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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미진진 견문기] 김광석·백남준·박수근의 삶·사랑에 가슴이 먹먹

    [흥미진진 견문기] 김광석·백남준·박수근의 삶·사랑에 가슴이 먹먹

    사람들로 붐비는 흥인지문 앞에서 엄태호 해설사의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로 탐방을 시작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전태일, 박종철, 이한열 등 이 땅에 민주화를 위해 생명을 바친 열사들과 가족들의 아픔이 서린 생활 공동체 한울삶이었다. 문 앞에 그들의 뜻을 담은 시비와 어우러진 꽃들을 보며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와 다림질하는 하얀 연기가 여기가 봉제거리임을 알려 주었다. ‘메이드 인 창신동’과 다리미를 들고 있는 재미있는 모나리자 그림을 지나 봉제박물관 이움피움에 도착했다. 박물관 해설사의 친절한 설명으로 봉제 역사 이야기를 듣고 4층 바느질 카페에 도착해 알싸한 생강차를 마시며 바라본 창신동 절개지의 모습은 앗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풍경이었다. 옷감을 실어 나르는 오토바이를 이리저리 피하며 김광석이 살았던 다세대 주택 앞에 이르렀다. 해설사가 준비해 온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를 들으며 30년 전 학전소극장에서 만났던, 삶을 사랑을 열정적으로 노래하던 김광석이 떠올라 잠시 가슴이 먹먹했다. 김광석의 49제를 올렸다는 안양암에 도착했다. 거대한 바위 위 비석에 새겨진 ‘일제의 밀정’ 배정자의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김광석이 유년시절 다녔던 창신초등학교와 골목골목의 추억을 뒤로하고 백남준이 생전에 가장 오고 싶었다던 고향집터에 이르렀다. 사라질 뻔했던 백남준의 생가가 주민들의 의견으로 재생돼 ‘백남준을 기억하는 집’으로 다시 태어난 이야기와 ‘굿모닝 미스터 오웰’ 등 시대를 앞서간 천재 아티스트 백남준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왕십리 똥파리’ 궤도 전차가 다니던 길을 지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동신교회에 이르렀다. 이 교회 신자였던 화가 박수근의 ‘빨래터’ 작품도 감상하고 “가진 것은 붓과 팔레트뿐이지만 행복하게 해주겠소”라며 아내에게 보낸 박수근의 구애편지를 들으며 봄 햇살과 같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박수근과 그의 가족이 10여년 살았던 집터를 찾았으나 지금은 홈통과 그 위에 ‘박수근 화백 사시던 집’이라는 글씨만이 남아 있어 아쉬웠다.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학부모·학생이 만든 스승의 날 “특별한 아침맞이” 눈길

    학부모·학생이 만든 스승의 날 “특별한 아침맞이” 눈길

    경기 김포 사우초등학교는 15일 오전 8시 스승의 날을 맞이해 교사들에게 감사하고 존경하는 학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학부모와 아이들이 주관한 특별한 아침맞이 행사를 운영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평소 교사들이 아이들을 맞이하는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사우초 학부모회 어머니들과 학생자치회 봉사단체인 레드 봉사단 어린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전 교직원들을 맞이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존경과 격려, 감사의 뜻을 담은 특별한 이벤트에 교사들 얼굴에는 행복한 웃음이 번졌다. 학부모회와 레드봉사단원들이 스승의 날을 맞이해 존경과 감사 메시지를 담은 피켓과 플래카드로 출근하는 교직원들을 반겼다. 또 어린이 레드봉사단이 대표로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은 꽃목걸이를 선생님과 교직원들에게 전달했다. 기념촬영도 이어졌다. 이 특별한 아침맞이를 본 한 교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마음으로 전해준 존경과 감사가 아이들에게 사랑과 열정으로 교육활동을 실천하기 위해 큰 힘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사우초교에서는 스승의 날 기념식과 교직원 자축행사 등 교권을 존중하고, 스승을 공경하는 풍토를 만들고자 스승의 날 의미를 함께 나눌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진행됐다. 강준희 교장은 “이런 행사를 이번에 처음 받아봤는데 학부모와 학생들이 이렇게 응원해주니 앞으로 더욱 잘 지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아직도 선물해야 되는 ‘학교 밖 선생님’들

    아직도 선물해야 되는 ‘학교 밖 선생님’들

    학원·어린이집엔 여전히 선물 관행 “1만~3만원 커피 쿠폰 돌리느라 부담”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스승의날 학교 풍경을 완전히 바꿔 놓았지만 부모들은 여전히 고민스럽다. 학교 교사에게 선물과 꽃 등을 주는 관행은 사라졌지만, 어린이집 등 보육기관 종사자나 학원강사 등 ‘제도권 밖의 선생님’들에게는 여전히 성의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14일 서울 여의도의 한 대형 쇼핑몰은 스승의날 선물을 사려는 학부모들로 붐볐다. 30대 학부모는 “어린이집 선생님에게 선물하려고 하는데 원장에게도 줘야 할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 맘카페에도 비슷한 고민이 여럿 올라왔다. ‘올해 어린이집 학부모가 됐는데 교사에게 선물을 보내도 되느냐’는 단순 질문부터 ‘같은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는 조리사 선물까지 챙긴다는데 우리 아이만 밉보일까 봐 걱정’이라는 하소연까지 다양했다. 청탁금지법 시행 뒤에도 학부모들의 ‘선물 고민’이 여전한 건 법 적용 대상에서 빠진 교육 종사자들 때문이다. 이 법은 현직 초·중·고교 정교사와 학교 기간제 교사, 유치원 교사, 교수 등 교육 관련 법상 교원으로 임용된 이들에게 적용된다. 학원 강사, 어린이집 교사, 방과 후 과정 지도 교사, 학습지 선생님 등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입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교육 강사나 맞벌이 부부가 크게 의존하는 어린이집 교사의 영향력은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24개월 된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직장인 서모(34·여)씨는 “일부 어린이집은 가정통신문을 보내 ‘스승의날 선물은 물론 편지도 받지 않을테니 아무것도 보내지 말라’고 공지했다던데 우리 아이의 어린이집은 공지가 없었다”면서 “선물을 보낼지 말지 시험에 든 기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 학부모도 “작은아이의 어린이집 교사에게 3만원, 언어 치료 선생님 1만원, 큰아이 영어·피아노·태권도 강사에게 1만원씩 커피 쿠폰을 돌렸다”고 전했다. 반면 학교 교사들에겐 스승의날이 피하고 싶은 날이 됐다. 교육부에 따르면 15일 전국 초·중·고교의 5.8%인 694개 학교가 재량휴업을 할 계획이다. 괜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은 교육부 장관에게 스승의날을 법정 기념일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학부모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의 김하영 변호사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어린이 보호·보육 역할은 같기 때문에 어린이집 교사가 청탁금지법 대상이 아니더라도 자체적으로 동일 기준을 적용해 학부모들에게 안내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예비교사의 자격/박록삼 논설위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래도 교권의 추락을 개탄할 때마다 내뱉고들 한다. 옛적 시골마다 교사는 흔치 않는 존재였다. 말 그대로 스승이었고, 지식이었다. 노유(老幼)를 떠나 존중과 존경의 마음이 컸다. 거기에 내 아이의 교육을 맡겼다면 가없는 감사의 마음까지 보태졌다. ‘선생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 또한 마찬가지다. 원래 교사들끼리의 자조적 표현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게 좀 쉬운 일인가. 교육에 애간장을 태우고 노력해야 하는 게 숙명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이를 에두른 말이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에 경멸의 시선이 담긴다. 사회적으로 존중은커녕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자괴감이 더 커지고 있다. 늘 뭔가 요구하는 학부모가 교사들에게 불편한 존재이듯 학부모들 또한 교사에게 존경을 보내는 경우가 많지 않다. 한데 불난 집에 기름 끼얹은 격이다. 지난 3월 서울교대 남학생 11명이 단체 채팅방에서 후배 여학생들을 단체로 성희롱한 사건에 대해 지난 10일 유기정학 2~3주의 징계를 받았다. 이들은 스케치북에 여학생의 사진과 개인정보를 담고 얼굴, 몸매에 대해 등급을 매기기까지 했다. 4학년 몇몇은 교생실습에 참여하지 못하게 돼 졸업이 1년 늦춰지게 됐단다.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로 뜨거웠던 국민의 분노에 비하면 경미한 징계다. 초등학생을 가르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성과 자질을 가진 이 교대 졸업예정자들은 시간이 조금 늦어질 뿐 교사가 될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서울교대 졸업생인 현역 교사들까지 집단 성희롱 대열에 등장했다. 서너 명의 교사들은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이 가르치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을 들먹이며 음담패설을 시시덕거렸다. 정상적인 교사나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입에 담기도, 글로 옮기기도 불쾌한 표현을 가감없이 써 가며 말이다. 서울시교육청과 수사 당국이 철저히 진실을 밝히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어느 학교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다. 절대다수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잠재적 피해자가 되는 셈이다. 몇몇 미꾸라지 같은 이들 말고 다수의 교사, 혹은 다수의 예비교사는 여전히 묵묵하게 헌신과 열정을 앞세워 스승의 길과 참교육의 길을 고민하며 걷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의 분노와 불안이 쉬 가라앉지 않는다. 스스로 교사의 자격을 입증하지 못하는 이들이 솎아내지지 않는다면 이런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필 스승의날이 목전이다. 교사에게도, 학부모에게도, 또 우리 아이들 모두에게도 참 고약한 풍경이다. youngt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 3대 정원’ 너머의 것들/손원천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한국 3대 정원’ 너머의 것들/손원천 문화부장

    지난달 하순 조선시대 때 조성됐다는 정원 한 곳이 공개됐다.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에 숨어 있던 성락원(명승 제35호)이 주인공이다. 조선 후기의 전통 정원 양식이 살아 있는 데다 장삼이사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비밀의 정원이었던 까닭에 개방과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6월 11일까지 50일간의 관람 예약이 진작에 꽉 찼으니 세간의 관심 정도를 가늠할 수 있겠다. 포털사이트에서 ‘한국의 3대 전통 정원’이라는 ‘연관 검색어’도 생겼다. 사실 좀더 정확히는 한국의 3대 전통 ‘민간’ 정원이라고 해야 맞다. 조선의 임금 정조가 ‘지혜의 샘’이라 불렀다던, 저 유명한 창덕궁 후원 등 여러 궁궐과 공공 건물의 정원들과 견줄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연관 검색어에 이어 ‘지식인’에까지 관련 내용이 등장하면서 성락원은 이제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 정원의 자리를 단단히 꿰차게 됐다. 누가, 어떤 근거로 ‘한국의 3대 전통 정원’을 정했는지를 따질 생각은 없다. 외려 그만한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만 이 같은 서열화, 혹은 차별화가 미구에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3년 전 들렀던 전남 강진의 백운동 원림(園林)에 대한 기억이 여태 선연하다. 월출산 차밭 아래 숨어 있는 호남 선비의 멋들어진 별서 정원이다. 애초 백운동 원림(명승 제115호)을 조성한 이는 강진의 처사 이담로(1627~?)였지만 세상에 알린 이는 다산 정약용이다. 강진에 유배됐던 다산은 1812년 월출산 산행에 나섰다가 하산길에 백운동 계곡을 지나게 된다. 매화와 동백숲 등에 눈길을 뺏긴 다산은 계곡 한가운데 터를 잡은 집에서 하룻밤을 묵어 간다. 여기가 백운동 원림이다. 다산은 백운동 안팎의 풍경을 ‘백운동 12경’이라 이름 짓고 이를 ‘백운첩’이란 서화집으로 남겼다. 현 백운동 원림은 백운첩을 근간으로 복원한 것이다. 원림의 뜰에는 시냇물을 끌어들여 마당을 돌아 나가게 만든 ‘유상곡수’ 유구, 화계(花階ㆍ꽃계단) 등이 남아 있다. 강진 나들이에서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던 곳도 있다. 다산의 제자 황상이 살았던 ‘일속산방’(一粟山房)이다. 좁쌀 크기의 단칸 초옥이지만 웅지만큼은 불가에 전하는 ‘수미산을 담은 겨자씨’처럼 크고 넓다는 은근한 자부심이 담긴 집이다. 강진군에서 명소로 가꾸기 위해 ‘일속산방길’을 닦는 등 공을 들였지만,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이유야 간단하다. 사람들이 발걸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라 안의 옛집 정원들 가운데 철학이 깃들지 않은 곳은 없다. 그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외양이나 규모로 가늠할 수는 없다. 이를 서열화한다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성락원 이전에 ‘한국 3대 정원’의 하나였던 경북 영양의 서석지, 비교적 최근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백운동 원림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까. 담양의 명옥헌, 봉화 청암정 등 수많은 크고 작은 누정들은 몇 위에 턱걸이를 하게 될까. 이런 서열화가 국민들의 관심을 촉발시키는 선순환의 마중물이 됐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순위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게 세간의 인심이다. 관광산업은 관심을 먹고 자란다. 사람들의 관심이 쏠리는 곳이 명소가 되고, 살뜰한 보살핌도 받는 법이다. 이미 ‘한국 3대 정원’에 대한 평가는 널리 퍼져 있다. 기왕 여기까지 왔다면 이를 호명되지 못한 다른 옛 정원들이 재조명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 그도 아니라면 최소한 시선에서 벗어난 곳들에 대한 돌보기를 강화하는 계기로 삼거나. angler@seoul.co.kr
  •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박미경의 사진 산문] ‘반도체’ 뒤에 숨겨진 풍경들

    실타래를 풀어놓은 듯한 길옆으로 광활한 협곡이 펼쳐져 있다. 협곡 바닥에 서 있는 인물의 크기를 보면 협곡의 너비와 깊이를 가늠할 수 있다. 언뜻 보아서는 자연 그대로의 원생 지역을 담은 장쾌한 풍경 사진처럼 보인다. 울끈불끈 굴곡진 바위며 구불구불 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저 멀리 능선 위에 솟구친 뭉게구름의 형상만큼이나 자연스럽다. 그러나 스트레이트로 찍은 이 사진의 뒤에는 말하자면 ‘반도체가 숨어 있다’. 협곡은 인공을 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이르는 원생이 아니다. 협곡이 펼쳐진 자리는 본디 길과 나란한 높이의 평지였다. 그 평지를 사람들이 주석을 캐기 위해 오랜 세월 파고 또 파서 저와 같은 협곡이 생긴 것이다. 인도네시아 방카섬에 인공적으로 생겨난 이 협곡의 깊이와 너비는 사람들이 파헤친 욕망의 크기다. 사진 안에서 한 사람은 선 채로, 한 사람은 앉은 채로인 인물들은 사금을 캐듯이 주석을 캐고 있는 중이다. 생계가 어려운 섬 주민들은 주석 광산으로 쓰임을 다한 이곳에서 아직도 불법 채굴을 이어 가고 있다. 파괴된 환경 생태계와 섬 주민들의 무너진 경제 생태계를 한 장의 사진 안에 압축한 것이다.이 사진은 홀로 수년간 ‘반도체의 궤적’을 좇는 사진가 신웅재의 <From Sand to Ash>의 일부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직업으로 포토저널리즘 사진을, 개인 작업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프로젝트를 이어 가는 그는 ‘모래(실리콘)에서 나와 재(산업폐기물)가 되기까지’ 반도체 산업이 인류 문명에 쏟아내는 폐해들을 르포르타주 방식으로 담고 있다. 미래를 이끌어 갈 산업 기술로 열광할 뿐 환경파괴와 오염, 자원고갈, 노동착취, 아동노동 문제 등 반도체 산업의 어두운 이면들은 알지도, 세상에 잘 알려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방카섬은 섬 전체가 주석이 풍부해 수백 년간 전 세계 주석의 공급원이었던 섬이다. 반도체칩을 이용하는 제품 제작에 주석이 필수 광물로 사용되면서 현재는 토양 파괴를 넘어 인근 해역의 생태계까지 재앙에 가까운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방카섬에 관한 르포르타주가 ‘모래’의 일부라면 아프리카 각지와 유럽 국가의 산업폐기물을 처리하는 가나의 수도 아크라 슬럼 지대 사람들의 전자제품 소각 현장은 ‘재’에 해당한다. 서울과 뉴욕, 도쿄에서 새로운 휴대전화의 출시에 열광하는 인파에서부터 전자제품에 둘러싸인 일상까지 반도체가 최첨단 기기로 소비되는 대도시의 모습들도 포착했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장 노동자들의 안전을 방치하고 그들이 처한 위험과 죽음을 은폐해 온 반도체 메모리칩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의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을 상대로 피해 노동자들과 가족들이 벌여 온 11년간의 투쟁 또한 기록했다. 반도체칩이 생산되고 소비되고 폐기되는 전 과정에 걸쳐 일반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명백히 존재하고 발생하는 ‘감춰진’ 폐해들을 사진의 힘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처음 그 용어가 시작된 20세기 초부터 지금껏 망각의 반대편에서 ‘우리 주위의 세상을 묘사하려는 정직한 노력’(‘세계, 인간, 그리고 다큐멘터리’에서 스튜어트 프랭클린이 말한 다큐멘터리의 정의)을 지속하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을 하나의 ‘현장’으로 넘나드는 젊은 사진가 신웅재는 그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치에 복무 중이다.
  • 로맨스 꽃피는 달의 궁전

    로맨스 꽃피는 달의 궁전

    올 건립 600주년 정인지 이름 붙이고 정철 3신산 조성 견우와 직녀 천상의 무대 마련 춘향전에 생명 불어넣어●춘향전 속의 도시와 건축 남원부사 아버지의 임지에 따라온 이몽룡은 16세 청춘, 사또 관사인 내아에 처박혀 공부만 하기엔 봄기운의 유혹을 이길 수 없었다. 동네 사정에 밝은 현지 하인 방자에게 “이 동네 어디 물 좋은 데 없느냐? 나들이 가자”고 보챈다. 방자는 기다렸다는 듯 사설을 읊는다. “남원성의 동문 밖을 나가면 장림 숲속의 선원사가 좋고, 서문 밖을 나가면 관왕묘가 있어 천고 영웅의 풍모가 있고, 남문 밖을 나가면 광한루 오작교가 좋고, 북문 밖을 나가면 기이한 바위들이 두둥실 교룡산성을 따라서 서 있으니, 좋을 대로 가십시오.” 이몽룡은 광한루를 택해 그곳에 오르면서 한국인의 영원한 고전, 춘향전이 시작된다. 춘향가 혹은 춘향전은 전북 남원의 지리와 도시구조를 잘 아는 이의 작품임이 틀림없다. 남원부는 평지에 입지해 정사각형의 읍성을 쌓고 동서남북 사방에 성문을 두었다. 그 바깥을 장림관왕묘광한루교룡산성이 둘러싸며 원림을 형성해 읍민들의 휴식처로 삼았다.춘향전의 개연성에 대해서는 시비가 많다. 16세에 사랑하고 이별하여 이듬해 장원급제해서 암행어사가 되었다는 출세기는 불가능하다. 당시 급제 나이가 빨라도 25세 정도이며, 임시직에 불과한 어사가 종3품 고위직인 부사 변학도를 파면하기는 더더욱 불가능하다. 그뿐이랴, 조선 후기 지방관은 평균 임기가 1년이 채 안 되니, 식솔들은 고향이나 한양에 두고 홀로 부임하는 기러기 신세였다. 이몽룡은 그 짧은 임기 내에 먼 임지를 동행하기 불가능하고, 오히려 홀아비로 부임하여 기생들의 수청을 강요했던 변학도의 작태가 더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그럼에도 춘향전은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판소리와 소설이 되었다.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있었으면 애틋할 사랑이야기이고, 심리묘사나 배경 설정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생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경이 된 남원의 도시적 설정이나 광한루와 객사의 사실 묘사가 이 허구적 소설을 실재와 같이 만드는 강력한 힘이다. 이탈리아 베로나에는 줄리엣의 발코니가 유명하다. 그의 방에 딸린 이층 발코니에 로미오가 타고 올라가 사랑을 이루었다는 곳이다. 이 희곡은 물론 허구이며, 작가인 셰익스피어는 베로나는 고사하고 영국 바깥을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얼마 전 불에 탄 파리의 노트르담 성당과 빅토르 위고의 소설은 반대의 경우다. 위고는 노트르담 성당의 구조와 공간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꼭 살고 있을 것 같은 캐릭터, 콰지모도를 창조했다. ‘노트르담의 꼽추’는 알아도 성당이 실재한다는 것을 모르는 독자도 꽤 많았다. 청나라 때 큰 인기를 끈 옥루몽은 여러모로 춘향전과 비견할 만하다. 이 소설에는 ‘대관원’이라는 원림건축이 등장한다. 쑤저우의 유명한 원림 ‘졸정원’을 모티브로 했다는 그곳을 주인공 가족의 독립주택 5채가 있을 정도로 크고 화려하게 묘사했다. 베이징과 상하이에는 현대판 대관원을 재현하여 관광지로 삼고 있다. 실재에서 허구를 창작하지만, 그 허구를 바탕으로 다시 실재를 만드는 묘한 순환과정이다. 서사는 허구지만 구체적인 장소와 건축을 등장시키면 실재가 된다. 세계적 명작들의 성공비결이랄까? 춘향전의 성공에 광한루가 큰 역할을 했다.●남원부의 센트럴파크 광한루는 객사에 딸린 공용 누각이었다. 객사는 지방행정의 상징적 중심이며, 중앙 사신의 숙소로 쓰이는 국영 호텔이었다. 객사에서 멀지 않으며 경치가 뛰어난 곳에 객사 누각을 세웠다. 중앙에서 온 사신을 위한 잔치나 공적 모임을 갖는 지방의 컨벤션센터인 셈이다. 밀양 영남루, 삼척 죽서루, 정읍 피향정, 그리고 북한의 성천 강선루와 평양 부벽루도 유명한 객사 누각이었다. 광한루는 남원성의 남문 바로 바깥에 위치했고, 그 모체 객사인 용성관은 성 안 중심에 위치했다. 현재 용성초등학교가 들어섰는데, 광한루에서 북쪽으로 500m 정도 거리이다. 객사 일대에 남원부청과 부사 관사가 있었으니 이몽룡도 여기서 출발해 광한루 구경을 간 것이다. 누각은 2층 마루에 올라가 주변 경치를 바라보기 위한 건축물이며, 광한루 역시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에 입지했다. 누각 남쪽으로 요천이 흐르고, 그 뒤로 지리산 자락이 겹겹이 펼쳐지는 곳이다. 아마도 요천 건너 천변에서 성춘향은 나비와 같이 펄럭펄럭 그네를 뛰었을 것이고, 이몽룡은 광한루에서 그 자태에 취해 욕정을 느꼈을 것이다. 자연경관에 덧붙여 본격적인 인공 정원까지 조성했다. 인공 정원을 가진 객사 누각은 매우 희귀한 예이며, 정원을 포함해 특별히 광한루원이라 부른다. 왜 정원을 만들었을까? 광한루 인근, 남원성 남문 바깥에 큰 장터가 있었다. 장터의 소란함에서 격리하려고 한적한 정원을 만들었으니, 도시적 활력과 정원의 여유를 동시에 가진, 매우 이례적인 도심 속 정원이 되었다. 광한루 건물은 20칸의 본루, 2칸 온돌방을 가진 익루, 그리고 3칸 계단실인 월랑으로 구성된다. 전면에서 보면 본루와 익루가 연결되어 무척 긴 건물 같아 보이지만, 뒷면에서 보면 3개의 크기와 방향이 다른 건물들의 복합체임이 뚜렷하다. 누각은 집 위에 집이 겹쳐진 다층 건축물이다. 국내 누각은 모두 2층이지만, 중국에는 그 유명한 악양루와 같이 3층 이상의 누각도 다수 존재한다. 광한루 본루는 바닥을 온통 마루로 깔아 백여명이 올라가 주변 경치를 즐길 만한 규모로 시원한 여름용 건물이다. 반면 온돌방인 익루는 겨울용 시설이며, 아래층에 마련된 아궁이에서 불을 넣어 구들을 데울 수 있도록 했다. 19세기 후반, 광한루가 북쪽으로 기울어져 큰 걱정이었는데 이 고을의 추대목이라는 이가 묘안을 냈다. 북쪽에 월랑을 붙여 지어 본루로 올라가는 입구를 만들고, 기울어진 본루도 지탱하도록 했다. 구조적인 아이디어도 놀랍지만, 이처럼 본격적인 계단실도 이례적이다.●지상에서 천상으로, 다시 우주로 광한루의 역사는 1419년부터 시작하니 올해가 건립 600주년으로 이를 기념하는 춘향축제가 한창이다. 조선 초의 명재상 황희는 양녕대군의 세자 폐위를 반대하다 남원으로 낙향했다. 그는 자신의 선조가 지은 작은 정자를 철거하고 그 터에 큰 누각을 지어 ‘광통루’라 이름 붙였다. ‘넓게 통한다’는 뜻이니 이미 이 누각은 객사 누각이며 중요한 교통로 상에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한 세대 뒤에 한글 창제 공신으로 유명한 정인지가 이곳에 들렀다. 이곳은 지상의 풍경이 아니라 달나라의 전설적 풍치라 하여 ‘광한루’로 이름을 바꾸었다. 하늘의 질서를 지키던 후예라는 신은 절세미인 항아를 아내로 두었다. 이 부부신은 상제의 미움을 받아 지상으로 추방되었고, 후예는 불사약을 구해와 지상의 신선이 되려 했다. 그러나 항아는 남편 몫까지 먹어버리니 몸이 떠올라 달나라 궁전인 ‘광한청허부’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지금도 달나라에는 계수나무 밑에서 불사약을 만드는 옥토끼와 함께 항아가 살고 있다.이름을 바꾸어 달나라의 궁전이 되면서 광한루는 더 큰 관심을 끌게 되었다. 1582년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풍류가였던 정철이 이곳에 와 큰 연못을 파고 3개의 섬을 만들었다. 3개의 섬은 봉래, 영주, 방장산으로 3신산이라 부르며 신선들의 세계를 뜻한다. 또한 연못을 가르는 오작교를 건설했다. 오작교란 하늘의 한 쌍인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번 만나는 다리이며, 연못은 천상의 은하수가 되었다. 연못 속에는 지기석이라는 네모난 돌이 잠겨 있는데, 직녀가 사용하던 베틀이라고 한다. 광한루원은 달나라에서 은하계로 확장됨으로써 완벽한 서사적 질서를 갖춘 소우주가 되었다. 이곳에 오른 몽룡은 “견우가 왔으니 직녀는 어디 있을까?” 애타게 찾다가 춘향을 발견한다. 춘향전은 우연이 아니었다. 황희, 정인지, 정철은 한 시대를 풍미한 지식인이며 풍부한 상상력을 가진 이들이다. 수백년 전부터 시설을 만들고 이름을 붙여 천상의 무대를 마련해 두었다. 춘향전은 여러 세기에 걸쳐 이들과 함께 만들어진 집단 창작물이다. 남원에는 떠나는 몽룡을 춘향이 버선발로 쫓아갔다는 버선꼴밭, 둘이 슬피 이별했다는 오리정, 춘향의 눈물이 고였다는 방죽, 그리고 춘향의 묘와 사당까지 있다. 무엇이 허구이고 사실인지, 어디가 지상이고 천상인지 구별할 수 없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건축학자
  • “끝 모를 제주 난개발… 역사유산 깃든 올레길도 오름도 웁니다”

    “끝 모를 제주 난개발… 역사유산 깃든 올레길도 오름도 웁니다”

    제주는 대규모 개발 바람과 관광객 폭증, 이주민 등 인구 증가 등으로 쓰레기난과 하수처리난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자본이 투자하는 송악산 개발사업과 국내자본이 들어가는 제주동물테마피크 사업 등 대규모 개발이 추진돼 논란이 되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환경단체 등은 더이상 난개발은 안 된다며 반발한다. 반면 제주도는 투자 유치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등을 검토하는 등 사업 승인을 놓고 고심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송악산 유원지 개발은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 유한회사’가 사업시행자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이 공식 명칭이다. 3219억원을 투자해 호텔 2개 동(545실)과 휴양특수시설(문화센터, 캠핑시설, 조각공원), 편익시설(로컬푸드점, 상업시설)을 지을 계획이다.이 사업은 그동안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에서 2차례 재심의됐다 사업시행자가 호텔 층수를 8층에서 6층으로 낮춰 지난 1월 심의를 통과했다. ●환경평가 2회 재심의… ‘호텔 6층’ 건설안 통과 송악산 일대는 제주 서남부 최대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환경단체 등은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이 송악산과 섯알오름의 연약한 화산지질에 터파기 공사 등으로 오름 원형이 훼손될 것을 우려한다. 조성지 인근의 일오동굴과 섯알오름 진지동굴 등은 근대사 비극의 현장이자 제주와 대정읍의 귀중한 역사유산이어서 이를 훼손할 가능성도 높다며 반대한다. 이들은 “송악산 일대는 제주에서 해안도로가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경관지”라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높은 고도에다 건물들이 해안도로를 중심으로 송악산과 섯알오름 양쪽으로 밀집하게 돼 경관 차단 등 경관자원이 사유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대정읍 지역은 신화역사공원과 영어교육도시가 들어서면서 하수용량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하수배출을 더 늘릴 수 없을 정도”라며 “그곳에서 발생하는 하수가 대정·안덕지역의 생활하수와 더해져 하수처리장 용량을 뛰어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제강점기, 4·3 역사 함께 만날 수 있는 코스 도보여행 바람을 일으키며 기존의 제주 관광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했던 ‘제주올레’도 송악산 개발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올레꾼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제주올레는 “송악산을 지나는 제주올레 10코스는 해마다 올레꾼 수만명이 걸을 정도로 사랑받는 코스”라며 “제주 서남부의 해안 절경은 물론이거니와 일제강점기와 제주 4·3 역사를 함께 만날 수 있는 코스여서 더 각별한 사랑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송악산 둘레를 걸어 내려와 동알오름과 고사포 진지로 이어지는 올레길이야말로 제주 서남부 해안 오름과 마을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풍광을 볼 수 있는 곳”이고 말했다. 제주올레는 “송악산 뉴오션타운이 조성된다면 제주 관광객과 올레꾼들은 더이상 이런 풍광을 만날 수 없게 되고 송악산 주변 경관은 급격하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안은주 제주올레 상임이사는 “제주 자연환경과 올레길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는 대규모 개발은 제주도를 위해서라도 더이상 추진돼서는 안 된다”며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송악산 개발 반대대책위원회 등과 함께 뉴오션타운 개발사업 반대 운동을 계속 벌이겠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송악산이 생태적으로나 지질학적 가치가 높은 만큼 개발 사업 허가를 내줘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부 지역 주민들은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대정읍 상모마을 발전위원회는 “송악산 유원지 개발사업은 지역 숙원사업으로 지역민들의 갈등을 초래하는 외부 간섭이 없기를 바란다”며 “행정은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개발을 조속히 승인하라”고 촉구했다. 제주동물테마파크는 대명그룹이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 일대 58만㎡ 부지에 사자와 호랑이 등 맹수관람시설과 연면적 9413㎡ 규모의 호텔 120실, 동물병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2005년 7월 제주 제1호 투자진흥지구로 지정된 사업이지만 2011년 업체 부도로 공사가 중단된 뒤 2015년 투자진흥지구 지정이 취소됐고 2016년 대명리조트가 인수했다. 사업부지의 40%는 2006년 최초 사업자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공공성 등을 이유로 옛 북제주군으로부터 사들인 공유지다. 2016년 대명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업자들끼리 공유지를 팔고 사면서 막대한 부동산 시세차익을 얻었지만 제주도는 환매권 행사가 불가능하다며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자체 중수시설 하수처리… 지하수 오염 우려 2017년 변경된 사업자의 개발사업시행 승인 변경신청이 이뤄지고 사업 내용이 전면 수정됐다. 동물테마파크 조성 사업은 지난달 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끝으로 사업 승인을 위한 행정절차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심의회에서는 환경보전방안 이행과 주민들과 협의해 지역 상생 사업을 추진하도록 하는 의견 제시로 환경영향평가 재협의는 통과됐다. 하지만 지난달 마을 임시총회에서 새롭게 출범한 ‘선흘2리 대명동물테마파크 반대대책위원회’는 “세계자연유산마을에 열대 동물들을 가둬 돈벌이에 나서는 반생태적 동물원은 결코 양립할 수 없다”며 “사업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반발하고 있다. 조천읍람사르습지도시 지역관리위원회도 지역주민과의 협의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제주 동물테마파크 사업 승인 절차를 즉각 중단하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 단체는 “람사르습지 도시란 지역 공동체가 습지보전과 생태교육 및 생태관광 등 습지의 현명한 이용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 지속가능한 도시를 람사르협약이 인증한 도시”라며 “조천읍은 습지보호지역 동백동산과 세계자연유산 거문오름, 아름다운 마을과 바다 등 자연생태적 우수성을 미래세대에 유산으로 물려줄 자랑스러운 곳”이라고 말했다.동물테마파크 사업부지 인근의 함덕초등학교 선인분교 학부모회와 어린이들도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인분교 학부모 및 어린이 일동’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는 유네스코 자연분야 3관왕을 자랑하며 관광객을 유치하고서는 그곳에 반생태적 동물원을 허용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즉각 멈춰야 한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은 열대지방의 동물들이 잡혀와 고통당하는 살풍경이 아니라 제주만이 지닌 제주다운 자연환경”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들은 “해발 300m 이상의 중산간에 위치한 선흘2리는 해마다 겨울이면 폭설로 고립되고, 우리나라 평균 2배에 이르는 600㎜의 강수량과 잦은 안개로 운전조차 힘든 곳”이라며 “반면 사자, 호랑이, 코끼리, 기린, 코뿔소 등은 1년 내내 덥고, 건기가 긴 사바나 기후에서 자라는 동물들인데 이런 동물들을 살던 곳에서 잡아와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동물권을 보호하는 세계적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은 지하수 오염을 우려한다. 동물테마파크는 하수를 공공하수관로에 연결하지 않고 자체 중수시설에서 처리한 후 지하로 침투시키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제주도 “사업자·주민 의견 종합검토 후 결정” 박흥삼 반대대책위 부위원장은 “선흘2리는 사업부지와 직선으로 도로 하나를 건너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맹수들의 울음소리로 인한 소음, 악취, 전염병, 맹수 탈출 가능성 등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며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학생수가 4배 늘어난 선인분교 코앞에 동물원이 들어서면 교육환경 악화로 다시 폐교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사업자와 지역 주민과의 대화, 반대 주민이 행정에 요구하는 사항 등을 종합 검토해 최종 사업 승인 여부를 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김의성 경고, “다음부터 신고” 연예인에 경고..왜?

    김의성 경고, “다음부터 신고” 연예인에 경고..왜?

    배우 김의성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지키지 않는 일부 연예인의 차량에 대해 경고했다. 김의성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엠비씨(MBC) 지하주차장의 토요일 풍경은 불편하다”며 주차장에 차량 여러 대가 주차되어 있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의성은 “(토요일은) ‘쇼! 음악중심’ 녹화가 있는 날이라 가수 분들의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데, 사진에 보이는 곳은 장애인 주차 구역”이라며 “토요일은 일반 차량 출입이 통제되는 날이지만, 그래도 장애인 주차구역은 항상 예외 없이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부터는 차량번호 공개하고 신고조치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를 붙이지 아니한 자동차가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주차할 경우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 주차표지가 붙어 있는 자동차에 보행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타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또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물건을 쌓거나 그 통행로를 가로막는 등 주차를 방해하는 행위를 할 경우에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블랙피플 관객참여… 베니스를 물들이다

    블랙피플 관객참여… 베니스를 물들이다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비엔날레’는 베니스비엔날레가 만든 말이다. 미술이란 장르의 특성상 적어도 2년의 시간이 경과해야 전체 흐름의 변화가 파악되리라는 생각에서 유래됐다. 전 세계 비엔날레의 기준인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이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일대에서 개막됐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열리는 베니스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하는 본 전시(국제전)와 각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국가관이 개별 국가의 정체성을 앞세우는 올림픽적인 성격을 띠는 반면 본 전시는 현재 미술계의 풍향을 알 수 있는 가장 ‘힙한’ 미술 축제라고 하는 것이 더 맞겠다. 올해 총감독을 맡은 랄프 루고프 런던 헤이워드 갤러리 디렉터가 내세운 주제는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 흥미로운 시대를 포착한 흥미로운 작품들이 루고프의 선택을 받았다.●세계 미술계를 뒤집어 놓은 블랙 피플 약진 이번 전시에선 세계 미술계를 뒤집어 놓은, 흑인 작가들의 약진이 그대로 드러났다. 흑인 작가가 그린 흑인 회화 작품이 유난히 많았다. 미국 LA에서 활동하는 흑인 작가 헨리 테일러(61)는 ‘무제’에서 아프리카 출신이 지배하는 최초의 공화국인 ‘아이티’를 세웠던 아이티 혁명을 상징하는 그림을 그렸다. 니데카 아쿠닐리 크로스비(36)는 당대 나이지리아의 디아스포라를 상징하는 인물로, 자신의 경험을 반영한 그림을 선보였다. 그의 그림 속 단색 배경의 흑인들은 무표정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미국의 영화감독이자 작가 아서 자파(59)는 50분짜리 영화 ‘화이트 앨범’과 사슬에 에워싸인 타이어 ‘커다란 바퀴’를 선보였다. 영화에서 그는 백인 패권주의의 징후를 그와 가까운 백인들의 초상화와 병치시켰다.●공기 뿜뿜·영상통화… 대세는 관람객 참여형 아트 황금사자상은 아서 자파에게 돌아갔지만, 주목도가 가장 높았던 건 단연 중국 듀오 위안(47)·펑유(45)의 ‘Dear’였다. 로마 제국의 의자를 모티브로 한 듯한 이 권위적인 실리콘 의자는 5분에 한 번, 고압 공기를 내뿜는 고무호스를 휘둘렀다. 벽에 부닥치며 내는 파열음 때문에 관람객들의 관심이 그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 위압적인 소리에 움찔 놀라는 관람객의 반응은 이들 작품의 필수 구성 요소다. 또 다른 관람객 참여형 작품으로 눈에 띄는 것은 알제리 출신 네일 벨루파(34)의 ‘다양한 작업’이다. 동네 약수터에 있을 법한 운동 기구에 앉으면 세계 각국의 수염 자국이 파르스름한 젊은 군인과의 영상 통화 화면이 뜬다. 축구와 무기를 사랑하던 소년이 축구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군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 비가 오는 가운데 15시간 동안 오지 않는 적을 노려 봤다는 한국 군인의 이야기를 보고 듣노라면 시간이 절로 간다. 일견 약수터에 온 것 같은 사람들 풍경이 이 작품의 일부임은 말할 것도 없다.인도의 여성 작가 실파 굽타(43)의 작품 ‘당신의 목소리에 맞출 수 없어요, 나는’을 관람하는 방법은 100개의 시와 100개의 마이크 사이를 유유히 걸어다니는 것이다. 작품은 검열이라는 폭력에 저항하는 100개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이불 ‘DMZ’·강서경 ‘할머니’·아니카 이 ‘과학’ 접목 올해 본 전시에 참가한 한국 작가는 세 명으로 모두 여성이다. 1999년 이후 두 번째로 베니스비엔날레를 밟은 이불(55)과 지난해 스위스 아트바젤 예술상을 받은 강서경(42), 구겐하임미술관 휴고보스상을 수상한 아니카 이(48)가 그들이다.다시 찾은 베니스에서 이불 작가가 선보인 작업은 ‘오바드V’다.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 철거 과정에서 나온 철 600㎏을 녹여 만든 높이 4m의 철탑이다. 탑을 이루는 전구들, 모스 부호, 전광판 글자들은 모두 어떤 질문에든 “네, 그래요”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국인들에겐 의미심장한 작품이지만, 하필 채찍 소리가 요란한 유안·펭유 듀오 옆에 자리를 잡아 주목도가 덜했다. 작품의 크기마저 작아 아쉽다는 기자들 반응에 작가는 “(크기가) 커지면 프로파간다 아니에요?”했다. 그러나 기념비적인 소재에, 기념비적인 맥락을 담은 작품이라면 크기도 기념비적으로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 작가가 선보인 ‘그랜드마더 타워’와 ‘땅 모래 지류’ 연작은 역동적인 비엔날레 전시장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적인 공간이었다. 색색의 털실을 감은 철제 구조물은 세상을 떠난 할머니를 형상화한 ‘그랜드마더 타워’다. ‘땅 모래 지류’는 작가가 생각하는 회화의 개념을 시각화한 사각의 공간 안에 음높이·박자·동작 등을 담은 정간보(井間譜), 현지 아카데미아 학생들의 퍼포먼스 등을 녹여 냈다. 재미교포 아니카 이의 ‘바이올라이징 더 머신’은 과학기술을 접목한 작업이다. 천장에 매달린 조각은 무정형 유기체의 모습을 상기시켰고, 아래에 자리한 물웅덩이가 그 모습을 거울처럼 비췄다. 글 사진 베니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PC·스마트폰 끼고 산다면, 505 습관으로 노안 늦추기

    PC·스마트폰 끼고 산다면, 505 습관으로 노안 늦추기

    눈은 신체 중 가장 빨리 노화가 찾아오는 기관이다. 하루에 평균 2만번 눈을 깜박이고 눈 근육은 10만번 이상 움직인다. 심장이 하루에 10만번 이상 뛴다고 하니 눈은 심장만큼이나 쉴 새 없이 노동하는 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눈은 20대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40대가 되면 홍채의 조절력이 떨어져 서서히 노안 증상이 시작된다. 어느 날부터 멀리 있는 물체뿐 아니라 가까이에 있는 물체도 잘 안 보이고 눈이 쉽게 피로해지면서 자주 침침하고 초점이 흐려진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이 늘면서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20~30대 초반에도 노안 증상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동아대병원 등 3개 병원 환자 800명을 조사한 결과 36~40세의 ‘젊은’ 노안환자가 2006년 3%에서 2011년 7%로 2배 넘게 뛰었다.노안은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질 때 온다. 자동카메라로 초점을 맞추면 렌즈가 자동으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것처럼 눈도 사물의 거리에 따라 수정체의 두께가 변해 자동으로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를 지탱해 주는 근육의 힘이 떨어져 가까운 곳을 볼 때도 수정체가 두꺼워지지 못하고 길쭉한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되면 가까운 곳의 사물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를 ‘노안’이라고 한다. 마치 카메라에 녹이 슬어 줌 렌즈가 더는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하루 8시간 이상 컴퓨터를 보고 퇴근 뒤에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몸은 40대라도 눈 나이는 이미 50대 문턱을 넘었을 가능성이 크다. 잠잘 때 말고는 컴퓨터와 TV, 스마트폰을 보며 쉴 틈 없이 눈을 혹사하기 때문에 노화가 그만큼 빨리 찾아온다. 전문가들은 “본인이 노안인지 궁금하다면 10㎝ 테스트를 해보라”고 조언한다. 눈앞 10㎝ 거리에서 신문을 봤을 때 잘 안 보여 신문을 멀리 밀어내야 한다면 노안을 의심해 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40대 노안 환자는 10~15㎝, 50대 환자는 30㎝ 거리 안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에서는 글씨가 잘 보이지 않고 책을 조금만 읽어도 눈이 피로하고 뻑뻑해 두통까지 오니 삶의 질이 확연히 떨어진다. 김병엽 건양의대 감안과병원 교수는 12일 “노안의 대표적인 증상은 가까이 있는 것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눈이 쉽게 피로하고 침침해지는 것, 가까운 물체뿐 아니라 멀리 있는 물체도 잘 안 보이게 되는 것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며 “가까운 거리의 물체가 잘 보이지 않다 보니 눈의 피로감이 커지고 어지럼증이 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40대 이후 눈이 잘 안 보인다고 해서 스스로 노안으로 단정 짓는 것도 위험하다. 시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주위가 뿌옇게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 낮에 잘 안 보이는 주맹 등이 나타나면 백내장 증상이므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말고 즉시 안과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와는 반대로 침침하던 눈이 갑자기 좋아져도 백내장일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수정체가 딱딱해지면서 크기가 점점 커져 도톰해진다. 이때 일시적으로 가까운 곳이 잘 보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근시가 있는 사람 가운데 일부는 수정체의 두께 조절력이 떨어지는 나이가 돼도 가까운 곳이 잘 보인다며 눈 건강을 과신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원래부터 가까운 곳을 잘 보고 먼 곳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 증상이 노안 증상을 상쇄한 것뿐이지 눈이 좋아졌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주천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근시로 안경을 착용했던 사람도 노안을 완전히 피하진 못한다”며 “근시인 사람도 (근시용) 안경을 쓴 상태에서는 가까운 물체가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노안”이라고 말했다. 노안 증상을 조금 늦게 느낄 뿐이라는 얘기다. 주 교수는 “근시인 사람에게 노안이 오면 오목렌즈를 착용한 채로 볼록렌즈인 돋보기를 또 착용해야 한다. 차라리 먼 거리를 잘 보려고 쓰던 안경을 벗고 맨눈으로 보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원시 환자는 노안 증상을 더 빨리 느낀다. 원시는 물체의 상이 망막 뒤쪽에 맺히는데, 수정체의 두께까지 도톰하게 조절되지 않아 원래 상이 맺히던 곳보다 더욱 뒤쪽에 맺히게 돼서다. 근거리를 잘 보지 못하는 노안 현상은 50대까지만 진행된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은 40대 중반부터 시작돼 나이가 들수록 조절력이 감소해 볼록렌즈의 도수가 점점 높아질 수 있지만, 대개 50대 후반이 되면 더는 노안이 진행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안은 질병이라기보다 자연스런 노화 현상이다. 노안을 예방할 방법은 없다. 다만 평소 꾸준한 눈 관리로 노안이 오는 시기를 늦출 수는 있다. 드물지만 70세 가까운 나이에도 상당한 근거리 시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우선은 컴퓨터나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정보기술(IT) 기기의 화면을 보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컴퓨터 모니터나 스마트폰을 장시간 보면 수정체가 가까운 곳을 보는 데 적합하도록 고정돼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하는 근육이 피로해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수정체 조절 기능도 약해진다. 게다가 무의식적으로 화면에 집중하는 동안 눈 깜빡이는 횟수도 현저하게 줄어 안구 건조증이 올 가능성도 크다. 업무로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떼어놓을 수 없다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 50분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봤다면 적어도 5분간 먼 곳을 보거나 눈을 감고 쉬어야 한다. 먼 곳을 보기 어렵다면 주변의 식물이라도 보는 게 좋다.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할 때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고 바깥 풍경을 본다거나, 밥을 먹거나 잠자리에 들고자 할 때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보지 않으면 눈의 피로가 한결 줄어든다. 어두운 곳에서 화면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가장 안 좋은 것은 조명도 켜지 않은 어두운 실내에서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빛을 보는 것이다. 가시광선 가운데 380~495나노미터(nm)의 푸른색을 띠는 ‘블루라이트’를 낮추는 것도 중요하다. 안경을 쓰는 사람이라면 눈 건강에 치명적인 블루라이트 차단 기능을 안경에 넣고, PC 모니터에 차단 필름을 붙이거나 스마트폰 기능 설정을 통해 블루라이트를 제거해도 된다. 실내에서 일할 때는 조명을 밝게 하고, 전체 조명으로도 부족하면 탁상 조명을 활용해도 좋다. 다만 어두운 곳에서 근거리를 비추는 탁상 조명만 활용하면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 쉴 때는 눈이 부신 전체 조명 대신 은은한 간접 조명으로 바꾸어 눈의 피로를 덜어 줘야 한다. 또 실내가 건조하면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므로 실내 습도는 45~55% 정도로 유지하고, 난방기나 냉방기는 바람이 눈에 직접 닿지 않는 곳에 둔다. 누워 있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눈에 온찜질을 해준다. 수정체의 노화는 자외선과도 연관이 있으므로 자외선에 눈이 직접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검은콩 등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망막에는 시신경에 빛의 신호를 전달하는 로돕신이라는 게 있는데, 이 물질이 감소하면 눈에 피로가 쌓인다. 이때 안토시아닌이 든 블루베리 등을 먹으면 로돕신 재생에 도움을 줘 눈에 쌓인 피로가 빨리 제거된다. 피로가 풀리면 그만큼 눈도 활력을 찾아 노안이 오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양파와 홍삼도 눈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럭셔리 호텔 빙수, 심쿵해

    럭셔리 호텔 빙수, 심쿵해

    ‘여름의 꽃’ 빙수의 계절이 오고 있다. 카페, 디저트전문점 등 곳곳에서 다양한 빙수를 맛볼 수 있지만 빙수의 끝판왕은 역시 럭셔리한 ‘호텔 빙수’다. 가격을 생각하면 일반 레스토랑과 호텔 빙수를 비교할 순 없다. 하지만 ‘호캉스족’이 늘어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음식 사진을 올리는 것이 트렌드가 되면서 호텔 빙수 투어족까지 생겨나는 등 재료를 아끼지 않은 호텔 빙수의 인기는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들의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것)를 만족시키기 위한 호텔들의 빙수 전쟁도 덩달아 치열해졌다. 이제는 ‘시그니처’가 되어버린 망고 빙수는 기본이고 ‘쑥 빙수’, ‘크림 브륄레 빙수’ 등 다양한 메뉴가 등장했다. 특히 올해는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더위에 국내 호텔 업계도 서둘러 빙수 상품을 내놓았다. 화려하고 독특한 호텔 빙수의 세계로 안내한다.복고 열풍… 들어는 봤나 ‘쑥 빙수’ 빙수도 트렌드를 따라간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와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패션과 식음료 업계를 강타한 레트로를 반영해 올해 새롭게 쑥빙수를 출시했다. ‘레트로 쑥빙수’는 쑥젤리, 쑥생초콜릿, 쑥연유, 인절미, 팥, 그래놀라 등의 재료들을 이용한 건강한 빙수로 우유와 팥의 부드러운 달콤함이 은은하게 퍼지는 쑥 향과 만나 조화를 이룬는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3만 8000원. 클래식 팥빙수(3만 5000원)와 망고빙수(4만 5000원)도 판매한다. 혼자서 호텔 빙수 투어를 하러 온 고객들을 위해 호텔 1층 그랜드 델리에서 1인용 테이크아웃 빙수도 준비했다. 빙수 종류는 동일하며 가격은 레트로 쑥빙수가 1만 3000원, 망고 빙수가 1만 8000원이다.프랑스 디저트가 빙수에 풍덩 강남구 삼성동 파크 하얏트 서울 24층의 ‘더 라운지’는 지난 6일부터 다양한 빙수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올해 새롭게 선보이는 크렘 브륄레 빙수가 눈길을 끈다.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 헤이즐넛 아이스크림, 진한 럼 시럽의 조화가 어우러지는 빙수로, 오렌지와 계피로 향을 낸 커스터드 크림, 밀크 아이스, 고소한 헤이즐넛 아이스크림을 볼에 담고, 오렌지와 계피로 향을 낸 커스터드 크림을 올려 캐러멜라이즈시켜 마무리했다. 월악산 직송 허니콤(벌집 꿀)을 그대로 올린 시그너처 메뉴 허니 빙수를 비롯해 망고 빙수, 팥빙수, 그리고 두 가지 종류의 빙수를 함께 맛볼 수 있는 빙수 콤비네이션 등도 준비했다. 가격은 3만 6000원부터다. 영등포구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도 ‘캐러멜 빙수’를 올해 신메뉴로 내놓았다. 얼 그레이 티를 우려내 만든 깊고 진한 풍미의 부드러운 우유 얼음 위에 달콤한 캐러멜 크램 브륄레와 바나나를 올려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한다. 특히 돔 리드를 열자마자 흘러나오는 드라이아이스는 마치 구름 위에 빙수가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줘 비주얼을 만족시킨다. 또 드라이아이스의 냉기로 마지막 한 입까지 시원하게 빙수를 즐길 수 있다. 37층 37그릴 앤 바에서 주문 가능하다. 가격은 망고 빙수가 4만 2000원, 캐러멜 빙수는 3만 8000원.수박·청포도… 달콤한 과일 빙수 중구 소공동의 웨스틴조선호텔은 여름 대표 과일인 수박과 청포도를 빙수에 가득 올렸다. 수박 빙수는 마치 수박을 통째로 먹는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도록 수박 껍질에 담겨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갈증을 해소해주는 데 탁월한 수박의 달콤한 과즙을 얼음으로 얼려 소복하게 올리고, 수박 씨는 초콜릿으로 표현했다. 빙수 속에는 수박이 쏙쏙 담겨 있어 찾아 먹는 재미도 있다. 청포도 빙수는 달콤한 과즙이 풍부한 청포도를 갈아내 3일동안 얼려 부드러운 빙수 얼음으로 소복하게 올려낸 후 빙수 속에 청포도를 가득 담아 놓았다. 이 밖에 여름 이색 디저트로 적포도 파르페를 선보인다. 부드러운 생크림에 직접 만든 적포도 아이스크림과 다양한 토핑을 층층이 쌓아내 화려한 비주얼이 특징이다. 적포도 셔벗, 달콤한 꿀, 오렌지 소스, 이탈리아식 푸딩인 피나코타 등을 넣어 달콤함을 더하며 바삭한 휘유타쥬 과자를 올려냈다. 빙수와 파르페 모두 1층 라운지&바에서 판매하며 가격은 각각 3만 6000원, 2만 7000원이다.맛·재미 더한 ‘초콜릿볼 빙수’ 용산구 한남동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의 올데이 카페 라운지 ‘갤러리’는 다음달 1일부터 이색적인 초콜릿볼 아이스크림 빙수를 판매한다. 초콜릿볼 아이스크림 빙수는 발로나 초콜릿으로 만든 초콜릿 접시 속에 진한 우유얼음을 가득 담고, 그 위에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4종과 각종 베리류 과일, 아몬드, 초콜릿 등을 쌓아 올린 빙수다. 위에 초콜릿 돔을 덮은 상태로 나무 망치와 함께 고객에게 제공된다. 나무 망치로 얇은 초콜릿을 부수는 재미를 경험할 수 있다. 가격은 4만 2000원이다.바다풍경 보고, 망고빙수 먹고 부산 해운대구 힐튼부산은 최상층 맥퀸즈 라운지에서 호텔 빙수의 클래식, 망고빙수와 팥빙수를 선보인다. 망고 빙수는 곱게 간 우유 얼음에 부드러운 애플망고 과육과 달콤한 망고퓨레, 솜사탕, 견과류 등이 어우러져 고소함과 달콤한 맛을 함께 느낄 수 있으며 사이드로 제공되는 팥과 망고 아이스크림은 맛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시킨다. 망고빙수는 3만 8000원. 클래식 팥빙수는 3만 3000원.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충남도 영화·드라마 촬영 유치 적극 나서

    충남도가 영화·드라마 촬영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 명소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서다. 충남은 농촌과 도시, 바다와 산과 들, 현대와 고풍스러운 풍경을 모두 갖춰 촬영지로 영화 감독과 드라마 PD 등으로부터 갈수록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충남도에 따르면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 소속 영화 감독, 드라마 PD와 작가 등 30여명을 초청해 지난 9~10일 팸투어를 했다. 도 산하 충남문화산업진흥원 영상위원회 김상혁 사무국장은 “충남 관광지를 알리는 팸투어는 2015년부터 실시했지만 이번에는 현대와 옛 풍경을 갖춘 여러 장소를 선정해 다양성을 한층 높인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번 팸투어에서는 마량리 동백나무숲, 판교마을, 국립생태원, 장항읍과 장항항 등 서천군 명소를 비롯해 부여군 성흥산 사랑나무, 공주시 송산리고분군과 공산성 등 8곳을 둘러봤다. 판교마을은 1970년대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고, 국립생태원은 건립된지 얼마 안되는 생태 교육장이다. 장항읍과 항구는 1600만 관객을 넘긴 영화 ‘극한직업’이 촬영됐고, 성흥산성 사랑나무는 우람하고 아름다운 느티나무가 운치 있어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등에 등장했다. 공산성 등 유적지도 사극은 물론 현대극 촬영지로 손색이 없다. 충남의 태안군 신두리사구, 아산시 공세리성당, 보령시 오천항 등은 이미 영화나 드라마 촬영의 명소로 이름 나 있다. 특히 서천군 신성리갈대밭은 오래 전 개봉한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촬영지로 떠 관광객 유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보령 청소역은 영화 ‘택시운전사’의 촬영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드라마 ‘미스터션샤인’의 주요 촬영지인 논산시 연무읍 ‘션샤인랜드’는 관람객이 꾸준하다. 김 사무국장은 “주52시간 근무제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문화의 수요층이 크게 느는 가운데 충남은 다양한 풍경을 갖추고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 때문에 영화·드라마 제작자들 사이에 매력 있는 촬영지로 갈수록 주목 받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안동 하회마을 전통 섶다리 50년 만에 재현

    경북 안동 하회마을 앞 낙동강 ‘전통 섶다리’가 50년 만에 임시 복원된다. 안동시는 오는 10일 하회마을 부용대 앞에 설치된 섶다리를 일반에 공개한다고 10일 밝혔다. 시는 오는 14일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안동 방문 20주년을 맞아 차남 앤드루 왕자의 하회마을 방문을 앞두고 만송정에서 강 건너 옥연정사 앞 모래밭까지 길이 123m, 너비 1.5m, 수면에서 약 60cm 높이로 임시 섶다리를 만들고 있다. 섶다리는 통나무와 솔가지, 흙, 모래 등 자연 재료를 활용해 소박하게 짓는 전통방식의 다리로, 관광객들에게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이 다리는 이달 26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오전 10시~오후 6시)된다. 섶다리가 생기면서 만송정에서 섶다리를 건너 옥연정사를 지나 바로 부용대 정상까지 걸어서 관람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다. 또 하회마을 관광코스를 다니는 시간이 이전보다 약 30분 줄어든다. 시는 강물 수위는 높지 않으나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섶다리에 안전조치를 철저히 할 계획이다. 하회마을 보존회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강수량이 적은 10월 말에 섶다리를 설치해 이듬해 장마철 무렵 거두어 들였다고 설명했다. 옛날 섶다리를 놓을 때 물에 강한 물푸레나무를 Y자형으로 해 지지대를 세우고 그 위에 굵은 소나무와 참나무를 얹어 다리 골격을 만들었다. 이어 솔가지로 상판을 덮고 그 위에 다시 흙을 얹었는데, 그 모양이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형상이라고 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하회마을 섶다리는 옛 문헌에도 상세히 등장한다”면서 “새로 놓일 섶다리는 전통 한옥, 낙동강변길, 휘돌아나가는 물길, 드넓은 모래사장 등 하회마을 고즈넉한 정취와 함께 예스러운 풍광을 자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밖에서 산다고… ‘길냥이’가 집고양이보다 불행할까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밖에서 산다고… ‘길냥이’가 집고양이보다 불행할까

    일본 후쿠오카 근교의 아이노시마는 ‘고양이 섬’으로 불린다. 최근 이색 여행지로도 알려져 관광객들도 쉽게 갈 수 있다. 페리를 타고 작은 섬에 도착하자마자 선착장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고양이들이 보인다. 섬의 고양이들은 주민들이 아침에 모아 버리는 생선 폐기물을 먹으러 몰려들었다가, 오후 내내 그늘에 드러누워 낮잠을 청한다. 어촌 마을에서 수많은 길고양이들과 거주민들이 자연스레 어울려 살아가는 풍경을 보면, 길고양이 먹이주기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떠올리게 된다. 고양이들은 언제부터 인간과 함께, 인간 주위에 살게 됐을까. 집 안팎의 고양이들과 불편 없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아이노시마섬에서 7년간 길고양이 생태를 연구한 동물생태학자다. 저자는 책을 통해 고양이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과정과 길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들의 출생과 번식, 죽음까지의 생애를 소개한다. 인간이 가까이했던 많은 동물들 중에서도 고양이는 유독 그 야생성과 본능을 오랫동안 유지해 온 것이 독특하다. 독립적이고 인간에게 잘 길들지 않는 습성 때문에 인위적인 번식이 어려웠고 고양이의 조상 ‘리비아 고양이’에서 그리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가졌다. 한평생을 실내에서 살아가는 집고양이들과 달리 도시와 마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길고양이들은 특히 그 야생성이 두드러진다. 길고양이의 삶은 집고양이에 비해 불행할까. 저자가 지켜본 길고양이들의 일생이 아주 험난한 것은 분명하다. 태어나서 무사히 성묘가 되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가 다른 고양이들과의 치열한 번식 경쟁이 이어진다. 그러나 저자는 야생에서 자유롭게, 짧지만 강렬하게 살아가는 길고양이들을 관찰하면서 어느 한쪽이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먹이가 풍부하고 거주 밀도가 높지 않아 고양이들이 살아가기 좋은 섬과 달리, 도시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관계가 보다 복잡하다. 저자는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해 고양이가 그 어느 때보다도 사랑받고 있는 시대에 매년 수많은 고양이들이 인간의 손에 살처분되는 모순적인 현실을 지적한다. 고양이와 인간이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많은 도시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지역 고양이 활동’을 소개한다. 이는 주민들이 그 지역의 길고양이 개체가 더이상 증가하지 않도록 중성화 수술을 해 주며 물과 먹이를 주는 등 공동으로 보살피는 활동을 말한다. 살처분이라는 극단적인 해결책 대신 도시의 작은 동물들과 공생을 모색하려는 방법이다.
  • [금요칼럼] 가족, 지역사회, 춘천의 실험/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금요칼럼] 가족, 지역사회, 춘천의 실험/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

    5월은 ‘가족의 달’이란 연례적인 문구가 불편해 굳이 이 주제를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도리가 없는 것 같다. 2019년 한국에서 가족은 그야말로 사회변동의 핵(核)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젠더나 계층, 세대 간 갈등이 고스란히 날것 그대로 담겨 있는 ‘가족’은 한국사회 변화의 근원지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매년 필자가 개설하는 가족사회학 강의에서 20대 학생들의 반응에서도 실감한다. 2007년 강의를 처음 시작할 때 학생들의 관심이 쏠렸던 것은 빈곤이나 경제적 불안, 아버지의 실직과 어머니의 취업으로 인한 돌봄의 공백 같은 것이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한국사회를 휩쓴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외환위기의 돌풍을 기억하고 여태 회복되지 않은 가족의 경제적 곤란이 고민거리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의 발표 주제는 연애나 동거, 낙태법의 문제로 옮아갔다. 자유로운 연애와 임신중단의 권리에 대한 열망이었다. 3~4년 전부터는 맞벌이부부의 가사노동과 여성의 독박육아, 섹슈얼리티, 이혼과 재혼 등이 자주 다뤄지는 주제가 됐다. 최근에는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동성애가족으로까지 주제가 넓혀졌다. 한두 가지로 묶을 수는 없지만 분명 학생들의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반대로 학생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대표적인 주제가 부부관계, 부모 노릇에 관한 것이다. 결혼이 자신의 현실이 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인지 결혼 이후의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부모 노릇을 주제로 한 강의시간에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을 강단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초저출산 사회의 풍경이다. 이런 세대의 20년 후는 어떤 모습일까? 쉽게 상상할 수는 없지만 외국의 경험처럼 부모 세대와는 다른 가족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문제는 더 유연해지고 불안정해진 가족을 보완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이 필요하리라는 것이다. 개인화되어 가는 사회에서 가족이나 친족이 돌봄이란 무거운 짐을 오롯이 감당하기는 벅차기 때문이다. 또 한국사회의 많은 가족 문제가 사회적 고립에 원인이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최근 발생한 의붓아버지와 친모의 자녀 살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친부와 친모, 의붓아버지 누구도 반기지 않았던 어린 소녀가 긴 학대의 시간 끝에 생명을 잃었다. 아이는 부모의 집과 아동보호기관을 떠돌았지만 가족도 국가도 아이를 돌보지 못했다. ‘가족’과 ‘국가’ 사이에 아이를 돌볼 또 다른 주체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필자는 해결책을 ‘지역사회’에서 찾고 있다. 가족이 살아가는 일상의 공간에서 가족을 지지하고 가족의 빈틈을 채울 수 있는, 때론 가족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과 국가를 연결하는 버팀목이 될 수 있는 그 무엇은 가족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급속한 사회 변동으로 지역사회도 많이 무너지고 과거의 지역사회가 가족에게 늘 우호적인 것도 아니었지만, 다행히 지역사회는 새롭게 재구성되는 중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공간인 춘천에서도 그런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리빙랩 프로젝트’이다. 아파트 주민들이 모여 지렁이를 키워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실천에서 더 큰 성과는 주민들이 친해지고 지렁이가 반려동물이 되었다는 보고, 30대 남성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어 나누며 가족 돌봄을 토론한다는 이야기, 자해불안을 겪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치유책을 찾아가는 모임 등 13개의 팀이 개인과 가족, 지역사회의 연결망을 튼튼히 하는 실험에 참여했다. 필자도 학생들과 춘천시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탐구했다. 이 글을 읽고 있을 때쯤이면 춘천시청 앞 광장에는 이들이 진행해 온 100일간의 노력이 정책박람회로 펼쳐질 것이다. 가족 문제의 또 다른 답은 지역사회에 있다.
  • [2030 세대] 무언가 서글픈, 러시아의 ‘승리의날’/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무언가 서글픈, 러시아의 ‘승리의날’/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러시아에서 5월 9일은 ‘대조국전쟁’이라고 부르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이다. 이 날은 현대 러시아에서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기념일로, 러시아 각지에서 각종 군사 퍼레이드와 기념 콘서트가 열린다. 이런 축제에서 러시아인들은 과거 부모와 조부모가 치렀던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했던 전쟁의 기억을 되새긴다. 먼저 규모만 봐도 이 전쟁은 특별했다. 소련 전역에서 2700만명이 죽었고, 가족을 잃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거기에 멸망 직전까지 몰린 나라가 의지를 다잡아 침략자를 격퇴한다는 서사도 신화적이었다. 그런 이유로 전쟁은 종전 후 70년 동안 대중문화의 가장 중요한 소재 중 하나였다. 올해 2월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러시아를 둘러보며 현대 러시아에서 전쟁을 어떤 식으로 기억하는지 좀더 들여다볼 수 있었다. 먼저 전쟁의 기억은 이 사람들에게 단순히 신화 수준을 넘어서 일상의 영역이라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방문한 모든 주요 도시에는 전몰자를 기리며 늘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이 있는 추모 공원을 볼 수 있다. 도시 중심가에는 참전용사를 기린 동상들과 전쟁 때 활약한 T-34 전차가 전시되어 있다. 시베리아의 대도시 노보시비르스크를 방문한 2월 23일은 마침 러시아의 국군의날인 ‘조국 수호의날’이었는데, 이 날 전몰자 추모 공원에 가서 본 풍경은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자아냈다. 부모를 따라온 아이들이 전시된 전차와 대포 위에서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고, 이제 막 걸음을 시작한 꼬마 아이들도 나뭇가지를 총 대신 붙잡고 러시아 군인들의 칼같이 각잡힌 행군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었다. 외부자의 무례한 시선일 수도 있겠지만, 이쯤 되니 무언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러시아에서 이제 전쟁을 직접 기억하는 사람들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승리의날은 막상 전쟁을 치렀던 소련 시절보다 오늘날에 더 성대하게 기념된다. 아마 승리의 기억이 현대 러시아인들에게 결핍된 무언가를 채워주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지금 러시아에 남은 것은 해체된 제국과 파괴된 사회, 불신이지만 전쟁의 영웅적 기억은 한때 러시아가 베를린에서 평양까지 이르는 지역을 해방했다는 사실과 전 인민이 일치단결해 침략자를 몰아내는 단결과 사회적 유대를 떠올리게 해준다. 문제는 이것이 아무리 영광된 기억일지라도, 기억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인구, 천연자원 의존 경제, 미래 리더십 부재를 생각했을 때 러시아의 미래는 결코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러시아인들은 조상의 승리를 추억하며 자신들 국가에 산적한 문제를 잠시간 잊는 것만 같았다. 마치 잠깐 고통을 잊게 해주는 진통제처럼. 그런 점에서 나는 승리의날에 기묘한 애석함을 느낀다. 지구의 반을 돌아 추축국(Axis-Powers)을 물리치고 우주에 사람을 최초로 쏘아올렸던 이 위대한 국가는 어째서 패전국보다 못 살게 된 것일까. 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 [자치광장] 추억과 꿈을 담은 경춘선 숲길 공원/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자치광장] 추억과 꿈을 담은 경춘선 숲길 공원/오승록 서울 노원구청장

    7080세대에게 서울 청량리역과 강원도 춘천을 오가던 경춘선 열차는 아련한 추억이다. 단골 MT 장소로 가는 수단이면서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이기도 한 젊음의 상징이었다.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구간을 개통할 때, 상봉역으로 노선이 바뀌면서 기능을 다한 옛 경춘선 구간이 노원구에 있다. 월계동 광운대역부터 삼육대 앞 서울시 경계까지 6.3㎞나 된다. 과거에는 담장으로 인해 위아래 동네로의 자유로운 왕래조차 힘들었던 단절의 공간이 이제 일명 ‘공트럴 파크’로 불릴 정도로 소통과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특히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인 옛 화랑대역은 고즈넉한 풍경과 저녁노을 지는 모습이 아름다워 사진동호회원들이 즐겨 찾는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80년이나 된 목조건축물로 서울시 등록문화재 300호이기도 한 이 건물은 경춘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한쪽에는 열차 내부처럼 꾸며 놓기도 했다. 그리고 역 주변은 조만간 철도박물관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철도 역사와 체험을 위한 공간이 드물다는 데 착안했다.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기차 카페는 물론 실제 운행하던 기차들을 리모델링해 시간의 역사부터 해시계, 연소시계 등 다양한 볼거리로 채우고 우리나라와 세계 철도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교육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구한말 고종이 탔던 황실열차, 1950년대 일본에서 수입해 경부선을 오갔던 미카형 증기기관차와 수인선 협궤열차를 옮겨 놓았다. 그중 1960년대 서울 도심을 다니던 당시 모델과 같은 노면전차는 일본 나가사키시가 한일 문화교류 차원에서 무상으로 기증해 의미가 남다르다. 이외에도 체코에서 트램 열차도 구입해 전시해 놓았다. 한 발 더 나아가 낮과 달리 밤에는 별다른 볼거리가 없는 이곳을 불빛정원으로 꾸민다. 아침고요수목원과 같이 주변의 울창한 나무와 식물들에 다양한 형태의 경관조명을 입혀 계절별로 조화를 이루는 도심의 쉼터다. 1939년 일제강점기 당시 뜻있는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우리 민족자본으로 건설된 최초의 철도였던 경춘선. 어른과 아이 모두의 추억과 꿈을 담은 서울의 대표 명소다.
  • 근대화로 소외됐던 한국여성, 그 궤적 속 한줄기 빛

    근대화로 소외됐던 한국여성, 그 궤적 속 한줄기 빛

    예술감독·전시 작가 4인방 모두 여성 동아시아史에 비판적 젠더의식 투영런던 프리즈 아트 매거진은 “자아와 사회에 대해 서양의 근대성이 제안한 것과 다른 이해를 제시하기 위한 의식과 제스처의 역사가 발굴된다”고 적었다. 세계적인 비주얼 아트 거장 조안 조나스는 “어메이징”을 외쳤다. 제58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미술전 개막을 이틀 앞두고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막을 올린 한국관 전시에 대한 평이다. ‘미술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는 총감독이 직접 큐레이팅하는 국제전(본 전시)과 각 국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뉜다. 올해는 총 90개 국가관이 구성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커미셔너를 맡은 한국관은 예술감독과 작가 세 사람이 모두 여성(김현진 예술감독, 남화연·정은영·제인 진 카이젠 작가)이라는 특징을 띤다. 이들은 서양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동아시아, 한국의 근대화 과정과 그중에서도 더욱 소외됐던 여성이라는 존재에 천착해 비디오 설치 미술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한국관의 제목은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영국 헤이워드갤러리 관장인 랠프 루고프가 총감독을 맡은 비엔날레의 전체 주제인 ‘흥미로운 시대를 살아가기를’과 묘하게 상응하는 모양새다. 한국관은 역사 서술의 규범은 누가 정의해 왔으며, 그 역사의 일부가 되지 못한 이들은 누구인지, 동아시아 근대화 역사에 비판적 젠더 의식이 개입될 때 우리는 무엇을 새롭게 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정은영 작가는 몇 안 되는 생존 여성국극 남역배우 이등우와 그 계보를 잇는 다음 세대 퍼포머들의 퀴어공연의 미학을 보여 주는 다채널 비디오 설치 ‘섬광, 잔상, 속도와 소음의 공연’을 내놓았다. 클럽에서나 들을 법한 리듬에 세 개의 면을 통해 현란하게 진행되는 영상은 눈이 어지러울 정도다. 이미 배제돼 사람들이 본 적 없는 역사에 대해 시각적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는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의미를 찾기보다 영상 속 배우의 몸짓과 혼연일체가 돼 함께 몸을 흔드는 것이 정 작가의 작품을 즐기는 지름길이다. 정 작가는 “남성성을 상징하는 박정희 정권 당시 여성성에 기인한다는 이유로 탄압받았던 여성국극을 통해 문화적 배제도 정치적 상황과 함께 간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닦아도 닦아도 멈추지 않는, 주름진 할머니의 얼굴이 인상적인 제인 진 카이젠의 ‘이별의 공동체’는 제주 바리설화를 근대화 속 여성 디아스포라의 원형으로 해석했다. 영상 속 할머니는 제주 4·3사건의 생존자이자 현역 무당이다. 이 여성이 벌이는 제례 의식과 북 리듬이 화면 전반에 흐르고 이어 한국 내 북한 여성, 카자흐스탄 이주여성, 자이니치 등 다양한 경계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바리’를 단순한 효녀가 아닌 성과 지역, 삶과 죽음의 경계인으로 보고 근현대의 전쟁과 국가주의 속 공동체를 다시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남화연 작가는 식민, 냉전 속 국가주의와 갈등하고 탈주하는 근대 여성 예술가 최승희의 춤과 삶의 궤적을 사유하는 ‘반도의 무희’, ‘이태리의 정원’을 선보였다. 한·중·일 그리고 분단 이후의 북한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무용가 최승희를 지금 여기의 여성 예술가 남화연이 다시 만난 결과다. 동서양 무용의 가교가 되고자 했던 최승희의 몸짓이 영어 자막과 한국어·중국어·일본어 음성으로 함께 설명된다. 전시관 뒤에 자리한 이태리의 정원은 한·중·일에 뿌리를 둔 식물, 혹은 학명이 동양에서 기원한 식물들 8종을 심었다. 30분마다 한 번씩 최승희가 부른 노래 ‘이태리의 정원’이 흘러나온다. 이태리의 정원에서 만나는 이태리의 정원이다. 한편 비엔날레 기간 베니스에서는 한국관 외에도 한국 미술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강서경·이불·아니카 이 등의 작가들은 총 79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본 전시에 초대됐다.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미술관에서 윤형근 순회전을, 한국관 근처에서 한국 현대미술 팝업전 ‘기울어진 풍경들-우리는 무엇을 보는가’를 연다. 팔라초 카보토에서는 국내 실험미술의 최전선이라고 불리는 원로 미술가 이강소 개인전이 열린다. 글 사진 베니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운동권 vs 판사 출신 첫 대면… “경청하겠다” “밥 사겠다” 덕담

    운동권 vs 판사 출신 첫 대면… “경청하겠다” “밥 사겠다” 덕담

    학생운동권 대표 출신인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법조 엘리트 출신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너무나 다른 삶의 궤적을 걸어왔다. 9일 두 사람의 첫 만남은 표면적으로는 화기애애했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협치’가 쉽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 원내대표가 나 원내대표의 국회 집무실로 찾아가 인사했고, 나 원내대표는 세심한 배려로 예우했다. 나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상징색인 파란색 재킷을 입었고, 김정재 원내대변인도 ‘깔맞춤’으로 파란색을 입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빨간색 백드롭 아래 이 원내대표를 포함한 모든 참석자가 푸른색 계열 옷을 착용한 진풍경이 나왔다. 나 원내대표가 “이 원내대표와는 역지사지해 보고 싶어서 민주당과 나름 비슷한 색의 재킷을 입었다”고 하자, 이 원내대표와 민주당 일행은 미소로 화답했다.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가 먼저 발언을 이어 가는 동안 연신 눈을 맞추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이 원내대표는 “경선 직전에 우리가 국회에서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그걸 치유하고자 어떤 지혜와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여러 번 자문했다”며 “진심으로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가 국회 정상화와 5·18 별법 개정안 처리 이야기를 꺼내자 나 원내대표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난 나 원내대표는 “제가 그동안은 ‘형님’들을 모시고 여야 협상을 했는데 이제 동생이 왔다”며 “정말 민생과 국민을 위한 국회가 된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되겠다”며 다시 미소를 보였다. 이 원내대표도 “직장과 부서가 서로 달랐지만 나 원내대표는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의 길을 가실 수 있는 분,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갈 수 있는 분으로 생각해 왔다”며 나 원내대표를 치켜세웠다. 덕담이 오가는 가운데 다른 참석자들의 신경전도 나왔다. 정양석 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에게 “박찬대 의원님이 ‘그날 밤’ 활동을 많이 하셨다”고 운을 뗐다. 정 원내수석이 언급한 ‘그날 밤’은 지난달 30일 국회 패스트트랙 지정을 저지하고자 한국당이 국회 본청 의안과를 점거한 날이다. 당시 박 원내대변인은 ‘빠루’ 대열 맨 앞에 섰고 한국당에 고발당했다. 비공개 회동을 포함해 20여분간의 짧은 상견례를 마친 두 사람은 “첫술에 배부르겠느냐”고 입을 모았다. 첫 만남에서는 배부를 합의가 없었다는 얘기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5월 임시국회를 열자고 한국당에 제안했으나 그에 대한 답은 없었다”며 “나 원내대표도 차차 의논해 방법을 찾아보자, 시간을 갖고 해결해 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또 “한국당에서 포항 지진 관련 법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빨리 처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고려대 국문과 83학번인 이 원내대표는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고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결성을 이끌어 초대 의장을 맡았다. 늘 최루탄 가스에 둘러싸여 캠퍼스 생활을 했던 이 원내대표와 달리 나 원내대표는 서울대 법대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였다. 19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나 원내대표는 2000년까지 판사 생활을 한 후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발탁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한편 이 원내대표는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잇따라 예방했다. 하지만 이미 김 원내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혔고, 장 원내대표도 임기가 만료돼 국회 상황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는 못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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