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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유저블 컵’ 대신 ‘다회용 컵’, 쉽고 명확하죠[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리유저블 컵’ 대신 ‘다회용 컵’, 쉽고 명확하죠[모두에게 통하는 우리말]

    “정부는 내년 6월 전까지 서울 도림천 유역에 디지털 트윈과 연계한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를 시범 구축하기로 했다.” 최근 환경 분야에서는 새로운 기술이나 개념을 가리키는 낯선 영어 단어를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용어의 의미를 따로 설명할 수도 있지만, 조금이라도 쉬운 말로 순화한다면 뜻을 더 잘 전달할 수 있다. 가령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은 현실의 사물이나 공간을 가상 세계에 쌍둥이처럼 복제하는 기술을 가리킨다. 국어문화원연합회는 ‘디지털 복제’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그린’이 붙은 단어는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친환경’을 뜻한다는 걸 짐작할 수 있지만 바꿔 쓸 만한 우리말이 있다면 고쳐쓰기를 권한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은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이나 사업을 기업이 친환경으로 포장하는 행태를 꼬집는 용어다. ‘친환경 위장’이나 ‘무늬만 친환경’으로 표현하면 이해가 쉽다. ‘그린 본드’는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채권을 가리키는데 ‘녹색 채권’이라는 표현이 좀더 쉽게 느껴진다. ‘그린 택소노미’(green taxonomy)도 요즘 자주 쓰이는 말이다. 기후변화를 억제하고 환경 친화적인 경제 활동을 정하는 분류체계로 유럽연합(EU)에서 시작했다. ‘녹색 분류체계’라고 하면 단번에 뜻이 와닿는다. ‘K택소노미’는 ‘한국형 녹색 분류체계’라고 하면 된다. ‘이에스지(ESG) 경영’은 경제 관련 기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단어다. ‘ESG’는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약자다. 환경 보호와 사회적 기여, 지배구조까지도 고려해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뜻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응답자의 86.6%가 ‘환경·사회·투명 경영’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봤다. 전문용어일수록 풀어 써야 이해가 수월하다. 일상에서 흔하게 쓰는 환경 분야 외국어도 다듬으면 어떨까. ‘리유저블 컵’(reusable cup)은 ‘다회용 컵’이라고 하면 충분하다. ‘클린 뷰티’(clean beauty)는 유해 성분 없이 환경 보호를 고려해 만드는 화장품을 통칭한다. 문체부와 국립국어원은 ‘친환경 화장품’으로 대체할 것을 권한다. 환경보호 운동에서도 외국어가 많이 들어온다. ‘비치코밍’(beachcoming)은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바닷가를 빗질하듯 쓰레기나 표류물을 줍는 행위를 가리킨다. ‘해변 정화’라고 표현해도 무리가 없다. ‘플로깅’(plogging)이나 ‘줍다’와 ‘조깅’을 합성한 ‘줍깅’은 모두 걷거나 달리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국립국어원은 ‘쓰레기를 담는다’는 본뜻을 살리면서 격려하는 느낌도 담은 ‘쓰담 달리기’로 바꿔 쓸 것을 제안했다.
  • 깜깜이·나눠먹기 ‘지방소멸기금’

    깜깜이·나눠먹기 ‘지방소멸기금’

    정부가 올해부터 인구감소지역에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7500억원의 투자지역을 최근 확정했다. 하지만 깜깜이 평가에 나눠먹기식으로 배분돼 논란이 거세다. 기금을 많이 따낸 지역은 이를 적극 홍보하고 적게 받는 지역은 쉬쉬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지방재정공제회는 지난 17일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에 올해 75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매년 1조원씩 10년 동안 지원한다”며 올해와 내년 기금이 투입될 지역을 선정해 발표했다. 인구감소지역 89곳은 등급에 따라 최대 210억원(A등급·4곳), 최소 112억원(E등급·15곳)을 받는다. 인구감소 위험이 큰 관심지역 18곳은 최대 53억원(A등급·1곳), 최소 28억원(E등급·2곳)을 받는다. 행안부는 자치단체 간 과열경쟁을 우려해 A등급을 제외한 나머지 등급의 지역과 배분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줄세우기’ 논란을 없애겠다는 의도지만 오히려 깜깜이 평가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공모에는 전국 122개 지자체가 1691건에 이르는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다. 지자체가 어떤 사업을 제안했는지는 모두 ‘대외비’인 셈이다. 대다수 지자체는 사업계획서를 위해 수천만원을 들여 외주용역을 맡겼다. 많은 지자체가 사실상 헛돈을 쓴 셈이다.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부산 서구, 대구 서구 등은 도시 지역인데도 농촌 지역인 태백, 삼척 등 강원도 내 9개 지역과 같은 C등급으로 140억원을 받는다. 관심지역인 인제군이 받는 43억원보다 3배 이상 많다. 관심지역 A등급을 받은 광주 동구도 인제보다 10억원을 더 받는다. 부산 서구의 인구는 10만 4755명, 대구 서구는 16만 1900여명인데 인제군의 인구는 3만 2100여명이다. 인제의 인구과소지역(500m×500m 구역 내 인구 5명 이하) 비율은 46.98%로 전국 시군구 중 네 번째로 넓어 행정면적의 절반 이상이 사실상 소멸상태지만, 이런 데이터는 반영되지 않았다. 경기 연천군의 한 관계자는 “전국 지자체가 동시에 소수의 용역업체에 계획서를 맡기다 보니 비슷비슷한 계획서가 나왔다”면서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에 적절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금이 특정 분야에 집중된 것도 문제다. 우수 사례로 선정된 투자 계획서 중 대부분이 생활 인프라 개선사업이다. 전체 사업계획 중 70% 이상이 문화, 관광, 주거 분야에 집중됐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고령화와 인구소멸지수가 전국 최상위권인데도 형편없는 평가를 받아 한마디로 충격적”이라면서 “우리와 사정이 비슷한 이웃 지자체는 A등급을 받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류종현 강원도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장은 “지역소멸대응기금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면서 “정부 공모사업을 통합적으로 접목해 효과를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동해 포럼, 울릉도에서 아시럽 평화마라톤 출정과 한복 패션쇼

    한동해 포럼, 울릉도에서 아시럽 평화마라톤 출정과 한복 패션쇼

    유라시아 원 이스트 시(One East Sea, 한동해) 포럼(회장 정진호)이 24일 울릉도와 독도에서 연례 세미나와 함께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의 아시럽 평화 마라톤 출정식, 한복 패션쇼를 열었다. 사단법인 한동해 포럼은 한반도의 동해를 넘어 유라시아 대륙 전체의 동해임을 천명하며 하나의 동해에서 남과 북이 상생과 평화경제를 이뤄 우리민족이 유라시아까지 뻗어나가는 비전을 갖고 발족된 사단법인이다. 경상북도 환동해 본부와 손 잡고 다양한 남북경협 사업과 해양생태 환경 문제를 풀어가기 위한 정책과 연구과제를 도출해 왔다. 지난 19일 온라인 세미나로 여덟 과제가 발표된 데 이어, 이날 오후 2시 울릉도 라페루즈 리조트 세미나실에서 정진호 회장이 기조강연 ‘한동해의 꿈, 평화와 상생의 바다로 세계를 품다’을, 김윤배 박사가 ‘울릉도(독도) 해양쓰레기 대응 연구’를 발표했다.강명구 평화마라토너와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기석 전 성공회대 총장 등이 함께 한 가운데 오후 3시 30분 아름다운 야외 정원 꽃길에서 마라톤 출정식과 함께 패션쇼가 이어졌다. 이남옥 드레시아가 협찬한 패션쇼는 밤 8시 화려한 조명으로 울릉도의 밤을 밝힌 상태에서 다시 연출된다. 정 회장은 러일전쟁 시기 일본 제국주의에 가장 먼저 빼앗겼던 섬, 울독(울릉도와 독도)에서 마라톤 출정식을 갖는 것은 전쟁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바꿔 유럽으로 달려가고자 하는 염원을 오롯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의 동쪽 끝 울독에서 유럽을 향해 평화 마라톤을 펼치는 것은 동해가 21세기의 지중해가 되는 꿈, 하나의 동해가 통일신라시대 장보고의 해양길을 따라 남과 북이 함께 뻗어나가는 상생의 바다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다. 400여일의 대장정 마라톤이 끝나는 내년 겨울에 패션의 본고장 파리에서 한 번 더 한복 패션쇼를 개최할 예정이다. 유럽의 지도에 울릉도를 처음 소개한 것은 1787년 프랑스의 라페루즈 백작이었다. 230여년 뒤 이제는 유럽으로 달려가 K문화가 열풍을 일으키는 파리에서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리려는 것이다.
  • 역대 최고 연봉 사령탑 김태형의 두산, 8년 만에 5강 탈락 눈앞

    역대 최고 연봉 사령탑 김태형의 두산, 8년 만에 5강 탈락 눈앞

    한국야구위원회(KBO) 프로야구 사령탑 역대 최고 연봉을 자랑하는 김태형(55) 감독의 두산 베어스가 부임 8년 만에 처음으로 5강 탈락 위기에 놓였다. 두산은 24일 현재 포스트 시즌 진출권인 5위 KIA 타이거즈와 6.5경기차까지 벌어진 8위다. 또 바로 앞 6, 7위는 최근 10경기 나란히 7승 3패로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와 NC 다이노스다. 페넌트 레이스(정규 리그) 38경기가 남아 있는 가운데 기적이 벌어지지 않는 한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다.김 감독은 부임과 함께 2015, 2016시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또 지난해까지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새 역사를 창조했다. 그 사이 연봉도 3년 총액 20억원(2017~19년)에서 28억원(2020~22년)으로 올랐다. 한국 프로야구 40년 역사에 최고 연봉 감독이다. 그런 김 감독이 계약 마지막 해인 올 시즌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최우수선수(MVP)였던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가 부상으로 달랑 3경기만 등판하고 지난 7월 팀을 떠난 것이 큰 전력 누수이긴 하지만, ‘백업으로 선발을 짜도 1군 전력’이라던 두산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아니었다. ‘미라클’ 두산이 가을의 문턱에서 기적의 시동을 걸지 못하는 본질적 이유는 바로 투타 양면에서 활약해 줘야 할 선수들이 골고루 조금씩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6선발 요원으로 준비했던 최승용와 박신지가 각각 9경기와 6경기에서 나란히 1승 씩만 올리는데 그쳤다. 기존 선발들도 카리스마가 없기는 매한가지다. 시즌 막판에 접어든 현재까지 로버트 스탁이 9승, 최원준이 7승으로 10승 투수가 없다. 타격에선 올 시즌 직전 4년 115억원의 FA(자유계약) 대박을 안겨준 4번 타자 김재환의 부진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김재환은 90경기 타율 0.234(321타수 75안타), 16홈런, 51타점에 그쳤다. 김재환과 중심타선을 이룬 양석환도 타율 0.253 11홈런 31타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도 타율 0.306 6홈런 64타점으로 지난해보다 부진한 모습이다. 특히 이들의 장타율이 떨어지다보니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지 못하는 타선이 돼 버렸다. FA로 NC로 떠난 우익수 박건우의 공백은 여전히 메워지지 않고 있고, 마무리 김강률의 부상 공백 속 고군분투했던 홍건희와 정철원은 과부하가 걸렸다. 홍건희는 등 담 증세로 최근 2경기 몸도 풀지 못했고, 정철원은 데뷔 시즌에 벌써 55이닝을 던졌다. 김 감독은 지난 7년 동안 경기장 안팎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도 특유의 카리스마로 두산을 리그 최정상의 팀으로 이끌어왔다. 그가 계약 마지막해 마주하게 된 총체적 난국을 어떻게 이겨내고, 또 기적의 가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해결에 놓인 암초들/논설실장

    [황성기 칼럼] 강제동원 해결에 놓인 암초들/논설실장

    4년간 표류하던 강제동원 문제가 입구에 들어섰다. 윤석열 정부의 해결 의지가 강해 보인다. 희망이 있다. 윤 대통령은 첫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 칭했다. ‘힘을 합칠 이웃’은 친일 프레임을 꺼리던 이전 정부까진 별로 없던 표현이다. 취임 100일 회견에선 “강제징용 판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원고·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논란의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면서 현금화 전에 피해자가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피해자 중심주의’만 내세웠지 보상은 지연시킨 전 정권에선 생각할 수 없던 말이다. 윤 대통령 100일간의 어설픈 내치와 달리 한미 등 외교에서는 정치를 시작한 1년 사이 제법 내공을 쌓은 단면을 보여 주는 장면들이다. 시간이 안 맞았다는 게 이유지만 방한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회담 없이 전화통화로 끝낸 점도 한중 외교의 한 수였다. 주변에 포진한 외교 현자들 덕분이며, 과외를 잘 받고 윤석열식으로 잘 소화한 결과다. 이런 의지가 대일 외교에서 구현된 게 한일정책협의단의 일본 파견이고, 박진 장관의 방일이며,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일본을 맡았던 윤덕민의 주일대사 부임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봉인했던 ‘강제동원’을 지지율이 깎이더라도 정면돌파하며 “정치쇼”는 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관철한다면 험로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정부의 보상안이 해결의 시작점이다. 하지만 강제동원 문제의 출구를 나서기까지는 여러 난관들이 기다린다. 첫째, 피해자와 시민단체, 정부 해법을 훼방하려는 야당을 포용하는 일이다. ‘한국 정부 책임하의 대위변제에 의한 보상’이 지론인 5선의 이상민 의원 같은 이는 더불어민주당에선 극소수다. 민주당에게 정부 대위변제는 공격의 호재료다. 하지만 4년간 이 문제를 방치한 건 민주당 정권이었다. 현 정권과 전 정권이 허심탄회하게 풀어야 할 공동 숙제다. 둘째, 강제동원 해결 여부가 어떤 국익, 어떤 손실을 가져올지 명확해야 한다. 윤덕민 대사가 수십, 수백조의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간다고 주장한 것으론 모자란다. 현금화가 일어나면 일본은 자국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2019년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를 초월하는 파상적 제재를 가해 올 것이다. 한국 내 자산을 매각당한 일본 기업들이 외교적 보호권을 요청하면 일본 정부도 강경 행동의 근거를 갖게 된다. 일본 은행이 한국 기업에 행한 대출의 강제 회수라는, 한일이 동시에 핵폭탄을 맞는 극한적 상황까지 갈 수 있다. 셋째, 한일 모두에는 역사 문제의 해결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다. 서로 통한다는 일본의 극우, 한국의 극좌다. 일부 정치인, 언론, 운동가 등의 역사퇴행형 혹은 생계형 혐한, 혐일이다. 이들이 과거사 해결을 저지하려고 어떤 찬물을 끼얹더라도 강인한 맷집으로 버텨 내야 한다. 또한 반성에 약한 일본과의 역사 문제는 장기전을 요한다는 인식도 필요하다. 넷째, 대법 판결에는 없는 사죄다. 하지만 피해자는 물론 적지 않은 국민들이 강제동원에 대해 “65년 협정으로 다 끝났다”는 일본의 주장을 턱없이 모자란다 여긴다. 일본의 적절한 인사가 적절한 공간과 시점을 골라 도의적 책임에 대해 언급해야 할 것이다. 박진 외교의 과제다. 다섯째, 소소한 문제이지만 채권자의 동의 없는 대위변제는 불가능하다는 해괴한 논리가 외교부까지 침투해 있다. 법제처를 비롯한 책임 있는 기관에서 유권해석을 내려 정리해야 한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오부치의 ‘사죄’와 김대중의 ‘평가’가 한 축이라면 ‘역사인식을 심화시켜 미래를 지향한다’가 다른 한 축을 이룬다. 미완의 ‘한일 98년 체제’를 쉽지는 않지만 완성해야 한다.
  • [열린세상] 망국을 피하는 방법/김세연 전 국회의원

    [열린세상] 망국을 피하는 방법/김세연 전 국회의원

    “이렇게 나라가 망해 가는 것인가?” 많은 이들의 머릿속에 맴돌고 있으나 차마 입으로는 뱉지 못하는 탄식이 아닐까. 모든 것이 뒤엉켜 버린 채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야심차게 닻을 올린 윤석열호는 출항 직후부터 표류하고 있다. 괜찮지 않은 것은 알겠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양새다. 근심과 우려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누가 쓴소리하고 말고가 더이상 중요치 않은 상황이다. 정치는 저질화, 언론은 황색화되고 있다. 정치의 원동력이 ‘공동선(共同善)의 지향’이 아니라 ‘상대 진영에 대한 복수심’이 됐다. 정치를 바라보는 창문이어야 할 언론은 말과 감정 싸움의 현장 중계인 정도로 역할을 스스로 격하시킨다. 정치적 중립이 요구되는 행정부조차 직역별로 각 진영에 편입되는 경향이 보이고, 그에 속하지 않은 이들은 무위(無爲)를 새로운 미덕으로 삼는다. 지방선거 때의 풍문들은 정치와 행정의 일부가 거대한 매관매직의 체계로 타락하고 있는 것 같은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적대적 공생관계의 양대 정당에 이젠 혐오감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국민의힘에서 비주류는 다시 한번 뿌리째 뽑혀 나가는 중이다. 건강한 토론이 일상이어야 할 정당에서 원외 청년들의 항변과 주류 대리인들의 반박을 제외하곤 대체로 침묵만 흐른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선 1위 후보가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나 그만큼 낮은 투표율로 열기는 상쇄된다. 열혈 지지층을 제외한 다수 당원의 투표 불참은 정치적 무기력증이라 볼 수 있다. 합리적 이성과 소명의식으로 단단히 무장한 일부를 제외하고는 총선 공천을 위해 침묵을 통한 자발적 복종을 택하거나 노골적 충성경쟁으로 고득점을 시도한다. 어떻게 풀 것인가? 우리에게 출구는 없는가? 아무리 봐도 시민들의 활발한 정치참여 외엔 답이 없다. 직업정치인은 생업에 바쁜 다수 시민을 대신해 정책 입안과 갈등 조율을 본업으로 인식하며 늘 몸가짐, 마음가짐에 삼가는 자세를 가져야 할 텐데 일전에 수해복구 현장에서 실상이 드러났듯 국민 일반의 관점과 유리된 모습이 종종 나온다. ‘정치계급’이 돼 버린 기성 정치인들과는 다른 경로로 시민의 정치참여 통로가 확보될 필요가 있다. 일각의 논의와 같이 행정부 감시와 견제를 사명으로 하는 입법부를 또다시 견제, 보완하기 위해 ‘제4부’를 만드는 것은 옥상옥의 결과가 될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문제는 ‘국회의 문제’라기보다는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정당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겠다. 신당 창당을 논외로 한다면 수명 다한 양대 정당의 정상화에 관심과 노력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정당 내 극단주의 배격과 이를 통한 합리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총선 공천은 지도부가 결정하고 지도부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주로 결정한다. 따라서 정당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선 의원 물갈이가 아니라 당원 물갈이가 더 근본적 과제가 된다. 그런데 당을 해체하지 않고선 기존 당원을 나가라고 하기가 어렵다. 남은 방법은 상식적인 시민들이 정당에 적극 참여해 양당이 극단적 견해를 가진 세력들에 점령당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의원들도 ‘친아무개’식의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정책 노선 경쟁이 가능해진다. 세상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적응하고 있는 다음 세대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정치참여가 절실하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예외가 아니다. 냉철한 지성의 소유자들이 공동체 담론의 형성과 해법 마련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기후위기, 연금개혁 같은 시급한 문제는 물론 무인화 시대에 필요한 노동 및 복지 정책 대안도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고 인식하고 정치에 참여해야 나라가 망하는 운명을 피할 수 있다.
  • “최소한의 이웃은 삶의 조건… 이웃 향한 분노 대신 평정심”

    “최소한의 이웃은 삶의 조건… 이웃 향한 분노 대신 평정심”

    “최소한의 이웃은 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입니다. 서로에게 최소한의 무엇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기능해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개인화된 시대에 방송인 겸 작가 허지웅은 새삼 ‘이웃’을 주제로 책을 냈다. 그가 이웃의 형태, 성격을 규정하려고 택한 단어는 ‘최소한’이다. 허 작가는 23일 비대면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웃으로 같이 산다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이라서, 그런 어려움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로 ‘최소한’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최소한의 이웃’은 허 작가의 여섯 번째 책이다. 혈액암 판정을 받고 돌아온 후로 한정하면 두 번째 책으로, 삶을 장담할 수 없던 그가 살 수 있겠다는 희망을 품게 되면서 가졌던 생각이나 사유를 담았다. 이전부터 이웃에 대한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던 허 작가에게 코로나19는 이웃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누군가의 도움과 상호작용 없이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때 하게 됐다”면서 “내가 조심하지 않으면 남이 걸리니까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갖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싫어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강해졌다. 끓어오른 마음을 진정시키고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가치들이 있다고 생각해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책은 ‘애정’, ‘상식’, ‘공존’, ‘반추’, ‘성찰’, ‘사유’를 키워드로 154편의 글을 전한다. 작가가 일상에서 접한 소재를 잔잔하게 풀어 썼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 나오는 고길동이 그 많은 식구를 품고 사는 모습에서 선행을 생각했고, 성경에 나오는 사마리아인을 통해 이웃의 자격에 대해 생각했다. 책을 통해 강조하고 싶은 것은 결국 함께 살아가는 데 필요한 평정심이다. 허 작가는 “스스로를 평안하게 만드는 기술이 없다면 남을 생각하지 못하고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악순환이 된다”면서 “가장 큰 평정심은 이미 평정심을 되찾은 이웃이 줄 수 있고, 나 또한 내가 되찾은 평정심을 줄 수 있다. 독자분들이 책을 통해 막연한 희망 말고 삶에 필요한 평정심을 얻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 “실물지표 긍정적… 위기론이 경기침체 부른다”[경제人 라운지]

    “실물지표 긍정적… 위기론이 경기침체 부른다”[경제人 라운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원달러 환율 급등까지 이어지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00선으로 밀린 증시와 거래량이 뚝 끊긴 부동산시장이 이러한 우려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급등)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최광해(62)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이사는 2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침체론’에 대해 “고용률과 실업률 등 실물지표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경기침체나 위기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우리 연구소에서 상장된 중소기업 중 비금융 기업들의 실적을 분석한 ‘상장 중소 규모 기업 실적 분석’ 자료를 내는데 몇몇 업종을 제외하곤 실적이 굉장히 좋은 상태”라면서 “경기침체나 위기를 이야기하려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기업 도산이 느는 등의 실물지표상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는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위기론이 오히려 경제를 침체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옆 나라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예로 들었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는데 이때 오히려 금리를 낮추면서 버블이 붕괴하는 사태를 맞았다. 최 대표는 “물가를 잡아야 하는 현 상황에서 경제위기나 경기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올리지 못하고 재정을 풀게 되면 오히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 위기가 올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기가 둔화될 수는 있지만 이는 물가를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것”이라면서 “경계심은 가져야겠지만 지금은 너무 과한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최 대표도 공감했다. 그는 “전체 재정 규모를 줄이는 게 중요한 것이지 이 때문에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줄여야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이들이 전체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리 높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으로 회생했던 은행들이 이제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상황”이라면서 “성실 상환자를 은행이 구제해 주지 않으면 결국 정부가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데, 어차피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은행으로선 이들을 돕는 게 선순환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1985년 행정고시 28회로 공직에 입문한 최 대표는 기획재정부 대외경제협력관·장기전략국장·공공정책국장을 거쳐 2015년부터 2년여간 IMF 대리이사를 지냈다. 2016년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터를 잡았고, 2018년부터 연구소 대표직을 맡고 있다.
  • 친환경 재료로 홍수에도 끄떡 없는 제방 만든다

    친환경 재료로 홍수에도 끄떡 없는 제방 만든다

    국내 연구진이 친환경 바이오 물질을 이용해 홍수에도 쓸려나가지 않는 제방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연구팀은 식물에서 추출한 접착성이 있는 친환경 바이오폴리머(BP)를 이용해 제방표면을 강화해 제방 붕괴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제방 보강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한국수자원학회가 지난해 실시한 수해조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전국을 휩쓴 폭우로 호남과 중부내륙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대부분이 하천 제방 붕괴로 인한 것이었으며, 제방 붕괴 원인의 40%가 홍수로 인한 하천의 범람으로 조사됐다. 제방 붕괴와 이로 인한 홍수는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하천환경과 수생태계에도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기존 제방 보강기술은 물이 흐르는 하천 구간에서 강한 물 흐름에 대한 보강만 되고 있을 뿐 제방 범람시 붕괴 상황에 대해서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최근 기상이변으로 인한 100~200년 빈도의 홍수가 발생했을 때에 대한 고려가 돼 있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바이오폴리머와 골재를 섞은 혼합재를 제방 표면에 코팅해 보강하는 방식으로 제방 붕괴를 방지하고 붕괴 시간을 지연시켜 위험 지역 주민을 대피시킬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제방에도 간단하게 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바이오폴리머가 접착제와 코팅제 역할을 해 골재와 혼합되면 물 흐름에 대한 저항 강도를 높여 홍수가 발생했을 때 높은 수압과 빠른 유속 조건에서도 표면토의 침식을 제방 소재 유실을 막을 수 있다. 친환경성 재료를 활용하기 때문에 식물을 심을 수도 있어 하천 생태기능을 회복시킴과 동시에 내구성도 유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술검증을 위해 실제 홍수를 재현해 제방 기술을 실증했다. 5차례에 걸친 홍수의 저수지 범람 실험 결과 기존 제방보다 우수한 성능을 보이는 것이 확인됐다. 흙제방은 15분, 풀이나 나무가 심어진 식생제방은 약 30분 밖에 못 버텼지만, 이번에 개발된 제방보강 기술은 범람 후 4~6시간 동안 붕괴가 일어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를 이끈 안홍규 박사는 “이번 기술은 제방의 물이 범람했을 때 대피를 위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2022 부산 예술 갈매랑 축제’ 9월 한 달 동안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다

    ‘2022 부산 예술 갈매랑 축제’ 9월 한 달 동안 부산예술회관에서 열린다

    ‘2022 부산 예술 갈매랑 축제’가 9월 한 달 동안 부산예술회관의 공연장, 야외광장, 전시장 등에서 열린다.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이번 축제로 작년 키워드였던 ‘어울림, 융합, 다채로움, 시끌벅적’에 새로이 ‘#과거와 미래, #부산, #2030 월드 엑스포’를 더해 더욱 풍성해진 공연과 전시, 부대행사로 준비했다. 오는 9월 1~2일에는 축제의 첫 시작을 열어주는 공연 ‘부산의 노래’가 1, 2부로 개최된다. 1부는 무용(유은주 참춤 무용단의 ‘봄을 걷다’)과 연예(2030 부산 엑스포 유치 기원 브이 V) 공연이, 2부는 연극과 음악의 콜라보 무대로 부산에서 시작된 한국 가요사를 부산의 근대 역사와 함께 만들어진 명곡과 각 곡에 얽힌 이야기를 극과 해설로 풀어보며 오롯이 부산만을 담은 악극을 선보인다. 역사의 매 순간을 온몸으로 끌어안았던 부산과 부산 사람들을 위한 헌사로 예술가들과 함께 옛 부산을 추억하고 기리기 위해서다. 부대행사로 진행되는 퓨전국악과 브라스밴드의 ‘우리 가치 소통소통’은 3일 오전 11시 부산예술회관 야외광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아랑고고장구 부산지회 예술단’의 신명 나는 장구 장단과 청년예술단체 ‘국악실내악단 길과 국악그룹 뜨락’의 퓨전 국악 콜라보 공연으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운 선율을 느껴볼 수 있다. 또한 브라스밴드 ‘아르고 윈드 오케스트라’의 편안하면서도 친숙한 클래식 및 영화음악 연주는 대중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대중과 클래식 음악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부산을 주제로 한 단편영화 ‘고마, 강알리!’와 ‘시선’이 오후 1시 부산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상영된다. 5일~29일까지는 ‘부산을 담은 릴레이전’이 부산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시작된다. 세부적으로는 ▲5일~8일 미술협회 원로 작가 25인의 ‘부산 미술의 원천을 열다’ 전시 ▲14일~18일 문인과 사진작가협회 회원의 ‘사진과 시로 부산을 담다’ 협업 사진&시화전 ▲ 22일~29일 건축가회의 ‘오브젝트전(Objet展)’으로 젊은 건축가가 생각하는 ‘건축적인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건축가의 시선과 작품으로 만날 볼 수 있다.  ‘2022 부산 예술 갈매랑 축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세부 행사별 일시 확인 및 자세한 문의는 전화 또는 홈페이지(www.bsart.or.kr)에서 가능하다.
  • 완도군, 가을 해양 치유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완도군, 가을 해양 치유프로그램 참가자 모집

    완도군은 9월 16일부터 11월 12일까지 「가을, 파도와 행복」이라는 테마로 진행되는 해양치유 체험 프로그램의 참가자를 모집한다. 이번 가을 해양치유 프로그램은 장기화된 코로나19와 무더위로 지친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회복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총 28회 운영한다. 프로그램은 월별로 다르게 구성된다. 9월에는 맨발로 해변 모래 위를 걸으며 틀어진 몸의 균형을 바로잡고, 올바른 호흡근 확장과 이완법을 배워 폐 깊숙이 해양 에어로졸을 흡입할 수 있는 해변 호흡과 소도구를 활용해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재활을 돕는 필라테스가 진행된다. 10월에는 몸 안의 활성 산소를 배출해 주는 맨발 걷기 어싱 명상, 바디 스트레칭 명상, 백색 소음인 파도 소리와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내려놓는 멍 때리기 명상 등 자연과 하나 되는 오감 치유 명상을 할 계획이다. 11월에는 노르딕 폴을 활용해 몸의 바른 자세를 유지하고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몸의 뒤 근육을 이용하여 걷는 노르딕 워킹이 이루어진다. 이번 해양 치유 프로그램은 9월에는 16일과 17일, 10월은 14, 15일, 11월은 11일, 12일에 운영되며, 관광객 및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참가자는 일정별로 선착순 30명을 모집한다. 안환옥 해양치유담당관은 “각종 스트레스와 긴장감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완도의 청정한 해양자원을 통해 치유와 힐링을 경험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 내용과 대상자를 더욱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완도군이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15일까지 신지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진행한 여름 해양치유체험에는 주민과 피서객 등 5천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 잡으라는 강도에게 강도질한 경찰, CCTV에 딱 잡혀

    잡으라는 강도에게 강도질한 경찰, CCTV에 딱 잡혀

    잡으라는 강도에게 강도질을 하고 풀어준 여자경찰이 체포됐다. 범죄수익을 나누기로 했던 공범 회사 경비원도 함께 붙잡혔다. 22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건은 아르헨티나 수도권 트레스데페브레로에서 발생했다. 이 지역에 있는 유제품 회사에 4인조 무장강도가 든 게 사건의 발단이다. 회사에 침입한 강도들은 권총으로 종업원을 폭행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잔뜩 조성하면서 금고를 열게 했다. 금고에 보관돼 있던 현찰은 미화 2만2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만원이었다.  현찰을 챙긴 강도들은 곧바로 타고 온 승용차에 올라 도주했다. 하지만 한 여자경찰과 회사 경비원과 함께 자동차를 타고 곧바로 추격에 나서면서 도심에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추격전이 벌어졌다.  회사 경비원이 뒤늦게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 동네를 경비하던 여경과 합류하면서 시작된 추격전이다.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진 걸 알게 된 복수의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본부에도 사건이 접수됐다.  하지만 본부의 명령으로 출동한 경찰이 도주로를 따라 달려갔지만 발견한 건 강도들이 버리고 간 자동차뿐이었다. 강도들도, 강도들을 추격하던 여경과 경비원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경찰은 "자동차 문이 모두 열려 있는 등 무언가 사건이 벌어진 정황은 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어 처음엔 모두 어리둥절했다"고 말했다.  의문이 풀린 건 경찰이 인근에 있는 CCTV의 내용을 확인하면서였다.  CCTV를 보면 경찰과 경비원은 강도들을 따라잡는 데 성공, 도주하던 자동차를 멈춰 세웠다. 여경이 권총을 들고 차에서 내리자 4인조 강도 중 2명은 후다닥 차에서 내려 어디론가 도주했다.  경찰은 마지막까지 차에 남아 있던 잔당 2명을 검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묘한 상황이 벌어진다. 경찰은 차에서 내리는 강도 중 한 명이 갖고 있던 검은 봉투를 빼앗더니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범인들을 그대로 풀어줬다. 경찰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경비원과 함께 자동차에 올라 현장에서 사라졌다.  경찰은 "경찰과 경비원이 강도들을 상대로 강도행각을 벌인 게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곧바로 상부에 이 사실을 알렸고 내사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경찰의 의심은 곧 사실로 확인됐다. 내사 과정에서 경찰은 경비원이 지인의 집에 숨겨놓은 현찰 2만 2000달러를 발견했다.  경비원은 "경찰과 돈을 반씩 나누기로 했었다"면서 "강도를 추격했지만 놓쳤다고 하면 아무도 의심할 사람이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 주택에 설치된 복수의 CCTV를 모두 확인한 결과 경찰이 강도들을 보내주는 장면 등이 모두 선명하게 녹화돼 있었다"며 강도, 범죄자와의 협상, 경찰의무 위반 등 복수의 혐의로 여경을 기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광장] 표절,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문소영 논설위원

    [서울광장] 표절, 그때도 틀리고 지금도 틀리다/문소영 논설위원

    진영논리 탓에 내로남불이 다반사인 상황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여러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일관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식은 곤란하다. 지난 19일 국민대 교수회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박사논문 표절 여부를 재검증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국민대 교수회 회원들의 재검증 반대가 61.5%였다. 홍성걸 교수회장은 “국민대의 명예를 존중하고 학문적 양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면서 “집합적 결정을 우리 모두 존중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집단적 사고와 집단지성은 정반대의 의미인데, 홍 교수회장의 발언은 무의식적으로 결과의 의미를 설명한 것이 아닌가 싶다. 표절 진단 프로그램을 돌리면 40%가 표절로 나온 박사논문이 연구부정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민대 결정은 수긍하기 어렵다. 앞으로 국민대는 석박사 학위 논문 표절률이 40%가 돼도 논문을 통과시킬 것인가. 이번 결정이 현직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례가 아니라면, 앞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는 이들에게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돼야 마땅하다. 김 여사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1999년 숙명여대에서 받은 석사학위 논문 역시 표절 의혹 시비가 남아 있다. 만약 숙명여대 석사학위가 취소되면 2008년에 받은 국민대 박사학위는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혹은 표절 의혹이 국민대처럼 숙명여대에서도 무마될 수 있다. 그때는 숙명여대가 대학원생들에게 똑같은 표절 기준을 적용할지를 밝혀야 한다. 진영 편에 서면 표절 의혹은 아무것도 아니다. 대법관 후보 물망에 오르내리고 대선 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 신평 변호사는 지난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대학교수를 20년 해봐서 잘 아는데 그런 정도의 논문 표절은 흔하게 있다”고 옹호했다. 신 변호사가 지도교수였거나, 그에게 박사논문을 심사받은 학생들의 논문들이 표절이었다는 의미인가. 그의 주장을 100% 인정한다면 표절이 명백한 논문을 바로잡지 않고 학위를 부여한 그는 학자로서 자격 미달이다. 신 변호사의 동료였던 경북대 교수들이 그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한 이유로 보인다. 이화여대 조기숙 교수의 주장도 답답하다. 조 교수는 “표절 피해자인 구연상 숙명여대 교수의 주장이 터무니없을 이유가 없다”고 표절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국민대 총장이라면 (중략) 죄 없는 학생이나 교직원에게 줄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표절 재조사를 5년 뒤로 미루자”는 그의 제안은 황당하지만, 김 여사에 대한 “학위 반납” 조언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불과 1~2년 전 살아 있는 권력에 저항하는 검찰총장에 환호했던 교수들이 대학을 향해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이 돼야 한다고 조언하는 현 상황을 지켜보는 일은 난감하다. 폴리페서들의 몰염치로 일축하며 외면하기에는 사회적 부작용이 매우 크다. 학자와 교수는 한 사회에서 지식의 경로와 인식의 체계를 책임지는 사람들이다. 그 경로와 체계가 비틀리면 사회도 미래도 함께 비틀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정직하고 성실하게 연구하는 수많은 예비학자와 시간강사들에게 ‘다들 표절하잖아’라는 낙인은 날벼락이다. 배우 김혜수는 석사논문의 표절 논란이 일자 신속히 사과하고 학위를 반납했다. 2004년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문대성 전 국회의원의 경우 박사논문 표절 의혹이 나오자 대학이 학위를 철회하고,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직을 사퇴했다. 한국은 조민씨의 입시 부정에 압도적인 검찰수사권이 행사됐던 나라다. 현 정부에서 김 여사의 석박사 학위 표절 의혹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처리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공정과 상식을 전면에 내세운 윤석열 정부를 내내 평가하는 잣대가 된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학교를 다섯 살에 가면/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하지현의 사피엔스와 마음] 학교를 다섯 살에 가면/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큰아이가 네 살 때쯤 고궁을 갔었다. 아이들이 궁궐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놀고 있었다. 내 아이가 곧잘 뛰어다니는 걸 보고 한 엄마가 조심스레 “아이가 야무지네요. 몇 살이에요?”라고 물어보았다. “네 살이고 3월생이에요. 조금 작죠.” 그제서 그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같이 뛰고 있는 자기 아이가 세 살인데 어리버리해 보였던 것이다. 덩치가 작은 한 살 언니라고 하니 안심이 된 것. 아이는 생일도 3월 초라 자라는 내내 같은 나이 친구들 중 언제나 언니였다. 이 경우 운동선수로 대성했어야 한다. 한 조사에서 역대 월드컵 국가대표의 13%, 프로야구 1군 투수의 12%가 3월생이었다. 어릴 때 한 뼘 정도 큰 것에 재능이 더해지면 나중에 대단한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내 아이는 그저 야무져 보였을 뿐이다. 3월생의 이점은 없었다. 둘째 아이는 2002년생으로 빠른 연생을 없애면서 3~12월생 사이만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자연스럽게 또래 경쟁 압력이 6분의1 줄어들었다. 거기다 고등교육 과정 학제 개편의 첫해로 바로 위 학년과 교과가 달라졌다. 바뀐 공부는 힘들겠지만 위 학년은 재수를 하는 게 큰 부담이 될 상황이었다. 입시에 여러모로 유리해 복받은 연령대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미역국을 한 사발 들이켤 만했다. 실력이 어떻든 운이 좋아 보이는 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준비 부족을 이유로 수능 출제는 그대로 하게 돼 버려 거꾸로 공부는 새 과정으로, 시험은 과거 방식으로 보는 난감한 상황이 돼 버렸다. 역시 기대와 달리 별게 없었다. 시시콜콜한 내용이 줄줄 나오는 건 내 아이 문제니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반년, 1년의 차이는 무척 크고 부모 마음을 불안하게 혹은 희망회로를 그리게 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부모의 눈이 벌써 입시라는 종착점을 바라보듯 학부모가 되는 시점은 초등학교부터이고 마음 부담은 상상보다 크다. 이 시기에 육아휴직을 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내 아이의 일만큼은 길게 그려 보고,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행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원치 않는 불이익만은 피했으면 한다. 마음 관리의 전문가인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학제 시작을 2년 당겨서 만 5세로 하자는 제안이 강한 역풍을 맞고 장관의 낙마까지 이어진 것은 바로 ‘빨리 사회 진출을 시키자’는 순진하고 단순한 아이디어만 밀어붙인 참사다. 빨리 학교에 들어가면 괴로운 시간만 늘어나고, 일인분으로 독립적 성인이 되는 시간은 같거나 더 뒤로 늦춰질지도 모른다. 교육은 부모와 아이의 이인삼각 마라톤 같은 것인데 일찍 달리기 시작하라고?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는 게 아니라 피곤할 뿐이다. 분노 수준의 반응은 거기서 시작했다. 적게 낳을수록 아이 하나는 더 소중하고 부모의 현재와 미래의 고단함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양육과 교육은 허준이 교수도 풀기 힘들 수학의 난제인 듯하다. 그걸 산수 풀듯 풀어서 해결책이라고 던졌으니….
  • 산업구조 급변으로 고용환경 달라져… 고용 통계 확충·내실화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산업구조 급변으로 고용환경 달라져… 고용 통계 확충·내실화해야[차현진의 銀根한 이야기]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서 일자리를 가장 많이 늘린 사람은 빌 클린턴이다. 8년 재임 기간(1993~2001년) 중 1900만개나 늘려서 12년간(1933~1944년) 1500만개를 늘린 프랭클린 루스벨트를 능가했다. 그러면서도 물가는 안정됐기 때문에 미국 경제의 ‘대안정기’, 즉 태평성대를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공화당의 생각은 다르다. 1996년 제정된 ‘개인 책임 및 취업기회법’은 일하는 사람에게만 복지 혜택을 주도록 했다. 그래서 저소득층은 급여가 낮은 2~3개 일자리를 뛰어야 겨우 입에 풀칠을 했다. 결국 클린턴 시절의 일자리 증가는 착시효과라는 것이 공화당 주장이다. 이 주장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노동시간과 난이도, 급여 등을 감안한 표준화된 일자리로 고용을 측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배우자를 고를 때 신랑감과 신부감의 표준이 없는 것처럼 구인과 구직에서도 일자리의 표준은 없다. 그것이 일자리 통계의 어려움이다. 보통 경제통계를 ‘저량’(stock)과 ‘유량’(flow)으로 구분한다. 저량은 가계부채처럼 특정 시점에서 측정하고 유량은 자동차 통행량처럼 일정 기간 동안 측정한다. 일반적으로 유량통계는 측정하기가 더 어렵다. 저량은 노력만 하면 단순집계(예컨대 침수지역 피해액)도 가능하지만, 유량(침수지역 식수부족량)은 가정과 추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량통계 중에서도 소득은 대개 감추려는 성향이 있어서 측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19세기 중반까지 어떤 나라도 소득세를 도입하지 않은 것은 소득을 파악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돈줄 조여도 고용 사정 별로 안 나빠져 일자리도 소득만큼이나 측정이 곤란하다. 예를 들어 농어촌에서는 근로시간이 따로 정해지지 않아 취업과 실업의 구분이 애매하다.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가게에서 노는 듯 일하는 듯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국가들이 처음에는 급여장부를 두고 고정급을 지급하는 공장과 회사만을 일자리 파악의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 인구가 훨씬 많은 농업은 제외했다. 경제학자 필립스가 100년간의 자료를 모아 실업률(고용)과 명목임금(물가)의 관계를 밝혔지만, 비농업 부문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라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에 비해 경제학자 오쿤은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전체 일자리의 80% 이상을 차지하게 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실업률(고용)과 성장률 관계를 설명했는데, 겨우 15년 동안의 관찰이었음에도 훨씬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도 필립스의 연구는 ‘필립스 곡선’이라 낮춰 부르고 오쿤의 연구는 ‘오쿤의 법칙’이라 추앙한다. 나중에는 필립스 곡선도 경제현상을 잘 설명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제정책을 운용할 때도 중요하게 다뤄졌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다시 의심받기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계기였다. 많은 나라에서 돈을 무진장 풀었는데도 고용 변화가 미미하자 ‘유력한 용의자’인 필립스 곡선에서 답을 찾았다. 그것이 과거보다 평탄해졌다는 것이다.(오쿤의 법칙은 법칙이라서 좀처럼 의심하지 않는다.)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경기와 물가를 조절하는 통화정책이 고용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돈줄을 조여도 고용사정이 별로 나빠지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중앙은행이 이를 인정하기도, 부정하기도 곤란하다. 그래서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곧잘 떠들던 중앙은행들이 요즘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금리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자신이 없다는 뜻이다. 고용 때문에 곤혹스러운 것은 중앙은행만이 아니다. 올 들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는데, 실업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3.5%다. 생산과 고용이 따로 노는 현상을 전통적인 경제 이론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경제학자들과 정책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필립스 곡선이 미덥지 않은 사람들은 ‘베버리지 곡선’에서 대안을 찾았다. 필립스 곡선이 물가·고용의 관계를 다루는 데 비해 베버리지 곡선은 구인·구직의 관계를 보여 준다. 즉 베버리지 곡선은 노동시장을 좀더 미시적으로 살피는 장점이 있다. 산업구조가 급격하게 바뀔 때는 기업들이 요구하는 노동자의 지식과 기술이 달라진다. 그러므로 중앙은행이 돈을 풀거나 기업이 임금을 높여도 ‘빈 일자리’(vacancy)가 줄어들지 않는다. 직업훈련을 통해 구인·구직의 짝짓기가 원활해져야 빈 일자리가 비로소 채워진다. 201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피터 다이아몬드가 이렇게 설명한 뒤 각국 정부는 교육과 훈련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긱 이코노미 시대 경제상황 진단 곤란 하지만 베버리지 곡선으로 경기를 진단하는 데는 장애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통계가 부실하다. 고용 사정은 비교적 잘 파악된다. 통계청과 고용노동부가 매월 또는 반기별로 실업과 취업, 근로조건과 임금 등을 파악한다. 임금도 고용부가 사업체노동력조사, 근로실태조사, 노동비용조사 등을 통해 산업별, 성별, 학력별, 기업규모별 사정들을 잘 파악하고 있다. 그에 비해 빈 일자리, 즉 구인에 대해서는 믿을 만한 통계가 부족하다. 고용부, 통계청, 한국은행, 한국고용정보원 등 여러 기관의 자료들이 가공해서 활용되는데, 시원찮다. 최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때도 베버리지 곡선이 언급됐지만, 빈 일자리에 대한 정보가 부실하다면 그런 논의는 공리공론(空理空論)이 되기 쉽다. 더 큰 문제는 베버리지 곡선마저도 낡은 개념일 수 있다는 점이다. 탄력근무제도를 통해 근무시간이 들쑥날쑥해진 가운데 틈틈이 오토바이로 배달하거나 대리기사로 뛰는 사람들도 등장했다. 이른바 ‘긱 이코노미’(gig economy) 시대다. 이렇게 근로 형태가 다양해지면 정원이나 빈 일자리라는 말이 애매해진다. 일은 있지만 자리가 사라지는 상황, 즉 일이 물이나 공기처럼 셀 수 없는 명사에 가까워지면서 기존 방법론으로는 경제상황을 진단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대 통계는 무용지물 될 수도 급변하는 세상에서 경제상황을 파악하려면 기준을 바꿔야 한다. 몇 년 전 미장원, 네일숍에서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자 많은 사람들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의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고 짚었다. 알고 보니 반려동물 열풍이었다. 애완견·애완묘 가게가 보통 구청 보건과에 개업을 신고하는 바람에 이들 가게에서 쓴 신용카드 매출액이 미장원, 네일숍 등 기존 보건업소에서 쓴 것과 구별이 안 됐던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제조업 위주의 산업분류로는, 소비가 중시되는 시대의 흐름을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사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금 그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데, 고용에 관해서도 똑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갈릴레오는 스스로 굴절망원경을 만들어서 목성의 위성 4개를 찾아냈다. 뉴턴은 반사망원경을 고안했다. 고용이라는 별을 관측하고 싶다면, 그것을 관측할 수 있는 망원경부터 만들어야 한다. 사회환경 변화에 맞추어 고용과 일자리를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유연하게 해석해야 한다. 고용 통계의 확충과 내실화다. 산업화시대에 유용했던 취업자 수나 경제활동참가율 통계는, 소위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가 활개치는 긱 이코노미 시대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어음부도율 통계가 그런 운명을 겪었다. 노동시장의 효율성 차원에서 구직과 구인의 짝짓기를 원활하게 만드는 제도적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요컨대 외국의 이론을 그대로 가져와 필립스 곡선이나 베버리지 곡선의 변화만을 타령하면 좋은 경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객원논설위원·한국은행 자문역
  • ‘4대 열성 질환’ 발열·근육통 증상… 성묘·캠핑 갈 때 피부 노출 줄이세요

    ‘4대 열성 질환’ 발열·근육통 증상… 성묘·캠핑 갈 때 피부 노출 줄이세요

    여전히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함이 느껴지고 가을 풀벌레 소리까지 들리고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야외활동도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올해는 추석 연휴도 예년보다 빨라 9월 초에 성묘객, 벌초객이 늘 것으로 보인다. 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 가을이 되면 ‘4대 열성 전염병’으로 불리는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 쓰쓰가무시병, 렙토스피라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환자도 늘어난다. 지난 15일에는 제주시에 거주하는 한 70대 남성이 골프를 치고 집 마당 잔디를 깎는 등 야외활동을 한 후 일주일 정도 지난 뒤 SFTS 증상이 나타나 병원 치료를 받다가 숨졌다. 올해 첫 SFTS 사망자로 기록됐다. 4대 열성 전염병 모두 코로나19의 대표적 증상인 발열과 두통, 근육통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코로나와 헷갈려 치료 시기를 놓칠 위험도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SFTS는 9~10월에 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열성 전염병이다. 야외활동 중 SFTS에 감염된 참진드기에게 물려 발생하는 질병으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 잠복기는 1~2주 정도다. 발열, 근육통, 식욕부진, 오심, 두통 등의 증상과 함께 환자의 4분의1이 의식혼탁(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가을 열성 전염병 중 가장 흔한 것은 진드기티푸스, 덤불티푸스, 초원열, 잡목열 등으로 불리는 쓰쓰가무시병이다. 쓰쓰가무시는 ‘작고 위험한 것’이라는 뜻의 일본어로 들과 산 등에서 야외활동을 하는 중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라는 리케차에 감염된 털진드기에게 물리면서 생기는 질병이다. 리케차는 세포 내에 기생해 살아갈 수 있는 미생물로 세균보다 약간 작고 막대 모양, 알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리케차가 혈액과 림프액을 통해 전신에 퍼져 발열을 일으키고 혈관염증을 유발한다. 쓰쓰가무시는 아시아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열성 전염병으로 국내에서는 가을철인 9~11월에 전국적으로 발생한다. 밤 줍기, 성묘, 벌초, 텃밭 가꾸기, 등산, 캠핑 등 야외활동 후 1~3주가 지난 뒤 40도에 가까운 고열과 오한, 두통, 근육통 등 심한 몸살 및 감기 증상, 림프절 비대와 함께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진드기에게 물린 곳엔 수포, 궤양을 거쳐 직경 5~20㎜의 검은색 딱지인 가피(痂皮·eschar)가 만들어진다. 가피는 쓰쓰가무시병 환자의 50~93%에서 나타난다. 겨드랑이, 오금처럼 피부가 겹치고 습한 부위에 자주 생기며 배꼽, 귓바퀴 뒤, 두피 등 찾기 어려운 곳에도 가피가 생기기 때문에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아직 개발된 예방 백신이 없는 탓에 야외활동을 할 때 진드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서울시 서남병원 김형욱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쓰쓰가무시는 사람 간 전파가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를 격리할 필요가 없고, 항생제로 치료하면 하루이틀 만에 눈에 띄게 증상이 호전된다”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 합병증 때문에 중환자실에서 치료해야 하고, 악화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만큼 유사 증상이 있을 때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행성출혈열은 고 이호왕 박사가 발견한 한탄바이러스, 서울바이러스 등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증이다. 한국에서는 1951년 이후 매년 수백명의 환자가 신고되고 있으며 치명률도 7% 정도로 높다. 유행성출혈열은 들쥐의 배설물이 건조돼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침투해 발생한다. 들쥐, 집쥐, 시궁쥐는 물론 깨끗한 환경에서 관리되는 실험실 생쥐도 바이러스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야외활동이 많은 군인, 농부 등에게 잘 감염되며 다른 열성 감염병과 달리 어린아이들도 감염될 수 있는 치명적 질병이다. 잠복기는 2~3주이며 5단계로 증상이 진행된다. 1단계인 발열기에는 3~5일 동안 발열, 식욕부진,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2단계 저혈압기는 1~3일 정도 진행되며 혈압이 떨어지고 심할 때는 착란, 섬망, 혼수 증상을 보인다. 3단계 핍뇨기에는 3~5일간 소변이 쉽게 나오지 않고 오심, 구토, 뇌부종, 폐부종 증상이 나타난다. 4단계 이뇨기는 7~14일 정도 이어진다. 이때는 신장 기능이 회복되면서 하루 3~6ℓ 정도의 많은 소변이 나와 극심한 탈수 현상이 발생한다. 마지막 회복기는 1~2개월 정도 진행된다. 예방 백신이 있지만 고위험군에서만 접종하고 있다. 감염 후 완치되면 항체가 생기고 수십년 뒤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재감염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렙토스피라증은 인수공통전염병으로 9~11월 들쥐의 소변을 통해 전파되며 초기 증상이 감기몸살과 비슷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특히 많다. 한국에서는 1984년 처음 인체 감염이 보고된 이후 매년 가을에 100~30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1987년에 백신이 개발돼 환자 발생이 줄어들었지만 최근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병원균에 감염된 동물의 소변에 오염된 풀, 흙, 물 등이 점막 및 상처 난 피부에 닿거나 오염된 물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면 감염되기 때문에 흙이나 물과 직접 접촉하는 사람은 장화나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잠복기는 7~12일로 갑작스러운 발열, 두통, 오한, 근육통, 안구출혈, 뇌막염, 흉통, 호흡곤란, 황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페니실린, 테트라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하지만 문제는 다른 열성 전염병들과 마찬가지로 몸살, 감기 증상과 비슷해 진단이 쉽지 않다. 정진원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을철 열성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유행 지역 산이나 풀밭에 가는 것을 피하고 야외활동을 할 때는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외출 뒤 감기 증상이나 피부 발진, 벌레 물린 흔적이 발견되면 가볍게 넘기지 말고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최종심 무력화 ‘한정위헌’… 헌재·대법 30년째 기싸움

    최종심 무력화 ‘한정위헌’… 헌재·대법 30년째 기싸움

    헌법재판소가 ‘한정위헌’을 근거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잇달아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대법원과 헌재의 30년 묵은 갈등이 재점화됐다. 법률의 최종 해석 권한을 둘러싸고 양대 사법기구가 양보 없는 기싸움을 이어 가면서 사법 제도의 안정성이 흔들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관련법 개정을 비롯한 해법이 이제는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한정위헌 결정을 근거로 지난 6월 30일 ‘뇌물죄 적용 사건’, 지난달 21일 ‘조세감면 규제법 사건’에서 각각 재판취소를 결정했다. 1997년 ‘소득세법 사건’ 관련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취소한 데 이어 25년 만이다. 그러자 대법원은 “한정위헌 결정은 헌재법 47조가 규정하는 위헌 결정의 효력을 부여할 수 없고 재심 사유도 될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한정위헌은 법 조항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특정한 해석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보는 결정이다. 보통 ‘~라고 해석하는 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형태로 나온다. 헌재는 위헌 결정 권한이 헌재에 있기 때문에 한정위헌 결정도 가능하다는 입장인 반면 대법원은 법률의 최종적 해석 권한은 대법원에 있다며 반발해 왔다. 한정위헌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붙으면서 두 기관의 기싸움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대법원의 재심청구 기각과 헌재의 재판취소가 반복되는 식의 핑퐁 게임이 이어져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재판 당사자인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셈이다. 해외에도 비슷한 사례가 없진 않다. 이탈리아에서도 40년간 비슷한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이탈리아는 ‘살아 있는 법’ 이론을 통해 갈등을 정리하고자 했다. 법원보다 늦게 설립된 헌재가 기존 법관에 의해 확립된 판례를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하지만 이는 헌재의 권한을 축소시키고 확립된 판례의 기준도 불분명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2015년 헌법재판연구원이 발행한 관련 연구보고서에는 “몇 개의 판례로 견고한 판례가 형성됐다고 보는 경우가 있어 명확한 경계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고 분석돼 있다. 결국 ‘입법’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헌재법에 한정위헌의 근거를 마련하고 ‘재판소원’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반대로 한정위헌 결정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법원이 헌재 결정의 구속력을 부인하는 주된 논거가 한정위헌 결정에 근거가 없다는 것인데 헌재법 개정을 통해 변형 결정에 대한 근거를 법으로 만들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 전에 헌재와 대법원의 권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손인혁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양 기관이 우열 다툼에서 벗어나야 하고, 헌재 등의 설립 취지와 해석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14년 만에 5개월째 무역적자 유력…연간 적자 규모 300억달러 넘을 듯

    14년 만에 5개월째 무역적자 유력…연간 적자 규모 300억달러 넘을 듯

    약 14년 만에 우리나라의 월간 무역수지가 다섯 달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한중 수교 30년 만에 처음으로 넉 달 연속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확실시된다. 이 추세대로면 연간 무역 적자가 300억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대외 악재를 극복할 정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관세청이 22일 발표한 ‘8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선 국제 에너지값이 높아지며 수입액이 급증했을 뿐 아니라 수출 실적 역시 지지부진했던 실태가 감지됐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334억 2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9% 증가했다. 그런데 20일 중 올해 조업일수가 15.5일로 지난해보다 0.5일 늘어난 점까지 헤아리면 일평균 수출액은 0.5% 증가한 것이라고 관세청은 설명했다. 품목별로 석유제품(109.3%), 승용차(22.0%), 선박(15.4%) 등의 수출액은 늘었지만 반도체(-7.5%), 무선통신기기(-24.6%) 등은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0.8%), 유럽연합(EU·19.8%), 베트남(2.2%), 싱가포르(115.7%) 등지로의 수출이 늘어난 반면 최대 교역국인 중국(-11.2%) 및 일본(-6.3%)으로의 수출액은 감소했다. 역으로 8월 들어 20일까지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1% 늘어 436억 4100만 달러를 달성하게 한 데는 국제 유가가 가장 큰 공헌을 했다. 품목별로 석탄(143.4%), 가스(80.4%), 원유(54.1%), 반도체(24.1%) 등의 수입액이 늘었다. 올해 들어 2, 3월만 빼고 1월과 4~7월에 월간 무역 적자가 발생한 데 이어 이번 달 무역 적자가 가시화되면서 거시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다. 통상 고달러 상황에선 원화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다는 상식이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의 가치가 오르는 가운데 한국의 수출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이 돈을 풀면서 원화 약세가 부각되지 못해서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해외투자 배당·이자 소득까지 포괄하는 경상수지는 상반기 흑자 기조”라고 설명하면서도 “수출 종합 대책 및 해외수주 활성화 대책을 8월 중 발표하고, 구조적인 무역 체질 개선 노력을 지속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 3시 반이면 영업 끝… 은행만 거리두기 중[따져 봅시다!]

    3시 반이면 영업 끝… 은행만 거리두기 중[따져 봅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넉 달이 지났지만, 은행 점포 영업시간은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팬데믹 한복판이던 때처럼 요즘도 오후 3시 30분에 은행문이 닫히고 있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 점포 수 축소, 임직원 처우 개선을 추진하는 은행들이 전환 과정에서의 불편함을 고객, 특히 고령층과 같은 디지털 금융 취약계층에 전가하고 있는 모습이다.●“점포 수도 줄었는데” 고령층 발동동 코로나19 유행 전 은행은 오전 9시에 문을 열고 오후 4시에 문을 닫았다. 공공기관·기업 근무 시간에 맞춰 2009년 4월 영업시간을 바꾼 뒤 10년 넘게 시간을 엄수해 왔다. 그러다 지난해 7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으로 은행의 영업시간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단축됐다. 이후 같은 해 10월 금융노조는 ‘노사 합의로 영업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조항을 임금·단체협상 합의서에 추가했다. 이제 은행 문 닫는 시간을 코로나19 이전의 오후 4시로 되돌리려면 노사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영업시간 단축 논의 당시 기준으로 삼았던 ‘실내 마스크 착용’이 아직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영업시간 회복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 마스크와 연동” 은행들 뒷짐만 게다가 점포 문을 늦게 닫을수록 이후 업무인 지출·입금 서류 정리 작업, 예금·대출 고객 관리, 전산 입력 작업 등의 마무리도 늦어지는 처지에 놓인 은행원들이 영업시간 회복을 반길 리 없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시행, 주 36시간 근무, 6.1% 임금 인상 등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다음달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노조만 영업시간 유지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비대면 금융 활성화 추세에 맞춰 오프라인 점포·직원 수를 줄이는 와중에 영업시간 늘리기를 적극 추진할 유인이 없다는 게 은행의 속내에 가깝다는 얘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 점포 수는 6094개로, 1년 전보다 311개 줄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000개 넘게 감소했다. 임직원 수 역시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만 올 상반기에 1391명 줄었다. 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으로 은행들이 오프라인에서 비용을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이전으로 되돌리려 애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은행으로부터 상시적인 단축 영업에 대한 안내나 설명을 듣지 못한 소비자들은 불편함뿐 아니라 배신감을 호소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임시 조치’인 양 단축 영업을 했던 은행이 정상 영업으로 돌아갈 퇴로를 봉쇄한 행태가 됐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안모(63)씨는 “은행 영업시간이 줄어든 뒤 은행 창구에 가면 사람이 너무 많아 1시간 정도 기다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원 홍모(43)씨는 “어린이통장을 만들거나 부모님 은행 업무를 대신할 때처럼 창구에서만 가능한 은행 업무가 여전히 많고, 이런 업무 대부분이 금융 취약계층과 관련된 일”이라면서 “거리두기 때 한시 조치인 것처럼 꾸며 영업시간을 바꾼 건 은행이 금융 취약계층을 상대로 ‘불완전 판매’를 한 것과 같다”고 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영업시간을 단축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른데 여전히 오후 3시 30분에 문을 닫는 게 합리적인 설명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은행 창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고령층 등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총평했다.
  • 대학 정원 풀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대학 정원 풀어 100만 디지털 인재 양성

    정부가 2026년까지 대학 정원 기준을 풀고 학·석·박사 통합과정을 신설하는 등 디지털 분야 인력을 100만명 육성하기 위한 세부안을 발표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가 참여했다. 향후 5년간 수요 인력을 73만 8000명으로 추산한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그러나 인력 과잉 배출과 초·중·고교 수업을 대폭 확충하면서 야기되는 사교육 시장 팽창에 대한 우려도 뒤따른다. 22일 내놓은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을 보면 초급(고졸·전문학사) 인력 16만명, 중급(학사) 71만명, 고급(석·박사) 13만명 등 모두 100만명을 양성한다.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 마련했던 대학 정원기준 유연화 등 규제 완화를 디지털 분야에도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학이 4대 교육요건(교사·교지·수익용 기본재산·교원) 중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첨단분야 학과 정원을 늘릴 수 있다. 대학에 입학해 5년 반 동안 공부하고 박사 학위까지 한 번에 따는 ‘학·석·박사 통합과정’ 도입도 추진한다. 조기취업형 계약학과 수도 늘린다. 일반대 기준으로 올해 8개교에서 2027년 16개교로 확충한다. 대학과 민간의 집중연계 교육과정(부트캠프)도 내년부터 도입한다. 첨단분야 취업을 원하는 대학생이 1학년에 진로탐색, 2∼3학년에 연계기업 맞춤형 교육과정을 거치고 4학년에 부트캠프 과정을 수료하면 졸업 후 바로 취업할 수 있다. 이 밖에 영재학교·과학고의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특화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디지털 분야 마이스터고를 확대해 전문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디지털 인재양성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초·중학교 교육 내 정보 교과 수업시수도 2배 이상 확대한다. 초등 5학년부터 2년 동안 17시간을 받아야 하는 정보 교육이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34시간에서 68시간 이상으로 늘어난다. 초·중학교에서 컴퓨터 언어(코딩)교육도 필수화한다. 오석환 교육부 기획조정실장은 “초등교육 과정에서는 놀이 중심 알고리즘 체험학습이나 블록 기반의 컴퓨터 언어 경험을 하고, 중학교에는 실생활에서의 문제해결, 고등학교 단계쯤 되면 문제해결 알고리즘 설계 같은 부분을 좀더 직업세계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AI 교육역량을 강화한 ‘AI교육 선도학교’를 올해 1000개교에서 2027년까지 2200개교로 늘린다. 지역 내 SW·AI 교육 거점고 역할을 하는 ‘AI 융합교육 중심고’도 올해 57곳에서 2026년 180곳으로 확대한다. 지난해 디지털 분야 인재 양성 규모는 정부 재정사업 기준으로 9만 9000여명이다. 이대로라면 5년간 49만명이 양성되지만, 각종 지원책을 펼쳐 5년 동안 50만명을 추가로 키운다. 그러나 정부 연구기관이 예측한 수요 예상 인력보다 무려 26만 2000명을 더 배출하겠다고 밝히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놨던 ‘100만 디지털 인재양성’ 공약에 끼워 맞추기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경기 하강으로 접어들 경우 과잉공급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정부를 믿고 진학했다가 취업이나 처우 등에서 낭패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0만’은 전 국민이 디지털 기술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상징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수업 시수를 2배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면서도 구체적인 연도별 교사 충원 계획 등은 이날 나오지 않았다. 현재 전국 3172개 중학교 가운데 정보 교과 교사가 정원 내로 배치된 학교는 1510개교(47.6%)이며, 한 해 배출하는 정보 교사는 5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분야 사교육 시장이 늘어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소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교원 수급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디지털 분야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신호’를 주면 학생들이 결국 학교 밖 사교육 시장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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