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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치광장] 코로나시대 행정을 ‘건강·가족·녹지‘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자치광장] 코로나시대 행정을 ‘건강·가족·녹지‘로/유성훈 서울 금천구청장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개월. 재난영화에서나 보던 일들이 일어났다. 유례없는 팬데믹은 삶의 방식을 바꿔 놓았다. 퇴근 후나 주말의 모임을 주저하게 되고, 축하와 위로가 필요한 자리에 초대와 참석을 고민하게 됐다. 비대면 업무가 증가했고, 여행보다 거주지 근처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다. 일상생활의 근간이 감염병 예방 수칙을 지키는 일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안전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다. 주민들은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소공원 산책과 같은 활동이 많이 늘었다고 한다. 도시의 패러다임이 소지역 생활권 단위로 바뀌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따른 새로운 행정 패러다임의 정립이 절실하다. 금천구는 그동안 G밸리를 기반으로 일자리와 주거지 재생·발전이 중심이 된 자족도시를 추구해 왔다. 이제는 생활방역 시대를 맞아 주민들이 누릴 수 있는 생활권 기반의 행정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금천구는 다양한 형태의 위험 요소로부터의 안전, 가족, 녹지의 가치에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금천구는 관악산의 줄기인 호암산과 한내천(안양천)을 끼고 있어 내 집 앞 휴식공간 마련에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안양천 파크골프장, 호암산에 있는 순환형 힐링 코스, 테마풍경길처럼 몸과 마음의 쉼을 위한 다양한 그린 사회간접자본(SOC)을 구축할 예정이다. 지난 25회 구민의 날에는 문화도시 비전을 선포했고, 어디에서든 가족과 함께 문화와 여가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별 특색을 살린 1동 1도서관과 종합커뮤니티센터인 금나래문화체육센터를 활성화하고 생활SOC 복합시설인 가족센터, 서서울미술관의 건립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안전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감염병예방관리센터와 대형종합병원 건립을 통해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금천은 주거지와 산업단지가 혼재돼 있고, 신구시가지가 공존하는 서남권의 관문도시이자 복합도시다. 행정기관은 늘 변화 속에서 새로운 행정 수요를 발견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금천의 선택은 그린 뉴딜 정책의 적극적인 실현과 ‘건강과 가족, 그리고 녹지’를 갖춘 생활권 도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 ‘펀드 돌려막기’‘작정한 사기극’… 권력형 게이트로 번졌다

    ‘펀드 돌려막기’‘작정한 사기극’… 권력형 게이트로 번졌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등을 담당하는 각 언론사 법조팀 소속 기자들은 오전에 업무를 시작하기 전 먼저 3가지를 확인하곤 한다. 언론사들이 밤과 새벽 사이에 쏟아 낸 옵티머스자산운용 수사 관련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살펴보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폭탄’이 터질 수 있는 일정 여부를 체크한다. 그리고 검찰 내부 게시망인 ‘이프로스’에 새로 올라온 검사의 글은 없는지 수소문하다 보면 어느새 ‘오전 발제’ 마감 시간이 다가와 머리가 아득해진다. 이런 아침 풍경은 라임자산운용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을 출입처로 삼은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정치권, 재계 등에서도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맥락이나 실체를 파악하기가 어려운 만큼 중간 점검 삼아 사건의 시작과 지금까지의 전개 과정 등을 살펴본다.●피해 규모 각각 1조 6000억·1조 2000억 8일 법조계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흔히 라임·옵티머스 사태로 통칭되는 두 사건은 사모펀드를 통해 대규모 투자금을 유치한 뒤 각각 내부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펀드 돌려막기’ 수법으로 자금을 굴리다가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외형상 비슷하다. 피해 규모는 라임 1조 6000억원, 옵티머스 1조 2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두 사건을 뜯어보면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 라임은 2017년 11월 첫 펀드를 출시한 이후 투자자들에게 안내한 목적과 용도에 맞게 투자했지만 투자사 상장폐지와 투자 사기 등으로 손실이 발생하자 다른 펀드에 투자된 돈을 부실펀드로 돌려 막는 ‘폰지 사기’(돌려막기식 다단계 금융 사기)에 이르렀다. 결과적으로 라임은 정상적 금융투자업으로 출발했지만 투자 손실 은폐와 무리한 투자 유치의 반복 끝에 금융 범죄로 전락한 사업에 가깝다. 반면 라임에 이어 터진 옵티머스 사태는 지금까지 진행된 검찰 수사 내용을 종합하면 사업의 목적 자체가 ‘한탕’을 노린 금융 사기로 확인된다. 2017년 6월 주주총회에서 이혁진(53·미국 도피 중) 전 대표를 밀어내고 김재현(50·구속 기소) 대표 체제를 구축한 옵티머스는 이후 안전한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하면서도 은행 이자보다 높은 연 2.8%의 수익을 약속하며 공격적으로 펀드를 발행했다. 옵티머스가 지난해 7월 이후 판매해 환매 중단된 46개 펀드상품에 모인 투자금은 모두 5227억원.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다던 약속과는 달리 이 자금을 모두 산하 6개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사모사채로 돌렸다. 각 법인은 아트리파라다이스, CPNS, 대부디케이에이엠씨, 라피크, 블루웨일, 충주호유람선 등으로 모두 옵티머스의 지배구조에 놓인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와 대부업체 등으로 구성됐다. 옵티머스는 6개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1차 돈세탁을 한 후 다시 유령회사인 트러스트올과 셉틸리언 등으로 돈을 분산시킨 뒤 600곳이 넘는 투자처로 자금을 퍼트린 것으로 파악됐다. 옵티머스 설립 초기의 한 임원은 “크게 ‘한탕’할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며 옵티머스 관계사 지분 양도 등을 미끼로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범죄 수사에서 정치인 수사로 확대 라임·옵티머스 사태는 모두 천문학적 피해 규모로 이미 금융시장에서는 책임자 처벌과 피해 회복 목소리가 들끓었지만 일부 정치인의 이름이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일순간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 증폭됐다. 공교롭게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두 사건 모두 정부·여당 정치인 연루 의혹이 제기됐고, 정치적 반격의 호기를 맞은 국민의힘 등은 당장 검찰 출신 의원 등이 포함된 ‘라임·옵티머스 권력 비리 게이트 특별위원회’를 조직해 정권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라임 수사와 관련해 지난 2월 “라임을 살릴 회장님이 어마어마한 로비를 한다”, “청와대까지 로비를 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됐다. ‘라임을 살릴 회장님’은 구속 기소된 김봉현(46)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 실제 금융감독원 출신 김모 청와대 행정관이 김 전 회장에게 37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이어 김 전 회장과 광주MBC 사장 출신인 이강세(58·구속 기소) 스타모빌리티 대표 조사 과정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상호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라임 측의 로비를 받은 인물로 지목됐다. 강 전 수석은 이 대표를 통해 김 전 회장이 건넨 5000만원을 받았고, 기 의원은 김 전 회장으로부터 3000여만원의 불법 정치자금과 맞춤형 양복을 받았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이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3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7월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의 옵티머스 수사는 지난달 옵티머스의 배후에 정부·여당 인사가 있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 내용이 알려지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김 대표가 지난 5월 금감원 현장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해당 문건에는 “이혁진 문제의 해결 과정에서 도움을 줬던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이 프로젝트 수익자로 일부 참여하고 펀드 설정 및 운용 과정에도 관여되다 보니 정상화 전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옵티머스의 비자금 저수지로 지목된 셉틸리언의 최대주주가 이미 구속된 윤석호(43·변호사) 옵티머스 이사의 아내인 이진아(36·변호사) 전 청와대 행정관으로 확인되면서 권력형 게이트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 전 행정관은 청와대 재직 당시에는 옵티머스 지분 9.8%를 차명 보유하고, 해당 지분 역시 김 대표로부터 받은 돈으로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옥중 폭로’ 라임 vs ‘자중지란’ 옵티머스 정부·여당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던 두 사태는 최근 들어 조금씩 전세가 뒤바뀌는 모양새다. 라임 수사는 김 전 회장의 ‘옥중 폭로’로, 옵티머스 수사는 옵티머스 핵심 피고인 4인방이 각각 구속 수감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그간 라임 사태의 ‘몸통’으로 지목됐던 김 전 회장은 지난달 16일 서울신문에 보낸 자필 입장문을 통해 “야당 인사에게 금품 로비를 했고, 현직 검사에게도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또 “검사 출신 변호사가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다.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회유했다”며 “검찰에 야당 인사에 대한 금품 로비도 진술했으나 여당 인사에 대한 수사만 진행됐다”는 폭로도 덧붙였다. 이는 지난달 19일과 22일 각각 서울고검과 대검찰청 국정감사를 앞두고 나왔다. 당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검찰청 국정감사는 라임·옵티머스 수사와 관련한 야당의 집중포화가 전망됐지만 김 전 회장의 폭로를 계기로 여당인 민주당의 역공이 쏟아졌다. 추 장관은 김 전 회장의 폭로 당일 관련 의혹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데 이어 “검찰총장이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총장을 해당 수사 지휘·보고 라인에서 배제하는 초강수를 뒀다. ●추미애 vs 윤석열 갈등 구도까지 겹쳐 옵티머스 수사는 정부·여당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윤 총장이 특별수사단급으로 수사팀 확대를 지시하면서 수사검사가 19명으로 늘었지만 현재까지는 전 금감원 간부들과 이 전 행정관 정도가 수사 선상에 올랐을 뿐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가족이 5억원,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 1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두 사람 모두 “거래하던 증권사 직원의 권유에 따른 단순 투자”라고 해명했다. 옵티머스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 대표는 “정관계 로비 의혹은 책임을 모두 나에게 떠넘기기 위한 윤 이사의 거짓말”이라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문건에 쓴 ‘정부·여당 인사’와 관련해 “이 전 행정관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며 “윤 이사가 ‘로비 리스트’라고 검찰에 제공한 자료는 평소 사업을 위해 수집해 둔 전화번호부일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임·옵티머스 사건은 법조계를 넘어 정치적 사안으로 확장된 상태다. 공교롭게도 추 장관 등 여권과 윤 총장 등의 갈등 구도까지 겹쳐졌다. 검찰 수사로 온전히 규명될 수 있을지 그리고 수사 결과를 신뢰할 수 있을지 등의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야권뿐 아니라 국민들 사이에서도 특별검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백악관 앞 “트럼프, 당신 해고야”… 충격받은 중부“선거 안 끝났다”

    백악관 앞 “트럼프, 당신 해고야”… 충격받은 중부“선거 안 끝났다”

    7일 밤(현지시간) 조 바이든 당선인이 델라웨어주 윌밍턴에서 승리 연설을 시작하자 워싱턴DC ‘BLM플라자’에 모인 수천명의 지지자들은 대형 스피커로 들으며 함성을 질렀다. 지난 6월 흑인시위가 가장 거세게 일었던 갈등의 장소였지만 이날은 승리를 기뻐하는 지지자들의 해방구였다. 바이든 당선인이 “우리는 반대일 수 있지만 적은 아니며 우리는 (모두) 미국인”이라고 말하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당신 해고야’라고 쓴 게시판이 백악관 방향 철조망에 붙었고 ‘사랑을 위한 승리’, ‘바이든이 해냈다’ 등의 피켓도 눈에 띄었다. ‘당신 해고야’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4년부터 NBC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며 만든 유행어다. 백악관 앞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의 지지자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백악관 근처 도로에서 자동차 선루프를 열고 몸을 내밀어 성조기를 흔들던 한 백인 여성은 “끝났다! 도널드 트럼프는 끝났다!”고 외치기도 했다. 워싱턴DC에 거주하는 흑인 유권자들의 환호도 컸다. 워싱턴DC는 흑인 비중이 46%에 달하는 지역이다.전날만 해도 일부 집회 참가자와 몸싸움을 벌였던 경찰들도 이날은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고 일대 교통은 모두 통제됐다. 워싱턴DC만이 아니라 뉴욕과 시카고, 애틀랜타, 로스앤젤레스 등 각 지역 대도시를 중심으로 바이든 당선을 축하하는 인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춤을 추고 환호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의 와튼스쿨 부정입학 의혹 등 가족 비사 폭로 저서를 출간한 트럼프 조카 메리는 샴페인잔을 들고 ‘바이든-해리스’라고 적힌 모자를 쓴 채 해변에 앉은 자신의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축배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각을 세웠던 CNN은 가장 먼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예측했다. CNN에 출연하는 정치평론가 겸 변호사 밴 존스는 이날 생방송에서 바이든 승리에 감격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연출했다. 반면 친트럼프 성향 보수 언론 폭스뉴스는 주요 매체 중 가장 늦게 민주당 승리를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바이든 당선 확정 소식이 전해진 직후 노스다코타주 비스마크의 주 의사당 앞에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 부정’ 규탄 시위를 열었다. 시위에 참여한 찰스 터틀은 “이런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 결과가 유효하다면 오늘은 미국에 슬픈 날”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복음주의 기독교계도 대선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 유명 목사인 프랭클린 그레이엄은 이날 “선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법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서울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평일 오후 3시, 앙코르만 30분…조성진의 ‘도발’ 찐감동이 ‘만발’

    평일 오후 3시, 앙코르만 30분…조성진의 ‘도발’ 찐감동이 ‘만발’

    4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던 예술의전당이, 평일 오후에 이토록 북적인 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콘서트홀 주변을 가득 메운 인파는 그 자체로 설렘을 줬다. 2018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금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치열한 예매 전쟁을 뚫고 모인 또 다른 ‘금손’들이었다. 공연 한 시간 반 전부터는 친필 사인 음반을 사러 100여명이 줄을 서며 아이돌 콘서트 현장 느낌을 풍겼다. 단정한 검은 정장 차림으로 성큼성큼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마스크 위로 반짝이는 눈들과 반갑게 인사한 뒤 앉아 피아노 건반을 손수건으로 스윽 문질렀다. 이어 슈만의 ‘숲의 정경’을 시작하며 객석을 청량한 숲으로 인도했다. 독일 극작가 하인리히 라우베의 ‘사냥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숲을 묘사하는 9개 곡으로 구성됐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의 입구로 들어섰지만 사냥꾼과 저주받은 장소를 마주하기도 하고, 새소리를 지나 이별의 쓸쓸함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했다.조성진은 이어 이번 전국투어 무대마다 공통적으로 선보인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로 공연을 정점으로 이끌었다. 폴란드의 드뷔시라고도 여겨지는 작곡가이지만 유럽 무대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다. “베토벤만큼 좋은 곡을 썼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길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담긴 선택이 객석에도 통했다. 기계음이 켜진 듯 다소 그로테스크한(괴기스러운) 음이 반복되기도 하고 피아니스트의 손이 건반 양 끝을 힘차게 오간다. 조성진의 넘치는 에너지와 눈을 뗄 수 없는 테크닉은 이 낯선 곡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강렬함과 섬세함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찰랑이는 머리와 쿵쿵 페달을 밟는 발소리도 원래 악보에 적혀 있던 것처럼 음악이 됐다. 새로움을 흡수하느라 한껏 집중하고 긴장됐던 흐름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으로 사르르 녹았다. 지난 5월 발매한 앨범 ‘방랑자’의 수록곡으로 귀에 익은 선율을 경쾌하면서도 힘있게 이어 갔다. 지난 4월 도이치 그라모폰 중계로 온라인으로 선보일 때보다 알차고 깊어진 느낌이었다. 인터미션 없이 세 작품을 전력질주한 조성진은 앙코르에서 또 한 번 객석을 놀라게 했다.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전곡을 30분 동안 연주한 것이다. 2018년 1월 앙코르로 40분에 달하는 쇼팽 발라드 전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대구에선 쇼팽 녹턴과 스케르초를 연달아 다섯 곡 선사하면서 앙코르를 ‘3부’로 끌고 가는 그다운 진행이다. 어렵게 다시 만난 관객들에게 선물을 주듯 무대를 마친 조성진은 여러 차례 객석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박수를 보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로가 가해자 될 수 있는 아파트, 그 이웃

    서로가 가해자 될 수 있는 아파트, 그 이웃

    아파트에서 칼부림이 발생했다. 사람들은 모두 작은 소리에도 민감해하며 보복소음을 불사했던 1111호 여자를 가해자로 지목한다. 그러나 칼을 든 이는 1111호와 끊임없이 얼굴을 붉히던 1112호 여자였고, 그 칼에 맞은 사람은 시험공부를 하러 친척집에 와 있던 1212호네 조카다. 정소현 작가의 소설 ‘가해자들’은 현대인들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바람 잘 날 없는 공간인 아파트를 배경으로 한 ‘호러 서사’ 같다. 근데 한 집 한 집 뜯어보면 우리 주변에서 흔히 봤음 직한 일들이다. 사람들이 유난스럽다며 손가락질하는 1111호 여자는 힘들게 재혼 가정을 꾸린 처지였다. 싹싹한 아내와 엄마, 며느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지만 “너를 믿을 수 없다”는 시어머니의 날 선 눈초리에 여자는 아이를 낳은 지 8년 세월이 지나 느닷없이 ‘산후풍’에 걸린다. 냉장고 냉기에도 극심한 한기를 느끼고, 소리에 예민한 여자는 소음의 발원지인 윗집을 저주한다. 1211호는 생전 시어머니와 절친한 사이이기도 했다. 한편 옆집 여자도 오래 거주한 자신의 집에서 언제부터인가 미세한 소음을 감지한다. 그 소리가 위층 소음에 대응하는 1111호의 보복소음인 것을 알고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화살은 서로를 겨냥하게 되고 1112호는 평온한 일상을 잃고 공격적인 성향으로 돌변하게 된다. 집에 머무는 여자들의 아우성에 대응하는 건 남성들의 무심함이다. 층간소음 문제로 옆집과 걷잡을 수 없는 갈등 상황에 치닫지만 남편들은 방관자에 가깝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로 만나서는 술 한잔에 호형호제하며 곧 아내들이 예민하다고 치부하고 넘겨 버린다. 소설이 먼저 드러내는 건 서로가 서로의 가해자가 되는 살풍경한 이웃 사회지만, 이해와 공감이 사라진 가정이 문제의 기저 원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인물들의 속내를 가감 없이 보여 주는 대사들, 속도감 있는 필치로 가독성이 뛰어난 소설이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다음 무대 피날레를 앙코르로… ‘평일 오후 3시’ 조성진의 특별한 선물

    다음 무대 피날레를 앙코르로… ‘평일 오후 3시’ 조성진의 특별한 선물

    4일 오후 3시 서울 예술의전당. 코로나19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던 예술의전당이, 평일 오후에 이토록 북적인 적이 있었을까 싶을 만큼 콘서트홀 주변을 가득 메운 인파는 그 자체로 설렘을 줬다. 2018년 1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국내 팬들을 만나는 ‘금손’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리사이틀을 보기 위해 치열한 예매 전쟁을 뚫고 모인 또 다른 ‘금손’들이었다. 공연 한 시간 반 전부터는 친필 사인 음반을 사러 100여명이 줄을 서며 아이돌 콘서트 현장 느낌을 풍겼다. 단정한 검은 정장 차림으로 성큼성큼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마스크 위로 반짝이는 눈들과 반갑게 인사한 뒤 앉아 피아노 건반을 손수건으로 스윽 문질렀다. 이어 슈만의 ‘숲의 정경’을 시작하며 객석을 청량한 숲으로 인도했다. 독일 극작가 하인리히 라우베의 ‘사냥일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숲을 묘사하는 9개 곡으로 구성됐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숲의 입구로 들어섰지만 사냥꾼과 저주받은 장소를 마주하기도 하고, 새소리를 지나 이별의 쓸쓸함까지 다채로운 풍경을 선사했다. 조성진은 이어 이번 전국투어 무대마다 공통적으로 선보인 시마노프스키의 ‘마스크’로 공연을 정점으로 이끌었다. 폴란드의 드뷔시라고도 여겨지는 작곡가이지만 유럽 무대에서도 만나기 어려운 작품이다. “베토벤만큼 좋은 곡을 썼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길 좋아한다”는 그의 취향이 담긴 선택이 객석에도 통했다.기계음이 켜진 듯 다소 그로테스크한(괴기스러운) 음이 반복되기도 하고 피아니스트의 손이 건반 양 끝을 힘차게 오간다. 조성진의 넘치는 에너지와 눈을 뗄 수 없는 테크닉은 이 낯선 곡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했다. 세헤라자드, 광대 탄트리스, 돈 쥬앙의 세레나데가 역동적으로 이어지는 동안 강렬함과 섬세함을 자유롭게 변주하며 찰랑이는 머리와 쿵쿵 페달을 밟는 발소리도 원래 악보에 적혀 있던 것처럼 음악이 됐다. “귀에 꽂히는 멜로디는 없지만 듣다 보면 계속 생각나는 음악”이라는 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새로움을 흡수하느라 한껏 집중하고 긴장됐던 흐름은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으로 사르르 녹았다. 지난 5월 발매한 앨범 ‘방랑자’의 수록곡으로 귀에 익은 선율을 경쾌하면서도 힘있게 이어 갔다. 지난 4월 도이치 그라모폰 중계로 온라인으로 선보일 때보다 알차고 깊어진 느낌이었다. 인터미션 없이 세 작품을 전력질주한 조성진은 앙코르에서 또 한 번 객석을 놀라게 했다. 리스트의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전곡을 30분 동안 연주한 것이다. 2018년 1월 앙코르로 40분에 달하는 쇼팽 발라드 전곡을 연주하는가 하면 지난달 30일 대구에선 쇼팽 녹턴과 스케르초를 연달아 다섯 곡 선사하면서 앙코르를 ‘3부’로 끌고 가는 그다운 진행이다. 어렵게 다시 만난 관객들에게 선물을 주듯 무대를 마친 조성진은 여러 차례 객석을 찬찬히 둘러보면서 함께 박수를 보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코로나 시대, 화상채팅할 산타 모집합니다”…시급은 얼마?

    “코로나 시대, 화상채팅할 산타 모집합니다”…시급은 얼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크리스마스 풍경까지 바꿔 놓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캐나다의 한 회사는 온라인으로 활동할 산타클로스 모집 공고를 내 화제를 모았다. 미국과 캐나다에 거주하는 어린이들에게 산타가 되어줄 가상의 산타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고용되는 산타는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해 어린이들과 만날 예정이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대형 쇼핑몰 등에서 산타 역할을 할 직원을 고용해 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를 펼쳐왔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상점들이 문을 닫거나 거리두기를 권고하고 있어 사실상 산타클로스 이벤트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에 코로나 시대에 맞는 산타 이벤트를 벌이기 위해 온라인 산타 모집에 나섰다. 회사 측은 산타 고용 기준에 대해 “산타의 특징을 살린 모습을 구현할 수 있고, 밝은 에너지와 ‘호 호 호’하는 산타의 특징적인 웃음 소리를 흉내내야 한다”며 “어린이들과 대화할 때 필요한 기발한 질문들과 답변을 준비해야 하며 장난감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합격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덧붙어 접속이 끊기지 않도록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돼 있어하 하며, 업데이트 된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마이크와 웹 카메라 역시 필수로 준비해야 한다. 시급은 캐나다 달러로 25달러(약 2만 1500원)이며, 고용 후 크리스마스 이브까지 활동한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동심, 예술을 꽃피우다

    동심, 예술을 꽃피우다

    미술관에는 어린 화가들의 그림이 걸렸고, 옛 탄약정비공장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됐다. 문 닫은 초등학교 운동장은 야외 예술놀이터로, 교실은 예술교육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강원 홍천군에서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8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초 어린이 시각예출축제 ‘강원키즈트리엔날레 2020’의 풍경이다. 강원키즈트리엔날레는 폐교, 군 유휴지 등을 활용해 지속 가능한 지역 예술 기반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강원국제예술제의 3년 행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첫 행사로 강원작가전이 열렸고, 올해 강원키즈트리엔날레에 이어 내년에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린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도내 시군에서 3년 주기로 순회 개최한다. 이번 행사의 주제는 자연, 환경, 평화의 메시지와 어린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결합한 ‘그린 커넥션’이다. 등록문화재인 군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홍천미술관에는 13세 이하 미술영재, 발달장애 아동의 그림들과 공모전 수상작 등 50여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한젬마 예술감독은 “재능 있는 아이들에게 박수를 쳐 주고,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술관으로 ‘모셔 왔다’”면서 “관람객들이 이곳을 제일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군 유휴시설인 탄약정비공장 안팎에선 ‘아트탄약’ 전시가 펼쳐진다. 임옥상의 ‘평화의 나무’와 탱크를 꽃으로 뒤덮은 최정화의 ‘그린 커넥션’ 등 메시지 강한 야외 공공미술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공장 내부에는 에바 알머슨, 홍원표, 지누박 등 국내외 작가들이 직접 개발한 예술 체험 패키지 ‘아티스트박스’가 마련됐다. 2015년 폐교된 와동분교는 한석현의 작품 ‘다시, 나무’, 빠키의 벽화 작업 등과 더불어 교실마다 자연, 환경 등을 주제로 특색 있게 꾸몄다. 강원국제예술제를 주관하는 김필국 강원문화재단 대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홍천미술관은 어린이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와동분교는 아트스쿨와동으로 상설 운영한다”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지역 예술 거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천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그르니에를 그르니에답게 말맛까지 살려 내는 게 번역”

    까딱 잘못하면 눈으로만 읽게 된다.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수차례 반복해도 문장의 뜻을 알까 말까다. 알베르 카뮈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에세이 ‘섬’. 1980년 처음 초역 출간됐던 책이 40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번역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던 30대 젊은 교수는 이제 70대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인도 어렵다는 책을 다시 내놓고 싱글싱글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모든 문장을 다 100% 이해하며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리라고 짐작하는 거지.” ‘섬’을 읽으며 헤맸을 법한 독자에겐 ‘안심되는’ 고백이다. 그는 “전엔 살짝살짝 고쳐서 독자한테 친절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글이 가지고 있는 맛은 변질된다”며 ‘떠먹여 주는 번역’은 지양하고, 그르니에 특유의 금욕적이고 비밀스러운 문장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40년 세월 동안 독자도 더 현명해졌으리라고 가정하는 거죠.”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카뮈가 ‘아무런 회한도 없이,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한다’(15쪽)는 책, 젊은 김 교수를 매혹시켰던 그르니에의 문장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사이의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 나가듯” 이야기하는 게 그의 글이다. “말이 섬 같아요. 한 문장이 섬이고 그 사이에 바다가 있어요. 말하는 것을 통해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말하는, 그런 책이에요.” 가령 ‘말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 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29쪽, ‘공의 매혹’)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그르니에를 두고 김 교수는 ‘견고한 통나무나 대리석을 더이상 깎을 수 없을 때까지 깎아 내어 진면목을 찾아내는 조각가’(176~177쪽)라고 평했다.그르니에가 한국에 소개되기까지는, 그르니에와 카뮈 같던 평생의 사제 관계 덕이 컸다. “출판사 다섯 군데에서 퇴짜를 놨는데, 때마침 고등학교(경기고) 때 은사였던 이어령 선생님이 나한테 ‘문학사상’ 편집위원을 하래요. 그때 그르니에의 ‘공의 매혹’, 바슐라르의 ‘수련’을 번역해 잡지에 소개했는데 독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보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가지고 왔던 그 원고가 ‘문학사상’에 실은 그 사람 글이오? 빨리 가져와요.”(180쪽) 파트리크 모디아노, 크리스토프 바타유 등 수많은 프랑스 문호들의 책 120여권을 번역했지만 김 교수는 ‘프로 번역가’라는 말 대신 ‘책을 선택하는 사람’이길 원한다. 번역으로 벌어먹지 않고,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책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평생 해 왔던 강의와 연구, 번역과 시작(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 무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까.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웃음) 그냥 바깥을 내다보고 있을 때, 세상이 내 속으로 흘러드는 것 같을 때…. 그러다 그 생각이 원고지로 옮겨질 때가 좋고, 너무 심심하면 번역도 좋아요.” 그는 그날도 모디아노의 소설 ‘잠자는 추억’의 원고를 막 출판사에 넘기고 나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빛공해, 사람도 생태계도 아파요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빛공해, 사람도 생태계도 아파요

    고층빌딩이나 높은 산에서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서울 시내 풍경을 보노라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이 나옵니다. 실제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것 중 하나도 서울의 야경이라고 합니다. 1879년 토머스 에디슨이 미국 뉴저지 멘로파크 연구소에서 백열전구를 공개했을 때만 해도 지금 같은 도시의 밤풍경은 상상도 못 했을 것입니다. 이후 다양한 인공조명이 발명돼 인간의 활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 들어 야간 인공조명으로 인한 문제들이 점점 불거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우선 영국 엑서터대 환경·지속가능성연구소, 생태보존센터, 프랑스 집단생물학연구센터, 국립농업연구소, 몽펠리에대 공동연구팀은 126건의 관련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 야간 인공조명이 동물은 물론 식물들의 호르몬 수치, 번식 주기, 생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4일 밝혔습니다. 메타분석은 비슷한 주제로 연구된 문헌들을 통계적으로 통합하거나 비교해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 내는 연구 방법입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생태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학’ 11월 3일자에 실렸습니다. 인공조명 때문에 생체주기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멜라토닌 수치가 감소하고 야행성 동물들의 활동 시간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주행 중인 자동차 불빛으로 날아들었다가 죽는 곤충들도 늘고 있으며, 인공조명을 햇빛으로 착각해 각종 이상 행동을 보이는 동물들도 증가했다고 합니다. 식물은 인공조명 때문에 계절에 맞지 않게 싹을 틔우거나 꽃을 피우기도 한다고 합니다. 벌과 나비 같은 곤충도 인공조명으로 생체리듬이 교란되면서 식물 가루받이를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도 합니다.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는 인공조명이 영향을 주는 범위와 빛의 강도가 최근 1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매년 2% 이상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입니다. 미국 북텍사스보건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메디컬센터 정신의학교실, 뇌과학연구소, 일본 쓰쿠바대 통합수면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빛공해로 인한 수면 부족이 각종 중독 증상을 촉발한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e뉴로’ 11월 2일자에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밤과 낮 생체주기가 12시간인 암수 생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은 정상 생체주기를 유지하도록 하고, 다른 집단은 8시간만 자도록 해 수면 부족을 유도했습니다. 그다음 코카인이 섞인 식사와 일반 식사를 동시에 제공한 뒤 선호도를 관찰한 결과 수면 부족을 겪은 생쥐들이 코카인에 쉽게 중독된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수면 부족으로 인한 중독 증상은 뇌 속 시상하부 ‘오렉신’이라는 물질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오렉신이 증가하는데 오렉신은 잠 부족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갖가지 중독에 빠지기 쉬워진다는 것이지요. 2015년 미국 의학협회는 인공조명이 암, 당뇨, 심혈관질환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인공조명 노출을 줄이라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습니다. 어둠에 대한 인간의 원초적 두려움을 없애 준 인공조명은 이제 부메랑이 돼 인간은 물론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습니다. 과학자들의 지적처럼 이제는 인공조명을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와 비슷한 관점에서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edmondy@seoul.co.kr
  • 아스라이 청풍호 물안개 너머, 울긋불긋 참 곱다

    아스라이 청풍호 물안개 너머, 울긋불긋 참 곱다

    내륙의 호반도시 충북 제천에 가을이 한창이다. 예년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지만, 제천까지 와서 단풍 구경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계절에 가볼 만한 제천의 단풍 명소를 몇 곳 추렸다. 제천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내륙의 바다’ 청풍호를 찾아야 한다. 봄에는 벚꽃이, 가을에는 단풍이 호반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알려졌듯 청풍호는 제천권역의 충주호를 달리 부르는 이름이다. 이 지역에서 자칫 ‘충주호’를 입 밖에 냈다가는 눈총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시길.●비봉산 정상… 청풍호 일대가 360도 파노라마 봄의 청풍호는 드라이브가 제격이다. 딱 눈높이에서 펼쳐지는 벚꽃의 향연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다. 단풍 시즌엔 다소 다르다. 울긋불긋해진 산 전체를 조망하려면 높이 올라야 한다. 등산이 싫은 사람이라도 걱정할 건 없다. 비봉산이 있기 때문이다. 비봉산은 ‘내륙의 바다’ 가운데쯤에 솟아오른 산이다. 천혜의 전망대로 손색이 없다. 정상에 서면 청풍호 일대가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고도는 531m 정도지만 사방에 높이를 견줄 만한 산이 없어 주변 풍경을 돌아가며 눈에 담을 수 있다. 정상까지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모노레일과 케이블카. 모노레일은 이미 알려진 제천의 효자 상품이고, 케이블카는 지난해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물태리에서 정상까지 2.3㎞ 구간을 왕복한다. 오르내릴 때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번갈아 이용해도 된다. 모노레일이 산비탈을 올라가며 맛보는 짜릿한 스릴이 압권이라면, 케이블카는 고도를 높일 때마다 달라지는 청풍호 일대의 풍경이 일품이다. ●거대한 암벽에 안긴 정방사… 월악산 한눈에 호반 드라이브로 만나는 단풍도 서정적이다. 정방사는 청풍호 나들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집이다. 거대한 암벽에 안긴 절집의 자태도 좋지만 그 아래 펼쳐지는 풍광은 훨씬 빼어나다. 대웅전 앞에 서면 멀리 월악산과 푸른 바람 일렁이는 청풍호 일대가 한눈에 잡힌다. 바위와 호수,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을 보려면 능강계곡 쪽으로 가는 게 좋다. 제천이 추구하는 관광 마케팅 포인트는 ‘물의 도시’다. 내륙의 바다 청풍호와 국내 최고 저수지인 의림지(명승 20호) 등을 끼고 있는 이점을 살리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된다. 제천의 여행지도를 바꾸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른바 ‘신상 여행지’ 3곳 역시 모두 물과 관련돼 있다.제천 중심부에 조성한 ‘달빛정원’은 낙후돼 가는 원도심에 낭만의 옷을 입힌 여행지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상가들이 밀집된 도심 340m 거리에 수로를 만든 뒤, 방문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인터랙티브 조명, LED영상 시설 등을 설치했다. 낮보다는 밤에 찾아야 한결 더 낭만적이다. 이 일대에 제천의 독특한 먹거리인 ‘빨간 오뎅’을 파는 집들이 많다. 주전부리 삼아 먹으며 다녀도 좋겠다. ●오래된 저수지 의림지… 아찔한 유리전망대 의림지는 제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저수지 중 하나로, 삼한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의림지에 살 떨리는 관광 시설물이 들어섰다. 용추폭포 유리전망대다. 용추폭포는 의림지 무너미에 조성된 인공폭포다. 폭포 위에 있던 예전 콘크리트 다리를 걷어내고 유리전망대를 새로 만들었다. 전망대는 이름처럼 바닥이 강화 유리다. 발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일부는 매직유리다. 평상시엔 반투명이다가 관광객이 발을 디디면 ‘짠~’ 하고 투명유리로 바뀐다. 발아래 폭포가 범의 아가리처럼 드러나는 장면이 제법 섬뜩하다. 밤에 특히 그렇다. 스릴 있는 공간이 필요한 젊은 연인들에게 딱일 듯하다.코로나19로 폐쇄됐던 의림지역사박물관도 문을 열었다. 건물 앞은 물의 정원이다. 잔잔한 물 조형물 덕에 차분하게 정돈되는 느낌을 준다. 박물관 주변에 쉴 만한 공간도 있다. 특히 ‘누워라 정원’이 인상적이다. 여러 설치미술 작품 사이에 해먹 등의 시설물들을 배치했다. 다리쉼을 해도 좋고 따스한 가을 햇살 받으며 쪽잠을 청해도 좋겠다. 의림지 위에 있는 솔밭공원에도 수로를 만들었다. 오래된 노송들 사이로 시냇물이 졸졸 흘러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솔밭공원엔 반려견과 함께 찾는 이들이 특히 많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켜켜이 쌓아올린 절경 속, 선비의 단심을 엿보다

    켜켜이 쌓아올린 절경 속, 선비의 단심을 엿보다

    충북 제천에 갈 때마다 의아했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용하구곡’(用夏九曲)의 존재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제천 역시 대표 여행지를 묶어 10경이란 걸 정해 뒀는데 용하구곡은 그중 하나다. 한데 월악산국립공원 안에 있다는 것만 확인될 뿐, 제6경으로서의 위상을 확인할 실체를 볼 수는 없었다. 이유는 하나다. 비법정 탐방로, 쉽게 말해 들어갈 수 없는 곳에 있기 때문이다.용하구곡은 조선 말기를 살았던 한 선비의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새겨진 곳이다. 한일병탄으로 나라가 무너지자 절명시를 남긴 채 곡기를 끊어 스스로 생명을 거뒀던 선비는 생전에 이 계곡을 무대로 의병을 일으키고, 후대를 위해 강학을 펼쳤다. 그 흔적이 여태 남아 있다. 다른 여행지와 달리 용하구곡은 독자들과 함께 갈 수 없다. 그러니 이번 여정은 용하구곡의 실체를 확인하고 이를 전달하는 의미만 갖는다. 용하구곡은 월악산 남쪽의 만수봉(983m)과 문수봉(1162m) 사이에 있다. 충북과 경북을 가르는 대미산(1115m)에서 발원한 너부내(광천)가 흐르며 만든 계곡이다. 계곡 주변은 1000m가 넘는 준봉들이 둘러치고 있다. 월악산 주봉인 영봉(1097m)보다 높은 봉우리가 한둘이 아니다. 계곡의 전체 길이는 16㎞ 정도. 행정구역인 억수리 이름을 따 억수계곡으로도 불린다. 용하구곡을 지은 이는 의당 박세화(1834~1910)다. ‘용하’(用夏)는 ‘맹자’의 ‘등문공상’ 편에서 가져온 단어다. 하나라의 문화로 오랑캐(일제)를 변화시키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의당과 후학들의 초상화를 모신 병산영당의 관리자인 양승운 대유출판 대표는 “조선 말 자주성을 상실한 현실을 위정척사·존화양이 사상으로 물리치고, 국권을 회복하자는 소망을 담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용하구곡을 정한 건 의당의 나이 64세 되던 1898년이다. 그는 구곡에 대해 “주자의 무이구곡처럼 도에 나가기 위한 순서를 읊은 것”이라 했다. 학문을 통해 도를 깨우치는 과정을 이름으로 표현했다는 뜻이다. 구곡의 이름 옆엔 한문 네 글자를 각자해 의당 자신의 바람을 담았다. 의당이 글씨를 썼고 제자들이 이를 바위에 새겼다. 의당의 행장에 대해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함경도 함흥 아래 고원이란 곳에서 태어났다는 것, 우리 학계에서 흔하지 않은 북한 지역의 주자학자라는 것, 여러 지역을 전전하던 그가 자신의 뜻을 본격 실행한 곳이 제천이었다는 것, 용하구곡을 근거지로 의병을 일으켰으나 악성 빈혈로 주춤한 사이 누군가의 밀고로 옥고를 치렀다는 것, 경술국치 때 제천과 이웃한 음성에서 23일 동안 곡기를 끊고 스스로 삶을 거뒀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는 게 좋겠다.용하구곡의 원래 들머리는 용하수마을 아래 있는 ‘용하동문’(用夏洞門)이다. 여기서 300m 정도 올라가면 관광객의 출입을 막는 철문이 나오고, 이 철문을 넘어서야 비로소 용하구곡이 시작된다. 제1곡은 청벽대(聽碧臺)로, 큰 바위 다섯 개로 이뤄져 있다. 의당이 제자들과 함께 글을 짓던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의당집’엔 홍단연쇄(虹斷烟鎖)를 각자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지금은 찾을 수 없다. 홍단연쇄는 무지개가 끊어지고 연기가 자욱하다는 뜻이다. 국운이 흉흉한 연기에 갇히고 도학이 땅에 떨어졌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 2곡은 선미대(仙味臺)다. 그 옆 바위에는 전산기중(前山幾重)이 각자돼 있다. 도학과 국가 장래 앞에 겹겹의 산이 가로막고 있다는 뜻이다. 선미대 앞엔 뜻밖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1980년대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내판엔 “선녀들이 목욕한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이들이 목욕하는 그림이 담겨 있다. ‘선미’(仙味)는 고아한 취미를 일컫는 단어다. 설마 의당이 선녀들 목욕한 곳이란 뜻이 담긴 이름을 지었을까. 훗날 용하구곡이 세상에 다시 모습을 보일 때면 이런 오류는 수정돼야 할 것이다. 계곡은 위로 갈수록 깊어진다. 오래전 이 계곡엔 많은 의병들이 오갔을 것이다. 연기가 난다고 밥도 못 지었을 텐데, 그들은 무엇으로 허기를 채웠을까. 가족 걱정에 긴 겨울밤은 또 어떻게 지새웠을까. 허기와 두려움을 감추려 객쩍은 농담도 주고받았겠지. 그들의 두런거리는 소리가 숲 여기저기서 들리는 듯하다.3곡은 호호대(好好臺)다. 가학정도(架壑停棹)가 새겨져 있다. 배는 서고 노 또한 멈추었다는 뜻으로, 도학과 국운의 맥이 끊어진 것을 통탄한다는 내용이다. 이어 4곡 섭운대(雲臺)엔 풍전등화 같은 국운을 표현한 암화수로(巖花垂露·벼랑에 맺힌 곱고도 아슬아슬한 이슬꽃), 5곡 수룡담(睡龍潭)엔 날로 더해 가는 외세의 횡포를 통탄한 산고운심(山高雲深), 6곡 우화굴(羽化窟)엔 태평성대가 깃들길 바라는 원조춘한(猿鳥春閒·길짐승 날짐승들이 한가로이 노는 봄), 7곡 세심폭(洗心瀑)엔 국운 상승을 염원하는 봉우비천(峯雨飛泉), 8곡 활래담(活來潭)엔 암운이 활짝 걷히길 희망한다는 풍연욕개(風烟欲開) 등의 글자를 주변 바위에 새겼다. 다만 7곡의 봉우비천 글씨는 현재 찾을 수 없고 두 봉우리가 비친다는 의미의 양봉협영(兩峯夾映)만 남아 있다.9곡은 강서대(講書臺·또는 활연대)다. 주변 바위엔 제시인간별유천(除是人間別有天)이 각자돼 있다. ‘인간을 제하고 따로 하늘이 있는 게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이도 있고 ‘여기서부터 인간세상과는 다른 별천지가 펼쳐지는 곳’이라 이해하는 이도 있다. 어느 의미가 더 와닿는지는 독자 스스로 판단하시길.의당은 9곡 가운데 7곡 세심폭의 경치를 가장 높게 쳤던 듯하다. “경치가 가장 좋아 휘파람 불며 뽐낼 만하다”고 표현했으니 말이다. 다만 자연재해와 풍화로 당대의 모습을 많이 잃은 것을 감안하면 8곡 활래담의 풍경도 그에 견줄 만하지 않을까 싶다. 낙엽 쌓인 바위에 앉아 있자면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우리는 근현대를 겪으며 친일 세력을 완전하게 징치하지 못했다. 그 탓에 두고두고 화근이 되기도 했다. 언제가 됐든, 잘못된 과거를 바로잡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한데 잊혀진 난세의 영웅들을 찾아내 기억하는 것도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용하구곡은 2014년 문화재청에서 명승으로 지정예고까지 했으나 무산됐다. 현지 주민 등에 따르면 당시 외지인의 불법 송이버섯 채취, 환경훼손 등을 우려한 주민들의 반발이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제 어떤 형태로든 꼿꼿했던 한 선비의 삶을 뒤돌아볼 기회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용하구곡의 정확한 위치는 월악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의 요청으로 밝히지 않는다. 현재까지 갈 수 있는 마지막 계곡이 억수계곡이고, 그 위에 용하구곡이 있다. 글 사진 제천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불문학 120권 번역한 김화영 교수 “아무 것도 안할 때가 제일 행복”

    불문학 120권 번역한 김화영 교수 “아무 것도 안할 때가 제일 행복”

    까딱 잘못 하면 눈으로만 읽게 된다. 뒤로 갔다 앞으로 갔다를 수 차례 반복해도 문장의 뜻을 알까 말까다. 알베르 카뮈를 글의 세계로 인도한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작가 장 그르니에(1898~1971)의 에세이 ‘섬’. 1980년 첫 초역 출간돼 10만 부(추정) 이상 팔린 책이 40년 만에 새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 그때 번역한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 다니던 30대 젊은 교수는 이제 70대가 됐다.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는 본인도 어렵다는 책을 다시 내놓고 싱글싱글 즐거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도 모든 문장을 다 100% 이해하며 번역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리라고 짐작하는 거지.” ‘섬’을 읽으며 헤맸을 법한 독자에겐 ‘안심되는’ 고백이다. 그는 “전엔 살짝살짝 고쳐서 독자한테 친절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러면 글이 가지고 있는 맛은 변질된다”면서 ‘떠먹여주는 번역’은 지양하고, 그르니에 특유의 금욕적이고 비밀스러운 문장을 그대로 살리려 노력했다. “40년 세월 동안 독자도 더 현명해졌으리라고 가정하는 거죠.” 그르니에게 한국에 소개되기까지는, 그르니에와 까뮈 같던 평생의 사제 관계 덕이 컸다. “출판사 다섯 군데서 퇴짜를 놨는데, 그 때 마침 고등학교(경기고) 은사셨던 이어령 선생님이 나한테 ‘문학사상’ 편집위원을 하래요. 그 때, 그르니에의 ‘공의 매혹’, 바슐라르의 ‘수련’을 번역해 잡지에 소개했는데 독자들이 반응했어요.” 이를 보고 대학 선배이기도 한 박맹호 민음사 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난번 가지고 왔던 그 원고가 ‘문학사상’에 실은 그 사람 글이오? 빨리 가져와요.”(180쪽) 노벨문학상 수상에 빛나는 카뮈가 ‘아무런 회한도 없이, 처음으로 이 ‘섬’을 펼쳐 보는 저 낯모르는 젊은 사람을 뜨거운 마음으로 부러워 한다’(15쪽)는 책, 젊은 김 교수를 매혹시켰던 그르니에의 문장은 다시 봐도 매력적이다. 세상사 모든 것이 설명되지 않는다는 기조 아래,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사이의 골목길을 요리조리 헤쳐나가듯” 이야기하는 게 그의 글이다. “말이 섬 같아요. 한 문장이 섬이고 그 사이 바다가 있어요. 말하는 것을 통해서 말하지 않는 것을 더 많이 말하는, 그런 책이에요.” 가령 ‘말 없이 어떤 풍경을 고즈넉이 바라보고만 있어도, 욕망은 입을 다물어버린다. 공의 자리에 즉시 충만이 들어앉는다.’(29쪽, ‘공의 매혹’) 같은 문장들이 그렇다. 이런 그르니에를 두고 김 교수는 ‘견고한 통나무나 대리석을 더 이상 깎을 수 없을 때까지 깎아 내어 진면목을 찾아내는 조각가’(176~177쪽)라고 평했다. 안 그래도 어려운 책을 ‘덜 친절하게’ 번역한 교수의 생각이 궁금했다. “어차피 안 읽을 사람은 안 읽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그에게서 달라진 세태에 대한 진단이 이어졌다. “모두가 대학에 가는 시대가 되면서, 지식을 배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장래를 위해서 대학에 가요. 대학에서는 진리가 아니라 공평함을 배우죠. 쟤보다 내가 몇 점 떨어지는지가 중요하니까, 사지선다형 밖에 안해요.” 그의 말에 따르면 객관식으로 평가 받는 세대는 짧은 요약본 위주의 정보 외에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문학은 요즘 세태에 적극적으로 반하는 텍스트 양식이다. “스토리뿐 아니라 글 쓰는 방식, 전체 구조, 동원된 문장의 배열 방식이 곧 문학이에요. 아닌게 아니라 대입 시험 때문에 모든 걸 요약해놨는데, 요약본을 봤다고 해서 ‘마담 보바리’를 읽은 게 아니잖아요.” 스토리를 꿰고 나면 끝나는 문학이 아닌, 4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새로운 책이 그가 말하는 진정한 문학이다. 파트릭 모디아노,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등 수많은 프랑스 문호들의 책 120여권을 번역했지만, 김 교수는 ‘프로 번역가’ 라는 말 대신 ‘책을 선택하는 사람’ 이길 원한다. 번역으로 밥 벌어 먹지 않고, 본인이 소개하고 싶은 책만 번역했기 때문이다. 평생 해왔던 강의와 연구, 번역과 시작(196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중 무얼 할 때가 가장 행복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아무것도 안 할 때가 제일 행복하죠.(웃음) 그냥 바깥을 내다 보고 있을 때, 세상이 내 속으로 흘러 드는 것 같을 때…. 그러다 그 생각이 원고지로 옮겨질 때가 좋고, 너무 심심하면 번역도 해요.” 그가 생각하는 번역 일의 좋은 점은 딴 짓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번역 일은 내 생각이 아니잖아요. 다른 사람이 생각을 해둔 거예요. 그런 건 다른 일 하다가 다시 봐도 돼요. 내 글은 매달려야 하니까 그렇게 할 수가 없죠.” ‘굉장히 기분파’인 교수는 번역을 하다가도 따분하면 놔두고 다른 글도 쓰고 시도 쓴단다. “계획은 없어요. 그 때 그 때 기분 좋은 것만 하는 거죠. 내가 나를 아니까 가만 놀지는 않을 거고, 뭔가 하고 싶은 게 있겠지…” 그런 그는 그날도 모디아노의 소설 ‘잠자는 추억’의 원고를 막 출판사에 넘기고 나왔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자연, 환경, 평화의 메시지와 동심의 조화…강원키즈트리엔날레 가보니

    자연, 환경, 평화의 메시지와 동심의 조화…강원키즈트리엔날레 가보니

    미술관에는 어린 화가들의 그림이 걸렸고, 옛 탄약정비공장에는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설치됐다. 문닫은 초등학교 운동장은 야외 예술놀이터로, 교실은 예술교육 플랫폼으로 변신했다. 강원도 홍천군에서 지난달 22일 개막해 오는 8일까지 열리는 국내 최초 어린이 시각예출축제 ‘강원키즈트리엔날레 2020’의 풍경이다. 강원키즈트리엔날레는 폐교, 군 유휴지 등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지역 예술 기반을 마련하고자 기획된 강원국제예술제의 3년 행사 가운데 하나다. 지난해 첫 행사로 강원작가전이 열렸고, 올해 강원키즈트리엔날레에 이어 내년에는 강원국제트리엔날레가 열린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도내 시군에서 3년 주기 순회 개최한다.이번 행사의 주제는 자연, 환경, 평화의 메시지와 어린이의 무한한 상상력을 결합한 ‘그린 커넥션’이다. 등록문화재인 군청 건물을 리모델링한 홍천미술관에는 13세 이하 미술영재, 발달장애 아동의 그림들과 공모전 수상작 등 50여명의 작품 100여점이 전시됐다. 한젬마 예술감독은 “재능있는 아이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전시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술관으로 ‘모셔왔다’”면서 “관람객들이 이곳을 제일 놀라워한다”고 전했다. 군 유휴시설인 탄약정비공장 안팎에선 ‘아트탄약’ 전시가 펼쳐진다. 임옥상의 ‘평화의 나무’와 탱크를 꽃으로 뒤엎은 최정화의 ‘그린 커넥션’ 등 메시지 강한 야외 공공미술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공장 내부에는 에바 알머슨, 홍원표, 지누박 등 국내외 작가들이 직접 개발한 예술 체험 패키지 ‘아티스트박스’가 마련됐다. 2015년 폐교된 와동분교는 한석현의 작품 ‘다시, 나무’와 빠키의 벽화 작업 등과 더불어 교실마다 자연, 환경 등을 주제로 특색있게 꾸몄다.강원국제예술제를 주관하는 강원문화재단 김필국 대표는 “이번 행사를 계기로 홍천미술관은 어린이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와동분교는 아트스쿨와동으로 상설 운영한다”면서 “일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지역 예술거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장방문 관람객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발열 체크, QR코드 출입 명부 등록 등 방역 체계를 따라야 한다. 전시장 3곳을 실감나게 관람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현실(VR) 전시관, 참여 작가와 명사들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예술교육 정보를 나누는 온라인 아트스쿨 등 다채로운 부대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홍천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가을을 남기고 간 사람

    오렌지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가을 풍경이다. 푸른 하늘에는 흰 구름이 가볍게 떠 있고, 누릇누릇한 들판 사이로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있다. 노란 자작나무 잎이 햇살을 받아 금박처럼 반짝인다. 이사크 레비탄의 풍경화는 단순히 아름다운 장소를 사실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다. 그는 자연의 내밀한 속삭임과 그 아름다움 앞에 떨리는 영혼을 표현할 줄 알았다. 그는 가을의 화가였다. 그를 맨 처음 유명하게 만든 그림도 모스크바 교외의 가을 풍경을 그린 ‘가을날, 소콜니키’(1879)였다.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 배어 있는 서글픈 정서를 우울증에서 찾는다. 레비탄은 힘들게 살았다. 청소년기에 부모를 잃었고 평생 심장병과 동맥류를 앓았으며 우울증에 시달렸다. 그는 오늘날 리투아니아가 된 작은 도시에서 유대인 부모 밑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모스크바로 이사해 두 아들을 예술학교에 넣을 정도로 교육에 열의가 있었지만, 외국어 교사의 수입으로는 가족을 부양하기에도 빠듯했다. 단란했던 시절은 어머니가 죽고 두 해 뒤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끝났다. 어린 자식들은 가난 속에 내동댕이쳐졌다. 유대인이란 사실도 삶을 불안하게 하는 요소였다. 1879년 5월 암살될 뻔한 위기를 겪은 알렉산더 2세는 대도시에서 유대인을 추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892년에도 재차 추방 명령이 떨어졌다. 거부당하는 유대인이었으나 레비탄은 누구보다도 러시아적인 화가였다. 그는 여름과 가을에 시골을 다니며 사생을 했고, 겨울과 봄에는 모스크바로 돌아와 그것을 바탕으로 대작을 완성했다. 명성을 얻었어도 우울증은 그를 떠나지 않았다. 우울증이 덮치면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적대시한다고 생각하고 친구들조차 피했다. 조급해져서 화를 내며 작품을 부수기도 했다. 그 상태에서 벗어나면 이번에는 과도하게 명랑해져서 의욕을 불태웠다. 레비탄은 두 번의 권총 자살을 시도했다. 자살은 불발에 그쳤으나 그는 점점 쇠약해지고 있었다. 1896년 장티푸스를 앓은 후 건강은 더욱 나빠졌다. 그는 1900년 마흔 살에 세상을 떠났다. 그는 1000점에 가까운 유화, 스케치, 드로잉을 남겼다. 고통스러웠던 삶이었으나 그가 남긴 그림에는 고요함과 빛이 가득 차 있다. 미술평론가
  • 산을 품은 도서관, 자연을 읽는 강동

    산을 품은 도서관, 자연을 읽는 강동

    친환경 소재·제로에너지 건축물 설계4층 정원 오르면 일자산 풍경 한눈에카페처럼 꾸며 공동체 공간으로 활용놀이방·수유실 갖춘 ‘치유놀이터’도“집에서 10분… 도서관 접근성 높일 것”서울 강동구 일자산(一字山)을 품은 치유의 책 숲, 둔촌도서관이 문을 열었다. 둔촌도서관은 일자산 맞은편에 있어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설계해 에너지 자립률이 54%에 달한다. 지난달 30일 열린 둔촌도서관 개관식에는 둔촌2동 주민 등 40여명이 참석했다. 개관식이 열린 3층에 들어서자 원목으로 된 서가와 책꽂이형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하지 않을 수 없는 공간이다. 폴딩도어를 열고 밖으로 나가면 나무데크로 꾸민 야외 정원과 이어져 있어 일자산 조망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계단형 나무데크를 오르면 4층에 도달한다. 4층에 있는 그네형 벤치에 앉으면 이름 그대로 파노라마로 펼쳐진 일자산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둔촌2동에 사는 최원란(53·여)씨는 “둔촌동에 도서관이 없어 그동안 길동에 있는 교육청도서관까지 가곤 했는데 집 바로 옆에 도서관이 생겨서 평생소원이 이뤄졌다”며 “앞으로 동네 주민이 모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많이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지역적 특성을 살린 도서관에 오셔서 일자산을 마주 보고 독서를 즐기면 좋겠다”며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에서 벗어나 사람과 만나는 공동체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유놀이터’로 이름 붙인 1층 어린이자료실은 매트가 깔려 있는 놀이방과 수유실을 갖췄다. 자작나무 등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새집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2층 ‘치유오솔길’ 종합자료실은 편안한 카페 같은 의자를 군데군데 놔뒀다. 연면적 996.98㎡ 규모의 도서관은 고효율 에너지건물 건축으로 유명한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가 설계했다. 국내 최고 수준으로 단열 기능을 강화했고, 태앙광 발전 용량이 47㎾에 달한다. 이 교수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제로에너지성능으로 도서관을 완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신 강동구청장님과 강동구 관계자분들에게 감사하다”며 “모든 공간을 오픈 구조로 설계해 실내 열람실과 실외 독서데크를 자유롭게 오가며 독서를 즐길 수 있게, 도서관이 일자산을 담을 수 있게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둔촌도서관은 기존의 해공, 성내, 천호, 강일, 암사도서관에 이은 6번째 구립도서관이다. 상일도서관, 둔촌아파트 도서관(가칭) 설립 계획도 갖고 있다. 북카페형 도서관 ´다독다독´도 2022년까지 10곳을 만들 계획이다. 이 강동구청장은 “동주민센터 등 청사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공간에도 작은도서관을 설립하겠다”며 “강동구 주민 누구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을 접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빈집 손질 ‘뚝딱’ 임대료 반으로 ‘뚝’ 전세난 해법으로 ‘딱’

    빈집 손질 ‘뚝딱’ 임대료 반으로 ‘뚝’ 전세난 해법으로 ‘딱’

    순천, 1억 들여 5채 리모델링 뒤 임대주변 시세 반값… 경쟁률 3대1로 인기함평 ‘쉼표하우스’ 16곳 수리비 지원서울·광주 등 대도시서 입주 이어져보성 마동마을선 숙박시설로도 활용“요즘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는데, 우리는 집 걱정 없이 편안히 지내고 있어요. 최고입니다.” 전셋값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전남 순천 등의 지자체가 빈집을 리모델링해 귀촌인이나 저소득층에 빌려주고 있어 인기다. 지자체는 인구 감소를 막는 수단으로, 임대인은 전셋값 걱정을 더는 행정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윤상근(30·전남 순천시 저전동) 씨는 3일 “리모델링을 한 집이라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하다”면서 “부담 없이 신혼 생활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줄곧 살아온 윤씨는 “아내 고향이 순천이어서 따라 오게 됐다”면서 “이 집에서 돈을 모아 좋은 아파트로 옮길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농어촌 지역에 빈집이 급증하면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시군들이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순천시는 전남 최초로 올해 1억원을 들여 도심 빈집을 리모델링한 후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 반값에 임대하고 있다. 한 집당 리모델링비 2500만원을 지원한다. 69~105㎡ 규모로 5채를 선정했다. 재건축을 원하는 집주인과 입주 희망자들에게 인기가 있어 3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였다. 최소 의무 임대 기간은 4년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0만~15만원이다. 이태문 시 공동주택허가팀장은 “도심 빈집을 새롭게 활용한 이 사업은 올해 국토부의 건축행정평가에서 특별부문에 선정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반응이 좋았던 만큼 내년부터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함평군도 올해 빈집재생사업을 통해 총 16곳의 쉼표하우스를 만들고 있다. 빈집을 주택 소유자와 해당 마을 간의 협약(5년 의무임대)을 통해 리모델링하고, 예비 귀농·귀촌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고 있다. 임대료는 월 15만원이다. 군이 한 집당 2000만원의 수리비를 지원한다. 지난달 서울에서 이사 온 30대 부부가 처음 입주했다. 광주에 사는 거주자 등이 이달부터 이사를 시작한다. 현재 13곳의 입주자가 결정됐고, 나머지 3곳은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마동마을은 2016년 마을환경 개선 국가공모사업인 ‘새뜰마을사업’에 선정되면서 빈집을 게스트하우스로 만들고 있다.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이 소문 나면서 근처를 우연히 지나다 들른 사람들이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버지니아서 유권자끼리 ‘탕탕’… 포틀랜드 비상사태·주방위군 대기명령

    버지니아서 유권자끼리 ‘탕탕’… 포틀랜드 비상사태·주방위군 대기명령

    친트럼프 1000여명, 흑인 커뮤니티로 돌진‘폭동진압법’ 발효… 육군·해병대 투입 우려‘민주주의의 보루’로 여겨지는 미국 대선일의 풍경은 전례 없이 험악했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양측 지지자들의 충돌이 빈번해져 선거 직후 소요 사태 확산을 우려한 주요 주들이 주방위군을 배치하는 등 삼엄한 경비 속에 선거가 치러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지난 1일(현지시간) 뉴욕·뉴저지·콜로라도 등지에서 대거 차량을 몰고 나와 경적을 울리며 위협 시위를 벌여 뉴욕 일대 다리, 콜로라도 470번 고속도로, 뉴저지 가든 스테이트 파크웨이 등이 마비됐다. 캘리포니아 북부 마린시티에서는 친트럼프 시위대 1000여명이 차량을 타고 흑인 커뮤니티로 돌진, 주민들에게 인종차별적 욕설을 쏟아부으며 위협을 가했고 이에 일부 주민이 계란을 던지며 맞서기도 했다.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서는 남부 연합 상징물인 로버트 리 장군 동상 근처에서 트럼프 반대 유권자들과 트럼프 지지자들이 충돌하면서 서로를 향해 총기와 최루액을 발사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긴장이 높아지자 공화당 소속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대선일 이후 혼란에 대비해 주방위군 1000명에게 대기명령을 내렸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 역시 주요 도시에 주방위군을 파견했다. 민주당 소속인 케이트 브라운 오리건 주지사는 4일까지 인종차별 시위 진원지였던 포틀랜드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방위군에 대기를 지시했다. 주 경찰과 포틀랜드가 속한 멀트노마 카운티 보안관들에게도 경계령이 떨어졌다. 플로리다주 브로워드 카운티 등 각지에서는 투표소 주변에서 격앙된 양당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는 등 위험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뉴저지·위스콘신주는 투표소마다 유권자 및 투표 인력 보호를 위해 수백명의 사복 군인을 배치했다. 이미 지난주까지 10개 주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줄어든 선거 인력을 돕기 위해 주방위군을 선거·보안 업무에 투입했는데, 이번 주 14개 주가 추가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인 3일 밤을 지지자들과 백악관에서 보냈는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백악관 주변에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졌다. 경찰은 주방위군 250여명도 근처에서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미 연방법에 따르면 국내 영토에서 치안 활동을 할 수 있는 군병력은 주방위군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전후로 ‘폭동진압법’을 발효해 육군·해병대를 자국민 진압에 동원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애물단지 ‘빈집’ 우리는 이렇게 활성화해요.

    애물단지 ‘빈집’ 우리는 이렇게 활성화해요.

    “요즘 전국적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는데 우리는 집 걱정 없이 편안히 지내고 있습니다. 아주 만족하고 좋아요.” 지난 7월 순천시가 빈집을 고쳐 저렴한 가격으로 빌려주는 집에 입주해 생활하고 있는 윤상근(30·저전동) 씨는 “리모델링을 해 집도 깨끗하고, 가격도 저렴해 집사람도 만족하고 있다”며 “부담 없이 신혼 생활을 할 수 있어 고맙기만 한다”고 웃음을 보였다. 대전에서 줄곧 살아온 윤씨는 “아내 고향이 순천이어서 따라 오게됐다”며 “이 집에서 돈을 모아 좋은 아파트로 옮길 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도심 등 농어촌 지역에 빈집이 급증하면서 지자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가운데 시군들이 다양한 활용 방안을 찾아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빈집을 현대식의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고쳐 사람들이 몰려오게 하는 의도다. 인구 감소가 큰 농촌지역은 귀농·취촌인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활기를 찾고, 주택난도 해소하는 등 일석이조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순천시는 전남 최초로 올해 1억원을 들여 도심 빈집을 리모델링 후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 반값에 임대하고 있다. 한 집당 리모델링비 2500만원을 지원한다. 69~105㎡ 규모로 5채를 선정했다. 재건축을 원하는 집 주인과 입주 희망자들에게 인기가 있으면서 3대 1 이상의 경쟁률를 보였다. 최소 의무 임대기간은 4년이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10~15만원이다. 시가 해당 되는 집 근처 부동산 시세를 파악한 후 절반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태문 시 공동주택허가팀장은 “도심 빈집을 새롭게 활용한 이 사업은 올해 국토부의 건축행정평가에서 특별부문에 선정되는 등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호응이 좋았던 만큼 내년부터 더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했다. 함평군도 올해 빈집재생사업을 통해 총 16곳의 쉼표하우스를 조성중이다. 빈집을 주택 소유자와 해당 마을 간의 협약(5년 의무임대)을 통해 리모델링하고 예비 귀농귀촌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고 있다. 임대료는 월 15만원이다. 군이 한집당 2000만원 수리비를 지원한다. 탁 트인 전망이 좋은 집을 사용하고 있어 문의 전화와 직접 보러오는 사람들도 많은 등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달 서울에서 이사온 30대 부부가 첫 입주했다. 광주에 살았던 거주자 등이 이달부터 이사를 시작한다. 현재 13개소에 거주자가 결정됐고, 나머지 3개소는 선정 작업을 하고 있다. 보성군 벌교읍 마동마을은 2016년 마을환경개선 국가공모사업인 ‘새뜰마을사업’을 신청해 선정되면서 빈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동화 같은 마을 풍경이 입소문 나면서 근처를 우연히 지나다가 들른 사람들이 다시 찾아 오기도 한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정시에 교과평가 추가한 서울대

    [이의진의 교실 풍경] 정시에 교과평가 추가한 서울대

    “밖에서 상담을 받았는데요. 어차피 내년에 주요 대학 정시가 40% 이상으로 확대된다고 내신 포기하고 그냥 수능 준비하래요. 재수하면 더 좋은 대학 갈 수 있다는데, 어떻게 할까요?”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았던 지난 3월 꽤 많이 받았던 학부모 상담 내용이다. “2022 대입부터 정시가 확대된다고 해서 올해 입시는 포기하려 하는데 재수하면 성적이 얼마나 오르나요? 제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내가 온라인 상담을 맡고 있는 진학 사이트에 올라온 상담 내용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수시전형의 ‘불공정’ 논란을 이유로 2022학년도 서울 소재 주요 16개 대학의 대입 정시전형 비중을 30~40%로 올리겠다고 밝힐 때 이미 예상됐던 반응들이다. 수능은 선행학습, 반복학습을 한 학생에게 유리한 시험이다. 특히나 변별력 확보라는 명목으로 킬러문항이 반드시 한두 문항 이상 출제되는 상황에서는 다른 모든 활동을 배제한 채 문제풀이에만 집중할 수 있는 ‘n수생’이 재학생에 비해 훨씬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위에 상담을 한 학생들처럼 정시 확대라는 정책적 유혹은 재수에 이어 n수까지 결심하게 만들기 쉽다. 흔히 공정함은 ‘기계적인 공정함’이 되기 십상이다. 이런 여론을 기반으로 교육부가 앞장서서 수능 중심 정시 확대를 선언함으로써 과거 교육으로의 회귀를 도모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는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창의융합형 미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겠다던 2015 개정교육과정의 정신을 후퇴시켰다. 교육과정과 평가가 따로 놀게 되면서 수능에 포함되지 않은 교과는 학생들 사이에서 가볍게 무시되고 입시를 위한 파행적인 교육과정은 현실을 어쩔 거냐는 핑계로 현장에서 암암리에 계속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대가 나섰다. 지난달 29일 서울대는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는 2023학년도 입시부터 정시에서도 ‘교과평가제’를 도입해 2차 평가에선 수능 성적 80점에 교과평가를 20점 반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수능 성적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학업성취도와 학교생활기록부 등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단순히 내신등급을 반영하겠다는 게 아니다. 지원 학과에 필요한 심화과목, 예를 들어 물리II, 기하와 같은 과목을 고등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이수했는지 등을 면접관들이 A, B, C 3개 등급으로 절대평가하겠다는 말이다. 이는 곧 정시에서도 수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정성평가를 일부 도입하겠다는 말이 된다. 발표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2단계에서 1~2점에 불과한 영향력이다. 적어도 지원자 대부분이 B 이상일 확률이 높고 교과평가는 C등급을 받은 학생 정도만 불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중요한 요건이 될 수도 있다. 사실 서울대가 정시에서 교과를 반영하겠다고 한 것은 실질적 영향력을 떠나 학교 교육 현장에 던지는 의미가 더 크다. ‘학교 현장에서만큼은 최소한 수능 위주 교육으로 가서는 안 된다. 수능으로 대학을 가려는 학생도 학교 교육과정에는 충실해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적인 전제를 확인해 준 것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천재지변이 일어나도 수능만큼은 봐야 하는 나라, 듣기평가 시간에는 비행기조차 못 뜨는 나라, 코로나19 전염을 막기 위한 가림막 설치 문제 하나로도 온갖 논란을 빚으며 국민청원이 9000명을 돌파하는 나라다. 그러는 동안 정작 우리 사회가 따져 봐야 할 ‘미래 인재 역량의 검증’, ‘교육과정의 실현과 이에 따른 평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화두는 또다시 저만치 밀려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2023 대입 정시전형에서의 교과평가 도입이 교육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서울대의 이번 발표를 환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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