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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 바라볼 날은

    [강희정의 아시아의 美]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 바라볼 날은

    가슴이 뻥 뚫린다. 비 오듯 땀을 흘리고 오른 단발령에서 저 멀리 금강산을 바라보는 기분. 아마 그럴 것이다. 탁 트인 경치에 눈은 시원하고, 마음은 새털처럼 구름처럼 가벼워지는 게 아닌가. 고작해야 보통 공책보다 조금 클 뿐인 이 그림이 뿜어내는 호쾌함이란 보는 이를 단박에 단발령 위로 옮겨놓고야 마는 마력에서 비롯된다. 이 그림은 정선(鄭敾ㆍ1676~1759)이 35세 때인 신묘년(1711)에 금강산을 그린 실경산수화 ‘신묘년풍악도첩’(辛卯年風嶽圖帖) 13폭 중 한 폭이다. 이 화첩에는 금강산이 한눈에 들어오게 그린 ‘금강내산총도’(金剛內山總圖)를 비롯해 장안사, 보덕굴, 피금정, 해산정, 총석정 등 금강산 곳곳의 명소 그림이 실려 있다. ‘신묘년풍악도첩’의 첫 번째 그림인 ‘단발령망금강산’(斷髮嶺望金剛山)은 문자 그대로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바라보는’ 장면을 그렸다. 정선만이 아니고 단발령에 올라 금강산을 바라보는 그림을 남긴 이가 여럿이니 당시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코스였음은 분명하다. 금강산 남쪽에 있는 단발령은 이제 본격적으로 금강산 구역에 들어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대문 같은 고개다. ‘머리를 깎는 고개’, 즉 ‘단발령’이란 이름은 누구든 이 고개에 올라 금강산을 보는 순간 자연이 보여 주는 장관에 압도당해 바로 속세의 미련을 버리고 기꺼이 머리를 깎아 승려가 된다고 해서 붙었다. 금강산도 금강산이지만 멀찍이서 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단발령의 산세 역시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림은 크게 대각선으로 나누어 오른편 하단에 단발령을, 왼편 상단에 금강산을 배치했다. 개미처럼 작게 그려진 단발령 고갯마루의 선비들이 정선 일행인 셈이다. 단발령에서 금강산을 바라보는 것이기에 가까운 단발령이 멀리 있는 금강산보다 더 크고 자세히 그려졌다. 진한 먹으로 점을 찍어 윤곽을 명확히 한 단발령 아래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로 노새를 끌고 올라가는 사람들을 보면 고개를 오르는 여정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아스라이 펼쳐진 구름 너머로 흰 산봉우리 1만 2000봉의 금강산이 보인다. 어둡고 탁해 보이기까지 하는 단발령을 그린 필치와 깔끔하고 투명해 보이는 금강산의 대비는 마치 숲이 우거진 여름과 앙상한 겨울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준다. 공간의 거리감이 절묘한 시간 속으로 환원된다. 실제로 이 그림은 철저히 관찰자 시점으로 그려졌다. 몸은 단발령에 있는 선비 무리에 있으면서도 정선의 관점은 그들과 함께 있지 않은 것이다. 화가는 단발령도, 금강산도 아닌 제3의 위치, 왼편 하단 보이지 않는 어느 곳에서 단발령을 바라본다. 그리고 그는 다시 고개를 왼편으로 돌려 삐죽삐죽 등을 맞대고 선 금강의 날카로운 봉우리들을 그렸다.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고정된 시점에서 그린 서양의 그림들과 달리 관람자가 화가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며 감상해야 하는 전형적인 산수화다.단발령과 금강산이라는 우리나라의 경치를 그렸을 뿐만 아니라 갓 쓰고 도포 입은 조선의 선비들을 그렸다는 점에서도 조선의 산하를 조선의 눈으로 그렸다는 ‘실경산수화’의 진면목을 여실히 보여 준다. 명산과 고개를 이 작은 화폭에 아우른 조선 화가의 기개를 보여 주는 이 그림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에서 전시한다. 그림이 아니라 현장에서 그 기개를 체감할 수 있는 날은 언제일까.
  • 용봉정 공원 조성·노들섬 잇는 백년다리 개통 ‘노량진의 변화’

    용봉정 공원 조성·노들섬 잇는 백년다리 개통 ‘노량진의 변화’

    노량진, 자족도시 만드는 핵심 거점 육성 여의도까지 잇고 관악산은 숲길로 연결 주요 도심·남북 녹지축 연결 도시 만들 것 노량진 고가차도 일부 존치 市와 협의 노들섬 새달 자연·음악 중심 공간 개장 용봉정 야경 전망대 설치 서울 명소로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2022년 완공이창우 서울 동작구청장이 이끄는 ‘동작의 진화’가 노량진을 중심으로 속속 가시화되고 있다.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 사업, 노량진 철로 공원화 사업, 구청사 장승배기 이전 등 수산시장과 고시촌의 이미지로 굳어진 노량진 일대가 새로운 문화·관광·상업벨트로 거듭난다. 2021년 서울시가 한강대교 남단(노량진~노들섬)에 공중보행교인 ‘백년다리’도 개통할 예정이라 변화의 진폭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 2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백년다리로 노들섬에서 노량진이 한번에 열리는 데 이어 보행교·인도로 노량진과 여의도를 잇고, 노량진에서 관악산 입구까지 끊어진 숲길 두 군데(서달산과 까치산, 중앙대후문)를 연결해 인근 주요 도심은 물론 한강과 남북의 녹지축이 이어지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노량진 일대가 큰 변화를 앞두고 있는데. “노량진은 과거에도 동작구를 먹여살리는 역할을 했지만 미래에는 동작구를 자족 가능한 도시로 만드는 핵심 거점이 될 것이다. 이 일대가 갖고 있는 장점을 극대화해 노량진을 다시 한번 서울의 중심지로 만들겠다. 이를 위해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 사업, 청사 이전, 노량진역 현대화 사업, 인근 지역과의 교통 연계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노량진 환경지원센터 일대(노들로 756)는 1900가구의 신혼부부 주택이 들어설 예정(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 발표)이라 청년층 유입이 많아질 예정이다.” -노량진에 집중하는 이유는. “1899년 우리나라에서 철도(경인선)가 처음 개통할 때 출발지였던 노량진역을 품고 있는 동작구는 주거 면적이 84%를 차지하는 주거 중심 도시로 다른 지역과 달리 생활권이 5곳으로 나눠져 있다. 이런 도시 기능을 한곳에 집중력 있게 모아 노량진에서 발생하는 잉여 재원으로 각 생활권 간 균형 발전을 이루겠다는 취지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한강대교 공중보행교 백년다리는 시민, 관광객들을 노량진으로 다수 유입시킬 것으로 보이는데. “백년다리가 완성되면 구가 서울의 관광명소로 키우려는 용봉정 근린공원과 연계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선 백년다리가 통행로로서의 역할만 할 게 아니라 다리 위에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여러 엔터테인먼트 요소들이 갖춰져야 한다. 또 내년 초 철거 예정인 노량진 고가차도의 일부 구간을 남겨 엘리베이터와 계단을 설치하겠다는 게 시의 입장인데 고가차도를 존치하면 도시 미관도 해치고 교통난도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쾌적한 보행 환경이 우선인 백년다리의 공원 기능도 축소시킬 것으로 본다. 어제 구청을 찾은 시 관계자들과 백년다리 당선작 건축가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했고 시에서도 충분히 협조해 주기로 했다.” -다음달부터 용봉정 근린공원 공사가 시작되면서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 사업이 본격화하는데. “노들섬이 오는 9월 말 자연·음악 중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장하고 백년다리가 놓이면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다. 용양봉저정 관광명소화 사업은 이를 위해 구에서 4년 전부터 선제적으로 준비해 온 역점 사업이다. 한강대교 남단의 노량진에서도 용양봉저정, 용봉정 근린공원은 역사 유적지와 한강, 자연이 어우러진 문화 자원이다. 특히 용봉정 근린공원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한강 이남에서 강북 방향으로 한강과 남산의 풍경을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절경을 자랑한다. 이곳에 야경 전망대가 들어서면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리지 등 호주 시드니의 랜드마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미세스 매쿼리 포인트’ 못지않은 야경 명소가 될 거다.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공원 아래 본동 일대에는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민선 6기 성과 가운데 하나인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조성은 단순한 청사 이전이 아닌 동작의 새 미래를 열어 갈 중요한 열쇠 가운데 하나다. 장승배기는 분산된 행정 기능을 하나로 모으는 행정의 중심축으로, 청사가 비워지는 노량진은 개발을 통해 경제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게 하려는 것이다. 내년 착공에 앞서 신청사 부지 일대 보상 토지 수용 절차를 마무리해 2022년 완공할 예정이다. 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재원은 사당권역 공공복합센터 건립, 흑석권역 주민커뮤니티시설 등 주민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데 투자해 지역 전체를 고르게 성장시켜 구민들에게 자족 가능한 도시를 안겨드리겠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포토] ‘가을로 가는 풍경’

    [포토] ‘가을로 가는 풍경’

    26일 오후 부산 강서구 죽동동 김경양 씨 논에서 올해 부산 첫 벼 베기가 진행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수확한 벼는 ‘운광’ 품종으로 지난 4월 22일 이앙해 올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127일 만에 수확했다. 2019.8.26 연합뉴스
  •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 ‘이효리♥’ 이상순에 사과 “나도 몰랐다”

    ‘일로 만난 사이’ 유재석, ‘이효리♥’ 이상순에 사과 “나도 몰랐다”

    유재석의 ‘노동힐링 프로젝트’ tvN ‘일로 만난 사이’(연출 정효민, 이은경)가 오늘(24일, 토) 밤 10시 40분 베일을 벗는다. ‘효리네 민박’ 시리즈를 연출한 정효민PD가 tvN에서 처음 선보이는 예능 ‘일로 만난 사이’는 유재석이 매회 스타 게스트와 함께 ‘끈적이지 않게, 쿨하게, 일로 만난 사이끼리’ 일손이 부족한 곳을 찾아가 땀흘려 일하는 프로그램. 첫 회 ‘동료’로 이효리와 이상순이 유재석과 함께 제주도 녹차밭을 찾아 노동에 나선다. 세 사람이 처음 부여받은 임무는 6년동안 방치해 야생에 가까운 녹차나무 ‘밀림’이 되어버린 차밭에 말이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지를 정리해 곧은 길을 만드는 것. 유재석은 프로그램 런칭 전 “땀 흘려 일하면 보람차다”고 말해온 것과는 사뭇 다른 ‘리얼’한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내 웃음을 안긴다. 쪼그려 앉아 낫질을 하고, 질긴 가지와 엉킨 덤불을 가위로 잘라내야 하는 고된 노동이 시작되자, 유재석은 “상순씨, 미안해요. 나 이런 건 줄 몰랐어요”라며 게스트로 초대한 것을 사과한다. 특히, 노동 시작 10여분 경과 즈음부터 “허리가 너무 아프다”, “이건 거의 밀림이야”라며 시작된 유재석의 고충 토로는 노동 시간이 경과할수록 “배가 너무 고파. 뱃가죽이 붙을 정도로!”라며 본인도 믿기지 않는 허기를 호소하기에 이르고, 급기야 “효리야!!! 나 물 좀 줘!!!”하는 절규에까지 이르러 폭소를 선사한다. ‘예능 남매’로 남다른 티키타카가 예상된 유재석과 이효리의 케미는 말 한 마디도 그냥 넘어가지 않는 초특급 설전으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충족해줄 예정. 계속되는 유재석의 고충 토로에 이효리는 “1분에 1미터씩 가야하는데 이런 토크 할 시간을 줄이자”, “맨날 서서 토크만 하다 허리 숙여 일하려니 힘들지”라고 직언을 쏟아내 유재석을 당황하게 만든다. 특히 유재석과 첫 만남을 어색해하며 묵묵히 일만 하던 이상순의 반전 매력이 이목을 사로잡는다. 이상순은 일에 치인 유재석의 여과 없는 모습에 “어후~~ 원래 이러셔??”라며 입을 뗀 것을 시작으로, “형이 너무 못해서 내가 도와주고 있어”,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면 되잖아요”라는 잔소리까지 내뱉으며 연예계 포스 갑 이효리의 ‘남편 포스’를 뽐낸다. 이날 이상순은 마침 초록색 상의를 입고 와, 녹차밭의 풍경과 한 데 어우러지며 ‘풀아일체’ 노동을 선보이기도. 오늘 방송에서 이상순의 ‘본투비 일꾼’ 면모가 빛을 발할 전망이다. 또한 이날 방송에서는 ‘말 풀 뜯어먹는 소리’를 눈을 감고 경청하고, 녹차 잎이 톡, 톡 꺾이는 소리에 힐링의 시간을 즐기는 세 사람의 모습이 초록색 풍경과 맞물려 시청자들에게도 편안한 즐거움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본방송 시작 부분에는 유재석의 노동 동료로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 차승원, 유희열, 정재형의 소감도 공개돼 재미를 더할 예정. 유재석의 노동힐링 프로젝트 ‘일로 만난 사이’는 오늘(24일)부터 매주 토요일 밤 10시 40분, tvN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포토인사이트]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양당 의총

    [포토인사이트] 조국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양당 의총

    조국 법무부장관후보자에 인사청문회에 대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의원총회가 열렸다. 내년 총선을 앞둔 탓인지 예전에 볼수 없었던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 여행지 같은 공간… 어서 와, 이런 휴게소는 처음이지

    여행지 같은 공간… 어서 와, 이런 휴게소는 처음이지

    한가위 연휴가 겹친 9월은 초가을 나들이를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달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특색 있는 휴게소 6곳을 9월의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휴게소 자체가 여행 목적지가 되는 ‘여행이 가능한 휴게소’들이다. 한가위 때 고향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도 좋겠다.●경기 이천 덕평자연휴게소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는 덕평소고기국밥으로 이름난 곳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60만 그릇 가까이 팔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유명 음식점 수준의 푸드 코트와 쇼핑몰을 갖췄고, 아름다운 정원①에서 산책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터널 갤럭시 101’②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환상적인 경험이다. 개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반려견 전용 풀장도 만들었다. 인근의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Park)는 도자기 장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이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싶다면 이천세라피아가 적당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천 출신 외교관 서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서희테마파크,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을 연 한국동요박물관을 둘러봐도 좋다.●강원 인제 내린천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있는 내린천휴게소는 ‘V자’ 모양의 독특한 상공(上空)형 휴게소다. 내부 인테리어③와 외부 디자인④도 독특하다. 휴게소 안에서는 유리창으로 강원도의 그윽한 산세를 감상하고, 옥상 전망대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온몸으로 누린다. 휴게소 내 백두숨길관에서 국내 터널 중 가장 긴 인제양양터널 건설 과정과 백두대간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연꽃이 활짝 핀 생태습지공원도 매력적이다. 자작나무와 갈대 등 각종 식물을 보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휴게소 인근에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다. 울창한 숲에서 하룻밤 묵은 뒤, 방동약수 한 그릇 마시면 일상의 피로가 사라진다. 내린천을 따라 드라이브하다 보면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과 만난다. 박인환문학관, 인제산촌민속박물관 등에서 인제의 문화를 맛볼 수 있다.●충북 단양팔경휴게소 중앙고속도로 단양팔경휴게소는 알찬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갖춰 쉼터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상행선(춘천 방향) 휴게소 건물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198호)와 단양 적성(사적 265호)을 만난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오면 충주호 전망이 보석처럼 펼쳐진다. 별빛테마공원은 야간에 빛나는 또 다른 보물이다.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마늘수제떡갈비가 대표 메뉴로 꼽히는데, 마늘왕돈가스도 휴게소의 별미다. 하행선(부산 방향) 휴게소는 직원들이 꾸민 야생화테마공원⑤ ⑥과 원두막 음식 배달 서비스가 돋보인다. 장승과 솟대, 물레방아 등 아기자기하게 꾸민 산책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려견을 위한 작은 놀이터도 있다.●충북 옥천 금강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는 자체가 여행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휴게소 뒤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여느 전망대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휴게소에서 금강 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차를 이용해 외부 도로를 따라 내려가 낚시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금강휴게소의 별미는 도리뱅뱅이⑦다. 금강 쪽 테라스⑧에 있는 ‘사랑의 그네’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난간 쪽 철조망에 이들이 사랑을 염원하며 다닥다닥 매단 자물쇠가 보인다. 옥천은 정지용의 시 ‘향수’의 무대다. 생가와 문학관에서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은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으로,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절경이다. 이원면의 이원양조장은 1930년대에 설립해 4대째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예약하면 견학과 시음도 가능하다.●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각각 ‘복고’와 ‘공장’을 테마로 내방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 못지않은 1960~1970년대 분위기의 이색 공간⑨으로 인기몰이 중이라면, 군위영천휴게소는 최근 유행하는 업사이클링 공간을 재현한 독특한 폐공장 인테리어로 승부한다. 대표 먹거리인 ‘추억의 도시락&라면’⑩을 비롯해 쫀드기, 라면땅 등 그 시절 먹거리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군위 여행의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 5㎞ 정도 떨어진 동군위 IC를 이용하면 일연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인각사와 홍예문이 인상적인 화산산성, 엽서처럼 예쁜 화본역 등 군위의 대표 여행지에 가기 쉽다.●완주 이서휴게소 호남고속도로 이서휴게소⑪는 서전주 IC와 김제 IC 중간 지점에 있다. 규모는 작아도 먹고, 쉬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으뜸은 먹는 재미.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관내 휴게소에서 2900원에 판매하는 우동과 라면은 가성비가 좋다.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애호박국밥, 꼬막과 채소에 유자청 고추장으로 상큼함을 더한 꼬막비빔밥은 올봄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가 주관한 ‘휴게소 대표 음식 선발대회’에서 각각 대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안마 의자와 벨트 마사지 기구를 갖춘 휴식 공간⑫, PC와 복합기가 있는 쉼터, 아늑한 수유실도 만족스럽다. 순천 방향 휴게소 야외에는 전래 동화 ‘콩쥐팥쥐’를 주제로 조성한 포토 존이 있다. 글 사진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한국관광공사
  • 여행지 같은 공간… 어서 와, 이런 휴게소는 처음이지

    여행지 같은 공간… 어서 와, 이런 휴게소는 처음이지

    한가위 연휴가 겹친 9월은 초가을 나들이를 떠나기에 더없이 좋은 달이다. 한국관광공사가 전국의 특색 있는 휴게소 6곳을 9월의 ‘추천 가볼 만한 곳’으로 선정했다. 휴게소 자체가 여행 목적지가 되는 ‘여행이 가능한 휴게소’들이다. 한가위 때 고향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도 좋겠다.●경기 이천 덕평자연휴게소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는 덕평소고기국밥으로 이름난 곳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60만 그릇 가까이 팔려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유명 음식점 수준의 푸드 코트와 쇼핑몰을 갖췄고, 아름다운 정원①에서 산책도 할 수 있다. 아이들과 ‘터널 갤럭시 101’②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것도 환상적인 경험이다. 개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반려견 전용 풀장도 만들었다. 인근의 이천도자예술마을 예스파크(藝’s Park)는 도자기 장인들이 작품 활동을 하면서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이다. 한자리에서 다양한 도자기를 보고 싶다면 이천세라피아가 적당하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이천 출신 외교관 서희의 이야기를 형상화한 서희테마파크, 우리나라에서 처음 문을 연 한국동요박물관을 둘러봐도 좋다.●강원 인제 내린천휴게소 서울양양고속도로에 있는 내린천휴게소는 ‘V자’ 모양의 독특한 상공(上空)형 휴게소다. 내부 인테리어③와 외부 디자인④도 독특하다. 휴게소 안에서는 유리창으로 강원도의 그윽한 산세를 감상하고, 옥상 전망대에서는 깨끗한 공기를 온몸으로 누린다. 휴게소 내 백두숨길관에서 국내 터널 중 가장 긴 인제양양터널 건설 과정과 백두대간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연꽃이 활짝 핀 생태습지공원도 매력적이다. 자작나무와 갈대 등 각종 식물을 보며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휴게소 인근에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있다. 울창한 숲에서 하룻밤 묵은 뒤, 방동약수 한 그릇 마시면 일상의 피로가 사라진다. 내린천을 따라 드라이브하다 보면 순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속삭이는 자작나무숲’과 만난다. 박인환문학관, 인제산촌민속박물관 등에서 인제의 문화를 맛볼 수 있다.●충북 단양팔경휴게소 중앙고속도로 단양팔경휴게소는 알찬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거리를 갖춰 쉼터 이상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상행선(춘천 방향) 휴게소 건물 뒤쪽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면 단양 신라 적성비(국보 198호)와 단양 적성(사적 265호)을 만난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내려오면 충주호 전망이 보석처럼 펼쳐진다. 별빛테마공원은 야간에 빛나는 또 다른 보물이다. 쏟아지는 별빛을 볼 수 있다. 망원경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 마늘수제떡갈비가 대표 메뉴로 꼽히는데, 마늘왕돈가스도 휴게소의 별미다. 하행선(부산 방향) 휴게소는 직원들이 꾸민 야생화테마공원⑤ ⑥과 원두막 음식 배달 서비스가 돋보인다. 장승과 솟대, 물레방아 등 아기자기하게 꾸민 산책로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려견을 위한 작은 놀이터도 있다.●충북 옥천 금강휴게소 경부고속도로 금강휴게소는 자체가 여행지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휴게소 뒤로 유유히 흐르는 금강이 여느 전망대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휴게소에서 금강 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고, 차를 이용해 외부 도로를 따라 내려가 낚시와 수상스키를 즐길 수도 있다. 금강휴게소의 별미는 도리뱅뱅이⑦다. 금강 쪽 테라스⑧에 있는 ‘사랑의 그네’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유명하다. 난간 쪽 철조망에 이들이 사랑을 염원하며 다닥다닥 매단 자물쇠가 보인다. 옥천은 정지용의 시 ‘향수’의 무대다. 생가와 문학관에서 시인의 생애와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다. 군북면 추소리의 부소담악은 물 위로 솟은 기암절벽으로, 우암 송시열이 ‘소금강’이라 예찬한 절경이다. 이원면의 이원양조장은 1930년대에 설립해 4대째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예약하면 견학과 시음도 가능하다.●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만나는 삼국유사군위휴게소와 군위영천휴게소는 각각 ‘복고’와 ‘공장’을 테마로 내방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가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 못지않은 1960~1970년대 분위기의 이색 공간⑨으로 인기몰이 중이라면, 군위영천휴게소는 최근 유행하는 업사이클링 공간을 재현한 독특한 폐공장 인테리어로 승부한다. 대표 먹거리인 ‘추억의 도시락&라면’(10)을 비롯해 쫀드기, 라면땅 등 그 시절 먹거리를 맛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삼국유사군위휴게소는 군위 여행의 전초기지 역할도 톡톡히 한다. 이곳에서 5㎞ 정도 떨어진 동군위 IC를 이용하면 일연이 ‘삼국유사’를 저술한 인각사와 홍예문이 인상적인 화산산성, 엽서처럼 예쁜 화본역 등 군위의 대표 여행지에 가기 쉽다.●완주 이서휴게소 호남고속도로 이서휴게소(11)는 서전주 IC와 김제 IC 중간 지점에 있다. 규모는 작아도 먹고, 쉬고, 즐기는 재미가 있다. 으뜸은 먹는 재미.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 관내 휴게소에서 2900원에 판매하는 우동과 라면은 가성비가 좋다. 애호박과 돼지고기를 듬뿍 넣은 애호박국밥, 꼬막과 채소에 유자청 고추장으로 상큼함을 더한 꼬막비빔밥은 올봄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가 주관한 ‘휴게소 대표 음식 선발대회’에서 각각 대상과 동상을 수상했다. 안마 의자와 벨트 마사지 기구를 갖춘 휴식 공간(12), PC와 복합기가 있는 쉼터, 아늑한 수유실도 만족스럽다. 순천 방향 휴게소 야외에는 전래 동화 ‘콩쥐팥쥐’를 주제로 조성한 포토 존이 있다. 글 사진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한국관광공사
  •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2030 세대] 제국의 역설/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러시아와 터키 사이, 험준한 캅카스산맥에 조지아라는 나라가 있다. 작지만 따뜻한 남쪽에 산맥과 바다를 끼고 있어 물산이 풍부하고, 여러 민족이 오가던 문명의 교차로라 남다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다. 이 때문에 조지아는 과거 소련에 속했을 때도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무척이나 인기가 많던 관광지였고, 소련이 해체되고 독립한 뒤에는 터키, 서유럽, 한국 등 세계 각지의 여행객들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지난 7월 말에 바로 이 조지아를 여행 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여행 전에 남모를 걱정이 살짝 있었다. 여행 한 달 전 6월 말에 이 나라에서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났는데, 마침 내가 이 지역에서 쓸 줄 아는 말은 러시아어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과거 러시아와 소련의 지배를 받은 조지아는 독립 이후에도 러시아와 꾸준히 갈등을 빚어 왔고, 자국 내 소수민족 문제로 2008년에는 서로 전쟁까지 치르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었다. 전쟁 후 조지아는 나라 이름도 러시아식인 ‘그루지야’에서 영어식 ‘조지아’로 바꿔버렸다. 이런 나라에서 외국인 여행객이 러시아어를 쓰면 알아들으면서도 싫어하지 않을까? 다행히 이 걱정은 기우였다. 대개 조지아인들, 특히 거의 대부분이 러시아어를 잘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우리가 러시아어를 쓰면 신기하고 재밌다는 식으로 반응했다. 청년층으로 갈수록 러시아어 구사자는 줄어들었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대규모 반러 시위가 일어난 것에서 알 수 있듯 청년층을 중심으로 러시아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이 나라의 숱한 풍경에는 여전히 200년에 걸쳐 러시아인들과 주고받은 애증의 관계가 짙게 묻어나고 있었다. 요컨대 내가 조지아에서 보고 온 것은 제국의 유산, 그 양면성이었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박물관에 가면 소련의 통치가 조지아에서 얼마나 가혹하고 억압적이었는지를 묘사한다. 하지만 그 억압을 수행한 인물인 스탈린이 조지아인이었다. 그는 변방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 제국 질서를 통해 세계의 절반을 거머쥘 수 있었다. 제국은 힘으로 다양한 민족을 복속시키고, 동시에 수많은 민족 사이에서 통용될 ‘제국 문화’를 만들어낸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제국이 오래 유지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제국의 양면성’에서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이제 조지아보다는 러시아에 더 가까워진 것 같다. 한국의 산업과 대중문화는 세계를 누비고, 도시는 아시아 각지의 이주자를 빨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한국인들은 작게나마 새로운 표준을 설정하며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식민지는 없는 제국’을 건설한 것이다. 조지아에서도 자주 눈에 띈 삼성과 BTS를 보며 그 생각은 굳어졌다. 제국과 식민지의 경험에서 다른 것을 배울 때도 된 것 같다. 앞으로 한국인들은 영향력에 수반되는 책임, 선망에 따라오는 증오를 이해해야만 하니까.
  • [자치광장] 골목길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자치광장] 골목길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강맹훈 서울시 도시재생실장

    #요즘 퇴근길이 산뜻하다. 담장 밖에 나와 있던 쓰레기도 사라졌고, 주차 문제로 이웃과 싸우는 일도 없어졌다. 비나 눈이 오면 미끄러워 다니기 힘들었던 계단이 안전하게 바뀌었고, 담장마다 장미를 비롯한 온갖 꽃들이 우거져 골목길이 화사해졌다. 전에는 어두웠던 골목길이 밝아져 밤길도 무섭지 않다. 골목길을 마주하고 살던 이웃들이 머리를 맞댄 결과다. 골목길이 달라지니 삶의 질도 부쩍 높아진 기분이다. 서울시가 ‘골목길 재생사업’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생기 넘치는 가까운 미래의 골목길 풍경이다. 서울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골목길 재생사업’은 일정 지역을 도시재생활성화지역 등으로 정해 대규모로 재생하는 것과는 달리, 평균 700m 내외의 골목길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재생사업이다.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골목길을 생활 터전으로 삼고 있는 지역 주민의 삶에 필요한 ‘생활밀착형 도시재생사업’을 주민과 함께 추진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 14일 서울시는 자치구 공모를 통해 서울형 골목길 재생사업지 12곳을 새롭게 선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시범사업지 2곳, 자치구 공모로 선정한 11곳까지, 총 25개 지역에서 골목길 재생사업을 펼치게 됐다. 이번에 선정된 지역 현황을 살펴보면 골목길 재생이 왜 필요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금속공예점 등이 밀집해 있는 종로구 권농동 일대는 20년 이상 건축물이 75%에 달하고, 최근 30년간 56%의 인구가 감소하는 등 쇠퇴를 거듭해 왔다. 주차장이 부족하고, 낡은 건물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골목길 때문에 주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 이곳은, 골목길 환경개선과 함께 금속공예점과 숙박시설, 카페 등을 활용하고, 주변 창덕궁과 종묘 등 문화재와 연계해 골목길 활성화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골목길 재생은 골목길의 역사·문화적 숨길을 보존하고 낙후된 환경을 개선하며 공동체를 되살리는 일이다. 어둡고 위험했던 골목길을 안전하고 쾌적하게 바꾸고 주민 주도의 담장 낮추기, 경사로 낮추기 등으로 삶의 질도 높여 나갈 계획이다. 공간이 바뀌면 삶이 바뀐다고 했던가. 그 말처럼 대문 밖을 나서서 골목길에 접어드는 순간부터 삶이 한결 나아졌다는 걸 깨닫게 하는 것, 이게 골목길 재생사업의 목표다.
  • 진경산수화 품은 선유정에 서니, 절두산 순교의 아픔 아스라이

    진경산수화 품은 선유정에 서니, 절두산 순교의 아픔 아스라이

    서울신문이 서울특별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7회 양화진과 선유도’ 편이 지난 17일 오후 6시부터 2시간여 마포구 합정동과 영등포구 양화동 일대에서 진행됐다.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 네 번째 순서였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절두산 가톨릭 순교성지와 양화진 역사공원을 거쳐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둘러봤다. 이동시간을 단축하려고 시내버스를 이용,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공원에 내렸다. 수질정화원-선유정-녹색기둥의 정원-수생식물원-시간의 정원-전망대 순서로 어둠이 내려앉은 한강 한가운데 섬을 걸었다. 이번 코스의 서울미래유산은 양화대교와 선유도공원 2곳이다. 가까이 있지만 먼 양화진과 선유도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참석자들의 기대와 호응이 높았다. 선유정과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은 18세기 겸재 정선이 그린 진경산수화의 야간 버전인 듯했다. 선유도라는 거대한 배를 타고 양화대교~서강대교~성산대교 사이에 펼쳐진 서울의 서쪽을 맘껏 조망했다. 해설을 맡은 황미선 서울도시문화지도사가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새 답사코스를 개발한 덕분이다.양화진은 기독교를 양분하고 있는 가톨릭과 개신교 양대 종파의 공동 성지다. 우리나라 가톨릭교회의 박해와 수난을 상징하는 절두산 순교자기념관과 개신교 개척 선교사들의 요람인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역이 있다. 양화진 역사공원은 두 성역의 중심부에서 절묘한 균형추를 잡고 있다. 양화진 역사공원은 양화나루터를 지키던 옛 군사기지 터에 조성됐다. 본래 양화진은 서울~인천, 서울~강화도 두 바닷길을 잇는 길목이었다. 또 세금으로 바친 곡식을 실은 세곡선의 검문소이자 선유봉과 잠두봉이 연출하는 절정의 뱃놀이 명소이기도 했다. 새남터(이촌동)와 함께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였기에 죄인을 처형하거나 죄인의 시신을 전시했다. 1884년 갑신정변 ‘삼일천하’의 주인공 김옥균이 능지처참을 당한 바로 그곳이다.1866년(고종 3) 제1차 병인양요 때 서울을 침범한 프랑스 함대가 정박한 양화진에서 천주교 신자들의 처형이 이뤄졌다. 이때부터 잠두봉은 ‘머리를 자른 산’이라는 뜻에서 절두산이라는 섬뜩한 이름이 붙었다. 무려 2000여명이 이때 순교한 것으로 추정된다. 가톨릭교회에서는 1966년 병인 순교 100주년을 기념해 이곳을 매입한 뒤 잠두봉을 중심으로 성당과 순교기념관을 건립, 사적지로 조성했다. 1976년 이래로 한국 성인들의 유해를 옮겨 와 안치했다. 절두산성지 내에는 관련 사료와 유물, 유품전시관, 28위의 성인 유해를 모신 유해실, 순례성당, 순교자 교육관, 김대건 신부 동상을 비롯해 야외 전시관이 있다. 절두산 성당은 혜화동 성당, 아현동 성당 및 국립극장, 경주박물관 등 종교건축과 문화시설을 주로 지은 건축가 이희태의 작품이다. 기념관은 우뚝 솟은 절벽 위에 세워졌는데 원반 모양의 지붕은 선비의 갓을, 6m 높이의 종탑으로 구멍이 뚫린 벽은 순교자들의 목에 채워졌던 목 칼을, 그리고 지붕 위에 늘어뜨린 사슬은 족쇄를 상징한다. 성당은 부대시설과 장식을 일절 배제했다. 언덕 위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역은 언더우드, 아펜젤러, 스크랜턴 등 3인이 묻힌 한국 개신교의 성소다. 서울시내에 유일한 이국적 풍경의 외국인 묘역이다. 1885년 4월 5일 개신교 선교사 호러스 그랜트 언더우드와 헨리 아펜젤러를 태운 배가 인천 제물포항에 도착했다. 이틀 전 일본 나가사키를 출항, 부산에 도착한 뒤 남해안과 서해안을 돌고 돌아 제물포에 도착한 것이다. 이날은 한국 개신교의 공식 선교일이다. 갑신정변 직후여서 파란 눈을 가진 목사의 서울 입성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결국 아펜젤러 부부는 일본으로 되돌아갔고, 독신 언더우드는 서울에 들어온 첫 목사로 기록됐다.언더우드는 제물포선착장(올림푸스호텔)-인천도호부(문학초등학교)-성현(근로복지공단 인천병원 앞)-성곡(부천시 여월동)-고음월리(신월IC)-양화진(인공폭포)-애오개(아현감리교회)-돈의문(강북삼성병원 앞)-제중원(을지로입구)을 거쳐 사대문 입성에 성공했다. 직선거리 45㎞에 이르는 이동경로는 오늘의 경인로라고 보면 된다. 최초의 여선교사 메리 스크랜턴은 6월, 아펜젤러는 7월 뒤이어 입경했다. 언더우드는 새문안교회와 경신학교, 연세대의 전신인 연희전문학교를 세웠다. 아펜젤러는 배제학당과 정동교회, 스크랜턴은 이화학당을 각각 설립했다. 이들 외에도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호머 헐버트, 대한매일신보 설립자 어니스트 베델, 한국에서 태어난 최초의 서양인으로 결핵요양원을 세우고 크리스마스실을 발행한 셔우드 홀, 삼일만세 사건을 처음 보도했고 행촌동에 딜쿠샤를 남긴 앨버트 테일러 등 모두 14개국에서 온 415명의 선교사와 가족이 잠든 곳이다. 양화대교 중간에 배 모양으로 길게 누워 있는 선유도는 원래 40m 높이의 선유봉이었고 주변은 더 넓은 모래벌판이었다. 선유봉의 운명은 기구했다. 네 번의 윤회를 통해 변신을 거듭했다. 우뚝 솟은 봉우리에서 채석장으로 변했고, 다시 정수장으로 바뀌었다가 지금은 생태공원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첫 변화는 1925년 을축년 대홍수 이후 한강변에 둑을 쌓으면서 골재 채취용으로 크게 훼손당됐다. 두 번째는 여의도비행장 건설 때 모래와 자갈을 내어 주는 골재 공급처로 쓰여 망가졌다. 1945년 해방 이전에 봉우리의 절반 이상이 희생됐다. 해방 이후 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또 선유봉 암반을 깎았는데 이때 선유봉은 평지로 변했고, 1965년 이 자리에 제2한강교(양화대교)가 놓였다. 1968년 시작된 제1차 한강개발사업은 선유봉을 섬으로 만들었다. 주변에 7m의 옹벽을 치고, 섬과 한강 남단 사이에 있던 모래를 모두 퍼내 강변북로를 만들었다. 결국 1978년 영등포 공단지대의 식수공급용 정수장으로 둔갑했다. 2002년 4월 정수장을 재활용한 한강 최초의 섬 공원이자 국내 최초의 산업시설 재활용 생태 공원이 돼 시민 곁으로 되돌아오기 전까지 당인리발전소와 함께 개발시대 한강의 대표적인 산업시설로 존재했다. 조선시대 뱃놀이 명소, 일제강점기의 골재 채취장, 1970~90년대 정수장이라는 변신을 겪은 공간은 생태공원으로 네 번째 삶을 맞았다. 선유도 전망대에 올라서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강을 가로지르는 붉은 아치의 성산대교가 나타난다. 다리 너머엔 난지 하늘공원, 남쪽에는 목동, 북쪽에는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펼쳐져 있다. 오른쪽에는 양화대교와 합정동의 마천루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한강공원에서 선유교 무지개다리를 건너면 선유도공원으로 들어올 수 있고, 선유정 정자 맞은편은 누에머리 모양의 옛 잠두봉 절두산 성지다. 조명을 받은 망원정도 눈에 들어온다.자갈과 모래로 채워졌던 제2여과지는 상판을 들어내고 주차장으로, 약품침전지는 부레옥잠이나 연꽃 같은 수생식물을 키우는 식물원이 됐다. 제1여과지는 선유도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하천이나 늪지에서 자라는 습지식물이 콘크리트 그릇에 담겨 있다. 시간의 정원은 제1침전지였고, 침전지의 상부 수로는 수생식물 정원으로 물을 실어 나르는 물길로 꾸며졌다. 취수펌프장은 한강을 조망하는 카페테리아 나루가 됐고, 전망대를 뚫고 나온 미루나무는 생명과 바람의 존재를 실감 나게 한다. 선유도공원은 물과 회색 콘크리트와 녹색식물의 합작품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선유봉의 네 번째 환생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제18차 서울의 영화3(이만희 감독의 귀로) ■일시 및 집결 장소:8월 24일(토) 오후 5시 시청역 2번 출구 ■신청(무료):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서울도시문화연구원(www.suci.kr)
  • [흥미진진 견문기] 이국땅에 온 선교사들 희생, 노을에 붉게 물들다

    [흥미진진 견문기] 이국땅에 온 선교사들 희생, 노을에 붉게 물들다

    오늘 투어의 첫 목적지는 절두산 순교 성지였다. 절두산은 본래 ‘잠두봉’이라 불리며 한강의 명승지였지만 이곳에서 수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처형을 당한 뒤 ‘절두산’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이런 배경 설명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순교 성지로 들어갔다. 순교 성지는 조경이 잘 돼 있었고 곳곳에 성인의 동상, 조각품 등도 놓여 있었다. 한국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 신부의 동상을 지나자 ‘절두산 십자가의 길’이 마련돼 있었는데, 예수가 사형선고를 받고 부활에 이르는 열다섯 장면을 비석에 글과 그림으로 남긴 것이었다.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비석의 구절 하나하나를 함께 읽으며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는 마음 또한 깨끗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으로 이동했다. 가톨릭과 개신교의 기념비적인 장소가 한곳에 같이 있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한다.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는 총 417명이 안식을 취하고 있다. 한 분 한 분의 업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종교적 소명 하나만을 가지고 먼 이국땅에 와서 헌신적으로 봉사한 그 마음에 큰 감동을 받았다. 마침 해가 약간 저물어 묘원을 비추는데 그 풍경이 감정을 더욱 고조시켰다. 마지막 목적지는 선유도공원이었다. 가는 길에 정몽주 동상을 지나쳐 버스를 타고 양화대교를 건넜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변의 노을 지는 풍경이 매우 감동적이었다. 선유도는 원래 정수장으로 사용됐지만 정수장이 폐쇄되면서 공원을 조성하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곳곳에는 정수장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특히 정수장 시설을 활용한 수생식물원이 인상 깊었다. 수생식물원을 보며 무엇인가 새롭게 만들 때 기존의 흔적을 모두 지워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진정한 발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소진 이화여대 행정학과 4년
  • ‘호텔 델루나’ 이도현의 배신, ‘♥이지은’ 위한 선택 “반전 진실”

    ‘호텔 델루나’ 이도현의 배신, ‘♥이지은’ 위한 선택 “반전 진실”

    천년의 시간에도 떠날 수 없었던 이도현의 반전이 애틋함을 더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극본 홍정은 홍미란, 연출 오충환 김정현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지티스트) 12회에서는 고청명(이도현 분)이 반딧불이가 되어 장만월의 곁을 맴돌고 있었다는 반전 진실이 그려지며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장만월(이지은 분)을 살리기 위해 배신자의 길을 선택한 고청명의 사랑은 이도현의 애틋하고 슬픈 눈빛과 만나 애절함을 배가시키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날 고청명이 반딧불이가 되어 장만월의 결을 맴돌고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을 안겼다. 이 반딧불이의 혼령은 앞서 호텔 델루나를 찾아와 구찬성(여진구 분)을 만난 적이 있다. 구찬성 역시 반딧불이 혼령에 대한 궁금증을 품기도 했던 상황. 그런 가운데 구찬성은 장만월을 위해 만든 머리꽂이를 들고 호수에서 장만월을 기다리고 있던 고청명을 꿈에서 보게 됐다. 특히, 둘째 마고신(서이숙 분)과 사신(강홍석 분)의 대화를 통해 고청명이 장만월을 위해 배신자가 된 사연 일부도 공개되며 궁금증을 더욱 증폭시켰다. 송화 공주(박유나 분)에게 붙잡힌 장만월은 분노가 가득한 눈으로 고청명을 노려봤다. 아무런 감정 없이 장만월을 바라보던 고청명. 하지만 그는 장만월을 위해 만들었던 머리꽂이를 손에 쥔 채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 피가 흐르는 고청명의 손과 “너는 배신자로 살아. 그러면 만월이는 살 거야”라는 연우의 목소리가 교차되면서 원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장만월과 고청명의 가슴 시린 로맨스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인간의 영혼이 천년 동안 반딧불이로 남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는 사신에게 둘째 마고신은 “스스로에게 건 저주다. 마지막으로 만월에게 한 약속 때문에 저러고 있는 것이지”라는 말했다. 고청명이 장만월에게 했던 마지막 약속은 무엇일지, 또 천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온 비밀이 풀릴 수 있을지도 궁금증을 더했다. 장만월을 두고 저승으로 떠날 수 없어 반딧불이가 되어버린 고청명의 가슴 아픈 사랑은 시청자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반딧불이는 과거 두 사람이 연심을 키우던 호숫가에서 바라봤던 풍경 중 하나. 그렇기에 그가 반딧불이가 되어 장만월의 곁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슬프고 애틋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차가운 얼굴 속에 아픔과 슬픔을 눌러 삼킨 고청명. 어쩔 수 없이 배신자가 되어야 하는 냉혹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만월의 머리꽂이를 손에서 놓지 못했던 그의 절절한 사랑을 섬세한 연기와 깊은 눈빛으로 표현해낸 이도현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났다. 엇갈린 천년의 로맨스가 어떤 결말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는 매주 토, 일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우주를 보다] 두 은하의 충돌이 빚어낸 아름다운 춤사위

    [우주를 보다] 두 은하의 충돌이 빚어낸 아름다운 춤사위

    허블우주망원경이 은하들이 충돌하는 현장을 잡았다. 이 '우주의 블랙박스'에 잡힌 충돌하는 은하들은 격렬하게 파편들이 튀는 장면이 아니라, 마치 우아한 춤을 추는 듯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다. 두 은하가 마치 발레리나처럼 서로를 끌어 당기면서 우주 춤을 추고 있는 풍경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발표된 허블우주망원경의 은하 충돌 이미지는 두 은하가 점점 더 가까이 접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물론 이들을 서로 끌어당기는 힘은 상호 중력이다. 과학자들이 'UGC 2369'라고 부르는 이 ‘슬로우 모션 은하 충돌’은 지구로부터 약 4억 24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우주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광년은 초속 30만㎞인 빛이 1년 동안 달리는 거리로, 약 10조㎞에 해당한다. 참고로, 지구-태양 간 거리는 약 1.5억㎞다. 별과 가스, 우주 먼지로 이루어진 두 은하계는 이미 상당히 접근한 상태로, 강한 중력 작용으로 인해 두 은하의 길게 늘어난 물질들이 다리처럼 두 은하를 연결하고 있다. 유럽 우주국(ESA)은 성명에서 이 물질은 두 은하 사이의 ‘축소 분할'(diminishing divide)에서 나온 것이라고 밝혔다. ESA는 “다른 은하와의 상호작용은 은하의 역사에서 흔한 사건”이라고 말하면서 “우리은하와 같은 큰 은하의 경우, 대부분 이러한 상호작용으로 왜소은하들을 합병하기도 하지만, 수십억 년 단위로 볼 때 더 큰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우리은하 미리내는 주변의 거대 은하인 안드로메다와 약 50억 년 후 충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안드로메다 은하는 우리은하의 가장 가까운 이웃 은하로서 약 250만 광년 거리 밖에 있다. 두 은하는 현재 시간당 40만㎞로 접근하는데, 이는 지구와 달 사이 거리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충돌 양상은 정면 충돌이 아니라 스치는 듯한 측면 충돌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두 은하의 별들끼리 충돌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별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멀기 때문에 두 은하는 별들의 충돌 없이 서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은하 합병으로 인해 우리 태양계가 혼란에 빠질 확률은 아주 낮다. 그러나 그때쯤이면 지구는 달아오르는 태양에 의해 숯덩이가 되어, 두 은하가 지구 하늘에서 몸을 섞는 장관을 볼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한 천문학자들은 두 은하가 충돌하여 만들어진 새 은하를 위해 '밀코메다'(Malkomeda) 라는 이름을 벌써 지어놓았다. 허블은 거의 30년 동안 우주에서 은하들을 살펴보고 있다. 가장 유명한 은하 이미지 중 일부는 약 138억 년 전 우주를 형성한 빅뱅 직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 유형의 최근 이미지인 '울트라 딥 필드'(Ultra Deep Field)는 2016년에 제작되었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유재석·정해인 만나도… ‘해피투게더’ 18년 만에 최저시청률

    유재석·정해인 만나도… ‘해피투게더’ 18년 만에 최저시청률

    KBS2 간판 예능 ‘해피투게더’의 부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노잼 예능’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부적절한 연출과 진행으로 인한 혹평이 줄을 잇는다. 지난 15일 방송된 ‘해피투게더 4’는 1부 2.7%, 2부 2.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는 시즌4 최저시청률일 뿐 아니라 2001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이후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TV조선 ‘우리가 잊고 지냈던 두 번째: 연애의 맛’(4.7%), JTBC ‘뭉쳐야 찬다’(4.6%) 등 종편 예능 시청률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15일 방송분은 개봉을 앞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홍보 특집으로 진행됐다. 주연배우 김고은·정해인과 조연배우 김국희·정유진이 출연했다. 영화나 드라마 시작을 앞둔 시점의 예능 프로그램 홍보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날 방송에는 유독 시청자 불만이 높았다.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웃음에도 주연배우에게 ‘예능 요정’이라는 CG를 더하는 등 주연배우를 띄운 반면 조연배우들의 분량은 빈약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 평에는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지난해 시즌4로 간판을 바꿔 단 ‘해피투게더’는 유재석을 제외한 MC진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식상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또 다른 장수 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폐지설에 휩싸였다. KBS의 경영난을 이유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안녕하세요’도 대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KBS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도 “다양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피선데이-1박2일’이 지난 3월 ‘정준영 단톡방 불법촬영물 공유’ 파문 이후 5개월 넘게 무기한 중단된 가운데 KBS 간판 예능들의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유재석·정해인 만나도… ‘해피투게더’ 18년 만에 최저시청률

    유재석·정해인 만나도… ‘해피투게더’ 18년 만에 최저시청률

    KBS2 간판 예능 ‘해피투게더’의 부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노잼 예능’이라는 인식이 굳어지는 가운데 부적절한 연출과 진행으로 인한 혹평이 줄을 잇는다. 지난 15일 방송된 ‘해피투게더 4’는 1부 2.7%, 2부 2.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저조한 시청률을 나타냈다. 이는 시즌4 최저시청률일 뿐 아니라 2001년 처음 방송을 시작한 이후 받아든 최악의 성적표다. 같은 시간대 방송된 TV조선 ‘우리가 잊고 지냈던 두 번째: 연애의 맛’(4.7%), JTBC ‘뭉쳐야 찬다’(4.6%) 등 종편 예능 시청률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15일 방송분은 개봉을 앞둔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 홍보 특집으로 진행됐다. 주연배우 김고은·정해인과 조연배우 김국희·정유진이 출연했다. 영화나 드라마 시작을 앞둔 시점의 예능 프로그램 홍보는 익숙한 풍경이지만 이날 방송에는 유독 시청자 불만이 높았다. 시청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웃음에도 주연배우에게 ‘예능 요정’이라는 CG를 더하는 등 주연배우를 띄운 반면 조연배우들의 분량은 빈약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청자 평에는 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출연자의 흑역사를 지워주는 코너에서는 김고은, 정해인 모두 누가 봐도 잘나온 사진을 공개하면서 웃음 대신 배우들의 이미지 관리에만 신경썼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피투게더’는 시청률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지난해 시즌4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그러나 유재석을 제외한 MC진만 바뀌었을 뿐 ‘착한 예능’을 표방한 포맷과 ‘올드한’ 연출이 지속되면서 식상하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지난 17일에는 또 다른 장수 예능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가 폐지설에 휩싸였다. KBS의 경영난을 이유로 드라마·예능 프로그램이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안녕하세요’도 대상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KBS 측은 이를 즉각 부인하면서도 “다양한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피선데이-1박2일’이 지난 3월 ‘정준영 단톡방 불법촬영물 공유’ 파문 이후 5개월 넘게 무기한 중단된 가운데 KBS 간판 예능들의 침체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지상에 남은 술잔-김익두 교수 다섯번째 시집

    지상에 남은 술잔-김익두 교수 다섯번째 시집

    정년을 앞둔 노교수가 세상과 인연을 맺고 살아오며 느낀 체험들이 시어로 재탄생했다. 전북대 국문학과 김익두(64) 교수가 펴낸 ‘지상에 남은 술잔’은 시인의 감회를 몸에 배인 체험의 몸말로 풀어낸 96편의 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햇볕 쬐러 나오다� �(1990) ‘서릿길’(1999), ‘숲에서 사람을 본다’(2015) ‘녹양방초’(2017)에 이어 다섯번째 시집이다. 시인은 골수에 사무친 체험들을 자연스럽게 시라는 장으로 갈무리했다. 간결한 시어 속에는 인생의 희로애락과 삶에 대한 경건한 성찰이 깃들어 있다. 늘상 접하는 일상들을 꾸미지도, 탐색하지도 아니하면서 초연하고 심오한 문체로 풀어냈다. 마치 문장학의 본체를 보는 듯하다. 시의 구절을 읊조리다보면 한 폭의 풍경이 그려지며 절로 숙연해진다. 때로는 가슴이 아려오고 잔잔하면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전라도 방언과 시늉말들은 생경스럽거나 난삽하지 않고 오히려 기미상합(氣味相合)의 극치를 보여준다.김 교수는 시인의 말에서 “이제 세상의 인연으로부터 벗어나 세상을 보니 그만큼 더 벗어나 세상을 보게 됐다”며 “그만큼 세상을 다양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우리의 소중한 아픔들도 이젠 꽤 잘 보인다”고 전했다. 호병탁 평론가는 “김익두의 시들은 그가 평생을 젖어 살아온 전라도 민요, 판소리 가락과 전라도 방언들이 한몸져서 시세계를 융숭깊고 훤출한 득음의 경지로 인도해간다”고 평가했다 이병천 소설가는 “젊은 날의 분노, 피울음, 좌절, 욕망, 환희, 방황 등이 모두 한 데 버무려져 곰삭은 시김개의 절창을 듣는듯 하다”고 평했다. 윤효 시인도 “그의 시는 존재의 그늘에 어른대는 서늘한 결핍의 무늬들을 충일감으로 바꿔내는 시학의 결정체”라고 표사했다. 정읍 출생인 김 시인은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우리나라 민요, 판소리, 민속, 연극, 공연학, 대중가요를 꿰뚫는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판소리와 민속문화 전문가로 폭이 넓은 학자로 유명하다. 제2회 예음문화상, 제3회 노정학술상, 제3회 판소리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콜로라도대 해외파견교수, 옥스포드대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고 현재 전북대 인문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신기루 같네…칠레 사막 위 ‘거인의 손’을 아시나요?

    신기루 같네…칠레 사막 위 ‘거인의 손’을 아시나요?

    너무 건조해서 나무가 없고 식물도 거의 없다. 칠레 북부에 있는 아타카마 사막의 풍경은 지구가 아니라 이웃 행성 화성을 탐험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에서 가장 건조하기로 유명한 이 사막은 10만5000㎢에 달하는 허허벌판이 시야 끝까지 펼쳐진다. 이에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일 년 내내 비가 거의 오지 않는 이 사막에서 화성 탐사를 위한 시험을 종종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밤이 되면 하늘은 그야말로 별천지다. 덕분에 천문학자들은 물론 아마추어 천문가들 역시 이곳을 찾는다. 그런데 아타카마 사막에는 한 가지 볼거리가 더 있다. 그것은 바로 거인의 손이라고도 불리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최근 미국 CNN 트래블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사막의 손이라는 의미를 지닌 거대 조형물 ‘마노 델 디시에르토’(Mano del Desierto)를 소개했다.이 사막을 처음 찾는 여행자들은 이를 보고 신기루로 착각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사람 키보다 훨씬 큰 거대한 손 하나가 높이 약 11m까지 우뚝 솟아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프로풋볼(NFL) 골대보다 높고 노란색 스쿨버스 만큼 길다. 거인의 손은 사막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 안토파가스타 자치단체의 의뢰로 칠레 유명 조각가 마리오 이라라사발이 지난 1992년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만든 작품이다. 작품의 의미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는 인간이 대자연 앞에서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또 다른 이들은 인간이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조형물은 일부 몰상식한 관광객에 의해 종종 낙서로 뒤덮인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작품에 낙서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매년 두 차례 대대적으로 낙서를 없애는 작업을 진행한다.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거인의 왼손은 외롭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작가는 10년 전 우루과이 푼타 델 에스테의 해변에 오른손을 형상화한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면 더욱더 흥미로울 듯싶다. 사진=플랜 사우스 아메리카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구름 위 일기예보…우주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김초엽 작가의 과학을 펼치다] 구름 위 일기예보…우주를 살아가는 우리 이야기

    매일 집을 나서기 전 일기예보를 확인한다. 소나기가 내릴 예정이면 미리 창문을 닫고 폭염주의보에는 물과 모자를 챙겨야 한다. 날씨가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가 나누는 첫 인사도 늘 날씨가 소재다. 그런데 ‘우주날씨 이야기’는 날씨의 영역을 구름 위쪽, 지구 주변과 태양까지 과감하게 확장한다. 이 땅 위에 발 딛고 살아가는 우리가 왜 저 먼 우주의 날씨를 알아야 할까. 한국에서 우주환경을 연구해 온 황정아 박사는 우주날씨를 바로 우리의 일상으로 여길 수 있도록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주날씨의 시작은 태양이다. 태양은 지구의 33만배에 달하는 질량을 가진 뜨거운 가스 덩어리로 지구에 늘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친다. 이 태양의 변화로 생겨나는 현상이 바로 우주환경이자 우주날씨다. 태양에서 거대한 플레어 폭발이 일어나면 지구도 큰 피해를 입고, 태양으로부터 끊임없이 흘러오는 태양풍은 지구의 자기권을 변화시켜 전력시설들을 고장 낸다. 태양은 지구 모든 생명의 원천이지만 동시에 지구를 위협하는 거대한 별이기도 하다. 다행히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벽을 가지고 있다. 이 지구 자기장이 태양에서 오는 태양풍, 고에너지 입자, 우주로부터 오는 우주선을 막아 주지 않는다면 지구의 생물들은 모두 멸종하고 말 것이다. 지구 자기권은 여러 구역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의 연구 주제이기도 한 밴앨런대는 특히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하다. 밴앨런대는 고에너지 양성자와 전자들로 구성되기 때문에 지구에 영향을 미치는 우주날씨와 가장 관련이 깊다. 한국의 연구 현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우주날씨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밴앨런대를 관측하는 밴앨런 프루브 위성의 지상국은 세계에 딱 두 군데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한국천문연구원이다. 우주날씨를 분석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우주환경감시실의 회의 풍경은 다급하고 생생하다. 저자는 인공위성 제작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이야기해 주는데, 설계 과정부터 험난한 우주환경을 고려해 만들어지는 인공위성은 발사 순간에도, 우주에 홀로 떠 있을 때도 우주날씨의 영향을 받는다. 우주날씨는 지구의 모든 곳에 영향을 미친다. 우주방사선과 우주쓰레기로 인한 피해는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기에, 지구 곳곳의 사람들이 협력해서 우주날씨를 연구한다. 우리는 지구에 살고 있지만 동시에 우주에 살고 있기도 하다. 우주날씨를 생각하는 일은 우리의 시야를 이곳 땅 위에서 저 위의 태양, 그리고 태양 너머의 우주까지 밀어 넓힌다.
  • 해남 물결 따라가니 남도 묵객 붓끝이네…화맥 길러낸 몽유진도

    해남 물결 따라가니 남도 묵객 붓끝이네…화맥 길러낸 몽유진도

    남도는 예부터 유배의 땅이었습니다. 수많은 정객들이 유배돼 시인 묵객으로서의 삶을 살았지요. 반도의 끝이라 할 전남 해남, 진도 등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재능은 고스란히 지역의 후예들에게 이어졌습니다. 밭고랑에서 풀 뽑는 아낙조차 즉석에서 절창(絶唱)을 뽑아낸다던가요. 진도에 들면 시, 서, 화는 물론 소리 자랑 말라는 말이 전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해남 역시 녹우당을 중심으로 ‘남도 문화르네상스’를 꿈꾸고 있지요. 그렇게 해남으로, 진도로, 예술이 꽃 피는 해안선을 따라 ‘남도 예술기행’을 다녀왔습니다.외지인들이 해남과 진도를 묶어 돌아볼 경우 해남을 거쳐 진도로 가는 게 순서다. 그래야 좀더 효율적으로 두 지역을 돌아볼 수 있다. 해남에선 ‘예술이 꽃피는 해안선-예술가와 함께하는 남도 수묵 기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박2일(2박3일) 동안 예술가, 큐레이터 등과 동행하며 예술을 체험하고 답사하는 프로그램이다. 대흥사 수묵화 체험, 템플스테이, 해창 막걸리 체험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고산의 녹우당… 윤두서 자화상 압권 녹우당으로 먼저 간다. 해남 윤씨의 종택이다. 무엇보다 당호가 독특이다. 푸를 녹(綠) 자에 비 우(雨) 자를 쓴다. 말 그대로 ‘초록비’라는 뜻이다. 바람 불면 집 뒤 비자나무에서 우수수 빗물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이런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지금은 녹우당이 고택 전체를 뜻하는 말이 됐지만 원래는 이 집의 사랑채를 가리키는 당호였다. 녹우당은 조선의 17대 왕 효종이 고산 윤선도에게 하사한 집이다. 82세 되던 해 낙향을 결심한 고산이 당시 수원에 있던 집을 뜯은 뒤 배로 싣고 와 해남에 다시 지었다. 차양 역할을 하는 사랑채 앞쪽의 겹처마, 높낮이로 아버지와 아들의 기거 공간을 구분한 공간 배치, 회랑 형태의 나무 기둥 등이 인상적이다. 지금도 고산의 14대 손이 거주하고 있다. 집 뒤 풍경도 웅숭깊다. 300년 묵은 늙은 소나무와 고풍스런 돌담길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다. 녹우당 아래는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이다. 해남 윤씨 관련 유물을 전시, 보관하고 있는 곳이다. 전시관은 단층 건물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2층 건물이다. 1층은 로비 등 손님맞이 공간이고, 대부분의 작품은 지하층에 전시돼 있다. 도드러지거나 위압적인 느낌을 주지 않고 주변 풍경과 차분하게 어우러지려는 건축 의도가 읽힌다. 이곳에 국내 최고의 초상화로 꼽히는 ‘윤두서 자화상’(국보 제240호)이 있다. 강렬한 눈빛과 굳게 다문 입술, 극사실주의 작품을 보듯 한올 한올 섬세하게 묘사된 수염이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작품 하나만 보더라도 ‘본전’은 뽑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깊은 울림을 안긴다. 아울러 윤선도가 실제 사용한 나침반, 교과서에 실릴 만큼 유명한 ‘오우가’ ‘어부사시사’, 고려시대 유일한 노비문서인 ‘지정14년 노비문서’(보물 제483호), 윤두서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릴 때 보던 옛 거울과 동국진체의 서예 작품 등 흥미로운 유물들을 진품으로 만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대흥사서 차 한잔 대흥사는 해남을 대표하는 대가람이다. 지난해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절집에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흥사에서는 사찰음식 체험, 템플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수묵화 체험도 재밌다. 쥘부채에 삐뚤빼뚤 자신만의 수묵화를 그려 넣는 프로그램이다. 체험장은 대흥사 무량수전이다. 추사 김정희가 편액 글씨를 남긴 곳. 오래된 건물의 그늘에 들어 저만의 부채를 만들다 보면 더위는 저만큼 물러나고 없다. 대흥사에서는 차와 관련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그야말로 다반사(茶飯事)다. 차 시음 행사는 저 유명한 일지암에서 열린다. 대흥사에서 산길을 따라 20분 정도 발품을 팔아야 닿을 수 있다.일지암은 우리나라 차의 중흥조 초의(1786~1866) 선사가 차와 더불어 선(禪)을 수행하던 곳이다. 일지암(一枝庵)이란 이름은 “뱁새는 나무 끝 한 가지(一枝)에 살아도 편안하다”는 중국 당나라 시승 한산의 시구절에서 따왔다. 뱁새는 흔히 황새 쫓다 가랑이 찢어지는 동물로 인식되지만 불가에서는 다소 다른 모양이다. 불가피하게 오지랖을 넓혀야 하는 재능 많은 새가 황새라면 뱁새는 모든 것을 내려놓은 평범한 새다. 스스로가 뱁새여서 얼마나 좋은지, 얼마나 행복한지 일지암에서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풍경도 빼어나다. 두륜산과 멀리 남해 바다가 네모 창틀 안에 다 담긴다. 이 정도면 뱁새의 호사라 할 만하다.●왜구 물리친 울둘목에 서린 이순신 정기 예향을 찾아가는 여정이지만 울돌목에 서면 느낌이 다르다. 일본에 난데없이 한 방 맞은 요즘엔 더욱 그렇다. ‘바다가 울면 물이 돈다’는 울돌목(명량·鳴梁)은 해남과 진도 사이를 흐르는 해협이다.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대파한 명량대첩(1597)의 현장이기도 하다. 당시 이순신 장군은 시속 20∼30㎞의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조류를 이용해 왜선을 수장시킨 것으로 전한다. 진도의 대표적인 민속놀이 중 하나인 ‘강강술래’(국가 무형문화재 8호)도 바로 이곳에서 비롯됐다. 해남 쪽에 우수영관광지, 진도 쪽에 녹진관광지가 각각 조성돼 있다. 실경산수화 같은 울돌목 풍경을 보려면 녹진전망대를 찾는 게 좋다. 진도대교와 주변 바다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울돌목 인근의 우수영문화마을도 둘러볼 만하다. 명량대첩과 해남사람들의 이야기를 벽화 등 조형미술 작품에 담아 조성한 마을이다. 약 2㎞ 안에 갤러리, 카페 등이 밀집해 있다.우수영관광지에서 진도대교를 건너면 진도 땅이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진도아리랑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는 듯하다. 이쯤에서 진도 민초들의 노래 한 자락 들어보자. ‘진도사랑 시 공모전 수상시집’에 실린 시 ‘운림산방으로 오시어요’(서지은 지음)의 한 구절이다. “노오란 울금을 곱게 빻아//(…) 첨찰산 병풍에 첩첩이 발라놓고//(…) 귀하디귀한 새빨간 보석알 닮은, 홍주(紅酒)를/ 그대 오시는 쌍계사 언덕 어귀에//(…) 비단치마 폭처럼 넓게 펼쳐 올리겠나이다//(…) 가만히 가만히/ 그대, 어서 오시어요” 이런 은근한 초대를 받고도 다리가 움직여지지 않는다면 사람도 아니다. ●시·서·화·창 뛰어난 진도… 첫 민속문화예술특구 진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민속문화예술특구다. 시·서·화·창,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다. 진도에 전해 오는 민속음악들은 대개 섬사람의 삶과 애환을 꿰고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시름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한을 눈물로 맺지 않는다. 고된 삶을 노래하면서도 결국엔 내일의 희망을 그린다. 군립민속예술단의 김오현 단장은 “다른 지역 씻김굿과 달리 진도의 씻김굿은 음악적 요소가 강하다”고 했다. 진도의 씻김굿은 경쾌하다. 장단조차 슬픔의 절정에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슬퍼도 비통에 빠지지 말라는 애이불비(哀而不悲)의 정서를 여기서 본다. 진도에서는 ‘토요민속여행’ 등 상설 공연 4개를 비롯해 예능보유자와 함께 하는 ‘진도 전통 문화공연’ 7개 등 모두 13개의 민속공연과 만날 수 있다. 그야말로 ‘민속공연 부자’다. 이 가운데 진도씻김굿(국가무형문화재 72호) 진도다시래기(국가무형문화재 81호) 진도만가(도 무형문화재 19호) 등에 대해 ‘진도 상·장례문화’로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가 추진되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 ‘보배섬’ 진도(珍島)의 옛 이름은 ‘옥주’다. ‘비옥할 옥’(沃) 자를 쓴다는 게 정설이지만, 어차피 그마저 불확실한 것이라면 ‘구슬 옥’(玉) 자로 바꿔 쓴다고 해서 그리 틀리지는 않을 터다. 구슬은 곧 보배다. 물론 잘 뀄을 때라야 그렇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야 보배라고 했으니 말이다. 지금 진도가 예향으로 이름을 날리는 건 역사 속 수많은 ‘구슬들’의 예기가 잘 드러나도록 섬사람들이 음으로 양으로 북돋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 첫자리가 운림산방이다.●조선 대가의 화실 ‘운림산방 ’ 서지은 시인이 “겹이어 몇 대를 붓을 들던 그 옛날 조선의 대가의 화실”이라 표현했듯 운림산방은 조선 후기 소치 허련(1808~1893)에 이어 5대에 걸쳐 직계 화맥(畵脈)이 이어지고 있는 남종화의 산실이다. 오각형 모양의 연못 운림지와 소박한 정자 사이로 소치가 손수 심었다는 배롱나무가 절정의 붉은 빛을 토해 내고 있다. 정자 뒤로는 진도의 진산 첨찰산이 운림산방을 감싸고 있다. 진도 사람 몇몇은 이 같은 안온한 풍경을 두고 ‘몽유진도’(夢遊珍島)라 부른다. 안견의 ‘몽유도원도’에 빗댄 표현으로, 진도의 실경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운림산방 옆은 소치기념관이다. 소치 허련의 작품은 물론 미산 허형과 남농 허건, 임전 허문 등 후손들의 수묵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수묵화의 특징 중 하나는 여백이다. 여백은 단순히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공간이 아니다. 전시 작품들을 꼼꼼하게 살피다 보면 여백이란 것이 그리지 않음으로써 그림이 그려지는 매우 독특한 공간이란 걸 알게 된다. 글 사진 해남·진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지역 번호 061) →진도의 4개 상설 공연 가운데 ‘토요민속여행’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에서 선정한 전국 15개 ‘상설문화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3년째 이어져 오고 있어 진도의 ‘프랜차이즈 공연’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 ‘한국관광의 별’에도 선정됐다. 진도 아리랑과 강강술래, 씻김굿 등 무형문화재 공연이 한 시간 남짓 펼쳐진다. 공연 뒤에는 관객과 출연진이 어우러지는 흥겨운 춤판이 벌어진다. 매주 토요일 오후 2시 진도향토문화회관에서 군립민속예술단 주관으로 열린다. 공연은 무료다. 544-8978. ‘금요국악공감’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열린다. 역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수요일엔 진도군 보유 무형문화재 중심의 ‘진수(水)성찬’(1만원)이 오후 7시 30분 무형문화재전수관에서, 일요일엔 ‘일요상설공연’(5000원)이 오후 2시 해창민속전수관에서 각각 관객을 만난다. 이 밖에 ‘진도아리랑 오거리’ 등 버스킹 공연을 수시로 진행한다. →해남의 ‘예술가와 함께하는 남도 수묵기행’은 오는 11월까지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행촌문화재단(533-3663)에서 받는다. →해남 읍내 천일식당(536-4001)은 80년을 이어온 떡갈비로, 진일관(532-9932)은 한정식으로 각각 소문난 집이다. 진도 신호등회관(544-4449)은 전복비빔밥을 잘한다. 전복의 암수 내장을 함께 쓰는 게 독특하다. 양념장이 강해 다소 맵게 느껴질 수 있다.
  • [씨줄날줄] 병사 휴대전화와 ‘치맥’/황수정 논설위원

    [씨줄날줄] 병사 휴대전화와 ‘치맥’/황수정 논설위원

    이건 배달의 천국에서만 볼 수 있겠다 싶은 풍경이 있다. 돗자리 두어 장쯤 펼 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여지없이 음식 배달 스티커가 보이는 곳이 대한민국이다. 근린공원 화장실 입구건 벤치 귀퉁이건 숨은그림찾기처럼 ‘총알 배달’ 딱지가 붙어 있다.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데 오토바이 배달원이 사방에 음식 냄새를 피우며 찾아오면, 그대로 근사하게 펼쳐지는 ‘풀밭 위의 식사’. 서울 한강 둔치에 가면 이런 진풍경이 압권이다. 한국의 일상을 체험하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에게는 필수 항목으로 꼽힐 만도 하다. 치킨, 피자, 족발, 짜장면 등 배달 메뉴는 갈수록 다양해진다. 컵라면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서 물을 붓고 달걀까지 넣어 제대로 끓여 먹는 ‘종이 냄비 라면’이 따로 있을 정도다. 한국에 처음 왔던 외국인 교사가 “맨 먼저 해보고 싶은 체험”이라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형 배달 문화의 원형은 뭐니 뭐니 해도 ‘치킨’이다. 전화 한 통에 총알 배달이 가능하지 않았다면 튀김 통닭이 국민간식이 됐을지 의문이다. 한 집 건너 한 집이다시피 한 치킨집이 우리의 간식 취향을 바꿔 놓는 환경은 수치로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2017년 기준)를 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388개. 커피 브랜드 305개보다 훨씬 많으니 가히 ‘치킨 공화국’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국내 전체 배달 매출의 90% 이상을 치킨이 차지하고 있다. 실업에 소자본 창업 아이템이 갈수록 마땅치 않은 현실이니 지금은 2년 전보다 더 많은 치킨 브랜드가 난립한다고 봐야 하겠다. 우리의 ‘치맥’(치킨+맥주) 소비 패턴은 마침내 법을 바꾸는 위력까지 발휘했다. 지난달 개정된 주세법은 페트병에 생맥주를 담아 배달해도 되도록 허용했다. 그러자 “치맥의 생맥주 배달이 지금까지 불법인 줄 모르고 먹었다”는 뒷말들이 쏟아졌다. 법이 현실을 한참 따라가지 못한 뒷북 사례였다. 현역 해군 병사들이 치맥 술판을 벌였다. 탄약고 경계병들이 야간 근무를 하다가 개인 휴대전화로 생맥주 1만㏄와 치킨을 배달시켜 먹었다는 것이다. 군 기강 해이가 떠들썩하게 도마에 올랐다. 초소마저 비웠다니 무개념 병사들은 크게 혼이 나야 한다. 그럼에도 엄마의 마음으로 굳이 그들을 위한 변명 한 줄. 휴대전화 한 통이면 맛볼 수 있는 치맥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것이 화근이다. 근무 중인 초병의 손에 누가 어쩌자고 휴대전화를 쥐여 주고 있는가. 책임은 아들들만의 몫인가.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들은 잠이 안 온다. 이쯤 되면 장병들에게 휴대전화를 허용하는 국방 정책의 구멍을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순서다. 치맥은 죄가 없다. sj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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