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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투4’ 이서진, 한지민 격리 사건 해명 “그 이유는....”

    ‘해투4’ 이서진, 한지민 격리 사건 해명 “그 이유는....”

    ‘해피투게더4’에 출연한 이서진이 대본 리딩 현장에서 한지민을 격리했던 사건의 전말을 직접 해명한다. 오는 25일 방송되는 KBS2 예능 ‘해피투게더4’는 ‘완벽한 타인 특집’으로 꾸며진다. 이날 방송에는 유해진, 이서진, 조진웅이 출연, 스페셜 MC로는 구구단 세정이 활약한다. 최근 진행된 녹화에서 이서진은 ‘해피투게더4’ 첫번째 게스트로 출연했던 한지민이 폭로한 ‘대본 리딩 격리설’을 적극 해명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방송에서 한지민은 “대본 리딩 현장에 오이 향 향수를 뿌리고 갔더니 이서진이 창밖을 보고 대사를 읽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이서진은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좋았다. 한지민에게 좋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오이 향만 맡으면 군대 생각이 난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한편 이서진은 영화 ‘완벽한 타인’의 천만 공약에 숨겨진 비밀을 밝혀 시선을 끌었다. 이서진이 밝힌 ‘완벽한 타인’의 천만 공약은 바로 자신의 휴대폰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 하지만 이서진은 “영화가 천만 관객이 안 될 것 같아 공약을 건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뿐만 아니라 그는 “혹시 모르니 900만부터는 슬슬 (데이터를) 지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밝힐 ‘한지민 격리’의 전말과 영화 ‘완벽한 타인’의 천만 공약 등은 ‘해피투게더4’ 본 방송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는 25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사진=KBS2 연예팀 seoulen@seoul.co.kr
  • [길섶에서] 쓸모없는 일/황수정 논설위원

    시간의 효용으로 따지자면 나는 덜떨어진 사람이다. 굳이 꼬투리째 콩을 사서 깐다거나, 마당 한뼘 없으면서 굳이 베란다에 돗자리를 접어 나물을 말린다거나, 수선집에 가면 간단한 일을 굳이 바짓단을 꿰매고 앉았다거나. ‘굳이’ 하고 있는 일들은 매조지가 시원찮다. 묵나물은 몇 년째 묵혀만 두고, 붙들고 씨름한 바짓단은 바늘땀이 드러나 끝내 수선집으로 보낸다. 그러니 굳이 내 마음 좋자고 하는 일들은 별 소득이 없다. 아파트 베란다에 빨래가 널린 집이 몇 없다. 전기 건조기에 밤낮없이 들볶아 말리니 볕바른 빨랫줄에 옷가지가 내걸리는 풍경이 사라진다. 햇볕에 안달하지 않고 감쪽같이 시간의 효용을 챙기는 삶들이 득의만만. 효용의 주름살에 덮여 버린 삶의 잔무늬들이 얼마나 많은지. 제 품을 꼭 여민 콩꼬투리 속에는 여름 태풍이 들앉았는데. 햇볕 아래 묵나물을 구슬리면 짧아지는 태양의 꼬리가 보이고. 목이 늘어난 양말짝을 널다 보면 누가 말 안 해도 그 누구의 온 하루를 한눈에 알아채고. 덜떨어진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베란다에 묵나물, 양말짝들을 그득 널어놓고. 누가 퍼가는 것도 아닌데, 시월의 잔양이 아까워 벌벌 떨면서.
  • [별별 이야기] 한밤의 별 산책/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별별 이야기] 한밤의 별 산책/전영범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

    어김없이 여름은 갔고 보현산엔 억새와 가을꽃이 만발했다. 이들이 시들기도 전에 겨울이 찾아온다.하늘이 활짝 열린 밤이면 들뜬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선다. 천문대 밖을 나서면 캄캄해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이내 어둠에 눈이 익숙해진다. 천문대 특성상 되도록 손전등을 켜지 않고 움직인다. 영천과 포항 하늘이 밝고 서쪽 봉우리 너머로는 대구의 불빛이 올라온다. 점점 밝아지는 불빛은 천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1.8m 망원경이 있는 북쪽은 가려서 안 보이지만 도시 불빛이 없는 유일한 방향이다. 보현산은 봉우리 두 개가 말안장 모양을 하고 있다. 천문대가 있는 동쪽 봉우리가 정상이며 시루봉이라는 이름의 서쪽은 늘 산책하러 다니는 곳이다. 초창기엔 길이 구불구불해 제법 산책 기분이 났지만 이제는 길이 곧게 펴져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5분 정도밖에 안 된다. 그래서 천문대 정문 주차장까지 이어진 1㎞ 남짓 숲속 산책길을 많이 이용하는데 한밤엔 이상하게 소름이 돋아 잘 다니지 않는다. 시루봉으로 가는 길은 하늘이 활짝 열린 능선이라 한밤에도 마음이 편안하다. 머리 위 별빛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것 같다. 바람이 불고 도토리가 떨어져서 구르는 소리도 들린다. 시루봉에 오르면 시야가 활짝 트인다. 동쪽 하늘에 마차부자리, 황소자리, 그 아래로 오리온자리 등 겨울 별자리가 올라오기 시작하고 서쪽 하늘엔 견우와 직녀성, 백조자리 등 여름 별자리가 지고 있다. 그 사이로 옅은 은하수가 길게 이어졌다. 북극성 위로 은하수를 따라 카시오페이아자리가 높게 떠 있고, 북두칠성은 1.8m 돔 옆으로 낮게 겨우 고개를 내밀고 있다. 늦은 가을 밤하늘의 풍경이다. 정작 가을의 대표 별자리인 페가수스자리와 안드로메다자리는 별로 재미가 없고, 찾기도 쉽지 않아 그냥 포기한다. 도시의 불빛이 훤하지만 머리 위에는 옅은 은하수가 흐르니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다. 연중 가장 상쾌한 시기다.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얹어서 빙 둘러 도시 풍경과 밤하늘 사진을 담는다. 곧 떠오를 달을 넣은 일주운동 사진을 위해 30초 정도 반복해서 찍도록 인터벌 촬영을 시작한 후 카메라를 그대로 둔 채 연구실로 돌아온다. 이런 날은 이 같은 산책을 두세 번은 더 해야 하는 멋진 밤이다. 보현산천문대를 찾는 천문학자들이 항상 기대하는 그런 날이다.
  • ‘망상은 계속된다’…갤러리의 애매모호한 초대

    ‘망상은 계속된다’…갤러리의 애매모호한 초대

    벽면에 형형색색의 알루미늄·플렉시글라스가 도미노처럼 나란히 붙어 있다. 옆에는 ‘망상은 계속된다’(Some delusion should remain…) 등 ‘밥 먹으면 배부르다’류의 텍스트가 적혀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갤러리바톤이 새달 23일까지 여는 영국 설치미술가 리엄 길릭(54)의 개인전 ‘새로운 샘들이 솟아나야 한다’(There Should Be Fresh Springs…)의 풍경이다.길릭은 1980년대 후반 이후 영국 현대미술의 부흥기를 주도한 영국 작가들을 일컫는 yBa(young British artists)의 초기 작가 중 한 명이다. 순수미술 외에도 출판, 디자인, 전시 기획 등 다방면에 걸쳐 왕성하게 활동한다. 특히 1990년대 초반부터는 건물의 구조적 개념과 공간의 질서를 자신의 미술에 적극 끌어들였다. 지난 18일 갤러리바톤에서 기자들과 만난 길릭은 “내가 1964년생인데 그때만 해도 영국에서 모더니즘이라는 건 이미 실패한 사조였다”며 “절대적인 추상이라는 걸 믿었던 시대를 놓친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에서는 어떤 추상을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길릭이 창조한 추상은 기존의 모더니즘이나 독일 바우하우스가 주창했던 절대적이면서 견고한 형태의 1차적 추상과는 다르다. 그가 매력을 느낀 요소는 환풍기나 열 배출구처럼 컴퓨터로 도시를 설계할 때는 고려하지 않는, 부수적이고 2차적인 구조물이다. 그런 점에서 길릭에게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다. “6년 전 서울을 처음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예를 들면 앞에 보이는 유치원은 겉으로 봤을 때는 모더니즘 형태의 건물로, 그 자체로 완벽함과 순수함을 가지고 있죠. 그러나 옆에 보이는 환풍구나 칸막이, 전선이 들어가 있는 박스처럼 이 도시를 이루는 부수적인 것들이 나의 관심사입니다. 내가 하고 있던 작업에 대한 모든 것들이 이 도시를 구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미친 게 아니라는 게 증명된 셈이죠.” 그가 말하는 자기 작품의 주제는 이 세계를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컬러들은 건축·기계 도장 등에 사용되는 독일의 색상표인 ‘RAL’에서 뽑아낸 것들이다. 작품 제목을 대신하는 텍스트들은 뉴욕 컬럼비아대학원생들과 가상의 학교 설립을 위한 이상적인 조건들에 대해 토론한 내용에서 직접적으로 인용됐다. 낯익은 컬러들의 낯선 배열이 옆에 붙은 뜬구름 잡는 소리와 겹쳐져 상호 어울리기도, 묘한 긴장감을 유지하기도 한다. 길릭은 색상을 배열할 때 아름다움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단다. “일단은 사람들이 작품을 봤을 때 시각적으로 매료돼서 작품의 세계로 들어오게 만들고, 내포된 여러 가지 복잡한 정치적·사회적 대화 속으로 초대를 하는 거죠.” 이 애매모호함을 즐기는 것이 갤러리를 찾은 당신의 몫이다. 글 사진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문화로 거듭난 공간] 전시·교육·작가 어울리다…제주 속 예술 아우르다

    [문화로 거듭난 공간] 전시·교육·작가 어울리다…제주 속 예술 아우르다

    3층 너머까지 가지를 드리운 커다란 녹나무를 돌아 들어가면 5층짜리 건물과 마주한다. 창문에 녹색과 적색, 주황색 네모 판이 박혀 있는 모습이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건물 오른쪽 위로 ‘IAa’(이아)라는 글자가 붙어 있다. 정문을 지나면 지하 1층 갤러리로 향하는 계단이 나온다. 지하 1층으로 내려가니 로비 한쪽에 이 건물에 관한 설명이 붙어 있다. ‘지하 1층은 예전 제주병원 영안실이었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회화의 귀환´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전시회 설명을 읽다가 벽을 하나 건너가니 흑과 백으로 그려낸 이명복 작가의 ‘광란의 기억’이 시선을 붙잡는다.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그림으로, 가로 폭 3m 63㎝, 세로 폭이 2m 27㎝나 된다. 압도적인 크기의 그림을 한참 보다가 갤러리 입구로 향한다. 마구 파내어 노출한 진회색의 벽, 환기 설비와 수도관 등이 그대로 드러난 천장이 어우러져 세련된 느낌을 준다.갤러리에 들어서자 인체를 나무뿌리처럼 묘사한 박영근 작가 작품, 물에 잠긴 돌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문창배 작가 작품이 시야에 들어온다. 작품이 붙은 벽은 내부를 고스란히 드러내며 예전에 이곳이 벽이었음을 말해 준다. 서울에서 온 정유정(44)씨는 “다른 미술관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그에게 “예전 병원 영안실이었다”고 알려주자 고개를 끄덕인다. 디자이너이자 화가로 일하는 장아우라(44)씨는 “작품 수준이 예상 외로 높아 놀랐다. 몇몇 작가는 나름 유명한 이들로 알고 있다”며 “갤러리의 묘한 분위기 덕에 작품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삼도2동에 자리한 예술공간 이아의 역사는 조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아’(貳衙)는 수령의 지방행정을 보좌하는 두 번째 지방자치 기관을 가리킨다. 목사가 근무하는 영청과 동헌이 있던 목관아를 ‘상아’(上衙)라 부른 데 비해 낮춰 부른 명칭이다. 일제강점기에 전라남도 제주자혜의원이 들어서기 전까지 이 명칭을 사용했다. 이후 도립병원이 들어서고, 2001년 제주대가 병원을 인수하며 제주병원으로 이름을 바꾼다. 그러다 제주대가 2009년 병원을 제주시 아라동으로 이전하고, 삼도동 인근의 공동화 현상까지 맞물리면서 건물은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다. 2013년 제주대 창업보육센터가 입주했지만, 건물 곳곳이 한동안 비어 있었다. 그러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폐산업단지 문화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전체면적 462.59㎡(약 140평) 건물에 문체부와 제주시가 각각 25억 4500만원씩을 들여 개축 공사를 한 뒤 새로운 예술공간으로 거듭났다. 이아는 갤러리, 교육 공간, 입주작가 공간(레지던시)으로 건물을 구분해 쓴다. 교육 공간으로 쓰는 3층에는 창의교육실, 예술자료실, 서점과 카페가 있다. 유년부터 성인에 이르는 생애주기에 맞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종 생활문화 활동을 비롯해 다양한 문화예술 자료도 볼 수 있다. 제주의 독립출판물, 영상작업을 위한 영상편집실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봉설 이아 공간운영팀 주임은 “교육실과 카페 옆에 테라스가 곳곳에 있다. 교육을 받다가 또는 음료를 마시다 여유롭게 나와 쉴 수 있다”고 덧붙였다.4층 입주작가 공간에는 9개의 작가 작업실이 있다. 실력 있는 젊은 작가를 선발해 6개월씩 무상 지원한다. 올해 2~8월 1차로 작가 9팀이 다녀갔고, 9월부터 내년 1월까지 2차 선발한 작가들이 이곳을 사용한다. 입주 작가 숙소는 이아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임대료를 비롯해 각종 공과금은 이아를 운영하는 제주문화재단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작가들은 작업에만 전념할 수 있다. 다만 입주한 후에는 한 달 가운데 보름 이상 작업실에서 작업하도록 하고 있다. 작업을 마무리한 뒤에는 결과보고회를 한다. 작가들이 도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있다.지난 2~8월까지 작업했던 미디어아트 작가 박성준(40)씨는 “시각예술포털사이트 ‘아트허브’에서 공고를 보고 들어왔다. 첫 선발임에도 제주도라는 특징 때문인지 제법 인기가 많았다”면서 “작업실과 숙소는 물론, 장비나 기자재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줘 6개월 동안 수월하게 작업했다”고 했다. 지난 7월 도민을 대상으로 ‘도시와 신화, 칠성통을 보다´ 교육도 했던 그는 “도민들에게 예술을 알리는 일을 통해 예술의 저변을 확대하는 활동은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작업실 한 곳에서는 이번에 2차 선발된 감정 드로잉 작가 윤세열(43)씨가 입주를 준비 중이다. 윤 작가는 “사건, 사람들 간 갈등에서 오는 감정을 제주 풍경에 담는 작업을 하려 한다”면서 “9팀 가운데 4팀이 외국 작가들이다. 우리와 다른 생각을 지닌 이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작업하면 좋은 자극을 받을 것 같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작가들의 입주를 담당하는 직원 강은주(29)씨는 “예술 장르는 따로 구분하지 않고 지원자 가운데 점수가 높은 이들을 차례대로 뽑는다. 1·2회 모두 350팀 이상씩 지원했다. 모두 4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글 사진 제주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친절 판사·덤덤 검사·호소 변호사…‘죄 없는 유죄’ 만들 수도”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친절 판사·덤덤 검사·호소 변호사…‘죄 없는 유죄’ 만들 수도”

    필수 증거도 없이 기소한 검찰에 증명할 시간을 주느라 6년 넘게 1심 형사재판을 지연시키는 법원, 검찰이 제시한 혐의를 부인하는 피고인을 괴롭히려는 듯한 ‘쪼개기 기소’,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에 내지 않고 이것이 문제가 되자 ‘고의가 아닌 과실’이라며 어물쩍 넘기는 검찰…. ‘어떻게 사법이 그래요’ 연재를 통해 드러난 검찰의 민낯이다. 피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형사사법 체계가 가동되는 이유를 2회에 걸쳐 방담 형식으로 짚는다. 첫 번째로 진행된 대학생 법정모니터단 방담에선 공소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어도 재판이 진행되는 관행이 핵심 문제로 지적됐다. 법조계에서 흔히 ‘뜨내기 손님인 의뢰인보다 단골손님인 검찰에 잘 보이려는 형사재판’이라고 회자되는 관행이다.‘친절하게 안내하는 판사, 무덤덤하게 구형하는 검사, 선처를 호소하는 변호사….’ 민사·형사·행정재판을 각각 3개 이상 방청한 대학생 눈으로 본 한국 법정의 요즘 풍경이다. 재판 ‘직관’ 전 영화·드라마를 보며 상상했던 풍경과 비슷할 때도 있었지만, 다른 점이 많았다고 이들은 회상했다. 대학생들보다 재판을 자주 방청하는 기자가 보기에도 영화 속 ‘진실을 탐구하는 검사, 검사와 다투는 변호사, 경우의 수 전부를 헤아리려 하는 판사’는 현실 재판과 괴리감을 보였다. 윤소라(48) 법률소비자연맹 대외협력부장과 지난해와 올해 대학생 법정모니터단 활동을 한 안태민(20·연세대)·지승윤(22·서울대) 대학생, 한세희(24·성균관대) 대학원생에게 그 괴리감의 이유를 물었다. ●진실 탐구·치밀한 사법부? 영화와 괴리 큰 법정 ‘2008년 법정 모니터 조사’에선 “재판 중 졸거나, 지각하거나, 반말하는 판사”가 지적 대상이 됐다. 10년이 지난 지금 모니터단은 “판사들이 정말 친절했다”고 극찬했다. 다만, 그 친절함의 이면에 ‘교묘한 불친절’이 감춰져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안태민(이하 안) 법정에서 본 판사는 ‘친절한 공무원’ 같았다. “이 나라는 유전무죄”라며 10여분 동안 횡설수설하던 음주운전 전과 4범의 얘기를 다 들어 준 뒤 “서민이라서가 아니라 음주운전이란 혐의에 합당한 처벌을 정하기 위해 열린 재판”이라고 차분하게 피고인을 설득하던 판사가 기억에 남는다. 한세희(이하 한) 연로한 피고인이 나와 어려운 법률용어를 버거워하자 일일이 다 설명해 주던 판사도 있었다. 윤소라(이하 윤) 판사나 법원이 주는 중압감 때문에 판사가 조금만 친절해도 모니터단이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행정적 의무’에 대해서만 교육받고 ‘재판받을 권리’에 대해선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과거에 비해 권위적 재판 운영이 줄었지만, 이면을 보면 좀더 교묘하게 판·검사의 재판 초기 선입견대로 재판을 진행하며 친절함을 무기로 법률에 무지한 피고인을 설득할 때가 있다고 느낀다. ●“일반인 재판, 검사 내용도 잘 모르고 형식적” 영화 속 법정과 현실 법정을 괴리시키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쪽으로 검사가 꼽혔다. 특히 수사 검사가 공판까지 맡는 유력인사 재판과 공판검사가 수사 과정의 세부 내용을 잘 모르는 일반 형사재판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한다. 윤 사실 검사는 공소장으로 혐의를 전부 얘기해야 하기 때문에 재판 중 역할이 별로 없다. 오히려 검사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황도 제시할 객관의무를 진다. 그런데 피고인이 법정에서 혐의나 수사 중 진술을 부인하면 검사의 태도가 (피고인을 압박하는 쪽으로) 달라지고, 판사는 방관한다. 판·검사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을 방청했다. 변호인이 정곡을 잘 찔렀고, 수사·재판을 계속한 검사들도 빠르게 반박하니 법정에서 치열한 다툼이 가능했다. 재판 시스템 지원이 이른바 주요 사건에 편중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 일반 형사재판 검사들은 써 온 공소 내용을 읽고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일 제가 피고인인데, 검사와 변호사가 모두 의욕 없이 재판을 한다면 너무 불안할 것 같았다. 물론, 휠체어를 끌고 나와 열정적으로 증인신문을 하던 검사도 있었다. ●“절차 어긴 공소… 판사 묵인·변호사는 설득” 모니터단은 민사 재판을 은행·관공서 업무에 비교했다. 변호사나 당사자들끼리 제출해야 할 서류 순서를 확인하고, 다음 기일을 협의할 뿐 대부분의 주장은 법정에서 말 대신 서류로 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구두 변론이 활발한 형사재판에서도 이들은 ‘혐의 인정 뒤 선처’를 설득하는 변호인의 모습을 포착했다. 검사가 절차를 어겨 공소를 해도 판사가 이를 묵인하는 재판에서 변호인이 무죄를 다툴 공간이 좁아진다고 윤 부장은 비판을 가했다. 지승윤 열심히 국선변호를 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하지만 빨리 일처리를 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주는 변호인도 있었다. 윤 국민의 재판권을 보장하려면 법원이 ‘형식과 절차의 중요성’을 더 중시해야 한다고 본다. 검사의 객관의무 위반,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검찰의 증인 회유 같은 일을 변호인이 주장하면 법원은 이를 따져 사실일 경우 더 볼 것 없이 공소기각을 해야 옳다. ‘미란다 원칙’ 계기를 만든 미란다는 흉악범이다. 하지만 체포 과정에서 위법성이 드러나자 미국 연방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따지지 않고 공소기각 결정을 했다. 한국에선 검찰이 절차적 위법을 저지른 게 드러나도 일단 재판을 끝까지 한 뒤 피고인 혐의가 유죄라고 판단되면, 절차적 위법을 용서·방관하는 내용을 담아 유죄 판결문을 쓴다. 이런 시스템은 열 명의 범인을 잡겠으나, 죄 없이 처벌되는 여러 사람을 만들 수도 있다. 유영재 기자 young@seoul.co.kr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3000만 관광객 쓰나미 덮친 日…주차장도 등하굣길도 엉망됐다

    3000만 관광객 쓰나미 덮친 日…주차장도 등하굣길도 엉망됐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2869만명이었다. 이들이 일본에서 쓴 돈은 4조 4161억엔(약 44조원)에 달했다. 각각 전년 대비 19%와 18%가 늘어난 것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치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져 1~8월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2131만명으로 집계됐다. 6월 오사카 강진, 7월 서일본 호우 등 잇따른 재해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9월 이후 제21호 태풍 ‘제비’와 홋카이도 지진 피해 등으로 일정 수준 방문객 감소가 불가피해졌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전체 3000만명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해외 관광객이 이만큼 빠르게 늘어난 것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유례를 찾기 힘들다. 방일 외국인은 2011년만 해도 662만명으로, 그해 979만명이었던 한국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2013년(1036만명) 1000만명의 벽을 넘어선 후 2014년 1341만명, 2015년 1974만명, 2016년 2404만명 등 파죽의 성장세를 거듭했다. 2015년 한국을 앞지른 후 격차를 지난해 2.4배까지 벌렸다. 하지만 이런 ‘과속 성장’에는 상응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기존의 사회기반 인프라가 배겨 낼 수 없을 정도로 ‘과잉’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관광지 및 지역 주민들에 대한 생활환경 침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생활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앞세우는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는 이로 인한 충격이 한층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미의 ‘오버 투어리즘’ 대신에 ‘관광공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관광공해의 대표적인 ‘피해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역사도시 가마쿠라다. 17만 2000명이 사는 이 도시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내국인을 포함해 2100만명. 지역인구 대비 관광객 수 배율이 122배에 달해 프랑스 파리(약 15배)와 교토(약 40배)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약 80배)보다도 훨씬 높다. 또한 도시면적 1㎢당 관광객으로 따지면 1521명으로 교토 184명, 나라 140명, 닛코 20명 등 일본 내 다른 유명 관광지들을 압도한다. 이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가마쿠라 에노덴 전철의 가마쿠라코코마에역 근처 건널목은 관광공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1990년대 만화 주간지에 연재됐던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건널목 모델이라고 해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에노덴 전차가 지날 때마다 차도에 외국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옴짝달싹 못하게 된 현지 자동차들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것은 일상 풍경이 됐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 여성(70)은 “집 앞에 렌터카나 관광버스가 무단으로 주차해 내 차를 대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한 50대 여성은 “관광객이 많은 날은 어쩔 수 없이 2개역 정도의 구간을 걸어서 귀가한다”며 “주민들에게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혜택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병원 입구에는 중국어로 ‘관광객의 화장실 이용 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효과는 없다. 가마쿠라시는 지난해부터 건널목 부근에 경비원을 배치했지만 갈수록 느는 관광객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오사카 우메타의 번화가 인근 나카자키초도 심각한 관광공해에 시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빈집을 개량한 카페와 잡화점 등이 많아 외국 여행정보에 ‘향수를 자극하는 곳’으로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최근 부쩍 늘었다. 60대 한 주민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멋대로 우리 집을 촬영하는 통에 차분하게 지내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오사카시립 오기마치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등하교 중에 모르는 사람이 내 사진을 찍었다”는 어린이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관할하는 소네자키 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관내 관광호텔 등에 “어린이들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영어·중국어 포스터를 붙였다. ‘사계채의 언덕’ 등으로 알려진 홋카이도 비에이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꽃밭과 보리밭을 마구잡이로 드나드는 통에 피해가 속출했다. 결국 지역 관광협회가 “밭에 들어가면 병원균 등 때문에 농작물을 수확할 수 없게 될 수 있으니 질서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토는 오랜 관광지여서 인프라가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인데도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토시는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그림으로 표현한 팸플릿을 영어와 중국어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또 “관광객들 때문에 버스가 제때 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탈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올 3월부터 버스 1일 무제한 승차권을 500엔(약 5000원)에서 600엔으로 100엔 인상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방일 외국인에 의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현지 교통사정은 물론이고 일본 특유의 오른쪽 운전석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렌터카를 험하게 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렌터카 이용이 최근 5년간 해마다 30~40%씩 증가하면서 사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도쿄카이조니치도화재보험에 따르면 외국인의 렌터카 1건당 사고율은 일본인의 약 4배에 이른다. 하시바 고헤이 도쿄카이조그룹 연구원은 “한국, 대만, 홍콩에서는 음주운전, 과속 등 자국 내 운전법규 위반 건수가 많게는 일본의 수십 배에 이르고 있다”며 “그런 습관이 일본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시바 연구원에 따르면 과속의 경우 일본은 차량 1000대당 22.6건인 반면 한국은 402.4건, 대만은 340.3건, 홍콩은 337.6건에 이른다. 외국인 운전사고의 공포가 특히 심한 곳은 오키나와현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철도 등 대중교통은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렌터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는 경찰이 렌터카 회사에 “한국어나 중국어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차를 빌려주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사이트 등을 통해 찾는 민박의 경우 소음과 쓰레기 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이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치료를 받은 뒤 제대로 돈을 내지 않고 자기 나라로 떠나버리는 얌체 관광객들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 수용을 위한 민박집의 증가로 빈집이 줄면서 집세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진다. 여행사 스피릿오브재팬트래블의 다카야마 마사루 대표이사는 아사히신문에 “교토의 경우 단순한 공터에 1억엔 이상의 판매가가 붙어 있는 곳도 있다”며 “토지에 낀 과도한 거품이 교토에 살아오면서 교토라는 관광자산을 묵묵히 지켜온 지역 커뮤니티를 해체하고 공동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야마 대표는 “방일객의 수를 늘리는 데만 주안점을 두는 현재의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며 “여행팀 인원과 숙박일수,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쓰는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의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당국의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카사키경제대 이도 다카오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유명 관광지가 아닌) 상점가와 주택가 등 일반 생활공간에 대한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관광공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당국은 외국인의 관광매너가 개선될 수 있도록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2020년 4000만명의 방일 관광객을 목표로 내건 데 대해 “관광객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거나 일본에 익숙한 재방문객을 늘리는 방안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단순한 숫자 목표 달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관광 공해’ 몸살 앓는 일본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은 모두 2869만명이었다. 이들이 일본에서 쓴 돈은 4조 4161억엔(약 44조원)에 달했다. 각각 전년 대비 19%와 18%가 늘어난 것으로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수치다. 이런 흐름은 올해에도 이어져 1~8월 방문객은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2131만명으로 집계됐다. 6월 오사카 강진, 7월 서일본 호우 등 잇따른 재해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다. 9월 이후 제21호 태풍 ‘제비’와 홋카이도 지진 피해 등으로 일정 수준 방문객 감소가 불가피해졌지만 당초 목표로 했던 올해 전체 3000만명은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관광객이 이만큼 빠르게 늘어난 것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유례를 찾기 힘들다. 방일 외국인은 2011년만 해도 662만명으로, 그해 979만명이었던 한국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2013년(1036만명) 1000만명의 벽을 넘어선 후 2014년 1341만명, 2015년 1974만명, 2016년 2404만명 등 파죽의 성장세를 거듭했다. 2015년 한국을 앞지른 후 지난해 격차를 2.4배까지 벌렸다. 하지만 이런 ‘과속 성장’에는 상응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기존의 사회기반 인프라가 배겨 낼 수 없을 정도로 ‘과잉’의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고 관광지 및 지역 주민들에 대한 생활환경 침해도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개인생활과 타인에 대한 배려를 앞세우는 문화에 익숙한 일본인들에게는 이 같은 문화적 충격이 한층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들이 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의미의 ‘오버 투어리즘’ 대신에 ‘관광공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 일본에서 관광공해의 대표적인 ‘피해지역’으로 꼽히는 곳은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역사도시 가마쿠라다. 17만 2000명이 사는 이 도시를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내국인을 포함해 2100만명. 지역인구 대비 관광객 수 배율이 122배에 달해 프랑스 파리(약 15배)와 교토(약 40배)는 물론이고 이탈리아 베네치아(약 80배)보다도 훨씬 높다. 또한 도시면적 1㎢당 관광객으로 따지면 1521명으로 교토 184명, 나라 140명, 닛코 20명 등 일본 내 다른 유명 관광지들을 압도한다. 이는 지역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생활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의미이다. 가마쿠라 에노덴 전철의 가마쿠라코코마에역 근처 건널목은 관광공해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1990년대 만화 주간지에 연재됐던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건널목 모델이라고 해서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에노덴 전차가 지날 때마다 차도에 외국인들이 빼곡히 들어차 옴짝달싹 못하게 된 현지 자동차들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려대는 것은 일상 풍경이 됐다. 이곳에 살고 있는 한 여성(70)은 “집 앞에 렌터카나 관광버스가 무단으로 주차해 내 차를 대지 못하는 일도 있다”고 했다. 한 50대 여성은 “관광객이 많은 날은 어쩔 수 없이 2개역 정도의 구간을 걸어서 귀가한다”며 “주민들에게는 관광객 증가에 따른 혜택도 없다”고 말했다. 인근 병원 입구에는 중국어로 ‘관광객의 화장실 이용 금지’ 안내판이 붙어 있지만 효과는 없다. 가마쿠라시는 지난해부터 건널목 부근에 경비원을 배치했지만 갈수록 느는 관광객을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오사카 우메타의 번화가 인근 나카자키초도 심각한 관광공해에 시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빈집을 개량한 카페와 잡화점 등이 많아 외국 여행정보에 ‘향수를 자극하는 곳’으로 소개되면서 관광객이 최근 부쩍 늘었다. 60대 한 주민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외국인 관광객이 멋대로 우리 집을 촬영하는 통에 차분하게 지내는 게 불가능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인근 오사카시립 오기마치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등하교 중에 모르는 사람이 내 사진을 찍었다”는 어린이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곳을 관할하는 소네자키 경찰서는 지난 5월부터 관내 관광호텔 등에 “어린이들의 사진을 함부로 찍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영어·중국어 포스터를 붙였다. ‘사계채의 언덕’ 등으로 알려진 홋카이도 비에이에서는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꽃밭과 보리밭을 마구잡이로 드나드는 통에 피해가 속출했다. 결국 지역 관광협회가 “밭에 들어가면 병원균 등 때문에 농작물을 수확할 수 없게 될 수 있으니 질서를 지켜 달라”고 호소하며 순찰활동을 벌이고 있다. 교토는 오랜 관광지여서 인프라가 비교적 잘 돼 있는 편인데도 일상생활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교토시는 관광객들이 지켜야 할 수칙을 그림으로 표현한 팸플릿을 영어와 중국어로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또 “관광객들 때문에 버스가 제때 오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탈 수 없는 경우도 많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빗발치자 올 3월부터 버스 1일 무제한 승차권을 500엔(약 5000원)에서 600엔으로 100엔 인상하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방일 외국인에 의한 교통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현지 교통사정은 물론이고 일본 특유의 오른쪽 운전석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렌터카를 험하게 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인 렌터카 이용이 최근 5년간 해마다 30~40%씩 증가하면서 사고도 덩달아 늘고 있다. 도쿄카이조니치도화재보험에 따르면 외국인의 렌터카 1건당 사고율은 일본인의 약 4배에 이른다. 하시바 고헤이 도쿄카이조그룹 연구원은 “한국, 대만, 홍콩에서는 음주운전, 과속 등 자국 내 운전법규 위반 건수가 많게는 일본의 수십 배에 이르고 있다”며 “그런 습관이 일본에 와서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시바 연구원에 따르면 과속의 경우 일본은 차량 1000대당 22.6건인 반면 한국은 402.4건, 대만은 340.3건, 홍콩은 337.6건에 이른다. 외국인 운전사고의 공포가 특히 심한 곳은 오키나와현이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지만 철도 등 대중교통은 일본 내 다른 지역에 비해 낙후돼 렌터카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해 오키나와의 한 섬에서는 경찰이 렌터카 회사에 “한국어나 중국어로 말하는 사람에게는 차를 빌려주지 않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사이트 등을 통해 찾는 민박의 경우 소음과 쓰레기 문제 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관광객과 인근 주민들이 주먹다짐을 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의료기관들은 질병이나 부상 때문에 치료를 받은 뒤 제대로 돈을 내지 않고 자기 나라로 떠나버리는 얌체 관광객들 때문에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 수용을 위한 민박집의 증가로 빈집이 줄면서 집세 급등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기존 주민들이 다른 지역으로 쫓겨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으로 이어진다. 여행사 스피릿오브재팬트래블의 다카야마 마사루 대표이사는 아사히신문에 “교토의 경우 단순한 공터에 1억엔 이상의 판매가가 붙어 있는 곳도 있다”며 “토지에 낀 과도한 거품이 교토에 살아오면서 교토라는 관광자산을 묵묵히 지켜온 지역 커뮤니티를 해체하고 공동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야마 대표는 “방일객의 수를 늘리는 데만 주안점을 두는 현재의 정부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며 “여행팀 인원과 숙박일수, 어디에서 어떻게 돈을 쓰는지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뤄지지 않아 관광객의 실태 파악이 안 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당국의 대책 마련도 쉽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다카사키경제대 이도 다카오 교수는 니혼게이자이에 “(유명 관광지가 아닌) 상점가와 주택가 등 일반 생활공간에 대한 외국 관광객들의 관심이 최근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른 관광공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은데, 당국은 외국인의 관광매너가 개선될 수 있도록 대응을 서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일본 정부가 2020년 4000만명의 방일 관광객을 목표로 내건 데 대해 “관광객을 여러 지역으로 분산시키거나 일본에 익숙한 재방문객을 늘리는 방안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게 단순한 숫자 목표 달성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글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방탄소년단 정국, 공연 중 실신한 팬에게 물병 건네

    방탄소년단 정국, 공연 중 실신한 팬에게 물병 건네

    그룹 방탄소년단의 정국이 콘서트 중 보인 행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코르호텔스 아레나에서 유럽투어 마지막 공연을 했다. 이날 보안요원이 실신한 팬을 데리고 나가는 것을 본 정국이 걱정 어린 시선으로 물병을 건네는 모습이 팬들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공개된 영상에는 노래를 부르던 정국이 갑자기 관객석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그는 곧 실신한 팬이 걱정되는지 무대 아래로 몸을 기울여 물병을 건넨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팬들은 방탄소년단의 히트곡과 멤버들의 솔로 무대에 한국어로 다 함께, 이른바 ‘떼창’을 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공연의 열기가 뜨거웠던 만큼 공연 도중 실신한 팬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은 프랑스 공연을 마지막으로 ‘LOVE YOURSEFLF’ 유럽 투어를 마쳤으며, 11월 13일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LOVE YOURSELF’ 투어를 이어간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금융 公기관 논술 키워드 ‘공정사회·사회갈등·자영업자’

    ‘꿈의 직장’으로 통하는 금융 공공기관들의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논술시험의 3대 키워드는 공정 사회, 사회 갈등, 자영업자 문제였다. 21일 금융 공공기관들에 따르면 전날인 20일은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이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이른바 ‘금융 A매치 데이’였다. 같은 날 여러 기관의 시험이 진행된 탓에 복수로 응시한 수험생들의 눈치 작전도 치열했다. 실제 한은의 응시율은 51%, 금감원은 70% 정도로 저조한 편이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대기업 필기시험도 동시에 치러져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시험장을 오가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보다 많은 기회를 얻으려는 수험생들의 ‘시간차 응시’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논술시험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 심화 현상과 해소 방안’을 물었다. 사회학자인 울리히 베크의 ‘위험 사회’와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 사회’로 갈등 상황을 제시하고 공론화와 투표를 통한 갈등 해소 방안의 한계와 보완점을 물었다. 금감원도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해결 방안’과 ‘공정 사회를 위한 집단 규율’ 중 한 가지를 골라 쓰도록 했다. 산은은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추세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상하고 경제적·기술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쓰도록 했다. 금융 공공기관들은 필기시험에서 선발인원의 1.5~4배수를 추려낸 뒤 면접시험 등을 거쳐 총 700여명을 선발한다. 면접은 대부분 지원자의 출신 지역과 학교 등을 면접관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된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취업난에 ‘퀵’타는 수험생에게 금공 A매치는 무엇을 물었나

    취업난에 ‘퀵’타는 수험생에게 금공 A매치는 무엇을 물었나

    “과학 기술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사고의 위험도 일상화됐다. 현대인은 무엇을 할 수 있다며 성과를 쌓지만 늘 피곤하고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우울증도 겪는다.”지난 20일 필기시험을 진행한 한국은행은 공통 논술 문제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는 배경을 이같이 제시했다. 이날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9개 금융 공공기관이 동시에 필기시험을 치르는 ‘금융 A매치 데이’였다. 과도한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유사 공공기관이 같은 날 필기를 치르고 있어, 여느 때처럼 수험생들의 눈치 작전이 치열했다. 한은은 필기 응시율이 약 51%, 금감원은 70% 정도가 2차 필기를 응시했다. 또한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대기업 필기시험도 동시에 시험을 열어 오토바이 퀵서비스로 필기 시험장을 오가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취업난이 극심해지면서 수험생들이 공채 시험을 놓치지 않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시간차 응시’를 노리는 모습이다. 공정사회와 사회갈등, 자영업자 문제를 물어본 금융공공기관의 논술 문제도 주목을 받았다. 직렬과 관계없이 풀어야 하는 일반 논술에서는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생각을 가늠하는 문제가 출제된다. 한국은행은 ‘우리 사회의 갈등 심화 현상과 해소 방안’을 물었다. 사회학자인 울리히 백의 ‘위험 사회’와 철학자 한병철의 ‘피로 사회’로 갈등상황을 제시하고 공론회와 투표를 통한 갈등 해소 방안의 한계와 보완점을 물었다. 서류 대신 지난달 1차 필기시험을 치르고 이번에 2차 필기시험을 진행한 금융감독원은 ‘한계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해결방안’과 ‘공정사회를 위함 집단 규율’ 중 한가지를 골라 쓰도록 했다. 신용보증기금은 핀테크(금융+기술)와 양적완화(QE) 관련 문제 중 하나를 택하게 했다. 산업은행은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드는 추세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을 예상하고 경제적 변화와 기술적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쓰도록 했다. 금융공공기관은 필기시험에서 선발 인원의 1.5~4배수를 추려내 이후 면접 등으로 약 700명을 선발한다. 대부분 지원자의 이름이나 출신학교, 출신 지역을 면접관에게 공개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으로 진행된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궁민남편’ 안정환, 웃음 폭탄부터 독설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궁민남편’ 안정환, 웃음 폭탄부터 독설까지 ‘이런 모습은 처음’

    ‘궁민남편’ 안정환의 전에 없던 새로운 예능감각이 깨어난다. MBC 일밤 신규 프로그램 ‘궁민남편’은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빠’로 살기 위해 포기하는 것이 많았던 대한민국 남편들을 대변하는 출연자들의 일탈기를 담는 프로그램이다. 차인표, 안정환, 김용만, 권오중, 조태관 다섯 사랑꾼들이 잃어버렸던 로망을 되찾아주며 훈훈하고 유쾌한 웃음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던 안정환이 ‘궁민남편’을 통해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면모들을 표출, 안방극장에 강력한 웃음 융단폭격을 쏟아낸다. 먼저 안정환과 김용만의 新(신) 옥신각신 케미가 시청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창단식에서 김용만을 처음으로 대면하자마자 차진 독설을 날리는가 하면 녹화 내내 그를 쥐락펴락하며 화기애애한 현장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또 급기야는 “내가 다른 데서 형한테 구박 받은 거, 여기서 아주 다 쏟아 부을 거야!”라며 안정환이 울분을 토해내는 흥미진진한 풍경까지 만나볼 수 있다고. 뿐만 아니라 이같이 전투력 최고치를 달성한 모습과 달리 세상 사랑스러움을 모두 흡수한 애교 4종 세트를 최초로 공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새로운 ‘안정환’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MBC 새 예능프로그램 ‘궁민남편’은 21일 오후 6시 35분 첫 방송된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 예고편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다큐멘터리 ‘집의 시간들’ 예고편

    다큐멘터리 영화 ‘집의 시간들’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집의 시간들’은 재건축을 앞둔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라야 감독의 ‘가정방문’ 프로젝트와 이인규 편집장의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가 만나 탄생했다. 공개된 예고편은 모두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는 집 일부를 비추며 시작한다. “추억이 아주 많죠. 같은 집에서 계속 살았으니까…“라는 목소리는 곳곳에 쌓인 다양한 기억을 예고한다. 이어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평생에 다시 한 번 이런 데서 못 산다는 생각? 어쨌든 개발이 되면 이 모습은 없어지는 거잖아요”라는 목소리가 사라질 공간의 풍경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영상작가이자 사진작가인 라야 감독은 작품에 관해 “재건축을 앞둔 집에 대해 실제 주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추억이 많음에도 재건축이 잘되길 바랄 수도 있고, 녹물 때문에 지긋지긋하면서도 아파트의 녹지를 사랑할 수도 있다. 주민의 목소리를 빌려 바라본다”며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영화는 사전 동의를 얻은 가정을 방문해 각자의 이야기가 담긴 집의 모습을 기록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담백하게 담아냈다. 재건축을 앞둔 둔촌주공아파트와 그곳에서 삶의 일정 시간을 함께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집의 시간들’은 10월 25일 개봉한다. 73분. 전체 관람가.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사진 속 커플 찾습니다…영화같은 산 정상 프러포즈

    사진 속 커플 찾습니다…영화같은 산 정상 프러포즈

    깍아지를듯한 벼랑 끝에서 청혼하는 연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화제에 올랐다. 지난 2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연인의 완벽한 순간이 사진으로 촬영됐다고 보도했다. 아름다운 풍경에 더욱 아름다운 순간이 담긴 이 사진은 지난 6일 사진작가 매튜 디펠(24)이 우연히 촬영했다. 이날 친구와 함께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을 찾았다가 이 장면을 카메라에 담은 것. 디펠은 "당시 건너편 봉우리에 한 커플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면서 "처음에는 무엇을 하는 지 몰랐지만 곧 청혼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진 촬영 후 그곳을 찾아 사진 속 커플을 찾았으나 만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 연인에게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이 사진은 이렇게 현재까지는 주인없는 작품이 됐다. NBC뉴스 등 현지언론은 "화제의 이 사진은 트위터 등 SNS 상에서 9만 번 이상 리트윗 될 만큼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SNS의 힘으로 사진 속 주인공을 결국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볼거리 가득한 진짜 역사체험 김포 ‘월곶 저잣거리 역사장터’ 열린다

    볼거리 가득한 진짜 역사체험 김포 ‘월곶 저잣거리 역사장터’ 열린다

    조선말에서 근대기 조강포구 저잣거리 풍경 재현행사가 경기 김포시 월곶면 군하리 일대에서 펼쳐진다. 20일 김포문화재단에 따르면 군하리 일대는 조강을 비롯해 애기봉과 문수산성 등 김포의 주요 역사자원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깊은 마을이다. 김포의 대표 역사마을인 월곶면 중에서도 관아마을 전통과 5일장 전통을 간직한 군하리 마을에서 오는 28일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최된다. 군하리는 통진향교와 통진이청 등 전통 건축물과 옛 길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군하리 마을만의 역사적인 특색을 살린 ‘스토리형 역사체험 행사’를 열어 월곶만의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월곶 역사장터 주요행사로 장터마당(저잣거리)에서는 먹거리장터와 나눔장터, 직거래장터가 벌어진다. 특히 공연마당에서는 풍물공연과 남사당 줄타기 공연을 비롯해 인기 개그맨 권재관과 오나미가 출연하는 ‘비둘기 마술단’을 선보인다. 버스킹과 사또퀴즈 한마당도 마련됐다 체험마당에서는 천연염색과 한지등 만들기, 단청그리기 등 프로그램이 선착순 무료로 운영된다. 행사장 일대는 역사자원 스토리를 입힌 체험형 역사문화행사와 조선시대 관아마을과 장터를 그대로 재현한 공간·거리 연출, 미션코스를 따라 탐방객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체험형 문화행사로 꾸며진다. 먼저 월곶과 군하리 역사체험 행사로, 조강포구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번성했던 월곶면 군하리 장터(옛 통진장터)를 스토리텔링하고 옛 모습을 복원한다. 또 문수산성과 조강포구, 통진이청, 통진향교 등 역사자원을 간직한 월곶면·군하리 장점을 살린 역사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이 일대에 조선말기~근대기 저잣거리를 재현해 초가주막과 판잣집, 청사초롱, 평상, 멍석 등으로 꾸며놓는다. 월곶주민들의 농악과 줄타기·풍물이 이어지고 전통의상 코스프레행사가 진행된다. 장터 판매자들은 조선시대 평민복착용으로 변신한다. ‘조강따라 역사따라’ 월곶 역사탐방은 분진중학생과 통진중학생 40명이 월곶 주요 역사문화자원을 버스 및 도보로 다니는 프로그램이다. 지역 중학생들이 직접 문화해설사로도 활동한다. 조강리~용강리~보구곶리~군하리~조강포구~매화미르마을~유도~보구곶미술관~3·1만세운동유적비 코스로 진행된다. ‘암행어사 출두요’ 군하마을 탐방행사는 당일 오후 1~5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군하리 마을을 도보로 탐방하며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으로 9종류의 퀴즈와 체험미션이 주어진다. 완료하면 기념품을 지급한다. 통진현감부사선정비~월곶생활문화센터~통진이청~월곶쌀롱~통진향교코스로 이뤄진다. 이밖에 50여점 월곶의 옛 사진전도 마련된다. 월곶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김포 역사캐릭터 그리기 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주민이 참여하고 만드는 월곶 최초의 이번 문화행사는 민관합동추진단을 구성해 월곶 역사문화 홍보리플렛과 홍보영상을 제작해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월곶면 애기봉로7번길 일대는 행사당일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이번 역사체험행사는 과거 김포경제와 문화를 선도했던 월곶 군하리의 역사문화적인 가치를 알리고 지역특화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자세한 사항은 문화재단 문화유산팀(031-996-7383)으로 문의하면 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작심삼일 다이어트, 당신의 ‘의지박약’ 탓이 아니다 (연구)

    작심삼일 다이어트, 당신의 ‘의지박약’ 탓이 아니다 (연구)

    매번 작심삼일로 끝나는 다이어트에 자신의 ‘의지박약’을 탓했던 사람들이라면 주목할 만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해외 언론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대학 연구진은 최근 연구를 통해 일부 사람들은 욕망, 특히 식욕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뇌 부위가 매우 활성화 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성인 남녀 24명을 대상으로 3개월 간 하루 1200칼로리만 섭취하라고 제한하고, 동시에 실험참가자들에게 고칼로리의 음식 사진과 평범한 풍경사진을 보여주면서 이들의 뇌를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fMRI)로 촬영했다. 그 결과 스스로 식욕을 억제하는 뇌 부위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다이어트를 할 때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식단을 제한하는 등의 행동 및 의지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실험참가자를 대상으로 측면 전두엽 피질(lateral prefrontal cortex) 및 북부 내측전전두피질(ventral medial prefrontal cortex)을 정밀 분석했다. 측면 전두엽 피질은 자기 제어와, 북부 내측전전두피질은 어떤 행동과 결정에 대한 동기부여 관련된 부위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에게 고칼로리의 음식 사진을 보여줬을 때 일부 참가자들의 측면 전두엽 피질과 북부 내측전전두피질이 매우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했다. 1개월 뒤 같은 실험을 했을 때 실험참가자들의 해당 뇌 부위 활성화 정도가 모두 낮아지긴 했지만, 다이어트에 가장 성공한 실험참가자는 그 감소폭이 더 적었다. 이는 해당 뇌 부위의 활성화 효과가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들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된 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연구를 이끈 알랭 도허 맥길대학 심리학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이 다이어트를 할 때에는 자기조절과 자기제어를 관장하는 뇌 영역에 상당부분 의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번 연구는 자기 제어 능력을 높이는 비만 치료제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세한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18일자에 소개됐다. 사진=123rf.com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강북구, 글로벌서울메이트 초청 역사·문화 투어 진행

    서울 강북구는 ‘역사·문화 자원의 세계화’ 일환으로 서울관광재단에 소속된 글로벌서울메이트 30여명을 초청해 지역의 대표명소를 소개하는 투어를 17일 진행했다. 글로벌서울메이트는 국내외 거주 외국인으로 구성된 서울시 홍보 사절단으로 지난 2012년 결성됐다. 시의 문화자원을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해 관광 홈페이지나 SNS에 배포하는 게 이들의 주요 활동 내용이다. 이번 투어는 글로벌서울메이트 방문과 관련한 구의 요청을 관광재단이 수락함에 따라 마련됐다. 근현대사기념관, 초대길, 국립4·19민주묘지 등 강북구 곳곳의 이름난 곳이 주요 코스다. 이날 기념관에서 박겸수 강북구청장과 함께 태극기·무궁화 만들기 체험을 마친 사절단은 북한산 탐방안내센터를 지나 초대길 입구에 도착했다. 이어 신익희 선생, 신하균 선생, 이준 열사 묘역을 순서대로 방문해 우리나라 격동기 근현대 역사와 선열들의 희생정신 대한 해설사의 안내를 경청했다. 특히 대한민국 초대 부통령으로 6형제 모두가 독립운동가인 이시영 선생 등 해설사의 이야기로 풀어낸 설명이 사절단의 관심을 끌었다. 사절단은 북한산의 풍경에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는 반응을 보였다. 탐방에 나선 한 참가자는 “특색 있는 장소마다 간직한 역사가 있어 여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을 알게 된 외국인 방문객들은 다시 찾을 것”이라며 소감을 밝혔다. 박 구청장은 “이번 글로벌서울메이트 방문을 통해 구의 유수한 자원을 소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근현대사기념관, 4·19혁명 국민문화제 등 그동안의 노력들로 이뤄낸 성과를 지구촌 곳곳에 알리며 ‘역사문화관광 도시 강북구’의 위상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초원 위 별빛… ‘칸’처럼 달린다, 사막 끝 황혼… 지평선을 거닐다

    초원 위 별빛… ‘칸’처럼 달린다, 사막 끝 황혼… 지평선을 거닐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다. 두꺼운 겨울 파카를 꺼내입고 밖으로 나왔다. 숨을 쉴 때마다 우윳빛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9월에 내리는 눈. 초원의 낙엽송은 노랗게 물들었는데 눈이 내리다니. 숲에서 쌍봉낙타 몇 마리가 느린 걸음으로 빠져나왔다. ‘눈 내리는 단풍숲을 지나는 낙타’. 뭔가 비현실적인 풍경이었다.‘칭기즈칸의 땅’ 몽골 테를지국립공원 4륜 구동 지프를 타고 테를지국립공원 야마트 산 정상에 올랐다. 이곳에 커다란 늑대상이 있다. 몽골인은 늑대를 시조로 삼는다. 몽골인은 ‘보르항산’ 기슭에 펼쳐진 초원에서 하늘의 뜻으로 인간 세계에 내려온 푸른 늑대(볼테치노)와 그의 아내 흰 사슴(고아바랄) 사이에서 시조 ‘바타치 칸’이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이들의 10대손인 ‘알란코아’(북쪽에서 내려온 곱디고운 여자)가 태어났다. 몽골족의 ‘시조모’(族母)로 여겨지는 여인이다. 그리고 또다시 12대를 흘러 세계 제국을 건설한 칭기즈칸이 이 가문에서 나온다.●야마트산 아래 기암괴석 풍경에 탄성… 드넓은 초원 달리는 승마 체험은 필수 늑대상 옆에는 우리 서낭당에 해당하는 돌무더기 ‘어워’가 서 있다. 세 바퀴 돌고 소원을 비는 곳이다.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테를지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곳곳에 거북바위, 독수리바위 등의 이름을 단 기암괴석이 자리잡고 있다. 중생대의 화강암으로 원래 바다였던 지역이 융기, 침식을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한다. 산에서 내려와 말을 타고 초원을 달려본다. 몽골을 여행한다면 몽골말 타기를 반드시 경험해야 한다. 어렵지는 않다. 처음에는 마부가 고삐를 잡은 말을 타고 걷다가 나중에는 고삐를 좌우로 당기며 조금씩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말을 타고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힘들다. 뺨에 닿는 바람이 다소 차갑지만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진다.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다. 말을 타고 가다 보면 유목민이 양떼를 몰고 가는 것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눈 내리는 단풍숲 빠져나가는 낙타들… 까만 밤하늘 위 쏟아지는 수만 개의 별 몽골의 젖줄이라 불리는 툴강도 건녔다. 물은 검었고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고삐를 잡은 손이 시렸다. 툴강은 몽골의 중북부에 위치한 칸 헨테인 누루 자연보호구의 헨티산군에서 발원해 테를지국립공원과 울란바토르를 관통해 흐른다. 길이 704㎞의 이 물줄기는 하류에서 오르혼강, 세렝게강과 합류해 러시아의 바이칼호수로 흘러 들어간다. 테를지 여행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밤하늘의 별 감상이다. 밤이면 머리 위 까만 하늘에 별이 돋는다. 수만 개의 별이 불을 켠 듯 반짝인다. 이마 바로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손을 들어 하늘을 저으면 별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릴 것만 같다. 몽골을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별을 찍기 위해 커다란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져가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사막과 초원의 공존 ‘엘승타사르하이’ 초원 여행을 끝내고 울란바토르로 돌아와 하루 휴식 후 다시 사막으로 향했다. 울란바토르에서 칭기즈칸 시대 수도였던 하라호름으로 가는 길에 바양고비가 있는데 이곳에 엘승타사르하이라는 사막이 있다. 울란바토르에서 약 280㎞ 떨어져 있다. 차로 네 시간 정도 걸린다. 고비 사막까지 갈 시간 여유가 없는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다. ●사구·사막식생 고스란히 보존 가는 내내 돌산과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끝없이 이어지는 지평선. 가끔 나타나는 흰 점들은 게르고 검은 점은 양떼들이다. 가는 길에 자그마한 마을 한두 곳을 지난다. 운전사는 마을에 들러 민가 문을 두드리고는 들어간다. 얼마 후 나온 그의 손에는 커다란 비닐봉지 두 개가 들려 있다. 뭐냐고 물어보니 석탄이란다. 오늘 밤 묵을 게르의 난로에 넣을 연료다. 보드카를 넉넉히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엘승타사르하이는 사막과 대초원이 공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초원 한가운데 80㎞나 이어지는 사막이 버티고 있다. 엘승타사르하이는 ‘모래의 단절’이란 뜻이다. 사구와 사막식생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하라 사막처럼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 아니라 중간중간 나무가 서 있는 황량하고 메마른 땅이다. 실개천이 흐르는 곳도 있어 유목민도 살고 있다.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은 낙타 타기를 경험한다. 초원을 달리는 승마와는 또 다르다. 승마가 달리기라면 낙타 타기는 산책이다. 낙타는 귀소본능이 강해 고삐를 놓으면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낙타주인이 맨 앞에 서서 일행을 이끌어야 한다. 앉아 있는 낙타 등에 올라타면 낙타가 벌떡 일어서는데 이때 높이가 생각보다 높아 놀란다.●하루종일 양고기만… 한 마리는 먹은 듯 낙타 타기를 마치고 게르로 돌아오니 몽골 전통 양고기 요리인 ‘허르헉’①이 준비돼 있었다. 양고기를 큼직하게 잘라 감자, 당근 등의 야채와 함께 양철 통에 넣은 후 불에 달군 돌을 통에 넣어 뚜껑을 닫아 1시간 정도 익힌 후 먹는 요리이다. 독특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양고기 특유의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몽골인들은 고기를 정말 좋아한다. 아침에 양고기 국수②를 먹고 점심에 양고기 덮밥을 먹는다. 저녁에도 또 양고기 스테이크③를 먹는다. 우리는 운전을 하며 과자나 견과류를 먹거나 껌을 씹지만 우리와 함께한 몽골인 운전사는 양갈비를 뜯었다. 잠시 쉬어 가는 휴게소에서는 양고기를 먹었다. 양고기를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양고기를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에이 설마, 그럴리가”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지만, 내 대답은 “어, 근데 정말 그랬어”다. 몽골에서 보낸 일주일 동안 양 한 마리는 먹은 것 같다. 울란바토르에 유명한 북한식당이 있다고 하길래 가이드 바다라크에게 특별히 부탁을 해 가서 냉면을 먹었다. 냉면이 나오자 바다라크가 공기밥에 불고기를 잔뜩 올리며 말했다. “정말 한국사람들은 이 음식을 왜 먹는 겁니까? 차갑고 밍밍한 국물에 아무 맛이 안 나는 면을 넣은 이 음식이 그렇게 맛있습니까?” “게다가 고기도 겨우 두세 점 올라 있을 뿐이잖아요.” 그는 면발을 밀어넣는 나를 보며 이렇게 투덜거렸다. ●담백한 세상으로의 초대 언젠가 꼭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 몽골. 지금은 언젠가 꼭 한번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 됐다. 드넓은 초원과 메마른 사막, 밤하늘의 별, 들판을 붉게 물들이는 황혼, 그리고 게르에서 먹었던 양고기와 보드카, 함께 한 일행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던 마두금(두 개의 현을 가진 몽골 전통 악기)의 선율…. 이 모든 것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서울이다. 카페에서 창밖을 바라본다. 네온사인이 환하고 오가는 차들의 불빛이 어지럽다. 세상이란 왜 이리 복잡하게 생겨먹은 것일까. 세상이 지평선과 노을, 강으로 구성돼 있다면 우리 인생은 훨씬 심플하고 담백해지지 않았을까. 어딘가에서 긴 말울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은 밤이다. 몽골의 지평선이 그립다.[여행수첩] 몽골항공(MIAT)과 대한항공이 인천~울란바토르를 운항한다. 약 3시간 소요. 초원과 사막 곳곳에 묵어 갈 수 있는 게르식 숙소가 있다. 수세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추고 있어 불편하지는 않다. 혼자 자유여행을 하기는 어렵고 가이드와 4륜 구동 차를 이용해 투어하는 것이 낫다. 울란바토르에 평양냉면과 불고기, 순대 등을 맛볼 수 있는 북한 식당 백화원이 있다. 쇼핑을 한다면 카디건, 니트, 목도리 등 캐시미어 제품을 추천한다. 칭기즈칸 보드카는 몽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고 즐겨 마시는 보드카다. 한국 컵라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넉넉히 사서 차에 실 어두는 것도 편하게 여행하는 한 방법이다. 글 사진 최갑수 (여행작가)
  •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650명 참석 성황… 블록체인 세션은 녹음하며 ‘열공’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 650명 참석 성황… 블록체인 세션은 녹음하며 ‘열공’

    ‘연결의 시대, 그 너머로’를 주제로 18일 열린 ‘2018 서울미래컨퍼런스’는 우리 삶 안으로 한 발 더 들어온 기술이 실제 어떻게 사회에 적용되는지를 알아보려는 참석자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이날 행사가 열린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 그랜드볼룸은 행사가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였다. 참가자들은 행사장 앞 홀에 모여 ‘4차 산업혁명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행사가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650명이 컨퍼런스 현장을 찾았다. 컨퍼런스가 진행된 그랜드볼룸 안에는 참가자들이 앉을 자리가 부족해 의자를 추가로 들여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특히 컨퍼런스를 찾아온 학생들의 열기가 뜨거웠다. 이들은 “눈앞으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있는 답을 듣기 위해 왔다”고 입을 모았다. 빅데이터를 직접 공부하고 있다는 서울시립대 경제학과 안광민씨는 “빅데이터를 실용적으로 살펴볼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경영과 4차 산업혁명 간의 접목에 관심이 크다는 조민수(숭실대 경영학과·여)씨는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작게라도 해답을 들은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대한 산업계와 학계의 호응도 상당했다. 손태승 우리은행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디지털 신기술의 트렌드와 이러한 기술혁신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심도 있게 짚어 볼 수 있었다”면서 “디지털 혁신기술을 활용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현장을 찾은 소감을 밝혔다. 양정목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전문위원은 “어려운 기술 강의가 아닌 보편적인 사례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풀어냈다는 점에서 크게 평가할 만한 컨퍼런스였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조연설과 세션강의를 듣는 다른 참가자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비트코인 열풍을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 사안이 된 블록체인을 주제로 한 세션이 진행될 때는 많은 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관련 내용을 녹음하는 모습이 보였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20(끝)

    “고종 빼돌려 을사늑약 체결 막아라” 20(끝)

    서울신문은 대한제국 독립운동가의 활약을 소재로 한 해외소설 두 편을 찾았습니다. 글쓴이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겸 시나리오 작가 로버트 웰스 리치(1879~1942)이고, 두 소설의 주인공은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우리 민족 항일의식을 고취한 어니스트 토머스 베델(1872~1909)입니다. 100여년 전 발간된 이 소설에는 베델뿐 아니라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1841~1909), 을사늑약 직후 자결한 충신 민영환(1861~1905) 등 역사적 인물이 대거 등장합니다. 작가가 직접 조선과 일본에 머물려 취재해 쓴 이들 소설에는 고종의 해외 망명 시도 등 극비 내용도 담겨 있어 관심을 모읍니다. 대한제국이 배경인 거의 유일한 해외 소설이어서 사료적 가치도 큽니다. 서울신문은 먼저 ‘황제 납치 프로젝트’(1912년 출간·원제 The cat and the king)를 연재 형태로 소개합니다. <마지막회(20회)>베델(어니스트 토머스 베델)과 소녀, 그리고 내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작은 드라마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에 실패한 뒤 소녀와 나는 요트를 타고 상하이로 건너왔다. 그 뒤 나는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가 뉴욕 브루클린에 터를 잡았다. 우리가 모험을 펼쳤던 조선은 어떻게 됐냐고? 베델과 민영환 대감이 황제를 데리고 궁으로 돌아간 지 2주가 채 지나지 않은 11월 17일. 마침내 하세가와(당시 조선주둔 일본군 사령관으로 훗날 조선의 2대 총독이 되는 하세가와 요시미치)가 군대를 소집해 경운궁을 에워쌌다. 조선의 외교권을 빼앗기 위해서였다. 이토(이토 히로부미)가 궁에 직접 들어가 겁쟁이 황제(고종)에게 “조선은 일본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호통을 쳤다. 결국 일본은 이날 강제로 조약(을사늑약)을 체결했다. 그 일 뒤로 2년이 지난 1907년 7월. 우리가 구하려 했던 조선의 늙은 왕은 일본에게 왕위마저 빼앗겼다. 이후 궁에 갇혀 사실상 옥살이를 시작했다. 이에 격분한 조선의 애국자들이 의병대를 꾸려 서울 곳곳에서 봉기를 일으켰지만 안타깝게도 일제에 의해 잔혹하게 처단됐다. 조선 역사에 큰 죄를 지은 황제는 지금(이 소설을 출간하는 1912년 12월)도 궁에서 살고 있다. 민 대감은? 조선 왕이 일본의 총검 앞에서 외교권을 포기하는 조약(을사늑약)에 서명한 다음날 “자신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적어도 언론을 통한 ‘공식적인’ 경로로는 그렇게 알려졌다. 하지만 저 너머에 있는 진실을 과연 누가 알겠나... (번역자주:이 부분은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하나는 민영환이 일본인들에게 의해 타살된 뒤 자살로 위장 처리됐을 것이라는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죽지 않고 해외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나섰을 것이라는 추측입니다. 아마도 작가가 이 소설을 시리즈로 쓰려고 ‘열린 결말’의 형태로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가장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운 건 나의 오랜 벗 베델이었다. 영국은 동맹국인 일본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그를 재판정에 세웠다. 영국의 벗인 일본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반역을 선동했다는 혐의다. 결국 베델은 영국 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상하이에 있는 영국 감옥에서 복역했다. (번역자주:실제로 베델은 1908년 6월 서울 주재 영국총영사관에서 재판을 받고 3주간 금고형(6개월 근신 포함) 선고를 받았습니다. 당시 조선에는 영국인을 구금할 시설이 없어 중국 상하이에 있던 영사관 내 감옥으로 보내졌습니다. 인천과 상하이 간 정기 배편이 없었기에 영국 군함 ‘클리오’호가 베델 한 사람을 데리러 인천에 오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감옥살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대한매일신보와 코리아데일리뉴스(영자지)를 발간하며 일본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이 저항은 오래 가지 못했다. 조선에서 몸과 마음의 병을 얻었고 얼마 안 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내가 아는 한 베델은 지금도 그 유령의 땅(조선)에 묻혀 있다. (번역자주:베델은 평소에도 몸을 돌보지 않던 성격이었던데다 일제의 압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독주와 담배로 달랜 것이 원인이 돼 1909년 5월 1일 37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토 히로부미는 전 세계가 다 알고 있듯 주도면밀하게 조선 병합 작업을 진행하다가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에서 한 조선인(안중근)의 총에 맞아 숨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생전에 그토록 원하던 바람이 이뤄졌다.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된 것이다. ‘황제 납치 프로젝트’ 독자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번역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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