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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건반엔 폭풍, 선율엔 감미로운 추억…멘델스존으로 성장한 임윤찬

    [리뷰] 건반엔 폭풍, 선율엔 감미로운 추억…멘델스존으로 성장한 임윤찬

    멘델스존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임윤찬(18)의 무대는 폭풍처럼 활기 넘치는 열정과 감미로운 옛 추억이 묻어나는 목가적 풍경이 공존하는 장이었다. 강한 파도와 천둥 같은 격정적인 타건(打鍵)이 오케스트라와 맞물려 청중을 심연으로 이끌면서도 절제된 선율의 서정적 아름다움으로 한층 성장한 느낌이 들게 했다. 선후배 피아니스트의 정을 확인한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롯데콘서트홀 ‘클래식 레볼루션 2022’ 무대에서 임윤찬은 선배 피아니스트 김선욱(34)이 지휘봉을 잡은 KBS교향악단과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했다. 지난 6월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우승한 임윤찬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2000여석에 달하는 객석은 빈자리가 드물었다.1831년 독일 뮌헨에서 초연된 멘델스존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전 3악장이 쉴 새 없이 하나로 연결돼 짜임새 있으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곡이다. 1악장(몰토 알레그로 콘 푸오코)이 시작되자 오케스트라의 간단한 서주에 이어 임윤찬이 콩쿠르 우승곡인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에서 보여 준 신들린 타건을 선보였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음계와 단호한 오케스트라가 주고받기를 계속하는 모습이 삶의 아픔과 애환을 묘사하는 듯했다. 우아하고 기품 있는 완급 조절은 2악장(안단테)에서 두드러졌다. 임윤찬의 애수 띤 피아노 연주로 시작해 오케스트라의 비올라와 첼로가 따스한 선율을 연주하며 청중을 위로하는 듯했다. 낭만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잠시나마 옛 추억과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선율이 이어졌다. 달콤한 선율이 마무리될 즈음 트럼펫의 팡파르가 힘차게 울려 퍼지면서 경쾌하고 밝은 3악장(프레스토)이 시작된다. 화려하고 긴박하게 건반 좌우를 빠르게 오가는 임윤찬의 연주에 넋이 나간 객석은 숨죽인 듯 고요했다.19분의 협연을 마무리한 임윤찬의 손이 멈추자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이후 예상치 못한 ‘앙코르 파티’에 환호성은 더 커졌다. 김선욱은 느닷없이 지휘봉을 내려놓고 임윤찬 왼쪽에 같이 앉았다. 이들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 KV521’ 2악장을 통해 두 손보다 더 풍요로우면서도 유리를 매만지듯 섬세하고 여린 두드림까지 마음껏 펼쳐 냈다. 6분 30초간 진행된 이 곡은 밴 클라이번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 임윤찬과 마찬가지로 2006년 리즈 콩쿠르에서 18세로 최연소 우승을 차지한 김선욱이 리허설 전에 제의했다고 한다. 후배를 보는 김선욱의 흐뭇한 시선과 선배를 위해 악보를 넘겨 주는 임윤찬의 협업에 객석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홀로 앙코르 곡을 하나 더 하라는 김선욱의 제의로 임윤찬은 멘델스존 환상곡 작품 28의 서정성을 표현하며 박력 넘치는 연주를 다시 보여 줬다. 떠오르는 후배에게 힘을 실어 준 김선욱의 배려에 공연의 감동은 극대화됐다. 아무 말 없이 깍듯하게 90도로 꾸벅 절하는 특유의 인사법에 웃음이 가득하고 쾌활한 임윤찬의 무대는 행복에 빠진 청중의 진심 어린 박수로 마무리됐다.
  • 저수량 27억t ‘육지 속 바다’ 충주호… ‘옛 대통령 별장’ 청남대 품은 대청호

    충북도가 호수관광 육성에 뛰어든 것은 아름다운 호수와 저수지, 강, 주변에 어우러진 백두대간 등 천혜의 자연자원을 품고 있어서다. ●단양팔경 등 관광 자원 풍부한 충주호 충북도는 도내에 호수와 저수지가 757개 있다고 18일 밝혔다. 호수 면적만 따지면 전국 1등이다. 충북이 제주도를 제외한 도 단위 지역 가운데 땅덩어리가 가장 적다는 점을 감안하면 호수의 천국으로 불릴 만하다. 자랑할 만한 호수와 저수지도 많다. 충주호와 대청호는 충북을 대표하는 호수다. 충주호는 1985년 충주시 종민동·동량면 사이의 계곡을 막아서 만든 충주댐으로 인해 조성됐다. 저수량은 27억 5000만t으로 육지 속의 바다로 불린다. 국내에서 소양호(29억t) 다음으로 담수량이 많다. 주변 경관이 뛰어나고 인근에 월악산국립공원, 청풍문화재단지, 케이블카, 단양팔경, 고수동굴, 구인사, 수안보온천 등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충주~제천~단양에 걸쳐 있어 제천지역 주민들은 ‘청풍호’라고 부른다. 대청호는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면서 생겼다. 저수량 15억t으로 한국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대청호 인근인 청주시 문의면에는 옛 대통령 전용별장인 청남대가 있다. 호수와 산이 만들어 낸 경관이 얼마나 아름다우면 국가 최고권력자가 이곳에 별장을 지었을까. 청남대 전망대에 오르면 대청호의 그림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좁은 협곡이지만 산세 수려한 괴산호 괴산호는 1952년 남한강 지류인 달천을 가로질러 만든 괴산댐이 축조되면서 형성됐다. 내륙 산간의 지형적 특성 때문에 너비가 좁은 협곡이지만 산세가 수려해 경치가 좋다. 괴산호를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인 산막이옛길은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 전국 3대 명품길로 불린다. 괴산호 주변에는 속리산국립공원, 쌍곡계곡, 선유동계곡, 화양계곡 등 유명한 관광명소도 많다. ●제림과 함께 어우러진 제천 의림지 제천 의림지는 김제 벽골제, 밀양 수산제와 함께 한국 고대 수리시설의 하나다. 1976년에 충북도 지방기념물 11호로 지정됐다. 의림지 제방 위의 수백년 된 소나무와 버드나무 숲인 ‘제림’(堤林)은 예부터 의림지와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뽐내고 있다. 여기에 순조 7년(1807)에 세워진 ‘영호정’과 1948년에 건립된 ‘경호루’ 같은 정자와 누각 등이 조화를 이뤄 의림지는 ‘제천1경’으로 꼽힌다. 진천군에 있는 초평저수지는 낚시터로 유명하다. 잉어, 가물치, 붕어, 뱀장어 등이 서식해 전국에서 해마다 3만명 이상이 찾는다. 저수량이 1378만t으로 충북 저수지 가운데 가장 크다. 초평저수지 주변을 잇는 초롱길은 봄, 가을이 되면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초평저수지를 가로질러 건널 수 있는 하늘다리도 있다.
  • 봉우리는 ‘번쩍’ 시냇물은 ‘반짝’… 수정 알갱이 모여 오색찬란 절경

    봉우리는 ‘번쩍’ 시냇물은 ‘반짝’… 수정 알갱이 모여 오색찬란 절경

    20년 동안 크리스털 산수화 제작1㎜ 보석 150만개 이상 붙이기도프레스센터 예술공간 ‘호화’ 전시“스님 도 닦는 듯한 마음으로 노동인간의 욕망·역사 동시에 보여 줘”“이 고된 작업을 20년이나 할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아직 머릿속에 있는 걸 제대로 펼쳐 보이려면 한참 남았네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등의 보석으로 만든 산수화로 유명한 김종숙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김 작가는 19일부터 서울 광화문 한국프레스센터 내 복합예술공간 아트스페이스 호화에서 개인전 ‘유영하는 풍경들’을 연다. 전시를 앞두고 서울신문과 만난 그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오색찬란한 작품을 통해 관객들이 기분 전환하고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고전적 산수화를 크리스털이라는 현대적 재료로 재해석한 작업 ‘인공 풍경’ 시리즈를 약 20년간 이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인공 풍경 시리즈 초창기 작품부터 팬데믹 이후 신작까지 총 15점의 크리스털 산수화를 선보인다. 김 작가가 이처럼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꾸리게 된 데는 가족의 영향이 컸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왕십리에서 나전 공방을 운영했다. 도심에서 크면서도 항상 산수화 같은 동양의 느낌이 내 안에 있었다”고 했다. 그러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회화를 실험하다 자개의 미감과 비슷한 진주에 생각이 닿았다.진주 한 알에서 시작한 작품은 오팔, 크리스털로 이어졌다. 작업은 캔버스에 밑그림을 그린 뒤 여러 차례 접착제를 코팅하고, 그 위에 세필 붓으로 보석 알갱이를 하나씩 붙이는 노동을 거친다. 김 작가는 “작품 하나에 3~4개월은 기본이고, 다른 작업과 함께 하면 수년씩 걸리는 것도 있다”고 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중 하나인 ‘인공 풍경-화이트 머티리얼 05’는 가로 길이가 9m에 달하는 대작이다. 1㎜도 안 되는 작은 보석들이 150만개 이상 도포됐다. 김 작가는 “얼핏 보기엔 쉬울 것 같지만 100% 집중하지 않으면 순식간에 보석이 우수수 떨어져 내린다”며 “마치 스님이 도 닦는 것 같은 마음으로 ‘노동’을 한다”고 말했다. 캔버스 위의 보석들은 불규칙하게 자리잡은 듯하지만 실은 알갱이 하나만 빠져도 어색해 보일 정도로 철저히 계산된 것이다. 이 보석들은 산과 물줄기의 선형을 이루며, 쏟아지는 빛과 관객의 시선에 따라 명멸하는 절경을 보여 준다. 마치 꿈결 속 낙원이 펼쳐지는 듯하다. 산수화가 아닌 조선 책가도(책장에 서책과 문방구, 골동품을 그려 넣은 그림)를 차용한 작품 ‘인공 풍경-정물화1(책가)’ 역시 눈에 띈다. 총 6개의 캔버스를 이어 붙여 5m의 거대한 책가도로 구성된 작품은 휘황찬란한 크리스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 작가는 “산수화는 보통 먹과 붓으로 산세를 표현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게 보석이라는 점이 인간의 욕망과 역사를 동시에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9월 18일까지.
  •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그 섬들의 위로… 가만있어도 마음 편안해진다 [이우석의 미시여행]

    ‘한산: 관광객의 출현’ 경남 통영세간에 회자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을 봤더니만 문득 그 바다에 가고 싶어졌다. 결국 ‘토영’에 갔다. 토영은 경남 통영 사람들이 자신의 고장을 부르는 말이다. 통영은 통제영의 위엄과 거창함을 강요하는 느낌이지만 토영이라 말하면 뭔가 살갑다. 뒤 억양을 올리는 지역 사투리로 토영을 발음하면 빠닥빠닥 석쇠 위에 볼락 굽는 연기도 배어들고 풋풋한 멍게의 바닷내도 섞이는 것만 같다. 통영은 조선의 해군 본부 격인 삼도수군통제영을 줄인 말로 1604년 이곳 두룡포에 설치됐다. 신식 군대가 생기기 전까지 약 300년간 삼도(전라·충청·경상)의 수군을 지휘하던 본부였으니 그 규모는 실로 장대했다. 남해의 자그마한 어촌이 조선 최대 규모의 군사도시가 됐고, 이후 ‘군사’를 떼어 낸 도시는 수산업과 문화예술, 관광 산업으로 지금껏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고성반도와 이어져 내려와 150여개의 유무인도를 거느린 통영의 지형이 서쪽에 있는 전남 여수와 닮았다 했는데 알고 보니 홍콩반도를 더 빼닮았다. 어디서 홍콩과 통영이 닮았다는 글을 읽고 지도를 찾아보니 과연 그렇다. 고성반도(주룽반도)를 통해 내려오면 홍콩섬과 같은 미륵도가 다리와 해저터널로 이어지며 침사추이 격인 강구안, 항남동 등 통영 시가지 가운데 위치했다. 북쪽에는 고성읍(선전)과 창원(광저우)이 비슷한 위상으로 포진해 있다. 다만 홍콩의 경우 트램(통영에선 케이블카)을 타고 가야 하는, 전망대 구실을 하는 빅토리아 피크(미륵산)가 주룽이 아닌 홍콩섬(미륵도)에 있다는 것이 조금 다르다. 남쪽 녹빛 바다엔 크고 작은 섬들이 쫙 깔렸다. 그 이름도 유명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이다. ‘근대의 지드래곤’ 정지용 시인이 통영 앞바다를 보고 이른 말이 있다. “만중운산 속의 천고절미한 호수”라고. 이은상 시인 역시 “결결이 일어나는 파도, 파도 소리만 들리는 여기. 귀로 듣다 못해 앞가슴 열어젖히고 부딪혀 보는 바다”라고 통영을 칭송했다. 그 말이 딱이다. 바다는 바다인데 호수의 생김 같다. 통영 바다에는 차가운 직선 수평선이 아예 보이지 않는다. 샐 틈 없이 둥글둥글한 섬들로 막혔다. 동그란 섬들이 둥둥 떠 있는 형국이다. 아티스틱 스위밍 팀이 일제히 자맥질을 하면 물 위에는 궁둥이만 남는데, 통영 바다가 꼭 그 짝이다. 여기다 통영 땅을 누비는 길 역시 기막힌 곡선이다. 가로와 세로, 그리고 수직으로 뻗은 직선 도시에 지쳐 버린 이들이 숨어들기 딱 좋다. 여기선 가만있어도 마음이 평평해진다. 아름다운 통영의 지리를 잘 살펴보려면 미륵도 미륵산을 오르는 게 먼저다. 고도는 그리 높지 않다. 462m. 대신 바다에서 바로 솟아나 그 위세만큼은 몹시 당당하다.전국 지자체에 ‘케이블카 신드롬’을 몰고 온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른다. 주렁주렁 매달려 바다와 산을 잇는 철삭(鐵索)의 길. 비록 차가운 쇠줄에 불과하지만 이 줄을 타고 오르는 이들의 마음은 뜨거워진다. 전망대에 오르면 누구나 쉽사리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굽이치는 산책로를 따라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보며 정상에 오른다. 미륵산 위에 올라서면 통영의 땅과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좋으면 어스름하게 일본 쓰시마섬도 볼 수 있다. 한국의 할롱베이니 만중운산의 호수니 하는 말은 모두 이 풍경에서 비롯된 말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려수도의 풍경은 국립공원 100경 중 으뜸으로 꼽힌다. 통영은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던 미항(美港)이다. 관광 마케팅을 하려고 요즘 지어낸 말이 아니다. 무려 60년 전인 1962년 박경리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 첫 장에 똑똑히 적혀 있다. 일찌감치 일본인들이 통영을 두고 그리 불렀다. 얼마나 아름다웠을까. 가 보지도 못한 세계 3대 미항의 이름을 가져다 붙여 놨을 정도니 말이다.비취색 바다를 앞두고 움푹 들어간 항구와 그 뒤를 버티고 선 든든한 언덕. 요즘은 ‘범죄도시’에 가까운 이탈리아 나폴리보다 아름다운 항도가 통영이 아닐까. 게다가 예향(藝鄕)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낳은 위대한 작곡가 윤이상과 청마 유치환, 박경리 등 문화예술인 여럿이 이곳에서 자라며 영감을 얻었다. 통영의 아기자기한 멋과 이를 둘러싼 자연환경은 모두 알뜰살뜰하다. 예술의 원천이 되기에 충분한 자연환경이 있었기에 위대한 예술가들은 이 도시에서 예술적 감각을 키울 수 있었다. 문화예술에 있어 왜 하필 군사도시 통영인가. 답은 권력에 있다. 과거 예술이 발달하려면 돈과 권력이 필요했다. 메디치의 부가 있었던 피렌체도 그랬고 합스부르크의 빈도 그랬다. 남해 끄트머리에 있지만 통영에는 무려 정이품의 통제사가 있었다. 요즘 공무원으로 따지자면 판서(장관) 이상이다. 이곳으로 부임하면 거느린 무관과 식솔 모두를 데리고 왔다. 통제사 일행의 자산과 당시 한양의 최신 문물이 고스란히 통영에 도달했다. 게다가 통제영에서 사용할 물품을 공급하는 군납 산업의 발달은 건축과 예술, 공예, 요리 등 문화예술 전반을 키우는 근간으로 작용했다. 한양 경복궁 경회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가장 큰 단일 목조건물 세병관(洗兵館)은 삼도수군통제영의 위엄을 단박에 알 수 있는 랜드마크로, 단층 팔작지붕의 국보다. 시인 두보의 ‘세병마행’에 등장하는 구절인 세병은 칼(兵)을 씻는다(洗)는 뜻이다. 모두 궤멸시키고야 말겠다는 이름이 아닌 평화주의적 소망이 이 커다란 건물 현판에 녹아 있다. 세병관에 들어서기 전 지나야 하는 문의 이름도 지과문(止戈門)이다. 굳셀 무(武) 자를 파자한 것으로 ‘전쟁(戈)을 그치게 한다’는 뜻이다. 이 역시 무를 숭상하면서도 평화를 논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실로 엄청난 전화를 겪고 난 후 다시는 그런 불행을 겪지 않겠다는 선조들의 철학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통영에 또 다른 별칭을 붙이자면 미향(味鄕)이 빠질 수 없다. 시인 백석도 통영 음식 맛이 여간 좋았던지 아예 ‘통영 2’라는 시에서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고 통영 바다의 음식을 노래했다.통영은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충무김밥과 도다리쑥국. 뱃머리에서 팔던 충무김밥은 제5공화국 때 관제축제 ‘국풍81’에서 인기를 끌면서 전국적으로 알려졌고, 도다리쑥국은 최근 몇 년 새 봄날의 계절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실 통영에는 이 외에도 맛난 먹을거리가 ‘천지빼까리’다. 원래부터 좋은 식재료가 많이 나는 곳이기도 하고, 맛있는 것 먹기 좋아하는 무관들이 대대로 주둔했던 곳이니 식문화가 발달했다. 이순신 제독(수군으로선 장군보다 제독이 맞다)도 이곳에 있었다. 전라좌도수군절도사로 임진왜란 중에 한산도 제승당에 주둔하면서 ‘한산섬 달 밝은 밤에’로 시작하는 시조 ‘한산도가’도 남겼다. 난중이지만 어쨌든 충무공은 통영의 음식도 맛봤을 것이다. 돼지고기와 ‘금풍쉥이’(군평선이)를 즐겼다는 일기도 있다. 만약 충무공이 요즘처럼 맛깔나는 다양한 통영 식문화를 접했다면 이런 일기를 남기진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봤다. “초8일 임인(壬寅). 맑음. 공무를 본 후 아우와 멍게 부밥(비빔밥)을 먹었다. 초밥을 먹자 했지만 왜의 것이라 돌려보냈다. 아우가 밥을 남겨 장형 10대에 처했다. 부하들과 항남동에 나가 갯장어와 술을 먹었다. 제철이라 제법 살이 오르고 윤기가 도는 것이 가히 맛을 형언하기 어려웠다. 돌아온 후 활 열다섯 순을 쏘았다.” 통영의 맛난 음식은 중앙시장과 서호시장에서 출발한다. 갖은 생어물과 건어물, 해조류, 젓갈로 가득하다. 넙데데한 가자미에 곰장어, 요즘 때를 맞은 갯장어가 좌판에 깔렸다. 이 모든 싱싱한 재료가 숙련된 솜씨와 만나 통영 특유의 밥상을 구성한다. 갑오징어, 감생이(감성돔), 뽈래기(볼락) 등 횟감도 좋고 슬쩍 익혀 내는 먹을거리도 수두룩하다. 시장통에는 오랜 시간 시민들에게 사랑받아 온 맛집도 많아 이곳을 순례하는 일도 참 재미가 좋다. 아침에 붕장어 대가리를 넣고 끓인 시락(시래기)국밥이나 시원한 졸복국 한 그릇으로 시작해 충무김밥과 멍게비빔밥, 간식으로 꿀빵, 마무리로 우짜(우동+짜장)까지 먹으면 몸도 마음도 포만감으로 차오른다. 저녁엔 통영 특유의 선술집 문화인 ‘다찌집’에서 신선한 재료와 함께 밤을 즐길 수 있다. 계절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상에는 푸짐하고도 다양한 안줏거리로 가득 찬다. 고둥이며 문어며 하나씩 집어 오물오물 임인년 여름의 후숙(後熟)을 즐겨 본다.통영에서의 섬 여행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앞서 미륵산에 올라 눈에 욱여넣었던 수많은 섬 중 몇 군데는 직접 다녀올 수 있다. 여행에 동기부여가 된 한산도는 무척 가깝다. 섬 안을 도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는다. 섬 해변길을 따라 걷다 제승당에 올라 한산 앞바다를 바라보며 충무공의 심정을 되새겨 볼 수 있다. 며칠 묵는다면 육지 통영과는 사뭇 다른 만지도며 욕지도, (누가 팔려고 내놓지도 않았지만) 매물도까지 두루 돌아보는 ‘섬 호핑 투어’도 가능하다. 앙증맞은 해수욕장을 품은 비진도와 내친김에 멀리 장사도까지 다녀와도 좋다. 신안섬과는 다른 풍광과 분위기가 기다린다. 통영을 여행하는 여러 가지 방법을 훑어봤다. 늠름한 거북선이 지키고 선 강구안. 특별할 것도 없는 허름한 다찌집에 앉아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아래 상쾌한 밤을 잔에 담아 기울인다. 오후 8시 책받침만 한 창문 틈 사이로 통영의 여름밤이 서서히 식어 가고 있다. 푸르게 짙푸르게.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시락국=‘원조 시락국’. 붕장어 대가리 육수에 된장을 풀고 시래기를 넣은 국 한 그릇이 하루를 살아갈 충분한 에너지를 준다. 서호시장에서 대대로 이름난 이 집은 이제 관광객의 필수 코스가 됐다. 시락국 한 뚝배기를 내오면 늘어놓은 반찬을 맘껏 떠다 먹는 방식이다.졸복국=크기만 보고 무시할 게 아니다. 얼큰히 마신 후 시린 속 해장에 아주 좋다. 서호시장 ‘풍만복국’은 상호처럼 푸짐한 반찬과 함께 복국을 한 뚝배기 내준다. 존득한 살맛도 좋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넣고 한소끔 끓여 낸 졸복국에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풍미가 한층 살아난다. 충무김밥=원래 여수~부산 여객선 승객에게 팔던 ‘뱃머리 김밥’에서 시작됐다. 맨밥을 김에 말아 꼬치에 꿰고, 호래기(참꼴뚜기)나 홍합을 졸여 섞박지와 함께 먹는 방식이다. 중간에 소를 넣지 않으니 잘 쉬지 않아 먼 길을 떠나는 배 안에서 먹기 쉽고 맛도 좋았다. 강구안 ‘엄마손김밥’이 옛날식으로 홍합과 호래기 등을 졸여 판다. 곰탕과 육회비빔밥=항남동 ‘풍전식당’. 통영에는 해산물만 있는 게 아니다. 한우 사골곰탕을 맛있게 끓이는 집이다. 구수하고 진한 곰탕이 보약 한 첩의 효과를 낸다. 신선한 육회를 올려 갖은 채소, 해초와 함께 비벼 먹는 통영식 육회비빔밥도 예술이다. 반찬도 맛있지만 곰탕이나 비빔밥 한 그릇이면 땡이다.고등어회=‘고등어와 전갱이’. 욕지도의 명물 고등어를 사철 회로 즐길 수 있는 식당이다. 비리지 않고 고소하며 감칠맛이 감도는 횟감 고등어가 입맛을 당긴다. 두껍게 썰어 내 부드러운 살을 씹는 맛이 좋고 시간이 지날수록 기름이 흘러 꿀떡 잘 넘어간다. 등 푸른 생선은 아무 데서나 회로 즐길 수 없기에 더욱 값지다.
  • 서울 잠수교, 일요일 오후엔 차 없는 ‘보행교’

    서울 잠수교가 오는 10월까지 매주 일요일 차 없는 ‘보행교’가 된다. 플리마켓과 거리 공연, 푸드트럭도 운영된다. 서울시는 오는 28일부터 10월 30일까지 매주 일요일 낮 12시부터 오후 9시까지 차량을 통제하고 ‘2022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를 연다고 17일 밝혔다. 시는 이번 축제를 통해 잠수교를 시민의 품에 돌려주고 문화와 휴식이 공존하는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한강 다리의 가능성을 찾을 계획이다. 1976년 준공된 잠수교는 국내 최초 2층 교량으로 반포한강공원과 바로 연결되고 길이 765m로 서울시 구간 한강 다리 중 가장 짧아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많이 찾는 다리다. 시는 소상공인 등 70개 팀이 참여하는 플리마켓에서 친환경 제품과 버려진 장난감을 활용한 놀이교육 등을 진행한다. 잠수교 곳곳에서는 음악,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거리 공연이 펼쳐진다. 커피와 음료, 간식 등 걸으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파는 푸드트럭도 마련된다. 강바람을 맞으며 한강의 풍경과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야외 영화관’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천체 관측, 페이스페인팅 등을 할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할 예정이다. 시는 축제 기간 잠수교 남단 회전교차로는 정상 운영해 세빛섬 접근 동선을 유지하고 잠수교를 지나는 노선버스(405번·740번)는 반포대교로 임시 우회하도록 했다. 윤종장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장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잠수교를 시민들이 온전히 누리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의미 있는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청와대, 국민께 드리겠다” 윤 대통령 공약이 만든 100일 풍경

    “청와대, 국민께 드리겠다” 윤 대통령 공약이 만든 100일 풍경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함께 개방된 청와대가 17일로 개방 100일째를 맞는다. 권력의 심장부였던 곳이 국민의 공간으로 재탄생하면서 일차적인 목적은 달성했다. 다만 단순 관람이 아니라 보다 의미 있게 청와대를 누릴 수 있도록 향후 활용 방안을 놓고 아직 정확한 계획이 수립되지 않아 청사진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청와대 터는 오랜 역사를 품은 공간인 동시에 한국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이 있었다고 전해지며, 조선시대에는 경복궁의 후원으로 사용됐다. 최고 권력자가 거주했던 청와대는 서울 한복판에 있으면서도 ‘미지의 땅’으로 여겨졌다. 그동안 제한적으로 개방됐던 청와대가 전면 개방되면서 폭발적인 반응이 나왔다. 당초 개방하려던 계획보다 추가로 연장 개방했고, 상시 개방된 현재에도 평일 1만명, 주말 2만명 이상이 방문하며 16일까지 약 155만명이 다녀갔다. 국민 개방에 맞춰 다양한 행사도 준비됐다.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과 한국문화재재단은 야간 관람, 공연 등의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했다. 개방 100일을 기념해 사진공모전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준비되지 않은 채 전면 개방한 후유증도 만만치 않았다. 개방 이틀째인 지난 5월 11일에는 한 50대 여성이 보물로 지정된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 앞에 놓인 기물을 파손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근에는 한 가구업체가 청와대를 상업적 홍보에 이용한 영상이 공개돼 영상을 내리는 일도 있었다.지난 7월에는 청와대 관리를 담당하던 문화재청의 의지와 상관없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또 다른 논란이 불거졌다. 개방 이후 줄곧 청와대 관리를 맡았던 문화재청은 노조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되는 문체부의 계획에 우려의 뜻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청와대를 둘러싼 일련의 상황은 전체 큰 그림 없이 개방이 이뤄진 영향이 크다. 27대 문화재위원장이었던 이상해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특정 단체에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는 데 청와대를 활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국민적 합의가 먼저 이뤄진 뒤에 전체적인 계획을 세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이 발주한 청와대 활용 관련 연구용역을 맡은 김정현 홍익대 교수는 “본관이나 관저는 최대한 보존하고, 영빈관이나 춘추관을 시민적인 공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며 이원적으로 분리해 활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이를 문체부에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향후 청와대 활용은 문체부가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는 오는 31일 첫 전시회로 장애예술인 특별전을 열고, 하반기에 공간과 콘텐츠를 조합할 예산 및 세부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 “가곡 등 한국 합창 음악을 세계로”…국립합창단 국제뮤직페스티벌

    “가곡 등 한국 합창 음악을 세계로”…국립합창단 국제뮤직페스티벌

    “한국의 합창 음악은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클래식 분야입니다. 한국 합창 앨범의 해외 유통에 이어 ‘한국 가곡의 밤’을 통해 미국 음악계와 예술적 교류를 위한 거점을 마련할 것입니다.”(윤의중 국립합창단장 겸 예술감독) 국립합창단이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과 함께하는 한국가곡의 밤’을 1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2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한다. 앞서 지난 13일 강릉아트센터와 15일 부산 캠퍼스D에서 먼저 관객과 만났으며 20일에는 대전 예술의전당 아트홀에서도 공연한다. 윤의중 국립합창단장은 16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형 합창곡의 세계화를 위한 국립합창단의 예술 한류 확산사업인 ‘2022 국제뮤직페스티벌’ 일환으로 기획했다”면서 “프로젝트를 준비한 1년간 미국 성악가들의 연주 영상과 이력서 등을 직접 보고 섭외했다”고 말했다. ‘한국가곡의 밤’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성악가 24명을 초청해 새로 결성한 합창단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이 국립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들은 ‘엄마야 누나야’, ‘아리랑’, ‘사의 찬미’ 등 한국 가곡 13곡을 윤 단장의 지휘와 김경희, 서미경, 김민환의 반주로 노래한다. 이를 통해 한미수교 140주년을 맞아 역사적 의의를 되돌아보고, 한미동맹의 의미를 되새긴다. 아메리칸 솔로이스츠 앙상블에 참여한 소프라노 첼시 알렉시스 헬름은 “이 앙상블에 선택돼 한국에 오게 된 건 매우 큰 영광”이라며 “한국의 가곡은 눈물이 날만큼 아름다운 감정을 느끼게 하고 따뜻하고 깊이 있고 울림 있는 소리가 특징”이라고 말했다. 함께 참여한 베이스 성악가 엔리코 라가스카는 “한국 가곡은 강과 산, 바다의 전경을 그림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산과 강들을 보며 한국의 가곡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얼마 전 국립합창단의 ‘바다 교향곡’을 들었는데 굉장히 정교하고 섬세해서 감명을 받았다. 한국의 합창 음악은 서구 음악에 비해 매우 수준이 높다”고 전했다. 윤 단장은 “한국 가곡은 우선 국내 시인들의 훌륭한 시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며 “시 가사에 담긴 한이나 정과 같은 정서를 외국인도 느낄 수 있도록 잘 의역해 표현한다면, 그 우수성이 변색되지 않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한국 전래동요와 가곡 등을 담은 국립합창단의 첫 정규 앨범 ‘보이스 오브 솔러스’(Voice of Solace·위로의 목소리)를 전 세계에 발매했다. 전래동요 ‘새야 새야’를 비롯해 ‘어기영차’, ‘어랑’, ‘어이 가리’, ‘기근’, ‘아리랑’, ‘청산에 살어리랏다’, ‘섬집아기’ 등 한국 고유의 정서가 담긴 8곡(11개 트랙)의 창작곡이 수록됐다. 이영조, 우효원, 오병희, 조혜영이 작곡·편곡에 참여했다. 윤 단장은 “한국 합창이 미국에서 음원 유통을 시작했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 “유튜브 뿐 아니라 뉴욕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 일주일간 홍보영상이 송출됐고, 음반매장 등 미국 내 27개 지역 판매처에서 유통된다”고 소개했다.
  • 타로카드 51장에 쓴 60대 미용사들 애환… 20대의 예술이 되다

    타로카드 51장에 쓴 60대 미용사들 애환… 20대의 예술이 되다

    동네 미용실서 청춘의 흔적 포착손님으로 드나들며 추억 이끌어최루탄 대학생·명동 시절 등 생생 ‘미용사·손님 나이 비례’ 카드 최애“세대 넘는 소통 널리 퍼뜨릴래요”20대 청년 두 명이 엄마뻘인 60대 동네 미용사의 애환이 담긴 삶을 기록하고 이를 타로카드로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엄마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는 그들에게도 젊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데 주목해 세대 간 소통에 나선 것이다. 시각예술가 김소희(왼쪽·27)씨와 최새미(오른쪽·26)씨가 중년 여성 미용사의 구술사를 기록하는 ‘헤어걸스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20년 6월 무렵이다. 서울 목동의 오래된 동네 미용실에 붙은 낡은 ‘헤어포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씨는 15일 “포스터 속 풍성한 웨이브 머리의 젊은 모델은 그 미용실에 ‘뽀글 파마’를 하러 가는 중년 여성과도, 현재 젊은 여성인 나와도 동떨어져 보였다”면서 “‘저 모델도 지금은 중년이 됐겠네’ 그렇다면 ‘나이 든 미용사에게도 젊은 과거가 있었겠구나’까지 생각이 미치니 절로 궁금해졌다”고 말했다. 20대 예술가와 60대 미용사는 서로가 낯설었다. 쭈뼛대다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 손님이 아닌데’라는 갸우뚱한 시선이 돌아왔다. 머리하는 손님 뒤에선 중년 여성이 계모임을 하고 화장품을 사고팔거나 식재료 공동구매를 의논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최씨는 “처음엔 간식을 사 가다 어느 순간 손님으로 가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돼 머리를 자르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청년은 60대 미용사들의 인생사에 빠져들었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 신촌 대학가에서 일했다는 A씨는 ‘지랄탄’(다연발 최루탄)이 쏟아지면 일대 상가가 재빨리 셔터를 닫고 대학생들을 숨겨 주었다고 했다.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난 B씨는 5성급 호텔과 명동의 큰 미용실에서 ‘잘나갔다’면서 미용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편 사업 때문에 충북 단양으로 옮기고도 화려한 꽃장식을 덧붙인 ‘결혼식 올림머리’로 입소문이 나 지역대회 우승자 머리도 여럿 만져 주었다고 했다. 또 다른 미용사는 ‘미용실 괴담’을 묻는 질문에 밤에 오는 남자 손님이라는 뜻밖의 답을 내놓기도 했다. 여성 혼자 일하는 미용실이 강도나 성범죄 타깃이 되면서 미용협회가 미용실을 통유리로 만들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이런 사연을 담아 제작한 타로카드 51장 중 두 사람은 가장 마음에 드는 한 장으로 ‘미용사와 손님의 나이는 비례한다’는 제목의 카드를 꼽았다. “어느 미용사가 나이 든 손님은 나이든 미용사를 찾고 젊은 손님은 젊은 미용사를 찾는다고 말했어요. 단절된 공간에 사는 우리는 서로를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 두 청년예술가가 동네 60대 미용사를 찾아간 이유

    두 청년예술가가 동네 60대 미용사를 찾아간 이유

    20대 청년 두 명이 엄마뻘인 60대 동네 미용사의 애환이 담긴 삶을 기록하고 이를 타로카드로 만들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하고 있다. ‘엄마들의 사랑방’으로 불리는 동네 미용실에서 일하는 그들에게도 젊었던 과거가 있었다는 데 주목해 세대 간 소통에 나선 것이다. 시각예술가 김소희(27)씨와 최새미(26)씨가 중년 여성 미용사의 구술사를 기록하는 ‘헤어걸즈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020년 6월 무렵이다. 서울 목동의 오래된 동네 미용실에 붙은 낡은 ‘헤어포스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김씨는 15일 “포스터 속 풍성한 웨이브 머리의 젊은 모델은 그 미용실에 뽀글 파마를 하러 가는 중년 여성과도, 현재 젊은 여성인 나와도 동떨어져 보였다”면서 “‘저 모델도 지금은 중년이 됐겠네’ 그렇다면 ‘나이든 미용사에게도 젊은 과거가 있었겠구나’까지 생각이 미치니 절로 궁금해졌다”고 말했다.20대 예술가와 60대 미용사는 서로가 낯설었다. 쭈뼛대다 미용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 손님이 아닌데’라는 갸우뚱한 시선이 돌아왔다. 머리하는 손님 뒤에선 중년 여성이 계모임을 하고 화장품을 사고팔거나 식재료 공동구매를 의논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최씨는 “처음엔 간식을 사 가다 어느 순간 손님으로 가는 게 제일 편한 방법이라는 걸 알게 돼 머리를 자르며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청년은 60대 미용사들의 인생사에 빠져들었다. 민주화 운동이 한창일 때 신촌 대학가에서 일했다는 A씨는 ‘지랄탄’(다연발 최루탄)이 쏟아지면 일대 상가가 재빨리 셔터를 닫고 대학생들을 숨겨주었다고 했다.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난 B씨는 5성급 호텔을 거쳐 명동의 큰 미용실에서 ‘잘 나가는 미용사’였다면서 자부심을 드러냈다. 남편 사업 때문에 충북 단양으로 옮기고도 화려한 꽃장식을 덧붙인 결혼식 올림머리로 다시 전성기를 맞아 지역 미인대회 우승자 머리도 여럿 만졌다고 했다.미용사들은 ‘미용실 괴담’을 묻는 질문에 “밤에 오는 남자 손님”이라는 뜻밖의 답을 내놓기도 했다. 여성 혼자 일하는 미용실이 강도·성범죄 타깃이 되면서 미용협회가 미용실을 통유리로 만들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김씨는 “그 이야기를 듣고 여성이 주고객인 서점에서 일할 때 술에 취한 남성 손님이 찾아와 두려움을 느꼈던 경험을 떠올렸다”면서 “나이 차를 뛰어넘어 공감하게 된 순간”이라고 했다. 헤어걸즈는 이런 사연을 담아 제작한 타로카드 51장을 사용해 지난해 12월 동네미용실에서 타로 점을 보는 행사를 진행했다. 독립·진로·연애·이직 고민을 털어놓은 청년들은 중년 미용사들의 삶에 각자 해석을 덧붙여 답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가장 마음에 드는 카드로 ‘미용사와 손님의 나이는 비례한다’는 제목의 카드를 꼽았다. 이 카드 해설서에는 “당신이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라. 그들은 당신이 찾고 있던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적었다. “어느 미용사가 우리에게 ‘나이든 손님은 나이든 미용사만 찾고 젊은 손님은 젊은 미용사만 찾는다’는 말을 했어요. 단절된 공간에 사는 우리는 서로를 ‘다른 종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보면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요.”
  • 회색지대에 스며든 붉은 공장… 햇빛 타고 흐르는, 부유하는 공간[건축 오디세이]

    회색지대에 스며든 붉은 공장… 햇빛 타고 흐르는, 부유하는 공간[건축 오디세이]

    한국은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1조 8239억 달러(약 2166조 8000억원)로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다. 무역액(1조 2596억 달러)은 세계 8위이며 수출액(6445억 4000만 달러)만 놓고 보면 세계 7위다. 수치로 보나 성과로 보나 대한민국의 위상은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 ‘한강의 기적’을 이어 가는 외형적 성장에 비해 산업 시설은 기름때 묻은 공장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행스럽게도 건축가들의 손길이 미치면서 제품 생산을 위한 기능 못지않게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편의와 디자인 감성을 담은 공장 건물이 하나둘 생겨나 산업 현장의 풍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건축가 김수영(숨비건축사사무소장)이 지난해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신축한 KPX케미칼 울산공장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국내 최대의 공업 도시인 울산 남구에 위치한 울산석유화학공업단지. 울산공항에서 자동차로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공단의 모습은 영화 속에서 보던 디스토피아 같았다. 지상에선 탱크로리가 달린 대형 트럭들이 오가고 고개를 들면 회색빛 하늘 아래 어마어마한 규모의 저장 탱크들과 연결 파이프들이 고층 빌딩처럼 서 있었다. 거대한 굴뚝에선 수증기가 줄기차게 뿜어져 나온다. 한마디로 살풍경하다. 길 한편에 마련된 주차장에 차를 대고 KPX케미칼(울산 남구 납도로 103)로 들어갔다. 미리 방문 요청을 해 놓은 터였지만 정문에서 다시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 확인을 한 뒤에야 공장 단지에 들어설 수 있었다. 화학공장 단지 내에 위치한 KPX케미칼은 자동차, 침구류, 가전제품 등에 사용하는 우레탄과 반도체를 만들 때 사용되는 소재를 생산한다. 밖에서 볼 때는 몰랐는데 생산 제품의 원료를 저장하는 탱크에서 시작돼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리 가고 저리 가면서 최종 제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제조 공정이 이뤄질 것으로 짐작되는 공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12만 3000㎡에 이르는 부지 규모는 숫자만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웠다. 김수영 소장은 “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화학단지와 주변의 시설물들이 무척 낯설었지만 기능을 고려해 노랑, 빨강, 파랑으로 구분해 색칠한 파이프라인, 거대한 매스를 형성하는 철골구조와 반짝이는 금속패널들이 만들어 내는 독특한 풍경이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안전한 공장, 깨끗한 공장, 쾌적한 공장’, ‘PSM(공정안전관리) 정착은 생존의 필수조건’이라고 적힌 구호가 무색하지 않게 이 거대한 장치 산업에서는 안전이 최고 우선이라는 것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바닥에 그어진 선은 하늘색과 초록색으로 구분돼 있는데 하늘색 선이 그어진 곳 안에서는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초록색 선이 그어진 구간(그린존) 안에서는 안전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다닐 수 있다. 주 출입구에 면해 단정하게 서 있는 3층 높이의 붉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새로 지어진 사무동 건물이다. 김 소장은 “기존 건물을 확장 이전하면서 새로 짓는 건축물은 거대 시설들과 함께 하나의 산업적 풍경을 이루면서 주 출입구에 면해 있는 만큼 기업의 상징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이슈였다”며 “붉은 톤의 금속 재질이 갖는 선적인 요소들이 복잡한 산업 시설의 배경과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건축가 김종규와 김준성의 사무실에서 10년 넘게 실무를 수련하고 2010년 숨비건축사사무소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2014년 제7회 젊은 건축가상, 2016년 김수근 건축상 프리뷰상, 2019년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이라는 성과가 말해 주듯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규모와 상관없이 구조와 치수, 빛과 같은 요소를 다루는 그의 방식은 정교하고 깔끔하다. “콘크리트 기단을 만들고 그 위에 가벼운 것을 얹은 뒤 선으로 나눠야 주변의 풍경과 어울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H빔이나 파이프라인의 선들이 가진 풍경을 공장의 기능적 요소들과 함께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주 출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바로 이어지는 사무동은 28m×28m(연면적 2260㎡)의 정방형 건물로 조경 공간을 사이에 두고 기존 연구소와 일렬로 서 있다. 1층은 철근 콘크리트, 2~3층은 철골구조를 적용했고 내부는 H빔을 사용했다. 기둥과 보를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외피와 구조가 하나의 면을 이루는 방식으로 구축했다. 1층은 콘크리트 기둥을 4m 간격으로 놓되 콘크리트 외피가 기둥의 두께만큼 안으로 들어간 형태고, 2~3층은 각 파이프 기둥을 2m 간격으로 놓은 뒤 벽돌색에 가까운 붉은색으로 도색한 알루미늄 외피를 밖으로 돌출하는 방식을 취했다.김 소장은 “콘크리트에 비해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철골구조를 건축에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주변의 금속들과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연결시키는 시도였는데 철골을 사용해 보니 콘크리트와는 다른 성격의 공간이 도출됐다”고 말했다. 건물의 출입구는 케이크를 자른 듯 1층의 모서리를 삼각형으로 덜어 내 만들었다. 출입구로 들어서면 외피의 색과 같은 붉은 벽돌색 바탕에 흰색으로 쓰인 KPX케미칼 로고가 선명하다. 현관의 천장 높이는 2.35m. 다소 답답한 느낌을 받으며 자동문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의외의 공간이 펼쳐지며 갑자기 눈이 번쩍 뜨인다. 3층 천장부터 바닥까지 뻥 뚫려 있는 공간에 밝은 빛이 가득하다. 흰색으로 마감된 캔틸레버 계단은 기둥이 없어서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 같다. 라운드 형태의 난간에도 빛이 부서진다. “공장 내의 건물이기 때문에 도시의 화려한 오피스 빌딩처럼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지을 필요는 없지만 이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빡빡한 현장의 무게를 다소나마 덜어 낼 수 있도록 3층 높이의 보이드(void·빈 공간)와 빛을 이용해 ‘부유하는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미술관의 아트리움을 연상하게 하는 보이드를 가운데 두고 각 층에 사무공간이 둘러서 배치돼 있다. 빛은 12m×5m의 직사각형으로 뚫린 천창에서 9㎜ 두께의 철판으로 된 루버(날개창)를 통해 실내로 들어와 흰색으로 칠해진 H빔 기둥과 보, 계단, 유리 난간에 반사돼 공간을 부유한다. 고흥석을 매끈하게 갈아 마감한 1층 바닥으로 떨어지는 빛이 반사되면서 중력을 잊게 만든다.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빛과 그림자가 내부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좀더 직접적인 교감을 주기를 바랐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붉은 톤의 외피는 건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시각적 즐거움을 주리라 생각합니다.”김 소장은 “외피 색깔부터 내부의 보이드 공간, 디자인이 드러나는 캔틸레버 계단, 천장 등 파격적인 시도를 기업 오너가 적극적으로 수용해 준 결과”라면서 “처음엔 모두들 보이드 공간을 아까워했지만 이용하는 분들이 공장 사무실이 아니라 미술관에 오는 것 같다며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사무실 내부도 말끔하게 디자인돼 있어 창밖으로 보이는 거대 설비들만 아니면 화학공장이라기보다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이나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3층 공간은 미술 작품들을 벽에 걸고 테이블을 놓아 갤러리로 꾸밀 예정이라고 한다. 김 소장은 앞서 경기 양주의 음향기기 생산공장 소비코 사무동을 디자인했고, 충북 오창에도 배터리 부품(리드탭)을 생산하는 공장을 짓고 있다. KPX케미칼에서는 석유화학 제품을 보관하는 탱크터미널에 위치한 글로벌 물류창고 건물을 추가 발주했다.“산업의 역사가 긴 서구 국가에서는 공장이 건축 영역으로 들어온 지 오래입니다. 공장은 기능 면에서 구조적 부분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건축가들이 많이 작업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공장이 건축 분야로 아직 편입되진 않았지만 오너들의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 김 소장은 “지금까지 제조업 공장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적었지만 그들이 하루를 보내는 공장의 환경이 좀더 좋아지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생산성도 향상된다”면서 “근무자들의 복리후생을 늘리고, 공장의 이미지를 변화하기 위해 건축물에 디자인을 더하려는 기업이 늘어나면 젊은층의 제조업 기피 현상도 어느 정도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함혜리 칼럼니스트
  • 색다른 예술 입고 미술관으로 바뀐 구로구청

    색다른 예술 입고 미술관으로 바뀐 구로구청

    “그림을 그리면 기분이 좋아져요. 학원에서 따로 배우지는 않고 집에서 스스로 익혔어요. 빨리 제 작품 전시도 보고 싶어요.”발달장애인 김민영(27)씨는 평소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한다. 노을진 하늘을 배경으로 들판을 지나가는 기차, 먹음직스러운 수박과 원두막이 있는 풍경, 온갖 화사한 꽃 등 꾸밈없는 자연이 김씨가 주로 그리는 소재다. 그가 공들여 그린 그림은 이번에 특별한 공간에 전시됐다. 바로 구로구청사다. 지난 3일 구로장애인가족지원센터에서 만난 김씨는 자신의 그림을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앞으로도 꽃, 나무, 바다 같은 자연 풍경을 많이 그리고 싶다”고 말했다. 구로구청사 5층 사회복지과 앞 복도가 ‘특별한 미술관’으로 변신한 건 지난 6월부터다. 발달장애인 5명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 36점이 복도 양쪽 벽에 나란히 걸렸다. 복도를 지나가던 한 직원은 “색감도 화려하고 소재가 다양한 그림이 걸려 있으니 정말 미술관에 온 것 같다”면서 “삭막했던 복도가 환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구는 구청 복도를 일상 속 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미술 작품을 꾸준히 전시해 왔다. 발달장애인의 작품을 전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으로 3개월 주기로 작품을 교체해 다양한 그림을 전시할 예정이다. 조성원 구로장애인가족지원센터 팀장은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한데 이번에 구청에서 전시회를 한다고 하니까 더욱 고무돼 열심히 참여하려고 한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키울 기회가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그림은 구로구청 외에 ‘시끄러운 도서관’ 입구에도 전시돼 있다. 구로종합사회복지관 2층에 있는 시끄러운 도서관은 일반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인이나 경계선 지능을 가진 ‘느린 학습자’들이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돌아다니며 소리 내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에서 독서뿐 아니라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각종 도구와 전자 칠판도 마련돼 있다”며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문헌일 구로구청장은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의 창작 활동을 장려하고 이들이 자립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 [지구를 보다] 유럽 최악의 가뭄에…이탈리아 최대 호수 바닥까지 드러내

    [지구를 보다] 유럽 최악의 가뭄에…이탈리아 최대 호수 바닥까지 드러내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가 가뭄 탓에 사상 최저 수위를 기록했다. AP통신 등 외신은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에서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으로 가르다호가 바닥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12일 가르다호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예년과 다른 호수 풍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베아트리체 마시라는 여성 관광객은 “지난해 방문 때 마음에 들어 올해 다시 찾아왔다. 항상 있던 물이 거의 다 사라져 조금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가르다호를 포함한 이탈리아 북부 지방에는 지난 몇 달 동안 큰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올해 강수량은 전년 대비 70% 감소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긴 강인 포 강도 유량이 기존 대비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위는 보통 때보다 낮은 2m 수준이다. 포 강 부근은 이탈리아 농업 생산의 30~40%를 차지한다. 이 강의 유량이 떨어지면서 논이 마르고 바닷물까지 유입된 영양으로 농작물의 최대 60%를 잃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스페인과 독일, 포르투갈,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뭄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돗물 공급까지 끊기면서 물 사용 제한 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강지이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여름/강지이

    19살 때 수도원에 입회했다가 깨달음의 한계에 부딪혀 6년 뒤 수도원을 나와 이탈리아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이번 전시에선 뒷모습의 풍경을 그린 회화를 선보이며 가장 본질적이며 인간적인 행위를 설명한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마리에서 9월 30일까지. 여름/강지이 그곳에 영화관이 있었다 여름엔 수영을 했고 나무 밑을 걷다 네가 그 앞에 서 있기에 그곳에 들어갔다 거기선 상한 우유 냄새와 따뜻한 밀가루 냄새가 났다 너는 장면들에 대해 얘기했고 그 장면들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어두워지면 너는 물처럼 투명해졌다나는 여름엔 수영을 했다 물 밑에 빛이 가득했다 강 밑에 은하수가 있었다 매해 여름을 살지만 같은 여름은 아니다. 일생 사랑을 하지만 당연히 같은 사랑은 아니듯이. 물속에서 자맥질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여름은 일 년 중 가장 깊고 넓은 생활의 무대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왜 물속이 궁금할까? 생애의 여름인 청춘이면 인간은 왜 사랑이라는 영화관이 궁금할까? 거기에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장면’이 있기 때문이다. 상영이 끝나면 ‘물처럼 투명해’지는 ‘너’라는 영화관! ‘물 밑에 가득한’ ‘빛’을 보느라고 ‘여름엔 수영을’ 한다. 그 맹목(盲目)의 ‘빛’을 어떤 도량형으로 말하랴. 저런! 그것이 밤까지, ‘은하수’를 보는 일까지 이어지다니. ‘너’의 ‘투명’이 짙었음을 문득 알아차린다. 여름은 이미 지나갔으리라. 장석남 시인
  • ‘경기북도 설치’ 김동연 공약 당 안팎 암초

    ‘경기북도 설치’ 김동연 공약 당 안팎 암초

    김동연 경기지사가 임기 내 경기북도 (경기북부특별자치도)를 설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도내 시군의 입장이 제 각각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달 26일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광교홀에서 열린 ‘민선 8기 경기도지사-시장·군수 간담회’의 풍경은 경기북도 설치 계획이 평탄치 않음을 잘 보여 줬다. 11일 일부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국회의원 출신 국민의힘 소속 한 기초 단체장은 간담회에서 김 지사의 경기북도 설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중앙정부에서 해야 할 일을 왜 경기도에서 추진하려 하느냐”며 김 지사를 몰아세웠고, 일부 참석자들도 이에 동조했다. 김 지사는 경기북도 설치를 위해 도내 31개 시군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합의문을 안건으로 올렸으나 합의문은 채택되지 않았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 당권주자인 이재명 의원(인천 계양구을) 역시 경기북도 설치에 신중한 입장이어서 이 의원이 당대표가 된 이후 김 지사에게 힘을 실어 줄지는 미지수다. 경기지사를 지낸 이 의원은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 3월 대선에서 경기북도 설치와 관련해 “경기도가 너무 커서 분도를 고려해야 하는데 지금은 자립 기반이 취약하다. 북부의 자립 기반을 강화하고 어느 정도 갖춰지면 그때 분도를 생각 하자”며 신중론을 펼쳤다. 고양과 파주 등 경기북부의 핵심 지자체들도 도청사 유치에만 관심을 보일 뿐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지사의 경기북도 신설 의지는 식지 않고 있다. 취임과 동시에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북부청사에 ‘경기북도 설치 임시 전담팀(TF)’을 설치한 그는 지난달 31일 취임 3일 만에 사임한 김용진 경제부지사의 후임으로 경기북도 설치에 적극적인 염태영 전 수원시장을 임명했다. 염 부지사는 6·1 지방선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김 지사와 마찬가지로 경기북도 설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부지사 내정 당시 “(4년 후) 민선 9기에서는 경기북부 도지사를 뽑아야 한다”며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지사는 당선인 시절인 지난 6월 24일 경기도청 북부청사에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갖고 임기 시작과 함께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경기북부 주민들의 오랜 염원을 민선 8기 내에 꼭 실현 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북도 신설은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의 공약 사항으로 제시된 이후 선거철 단골 메뉴였지만, 여전히 첫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 선우은숙 며느리, 비행기서 ‘혼수상태’ 무슨 일 …“눈뜨니 한국”

    선우은숙 며느리, 비행기서 ‘혼수상태’ 무슨 일 …“눈뜨니 한국”

    배우 선우은숙의 며느리이자 사업가 최선정이 발리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최선정은 11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혼자 일어나서 밥 챙겨먹는 태리”라며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발리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내 풍경이 담겼다. 널찍한 비즈니스석에서 최선정의 딸 태리는 홀로 기내식을 즐기고 있다. 그 옆에는 최선정이 깊게 잠들어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최선정은 “혼수상태네 이거…”라고 전해 웃음을 안겼다. 그는 자신이 잠든 사이에 일어났던 일을 뒤늦게 파악하고는 “자다가 눈드니 한국 도착해서 육아 할 게 없었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나만 잤던 비행”이라고 전했다. 한편 최선정은 2018년 배우 이영하, 선우은숙의 아들 이상원과 결혼해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둘째 아들 이현군을 출산했다.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낮에 피는 꽃, 밤에 피는 꽃/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낮에 피는 꽃, 밤에 피는 꽃/식물세밀화가

    식물을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관찰하고자 하는 식물을 찾아 나서고, 식물을 실제로 마주하는 순간이다. 식물은 주로 산에 많고 식물원이나 수목원, 농장 혹은 정원에 있을 때도 있다. 이동하고 움직이다 보면 몸은 고되지만 그려야 할 식물을 발견한 순간의 황홀함이 자꾸만 나를 식물이 있는 곳으로 떠민다. 그러나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는 나도 어쩔 수 없이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밝을 때 식물의 형태가 잘 보이기 때문에 한낮에 몸을 움직여야 하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때 즈음 나가는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도 있기 마련이다.나팔꽃, 무궁화, 닭의장풀…. 지금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름꽃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꽃을 보려면 오전에 나서야만 한다는 점이다. 오전에 꽃잎을 열고 오후에는 다시 꽃잎을 닫기 때문이다. 이 식물들은 꽃이 한 번 열리면 내내 피어 있다가 며칠이 지나 꽃이 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 단위로 오전에 꽃을 열고 오후에 꽃을 닫고 다음날 다시 꽃을 여닫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들의 꽃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이른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게으른 인간에게는 만개한 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아주 단호한 식물들이다. 식물이 낮과 밤의 길이 그리고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게 반응해 꽃과 잎을 움직이는 현상을 수면 운동 혹은 취면 운동이라고 한다. 민들레는 햇빛의 변화에 의해, 나팔꽃과 튤립, 크로커스는 온도의 변화에 의해 꽃을 여닫는다. 초여름 도시 풍경을 환하게 만드는 자귀나무는 늦은 오후에 잎을 오므리는 수면 운동을 한다. 해가 없는 밤에는 광합성을 하지 않기 때문에 잎의 표면적을 최대한 줄여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기 위해서다. 흔히 사람들은 이런 자귀나무를 보고 잠을 잔다고 표현한다.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꽃이라는 기관의 궁극적인 존재 목적이 수분이라면, 오랫동안 꽃을 피워 수분할 시간을 최대한 많이 얻으면 될 텐데 왜 굳이 매일 꽃잎을 열고 닫기를 반복하는 것일까? 식물이 꽃잎을 열고 닫는 메커니즘에 관해서는 그동안 많이 연구돼 왔지만, 왜 이렇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정확한 증거는 없다. 다만 몇 가지 추측은 해 볼 수 있다. 우선 수분을 도울 작은 동물들은 주로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에너지를 축적하기 때문에, 사실 식물이 밤에도 굳이 꽃을 열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밤에 꽃을 닫으면 야행성 해충으로부터 꽃가루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 찰스 다윈은 밤 동안의 추위에 꽃가루가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밤에 꽃을 닫는다고도 생각했다. 게다가 꽃가루가 젖으면 수분율이 급감한다. 건조한 꽃가루는 더 가볍고, 곤충에 의한 이동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밤 동안 내린 이슬에 의해 꽃가루가 젖고 무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밤에 꽃을 닫을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를 떠올리다 보면 더이상 식물이 밤에 꽃을 피울 이유가 없을 것 같지만, 자연은 늘 우리의 예상 밖에 있다. 앞서 말한 종들과 반대로 우리 주변에는 낮에 꽃잎을 닫고 밤에 꽃을 피우는 일명 ‘야행성 식물’도 있다. 달맞이꽃.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식물은 오후에 샛노란 꽃을 피운다. 우리에게 익숙한 박꽃도 늦은 오후 꽃을 피운다. 흰 꽃잎을 사방에 뻗는 형태의 덩굴식물, 하늘타리도 마찬가지다. 하늘타리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늦은 오후가 돼 집을 나서야 했다. 흑막 속에서 흰 꽃잎을 내뿜은 듯한 형태의 하늘타리 꽃은 이것이 식물인지 여느 작은 동물인지 착각하게 될 만큼 기이했다. 다음날 낮에 다시 하늘타리를 찾으니 전날 밤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꽃잎이 축 처져 있었다. 그렇다면 이 식물들은 왜 굳이 어두운 밤에 꽃을 피우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수분을 도울 곤충이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굳이 야행성 곤충의 도움을 받는 이유는 낮에 활동하는 곤충의 선택을 받는 경쟁에 참여하기보다 밤에 활동하는 곤충의 선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따뜻한 봄과 여름이 아닌 굳이 추운 겨울 동안 꽃을 피우는 복수초와 설강화 같은 겨울꽃의 선택도 같은 이유다. 가끔은 나도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러나 마냥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도 지난날 보았던 이른 아침의 나팔꽃과 밤의 하늘타리를 떠올리면, 지금 이 시간에도 바삐 움직이고 있을 식물과 나의 모습이 비교돼 몸을 일으켜 움직이게 된다. 식물을 관찰하다 보면 식물이 느리거나 정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 베일 속 ‘천재 사진가’ 담담한 자화상 담다

    베일 속 ‘천재 사진가’ 담담한 자화상 담다

    2007년 미국 시카고 어느 마을의 작은 경매장. 자신이 집필할 책에 실을 자료 사진을 구하기 위해 한 청년이 오래된 상자를 구매한다. 무명 사진가가 찍은, 네거티브 필름으로 가득한 상자였다. 시험 삼아 인화한 사진에 매료된 청년은 이 사진가의 정체를 찾기 위해 몇 장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를 본 사람들은 열광했다. 비비안 마이어(1926~2009)가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서울 성동구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열리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은 생전 전혀 조명받지 못하다가 사망 이후에야 ‘천재 사진가’로 불리게 된 마이어의 작품을 볼 수 있는 자리다.마이어는 현재 미국의 거리 사진을 바꾼 작가, 비밀스럽고 미스터리한 사진가, 롤라이플렉스의 장인 등으로 불리지만 이렇게 주목받게 된 건 불과 몇 년 전부터다. 경매장에서 우연히 사진들이 ‘발굴’되면서 비로소 그 존재가 드러났지만, 베일에 싸인 작가의 실체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다. 20대 이후 쭉 보모로 일하다가 2009년 4월 세상을 떠났다는 짤막한 부고가 전부였다. 마이어의 감춰진 재능과 삶을 알리기 위해 청년 존 말루프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그게 2014년 나온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다. 영화는 이듬해 아카데미상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작에 선정됐고, 마이어의 작품 가격은 치솟았다. 최근엔 마이어의 가족사부터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전기 ‘비비안 마이어’(북하우스)도 출판되는 등 알려지지 않은 삶을 주목하는 시도는 계속되고 있다.이번 전시에서는 마이어가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점의 사진, 그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소품, 영상, 오디오 자료 등을 만나 볼 수 있다. 1959년 필리핀, 홍콩,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 등을 여행하며 촬영한 사진들도 처음 공개된다. 평생 비밀스럽게, 극히 제한된 인간 관계를 맺고 살았던 마이어는 15만장에 이르는 사진을 찍었지만 대부분 현상조차 하지 않은 채 창고에 방치했다. 가장 친한 지인도 마이어의 가족 관계나 성장 배경에 대해 아는 게 없었고, 어떤 이는 자신의 보모에게 카메라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부모의 방임, 약물 남용과 폭력, 정신질환 등 복잡한 가족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밀스러운 삶을 유지했고, 독립적으로 살고자 보모 일을 계속했다는 사실이 최근에야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사진전에서 더욱 눈에 띄는 건 마이어의 시그니처로 불리는 자화상 시리즈다. 생전 자신을 철저히 숨기고 살았지만 거울, 쇼윈도, 그림자 등을 이용해 자신을 표현한 감각적인 자화상이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렌즈 속 그는 무표정하지만 눈만은 반짝인다. 그의 모습에서 카메라는 세상과 소통하는 방식이자 자신이 실재함을 알리는 수단이었음이 읽힌다. 전시는 11월 13일까지.  
  • 뚜벅뚜벅 육지 건너… 고단한 삶 잊다

    뚜벅뚜벅 육지 건너… 고단한 삶 잊다

    어느덧 여름의 끝자락이다. 아직 휴가를 떠나지 못했다면 섬 여행을 고려해 보는 건 어떨까. 절정의 휴가철을 피한 덕에 한결 고즈넉하게 즐길 수 있다.●인천 옹진 대청도 ‘서풍받이’ 명소 ‘백령도는 먹고 남고, 대청도는 때고 남고, 소청도는 쓰고 남는다’는 말이 있다. 백령도는 너른 들이 있어 쌀이 남아돌고, 대청도는 산이 높아 땔감이 많고, 소청도는 황금 어장 덕에 돈을 쓰고 남는다는 뜻이다. 대청도의 대표 명소는 매서운 서풍을 막는 ‘서풍받이’ 바위다. 서풍받이는 쉽게 걸을 수 있다. 1시간 30분쯤 걸린다. 삼각산과 연결해 장쾌한 트레킹을 즐길 수도 있다. 삼각산 정상에선 백령도를 넘어 북녘땅까지 시원하게 펼쳐진다. 옥죽동 해안사구는 사막을 떠올리게 한다. 농여해변엔 나이테바위 등 특이한 바위가 널려 있다. 국내 최대 규모라는 풀등(모래톱)을 걷다 보면 자연의 신비가 느껴진다.●충남 보령 외연도 둘레길 한 바퀴 외연도는 ‘멀리 해무에 가린 신비한 섬’이란 뜻이다. 그러다 문득 해가 나고 해무가 걷히면 봉긋 솟은 봉화산(238m)과 울창한 상록수림, 알록달록한 몽돌해수욕장이 마술처럼 나타난다. 외연도 상록수림(천연기념물)은 예부터 마을을 지켜 주는 숲으로 보호받아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북쪽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몽돌해수욕장이다. 외연도 둘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도, 봉화산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 둘레길에서 만나는 해안 풍경도 아름답고, 봉화산 정상에서 보이는 마을 풍경도 예술이다. 외연도 둘레길은 약 8㎞다. 쉬엄쉬엄 다녀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경남 통영 사량도 산·바다 뷰♡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사량도는 통영을 대표하는 섬으로 꼽힌다. 특히 ‘지리산이 보이는 산’이라 하여 이름 붙은 지리망산 때문에 유명해졌다. 지금은 지리산으로 줄여 부르는데,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어 등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지리산에 오르는 코스는 총 4개다. 등산 초보에겐 대항마을에서 옥녀봉으로 오르는 4코스가 수월하다. 옥녀봉은 웅대한 기암으로 이뤄져 아찔한 스릴을 맛보기에 그만이다. 험난한 가마봉 능선에는 출렁다리 2개가 볼거리를 더한다. 대항해수욕장은 맑은 물빛과 고운 모래가 일품이다. 일주도로를 따라 즐기는 드라이브도 낭만적이다.●전북 부안 위도 고슴도치 포토존 위도는 고슴도치가 사는 힐링의 섬이다. 이름의 유래가 된 고슴도치를 본뜬 조형물이 곳곳에 있어 포토존 역할을 한다. 위도에선 바다와 산, 숲, 갯벌 등 자연과 생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 해안일주도로는 20㎞가 넘는다. 위도해수욕장 등 여러 해변과 해안 절벽을 만날 수 있다. 위도띠뱃놀이(국가무형문화재)가 전승되는 대리마을과 조기 파시가 열릴 정도로 흥했다는 치도리마을 등에선 옛이야기를 되새길 수 있다. 위도치유의숲은 제주도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섬에 있는 치유의 숲이다. 올 4월에 문을 열었다.●전남 영광 낙월도 섬 여행의 참맛 낙월도는 진월교를 통해 상·하낙월도가 연결됐다. 낙월도엔 마트나 매점이 없다. 식당도 없어 민박에 ‘집밥’을 예약해야 한다. 민박조차 손에 꼽을 만큼 적다. 대신 섬 여행의 참맛을 누릴 수 있다. 낙월도 둘레길은 상·하낙월도를 각각 2시간으로 셈해 약 4시간 코스다. 외길이라 표지판이 없어도 길 잃을 염려가 없다. 상낙월도의 큰갈마골해변과 하낙월도의 장벌해변은 아담하고 비밀스러워 무인도 같다. 진월교의 일몰과 월몰은 낙월도에서 묵는 이만 가질 수 있는 비경이다. 낙월도 가는 여객선은 향화도선착장에서 하루 세 차례 운항한다. 향화도선착장의 높이 111m 칠산타워는 주변을 조망하기 좋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자박자박 다리 건너… 수백년 삶 잇다

    자박자박 다리 건너… 수백년 삶 잇다

    나이 어린 임금이 어린 왕비와 생이별하던 한여름의 그 다리, 계모의 묘에서 가져온 석물을 거꾸로 뒤집어 다리를 받친 증오의 왕, 열악한 노동 현실에 항거하며 분신한 청년…. 서울 청계천 다리에는 수백년의 시간을 건너온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서울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가 잦아들고, 무더위도 한풀 꺾인 늦여름의 어느 밤, 자박자박 다리밟기 놀이를 즐기며 옛이야기들과 만나 보는 건 어떨까.모전교부터 고산자교까지, 청계천엔 22개의 다리가 있다. 청계천 복원 후 조성된 것들만 따지면 그렇다. 채 6㎞가 못 되는 개천을 따라 걷다 보면 교각 하나하나에 맺힌 무수히 많은 시간 너머의 이야기들과 만나게 된다. 청계천을 걷는 느낌은 독특하다. 지표면 아래를 걷는다. 개천과 도심을 가르는 벽이 혼잡한 풍경을 가리고, 도시의 소음도 막아 준다. 개울 소리, 걷는 사람들의 재잘대는 소리만 그 벽에 메아리처럼 울린다. 들머리는 청계광장이다. 바닥에 구불구불한 물길이 파여 있다. 청계천을 축소한 모형이다. 청계천 초입의 인공폭포 아래에는 팔석담(八石潭)을 조성했다. 경기 일동석 등 전국 8도의 대표 석재로 만들었다. 청계천 복원 과정에서 ‘청계 8경’을 조성했는데, 그중 제1경이 청계광장이다. 청계광장을 기준으로, 청계천의 첫 번째 다리는 모전교다. 예부터 과일가게(毛廛, 모전)가 많아 ‘모전교’라 불렸다고 한다. 모전교는 조형미가 빼어나다. 무지개처럼 반원형으로 휜 홍예교 형태다. 남북으로 쌍을 이룬 교각 사이로 햇살이 비칠 때면 명암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초현대식 건축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모전교 주변엔 경사로 형태의 진출입로가 조성됐다. 휠체어와 유모차도 어려움 없이 오갈 수 있다.두 번째는 광통교(청계 2경)다. 현재 남아 있는 다리들 가운데 가장 고풍스럽고 담긴 이야기도 많다. 광통교는 경복궁에서 숭례문으로 이어지는 길을 연결하는 한양에서 가장 큰 다리였다. 예부터 도성 주민들에겐 수표교와 더불어 정월대보름 다리밟기 명소로 유명했다고 한다. 원래 현 광교 자리에 있던 것을 복원 공사를 하며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광교사거리엔 옛 광통교를 4분의1로 축소한 모형이 전시돼 있다. 광통교는 지대석 위에 사각형의 돌기둥(석주) 8개를 두 줄로 나란히 놓은 형태다. 다리 위는 대부분 청계천 복원 때 새로 만든 것들이지만 아래는 비교적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광통교에는 조선 3대 왕 태종과 신덕왕후 강씨(태조의 계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신덕왕후는 1392년(태조 1년)에 자신이 낳은 아들 방석이 세자로 책봉되며 권력의 중심에 서지만, 1396년에 돌연 병으로 사망한다. 이후 태조의 첫째 부인의 아들인 방원(태종)이 권좌에 오르며 복수가 시작된다. 신덕왕후의 아들 때문에 왕좌에 오르지 못할 뻔했던 태종은 다양한 방법으로 신덕왕후 묘를 핍박했다. 그중 하나가 1410년 광통교를 흙다리에서 돌다리로 개축할 때 신덕왕후의 능을 지키던 신장석을 뽑아 교대(다리 양쪽 끝을 받치는 석축이나 기둥)의 부재로 쓴 것이다. 후대의 역사가들은 이를 뭇사람들의 발에 밟히며 고통을 받으라는 증오의 표출이었다고 해석한다. 광통교 아래 교대의 신장석은 지금도 거꾸로 뒤집힌 채 여행객을 맞고 있다. 교각에는 ‘庚辰地平’(경진지평), ‘癸巳更濬’(계사경준), ‘己巳大濬’(기사대준) 등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경진지평은 영조 36년(1760년)에 땅을 평평히 했다는 뜻으로 이때 준천(개천 바닥을 깊이 파냄)했다는 표시다. 계사경준과 기사대준 역시 각각 계사년과 기사년에 준천했다는 뜻이다.광교는 광통교가 있던 자리에 새로 놓인 다리다. 조선시대 광통방에 있던 크고 넓은 다리를 광교라고 불렀던 것에서 유래됐다. 이름처럼 광교는 다리를 받치는 주황색 철재 빔의 웅장하고 박력 넘치는 자태가 압도적이다. 교량 밑 공간도 넓다. 청계천 다리 가운데 하류의 고산자교에 이어 두 번째다. 광교 아래 공간에선 미술전, 사진전 등의 이벤트가 곧잘 열린다. 광통교와 광교 사이에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하이커 그라운드’(HiKR Ground)가 있다. MZ세대에 포커스를 맞춘 관광 콘텐츠들이 다양한 스마트 기술과 접목돼 1층부터 5층까지 펼쳐진다. 5층에 밖으로 돌출된 베란다가 나 있는데 아직 입소문이 덜 나서인지 찾는 이가 드물다. 청계천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 딱 좋다. 입장은 무료다.장통교는 조선시대 도성 중부의 행정 구역이었던 장통방(長通坊) 자리에 세워진 다리다. 장통교 아래엔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청계 3경)가 있다. 김홍도의 그림을 바탕으로, 조선 22대 왕 정조가 수원 화성으로 행차하는 모습을 도자 타일 5120장에 이어 붙여 표현했다. 그 아래 삼일교는 3·1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공간이다. 종로구 인사동의 고풍스러운 이미지와 중구 명동성당 일대의 현대적인 감각이 연결되도록 설계됐다고 한다. 수표교는 청계천의 수위를 재는 수표(水標)가 있었다는 다리다. 1420년(세종 2년)에 세워진 수표교는 1959년 청계천 복개 당시 장충단공원으로 옮겨졌고, 수표(보물)는 홍릉 세종대왕기념관으로 옮겨 보관 중이다. 청계천 복원 때 원래 위치로 돌려놓으려 했으나 다리 너비와 강폭이 맞지 않아 수포로 돌아갔다고 한다. 수표교엔 조선 19대 왕 숙종과 장희빈의 이야기가 전한다. 둘의 만남에 관한 여러 버전의 야사 중 하나다. 숙종이 수표교 남쪽의 영희전을 참배하고 돌아오던 길에 아리따운 여인을 보게 된다. 나중에 그를 불러 궁녀로 삼았는데, 그가 바로 희빈 장옥정이다. 관수교는 1918년 일제강점기 때 세워졌다. 현 창경궁로와 배오개길을 오가던 전찻길이 관수교 위에 놓였다고 한다. 현재의 다리는 청계천 복원 때 조성된 것이다. 세운교는 조선시대 효경교가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근처에 소경이 많이 살았다고 해서 맹교(盲橋), 소경다리 등으로도 불렸다. 현 이름은 세운상가에서 따왔다. 다리 상판에 약 1m의 강화유리를 깔아 아래를 볼 수 있게 했다.배오개다리는 들끓는 도적 탓에 길손 백명이 모여야 넘을 수 있었다는 ‘백고개’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보행자 전용의 새벽다리는 방산시장과 광장시장에서 새벽을 여는 시장 사람들의 활기를 담았고, 마전교는 소와 말을 매매하는 마전(馬廛)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3차원의 아치로 나비를 형상화한 나래교는 인근 동대문 의류 상권이 세계 패션 1번지로 비상하라는 뜻을 담았다. 바닥에 투명 아크릴을 깔아 아래가 보이게 했다. 전태일다리엔 전태일 열사의 반신상이 세워져 있다. 예전에 왕버들이 많았다 해서 버들다리로도 불린다. 오간수교는 오간수문이 있던 자리에 세운 다리다. 오간수문은 도성을 몰래 들고 나려는 범죄자들이 종종 통로로 이용했다고 한다. 조선 13대 왕 명종 때는 임꺽정의 무리들이 전옥서에 갇힌 가족들을 구한 뒤 오간수문을 통해 달아났다고 전해진다. 1926년 6월엔 순종황제의 국장 행렬이 이 다리를 지났다. 전태일다리와 오간수교 사이에는 청계 4경인 ‘패션광장’이 조성되어 있다. 현대미술가들의 작품과 음악분수 등을 즐길 수 있다. 맑은내다리는 청계천을 순 우리말로 바꾼 이름이다. 다산교는 정약용을 기리는 다리로, 사장교 가운데 주탑을 풀잎 형태로 세워 인상적이다.영도교엔 6대 왕 단종의 슬픈 역사가 서렸다. 원래 이름은 영미교(永尾橋)다. 1457년 음력 6월 22일, 노산군으로 격하돼 강원 영월로 유배 가던 단종이 이 다리에서 나이 어린 부인 송씨(정순왕후)와 생이별을 했다. 이후 ‘영원히 건너가신 다리’라 해서 영도교(永渡橋)가 됐다고 전해진다. 영도교는 전통 대청양식을 적용한 아치교다. 다리 중심부 양쪽에 베란다 모양의 공간을 마련해 아름다움과 기능성의 조화를 이뤘다. 다리 위 기둥 형태의 조형물은 경복궁의 열주(기둥)와 돌다리였던 조선시대 영도교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다산교와 영도교 사이엔 청계 5경 ‘청계빨래터’가 조성돼 있다.황학교는 황학(黃鶴)의 전설에서, 비우당교(庇雨堂橋)는 세종 때의 청백리 유관의 집 이름에서 각각 명칭을 따왔다. 비우당은 ‘비나 피할 정도의 집’이라는 뜻이다. 높은 벼슬을 지낸 유관이었지만 집은 방 안에서 우산을 써야 할 정도로 허름했다고 한다. 황학교와 비우당교 사이에는 청계 6경 ‘소망의 벽’이 있다. 각자의 소망을 표현한 도자 타일 2만여장이 부착됐다.무학교는 조선 개국 초기 무학대사의 법명에서, 두물다리는 성북천과 청계천 등 두 물길이 합류하는 지점이라는 뜻에서 각각 이름을 따왔다. 비우당교와 무학교 사이에는 청계 7경인 ‘존치 교각’이 있다. 옛 청계천 고가도로의 교각 중 세 개를 남겨 둔 것이다. 이후로도 청계천 판잣집 테마존, 청계천 박물관, 고산자교, 버들습지(청계 8경) 등이 이어진다.
  • ‘우영우’ 고래, 제주 산지천으로 보러옵서

    ‘우영우’ 고래, 제주 산지천으로 보러옵서

    ‘우영우’가 사랑한 고래가 바다와 만나는 물길, 청정한 산지천에 놀러 온다. 오는 13일부터 9월 12일까지 산지천갤러리 앞에서 한 달간 열리는 ‘컬러풀산지’에 고래 조형물 뜨는 것. 제주특별자치도가 주최하고 제주관광공사가 주관하는 ‘컬러풀산지’의 메인 ‘탐나는 전시’는 산지천이 바다와 만나는 물길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바닷길 따라 고래와 정어리 떼들이 청정한 산지천에 올라온 모습을 모티브로 표현했다. 이에 정어리 떼들이 모여 길이 약 30m의 대형고래 모양을 나타낸 힐링 설치미술을 선보인다. 매일 저녁 시간대 고래를 활용해 음악과 영상·조명으로 청정한 제주의 바다 속 풍경 등을 표현할 예정이다. 지난해 ‘컬러풀산지-한라산의 외출’에도 함께 했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문화올림픽 프로그램인 ‘천년향’을 제작·총괄했던 한경아 연출감독과 평창동계올림픽 개·폐막식을 총괄했던 기술감독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무엇보다 비닐하우스 골조로 기반을 조성해 제주의 비·바람과 여름철 태풍을 견딜 수 있도록 안전하게 설계됐다. 주중에는 빈 폐트병을 재활용한 정어리 떼를 직접 만들어 산지천에 띄우는 체험과 컬러풀산지 컬러링북 채색 체험을 해볼 수 있다. 주말에는 도내 뮤지션 및 가수 이무진, 이정, 비오 등이 출연하는 ‘탐나는 공연’과 볼거리·즐길거리 가득한 ‘탐나는 마켓’이 행사 기간 중 토요일 포함 총 7회 운영된다. 특히 주낸드, 도아, 백승준, 탱스, 한스기타, 김보명 등 도내 뮤지션들이 이번 행사를 위해 컬러풀밴드를 구성하고 함께 노래를 만드는 등 문화예술 활성화에 앞장설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탐나는 이벤트’도 운영되는데, 인근 상권에서 3만원 이상 구매 영수증을 제출하면 매주 추첨을 통해 고래 인형이 증정된다. 고래 인형은 제주관광공사와 호텔신라의 환경보호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한 협업의 일환으로 기획, 호텔신라에서 제공 받은 페린넨을 업사이클해 만들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환경 이슈의 상징인 고래를 활용한 조형물 제작, 폐자원을 활용한 이벤트, 제로웨이스트를 지향하는 플리마켓으로 구성된 친환경 행사로 준비하고 있다”며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로 인해 고래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많은 방문객들이 산지천에 올라온 고래를 보러와서 탐라문화광장 일대의 야간관광 및 지역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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