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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안 노을 축제 즐기세요

    부안 노을 축제 즐기세요

    “가장 아름다운 서해 노을 감상해 보세요” 전북 부안군이 전국에서 노을이 가장 아름다운 변산해수욕장에서 오는 22일부터 11월 7일까지 17일간 ‘제8회 부안노을축제’를 개최한다. 이 축제는 코로나19 상황을 감안, 주요 프로그램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다. 부안군은 서해안 대표적 노을 명소인 변산해수욕장의 노을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로 관광객의 관심을 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변산해수욕장은 지난 1933년 개장해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해수욕장으로 하얀 모래와 푸른 솔숲이 어우러져 ‘백사청송’이라는 애칭과 함께 노을 1번지로 손꼽히고 있다. 축제는 22~23일 2일간 JTV전주방송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인 ‘이정규의 정규방송’을 통해 진행된다. 또 유튜브(부안축제, 부안군 매력부안 U-too)에서 라이브 영상이 송출돼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변산노을을 집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축제 기간 부안의 대표적 특산품인 곰소젓갈과 오디잼, 오디초, 액기스 등도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판매된다. 라이브 커머스는 22일 정오와 오후 2시에 각각 1시간씩 진행된다. 특산물을 활용한 쌍방향 음식만들기 ‘쿠킹 클래스’는 같은 날 오전 11시와 오후 1시에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된다. 축제 기간동안 변산해수욕장에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탬프 투어’도 열린다. 이는 변산해수욕장 둘러보기 프로그램으로 관리사무실(스토리센터)에서 스탬프 투어가 진행되며 스탬프 투어 완료 시 노을축제이용권을 제공한다. 노을축제이용권은 축제 기간동안 변산해수욕장 내 상가에서 사용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친 군민들과 관광객들이 금빛으로 물드는 노을의 기운을 받아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며 “변산해수욕장에서의 소중한 추억을 쌓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99굽이 대관령 옛길 타박타박… 99세 금강송 향기에 솔솔 녹다

    99굽이 대관령 옛길 타박타박… 99세 금강송 향기에 솔솔 녹다

    “늙으신 어머님을 고향(강릉)에 두고 / 이 몸은 홀로 서울길로 가는 이 마음 /돌아보니 북촌(오죽헌 마을)은 아득도 한데 / 흰 구름만 저문 산을 날아 내리네.” 신사임당이 대관령을 넘으며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표현한 ‘유대관령망친정’(踰大關嶺望親庭)이라는 시다. 대관령은 한 해 500만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관광 명소지만 과거에는 영동과 영서를 잇는 유일하지만 험준한 고갯길로 다양한 사연과 애환을 간직하고 있다. 대관령 내 만들어졌던 여러 길을 연결한 대관령 숲길(102.96㎞)이 지난 5월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4개(목장·소나무·옛길·구름) 순환코스와 12개 숲길이 조성돼 있지만 구별이 무의미하다. ‘100년 소나무의 숨(息)과 걸으며 쉼(休) 있는 평화의 길’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활력이 떨어진 국민들에게 치유와 희망의 공간으로 다가서고 있다. ● ‘험로’ 옛 대관령, 신사임당·이이 넘어 다녀 강원 강릉시 성산면과 평창군 횡계리를 연결하는 해발 832m의 대관령은 영동 사람들에게는 신성한 땅이자 거대한 장벽과 같았다. 대관령은 고개가 험해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크게 구르는 고개’라는 뜻의 ‘대굴령’에서 따왔다는 설과 영동 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라는 의미가 혼재한다. 대관령 옛길은 말이나 우마차를 갈아탈 수 있는 강릉 쪽 구산역에서 횡계역(차항리)을 연결하는데 현재 강릉 성산 어흘리에서 국사성황당 간 6.4㎞만 복원됐다. 어흘리 주차장~반정 구간(4㎞)과 반정~국사성황당 구간(2.4㎞)이다. 고속도로가 건설되면서 ‘아흔아홉 굽이’는 옛말이 됐지만 대관령 옛길이 얼마나 ‘험로’(險路)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아흔아홉 굽이는 율곡 이이의 일화에서 유래됐다. 율곡이 강릉에서 한양으로 과거를 보러 가는 길에 곶감 100개를 챙겼는데 굽이를 넘을 때마다 하나씩 먹으며 대관령을 넘었더니 1개만 남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굽이가 없었다면 대관령을 오르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21일 직접 찾은 옛길은 옛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와 보부상 등 통행이 많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옛길 중간 지점인 ‘반정’에 이르는 길은 폭이 1.5m 이상, 넓은 곳은 3m가 넘는 곳이 많다. 오랜 역사를 반영하듯 계곡의 형태를 보이고 있다. 대관령은 역사의 교육장이기도 하다. 대관령을 넘은 신사임당과 이이, 허균은 위인이 됐고 대관령을 넘어온 김홍도와 김정희는 예술작품을, 정철은 ‘관동별곡’이라는 문학작품을 남겼다. 김홍도의 ‘금강사군첩’에 있는 ‘대관령도’는 관정에서 강릉을 보면서 그린 그림으로 현재 도시의 모습을 빼면 지금 경관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 옛길은 지명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강릉 쪽 굴면이 마을은 ‘구르는 것을 면한 곳’ 즉 판판한 평지로 강릉에 도착했음을 알려 준다. 삼거리주막은 제왕산과 반정(대관령 방향), 강릉으로 갈라지는 곳에 위치해 있다. 주변에 감나무·밤나무·복숭아 등 유실수가 심어져 있는데 과거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반정을 지나 대관령 정상에 오르기 전 고개이름은 ‘원울이재’다. 강릉으로 부임하던 관리가 대관령이 너무 험해 한 번 울고, 강릉을 떠날 때는 정이 들어 떠나기 싫어 울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대관령 숲길 계획을 마련한 이상익 산림청 산림복지국장은 “옛날 강릉 사람들은 일생에 대관령을 넘지 않는 것이 복된 삶이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대관령의 존재감이 대단했다”며 “보부상이 등짐을 메고 올랐던 고단한 길을 걷다 보면 현재의 자신에게 큰 위안을 줄 수 있고, 대관령의 위대한 생태적 경관에 새로운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년 만에 등장한 위풍당당 소나무 숲 대관령 소나무숲에 들어서면 마스크를 벗고 싶은 유혹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관령 숲길 곳곳에서 아름드리 금강송을 만날 수 있지만 소나무 숲은 의미가 남다르다. 국제 규격 축구장 571개 규모인 400㏊에 달하는 소나무 숲은 100년의 시간을 보낸 소나무의 장대한 기상과 함께 끝없이 이어진 규모에 놀라게 된다. 숲은 아픈 태생의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일제가 목재 수탈을 위해 소나무를 벌채하고 연료 등으로 이용하면서 변한 민둥산에 조성한 인공조림지다. 더욱이 묘목이 아닌 씨앗을 뿌려 키워 낸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험한 지형 탓에 묘목을 가지고 올라오는 것이 어렵다 보니 지난 1922~1928년 525㏊에 솔방울에서 채취한 종자 1452㎏을 가지고 올라와 땅에 심는 ‘직파조림’ 방식으로 숲을 만들었다. 폭설과 산불, 병해충 등의 피해 속에서 현재 면적을 유지하고 있다. 잘 자란 소나무의 바다는 1988년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돼 그동안 3422㎥의 목재를 공급하기도 했다. 100년의 세월을 견딘 금강송은 마치 거북이 등과 같은 검푸른 색의 두꺼운 껍질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 깊이가 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다. 금강송 향연의 ‘백미’는 대통령 쉼터 주변에서 맛볼 수 있다. 대관령휴양림 방향에서 올라온 탐방객은 쉼터를 지나 풍욕대에서 피톤치드를 만끽한 뒤 다시 쉼터로 오르는 수고만 감수한다면 최고의 소나무 풍경을 확인할 수 있다. 대관령 소나무숲은 2018년 개방됐으나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숲으로 발길이 이어지게 됐다. 김종근 산림청 산림휴양등산과장은 “대관령 소나무숲은 현존하는 직파 조림지 중 최대 규모이자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며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숲을 우리가 직접 복원한 현장이자 후손에게 물려줄 위대한 숲으로 지속적인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역사의 흔적 찾기, 허기 채우는 산촌 도시락 대관령 숲길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은 양떼목장을 거쳐 가는 ‘선자령’이다. 접근성이 좋고 탁 트인 전경과 이국적인 정취로 탐방객이 몰린다. 백두대간 마루금이자 대관령 숲길 중 가장 높은 곳이라는 상징성도 있다. 이에 더해 김정란 대관령숲길 안내센터장은 “백두대간 중심부에 위치한 봉우리인 선자령에 산과 봉이 아닌 ‘령’(嶺) 자를 붙인 것은 대관령을 넘어 다니던 또 다른 옛길이었다는 해석이 있다”고 전했다. 옛길 하부에는 서어나무·박달나무·굴참나무 등 다양한 활엽수가 자라 생태적 건강성을 보여 준다. 대관령에는 과거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는데 1968년 화전정리법이 시행되면서 독가촌으로 강제 이주를 당했다. 숲길 곳곳에는 화전민의 거주를 알려 주는 돌담과 물을 길러 먹던 샘터 등이 남아 있다. 이들은 나무를 활용해 소득을 창출하기도 했다. 굴피집 지붕을 만들던 굴참나무 껍질은 코르크와 촉감이 유사하다. 영동 지역에서는 굴참나무 껍질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그물을 띄우는 용도로 사용했다. 칡넝쿨은 코다리를 말리는 용도로 어민들에게 판매됐다. 숲길에 빠져 허기를 느낄 때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대굴령 솔찬 도시락을 만날 수 있다. 2019년 10월 어흘리 주민들이 첫선을 보인 후 입소문을 타고 해마다 도시락을 찾는 탐방객이 늘고 있다. 1만 2000원인 도시락은 취나물·표고·어수리 등 산채 위주의 건강식이다. 10인 이상, 탐방 2일 전에 예약해야 손에 쥘 수 있는 ‘까칠한’ 도시락이다
  • 우주독립 꿈 날았다… 누리호 미완의 성공

    우주독립 꿈 날았다… 누리호 미완의 성공

    31년의 기다림이 목표를 향한 단 한 계단만을 남기고 미완의 성공으로 끝났다.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섬광과 연기를 내뿜으며 10월의 푸른 하늘을 가르고 솟구쳐 올랐다. 그렇지만 발사 궤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위성 모사체가 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오후 5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가 예상 시간보다 1분 7초 빨리 목표 궤도에 도달해 고도 700㎞에서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목표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것은 3단 로켓의 연소가 계획보다 빨리 끝나 버렸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임혜숙 과기부 장관은 오후 5시 15분쯤 누리호의 모든 발사 시퀀스가 종료되고 1시간 45분이 지난 오후 7시 브리핑을 통해 “누리호의 모든 비행 과정이 정상적으로 수행됐지만 위성 모사체를 목표 궤도에 안착시켜야 하는 마지막 단계를 성공시키지 못했다”며 “아쉬움이 남는 결과이지만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핵심 기술을 확인하고 대부분 성공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누리호는 당초 이날 오후 4시 발사 예정이었으나 제2발사대 하부 밸브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 점검에 시간이 걸렸고 나로우주센터 주변 대기 상층부의 바람이 강해 예정 시간보다 1시간 늦춰진 오후 5시에 발사됐다. 발사 시간이 연기되면서 많은 이들이 불안해했지만 누리호는 오후 5시에 정상 발사돼 300t 추력 1단 엔진이 127초간 연소하면서 고도 59㎞까지 상승했고, 발사 233초 후 191㎞ 고도에서 페어링이 분리된 뒤 274초쯤에는 고도 258㎞에서 2단 엔진을 분리했다. 발사 후 900초가 지난 오후 5시 15분쯤 최대 고도 700㎞까지 상승해 알루미늄 스테인리스로 만든 1.5t 위성 모사체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목표 궤도 진입에 필요한 속도를 얻지 못해 결국 위성 모사체는 지구로 추락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를 찾아) 발사를 참관하고 결과를 보고받은 뒤 “아쉽게도 목표에 완벽히 이르지는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된다”면서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 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길섶에서] 벚나무/이동구 수석논설위원

    벚나무는 봄을 먼저 알리기도 하지만 만개한 꽃의 아름다움은 만인의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봄 기운과 함께 사람들을 산과 들로 인도하며 뭇 사람들의 기분을 흥겹게 하는 것도 벚꽃의 힘이 아닌가. 꽃잎을 떨군다 해도 풍성한 푸른 잎으로 행인의 그림자가 되어 주고 이마의 구슬땀을 말려 주며 선한 역할들을 이어 간다. 벚나무가 다른 나무나 꽃들보다 유난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일찍 찾아온 찬바람 때문일까, 공원 한쪽을 지키는 벚나무의 잎들이 제법 빨갛게 물들었다. 얼마 전까지도 푸른색을 띠고 있었는데 언제 그렇게 빨리 가을물을 뒤집어쓴 것인지 신기하다. 물론 공원 여기저기에 버티고 있던 다른 나뭇잎들도 노란색, 빨간색으로 색칠하기를 앞다투고 있으니 그리 이상할 것은 없다. 단지 느긋하게 계절을 즐기지 못한 채 하루가 다르게 바삐 옷을 갈아입는 벚나무의 습성이 아쉽게 느껴진다. 때가 되면 순리대로 오고 갈 것인데 그리 급할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새빨갛게 물들고 있는 산책길의 벚나무 잎이 마냥 바쁘게 살고 있는 우리 인생을 닮은 듯 애처롭게 다가온다. “자연의 작품은 한 시인의 책보다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아리송하기만 한 가을날 아침이다.
  • 한중연,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 문화재 45건 공개

    한중연,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 문화재 45건 공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자체적으로 보유하거나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 국가·시·도 문화재 45건 전체를 처음으로 한꺼번에 공개한다. 한중연은 장서각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36건과 시도지정문화재 9건을 모두 소개하는 특별전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을 22일부터 12월 17일까지 연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한중연 장서각 설립 40주년과 건물 신축 10주년을 맞아 기획됐다. 장서각은 조선왕실이 소장한 고문헌을 수집·관리하는 도서관이자 연구소로 조선왕조 전적과 민간에서 수집한 자료 등 25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 나오는 유물은 ‘기록유산의 성찬’이라고 평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국보 중에는 ‘조선왕조실록 적상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 ‘동의보감’,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월인천강지곡’ 등을 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적상산사고본은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이 대부분 반출했으나, 장서각에 3책이 남았다. 봉모당본 6책은 푸른색 비단으로 장정하고 첫 면에 ‘봉모당인’(奉謨堂印)이라는 인장이 있는 점이 특징이다. 동의보감은 허준이 중국과 조선의 의학 서적을 집대성해 1610년 편찬했다. 장서각이 소장한 책은 1613년 목활자로 찍어 제작했다.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는 숙종이 1694년 세자와 왕자, 신구 공신과 자손을 모아 단결을 맹세하는 의례인 회맹제를 치르고 나서 만들었다. 비단, 상아, 옥을 사용해 호화롭고 완성도가 높아 미술사적으로도 가치가 있다. 장서각은 이 유물이 지난 2월 국보로 지정된 것을 기념해 길이가 약 24m인 두루마리 전체를 최초로 펼쳐보여준다. 월인천강지곡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이 부인 소헌왕후 공덕을 기원하며 지은 시가로, 국어학과 서지학 측면에서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보물 가운데는 조선이 러시아와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하기 전 청나라와 러시아 국경을 정탐한 뒤 제작한 지도인 ‘아국여지도’, 강원도 영월의 단종 유배지 자취를 후대에 그린 ‘월중도’, 원나라 법전인 ‘지정조격’, 조선 초기 왜구와 여진 정벌 기록을 정리한 ‘국조정토록’이 출품된다.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있는 금속활자본 ‘불조직지심체요절’을 바탕으로 목판을 만들어 찍은 동명 서적, 여러 공신 초상화 등도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를 관람하려면 한중연 홈페이지(aks.ac.kr)에서 예약해야 한다. 장서각은 월∼금요일에만 문을 열며, 시간당 입장객 정원은 15명이다.
  • 멸종위기 종인데…트럭에 실려 팔려가던 바다거북 42마리 구조

    멸종위기 종인데…트럭에 실려 팔려가던 바다거북 42마리 구조

    어디론가 팔려가던 멸종위기종 바다거북이 무더기로 구조됐지만 일부는 결국 죽고 말았다. 15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콜롬비아 군은 불심검문에서 트럭에 실려 있던 바다거북 42마리를 발견, 구출했다. 야간주행을 하다 검문에 걸린 트럭은 짐칸에 바다거북을 가득 싣고 있었다. 바다거북들은 꼼짝하지 못하게 등이 바닥 쪽으로 향한 채 누운 상태로 겹겹이 포개어져 있었다. 이 상태가 헝클어지지 않게 줄로 단단히 묶여 있었다. 군 관계자는 "살아 있는 바다거북을 완전히 짐짝처럼 싣고 있었다"며 "누가 봐도 동물학대란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고 말했다. 군은 트럭을 적발한 코르포구아히라 지방 동물보호국에 긴급 지원을 요청했다. 동물보호국이 확인한 결과 트럭 짐칸에 실려 있던 42마리 바다거북 중 32마리는 멸종위기종인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이었다. 나머지 10마리는 카레이 바다거북(학명 Eretmochelis imbricata)이라는 종으로 '위중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종이었다. 즉각 바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판단한 동물보호국은 가까운 마나우레 바다로 이동, 바다거북을 풀어줬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치고 말았다. 구조된 바다거북 42마리 중 바다로 돌아간 바다거북은 32마리뿐이었다. 11마리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 동물보호국은 "잡히고 옮겨지는 과정에서 심한 학대로 (죽은) 거북들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은 것 같다"며 "바다 앞에서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죽었다"고 밝혔다. 동불보호국에 따르면 바다거북의 서식 환경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오염으로 인한 수질악화, 쌓여가는 침전물, 고기잡이, 인프라 개발 등이 바다거북의 서식 환경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바다거북을 먹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 군 관계자는 "경찰이 조사할 예정이지만 트럭에 실려 있던 바다거북도 식용으로 팔려갈 운명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군의 불심검문에 걸려 체포된 사람은 모두 5명이다. 경찰은 "규모로 봤을 때 조직적인 바다거북 사냥을 한 것 같다"며 "사냥의 목적과 유통 경로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콜롬비아 현행법에 따르면 야생동물을 무단으로 잡은 사람에겐 최저 60개월, 최장 135개월 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
  • 진짜 우주 간 ‘스타트렉’ 커크 선장 “영면이 이런 걸까”

    진짜 우주 간 ‘스타트렉’ 커크 선장 “영면이 이런 걸까”

    “쏜살같이 위로 올라 어느 순간 아래를 내려다보니 온통 푸른빛이, 다시 위를 보니 온통 검은 어둠이었습니다. 아래에서 느껴지는 어머니, 지구의 위로… 영면의 느낌이 그런 것일까요. 너무 감동적입니다.”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의 제임스 커크 선장을 연기한 90세 노배우 윌리엄 섀트너가 진짜로 우주여행을 했다. 섀트너는 13일(현지시간)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블루오리진의 로켓 우주선 ‘뉴 셰퍼드’를 타고 텍사스주 밴혼 발사장을 이륙했다 귀환했다. 석 달 전인 지난 7월 20일 베이조스가 체험했던 그대로 지구와 우주의 경계 지점인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을 넘어 약 3분 동안 중력이 거의 없는 미세중력 상태를 체험하는 총 10분의 여정이었다. 스타트렉을 보고 자라 상업용 우주여행 시장을 개척 중인 베이조스는 실제로는 열정적이고 감성적인 커크 선장보다는 냉철하고 논리적인 스팍 지휘관의 팬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스팍 역의 배우 레너드 니모이가 2015년 지병으로 별세했기에 스타트렉 팬들은 영화 속 ‘함장’과 ‘지휘관’이 나란히 우주로 향하는 모습을 볼 순 없었다.
  • [책꽂이]

    [책꽂이]

    근원의 시간 속으로(윌리엄 글래슬리 지음, 이지민 옮김, 좌용주 감수, 더숲 펴냄) 진정한 야생이 남아 있는 그린란드를 찾은 지질학자. 그는 인간의 존재를 경험한 적 없는 세상에서 지구 역사를 담고, 깊은 사색을 펼치며, 과학적 지식과 문학적 설명을 섞어 냈다. 한 과학자가 풀어 주는 그린란드의 생태계에 감탄이 터진다. 252쪽. 1만 4400원.페어 플레이어(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수민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네 동강 난 비행기에서 승객들의 목숨을 살린 기장, 최고의 올림픽 개막식으로 꼽히는 런던올림픽 쇼 등 성공 스토리에서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가치를 뽑았다. 힘과 권위가 아닌, 품격과 존중으로 성공을 이루는 ‘공정’이라는 기술을 현장감을 녹여 제시한다. 343쪽. 1만 6000원.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사이토 고헤이 지음, 김영현 옮김, 다다서재 펴냄) 기후변화와 경제 격차 등 전 지구적 위기를 각종 데이터로 분석하며 세계 자본주의가 문제 해결을 미루고 있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탈성장’을 강조하며 카를 마르크스를 소환한 저자는 기후 위기, 세대 갈등, 계층 격차, 노동 착취, 경제 불황 등 여러 사회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내놓는다. 376쪽. 1만 6000원.무령왕, 신화에서 역사로(정재윤 지음, 푸른역사 펴냄) 백제사에 천착해 온 저자가 무령왕릉 발굴 50주년을 맞아 백제의 역사를 다시 들여다본다. 사료의 빈틈을 메우고 합리적 추론을 덧대 이국에서 태어난 섬 소년이 왕위에 오른 여정과 치적을 역사소설처럼 풀어냈다. 316쪽. 1만 8500원.놀다 보면 크는 아이들(이상호 지음, 이종철 그림, 보리 펴냄) ‘살아 있는 교육’ 42번째 책. 30년 이상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저자가 아이들에게 놀이의 재미를 일러 주기 위해 대표적인 아이들 놀이를 꼽아 소개한다. 오징어 놀이,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등이 책 안에선 살벌한 생존게임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즐거움이다. 320쪽. 2만 2000원.검은 모자를 쓴 여자(권정현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현진건문학상, 혼불문학상을 수상한 권정현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사고로 아이를 잃은 주인공을 따라가며 불안을 겪는 인물의 심리와 행동을 밀도 있게 조명한다. 고딕 호러와 심리 미스터리를 긴장감 엮어 흡인력 있게 전개한다. 264쪽. 1만 3000원.
  • [오늘마음읽기]“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신경 쓰이는데 어쩌죠?”

    [오늘마음읽기]“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신경 쓰이는데 어쩌죠?”

    <13회>내 마음 들여다보기 나를 별로로 여기는 직장 상사죄지은 듯 일상이 가시방석나를 싫어하는 마음 자체보다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모두로부터 사랑받을 순 없어사랑하는 것에 에너지 쏟아야 #편집자 주 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신가요? ‘오늘하루 마음읽기’에서는 날씨처럼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마음속 이야기를 젊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4명이 친절하게 읽어드립니다. 열세 번째 회에서는 자신을 탐탁지 않아 하는 직장 상사의 태도가 신경 쓰이는 재형씨의 사연을 토대로 이럴 때 우리의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생각해봅니다.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들려드릴게요.재형씨는 며칠 전부터 마음이 너무 불편합니다. 얼마 전 회식 자리에서, 팀장이 스치듯 했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거든요. “재형씨는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타입이야.” 농담조의 말이었지만, 그동안 팀장의 태도를 보면 정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그 뒤에는 매번 팀장에게 보고서를 올릴 때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주눅이 들고, 식은땀도 났어요. 가끔 하는 잔소리, 혹은 조언들도 가시처럼 마음을 파고들었습니다. 잠시 눈만 마주쳐도 가슴이 덜컹, 마치 죄를 지은 듯 불편했습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도, 겨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주말에도 내내 상사의 미움은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의 마음은 깊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첫 직장부터,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운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렇게 불편할 줄이야. 재형씨와 같은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겁니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느낌은 몹시 불편합니다. 원시 시대의 우리 조상에서부터 현대 사회의 우리에 이르기까지, 적과 아군을 구분하는 감각은 탁월하게 발달해왔습니다. 아군과는 연대하고, 적은 경계해야 우리는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는 과거나 현재 모두 중요한 덕목입니다. 생존을 위한 본능적 감각은 DNA에 각인돼 오늘날까지 이어졌을 겁니다. 사회가 복잡다단해지며 인간들은 다양한 층위의 관계에 얽혀갑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아군과 적군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구분을 넘어, 타인과 나 사이의 복잡한 감정들이 출현하기 시작합니다. 내 편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질투와 같은 감정이 끼어들고, 타인에 대해서도 불편함, 증오, 미움과 같은 다양한 스펙트럼의 느낌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런 복잡하고도 다양한 감정들 사이에서도, 아군이 아닌 타인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본능적인 공포를 작동시킵니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대한 끔찍한 두려움이 바로 그것이죠.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그리 끔찍한 걸까? 우리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습니다. 우리 키의 절반도 되지 않는 어린아이였을 때부터도, 나를 둘러싼 이들의 칭찬이 마음을 채우고, 우리를 성장시켰습니다. 사랑받고, 인정받으며 사는 느낌은 우리 삶에서 당연하고도 중요합니다. 그러니 타인의 미움은 그 당연함에서 나를 벗어나게 하는 큰 사건일 수 있습니다. 어떤 이에게는 세상이 무너진 듯 큰 좌절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그렇게 끔찍한 걸까요? 타인의 미움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미움받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나를 싫어해? 대체 왜?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하며 초조, 불안해하는 마음이 대다수가 경험하는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하지만, 완전 반대의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나를 싫어한다고? 그럼 할 수 없지 뭐. 나도 너 싫어.” 라고요. 물론 후자 쪽 반응도 썩 부드럽지는 않지만, 극단적인 두려움을 벗어나면 반응의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즉,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나에게 상처를 주는 게 아닙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나의 상처의 크기가 좌우된다는 말이지요. 타인의 미움이라는 막연한 공포에서 나를 건져 올리려면,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정말 끔찍한 일인지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돼야 합니다. ●3분의 1 법칙, 내 삶의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 것인가 미움에 대한 시야를 좀 더 넓게 확장해볼까요? 이 세상에,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사실입니다. 글을 쓰는 저도,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에게는 미움의 대상입니다. 단 한 사람도 예외는 없습니다. 선하고 착한, 인류를 위한 봉사가 자신의 소명이라 여기는 이들에 관한 훈훈한 기사에도 악플은 달리기 마련이니까요. 세상 어딘가에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안타깝지만, 너무나 확실한 명제입니다. “인생은 고해(苦海)다”라는 부처님의 말씀처럼, 우리 삶은 끝이 나지 않는 고통 속에서 흘러갑니다. 고통이 삶의 디폴트(default)일지도 모릅니다. 그 고통 안에는 타인의 미움도 속할 테고요. 그 누구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 완전무결한 사랑과 인정이, 우리의 정상적 삶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해요.세상의 사람들을 세 조각으로 나누어 봅시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의 3분의 1이라 합시다. 나머지 두 조각 중 하나는 나를 좋아하고 나와 잘 통하는 사람들이고, 또 한 부류는 나에게 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일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봐야 합니다. ‘과연 나는, 나의 에너지를 어디에 쏟을 것인가?’ 하는 질문입니다. 내가 무한 동력 기계가 아닌 이상, 나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과연 당신은 그 에너지를 어디에 쏟고 있나요? 글의 서두에 나온 재형씨처럼, 누군가가 나를 미워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전전긍긍하며, 소중하고 아까운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아닐까요? 나를 향한 미움을 붙잡고, 거기 머물러있지 말아요. 삶의 고통은 운전하다 일어난 접촉사고와 같습니다. 예측할 수 없는 때에 우리를 덮치곤 해요. 하지만 우리는 그 사고를 매일, 매 순간 생각하며 거기 매달리지 말아야 합니다. 사고에 대해 보험회사에 빨리 연락을 취하고, 사고를 수습한 후 그 뒤에 일어나는 여러 문제에 대해서는 굳이 에너지를 쏟지 않는 것이 사고를 대하는 암묵적인 규칙입니다. 타인의 미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지만, 그 또한 우리가 굳이 에너지를 쓰지 않는다면 나를 거쳐 지나가는 작은 사고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불편하지만, 지나가는 것을 우리가 붙잡을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고, 마음이 통하는 이들에 에너지를 쏟아야 해요. 필자인 신재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현재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을 맡고 있다. 현직 의사들이 운영하는 정신의학신문 운영진으로 활동하며 중증 질환은 물론 평범한 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정신적 어려움에 대해 쉽게 설명해준다. 저서로는 ‘나를 살피는 기술’이 있다.
  • [핵잼 사이언스] 2700년 전 광부의 ‘똥’ 분석해보니…“맥주‧치즈 즐겨”

    [핵잼 사이언스] 2700년 전 광부의 ‘똥’ 분석해보니…“맥주‧치즈 즐겨”

    2700년 전 현재의 오스트리아 알프스 할슈타트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배설물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식습관을 분석한 연구결과가 공개됐다. 2700년 전 고대 인류의 배설물이 발견된 할슈타트는 3000년 이상 소금 생산지로 사용돼 왔다. 수천 년 동안 해당 지역 인근의 사람들은 공동체 전체가 소금 광산에서 일하거나 터전을 잡아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탈리아 볼차노에 있는 유락연구소 연구진은 할슈타트의 소금 광산에서 발견된 고대 분변 샘플을 분석했다. 그 결과 해당 샘플은 27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샘플 안에서는 식품 발효에 관여하는 두 종류의 곰팡이가 발견됐다.연구진은 해당 샘플에 존재하는 미생물, DNA, 단백질 등을 조사하기 위해 초정밀 현미경과 메타게놈, 단백질체 분석 기술 등을 동원한 결과, 두 종류의 곰팡이가 숙성된 블루치즈와 맥주에서 기인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블루치즈는 알프스와 상트랄 등 주로 산악지대에서 생산되는 푸른곰팡이 치즈를 통칭하며, 현재의 치즈와 마찬가지로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이번 발견은 2700년 전 철기시대 유럽에서 이미 블루치즈가 만들어지고 있었다는 최초의 증거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미생물학자인 프랭크 맥시너 박사는 “2700년 전 고대 소금 광부들이 의도적으로 발효 기술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식문화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놀랐다”면서 “선사시대의 요리 관행은 매우 정교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가공식품과 발효 기술이 초기 식품 역사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또 2700년 전 인류의 배설물을 통해 당시 인류의 내장에 서식했던 고대 미생물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당시 인류는 겨(벼나 보리, 조, 수수 등의 곡류를 찧을 때 생기는 부산물)를 이용한 죽과 식물 조각 등을 주식으로 먹었으며, 섬유질이 많고 탄수화물이 풍부한 이 식단에 강낭콩을 곁들여 단백질을 보충하거나 과일과 견과류 등을 함께 섭취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식물 위주의 식단을 유지한 고대 소금 광부의 장내 미생물 군집의 구조는 현대의 ‘비서구화’ 집단과 유사했다. 이는 식습관과 생활 방식이 변화하면서 장내 미생물의 구성과 구조도 변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당시 사람들의 배설물이 수천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었던 비결로 약 8℃의 일정한 기온과 광산의 높은 소금 농도 등을 꼽았다. 맥시너 박사는 “미생물은 종종 현대의 질병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미생물의 변화를 추적하면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자세한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인 셀(Cell)의 자매지인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신호에 실렸다.
  • ‘군위 대구 편입’ 표결 하루 앞두고 경북도청 등 관가 긴장감 고조

    ‘군위 대구 편입’ 표결 하루 앞두고 경북도청 등 관가 긴장감 고조

    경북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안에 대한 찬반 의견이 도출될 경북도의회 표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북도청 등 관가 주변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만약 반대의견이 우세하면 군위군 대구시 편입 건과 관련한 전체 행정절차에 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어 자칫 격동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도의회가 지난 임시회에서 의견 없음을 제시해 비난을 받았고 통합 신공항 추진과 연계돼 논란을 빚은 만큼 이번에는 재적 의원 5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은 찬성표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적인 전망도 있다. 13일 경북도 등에 따르면 경북도의회가 ‘군위군 대구시 편입’에 대한 찬반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14일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한다. 도의회 행정보건복지위원회는 이날 군위 대구 편입 의견 청취 안건을 심의했으나 찬성과 반대 의견이 팽팽해 본회의에서 표결하도록 안건을 넘겼다. 이에 도의회는 제326회 임시회 폐회일인 14일 2차 본회의에서 도의원들 투표로 찬성과 반대 의견을 결정한다. 도의회는 앞서 지난 임시회에서 행정보건복지위원회가 이 안건 투표 결과 찬반이 동수로 나와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본회에 넘기자 무기명 투표를 거쳐 찬성도 반대도 아닌 ‘의견 없음’으로 결론내렸다. 도는 이런 도의회 의견을 첨부해 군위 대구 편입을 위한 관할구역 변경 건의서를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행안부는 의견 청취는 지방의회를 통해 주민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하는데 그 취지가 있는 만큼 도의회 의견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도는 지난 7일 군위 대구 편입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 제시를 요청하는 안건을 도의회에 다시 공식 제출했다. 군위 대구 편입은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이전 부지 선정과정에서 공동후보지(군위 소보·의성 비안) 유치신청 조건으로 시·도 정치권이 합의한 사항이다. 대구시는 시의회 찬성 의결을 첨부해 지난 7월 13일 행안부에 건의서를 보냈다. 편입 추진은 앞으로 행안부 검토 및 법률개정안 마련, 법제처 검토, 법률개정안 국회 제출 등 절차를 밟게 된다. 한편 김영만 군위군수는 13일 오후 군청 앞마당에서 경북도의회 의원들의 통큰 결정과 대승적 협조를 부탁하며 도의회를 향해 큰절을 했다. 김 군수는 “부디 이번에는 도의회가 대승적 차원에서 편입 안건을 찬성 의견으로 통과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이날 군위군은 ‘도의원님들의 깊은 고심, 통합신공항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함께 ‘기적’이 꽃말인 푸른 장미 59송이(현 경북도의원 인원수)를 배치하기도 했다.
  • [우주를 보다] ‘번개 위에 또 번개’…우주정거장서 포착한 희귀 현상

    [우주를 보다] ‘번개 위에 또 번개’…우주정거장서 포착한 희귀 현상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가 매우 드문 기상 현상인 일명 ‘스트라이트’를 담은 사진을 공개했다. 유럽우주국(ESA) 소속 프랑스 국적의 우주인인 토마스 페스케는 지난 9월 9일 우주공간에서 유럽 대륙 상공을 카메라에 담았다가, 한참이 지난 후에야 해당 사진에 일반적인 번개와 함께 번개 위에서 번쩍이는 또 다른 푸른 빛을 확인하고는 최근 이를 공개했다. 스프라이트(Sprite)로 불리는 이 현상은 지상에 번개가 칠 때 대기권에서 관측되는 ‘상층 대기 번개’를 가리킨다. 스프라이트는 뇌우 위에서 발생하는 번개로, 일반적인 직선 모양의 번개와 달리 해파리 모양이나 기둥이 늘어선 모양을 하며 붉은색이나 푸른색을 띤다. 일부 스프라이트는 붉은빛을 띠기도 하는데 이는 상층부에 질산이 많이 떠다니다 전기가 방출돼 나오는 가스와 결합해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위로 치고 올라가는 독특한 형태와 색깔 등으로 ‘요정 번개’라 부르기도 한다.스프라이트 현상은 매우 드물게 발생하는 기상 현상인 동시에, 1/1000초 정도만 지속되기 때문에 눈으로 보거나 카메라에 담는 것이 어렵다. 실제로 ESA 우주비행사 안드레아스 모겐센은 2016년 ISS에서 최초로 스프라이트를 포착한 이후 “이 현상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고 말했고, 미 항공우주국 측도 “이 현상은 단 몇 밀리 초만 보이기 때문에 사진으로 촬영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스프라이트를 포착하는데 성공한 우주비행사 페스케는 “과학자들은 불과 몇 십 년 전만해도 스프라이트 같은 발광 현상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 현상이 현실적이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스프라이트나 블루제트(Blue jet, 고도 15㎞의 뇌운 꼭대기에서 가느다랗게 솟구치는 번개), 둥근 고리 모양의 엘브스(Elves) 등은 일시 발광 현상(transient luminous events, T.L.E)또는 우주 번개라고 부르며, 발생원인과 번개가 치는 주변 대기의 성질에 따라 각기 다른 색깔을 띤다고 전했다.
  • [여기는 남미] 피해자 최소 30명…멕시코 ‘변두리 연쇄강간마’ 마침내 체포

    [여기는 남미] 피해자 최소 30명…멕시코 ‘변두리 연쇄강간마’ 마침내 체포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여자들을 공포에 떨게 한 연쇄 강간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최소한 30명에 육박한다. 1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멕시코시티 경찰은 연쇄 강간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미겔 파라다 우에르타(56)를 체포했다. 남자는 전날 멕시코시티 오브레곤 지역에서 한 여자를 대상으로 또 다른 범행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방범용 CCTV가 포착해 내면서 마침내 검거됐다. 현지 언론은 "본부에서 CCTV 화면을 지켜보던 경찰이 상황을 목격하고 경찰관들을 출동시켜 검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검거된 당시 남자는 세칭 '푸른 식물' 40봉지를 소지하고 있었다. 현지에서 푸른 식물을 대마초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경찰은 증거를 확보한 마약밀거래 혐의로 남자를 검찰에 소개했지만 검찰은 사건을 브리핑하면서 남자를 연쇄 강간사건 용의자로 소개했다. 검찰은 구체적인 내용을 모두 밝히진 않았지만 연쇄강간사건은 2012년부터 시작됐다. 이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강간사건은 최소한 27건 발생했다. 용의자의 유전자 정보를 확인된 사건만 정리한 게 이 정도다. 피해자 진술을 종합하면 용의자는 40~50대로 추정되는 중년 남자였다. 남자는 칼로 여자를 위협해 끌고 간 뒤 성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주변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 보이지 않게 칼을 들이댄 채 여자와 어깨동무를 하고 연인인 듯 걸으며 피해자를 끌어간 사례가 많았다. 경찰은 피해자 진술을 모아 몽타주를 작성하는 한편 남자가 즐겨 입는 옷, 심지어 말투까지 알아보는 등 수사력을 집중했지만 그간 용의자를 검거하지 못했다. 그 사이 남자는 경찰을 비웃듯 멕시코시티 변두리 지역에서 계속 사건을 벌였다. 남자에게 '변두리의 강간범'이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검찰은 남자의 처벌에 자신감을 보였다. 방대한 수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가 넘치기 때문이다. 검찰 대변인 에르네스티나 고도이는 "(27건의 사건에서 확보한) DNA 정보 등 모든 증거자료를 취합해 남자의 유죄를 확인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범행수법이 유사해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또 다른 사건이 13건이나 된다"면서 "남자가 멕시코시티의 여성을 상대로 못된 짓을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류 한장에 빼앗긴 입양인의 삶…혈연 넘어 선택한 가족의 유대감

    서류 한장에 빼앗긴 입양인의 삶…혈연 넘어 선택한 가족의 유대감

    “방탄소년단(BTS), ‘오징어게임’, ‘기생충’ 등 한국 콘텐츠 덕분에 미국인들도 한국인이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지 알게 됐어요. 저는 감정적(정서적)인 측면에서 한국인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백인에 둘러싸여도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느껴 13일 개봉하는 영화 ‘푸른 호수’를 연출한 재미동포 2세 저스틴 전(40·①, ④) 감독은 화상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백인들에 둘러싸인 환경에서도 늘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미국 토양 안에서 우리가 정말 뿌리내리고 있는 것일까, 나는 왜 미국에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졌다”고 했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전 감독이 각본, 연출, 주연을 모두 맡았고 미국 내 이방인의 삶을 다뤄 제2의 ‘미나리’로 주목받았다. 그가 연기한 주인공 안토니오는 19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 백인 부모에게 입양됐지만, 양부모에게 학대당한 기억이 있다. 뉴올리언스에서 타투이스트로 일하며 아내 캐시(알리시아 비칸데르 분②)와 의붓딸 제시(시드니 코왈스키 분③), 그리고 새로 태어날 아이를 위해 열심히 살려는 그는, 캐시의 전남편인 경찰관 에이스(마크 오브라이언 분)와 충돌한 뒤 경찰서에 끌려간다. 30년을 미국에서 살았는데도 양부모의 무관심으로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상황에서 안토니오는 베트남 출신 이민자 파커와 그 가족을 만난 뒤 한국 출신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가족을 지키려는 싸움을 시작한다.●윤여정과 애플TV 드라마 ‘파친코’ 호흡 맞춰 미국은 2000년 해외 출신 입양인에게 시민권을 자동 부여하는 법안을 마련했지만, 그 이전 대상자에 대해선 소급적용이 안 돼 여전히 수만명의 입양인이 추방될 처지에 놓였다. 같은 위기를 겪는 입양인 9명을 만났다는 전 감독은 “미국에서 살았지만 서류 하나 빠졌다고 ‘너는 미국인이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일지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모국에서 원하지 않아 미국으로 보내졌는데 다시 거부당해 상처 입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 영화를 통해 미국 아동 시민권법 개정을 이끌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오가 제시를 자신의 딸로 선택한 것에 대해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보다 ‘선택한 가족’도 강한 유대관계를 보여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 감독은 ‘미나리’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윤여정 배우와 미국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친코’ 촬영장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윤여정을 향해 “현장에서도 무엇인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바로 지적해서 고치려는 열정이 있으신 분”이라며 “항상 온 힘을 다해 연기를 해 온 진정한 예술가”라고 극찬했다. 그는 최근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감정이든 충실히 담아내며 보편적 정서를 공감 가도록 그려내기 때문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 풍성한 가을… 농어민의 정성·손맛이 빚는 ‘밥 한 그릇’의 세계로

    풍성한 가을… 농어민의 정성·손맛이 빚는 ‘밥 한 그릇’의 세계로

    바닷가·들녘·산골·강가 주민들 만나자연산 재료로 만든 음식들 맛보며함께 어울리며 가을 즐기는 삶 소개‘천고마비의 계절’로 불리는 가을은 땅에서 나는 곡물, 과일뿐 아니라 해산물도 풍부해 어느 때보다 식욕이 왕성한 시기다. EBS 1TV 한국기행은 11~15일 밤 9시 30분 방영하는 ‘가을에는 밥심’ 5부작을 통해 시청자들을 농어민의 정성과 동네 주민들의 손맛이 어우러진 밥 한 그릇의 세계로 이끈다. 11일 방송되는 1부 ‘이맛에, 여기에’는 푸른 옥빛 바다를 마당처럼 여긴 충남 태안 어촌에서 귀촌 지망생 박현규씨와 유병연씨 가족들을 만난다. 이들은 마을 주민과 어우러져 둑에 물고기를 가둬 잡는 전통 어업 방식으로 제철 우럭을 잡고, 마당에 둘러앉아 우럭포와 우럭 젓국을 손수 만들어 정겹게 나눈다. 섬진강을 따라간 전남 구례에선 80년 된 한옥 툇마루에 앉아 민물고기의 제왕 쏘가리 회와 매운탕을 맛보는 서태원씨를 만날 수 있다. 2부(12일) ‘울엄마 냄새’ 편은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들녘이 펼쳐진 전북 남원 농촌 마을에서 벼 베기에 한창인 권승룡씨와 이웃들을 찾아간다. 추수 후에는 어릴 적 부모님이 그러하셨듯이 논에서 토종 미꾸리를 잡는다. 권씨가 미꾸라지보다 맛이 구수하고 부드러운 미꾸리를 잡아 가면 아내 현은숙씨와 마을 어머니들이 호박잎을 끊어다 손질해 미꾸리 추어탕을 끓인다.1567m 높이의 태백산을 배경으로 한 3부(13일) ‘가을 태백산에 가면’에서는 경북 봉화군에서 오랫동안 송이버섯을 채취해 온 강용희씨와 김찬영씨의 삶을 배운다. 이들은 국내 유일의 열목어 보존 지역인 백천계곡에서 땀을 씻고, 야생에서 캔 능이와 송이의 짙은 향에 몸을 씻는다. 태백산 650m 고지에 자리잡은 강씨의 마을에서 토종 벌꿀을 따고 사과와 호박을 수확하다 보면 어느새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특별한 것 없어도 자연 그대로의 삶에서 소중함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14일 방영하는 4부 ‘강 따라 산 따라’는 낙동강이 흐르는 봉화군에 지중해풍 하얀 집을 지은 고은표, 지미숙씨 부부의 꿈을 간접 체험한다. 1년 내내 두고 먹을 멸치 액젓을 직접 만들고 자연에서 얻은 먹을거리로 자연 밥상을 차려 내면 부부의 집은 세상 어디도 부럽지 않은 그들만의 레스토랑이다. 강원 횡성 금수사 셰프 무관 스님도 밭에서 딴 작물과 산에서 딴 들풀, 열매로 특별한 식사를 준비한다. 마지막(15일) ‘갯마을로 돌아왔다’에서는 전남 함평 주포항 바닷가에 소담스러운 한옥을 짓고 사는 정민영, 김미정씨 부부의 진수성찬을 엿본다. 갯가에서 낙지와 돌게를 잡고, 소와 토끼를 키우는 이들 부부는 한우 낙지 탕탕이로 보신하고 돌게장을 가득 담가 겨우내 먹을 찬을 저장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 부산국제영화제 일정 잇단 차질… 15분 전 행사 취소 등 난맥상

    부산국제영화제 일정 잇단 차질… 15분 전 행사 취소 등 난맥상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해외 게스트 참여 일정에 잇따라 차질을 빚고 있다. 해외에 있는 감독과의 온라인 기자회견이 준비 부족으로 예정 시각 직전 취소되는 등 난맥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아네트’로 부산을 찾은 레오스 카락스 감독은 10일 오후 기자회견으로 부산 일정을 시작한다. 카락스 감독의 기자회견은 애초 9일 예정돼 있었지만, 전날 입국하지 못해 기자회견을 이날로 연기하고, 같은 날 예정됐던 관객과의 대화(GV)는 취소했다. 영화제 측은 “코로나19로 항공 일정이 갑작스럽게 변경돼 카락스 감독이 제때 비행기를 타지 못했다”며 “전날 입국해 이후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카락스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마스터 클래스’로 관객을 만난다. 취소된 GV는 오는 12일 추가 상영을 마련해 진행하기로 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카락스 감독은 일본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함께 이번 영화제를 직접 찾은 중요한 해외 게스트다.오는 13일 개봉을 앞둔 영화 ‘푸른 호수’의 연출과 주연을 맡은 한국계 미국인 감독 저스틴 전의 온라인 기자회견도 취소됐다. BIFF ‘월드 시네마’ 부문에서 관객을 만난 영화는 1980년대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의 백인 부모에게 입양된 남성이 양부모의 무관심으로 시민권 획득 절차를 밟지 않아 30여 년이 흐른 이후 불법체류자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이야기를 그렸다. 전 감독은 주연인 안토니오로 출연해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 사회의 그림자를 생생히 묘사했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전 감독과 화상 기자회견을 준비해 온 영화제측은 기자회견 15분 전 갑작스럽게 취소를 알렸다. 화상 기자회견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방법이 전 감독에게 공유되지 않았고 영화사와 영화제의 일정 조율 과정에서 시차 등 문제로 오해가 있던 것을 알려졌다. 영화제 측은 “영화제와 배급사, 전 감독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해명하고 “추후 일정을 다시 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직접 내한도 아닌, 온라인 만남을 추진한 저스틴 전 감독의 일정마저 틀어지면서 올해 BIFF는 예상치 못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 김경호 경기도의원 “농민 안전과 권리 증진 위한 의정 활동할 것”

    김경호 경기도의원 “농민 안전과 권리 증진 위한 의정 활동할 것”

    7일 오전 열린 경기도의회 제355회 임시회 제1차 농정해양위원회 회의에서 김경호 도의원(더불어민주당, 가평)은 농민을 위한 조례안 통과 등 활발한 의정활동을 전개했다. 김 도의원은 공동 발의한 ‘경기도 농업작업안전재해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심사하면서 농민 재해와 관련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김 도의원은 먼저 농업 근로자와 일반 근로자의 차이를 묻고 일반 노동근로자보다 농업 근로자들이 더욱 위험에 노출돼 있으나, 2019년 기준 전체 농민의 4%만 산재보험에 가입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또 농업인 안전재해보험의 가입률이 적은 이유는 보장성이 약하기 때문이라며, 농업인 안전보험의 보장성 강화, 의무가입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가평군의 경우 농업인 안전보험과 농기계 종합보험의 경우 농협이 조합원에 한해 자부담 부분을 지원하고 있어 가입률이 높다며 앞으로 농협과 잘 협의하여 개인부담금을 농협이 지원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의 방안을 주문했다. 이어 농업인 관련 보험의 경우 대부분 농업인과 법인만 지원하고 있으나 정작 농업 현장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일용직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어 이들은 보험이 가입되지 않아 사고 시 농민이 책임져야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경기도가 앞장서서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안전과 일용직 농업근로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농민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자연휴양림 관리 및 운영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공동발의자로 도가 운영하는 휴양림과 민간이 운영하는 휴양림의 입장객 차이가 크게 나고 있는 것은 인프라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며 앞으로 예산을 확보하여 많은 시설을 구축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개정 조례안의 핵심인 경기도가 운영하고 있는 휴양림(축령산휴양림, 잣향기푸른숲, 강씨봉휴양림)이 소재한 시·군 주민들의 경우 입장료 면제를 강제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했다. 마지막으로 도지사가 제출한 ‘경기도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조례안 통과 과정에서 경기도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 전문가가 참여한 공식 회의에서 최종 26개 면을 대상으로 공모하되 전문가 심사 후 2차에서는 무작위로 선정하도록 협의했다고 밝혔다. 김 도의원은 “공동발의를 통해 농민의 안전과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농민들의 권익을 위한 의정활동을 전개하겠다”고 말했다.
  • 인간에 대한 그 ‘리움’

    인간에 대한 그 ‘리움’

    미술관의 첫인상인 로비부터 확 달라졌다. 둥근 유리 천장이 있는 로툰다 주변에 검은 기둥과 의자들이 조형 작품처럼 간결하게 놓여 있고, 한쪽 벽면에는 가로 11m, 세로 3m의 초대형 미디어 월이 자리했다. 안내데스크, 사물함, 카페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격조와 세련미가 한층 두드러졌다. 서울 용산구 리움미술관이 8일 다시 문을 연다. 삼성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미술관은 ‘국정농단’ 사태 여파로 2017년 홍라희 관장이 물러나면서 소장품 상설전만 운영해 오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지난해 3월 휴관했다. 1년 7개월 사이 미술관은 로고를 교체하고 로비 공간을 리뉴얼하는 등 ‘제2의 개관’에 준하는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다. 전시 변화도 획기적이다. 한국 고미술과 현대미술 상설전을 7년 만에 전면 개편했다. 고미술 상설전은 ‘푸른빛 문양 한 점’, ‘흰빛의 여정’, ‘감상의 취향’,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 네 가지 주제로 나눠 각각 청자, 분청사기·백자, 조선시대 그림·글씨, 금속공예·불교미술을 선보인다. 국보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주자’, 김홍도 ‘군선도’ 등 국보 6점을 포함한 고미술 154점을 펼쳤다. 사각형 고려청자 향로, 흥선대원군의 ‘석란도 대련’처럼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세계 거장들의 명작을 모은 현대미술 상설전도 대폭 바뀌었다. 동서양 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검은색에 집중한 ‘검은 공백’, 빛과 움직임 등 비물질 영역으로 확장시킨 ‘중력의 역방향’, 현실 너머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상한 행성’을 주제로 회화, 조각, 설치 작품 76점을 전시했다. 2004년 개관 이후 리움의 기획전은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이끄는 선두 주자로 미술계의 각별한 주목을 받아 왔다. 이 때문에 4년 만에 귀환하는 기획전에 쏠리는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리움은 ‘인간’이란 거대 담론을 택했다. 태현선 학예연구실장은 “광범위하고 어려운 주제이긴 하나 코로나19 팬데믹이 심화시킨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과 인류의 미래에 대한 고민 등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피해 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인간-일곱 개의 질문’은 20세기 중반 전후 미술을 시작으로 반세기에 걸친 인간에 대한 예술적 탐색의 결과물들을 선보인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거장 세 명의 조각은 그 자체만으로도 평소에 보기 힘든 걸작들이지만 맥락을 갖춘 배치로 인해 전시의 흐름을 미리 보여 주는 예고편의 구실을 한다. 골격만 앙상하게 남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Ⅲ’(1960)은 인간의 실존적 고민을 드러내고, 신체를 단순하게 묘사한 앤터니 곰리의 ‘표현’(2014)은 몸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하게 한다. 무표정한 얼굴의 도시인 여섯 군상을 조각한 조지 시걸의 ‘러시 아워’(1983)는 공존해야 하는 인류의 숙명을 암시한다. 전시장에선 7개 질문별로 국내외 51명 작가의 작품 1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다만 소주제에 따른 작품 특성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아 동어반복이 되는 듯한 점은 아쉽다. 김성원 리움 부관장은 “재개관을 계기로 열린 미술관, 소통하는 미술관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상설전 무료 운영은 문턱을 낮추는 변화의 하나다. 기획전도 연말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탱글 전어 상큼 유자… 입으로 담은 맛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은빛 윤슬 금빛 들판… 눈으로 담은 가을 보석

    가수 송창식은 노래 ‘고래사냥’에서 “자~ 떠나자 동해 바다로”를 외쳤다. 동해는 바다를 뜻하지만 지명인 동해시도 있다. 안타깝게도 서해엔 서해시(군)가 없지만, 남해 바다에는 경남 남해군이 있다. 남해란 이름은 특별하다. 1980년대 생긴 지명인 동해시와 달리 신라 경덕왕 때부터 불린 이름이다. 남녘 바다를 지칭하는 이름처럼 영호남을 에워싼 남해 바다 중간에 떠 있는 섬이다. 지금이야 다리가 두 개나 놓여 육지와 연결됐지만 섬은 섬이다. 별칭은 보물섬이다. 보물이 많다. 마늘과 시금치(섬초), 유자, 죽방멸치 등 ‘먹는 보물’은 물론 아름다운 풍광의 ‘보는 보물’에다 문화재 등 ‘역사적 보물’까지, 진귀한 것들로 가득하다. 선선한 바람이 쪽빛 바다를 타고 불어 드는 가을에 보물섬을 다녀왔다. 동화를 연상케 할 만큼 신비로운 섬이지만, 외다리 존 실버 선장처럼 보물을 노리는 해적은 없다.●20년 전부터 조성된 남해 독일마을 ‘아우프비더젠’은 독일어로 또 만나자는 작별인사다. 필자는 고교 시절 제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데어데스뎀덴 디데어데어디’ 하는 신라 향가 같은 관사와, 숨을 모았다 내쉬어야 제대로 나오는 이상한 발음의 전치사를 외우느라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부분 학교의 독일어 선생님 별명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였다. 필자가 다니던 학교에도 게슈타포가 한 분 계셨다. 그분은 독일어가 얼마나 과학적이며 매력적인 언어인지 늘 강조하셨고, 그 때문에 학생들이 이 위대한 언어에 대한 불경을 저지르는 것을 용서치 않았다. 학력고사 20점에 해당하는 문제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고, 그에 대한 학습효과를 ‘단호한’ 교편(敎鞭)으로 ‘친히’ 점검하셨다. 졸업한 지 30년도 더 지난 지금, 필자가 수많은 독일어 주요 문법을 아직도 달달 외우는 이유다. 독일어의 추억이 대상포진처럼 문득 발진한 이유는 남해군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독일마을에 갔기 때문이다. 삼동면 물건리와 봉화리 일대 언덕의 약 9만㎡ 너른 부지에 위치한 독일마을은 조성한 지 올해로 딱 20년 됐다. 독일마을은 남해군이 독일 북부의 도시 노드프리슬란트와 1997년 자매결연을 맺으며 그 맹아가 텄다. 2001년 남해군은 파독 광부와 간호사의 귀국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택지를 조성해 분양했다. 이에 관심을 가진 25가구 정도가 직접 독일로부터 건자재를 수입해 전통 독일식 가옥을 짓고 이주하며 마을의 역사가 시작됐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교포들이 거주하는 집보다 민박과 게스트하우스, 상점, 식당, 카페 등이 더 많다.하지만 일부러 꾸민 ‘독일 테마파크’가 아니라 오랜 세월 독일에서 살아온 교포들의 실생활이 이뤄지던 곳으로, 그 진정성과 세밀함이 매력 포인트다. 집안의 소품 모두 재현품이 아닌 독일의 것이다. 호박색 기와를 올린 독일식 건축물과 외벽 장식, 정원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꾸며낸 것이 아니다. 가난한 시절 이역만리 독일 땅으로 떠났던 이들의 삶과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파독 광부 전시관과 파독 근로자 전시관을 따로 마련해 놓았다.주택가 진입로에는 독일 정통 수제 소시지와 햄, 족발 요리, 사우어크라우트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과 샤퀴테리아(가공육 공방)가 있고 바다를 조망하는 카페 역시 독일식 인테리어로 갖춰 놓았다. 언덕배기에 양쪽으로 펼쳐지는 거리 풍경이 하도 이국적이면서도 현실감 있어 마치 독일 북부 항구도시에 와 있는 듯하다. 물론 식사와 함께 독일이 자랑하는 맥주도 곁들여 맛볼 수 있다.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며 테라스에 앉아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아무렴, 발트해보다는 남해가 낫다. 풍광도 좋다. 언덕 아래로 물건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과 바다가 펼쳐지고, 해안을 옆에 두고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물미해안도로도 있어 관광 코스를 짜기에도 딱이다. 천연기념물 제150호 방조어부림은 폭 30m에 길이 1500m에 이르는 해변의 숲이다. 바닷바람을 막는 방풍과 숲 그늘로 물고기를 꾀어내는 어부림 역할을 동시에 한다. 무려 400여년 전인 1640년쯤 조성했다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1960년도 1인당 국민소득 79달러의 최빈국. 당시 한국은 가난했다. 무엇보다 일자리가 없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비약적 경제성장을 이룬 서독으로부터 차관을 받기 위해 ‘한독근로자채용협정’을 체결한다. 독일에서 기피업종으로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직종인 광부와 간호사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면에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 당시 한국 정부의 옹색한 국가신용등급 탓에 차관을 제공받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해외근로자의 임금을 담보로 서독 은행으로부터 지불보증을 받아 내려는 전략이었다. 1963년부터 시작된 파독 근로자는 1970년대 중후반까지 2만여명에 이르렀다. 광부가 8395명, 간호사(간호조무사 포함)는 1만 371명이 서독으로 떠났다. 1인당 월급으로 100달러가 넘게 지급됐으니 차곡차곡 외화가 쌓였다. 덕분에 한국 정부는 서독으로부터 약 7000만 달러의 차관 도입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이 돈을 바탕으로 빈곤퇴치와 경제부흥 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 정말 ‘나라를 구한’ 열렬한 애국이었다. 파독 근로자들은 어려운 근무환경에 인종 차별을 견디며 특유의 뚝심과 근면으로 버텼다. “글뤽 아우프(무사하기를).” 고등학생 때 이 말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지만, 광부들이 아침저녁으로 이렇게 인사를 나눴다. 이것만 봐도 당시 갱 속의 위험한 근무여건을 알 수 있다. 간호사들은 환자들의 대소변을 받아 내며 밤낮을 지새웠다. 성공적으로 독일에 안착한 이들이 노년에 고국으로 돌아와 보금자리를 튼 곳이 바로 독일마을이다. 파독역사전시관에 이에 관한 상세한 자료가 남아 있다.●비단산 둘러싸고 도는 옥색바다 남해와 해남(전남)은 앞뒤 음절만 다른 게 아니라 이미지도 많이 다르다. 해남은 땅끝의 이미지로 왠지 육지 느낌이라면, 남해는 이상향 같은 심상을 준다. 남녘, 남촌, 남국 등 남(南) 자가 앞에 달려서 그럴 것이다. 아직 춥지는 않지만 그래도 10월, 풍(楓) 내려오는 가을 복판이다. 들판과 바다가 한창 무르익어 가고 있다. 남해대교와 노량대교를 차례로 건너면 붉은 황토와 노랗게 물들어 가는 황금들판, 옥색 바다가 한눈에 든다. 남해의 산과 들, 바다가 잘 짜 놓은 유화 팔레트처럼 조화롭게 펼쳐진다. 남해는 사실 산이다. 욕탕에 물을 빼듯 바닷물을 비운다면 뾰족한 산이 나올 텐데, 그 산들이 바로 남해도, 창선도, 우도 등 남해군이 품은 섬이다. 실제 국내 섬 중 가장 산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최고 786m(망운산) 등 기세 좋은 산들이 섬을 채운다. 왕이 되면 온 강토를 비단으로 두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조선 태조가 이름을 붙였다는 금산(錦山). 무려 해발 700m에 이른다. 태조처럼 뭔가를 이루기 위해 찾는 이들이 많은 전국 3대 기도 도량 보리암이 금산의 산마루에 있다. 관광객이야 좋은 풍경을 보러 오는 것이니 어쨌든 그 소원 하나는 들어준다. 산은 좋지만 경작할 농토는 모자랐다. 이렇다 할 장비도 없이 ‘수금푸’(삽의 사투리)와 호미로 일일이 산을 깎아 경작지를 개간해야 했다. 남해에는 가천면 다랑이논 같은 노동의 유산이 여기저기 남아 있다. 10여층 높이의 계단 같은 논밭이 산허리로부터 바다를 향해 가파르게 떨어진다. 피땀 흘려 개간한 노동의 현장이지만 조형미만큼은 가히 예술적이다. 유려한 곡선(사실은 직선화할 수 없어 그랬을 테지만)이 가파른 층을 이루며 첩첩 오른다. 밑에서 보자면 하늘 계단이며 위에서 보면 곡면으로 구성한 몬드리안의 추상화다. 벼가 무르익으면 여기에 황금색이 입혀진다. 가을 다랑이논이 사진가에게 사랑받는 이유다.남해가 보물섬이란 설정에는 특유의 목가적 분위기도 한몫한다. 설천면 구두산에는 유럽 초원을 닮은 양떼목장과 양모리학교가 있다. 푸른 언덕에 양들이 뛰어놀고 있다. 시간 맞춰 가면 양몰이 개 보더콜리가 뛰어다니며 어린 양떼를 통제하는 진풍경도 관람할 수 있다.남해는 바다다.(아깐 산이라더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풍요롭고 비옥한 바다다. 이 바다에 봄이면 플래티넘처럼 반짝이는 멸치떼가 돌아오고, 가을이면 전어와 우럭 등 싱싱한 횟감과 전복, 소라 등 맛난 먹거리가 넘쳐난다. 관음포는 고현면 북쪽에 있는 포구다. 노량 바다를 바라보는 나지막한 언덕 아래 있다. 이락포(李落浦)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순신 장군이 서거한 곳이란 뜻이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충무공은 관음포에서 왜란의 마지막 해전인 노량해전 중 장렬히 전사했다. 충무공의 뜻을 기리는 이락사 등 유적과 영상관, 다양한 조형물과 기념물이 이곳에 있다. 그 이전인 고려 때는 인근 선원사(지금은 절터만 남아 있다)에서 팔만대장경(국보 제32호)을 판각했다. 이래저래 호국성지인 곳이다. 상주은모래해변도 남해 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포인트다. 저물어 가는 가을볕을 받아 윤슬과 더불어 반짝이는 은싸라기 같은 모래밭을 바라보면 과연 그 이름이 무색하지 않다. 이 외에도 멸치떼가 지나는 지족해협과 죽방렴, 남해안 특유의 청자색 계열을 색색별로 눈에 담아 올 수 있다. 산이 높아 길도 한참 올라가는 탓에 눈부신 바다는 어느 곳엘 가도 따라다닌다. 코로나로 ‘바다 결핍’에 시달린다면 당장 남해를 찾아야 한다.●보물섬의 숨은 보물찾기 엘림 마리나 앤드 리조트는 독일 마을 아래 물건항에 위치한 요트 리조트다. 요트 정박장과 편의시설동, 테라스와 월풀욕조 등을 갖춘 숙박동으로 구성됐다. 럭셔리 요트와 제트 보트 등을 체험할 수 있다. 19~20세기 초에 제작된 빈티지 아날로그 오디오와 다양한 제조사의 중대형 바이크를 수십대 모아 둔 전시실도 갖췄다. 비 오는 날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날에 찾아볼 만하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골든앵커 레스토랑에선 정통 이탈리아 요리를 선보인다. 저녁 시간에는 새파란 하늘이 코발트 빛으로 저물어 가는 진풍경과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다. 아난티 남해는 이미 유명한 곳. ‘물결’이 모티브로 녹아든 건물에 스위트룸 150개와 프라이빗 빌라 20개로 구성됐다. 리조트 조성 당시 5베이 구조를 채택해 어떤 객실에 묵어도 바다와 섬, 골프 코스를 볼 수 있다. 몇 년 전 힐튼 브랜드에서 아난티로 주인이 바뀌었다. ‘관광’보다는 ‘쉼’을 강조하며 콘셉트도 바꿨다. 어린이 섹션과 반려동물 동반, 서가 등 일상 속 ‘느림’을 표방하며 자연 속 휴식의 즐거움을 추구했다. 예술적 영감을 더한 굿즈와 식음료는 독특한 개성으로 채웠다. 아난티 남해는 자연과 인공이 어우러지며 시너지를 낸다. 리조트 곳곳을 둘러보는 것 자체가 휴식이다. ●조선시대 여행작가 류의양 ‘남해문견록’ 남겨 독서의 계절에 남해에 왔는데 유배문학관을 빼놓기도 뭐하다. 남해는 대표적인 유배지였다. 하지만 남해 풍광을 가만 떠올려 보면, 형벌이 아니라 인센티브 휴가에 가깝다. 워케이션처럼 남해에 유배 와서 교육과 저술활동을 한 선비들이 많았다. 가시나무 울타리 밖으로 못 나오게 하는 위리안치를 제외하면 집을 짓고 서당을 열어 아이들을 가르치거나 시를 쓰며 보냈다. 이때 유배문학이라는 독특한 장르가 탄생했다. 유배형이 있던 외국에도 공통된 현상이 있었다. 일본의 스가와라노 마치자네, 중국의 이백, 소동파, 백거이 등 당대 최고 시인들은 물론이며 서양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찾아볼 수 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은 워털루 전투에서 패한 후 1815년 영국령 세인트헬레나섬으로 귀양을 가서 구술서 ‘세인트헬레나의 회상’을 남겼고 문호 빅토르 위고 역시 나폴레옹 3세에 의해 추방당한 후 영국 해협의 저지섬과 건지섬에서 살며 명작 ‘레미제라블’을 썼다. 러시아 푸시킨 역시 미하일로프 유배 생활 중 그 유명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썼다. 남해에는 ‘사친시’(思親詩)의 서포 김만중을 비롯해 이규보, 김굉필, 권근, 김정 등 수많은 문필가들이 유배 생활 중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그 가운데 류의양(1718~미상)은 현대적 의미의 ‘여행작가’라 할 수 있다. 그림 같은 남해의 풍경과 생활상을 한글로 기록한 남해문견록을 남겼다. 류의양은 책에 풍경과 지리뿐 아니라 사투리 등 다양한 생활상까지 담아 국문학뿐 아니라 언어학에서도 귀중한 사료가 되고 있다. 가을날의 보물찾기. 보물섬 남해 땅에서 도전할 수 있다. 글 사진 이우석 놀고먹기연구소장 demor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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