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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화의 이면에 감춰진 신라인의 정치적 욕망

    우아한 자태와 화려한 의장, 장엄한 소리로 ‘신품(神品)’이라 불리는 에밀레종(성덕대왕신종). 그 한 서린 긴 여운의 종소리에는 한 편의 슬픈 설화가 실려 내려온다. 종 만드는 일이 실패를 거듭하자 어린 아이를 제물로 바쳐서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다는 이 특별한 종. 아이의 한이 서려 ‘어미 때문이야’라고 외치는 듯한 ‘에밀레∼’ 소리를 낸다고 한다. ‘에밀레종의 비밀’(푸른역사 펴냄)은 이처럼 슬픈 내력을 지닌 에밀레종의 진실을 밝힌다. 저자는 ‘석굴암, 그 이념과 미학’ 등의 책을 낸 성낙주(54·서울 중계중 교사)씨. 에밀레종 설화와 만파식적 설화를 바탕으로 에밀레종의 이면에 감춰진 폭력적 진실과 신라인의 정치적 욕망을 파헤친다. 저자는 에밀레종 설화의 허구성을 조목조목 지적한다.“신라사회의 성숙도나 종교사상적 동향 등을 감안할 때 아이를 끓는 쇳물 속에 던졌을 확률은 단 1%도 없습니다. 신라 왕실의 정치적 역학관계를 폭로하는 하나의 알레고리일 뿐이지요.” 당시 종을 만드는 일이 거국적인 공개 불사(佛事)이며, 불교 자비사상이 널리 퍼져있는 상황에서 아이를 제물로 바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것. 저자는 희생된 아이는 중대 신라시대의 권력투쟁에서 희생된 혜공왕을 상징하며, 제 아이를 제물로 바친 어미는 당시 혜공왕을 쥐락펴락하며 섭정한 대비 만월부인이라고 주장한다. 에밀레종 설화에는 혜공왕을 동정하고 외척세력을 비난하기 위한 정치고발적 성격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책은 에밀레종의 독창적인 양식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에밀레종은 대나무 모양의 원통에 용이 두 다리를 앞뒤로 힘차게 뻗어 물살을 가로질러 오는 형상을 하고 있다. 이는 문무왕을 형상화한 것으로, 에밀레종은 ‘소리로 세상을 다스려라.’라고 유언했던 문무왕의 욕망을 담고 있는 신기(神器)라는 것이다. 에밀레종은 “무작위로 이뤄진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한 조형원리에 따라 치밀하게 기획된 결과물”이라는 것이 책의 요지다.2만 5000원. 김규환기자 khkim@seoul.co.kr
  •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신간 ‘아메리카나이제이션’

    한국사회에서 미국은 단순히 특정 국가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방 이후 미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핵심 변수이자 삶의 화두가 됐다. 이제 미국을 빼고는 한국의 평화도, 경제도, 문화도 말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토플대란과 영어몰입교육은 교육·문화의 미국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쇠고기 수입조치 논란은 ‘경제의 미국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0세기 초반 미국의 다양한 제도와 가치가 새로운 자본주의 질서 재편성과 (정보)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토대로 세계 각 지역에 다양한 방식으로 펼쳐지고, 그 결과 수용 지역에서 자발적이거나 강요에 의해 그런 것을 베끼고 따라잡는 현상과 과정.” 최근 출간된 ‘아메리카나이제이션―해방 이후 한국에서의 미국화’(김덕호·원용진 엮음, 푸른역사 펴냄)가 정의하는 ‘미국화’(Americanization)의 개념이다. 책은 미국이 한국사회에서 절대적 지위를 점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분석한다. 책을 집필한 한국아메리카학회 연구자들은 우리가 친미와 반미의 이항대립 구도에 갇혀 미국의 실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모두 8편의 논문은 ‘우리 안의 미국화’ 양상을 정치, 언론, 종교, 학문, 대중문화 등 다방면에서 분석한다. 유선영 한국언론재단 연구위원(‘대한제국 그리고 일제 식민지배 시기 미국화’)은 식민지 조선인들이 식민 지배국이 일본이었음에도 미국을 구원자이자 근대성의 시혜자로 받아들였다고 분석한다. 원용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한국 대중문화, 미국과 함께 혹은 따로’)는 대중문화 전반에 드러나는 미국화 흔적을 일방적인 주입이 아닌 수용, 포섭, 저항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이진구 호남신학대 초빙교수(‘해방 이후 남한 개신교의 미국화’)는 한국의 미국화에 개신교가 어떻게 개입했는지를 살핀다. 최성희 경희대 영미어학부 교수는 한국전쟁 직후 미국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연극을 관람한 남녀의 입장차에 주목한다.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하는 여성들은 여주인공의 ‘자유부인’적 캐릭터에 열광한 반면, 남성들은 여성관객들의 반응을 미국의 소비주의 및 물질주의와 동일시하며 비판했다. 성별에 따라 미국을 수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책꽂이]

    ●아버지라는 이름의 아버지(오승훈 지음, 파라북스 펴냄) 김근태 국회의원, 가수 한대수, 사진작가 박상훈,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등 8명의 저명 인사들에게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과 그 의미를 불러냈다.‘좋은 아버지’의 역할모델을 고민하는 이 시대 아버지들의 목소리가 실렸다.1만 2000원.●교사와 책 미래의 힘(박인기·우한용 기획, 솔출판사 펴냄) 교육현장의 교사들이 폭넓은 교양과 지적 경험을 쌓기 위해 꼭 읽어볼 만한 책 100권을 간추렸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고전, 문학작품, 예술서, 교육에세이에 교수법까지 아울렀다.1만 8000원.●성찰하는 진보(조국 지음, 지성사 펴냄)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진보세력의 성찰을 제안하는 칼럼집.“아직도 ‘민주 대 반민주’‘민족 대 반민족’이라는 옛노래를 부르는 ‘진보’는 ‘수구·무능좌파’라고 욕먹어 마땅하다.”며 사회구조를 바꾸고 대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 과감히 맨얼굴을 바라보며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1만 3000원.●숨겨진 우주(리사 랜들 지음, 김연중·이민재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가로, 세로, 높이의 3차원에 1개의 시간 차원 등 세계는 4차원으로 이뤄진 듯하지만,5차원과 여분차원(눈에 보이지 않는 4차원보다 높은 차원의 세계)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 물리학자인 저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4차원 세계는 5차원 공간의 그림자이거나 수챗구멍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2만 8000원.●신이 내린 광기(제프리 A 코틀러 지음, 황선영 옮김, 시그마북스 펴냄) 실비아 플라스, 주디 갈랜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10명의 천재 예술가들의 자전적 이야기를 통해 ‘광기’와 ‘창조성’의 경계를 살폈다. 성장과정, 심리변화 등을 짚으며 천재들이 내면의 광기를 어떻게 다스려 예술로 승화시켰는지 주목했다.1만 5000원.●착한 책(원재훈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 전방위 글쓰기를 자랑하는 원재훈 시인이 교양정보, 픽션, 잠언글 등 다양한 형식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9500원.●천년의 선비를 찾아서(이성원 지음, 푸른역사 펴냄) 농암 이현보의 17대 종손인 저자가 들려주는 종택 이야기. 한때 저자는 종손의 책무가 버거워 방황했으나, 지금은 ‘선비정신’에 매료돼 기꺼이 유가적 삶을 살고 있다. 안동 문화의 핵심인 종택문화와 선비 정신, 안동의 문화유적과 자연 등을 두루 전한다.1만 5000원.●대한민국 선거이야기(서중석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1948년 한국 최초의 선거에서부터 2007년 대선까지 60년 현대사를 선거를 중심으로 재조명했다. 이승만 집권 12년, 박정희 집권 18년, 전두환·신군부 집권 8년, 민주화 시대 등으로 구분지어 현대사 변화의 견인차로서 선거의 의미를 되짚었다.1만 3000원.●패자의 역사(구본창 지음, 채륜 펴냄) 지배자의 시각으로 그려진 역사는 기만으로 가득하다는 주장 아래 새로운 역사인식을 제안한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했는지, 율곡이 10만 양병설을 진짜 주장했는지, 암행어사나 신문고가 실제 백성들의 애환을 풀어주었는지, 조선 물산장려운동이 얼마나 기만적이었는지 등에 의문을 던진다.1만 2000원.
  • [책꽂이]

    ●새로 쓴 5백년 고려사(박종기 지음, 푸른역사 펴냄) 1999년 초판된 것을 고려시대의 문화분야를 집중 보강해 새로 쓴 고려사 개설서. 삼국 및 조선왕조사와의 비교를 통해 고려사의 특성을 짚는 데 중점을 뒀다.1만 8000원.●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구트룬 슈리 지음, 김미선 옮김, 다산북스 펴냄) 안테나에 잡히는 소음을 추적하다 빅뱅을 발견한 펜치아스와 윌슨 등 인간의 열정이 ‘우연’을 만나 이룬 쾌거의 역사 16가지를 소개한다.1만 3000원.●이인식의 세계신화여행(전2권)(이인식 지음, 갤리온 펴냄) 대각선 모서리에 서 있을 듯한 신화와 과학의 경계를 허물어 신화 속 과학, 과학 속 신화를 찾는다. 신화에 담긴 인간의 꿈이 어떻게 과학기술로 실현됐는지 추적한다. 각권 1만 2000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희망의 조건(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지음, 시대의창 펴냄) 진보대안을 만드는 민간 싱크탱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대를 맞은 우리 사회의 현실과 과제를 논의해 묶었다. 달라진 경제구조 안에서 노동자와 농민, 대학생, 자영업자가 처한 상황을 돌아보고, 그 어떤 대안보다 스스로 희망을 찾아 대안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1만 6000원.●도그 위스퍼러(세사르 밀란 지음, 오혜경 옮김, 이다미디어 펴냄)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세사르 밀란의 도그 위스퍼러’를 진행하며 인기를 모은 진행자 세사르 밀란이 쓴 애견 훈련법. 개를 너무 응석받이로 만들거나 인간과 동격으로 대하지 말고,“개는 개답게 키우라.’는 도발적 메시지로 미국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이다.1만 1000원.●인권교육, 날다(인권교육센터 ‘들’지음, 사람생각 펴냄) 인권재단에서 공부방, 어린이·청소년 인권캠프 등을 운영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운동 및 교육의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알기 쉽게 소개했다.1만 8000원.●위대한 나(매튜 켈리 지음, 이창식 옮김, 세종서적 펴냄) 백만 달러짜리 경주마에게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이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햄버거를 먹을까. 현대인들은 행복을 향해 너무 바삐 달리다 결국 불행에 빠지는 ‘행복 패러독스’를 겪고 있다. 행복을 위해 불행한 삶을 사는 아이러니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한다.1만원.●동의보감 외형(外形)편-제2권(허준 엮음, 동의과학연구소 옮김, 휴머니스트 펴냄) 신체 각 부위에서 생기는 질병의 증상과 진맥법, 약물 처방, 침뜸법 등의 치료법을 제시한다.‘외형’편은 인체 각 부분을 체계적으로 설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륙판 4만 5000원.●우리 그래도 괜찮아(빅맘스클럽 지음, 여성신문사 펴냄) 여성 한부모 모임 ‘빅맘스 클럽’(Big Mom’s Club) 회원들이 자신들의 생생한 삶을 함께 엮었다. 빈곤여성 한부모 가족의 현주소가 한국사회의 바로미터라 주장하고, 우리 사회의 가족모델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9800원.
  • [책꽂이]

    ●서양문화사 깊이 읽기(박준철 등 지음, 푸른역사 펴냄) 서양사 전체를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종래의 방식을 탈피하고 각 시대별 주요 국면에 나타난 인물, 현상, 사건, 쟁점 등을 주제로 잡아 당대 사회문화를 조망했다. 박준철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부교수 등 문화사학회 소속 13인이 함께 썼다.1만 5000원.●욕망의 발견(윌리엄 B 어빈 지음, 윤희기 옮김, 까치 펴냄) 인간 삶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면서도 만족에 이르지 못하는 인간 욕망의 기저를 고대 및 현대 유럽 철학자들의 가르침을 빌려 통찰했다. 욕망의 형성과 성취, 인간의 행복 사이에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짚었다.1만 5000원.●세계 최고의 여행기, 열하일기(전2권)(박지원 지음, 고미숙 등 엮음, 그린비 펴냄) 연암(燕巖)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풍부한 그림자료와 해설을 곁들여 현대감각에 맞춰 쉽게 읽힐 수 있게끔 엮었다. 어려운 고문(古文)을 멀리했던 연암의 정신을 살려, 예컨대 필담 부분은 희곡 형식으로 변형해 엮기도 했다.1만 8000원.●조선의 킹메이커(박기현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조선시대를 주름잡은 참모 8명을 재조명했다. 이성계와 함께 조선건국을 설계한 정도전을 비롯해 하륜, 황희, 신숙주, 조광조, 유성룡, 최명길, 채제공 등을 통해 21세기형 참모상을 제시했다.1만 2000원.●힐러리 미스터리(수전 모리슨 엮음, 유숙렬·이선미 옮김, 미래인 펴냄) 여성작가와 저널리스트 30인이 힐러리 클린턴에 대해 자유로운 형식과 주제로 쓴 글을 엮었다. 어린 시절부터 헤어스타일, 옷차림, 목소리 등 정치인 힐러리의 모든 것을 다뤘다.1만 1500원.●당신이 판사(안영문 지음, 산지니 펴냄) 지난 1월1일부터 국민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 시대가 열렸다. 변호사인 저자가 배심재판 관련 상식들을 쉽게 풀어썼다. 배심재판 도입배경, 배심원 선정 절차, 배심재판 진행과정, 평결절차 등을 외국사례들을 곁들여 상세히 소개했다.1만 2000원.●몽상과 매혹의 고고학(C W 세람 지음, 강미경 옮김, 랜덤하우스 펴냄) 과거를 더듬는 필사의 도전에서 공공 고고학과 첨단 발굴 장비까지, 고고학의 역사를 정리했다. 고고학의 대표작 ‘낭만적인 고고학 산책’의 저자가 다양한 사진자료를 곁들여 고고학을 낭만적 모험의 학문으로 그렸다.2만 3000원.●소로의 속삭임(헨리 데이비드 소로 지음, 김욱동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미국의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생태사상을 김욱동 서강대 인문학부 명예교수가 다듬어 엮었다. 소로 사상의 원형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등을 짚었다.1만 3000원.●나는 문학에서 건축을 배웠다(김억중 글·그림, 동녘 펴냄) 건축가인 저자는 “제대로 된 건축수업을 받아보지 못했으면서도 건축에 눈을 뜬 건 문학작품을 통해서였다.”고 돌아봤다.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장소성에 주목해 건축의 의미를 다시 찾아본 에세이.1만 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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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의 역사(마이클 볼러 등 지음, 하윤숙 옮김, 예담 펴냄) 자동차의 역사를 컨버터블, 클래식카, 레이싱카 등으로 나눠 설명하는 자동차 백과사전. 자동차 역사를 바꾼 전설적인 모델의 사진과 함께 각 모델들의 구체적인 사양까지도 자세히 소개했다. 표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페라리 F50 등 자동차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된 모델들의 사진에 마니아들의 입이 벌어질 만하다.630쪽.10만원.●와인의 세계, 세계의 와인(이원복 글·그림, 김영사 펴냄) ‘먼나라 이웃나라’의 작가 이원복 교수도 알고본즉 지독한 와인애호가였다. 와인을 향한 그의 애정과 학자로서의 지식을 듬뿍 담은 와인 교양서. 와인에 얽힌 발효과학, 포도의 품종과 특징, 와인 마시기 좋은 온도 등 와인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샹파뉴(샴페인)를 널리 퍼뜨린 클리코의 일화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작가 특유의 유머에 버무려졌다.1만 1900원.●사라져가는 수공업자, 우리 시대의 장인들(박영희 글, 조성기 등 사진, 삶이보이는창 펴냄) 시인이자 르포 작가인 지은이가 6명의 다큐사진 작가들과 함께 엮었다. 귀금속 세공사, 선박 수리공, 이발사, 자전거 수리공 등 자본주의의 경계에 서있다가 결국 ‘무대’밖으로 밀려난 쓸쓸한 삶들을 현장감 있게 기록했다.1만 1000원.●쟁점으로 읽는 중국 근대 경제사(필립 리처드슨 지음, 강진아·구범진 옮김, 푸른역사 펴냄) 19세기 초부터 20세기 중반, 즉 중화민국 성립 직후까지의 중요 쟁점들을 중심으로 전통적 중국경제가 근대를 거치면서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짚었다. 저자는 “오늘날 중국 특유의 자본주의를 이해하기 위해 근대 경제는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1만 3000원.●잃어버린 문화유산을 찾아서(강소연 지음, 부엔리브로 펴냄) 문화재청 집계에 따르면, 해외로 유출된 우리 문화재는 7만 5000여점. 잃어버린 문화유산과 함께 잃어버린 우리의 과거를 찾으려는 지은이의 진솔한 열정이 담겼다. 해외유출된 국보급 문화유산 20여점을 담은 사진 200여장을 공개하고 자세한 설명도 덧붙였다. 지은이는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이자 홍익대 겸임교수.2만 5700원.●동경 일화(콘도 다이스케 지음, 김경철 옮김, 북쇼컴퍼니 펴냄) 도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국독자를 겨냥해 들려주는 책. 일본의 유력 주간지 ‘주간현대’의 부편집장인 지은이는 부실건축 아파트, 황혼이혼, 이승엽 계약밀화, 일본정치 뒷이야기, 도쿄 호텔 전쟁 등 언론인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재조명했다.9800원.●열정의 컬렉터(박현주 지음, 살림Biz 펴냄) 미술 투자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이즈음.“미술투자의 진정한 성공은 미술품을 만들어낸 작가의 열정에 있으며, 그 열정을 이해한 후에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독특한 시각의 미술품 투자 가이드북. 최근 급성장세를 타는 젊은 국내 작가 40명을 인터뷰했다.1만 6000원.●대학(大學)·중용(中庸)(이세동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 국가 지도자 양성의 치밀한 설계도로 꼽히는 ‘대학’, 융합과 통일을 지향하는 유가사상의 정수인 ‘중용’을 이세동 교수(경북대 중어중문학과)가 완역했다. 어느 시대에서건 지도자라면 ‘대학’과 ‘중용’의 이상을 향해 노력해야 한다는 만고불변의 명제를 재확인할 수 있다.1만 3000원.
  •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삶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삶

    한평생 꿈을 좇아 인생의 여백을 채워온 사람이 책을 썼다. 대기업 CEO로 은퇴한 뒤 30여년간 취미였던 서예공부에 매달려온 김종헌씨가 ‘추사(秋史)를 넘어’(푸른역사 펴냄)를 펴냈다. 그 자신 전문 서예가의 꿈을 이루진 못했으나, 서예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권에 머물기를 소망하는 바람은 접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대로 책은 “붓에 살고 붓에 죽은 서예가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추사의 글씨는 배우거나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추사의 글씨를 배우고 가르친다는 것은 이미 죽은 글씨를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다. 추사를 뛰어넘기 위하여 그의 글씨를 임서하면서 배울 필요는 없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추사의 정신과 예술혼뿐이다.” 본문에서 짧게 덜어낸 저자의 논지다.‘얼’이 깃들지 않은 예술행위는 공허하다는 주장 아래 전개되는 책에는 모두 7명의 서예가들이 등장한다. 추사 김정희, 왕희지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체해 있던 중국 서단에 과감히 서체변화를 주도했던 판교 정섭 등 두 대가의 삶과 예술세계를 우선 조명했다. 도마 안중근, 소전(素筌) 손재형, 검여(劍如) 유희강, 소지도인(昭志道人) 강창원, 송천(松泉) 정하건 등 한국 근현대 서단을 풍미한 서예가들의 붓끝을 따라 저자의 종횡무진 서예 편력기가 펼쳐진다. 서예대가들의 행적이나 예술세계를 평면적으로 나열하지 않았다는 점은 책의 묘미이다. 자신이 대가들의 예술세계를 첫 대면한 순간순간을 에세이를 쓰듯 부담없이 녹여냈다. 예컨대 1980년대 초 독일 뒤셀도르프의 허름한 중국책방에서 판교의 세계를 처음 만난 이후 탈속하면서도 청아한 ‘육분반서’(六分半書·여러 서체를 뒤섞고 크기가 서로 다른 서체)에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들었다고 술회한다. 중국 서단의 유행을 늘 한발 늦게 쫓아가던 우리에게 판교를 넘어선 세계를 제시한 이가 추사 김정희였다. 추사의 서화예술을 이해시키려 책은 그의 학문과 예술형성 과정 자체부터 짚었다. 전통 예서를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추사체를 내놓기까지 그가 중국의 대학자 완원을 사사한 일화 등이 나온다. 추사가 판교를 넘어섰건만 어느 누구도 다시 추사를 넘어서지 못했다. 책이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은 지점이 이 대목이다. 추사체를 쓰고 가르치며 줄기차게 답습만 해서는 형태만 베낄 뿐 의취(意趣)를 담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 숙제를 풀어보고자 붓에 살고 죽었던 서예가 5인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의미깊어진다. 책에 따르면, 우리 서예사에서 인격과 합치되는 필체를 남긴 인물이 안중근이었다. 한글 전예서의 새 경지를 열어놓고도 정치외도를 하는 바람에 추사를 넘어서지 못한 손재형, 중풍으로 오른손을 못쓰자 왼손으로 글씨를 써 좌수서(左手書)의 경지를 개척한 유희강, 안타깝게도 탈속의 즐거움으로만 글씨를 썼던 강창원, 전통 서예의 맥을 잇는 현역작가 정하건. 난해하지 않은 서예입문서를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묵향으로 부담없이 수저를 들게 하는 운치있는 밥상이다.“그저 서예를 사랑해온 은퇴한 서생일 뿐”이라는 저자는 “젊은 세대들이 서예를 사랑하는 동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출간의 의미를 밝혔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책꽂이]

    ●진화하는 (김종업 지음, 선 펴냄) 인간과 생명에 대한 본질적 의문을 주제로 고민했다. 여러 정신수련 단체나 사이비 종교도 인간의식을 들여다본다는 맥락에서 터부시 하지 않고 책 주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오랜 수련과 초능력 탐구를 통해 얻은 지식을 총동원했다. 두뇌가 창조의 도구가 아니라 우주정보의 수신기라는 등의 주장이 흥미롭다.1만원.●중국에서 대박난 한국상인들(강호원 지음, 이지출판 펴냄) 중국경제가 2030년에는 일본을,2050년에는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서방 경제연구소들의 관측이 잇따르고 있는 현실이다.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최첨단 하이테크 산업에까지 진출해 명실공히 ‘세계의 공장’으로 변모한 중국. 세계일보 경제팀장인 저자가 그곳에 진출한 한국 경제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1만 5000원.●가부루의 신화(김진송 지음, 푸른역사 펴냄) ‘서울에 딴스홀을 허하라’ 등으로 현대문명의 근간을 성찰해온 ‘목수’ 김진송이 이번엔 상상의 저력을 펼쳤다.1998년 강원도 고성군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점토판에서 이야기를 착안,6000∼7000년 전 동해안 일대에 존재했을지 모르는 가상의 고대부족 ‘가부루국’의 역사와 신화를 소설 형식으로 직조했다.1만 2000원.●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크리스티안 프라가 지음, 마음산책 펴냄) ‘가위손’‘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을 연출한 인기감독 팀 버튼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인터뷰집.“다른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보는 게 무섭고 항상 싫었다.”“내가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등의 고백이 녹아있다.‘영상시인’이라 불려온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도 있었다.1만 4000원.●근대 여성, 제국을 거쳐 조선으로 회유하다(박선미 지음, 창비 펴냄) 1942년 일본 유학을 떠난 조선 여학생 수가 2947명이나 됐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무엇이 그들을 일본으로 향하게 했을까. 또 그들은 한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지금껏 조명받지 못했던 조선 여성 유학생들의 이야기. 지은이는 일본 쓰쿠바(筑波)대 전임강사이다.1만 5000원.●철학의 눈(박이문 지음, 미다스북스 펴냄) 미국 시몬즈 대학 명예교수인 저자의 젊은 시절 일기, 언론 기고문을 엮었다. 철학자인 지은이가 서른한살에 대학 전임강사 자리를 박차고 파리유학을 떠난 사연,‘섬’의 작가 장 그르니에가 그의 원고를 격찬하며 자신이 발간하던 잡지에 실었던 일화 등이 실렸다. 노(老) 철학자의 소소한 추억담을 통해 삶의 의미를 성찰하게 된다.1만 2000원.●영남대로(신정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영남의 선비들이 과거보러 가던 길, 임진년 왜군이 진격하던 길,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향하던 그 길. 부산에서 서울까지 구백육십리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본 답사기. 옛길 문화재 지정운동을 벌이고 있는 지은이는 옛길을 복원해 보행권이 확보되면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믿는다.1만 7000원.●영장류의 평화 만들기(프란스 드 발 지음, 새물결 펴냄) 침팬지, 붉은원숭이, 붉은얼굴 원숭이, 보노보 그리고 인간. 이들 5종의 영장류 사이에 대체 어떤 공통성향이 있을까. 손 뻗어 내밀기, 미소짓기, 입 맞추기, 껴안기 등 유화적 제스처가 특히 닮았다는 게 저자의 주장. 인간에겐 공격적·폭력적 성향만큼이나 화해의 능력도 내재돼 있다는 것이 책의 핵심주제이다.1만 6500원.
  • [시론] 매사마골(買死馬骨)의 지혜/백승종 도서출판 푸른역사 편집인·경희대 겸임교수

    [시론] 매사마골(買死馬骨)의 지혜/백승종 도서출판 푸른역사 편집인·경희대 겸임교수

    ‘매사마골(買死馬骨)’이란 말이 있다. 중국 고대에 연(燕)나라의 왕이 인재를 찾아 나섰을 때 왕의 스승이 들려준 이야기다. 어떤 왕이 명마를 구하지 못해 애를 태웠다. 그러자 왕에게 천금을 요구한 신하가 있었다. 왕은 돈을 건넸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죽은 명마의 뼈에 불과했다. 당연히 왕이 화를 내자 신하가 말했다. “명마는 워낙 귀해 누구도 쉽게 내놓으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선 그 뼈를 사느라 거액을 지불했습니다. 이 소문이 세상에 퍼졌으니 비싼 값에 명마를 팔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올 것입니다.” 과연 그 말대로 되었다. 이에 감동한 연나라 왕이 인재를 대우하자 천하의 인재가 몰려와 부국강병을 이루었다. 이 이야기를 새삼 꺼낸 것은, 국가 발전의 동력인 이공계 인재가 태부족하다는 보도에 마음이 답답해졌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올해 2학기에 공대 교수 7명을 채용할 계획이었으나 결국 단 한 명도 뽑지 못했다. 대학이 기대한 유능한 지원자가 없었다고 한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젊은이들이 이공계 진학을 기피하는 것은 취업률이 낮기 때문이다. 국내 노동자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20% 미만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이공계 출신이 노동력의 30% 이상인 것과 대조적이다. 독일에선 이공계 출신을 채용하면 국가가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할 정도다. 그래서겠지만 독일의 이공계 박사들은 실업률이 0.4%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다. 국내 대학의 이공계는 인재의 불모지가 되어가고 있다. 재능이 있는 학생들은 의대나 한의대로 몰려들고, 중상류 대학에선 기초학업능력 미달인 학생들이 많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부실한 학사관리다. 입학만 하면 사실상 졸업이 보장된다. 독일의 경우 수학, 물리학 등 이공계에 낙제생이 많다. 졸업생은 입학생의 절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공계 졸업생이라면 평점에 관계없이 성실하고 유능하다는 사회적 평가가 따른다. 국내 이공계 대학은 연구여건도 나쁘다. 연구시설은 하향 평준화되어 있고, 보수는 연공서열 순이다. 동일 직급에선 평등이 거의 철칙이다. 이것은 학문 발전의 적(敵)이다. 사정이 여러 모로 답답하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과학자들이 귀국을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귀국 후 포부를 펼칠 여건이 안 되어 있어 그들의 애국심에 호소해 귀국을 종용할 수는 없다. 젊은 연구자들은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라도 귀국이 쉽지 않다. 기러기 아빠가 즐비한 현실을 감안할 때 어린 자녀를 데리고 귀국한다는 것은 상당한 모험이다. 해결 전망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매사마골’에 담긴 뜻을 되새겨 본다. 왕이 명마를 구하려고 천금을 썼듯, 연구 여건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큰돈을 투자해야 옳다. 학문의 발전을 방해하는 대학의 무조건적 평등주의도 청산 대상이다. 죽은 명마의 뼈라도 사들이겠다며 세상을 순례할 자세가 요구된다. 앉아서 인재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오산이다. 목마른 이가 샘을 판다. 해외의 유명 대학은 인종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유능한 학자를 찾기 위해 애를 쓴다. 그들은 일부러 국제 학회를 쫓아가 유망한 학자를 데려간다. 축구선수 한명을 뽑기 위해 명감독이 비행기를 타고 세계를 오가는 세상이다. 과학기술이 국가발전을 위한 ‘명마’라면 그 정도 고생과 비용은 각오해야 한다. 백승종 도서출판 푸른역사 편집인·경희대 겸임교수
  • [내 책을 말한다] ‘예언가 우리역사를 말하다’/푸른역사 펴냄

    [내 책을 말한다] ‘예언가 우리역사를 말하다’/푸른역사 펴냄

    1990년대 초반부터 나는 한국 역사상에 보이는 예언을 눈에 띄는 대로 수집했다. 예언서의 사료적 가치에 주목한 것이다. 어떤 예언이 맞았는지 틀렸는지를 알아보는 것은 물론 재미있다. 하지만 예언이 담은 역사적 의미를 캐내는 작업은 더욱 흥미롭다. 가령 고려시대에는 어째서 도선국사를 최고의 예언가로 떠받들었는지를 조사하는 것은 ‘도선비기’의 예언이 적중했는지를 알아보는 것 이상으로 흥미진진하다. 예언서에는 정사의 흐름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사적 인식이 살아 숨쉰다. 불사이군(不事二君)은 유교 국가의 중요한 정치적 이념이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늘 그랬다. 아무도 드러내 놓고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그야말로 절대적인 가치였다. 하지만 예언서의 뚜껑을 열어젖히면 이런 불변의 가치는 뒤집힌다. 예언의 세계에서는 반란의 획책이 정당하고 일상적이다. 예언서는 역사의 이면을 기록한 또 하나의 역사책으로 보아 무방한 것이다. 나의 책 ‘예언가 우리 역사를 말하다’는 수년간 매달린 문제의 일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예언가로 평가되는 십여명의 대표 저작이 차례로 시험대에 오른다. 도선을 비롯해 무학대사, 서산대사, 이지함과 남사고 등의 예언을 망라한다. 조선 후기에 출현한 ‘정감록’의 골자를 주된 해부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잘 몰랐던 여러 사실이 밝혀진다. 도선의 저술로 알려진 많은 예언서가 사실은 후대의 위작이라든지,‘토정비결’의 저자 이지함이 사실은 사람들이 점술에 현혹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되는 점은 따로 있다. 예언서를 통해 익명의 저자와 독자들은 과연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를 따져보자는 외침이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우리는 한국 문화의 깊은 내면 또는 주류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다. 심지어 비주류 문화의 흐름까지도 파악하게 된다. 이로써 우리의 역사인식은 풍성해질 것이다. 오랫동안 한국 역사학계는 예언서에 대해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예언을 일종의 미신이라 치부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역사상의 어두운 그림자로만 인식되었다. 알다시피 광복 이후 한국사회는 오직 근대화만을 추구했다. 역사학도 한국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명징하게 드러낼 수 있는 주제로 축소되는 경향이 있어 자본주의 맹아론, 사회적 모순의 해소 과정에만 관심을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 그런 일방적이고 편향된 역사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 역사는 중층적이다. 백승종 경희대 겸임교수
  • 식민지근대화론 지나치다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 책세상)출간 후 기세를 올려온 ‘식민지근대화론’에 역사학자들이 반격하고 나섰다. 전면전이라기보다는 각개전투에 가깝다. 역사학계의 시각은 이미 ‘식민지수탈론-식민지근대화론’ ‘민족-반민족’의 대결 구도를 벗어나 다양한 입장들로 분화되고 있다. 반면 식민지근대화론에는 복잡다기한 역사적 해석을 지나치게 ‘민족주의 대 탈민족주의’의 대립으로 몰아간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족주의 사학에 대한 식민지근대화론의 비판(이분법적 평가에 따른 사실 왜곡)이 부메랑으로 되돌아오는 양상이다. 한국이 일제 식민지배 하에서 근대화됐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은 현재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대 민족주의 사상투쟁’의 이론적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론을 정립한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뉴라이트재단 이사장)가 사상투쟁의 좌장이고,‘재인식’의 주요 필자인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낙성대연구소 소장)가 최전선에서 전투에 임하고 있다. 이 교수는 뉴라이트재단 기관지 ‘시대정신’ 올 여름호에서 식민지근대화론적 시각으로 소설가 조정래를 공격하는가 하면, 지난 5월엔 ‘재인식’의 해설판인 ‘대한민국 이야기’를 출간해 ‘식민지수탈론’을 거듭 비판했다.●허수열 “지속성장은 60년대 이후 현상” 식민지근대화론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다소 관망적 입장을 취하던 기존 역사학계가 최근 몇몇 학자들 중심으로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논박의 일차 대상은 식민지근대화론자들의 최대 이론적 무기인 ‘객관적 근거’다. 허수열 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는 지난달 초 출간된 ‘다시 대한민국을 묻는다’(한울)에서 자신의 실증적 연구를 토대로 일제시대에 1인당 GDP가 성장했다는 식민지근대화론의 주장을 반박한다. 1인당 GDP의 지속적 성장은 1960년대 이후의 현상이란 것이다.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숙명여대 명예교수)도 최근 펴낸 ‘한국 근현대 역사학의 흐름(푸른역사)에서 “수치와 통계의 마력은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을 때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경고했다. 박태균 서울대 국제대학원교수(한국사)는 ‘원형과 변용’(서울대출판부)에서 한국의 경제발전이 일제식민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식민지시대의 경험과 유산뿐 아니라 ▲국가 주도의 경제발전 ▲1950년대 동아시아 개발국가들의 경제개발 움직임 ▲미국의 원조정책 ▲한국인의 교육열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식민지근대화론이 배타적 민족주의에 의한 사실 왜곡을 경계하는 것 이상으로, 식민지근대화론 자체가 민족주의 역사학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재단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승렬 연세대 교수(역사문제연구소 부소장)는 13일 열린 ‘계간 역사비평 창간 2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서 “민족주의 역사학도 하나로 범주화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데, 무조건 민족주의라고 폄훼하는 것은 자신의 이론을 세우기 위해 역사학계를 왜곡하는 것”이란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이만열 “능동적 발전의지만큼은 주목” 식민지근대화론이 일제 수탈 속에서도 한국인의 능동적 경제발전 의지에 주목한 것만큼은 긍정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만열 교수는 “식민지근대화론이 제기한 문제를 한국 역사학계가 진지하게 토론의 장으로 이끌어갈 때 한국 근현대사는 더욱 풍부한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세종,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박현모 지음

    오는 15일은 조선 최고의 군주, 세종대왕 탄생 610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를 기념해 세종의 리더십을 조명한 책이 출간되고, 학술대회가 열리는 한편 세종이 창제한 한글을 마음껏 표현하고 있는 문학계에서는 문학나눔 큰 잔치도 연다. 신간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박현모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황희, 김종서, 정인지 등 당시 조선 정치가 9명의 시선을 통해 세종의 정치와 사상을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주관을 철저히 배제한 채 태조실록, 태종실록, 세종실록부터 세조실록, 정조실록까지 조선왕조실록과 이이의 ‘율곡전서’, 이긍익의 ‘연려실기술’ ‘악학궤범’, 신숙주의 ‘보한재집’ 등 다양한 사료를 폭넓게 인용했다. 고전의 인용에 따르는 따분함은 전혀 없고, 화자(話者)의 목소리를 바로 옆에서 듣는 것처럼 실감난다. 그럼 세종이 태평시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저자는 두가지를 꼽았다. 우선 탁월한 인재등용이다. 세종은 “인재가 길에 버려져 있는 것은 나라 다스리는 사람의 수치”라고 생각해 능력있는 사람이면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등용했다. “그 사람이 어질다면, 비록 사립문과 개구멍에 사는 천인(賤人)이라도 공경(公卿)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실행했다. 부산 동래현 소속의 관노 장영실을 호군 관직에까지 임명한 것은 대표적 사례다. 둘째는 듣는 정치다. 군주이면서도 자신의 발언을 최소화하고 신하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들었다. 이는 “왕의 말이 처음 나올 때는 실(絲)과 같으나 그 말이 외부에 나가면 거문고 줄과 같아서 끊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저자는 결론적으로 역사 속에 덧칠된 세종이 아닌 맨 얼굴의 세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과정에서 ‘좋은 정치의 한국적 모형’과 ‘정치적 판단의 기준’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1만 3000원. ●다채로운 세종 탄신행사 저자가 소속된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소장 정윤재)는 국립국어원(원장 이상규)과 함께 14일 국립고궁박물관과 경복궁 경회루에서 ‘세종대왕 탄신 610주년 학술회의’를 개최한다. ‘세종의 국가경영과 21세기 신문명’을 주제로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기조강연을 한다. 아울러 18∼19일에는 경기도 여주 세종대왕릉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김병익)가 주최하고, 문학나눔사업추진위원회(위원장 김치수)가 주관하는 ‘세종대왕릉 문학나눔 큰잔치-사랑하라 사람아’가 열린다. ‘한글과컴퓨터’가 2억원의 행사비용을 기부해 열리는 행사에서는 시인 30여명의 작품을 모아 대본을 만든 주제공연 ‘봄날의 꿈’(연출 김아라) 등이 펼쳐진다. ‘문장의 소리’ 공개방송에는 소설가 박범신, 은희경, 김재영씨 등이 출연한다.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홈페이지(nanum.munjang.or.kr) 참조.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여자전/김서령 지음

    어쩜 이리 기구할까…. 책을 읽다 보면 한숨과 때로는 눈물이 저절로 나온다. ‘여자전(김서령 지음, 푸른역사 펴냄)’은 질곡의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헤쳐온 여덟 할머니의 인생을 인터뷰로 녹여냈다. 누구나 내 인생을 글로 하자면 소설책 10권도 모자란다고 하고, 전쟁을 겪은 한국의 모든 가정에는 드라마틱한 사건 하나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8명의 여성들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친지도 모른 채 어느날 전쟁터 한복판에 휩쓸렸다가 다음날 꿋꿋하게 가족과 자식들을 위해 살아간다. 백화점을 운영하는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난 고계연 할머니는 헤어진 아버지와 오빠를 찾으러 산에 갔다 빨치산이 된다. 동상으로 썩은 발가락을 스스로 부러뜨리고, 이불장사를 하며 조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린다. 김후웅 할머니는 북으로 간 남편을 50년간 기다리며 안동의 명문가를 지켰다.2003년 금강산에서 남편을 상봉한 이후 지금도 통일을 기다리며 종가를 지킨다. 돈을 벌 수 있다는 꾐에 기차에 탄 17살의 김수해 할머니는 중국 목단강시에서 위안부란 지옥 같은 수렁에 빠진다. 도망치다 몸에 인두자국이 새겨졌고, 임신을 하자 병원에서는 아예 자궁을 도려내 버린다. 중국 공산당원이었던 남편과는 ‘남자와는 거래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쉰이 넘어서야 결혼을 한다. “남자라 카믄 근처에만 가도 군지럽고 숭실시러운데 같이 살 수가 있어야제.”라고 할머니는 상처를 말한다. 양평 바탕골예술관의 박의순 대표는 안기부도 욕으로 제압한 문화판의 걸출한 욕쟁이 할머니이다. 일흔에 가까운 나이지만 얼굴에는 호기심과 장난기가 넘쳐난다. 대학로 바탕골소극장에서 우리나라 소극장 문화의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스스로 무당이 되어 1987년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씨의 9일장을 치른다. 그저 여린 여성의 몸뚱이 하나로 역사의 질곡을 건너온 이들의 삶은 말과 글을 초월한다. 이제는 웃음과 여유로 지나온 삶을 들려주는 할머니들 앞에서는, 배우고 또 배워야 할 용기와 지혜가 넘쳐난다.1만 2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독일 역사학의 신화 깨뜨리기/ 데이비드 블랙번 등 지음

    왜 유독 독일에서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나치즘이 등장했을까. 1960년대 이후 독일 사회사학계에서는 서구의 여러 나라들과 구별되는 독일의 오랜 정치적, 사회적 구조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이른바 ‘독일의 특수한 길’ 이론이다. 독일에서는 부르주아 혁명이 없었기 때문에 시민성이 약체일 수밖에 없었고, 그런 시민성을 파고들어 나치즘이 발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80년 영국 출신의 신좌파 학자들인 블랙번과 일리는 이같은 ‘특수한 길’ 이론에 대해 전면 비판을 제기한다. 독일에서도 조용하게나마 부르주아 혁명이 실재했을 뿐 아니라 나치즘의 등장은 제1차 세계대전이 남긴 정신적 위기와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중첩된 1920년대의 특유한 역사적 시공간 속에서 발생한 총체적 위기로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도 학술적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독일의 특수한 길 논쟁’의 서막이었다. 논쟁에 불을 지핀 ‘독일 역사학의 신화 깨뜨리기’(데이비드 블랙번·제프 일리 지음, 최용찬·정용숙 옮김, 푸른역사 펴냄)는 1980년 독일어판 출간 당시 독일사학사 최고의 도발로 평가받았다.1만 30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이 한권의 책] ‘결코 작지않은 나라’ 신라의 재발견

    고구려사는 드라마의 인기와 중국의 역사왜곡 시도와 맞물려 가장 뜨거운 화두가 됐다. 그렇다면 고구려를 정복한 신라사는 어떠한가. 역사학자가 아닌 지리학자인 저자 이기봉씨는 ‘고대도시 경주의 탄생(푸른역사 펴냄)’을 통해 작은 나라로 치부됐던 신라사의 이면을 밝혀낸다. 흔히 ‘대한민국은 작은 나라’라고 하지만 이는 중국, 일본과 비교한 것으로 조선을 15세기 유럽에 옮겨 놓으면 가장 거대한 나라에 해당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조선 정도의 인구 규모에 해당되는 나라가 지방 구석구석까지 지방관을 파견해 다스렸다는 것은 15세기의 유럽에서는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시아를 제외하고 유럽 근대 이전과 비교하면 고구려, 백제를 정복했던 통일신라보다 더 많은 인구를 가진 통일제국은 많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잘해야 로마제국이나 아테네 주도의 그리스, 알렉산더제국 정도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같은 주장의 근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삼국유사의 기록이다. 삼국유사에는 “신라 전성기에 경중(京中)에 17만 8936호,1360방,55리와 35개의 금입택이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 호의 구성원을 5명으로 잡는다면, 당시 경주에만 약 120만명이 살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도의 인구가 이 정도였다면 신라 전체의 인구는 114만호, 약 570만명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저자는 계산한다. 신라의 수도 경주에 17만 8396호가 살았다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잘못 기입한 것으로만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발로 뛰는 답사로 방증된다. 산간 오지에 남아 있는 신라 때 하층계급이 살았던 부곡을 답사하면서 생각을 굳히게 된다. 포항시 죽장면에 있는 죽장부곡 지역이나, 영양면 수비면에 있던 수비부곡 지역은 정말로 산간오지였다는 것이다. 이런 곳까지 개간되어 사람이 살았다면 통일신라 때 이미 조선 초기 못지않은 개간사업이 이루어졌고, 이는 풍부한 노동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120만명이 넘는 경주 사람들은 어떻게 먹고 살았을까. 경주와 울산까지의 지형은 매우 평평한데 일단 울산까지 배를 이용해 식량을 가져오기만 하면, 경주까지 운송은 문제가 안되었다는 것이 지리학자의 시각이다. 삼국유사에서는 “밥을 짓는 데 숯으로 하지 땔감으로 하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17만 8936호나 되는 경주인들이 매일 밥을 짓는 데 나무를 썼다면 경주의 산이란 산은 모두 민둥산이 됐을 것이다. 고대 경주인들이 한정된 자원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숯으로 밥을 했고, 북방지역과 달리 온돌을 이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역사학계에서 좀처럼 시도되지 않는 방식으로 그려진 신라사는 저자의 발품과 지리지를 자주 들여다 본 노력에 의해 가능했다. 이 책은 그동안 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역사지리학적 시각으로 신라사를 새로 해석하려 한 시도를 담고 있다. 수도는 곧 권력이자 국가라는 수도의 중차대한 상징성에 주목해 경주를 연구한 저자의 문제의식은 경주를 새롭게 탄생시켰다.384쪽.1만 4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책꽂이]

    ●현대 정신의학 잔혹사(앤드루 스컬 지음, 전대호 옮김, 모티브 펴냄)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정신과 의사는 ‘미친 의사’나 수용소를 지키는 ‘벌레소굴의 의사’ 정도로 인식됐다. 미국 뉴저지주의 트렌턴 주립병원 원장을 지낸 이 책의 주인공 헨리 코튼이야말로 그런 부류에 속하는 의사인지 모른다. 코튼은 정신질환의 원인이 신체 부위의 국소 감염이며 이것이 일으킨 패혈증을 제거해야만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런 소신에 따라 코튼의 병원에서는 환자들로부터 수천개의 치아를 뽑았고 수백건의 편도절제술이 이뤄졌다. 의학계의 새로운 치료법은 과연 믿을 수 있는가. 이 책에는 인간의 정신을 의학의 실습도구로 삼은 의사들의 잔혹한 이야기가 실렸다.2만 1000원.●다시, 실학이란 무엇인가(한영우 등 지음, 푸른역사 펴냄) 그동안 학계에서는 실학을 주자학이나 성리학과 반대되는 학문으로 이해해온 게 사실이다. 실학을 근대지향, 민족지향, 실용지향으로 이해하는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다. 이런 시각에는 조선시대 자체를 ‘암울한 시대’혹은 ‘봉건사회’로 보려는 부정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책에 따르면 이같은 생각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학이 봉건과 근대를 가르는 잣대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 다시 말해 근대 찾기에 매몰돼 실학을 오해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실학의 개념과 본질을 밝힌 연구서.1만 6500원.●빈이 사랑한 천재들(조성관 지음, 열대림 펴냄) 오스트리아 빈 태생의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는 빈을 가리켜 “2000년에 걸쳐 국가를 초월한 수도”라고 했다.18세기에서 20세기 초, 빈은 유럽 최고의 예술가와 지성들이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경쟁하는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였다. 이 책은 몽환적 에로티시즘의 화가 클림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 음악가 모차르트와 베토벤, 건축가 아돌프 로스와 오토 바그너 등 빈에서 활동했던 천재 6명의 삶을 다룬다.1만 6000원.●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정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조선 후기 지식 패러다임의 변화와 문화변동을 다룬 책. 한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조선의 18세기를 문화사적인 의미에서 ‘벽치(癖痴)의 시대’로 규정한다. 무엇인가에 미친 사람들이 세상을 만들어간 시대라는 뜻이다. 관상용 집비둘기를 키우면서 비둘기에 관한 잡다한 기록들을 모아 ‘발합경’이란 경전을 지은 유득공, 밀랍으로 매화를 만드는 데 빠진 이덕무,‘옥해(玉海)’라는 200권짜리 백과사전을 제몸처럼 아낀 이의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실려 있다. 박제가는 “벽이 없는 인간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말한다.2만 3000원.●행복은 창문으로 들어온다(김현숙 지음, 꽃삽 펴냄) 척수성 근위축증(SMA)에 걸려 사망선고를 받은 아들 임해성군을 헌신적인 사랑으로 건강하게 키우는 어머니의 자전적 기록. 모든 것을 이기는 모성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저자는 “처음에는 아이가 죽을까봐 두려웠고 그 다음에는 장애아가 나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괴로웠다. 그 다음에는 장애인을 낳았다는 사실이 나를 죄인으로 살게 했다.”고 말한다. 해성군은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의 실제 주인공.1만원.
  • 선비답게 산다는 것/안대회 지음

    중국 송대의 문인 소동파는 “맛있는 음식은 창자를 썩게 하는 독약”이라고 했다. 음식을 적절히 먹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얘기라면 조선 실학자 성호 이익의 절식철학도 빼놓을 수 없다. 자신을 “천지간의 좀벌레 한 마리”쯤으로 여긴 성호는 그릇에서 한 홉의 쌀을 덜어내는 절약을 실천했다. 조선 사람은 먹어도 너무 먹는다고 한 그의 비판이 과연 당시 사정에 맞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그의 지적은 글만 읽는 선비들은 특히 새겨둘 만하다. 명지대 국문과 안대회 교수가 쓴 ‘선비답게 산다는 것’(푸른역사 펴냄)은 그런 옛 선비들의 진솔한 삶의 모습과 사유의 흔적을 담은 책이다. 책에서 만나는 선비들의 면면은 실로 다양하다.13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흠영(欽英)’이라는 일기를 쓴 유만주, 세상과 인연을 끊고 취미생활에 몰두한 골동품 마니아 김광수, 조선후기 여항(閭巷)문인을 대표하는 천민시인 홍세태 등 선비문화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Book Review] “예언서, 평민엔 대안 이데올로기”

    14년째 정감록 등 예언서에 천착한 역사학자가 전혀 다른 형식으로 예언서를 정리한 두 권의 서적을 한꺼번에 냈다. 한 권은 정통 역사서적이고, 다른 한 권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팩션기법을 활용했다. 역사학자 백승종 전 서강대 교수의 신작 ‘한국의 예언문화사’와 ‘정감록 역모사건의 진실게임’(푸른역사 펴냄)이 그것이다. ‘정감록’에서는 저자의 풍부한 역사적 상상력을 실감할 수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는 영조·정조시대에 역모사건이 빈발했던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영조 9년(1733년)의 ‘김원팔 일가 남사고비결 역모사건’ ▲정조 6년(1782)의 ‘문인방 정감록 역모사건’ ▲정조 9년(1785)의 ‘문양해 정감록 사건’ 등 대표적인 3건의 역모사건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았다. 이들 사건에는 모두 예언서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저자는 역모사건을 ‘거인’(성리학)과 ‘난쟁이’(예언서)의 대결로 봤고, 당시 난쟁이의 힘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고 해석했다. 왕조의 시각에서 서술된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역적은 능지처참해 마땅한 인물로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역적의 시각은 다르다. 영조와 정조는 패륜왕이고, 조선은 뒤엎어야 할 왕조일 뿐이다. 책에서 저자는 1인칭 시점으로 돌아가 역적이 되기도 하고, 다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빠져나와 당시의 역사적 상황을 충실히 묘사하기도 한다. 형사들의 추리기법을 빌렸지만 누가 범인인지, 왜 역모를 저질렀는지에 집착하지 않았다. 대신 사건의 이면을 속속들이 검토해 역모사건에 등장하는 모든 주인공들의 마음을 담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서술방식은 ‘역사가의 상상게임’이라고 부를 만하다. 저자는 “역사는 술이부작(述以不作·사실을 기록하되 지어내서 쓰지 않는 것)이 아닌 술이작(述以作·기록하되 제 생각대로 쓰는 것)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뜻에 충실한 역사를 써보고 싶은 마음에서 나는 역적의 입장에 서보기도 하고, 때로 왕도 흉내냈다.”(본문 14쪽)고 말했다. 다른 신간 ‘한국의 예언문화사’는 체계적·실증적이다. 사료를 꼼꼼하게 분석해 정감록의 뿌리를 찾는 한편 18세기 후반 정감록의 출현과 보급, 당시 정치적 예언서들의 내용 등을 차분하게 정리해갔다. 저자에 따르면 정감록을 비롯한 예언서들은 조선의 지배 이데올로기에 맞서 싸우는 일종의 대안 이데올로기로 작용했다. 이런 예언문화를 주도한 이들은 조선 후기에 성장한 평민 지식인들이었다. ‘한번 상놈은 영원한 상놈’인 세상에서 새로운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예언서들은 마땅히 그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저자는 예언문화가 결국 동학농민운동 등 신종교 운동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분석했다. 아래로부터의 개혁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동력으로서 예언문화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모두 7편의 글이 실려 있는 ‘한국의 예언문화사’에는 한국 최초의 예언서인 ‘고구려비기’를 당나라측이 위조했다든가, 고려시대에는 국가가 예언을 관리·통제했다는 등의 색다른 주장도 펼쳐져 있다. 예언서들이 민중의 입맛에 따라 가공·윤색됐다는 연구결과도 흥미롭다. 예언서의 밑바탕에 ‘미륵신앙’이 숨겨 있고, 예언서를 축으로 한 비밀결사가 있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정감록’의 모티브가 된 3건의 역모사건을 이 책에서는 학술적으로 분석하고 있다.‘정감록…´은 1만 4500원, ‘한국의…´는 1만 6500원.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Book Review] 영국사, 모범답안 아니었다

    ‘19세기 영국사’. 이 말에는 사학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뜨거운 뭔가가 있다. 근대의 진원지 영국을 파헤쳐 내 조국 근대화의 비법을 반드시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후진국 젊은이들의 열정과 땀이 배어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 열정은 그러나 ‘영국은 영국일 뿐’이라는 다소 싱거운 결론으로 끝나는 듯하다. ‘영국도 보편이 아닌 특수’라는 말이 나오더니 외려 ‘세계적으로 자력근대화에 성공한 나라가 과연 몇이나 되느냐.’는 반문이 나오고,‘식민지 등 외부충격에 의한 근대화가 더 일반적인데 그걸 부정적으로, 그것도 아주 극단적인 형태인 양 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한걸음 더 내딛는 주장도 나온다. 이제는 ‘19세기 영국사’가 양 어깨에 짊어졌던 무거운 짐을 내려주자는 얘기다.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역사서 두 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이영석 광주대 교수가 쓴 ‘사회사의 유혹Ⅰ-나를 사로잡은 역사가들’,‘사회사의 유혹Ⅱ-다시, 역사학의 길을 찾다’(푸른역사 펴냄). 이 교수는 올바른 근대의 길을 찾기 위해 영국을 파고든 전형적인 19세기 영국사 전공자이다. 그러나 저자 스스로 서문에서 밝혔듯 자신의 기존 연구와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영국사를 더듬었다. Ⅱ권은 이론적으로, 역사학 자체를 둘러싼 논쟁을 검토한다. 여기서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2장 ‘근대의 신화’에서 검토하고 있는 일본과 한국 사학계에 대한 얘기들이다. 근대 콤플렉스가 있던 일본의 영국사학자들은 산업화 초기에는 자본주의 이행논쟁에서 시작해, 산업화에 걸맞지 않은 정치적 후진성을 고민할 때는 명예혁명을 전후한 정치사회적 변동을 연구하고, 그 다음 산업화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산업혁명과 그 파장을 검토하는 식으로 연구초점이 점차 옮겨간다는 것. 놀라운 것은 일본의 이런 연구경향을 한국이 10∼20년의 시차를 두고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영국이라는 큰 모델을 놓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주제를 바꾸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정작 영국 사학계는 이런 틀을 부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부르주아 혁명은 그다지 급진적이지 않았고, 노동계급의 형성이란 실제 사회관계가 아니라 담론 현상에 불과했다.’는 최근 영국 사학계의 수정주의를 소개한다. 영국 스스로가 ‘근대혁명은 허구’라고 밝힌 셈인데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어버린 우리는 뭔가.“일본과 한국의 역사가들은 실재하지도 않는 어떤 모델을 설정하고 그 모델과 자국의 역사를 암암리에 비교하면서 역사적 콤플렉스를 치유하는 고단한 작업을 계속해 온 셈이다.” Ⅱ권을 먼저 읽은 뒤 Ⅰ권을 접하면 더 풍부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Ⅱ권에서 표출된 문제의식과 얽히고설킨, 영국 사학자 5명을 다뤘기 때문이다.‘영국의 풍경’을 다룬 윌리엄 호스킨스,‘결혼과 가족제도’를 탐구한 로런스 스톤,‘프랑스인의 감성’을 연구한 시어도어 젤딘,‘런던시민의 삶’을 분석한 로이 포터와 사회문화적 변동이라는 틀로 20세기 전반을 저술한 에릭 홉스봄이 그들이다. 이렇게 읽고 나면 사회경제사를 전공한 저자에게 왜 사회사가 ‘유혹’인지 짐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어쨌거나 근대성 논의의 핵심은 영국이었기에 근대성 논쟁이 깔끔하게 녹아들었다는 점은 장점이다.Ⅰ권 1만 5000원,Ⅱ권 1만 3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 한권의 책] ‘혼세의 삼국’ 균형을 잡다

    요즘 TV사극들의 턱없는 민족주의와 사실왜곡에 황당한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김춘추-외교의 승부사’(박순교 지음, 푸른역사 펴냄)는 영웅을 그리되, 어깨에서 힘을 뺀 담백한 서술이 돋보이는 책이다. 문장이 밋밋하고 재미없다는 뜻이 아니다. 저자는 김춘추의 집권과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사학자다. 그만큼 사실(Fact)과 상상(Fiction)을 구분해 보이고 있다. 과장과 오류로 독자를 오도하는 흔한 팩션(Faction)이 아니라, 독자에게 생각할 여백을 돌려주고 있다는 뜻이다. 책은 얼핏 태종 무열왕 김춘추의 외교 활동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비친다. 김춘추는 약소국 신라가 백제·고구려를 제압하고 통일대업을 달성하는 밑거름이 됐던 당(唐)과의 연합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죽음을 무릅쓰고 고구려와 왜(倭)를 방문해 외교담판을 시도하고 당 태종을 찾아 나당동맹을 완성해 내는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오직 생존만이 지상과제였던 당시 상황에서 실리주의 외교는 유일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외교관으로서 김춘추 조명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진골에 속해 숨을 죽이며 살아야 했던 한맺힌 가족사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 마침내 왕위에 오르고 통일의 초석을 놓는 인간 김춘추의 모습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인다. 책은 김춘추의 인간적 고뇌와 열정을 사랑하는 딸의 죽음 장면에서부터 풀어나간다. 문희와의 숙명적 인연의 결과 출생한 딸 고타소는 백제 의자왕이 일으킨 침략군에 의해 일가가 몰살한다. 수급(首級)이 잘려나간 처참한 주검 앞에 격분한 김춘추는 고구려행을 결심하며 통일의 의지를 불태운다. 조부 진지왕의 폐위와 가문의 몰락, 아버지 비형의 아들을 위한 희생 또한 김춘추가 절치부심하는 배경이 됐다. 비형은 아들에게 외국어를 가르치고 신라와 왜의 당 유학생을 집안에 초치하여 국제감각을 키워주는 데 전력하는 ‘선진적’ 인물이었다. 진지왕과 유부녀 미도부인의 사랑, 집권 후 소원해진 김유신을 회유하기 위해 예순이 넘은 그와 어린딸을 혼인시키는 장면 등은 제도와 권력의 모순을 보여주기도 한다. 당시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비견되기도 하지만, 개별 국가의 내부사정 또한 물고 물리는 권력다툼의 연속이었다. 동생과 아비를 죽이고 집권하는 당태종, 쿠데타를 일으켜 영류왕을 죽이고 보장왕을 옹립한 연개소문, 친백제 정부를 제거하고 개혁을 추구하던 중대형 등이 모두 김춘추의 협상 상대자였다. 이들과의 조우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국 이야기도 대중에겐 새롭다. 전반을 통하여 적절히 삽입되는 당시의 생활상은 배경에 불과한 듯싶지만 현대 역사학이 추구하는 중요한 탐구 목표이기도 하다. 대략의 둘레만 1023보에 이르렀다는 왕궁 월성의 풍경과 신라군단의 직능·계급별 군장 묘사, 온돌과 바둑·공차기가 등장하는 고구려 풍속 묘사 등은 당시 사람들이 눈앞에 오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삼국사기’‘삼국유사’‘송서’‘양서’‘구당서’‘일본서기’‘동경잡기’ 등 사료를 인용한 각주 때문에 무조건적 몰입보다는 거리두기가 유지된다. 까다로운 문장과 어려운 단어들이 눈에 띄지만 이는 지식소설을 읽는 독자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다. 또한 고대 분위기 재현 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김춘추 개인에 초점이 맞춰져 그의 죽음과 함께 삼국통일의 여정이 끝나버리는 것은 조금 아쉽다. 에필로그 하나쯤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1만 5000원. 신연숙 문화담당 대기자 ysh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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