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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

    [책꽂이]

    누가 그들의 편에 설 것인가(곽은경·백창화 지음, 남해의 봄날 펴냄) 국제비정부기구(NGO)인 ‘팍스 로마나’ 세계 사무총장을 지낸 로렌스 곽(곽은경)의 이야기. 25년간 인도, 팔레스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자유와 인권, 세계평화를 위해 애써온 남다른 이력을 담았다. 288쪽. 1만 5000원. 철도의 눈물(박흥수 지음, 후마니타스 펴냄) 18년간 열차를 운전해온 현장 노동자가 쓴 한국 철도의 어제와 오늘. 철도노조 정책연구팀에서 민영화 방안을 연구해온 저자는 경쟁체제 도입이란 이름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철도 민영화 계획의 허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비판한다. 247쪽. 1만 3000원. 뉴욕의 맛 모모푸쿠(데이비드 장·피터 미한 지음, 이용재 옮김, 푸른숲 펴냄) 8평짜리 라멘집 개업 9년 만에 모모푸쿠 브랜드로 뉴욕 레스토랑계를 평정한 스타 요리사 데이비드 장의 성공 스토리. 라멘, 포크 번, 보쌈, 프라이드 치킨 등 대표 메뉴의 레시피도 담겨 있다. 332쪽. 3만 6000원. 와튼스쿨 인생특강(스튜어트 프리드먼 지음, 홍대운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와튼스쿨 최고의 교수로 평가받는 저자가 일러주는 인생경영법. 일, 가정, 공동체, 자신이라는 4개 영역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각 영역을 조화롭게 통합시켜 삶을 완성해 나가는 ‘토털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288쪽. 1만 4000원.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위대한 도전 - 맨발의 투혼에서 그랜드슬램까지(성호준 지음, 나남출판사 펴냄) 현직 일간지 골프 전문기자가 2012년부터 1년 동안 미국에서 LPGA 투어를 취재한 내용을 토대로 엮었다. 한국 선수들의 어제와 오늘, 견제와 우정 등을 담았다. LPGA 투어의 레즈비언 선수들, 한국-미국 선수들의 갈등도 엿볼 수 있다. 428쪽. 2만원. 1913년 세기의 여름(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문학동네 펴냄) 1913년 유럽 사회의 풍경을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로 나누어 문학, 미술, 음악, 영화 , 패션 등 문화와 예술사적으로 치밀하게 복원한 논픽션. 카프카, 릴케, 프로이트 등 300여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396쪽. 1만 8000원. 멍키 스패너(프리모 레비 지음, 김운찬 옮김, 돌베개 펴냄) ‘이것이 인간인가’로 20세기 이탈리아의 최고 작가가 된 프리모 레비의 또 다른 대표작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조립공 파우소네의 이야기를 통해 노동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한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에게 찬사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288쪽. 1만 3000원.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이윤기 지음, 웅진 지식하우스 펴냄) 소설가와 번역가로 활동한 고 이윤기(1947~2010)가 문학과 번역에 대해 쓴 39편의 글을 모았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번역하면서 입말을 살리기 위해 고민한 일화와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전면 개역했던 일화 등이 담겼다. 336쪽. 1만 3800원.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2017년까지 도시숲 등 5700여곳 1만 5000명 투입

    산림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됐다. 현재 산림복지 분야 자격증은 숲해설가·유아숲지도사·숲길체험지도사 등 산림교육 분야와 ‘산림치유지도사’ 등이 있다. 산림청장 명의로 발행하는 국가자격증이다. 산림복지 전문가 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자연휴양림(180곳)과 유아숲체험원(250곳), 산림교육센터(10곳), 산림복지단지(2곳) 등을 새로 만들 계획이다. 도시숲(3000개)과 학교숲(2300개)도 늘리고 전문가도 배치하기로 했다. 산림 복지 공간 확대에 맞춰 2017년까지 산림 복지 전문가 1만 5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청년층에게는 전문 일자리로, 은퇴자에게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문가의 업무 분담도 명확해진다. 아동 교육은 유아숲지도사, 청소년 교육은 숲해설가, 숲길 및 숲 안내는 숲해설가와 숲길체험지도사, 산림 치유는 치유지도사가 전담하게 된다. 유아숲체험원에는 유아숲지도사, 치유의 숲에는 산림치유지도사를 배치해야 한다. 산림 분야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산림청의 인증을 받은 기관에서 일정한 교육 및 실습을 거친 뒤 발급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산림치유지도사는 교육 이수 후 시험(4과목)에 합격해야 자격증이 발급된다. 자격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숲해설가(170시간)와 숲길체험지도사(130시간)에 이어 유아숲지도사(210시간)와 산림치유지도사(2급 기준 158시간)가 올해 처음 배출됐다. 숲유치원협회에서 진행한 제1회 유아숲지도사 교육에는 40명이 신청했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1차 산림치유지도사 시험에는 78명이 응시했다. 시행 과정에서 개선점도 드러났다. 치유지도사 교육은 산림 분야와 치유(보건·의학)가 각각 50%를 차지하는데 경력을 고려해 교육시간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실효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해 숲해설가 경력자의 경우 치유 분야 교육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또 청소년의 산림교육 전담 인력으로 숲해설가의 자격을 세분화해 교육과 해설의 분리 필요성도 제시됐다. 산림복지 전문가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현재 산림청이 단기채용(10개월)하지만 예산 및 경제상황에 따른 변화가 커 고용불안을 호소한다. 이에 직접 고용이 아닌 용역계약을 통한 운용이 검토되고 있다. 산림 분야 전문가들이 사회적 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 등을 결성해 산림청과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상시 고용이 가능하다는 해석이다. 특히 공공 부문에 한정된 활동영역을 기업 및 사유림 등으로 확대할 수 있고, 경쟁 체제에 따른 전문성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휴양문화과장은 “현재 1곳인 유아숲지도사와 치유지도사 교육기관을 추가 지정하는 한편 교육 프로그램도 조정할 계획”이라며 “산림 분야 전문가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세계 수준의 특화교육Ⅱ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세계 수준의 특화교육Ⅱ

    서울 서초구 원지동 청계산 숲속에 있는 ‘청계산 숲자람터’를 찾아가는 길은 험했다. 걸어서 가기 힘든, 길이 좁아 차량 교행조차 어려운 이런 곳에 어떤 부모가 아이들을 맡길까 의문이 들었다. 오수숙 이사장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은 숲자람터의 ‘중심 공간’이다. 눈비만 피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시설의 전부다. 숲이 아이들의 교실이며 놀이터이자 교사들의 보육 공간이다. 숲속을 누비는 아이들, 물가에서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없다면 유원지에서나 익숙한 전경이다. 아이들의 표정이 지나칠 정도로 밝다. 검게 그을린 얼굴에서는 건강함이 묻어난다.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시에서 상상할 수 없는, 시골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발견하게 된다. 숲자람터는 정식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은 아니다. 서울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한 오 이사장이 뜻한 바 있어 2009년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은 숲유치원을 개원했다. 콘크리트 숲에서, 틀에 박힌 아이들의 양육 방식에 지친 학부모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왔다. 개원 당시 25명이던 원아가 현재 76명으로 늘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비용은 전액 학부모가 부담한다. 대신 특별히 지키거나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은 없다. 오 이사장은 “성장하는 아이들은 내면의 안정과 신체적 발달이 필요하다”면서 “빠르게 결과를 생산해 내야 하는 시스템에서 인지학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숲자람터의 일과는 오전 9시 15분부터 시작한다. 10시까지인 간식 시간에 아이들 스스로 하루 일과를 설계한다. 오전에 어느 숲에서 놀지, 수영을 할 건지 등을 서로 협의하면서 ‘설득의 묘’를 자연스레 익힌다. 몸이 아프거나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된다. 자율이 보장되고 개인의 의사는 존중된다. 열심히 뛰어논 아이들은 낮 12시부터 점심을 먹는다. 직접 키운 채소 등 많이 씹어서 먹는 음식을 제공한다. 주 음료는 매실인데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기 위한 연구 끝에 나온 묘책이다. 오후에는 감자나 옥수수를 따고, 다른 숲을 찾아다니며 집으로 돌아가는 오후 3시까지 자연인의 생활을 만끽한다. 교사들은 등산복 차림을 하고 허리에 배낭을 매고 다닌다. 아이들이 숲에서 놀다 보니 비상약과 압박붕대 등은 필수품이다. 교사들의 전공도 유아교육과 조경, 보건, 기독교교육 등 제각각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선발 조건이다. 자유롭지만 아이들을 방치·방임하는 것은 아니다. 첨단 시스템을 활용해 보육교사들은 아이들의 행동발달, 소통 등 정서적 상황을 파악하고 기록을 온라인으로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협의한다. 기본적인 교육은 숲의 다양한 요소들을 활용해 진행된다. 숲자람터에는 학부모가 반드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부모 모임을 불허한다. 끼리끼리 문화를 차단한 것이다. 퇴원 후 학원을 보내는 것도 안 된다. 약속을 어기면 아이는 퇴소된다. 아이들을 아이답게 키우자는 생각에 동참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7세 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적다. 결국 초등학교 입학에 대한 부담을 떨쳐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 이사장은 “정부 지원을 받게 되면 규정과 의무가 뒤따르기에 자율성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면서 “숲 교육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제도 및 공간을 뒷받침할 필요는 있다”고 제언했다. 여수에 있는 베타니아 특수어린이집은 전국에서 최초로 일반·장애아동 통합 숲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숲자람터와 운영 방식은 비슷하지만 인가시설이다. 원생 150명 중 90명이 장애 아동이다. 초기에는 비장애 아동 부모들이 입학을 꺼렸지만 최근에는 경쟁률이 5대1에 이를 정도로 변화를 실현시켰다. 장애 아동으로 구성된 종일부와 숲유치부, 일반통합부로 운영되는데 숲 활동 시간은 필수다. 숲은 20~30분을 걸어서 들어간다. 운동·감각 능력을 높이기 위한 계획된 배치다. 숲에서 교육과 재활치료를 병행한다. 비장애 아동들은 장애 아동들과 함께 숲 활동을 하면서 사회성과 배려심, 리더십을 자연스레 익히게 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숲에서 노는 법을 터득하면서 건강해지고 활기가 넘친다. 베타니아의 운영 사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산림 교육 선진국이라는 일본(숲유치원포럼)과 독일(장애아동숲유치원)의 초청을 받아 사례 발표를 했다. 김종호 원장은 “특색이나 장점이 줄어들 수 있지만 제도권 안에서의 변화를 시험하고 있다”면서 “자연 속에서 비장애 아동들과 어울리며 놀이를 하는 학습이 장애인들에게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23일 비가 내리는 홍릉숲에서는 동대문구에서 선발된 초등학생과 학부모 등 76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후변화와 산림 아카데미가 진행됐다. 산림의 역할 및 중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 증진을 위해 2008년 개설했다. 5~10월 진행하는 산림 아카데미는 국립산림과학원의 박사 및 베테랑 숲해설가 등이 생활 속 체험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2011년 동대문구와 업무협약을 맺고 공동 운영하고 있다. 학교뿐 아니라 기관과 단체, 숲해설가, 오피니언 리더 등이 산림 아카데미에 참여했다. 식물 자원 확보를 위해 국내 최초로 조성된 홍릉숲(44㏊)은 국내외 다양한 식물 자원이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시험 연구림으로 자연휴식 공간이자 살아 있는 숲 교실로 기능이 확대됐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숲학교와 숲탐험 같은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아토피교실 등 치유와 산림 아카데미 등 시민 강좌를 연중 진행하고 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6) 세계 수준의 특화 교육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6) 세계 수준의 특화 교육

    산림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산림교육종합계획’은 산림의 역할을 교육, 체험의 장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소년 우울증과 인터넷 중독, 학교폭력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 숲을 ‘열린 교실’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산림 교육이 활성화된 독일과 일본에서는 숲이 보전, 관리되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참여·주도형 학습이 강조되고 유아의 기본 교육과정이 놀이와 체험 위주로 개정되면서 산림을 교육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는 조성됐다. 산림청은 산림 교육에 필요한 인프라 확충과 전문 인력 육성, 콘텐츠 개발 등을 추진키로 했다. 2017년까지 유아숲체험원(250곳), 산림교육센터(10곳) 등을 신규 조성해 연간 180만명에게 산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강원 횡성에 자리 잡은 ‘숲체원’은 지난 4월 제1호로 지정된 산림교육센터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숲과 연계한 산림 교육을 실시하는 곳으로 다른 청소년 교육 시설과 차별화된다. 국가가 제공하는 산림복지 중 유일하게 유료(사회적 약자는 무료)로 운영되는데 2008년 6만 7000명이던 교육 참가자는 지난해 9만 5000명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일평균 300명이 방문하면서 주차장은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들로 꽉 차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최근 5년간 이용 현황을 분석한 결과 학생들의 수련 활동인 청소년학교가 전체 38%(16만 3000명)를 차지했고 이어 사회적 약자(13만 5000명), 기관이나 회사 등 단체(8만 8000명), 가족이나 개인 참가자(4만 3000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학교는 중학생이 60%, 나머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다. 고교생은 발길이 끊겼다. 교육 프로그램은 사전에 학교 등 참가 기관과 협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놀이를 통한 동기 부여’라는 기본 콘셉트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권혁기 교육운영팀장은 산림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요즘 청소년들은 생각하기를 싫어한다”면서 “산림 교육은 굳어진 아이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풀어낼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숲체원에는 컬처락, 에코락, 우드락, 휴먼락 등 4개 프로그램이 있다. 포리스트 어드벤처를 통해 도전 정신과 자신감을 키우고, 나무 칩(카프라)을 이용한 공작 활동을 통해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을 깨우치도록 유도한다. 야간에 진행하는 나이트워크는 친구와 가족, 공부 등에 대해 생각해 보고 동기를 부여하는 시간이다.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도 주어진다. 편지는 1년 후 집으로 배달된다. 식사 시간은 2시간이다. 짜인 스케줄에 익숙해져 있는, 일상생활에서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는 아이들의 정서 함양을 위해 계획됐다. 식사 후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는 등 스스로 시간을 활용하도록 한다. 전남 장성의 방장산휴양림은 자연환경을 활용한 산림 교육을 지역 특화한 경우다. 방장산이 추구하는 산림 교육은 ‘동심 찾기’. 아이들이 아이답게 놀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도록 자연물을 이용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나무 목걸이, 우드버닝 등을 비롯해 열매나 나무껍질, 이끼 등 숲 속 자연물을 이용한 생태 미술 및 편백 비누 만들기가 인기가 높다. 생태 미술의 경우 재료가 부족하면 참가자가 직접 숲에 들어가 재료를 찾아 와야 한다. 편백 비누 제작에 필요한 수액과 정유는 휴양림에서 직접 생산한다. 휴양림을 이용하려면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하는데 접수 기간 첫날 예약이 마무리된다. 광주와 무안 등 원거리 유치원에서도 찾는다. 지난해 1398명이던 유아숲체험원 방문객이 올 상반기 2552명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북이초 병설유치원 등 매주 또는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학교나 단체도 많다. 경기 양평의 산음휴양림에서는 지난해부터 가수 예민씨와 함께하는 ‘하프나무 위싱트리’ 숲 속 예술캠프를 1박 2일로 진행하고 있다. 음악과 산림을 접목한 ‘하이브리드형’ 청소년 산림 치유, 교육 프로그램이다. 각국의 악기는 물론 나무를 활용해 자연 악기(하프)를 제작, 연주하면서 정서적 안정을 찾고 감수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범권 산림이용국장은 “우리나라가 산림 교육의 역사는 짧지만 인터넷 중독이나 학교폭력 가해·피해자, 다문화가정 아이 등에 대한 특수 목적 교육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다”면서 “기관 간 협업을 통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평가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소개했다. 글 사진 횡성·장성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전인적 성장 돕는 대안으로 급부상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전인적 성장 돕는 대안으로 급부상

    산림 교육은 숲을 매개체로 산림의 다양한 기능을 체계적으로 체험, 탐방, 학습함으로써 산림의 중요성을 이해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그동안 자연보호, 환경 보전 의식 고취에 초점이 맞춰졌던 산림 교육이 최근에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울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스트레스 해소와 정서적 안정 등 산림 교육의 효과는 잘 알려져 있다. 유아에게는 상상력과 운동력, 면역력 등을 증진시키고 청소년의 경우 사회성을 향상시키고 우울증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숲학교와 일반 학교에서 동일한 수업을 진행했을 때 숲학교의 경우 숲에서 수업하는 것 자체만으로 ‘스트레스와 분노’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학생보다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학생들에게 효과가 컸다. 산림 교육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산림 교육에 대한 인식은 답보 상태다. 국립산림과학원이 최근 서울·경기 지역 초등생(5~6학년) 478명을 대상으로 숲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4.11점(5점 만점)으로 평가됐다. 숲을 보호해야 한다(4.59점), 숲에 사는 생물이 중요하다(4.44점)는 응답과 달리 숲에 흥미가 많다(3.67점), 숲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3.87점)는 답변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학생들에게 숲은 ‘흥미롭고 재미있는 공간’이기보다 여전히 ‘보호해야 하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흥미로운 조사 결과도 나왔다. 숲에 대한 태도와 공격성(행동적 공격성, 분노감, 적대감)의 상관관계에서 숲에 대한 태도가 긍정적일 때 공격성이 낮았다. 산림과학원 교육문화연구실 하시연 박사는 “학교폭력 등의 청소년 문제와 공격성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산림 교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산림 교육을 담당하는 숲해설사나 산림치유운영요원들 역시 “고학년,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들에게 효과가 높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강조한다. 국내 산림 교육은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단계다. 유치원을 중심으로 숲 교육이 확산되고 있지만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미흡하다. 숲 체험, 숲 해설 기반 일회성 프로그램의 한계도 지적된다. 교육기관 등과 연계한 프로그램 개발 및 지속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산림에 대한 지식 증가와 산림 치유에서 다루는 정서 함양,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에 대한 이론적 뒷받침도 요구된다. 산림청은 청소년들이 숲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부처 간 협업) 마련에 나섰다. 교육부와 산림교육센터의 교원 연수기관을 인정하고 산림 교육 프로그램을 창의적 체험 활동, 자율학기제에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사들이 산림 교육의 효과를 직접 체험함으로써 산림 교육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산림교육센터 확대 및 연수 커리큘럼 개발에도 나섰다. 여성가족부와는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나 청소년수련원의 산림 교육 및 청소년지도사 교육에 숲 해설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휴양문화과장은 “산림 교육에 필요한 장소와 프로그램,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지속적으로 숲을 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5)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Ⅱ

    ‘소나무’가 한국을 상징하듯 ‘편백’은 일본과 대만을 대표하는 나무다. 일본은 조림면적의 70%가 편백이고, 대만 편백은 ‘대만의 국보’로까지 평가받는다. 피톤치드 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편백이 산림치유 수종으로 급부상했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과 심폐기능 강화,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작용도 있다. 국내외 연구를 통해 편백 정유를 포함한 비누·로션 등이 아토피성 피부염의 가려움증 완화와 항균 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려한 자태를 뽐내는 편백이 ‘건강 전도사’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최대 난대 조림지인 전남 ‘장성 치유의 숲(축령산휴양림)’은 전체 조림면적(240㏊)의 64%인 153㏊가 편백인, 한국의 대표적인 편백 숲이다. 지난 2010년 치유의 숲으로 지정됐다. 장성 치유의 숲은 인공 시설을 최소화하고, 숲의 다양한 물리적 환경요소를 이용해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일한 곳이다. 치유의 숲길이 4개(10.2㎞), 숲 가운데를 관통하는 임도(8.5㎞)가 조성돼 있다. 치유 프로그램은 4개 숲길 중 숲내음과 산소 숲길에서 진행된다. 현재 건강·하늘 숲길의 활용 계획을 마련 중이다. 이곳에서는 생애주기별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반인을 위한 대표적인 프로그램(해피락)을 비롯해 청소년 및 아토피 편백숲 학교(드림락), 국내 유일의 암환우 및 만성질환자 대상 프로그램(케어락) 등이 있다. 암 환자들에게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방문이 늘어 매주 목요일 오후 2시에 별도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들이 숲속에서 쉴 수 있는 ‘환우쉼터’도 만들었다. 케어락은 환우들의 체력 등을 고려해 4시간이 아닌 100분간 진행한다. 점혈법과 기체조 및 명상(수승화강운동), 산행 30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수승화강운동은 ‘불은 내려가고 물은 올라간다’는 의미로 원을 그리듯 음양의 조화를 조율하는 산림 치유법이다. 환우들은 매일 숲을 거닐고 치유법을 반복하며 관리를 한다. 지난 6월부터는 청소년 치유교육을 시범 실시하고 있다. 인근 중학교와 협력해 15명이 매월 한 차례, 3학년(6명)과 1~2학년(9명)으로 나눠 총 6회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가 있거나 의사 치료가 필요한 청소년이 아닌, 말이 없고 내성적·소극적인 학생들로 부모와 교사 상담 및 동의를 얻어 이뤄지는 학교참여 지원 사업이다. 평일 오후 수업시간을 대신하기에 선생님이 동행한다. 아이들은 편백 숲 그늘에서 인사를 나누고 친구를 칭찬하는 마음열기 놀이와 손수건 염색 등을 수행했다. 손수건 염색은 자신이 원하는 나뭇잎이나 풀 등을 수건에 넣은 뒤 고무망치를 두드려 염색하는데, 정성과 노력이 더해지지 않으면 원하는 색상이나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하경좌 산림치유운영요원은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한다”면서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하며, 고학년에서 학습 효과가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최금옥 지도교사는 “아이들이 귀찮아하지 않고 참여하는 것 자체가 변화”라면서 “특수학급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학교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사회공헌 네트워크, 소방공무원 직무스트레스 치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지난해 방문객 21만명, 치유 프로그램 이용자가 8000명에 달했다. 최근 주말에는 하루 3000여명이 찾는다. 방문객이 늘면서 주변 마을도 활성화됐다. 장기 치유객을 위해 숙식이 가능한 한옥민박이 생겨나고 특산품과 농산물 등을 구입할 수 있는 판매장이 들어서는 변화가 일고 있다. 그러나 지역과 연계성이 떨어지면서 요금이 과하게 비싸고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하는 문제점도 드러났다. 서부지방산림청 김철 주무관은 “지자체, 마을과 협의해 방문객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며 “방문객 증가에 따른 나무 스트레스를 감안해 권역별 휴식년제와 휴무일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남진’으로 유명한 전남 장흥군 장흥읍 우산리 억불산에 조성된 ‘편백숲 우드랜드’는 지난해 태풍으로 30%가 넘는 편백이 피해를 당해 지금도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억불산 120㏊에 이르는 편백 숲을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해 운영하는 유일한 치유의 숲이다. 풍부한 자연 조건을 활용해 국내 최초로 ‘누드’ 풍욕(風浴)을 계획하고, 편백소금집 등 차별화된 시설 도입을 통해 관광자원화에 성공했다. 우드랜드에서는 사방에 진동하는 편백의 향기로 목욕하는 풍욕을 만끽할 수 있다. 누드 풍욕장인 비비에코토피아(2㏊)는 풍욕을 원시 상태에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무원과 전문가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바깥쪽에 대나무를 심어 외부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도록 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 그러나 지역에서 반대여론이 거세자 현재는 종이옷을 입는 것으로 변경됐다. 에코토피아에는 편백이 울창한 곳에 비치의자를 비롯해 평상과 원두막, 토굴 등을 설치해 다양한 방식으로 풍욕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바닥에는 편백 톱밥을 깔아 관절환자들이 걷는 데 불편하지 않다. 걷는 것만으로 향 치유가 가능하다. 최대 100명까지 입장 가능하고, 편안한 휴식과 치유를 위해 휴대전화 반입은 제한한다. 풍욕은 피톤치드 발생이 가장 활발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 40~120분 정도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가장 좋다. 억불산 정상(518m)까지 이어지는 무장애데크인 말레길(3.8㎞)과 벽체까지 소금으로 조성한 편백소금집 등 다양한 체험시설도 마련돼 있다. 지난해 방문객 69만명, 수입 15억원을 기록했다. 지역민은 무료 입장하는데 방문객 90%는 외지인이다. 문재춘 장흥군 환경산림과장은 “치유의 숲이 중요한 관광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면서 “숲치유사 채용 및 자체 인증 프로그램 도입 등 프로그램 내실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장성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생활습관병 산림치유 연구 활발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생활습관병 산림치유 연구 활발

    산음자연휴양림 맞은편에 별도 조성된 산림수련관은 국내 산림 치유 연구의 ‘본원’과도 같다. 산림치유의 객관적 효과 검증을 위해 2009년부터 의학계와 협업하면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생활습관병’인 고혈압과 스트레스뿐 아니라 부정맥과 유방암 등 산림치유 효과 연구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6일까지 고려대 의대 통합의학센터에서 ‘만성 후경부통증에 대한 숲 치유 효과’ 연구가 진행됐다. 만성 후경부통증은 목과 어깨, 팔 등이 아픈 증상으로 컴퓨터와 스마트기기 사용 등이 늘면서 확산되고 있는 생활습관병이다. 국내에서도 후경부통 치료에 대한 다양한 치료방법 연구가 보고됐으나 주사와 물리치료 등 현대 의학적인 범주 내에서만 이뤄졌다. 이번 시험은 숲에서 음악 치유와 한방, 뜸, 수기(手技) 치료 등 민간운동법(대체의학)을 접목해 좀 더 효율적인 치료·예방법을 찾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통증의 감소를 입증해 막대한 의료비용을 절감하고 나아가 다양한 종류의 근골격계 질환에 적용할 계획이다. 연구에는 고려대병원 등에서 치료를 받은 환자 중 통증 정도(1~10)가 ‘4’ 이상인 20~60대 33명(여성 27명)이 참여했다. 수종별 치유 효과 규명을 위해 지난 6월 9~15일에는 활엽수가 전체 수종의 75% 이상인 서산의 용현자연휴양림에서 동일한 연구가 이뤄졌다. 산음휴양림은 침엽수가 75% 이상을 차지한다. 참가자들은 산림욕과 스트레칭, 명상 프로그램에 따라 생활하는 산림치유군(16명)과 숲에서 일상생활을 시행하는 산림욕군(17명)으로 나눠 진행했다. 오전 6시 기상, 오후 10시 취침과 산행 및 산림욕, 식사(저염식으로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별도 제작)만 공통 프로그램이다. 치유군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산림치유 스트레칭과 명상,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환자 교육을 별도로 받았다. 숲 속에서 진행되는 산림치유 스트레칭은 전문 강사의 지도로 40분간 진행하는데 30~40개 동작을 반복하며 효과를 검증한다. 추후 산림치유 스트레칭 프로그램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시험에 참여하고 있는 서인석 연구원은 “참가자는 대상자 선정을 위한 검사와 치료 전후 등 3차례 평가가 이뤄졌다”면서 “시험 전후 통증의 정도를 파악하고, 통증으로 인한 삶의 질을 평가하는 심리적 평가도 도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경부통증이 상대적으로 심한 30~40대 사무직과 남성 신청자가 적다는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양평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4) 진화하는 한국의 ‘산림 치유’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지난 2일 오전 국립산음자연휴양림에 조성된 치유의 숲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맨발에, 하얀 비옷을 입은 40~60대 남녀가 산림치유 운영요원의 설명에 맞춰 다양한 치유 프로그램을 따라했다. 궂은 날씨에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얼굴은 어린 아이들처럼 밝고 활기가 넘쳤다. 이날 산음휴양림의 숲 치유에는 양평의 교회에서 신도 12명이 참가했다. 건강증진센터에서 신체 상태를 점검한 참가자들이 숲에 들어가려면 무조건 신발을 벗어야 한다. 발바닥으로 오감을 깨우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산길을 오르자마자 운영요원의 무시무시한(?) 소리가 날아든다. “맨발로 걷는데 아프거나 몸이 흔들리는 것은 건강이 흔들린다는 징조입니다.” 순간 울퉁불퉁한 숲길을 힘겹게 오르며 고통스러워하던 참가자들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숲 스트레칭에서도 동작마다 경고가 끊이질 않았다. 양손을 교차해 안으로 돌리는 동작이 안 되는 참가자에게 ‘오십견 주의보’가 내려졌다. 갑상선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에 손바닥을 비빈 후 턱에 손을 대는 동작을 열심히 따라 한다. 김선묵 치유요원이 참가자들을 낙엽송 앞에 세우더니 체질이 ‘소음인’인 사람을 찾았다. 중국에서 중의학을 공부한 김 치유요원이 사상체질과 숲 치유를 접목한, 산음휴양림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기체조 프로그램이다. 소음인이라는 50대 여성은 설명에 맞춰 비옷을 입은 채 낙엽송에 다리를 올리고 엉덩이를 드는 체질별 나무군락 치유활동을 체험했다. 위와 장 계통이 안 좋은 소음인에게 기운이 단단한 낙엽송은 궁합이 좋다. 기관지와 폐 계통이 약해 호흡기 질환을 앓는 태음인에게는 함박꽃나무의 향기를 맡는 아로마테라피를 권했다. 함박꽃나무는 신이화(辛夷花)로 불리는데 예부터 코질환에 대표적인 한방약제로 사용됐다. 산음에서는 치유요원 5명이 배치돼 있는데 명상과 소리·놀이·자연공예 등 전공이 다르다. 숲길걷기 등 공통 프로그램을 제외하고 전체 프로그램을 경험하려면 최소 다섯 번은 찾아야 한다. 치유요원들은 “귀찮고 불편하지만 비 오는 날 숲 치유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날 숲 치유 프로그램을 처음 경험했다는 장미경(60·여·경기 양평군 단월면)씨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개운해지는 느낌”이라며 “숲을 걷는 것이 막연히 좋다고 생각했는데 효과를 알고 걸으니 유용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녀 등을 불러 가족이 함께 오고 싶다는 말을 덧붙였다. ‘치유의 숲’은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향기, 경관 등 산림에 다양한 요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숲이다. 국내 치유의 숲은 산음을 비롯해 강원 횡성의 숲체원, 전남 장성의 편백숲 등 국유림 3곳과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등 4곳이다. 치유의 숲에는 산림치유사가 반드시 배치돼야 하는데 오는 8월 첫 자격시험을 앞두고 있다. 산음휴양림은 국내 산림치유의 ‘발상지’와 같은 곳이다. 2009년 치유 프로그램을 시작한 첫해 1067명이 찾았다. 그 후 매년 증가해 지난해는 2만 247명, 올해 6월 현재 1만 1129명이 방문했다. 휴양림은 매주 화요일에 휴장하지만 숲 치유 프로그램은 연중무휴로 진행된다. 치유숲길 5개 구간이 조성됐고 노약자와 휠체어 사용자가 숲을 둘러볼 수 있도록 경사도를 낮춘 목재데크도 설치했다. 산음에서는 최근 공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소방공무원과 사회복지공무원을 대상으로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소방공무원은 우울증과 스트레스 장애가 심한 직원들을 우선해 1회 60명씩, 1년에 6회(2박 3일 코스)를 진행한다. 사회복지사는 1회 60명씩, 1년에 5회(1박 2일) 실시할 계획이다. 김명혜 산음휴양림 치유요원은 “숲길을 걷는 것도 좋지만 치유요원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가했을 때 효과가 높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횡성의 숲체원 내에는 북부지방산림청이 운영하는 ‘포레스트 힐링센터’가 2011년 8월 문을 열었다. 힐링센터는 최첨단 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연중무휴로 운영하는데 입소문이 퍼지면서 올해 참가자가 2500명에 달한다. 건강측정으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은 다른 치유의 숲과 비슷하다. 기본 3시간 중 2시간은 숲에서 몸 살리는 체조와 명상, 숲길 걷기 등으로 구성했다. 고교 생물교사로 퇴직한 이상수(62) 치유요원은 마사이 워킹과 웃음, 복식호흡 등을 통한 스트레스 해소와 맨발로 걷는 오감 체험을 안내한다. 이씨는 “숲 치유 프로그램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진행해야 한다”면서 “일률적인 매뉴얼을 적용하기보다는 각 지역의 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숲길 체험 후에는 센터로 옮겨 수 치유와 열 치유를 체험한다. 수 치유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효과를 고려한 것으로 무릎 높이로 채운 물속에 다리를 담그고 휴식을 취한다. 수 치유를 통해 심신이 안정되면 열 치유실로 옮겨 편백나무 목침을 베고 15분간 누워 온몸에 편안함을 불어넣는다. 이후 2~3분간 수 치유를 받는 것으로 프로그램은 마무리된다. 힐링 프로그램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치유 전문 시설로 계획돼 일부 제한이 뒤따른다. 체험 확산을 위해 한 사람이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치료 목적이 아닌 건강한 사람의 건강 증진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점에서 홀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은 참여할 수 없다. 프로그램 유료화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무료로 운영되면서 예약 및 취소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예약 후 불참하는가 하면 집중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북부지방청 관계자는 “힐링센터 활용 및 치유 효과 확산을 위해 산림교육을 진행하는 숲체원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숲의 명인 만나는 ‘키키가키’ 거치니 방황하던 고교생도 자신감을 얻더라”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숲의 명인 만나는 ‘키키가키’ 거치니 방황하던 고교생도 자신감을 얻더라”

    “키키가키(kikigaki)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문제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으로 결과에 대해 순위를 메기거나 어떠한 평가도 하지 않습니다.” 일본의 비영리 민간단체가 고교생을 대상으로 12년째 진행 중인 ‘키키가키(듣고 쓰기)’ 경연이 산림교육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도쿄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공존의 숲’ 사무실에서 만난 요시노 나호코 사무국장은 ‘자발적인 참여’를 가장 큰 장점으로 들었다. 공존의 숲은 키키가키 참가자들이 중심이 돼 2003년 만들어졌다. 키키가키는 미국 고교생들이 개척시대 생활상을 기록하고 출판해 화제가 됐던 ‘팍스 파이어’(fox fire)에서 착안한 일본식 프로그램이다. 임야청에서 선정한 숲의 명인 100명과 고교생 100명이 1대1 인터뷰 방식으로 명인의 삶을 기록하고 보고서를 출간하는데 전통 임업 지식과 기술을 전승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2002년 정부 지원으로 시작됐지만 2004년부터 공존의 숲에서 자체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는 6월에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데 참가 이유를 적은 에세이를 심사해 선정한다. 8월에 3박 4일 연수를 거친 뒤 9월부터 인터뷰가 시작된다. 2회 방문까지 공존의 숲에서 비용을 지원하고 인터뷰 기간은 체험학습으로 인정받아 결석처리되지 않는다. 고교생으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것은 홀로 행동이 가능하고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시노 국장은 “인터뷰를 하고 기록하면서 커뮤니케이션 및 상대와 교감하는 능력이 향상된다”면서 “특히 전통적 삶의 방식을 경험하면서 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대학 진학 후 생각이 바뀌어 명인의 후계자로 나선 학생이 있는가 하면 임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선생님이나 임업직 공무원을 선택한 참가자도 생겨났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했던 학생은 프로그램 참가를 계기로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생기는 변화를 경험하기도 했다. 운영은 회원들의 회비와 환경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올해 후원기업은 16개이며 이중 4개 업체가 2004년부터 참여하고 있다. 참가 경쟁률은 1.7대1 정도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자칫 행사로 전락할까 반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입을 희망한 인도네시아에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요시노 사무국장은 “숲이 개인의 삶과 단절되는 것이 아쉽다”면서 “청소년들이 체험을 통해 숲을 삶의 일부로 느끼는 과정에서 소중함을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3)日 ‘자연관찰의 숲’ 가보니

    일본의 산림교육은 다양하다. 산림교육이 학교 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 우울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 근거한다. 환경교육과 야외 체험학습의 필요성을 공감해 ‘총합(總合) 학습’으로도 인정하고 있다. 산림교육은 국가와 지자체, 민간, 기업 등 다양한 섹터가 참여하는데, 직업교육을 제외하고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적용하지 않는다. ‘산은 친구, 산은 선생님’이라는 접근법으로 숲의 소중함을 스스로 알아가는 과정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인성 함양 및 치유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치유와 교육이 병행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치유는 ‘테라피단지’, 교육은 ‘체험, 관찰의 숲’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체험의 숲은 테라피단지와 달리 도심에서 접근성이 좋고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한다. 학교와 연계해 운영되기에 활성화가 기대되고 있다. 교내 폭력이나 따돌림, 게임중독 등을 구분하지 않고 더불어 어울리도록 설계했다. 다만 유치원과 초등학생에 집중된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요코하마 자연관찰의 숲’을 방문한 날은 온종일 비가 내렸다. 숲을 걷는 데 약간의 불편이 있었지만 자연 상태가 잘 보존된 풍경은 마음을 상쾌하게 했다. 자연관찰의 숲은 일본 환경성이 전국에 10곳을 조성했는데 요코하마 숲이 제1호로 1986년 문을 열었다. 자연환경에서 동식물을 접하면서 자연보호사상을 고취한다는 초기 산림과 환경의 협력 모델이다. 숲은 일본야조(野鳥)회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고미나미 유키히로 담당은 “야조회 직원 6명이 상주하고 자원봉사자(200명)인 친구의 모임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숲의 프로그램이나 교재는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요코하마 숲의 대표 프로그램은 ‘초등 4학년’을 대상으로 1박 2일간 진행하는 체험학습이다. 프로그램은 정규 커리큘럼으로 인정받는데 지난해 요코하마 400개 초등학교 중 160개 학교의 체험학습을 진행했다. 올해는 170개 학교가 신청하는 등 해마다 참가 학교가 늘고 있다. 요코하마 숲에서는 체험학습을 진행하기 전에 선생님들과 진행할 프로그램을 사전협의해 결정한다. 숲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별로 필요한 교육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주입식 교육은 배제한다. “자연을 즐기는 방법을 알린다”는 숲 교육의 원칙을 고수하는데 재미있어야 다시 찾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잡목림에서 나무를 직접 잘라 보고 숲길을 걸으며 벌레소리 듣기, 그림 그리기, 누워서 쉬기 등 과제를 부여해 자발적으로 숲과 접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학교나 인근 공원 등에서 방문 교육도 진행하는데 지난해 150개 단체가 신청했다. 지역사회와 교류도 활발해 지난해 숲 이용자가 14만명에 달한다. 3·5·11월 진행하는 ‘새 관찰’ 프로그램이 유명하고, 보호자와 함께하는 캠프는 유료임에도 신청자가 많아 추첨을 통해 선정하고 있다. ‘나가노 체험의 숲’은 지방자치단체(나가노현 임업총합센터)가 직접 운영한다. 산림연구시설을 교육 인프라로 제공한 형태다.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보다 다양한 시설(26동)을 활용해 이용자가 필요한 교육을 실시토록 안내하고 있다. 숲은 40㏊ 규모로 목재생산을 위한 낙엽송 식재용으로 지자체가 20㏊를 추가 매입, 경치가 수려하다. 지난해 숲 이용객 3만명 중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가 1만 7000여명이다. 이 중 유치원, 초등학생이 6500명을 차지한다. 숲 프로그램은 시민대상 강좌와 어린이들을 위한 산림교실, 일반인을 위한 산림작업 체험 강좌로 나눠져 있다. 특히 녹색소년단 활동 장소로 제공된다. 나가노현 177개 초등학교 녹색소년단이 10개 권역별로 나눠 연중 이곳에서 활동을 벌이고 1년에 한번 교류회도 갖는다. 연구시설답게 임업전문교육이 활발하다. 나가노현에서 매년 10명 선발하는 ‘임업사’ 교육을 진행한다. 일본의 알프스로 불리는 나가노지역에서 유용한 자격증으로 교육과정에서 임업기계 자격증도 딸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교육생 선발은 평균 2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보험료와 재료비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 산주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행하는 산림작업 강좌는 임업기계 사용과 나무벌재 및 운반, 숯 만드는 법 등을 전수함으로써 숲 활용 및 관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수가야 유키히로 소장은 “전문가 양성을 제외한 숲 이용은 무료”라며 “숲과 친해질 수 있도록 교육이 아닌 교본을 제공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도쿄도 하치오지시(八王子市)에 있는 ‘다카오의 숲’은 폐교된 도립고등학교를 리모델링, 풍부한 녹지와 다양한 시설을 갖춘 체험형 시설이다. 민간이 시설에 투자하고 운영하는데 학교교육과 다른 사회교육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의 70%가 학교 관련 단체이며 이용자 중 중학생이 비율이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1박 2일 환경캠프와 부모와 자녀가 함께하는 텐트숙박, 추첨을 통해 참가자를 선발하는 와쿠와쿠(두근두근) 숲 캠프(3박 4일) 등이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 환경의 중요성과 단체 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자신감을 배우는 과정이다. 국립산림과학원 교육문화연구실 하시연 박사는 “산림교육은 지속적인 접촉이 필요한데 일본은 체험 및 재량학습으로 인정하는 등 사회적 협의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면서 “산림·환경에 대한 무관심한 중·고교생을 유인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또는 프로젝트형 프로그램 개발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이주의 어린이 책] 예뻐지고 싶니? 얼굴 파는 가게로 와~

    [이주의 어린이 책] 예뻐지고 싶니? 얼굴 파는 가게로 와~

    얼굴을 파는 가게가 있다면? 원하는 얼굴을 마음껏 고를 수 있다면 우리는 행복해질까? 외모가 권력이 된 요즘 ‘예쁜 얼굴 팝니다’가 던지는 화두다. 단비는 납작코에 감자 같은 얼굴 때문에 되는 일이 없는 것만 같다. TV에는 멋진 가수 언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내 얼굴은 한심할 뿐이다. 퇴근한 아빠는 단비의 화만 돋운다. 예쁜 엄마만 찾고 아빠를 닮은 단비는 ‘못난이’라고 불러서다. 단짝인 혜지와도 사이가 틀어졌다. 친구들이 둘을 ‘공주와 시녀’라고 불러서다. 더욱이 남자애들은 단비를 반에서 가장 못생긴 아이로 뽑아 버렸다. 단비는 폭발한다. “이게 다, 내가 못난이라서다!” 그런 단비에게 마법처럼 은빛 글씨의 간판을 단 ‘얼굴 가게’가 나타난다. 크고 동그란 눈, 오똑한 코, 앙증맞은 입술, 달걀형 얼굴…. 단비가 꿈꿔온 얼굴이다. 단비는 자신도 모르게 어여쁜 얼굴 가면에 손을 뻗는다. 어디선가 아련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별들아 별들아, 헌 얼굴 줄게. 새 얼굴 다오.’ 얼굴을 사는 방법은 간단하다. 새 얼굴 대신 ‘헌 얼굴’, 내 얼굴을 얼굴 가게 주인에게 주기만 하면 된다. 단, 얼굴을 바꾸고 한숨을 세 번 쉬면 아무도 나를 못 알아보게 된다. 눈 딱 감고 결정만 하면 되는데 단비는 왜 자꾸 자신의 ‘납작코 감자’ 얼굴이 눈에 밟히는 걸까. 책은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고 단박에 선을 긋지는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솔직한 고민과 갈등을 통해 남의 시선에 갇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껴안는 과정을 따라가며 공감하게 한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책꽂이]

    박새 둥지에 날아든 뻐꾸기 영어교사들(전정완 지음, 북랩 펴냄) 현재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영문법의 오류를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안한 책. 보어 규칙과 8품사, 분사·동명사·부정사 용법 등 학교에서 잘못 가르치고 전수되는 엉터리 영문법의 유래와 오용 사례를 촘촘히 추적·분석했다. 134쪽. 1만원. 나는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박재현 지음, 공명 펴냄) 유엔 나이로비 사무소 안전보안국 보안대 작전담당관으로 활동하는 박재현의 에세이집. ‘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어린 시절의 막연한 꿈이 ‘최고의 보안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구체적 꿈으로 실현되는 과정을 담았다. 280쪽. 1만 4000원. 6·25 바다의 전우들(최영섭 지음, 세창미디어 펴냄) 6·25 전쟁 북침설이 만연한 사회를 향해 예비역 해군 대령이 내놓은 자서전적 증언기. 저자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38선을 넘은 북측의 육전대(해병) 1000여명이 부산 앞바다에서 수장됐다는 새로운 증언을 내놓는다. 360쪽. 1만 5000원. 경제학자의 인문학 서재2(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 ‘이야기 속에 숨겨진 경제학의 힘’ ‘음식에 깃든 경제원리’ ‘역사를 바꾼 인물들의 경제학적 통찰’ 등의 소주제들을 통해 우리 삶 속에 깊숙이 내재된 경제학적 진실을 읽어 낸다. 320쪽. 1만 5000원. 나의 프랑스식 서재(김남주 지음, 이봄 펴냄) 1990년 장 그르니에의 책을 시작으로 전문 번역가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번역 에세이. 프랑수아즈 사강, 아멜리 노통브, 로맹 가리, 에밀 아자르 등 그동안 번역한 책들에 붙인 ‘옮긴이의 말’을 묶었다. 272쪽. 1만 2000원. 지식의 반전:거짓말 주의보(존 로이드·존 미친슨 지음, 이한음 옮김, 해나무 펴냄) 잘못된 통념과 상식을 바로잡는 책. ‘시원하려면 짙은 색깔의 옷을 입어야 한다’ 등 상식을 뛰어넘는 내용이 많다. 또 나폴레옹은 당시 프랑스인 평균인 164㎝보다 큰 169㎝의 ‘키다리’였다고 주장한다. 340쪽. 1만 4800원. 카를 융, 영혼의 치유자 (클레어 던 지음, 공지민 옮김, 지와사랑 펴냄) 전대미문의 심리학자 융의 생애와 업적을 다룬 평전. 무서우면서도 심오한 의미가 있는 여러 이미지에 주목했던 어린 시절, 직업적 성공을 거둔 청년기, 영혼 세계를 재발견한 중년 시절까지 융의 여정을 정리했다. 336쪽. 2만 5000원.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강제윤 지음, 호미 펴냄) 300여곳의 전국 섬을 순례한 강제윤 시인이 섬의 풍경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을 짧은 글과 함께 엮은 포토 에세이집. 섬 유랑자의 눈길을 따라 비경을 찾아 떠난다. 시인은 가장 인상 깊었던 섬으로 전남 신안군의 가거도를 꼽았다. 220쪽. 1만 6000원. 당신으로 충분하다(정혜신 지음, 푸른숲 펴냄) 정신과 의사가 들려주는 6주간의 힐링 토크. 개인맞춤형 심리분석 프로그램인 ‘내 마음 보고서’ 분석 결과 평균적 모습을 보인 30대 여성 4명과 저자가 6주간 진행한 집단 상담을 바탕으로 했다. 288쪽. 1만 3800원.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에리히 프롬 지음, 이종훈 옮김, 휴 펴냄) 정신분석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인 저자가 1966년에 쓴 책.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새로운 구약 읽기를 시도했다. 구약은 인간이 우상으로부터 해방돼 완전한 인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라는 것이다. 267쪽. 1만 4000원.
  •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산림교육 현황과 과제

    [푸른숲, 五感을 깨우다] 산림교육 현황과 과제

    소득이 늘어나자 자연스레 삶의 질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복지’가 화두다. 특히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추구하는 복지의 한 분야로 산림분야에 대한 관심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산림복지는 ‘숲’이라는 자산을 활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도 적기 때문에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국토의 64%(639만㏊)가 산림으로 충분한 인프라를 갖고 있다. 더욱이 접근성도 뛰어나고 위험요소도 거의 없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우리 곁에 있는 산림을 제대로 이용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서울신문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청소년 문제와 노령화사회의 고민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국민 건강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푸른숲, 오감을 깨우다’ 시리즈를 기획했다. 산림교육과 치유를 주제로 모두 8회에 걸쳐 전문가 자문을 받아 국내외 산림복지 현황을 점검하고 대안을 찾아본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며 황폐화됐던 우리 산림은 1960년대부터 30여년에 걸친 녹화사업으로 푸르름을 되찾았다. 그러나 도시화와 산업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 산림은 목재생산기지로 머물렀을 뿐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미약했다. 산림청은 2010년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림에서 행복’이라는 기치를 내세운 생애주기별 산림복지 프로젝트(G7·Green Welfare 7 Project)를 내놨다. 나무를 심고 가꾸는 정책에서 ‘활용’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한다. 산림복지는 휴양·교육·문화·치유 등 4개 콘셉트로 이뤄졌다. 1980년대 후반 ‘산림휴양’이 등장한 후 20여년이 지난 2006년 산림 치유, 2012년 산림교육이 본격화되는 등 산림복지의 역사는 짧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세계가 인정한 치산녹화국이다. 어린 나무를 가꾸고(교육), 성장한 자원을 관리(치유)해본 경험이 풍부하다. 산림복지는 숲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행복감을 느끼는 원초적 감정에서 비롯된다. 숲과의 어울림이다. 숲에서 쉬는 휴양에 목적을 부여해 세분화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유아·청소년의 인성 함양을 위한 교육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2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7명이 공부와 직업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8.8%는 자살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생활 스트레스(66.9%)가 가정(42.3%)보다 월등히 높다. 입시위주, 경쟁위주의 교육에서 청소년의 속병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산림교육이 왜 필요한지 알게 된다. 숲 유치원 유아가 일반 유치원 유아에 비해 주의집중력이 높고, 공격성 정도가 낮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숲 체험 활동 이후 스트레스 해소에 긍정적 변화도 나타나고 학교 폭력 예방과 사회성 향상 및 우울증을 줄인다는 분석도 보고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7월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시행됐다. 전국의 자연휴양림과 수목원 등이 청소년의 산림교육 장소로 개방되고 숲해설가를 활용한 산림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산림청이 사회적 이슈인 학교폭력과 게임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전개한 ‘숲으로 가자 운동’ 참가자가 50만명에 달했다. 125곳에서 열린 치유 캠프에는 5만 7478명이 참여했다. 유아 산림교육은 청소년 교육보다 앞서 있다. 지난해 제도가 시행돼 정부가 인정한, 유아숲지도사가 배치된 유아숲체험원은 없지만 보육시설과 연계해 산림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숲유치원이 2011년 기준 110곳(24만명)에 달한다. 산림청은 152개 휴양림과 수목원, 국유림 등을 활용해 2017년까지 250개 유아숲체험원을 조성하고,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산림교육센터도 10곳에 설치하는 등 인프라 구축과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22년간 대전에서 숲유치원을 운영 중인 민충기 원장은 “주 2회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교사 없는, 프로그램이 없는 ‘온숲반’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졸업생들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두각을 나타내니까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민 원장의 유치원 재등록률은 95% 이상으로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산을 찾는 우리 국민의 80%는 건강을 생각한다. “산에 가면 몸에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2012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일반국민의 79.2%, 질환자의 74.6%가 산림치유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등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산림치유는 질병 치료가 아닌 경관·소리·피톤치드·음이온 등 산림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 면역력을 높여 쉽게 병에 걸리지 않도록 하는 자연요법이다. 숲에서 건강과 행복을 찾으려는 시대적 요구와 면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산림치유가 조명받고 있다. 현재 치유의 숲은 국·공유림에 4곳이 만들어져 운영되고 있다. 연간 방문객이 2011년 15만 7000명, 지난해는 2배 증가한 31만 4797명에 달했다. 산림치유는 2026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하는 예방의학적 관점에서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다. 등산 활동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액이 2조 8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다. 산림청은 한국형 치유의 숲 모델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오는 2015년 문을 여는 ‘국립백두대간산림치유단지’는 국내 산림치유의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한다. 치유·연구시설과 숲치유센터, 장·단기 체류 요양시설인 산림치유마을과 50㎞ 거리의 치유 숲길 등이 조성된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단기 방문형 치유의 숲을 국·공유림에 34곳(국유림 10곳)을 조성하고, 중·장기 체류가 가능한 산림치유시설을 권역별로 조성해 100만명에게 산림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삼림총합연구소 유코 쓰네쓰구 박사는 “시설보다 프로그램이 중요하고 특정 질환에 대한 지속적인 치유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분야 미래 먹을거리인 산림복지는 고급(전문) 일자리 창출 등 창조경제와도 연계돼 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유아숲지도사(1500명)와 숲길체험지도사(1500명), 숲해설가 등 산림교육전문가 1만명과 산림치유지도사(1500명)를 양성할 계획이다. 올해 양성기관도 추가 지정키로 했다. 산림복지가 정착하는 데는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산을 찾도록 만드는 계기도 마련돼야 한다. 교육분야는 더욱 시급하다. 산림청은 ‘유아·청소년의 전인적 성장을 위한 산림교육 활성화’를 정부 부처 협업과제로 상정했다. 누리과정 및 학교 교육과정으로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교원의 산림교육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해 직무연수에 반영하고, 각 부처에서 시행중인 청소년 프로그램에 산림교육을 포함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서는 숲 교육에 대한 효과 분석이 수반돼야 한다. 부족한 산림교육시설 및 프로그램, 전문가 양성도 필요하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정부가 개입하면 반드시 뭔가를 가르쳐야 하고, 지표에 따른 평가를 받아야 하기에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치유는 효과에 대한 과학적, 증거 중심의 연구결과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중장기적으로 산림치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연착륙을 위해 민간을 참여시키는 방안도 검토된다. 자체 숲을 보유한 유아시설이나 동일한 콘셉트의 시설들이 운영되고 있다. 민간 참여시 인프라 확보 및 향상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다만 비용 부담이 뒤따르면서 복지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범권 산림청 산림이용국장은 “치유와 교육이 반복,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부처 간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참혹했던 봄날 진실은 뭐야

    참혹했던 봄날 진실은 뭐야

    1980년 6월 10일. 강원 춘천에선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열린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흘간 열린 대회는 한바탕 잔치처럼 떠들썩하게 치러졌다. 이를 바라본 광주시민들은 속으로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핏빛 상처를 달래려 애썼다. 나주 사평국민(초등)학교에 다니던 열세살 소년 명수는 그 소년체전에 참가하기 위해 전남 광주에 머물며 지옥 같은 훈련을 이겨내고 있었다. 명수는 전남 대표 육상선수였다. 국가대표가 꿈이었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고, 경쟁자인 친구를 이기기 위해 갖은 애를 썼던 평범하디 평범한 아이였다. 가난하지만 단란했던 가족들의 기대도 모두 명수에게 쏠렸다. 하지만 33년 전, 뜨거웠던 광주의 5월은 명수에겐 잔혹한 생채기를 남겼다. 아들을 구하러 나주에서 광주로 오던 아버지가 군인들의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오월의 달리기’(김해원 지음, 푸른숲주니어 펴냄)는 5·18의 핏빛 상처를 강조하기보다, 당시를 살았던 한 아이의 삶을 보여주는 데 담담히 초점을 맞춘다. 물론 명수는 작가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이다. 올해로 14년째 동화작가로 글을 써온 작가는 이야기한다. “중학교 때 광주에서 전학 온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기가 살던 곳에선 정말 끔찍한 일이 있었다고.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 친구가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한 오월을 뒤늦게 알았을 때, 그건 거대한 공포였다.” 작가는 두렵고 아파서 피하고만 싶던 5월 광주의 흔적을 찾아 나선다. 광주의 한 신문사에서 낡은 신문철을 뒤적였지만 참혹한 봄날의 기억은 송두리째 비어 있었다. 진실을 쓸 수 없었던 사람들이 남겨놓은 자리였다. 5·18로 소년체전의 개최일이 연기됐다는 기사를 보고, 메달의 꿈을 안고 땀 흘렸을 선수를 주인공으로 떠올렸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육상선수 출신의 중년 남성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취재에만 꼬박 1년을 공들였다. 책 말미에 ‘5·18민주화운동이 뭐야’란 역사읽기가 부록으로 곁들여졌다. 관련 정보와 글, 사진을 실어 사건의 배경부터 의의까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충실히 설명했다. 98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불의를 봐도 왜 못 본 척할까 뇌 때문에? 간 때문에?

    사랑에 눈먼다는 표현을 흔히 듣는다. 얼핏 시적인 표현처럼 들리지만, 뇌과학은 이를 과학적인 현상이라 규명했다. 쉽게 말해 사랑에 빠졌을 때 일어나는 뇌의 화학작용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하지 못한다는 거다. 유형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한 현상이 현실에서도 종종 일어난다. 예컨대 불의를 봐도 ‘상대방 숫자’에 따라 애써 못 본 체하는 경우다. 뇌가 불의를 분명하게 인지했으면서도 동시에 이를 무시하는 이율배반이 버젓이 성립하는 거다. 뇌가 비겁한 걸까, 간이 콩알만 한 걸까. ‘의도적 눈감기’(마거릿 헤퍼넌 지음, 김학영 옮김, 푸른숲 펴냄)는 이처럼 알면서도 실수를 되풀이하는 뇌의 특성과 인간 본성 간의 관계를 조명한 책이다. ‘의도적 눈감기’란 반드시 알아야 할 내용이라도 뇌의 본능과 어긋난다면 고의로 무시하는 현상을 말한다. 못 본 척하는 것을 넘어, 아예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깨끗이 잊어버리려 할 만큼 뇌가 비겁한 속성을 갖고 있다는 거다. 저자는 사랑 외에 우리 뇌를 눈감게 하는 요소들로 동질성과 이데올로기, 복종, 순응, 보상 등을 꼽았다. 대단히 정밀하고 똑똑한 듯 보여도, 뜻밖에 뇌는 허점이 많다. 특히 익숙한 것에 쉽게 속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을 보자. 여인을 얻기 위한 노력과 정성을 강조할 때 흔히 쓰는 표현이지만, 이를 뇌과학의 시선으로 보면, 익숙한 것에 뇌가 길들여진다는 의미가 있다. 익숙함은 쉽게 동질감, 또는 호감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부지런히 자신의 얼굴을 상대방에게 보여 주면, 상대방의 뇌가 익숙한 사람으로 인식해 ‘비호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1980년대 미국 미시간대에서 64명의 남녀 학생을 대상으로 벌인 호감도 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가벼운 예를 들었지만, 책에 담긴 ‘의도적 눈감기’의 실제 내용은 무겁다. 건강검진 미루기 등 개인의 일상적인 문제부터 성직자들의 아동 성 학대 등의 사회 현상까지, 의도적 눈감기의 구체적인 사례와 그로 인한 파장을 짚고 있다. 물론 비겁한 뇌의 한계를 딛고 선 용기 있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이처럼 정신의 작동 방식을 바꾼 이들을 ‘카산드라’라고 명명했다. 빠지기 쉬운 의도적 눈감기의 유혹에서 벗어나 진실을 직시한 사람들이다. 저자는 ‘카산드라’를 통해 의도적 눈감기를 부추기는 요소들은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숙명이 아니라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1만 5000원.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어린이·청소년 책꽂이]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정창권 글, 김도연 그림, 사계절 펴냄) ‘징검다리 역사책 시리즈’의 두 번째 권. 조선 후기 ‘북마케터’인 조생(조신선)의 이야기를 통해 서민 문학의 발달과정을 살폈다. 1771년 조선 최대의 책장수 탄압을 불러온 ‘명가집략’ 사건과 창작자가 이씨 부인으로만 알려진 세계에서 가장 긴 소설 ‘완월회맹연’(180책)이 등장한다. 1만 1000원. 카펫에 숨겨진 비밀쪽지(조르디 시에라 이 파브라 지음, 배상희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인도로 날아간 스페인 기자, 인도 최대의 카펫 가게에서 일하는 수상한 판매원, 지하실에 갇혀 손으로 카펫을 짜는 어린이 노예. 전 세계 2억 5000만명의 어린이 노동자들에 관한 소설이다. 우연히 카펫 속에서 구조 요청 쪽지를 발견하고 인도로 향한 알베르토 기자가 남부 도시 마두라이에서 마주한 참담한 현실을 담았다. 9200원.
  • [어린이 책꽂이]

    ●어린이를 위한 에너지버스(존 고든 글, 코리 스콧 그림, 공경희 옮김, 찰리북 펴냄) 7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에너지 버스’의 어린이판. ‘에너지 전도사’로 불리는 존 고든이 직접 썼다. 늘 우울하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조지가 버스기사 아줌마가 가르쳐준 규칙들을 실천하며 달라지는 일상을 그려냈다. 1만 1000원. ●어린이 성경(베르너 라우비 글, 안네게르트 푹스후버 그림, 손성현 옮김, 북극곰 펴냄) ‘오스트리아 아동청소년 도서상’을 수상한 베르너 라우비와 독일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인 안네게르트 푹스후버가 함께 만들었다. 예수님을 흑갈색 머리카락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셈족으로 묘사했다. 2만 8000원.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교실(유진 옐친 글·그림, 김영선 옮김, 푸른숲주니어 펴냄) 2012년 뉴베리 아너상 수상작. 소설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비슷하다. 코카콜라 광고에 등장하는 북극곰을 디자인한 유진 옐친의 첫 번째 소설. 스탈린 시대를 배경으로 학교에서 영웅의 아들로 추앙받던 열 살 소년 사샤가, 아버지가 비밀경찰에 끌려가며 겪게 되는 이틀간의 사건을 서술했다. 9000원. ●강 너머 저쪽에는(마르타 카라스코 글·그림, 김정하 옮김, 시공주니어 펴냄) 밤낮으로 흐르는 강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이 자리한다. 소녀가 사는 강 이쪽 마을과 소년이 사는 강 건너 마을. 소녀의 부모는 강 건너 사람들은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사람들이니, 소녀에게 절대 강을 건너거나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 편견에 저항한다. 9000원.
  •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정치 프레임은 논리가 아니다, 매력이다

    추석입니다. 그것도 연말에 대선이 예정된. 그래선지 추석 민심을 겨냥한 대선용 책들이 범람(?)합니다. 역시나 썩 와닿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이 참에, 요즘 언론들이 앞다퉈 쓰는 프레임(Frame)을 한번 정리하려 합니다. 대선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쯤이라고 해두지요. 프레임은 세상을 대할 때 잣대로 쓰이는 어떤 틀을 말합니다. 1970년대 어빙 고프만이라는 학자가 쓴 뒤 심리학, 경제·경영학, 정치학 등 여러 분야로 널리 퍼졌습니다. 와튼 스쿨에서 13년간 인기강좌였다는 후광을 받아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8.0 펴냄)도 결국 프레임에 대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프레임이라는 단어가 대중화된 것은 아무래도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공이라 해야겠지요. 대충 생각나는 것만 떠올려봐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삼인 펴냄), ‘프레임 전쟁’(창비 펴냄), ‘자유는 누구의 것인가’(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폴리티컬 마인드’(한울아카데미 펴냄) 같은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렇게 많이 소개된 것은 아무래도 상식을 뒤엎는 묘한 매력 때문일 겁니다. 진보진영의 18번 레퍼토리 ‘반대!’, ‘철폐!’라는 구호가 사실은 상대방 프레임을 더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주장이었으니까요. 가장 강력한 슈팅인 줄 알고 발가락에다 온 힘을 다 모아 찼는데, 알고보니 우리 골대 쪽으로 차고 있더라는 겁니다. 레이코프가 책을 쓴 이유도 이겁니다. 사실에 근거해 논리적으로 합당한 얘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프레임 같은 얘기는 일종의 테크닉 문제라고 보는 게 답답해서입니다. 레이코프의 한국판 B급 버전이랄까, 딴지일보 김어준은 ‘닥치고 정치’(푸른숲 펴냄)에서 이런 표현을 씁니다. “그런데 진보 정당의 방식은 이런 식이야. 처음 만난 상대 앞에 재무 계획서와 신혼방 설계도를 딱 꺼내놔. 그리고 입주할 주택의 입지 조건과 구입할 차량의 대출 조건 및 주변 교육 환경의 우수성에 대해 부동산과 금융, 교육 전문 용어를 섞어 진지하게 프레젠테이션하지. 그런 다음 건조한 표정으로 바로 결혼하재.” 김어준이 보기에 “정치란 국민과 연애하는 것”인데, 이게 과연 연애냐고 되묻는 겁니다. 레이코프는 이 문제를 ‘문화전쟁’이라 부릅니다. 자기가 만든 말이 아닙니다. 19세기 독일 비스마르크 정권이 가톨릭 세력에 맞서 추진한 세속화정책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이 단어가 미국에서 다시 나타난 것은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때입니다. 대중적 관심은 클린턴이 집무실로 르윈스키를 불러다 구강성교를 했을까, 그러니까 영어식 말장난으로 오벌(Oval Office·백악관 서쪽 대통령 개인 집무실)에서 오럴(Oral)했을까 같은 자극적 소재에 쏠렸습니다. 그런데 당시 미국의 식자층과 언론인들이 ‘문화전쟁’이라 부르며 우려했던 사태는 뉴트 깅리치의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연방정부 폐쇄에 이를 정도로 클린턴 정권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상황이었습니다. 기독교 근본주의에 매몰된 공화당 내 극우파들 때문에 백인 하층 노동자들을 선동해 의회의 합의정치라는 틀 자체를 망가뜨리는 게 아니냐, 이로 인해 의회 포퓰리즘을 제어하기 위해 도입한 대통령제가 무력해지는 것 아니냐는 한탄들이 쏟아진 겁니다. 요즘 미국 대선에서 보듯, 이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대입이 되십니까. 미국에서 문화전쟁은 대개 레이거니즘이 시초로 꼽히는데, 한국에서 문화전쟁은 언제부터였을까요. 뉴라이트라 불리는 일군의 학자들, 조중동이라 불리는 보수언론 등이 ‘건국과 부국의 역사’,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선진화로’, ‘잃어버린 10년’ 같은 서사들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전파한 시기부터가 아니였을까 싶습니다. 현 정권의 멘토라 불리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정명’(正名)을 말하고, 지금은 박근혜 캠프에 가 있는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우파가 문화전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들 주장이 사실적으로, 논리적으로 옳고 그르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아니, 레이코프가 수차례 얘기했지요. 상대가 말한 것을 두고 옳으냐 그르냐 따지는 순간, 대중들은 코끼리를 떠올리고 그들의 프레임은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레이코프에게서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그 뒤의 대목들입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대면으로든, 서면으로든, 전화로든, 뭐로든 어떤 사안에 대해 질문받거나 입장 표명을 요구받을 때에 최대한 겸손하고 친절하게 다 설명해주라고 합니다. 이거 참 묘하게 웃깁니다. 인지과학이 어쩌고, 프레임이 어쩌고 한창 떠들다 결론은 ‘성의 있게 답하라.’니까요. 이 부분에서 ‘정치의 발견’(박상훈 지음, 폴리테이아 펴냄) 제3강 ‘정치의 기술, 실천의 기술’ 부분을 꼭 참고해 볼 만합니다. 시카고 빈민운동의 대부로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에게 큰 영향을 끼친 정치이론가 사울 알린스키(1909~1972) 얘기가 집중적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최근 미국 대선의 화제 가운데 하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빈 의자 퍼포먼스였지요. 그런데 그 퍼포먼스를 눌러버린 건 오바마의 대응이었습니다. “그래도 난 당신의 팬”이라 대꾸해버렸으니까요. 요즘 말로 완전 ‘대인배 포스’지요. 인간적 매력이 먼저이고 그 뒤에 사실관계나 논리적 정합성을 갖춘 서사가 따라붙어야 한다는 것, 그게 프레임의 작동방식이라는 겁니다. 모두가 프레임, 프레임을 외치는 상황 속에서 어떤 후보가 프레임의 이런 속성을 정확히 알고 잡아낼 수 있을까요. 관전 포인트입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문학 새 책]

    북극 사냥꾼들의 일상 꽁트집 ●북극허풍담 전 3권(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별천지 펴냄) 덴마크의 국민작가로 불리는 저자가 북극에 사는 괴짜 사냥꾼들의 비범한 일상을 그린 연작 콩트집. 온통 눈과 빙산에 찬바람이 몰아치는 북극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대한민국의 7~8월 찜통더위에 읽으면 그저 마음이 시원할 듯하다. 책표지도 북극 눈처럼 새하얗다. 각 콩트는 독립돼 있지만, 전체는 연결돼 있고, 허풍 같은데 묘한 현실성이 있다. 영화 ‘카모메 식당’ 감독의 소설 ●히다리 포목점(오기가미 나오코 지음, 푸른숲 펴냄) 영화 ‘카모메 식당’의 감독이 지은 소설집.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재봉틀을 물려받은 청년 모리오는 자신을 위한 꽃무늬 치마와 모리오의 재봉틀 소리를 들어야 편두통에서 벗어나는 아래층 소녀 카트린을 위한 꽃무늬 치마를 만들기로 한다. 그래서 전차를 여러 번 갈아타고 가는 오래된 섬유거리의 포목점을 찾아간다. 그곳에는 고양이 사브로와 말 없이 꽃무늬 포목을 골라주는 아주머니가 있다. 소심한 사람들이 잔잔하게 위로를 받을 수 있다. 英추리작가협 골드대거상 작품 ●가짜 경감 듀(피터 러브시 지음, 이동윤 옮김, 엘릭시르 펴냄) 영국추리작가협회의 골드대거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영국 타임스가 선정한 20세기 100대 미스터리. 1920년 격변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유쾌함과 풍자, 서스펜스, 미스터리를 한데 맛있게 버무려 놓았다. 철저한 시대적 고증을 거친 작품으로 월터 듀 경감은 1910년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크리펜 박사 살인사건을 해결한 실존인물이다.
  • 출판계 10人 “올 키워드는 정치 귀환”… 99% 정치에 눈뜨다

    출판계 10人 “올 키워드는 정치 귀환”… 99% 정치에 눈뜨다

    압도적인 키워드는 ‘정치의 귀환’이었다. 2012년 총·대선의 해를 맞아 인문사회출판 관계자 10명에게 앞으로 주목해볼 만한 출판계 키워드를 뽑아달라고 했다. 응답자들은 청년, 불안,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소통, 정치, 정치철학 같은 단어들을 골랐다. 한걸음 더 나아가 ‘투표’와 ‘심판’을 내건 이도 있었다.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었던 1992년은 물론 이후 대선이 있었던 1997년, 2002년, 2007년에도 없었던 현상이다. 이 키워드를 뒷받침해주는 이들은 ‘20대’와 ‘여성’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대 베스트셀러 목록 보니 총선과 대선이 눈앞에 닥쳐왔다고는 하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은 출판계에서도 이상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지난 3차례의 대선이 있었던 시기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살펴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수평적 정권 교체가 있었다지만 1997년 종합 베스트셀러 목록(이하 교보문고 집계)을 보면 정권 교체보다 외환 위기가 더 부각됐다.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잭 캔필드 외 지음, 이레 펴냄), ‘아버지’(김정현 지음, 문이당 펴냄)처럼 마음을 다독여주는 책들이 1·2위를 차지했다. 2002년 대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열풍이 뜨거웠다지만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더 뜨거웠던 것은 MBC ‘느낌표’의 코너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의 바람이었다. 이 프로그램에 소개된 ‘아홉살 인생’(위기철 지음, 청년사 펴냄), ‘봉순이 언니’(공지영 지음, 푸른 숲 펴냄),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박완서 지음, 웅진닷컴 펴냄)는 출간된 지 제법 오래된 책이었음에도 1·2·3위를 휩쓸었다. 2007년 대선 때는 아예 자기 계발서인 ‘시크릿’(론다 번 지음, 살림비즈 펴냄)이 부동의 1위를 차지했고 ‘대한민국 20대 재테크에 미쳐라’(정철진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같은 책이 3위를 차지했다. 특히 1%의 사람들이 누리는 부와 권력의 비밀을 담았다는 ‘시크릿’은 2007~2008년 2년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서정윤 시인의 ‘홀로서기’ 이후 20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꼽힌다. 자기 계발과 성공, 그리고 부에 다가가기 위한 욕망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올해 주목할 만한 키워드에는 정치, 복지, 신자유주의처럼 1%가 아닌 99%를 지향하는 딱딱한 어휘들이 전면에 나왔다. 이는 최근 경험도 뒷받침됐다. 2010년 출간돼 1위에 오른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 지음, 김영사 펴냄)는 2011년에도 2위를 차지했고 지금도 꾸준히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내린다. 2010년 ‘삼성을 생각한다’(김용철 지음, 사회평론 펴냄)는 언론의 외면 속에서도 종합 순위 20위에 올랐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장하준 지음, 부키 펴냄) 같은 경제서적도 2010년 26위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닥치고 정치’(김어준 지음, 푸른숲 펴냄)가 8위, ‘문재인의 운명’(문재인 지음, 가교 펴냄)이 18위에 랭크됐다. 올해엔 ‘문제는 경제다’(선대인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같은 책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보인다. 한기호 출판평론가는 “단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아큐파이 운동, 유럽의 재정 위기, 중국의 권력 투쟁 조짐 등에서 보듯 전 세계적인 흐름 자체가 변화와 생성을 얘기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김미정 책세상 편집장은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키워드로 제시했다. 김 편집장은 “자본주의의 전도장이랄 수 있는 다보스포럼에서도 자본주의 위기를 공식화할 정도로 신자유주의 질서는 근본적인 도전을 받고 있다.”면서 “선거 이전에는 물론 선거 이후에도 이 이슈는 지속적으로 관찰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욱 도서출판 문주 대표도 ‘불안’과 ‘사회’를 골랐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개인의 문제로 여겨지던 수많은 것들이 어느 순간 사회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사람들은 이를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또 그렇게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믿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는 노동에 대한 강한 불만과 연결돼 있다. 이승우 도서출판 길 기획실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리 문제 자체는 남 얘기일 수 있었는데 지금은 정규직도 언제 비정규직이 될지 모르는 암울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면서 “이는 이제까지 비교적 무시당했던 노동 관련 이슈가 전면에 부각되는 계기”라고 말했다. 정성원 다산초당 편집장이 ‘반성’을, 김백일 역사비평사 대표가 ‘공생’과 ‘공영’을, 장은수 민음사 대표가 ‘공생’과 ‘청년’을 키워드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는 결국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박지은 옥당 편집장은 ‘계층 투표 현상’을 키워드로 답하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젊은 층과 자산을 축적한 중장년층 간 대립이라는 구도가 어떤 정치적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주승일 그린비 편집팀장도 ‘정치철학’ ‘민주주의’를 키워드로 제시하면서 “최근 흐름은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처럼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개념들을 새롭게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염종선 창작과 비평 인문사회출판부장은 “이전까지 개인이 각개약진해서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믿었던 막연한 희망이 깨졌다.”면서 “최근 20~30대 독자들의 정치에 대한 각성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여경·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정치서적 열풍 들여다보니 정치에 대한 열광은 어떻게 드러날까. 보통 인문사회 서적은 주 타깃층을 30~40대 남성으로 설정한다. 특히 40대 남성은 정치적으로 가장 뜨거웠던 ‘386세대’가 기성세대에 도달한 것이어서 이런 책에 가장 강한 반응을 보이는 계층으로 꼽힌다. 그런데 최근 정치 관련 서적의 돌풍은 ‘20대’와 ‘여성’에게서 도드라진다. 최근 가장 히트작이랄 수 있는 ‘정의란 무엇인가’ ‘닥치고 정치’의 구매층 연령대 분석에서 이는 보다 잘 드러난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경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이들은 20.3%를 기록한 20대 여성이다. 30대 남성(14.3%), 20대 남성(13.7%)이 그 뒤를 잇는다. ‘닥치고 정치’의 경우는 이런 차이가 더 도드라진다. 20대 여성이 22%로 제일 비중이 컸고 30대 여성(17.8%)과 30대 남성(17%)이 그 뒤를 이었다. 해서 전체 성별 비율을 봐도 ‘정의란 무엇인가’는 남자 50.8%, 여자 49.2%로 거의 차이가 없다. ‘닥치고 정치’는 여성이 52.7%, 남성이 47.3%로 오히려 역전됐다. 보통 ‘30대 남자’에게서 반응이 오기 시작한 뒤 ‘20대 남자’와 ‘30대 여자’들이 따라붙는 모델이 흥행 공식이었는데 이들 책의 경우 ‘20대 여자’에게서 먼저 반응이 오고 ‘30대 남자’와 ‘30대 여자’가 따라붙는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홍보팀 직원은 “누적치 통계이다 보니 그 양상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는데 출간 초반 입소문 때는 ‘20대’와 ‘여성’이 줄곧 주도하는 양상이 또렷이 드러나서 우리로서도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정치, 경제 관련 서적이 자기 홍보나 자기 계발 아니면 묵직한 연구 주제를 달고 나왔는데 요즘 책들은 딱히 정치, 경제 서적이라기보다 사회비평서의 성격이 짙다.”면서 “젊은 층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도 한 가지 흥행 요인”이라고 말했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이를 두고 ‘당사자 담론의 표출’이라 해석했다. 그는 “소위 ‘386(486)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대학생 때부터 기성세대에 이르는 기간 내내 한국 사회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해 온 데 반해 지금의 20대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배들로부터는 ‘스펙’에 매몰된 채 영어나 잘할 뿐 사회의식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없는 이들로 치부되다가 반값 등록금이나 청년 실업 같은 실제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정치사회적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장 평론가는 “이런 다급한 상황에 몰려서 뭔가를 찾아나섰기 때문에 이들을 정치적 진보나 보수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구도로 보긴 어렵다.”면서 “그보다는 새로운 지적 욕구와 정보에 목말라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총선 이후 대선 때까지 이런 경향은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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