 않는 만큼 눈으로 우리은하의 별을 다 셀 수는 없다. 뿐더러 1초에 하나씩 센다고 쳐도 100년을 세어야 겨우 30억 개를 셀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천문학자들은 그 많은 숫자를 어떻게 계산했을까? 비결은 우리은하 전체의 질량을 재고, 그 다음 별의 평균 질량으로 나누는 방법이다. 은하의 질량은 은하의 회전속도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면 구할 수 있다. 도플러 효과란 파동을 발생시키는 파원과 그 파동을 관측하는 관측자 중 하나 이상이 운동하고 있을 때 발생하는 효과로, 파원과 관측자 사이의 거리가 좁아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높게, 거리가 멀어질 때에는 파동의 주파수가 더 낮게 관측되는 현상을 말한다. 관측에 따르면, 모든 은하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으며, 은하에서 오는 빛은 도플러 효과에 따라 파장이 길어지므로 스펙트럼의 붉은색 쪽으로 이동한다. 이를 ‘적색이동’이라고 하고, 그 반대는 ‘청색이동’이라 한다. 어떤 종류의 망원경이라도 이런 종류의 분광 작업을 할 수 있지만, 되도록이면 빛공해와 대기의 방해를 받지 않는 우주망원경이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다른 까다로운 것은 그 질량의 얼마가 별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은하의 질량을 계산하는 데 필수적으로 감안해야 하는 사항은 암흑물질이다. 대략적인 경우 은하 질량의 약 90%는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빛을 방출하지 않지만 우주의 질량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여겨진다. 일단 가시물질의 질량을 파악해냈다 하더라도 다른 문제가 또 있다. 은하 유형마다 품고 있는 별들의 종류가 같지 않다는 점이다. 예컨대, 나선은하인 우리은하에 비해 나이 많은 타원은하는 K-M형 적색 왜성이 더 많다. 보통 한 은하의 총질량 중 약 3%가 별을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우리 태양이 별 중 중간치 질량의 별로 볼 때 우리은하가 품고 있는 전체 별의 개수는 추산 방법에 따라 1000억에서 7000억 개라는 진폭이 큰 값들이 나오는데, 현재는 약 4000억 개라는 주장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코스모스’의 저자 칼 세이건도 4000억 개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현재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탐사선은 우리은하의 별 약 10억 개에 대한 3차원 지도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가이아의 미션이 끝나면 우리은하의 별 개수를 더욱 정확히 결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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