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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OECD 개발원조委 가입] 원조로 일군 ‘한강 기적’… 반세기만에 베풂으로 갚다

    [한국, OECD 개발원조委 가입] 원조로 일군 ‘한강 기적’… 반세기만에 베풂으로 갚다

    여기 한 나라가 있다. 반세기 전 이 나라는 세계에서 제일 못사는 축에 속했다. 하루 세 끼를 제대로 챙겨 먹는 집안이 거의 없었다. 도시락을 못 싸가는 학생이 부지기수였다. 겨울에는 차가운 수돗물을 데워 씻었다. 연탄가스 중독의 불안을 베고 갈라진 구들장 위에서 고단한 잠을 청했다. ●DAC, 세계 원조 90% 담당 이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 단비 같은 도움의 손길들이 들어왔다. 잘사는 나라들이 건네준 돈으로 이 나라는 호구(糊口)했고, 먹고 살 기반을 마련했다. 다행히 이 나라 국민은 부지런했다. 좋은 지도자를 만났을 때 이들의 근면성은 무지개처럼 피어났다. 꽃다운 처녀들이 손이 부르트도록 밤새워 재봉틀을 돌렸다. 한창 멋부릴 나이의 청년들은 공장에서 손가락이 잘려 가면서 일했다. 앞만 보고 달리다 돌아보니 이 나라는 어느새 세계 13위권의 경제강국이 돼 있었다. 이 나라는 가난할 때 받은 도움을 이제 다른 어려운 나라에 돌려줄 때라고 생각한다. 원조를 받은 나라가 주는 나라가 되는 경우는 지구상에서 이 나라가 유일하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인이라면 25일 마음껏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해도 좋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의 회원으로 공식 가입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1961년 설립된 DAC는 선진국 클럽인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원조 규모가 큰 23개 나라가 가입한 ‘선진국 중의 선진국 모임’이다. 세계 원조의 90% 이상을 제공하는 ‘기부국 클럽’이다. 한국이 가입하면 24번째 회원국이 된다. 가입 여부는 기존 회원국들이 이날 프랑스 파리 OECD 본부에 모여 결정하는데, 한국의 가입은 기정사실이라고 외교통상부는 24일 밝혔다. 가입 조건은 공적개발원조(ODA) 총액이 연간 1억달러를 넘거나 국민총소득(GNI) 대비 ODA 비율이 0.3%를 넘어야 한다. 한국의 ODA 지출은 2005년 7억 5200만달러로 GNI의 0.1%를 넘어섰다. 정부는 ODA 비율을 2012년 0.15%, 2015년에는 0.25%까지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국이 지금까지 제공한 원조 총액은 48억달러다. 반면 1945년 해방 이후 1995년까지 한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원조액수는 127억달러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600억달러(70조원)에 해당한다. 한국은 1995년 비로소 세계은행의 원조대상국 신분을 벗어났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돕는 나라로 변신했다. 우리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남을 도울 여력이 있느냐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8월 국민 5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는 ‘한국의 대외원조가 국익에 기여한다.’고 평가하면서도 ‘원조 규모를 늘려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현 수준 유지’(53%) 또는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28%)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였다. ●한국, 24번째 가입 영예 하지만 원조는 우리 자신을 돕는 일도 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베풀지 않는 부자가 자린고비로 지탄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도 평소에 국제사회에서 인심을 얻어놓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천영우 외교부 제2차관은 “궂은일은 모른 척하고 이득이 되는 일에만 뛰어든다면 어떤 나라가 좋아하겠느냐.”면서 “DAC 가입은 국가 이미지와 품격을 격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사설] 원조받다 주게 된 유일한 나라의 책무

    우리나라가 오늘 새 역사를 쓴다. 파리에서 열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특별회의에서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가입함에 따라 원조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공식 탈바꿈한다. 20세기와 21세기를 통틀어 유일한 기록이다. OECD 산하에는 25개 위원회가 있다. 우리나라는 24개에 가입한 상태다. DAC에만 들어가면 모든 위원회의 회원국이 된다.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인정받고 고품격 국가로 가는 첫 길이다. 우리나라는 1945년 광복 이후 127억달러를 국제 원조로 받았다. 성공신화의 종잣돈이 됐다. 그 돈으로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중화학공업의 초석을 다졌다. 이를 바탕으로 ‘주는 나라’로 변신했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공적개발원조(ODA) 비중은 0.09%로 OECD 평균 0.30%에 훨씬 못 미친다. 정부는 2015년까지 0.25%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에 대한 공적개발원조 규모는 2011년까지 두배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아시아를 무상 원조의 최우선 지역으로 정해 전체 원조의 40∼50%를 지원할 방침이다. 무상 원조 비율 확대는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우리나라는 원조를 주는 나라와 받는 나라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원조를 바탕으로 한 성공신화의 노하우를 효율적으로 전수해 줄 책무가 있다. 세계 13위에 걸맞은 위상을 확인하고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160개국에 원조를 퍼부었지만 독재국가도 포함돼 있다. 우리만 해도 필리핀에 잘못 원조했다가 욕만 덮어쓴 경험이 있다. 대상 국가와 원조 규모를 정할 때 집중과 선택이 필요하다. 대외원조 기구는 여러 부처에 산재해 있다. 통합해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 구축도 검토해 볼 만하다. 최근 정부가 의뢰한 여론조사 결과는 곱씹어 볼 대목이다. 대외 원조에 72%가 찬성하면서도 규모 확대에는 81%가 부정적이었다. 지구촌 현안에 앞장서는 국민 의식 고취가 절실하다. 국격을 높이는 일은 총체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 [세종시 자족도시 청사진] 도심 중앙에 국립도서관·민속박물관

    정부는 23일 세종시를 먹고사는 효율성 뿐 아니라 여가를 즐기는 인간다운 도시로 만들기 위한 구상도 청사진에서 밝혔다. 세종시 문화 컨셉트의 기본방향은 ‘세계 최고 수준의 도시중심 문화시설과 다양하고 품격 높은 문화공간 조성’이다. 수정안 초안에 따르면 세종시는 아주 계획적인 문화도시가 될 것 같다. 시민들의 동선과 거주지 등을 종합고려해 문화시설을 건립한다는 개념이 특히 눈에 띈다. 도심과 거주지를 나눠 차별화된 문화시설을 설립하는 것은 물론, 소지역별 문화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다시 묶어 중규모 지역 단위 문화시설을 별도로 세우는 방안은 매우 정교해 보인다. 국립도서관, 아트센터, 국립세종박물관, 도시박물관 등 도시단위 문화시설을 중앙공원과 호수공원 인근에 몰아서 설치하기로 했다. 이른바 도시생활권 문화공간이다. 반면 복합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소 규모 문예회관, 영상문화관, 도서관, 생활체육시설, 문화의 집, 어린이놀이체험관 등을 만들기로 했다. 이는 기초생활권으로 명명한다. 인구 2만~3만명의 기초생활권 복합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기초문화시설을 설치하고 이를 다시 권역별로 3~5개를 묶어 중소규모 도시문화시설을 설치한 것이 하이라이트다. 거미줄 형식으로 문화공간을 창출해 언제 어디서든 세종시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먼저 초기에는 행복도시청 주도로 기획재정부, 문화체육관광부 등과 협의해 ‘특별회계’를 편성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부담으로 문화시설 건립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또 세종시 입주 대기업들로 하여금 상징적 문화시설(미술관, 뮤직홀 등)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세계적 예술대학도 유치해 문화활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세종시에 들어설 주요 문화시설로는 국립민속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복합공연장, 국립도서관 등이 이미 설립을 추진 중에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가덕도에 해양복합관광단지 추진

    가덕도에 해양복합관광단지 추진

    부산 강서구 천가동 가덕도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체류형 해양복합 관광·휴양지가 조성된다. 부산시는 가덕도(지도·22.52㎢)를 천혜의 자연경관을 이용한 관광·레저중심의 미래형 고품격 해양관광지로 조성하기로 하고, 개발 방안 마련을 위한 마스터플랜 수립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시는 이를 위해 내년 2월18일까지 개발개념 국제현상공모를 실시하기로 했다. 시는 또 가덕도 개발과 함께 인근지역인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신항만, 농산국가산업단지 등에다 주거기능과 스포츠·숙박·의료·오락시설 등의 휴양시설과 국제업무 전시기능 등을 확충해 시너지 효과를 올리기로 했다. 시 관계자는 “이번 공모전에서 가덕도 전체에 대한 개발개념과 개발 가능지역의 구상에 대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차별화된 컨셉트를 도입,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전에는 개인이나 법인 모두 참여 가능하고 당선작은 대학교수 등 국내외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3월쯤 발표된다. 1등작(1명)은 상금 2억원과 마스터플랜 수립용역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고 2등(1명)은 상금 6000만원, 3등(2명)은 각 2000만원의 상금을 지급한다. 자세한 사항은 현상공모 공식 홈페이지(www.gddcompetition.org)를 참고하면 된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여행가방]

    ●웨스틴조선·신라 세계 100대 호텔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과 서울 신라호텔이 세계 유력 금융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가 주관한 ‘2009년 세계 100대 베스트 호텔’에 선정됐다. 신라호텔은 58위로 3년 연속, 웨스틴조선호텔은 75위로 4년 연속 뽑혔다. 한편 포시즌 밀라노, 그랜드 하얏트 상하이, 파크 하얏트 파리호텔이 1~3위를 차지했다.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는 1981년부터 전세계 27개국 고위 금융인 150명이 선호하는 호텔을 조사, 연말에 순위를 발표해 왔다. ●카지노 세븐럭 입장객 100만돌파 그랜드코리아레저(GKL)가 운영하는 외국인전용 카지노 ‘세븐럭’이 14일 올해 입장객 목표인 100만명을 돌파했다. 올해 하루 평균 3145명의 고객이 세븐럭 카지노를 찾은 셈이다. 국내 외국인전용 카지노의 연간 입장객이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세븐럭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87만여명이 다녀갔다. ●캐리비안베이 겨울 시즌권 판매 캐리비안베이가 2009~2010 겨울 시즌 동안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윈터 시즌권’을 내놓았다. 내년 2월28일까지 사용할 수 있는 시즌권은 어른 5만원, 어린이 4만원이다. 두 번만 가도 본전 이상 뽑는 셈. 캐리비안베이는 실외 유수풀과 바데풀은 물론, 실내 파도풀까지 여름 못지 않은 겨울철 물놀이 아이템을 구비하고 있다. 에버랜드 홈페이지(www.ever land.com)나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63빌딩 송년파티 패키지 내놔 한화63시티는 연말연시를 맞아 내년 1월 말까지 30명 이상 단체고객에게 ‘판타스틱’ 공연과 함께 스카이아트 미술관·시월드·왁스뮤지엄 중 1곳에서 와인파티를 즐길 수 있는 이색 송년파티 패키지를 선보인다. 우아하고 품격 있는 송년 모임을 원하는 단체나 부서라면 안성맞춤. 코믹뮤직쇼 ‘판타스틱’ 관람 뒤 오후 9시30분부터 11시까지 세 곳 중 하나를 골라 와인과 음식을 즐기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다. 가격은 1인당 5만 5000원, 8만 5000원 두 가지 코스가 있다. 문의 (02)789-5673.
  • [지방시대] 공연예술로 거듭나는 안동의 고택/임재해 안동대 한국학 교수

    [지방시대] 공연예술로 거듭나는 안동의 고택/임재해 안동대 한국학 교수

    여러 해 전에 음악가 임동창이 경북 안동의 고가에서 ‘성주풀이’ 공연을 기획해 문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임하댐 수몰지역 근처를 지나다가 스러져 가는 집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집에 깃들어 있는 성주신을 위로하고, 집의 삶을 온전하게 마감시켜 주는 성주풀이 축제를 구상했다. 그러자 뜻을 같이하는 예술가들이 두루 참여하여 고가에서 하룻밤의 예술축제를 독특한 양식으로 벌였다. 안방에서 다듬이 소리가 들리는가 하면, 사랑방에서 가곡을 부르고 대청에서 춤을 추며 툇마루에서 가야금을 연주하고 마당에서 장승을 깎는 등, 보는 이들의 시차에 따라 제각기 다른 시선으로 다른 갈래의 예술을 감상하는 별난 공연문화가 창출되었다. 그동안 고택은 문화유산 답사지로 머물거나, 관광객의 숙박체험 시설로 이용된 까닭에 주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런데 안동시가 고택을 무대로 전통음악과 노래극 공연을 기획함으로써 사정이 달라졌다. 한옥을 지역의 공연문화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하는 한편, 지역 예술인들의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주민들의 예술향유 수준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작년에 오천 군자리에서 ‘우리가락 고택에서 노닐다’는 주제로 가곡과 입춤·거문고산조·해금·대금·사물놀이 등을 공연했다. 오래된 한옥들이 창조적인 공연공간 기능을 발휘한 것이다. 한식과 한옥·한복·국악 등의 ‘한 브랜드’ 가운데 한옥과 전통음악을 결합시켜 공연예술의 조화로운 어울림을 만들어 냄으로써, 그냥 거기 있던 고가들이 지금 여기로 다가오는 연행(演行) 예술의 입체적 무대로 재탄생됐다. 고가의 여러 공간을 두루 이용하는 다면적 공연양식이 역동적으로 창출된 것이다. 올해도 ‘소리, 몸짓 고가에 드리우다’는 주제로 고택음악회가 이어졌다. 무실마을 수애당에서 시작, 묵계서원·치암고택·임청각·간재종택 등 안동의 대표적 고택에서 고택 예술축제가 주말마다 펼쳐졌다. 퇴계 이황과 두향의 사랑을 다룬 안동국악단의 ‘450년 사랑’도 고택을 무대로 창작된 새로운 양식의 노래극이다. 고택의 실경을 무대로 한 노래극이어서 ‘실경 뮤지컬’로 일컫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퇴계와 두향의 신분을 초월한 고품격 사랑 이야기가 자못 감동적이다. 안동 사람들의 이야기를 안동 사람으로 구성된 출연진과 제작진으로 안동의 고택을 무대 삼아 안동다운 노래극으로 만든 김준한 감독의 창조적 발상과 역량이 특히 돋보인다.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줄거리 해설 방식을 안동 토박이말로 구수하게 살려낸 점도 탁월하다. 450년 사랑은 군자리의 초연부터 시민들의 소리 없는 열광과 입소문의 성화로 여러차례 재공연을 하게 되었다. 퇴계가 단양군수로 있을 때 두향과 사랑을 나눈 인연을 아는 단양군민들도 안동까지 공연을 보러 왔으며 마침내 단양군의 초청공연까지 이뤄졌다. 10월 말에는 운현궁 문화마실의 초청공연으로 서울시민에게도 선을 보였다. 노래극의 불모지에 새로운 노래극이 창작돼 700년 하회탈춤의 오랜 명맥에다 새로운 형태를 더 보태는 한편, 창작 공연예술의 주변부인 지역에서 중앙 무대로 진출하는 보기 드문 성과도 거뒀다. 그 결과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예술인들의 작품활동 기회를 높임으로써 지역문화 발전의 한 분기점을 이룬 것이다. 어느 고장이나 독특한 지역문화의 전통이 있다. 눈 밝은 사람들이 문제적 시각과 창조적 상상력으로 보면 모두 이야기 창작 소재들이자 예술활동 자원들이다. 중앙만 쳐다보지 말고 지역문화를 제대로 찾아 공부하는 가운데 독창적 문예창작 자원으로 활용하는 구상을 다각적으로 시도해야 지역문화의 미래가 열린다. 임재해 안동대 한국학 교수
  • 케이블TV 드라마로 승부수

    케이블 채널에 다시 고품격 드라마 바람이 불고 있다. 케이블 채널은 제작비 문제 때문에 정극 드라마보다 예능 프로그램이나 리얼리티 쇼, 저예산으로 드라마 성격을 빌린 시트콤 제작에 주력하면서도 간간이 지상파 드라마에 버금가는 작품을 시도해 왔다. 최근 들어 경기 불황으로 그러한 분위기가 사그라들었으나 올 하반기부터 분위기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케이블 채널 업계의 쌍두마차 CJ미디어와 온미디어가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CJ 미디어는 13일부터 tvN을 통해 매주 금요일 밤 12시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 ‘미세스타운 ? 남편이 죽었다’(12부작)를 내보낸다. 지난해 말 격투 액션 드라마 ‘맞짱’을 내놓은 뒤 약 1년 만. SBS 미니시리즈 ‘연애시대’를 공동연출했던 이민철 PD가 메가폰을 잡고, 영화 ‘연애소설’ 등을 각색했던 오현리 작가가 대본을 맡았다. 회당 제작비는 1억원. 지상파에서 외주 제작이 대세로 굳어지는 가운데 1년 가까운 기획기간을 거치며 지상파 인력을 영입해 자체 제작을 시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또 오현경 송선미 최송현 이아현 등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겉보기에는 평화롭지만 남편에게 분노를 느껴 왔던 아내들이 주인공으로, 네 명 가운데 세 명의 남편이 동시에 숨진 뒤 보험금과 유산으로 돈벼락을 맞은 이들을 둘러싼 비밀이 조금씩 벗겨지게 된다. 여성 이야기를 중심으로 미스터리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이나 캐릭터 성격들이 미국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을 연상케 한다. 온미디어는 27일부터 매주 금요일 밤 12시 TV 무비 ‘조선추리활극 정약용’(8부작)을 방송한다. 2007년 말 OCN을 통해 ‘메디컬 기방 영화관’을 선보였던 김홍선 PD와 제작진이 다시 뭉쳤다. 회당 제작비가 1억 3000만원이다. OCN이 고품격 드라마를 방송하는 것은 ‘여사부일체’ 이후 약 1년 만. 우선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용과 추리극의 만남이라는 파격적인 소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정조 시절인 18세기를 배경으로 당대의 학자가 한국판 셜록 홈스로 나선다는 점에서 김탁환의 인기 소설 ‘방각본 살인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디테일한 추리 부분은 물론 빼어난 영상미를 만들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후문. 정조의 명으로 암행어사를 맡았으나 좌천된 뒤 각종 범죄와 사건으로 어려움에 처한 백성을 돕기 위해 탐정으로 나서게 되는 정약용 역할은 박재정이 연기한다. 이영은은 정약용을 돕는 다모 역으로 나온다. 홍석천은 ‘허당’ 수사관으로 첫 사극에 도전하며 정양도 이 드라마를 통해 7년 만에 컴백할 예정이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CEO 칼럼] 건축은 인문학이다/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CEO 칼럼] 건축은 인문학이다/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얼마 전 업무 협의차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나흘 동안 영국과 이탈리아를 거쳐 프랑스를 순방하는 짧은 일정이라 숨 돌릴 겨를조차 없었지만 유럽의 거리는 여전히 아름다웠다. 어디를 가나 지은 지 몇백 년씩 된 고색창연한 빌딩이 즐비하고 아름드리나무들이 시가지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유럽의 도시들. 오래전 마찻길을 그대로 차도로 사용하고 있는 런던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설계한 도시 기본틀을 유지한 채 전차와 자동차가 동시에 지나다니는 밀라노, 정교한 나폴레옹의 개선문과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이 있는 파리. 품격 있는 예술적 감성이 살아 숨 쉬는 이 도시들은 좁은 도로와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방문객들을 행복하게 맞아준다. 세련미 넘치는 초고층의 현대식 마천루들이 즐비한 두바이나 상하이와는 분명 다른 느낌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바쁜 일정을 쪼개 세계적으로 유명한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을 찾았다. 하늘을 향해 뻗은 135개의 첨탑과 2245개의 정교한 조각으로 장식된 성당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었다. 장장 450년에 걸쳐 건축가와 조각가, 화가, 유리장식가, 공예가 등 셀 수 없이 많은 당대의 예술가들이 혼신의 예술혼과 열정을 쏟아 만든 이 웅장한 대리석 건축물 앞에서 말할 수 없는 경외감에 머리가 절로 숙여졌다. 밀라노 두오모 성당을 보면서 건설은 공학보다는 오히려 사람을 연구하는 인문학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물론 모든 건축물은 공학의 토대 위에서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지만 철학과 예술, 역사, 종교, 사회, 심리, 문학 등 인문학적 가치가 더해지지 않는다면 쉽게 생명력을 잃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 근한 예로 집 한 채를 짓는다고 해도 튼튼하게 짓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집이 들어설 공간 및 환경과의 조화를 생각해야 하고 주거의 편리함과 조형성, 미관 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건축은 인문학적 감성이 만들어 내는 창조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외관 자체가 하나의 종합예술품이나 다름없는 유럽의 건축물들이 보는 이의 감성과 상상력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도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도 튼튼한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지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건설산업도 기술력의 시대다. 시시각각으로 발전하는 첨단 공법의 흐름에 둔감하고, 남보다 빠르게 전문분야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하는 업체는 경쟁에서 도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술력과 테크닉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착각이다. 첨단기술에 힘입어 아무리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건물을 지어 올린다 해도 그 안에 ‘사람’이 없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의 소프트파워를 무시한 채 하드웨어 구축에만 올인한다면 당장 소비자로부터 외면받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건축은 ‘이야기가 있는 인간 중심의 아키텍처’가 돼야 한다는 게 필자의 소신이다. 앞으로 건설회사의 상품개발실에는 건축공학과 출신만이 아니라 종교학이나 사회학, 철학, 특히 미술대 조각 전공자들도 뽑아 적극 배치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짓는 건축물 중에서도 인문학적 가치와 품격이 가득한 예술작품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
  • 淸 건륭제 옥새 경매… 中 ‘대노’

    │베이징 박홍환특파원│청나라 건륭 황제의 옥새가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돼 중국인들이 또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중국청년보는 런던 소더비 경매회사가 중국의 도자기와 공예품 등 261점의 문물을 경매에 부쳤으며 이 가운데 ‘바쩡마오녠’으로 불리는 황제의 옥새가 356만파운드(약 69억원)에 낙찰됐다고 6일 보도했다. 5일 열린 경매에서 옥새는 호가 60만파운드로 시작해 경매 시작 3시간 만에 낙찰됐다. 또 다른 153점의 문물도 경매로 처분됐다. 이번 경매 소식에 중국인들은 세기의 경매로 불렸던 고(故) 이브생로랑의 소장품 경매를 떠올리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2월과 4월 열린 경매에서는 1860년 아편전쟁에서 약탈당한 쥐머리와 토끼머리동상이 매물로 나오며 중국과 프랑스간 외교전쟁으로까지 비화됐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문물을 잃어버린 국가의 감정을 존중해 달라.”면서 경매의 중단을 요구했지만 소더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옥새는 1790년 건륭 황제 재위 55주년과 8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건륭 황제가 가장 아꼈던 물품으로 알려졌다. 특히 두 마리 용이 겹친 형상의 손잡이 등 청나라 당시 뛰어난 세공술과 품격을 간직한 보물로 평가받는다. 중국 온라인은 이미 이번 경매에 대한 비판으로 뜨겁다. 네티즌들은 “전통문화를 약탈한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훔친 물건을 공개적으로 사고파는 행위로 중국의 자존심이 짓밟혔다.”면서 “쥐와 토끼머리 청동상 경매 때처럼 정부가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당국은 1840년부터 100년간 해외로 약탈당한 유물이 1000만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stinger@seoul.co.kr
  • 한나라 “협박성 연설” 선진 “무분별 선동”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의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두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이 비판을 쏟아냈다. 현 정권과 4대강 사업, 미디어법 등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과 직설적인 표현 등을 문제 삼았다.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어휘가 망치 못지 않게 국회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게 아닌지 되돌아보게 하는 연설”이라면서 “폭력 대신 의회질서를 존중하겠다는 반성은 없고, 민주당을 상전으로 모시지 않으면 어떤 법도 국회에서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대변인은 “며칠 전 정세균 당 대표의 탈이념 정책 경쟁 선언이 작심삼일이었다는 것도 오늘 연설로 드러났다.“고 말했다.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은 “제1야당의 원내대표 연설에서 품위를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지나치게 선동적인 용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남의 탓만 하는 연설에 실망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지난해 말부터 국회를 폭력의 장으로 만들어 대한민국의 품격을 떨어뜨린 당사자로서 깊은 자성의 소리를 냈어야 하는데도 자기반성이나 뼈저린 자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이 원내대표의 연설에는 야권 대주주로서의 역할론이 빠져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기고] 박물관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

    [기고] 박물관은 미래를 준비하는 곳/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정선 서거 250주년을 기념해 ‘겸재 정선, 붓으로 펼친 천지조화’라는 주제로 열린 특별전시회가 내 발길을 인도한 것이다. 박물관 개관 100주년 기념행사와 80년만에 귀향한 ‘왜관수도원 소장 겸재 정선 특별공개’란 말에 장사진을 이룬 것 같다. 마침내 250여년 전 우리 산수화 속으로 들어가 스토리텔링에 빠졌다. 그리고 이 값진 유산에 한없이 감사했다. 전시관 초입에 써 있던 글귀가 떠오른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박물관은 인간이 역사와 만나서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다.” 박물관(Museum)이란 말은 BC 4세기경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방원정으로 정치·경제의 중심도시가 된 알렉산드리아의 궁전에 문예·미술의 신에게 바치는 ‘뮤제이온(Museion)’을 설치한 것에서 비롯됐으며, 이 뮤제이온은 천문대·해부실·동물원·식물원·도서관까지 갖춘 종합학문연구소 기능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의 박물관은 14세기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고대 그리스의 학문·예술·과학을 부활시키려는 의도로 미술과 역사를 수집·연구하기 시작했고, 산업혁명기 이후에는 자연사를, 나중에는 이공학계 박물관 등으로 분화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렇듯 박물관은 인류와 환경에 관련된 증거자료를 수집·보관·연구·발표·전시하면서 미래사회 발전을 앞당기는 산실이 되고 있다. 은평구는 47만 인구가 사는 곳이다. 또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63개 학교에 학생 수만도 6만 8000명이 넘는다. 그런데도 박물관이 하나도 없다.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을 견학하고 문화예술을 탐방하는 기회를 놓치는 셈이다. 구청장으로서 늘 안타까웠다. 다행인 것은 은평구는 북한산 자락에 둘러싸인 뛰어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분지형 주거지로 오래 전부터 인류가 정착해왔기 때문에 보존가치가 뛰어난 석조유물과 토박이소장품 등이 상당수 있다. 또 2006년 은평뉴타운지구 구획사업 때 신라화엄 10찰인 ‘청담사터’ 발굴이나, 조선시대 분묘지로부터 고려청자·백자명기·청동촛대 등 1600점이 넘는 값진 보물이 출토되었기에 이 유물유적을 타지로 방출하거나 훼손하지 않고 제 본향에 전시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이에 따라 우리 구는 은평뉴타운 지구 안에 ‘은평자연환경박물관’ 건립을 계획했으며, 이를 계기로 틈만 나면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들러 박물관구조 벤치마킹과 전시물의 구체적 범위를 가늠하고 있다. 박물관의 테마는 ‘오감을 통한 체험학습’, ‘전시를 통한 교육과 자기학습’, ‘연령과 성별에 제한없는 평생교육의 공간’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유물관·생물표본관·생태지도·도시생태계 변화·지구온난화 등을 입체적으로 체험하는 디오라마 등을 설치하고, 박물관의 대표선수가 될 미술전시관도 구상하고 있다.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며 도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그 도시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미술관이나 박물관 하나가 포인트가 되어 이름을 날린 경우가 많다. 북한산 품안에 있는 은평뉴타운은 21세기 생태도시로서 훌륭한 조건을 갖추었다. 안락한 주거환경과 자연환경이 그것이다. 여기에 박물관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도시의 품격은 바로 문화유산을 어떻게 보존하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우리고장에 훌륭한 박물관이 개관되어 인재를 키우는 산실이 되고, 관광자원이 되어 너나없이 우리 은평구를 찾아와 장사진을 이루게 될 그날을 기다려본다. 노재동 서울 은평구청장
  • [3일 TV 하이라이트]

    ●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30분) 고전에서부터 현대시까지 40여년 한국문학을 세계에 알려온 케빈 오록 교수. 한 시간 내에 뜻을 알 수 있고, 두세 시간 안에 끝마칠 수 있어서 짧은 시를 번역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계속될 한국문학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케빈 오록 교수와 함께한다. ●1 대 100(KBS2 오후 8시50분) 첫 번째 도전자. 단아함 속에 숨겨진 씩씩함, 내면의 카리스마로 100인을 제압해 버린 그녀. 닮고 싶은 아나운서 1위 이지애. 5000만원을 다투는 치열한 퀴즈대결이 시작된다. 두 번째 도전자. 냉철한 비판력의 소유자, 음악평론가 임진모. 날카로운 직감으로 최후의 1인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선덕여왕(MBC 오후 9시55분) 덕만은 스스로 궁안으로 미실을 찾아가 직접 국문을 받겠다고 나선다. 덕만은 대신 진평왕과 다른 대소신료 귀족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심문을 받겠다고 조건을 내건다. 미실은 이에 자신을 따르는 귀족과 아닌 귀족을 선별해 살생부를 만든다. 한편 춘추와 비담 유신은 세력을 모아 궁안으로 쳐들어간다. ●문화가 중계(SBS 낮 12시20분) 국내 최고의 교향악단인 서울시립교향악단이 한국 박물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여 전하는 고품격 연주. 대중들에게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선용의 지휘, 테너 한윤석과 소프라노 김향란의 무대로 2009년 9월12일,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공연된 내용을 방송한다. ●다큐 프라임(EBS 오후 9시50분) 영원한 라이벌, 고양이와 개. 개는 오랜 세월 인간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지만 상대적으로 고양이는 그리 풍요롭게 사랑을 받지 못한 존재다. 왜, 그리고 언제부터 우리는 고양이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 것일까?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있는 그대로의 삶을 전한다. ●멜로다큐 가족(OBS 오후 11시) 해돋이로 유명한 경북 포항의 호미곶에서 말을 키우며 꽃마차를 운영하는 부부의 유쾌한 이야기가 공개된다. 올해 나이 51세 동갑내기 김익기, 정윤정씨 부부는 이제 결혼 3년차다. 서로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자신들의 자식보다 삼돌이, 옥동자, 조로, 꽃순이 등 말 4필이 더 좋다는 김씨네 가족 이야기를 들어본다.
  • [국회 시정연설] 4대강 사업 정면돌파 ·경기확장 기조 재확인

    [국회 시정연설] 4대강 사업 정면돌파 ·경기확장 기조 재확인

    2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2기 국정운영 방향이 제시됐다. 이 대통령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선거제도·지방행정체제 개편 등의 당위성을 강조하며 정치권의 협조를 당부했고, 기업에는 과감한 투자와 고용 창출을 주문했다. ●행정체제 개편 촉구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야권이 반발하고 있는 4대강 사업이 단순히 강을 정비하는 토목사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2012년까지 차질없이 추진하면 수자원 강국으로 도약하고 새로운 국부창출의 기회와 함께 한층 여유롭고 품격높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이 방치된 강을 친환경적으로 되살리고, 문화·관광·에너지 산업 등 인프라를 구축해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주민의 삶의 질 향상도 꾀하는 ‘다목적 복합프로젝트’의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에 국회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지방행정체제로의 개편은 지역발전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지역 갈등 해소와 막대한 선거비용 문제를 해결할 선거제도를 국회가 마련해 달라며 “초당적 입장에서 국리민복을 위해 생산적 제도로 바꿔달라.”고 강조했다. 지방행정체제와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국회 논의가 구체화되면 정부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금 잘 대처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재정의 조기집행과 공기업 투자 확대 등을 통해 공공부문이 경기보완적 역할을 계속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의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각종 특례제도 비과세·감면 줄여 이 대통령은 현재의 경기확장 기조를 세계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출구 전략은 지난 9월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준비는 철저히 하되, 경제회복 기조가 확실시되는 시점에 국제공조를 바탕으로 추진할 것”이라고도 했다. 친(親) 서민 중도실용 정책도 지속 추진할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서민과 중산층에 세제혜택을 확대해 영세자영업자의 회생을 지원하고 저소득 근로자의 소형주택에 대한 월세소득공제도 신설하게 된다.”면서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속하되 각종 특례제도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함으로써 세부담의 공평성을 높이고 재정건전성도 지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에는 투자와 고용 창출을 촉구했다. 정부는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할 테니,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보답해달라는 주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위기 이후의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과감하고도 선제적인 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상기시켰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열린세상]‘말’의 가치를 찾아서/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열린세상]‘말’의 가치를 찾아서/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말이 넘친다. 넘쳐서 시궁창이거나 쓰레기 더미를 이뤄 악취를 풍기며 우리 주위에 널브러지고 있다.” 이 같은 묘사를 가능하게 하는 풍경이 도처에 벌어지고 있음을 공감하실 터이니, 나의 이런 무례한 표현을 용서하시기 바란다. 실은 이런 말도 가급적이면 삼가야 할 터이나 어쩌랴. 이 같은 풍경을 아무도 꼬집지 않는다면, 모두들 세상 꼴이 옳게 돌아가는구나 하고 믿거나, 아니면 자포자기하거나 할 것이기에, 저 ‘벌거벗은 임금님’에 나오는 철없는 어린이처럼 그저 보이는 대로 ‘말’에 관해 소리쳐 볼까 한다. 우리나라에서 종이로 찍어 내는 인쇄물의 양은 엄청나다. 통계로 보면 놀랄 정도다. 간단한 팸플릿에서부터 홍보물, 여러 잡지와 책자, 각종 단체가 만들어 내는 무의미한 인쇄물, 남용되는 일회용 종이 제품과 여러 종류의 휴지들. 참으로 끔찍한 모습 아닌가. 종이 소비량이 그 사회의 문화 수준을 말한다는 말은 이제 허구다. 펄프의 낭비는 말할 것 없고, 그 위에 찍혀 나오는 글이나 정보들의 하찮음을 비롯해 유치하기 짝이 없는 디자인들은 그것을 소비하는 이들에게 오히려 막대한 해악(害惡)을 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깨닫는 이들이 많지 않다는 데 더 큰 심각성이 도사리고 있다. 외국에서 적당히 베껴 온 온갖 것들을 다시 베끼고, 베껴 온 것을 베낀 것을 다시 베끼고, 어느 누군가가 잘못 베낀 것을 이리저리 뜬금없이 모방하고, 그리하여 자신의 창조성 없음은 말할 것도 없고 남의 창조성까지도 그 원형을 왜곡하거나 창조의 원천까지도 망가뜨리는 총체적 ‘바보들의 행진’이 이어지는 사회, 이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올바로 보고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나는 독일의 큰 공구(工具)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회장이 직접 우리를 맞으며 자신의 회사를 소개하게 되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공구를 만들고 있습니다. 한 해에 삼사십만 개 팔리는 아주 대중적인 공구가 있는가 하면, 몇만 개 또는 몇천 개 팔리는 공구가 있고, 몇백 개만이 만들어지는 것도 있지만, 겨우 스무 개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 공구도 있답니다.” 그러더니 그는 아주 결정적인 이야기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맺었다. “저는 한 해에 스무 개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 이 공구의 생산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이 공구야말로 ‘공구를 만드는 공구를 만드는 공구를 만드는 공구를 만드는 공구’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다양한 공구의 가장 어미 되는 공구죠. 어머니가 없다면 이 세상의 어떤 사물도 존재할 수가 없다는 원리는 매우 소중합니다.” 스무 개밖에 팔리지 않는 것이란, 만들기도 어렵지만 그만큼 팔기도 어렵다. 그러니 시장논리에 따르면 이런 제품은 만들 수도 없고 만들어서도 안 되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회장은 이 공구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시장원리를 어기는 무식쟁이란 말인가. 아니다. 긴 안목으로 시장의 원리를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말’이라는 도구도 마찬가지이다. ‘말’이란 인간이 만든 도구 가운데 가장 원리적이고 원형적인 존재다. 문자로 표현되는 ‘글’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책’도 마찬가지다. 모든 도구의 원천이 되는 존재다. 가장 많이 팔리는 공구들처럼 많이 팔리고 대중적인, 얼핏 보면 가장 시장성이 있어 보이는 말이나 글이나 책의 생산에만 경쟁적으로 몰입한다면 우리는 어찌 되겠는가. 말을 다루는 모든 이들은 독일 공구 회사 회장의 말에 귀 기울여 보아야 한다. ‘말을 만드는 말을 만드는 말을 만드는 말을 만드는 말’ 곧 ‘가장 어미 되는 말’을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리하여 신문, 잡지, 책, 각종 팸플릿, 문서, 간판, 도로표지판, 문패, 명함, 수첩, 글씨 쓰기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온갖 말들의 품격과 고도한 내재적 가치를 생각하는 일이 소중할 터이다. ‘어미가 되는 말들’을 찾아서 우리 사회가 공유하는 생각과 말의 가치를 찾아서 눈을 뜨자. 이기웅 열화당 대표·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 [열린세상] ‘변듣보’와 국가의 품격/금태섭 변호사

    [열린세상] ‘변듣보’와 국가의 품격/금태섭 변호사

    최근 검찰은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했다는 혐의로 진중권씨를 기소했다. 보도에 의하면 공소사실 중 모욕죄에 해당하는 내용은 진씨가 인터넷에 글을 올리면서 ‘변듣보’ ‘듣보잡’ ‘비욘 드보르잡’ 등의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라고 한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수도 있고 모욕죄에 관한 법조문을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법에 위반되는 표현이라고 볼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표현을 문제 삼아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하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판례는 모욕죄를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법원이 그동안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예를 보면 ‘늙은 화냥년의 간나(1987년 판결)’, ‘망할 년(1990년 판결)’, ‘개 같은 잡년, 시집을 열두 번을 간 년, 자식도 못 낳는 창녀 같은 년(1985년 판결)’, ‘빨갱이 무당년, 첩년(1981년 판결)’ 등이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 격한 논쟁을 주고받는 중에 상대를 조롱하는 의미를 가진 지칭을 사용했다고 해서 ‘개 같은 잡년’이라는 말을 한 것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는 말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하면 우리 사회에서 풍자를 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대통령의 용모를 동물에 빗대서 표현하는 것은 어떤가. 대통령을 쥐처럼 묘사한 만화를 그리면 처벌을 받아야 할까. 만일 5공화국 치하에서 당시 대통령을 대머리라고 불렀다는 이유로 처벌 받은 사례가 있었다면, 형법상 모욕죄를 철저히 적용한 사례라고 칭찬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우리 대법원은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 위법성이 조각된다.”라고 하여 표현의 자유가 살아남을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인터넷이나 언론 매체에 스스로 글을 올리면서 논쟁을 주고받는 사람은 어느 정도의 조롱이나 풍자는 참아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고 글자 하나하나를 문제 삼아 모욕죄를 들이대려 한다면 아마도 지금 인터넷에 올라 있는 댓글의 상당부분이 처벌의 대상이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하기 힘들 만큼 다양한 사안에 대하여 개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나 공공의 신뢰를 해친다는 이유로 형벌권을 발동하고 있다. 방송 보도의 진위를 문제 삼아서 TV 프로그램 제작진을 체포하기도 했고, 인터넷에 올린 경제예측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일부 포함되었다는 이유로 네티즌을 구속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가정보원을 비판한 인사에 대해서 대한민국을 원고로 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이번 사건은 인터넷에서 벌어진 논쟁의 와중에 상대방에 대한 경멸의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는 표현을 떼어내서 모욕죄로 기소한 것이다. 그러나 과연 개인이나 공공기관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는 우리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우리나라 전체의 명예를 높인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뉴욕타임스에 상당한 정도의 허위사실이 포함된 전면광고가 실렸을 때 미국 연방대법원은 “잘못된 발언도 자유로운 논쟁을 위해서는 불가피하고 표현의 자유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숨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시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했다. 요즘 유행하는 ‘국가의 품격’은 이런 결정을 통해서 높아지는 것이다. 정부의 형벌권이 두려워서 상대방을 조롱하는 표현이나 풍자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격’ 운운한다면 그야말로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는 조롱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금태섭 변호사
  • 상일IC 인근 5만㎡ 규모 첨단업무단지

    상일IC 인근 5만㎡ 규모 첨단업무단지

    강동구 상일인터체인지(IC) 인근에 첨단업무단지가 조성된다. 중부고속도로와 경춘고속도로, 올림픽대로, 외곽순환도로는 물론 지하철 5·8·9호선과 맞닿은 업무단지는 서울 동남권의 관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동구는 강일2택지개발지구 상일동 377 일대 5만 3530㎡ 부지를 2011년까지 첨단업무단지로 조성하기로 하고 다음달 2일 착공식을 갖는다고 28일 밝혔다. 이해식 구청장은 “그동안 베드타운으로 인식돼 온 강동에 수도권 동부지역 최대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부지에는 용적률 400%, 건폐율 60%를 적용받는 15~20층의 업무시설과 교육연구시설, 근린생활시설 등이 들어선다. 강동구는 SH공사와 협약을 맺어 애초 주거공간으로 한정했던 강일2택지지구의 일부를 첨단업무단지로 전환했다. 구는 개발금액의 별도 출자 없이 입주기업 유치 등을 담당한다. 강동구는 우선 삼성엔지니어링과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를 첨단업무단지에 유치했다. 지난해 7월 입주계약을 체결한 삼성엔지니어링은 2만 7604㎡에 지상 15층짜리 본사 사옥과 연구시설을 짓는다. 연면적 18만 2000㎡의 건물에는 6000여명의 직원이 상주할 전망이다. 아울러 방송수신기 제조업체인 디지털스트림테크놀로지는 1780㎡에 지상 10층 규모의 사옥을 짓는다. 이곳에선 2015년까지 200여명의 직원이 일하게 된다. 강동구는 이 밖에 3대1의 경쟁률을 보인 입찰을 거쳐 해충방제서비스 기업인 세스코(12층)와 건축설계·감리 기업인 휴다임(11층)의 입주도 확정했다. 전체 단지 가운데 이들 기업 부지와 도로 등을 제외한 나머지 1만 4122㎡(6필지)도 연말까지 분양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구는 현재 6개 기업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입주기업들은 앞으로 ‘기업유치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취득·등록세 등을 감면받게 된다. 첨단업무단지에는 2011년 말까지 8000여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 도시경영연구원은 연구용역을 통해 단지조성과 관련해 1만여명의 고용창출과 1조 4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첨단업무단지 인근에 50여개 관련기업들이 입주해 대규모 ‘타운’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아울러 단지조성이 완료되면 1만 5000여명의 직원들이 타운에 상주할 것으로 기대했다. 강동구는 업무단지 조성을 통해 매년 기업들로부터 80억원가량의 세금수입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내 2만 7604곳의 기업 가운데 매출액 100억원 이상 기업은 현재 84곳에 불과하다. 이 구청장은 “첨단업무단지 조성으로 강동구의 취약한 경제구조가 개선되고 그동안 고착된 베드타운 이미지를 벗고 자족기능을 갖춘 고품격 경제도시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10·28 재·보선] 강릉 한나라 권성동 당선자

    [10·28 재·보선] 강릉 한나라 권성동 당선자

    “여러분의 심부름꾼이 되겠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28일 강원 강릉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한나라당 권성동 후보는 “시민의 역량을 총결집해 강릉을 대한민국 제1의 품격 있는 명품도시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권 당선자는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강릉 경제와 민생을 살려 달라는 절박한 요구이며 나라를 바로 세우라는 준엄한 명령이었다.”면서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이어 “그동안 강릉에서는 국회의원들이 자주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지역간 경쟁에서 많은 손해를 보고 지역민의 자존심에도 흠집을 냈다.”면서 “강릉의 정치풍토를 바꾸고,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권 당선자는 “강릉은 산업기반이 미약한데, 다행히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회를 맞고 있다.”면서 “약속한 대로 강릉~원주간 복선전철 조기착공, 2018동계올림픽 유치, 경포 도립공원 규제 완화 등을 성사시켜 강릉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권 당선자는 강릉 명륜고와 중앙대를 졸업한 뒤 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인천지검 특수부장과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 등을 지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길섶에서] 개나리와 시금치/육철수 논설위원

    늘상 품격있는 언행으로 살아가기란 쉽지 않다. 아무리 도를 닦은 성인군자라도 때론 상소리나 욕을 하고 싶을 때가 어디 한두 번이랴. 그래도 극단적인 욕설을 비켜가는 ‘지혜’를 발휘하면 오히려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어 위안이 된다. 어느날 드라이브에 나섰다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코미디언 J씨의 말에 한바탕 웃었다. 누군가에게 참다못해 욕지거리를 하고 싶을 때 “이런 ‘개나리’ ‘시금치’ 같은….”이라고 했단다. 점잖은 체면에 ‘개XX’ ‘시XX’처럼 원색적인 상욕을 대놓고 할 수 없어서 그런 표현으로 화를 풀려고 했단다. 그랬더니 웬걸, 뜻을 금방 알아차린 상대방이 기분나빠하기는커녕 웃는 바람에 분위기는 의외로 확 바뀌었단다. 개나리나 시금치가 들으면 불쾌하기 짝이 없을 일이다. 왜 가만히 있는 자신들을 욕으로 둔갑시키느냐고…. 하지만 어쩌랴. 만물의 영장인 인간이 화를 풀고 품위있는 언어생활을 하려는데 그 정도의 희생과 명예훼손쯤은 참고 견뎌줬으면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최고의 궁정신하를 말한다

    최고의 궁정신하를 말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어느날 제나라의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중국 고대 은나라의 탕왕이 하나라의 걸왕을 잡아 가두고, 주나라를 세운 무왕이 은나라의 주왕을 쳤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있었느냐고. 맹자는 전해오는 책에 나오는 이야기라고 답했다 선왕이 재차 물었다. 신하가 임금을 해치는 일이 어찌 있을 수 있냐고. 이에 맹자는 “사람다움을 짓밟는 자를 적(賊)이라 하고, 의(義)를 해치는 자를 잔(殘)이라 합니다. 잔적한 자는 일개 사내(一夫)에 불과합니다. 저는 일개 사내인 걸과 주를 처형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어도 임금을 시해했단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고 말했다. ●군주론과 쌍벽… 르네상스 시대 최고의 정치 교양서 왕에게 조언하던 맹자를 서양의 중세로 치면, 궁정의 신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서양의 중세 사람들은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또 신하로서 어떤 모습이 이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1507년 3월 이탈리아의 중심부 아펜니노 산맥의 비탈에 자리잡은 우르비노 궁정에서 부도덕한 군주가 있다면 궁정 신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잠시 이야기가 오간다. 한 궁정 신하는 “자신이 모시는 군주가 사악하고 악의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그 즉시 그곳을 떠나서 악덕한 지도자를 모시는 훌륭한 인물들이 맛보는 쓰라린 고뇌를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전쟁에 처하거나 어려움에 빠져 있을 때는 절대로 지도자를 버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궁정 신하는 지도자를 모시는 것을 그만둘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군주의 이익과 명예를 높일 수 있는 모든 명령에 복종하되, 군주에게 손해를 입히고 손해를 안겨줄 명령은 따르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단테(1265~1321년)의 ‘신곡’(1321년), 보카치오(1313∼1375년)의 ‘데카메론’(1350∼1353년), 마키아벨리(1469∼1527년)의 ‘군주론’(1513년) 등과 함께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저서로 꼽히는 발데사르 카스틸리오네(1478~1529년)의 ‘궁정론’(원제 The Book of the Courtier, 신승미 옮김, 북스토리 펴냄)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출간됐다. 특히 이 책은 ‘군주론’과 쌍벽을 이루는 르네상스 최고의 정치 교양서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을 만토바, 우르비노, 밀라노, 로마 등 이탈리아 내 궁정에서 일했던 르네상스 시대 외교관 카스틸리오네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해 1528년에 펴냈다. 내용이 딱딱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다. 우르비노 궁정을 배경으로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공작부인과 귀부인, 궁정 신하들이 완벽한 궁정 신하의 모습 등을 주제로 나흘에 걸쳐 토론하는 상황을 상상한 대화록이다. 신사와 숙녀 10명이 피렌체 교외 별장에서 10일 동안 하루에 한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내용을 담은 ‘데카메론’을 떠올리게 하는 부분. ‘궁정론’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실존했던 인물들로, 4장으로 나뉘어져 진행되는 대화 속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역사와 철학, 사상, 음악, 미술, 생활상, 관습, 농담과 풍자 등을 엿볼 수 있어 흥미롭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궁정신하의 이상형 이상적인 궁정 신하라면 외모와 복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시시콜콜한 부분에서 출발하는 이야기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웃음이 나기도 한다. 고귀해야 하고, 무기에 정통하고, 음악과 회화에 조예가 깊어야 하고, 정치적 협상에 능하고, 언변이 좋아야 하고, 모든 행동에 절제가 있어야 하며 예의 바름과 품격과 우아함도 갖춰야 하고, 겉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과도한 허식은 멀리하고, 모든 것에 중용을 지켜야 한다는 갖가지 의견들이 쏟아진다. 시라쿠사의 디오니시오스 2세를 가르쳤던 플라톤이나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을 가르쳤던 아리스토텔레스가 궁정 신하의 이상형으로 꼽히기도 한다. 요즘 세상과 맞지 않는 이야기도 더러 있지만 곱씹어 새길 부분도 상당하다. 카스틸리오네는 로도비코 다 카노사 백작의 입을 빌려 “올바른 궁정 신하라면 마음속에 하나의 교훈을 필히 간직하고 있었으면 한다. 항상 앞으로 나서기보다는 어려워하거나 자신 없는 태도를 유지하며 자신이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잘 감시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책에서 무엇보다 흥미로운 부분은 궁정 신하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 이상적인 군주의 모습이 투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 장에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오타비아노 프레고소는 “군주가 고귀한 미덕을 깨닫고 잘 활용해서 훌륭하게 통치하도록 만드는 것이 궁정 신하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전제하며 군주에게 깨우쳐 주고 싶은 교훈은 백성들 가운데 항상 조언을 구할 수 있는 덕이 높고 현명한 신사들을 선택해 주제를 막론하고 망설임 없이 의견을 밝힐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하고, 지혜롭고 청렴결백한 정치인들을 뽑아 정의를 구현해야 하며, 폭정을 휘둘러서 미움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군주제가 변형된 전제정치, 옵티마테스가 변형돼 소수 권력자들로 구성된 정부, 절대권력이 군중에게 넘어간 정부 등이 올바르지 못한 정부이며 이 가운데 최악은 폭정으로 점철된 전제정치”라면서 “훌륭한 통치자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백성을 위해서 두려워하는 반면, 전제 폭군은 자신이 다스리는 백성을 두려워한다.”고 말한다. 2만 5000원.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행정서비스 굿 아이디어 없나요?

    서울 관악구가 행정서비스 변화의 해법을 공무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찾고 있다. 구는 업무개선을 통해 주민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한 사람이 하나씩의 업무 관련 아이디어를 제출하도록 하는 업무 아이디어(My job idea)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고 21일 밝혔다. 이는 “공무원 스스로 관습적인 업무 수행만으로는 주민 감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업무 역량을 넓혀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구는 설명했다. 기존 공직사회 제안 시스템은 공무원이 업무수행 과정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팀장급 이상 간부가 심사해 반영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업무 아이디어 운동에서는 공무원 본인이 스스로 자신의 업무에 직접 적용하게 되며, 팀장은 직원 상호간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해 제안을 보다 구체화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해의 경우 총 115건의 아이디어를 모아 자체 평가를 통해 ‘체육시설업 폐업신고 업무 연계로 민원불편 제로’를 최우수작으로 선정했다. 구청과 세무서 간 업무연계 시스템을 갖춰 주민들이 면허세 미납으로 인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우수 제안으로는 ▲서울시 주정차 위반 과태료 관리시스템 보완 ▲쉬운 이메일 주소 사용 ▲대형생활폐기물 처리 관리 방법 개선 등이 선정됐다. 올해 업무 아이디어 운동은 지난 9월부터 제안공모를 시작하여 다음달 11일 입상작을 선정한다. 김홍찬 정책개발과장은 “공직사회가 날로 치열해지고 있어 공무원도 남과 다르게 생각하고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관악구 전 직원이 업무 아이디어 운동에 참여하도록 해 고품격 행정서비스 구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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