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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럽 속 진짜 유럽, 동화 속 마을… 언젠가 꼭 가 보고 싶다

    유럽 속 진짜 유럽, 동화 속 마을… 언젠가 꼭 가 보고 싶다

    화려한 관광명소가 많은 유럽 안에는 진짜 유럽의 정겨운 향수를 느낄 수 있는 마을들이 곳곳에 있다. 여행안내 책자에선 찾을 수 없고 누군가 쉽게 알려 주지도 않는다. EBS 1TV ‘세계테마기행’은 19일부터 23일까지 유럽 속 진짜 유럽을 마주할 수 있는 힐링 시골기행을 소개한다. 깊은 산속 외딴집부터 높은 고원에 있는 마을, 호숫가의 그림 같은 집까지 언젠가 꼭 가 보고 싶은 곳들의 풍경이 이어진다. ●슬로바키아 타트라산맥 ‘푸른빛’ 장관 1부 ‘동화 속 마을, 슬로바키아’(19일)는 큐레이터를 맡은 성악가 고희전과 함께 슬로바키아를 찾는다. 1949년 슬로바키아 최초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타트라산맥을 찾아 층층이 쌓인 녹음과 아름다운 빙하호 스칼나테플레소가 어우러진 맑고 푸른빛을 만끽한다. 타트라산맥에서 내려오면 나오는 비호드나 마을에선 약 1000년 동안 헝가리 지배를 받으면서도 민속음악을 통해 뿌리를 지켜 낸 이들의 흥을 엿볼 수 있다. ●검은 숲을 간직한 독일 슈바르츠발트 2부 ‘검은 숲에 살다, 독일’(20일) 편에선 라인강이 흐르는 만하임에서 130년 된 만하임 급수탑과 벤츠 기념비 등을 통해 독일의 뿌리를 만난다. 특히 독일 남서부로 가면 해발 1000m 고산에 자리한 슈바르츠발트가 나온다. 30m가 넘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햇빛이 들지 않을 정도로 빼곡해 붙여진 ‘검은 숲’이라는 이름처럼 울창하다. 약 6000㎢의 면적의 슈바르츠발트에는 곳곳 작은 마을마다 특색이 넘친다.●조지아 고산지대 마을 ‘그림 같은 풍경’ 이어지는 3부 ‘코카서스의 사람들, 조지아’(21일) 편에서는 최호 타슈켄트 부천대 교수와 국토의 3분의2가 산악지대인 동유럽의 스위스, 조지아로 간다. 고산지대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따라 작은 마을들의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간직한 카즈베크산에는 14세기에 지어진 츠민다사메바 교회가 있어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터키 파묵칼레, 인간의 역사 고스란히 류성완 동화고 역사교사와 함께 떠나는 4부 ‘낭만로드, 터키’(22일) 시골기행도 정겹다. 터키 명소 중 하나인 파묵칼레와 기원전 2세기에 지어진 휴양도시 히에라폴리스는 인간의 역사가 고스란히 새겨진 세계문화유산이다. 에게해의 대표 휴양지인 준다섬에서 노부부의 운명적 사랑 이야기와 한 가족의 행복한 여행에 동행하며 낭만 가득한 길을 떠난다. 오스만 제국이 발원한 아나톨리아 고원의 정겨운 시골풍경과 화산지대 카파도키아의 절경도 빼놓을 수 없다.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절경 시골기행은 심용환 작가와 함께한 ‘맛있는 크로아티아’(23일)로 마무리된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슬룬의 동화 같은 풍경에서 시작해 와인과 프로슈트로 유명한 오클라이에서 특별한 맛 기행이 이어진다. 영화 ‘아바타’의 모티브가 된 16개 호수와 약 90개 폭포로 장관을 이루는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여행의 멋을 키운다.
  • 사진·덕질 속 또 다른 나… Z세대 ‘부계정 놀이’에 빠졌다

    사진·덕질 속 또 다른 나… Z세대 ‘부계정 놀이’에 빠졌다

    대학생 강미령(20)씨의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고교 재학 시절 학업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시작했다가 취미로 자리잡았다. 강씨의 눈길과 발길이 닿는 곳이 곧 그의 포토존(사진 찍는 곳)이었다. 버스의 하차벨과 지하철 전동차의 실내 손잡이, 길을 걷다 발견한 주차금지 표지판과 가게 간판, 전봇대,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오목거울 등이 카메라에 담겼다. 강씨는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다. 이 계정은 강씨가 사용하는 여러 인스타그램 계정 중 하나다. 강씨는 18일 “친구들도 저처럼 원래 사용하던 계정 외에 음식이나 동물, 풍경 사진을 올리는 계정을 따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다양한 기기를 접한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의 삶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SNS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일상을 공유하며 사람들과 소통한다.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SNS 활용법이 개성 표현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여겨지는 Z세대 사이에서 SNS ‘부계정’을 만들어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부계정이란 기존에 사용하던 SNS 본계정 외에 추가로 만들어 사용하는 계정을 일컫는 말이다. Z세대는 일상의 모습을 담은 게시물을 올리는 본계정 외에 별도 부계정을 통해 자신의 관심사와 취미를 기록하고 공유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 토익시험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이 자신의 공부 계획과 목표 달성 여부를 기록하는 계정을 따로 만들거나 힘이 되는 명언들을 모으는 계정을 따로 만드는 식이다.‘덕질’(팬 활동)도 부계정을 사용하는 이유 중 하나다. 국내 한 아이돌 그룹의 열혈팬인 대학생 노혜원(21)씨는 4년 전 부계정을 만들어 그룹의 콘서트 현장을 방문하거나 같은 그룹 멤버를 좋아하는 팬들끼리 모인 자리에 참석한 일, 친구들과 같이 한 ‘앨범 언박싱’(포장된 음반을 개봉하는 일) 등 자신의 덕질 과정을 사진과 영상에 담아 부계정에 축적하고 있다. 노씨는 “본계정에 올리기에는 민망한 덕질을 아카이빙하기 위해 부계정을 만들었다”면서 “나만의 방법으로 내 취향에 맞게 덕질을 하고 좋아하는 일을 기록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계정의 공개 범위를 비공개로 설정해서 몇 명의 친한 사람에게만 공유하기도 한다. 본인이 참여한 대외활동을 기록하는 부계정 외에 비밀계정을 사용 중인 대학생 이희라(20)씨는 “진짜 친한 사람들끼리만 보는 계정에 사회적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히거나 책이나 영화를 본 이후의 감상평을 올리고 있다”면서 “본계정은 내가 살아 있음을 알리는 일종의 ‘생존 신고’ 용도 정도로만 가끔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콘텐츠는 10분 안팎 길이의 짧은 영상을 뜻하는 ‘쇼트폼’ 콘텐츠다. 2년 전 유튜브 계정을 개설해 다양한 브이로그 영상으로 몽골 문화를 소개하거나 몽골인에게 한국어 공부 방법 등을 알리고 있는 대학생 박지혜(20)씨는 “지금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영상을 선호하는 시대”라며 “영상 촬영과 편집의 모든 과정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이제는 유튜브 채널이 내 정체성 중 하나”라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한 사람 안에 다양한 모습이 공존한다는 사실에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한 사람을 한 가지의 정형화된 모습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여러 ‘부캐’(부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SNS 환경에서 Z세대들이 자신만의 개성과 내면의 다양한 취향을 무한 생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SNS가 Z세대 사이에서 각광받는 만큼 여러 기업에서 청년들에게 SNS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대외활동 지원자에게 SNS 콘텐츠 제작 능력을 요구하거나 SNS 활동이 활발한 사람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이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되고 있다. 대학생 이세비(20)씨는 “한 출판사의 서포터스 활동을 지원했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원자에게 일평균 방문자 수를 적도록 하는 선택지가 있었다. 50명·100명·150명·200명 이상 중 한 가지를 골라야 했는데 난 일평균 방문자 수가 50명 이하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터라 고를 선택지가 없어서 곤란했다”면서 “서포터스 활동에 함께 지원한 친구가 ‘이제는 SNS까지 스펙이 되는 세상’이라며 허탈해했다”고 말했다. 변지성 잡코리아 홍보팀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기업들이 오프라인 영업이 어려워지자 온라인을 통한 광고 활동을 늘리면서 SNS 마케팅 담당자를 적극 채용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변 팀장은 “모집하는 직무와 관련이 없음에도 지원자에게 동영상 콘텐츠 제작 가능 여부를 묻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도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면서 “기업들은 지원자가 안심할 수 있도록 SNS 계정 정보를 요구하는 이유와 목적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태영(한문학과 2학년)·박수빈(한문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포토] 피서철 맞은 해운대 풍경

    [포토] 피서철 맞은 해운대 풍경

    일요일인 18일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피서객이 물놀이하거나 파라솔 아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1.7.18 연합뉴스
  • [영상] 멸종위기 바다표범 건드리고 줄행랑…美 신혼부부 비난 폭주

    [영상] 멸종위기 바다표범 건드리고 줄행랑…美 신혼부부 비난 폭주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떠난 미국 신혼부부가 멸종위기 바다표범을 건드렸다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 13일 하와이 언론 ‘스타 어드버타이저’는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에 손을 댄 신혼부부에게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루이지애나주 출신 스티븐과 라킨은 지난달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마우이섬 카팔루아에서 예식을 마친 두 사람은 하와이 북부 카우아이섬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 원시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카우아이섬은 ‘쥬라기 공원’, ‘킹콩’ 등 할리우드 영화 촬영지로 유명하다. 울창한 밀림과 변화무쌍한 해변은 다양한 동식물의 터전이다.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도 이곳 카우아이섬에 여럿 서식한다. 하지만 일부 관광객의 무지한 행동은 몽크바다표범의 삶에 위협이다. 스티븐과 라킨 부부도 그 중 하나였다.카우아이섬을 찾은 두 사람은 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몽크바다표범을 손으로 만지고 사진 촬영을 시도했다. 남편 스티븐이 촬영하고 아내 라킨이 자신의 SNS에 직접 올린 영상에는 웅크린 몽크바다표범에게 손을 올린 라킨의 모습이 담겨 있다. 한가롭게 누워있던 바다표범은 심기가 불편해진 듯 고개를 돌려 라킨의 손을 물려 했고, 놀란 라킨은 비명을 지르며 잽싸게 도망쳤다. 해당 영상은 즉각 하와이 주민들의 분노를 촉발했고, 야생동물을 함부로 만졌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남편은 현지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내가 살해 협박까지 받았다”며 불안함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는 동물 애호가다. 어떤 동물도 다치게 하거나 위협하거나 겁주려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연방법상 몽크바다표범을 만지거나 괴롭히는 행위는 5년 이하의 징역과 5만 달러(약 5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C급 중범죄다. 미국해양대기청(NOAA)은 최소 15m 거리에서 몽크바다표범을 볼 것을 권고한다.이에 대해 남편은 “몽크바다표범을 처음 봤고, 멸종위기종에 관한 법률을 알지 못했다. 이번 실수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논란이 일자 조사에 착수한 미국해양대기청은 이들 부부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다만 정확한 액수는 밝히지 않았다. 관련 보도 이후 남편은 “주민들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 현지 문화나 생활방식을 무시하려던 게 아니”라고 밝히고, “그 누구도 화나게 할 의도는 없었다. 하와이 문화를 존중한다”며 재차 용서를 구했다. 멸종위기 몽크바다표범은 하와이 북서부 섬에 약 1100마리, 하와이제도 주요 섬에 300마리가 서식하고 있다. 몸무게는 250㎏에 달한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거대 바다표범이다 보니 호기심을 갖는 관광객이 많다. 지난해 1월 하와이 오아후섬 해변에서도 한 남성 관광객이 몽크바다표범을 때리고 도망갔다가 미국해양대기청 조사를 받은 바 있다.
  • [서울포토]노란 우산 쓴 선별진료소 풍경

    [서울포토]노란 우산 쓴 선별진료소 풍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15일 서울 서초구 반포고속터미널에 마련된 임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구청에서 마련한 우산을 쓴채 코로나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2021.7.15
  •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제자와 茶맹세 아직도 그윽… 민초의 한 머금은 길따라 뚜벅뚜벅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목축이던 주막선 군민맥주 캬~ 다산 걷던 동백숲서 시름 털털

    올봄 영화 ‘자산어보’가 개봉하면서, 손암 정약전과 다산 정약용 형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극중 ‘강진 선생’으로 불리는 다산(류승룡 분)의 학자적, 철학자적 모습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당대 세상을 호령하던 고관대작(형조참의) 자리에 있다가, 머나먼 전남 강진 땅에 유배를 와 묵묵히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정약용의 인품은 주인공 정약전(설경구 분)의 극중 비중에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대선을 앞둔 최근엔 소설 ‘대통령 정약용’이 눈길을 끌고 있다. 타임슬립을 통해 현대로 온 다산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간다는 유쾌한 상상을 담았다. 대통령 다산이 추진한다는 ‘실학21’의 바탕이 된 1표2서(‘목민심서’·‘흠흠신서’·‘경세유표’)를 저술한 땅, 강진을 다시 돌아보니 그동안 보고 알았던 것보다 많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역사상 한반도 최고의 천재로 꼽히는 다산은 그야말로 ‘조선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였다. 그는 유학자이면서 실학을 주도적으로 연구했으며 행정가이자 정치가, 그리고 법학과 법의학을 두루 전공한 법률가였다. 또한 의학과 지리학, 건축학에 통달한 과학자요, 발명가였다. 게다가 언어학자, 아동 교육자, 걸출한 시인에다 차 전문가, 동서양사를 넘나드는 역사 철학 이론가이기도 했다. 18세기 말 조선은 만사‘다’통이었다. 다산을 거치면 안 될 게 없었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의 다빈치처럼. 아, 공교롭게도 다산과 다빈치, 둘 다 이름 첫 자에 ‘다’자가 들어간다. 마침 다빈치도 유배는 아니지만 1516년 고향을 떠나 프랑스 루아르 강가의 앙부아즈 궁에서 살며 ‘모나리자’ 등 역작을 남겼다. 그런 다산이 강진에 내려왔다. 조용한 강진에 유배를 오는 바람에 그의 눈부신 업적이 꽃을 피웠다고 하는 것도 맞겠다.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는 동안 수많은 저서와 서간, 일화, 대한민국 차문화가 탄생했다. 당시 조선의 유형(流刑)은 명나라의 대명률을 따랐다. 죄의 경중에 맞춰 2000리, 2500리, 3000리 등으로 올려가며 유배를 보내는 거다. 1리가 400m쯤이니 1000리면 한양에서 직선거리로 전남 완도까지도 갈 수 있다. 조선에선 이런 거리가 나올 수 없는 터라 일부러 여러 지역을 거치며 행로를 늘렸다. 세종이 ‘실정에 맞게’ 600, 750, 900리로 조정하기 전까지 1년 가까이 돌고도는 유배길을 떠났다. 유배는 많은 것을 남겼다. 깡시골인 유배지로 한양의 높은 지식과 문화 산업이 수혈됐다. 당쟁이 치열했던 조선 때 이름난 관직자는 대부분 유배를 다녀왔을 만큼 유배는 ‘일상’이었다. 정조는 창덕궁 부용정에 인공 섬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신하들과 시 짓기 내기를 하다가 ‘잠시 쉬는’ 벌칙으로 인공 섬에 유형을 보내기도 했다. 블루마블 게임에서 ‘무인도’ 같은 의미다. 그만큼 유형은 고급 관리를 대상으로 했다는 뜻이다. 시에 능한 다산이 ‘인공 섬’에 유배를 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다산을 친애하던 정조가 승하한 후, 정말 강진 땅으로 기나긴 유형을 떠나게 됐다. 그나마 강진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축에 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유형을 가기도, 여행하기도 딱 적당한 거리다. 프로야구의 옛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는 2군 구장을 강진에 뒀는데 당시 1군 선수가 2군에 내려가면 “유배간다”고 자조했다. 당시 몇몇 선수들은 강진에서 2군 생활을 경험하며 다산의 후예가 됐다.다산이 처음 도착한 곳이 강진읍의 사의재다. 다산의 인품을 알아본 주막 동문매반가(東門賣飯家) 주모의 호의로 여기서 4년간 생활했다. 다산은 이 주막에 사의재(四宜齋)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생각과 외모, 말, 움직임을 네(四) 가지 덕목으로 삼아 마땅히(宜) 바로잡는 집이란 뜻이다. 다산의 일기에 따르면 1803년 겨울의 일이다. 초가 주막이던 본래 사의재 건물은 사라졌지만 2007년 강진군청은 이를 복원해 한옥체험 숙소, 식당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남도 강진 음식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사의재는 아욱국이 맛있기로 소문났다. 다행히 유배지 주위에 가시나무를 심어 외부인과의 접촉을 막는 ‘위리안치’는 아니었다. ‘강진 선생’ 다산은 고성사 보은산방, 제자 이청의 집 등을 전전하다 47세이던 1808년 봄에 귤동리 초당으로 거처를 옮겼다. 다산의 외가 쪽 집안인 해남 윤씨 윤단과 윤규로의 선처 덕분이었다.(해남 윤씨 윤선도는 무려 25년을 유배지에서 생을 보낸 ‘유배의 왕’이다.) 다산은 산정 초당을 고쳐 다산초당이라 이름 짓고 그곳에서 윤규로의 네 아들과 조카 둘을 가르쳤다. 다산은 18년 유배 기간 중 다산초당에서 약 11년을 머물며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했다. 저서는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비롯한 500여권에 달한다. 이를 총정리한 ‘여유당전서’는 철학, 법제, 종교, 악경, 의술, 천문, 측량, 건축 등 모든 기초학문과 실용학문을 총망라하고 있다. 애초의 초당은 무너지고 1958년 강진 다산유적보존회가 현재 초당을 다시 지었다. 다만 원래 초당 건물이 아니라 목조 기와건물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추사 김정희가 쓴 ‘다산초당’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초당 뒤 바위에는 다산이 직접 깎은 글자 ‘丁石’(정석)이 새겨져 있으며 앞뜰에는 차를 달였다는 ‘청석’이 있고 한켠에는 ‘약천’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초당 왼쪽에는 작은 연지가 있다. 초당에 관어재(觀魚齋)란 현판이 따로 있는 것으로 봐, 연지에 잉어를 키웠을 것으로 유추된다.초당 뒤 가파른 길은 만덕산 백련사로 이어진다. 꿀럭꿀럭한 산길을 15분 정도 걸으면 동백숲으로 유명한 고찰 백련사로 갈 수 있다. 이 길이 ‘사색의 길’이다. 다산과 백련사 혜장선사의 만남이 이뤄진 길이다. 다산은 차와 바다를 찾아 백련사로 향했고 혜장은 스승과 책을 찾아 초당을 오갔다. 유배 와 제자를 가르치며 산중칩거하던 다산이 다른 철학(불교)을 통해 학식과 견문을 넓힐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당대의 학승 혜장 덕분일 수도 있다. 산중 차향은 그렇게 피어나 학문으로 승화됐다.다산은 강진의 아름다운 산(만덕산, 월출산)과 강(탐진강), 바다(강진만) 등 자연을 사랑했다. 특히 월출산 옥판봉을 바라보는 백운동 원림과 그 인근에서 생산되는 야생차를 각별히 좋아했다. 월출산의 남쪽 월남(베트남이 아니다) 마을에 이르면 다산의 차를 재배했던 다원이 나온다. 전남 최대 가람이었던 월남사지 앞에 차를 재배하며 제다(製茶)해온 다부 이한영 가문의 생가 다향산방과 다원, 전통차문화원이자 시음장이 함께 있다. 이한영의 선조는 다산의 제자인 이시헌이다. 1830년 해배 후 광주(현 경기 남양주)로 올라간 다산은 제자 중 막내인 이시헌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잘 받았다. 고맙다. 내 몸이 좋지 않아 오직 떡차(餠茶)만 의지하고 있는데 다시 곡우가 되었으니 차를 또 보내 달라”고 했다. “지난번 보내준 차는 거칠었다. 반드시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곱게 빻아야 한다. 알아들었느냐?”며 나무라기도 했다.‘목민심서’를 집필한 ‘강직한 공직자’ 다산이었지만 제자에게는 단호하게 차를 보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제자와 맺은 다신계(茶信契) 때문이다. 다산이 강진을 떠나더라도, 제자들은 매년 공부한 글과 차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이시헌은 이 약속을 평생 지켰다. 약속은 100년 이상 대를 이어 전해졌고 마지막으로 이를 지킨 사람이 이한영이다. 평생 차를 위해 살아온 그는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에서 난 차가 일본 차로 바뀌어 유통되는 것을 안타까이 여겨 우리 고유 상표를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백운옥판차’(白雲玉版茶)로, ‘백운동 옥판봉에서 딴 차’라는 뜻이다. 그는 하마터면 끊어질 뻔한 한국 전통차의 맥을 이었고,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는 다시 100여년의 세월을 지나 현 이현정 전통차문화원장에 이르고 있다. 다산이 즐기던 차가 바로 백운옥판차다. 사제 간의 다신계가 정녕 200여년 지속된 셈이다.생가 옆에는 백운동 원림(園林)이 있다. 국내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전통 원림이다. 이곳에도 다산의 흔적이 있다. 다산은 평소에도 백운동 원림을 찾았고 1812년에는 초의선사와 함께 백운동 12경을 방문한 후 각각 그림 같은 풍경에 대한 시(백운동 12승사)를 남겼다. 여기에 초의선사가 그린 그림(백운동도)을 묶은 것이 바로 백운첩이다. 옥판봉, 산다경, 백매오, 홍옥폭, 유상곡수, 창하벽, 정유강, 모란체, 취미선방, 정선대, 운당원 등 백운동 12경이 널리 알려지게 된 일화다.람사르 협약 생태습지로 유명한 남포 습지에도 다산과 관련된 사연이 있다. 강진만과 탐진강 물길이 만나는 남포마을은 제주, 완도 등 섬과 육지의 교역 중심지로 예부터 번성했는데 다산초당 만덕산에서 내려오면 닿는 곳이라 다산의 행차도 잦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남포마을의 옛 이름은 갈대밭이란 뜻의 갈밭마을. “강진 사람들은 어디에서나 그 포구를 바라볼 수 있었고, 강진만의 색다른 정취는 그 포구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조정래의 소설 ‘한강’에 등장하는 문구다. 다산은 이곳에서 탐관오리들이 민초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세리들은 세금을 징세하기 위해 죽은 이와 갓난아이까지 군적(軍籍)에 올리는 백골징포, 황구첨정 등의 횡포를 부렸다. 도저히 군포를 감당할 수 없어 이에 항의하던 한 백성은 “아이를 낳은 내 잘못”이라며 스스로 거세하기에 이르렀다. 다산은 이 안타까운 사연을 ‘애절양’(哀絶陽)이라는 시로 남겼다.‘시아버지는 상복 벗은 지 오래고, 갓난아이는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는데/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모두 실렸네/ 억울한 사연 호소하려 해도 관가 문지기는 호랑이 같고/ 이정은 크게 포효하며 외양간 소마저 끌고 갔네/ 남편이 칼 들고 들어간 방에 피가 흥건하고/ 남편은 스스로 아이 낳은 죄를 한탄하네’ ‘애절양’ 시구는 강진만 생태공원을 조망할 수 있는 남포호 전망대에 선명히 적혀 있다. 강진만 생태공원은 3282만㎡(813만평)에 이른다. 자전거와 도보를 이용한 에코 투어 코스가 마련돼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고급 정보와 신문물을 일찍 받아들인 덕인지, 강진에는 특이한 맥주 소비 트렌드가 있다. 인구 3만 5000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신기하게도 술집마다 미국 맥주 브랜드인 ‘버드와이저’를 팔고 있다. 서울 등 다른 도시에선 보기 힘든 풍경이다. 심지어 생맥주 체인점에서도 버드와이저를 주문하면 따로 내올 정도다. 20여년 전 강진에는 주류를 공급하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었다. 당시 이 회사가 상대적으로 고급제품이었던 버드와이저 마케팅을 펼쳤는데, 뜻밖에 이게 먹혀들어 누구나 버드와이저를 즐겨찾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 강진은 전남에서도 주류소비량이 높은 편이라 주류회사들의 주요 마케팅 대상지였다. 이런 시장 상황이 지속되며 버드와이저가 국산 맥주보다 좋다는 이미지를 남겼고 마침내 ‘군민 맥주’로 인정받게 됐다. 싱가포르에서 ‘싱가폴 슬링’을 찾아 마시듯 무더운 여름날 강진에 간다면 시원한 버드와이저 한 잔 마셔 보는 것도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다산이 18년이나 살며 많은 흔적을 남긴 강진 땅. 농가체험숙박 ‘푸소 프로그램’과 역사문화 체험, 청정 생태 여행 1번지로 변모한 이 청잣빛 푸른 땅에 스스로 ‘아름다운 유배’를 떠나보는 것도 역병으로 우울한 이 여름, 참 좋은 선택이 아닐까 한다.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강진 여행 체크리스트 무엇을 볼까 이한영전통차문화원은 이현정 원장의 재미있는 해설을 들으며 백운옥판차 등 다양한 전통차 시음과 차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월남사지 잔디밭에 앉아 다식을 들며 차 소풍을 즐길 수도 있다. 민화박물관에선 민중의 삶을 그대로 녹인 민화를 통해 조상의 삶과 철학을 엿볼 수 있다. 2층에선 성문화를 표현한 한중일 3국의 춘화를 만날 수 있다.뭘 먹을까 은행나무는 한정식 미향(味鄕) 강진에서도 이름난 한정식집이다. 반찬 그릇 위에 또 그릇이 올라가는 ‘강진한정식이층탑’ 별칭이 있을 정도다. 해물과 고기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음식의 면면이 훌륭해 어느 하나 손이 안 가는 것이 없다. 토종닭과 전복, 문어를 넣고 끓인 회춘탕(해천탕)도 여름철 복달임으로 좋다. 설성식당은 한 상 가득 돼지불고기 백반상을 받는 집이다. 조선 중후기 육군 사령부가 있던 병영면에 돼지불고기 거리가 형성돼 있다. 불맛 가득한 양념 돼지고기는 물론 각종 곁들임 찬만 해도 12가지가 넘는다. 1인 1만원꼴로 값도 저렴하다.
  • 가장 먼저 닫아버린 학교… 돌봄교실은 학생 앞에 두고 ‘줌 수업’

    가장 먼저 닫아버린 학교… 돌봄교실은 학생 앞에 두고 ‘줌 수업’

    서울 강북구에 사는 A(39)씨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다니는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했지만 영어학원은 계속 보내기로 했다. 맞벌이 가정이어서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아들이 방치되는 탓이다. 학원은 “원격 강의를 원하면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아들이 학원에라도 가야 숨통이 트일 거라 생각했다. A씨는 “아들이 학원은 가는데 학교는 왜 못 가냐고 물어보는데 해 줄 말이 없다”고 난감해했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여파로 학교의 ‘전면 원격수업’이 되풀이되면서 교육계와 학부모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학교는 가장 늦게 문을 닫고 가장 먼저 문을 열어야 한다”고 밝힌 지 불과 2개월 만에 학교가 ‘가장 먼저 문을 닫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어디까지 제한해야 할지를 놓고 논쟁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수도권 학교의 89.4%인 6944개 학교가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개편된 거리두기 4단계에 따른 방침이다. 그러나 거리두기 4단계에서 학원과 술집, 노래방, 워터파크 등은 문을 열면서 학교는 문을 닫자 “학생들의 학습권만 손쉽게 빼앗는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전례 없는 대유행인 데다 학교 내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곧 방학을 앞두고 있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게 타당할 수 있다”면서도 “학원은 문을 열면서 학교는 닫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면 등교를 준비하던 학교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으면서 곳곳에 혼란이 속출하기도 했다. 전 학년이 동시에 원격수업 플랫폼에 접속하면서 접속 오류가 빈번했고, 돌봄교실에 학생과 교사가 함께 있으면서 ‘줌’(Zoom)으로 수업하는 웃지 못할 풍경도 벌어졌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원격수업을 한 번도 안 받아 본 1학년 아이들에게 플랫폼 접속 방법을 알려주고 적응시키는 데만 수일이 걸릴 텐데, 곧 방학이라 며칠 하고 끝날 원격수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꼬집었다. 수도권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2학기에 전면 등교는커녕 전면 원격수업을 해야 할 상황에 맞닥뜨릴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선과 최악의 상황을 모두 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전면 등교를 위해 학교가 최대한의 방역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전면 원격수업이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원격수업 여건이 열악한 학생과 기초학력 부진 학생 등을 배려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영상]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영상] 1900m 절벽서 그네 타다가 줄이 뚝…러 여성 추락

    1900m 높이 절벽에서 추락한 러시아 여성들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13일 현지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는 다게스탄공화국 술락 협곡에서 그네를 타다 절벽 아래로 떨어진 여성 관광객 2명이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졌다고 보도했다. 지난 달 ‘러시아의 그랜드 캐니언’이라 불리는 술락 협곡에서 추락 사고가 발생했다. 절벽 끄트머리에 설치된 그네의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그네에 타고 있던 여성 2명이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관련 영상에는 차례를 기다렸다가 그네에 오른 여성 관광객과, 뒤에서 그네를 밀어주는 일행의 모습이 담겨 있다.남성 일행이 뒤에서 힘껏 그네를 밀어주는 동안, 여성들은 높은 곳에서 코카서스산맥 경치를 감상했다. 공중에서 바라본 협곡의 풍경은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런데 얼마 안 가 여성들이 타고 있던 그네 쇠사슬이 뚝 하고 끊어졌다. 여성들이 그네에 오른지 불괴 30초 만에 벌어진 사고였다. 다섯 차례 절벽과 공중을 왔다갔다 하던 그네 쇠사슬이 끊어지면서 여성들은 비명과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사고에 놀란 관광객들은 일제히 사진 촬영을 멈추고 절벽 쪽으로 다가갔다. 되돌아오는 그네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그네를 밀어줄 타이밍을 점치고 있던 남성 일행도 황급히 달려갔다. 최고 높이 1900m 절벽에서 벌어진 추락 사고로 큰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순간이었다.다행히 추락한 여성들은 경미한 타박상 외에 별다른 부상 없이 멀쩡하게 절벽 위로 끌려올라왔다. 현지언론은 여성들이 절벽 아래에 설치된 작은 나무 구조물로 떨어지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다고 전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한 소식통은 “그네가 최대 높이까지 올라갔을 때 쇠사슬이 끊어졌으면 아마 무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네가 절벽 쪽으로 되돌아는 길이 아니라 공중으로 솟구치는 길에 사고가 났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웠을 거란 설명이다. 사고 이후 다게스탄 관광청은 문제의 그네는 물론 절벽에 설치된 모든 그네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관광청 관계자는 “문제의 그네가 안전띠 설치 등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서 “다시 한 번 점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의회는 관광객 안전이 우려된다며 모든 그네의 철수를 요구했다. 술락 협곡은 유럽에서 가장 깊고도 가파른 협곡으로 꼽힌다. 길이는 53㎞, 깊이는 최대 1920m가 넘는다.
  • [우주를 보다] 스톤헨지 위를 나는 혜성…2021 최고의 천체사진

    [우주를 보다] 스톤헨지 위를 나는 혜성…2021 최고의 천체사진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의 ‘올해의 최고 천체사진’ 38점이 발표되었다. 최근 우주 전문사이트 스페이스닷컴에 발표된 이 천체사진 콘테스트는 올해 13회 째로, 전 세계 천체 사진작가들이 참여해 아름답고 신비로운 우주의 풍경을 담아낸 것들이다. 영국 BBC 스카이 엣 나이트(Sky at Night) 잡지와 공동으로 개최된 이 대회에는 세계 75개국에서 4500점 이상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12개 부문의 수상작은 오는 9월 16일 발표되며, 수상작은 런던 국립해양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최종 경쟁작 38개 중에서 고른 6점을 선정해 소개한다.
  • [포토] ‘흑진주’ 나오미 캠벨, 탄탄한 비키니 자태

    [포토] ‘흑진주’ 나오미 캠벨, 탄탄한 비키니 자태

    영국 패션 하우스 브랜드 버버리가 세계적인 모델 나오미 캠벨과 함께한 새로운 TB 썸머 모노그램 컬렉션의 광고 캠페인을 공개했다. 여름 분위기를 가득 표현한 이번 광고 캠페인은 버버리의 주요 하우스 코드인 양면성이란 컨셉을 바탕으로, 정적인 이미지의 고전성과 CGI 기술의 현대성을 결합한다. 유명 사진작가 단코 스타이너가 담아낸 이미지와 비주얼 아티스트 프레드릭 헤이맨의 영상 작업으로 구성되었으며, 나오미 캠벨을 주인공으로 고전성과 현대성의 세계를 끊임없이 오간다. 캠페인 이미지 속 나오미 캠벨의 독보적인 아우라를 증폭시켜주는 자연석과 바닥 위 물은 해안가 풍경을 현대적이고 미니멀한 감성으로 재해석한다. 나오미 캠벨이 CGI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는 디지털 영상에서는 인공 해변이 펼쳐지며, 공중에 매달린 거대한 소라와 조개가 기계적인 구조물과 완벽한 대비를 이루어 양면성의 컨셉을 표현한다. 평온한 상태를 모험과 연결 짓고, 미래적인 이번 광고 캠페인은 과감하게 한계를 벗어나고 끊임없이 꿈을 꾸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버버리 사진 제공
  •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이의진의 교실 풍경] 자포자기가 인구 감소보다 무섭다/서울 누원고 교사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이사 올 때, 중개하던 부동산에서 매물로 나온 집이 꽤 있으니 아예 사는 게 어떠냐고 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도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동북부 지역에서만 십 년을, 그것도 전세로만 떠돌던 처지라 서울의 집값은 언감생심이었다. 은행 도움을 받는다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 융자는 월급쟁이에게 그림의 떡일 뿐이고. 어찌어찌 반전세로 주저앉은 지 2년이 못 되는 사이에 집값, 정확하게는 전세 보증금만 2억 5000만원이 올랐다. 더 낡은 아파트로 이사했고, 다시 2년이 지난 올해 초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니 그사이 낡은 아파트 전셋값마저 다시 2억원이 올라 있었다. 다행히 기존에서 5% 이상은 올릴 수 없는 전월세상한제 덕분에 재계약할 수 있었으나, 2년 뒤를 생각하면 한숨이 나온다. 주변 시세를 보건대 이미 다락같이 올라버린 전셋값을 더는 감당 못하고 이곳을 떠야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우리 집은 부부 모두 벌고 있다. “인구 감소보다 무서운 건 자포자기한 중국 청년들이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6월 3일자 기사는 최근 중국에 나타난 탕핑(?平)족에 대한 당국과 기성세대의 우려를 담았다. ‘탕핑’은 말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삼포족(연애·결혼·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결혼·연애·출산·내 집 마련 포기) 같다. 중국의 한 20대 청년은 소셜미디어에 직장도 없이 매달 3만 5000원으로 생활하는 법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하루 종일 집에만 있고, 매일 두 끼만 먹고, 낚시나 산책같이 돈이 안 드는 여가활동만 하고,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 한 번으로 또 몇 달 동안 사는 게 비법이라고 밝혔다. 논리는 단순하다. “열심히 일해 봤자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로 착취만 당하다 결국 병만 남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꽤 많은 젊은이가 지지를 표했다. 열심히 일한 대가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해서다. 여기에는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집값 오르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자괴감도 섞여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선전(深?)의 집값과 소득 비율은 43.5다. 43년간 먹지 않고 일해야 집 1채를 살 수 있다는 말이다. 베이징은 이 지수가 41.7이다. 부모의 조력 없이 자신이 살 집을 구한다는 건 지금 젊은 세대에게는 ‘이번 생(生)에는 글러 버린 일’이 된다. 어쩐지 기시감이 든다. 중국에 탕핑족이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삼포’와 ‘오포’를 거쳐 이제 ‘파이어족’이 나왔다. ‘Financial Independent, Retire Early’의 첫 글자를 조합해 만든 파이어(FIRE)족은 젊을 때 임금을 극단적으로 절약, 노후 자금을 빨리 확보함으로써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일찍 은퇴하자는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주식 및 부동산 폭등, 비트코인 열풍 등과 결합해 이상한 한탕주의에 휩쓸리기도 했으나 궁극적으로 “사회 시스템과 자본의 노예가 돼 매일 착취만 당하고 살 수는 없다”는 데 맥을 같이한다. 이제 얼마 안 있어 학교는 여름방학에 들어간다. 그러나 고3 담임에게 여름방학은 대입 수시상담 시즌일 뿐이다. 이 시기 단순히 진학상담만 아니라 진로상담도 함께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때마다 꼭 받는 질문이 있다. “대학 나와도 어차피 아무것도 할 게 없잖아요.” 탕핑족의 등장을 단순히 먼 나라 중국의 일로만 치부하고 우리는 상관없다고 하거나, 철없는 젊은 것들 때문에 세상 망조가 든 거라고 탄식만 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아이들이 자포자기하지 않고, 무엇보다 한탕주의에 휩쓸리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하려면 이 여름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으로 사회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그 시스템이 잘 돌아가도록 열심히 일한 ‘나’도 공모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기우일까.
  • 규제 없는 생활형숙박시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각광

    규제 없는 생활형숙박시설,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서 각광

    아파트에 이어 수익형 부동산의 대표 상품이었던 오피스텔까지 주택 수에 포함되는 등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활형숙박시설이 틈새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생활형숙박시설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 받기 때문에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며 대출 규제에서 자유롭다. 또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아 양도세, 취득세 중과 대상도 아니다. 분양을 받게 되면 위탁사를 통한 임대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하지만 정부가 생활형숙박시설에도 규제의 칼날을 겨누면서 도심에 위치한 생활형숙박시설의 입지는 좁아진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부터 생활형숙박시설을 주택용도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로 했다. 이어 생활형숙박시설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생활형숙박시설을 분양받는 경우 실거주가 아닌 단기임대 또는 장기임대 형태로 숙박업만 가능해진다. 또는 주거를 하기 위해서는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해야만 한다. 다만 관광지에 들어서는 생활형숙박시설은 애초에 숙박업을 할 용도로 투자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해당 규제로 인한 영향은 적을 전망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생활형숙박시설의 경우 주요 관광지에 분양할 경우 관광객 수요가 두텁게 형성돼 있어 인기가 높다”면서 “특히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수익형 상품 중에서도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생활형숙박시설이 기존 용도인 숙박용으로 제한되면서 공실 우려가 낮은 주요 관광지 핵심 입지에 공급되는 단지를 눈여겨봐야 한다”며 “위탁운영의 전문성도 꼼꼼히 따져보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글로벌 관광도시 강원 속초시에 생활형숙박시설 ‘더 호텔 속초 베스트웨스턴’이 들어선다. 단지는 속초에 지하 2층∼지상 27층, 총 335실 규모로 공급된다. 속초의 강남이라 불리는 조양동 일대는 여름휴가철을 비롯해 사계절 내내 관광객 수요가 풍부하다. 농협하나로마트, 이마트, 메가박스, 병원 등 각종 생활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더 호텔 속초 베스트웨스턴은 조양동의 인프라를 모두 누릴 수 있는 데다 청초호 바로 앞에 위치해 조망권이 뛰어나며, 단지에서 설악산과 동해바다도 바라볼 수 있어 휴양을 즐기기 안성맞춤이다. 전 객실을 7층 이상으로 배치하고 발코니를 설계해 오션뷰와 레이크뷰를 충분히 확보했다. 발코니 설계를 통해 30~36%가량 실사용 면적이 확대되는 효과도 있다. 디럭스 트윈룸 위주의 넓은 호실로 구성돼 공간 효율성이 우수하다. 단지 꼭대기 층에는 청초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카이라운지와 옥상 족욕 전망대 등도 마련될 예정이다. 더 호텔 속초 베스트웨스턴은 글로벌 호텔 브랜드 베스트웨스턴 그룹이 운영하는 만큼 높은 브랜드 가치를 누릴 수 있다. 베스트웨스턴은 전세계 100여개국 4200여개 호텔을 보유한 단일 브랜드이자 세계 최대의 호텔 브랜드다. 서울 접근성도 뛰어나다. 2017년 개통한 서울~양양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서울(강일IC)에서 차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용산~춘천~속초를 잇는 동서고속화철도 KTX 속초역(2026년 개통 예정)도 가까이 있다. 만약 개통하면 용산에서 속초까지 1시간 15분 정도 걸릴 전망이다.
  •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가 반사한 빛이 달에 비치다… ‘다빈치 글로’를 아시나요?

    [이광식의 천문학+] 지구가 반사한 빛이 달에 비치다… ‘다빈치 글로’를 아시나요?

    아름다운 하늘 사진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오늘의 천문사진’(APOD)에 올라왔다. 스페인의 카나리아 제도에 있는 테네리페 섬 테이데 국립공원에서 찍은 새벽 하늘 풍경으로, 가느다란 호로 빛나는 초승달과 수성의 모습이 포착되어 있다. 지구 행성의 하늘에 있는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이 희붐하게 밝아오는 동녘하늘에서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늦잠형 인간이라면 평생 보기 힘든 행성이 바로 수성이다. 태양에 바짝 붙어 있어 새벽이나 초저녁에 운이 좋아야 잠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성운동 3대법칙을 발견한 요하네스 케플러도 평생 수성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수성의 바로 위에서 빛나는 별은 황소의 뿔 근처에 있는 3등성 황소자리 제타 별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은 밝게 빛나는 초승달의 위쪽으로 보이는 희미한 달의 밤 부분이다. 햇빛을 받지 않은 부분이 어떻게 희미하게 빛날까? 빛의 회절 현상인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수면파나 소리, 라디오 전파와는 달리 빛은 거의 회절하지 않는다. 이는 빛의 파장이 이들에 비하여 훨씬 짧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달의 밤 부분의 희미한 빛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것을 최초로 알아낸 사람은 500년 전 르네상스 시대의 만능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달의 어두운 부분에서 반사되는 잿빛(ashen glow)은 바로 지구의 바다가 반사한 빛을 다시 반사한 것이다. 다빈치는 이 현상을 1500년대 초 기록으로 남겼으며, 지구와 달 둘 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존재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빛을 ‘다빈치 글로'(da Vinci Glow)라 하며, 천문용어로는 '지구조'(地球照, earthshine)라 한다.정확히 말하면, 지구조는 달의 밤 반구면에 지구의 빛이 반사되는 현상으로, 달이 초승달이나 그믐달 위상을 보이는 때를 전후하여 관측 가능하다. 만약 지구조 시기에 달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지구는 ‘보름지구’에 가까운 형상을 보여줄 것이다. 태양광은 지구에 반사되어 달의 밤 반구로 가서는 다시 반사되어 지구 관측자의 눈에 들어온다. 밤의 반구 부분은 희미하게 빛나는 것으로 보이며, 달의 둥근 원반 모양이 어둡게 보인다. 다빈치는 지동설을 확립한 갈릴레오보다 100년이나 더 전인 천동설 시대에 살았던 사람인데도 이러한 현상을 정확하게 꿰뚫은 것을 보면 과연 인류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만하다. 화가의 눈과 과학자의 마인드가 합작하지 않았다면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참고로, 다빈치는 2007년 11월 ‘네이처’ 지가 선정한 ‘인류역사를 바꾼 10명의 천재’ 중 가장 창의적인 인물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셰익스피어였고, 과학자인 아이작 뉴턴은 간신히 6위를 차지했다. 이 외에도 아테나 여신상의 건축가 피디아스, 미국 독립선언문의 주인공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올랐으며, ‘천재’와 그 이름이 동격으로 취급되는 아인슈타인은 겨우 10위에 턱걸이했다. 어쨌든 ‘인류 10대 천재’ 선정에서 르네상스형 만능인 다빈치가 역사상 가장 창의적인 융합형 인재로 평가된 것이다. 그는 평생 기술과 과학 그리고 예술을 하나로 융합하려는 창의적인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였던 통섭이었다. 
  •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좋은 정치의 시작은 쉬운 말/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좋은 정치의 시작은 쉬운 말/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4>정치의 언어 ㉠아무 근거 없는 마타도어. ㉡황당무계한 마타도어마저 나온다. ㉢무턱대고 마타도어를 하면 안 된다. 선거는 전쟁 같은 말들을 내뱉는다. 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키는 ‘중상’, 사실을 왜곡하거나 속임수를 써서 남을 해롭게 하는 ‘모략’이 쏟아진다. 뜨거워지면 이 둘을 합친 ‘중상모략’이 판을 친다. 익숙한 풍경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의 ‘중상모략’에 “여야가 상호 비방과 중상모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예문이 실려 있을 정도다.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게 ‘마타도어’다. ‘투우사’를 뜻하는 스페인어 ‘마타도르’에서 유래했다. 익숙한 우리말로는 ‘흑색선전’이 있다. ‘모략선전’이라고도 한다. 정치권 일부에선 이런 말들보다 ‘마타도어’를 더 그럴듯하다고 여긴다. 최근 들어 쓰기 시작한 건 아니다. 1960대에도, 70년대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썼다. 그렇지만 일상으로 들어오진 못했고 낯설어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마타도어’란 말이 나오면 무슨 뜻인지 설명해 주는 뉴스도 나온다. 소설 ‘1984’를 쓴 조지 오웰은 이런 글쓰기 원칙도 정했다. ‘대응하는 일상어가 있다면 외래어나 과학용어, 전문용어는 절대 쓰지 않는다.’ 글쓰기라 했지만, 정치의 말하기 원칙이라고 해도 무리 없겠다. ‘컷오프’도 반드시 써야 할 표현은 아니다. “탈락자는 물론 컷오프 순위와 표차”에서 ‘컷오프 순위’는 쉽게 와닿지 않는다. 정치는 말로 하는데, 말이 정치를 어렵게 한다. 참여를 외치면서 동시에 이렇게 막기도 한다. ‘예비경선 순위’라고 하면 금세 이해할 수 있다. “예비경선 후보 8명 가운데 2명을 컷오프한다”에서 ‘컷오프한다’는 ‘탈락시킨다’가 더 좋다. ‘티핑 포인트’는 생소하고 더 어렵다. ‘갑자기 뒤집히는 점’이란 뜻이다. 작은 변화들이 쌓여 가고, 그러다 작은 변화가 하나만 더 일어나도 갑자기 큰 영향을 불러올 수 있는 상태가 된 단계나 순간을 가리킨다. “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티핑 포인트’가 시작된 듯싶다.” 다른 말로 바꿔 쓸 수 없을까. ‘급변점’, ‘전환점’ 같은 말들로 쓰는 이들도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예비선거), 마스터플랜(종합계획, 기본계획, 기본설계), 로드맵(이행안, 단계별 이행안), 매니페스토(참공약), 규제 샌드박스(규제유예, 규제유예제도)…. 굳이 외국어에 의미를 담으려는 정치가 있다. 그런다고 새롭지 않다. 쉽고, 편하고, 분명해야 신선하게 다가온다. 좋은 정치의 출발은 쉬운 말에 있다.
  • 반세기 전 유행한 ‘스윗 캐롤라인’ 어쩌다 잉글랜드 대표팀 응원가 됐나

    반세기 전 유행한 ‘스윗 캐롤라인’ 어쩌다 잉글랜드 대표팀 응원가 됐나

    반세기 전에 유행했던 미국 팝스타 닐 다이아몬드(80)의 노래 ‘스윗 캐롤라인’이 유럽축구선수권(유로) 2020 결승에까지 오른 잉글랜드 대표팀의 비공식 응원가가 된 것은 조금 의아하다.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덴마크를 연장 끝에 2-1로 물리친 대회 준결승 킥오프를 앞두고는 물론, 경기가 끝난 뒤 웸블리 구장을 가득 메운 6만여 관중이 한데 어울려 55년 만의 메이저 대회 결승 진출의 감격을 담아 이 노래를 불렀다. 왜 전 미국 대통령의 딸에 관한 사연을 담은 이 노래가 잉글랜드 팬들의 응원가가 됐는지 BBC가 8일 소개해 눈길을 끈다. 유명 해설위원 개리 네빌 등도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고 했는데 잉글랜드의 대회 결승 진출보다 모든 관중이 어깨를 결고 구르며 이 노래를 한데 어울려 부르는 모습에 더 얼떨떨해 하는 것 같았다고 방송은 전했다. 사우스웨일즈 대학의 대중음악 분석과 교수인 폴 카는 최근 신문 기사를 통해 1969년에 발표된 다이아몬드의 이 노래가 “부르는 많은 사람들의 향수를 되살려내기 때문”이라며 “커다란 이유 중의 하나는 멜로디가 단순하고 가사에 뭔가가 담겨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가사 중에는 “좋은 시절은 결코 좋게 여겨지지 않았어요” “손을 뻗어 날 만져요 당신을 만져요”가 있는데 다음 구절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하며 차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것이다. 일년 넘도록 봉쇄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힘든 시간을 보낸 이들이 주먹을 공중에 휘저으며 “너무 좋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라고 ‘떼창’을 불러댄다. 물론 감염병 확산 우려가 있긴 하지만 말이다. 다이아몬드는 부인 마르시아를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고 말했는데 캐롤라인이란 이름은 잡지에서 읽었던 캐롤라인 케네디, 즉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재클린 여사 사이의 딸 이름을 따왔다고 했다. 나중에 그녀는 주일 미국대사를 지냈다. 이 노래는 미국 차트에서 4위, 영국 차트에서는 8위에 그쳤는데 1990년대 말 미국프로야구(MLB)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의 한 직원이 새로 태어난 딸 이름을 캐롤라인으로 지은 뒤 경기장에서 울려퍼진 것이 스포츠 응원가로 변신하게 됐다. 이상하게도 이 노래가 홈 구장에 울려퍼지기 시작한 뒤부터 구단의 성적이 좋아져 2013년에는 매주 흘러나왔다. 다이아몬드는 그 해 한 경기에 앞서 마운드에 올라 이 노래를 불러 미래의 충직한 레드삭스 팬들 앞에서 보스턴마라톤 폭탄테러 희생자들을 돕는 기금을 모금했다.미국프로풋볼(NFL) 캐롤라이나 팬더스와 북아일랜드 프로축구 리그도 이 노래를 응원가로 채택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도 2017년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준결승 승리 후 이 노래를 함께 불렀고, 아스턴 빌라와 캐슬퍼드 타이거스 럭비 구단도 이 노래를 들려줬다. 잉글랜드 크리켓 대표팀이 2019년 월드컵 승리 후 이 노래를 불렀고 복싱 선수 타이슨 퓨리도 응원이 필요할 때 이 노래를 찾았다. 이 노래가 스포츠 경기에서 새로운 유행을 일으킨 첫 노래도 아니었다. 리버풀 구단의 응원가는 일찍이 뮤지컬 ‘캐루젤’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 ‘유 윌 네버 워크 얼론’을 썼고, 스코틀랜드 축구팬들은 1977년 히트곡 ‘예써 아이 캔 부기’를 채택했다. 독일에 55년 억눌려왔던 열등의식을 해소한 준준결승 직후 웸블리 구장의 디스크자키 토니 패리는 원래 1998년 월드컵 응원가였던 팻 레스의 빈달루(Vindaloo)를 틀려던 것을 갑자기 이 노래로 바꿨다. 그는 토크스포츠 인터뷰를 통해 “감이 딱 왔다. 나중에는 독일 팬들까지 목청껏 불러제쳤다. 모든 팬들이 좋아할 수 있는 노래다. 경기 감독관이 이어폰을 통해 내게 ‘세상이 18개월 동안 닫혀 있었잖아. 이제 마음껏 놀아보자구’라고 속삭이더라’고 털어놓았다.유로 1996에서 공식 채택된 뒤 잉글랜드 대표팀의 경기 직후에는 늘 ‘삼사자(Three Lions)’가 불렸는데 이제 이 노래로 대체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삼사자’ 작사자인 프랭크 스키너는 “그 노래가 내 노래보다 조금 더 나은 것 같다. 대표팀은 독일을 물리쳤고, 난 연장전에서 다이아몬드에게 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다이아몬드는 독일과의 준준결승 직후 자신의 노래가 떼창으로 불린 것에 전율을 느꼈다며 덴마크와의 준결승을 앞둔 잉글랜드에 행운이 가득하길 기원하겠다고 밝혔단다. 25년 전 독일과의 대회 준결승 승부차기 실축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개러스 사우스게이트 현 잉글랜드 감독은 덴마크와의 준결승을 앞두고 ITV 인터뷰를 통해 “닐 다이아몬드를 물리치긴 어렵다. 정말로 즐거워지는 노래다. 내 생각에 이 노래는 사람들을 한데 묶어준다”고 말했다.
  • [책꽂이]

    [책꽂이]

    당신은 아이가 있나요(케이트 카우프먼 지음, 신윤진 옮김, 호밀밭 펴냄) 미국 여성학 전문가인 저자가 아이 없이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과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꼼꼼히 기록했다. 20대부터 90대까지 저마다 사연이 있는 다양한 여성들과 나눈 대화를 토대로 자녀가 없이 살아가는 삶도 가정을 꾸리는 것만큼 재미있고 보람 있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416쪽. 1만 8500원.잃어버린 시간의 연대기(슬라보이 지제크 지음, 강우성 옮김, 북하우스 펴냄) ‘우리 시대 논쟁적 철학자’ 슬라보이 지제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드러난 인종과 계급 차별 등 팬데믹 시대의 복잡한 풍경을 대담하게 그려 낸다. 바이러스만 통제하면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믿음은 전망이 될 수 없으며 자본주의를 넘어선 새로운 삶의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68쪽. 1만 6000원.신성한 소(다이애나 로저스·롭 울프 지음, 황선영 옮김, 더난출판사 펴냄) 영양사와 생화학자인 두 저자가 채식 열풍에 가려진 육식의 효용과 가치를 다각도로 고찰했다.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순환을 위해 육식은 반드시 필요하며 육식이 암·당뇨·심장질환 등을 유발한다는 연구는 과장·왜곡됐고 고기에는 단백질 이외에도 중요한 영양소가 많다고 말한다. 432쪽. 1만 7000원.미래의 종교(로베르토 웅거 지음, 이재승 옮김, 앨피 펴냄)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독교와 서양철학을 바탕으로 종교의 본질과 사회경제 질서에 대해 분석했다. 저자는 종교의 기원은 인간의 실존적 불안과 한계에 있으며, 종교는 그 실체상 계몽을 통해 해방될 수 있는 관념 덩어리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710쪽. 3만 1000원.퀴어돌로지(연혜원 외 10인 지음, 오월의봄 펴냄) 성소수자와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자들의 시각으로 동성애자들이 케이팝 아이돌을 사랑하는 이유와 팬덤 문화에서 볼 수 있는 퀴어 이야기를 다각적으로 다뤘다. 남성 아이돌을 사랑하는 레즈비언과 여성 스타의 춤을 추는 게이, 대중문화에서 벌어지는 퀴어 혐오적 양상까지 두루 담았다. 392쪽. 1만 8000원.당신이 모르는 이야기(서장원 지음, 다산책방 펴냄) 단편소설 ‘해가 지기 전에’로 작품활동을 시작한 서장원 작가의 첫 소설집. ‘해변의 밤’, ‘주례’ 등 단편 9편을 통해 갑작스러운 삶의 균열에 흔들리는 인물들이 깨진 일상과 상처를 딛고 담담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252쪽. 1만 5000원.
  • 의사들이여, 펜을 들어라… 환자의 ‘삶’을 치료하라

    의사들이여, 펜을 들어라… 환자의 ‘삶’을 치료하라

    날카롭게 읽고 쓰면서 환자 고통 깊이 공감하는 ‘서사의학’… ‘3분 진료’ 익숙한 우리 의료현실에 고민 던져간호사가 이름을 호출하면 환자가 방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이야기하면, 의사는 그저 몇 마디 되물을 뿐이다.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3분 남짓. 수납을 마친 환자는 으리으리한 로비를 지나 병원을 나선다. 의사가 환자를 그저 치료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기는 우리의 진료 풍경. 이런 상황이라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공감이 생겨날 수 없다. ●컬럼비아대 샤론 교수 ‘의학· 문학 융합 프로젝트’ 컬럼비아대 내과 교수이자 문학 연구자인 리타 샤론은 20년 전부터 의사가 환자의 아픔에 좀더 공감하고, 의료의 질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리고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는 의과대학 석사과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책은 샤론 교수를 비롯한 의사와 예술가 8명이 서사의학이란 무엇인지, 구체적인 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알려준다. 서사의학은 서사가 분명한 좋은 글을 찾아내고, 이야기를 깊이 읽고 창의적으로 글을 쓰는 훈련이다. 글 쓰는 시간은 한정적이어야 하며, 쓴 글에 대해 조언을 해 줄 사회자가 있어야 한다는 식의 방법도 소개한다. 예컨대 ‘엘리스 먼로의 단편 ‘물 위의 다리’를 읽고 등장인물 간 상호작용이나 대화에 관해 5분간 적어 보시오’라는 식이다. 사회자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끌어내려 해선 안 된다. 저자는 서사의학에 대해 “그저 문학을 읽고 개인의 감상을 나누거나 글을 쓰는 데서 나아가 치료라는 명확한 목적을 염두에 둔 전문적인 훈련”이라 강조한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의사와 문학자 중심으로 구성됐던 컬럼비아대 서사의학팀은 현재 사회적, 정치적인 주제까지 다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글의 숨은 의미 찾듯 환자의 내면 이끌어내는 훈련 차갑기만 한 병실에서 의사가 컴퓨터 모니터의 의무기록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눈을 마주치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픔에 공감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환자를 위해서다. 환자의 목소리에 담긴 진짜 의미를 찾아야 일상 회복을 위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의료인이 글에 내재한 의미를 이끌어 내는 훈련을 거듭하면 할수록 환자와 대화의 깊이가 깊어진다. 그러다 보면 좀더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게 서사의학의 원리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활동은 한 발 나아가 환자의 삶도 바꾸는 결과를 가져온다. 환자들은 그동안 잘 이야기하지 않았던 삶의 이야기, 또는 나의 정체성을 의사에게 내보이면서 치유되고, 그동안 질환으로 흩어져 버린 삶을 다시 맞추는 과정에 들어간다. ●문학적 글쓰기 아닌 의학적 글쓰기엔 다소 낯설 수도 한국의철학회 이사 김준혁 연세대 치대 교수가 번역하고, 뒤에 보충하는 글을 실었다. 김 교수는 특히나 서사의학이 한국 의료계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살핀다. 응급환자나 수술 등 기술적인 부분을 중요시하는 분야에서 크게 효용을 보기는 어렵겠지만, 안락사를 논하는 의료윤리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책에는 문학에 대한 다른 분석, 기존 문학적 글쓰기가 아닌 의학 분야에 맞는 글쓰기 방법 등을 주로 다룬다. 익숙하지 않은 글을 사례로 들고 설명하기 때문에 다소 생소할 수 있고, 기존 문학 독법에서 벗어난 게 많아 읽기도 어렵다. 다만 의료행위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고, ‘3분 진료’에 익숙한 우리도 서사의학과 같은 시도가 가능할 수 있을지 고민거리를 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 죽어가는 반려견 손수레에 싣고 해발 886m 정상까지 마지막 여행

    죽어가는 반려견 손수레에 싣고 해발 886m 정상까지 마지막 여행

    영국 런던 출신 카를로스 프레스코(57)가 죽어가는 반려견과의 마지막 여행지로 택한 곳은 다름 아닌 해발 886m 산 정상이었다. 7일 데일리메일은 프레스코가 지난달 10살 반려견 ‘몬티’와 이별 여행을 떠났다고 전했다. 래브라두들(래브라도 리트리버와 푸들 교배종) 반려견 몬티는 프레스코의 둘도 없는 여행 친구였다. 영국 전역을 돌며 웬만한 산은 다 올라가봤다. 사우스웨일스주 최고봉 ‘펜이팬’도 여러 번 정복했다. 브레콘비컨스국립공원에 속한 펜이팬은 영국 남부에서 가장 뛰어난 경치를 자랑한다.하지만 몬티의 병이 재발하면서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둘의 모험도 위기를 맞았다. 암 병력이 있는 몬티는 백혈병 재발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 고령이라 버틸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반려견의 죽음을 직감한 프레스코는 몬티가 가장 좋아했던 펜이팬으로의 이별 여행을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움직일 기력도 없는 반려견을 어떻게 산 정상까지 데리고 가느냐였다. 프레스코는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반려견을 손수레에 태우고 등산한다는 계획이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몬티는 그간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 주인이 끄는 손수레에 올라 묵묵히 경치를 감상했다.손수레에 탄 반려견과 손수레를 끄는 주인의 모습에 등산객의 시선은 집중됐다. 처음에는 마냥 신기해하던 사람들도 반려견이 곧 세상을 떠날 처지라는 사실에는 눈시울을 붉혔다. 프레스코는 “호기심에 다가온 사람들은 악화된 몬티 상태를 보고 나와 똑같이 슬퍼했다. 난생처음 본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한마음으로 울어주었다”고 밝혔다. 어떤 이들은 몬티의 마지막 여정에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프레스코는 “몬티가 탄 손수레를 함께 끌어도 되겠냐 물어왔다. 그렇게 여러 사람과 함께 손수레를 밀고 끌며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주인과의 추억이 깃든 산 정상에서 세상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은 몬티는 투병 18개월 만인 지난달 21일 프레스코 곁을 떠났다. 프레스코는 “여러 사람의 지지와 격려 덕에 몬티가 쓸쓸하지 않게 하늘로 갈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또 “몬티 역시 여러 사람에게 위로와 감동을 선사하고 떠났다. 잠시 삶을 돌아보며 인생이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반려견의 죽음을 애도했다.
  • 대구역 지하상가 활성화 사업 추진

    대구역 지하상가 활성화 사업 추진

    경일대가 지난 4월부터 대구역 지하상가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경일대 링크플러스(LINC+)사업단의 지역사회 투비 이노베이션(TOBE Innovation)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대구시설공단, 동구사회적경제문화센터, 대구동구사회적경제협의회, 한국재생아트연구협회, 공예연구소 studio_ahn, 이룸교육문화협동조합이 함께했다. 대구역 지하상가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매월 다양한 주제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이 사업은 지난 4월에는 페이퍼 플라워 전시회를 통해 따뜻한 봄을 맞아 대구역 지하상가를 시민들이 머무르고 싶은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5, 6월에는 버려지는 물품을 예술작품으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아트 전시회를 열어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으며 7월 2일부터 8월 5일까지는 작은 구멍 사이로 그림책의 풍경을 재현한 ‘터널북’, 360도로 펼쳐지는 별 모양의 ‘별북’ 등 다양한 북아트 기법을 활용한 북아트 전시회가 펼쳐진다. 경일대 LINC+사업단의 지역사회 투비 이노베이터(TOBE Innovator) ‘KIU 해피지킴이’팀 학생들은 작가들의 작품제작에 필요한 기초 작업을 돕고, 대구역 지하상가 일대에서 전시품을 직접 전시하고 꾸미는 활동을 통해 전시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힘썼다. 배영자 담당교수는 “전시회를 통해 대구역 지하상가 일대가 상인과 이용객들의 마음건강 쉼터로 기능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매력적인 상가로 변신해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지역의 유관기관들과 꾸준히 협력하여 다양한 도심재생사업모델을 발굴 운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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