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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써니사이드, 애프터스쿨과 두번째 입맞춤 ‘행운’

    써니사이드, 애프터스쿨과 두번째 입맞춤 ‘행운’

    신인 듀오 써니사이드가 미녀 그룹 애프터스쿨과 다시 입을 맞추는 행운을 얻었다. 소속사 펀팩토리는 24일 “써니사이드가 애프터스쿨과 함께 MBC 주말드라마 ‘탐나는 도다’(극본 김재윤·연출 윤상호)의 주제곡 ‘반쪽’을 불렀다.”고 전했다. ’반쪽’은 극중 제주 앞바다에 표류한 푸른 눈의 외국인 윌리엄(황찬빈 분)을 본 제주 처녀 버진(서우 분)의 감정을 표현한 곡으로 히트 작곡가 안영민의 작품이다. 써니사이드와 애프터스쿨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애프터스쿨은 지난 써니사이드의 앨범 수록곡 ‘아프죠’에서 피처링으로 지원해 우정을 빛냈던 바 있다. 한편 써니사이드는 보아, SG워너비, 빅마마, MC몽 등의 노래에 랩을 담당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신인 힙합 듀오로 최근 새 싱글 앨범 ‘레인 러브’Rain Love)로 활동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사진 = 펀팩토리 엔터테인먼트,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금강산 아래 첫물 양구 계곡 2곳

    금강산 아래 첫물 양구 계곡 2곳

    장마 끄트머리, 계곡의 물은 한층 세차고 요란하다. 한바탕 쏟아부은 비가 느슨하게 졸졸거리던 물의 정신을 번쩍 깨운 듯싶다. 불어난 물은 앞다퉈 아래로, 더 넓은 곳으로 가겠다며 시커멓게 모이는가 싶더니 쿨럭거리며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비 개인 뒤 내달리는 계곡의 물줄기는 늘 원시(原始)의 생명력이 한가득이다. 하나 이기적인 인간사(人間事)가 남긴 생채기는 엄혹하기만 하다. 민·통·선…. ‘민족·통일·선’이 아니라 ‘민간인출입·통제·선’이다. 분단과 전쟁의 흔적 민통선은 역설적으로 이 계곡이 오랜 시간 동정(童貞)을 간직할 수 있게 만들었다. 어쨌든 그 덕분에 휴전선 바로 아래 민통선을 품고 있는 강원도 양구는 훼손되지 않은 물의 생명력을 고스란히 간직한 남쪽 계곡의 고향으로 남게 됐다. 그중에서도 금강산 아래 첫 물, 수입천(水入川)의 비경(秘景) 2곳을 따라가 본다. ●민통선 품은 두타연… 원시자연미 눈부셔 수입천의 최상류이자 북쪽 금강산에서 흘러나온 첫 물인 두타연은 군부대 안쪽에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사흘 전에 양구군 경제관광과(033-480-2278)에 관람신청 예약을 해야 한다. 양구읍 양구명품관 앞에서 오전 9시까지 모인 뒤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출발해야 두타연을 둘러볼 수 있다.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길어야 두 시간 남짓이다. 입소문으로 전해져 아는 사람들만 그 절경을 감상해 왔다. 하지만 명불허전(名不虛傳). 두타연의 색은 초록과 하양, 딱 두 가지다. 초록 빛깔은 물과 산, 두 곳에 있었다.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수목의 초록은 두타연의 계곡과 소(沼)에 그대로 비춰져 있었다. 또한 하얀 빛깔 역시 두 곳이다. 하나는 교태를 부리는 듯 몸을 뒤틀며 쏟아져 부서지는 계곡의 폭포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산등허리를 붙잡고 계곡 구경에 여념없는 구름 한복판에 있었다. 2003년 생태탐방코스로 개방된 두타연은 지난 5월 속살을 좀 더 내보였다. 그간 계곡의 한쪽면에서만 즐길 수 있던 것을 출렁다리, 징검다리를 놓고 곳곳에 전망 데크 등을 만들어 계곡 건너편으로도 건너가 두타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두타연에서 4㎞ 남짓 위로 올라가면 철문이 있다. 그 옛날 내금강 유람가는 길이 그렇게 뚫려 있었다. 이곳에서 16㎞만 더 가면 금강산 장안사다. 호기심에 함부로 갔다가는 곤란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 분단의 흔적을-전쟁이 아닌- 이처럼 생생히 볼 수 있는 곳도 흔치 않다. 장미의 유혹이 치명적인 것은 가시 때문이다. 두타연 생태탐방길 양쪽으로 띄엄띄엄 걸려 있는 역삼각형의 붉은색 ‘지뢰’ 표지판이 보인다. 민족간 갈등의 결과물이자 또 다른 불신의 시발점인 한국 전쟁은 대인지뢰를 곳곳에 흩뿌려 남겨놓았다. 그렇게 이곳이 여전히 분단의 최북단 현장임을 온몸으로 역설하고 있다. 관광객은 허용되지 않는 곳으로 발을 들이지 않아야 한다. 양구군 경제관광과 서동호(문화관광해설사)씨는 “두타연 푸른 물의 유혹이 크겠지만 가능하면 안 들어가는 것이 좋다.”면서 “탐방로를 따라서 계곡과 산하의 풍경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파서탕에서 가족과 함께 낚시 즐기세요” 수입천 최상류 두타연이 처녀림과 동정의 계곡을 자랑한다면 수입천의 최하류인 파서탕 계곡은 가족과 함께 어린아이와 함께 낚시, 물놀이 등을 즐길 수 있는 편안한 가족형 계곡이다. ‘낚시터의 대명사’ 파로호로 가는 35㎞ 길이 수입천의 마지막 계곡이지만 물 깊이는 야트막해서 꼬마들도 찰박거리며 뛰어다니기에 딱 좋다. 게다가 어른 손가락 한두 개만 한 굵기의 피라미들도 심심찮게 잡히니 어른들은 족대를 들쳐 메고 가서 천렵하는 재미를 즐기기에도 맞춤이다. 파서탕 계곡의 진짜 미덕은 일상과의 완벽한 단절. 방산면 소재지에서 460번 지방도로를 타고 오미리를 거쳐 가다가 남전교 즈음에 이르니 어느 순간 휴대전화의 안테나 막대기가 사라져버렸다. 전화를 받을 수도 걸 수도 없다. 휴가중에도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며 업무를 털어내지 못하기 일쑤인 월급쟁이 직장인의 불안감이 커질 수도 있겠지만 전화 불통을 핑계삼아 진정한 휴가를 만끽할 수도 있겠다. 수입천 파서탕 계곡의 사실상 시작이다. 남전교 근처에는 잔잔한 물살에 아이들 무릎 남짓 되는 수심으로 물가에 돗자리 깔아놓고 물놀이하기 적당한 곳들이 즐비하다. 여기에서 놀다가 ‘양구 사람도 모르는’ 파서탕을 둘러보는 게 좋다. 파서탕교를 지나면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3㎞ 남짓 가면 ‘사유지 출입금지’ 팻말이 길을 막아선다. 민박을 하는 개인 공간이라 허락을 받아야 파서탕을 볼 수 있다. 마치 연못처럼 물이 고여 있는 파서탕은 과거 군인들만의 여름 단골 휴양지였다고 한다. 모래사장과 잔잔한 물, 절벽 나무들을 개인이 독점 향유하고 있어 씁쓸한 느낌도 지우기 어렵다. ●여행수첩 ▲가는 길 서울 강일나들목에서 새로 뚫린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춘천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바꿔 타고 춘천으로 간 뒤 46번 국도 따라 양구로 간다.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먹을거리 양구의 별미는 오골계다. 오골계를 갖은 양념에 재워 놓은 뒤 숯불에 구워 먹는다. 또한 오골계 백숙은 입술을 쩍쩍 달라붙게 만드는 진한 국물을 내준다. 각 3만원. 숯불구이를 먹으면 남은 뼈로 탕을 끓여준다. 이 역시 나름대로 맛있지만 ‘반드시’ 백숙 국물을 먹기 전에 먹을 일이다. 순서가 바뀌면 국물이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 양구읍 석장골 오골계숯불구이(033-482-0801)가 제대로 맛을 낸다. 광치휴양림 가는 길의 광치막국수(033-481-4095)는 시원하고 부드럽다. 막국수는 6000원이다. 편육(1만원), 민들레전(6000원) 역시 소박하고 맛나다. 두타연 가는 길에 도고터널 지나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청수골쉼터(033-481-1094)의 산채비빔밥(5000원)은 진짜 산채를 쟁반 수북이 내놓는다. 안타깝게도 카드는 안 받는다. ▲묵을 곳 양구의 유일한 호텔인 KCP(Korea Center Point)호텔(033-482-7700)이 있다. 시설에 비해 비싸다. 대충 하룻밤 때우는 것을 원하면 양구초등학교 건너편에 양구불가마한증막(033-481-2410)이 있다. 특히 8일부터 16일까지 열리는 ‘배꼽축제’ 기간에는 서천변 캠핑장에서 4인용 텐트 100개를 무료로 빌려주고 설치까지 해준다. 한반도 동서남북의 맨끝 지점에서 동서, 남북을 이어보면 그 한가운데 양구가 있다. 축제의 명칭이 ‘배꼽’인 이유다. 백토 머드체험, 야외수영장, 민물고기잡기, 벨리댄스공연 등이 펼쳐진다. 축제 홈페이지(www.centerfestival.com)에서 텐트 대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글ㆍ사진 양구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별난의자 1000개 있는 마을

    제주시 한경면의 전통테마마을인 ‘낙천리 아홉굿마을’이 마을에 설치한 1000개의 별난 의자를 중심으로 마을 전체를 공원으로 조성하고 31일 ‘푸른농촌 희망찾기-낙천마을공원 선포식’을 개최한다. 2003년 농촌진흥청으로부터 농촌전통테마마을로 지정된 낙천리 주민들은 관광객과 도시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 2007년부터 의자를 제작하기 시작, 동양에서 제일 크다는 4층 규모의 의자를 비롯해 해바라기 의자, 소 여물통 의자 등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의자 및 벤치 조형물 1000개를 마을 내에 설치했다. 이날 선포식에서는 의자 애칭(닉네임) 공모에 당선된 누리꾼 100명이 2박3일 일정으로 마을을 방문, 자신이 애칭을 지은 의자와 기념촬영을 하는 등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게 되며 선정된 애칭을 의자에 새기는 행사도 함께 진행한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도시와 산] (17) 울산 무룡산

    [도시와 산] (17) 울산 무룡산

    울산 시내에 있는 무룡산(舞龍山)은 해발 452m로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울산의 진산(鎭山)으로 옛날부터 수호산으로 추앙받았다. 왜구로부터 울산을 지키는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다. 동해와 연결된 정상에서의 경치는 일품이다. 정상에서 석유화학공단을 내려다보는 야경은 울산 12경에 포함될 정도로 빼어나다. 앞을 못 보는 슬픈 용과 산에 묘를 쓰면 가뭄이 든다는 등 많은 전설도 풀어낸다. ●용이 승천 산에 묘를 쓰면 ‘가뭄’ 무룡산은 앞을 보지 못하는 슬픈 용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옛날 무룡산 꼭대기 연못에는 일곱 마리의 용이 살았다. 어느 날 선녀 일곱이 내려와 용들과 어울려 논 뒤 함께 하늘로 올랐다. 그러나 용 가운데 앞을 못 보는 한 마리가 하늘로 오를 수 없어 마음씨 착한 한 선녀가 남았다. 옥황상제는 이 일로 진노했고, 선녀와 용들은 다시 무룡산 연못으로 귀양을 왔다. 얼마 뒤 옥황상제의 노여움이 풀려 선녀와 용들은 모두 승천했다. 그 후로 무룡산에는 연못이 없어졌다. 산 정상에 묘를 쓰면 울산에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한다. 무룡산에 몰래 묘를 쓰면 자손들이 발복한다는 풍수설이 있어 종종 사람들은 암장했다. 그때마다 크게 가뭄이 들어 주민들은 암장을 찾아냈다고 한다. 울산읍지에 따르면 1924년 여름 큰 가뭄이 계속돼 농작물이 말라죽어 먹을 게 없게 되자 주민들이 무룡산에 몰래 쓴 묘를 파헤쳤다. 이 때문에 묘 주인과 주민 간에 싸움이 발생해 20여명이 경찰에게 붙잡혀 갔다. 무룡산은 쓰시마섬과 가까워 왜구들과 관련된 각종 얘기가 전해온다. 신라 충신 박제상(363~419년)이 418년에 눌지왕의 아우 미사흔을 구하기 위해 왜국으로 출발한 곳이 무룡산 아래 바닷가에 있는 유포(柳浦)다. 현재 북구 강동동 판지마을에는 왜구를 막기 위해 쌓은 성터인 ‘유포석보’(柳浦石堡)가 있다. 유포석보는 조선 세조 5년(1459년) 축조된 이후 울산과 경주 등 10개 고을에서 징집된 300명의 장정이 3교대로 지켰다고 한다. 무룡산은 왜구들이 울산으로 숨어드는 것을 막는 천혜의 요새였다. 초창기 왜구들은 쓰시마섬을 출발, 유포에 상륙한 뒤 무룡산 고갯길을 이용해 울산에 잠입했다. 그러나 세조 이후 경상 좌병영(울산 병영)이 유포와 무룡산에 군사를 배치하면서 길이 완전히 차단됐다. 왜구들은 울산과 경북 경주의 경계지역으로 우회해야 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무룡산 고갯길은 왜구들에게 내주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통화 관문 무룡산 정상에 오르면 우리나라 통신발달사를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제통화시설이 무룡산 중계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근대적인 국제통화방식인 지름 19m의 스캐터(전파를 바다를 향해 발사하는 방식) 통신용 안테나가 설치된 곳이다. 정부는 1968년 6월 일본 하마다(濱田)와 가장 가까운(270㎞) 무룡산에 중계소를 설치했다. 1980년 11월 한·일 간 해저케이블이 개통돼 국제통화가 이원화될 때까지 이곳은 우리나라 유일의 국제통화 관문이었다. 1991년 3월 해저 광케이블을 통한 국제통화가 일반화되면서 운영이 중단됐고, 같은 해 11월 한국통신 사적 제5호로 지정됐다. 2000년 12월 시민들에게 무료 개방됐다. 무엇보다 이 안테나는 197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한·일 프로레슬링 경기를 TV로 볼 수 있게 해준 시설이다. 당시 국민들은 일본에서 열린 김일 선수와 안토니오 이노키(猪木?至) 간의 프로레슬링 경기를 보면서 열광, 또 열광했다. 지금은 초고속해저 광케이블에 일자리를 뺏긴 채 세월의 뒤안길에서 자리만 지키고 있다. 등산객 김용수(53)씨는 “무룡산 중계소가 없었으면 아마 우리는 김일 선수와 이노키 선수의 한·일 프로레슬링 경기를 볼 수 없었을지 모른다.”면서 “스캐터 통신은 당시 프로레슬링의 인기만큼이나 한·일 전파교류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무룡산은 지역 주민들의 삶이 진하게 묻어 있다. 가난했던 옛날 인근 주민들은 무룡산에서 나물과 약초를 캐고, 땔감을 구했다. 칡이며, 각종 나무열매며, 가재와 물고기가 풍부해 주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었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들은 무룡산에서 풀을 뜯으며 농사일을 할 힘을 길렀다. 쉼터 역할을 하는 약수터도 있다. 무룡산의 산행길은 십수 군데가 있지만 컴퓨터과학고(구 화봉공고) 뒤편 화동저수지로 올라가는 코스가 완만하면서도 정겹다. 정상은 언제 와도 시원하다. 푸른 동해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아득한 수평선 너머에서 달려온 바람이 휭휭 얼굴을 스쳐 달음질해간다. 정상에서 북쪽 능선을 바라보며 하산길을 택하면 쉽게 내려올 수 있다. 울산을 대표하는 노래인 ‘울산아리랑’에서도 무룡산의 기품이 잘 드러나 있다. ‘운무를 품에 안고 사랑 찾는 무룡산아….’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울산지역 노래방의 단골 레퍼토리가 될 정도로 시민의 가슴 속에 각인돼 있다. ‘울산아리랑’의 2절 중간쯤에 나오는 정자바닷가가 내려다보이는 울산의 동쪽에 있는 무룡산은 도심의 산답게 거미줄처럼 등산로가 뚫려 있어 울산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많은 산꾼들도 즐겨 찾는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무룡산에서 본 야경, 마치 보석 뿌려놓은 듯… 울산 12경중 으뜸 “무룡산에서 관망하는 울산공단 야경은 마치 보석을 뿌려 놓은 것과 같이 아름다우며, 울산이 한국의 산업수도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는 역동성과 상징성이 있다.” 울산시가 무룡산 정상에서 바라본 석유화학공단의 아름다운 야경을 설명한 글이다. 무룡산은 울산 12경 중의 하나로 선정되면서 울산산업의 이미지와 연계돼 있다. 울산의 진산(鎭山)이 도시의 발전을 가져온 산업화와 연계돼 새로운 의미를 만들고 있다. 최근 방학을 맞은 딸과 아내를 데리고 산행에 나섰다. 밤에 오른 무룡산은 하늘과 땅이 바뀌어 있었다. 발아래 내려다보이는 웅장한 ‘불의 나라’는 별들로 이뤄진 우주. 땅에서 쏘아 올린 불빛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에는 둥근 달이 망망대해로 흘러간다. 시간의 물줄기를 따라 둥근 달이 서쪽으로, 서쪽으로 흘러가지만 거대한 밤의 왕국은 불빛이 꺼질 줄 모른다. 여름밤. 야간산행은 이렇듯 한낮의 불볕더위에 지친 도시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과 사방에서 심포니를 이루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시골마을 유년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한여름 밤의 수많은 별. ‘아빠, 너무 예뻐요!’라고 연신 외치는 딸의 목소리가 밤하늘에 흩어진다. “그래 예쁘다.”라는 아내의 목소리가 맞장구를 친다. 무룡산 주변에는 수년 전의 산불로 나무가 없다. 민둥의 등산로는 공단의 불빛을 그대로 받아 대낮처럼 환하다. 찌르라기들의 합창과 등 뒤로 불어오는 솔바람을 친구삼아 공단 야경을 내려다보노라면 세상 어디에도 이런 ‘카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에는 둥근 달을 띄워놓은 망망대해를, 땅에는 불야성의 별천지를 갖춘 이런 카페가 또 어디에 있을까. 하물며 풀벌레들이 들려주는 생음악에, 적당하게 식은 산들바람은 어느 누가 만들 수 있을까. 정자 해변에서 떠오른 달은 여천공단 중천을 한참이나 노닐다가 마침내 시청 뒤 남산 너머로 사그라져 간다. 무룡산의 야간 산행은 어느 곳에서도 즐길 수 없는 여름밤의 추억을 만들어 준다. 석유화학공단의 웅장한 불길은 시민들에게 오늘의 삶이자 내일의 미래를 밝혀주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여행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각박한 일상을 떠나 느릿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여유에 좀더 의미를 둘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잊고 있었던 것, 혹은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간과 공간 속으로 떠나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섬을 찾아간다는 것만으로도 길은 어느새 설렌다. 많은 방향표들을 거치며 미지의 장소를 찾아가듯 다다른 곳은 나와 섬 사이의 간격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한 발자국씩 내딛은 길들이 어느새 연육교를 건너 소백산 끝자락에 위치한 무섬마을의 시간 앞에 나를 데려다 놓았다. 연육교를 건너 처음 마주한 무섬마을의 첫 느낌은 마음속으로 나지막한 탄성을 지르게 했다. 100년 이상된 가옥들이 즐비한 이곳은 무성필름 영화에서나 본 것 같은, 혹은 오래된 소설 속에 묘사된 것 같은 풍경이 물씬 풍기는 마을이었다. 마을에 점점 가까워지면 질수록 나는 고요에 놀라고 마을이 펼쳐놓은 시간들에 놀랐다. 그렇듯 나에게 허락된 여유는 과거로의 여행에 몸을 싣고 천천히 시간 속을 배회하고 있었다. 무섬마을은 물 위에 떠 있는 섬을 뜻하는 ‘수도리(水島里)’의 우리말 원래 이름이라고 한다.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 섬 전체 3면을 감싸고 있고 넓게 펼쳐진 모래 해변 위에 한옥들이 어우러진 채 떠 있는 형상이다. 이곳에 사람이 정착해 살기 시작한 것은 1666년 무렵부터로 전해지고 있다. 그 후 세대를 거쳐 반남박씨와 선성김씨가 함께 살아오면서 이 두 집안의 집성촌으로 오늘날까지 보존되고 있다. 한때는 1200여 명이 살았던 마을이지만 지금은 20여 가구 40여 명만이 남아 있다. 마을 입구 어귀에 위치한 정자를 비롯해 전통가옥, 그리고 조선시대 후기의 전형적인 사대부 가옥이 골목과 담장을 나눠가지며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영주판 ‘하회마을’이라고도 불리어지듯 안동 하회마을과 지형적으로도 비슷해 천혜의 환경을 자랑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마을에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고요하다 못해 적막했으며 때 묻지 않은 시간 여기저기에는 바람, 새소리, 물소리가 소란스럽게 목청을 돋우고 있었다. 또한 무섬마을은 시인 조지훈의 처가가 있던 곳이다. 이곳의 아름다운 정취를 바라보며 이별과 아픔을 읊조린 그의 시, <별리(別離)>가 쓰여진 곳이기도 한데, 이곳의 풍경을 배경으로 떠올리며 한 행 한 행 구절을 읊조리니 어느새 시인의 심성에 가 닿아 있는 듯하다.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넘어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저고리 다홍치마 자락에/ 말없이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듯 끊질듯 고운 미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을 바라보다/ 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고름에 소리없이 맺히는 이슬방울/ 이제 님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 빈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꺽어서 채찍삼고 가옵신 님아 - 조지훈, 「별리(別離)」 전문 자연의 소리 가득한 이곳의 분위기와 조우한다면 꼭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시 한 소절 멋들어지게 읊조리고 싶은 충동이 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또한 이곳은 《이어도》 《금당벽화》로 유명한 소설가 정한숙의 단편소설 <고가>의 배경이 되기도 한 마을이다. 솟구쳐 흐르는 물줄기모양 뻗어 내린 소백산 준령이 어쩌다 여기서 맥이 끊기며 마치 범이 꼬리를 사리듯 돌려 맺혔다. 그 맺어진 데서 다시 잔잔한 구릉이 좌우로 퍼진 한복판에 큰 마을이 있으니 세칭 이 골을 김씨 마을이라 한다./ 필재의 집은 이 마을의 종가(宗家)요. 그는 종손이다./ 필재의 집 앞마당에 있는 느티나무 아래 나서면 이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중략>…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은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그의 주옥같은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도입부를 읽고 있으면 강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바라보며 묘사해 나가는 작가의 행간 속에서 마을을 돌아가는 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렇게 이곳은 희미한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시간 속에 뚜렷이 각인시켜 놓는다. 시와 소설의 배경으로 쓰여질 만큼 마음의 여유와 영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이 마을의 지형은 풍수지리학으로는 매화꽃이 피는 매화낙지, 또는 연꽃이 물 위에 떠 있는 연화부수 형국이라 하여 길지로 꼽힌다고 한다. 당대의 예술가들이 받았던 마을의 기를, 나도 같은 자리에서 한껏 받아 보고 싶은 소망이었는지 노트를 꺼내서 뭐라도 적어야겠다는 충동을 느꼈다. 날이 어둑해지도록 좁은 골목과 낮은 지붕들이 길을 불러들인다. 경상북도 문화재로 지정된 박천립 가옥과 만죽재 고택 등을 거쳐 마을 한바퀴를 돌다보면, 담장 옆으로 피어 있는 야생화와 처마, 그리고 누군가 세워둔 자전거의 휴식과 마주하기도 한다. 또한 흙길을 걷다보면 앞마당 빨랫줄에 널어진 옷가지들이 소박하고 정겨운 오후의 풍경이 되어 자연스럽게 스치기도 한다. 삼삼오오 모여서 밭일을 나가시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 아, 고요와 적막이 나의 시선을 이렇게 붙잡을 수 있었구나. 그러고 보면 그동안 너무 많은 소음에 무감각하게 살아온 것 같다. 이곳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가기가 문득 두려워지기도 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걸어간 곳은 솟대가 내려다보는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길이 150 미터 길이의 외나무다리다. 주민들이 직접 나무를 다듬어 만든 외나무다리는 장마 때면 휩쓸려 떠내려가기 일쑤라고 한다. 하지만 직접 복원하기를 반복하며 해마다 ‘외나무다리’ 축제도 열고 있다. 아련한 시간여행을 하는 나와 저 건너 육지 사이의 마음의 통로라고 해야 할까. 한 사람 정도 겨우 올라설 수 있는 좁은 외나무다리는 내성천을 가로질러 연결되어 있는데, 반짝이는 물이랑을 내려다보며 걸어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한다. 이것 역시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풍경이다. 느릿느릿 건너가는 구름도, 모래해변 위 물새의 발자국도, 이 마을에서의 시간은 너무도 평화롭기만 하다. 하지만 이곳에도 어느덧 방문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외부의 손길이 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좀더 많은 관광객들을 가까이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마을 입구 왼편,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한옥전통마을 공사가 1년 후인 올 11월에 맞춰 완공되기 위해 한창 진행 중에 있다. 마땅한 민박이나 음식점 하나 없어서 불편해 했던 여행객들을 생각하면 이제는 시간을 좀더 오래 머무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니 좋은 변화로 보인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의 모습이 훼손되지는 않을까 염려가 들기도 한다. 전통을 있는 그대로 간직하면서 오래도록 널리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이곳을 찾은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인삼으로 유명한 풍기IC 주변에서 인삼순대와 막걸리 한 잔, 그리고 계절마다 각각 다른 정취를 펼쳐놓는 영주 소백산의 산행과 더덕즙을 곁들인다면 경북 영주에서의 여행은 훨씬 다양해질 것이다. 시설 좋고 편리한 곳에서 누리는 여행은 이곳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조금 불편하고 무료할 수도 있는 시간이 온통 우리를 초대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야말로 집을 떠나 낯선 곳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들이 받을 수 있는 여행의 선물이다. 녹음이 더욱 짙어지는 계절, 일상의 무거움을 비워버리고 천천히 첫 발걸음을 떼어보는 것이 어떨지. 섬 안시아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 섬이 된다. 탯줄이 연육교처럼 놓인 어머니 자궁은 내겐 육지였다. 허공을 달려온 빗방울조차도 너라는 육지 사이에는 간격이 필요하다. 오랜 잠수처럼 숨막히던 내 사랑도 그 때문이었으리. 그 간격이 때론 우리를 무모하게 만든다. 잠시 모래 위에 내려앉은 새들도 너와의 거리로 날아오르는 것이다. 섬과 육지 사이 일곱 색색의 탯줄이 놓인다. 네게로, 시간 속으로,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글 · 사진 안시아 시인
  • 20~24일 독립영화 특별상영회

    올 상반기를 휩쓴 이슈는 ‘독립영화’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을 위해 20일부터 24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청사 내에 위치한 독립예술영화관에서 독립영화 특별상영회를 연다. 독립예술영화관은 지난 2007년 7월 개관한 곳으로 격주 금요일마다 독립예술영화를 무료로 상영하고 있다. 이번에는 총 5편의 독립영화가 마련됐다. 베트남에서 온 엄마 때문에 놀림을 받지만 유명 골퍼를 꿈꾸는 세리의 이야기를 다룬 장수영 감독의 ‘세리와 하르’, 실업계고등학교의 밴드가 등장하는 김선희 감독의 ‘도화지’가 20일과 21일 상영된다. 또 연변 청소년들의 순수한 감성을 담아낸 강미자 감독의 ‘푸른 강은 흘러라’, 김운기, 장형윤, 연상호 감독의 단편을 묶은 ‘인디애니박스:셀마의 단백질 커피’가 각각22일과 23일 준비된다. 마지막으로 팔순 농부와 마흔 살 소의 우정을 담은 올해의 화제작인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를 24일 만날 수 있다. 매 상영 후에는 영화평론가 맹수진의 진행으로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이벤트도 있다. 상영 작품의 감상후기 공모를 통해 우수후기 5편을 선정, 소정의 선물을 증정한다. 자세한 정보는 홈페이지(http://www.mfm.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신나는 여름 부산 바다축제로 ‘풍덩’

    신나는 여름 부산 바다축제로 ‘풍덩’

    제14회 부산바다축제가 ‘축제의 바다, 물결 치는 세계도시’를 주제로 다음달 1일부터 9일까지 해운대 해수욕장 등 시내 6개 행사장에서 6개 분야 38개 행사가 다채롭게 열린다. 예술·해양스포츠단체 등 30여개 기관이 참여한다. 다음달 1일 오후 7시30분 해운대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으로 축제가 시작된다. 소녀시대, 쥬얼리 등 최정상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하는 축하공연과 화려한 축하 불꽃 쇼가 열려 피서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록페스티벌·7080콘서트 등 야외음악회 2, 3일에는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국내외 8개국 330여명이 모여 ‘부산국제힙합페스티벌’을, 5~9일에는 10개국의 마술사 50여명이 ‘제4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펼친다. 제10회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은 7일부터 사흘간 5개국 37개 팀이 음악의 향연을 벌인다. 제5회 현인가요제가 1, 2일 이틀간 송도해수욕장에서 개최되고 중년들을 위한 음악회인 ‘7080 콘서트’ 등이 해운대 특설무대에 오른다. 6개 해수욕장에서 모두 13개 행사가 펼쳐진다. ‘열린음악회’와 ‘외국인과 함께하는 전통한마당’, 해변 백사장에서 관람하는 ‘비키 바다영화상영축제’, ‘하나푸른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축제 행사도 있다. 해운대 해변에서 국내외 살사댄스 동호인들이 펼치는 ‘서머 살사의 밤’과 스윙댄스 동호인들의 ‘스윙댄스페스티벌’이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민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초대형 수박화채 만들기를 비롯해 외국 대학생 팀이 참가하는 ‘사랑의 얼음조각경연대회’ 등 이색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민이 직접 체험하고 참여하는 행사를 기획했다. ‘해양스포츠 시민무료체험회’에서는 해양래프팅, 카누래프팅, 카이트보딩대회 등을 체험할 수 있고 ‘핀수영 무료강습회’에서는 오리발 사용법 등을 교육받을 수 있다. ●래프팅 등 해양 스포츠도 볼거리 제10회 시장기 요트대회를 비롯해 제14회 부산시장배 바다핀수영대회, 제12회 부산시장기 해양래프팅대회 등 오랜 전통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대표하는 해양스포츠 대회들도 열린다. 장애인들이 참여하는 제12회 부산장애인한바다축제는 한바다 물놀이, 장애인씨름대회 및 팔씨름대회 등도 마련됐다. 부산 바다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는 부산바다를 찾은 피서객들이 직접 축제의 주인이 되어 축제를 만들어가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했다.”며 “피서객들이 부산바다의 열정적인 축제를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산수화는 어떤 모습일까

    ‘휴우~휴우~’. 올빼미가 두 눈을 꿈쩍이며 고적하게 울고 있는 사이 가파른 지붕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인다. 바람에도 꿋꿋한 네 그루의 푸른 소나무도 하얀 눈꽃을 입고 있다. 둥근 창으로 촛불이 흔들거리고 글 읽는 선비는 밤이 새는 줄 모른다. 그렇게 책읽던 선비의 창 옆으로 추운 겨울이 가고, 꽃피는 봄이 오고, 바람 시원한 여름과 쓸쓸한 가을이 찾아온다. ●LED 디지털 영상으로 고전 재해석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제주도 유배 시절, 자신을 위해 베이징에서 어렵게 구한 책들을 보내주던 제자이자 역관인 이상적의 절개를 기리며 그렸다는 세한도(歲寒圖)를 영상미디어 작가 이이남(41)이 새롭게 해석해낸 작품이다. 평면 TV모니터인 LED(발광다이오드)를 캔버스 삼아서 조선시대 산수화로 움직이는 영상작업을 해오던 그가 이번 작업에 4계절까지 포함하게 됐다. 더 이상 조선의 산수화는 곰팡이내 나는 과거의 잊혀진 그림이 아니라 최첨단의 기계를 통해 살아나게 된 것이다.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개인전이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12층 신세계갤러리에서 7월21일까지 약 한달간 열린다. 서울 명동 근처에서 쇼핑을 한다면 쉬엄쉬엄 이 전시를 보러가라고 권하고 싶다. 일단 미술 상식이 없더라도 아주 재밌게 미술 교과서에 실린 익숙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움직이는 그림으로. 소치 허련의 산수화가 인상파 화가 모네의 ‘해돋이’와 만나 교류하는가 하면, 오스트리아 클림트의 그 유명한 ‘키스’가 4계절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사랑을 고백한다. ●눈동자 굴리는 모나리자… 세태 풍자 강세황이 그린 ‘영통동구’. 오른쪽 하단에 마땅히 있어야 할 나귀 탄 선비와 딴청을 피우는 동자가 보이지 않아 의아한데, 이런! 오른쪽 하단부터 능청스럽게 산길을 올라오고 있다. 일본 수묵화 ‘자연’ 속의 해오라기가 계절을 따라 물고기와 벌래를 잡아먹기도 한다.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는 1만 2000봉마다 크레인과 송신탑이 가득하다. 지구의 환경파괴를 고발했다. 통상 A4용지만한 크기로 인쇄된 겸재의 ‘금강전도’를 보다가 50인치 크기로 커진 금강전도를 보면, 겸재의 그림솜씨를 절로 감탄하게 된다. 실제 크기보다 3배 정도 커진 모나리자는 전투기와 낙하산을 따라다니느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전쟁비판이다. ●피카소·마네 등 서양명화도 함께 감상 ‘신갤러리’ 작품에는 고흐, 피카소, 레제, 샤갈, 마네, 벨라스케스 등 작가들 작품 30여점이 들어가 있고, ‘리히텐슈타인연구’에도 서양명화 30여점이 전개된다.(02)310-192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Let´s Go] 포천 오색 웰빙여행

    [Let´s Go] 포천 오색 웰빙여행

    포천은 추억의 공간이다. 서랍 한구석 빛바랜 사진처럼 눈을 감으면 아련해지는 그 시간들, 그 기억들이 있는 곳이다. 15년 전 아니면 25년쯤 전이었을까. 쏟아질 듯한 별빛 아래 20~30명이 모여 밤새 떠들썩한 술자리가 이어진다. 그(녀)는 몇 자리 떨어져 앉아 있다. 가끔 모른 척 눈빛이 스치곤 한다. 스무살 덜 여문 가슴은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그뿐이랴. 이곳은 청춘의 한 자락을 푸른 군복 입고 지낸 곳이기도 하다. 자대 배치 뒤 첫 휴가 받아 부대 정문을 나선 뒤 한껏 잡힌 각 풀고 으쓱거리던 터미널 앞, 늦은 밤 경계근무 마친 뒤 얻어먹은 한 젓가락의 ‘뽀글이 라면’, 축축하게 젖은 전투화에 퉁퉁 부은 발 욱여넣던 혹한기 훈련, 그 무심하게 눈 쌓인 밤 떠오른 어머니 얼굴 등이 철컥철컥 슬라이드 사진처럼 멈춘 듯, 흐르는 듯 머릿속을 스쳐 간다. 뒤늦은 청춘송가(靑春送歌)를 부르고픈 곳 포천을 갔다. 보내 버린 청춘의 적을 더듬으려 다시 찾은 포천은 ‘오색 웰빙여행의 메카’로 거듭나 있었다. ●꾸민 듯, 자연인 듯… 식물원을 거닐다 명성산, 지장산, 백운산 등 산도 많고 계곡도 많은 ‘강원도 같은 경기도’ 포천에는 동물원보다 재미있는 식물원들이 많다. 붉은 양귀비의 화려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뷰식물원도 있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아이리스를 볼 수 있는 아이리스 전문 유식물원도 있다. 그뿐인가. 알프스산맥의 에델바이스를 비롯해 로키, 백두산 등 고산지대 식물을 야생에서 고스란히 키워 내는 평강식물원은 식물원이 어디까지 흥미롭고 재미있을 수 있는지 알려 준다. 또한 각종 허브를 만져 보고 냄새 맡고 즐길 수 있는 허브아일랜드는 웰빙 식물원 여행의 마침표가 될 수 있다. 150만평 국립수목원(광릉수목원)은 익히 알려진 데이트, 가족여행 코스의 고전임은 물론이다. 저마다 나름의 향기와 색깔로 손짓하지만 어느 식물원이건 공통의 미덕은 자연미다. 오랜 시간 공을 기울인 결실들이지만 마치 뒷산 어귀에 자연스럽게 피어난 꽃무더기인 듯 어디를 둘러봐도 편안하다. ●문화예술 공간으로 거듭난 폐채석장 폐허에서 피어난 한 떨기 꽃은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수십년간 산을 깎아 화강암을 캐던 곳, 그리고 이제는 쓸모없다며 버림받고 10년 가까이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곳이 절경으로 재탄생했다. 버려진 채석장을 활용해 만든 ‘아트 밸리’는 오는 10월 정식 개장이지만 입소문을 타고 주말이면 수백명씩 다녀가며 ‘준(準)인공’의 절경에 감탄사를 쏟아낸다. 중국의 스린(石林) 혹은 적벽이나 되는 듯 우뚝 솟아오른 바위들이 웅장하기만 하다. 그 아래 자연적으로 조성된 15~20m 깊이의 물은 버들치, 꺽지, 가재가 한가로이 노니는 1급수다. 제법 만만치 않게 급하고 긴 경사 진입로에서 모노레일(420m) 공사가 한창 마무리 과정에 있다. 나이 드신 분들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앞으로 조각 심포지엄, 미술전, 인디밴드 공연, 암각화 등 공공예술 중심 문화공원의 화려함까지 더해지면 발걸음은 더욱 잦아질 것 같다. 이미 155억원을 들였고, 앞으로 53억원을 추가로 들여 완성시키는 이번 사업에 포천시에서는 아예 아트밸리팀을 만들어 지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친환경 복원의 성공적인 사례로 내년부터 중학교 과학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니 이미 진심은 통한 듯하다. ●젖소와 한과가 아이들을 열광케 하다 아이들이 숨넘어갈 듯 열광하는 곳도 있다. 송아지 우유주기, 젖소 젖짜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직접 치즈 만들기 등 낙농체험목장인 ‘밀크스쿨 아트팜’은 서울, 경기북부 지역 유치원들의 필수 방문 코스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젖소, 비육우 등 110마리의 소와 함께 당나귀와 산양 등이 있어 아이들에게 색다른 체험을 주기에 맞춤이다. 트랙터를 타고 목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3시간 체험 프로그램이 끝난다. 넓은 초원을 뒤로하고 돌아서야 하는 아이들을 쉬 달래기 어려울 수 있다. www.art-farm.kr (031)536-5216. 또한 영북면 산정리에 있는 한가원은 전통 한과의 맛과 멋을 몸으로 느끼게 해 준다. 유치원 아이들의 단체 견학, 체험 코스로 자리잡다 보니 화장실에는 앙증맞은 유아용 변기가 아예 따로 있을 정도다. (031)533-8121. ●콩을 갈고 찧고 끓이니 두부가 되다 웰빙 여행의 화룡점정은 역시 먹거리다. 단순한 입만의 즐거움이 아니라 농사를 짓는 이들의 수고로움과 뿌듯함을 직접 겪어볼 수 있는 기회까지 누릴 수 있다. 풍혈산 유원지 근처의 순두부촌은 아예 ‘슬로푸드 마을’로 이름을 바꿨고, 순두부 체험관까지 갖췄다. 이곳에서는 포천에서 직접 재배해 수확한 ‘대풍콩’을 맷돌로 갈고, 절구로 찧고, 깨끗이 씻어 불린 뒤 끓여 두부 또는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덜 바쁜 시절 농촌의 여유로움인 토끼잡기, 물고기잡기, 감자·고구마 캐기 등 다양한 농투성이 삶을 엿볼 수 있으니 도시생활에 지친 아이, 어른들이 모두 좋아할 만한 곳이다. 순두부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은 한 사람당 1만 5000원이다. 여기에 감자·고구마 캐기 또는 물고기 낚시 등 체험을 더하면 2만원이다. 한 사람당 1만원에 묵을 수 있는 민박이 있다. (031)532-6592. ●여름을 당겨라! 케이블 웨이크보드 ‘보드족’들을 위한 시설도 있다. 바로 케이블 파크의 웨이크보드다. 그동안 북한강 등에서 웨이크보드를 1~2시간만 즐기려 해도 20만원이 훌쩍 넘어서니 엄두내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케이블을 이용한 웨이크보드를 도입해 웨이크보드의 문턱을 확 낮췄다. 모터보트가 아닌 케이블로 보더를 끌고 가는 방식이다. 덕분에 7만 7000원(회원가입비 1만원 별도)이면 아침부터 밤중까지 보드를 즐길 수 있게 됐다. 1시간 2만 2000원이다. 무료로 가르쳐 준다. (031)533-0711. 배상면주가에서는 전통 술과 관련된 자료를 꼼꼼하게 전시한다. 10가지가 넘는 술을 시음할 수 있어 어른들이 입맛 다시며 꼭 들르는 곳이다. (031)531-9300. 너무나도 많은 곳을 봤다. 세월은 흘렀지만 지금도 식물원 어느 숲길, 혹은 노란색 오뚜기마크, 입 벌린 호랑이마크 붙여진 산등성이 등 이곳의 여러 군부대에서는 많은 청춘들이 후회와 아쉬움, 풋풋함, 지긋지긋한 불안을 겪으며 흘러가고 있다. 가버린 청춘에게 이제는 진짜로, 안녕을 던질 때다. ●여행수첩 ▲가는 길 43번 또는 47번 국도를 타면 포천으로 연결된다. 동서울터미널, 수유시외버스터미널 등에서 한 시간 반 남짓이면 도착한다. ▲먹을거리 유식물원, 뷰식물원, 평강식물원, 허브아일랜드 모두 꽃비빔밥 또는 칼국수, 산채정식 등을 파는 식당이 있다. 또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백운계곡 입구에 숯불갈비의 대표선수 이동갈비촌이 있다. ▲묵을 곳 산정호수 가족호텔이 산정호수 위쪽에 호젓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묵었다면 설령 전날 가족들과 이야기꽃을 피웠더라도, 혹은 벗들과 함께 흘러간 청춘을 안주로 통음했더라도 새벽녘에는 반드시 일어나 산정호수 주변을 걸어볼 일이다. 물 위로 스멀거리며 퍼져 가는 물안개가 뾰로롱거리는 새소리와 어우러져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031)532-2266. 글ㆍ사진 포천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뉴스 다큐 시선] ‘대한민국 하늘의 등대’ 100m상공 인천공항 관제소 올라가보니

    [뉴스 다큐 시선] ‘대한민국 하늘의 등대’ 100m상공 인천공항 관제소 올라가보니

    땅 위 차도에 신호등이 있다면 바다에는 항로와 배를 인도하는 등대와 등대지기가 있다. 드넓은 하늘에도 항로가 있고 비행기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곳이 있다. 하늘의 등대로 불리는 ‘관제소’다. 관제소는 안개로 자욱한 활주로에 조종사가 승객을 안전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돕는 눈과 귀 역할을 한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읽어 비행기의 운항을 통제하고 이륙할 비행기의 출발 경로부터 착륙한 비행기가 승객을 내리는 곳까지 결정한다.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24시간 불을 밝히고 있는 인천국제공항의 심장 ‘공항관제소’를 찾았다. 동영상은 17일부터 서울신문 홈페이지(www.seoul.co.kr)에서 볼 수 있다. 글·동영상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지난 15일 인천공항. “관제탑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니까요. 기다려 보시죠.” 인천공항공사 관계자가 관제탑 취재를 위해 두 시간 이상을 기다린 기자의 짜증 섞인 재촉에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이미 며칠 전에 취재요청을 했지만 관제탑은 쉽사리 외부인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항 부서들과 국토해양부 등 관련기관에 몇 차례 더 요청하고, 규정을 지키겠다는 확답을 다시 받은 후에야 출입증이 발급됐다. 비행기를 탈 때와 마찬가지로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 보안검색을 마치고 신분증을 맡긴 후 공항 승객터미널(탑승동)의 직원용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수십미터를 걷다 멈춰서 문에 달려있는 보안시스템에 출입증을 대고 인증을 받는 일이 반복됐다. 인천공항공사 김수영 차장은 “공항 관제소는 최근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공항 내부의 마지막 두 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테러 등으로 관제소 업무가 마비될 경우 공항은 올스톱이 된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과정을 통제할 수 없는 만큼 승객과 비행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최악의 경우 비행기끼리 충돌하는 일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다. 공항 트레인을 타고 신 탑승동에 내린 뒤 밖으로 나서자 관제소가 있는 관제탑이 눈에 들어온다. 계류장과 활주로 사이의 벌판에 우뚝 솟은 22층 규모의 인천공항 관제탑은 높이만 100.4m다. 길쭉한 옥타곤(8각형)으로 돌출된 관제탑 윗부분은 짙은 푸른색 유리로 속을 감추고 있다. 전 세계 공항 관제탑 가운데 세번째로 높다. 진도 7의 강진을 버틸 수 있는 내진설계로 된 시멘트 구조물이다. 관제탑 꼭대기에는 100억원이 넘는 레이더가 쉼없이 돌아가고 있다. 고속엘리베이터를 타고 22층 관제소에 들어서니 새의 양날개를 편 듯한 인천공항 승객터미널의 모습이 항공사진을 보는 것처럼 한눈에 들어왔다. 항공관제소의 가장 큰 업무는 항공기끼리 발생할 수 있는 공중 충돌을 방지하고 항공기와 장애물간 충돌방지, 항공교통의 질서유지 등이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 그 과정은 녹록지 않다. 185㎡규모의 관제소에는 10여명의 관제사들이 헤드셋을 머리에 끼고 전화기와 마이크를 통해 쉴 새 없이 지시를 쏟아냈다. 용어도 생소하다. KE(대한항공)나 OZ(아시아나항공) 같은 항공편명조차 어색하게 들린다. 바쁘게 일하던 한 관제사가 “한 글자가 잘못 전달돼도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영어는 군대처럼 미리 약속된 용어로 부른다.”면서 “R는 로미오, J는 줄리엣, T는 탱고 같은 식이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앞에는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등장할 법한 대형 스크린 수십개가 늘어서 있었다. 모두 대당 수십억원을 넘는 최첨단 장비들이다. 가장 중요한 장비는 공중에 있는 비행기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레이저 ‘로컬 컨트롤’과 자동기상 측정장비인 ‘아모스-1(AMOS-1)’, 비행기에 공항정보를 자동 발송해주는 ‘아티스-1(ATIS-1)’ 등 세 가지다. 인천공항 주변을 날고 있는 모든 항공기가 레이더 스크린에 뜨고 화면에 나타난 항공기를 나타내는 붉은 점에는 항공기의 기종, 편명, 고도, 속도를 표시하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관제탑 내부에는 24명의 관제사가 매일 2개조 3교대로 근무한다. 여성 관제사도 8명이다. 주간에는 7~8명, 야간에는 6명이 비행기의 안전을 책임진다. 관제사와 비행기 조종사 사이에는 한순간도 교신이 끊어져서는 안 된다. 관제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안개가 낀 날에는 비행기에서 지상을 정확하게 볼 수 없기 때문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관제탑장은 “매일 600여대의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인천공항에서 지금까지 대형사고가 한 건도 없었던 것은 관제소와 비행사간의 긴밀한 교류 때문”이라면서 “항공기의 통신장비가 작동 불능인 경우에도 관제사가 빛총(Light Gun)을 쏴서 대화를 한다.”고 밝혔다. ●공항의 또다른 등대… 계류장 관제소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행기 이·착륙 업무는 전문용어로 ‘허가중계’와 ‘국지관제’로 불린다. 허가중계는 비행계획서(Flight Plan)를 받아 항공기에 할당된 항로와 고도에 관한 정보를 비행기 조종사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특히 좁은 공항 근처 하늘에서 선회하는 비행기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시간도 지정해야 한다. 하늘의 교통순경인 셈이다. 국지관제는 항공기의 이·착륙 유도를 담당한다. 도착한 항공기의 정보는 노란색 종이띠에, 출발한 항공기의 정보는 파란색 종이띠에 적혀 순서대로 이·착륙이 이뤄진다. 그러나 비행기가 착륙한 직후부터 다시 이륙하기 직전까지의 업무를 담당하는 별도의 관제탑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계류장 관제소다. 항공관제탑 뒤쪽 100m 지점에 솟아 있는 65m 높이의 램프타워다. 활주로에 내린 항공기는 유도로를 따라 탑승게이트나 계류장에서 승객들을 내려주고 운항정비를 받는다. 그리고 다시 승객을 태우고 활주로로 나서기까지 과정을 총괄한다. 인천공항을 하나의 거대한 주차장이라고 할 때 주차장 총책임자인 셈이다. 계류장관제소의 구조는 항공관제소와 똑같다. 단지 규모가 작을 뿐이다. 항공기를 견인하거나 이륙준비 완료 승인, 엔진 시운전 승인도 모두 계류장관제소에서 지시한다. 공항 내부를 돌아다니는 승객용 차량, 화물운송용 차량도 계류장관제소 소관이고 겨울철 항공기의 위험요소인 얼음과 서리 제거 작업도 지시한다. 이 때문에 계류장관제소에는 항공관제소에 없는 최첨단 장비 ‘RIOS’(항공기의 계류장 출항시간을 관리하는 시스템)가 있다. RIOS에 제빙 및 엔진성능 점검시간 등을 기록하면 번잡한 지상교통을 비교적 손쉽게 정리할 수 있다. 허 관제사는 “현재 인천공항 내부에만 모두 74개의 탑승교를 비롯해 183대의 항공기에 대한 동시 수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관제사가 되려면? 항공기 승무원, 농업매니저, 카지노 매니저, 데이터베이스(DB) 관리자, 교수, 그리고 항공 관제사.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포브스’는 몇년 전 ‘미국을 놀라게 한 여섯 자리(10만달러)의 직업’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여섯 개의 직업을 언급했다. 연봉 1억원이 한국 봉급생활자들의 성공을 이르는 상징적인 수치라면 미국에서는 10만달러가 성공을 가리키는 액수다. 항공관제사는 이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직업이다. 공항이 대형화되고 관광과 무역이 늘고 있지만 항공관제사의 증가속도는 미치지 못한다. 무엇보다 큰 중압감과 스트레스 속에서 혼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숙련된 관제사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세계 어느 곳에서나 자격증 통용이 가능하고, 해외수요도 많기 때문에 최근 관심을 갖는 사람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관제사는 크게 두 가지 경로를 통해 배출된다. 과거에는 공군항공과학고를 졸업하고 관제특기 부사관으로 입대해 항공교통관제사 면장을 취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국토해양부 지정교육기관인 한국항공대(항공교통물류학부), 한서대(항공학부), 항공인력개발원 등에서 교육을 마치고 관제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인천공항의 경우 항공관제탑은 국토해양부 서울지방항공청 소속이다. 물론 관제사들도 공무원이다. 반면 계류장 관제소의 경우 인천공항공사 직원 신분이다. 공항공사의 김수영 차장은 “국제공항의 경우 전세계 비행기가 드나들고 최근 외국인 비행기 조종사도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영어 구사 능력이 필수적”이라면서 “주기적으로 영어인증시험을 봐야 하고 상당한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관제사들은 자기계발과 관리에 철저하다.”고 소개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30년 하늘지킴이 이인영 관제실장 “첨단기계보다 관제사 판단 옳을 때 많아” “순간의 방심이 생명을 좌우한다는 말이 이곳에서는 농담이 아닙니다. 그것도 한두 사람이 아니라 수백명이죠.” 인천공항 계류장관제소의 이인영 관제실장은 국내 항공 관제의 산증인이다. 공군시절부터 시작해 올해로 30년째 항공 관제에만 매달려왔기 때문이다. 이날도 슈퍼바이저(감독)석에 앉아 부하 관제사들의 지시가 적절한지, 조금이라도 미진한 부분이 없는지 매서운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었다. 이 실장은 관제의 매력에 대해 “기계가 할 수 없는 영역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십억원대 첨단 장비가 즐비한 이곳에서도 관제사들은 끊임없이 창밖을 내다보고 육안으로 확인한다. 혹시나 있을지 모를 기계의 오작동 우려도 있어 본인의 직관적인 판단을 기계보다 더 신뢰하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수십년 동안 쌓아온 이 실장의 경험이 시스템이 내리는 지시보다 더 정확할 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공군 관제사로 일하면서 이 실장은 수많은 항공사고를 접했다. 전투기가 비행 중 두 동강이 나거나 동체착륙을 하는 일도 흔하게 봤다. 이 때문에 그는 항공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고 자부한다. 이 실장은 “군대에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는데 돈을 받고 승객을 나르는 민간항공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다.”면서 “지금까지 인천공항에서 큰 사고가 없었다는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계류장 관제소에서 일하는 보람은 무엇일까? 이 실장은 “인천공항처럼 대형공항에서는 뜨고 내리는 일보다 지상의 교통정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항의 실질적인 능력은 많은 비행기를 엉킴 없이 뜨고 내리게 하는 일로 평가받는데 그러자면 계류장 관제소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초원에 소·양떼… 동화같은 스코틀랜드 여행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오전 8시30분) 마치 초록색 주단을 펼쳐놓은 듯 끝없이 이어지는 낮은 구릉과 넓은 평원. 하루종일 차를 달려도 인적조차 발견할 수 없는 푸른 초원. 사람보다 소와 말, 양떼들만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동화같은 풍경. 전국토의 98%가 이런 전원으로 이루어진 나라 스코틀랜드로 떠나본다. ●으라차차 녹색시대(KBS1 오전 11시) 복분자를 주류로 가공해 연간 13 00억원의 고수익을 창출하는 고창은 명실상부한 복분자의 본고장이다. 하지만 수확한 복분자는 금세 물러지고, 가격 하락으로 침체기까지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내기도 했는데…. 결국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 신화를 이룬 작은 열매 복분자! 그 비결은 무엇일까? ●솔약국집 아들들(KBS2 오후 7시55분) 혜림을 떠나보낸 진풍은 약국에 틀어 박혀 좀처럼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는다. 미란이 대풍의 어린 시절 치명적 사건을 복실이 앞에서 폭로하자 대풍은 미란을 몰아내기 위해 갖은 전략을 다 세운다. 한편, 은지는 아버지 손에 이끌려 집에 들어오지만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정옥을 찾아 간다. ●2009 외인구단(MBC 오후 10시50분) 혜성을 외인구단 지옥훈련에 떠나보낸 엄지는 서울로 돌아와 집에 들어온다. 두산과 지옥훈련 장소인 무인도에 도착한 혜성은 오로지 훈련만을 위해 섬 전체에 X표시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란다. 외인구단원들은 마치 사람이 받는 훈련이라고 할 수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데…. ●김정은의 초콜릿(SBS 밤 12시20분) 화제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이후 구두 디자이너로 변신해 화제가 되고 있는 한지혜와 새 앨범 ‘Second Half’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가수 조성모가 출연한다. 한지혜는 최근 발매된 자신의 디지털 싱글 ‘Luv Luv’를 처음으로 선보이고, 조성모 역시 히트곡 메들리 등 열정을 다해 최고의 무대를 선보인다. ●효도우미 0700(EBS 오후 5시10분) 강원도 강릉에 사는 이영실 할머니. 앉은 채 두 손과 두 발로 바닥을 짚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할머니가 걷는 방법이다. 젊은 시절부터 배우자와 함께 뱃일로 생계를 이어온 할머니. 허리에 이상이 생기고 다리마저 아프게 된 후 손가락과 발가락마저 서서히 굽어가 지금은 손발을 쓰기도 어려울 정도다. ●토마토(YTN 오전 8시25분) 남녀노소 불문하고 스트레스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으로 척추질환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을 치료하면 재발이 거의 없지만, 잘못된 생활 습관이 허리디스크 재발을 부른다고 한다. 생활 속에서 쉽게 할 수 있는 허리 디스크 치료와 예방법을 알아본다. 또 한의학 치료법과 예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8) 태백 금대봉 분주령 꽃길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8) 태백 금대봉 분주령 꽃길

    강원도 태백시의 금대봉(1418m)과 대덕산(1307m) 일대는 국내 최고의 야생화 군락지로 천연기념물인 하늘다람쥐가 날아다니고 꼬리치레도롱뇽이 집단 서식하는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이다.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를 품고 있어 일찍부터 주목받았으나 그 속에 풍부한 야생화 군락은 최근에야 알려졌다. 복주머니란, 한계령풀, 갈퀴현호색, 노랑무늬붓꽃 등 희귀식물을 비롯해 다양한 종의 식물들이 봄에서 가을까지 능선과 계곡을 수놓는다. 특히 금대봉과 대덕산 사이의 분주령(1080m) 일대는 점봉산의 곰배령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드문 고산초원을 이뤄 풍광이 빼어나다. 분주령으로 접근하는 길은 두 가지다. 태백의 두문동재(싸리재)에서 능선을 따르는 코스와 창죽동에서 계곡을 오르는 코스. 다양한 들꽃을 만날 수 있는 계곡을 따라 분주령에 이르고 능선을 따라 대덕산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원점 회귀 코스가 좋다. ●천연기념물 하늘다람쥐 등 서식 검룡소 입구인 태백시 창죽동에서 산길이 시작된다. 주차장에서 10분쯤 들어가면 검룡소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검룡소, 분주령으로 가는 오른쪽 길을 따르면 토종 민들레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 갈림길에서 분주령까지 40분쯤 걸리는데, 중간 중간 계곡 사이로 보이는 홀아비바람꽃, 얼레지 등이 발목을 붙잡는다. 꽃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나누고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힐 무렵 분주령에 도착한다. 분주령 일대는 드넓은 꽃밭이다. 현호색, 산괴불주머니, 노루귀, 꿩의바람꽃 등이 어우러져 한바탕 꽃잔치를 벌인다. 특히 군락으로 자라는 보랏빛 얼레지는 하늘을 향해 올라간 꽃잎의 우아한 자태가 아름다워 봄의 여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봄꽃들은 다른 산이라면 이미 시들지만, 금대봉과 대덕산은 산이 깊어 4월 중순쯤 만개한다. 배부르게 꽃구경을 했으며 대덕산으로 이어진 능선을 탄다. 길은 부드럽고 꽃으로 덮여 힘이 든 줄 모른다. 꽃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해서 꽃을 캐면 안 된다. 간혹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꽃을 뿌리째 뽑아가는데 야생화는 인간의 손이 닿으면 대부분 죽기 때문에 아무 소용이 없다. 대신 사진을 찍으면 그 아름다움과 감동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또한 야생화 도감을 준비해 이름 모를 꽃을 만날 때마다 찾아보면 야생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신비로운 분위기 검룡소 분주령에서 대략 40분 지나면 갑자기 나무 그늘이 사라지고 하늘이 열린다. 가슴이 후련해지는 들꽃 세상, 바로 대덕산 정상이다. 바람 부는 이곳에 풀을 베고 누우면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고요히 흐른다. 천상의 세계가 따로 없다. 남쪽 방향으로는 금대봉~은대봉~함백산~태백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마루금이 장관이다. 정상에서 마음껏 시간을 보냈으면 하산은 남쪽을 따른다. 15분쯤 능선을 걸으면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을 만나게 된다. 20분쯤 내려오면 검룡소 갈림길에서 분주령으로 올라오던 길과 만나게 된다. 하산길에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에 꼭 들려보자. 한강의 발원지답게 신비스러운 분위기가 철철 넘치고, 이무기가 용이 되려고 승천하면서 몸부림쳤다는 폭포가 장관이다. 검룡소는 금대봉과 대덕산 능선에 숨어 있는 제당굼샘과 고목나무샘에서 솟아나는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나오는 것이다. 그 물을 한 모금을 들이켜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 시원하다. 태백시 창죽동에서 시작해 분주령, 대덕산을 거쳐 창죽동으로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8㎞, 4시간쯤 걸린다. ●가는 길과 맛집 태백시에서 창죽동 가는 버스가 뜸해 자가용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태백시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피재를 넘으면 창죽동이 나온다. 창죽동 검룡소 주차장(무료)에 차를 세우고 산행을 시작한다. 들꽃 트레킹 가이드와 숲해설사가 필요하면 태백의 숲전문가인 김부래(011-9919-3267)씨에게 문의하면 된다. 주말엔 무료로 가이드를 하는데, 태백시청(033-552-1360) 환경과에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태백 시내의 태성실비집(033-552-5287)은 연탄불에 질 좋은 태백 한우를 구워 먹고, 너와집(553-4669)은 너와지붕의 전통 가옥에서 전통음식을 맛볼 수 있다. 너와정식 1만 5000원 이상. 쌈밥정식 8000원. <여행전문작가>
  • 수백년 아름드리 소나무 강원도 도시품격 높인다

    수백년 아름드리 소나무 강원도 도시품격 높인다

    백두대간의 푸른 소나무 숲이 도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나무로 도심을 디자인해 명품도시 이미지를 살려내겠다는 자치단체들의 노력 덕분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도시 한복판의 도로 중앙분리대뿐 아니라 공원·강변·해변을 짧게는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 된 아름드리 소나무로 단장하고 나섰다. ●지난해부터 도시 디자인으로 각광 소나무는 오래전부터 공공기관이나 대도시 아파트, 고급 주택가의 조경수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도심의 디자인 수단으로 본격 사용된 것은 지난해부터다. 강원 강릉·춘천·고성지역에서 시작된 소나무 디자인 붐은 대전정부청사 등 전국으로 번지는 추세다. 청정 이미지를 살리는 데 죽죽 뻗은 시원스러운 모양새와 사계절 푸른잎의 소나무만 한 게 없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더구나 소나무는 수명이 길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몇해 전 국민의식조사 때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58.7%)가 꼽혔을 만큼 우리 정서에 딱 맞는다. 강릉시는 지난해 시 관문인 강릉교도소~홍제동 교차로의 도로 중앙분리대 1㎞구간에 높이 13m짜리 금강소나무 103그루를 심었다. 대관령 주변에 있는 수령 100년 안팎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엄선해 이식, ‘선비의 고장’ 강릉의 이미지를 살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과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기도 했다. 또 경포해변 백사장에는 무허가 건물 58가구를 헐어낸 뒤 해송 400그루를 심어 해안림을 만들었다. 이 해송은 경포 해변가에서 군락을 이루던 것을 일부 옮겨온 것이다. 시는 내친김에 경포 해변폭포~강문포구 2.2㎞ 구간에는 소나무 사이로 산책용 마루와 조망대를 설치한 ‘솔향기 공원’까지 만들었다. 푸른 바다와 백사장, 소나무가 어우러진 환상적인 산책코스는 관광객들과 시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춘천시도 지난해 동내면 거두리 부영아파트앞~석사동 로데오 네거리의 도로 중앙분리대를 소나무로 단장했다. 올해는 석사동 하이마트앞 네거리~한방병원 구간에 소나무거리를 만들 예정이다. 공지천 조각공원과 중앙로터리, 도청앞 시민회관을 헐어낸 곳에도 소나무공원을 만들어 휴식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고성군도 올해안에 대대리검문소 주변 도로를 소나무로 단장한다. ●경제가치 높아져 산림청도 육성사업 펼쳐 도심 소나무 디자인 붐이 일면서 산림청은 강원도 곳곳에서 금강송육성복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북부지방산림청은 내설악의 인제 내면·기린면과 홍천 내면지역 등에 10년계획으로 2300㏊에 금강송육성복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동부지방산림청도 강릉·평창지역에 소나무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박병원 북부지방산림청 자원조성계장은 “도심조경은 물론 경복궁 복원 등으로 소나무의 경제적인 가치가 급격히 커지면서 소나무 조림사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춘천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6) 제주 우도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6) 제주 우도

    제주 성산포 앞바다에 떠있는 우도는 이름 그대로 소섬이다. 섬의 형태가 소가 드러누웠거나 바다로 머리를 내민 모습과 같다고 하여 우도라 불린다. 우도는 제주도가 거느리는 62개의 새끼 섬 중에서 가장 크다. 그래 봤자 면적 5.9㎢(650㏊, 196만평), 남북의 길이 3.5㎞, 동서로 2.5㎞밖에 되지 않는다. 해안선 길이는 모두 합해서 17㎞. 이렇듯 크기는 작아도 ‘가장 제주다운 풍경을 간직한 옹골찬 섬’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우도를 제대로 보려면 느리게 다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광객은 자가용이나 관광버스에 올라 포인트만 찍고 두세 시간 만에 섬을 빠져나간다. 이런 수박 겉핥기식 여행에서 벗어나야 우도의 속살을 만날 수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로 섬을 한 바퀴 돌면서 우도봉을 걸어서 느긋하게 감상하는 것이다. ●제주의 원형을 간직한 소처럼 착한 섬 성산항에서 배를 타면 15분 만에 우도 서광리 하우목동항에 닿는다. 배에서 내리면 우도 마을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그 옆에 자전거 대여소가 보인다. 여기서 자전거를 빌려 왼쪽 해안길을 선택해 출발한다. 우도는 경사가 완만한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게 힘이 덜 든다. 길은 짙푸른 바다를 왼쪽에, 현무암을 쌓아 만든 검은 돌담을 오른쪽에 두고 있다. 그 사이로 힘껏 페달을 밟으면 청량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어루만진다. 서광리에서 우도의 가장 북쪽인 오봉리로 가는 길에는 푸른 잉크를 풀어낸 듯 넘실대는 바다에서 해녀들이 물질을 하고 있다. 자맥질을 하고 올라와서 길게 내뱉는 숨비소리가 파도 소리를 뚫고 들려온다. 마침 길에서 한 무리의 해녀들을 만났다. 망태기 짊어지고 무거운 납벨트를 두른 채 구부정한 허리로 발걸음을 옮기는 늙은 해녀들. 안타깝게도 대부분 60~70대의 노인들이었다. 짧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마른 쑥으로 물안경을 닦더니, 아무 주저함 없이 거친 파도를 향해 차례대로 뛰어들었다. 헤엄칠 때 필요한 도구인 ‘태왁’ 하나에 의지해 거센 파도 속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정말로 감동적이었다. 용암이 굳은 현무암 돌담이 유독 많은 오봉리는 배우 전도연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영화 ‘인어공주’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에서 돌담 너머로 펼쳐진 싱그러운 바다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구멍 숭숭 뚫린 돌담 안에선 해풍을 맞으며 우도 특산물인 마늘, 땅콩 등이 쑥쑥 자라고 있다. ●숨비소리 들리는 해녀들의 섬 오봉리에서 오른쪽으로 모퉁이를 돌면 하고수동이다. 관광객들은 우도 최고 절경으로 산호사 해수욕장을 꼽지만, 우도 사람들은 하고수동 해수욕장을 으뜸으로 친다. 두 곳 모두 에메랄드빛 해변이 압권이지만 하고수동의 백사장이 넓고 물이 얕아 놀기에 좋다. 하고수동에서 다시 해안길을 따르면 우도봉 동쪽 아래 깎아지른 벼랑을 만난다. 벼랑 아래에 검은 모래가 깔린 검멀래 해변이 있다. 모래사장으로 내려오면 일명 콧구멍굴이라 불리는 큰 동굴로 들어갈 수 있다. 이곳이 우도8경 중 하나인 동안경굴(東岸鯨窟)이다. 파도가 뚫어놓은 이곳은 ‘고래가 살 수 있을 만큼 큰 동굴’이라 가끔 동굴음악회도 열린다. 우도봉(133m)은 이곳에서 오르는 것이 좋다. 본래는 천진항 앞에서 들어가는 것이 메인 코스지만 경사가 급하다. 그래서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에는 좋지 않다. 동굴밥상 리조트 앞에 자전거를 세워 두고 10분 정도 오르면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시원한 초원길을 따르면 곧 하얀 등대가 나타난다. 우도 등대는 돔형의 탑으로 1906년 3월1일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옛 등대는 100년간의 임무를 완수하고 퇴역했다. 그 옆에 손자뻘인 16m 높이의 100주년 기념 등대가 서 있다. 등대 1층에는 우도등대와 세계 각국의 등대 모형이 전시된 등대박물관이 있다. ●100주년 기념 등대가 세워진 우도봉 등대가 서 있는 자리에서 전망이 기막히게 트인다.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망망대해가 우도8경 중 지두청사(地頭靑莎)다. 고개를 돌리면 우도의 여러 마을과 들녘뿐만 아니라, 바다 건너 왕관을 쓴 듯한 성산일출봉과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우도봉의 가장 높은 곳은 군부대가 들어섰기에 아래쪽으로 우회해 반대편 언덕으로 올라선다. 이곳부터는 천연 잔디가 깔려 개구쟁이들은 신나게 굴러서 내려간다. 펑퍼짐한 우도봉의 품은 부드럽고 포근하지만 바다를 맞댄 곳은 까마득한 벼랑이다. 우도봉에서 내려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넘으면 천진항에 이른다. 천진항부터는 길이 순해 콧노래가 절로 나고, 우도8경 중 최고로 손꼽히는 서빈백사(西濱白沙) 즉, 산호사 해수욕장이 나타난다. 자전거는 산호사 해수욕장을 끝으로 하우목동항으로 돌아오게 된다. 우도를 떠나려고 배를 기다리는데, 서광리 해변에서 나지막이 숨비소리가 들려온다. 아직 해녀들의 물질은 끝나질 않았다. 자전거로 우도의 해안선 17㎞를 한 바퀴 도는데 4시간, 우도봉은 1시간쯤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여행전문작가 ●가는 길과 맛집 제주 공항에서 성산읍 성산항까지 우도 콜택시(080-725-7788)를 이용한다. 공항→성산항 1만 7000원, 성산항→공항 2만 2000원. 50분 걸린다. 일반 택시 미터요금으로는 3만원 안팎이 든다. 성산항→우도는 08:00~18:00 매시 정각 출발한다. 성산포항 064-782-5671. 천진동항 앞 우도일번지(064-783-0015)의 해물뚝배기와 성게국수가 괜찮다.
  • “봄 축제의 섬 제주로 혼저옵써예”

    “봄 축제의 섬 제주로 혼저옵써예”

    ‘축제의 섬 제주로 오세요.’ 축제의 섬 제주의 봄 축제가 제주도 전역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제1회 가파도 청보리 축제가 오는 28, 29일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일원에서 개최된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5.5㎞ 해상에 위치한 가파도는 그동안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 가려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바람도 쉬어 간다는 넓고 푸른 청보리밭으로 유명하다. ‘가파도 방문의 해’를 맞아 올해 처음 마련한 이번 축제에서는 관광객을 위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축제장을 찾는 방문객 선착순 500명에게 제주사랑상품권 3000원권 1장을 선착장에서 나눠 준다. 또 어린이들에게 바람개비를 무료로 나눠주고 59만 4000㎡의 푸른 보리밭에서 보리피리 만들기, 연날리기 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소라·문어·보말 등 싱싱한 해산물을 잡을 수 있는 가파도 어장 체험, 보말까기대회, 전통낚시대회 등이 펼쳐지고 해산물을 직접 요리해 맛보는 셀프 요리 코너도 설치된다. 세계자연유산 성산일출봉을 조망할 수 있는 우도에서는 다음달 10∼12일 ‘우도사랑 건강걷기’와 ‘2009 우도 소라축제’가 열린다. 바릇잡이 체험, 구멍낚시체험, 수산물 구워먹기 등 관광객들이 직접 첨여하는 프로그램과 함께 제주민속공연, 유채꽃길 걷기대회 등이 펼쳐진다. 한라산 청정 고사리축제도 다음달 18~19일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 남조로변 일대에서 개최된다. 고사리 뷰티팩 시연, 고사리 빵 시식 및 판매, 제주 올레코스 걷기대회, 고사리생태관 및 박제나비체험관 운영 등 다양한 관광객 체험행사가 마련된다. 제주시 관계자는 “소의 형상을 닮은 우도는 소띠 해를 맞아 올 들어 관광객이 7만여명이 찾는 등 ‘섬속의 섬’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올봄 제주를 찾으면 보다 풍성한 체험 축제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2) 남해 금산 상주리~상사바위

    [진우석의 걷기좋은 산길] (12) 남해 금산 상주리~상사바위

    지리산의 옆구리를 스쳐 바다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가던 섬진강이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 있다. 남쪽 바다에 문을 여는 섬, 그래서 이름도 그냥 남해다. 남해를 한 바퀴 돈 섬진강은 금산의 배웅을 받고서야 비로소 망망대해로 떠나간다. 남해 금산은 먼바다를 바라보며 그렇게 우뚝 서 있다. 이름에서부터 바다 냄새가 풀풀 나는 남해 금산을 오르는 길은 19번 국도가 지나가는 상주리 금산탐방안내소 쪽이 좋다. 금산 북쪽 복곡탐방안내소 쪽은 보리암 근처까지 도로가 나 있어 걷는 맛이 없기 때문이다. 금산탐방안내소에서 보리암까지는 거친 돌길이지만, 뒤를 돌아보면 눈부신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보리암부터는 순한 길을 따라 느긋하게 기암괴석과 봄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만끽해 보자. ●칡차 파는 행상도 써붙인 시 ‘남해 금산’ 남해에서 두 번째로 높은 금산(錦山·681m)은 대부분 사람들이 금산이라 부르지 않고 꼭 ‘남해 금산’으로 부른다. ‘남해’라는 발음에서 눈부신 바다가 떠오르고, ‘금산’이란 말에서 느닷없이 솟구친 산을 그려보기 때문이다. 물론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로 시작하는 이성복의 시 ‘남해 금산’의 유명세도 그 이름이 굳어지는 데에 한몫을 했다. 이 시는 한때 금산에서 칡차를 파는 젊은 행상이 가판에 써 붙였을 정도로 유명했다. 산행은 상주 매표소 앞에서 금산을 올려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산마루에는 바위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데, 하나같이 고개를 들어 먼바다를 바라보는 듯하다. 휘파람 절로 나는 호젓한 숲길이 돌계단으로 바뀌면서 숨이 가쁘다. 뒤를 돌아보니 일렁이는 미조 앞바다가 금산의 발목을 적시고 있다. 그렇게 바다를 바라보며 두어 번 쉬다 보면 거대한 바위가 길을 가로막는다. 꼭 손기정 옹이 마라톤으로 올림픽을 제패하고 받았던 그리스 투구처럼 생겼다. 이름은 쌍홍문, 길은 왼쪽 구멍 안으로 나 있다. 바위굴이 뿜어내는 서늘한 기운에 마음을 다잡고 통과하니 보리암이다. 보리암은 동해의 낙산사 홍련암과 서해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다. 금산의 본래 이름은 이 암자에서 나왔다. 683년 원효대사가 보리암 자리에 보광사(寶光寺)를 지으며 산 이름도 보광산이 되었다.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구하는 관세음보살이 있는 보광궁의 뜻을 담은 것이다. ●먼바다 굽어보는 관세음보살의 미소 “이 땅의 왕이 되겠습니다.” 그 옛날 이성계 역시 이곳에서 간절한 백일기도를 올렸다. 자신이 왕이 된다면 그 보답으로 산을 비단으로 두르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조선이 건국되자 이성계는 정말로 산을 비단으로 덮으라는 명을 내린다. 하지만 신하들이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으니 차라리 이름을 바꾸자는 상소문을 올린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산 이름이 보광산에서 금산으로 바뀌었다.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보리암 앞마당의 해수 관세음보살상에 연방 절을 올린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관세음보살은 입가에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남해 먼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보리암을 지나 돌계단을 좀 더 오르면 금산 정상이다. 봉수대가 있는 정상의 조망은 생각보다 평범했다. 정상에서 내려와 저두암과 코끼리바위 아래 있는 금산산장을 지나면 가장 풍광이 빼어난 상사바위다. 이곳은 아찔한 낭떠러지다. 상사병으로 죽은 머슴의 혼백이 뱀이 되어 주인집 딸의 몸을 칭칭 동여맸다가 이곳에서 한을 풀고 벼랑 아래로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내려오는 곳이다. 어쩌면 이성복은 상사바위에서 시의 모티브를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이성복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남해 금산은 실연의 산이다. 그는 금산의 아름다운 기암괴석에 슬픈 염원이 담겨 있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그것을 사랑 노래로 신비롭게 풀어낸 것이다. 금산에서 남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자신만의 염원을 품게 마련이다. 아련하게 일렁거리는 먼바다는 그 염원을 반드시 들어줄 것 같다. 상사바위의 벼랑 쪽으로 한 발짝 나아가자 환하고 눈부신 봄바다가 울컥 밀려온다. 금산탐방안내소를 들머리로 쌍홍문~보리암~정상~상사바위~제석봉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약 5㎞, 3시간가량 걸린다. ●가는 길과 맛집 승용차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진주인터체인지(IC)에서 남해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사천IC에서 빠져나온 뒤 3번 국도를 따라가면 창선~삼천포대교와 만난다. 남해대교로 가려면 진교IC로 나와 19번 국도를 따라가면 된다. 서울 남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오전 8시부터 하루 6차례 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소요시간은 4시간30분 정도. 남해의 먹거리는 미조항의 갈치회와 멸치회가 유명하다. 삼현식당(055-867-6498)과 공주식당(055-86 7 -6728)은 단골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산행 중에는 금산산장(055-862-6060)에서 산채정식을 맛볼 수 있다. 산악전문작가
  • 지자체 경제난 속 축제 강행 논란

    지자체 경제난 속 축제 강행 논란

    전 국민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들이 올해도 홍보성 연례 축제를 강행하자 그 가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많은 주민들은 “축제 강행은 철없는 짓”이라면서 “경제위기에 처한 한 해만이라도 소모성 축제를 지양하고 절감된 예산으로 일자리 창출과 소외계층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지방공무원들은 “이럴 때일수록 지역을 홍보하고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이미 계획된 축제 개최가 불가피하다.”며 취지를 강변하고 있다. ●재정자립도 꼴찌가 연중 축제라니… 1일 경북도에 따르면 올해 23개 시·군에서 개최되는 축제는 모두 50개로, 예산은 225억 8200만원(국비 20억 8000만원, 지방비 205억 200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규모는 경제난이 상대적으로 덜했던 지난해 개최건수 54개와 맞먹는 수준이다. 시·군별로는 재정자립도 18%와 8%대로 전국 최하위권인 영주시와 봉화군이 각각 5개로 가장 많다. 이를 위해 예산도 각 16억여원, 11억여원씩 쓸 예정이다. 문경시와 울진·영덕·울릉군이 각 3개, 나머지 시·군은 1~2개씩이다. 울릉군은 1월16일부터 지난달 21일까지 37일간 예산 6000여만원을 들여 ‘눈꽃축제’를 열고 4000여명의 외지 관광객을 섬으로 불러들였다. 군은 이번 축제를 통해 4억 5000만원의 관광소득을 거뒀다고 선전했다. 영덕군은 2억 6000만원을 들여 오는 20일부터 3일 동안 강구항과 삼사해상공원 일대에서 ‘영덕 대게축제’를 열면서 관광객 30만명을 기대하고 있다. 청도군도 7억원을 들여 오는 27일부터 화양읍 삼신리 상설 소싸움경기장에서 ‘청도 소싸움 축제’를 연다. 개막을 앞두고 요즘 홍보전이 치열하다. 경주시와 고령군도 각 ‘경주술과 떡잔치 2009’와 ‘2009 대가야 체험축제’의 개최 일정을 최근 확정하고 여러 가지 준비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홍보 축제 그만 vs 지역경제 위해 계속 그러나 지역의 상당수 주민들은 “요즘 툭하면 지역 중소기업이 부도를 내고, 청년실업과 위기가정이 넘쳐나는 마당에 관행에 따라 소모성 축제를 대대적으로 하려는 것은 내년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둔 잔꾀로 오해받을 수 있다.”면서 “지역과 주민을 위해 축제 개최가 불가피하다면 몇몇 축제를 통합 또는 공동 개최함으로써 예산을 최대한 절감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광락 영남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정부와 국민이 총체적 경제난 극복을 위해 비상경제상황실마저 운영하며 고통 분담에 힘을 모으고 있는 때에 한가하게 축제나 열며 흥청대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축제에 눈이 먼 지자체들은 현실을 직시하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 군청 공무원은 “올해 예정된 축제의 경우 개최 취지에 지역경제 살리기 차원이라고 명시했다.”면서 “운영경비는 최소화하면서 최대한 많은 외지인을 지역에 유치하고 농특산물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시선 축제 축소·창원시는 취소 한편 경남 창원시는 이달 말로 예정됐던 ‘제5회 창원사랑축제’의 개최를 취소하는 대신 운영예산 3000만원을 일자리 창출을 위한 ‘푸른 숲 가꾸기’ 사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또 서울시도 사계절 축제로 확대했던 ‘하이서울페스티벌’을 봄과 겨울 축제로 축소하고 예산도 전년(82억원)의 3분2 수준인 55억원으로 줄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이대통령 헬기 발언에 누리꾼 들썩

     이명박 대통령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헬기를 타고 서울 근교의 상공을 둘러보라.”고 지시한 내용이 누리꾼들의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9차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배석했던 두 장관을 지목하며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서울 근교의 그린벨트에는 비닐하우스만 가득 차 있다.”면서 “신도시를 먼 곳에 만들어 국토를 황폐화시킬 필요 없이 이런 곳을 개발하면 도로,학교 등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지 않고도 인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과 관련,”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면 1년 이상 걸리는 만큼 현재 시·도가 추진중인 사업을 파악해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시·도 부지사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도 한번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늘 회의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력 주문했다.”면서 “민자사업 활성화 방안은 경제살리기,일자리창출을 위해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민간부문 투자를 적극 유도하자는 취지로,도심 재건축 활성화 방안은 경기도 살리고 주택공급도 늘려 두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녀를 3명 이상 둔 다자녀 가구에는 주택분양에 우선권을 주고,분양가도 낮춰주고,임대주택도 우선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며 “출산율 저하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입체적인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이같은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오늘 지시사항은 부처 보고내용에는 없던 것으로,과거 최고경영자(CEO) 시절 경험을 한 수 가르쳐 준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지적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누리꾼 ‘csfabric2002’는 포털 야후 코리아에 올린 댓글에서 “갈수록 가관이다. 기막히게 단순한 사고수준에 감탄이 저절로 나온다.”고 꼬집었다.’tao2005’는 “아직도 집이 부족한가? 집을 살만한 돈이 없는 것이 문제지. 땅을 사랑(?)하는 많은 인간들이 집도 사랑(?)하셔서 항상 주거가 아닌 투기 수단으로 봐서 문제지. 이 나라를 온통 유령들만 들끊는 빈 집으로 채울려고 하는 거 같아 안타깝소.”라고 적었다.  이 외에도 “(이 대통령은)머리에 건설밖에 없네….정말 실망스럽다.”(pala1), “도시주변을 모두 개발해버리면 푸른 녹색사업은 어디서 할래?”(qjeka1) 등 부정적인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다자녀 가구에 주택분양 우선권 등 혜택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도 “지금도 어느 정도 특혜를 주고 있는데 분양가 인하해준다고 자녀를 더 낳겠는가?참 한심하다.”(sehnpark), “요즘 같은 고물가·고교육비 세상에서 누가 자식를 그렇게 많이 낳겠나.근본적인 문제부터 고칠 생각은 안하고 아파트로 출산을 유도하려하다니….”(tlagksgma)와 같은 비판이 잇달았다.   간혹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날뛴다는 비아냥 수준의 댓글은 있었지만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면으로 옹호하거나 찬동하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엄마와 읽는 동화] 살아있는 목마/원유순

    [엄마와 읽는 동화] 살아있는 목마/원유순

    나는 크고 화려한 놀이공원에 있는 회전목마예요. 반질반질 윤기 나는 갈색 털 대신 하얀 페인트를 온몸에 덕지덕지 바르고 있어요. 처음 목마가 되어 그저 그날이 그날인 것처럼 똑같은 길을 끝없이 돌아야 할 때, 이 세상 모든 것을 만들었다는 크신 이에게 빌고 또 빌었어요. 길 가에 돌멩이, 보잘것 없는 풀, 흐르는 냇물, 저 하늘에 구름을 만드시고, 세상에 모든 것을 만드신 그분, 또한 저를 목마로 만드신 그 분, 제발 저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세요. 끝없이 같은 길을 돌고 도는, 이렇게 죽은 삶은 정말 견딜 수 없어요. 제발 제게 생명을 주셔서 푸른 초원을 맘껏 달리게 해주세요. 아니, 푸른 초원이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제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게만 해주세요. 나는 동그란 원을 따라 같은 길을 끝없이 돌고 돌면서 빌고, 빌고, 또 빌었어요. 그렇게 셀 수 없이 많은 날을 빌었던, 어느 밤이었어요. 놀이공원에 놀러 왔던 사람들이 모두 돌아간 밤이었어요. 마지막으로 남아 놀이시설을 점검하던 아저씨, 공원을 청소하던 아줌마들조차 돌아간 깊은 밤이었어요. 시끄러운 소리만 그득하다가 갑자기 바람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고요…. 그 적막함이 얼마나 낯선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그렇게 외롭고 쓸쓸한 밤이었지요. 게다가 달도 없는 그믐밤이라 쓸쓸함이 한층 더했지요. 나는 괜히 서글픈 마음이 들어 별빛이 소근대는 밤하늘만 고즈넉하게 올려다보고 있었어요. 마음은 한없이 울고 있었지만, 눈물은 흐르지 않았어요. 슬프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생명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푸식푸시식…. 하루 종일 밧줄에 묶여 오르락내리락하며 돌고 도는 일에 지쳐 있던 다른 친구들은 낮게 코를 골며 이내 죽음 같은 잠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지요. 그렇지만 나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요. 정말 말답게 살고 싶어서였지요. 그때 낮고 부드러운 소리가 들렸어요. “얘야, 네가 밤마다 나를 원망하며 불렀느냐?” 소리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빛처럼 샤악 제 가슴속으로 들어왔어요. 나는 즉각 크신 이의 목소리인 줄 알았어요. “네, 제가 불렀어요. 말답게 살고 싶어요. 제발 저에게 생명을 불어 넣어주세요.” “오냐, 네가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간절히 원하니 소원을 들어주겠다. 네가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기 위해서는 너를 생명체로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저를 생명체로 인정해 주는 사람이라고요?” 나는 놀라서 되묻지 않을 수 없었어요. 왜냐하면 그런 사람을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 그렇다. 너를 살아있는 말로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는 순간 너는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크신 이의 목소리는 가느다란 빛이 되어 별빛 속으로 아스라이 사라졌어요. 그동안 회전목마로 지내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등에 태워봤지요. 대부분 어린아이들이었지만, 간간이 아이를 안고 타는 엄마나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있었지요. 그런데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알아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아아! 나는 그만 힘이 쭉 빠져서 길게 한숨을 쉬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은 모습이 다르고, 하는 일이 다르고, 생각도 다르니까 분명 그런 사람도 있을 거라는…. 그 생각은 곧 가느다란 희망으로 바뀌었어요. 다음날부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람들을 살피기 시작했어요. 등에 올라타는 아이와 눈을 마주치기 위해 애를 썼지요. 등허리를 최대한 나긋나긋하게 만들어 아이가 편안하게 앉아 목마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했고요. 두 박자의 빠르고 경쾌한 음악이 나올 때면 앞발을 들어 겅중거리며 춤을 추기도 했고, 세 박자 왈츠풍의 음악이 나오면 엉덩이를 실룩이며 우아하게 흔들기도 했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입을 크게 벌리고 까르르 웃기는 했지만,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을 걸어주지는 않았어요. 그렇게 일 년, 이 년…. 셀 수 없는 많은 날이 지났지만, 내가 생명을 가진 말이라는 걸 알아주는 아이는 만나지 못했지요. 나는 지치기 시작했어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쫑긋 열고 손님 하나하나에게 신경 쓰는 일은 엄청나게 피곤한 일이기에 나는 더욱 빨리 지쳐갔어요. 크신 이여, 처음부터 안 된다고 하지 그러셨어요? 왜 저에게 희망이라는 실낱을 던져주고 그걸 붙들고 애쓰는 저를 즐기고 계시나요? 나는 크신 이를 원망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놓아버리려 했어요. 그러나 크신 이는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늦은 가을날, 찬비라도 내리려는지 바람이 스산하게 부는 오후였어요. 너덧 살 먹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햇살처럼 환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어요. 수염이 텁수룩한 중년의 남자도 함께였지요. “아빠, 나 이거 탈래.” 아이 목소리는 탱탱한 고무공처럼 통통 튀었어요. “정민아, 아빠 아이스크림 사가지고 올 테니까 타고 있어.” 남자 목소리는 매우 어둡고 무거웠어요. “알았어, 아빠.” 남자는 아이를 가볍게 안아 내 등에 태웠어요. 그리고 아이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고 낮은 한숨을 쉬었어요. 나는 왠지 불길한 예감에 부르르 몸을 떨었어요. 왈츠 음악이 흐르고,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꺼떡꺼떡 춤을 추었어요. 아이는 내 등에 앉아 까불까불 엉덩이를 흔들었어요. 천천히 두 바퀴를 돌고 나자 음악이 멈추었어요. “어? 벌써 끝났잖아.” 아이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어요. 그때까지 남자는 오지 않았어요. 아이는 내 등에서 내려오지 않고 다시 콧노래를 부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어요. 마치 한 바퀴 더 돌라는 듯이 말이지요. 나도 그러고 싶었어요. 내가 만일 살아있는 말이라면 아이를 태우고, 저 푸른 들판을 맘껏 달릴 텐데요. 그러면 아이는 이렇게 소리칠지도 몰라요. “야호! 나는 초원의 왕자다. 씩씩하고 용감한 초원의 왕자!” 목마를 조종하는 강씨 아저씨가 작은 창문을 열고 소리쳤어요. “얘야, 손님도 없는데 한 번 더 태워주마.” 이번에는 네 박자 행진곡이었어요. 빰빠라 바암. 병정들의 나팔소리에 맞춰 우쭐우쭐 회전판을 돌았어요. 아이가 다시 들썩들썩 엉덩춤을 추었고요. 두 번째 음악이 끝나도 남자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아이는 내 목을 꼭 끌어안고 엎드렸어요. 어느덧 놀이공원 안에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어요. 하얗게 빛나는 목마들만 어둠 속에서 두둥실 떠올라 보였지요. “얘야, 네 아빠는 안 오실 게다. 어서 내려오너라.” 강씨 아저씨가 아이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아이는 더욱 세게 내 목을 끌어안으며 소리쳤어요. “싫어요. 아이스크림 사갖고 울 아빠 꼭 올 거예요. 그렇지? 목마야. 너도 봤지?” 순간 아이의 눈과 내 눈이 딱 마주쳤어요. 아이의 눈이 간절하게 빛났어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어요. “봐요, 아저씨. 목마가 봤다고 하잖아요. 우리 아빠, 꼭 올 거란 말이에요.” 아이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 딱딱한 내 갈기 위로 뚝뚝 떨어졌어요. 그러자 내 갈기가 올올이 살아 푸르르 떨렸어요. “안다, 알아. 네 아빠는 언젠가는 오실 거다. 그렇다고 여기서 밤을 지낼 수는 없다.” 강씨 아저씨는 아이를 안아 내렸어요. 아이는 갈기를 쓰다듬으며 속삭였어요. “목마야, 우리 아빠 오면 여기서 꼼짝 말고 기다리라고 말해 줘. 내가 꼭 다시 온다고. 알았지?” 아이는 몇 번이고 뒤돌아보았어요. 나는 어둠 속에서 수없이 고개를 끄덕여 주었지요. 그날 저녁은 찬비가 내렸어요. 달도 별도 없었어요. 다만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어요. 아, 그런데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어요. 내 몸속 피가 조금씩 더워지며 혈관을 따라 돌기 시작하고, 불끈불끈 근육이 꿈틀거렸어요. 머지않아 반질반질한 피부에는 보드라운 털이 보풀보풀 돋아날 게 틀림없어요. “히히힝!” 나도 모르게 콧구멍으로 더운 김을 확 내뿜었어요. 가슴이 벅차올라 견딜 수가 없었거든요. 그때 부드럽고 신비한 크신 이의 소리가 들렸어요. “얘야, 드디어 너도 생명을 얻었구나. 기쁘다.” “아아, 크신 이여, 고맙습니다.” “이제 저 너른 벌판을 네 맘대로 달릴 수 있겠구나. 망설이지 말고 어서 가거라.” 어디선가 후드득, 고삐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어요. 오랫동안 나를 옥죄어 왔던 고삐, 날마다 벗어 던지고 싶었던 멍에. 바로 그 줄이 끊어지는 소리였지요. “자…잠깐만요.” 순간 아이의 간절한 눈빛이 반짝 스쳐갔어요. 나도 모르게 다급하게 소리쳤어요. “며칠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기회를 놓치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크신 이의 목소리는 냉정했어요. 송곳처럼 날카롭고, 얼음처럼 차가웠어요. “그…그래도, 저…저는…지금은 안 돼요. 남자가 오면….” 가슴이 훅 더워지며 울컥 눈물이 솟구쳤어요. 아아, 내 눈에서 눈물이 흘러요, 뜨거운 눈물이, 그토록 간절히 원했던 눈물이…. “됐어요. 눈물을 흘려봤으니 됐어요. 이제 되었어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온 걸까요? 나는 크신 이의 목소리보다 더 단호하게 말했어요. 날이 밝았어요. 간밤에 내린 비로 축축하게 젖은 낙엽 위로 빛 조각들이 반짝였어요. 어느새 내 등허리에 예쁘장한 계집아이가 올라탔어요. 강씨 아저씨는 3박자 미뉴에트 춤곡을 틀었어요. 나는 우쭐우쭐 우아하게 춤을 추며 앞으로 나아갔어요. 괜찮아. 생명을 얻는 방법을 알았으니 언젠가는 살아있는 말이 될 수 있어. 맞아, 틀림없어. 나는 할 수 있다니까. 나는 춤을 추며 혼잣말을 했어요. ●작가의 말 나이 쉰을 넘기면서 어린애처럼 놀이공원에서 회전목마를 탄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대요. 아, 이렇게 매어 있는 삶은 얼마나 답답할까? 그런 생각으로 목마를 내려다봤는데, 목마는 웃고 있더라고요. 우리는 누구나 고삐에 매어 살아요. 가정이라는 고삐, 직장이라는 고삐…. 그 고삐만 벗어던지면 푸른 하늘로 훨훨 날아다니며 자유롭게 살 것 같지요. 날고 싶은 갈망을 꼭꼭 숨기고, 때로는 기회가 와도 포기까지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했어요. 그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사랑이겠지요. 크고 지순한 사랑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작은 사랑일지라도, 사랑은 큰 힘이 되지요. ●약력 ▲1957년 강원도 산골에서 태어나 자람 ▲경인교대 졸업, 단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 수료 ▲1993년 MBC창작동화 대상, 계몽사아동문학상 ▲‘까막눈 삼디기’, ‘열 평 아이들’, ‘얀손 씨의 양복’, ‘색깔을 먹는 나무’ 등 어린이 책을 펴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강사 ▲전업 작가로 활동 중
  • [희망의 남극을 가다] 멀고 먼 여정

    [희망의 남극을 가다] 멀고 먼 여정

    │글 킹조지(남극)·푼타아레나스(칠레) 박건형특파원│세상의 끝,지구의 중심을 찾아 떠난 17박18일간의 여정.지구 한 바퀴(4만㎞)를 훌쩍 뛰어넘은 4만 4458㎞의 길고 길었던 길.각종 비행기와 선박,소형보트를 끊임없이 갈아타야 했던 고난의 연속.남극세종과학기지를 찾아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LA,칠레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킹조지섬 칠레공항,세종기지에 도착하기까지.그리고 다시 세종기지를 출발해 푼타아레나스,산티아고,미국 애틀랜타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당시에 느낀 소감을 시간순대로 정리했다. ■가는길 : 인천공항 → LA → 칠레 → 남극 ●인천→LA(9568㎞·비행시간 10시간35분) 목적지에 대한 기대감으로 설렌다.극히 일부의 허락된 사람만이 찾을 수 있는 남극 킹조지섬 세종과학기지.일정을 조율하는 데 2주일,각종 서류를 작성해 외교통상부 장관의 입극 허가를 받는 데 다시 2주일의 시간이 걸렸다.지구상의 어떤 곳도 이보다 가기 어렵지는 않을 것 같다. ●LA→산티아고(8992㎞·비행시간 11시간5분) LA공항에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은 후 세관검사를 마치고 다시 짐을 부쳤다.지구 반대편인 미국까지의 거리와 LA와 적도를 두고 대칭에 가까운 산티아고 사이의 거리가 비슷하다.오히려 적도를 기점으로 바람이 바뀌기 때문에 비행시간은 더 많이 걸린다. ●산티아고→푼타아레나스(2176㎞·비행시간 3시간30분) 어렸을 때 하던 우스갯소리가 농담이 아니었다. 칠레는 정말 긴 나라였다.중북부에 위치한 산티아고에서 남쪽 끝 도시 푼타아레나스까지 비행시간만 3시간이 넘었다.지난 35시간 동안 비행기에서만 다섯 번의 식사를 했다.푼타아레나스가 가까워졌다는 기내방송이 나온다.대기시간을 포함해 38시간이 걸려서야 여행의 첫 번째 기착지에 도착한 셈이다. ●푼타아레나스 마젤란의 도시.이곳에서 킹조지섬으로 향하는 비행기가 뜰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호텔 밖으로 보이는 부두에는 미국의 쇄빙선 파머호가 하역작업을 하고 있다.1만t급이 넘는 파머호는 남극을 연구하는 모든 연구자들의 꿈이다. ●푼타아레나스→킹조지섬(1240㎞·비행시간 3시간) 전화가 오면 짐을 싸서 호텔로비에서 기다리기를 3일째.드디어 출발이다.전기안전공사 감독관,국토해양부 조사관,한양대학교 대학원생 2명 등 기자를 포함해 5명이 동행이다.공항에 도착하니 각 나라 연구진들이 대기 중이다.호주 연구원 한 사람이 어디서 왔냐고 물어 ‘코리아’라고 대답하자 ‘킹세종?’이라고 되묻는다.세종기지의 위상을 보는 것 같아 뿌듯하다.킹조지섬으로 가는 항공편은 비정기적으로 운항하는 우루과이 군용기뿐이다.편도 800달러에 육박하는 운임이 다소 부담스럽지만,대륙으로 직항하는 민간항공기는 편도 2200달러에 달한다.남극의 벽이 더욱 높게만 느껴진다. ●우루과이 군용기 안 소음·진동과의 전쟁.3시간여 지났을까.시리도록 푸른 색의 바다 위로 여기저기 살얼음이 보이고 둥둥 떠가는 빙하들이 간간히 눈에 들어왔다.그 너머로 저 멀리 하얀 땅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어떤 이,어떤 나라의 소유도 아닌 지구상의 유일한 땅.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남극은 ‘세상의 끝’이라는 이미지에 너무도 잘 어울리게 고요했고,그러나 장엄하게 다가왔다. ●킹조지섬 공항→세종기지(11㎞·운항시간 30분) 킹조지섬 칠레기지의 공항은 자갈밭에 가까웠다.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거센 바람이 이곳이 남극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기지에서 우리를 마중나온 대원들은 이미 5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있었다.바닷가에 올려져 있는 조디악(고무보트)에 오르기 전 구명수트를 입었다.공항에서 기지로 가는 길은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뒷바람이라 비교적 수월했다. ■오는 길: 남극 → 칠레 → 애틀랜타 → 인천공항 ●세종기지→푼타아레나스(1255㎞·운항시간 86시간) 남극에서의 아쉬운 1주일을 뒤로 하고 러시아 조사선 유즈모호에 올랐다.군용기의 다음 출극 일정이 1월6일.너무 오랜 시간을 남극에 머무를 수 없어서 택한 배편이었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막급이었다.세계 3대 악협이라는 드레이크 해협에 들어서자 4000톤급인 유즈모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고 탁자는 네발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날아다녔다.자리에 누워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두는 것이 잠이 잘 올까를 3박4일 내내 고민했다. ●푼타아레나스→산티아고(2176㎞·비행시간 3시간20분) 돌아오는 길에 만난 산티아고 공항의 펭귄 인형은 낯설지 않다.남극에서 볼 수 있었던 해표와 각종 새들의 인형도 반가울 따름이다.한여름에도 추운 남극과 달리 산티아고 공항의 여행객들은 너무나 가벼운 옷차림이다. ●산티아고→애틀랜타(7600㎞·비행시간 9시간45분) 오로지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뿐인데 비행기는 더 이상 타기가 싫다.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졌다가 눈을 떠보면 고작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다.애틀랜타 공항에서 들리는 한국 관광객들의 목소리는 지난 2주일간 극지에서 일하는 대원들만 보고 있었던 나에게는 오히려 신선했다. ●애틀랜타→인천(11440㎞·비행시간 15시간10분) 드디어 긴 여정의 끝이다.3주에 걸친 남극행은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받을 수 있었던 최고의 선물이었다.그 고생을 하고도 꼭 다시 남극을 찾겠다는 월동대원들의 다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이제 ‘우주´를 목표로 삼아야겠다. kitsc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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