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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잔의 휴식으로 코로나를 달래 봄

    한 잔의 휴식으로 코로나를 달래 봄

    코로나 시대에도 봄은 찾아왔습니다. 두꺼운 외투를 벗자마자 새 트렌치코트를 장만해야 하나 고민하는 사이 벚꽃이 만발했습니다. 사회와 잠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아침에 일어나 창밖의 온화한 햇살을 맞으면 왠지 모르게 설레는 기분이 듭니다. 이 좋고도 짧은 계절의 주말, 사랑하는 사람들과 야외 테라스에서 한가로이 낮술을 만끽해도 모자랄 판에 일상의 행복을 앗아간 바이러스가 야속하기만 하네요. 하는 수 없이 새 계절에 어울리는 술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봄에 마시면 더 맛있는 우리술을 꼽아 봤습니다. 참고로 전통주는 유일하게 통신판매(온라인 주문 및 배송)가 허락된 술이어서 외출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답니다.대표적인 것이 청명(淸明)주입니다. 조선시대 이전부터 빚어져 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술의 이름은 1년 24절기의 하나인 청명일에 술을 담근 데서 유래했습니다. 청명은 4~5월 춘분과 곡우 사이에 찾아오는 절기인데요. 농사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이 시기에 술을 빚어 농경이 한창인 곡우, 입하 무렵부터 농주로 음용됐습니다. 특히 충북 충주시에서 대대로 살아온 김해 김씨 집안이 이 술을 잘 만들어 궁중에 진상품으로 올려졌다고도 하네요. 현재는 충북 무형문화재 제2호인 김영섭씨 집안의 가옥(중원당)에서 정통 청명주를 빚고 있습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에서 전국에서 뛰어난 술로 평양의 감홍로, 한산의 소곡주, 홍천의 백주, 여산의 호산춘과 함께 이 충주의 청명주를 언급했을 정도로 그 맛이 유명했다고 합니다. 청명주는 주세법상 약주로 분류됩니다. 전통 누룩을 사용해 쌀을 발효시킨 뒤 맑은 부분만을 걸러낸 술이죠. 먼저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통밀을 가루 내 누룩을 띄운 뒤 술 담그기 하루 전에 찹쌀죽을 한 솥 묽게 쑤어서 식힙니다. 이후 50일간의 발효와 50일간의 숙성 시간을 거치면 청명주가 완성됩니다. 예전에는 청명일에 술을 빚었지만 지금은 저온발효 등의 기술발전으로 사시사철 청명주를 빚고 있다고 하네요. 봄을 통째로 들이켜는 진달래꽃술 ‘두견주’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역시 약주에 해당하는 두견주는 충남 당진 ‘면천 복씨’의 시조인 고려 개국공신인 복지겸의 딸이 병든 아버지를 위해 아미산에 핀 진달래꽃과 안샘이라는 면천면의 우물물로 술을 빚은 데서 유래합니다. 실제로 매년 4월엔 3만여평 규모의 진달래 군락지가 조성돼 있는 아미산에 관광객들이 찾아와 진달래꽃을 따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채취한 진달래에 찹쌀을 주 원료로 한 술덧에 넣어 두 번을 빚고 100일간 발효 숙성시키면 꽃향이 폭발하는 두견주가 완성됩니다. 두견주는 1986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김포의 문배주, 경주의 경주교동법주와 함께 국가중요무형문화재 86-2호로 지정돼 당진의 명물로도 널리 알려졌답니다. 배꽃이 필 무렵에 빚는 술이라는 이름이 붙은 탁주 이화주도 있습니다. 고려시대부터 전해져 양반가에서 마시던 귀한 술로 물을 거의 넣지 않고 빚어 되직하기 때문에 마시기보다는 요구르트처럼 숟가락으로 떠먹는 독특한 음용법이 특징입니다. 여름에는 시원한 물에 타서 갈증을 해소했다고도 하네요. “과거 한반도 조상들은 한 잔의 술에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사치를 즐겼던 민족이었다”고 명욱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교수는 말합니다. “5월 단오에는 창포 뿌리즙과 찹쌀로 빚어 만든 창포주, 한여름에 활짝 피는 연잎의 연옆주, 가을 국화주 등 각 계절을 상징하는 다양한 술이 있었지만 근대 이후 안타깝게도 문헌 속에만 남아 버렸다”면서요. 그는 “다양한 전통주를 즐기는 분위기가 사계절의 풍류를 느꼈던 고유의 음주문화의 복원으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macduck@seoul.co.kr
  • 한지 위 옛 서울… 내일의 삶이 배어 나온다

    한지 위 옛 서울… 내일의 삶이 배어 나온다

    16~19세기 지도·산수화·기록화 125점 조선시대 화가들 작품 집대성해 분석 “기억이 없다면 미래 꿈꿀 수 없다”며 저자는 그림 속 위치 찾아 십수 년 발품옛 그림으로 본 서울/최열 지음/혜화1117/436쪽/3만 7000원 옛 한양을 그린 그림 한 폭이 있다. 생애가 잘 알려지지 않은 19세기 화가 김수철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한양전경도’다. 현재 청와대 뒤 백악산(북악산)을 중심에 두고 왼쪽으로 우백호(右白虎) 인왕산, 오른쪽으로는 좌청룡(左靑龍) 응봉을 그려 넣었다. 멀리로는 삼각산(북한산)에서 뻗어 나간 도봉산의 산줄기가 하늘에 잇닿아 있다. 한양의 기운이 어디서부터 흘러왔는지 일러 주려는 듯하다. 산 아래로는 궁궐을 비롯한 수많은 집을 그렸다.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한 것은 1394년, 지금으로부터 꼬박 626년 전이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양은 경성, 서울 등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중심도시로서의 위용은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대도시 서울의 옛 풍경을 그림으로 만나는 책이다. 미술사학자인 저자가 조선 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집대성해 분석하고 있다.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은 읽는 책인 동시에 보는 책이다. 그림을 우선순위에 두고 배치했다. 모든 그림에는 그림의 대상이 오늘의 어느 자리에서 어디를 보고 그린 것인지를 설명하는 문장이 한 줄씩 붙어 있다. 저자는 “설명은 한 줄이지만 그림 속 풍경이 오늘의 어디인지를 밝히기 위해 십수년 발품을 팔아 왔다”고 밝혔다. 책에 실린 그림은 모두 125점이다. 그림 지도, 기록화, 산수화 등 16세기부터 19세기 사이에 제작된 다양한 그림이 담겼다. 이 덕에 궁궐이나 명승지 등 파편화한 한양의 이미지를 넘어 조선의 수도였던 한양의 전모를 가늠할 수 있게 됐다. 숫자보다 중요한 건 겸재 정선부터 그림만 남기고 ‘미상’으로 남은작가들까지, 조선미술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쌓은 화가 41명의 작품을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남긴 그림 속 풍경들은 서울이라는 도시의 근원, 풍경과 일상, 역사의 기록과 개인의 추억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오늘날의 서울은 확장된 개념이다. 19세기까지는 사대문을 중심으로 이른바 도성으로 불리던 곳이 한양이었다. 책에서 대상으로 삼는 ‘서울’ 역시 오늘의 서울 이전, 그러니까 한양이라 불리던 바로 그 시절 그곳이다. 책은 한양을 모두 8개 권역으로 나눴다. 도봉산에서 삼각산(북한산), 백악산을 거쳐 서소문을 경유한 뒤 한강의 광나루와 행주산성까지를 통째로 살핀다. 그림 속 풍경이 그저 감상의 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그곳에 사람이 살았고, 이들이 살아 냈던 시간은 곧 역사가 된다. 그림을 통해 풍경 너머 정권 쟁탈의 현장을 만나고, 힘없는 나라의 현실을 눈앞에 둔 군주의 회한을 엿보거나, 현재 이뤄지는 일상의 풍경이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분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도시는 끝없이 변화하며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나간다. 근대 이후 서울의 시간은 무수한 기록과 이미지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근대 이전, 그러니까 서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의 옛 풍경은 그저 감상의 대상으로 소비되거나 지엽적인 기억의 복원을 위한 자료로 활용될 뿐이다. 저자는 “기억이 없다면 내일을 꿈꿀 수 없다”면서 “서울을 그린 옛 그림을 보며 아름답던 한양과 마주하는 순간의 감동이야말로 미래의 서울을 가꿀 유의미한 동력”이라고 강조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포토] ‘눈과 벚꽃이 만든 풍경화’

    [포토] ‘눈과 벚꽃이 만든 풍경화’

    전날 밤 내린 눈이 쌓인 설악산 대청봉과 영랑호변에 만개한 벚꽃이 어울려 2일 오전 한폭의 풍경화를 연출하고 있다. 2020.4.2 연합뉴스
  • 팔도 주민 사로잡은 저녁 6시… 걸어온 길이 곧 ‘방송 역사’

    팔도 주민 사로잡은 저녁 6시… 걸어온 길이 곧 ‘방송 역사’

    판로 막힌 농어촌 돕는 등 ‘상생’ 먹방·쿡방 등 인기 예능 집약체 현장 목소리 담아 29년간 장수 PD “아이유·공효진 섭외하고파”지난달 30일 7000회를 맞은 KBS 1TV ‘6시 내고향’이 폐사 직전이던 전남 완도 전복 1억 5000만원어치, 강원 횡성에 쌓여 있던 감자 5000만원어치를 순식간에 판매하면서 장수 프로그램의 역량과 역할을 제대로 보여 줬다. ‘6시 내고향’은 요즘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농어촌과 지역 시민들을 직접 찾는다. 특히 지난달 16일 시작한 ‘내고향 상생장터’는 판로가 막히고 축제가 취소돼 폐기의 기로에 놓인 특산물을 소개해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그동안 찾아간 시금치, 배추, 문어 등 전국 농수산물 생산지는 소비자와의 직거래 연결을 통해 판매 급증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이런 기획은 지역과 밀접한 프로그램 특성 덕분에 가능했다. 현장성은 1991년 첫 방송 이후 29년간 장수한 비결이기도 하다. 지역 10개 총국과의 공동 제작으로 제작진 80여명이 주 5일 생방송에 참여한다. 심하원 PD는 “태풍·산불 등 자연 재해나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등 재난때마다 피해 지역의 목소리를 가장 먼저 듣다 보니 ‘상생 장터’ 같은 아이디어도 나왔다”면서 “생산자가 모든 과정을 처리하고 있어 배송이 늦을 수도 있는데, 취지에 공감한 시청자들의 양해 덕분에 많이 팔린 것 같다”고 말했다.꾸준한 변화도 시청자를 붙든 요인이다. 먹방, 쿡방, 여행, 토크쇼 등 여러 형식의 코너들은 볼거리와 사람 이야기를 모두 전달한다. 가수 김정연은 10년째 버스를 타고, 코미디언 이정용은 5만보를 걸어다니며 평범한 이웃들의 목소리와 전국의 풍경을 담았다. 방송 6개월 만에 지역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는 신헌수의 ‘청년회장이 간다’, 지역 식자재로 음식을 대접하는 ‘셰프의 선물’, 전영록의 ‘섬마을 하숙생’ 등은 꾸밈없는 ‘착한 맛’을 뽐낸다. ‘삼시세끼’, ‘한끼줍쇼’, ‘맛남의 광장’ 등 다양한 인기 예능의 원형이 숨어 있다. 요즘 농어촌의 모습도 자연스레 담긴다. 고향에 대한 향수나 정형화된 이미지 대신 최근에는 젊은 농어민, 귀농·귀어인들의 생활과 경제활동을 통해 대안적 삶의 형태를 소개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캠페인이 끝나면 코미디언 이홍렬이 이끄는 ‘장터쇼’에서 전국 전통시장 상인들도 만날 예정이다. 게스트 다양화도 노리고 있다. 심 PD는 “상생장터처럼 지역에 직접적 도움이 되는 기획을 이어 갈 계획”이라며 “앞서 아이돌 그룹 데이식스가 출연했듯이 프로그램 팬으로 알려진 가수 아이유, 배우 공효진을 꼭 섭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떨림’ 그리움에 사무치다…‘울림’ 속세에서 피안으로

    ‘떨림’ 그리움에 사무치다…‘울림’ 속세에서 피안으로

    피안앵(彼岸櫻). 절집에서 자라는 벚나무를 이르는 말이다. 고단한 현실의 강 너머 피안의 세계로 이끄는 나무란 뜻이다. 벚꽃 흩날리는 이맘때라면 대개는 벚나무 무리지은 명소를 찾기 마련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하는 올해는 방향을 달리해 보자. 벚꽃 몇 그루 핀 적요한 절집을 찾아 한나절 어슬렁대는 건 어떨까. 그렇게 피안앵이 아름다운 절집을 찾아 나선 길이다. 하필 벚꽃이 절정일 때 사회적 거리두기도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대한민국의 ‘벚꽃 성지’인 경남 창원 여좌천, 경화역 등이 폐쇄됐고, 서울 여의도 윤중로 등 내로라하는 전국의 벚꽃 명소들도 줄줄이 문을 닫아걸고 있다. 유명 벚꽃 관광지는 피하고 덜 이름났으면서도 나름의 빼어난 풍경을 가진 숨은 여행지를 찾아 전해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은 셈이다.●배배 꼬인 둥치 위에 연분홍 꽃잎의 봄마중 봄이 오면 꼭 찾아보리라 별렀던 곳이 있다. 경남 양산의 극락암이다. 대가람 통도사에 딸린 열아홉개 산내 암자 중 하나다. 코로나19의 기세가 여전히 등등한 상황에서 산문을 닫지나 않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아직 문은 열려 있다. 극락암은 통도사에서 4㎞ 정도 떨어져 있다. 걷자면 한참이지만 자동차로는 금방이다. 예전 같으면 걸어 보시라 권했겠지만 요즘 같은 때엔 ‘드라이브 스루’가 당연해 보인다. 암자 초입엔 솔숲이 펼쳐져 있다. 늙은 소나무들이 춤을 추듯 늘어서 있다. 통도사 초입의 ‘무풍한송로’에 견줄 만큼 인상적인 모습이다. 솔숲을 나서면 곧 극락암이다. 어서 오라는 듯 늙은 벚나무 몇 그루가 활짝 가지 벌려 객을 맞고 있다. 산중 암자라 덜 여물었을 거란 예상과 달리 벚꽃은 거의 만개한 상태다. 이 늙은 고목에서 꽃잎이 분분히 날릴 때면 또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가장 인상적인 건 작은 연못 옆에 있는 벚나무다. 실타래처럼 배배 꼬인 굵은 둥치가 살아낸 세월을 웅변하는 듯하다. 거무튀튀한 수피 위로 연분홍의 가녀린 꽃잎들이 겹겹이 매달려 있다.●무지개 다리 ‘홍교’ 건너 욕심도 노여움도 버리고 연못의 이름은 극락영지(極樂影池)다. 이름 그대로 연못엔 극락암을 둘러싼 영축산 풍경이 그대로 잠겨 있다. 연못 위로는 어여쁜 무지개다리, 홍교(虹橋)가 가로놓여 있다. 홍교는 당대 최고의 선지식으로 꼽히는 경봉(1892~1982) 스님이 1962년 조성했다. 다리의 크기는 작아도 담긴 뜻은 크다. 세속의 세 가지 독, 이른바 탐진치(貪瞋癡, 욕심·노여움·어리석음)를 버리고 극락에 이른다는 다리다. 연못, 벚꽃 등과 어우러진 자태가 속된 곳을 넘어 성스러운 세상으로 오르는 다리처럼 보인다. 홍교 너머로는 극락암 중심 전각인 무량수각(극락전), 설법전인 영월루 등이 주르륵 이어져 있다. 부속 암자라고는 해도 어지간한 사찰보다 큰 규모다. 경내 가장 오른쪽에 삼소굴(三笑窟)이 있다. 경봉 스님이 통도사 방장으로 30여년간 주석하며 기거했던 곳이다. 대가람의 방장이 머물던 집치고는 여염의 사랑채처럼 작고 아늑하다.무량수각 뒤는 단하각이다. 나반존자를 모신 독성각이다. 나반존자는 홀로 이치를 깨닫고 도를 이뤘다는 성자다. 단하각 가는 소로 주변엔 겹동백이 무시로 피었고, 늙은 산수유도 한껏 흐드러졌다. 찾는 이 드문 절집 뒤란에도 이처럼 봄이 무르익고 있다. 통도사 경내에도 벚나무가 몇 그루 있다. 절집의 오래된 당우들과 어우러져 독특한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일주문 옆 벚나무의 자태가 멋지다. 저물녘 범종 소리 울릴 때 꽃잎이 비처럼 흩날린다면 그야말로 선경이겠다.●말로만 들었던 쌍계사 십리벚꽃길 직관 하동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말로만 들었던 십리벚꽃길을 ‘직관’하러 가는 길이다. 쌍계사가 목적지다. 사실 쌍계사는 피안앵이라 할 만한 벚나무가 없다. 대신 절집까지 가는 길이 빼어나다. 그 길이 바로 ‘십리벚꽃길’이다. 섬진강을 따라 하동과 전남 구례를 잇는 섬진강대로(19번 국도). 총연장이 얼추 60㎞ 가까이 되는 이 도로의 가로수 대부분은 벚나무다. 봄의 이 길을 백리벚꽃길이라 부르는 이유다. 이 길은 아주 당연히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십리벚꽃길은 이 백리벚꽃길에서 떨어져 나온 1023번 지방도를 따로 부르는 이름이다. 일반적으로는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5㎞ 구간을 이르지만, 벚꽃길은 위로 칠불사 갈림길까지 한참을 더 이어진다. ●환장할 이 풍경 올해는 ‘드라이브 스루’로 화개천 양쪽으로 벚꽃이 흐드러졌다. 수령 40~50년을 헤아리는 늙은 벚나무들이 도로 양쪽으로 빼곡하다. 화개(花開)라는 지명처럼 길가의 크고작은 벚꽃들이 일제히 꽃술을 열었다. 객들에게 꽃을 뿌려 산화공덕이라도 하려는 건지. 이 풍경 보고 환장하지 않는다면 정말 사람도 아니다. 이제 꽃 피어 꽃 터널이 됐으니 조만간 꽃이 지면 꽃길이 될 터다. 이런 환장할 풍경이 십리나 이어진다. 그러니 벚꽃 필 무렵에 이 도로를 찾았다면 차량 정체는 각오해야 한다. 아쉽지만 이곳 역시 ‘드라이브 스루’로 즐기는 게 좋겠다. 워낙 풍경이 빼어나다 보니 운전을 하며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는 이들도 종종 본다. 촬영일랑 부디 블랙박스에 맡기고 운전에만 집중하시길.십리벚꽃길 끝자락에는 벚꽃만큼이나 아름다운 절집이 들어앉아 있다. 두 계곡의 물길이 만나는 곳에 세워진 절집, 쌍계사다. ‘벚꽃길 엔딩’에 딱 어울릴 단아한 자태가 일품이다. ●쌍계사 문 하나씩 넘다보면 깨달음의 세계로 쌍계사는 개창 연대가 신라 성덕왕 21년(722)까지 거슬러 오르는 고찰이다. 나라 안 대부분의 절집이 그렇듯, 쌍계사 역시 임진왜란 등의 여러 전란을 거치며 무너지고 중건돼 오늘에 이른다. 쌍계사는 명성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이다. 하지만 바로 그 덕에 가람 배치가 조밀하고 단아하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절집 초입에 서면 비쩍 마른 벚나무 너머로 일주문과 금강문, 천왕문이 나란히 서 있다. 문 사이를 돌아 흐르는 작은 계곡 위엔 아담한 구름다리를 놓고 대숲도 조성했다. 문을 하나씩 넘다 보면 현실 세계에서 피안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쌍계사엔 신라시대 명필로 꼽히는 고운 최치원(857~?)의 흔적이 여럿 남아 있다. 매표소 근처의 두 바위에 각각 새겨진 ‘쌍계’, ‘석문’ 글씨, 대웅전(보물 500호) 앞 계단의 진감선사대공탑비(국보 47호)의 비문 등이 그의 작품이다. 1200년을 헤아린다는 화개 차의 역사도 이 탑비가 근거가 됐다. 신라 흥덕왕 때인 828년에 당나라에서 가져온 차 씨앗을 쌍계사 근처에 심었다는 기록이 이 탑비에 새겨져 있다고 한다.●섬진강 ‘백리벚꽃길’ 화양연화 속으로 이들 외에도 하동 일대에 최치원의 고사가 전하는 곳이 많다. 범왕리 푸조나무는 최치원이 땅에 꽂은 지팡이에서 움이 터 자랐다는 노거수다. 둥치가 어른 여럿이 팔을 뻗어야 닿을 수 있을 만큼 크다. 푸조나무 건너편에는 세이암이 있다. 최치원이 벼슬아치들의 비루한 말을 듣고 귀(耳)를 씻었다(洗)는 너럭바위다. 하동의 봄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화개천변의 야생차밭이다. 이제 겨우 신록이 돋는 나무들 사이에서 야생차밭은 유난히 짙푸른 봄의 색을 펼쳐낸다. 벚꽃처럼 화사하지는 않아도 가지런한 조형미만큼은 일품이다. 쌍계사에서 칠불사에 이르는 구간에 야생차밭이 많다. 이제 섬진강의 화양연화를 즐길 차례다. 하동에서 구례까지 이어지는 길은 흔히 백리벚꽃길이라 불린다. 이 길 위에 소설 ‘토지’의 무대가 된 평사리 악양 들판, 최참판댁, 하동송림(천연기념물 445호), 운조루 등의 명소가 매달려 있다. 요즘 하동 들녘의 주인은 배꽃이다. 매화가 진 자리마다 희디흰 배꽃들이 빼곡하다. 하동 쪽엔 섬진강을 따라 걷기길이 조성돼 있다. 이른바 ‘섬진강 100리 테마로드’다. 하동송림부터 섬진교까지 50㎞ 정도 이어져 있다. 허리춤에 섬진강을 매달고 벚꽃, 배꽃 만개한 길을 걷는 맛이 아주 각별하다. ●수양벚꽃 흐드러진 ‘화훼사찰’ 순천 선암사 순천 쪽에서는 선암사를 빼놓을 수 없다. 봄이면 ‘화훼사찰’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꽃들이 피고 진다. 선암사가 사람들로 북적일 때는 선암매(천연기념물 488호) 등 늙은 매화들이 꽃을 피울 때다. 요즘은 굳이 사회적 거리를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만큼 찾는 이가 많지 않다. 이맘때 선암사 무량수각 앞에는 수양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수양버들처럼 가지를 축축 늘어뜨린 벚나무들이 가지 끝에 연분홍 꽃등불을 매달았다. 볕 받아 반짝이는 꽃술들이 꼭 별을 닮았다. 조계산을 사이에 두고 선암사와 마주한 송광사도 ‘꽃절집’이다. 진입로의 벚꽃터널이 볼만하다. 늙은 벚나무마다 거무튀튀한 가지 끝에 싱싱한 연분홍 꽃술을 매달았다. 송광사에서 주암호를 건너면 보성 땅이다. 호수를 따라 펼쳐진 해토머리 풍경이 그윽하다. 호수 중간쯤에 대원사로 드는 진입로가 있다. 이 길 역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이름을 올렸다. 진입로 초입에서 대원사까지 5㎞ 남짓한 구간에 왕벚나무가 빼곡하다. 절정이라 하기엔 이르고 이제 막 꽃술을 여는 참이다. 벚꽃길 끝자락에 대원사가 있다. 송광사의 말사로, 머리로 치는 왕목탁 등 해학 넘치는 볼거리들이 많다. 절집 초입의 티베트 박물관은 티베트 불교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티베트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내년에도 경북 사찰에 꽃은 피리니 피안앵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절집들은 사실 경북 지역에도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곳이라 차마 찾아가시라 권하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경주 쪽에선 기림사가 꼽힌다. 오래전엔 불국사를 말사로 뒀을 만큼 규모가 컸던 절집이다. 뜨락의 키 낮은 벚나무와 대적광전 등의 소박한 가람이 보기 좋게 어우러진다. 기림사 벚나무들은 꽃을 늦게 틔우는 편이다. 경주 시내 벚꽃들은 거의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데도 기림사의 벚나무들은 이제 겨우 꽃잎 몇 장 내민 정도다.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반께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바이러스 창궐의 진원지 중 한 곳이었던 청도의 운문사도 절집 주변의 벚꽃 풍경이 빼어나다.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도량다운 정갈한 경내 풍경과 벚꽃이 어우러져 특별한 봄을 선사한다. 김천 직지사는 대항면사무소에서 직지사 공영주차장까지 사찰 진입로에 줄지어 흩날리는 벚꽃이 절경이다. 직지사 인근의 연화지는 밤 벚꽃놀이로 이름이 높다. 충청권에서는 서산 개심사 왕벚꽃이 많이 알려졌다. 대부분 지역의 벚꽃이 한풀 꺾인 뒤에야 꽃을 피우기 때문에 4월 중하순 무렵이 절정이다. 공주 신원사도 대웅전과 석탑 앞을 외호하는 듯 선 늙은 벚나무 세 그루가 특별한 정취를 전한다. 글 사진 양산·하동·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십리벚꽃길 주변에 독특한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다. ‘찻잎마술’은 녹차를 활용한 한정식을 내는 집이다. 녹차 소스로 쪄낸 삼겹살찜 등이 별미다. 찻집도 많이 생겼다. ‘비주제다’, ‘윤슬당’, ‘쌍계명차’, 쌍계사 앞 ‘단야찻집’ 등이 알려졌다. 통도사 쪽에선 메밀국수를 맛봐야 한다. ‘삼정메밀소바’, ‘금호정’ 등이 유명하다. 선암사 정문 아래 ‘초원식당’은 보리밥이 맛있다. 2시간 정도 산행을 해야 맛볼 수 있는 저 유명한 굴목이재 ‘보리밥집’에 견줄 만큼 맛깔스런 보리밥을 낸다. -아자방(亞字房)으로 유명한 칠불사는 코로나19로 산문을 폐쇄했다. 이 일대의 봄 풍경은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 아자방은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49일이나 갔다는 신비의 온돌방이다.
  • 화상회의·재택근무·나홀로 브리핑… 코로나가 바꾼 관가 풍경

    화상회의·재택근무·나홀로 브리핑… 코로나가 바꾼 관가 풍경

    “집에서 편한 복장 업무 집중” 반응 좋아 국·과장 “소통에 불편… 대면 설득이 나아” 감염 막으려 취재진 없이 온라인 브리핑 간담회 대신 휴대전화 활용 영상회의도코로나19가 우리나라 중앙행정까지 옥죄고 있다.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에서 29명의 확진환자(서울 1명 포함)가 발생했고 교육부·보건복지부·인사혁신처·국가보훈처·대통령기록관 그리고 정부청사관리본부까지 확진환자가 나왔다. 초유의 행정 마비를 막고자 정부는 청사 내 방역과 출입 통제를 철저하게 시행하는 한편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재택근무, 영상회의, 나 홀로 브리핑 등 과거 관가에선 보기 힘들었던 카드를 내놓고 있다. 1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따르면 공무원 재택근무를 위해 필요한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 가입자는 지난달 26일 기준 8만 1799명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가입자(1만 9425명)의 4배가 넘는다. 지난달에만 전체 가입자의 절반이 훌쩍 넘는 5만 4311명이 신규로 가입했다. 코로나19로 전체 정부부처 인력의 3분의1이 교대로 재택근무를 실시하는 데 따른 변화다. ●사용 적던 시스템 전염병 사태로 빛나 역설적 GVPN은 외부에서도 정부부처 내부망을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이메일 등을 확인해 업무를 처리하거나 웹오피스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 사무실 PC에 저장된 파일도 G드라이브를 통해 저장해 놓고 자택에서 내려받아 업무를 이어볼 수 있다. 다만 보안상 문제로 업무가 끝나면 PC에 저장된 자료는 모두 삭제해야 한다. 이전부터 정부는 GVPN을 통한 재택근무나 전국 곳곳에 있는 스마트워크센터(간이공무 사무실) 이용을 권장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가입이 저조했다. 그러다 코로나19 사태로 그간 구축해놓은 GVPN이 빛을 발하고 있다. 경제부처 간부는 “전염병 사태를 거쳐서야 새 시스템이 활성화된다는 점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실제 재택근무를 하는 공무원들은 어색하면서도 효율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경제부처 A사무관은 “사무실에 출근하면 온종일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해야 하고 특히 주변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한다는 얘기를 들으니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요즘은 일부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집에서 편한 복장으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사무관은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업무가 돌아갈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것 같다”며 “코로나19가 끝난 뒤에도 유연한 근무 환경이 도입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 설명하며 설득해야 하는 경우엔 전화나 영상을 통해 말하는 것보단 직접 눈을 마주치며 말하는 것이 역시 효과적이란 생각도 함께 든다”고 덧붙였다. 각 부처 국·과장 등은 필수인력으로 지정돼 재택근무 인력에 포함되지 않는다. 지시를 내리는 데 불편한 점은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경제부처 C국장은 “카카오톡 메신저로 일일이 소통하다 보니 하루종일 더 정신이 없어진 것 같다”면서 “그렇다고 단톡방(단체대화방)을 만들면 직원들이 싫어하니 자제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D과장은 “솔직한 심정으론 직접 얼굴을 보고 지시하지 못하다 보니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 되는 것 같다”면서 “일의 집중도도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한은 대면 브리핑 없애… 질문엔 서면으로 답변 하지만 모든 근무가 재택으로 전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민원인과 마주치는 대면 업무나 각종 외부 회의가 많은 업무엔 한계가 있다. 이에 외부 회의조차 재택에서 영상 통화로 대체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경제부처 E국장은 “외부 전문가들과의 간담회 일정이 연초부터 계속 밀리고 있는데, 도저히 미룰 수 없겠다 싶어 휴대전화를 통한 영상통화 회의를 진행했다”면서 “조그만 화면으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색하긴 했지만 그럭저럭 간담회가 성사됐다”고 소개했다. 취재진이 참여하지 않는 정부 브리핑도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관계자와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집단 감염이 벌어지는 사태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다. 대표적으로 한국은행은 대면 브리핑을 없애고 취재진의 질문을 사전에 취합한 뒤 서면으로 답변하는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의 사령탑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시 지난달 23일부터 한시적으로 정례 브리핑을 온라인 브리핑으로 대체하고 질문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받고 있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코로나19가 바꾼 만우절 풍경…“농담은 내년 4월로 미루자”

    코로나19가 바꾼 만우절 풍경…“농담은 내년 4월로 미루자”

    코로나19가 4월 1일 만우절 풍경도 바꿔놨다.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만우절 장난을 자제하거나 공포와 불안을 덜기 위해 희망과 위안이 섞인 가벼운 농담을 주고 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대표적인 사례로 구글은 해마다 만우절 때 하던 ‘만우절 장난’(April Fools)을 올해는 하지 않았다. 로레인 투힐 구글 마케팅 총괄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올해 구글의 만우절 장난은 없다”면서 “코로나19와 싸우는 모든 이들을 존중하기 위해 농담은 내년 4월로 미뤄두자”고 공지했다. 국내에서도 올해 만우절 만큼은 장난 전화 대신 지인이나 친구들과 안부와 대화를 나누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코로나19와의 싸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조정관은 1일 브리핑에서 “4월 1일은 서양에서 유래한 만우절이지만 지금은 매우 엄중한 시기”라면서 “장난 전화나 잘못된 정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고 만우절 장난 전화의 자제를 호소했다. 그는 “어려운 시기일수록 공동체를 위한 나눔과 연대를 지속하고 코로나19 환자와 격리자 등에 대한 차별과 배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방역당국은 특히 만우절을 빌미로 ‘소금물이나 알콜로 소독하면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다’, ‘확진환자가 어디를 다녀갔다더라’는 식의 코로나19를 소재로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를 삼가달라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빙자해 방역당국 등을 상대로 장난전화나 허위신고를 하면 코로나19 방역을 방해하고 혼란을 부추기는 행위로 간주돼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집행 기관이나 소방서 등에 장난으로 하는 신고는 형법 136조에 따른 공무집행방해죄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셧다운’ 공연계, 관객들 손안으로… 모바일로 공연 즐긴다

    ‘셧다운’ 공연계, 관객들 손안으로… 모바일로 공연 즐긴다

    네이버TV·V라이브에서 무료로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대안 선택 코로나19로 ‘셧다운’에 들어간 공연계가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을 대안으로 택하면서 관객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공연이나 다시 보고 싶은 공연을 무료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됐다.서울예술단은 코로나19 사태 종식을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는 동시에, 공연예술 관람 기회를 잃은 관객들을 위해 예술단의 인기 창작가무극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제공하는 ‘채널 SPAC’를 마련했다. 오는 6일부터 15일(오후 7시 30분 공개)까지 네이버TV와 V라이브 뮤지컬 채널에서 진행하는 ‘채널 SPAC’ 프로그램은 그동안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중 재공연을 하지 않아 극장에서 다시 관람할 수 없었던 작품 9편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진행해 4개 작품을 엄선했다. 설문에 참여한 관객들은 ‘푸른 눈 박연’(2013), ‘이른 봄 늦은 겨울’(2015), ‘칠서’(2017), ‘금란방’(2018)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꼽았다.배삼식 작가와 임도완 연출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던 ‘이른 봄 늦은 겨울’(4월 6일)은 매화를 소재로 다양한 삶의 순간을 담아낸 옴니버스 형식 작품이다. 극 중 갤러리에 전시한 매화 그림을 통해 중국 설화 ‘나부춘몽’, 고려설화 ‘매화와 휘파람새’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펼친다.박해림 작가와 변정주 연출의 ‘금란방’(4월 8일)은 강력한 금주령이 시행된 조선 영조 시대의 밀주방을 배경으로 신분과 성별, 연령을 뛰어넘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민가의 제사는 물론 종묘제례에도 술을 쓰지 않았을 정도로 엄격했던 영조 시대 금주령과 조선 후기 인기를 끈 전기수(소설을 낭독해 주는 사람)를 두 축으로 이야기를 구성했다.‘홍길동전’ 저자로 알려진 허균의 삶을 그린 사극 ‘칠서’(4월 13일)는 홍길동전 탄생 비화를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서울예술단 대표작 ‘잃어버린 얼굴 1895’로 호흡을 맞췄던 장성희 작가와 민찬홍 작곡가가 의기투합해 관객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마지막으로 공개하는 ‘푸른 눈 박연’(4월 15일)은 조선 첫 귀화 서양인으로 기록된 얀 얀스 벨테브레의 삶과 당시 조선 풍경을 담았다. 벨테브레가 조선에서 ‘박연’이라는 이름을 얻고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랑과 우정, 꿈과 인생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국이 미래다’/박상숙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한국이 미래다’/박상숙 국제부장

    미국에 잠시 있을 때 친하게 지낸 교포 부부에게 첫 만남에서 큰 실례를 한 적이 있다. 이야기 도중 활짝 웃는 그들의 입가에 엉겁결에 시선이 갔다. 어금니가 빠진 자리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탐색하는 표정을 지었나 보다. 민망해할 찰나 부부가 서둘러 수습했다. ‘여기서 임플란트를 하려면 1000만원은 족히 넘는다. 차라리 그 돈으로 한국에 가서 가족도 보고, 치료도 받으면 좋겠다 싶은데 생업에 얽매여 시간을 못 내고 있다.’ 얼마 안 가 ‘이 없이 잇몸으로 살게 한’ 악명 높은 의료서비스를 뼈저리게 통감할 사건이 내게도 생겼다. 아이가 팔을 다쳤는데 수술대에 오르기까지 3주나 걸렸다. 미국에서 아프면 기다리다 낫는다더니. 농담이 아니었다. 보험도 들어놨지만 1차 청구서가 날아왔을 때 시력을 다시 재야 하나 싶었다. 응급조치로 반깁스만 했고, 의사를 두 번 만난 게 고작인데 8000달러가 나왔다. 수술도 안 했는데 말이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식당 종업원 캐럴은 아픈 아들을 데리고 보건소를 전전하는데 유명 작가 멜빈이 호감을 사려고 보낸 주치의의 방문에 울음을 터뜨린다. 살인적 의료비에 캐럴의 눈물이 바로 이해됐다. 두 달 전 미국에서 공교롭게 우리나라와 같은 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이 모범국가로 떠오른 사이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확진자가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썼다. 의료를 돈벌이로만 여기고 공중보건을 경시했던 슈퍼파워의 민낯은 처참하다. 최대 부국의 의료진이 감염 위험에도 마스크를 재활용하고, 방호복 대신 비닐을 뒤집어쓴 채 환자를 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병상과 인공호흡기 부족에 전시 야전병원처럼 생사 확률을 따져 환자를 가려 받아야 하는 비인간적 상황에까지 내몰리는 형국이다. 미국뿐이랴. 사망자의 절반이 나온 유럽의 의료현장은 마비상황이다. 이탈리아는 이제 60세 이상 감염자에 대한 치료는 포기했고, 스페인에선 요양원에 버려진 노인들이 집단 사망하는 비극도 벌어졌다. 영국 정부는 웬만한 사람들이 다 걸리고 나면 전체 저항력이 커진다는 ‘집단면역’을 운운하며 사태를 방치해 분노만 샀다. 이러니 봉쇄도 사재기도 없이 바이러스 광풍을 다스린 한국에서 세계가 희망찾기에 나선 건 자연스럽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글로벌 스탠더드’가 됐고, 해외 매체들은 앞다퉈 한국의 극복 과정을 소개하기에 바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자국의 검사 속도를 얘기할 때마다 ‘사우스코리아’를 비교 대상으로 끄집어 낼 정도며, 덴마크에서는 우리 정부의 도움을 거절한 데 대해 장관이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전염병 위기가 우리의 저력을 새삼 발견하는 ‘새옹지마’가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후진국형’이라고 깎아내렸던 과잉진료, 3분진료가 아이러니하게 코로나19의 무서운 속도를 따라잡는 비책이 됐다고 지적한다.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드라이브 스루 등 속전속결 검사법을 창발하는 자양분이 됐다. 중국의 미세먼지 공습은 마스크 제조를 하나의 산업으로 정착시켜 국내 조달을 가능케 했으며, 메르스의 고통에서 선별진료소와 방호복 구비를 서두를 수 있었다. “우리를 봐라. 우리가 당신들의 미래다.” 미국 최대 핫스폿(집중발병 지역)이 된 뉴욕주의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믿음직한 대응으로 난세 속 영웅 대접을 받는다. 최근 뉴욕의 선제적 조치가 확산세를 억제할 것이라며 사투를 벌이는 다른 주들을 향해 이같이 선언했다. 그런 뉴욕에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가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이 마당에 우리도 한마디 해도 되겠다. “한국이 미래다.”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풀꽃 시인’도 그렇게 낮고 겸손하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 이제 모르는 이들이 없을 정도로 인지도와 파급력이 입증된 이른바 ‘국민 서정시’다. 나태주 선생은 그동안 이처럼 맑고 고운 빛깔을 띤 순정의 서정시를 써 왔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의 시를 읽으면 우리는 그 안에 들어앉은 사물들이 밝은 화음으로 출렁이고 있는 힘을 느끼게 된다. 그 출렁임은 어느새 말과 사물 사이를 채우는 가벼운 파동으로 천천히 옮겨 간다. 선생은 모든 존재자들의 만남이 그 자체로 최초이면서 최후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힘들 때/마음속으로 생각할 사람 있다는 것” (‘행복’)만으로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노래해 왔다. 이름 없는 풀꽃의 발뒤꿈치에서 세상의 가장 가난하고 오랜 소리를 들으면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시간의 깊이를 시로 써 온 것이다. 그래서 나태주 선생의 시는 자연을 닮아 선명하고, 선생 스스로를 닮아 간결하고 명료하며, 시를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을 닮아 은은한 서정의 품격을 놓치지 않는다.●등단 50년을 맞는 ‘풍금’과 ‘자전거’의 시인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됐으니 선생은 올해로 등단 50년째를 맞는다. 심사를 맡았던 박목월 선생이 결혼 주례까지 서 주었다. 그러고 보니 박목월의 시와 나태주의 시는 그 핵심에서 꽤 닮은 것 같다. 작고 애잔한 자연 풍경에서 길어 올리는 순간의 아름다움과 그것을 바라보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짧고 투명한 언어가 두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있지 않은가. 그만큼 나태주의 시는 낮고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에만 들려오는 미세한 음성에 귀 기울이는 깨끗하고 단정한 기록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때 선생에게 특별히 어울려 보이는 소도구가 두 개 있는데 그것이 바로 ‘풍금’과 ‘자전거’이다. 1964년 초등학교 교사가 돼 43년 동안 교직 생활을 했으니 ‘풍금’은 선생에게 거의 신체의 일부와 같다. 지난해 공주에서 개최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선생은 참가자들과 함께 ‘풀꽃’을 풍금 연주에 맞춰 세 번 불렀다. 선생의 풍금 연주는 우리에게 한없는 향수와 그리움의 순간을 선사했다. 그런가 하면 그는 ‘자전거’의 시인이기도 하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라든지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잠시 멈춰 발 아래 본다/봄 되어 어렵게 찾아온/반가운 손님들/민들레 냉이 제비꽃”(‘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2’) 같은 시를 그는 벌써 썼다.“풍금과 자전거는 한없이 느리고 또 깊잖아요. 제 시가 낮고 작은 세계를 그리지만 어쩌면 그래서 사람들이 마음을 여는 것 같아요.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맑은 물을 넣어 흘러넘치게 하고 싶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이면서 지금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을 배워야 해요. 그 충분함이 다른 곳으로 넘쳐 흘러가게 하는 것, 그게 제 시가 가진 목표지요.” 괴테가 말했다는 “좋은 시는 어린이에게는 노래가 되고, 청년에게는 철학이 되고, 노인에게는 인생이 된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선생은 어느새 인생이 돼 버린 자신의 시에 대한 한없는 자긍과 감사함을 표현한다. 선생은 2009년부터 8년 동안 공주문화원장으로 일했다. 2014년부터는 ‘풀꽃문학관’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문학관 건물은 일제강점기 다다미방의 흔적을 간직한 것으로, 지은 지 120년 정도 된 지방문화재 건물을 보수해 사용하고 있다. 선생은 이곳에서 풍금을 치고 자전거를 타면서 우리 서정시의 가장 빼어난 고전들을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작고 섬세한 자연과 내면의 소리를 들으면서 사물의 빛나는 심층을 바라보는 선생의 시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나 간절한 기도로 천천히 몸을 바꾸어 간다. 풍금 소리와 자전거의 느린 흐름이 풀꽃문학관을 낮고 잔잔하게 감싸고 있듯이 말이다.●한국시인협회를 맡다 올해 초 나태주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라는 대한민국 대표단체의 장을 맡게 됐다. 한국시인협회는 1957년에 시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발족한 단체로 문학의 자율성을 금과옥조로 삼아 왔다. 그런데 협회 평의회에서 만장일치로 나태주 선생을 제43대 회장으로 추대한 것이다. 이 또한 박목월 선생과의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데, 박목월 선생은 한국시인협회를 창립하고 기초를 굳힌 분이기 때문이다. 그분이 추천한 시인들 가운데 여러 분이 협회 회장을 맡은 바 있다. “저는 어려서 시를 공부할 때부터 시인은 이름에서도 향기가 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문학단체, 그야말로 종갓집 같은 문학단체인 한국시인협회 일꾼으로 불려 나갔으니 시인협회의 정통성을 지키면서 향기가 나는 단체가 되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이때 ‘향기’는 자신을 표현하기는 하되 타인을 구속하지 않으면서 더불어 하나가 돼 어울리는 것을 말하는 것일 터다. 한국시인협회가 그런 향기로 하나가 되는 단체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하면서 선생은 그러기 위해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업을 해 보고 싶고 선배 시인을 높이 받들고 동료 시인이나 후배 시인들과 우정으로 동행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선생의 성정과 시적 지향이 그런 목표를 충분히 가능하게 할 것이다.●재난의 시대, 시의 위상과 역할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인류 전체의 위기를 느끼게 됐다. 이러한 재난의 시대에 ‘시’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를 여쭙자 “시인의 임무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라면서 “나아가 다른 사람들 마음을 헤아려 위로하고 축복하고 응원하는 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은 더욱 그런 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울어야 할 일이 있으면 함께 울고 걱정할 것이 있으면 함께 걱정해야 합니다.” 선생은 사람의 마음을 쓰다듬고 위로하고 격앙된 심정이나 침체된 마음을 보살피는 데에는 시보다 더 좋은 문화 양식은 없다고 말했다. 시인들이 나서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분들은 잘 아는 일이지만, 선생은 10여년 전에 죽음의 바로 직전까지 갔다.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해 지금은 누구보다도 바쁘고 의미 있게 산다. 최근에는 강연과 집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바치면서 역동적인 문학 인생을 보여 준다. 새삼 선생이 생각하는 ‘시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궁금해졌다. “시인은 혼자서 시인이 아닙니다. 독자와 더불어 시인입니다. 독자들이 ‘당신은 시인입니다’라고 인정해 줄 때만 시인입니다. 그러므로 시인은 독자를 의식하면서 시를 써야 합니다. 독자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선생은 등단 초기부터 지금까지 독자들의 꾸준하고도 폭넓은 반향을 얻어 왔다. “시인은 결코 산상의 도인이나 선민이 아닙니다. 시정에서 독자들과 어울려 부대끼며 살면서 함께 울며 함께 괴로워하는 사람이 시인입니다.” 말하자면 세상의 테두리 그 어름에 머물며 양쪽 세상을 살피면서 끊임없이 슬퍼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선생으로 하여금 많은 이들이 찾는 시인이 되게끔 해 주었을 것이다. 앞으로도 선생은 ‘조그만 사랑’이 ‘풀꽃’ 같은 세상을 향해 글썽이는 시간들을 함께해 갈 것이다.●‘동행’의 시인 계획을 여쭈었다. “우선은 기존의 사업, 이른바 정례적인 사업을 먼저 살피겠습니다. 그런 뒤에 독자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사업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해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거창하고 외형적이며 과시적인 사업은 지양하려고 합니다. 시인협회가 할 수 있는 사업은 내면적이면서 심정적인 사업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선생의 계획이 한국시인협회 회장으로서나 풀꽃문학관 주인으로서나 아름다운 파문을 남기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더욱 시를 사랑하고 아끼게끔 해갈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몇 해 전 여름 선생과 나는 미국 재미시인협회 초청으로 로스앤젤레스(LA)로 날아가 열흘 정도 머물면서 꼼짝없이 시공간을 함께했다. 지면으로는 이미 익숙한 분이었지만 실감을 함께 나누는 일은 처음이었다. 바쁜 일정에도 선생은 그곳 문인들을 많이 만났다. 밤에 찾아오는 이들을 호텔 로비로 나가 만나 주고, 일일이 그림을 곁들인 시를 친필로 써 주었다. 한 터럭도 거절이 없고 모든 순간을 동행하는 선생의 모습에 그곳 문인들은 적잖은 감동과 신뢰를 선생께 건네곤 했다. 이래저래 선생은 ‘동행’의 시인이다. 선생께서 건강을 잘 지키면서 멋진 회장으로 멋진 시인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기를 마음 깊이 소망해 본다. 한양대 교수·문학평론가
  • [자치광장] 우후지실(雨後地實)/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자치광장] 우후지실(雨後地實)/이동진 서울 도봉구청장

    요즘 우리 사회는 온통 코로나19에 휩싸여 있는 듯하다. 코로나19가 뉴스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모습이다. 북적이던 식당가는 한가하기 그지없다. 몇 장의 마스크를 손에 넣기 위한 긴 줄과 기다림…. 왠지 비현실적인 현실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착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낯선 풍경만큼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했다. 자가격리, 역학조사, 사회적 거리 두기, 확진자, 밀접접촉자 그리고 이른바 신천지까지. 이에 비해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모습도 있다. 이 와중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먼저 계산하는 일부 정치세력의 모습은 식상할 따름이다. 또 마스크 사재기 등으로 한몫 챙기려는 자들의 행태에는 ‘분노게이지’가 상승한다. 하지만 사회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름 없는 영웅들의 빛나는 활약들을 보면서 차가워지려던 우리의 가슴이 다시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의료용 고글 때문에 깊이 파인 의료진의 피부와 땀에 젖은 복장에서 우리는 강한 희망을 본다. 광주의 시민들이 병상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대구의 확진환자들에게 내민 병상 나눔 손길은 우리 사회의 성숙된 시민의식의 표상이다. 자신보다 더 필요한 사람에게 마스크를 양보하자는 자발적인 캠페인, 구겨진 봉투에 100만원을 담아 보낸 어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의 성금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성금, 이어지는 임대료 인하 소식 등은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를 떠올리게 한다. 다행히 코로나19의 기세가 꺾여 가고 있다. 코로나19에 맞서 그동안 보여 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협력, 시민들의 자발적인 동참 그리고 무엇보다도 열린 민주사회에 기초한 ‘투명하고 공개적인 위기관리 체계’의 작동은 세계가 부러워하고 있다. 코로나19를 맞아 공공이 보여 준 위기관리 방식과 시민 영역에서 나타난 긍정적 에너지는 이후 우리 사회를 한 단계 성숙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고, 또 함께 싸운 이들이 손 맞잡고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더욱 건강하게 만들어 갈 것으로 믿는다. 우후지실(雨後地實),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 코로나 확산에 사재기 열풍 왜?… 심리적 불안 탓!

    코로나 확산에 사재기 열풍 왜?… 심리적 불안 탓!

    위기 느끼며 할 수 있는 일 별로 없지만 위험에 뭔가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두루마리 화장지는 어디서든 품절 1호 사재기로 질병 대처 자기 만족감 부여미국의 코로나19 확진환자가 11만명을 넘었고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 확진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는 등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다. 특히 각국 정부가 ‘자택 강제 격리’라는 초강수를 들고나오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 비상식량과 생필품 등의 사재기 광풍이 이어지고 있다. 코스트코와 월마트 등 대형 할인마트가 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없어지는 것은 다름 아닌 ‘두루마리 화장지’다. 28일(현지시간) 오전 9시 30분 미국 버지니아 페어팩스의 코스트코가 문을 열기는 기다렸던 수십명의 사람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곳은 ‘두루마리 휴지’의 매대였다. 이들의 쇼핑 카트에는 30개들이 큼지막한 대형 휴지가 하나씩 실렸다. 그렇게 영업시작 30분 만에 코스트코의 휴지는 동났다. 또 얼마 전 미주리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휴지를 사러 간 만삭의 임신부가 화장지 코너에서 출산하는 일도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몇 개 남지 않은 화장지를 사기 위해 애를 쓰던 중 진통을 느꼈고, 주변에 있던 간호사 등의 도움으로 매장에서 건강하게 출산했다. 사재기 광풍이 분지가 한 달여가 됐지만, 미국인의 휴지 사재기는 여전하다. ‘휴지 사랑’은 나라를 가리지 않는다. 최근 호주 멜버른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두 여성이 마지막 남은 휴지를 사기 위해서 다투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됐다. 이미 다섯 묶음을 쇼핑카트에 담은 여성이 남은 하나마저 사가려고 하자 다른 여성과 싸움이 붙은 것이다. 또 홍콩에서는 휴지 때문에 슈퍼마켓이 털리는 일도 벌어졌다. 이를 낮은 비데 보급률과 소비문화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하지만 전문가 대부분은 ‘심리적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위기감을 느끼지만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대학의 브라이언 쿡은 “휴지 사재기는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행동”이라면서 “사람들은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이 ‘뭔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게 휴지 사재기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많은 서양인은 휴지 없이 청소하는 것을 ‘역겹다’고 생각하는 심리적인 장벽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경제심리학자 안야 아흐트지거는 “사람들은 휴지 사재기 등을 언론이나 직장 동료 등에게 접한다”면서 “이런 사재기 이야기를 들으면 불안해져 사재기에 동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사니까 덩달아 휴지를 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마땅한 대체품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물티슈나 종이 타월이 있긴 하지만 그 용도가 분명히 다르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전 세계에 불고 있는 휴지 사재기현상은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유행병에 직면했을 때와 같은 불안한 상황과 특히 관련이 있다”면서 “통제할 수 없는 유행병과 달리 화장지를 충분히 비축해 두는 행동은 스스로 만족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국산 휴지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가짜 뉴스, 장시간 두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는 인식 등 다양한 심리적 원인 가능성도 제기됐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포토] ‘그림 아닌’ 풍경

    [포토] ‘그림 아닌’ 풍경

    29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역 공원 일대가 폐쇄돼 한산하다. 창원시는 코로나 영향으로 매년 이 시기에 진해 경화역 공원, 여좌천 등 국내 대표 벚꽃 명소에서 열리는 진해군항제를 취소했다. 연합뉴스·뉴스1
  • ‘봉쇄하고 격리하고 웬 난리?’ 스웨덴 느긋한 코로나19 대처

    ‘봉쇄하고 격리하고 웬 난리?’ 스웨덴 느긋한 코로나19 대처

    유럽 대륙 전체가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국경 이동을 막고 국민들을 집안에 몰아넣는 가운데 단 한 나라가 보통의 일상을 유지하도록 놔두고 있다. 스웨덴이다. 28일(현지시간) 스톡홀름의 풍경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날이 풀려 많은 가족들이 바이킹족의 신 토르 거상 앞에서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고 있었고, 젊은이들은 거품 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주말 나이트클럽은 문을 열었는데 단 29일부터 50명 이상은 모이지 못한다. 이웃 덴마크에서는 진작부터 10명 이상은 모이지 못했고, 영국에서는 집 밖에서 누구도 만나지 못하니 그에 비하면 스웨덴인들은 훨씬 자유로운 일상을 영위하는 것이다. 스웨덴에서도 여행이나 출근이 줄긴 했다. 스톡홀름의 운송회사 SL에 따르면 지난주 지하철이나 통근 열차 이용객은 절반 정도 줄었다. 최근 설문조사를 보면 스톡홀름 시민의 절반 정도는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원래 이 나라 기업 문화는 유연하고 자유로운 근무 형태를 권장해왔다. 스톡홀름 대기업의 90% 정도는 직원들이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갖춰 놓았다. 스웨덴 정부나 보건 당국의 전략이나 정책의 무게중심도 ‘자율 책임(self-responsibility)’에 두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도 문을 닫지 않았다. 공중보건 책임자나 정치인이나 권위주의적 방식을 동원하지 않고 감염병 확산 속도를 늦추고 싶어한다. 해서 오히려 가이드라인은 더욱 구체적이다. ‘아프거나 나이가 많으면 집에 머무르고, 손을 잘 씻고, 꼭 필요하지 않는 여행은 피하고, 집에서 근무하라’ 등등이다. 스테판 루프벤 총리는 지난 주말 TV 연설을 통해 “어른들이라면 꼭 필요한 일, 어른스럽게 굴어야 한다. 공포나 소문을 퍼뜨리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런 위기에서는 누구도 혼자가 아니지만 각자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연설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노뷰스(Novus)는 시청률이 아주 높았다고 전했다. 유럽 어느 나라보다 공적 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아 자율적으로 당국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준수한다.유럽의 여느 나라와 다른 인구 분포도 작용한다. 지중해 근처 여러 세대가 어울려 사는 것과 달리 일인 가구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가족 간 확산이란 변수가 그리 크지 않다. 워낙 국민들이 야외 활동을 즐겨 정부 관리들은 신체와 정신 건강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스톡홀름 상공회의소의 안드레아스 핫치게오르기우 최고경영자(CEO)는 “감염병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건강 위기의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업계는 스웨덴 정부와 스웨덴식 접근이 여느 다른 나라보다 훨씬 이치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불안해 하는 이도 있다. 의과대학 부설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감염학자 엠마 프란스 박사는 “사람들은 권고에 귀기울여 듣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이 정도로 충분한지 확신하지 못하겠다”고 털어놓았다. 가게와 체육관 등 공적 공간에서 어떻게 사람들과 접촉해야 하는지 “더 명확한 지침”이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녀도 유럽 전체의 정치인과 과학자 가운데 누가 가장 나은 선택을 했는지는 결국 역사가 판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어떤 대응책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 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내가 기쁜 것은 내가 그런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의 집계를 보니 29일 오전 10시 28분(한국시간) 현재 스웨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3447명이며 105명이 목숨을 잃었다. 확진자는 한국의 3분의 1 수준인데 사망자는 엇비슷하다. 결코 느긋할 수 없는 사정인데 정치사회의 작동 원리가 사뭇 다르다고 밖에 볼 수가 없을 것 같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안보현, ‘살벌 장근원’ 어디에? “뜻밖의 소녀감성”(나혼자산다)

    안보현, ‘살벌 장근원’ 어디에? “뜻밖의 소녀감성”(나혼자산다)

    배우 안보현이 반전 매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6일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는 복싱부터 캠핑까지 쉴 틈 없는 하루를 보낸 안보현의 싱글 라이프가 펼쳐졌다. 앞서 지난주 종영한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에서 재벌2세 장근원 역으로 살벌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안보현은 이날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17년 차 베테랑 자취러다운 면모를 자랑, 노련한 음식 솜씨로 맛있는 한 끼를 뚝딱 차리고 틈틈이 집을 치우며 깔끔한 주거공간을 만들어냈다. 이어 전직 복서의 위엄을 당당히 드러냈다. 복싱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를 뽐내며 줄넘기 2단 뛰기 100개를 거뜬히 해치우는 상남자 매력을 대방출, 시청자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스파링 대결에서는 예상치 못한 체육관 로맨스를 선보이기도. 여자 선수를 배려하기 위한 ‘머리 콩’ 스킬은 설렘을 전달했다. 그런가 하면 안보현은 탁 트인 바다 풍경을 바라보는 감성 충만한 캠핑을 즐겼다. 전문가 포스로 캠핑 장비를 준비하던 중 아기자기한 알전구가 등판, 뜻밖의 소녀 감성으로 상상불가의 반전 매력을 뽐내기도. 다음 주에는 절친 엑소 세훈과 함께 힐링 여행이 이어진다고 해 더욱 기대감이 모아진다. 한편 28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27일 방송된 ‘나 혼자 산다’는 1부 9.3%, 2부 11.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의 시청률로 금요일에 방송된 전 채널 모든 예능 프로그램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종로 이낙연·황교안 첫날 직접 후보등록

    종로 이낙연·황교안 첫날 직접 후보등록

    4·15 총선 후보자 등록 첫날인 26일 후보자들은 마스크를 쓰고 전국 곳곳의 관할 선거관리위원회를 방문해 후보등록을 했다. 유력 대권후보끼리 맞붙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 가장 큰 관심이 쏠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과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종로구 인의동에 마련된 종로구 선관위를 직접 방문해 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 위원장은 황 대표가 아닌 코로나19에 주목했고, 황 대표는 이 위원장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을 더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황 대표와 어떻게 승부를 할 거냐는 질문에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이 겪는 고통이다. 선거는 어떻게 하면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 드릴까 집중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나라가 참으로 어렵다. 경제는 ‘폭망’했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안보는 불안하고 외교는 고립됐다”며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다. 코로나19는 후보자 등록 풍경도 바꿨다. 후보자들은 마스크를 쓰는 것은 물론 서류를 제출하기 전에 체온 측정을 했다. 대구 달서갑에 출마한 통합당 김용판 후보는 아내가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후 자가격리돼 사무국장이 대신 등록을 했다. 김 후보는 페이스북에 “어제 저의 아내가 코로나19 확진환자로 판정돼 동산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격전지인 꼽히는 지역의 후보들도 등록을 마쳤다. 민주당 김영춘 의원과 통합당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이날 부산 부산진구 선관위에서 만나 ‘선전’을 다짐하며 악수 대신 주먹을 맞댔다. ‘4선 대결’을 펼치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과 통합당 주호영 의원도 대구 수성갑 선거구에 나란히 후보 등록을 마쳤다. 한편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김주신 극동대 부총장은 이날 충북 증평·진천·음성에 무소속 후보로 등록할 예정이었지만 후보 등록 전날까지 탈당 절차를 밟지 않아 등록이 무산되기도 했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박경호 초대전 ‘시지각으로 자연을 찬양하다’ , 4월 1~6일 인사동마루갤러리 개최

    박경호 초대전 ‘시지각으로 자연을 찬양하다’ , 4월 1~6일 인사동마루갤러리 개최

    인사동마루갤러리는 다음달 1일부터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마루갤러리에서 ‘박경호 초대전’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시지각(視知覺)으로 자연을 찬양하다’ 초대전에서 박경호 작가는 ‘동백섬 가는 길’, ‘남해 섬마을’ 등 남해의 다도해를 배경으로 한 작품과 소나무와 산이 어우러진 작품을 선보인다. 박용숙 미술평론가는 “박경호 작가는 풍경을 그리는 것이 아니고 풍경이라는 자연의 소재를 활용하여 자신의 성정과 낭만을 음악으로 작곡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용미(中庸美)라고 부를 수 있는 이 풍경을 실현하기 위해 1980년대 보여 주었던 그의 멋진 조형언어를 원용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풍경세계를 음악적으로 몰고 가고 있는 것도 결국 자연에 감춰진 속살을 그 나름으로 우리의 시선 앞에 펼쳐 놓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박경호 작가의 산은 무섭게 치솟은 뾰족한 바위산이기도 하고, 둥그런 언덕을 가진 부드러운 산이기도 하다. 그의 미묘한 ‘면의 겹치기’는 사실상 평면인 그의 그림에 원근법이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다.박경호 작가는 24회 개인전과 500여회의 단체전·초대전을 개최했다. 한국미술대상전 수상 및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영토회 회장, 한국미술협회 자문위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여행을 하기도 꺼려지는 분위기 속에 박경호의 풍경 그림을 통해 봄의 기운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4월8일부터 13일까지는 조형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전시를 이어간다. 미술전문 포털 사이트 ‘서울갤러리’에 가면 박경호 작가의 이전 작품을 포함하여 더 많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재즈도 밴드 공연도···방구석 1열에서 다 만난다

    재즈도 밴드 공연도···방구석 1열에서 다 만난다

    28일 무작위 라이브 ‘시크릿 페스타’ 콘서트·1인 방송형 등 골라보는 재미 30분~2시간 동안 수십만명 접속 몰려재즈 클럽에 들어와 있는 듯 어둑어둑한 조명 아래 가수 선우정아가 섰다. ‘라운드 미드나이트’, ‘미스티’ 등 30분간 7개의 재즈곡이 연달아 흘러나온다. 지난 15일 선우정아가 개설한 채널 ‘재즈 박스’에 올린 공연 영상이다. 댓글창에는 “반고립당했는데 일말의 릴랙스”, “와인 한잔 생각난다”는 소감과 다음 영상을 위한 신청곡들이 달려 있다.코로나19로 공연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가 풍성해졌다. 공연처럼 세팅된 콘서트형부터 실시간 소통을 앞세운 1인 방송형 등 다양하다. 방구석 관객에게는 골라 보는 재미와 새로운 뮤지션을 찾는 즐거움을 주고, 뮤지션에게는 많은 팬과 소통할 기회가 되고 있다. 콘서트형 영상들은 대체로 음향 장비와 곡목까지 마련해 녹음 및 촬영을 진행한다. 공연에서 볼 수 있는 애드리브와 스캣, 즉흥 연주도 빠지지 않는다. 음반제작사 유니버설뮤직이 만드는 라이브 콘텐츠 ‘스튜디오 기와’도 국내 및 해외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공개하고 있다. 한 팀을 정해 앨범 속 곡들을 10분 안팎으로 들려준다. 한옥, 식물원 등 의외의 공간에서 계절과 풍경의 변화를 담아내 이국적 정서와 영상미가 느껴진다. 음악 축제를 대신한 콘텐츠도 나온다. 선우정아, 옥상달빛 등이 소속된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는 야외 행사들이 취소된 이후 ‘시크릿 페스타’라는 온라인 페스티벌을 오는 28일 선보인다. 무작위 라이브 공연으로 진행했던 자체 행사 ‘시크릿 나잇’의 무대를 온라인으로 옮긴 것이다. 무대에 오를 뮤지션은 당일 알 수 있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에게는 무대에 서지 못하는 갈증을 풀면서 소통하는 기회가 돼 만족도가 높다”며 “공연에 올 수 없는 팬들은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인디 음악을 라이브로 만나는 채널들도 있다. 국내 인디 뮤지션을 꾸준히 소개해 온 ‘미러볼뮤직’은 다양한 라이브 영상을 올려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밴드 새소년, 아도이, 카더가든 등을 소개했던 CJ문화재단의 ‘아지트 라이브’에는 비정기적으로 인디 뮤지션의 연주 영상이 올라온다. 길이는 10분 안팎으로, 새 얼굴을 찾고 싶거나 이미 유명해진 뮤지션들의 예전 영상을 접할 수 있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하다.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이 시작한 ‘#투게더앳홈’은 전 세계 뮤지션들에게 확산되고 있다. 실시간 반응과 신청곡을 전할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대체로 30분에서 2시간 정도 이어지고 최대 수십만명의 접속자가 몰리기도 한다. 국내에선 가수 10㎝가 기타 연주와 노래로 1시간을 채웠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십자가 길의 선물… 집콕 피로를 날리다

    보통의 풍경이 사라진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종교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는 것에 고마워하라는, 그러니까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지금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필요한 시기다. 물리적 방역 못지않게 심리적 방역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충남 당진에 차분히 돌아볼 여행지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명소로 떠오른 곳이 많단다. 수도권에서 그리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다. 좀더 솔직해지자면, 당진을 찾은 게 사실 이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여태 코로나19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이게 더 큰 이유였다.25일 현재 당진에는 확진자가 단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실내와 달리 야외에서만큼은 시원하게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 아직 바이러스의 기세가 등등한 만큼 당장 다녀오시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상황이 차분히 정리된 뒤 ‘집콕’에서 쌓인 먼지들을 털어낼 겸 발걸음하는 것도 좋겠다.●김대건 신부 태어난 ‘솔뫼성지’엔 교황의 흔적 당진엔 천주교 성지가 두 곳이다. 솔뫼성지와 신리성지다. 둘 다 한국 천주교사에서 주요 지역으로 꼽히는 합덕면에 있다. 이름값으로는 솔뫼성지가 단연 앞선다. 솔뫼성지는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로 선정된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1821~1846) 신부가 태어난 곳이다. 내년이면 벌써 그의 탄생 200주년. 그를 포함해 4대에 걸쳐 순교자가 배출됐다고 한다. 2014년엔 프란치스코 교황이 솔뫼성지를 방문하기도 했다. 국내 천주교 관련 유적 중 최초로 국가지정 문화재(사적 제529호)가 된 건 이런 이유 때문일 터다. 솔뫼는 소나무가 많은 언덕이란 뜻이다. 이름처럼 이리저리 휜 소나무가 그윽한 풍경을 선사한다. 성지 안에 ‘십자가의 길’, 기념관과 성당, 수녀원, 김대건 신부 생가 등이 있다. 다만 건물 내부는 코로나19 탓에 공개되지 않는다.●조선의 순교자가 묻힌 ‘신리성지’는 SNS 핫플 신리성지는 최근 SNS를 타고 급속히 명소로 떠오른 곳이다. 신리성지는 조선 후기에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한 곳이다. 이 때문에 로마시대 지하교회인 카타콤바에 비유해 ‘한국의 카타콤바’라 곧잘 불린다. 제5대 조선교구장을 지낸 다블뤼 주교가 은거하며 조선천주교사를 집필한 곳이기도 하다. 다블뤼 주교는 1845년 김대건 신부와 함께 논산 강경에 첫발을 내디딘 후 21년간 조선에서 활동했다. 그동안 그가 수집한 자료와 순교자들의 행적은 훗날 ‘한국천주교회사’의 기초가 됐고, 103위 성인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신리성지가 명소 반열에 오르게 된 건 종교적인 이유보다 여행지로서 풍경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신리성지는 사방이 탁 트였다. 성당에 이르는 길 주변으로는 연못과 잔디밭이 깔끔하게 정비돼 있다. 그 사이사이에 다블뤼 주교 등 다섯 성인의 삶을 기억하는 작은 경당이 조성돼 있다. 평평한 잔디밭 끝자락의 가장 높은 곳엔 순교미술관이 우뚝 솟았다. 십자가를 제외하면 장식이라고는 없는, 소박하고 무뚝뚝한 건물이다. 잘 정돈된 잔디밭과 소박한 순교미술관이 어우러져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인생사진 건지려는 청춘들의 애정행각은 좀… 순교미술관 안엔 한국 천주교 순교의 역사를 기록한 그림들이 전시됐다. 순교미술관 꼭대기에 오르면 국내에선 드물게 지평선을 볼 수 있다. 드넓은 내포평야가 선사하는 시원한 풍경 덕에 온몸에 달라붙은 바이러스들이 죄다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한데 빼어난 풍경과 달리 교회 측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죽은 이들이 묻힌 곳이라는 교회의 설명에도 ‘인생사진’을 얻으려는 연인들이 성지 곳곳에서 과감한 애정행각을 서슴지 않기 때문이다. 이웃한 합덕성당도 둘러볼 만하다. 1929년 세워진 고딕 양식의 건물이다. 고풍스러우면서도 단정한 외양이 인상적이다. KBS 드라마 ‘단 하나의 사랑’ 촬영지로 쓰였다고 한다.●일출·일몰이 장관인 왜목마을의 명물 ‘새빛왜목’ 바닷가 쪽에서는 왜목마을을 찾을 만하다. 한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갯마을이다. 저물녘 풍경도 곱지만 해뜰녘 풍경은 더 빼어나다. 동해의 힘차고 장엄한 일출과 달리 서해 특유의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해돋이 장면과 마주할 수 있다. 왜목마을의 명물은 ‘새빛왜목’이다. 높이 30m에 이르는 거대한 조형물이다. 저 유명한 경북 포항 호미곶의 ‘상생의 손’(8.5m)보다 세 배 이상 높다.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모습을 표현한 이 조형물은 스테인리스 스틸판으로 이뤄졌다. 거울처럼 반짝이는 판에는 외부의 색이 그대로 담긴다. 이 덕에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된다. 야간에는 조형물 내부의 조명이 켜져 은은한 빛을 낸다. 대호방조제 너머의 도비도는 섬이었다가 뭍이 된 곳이다. 대·소난지도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철엔 잔잔한 물 위를 떠다니는 다양한 철새들과 만날 수 있다.오래된 시간의 선물 … 상실의 위로를 받다 면천읍성 일대는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다. 한때 버려졌던 옛집들이 이야기가 있는 집들로 새로 태어나고 있다. 이제 막 주민 중심의 문화가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오래된 책방에서 책을 읽거나 작은 미술관, 잡화점 등을 기웃대며 나른한 한때를 보내는 재미가 쏠쏠하다.●오래된 자전거포 건물서 재탄생… 발길 붙잡는 아늑한 책방·카페 면천읍성 일대를 어슬렁대다 보면 귀가 따갑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면천(옛 면주)이 충청도의 5주 가운데 하나였다는 거다. 충북 청주와 충주, 이웃한 홍주(현 홍성)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큰 도읍이었다는, 이른바 ‘라떼 시절’의 이야기다. 그러다 어느 시기엔가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됐고, 이후 면주(면천) 일대는 자연스레 쇠락의 길을 걷게 됐을 것이다. 요즘 면천읍성 일대는 다르다. 하루 종일 머물러도 전혀 심심하지 않은 곳이 됐다. 가장 큰 변화는 주민들이 이끌고 있다. 옛 건물을 새로 꾸민 문화공간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한적하기 짝이 없던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면천 여정의 들머리는 면천읍성 남문이다. 성을 쌓은 이가 자신의 이름을 벽에 남긴 각자돌이 확인돼 지난해 ‘500년 전 공사 실명제’로 잠시 화제가 됐던 곳이다. 안내판에 따르면 면천읍성이 처음 세워진 건 1439년(세종 21년)이다. 왜구를 막기 위해 쌓았던 성벽은 긴 세월을 건너오는 동안 시나브로 사라졌고,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2025년쯤 발굴 작업과 복원 공사가 마무리되면 이 일대의 모습이 제법 번듯하게 바뀌지 싶다.읍성 남문을 지나 성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전부터 면천 사람들이 살아왔던 동네가 나온다. 일제강점기에 숱한 열사들을 길러냈던 100여년 역사의 면천초등학교, 옛 면사무소 등은 이미 자리를 옮겼다. 그 자리에 객사 등 옛 관아 건물들이 들어설 예정이다. 옛 면천초등학교 바로 앞은 책방 ‘오래된 미래’다. 오래전 자전거포였던 건물이 아늑한 책방으로 새로 태어났다. 새 책도 있고, 헌책도 판다. 2층은 일종의 북카페다.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방 이름은 사회운동가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가 쓴 동명의 책에서 따왔다고 한다.●서까래·봉놋방 등 탁배기 한 잔의 추억 고스란히 간직한 잡화점 책방 바로 옆은 잡화점 ‘진달래 상회’다. 화가인 주인장이 이런저런 액세서리들을 팔고 있다. 이 집 역시 책방과 같은 가치를 지키고 공유하려는 곳이다. 잡화점의 전신은 ‘희망집’이란 대폿집이다. 오래전엔 탁배기 한 잔 걸치려는 술꾼들의 발걸음이 무시로 이어졌을 터. 당시 ‘주막’이나 다름없었을 봉놋방, 서까래 등 건물 내부는 대부분 예전 형태 그대로 남아 있다. 옛 면천초등학교 한구석엔 거대한 노거수 두 그루가 서 있다. 수령이 1000년을 넘어선다는 면천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51호)다. 나무 바로 옆은 ‘영랑효공원’. 둘 다 복지겸 장군의 딸, 영랑에 대한 전설이 담겼다. 줄거리야 흔히 듣던 여느 전설들과 다르지 않다. 면천에 살던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이 병에 걸렸고, 효녀 영랑이 백방으로 약을 찾아다녔고, 산신령이 나타나 신묘한 처방을 내려줬다는 얼개다. 다만 현 영랑효공원 안쪽의 안샘의 물로 두견주(진달래술)를 빚어 100일 후에 마시고 그곳에 은행나무를 심으면 아버지의 병이 낫는다는 산신령의 가르침에선 어딘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스토리텔링한 듯한 ‘합리적인 의심’도 든다. 미술관에서 작은 언덕을 넘으면 골정지다. 1797~1800년 면천군수로 있던 연암 박지원이 축조했다는 저수지다. 물 위엔 ‘하늘과 땅 사이의 한 초가지붕 정자’라는 뜻의 건곤일초정이 떠 있다. 이 정자 역시 골정지 축조 당시 연암이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아미미술관·아그로랜드 목장·놀이공원 등 인생사진 성지도 이제 새로 떠오르는 여행지 몇 곳 덧붙이자. 아미미술관은 폐교를 활용한 미술관이다. SNS의 성지라는 당진에서도 손꼽히는 명소다. 보통 오전에 찾아야 창문으로 넘어오는 햇살 등을 배경 삼아 멋진 사진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아그로랜드(옛 태신목장)는 당진과 예산에 걸쳐 있는 대규모 목장이다. 너른 보리밭과 벚나무길, 메타세쿼이아, 트랙터 열차 등의 목장풍경과 몇몇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좋다. 합덕에 있는 카페 피어라, 서해대교 건너 송악에 있는 해어름 카페 등도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1970년대 건설된 삽교천방조제와 대호방조제, 석문방조제 등 3개의 방조제를 잇는 드라이브 코스를 달리는 맛도 시원하다. 삽교천방조제 인근의 놀이공원도 요즘 ‘핫한’ 곳이다. 저녁때 조명이 켜진 놀이기구와 함께 사진을 찍는 젊은이들이 제법 많다. 글 사진 당진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여행수첩 -당진은 해안과 내륙의 관광지 간 거리가 멀다. 미리 돌아볼 구역을 정해야 알뜰하게 시간을 쓸 수 있다. 왜목마을, 도비도 등은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 면천읍성 일대는 당진영덕고속도로 면천나들목, 신리성지 등은 합덕나들목을 이용하는 게 낫다. -면천읍성 일대엔 콩국수집이 유난히 많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른라 ‘원조’라 할 만한 집도 사라진 상태다. 그런데도 점심 무렵이면 줄을 서야 할 만큼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보통 5월쯤 날씨가 더워지고 주민들이 ‘은근한 콩국수 개시 압력’을 넣기 시작할 무렵 문을 연 뒤 가을에 문을 닫는다. 일년 내내 여는 집도 있는데, 추운 계절엔 콩국수 대신 칼국수를 판다. ‘에이스식당’은 쑥을 곁들여 만든 면이 특징이다. 열무김치 때문에 간다는 사람이 있을 만큼 김치 맛도 좋다. 당일 준비한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 초원콩국수는 검은콩, 면천곱창콩국수(상호와 달리 곱창은 없다)는 메주콩으로 각각 맛을 낸다고 한다. 코로나19 탓에 음식점을 찾을 때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염두에 둬야 한다. 사람이 붐비는 시간대는 피하길 권한다. -이맘때 서해바다에선 실치가 난다. 밑반찬으로 흔히 쓰이는 뱅어포의 주인공이 바로 실치다. 실치는 주로 무침회로 먹는다. 장고항이 실치로 유명한 곳. 요즘 이 일대가 대대적인 공사 중이어서 예전만큼 맛집들이 늘어서 있지는 않다. 몇몇 횟집에서 실치 맛은 볼 수 있다.
  • 코로나19가 연출한 ‘진풍경’ ...관공서 투명 가림막 설치

    코로나19가 연출한 ‘진풍경’ ...관공서 투명 가림막 설치

    침방울(비말)로 퍼지는 코로나19 감염을 예방하고자 관공서 등에서 ‘투명 가림막’ 설치가 잇따르고 있다. 주민과 공무원의 직접적인 접촉을 최소화해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고 재난대응의 주체인 행정기관이 마비돼 업무 공백이 생기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이다. 부산 동래구는 최근 구청사와 13개 동 주민센터 민원 창구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했다. 이 가림막은 투명한 아크릴 재질로 만들어져 상대방을 볼 수 있고 침방울 등의 확산은 차단한다. 부산 동구도 지난 23일부터 구청 종합 민원실과 12개 동 주민센터 민원창구에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예방에 앞장서고 있다. 투명 가림막은 가로60cm, 세80cm 크기로 모두 82개가 설치됐다.아랫부분에 공간을 확보해 민원서류를 주고받는데 불편이 없으며 침이 튀는 것을 막고 일정거리를 유지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민원인은 “민원창구에 투명가림막이 설치돼 코로나 바이러스의 주된 감염경로로 알려진 비말감염으로부터 보호되는 느낌”이라고 만족해 했다. 대인 밀접 접촉을 막기 위해 부산시 등 관공서 구내식당 들은 식탁에 칸막이를 세우거나 한 칸씩 자리를 띄워 앉도록 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구내식당 식탁에 독서실과 같은 개인 칸막이를 설치했다. 부산시교육청도 24일 청사 구내식당 식탁에 칸막이를 만들었다. 또 지난 2일부터 직원들의 구내식당 식사 시간을 오전 11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3교대로 분산 조정, 시행하고 있다. 부산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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