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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亡者의 진실 캘 과학수사 요원·교육 턱없이 부족

    지난 1992년 9월 어느 날, 미국 버지니아주 헨리카운티 경찰에 전화가 걸려 왔다. 마을 외곽에 쌓여 있는 쓰레기더미에서 끔찍한 냄새가 난다는 것이었다. 현장에 출동한 로니 민터 형사는 버려진 소파 아래서 침대 시트로 온몸이 싸여 있는 버지니아 비치의 선원 출신 제리 맥랜던(당시 35)의 시신을 발견했다. 부검 결과 사인은 약에 취한 질식사였다. 경찰은 맥랜던이 사망한 뒤 계좌에서 돈을 빼낸 룸메이트 데이비드 데사조와 그의 약혼녀를 의심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사건 발생 6년 뒤 법곤충학 전문가인 테네시대학 인류학 연구소(별칭 보디 팜·Body Farm)의 윌리엄 베스 박사가 나섰다. 박사는 부패하기 시작한 시신을 뒤덮고 있던 구더기와 파리 등 곤충에 주목했다. 베스 박사는 맥랜던이 실종됐던 9월의 날씨를 분석해 시신이 부패하는 속도와 곤충 번식속도를 계산했다. 그 결과, 맥랜던의 사망일자는 9월 21일 또는 22일로 추정됐다. 경찰은 22일 당일 맥랜던의 방에서 싸웠던 데사조와 약혼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법원은 데사조에게 1급 살인, 약혼녀에게 2급 살인형을 선고했다. 맥랜던 살인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던 결정적 실마리는 시신에 있던 구더기들이었다. 시신 주변에서 기생하는 곤충이 사망시간과 당시 상황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 것이다. 미국과 독일 등 과학수사 선진국에서는 법곤충학 전문가가 현장 감식요원으로 출동하는 것이 당연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법곤충학을 현장 감식에 활용할 전문가는커녕 법곤충학을 과학수사기법으로 사용한 데이터베이스(DB)도 전무하다. 갈수록 지능화·다각화되는 범죄로 과학수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지만 국내 과학수사 수준은 법곤충학과 같은 생소한 분야는 물론 기본적인 현장보존과 발굴 등 증거분석에 있어서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법의학자가 직접 사건 현장에 나가지 못하거나 현장 보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눈앞에 있는 증거조차 놓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 지난 1월 발생했던 만삭의 의사 부인 사망사건에서는 최초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과학수사요원이 피해자의 혈흔 등 중요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 피의자 백모(31)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기각되기도 했다. 심지어 경찰은 사건현장의 증거들을 훼손할 위험이 있는 백씨가 경찰관의 동행 없이 사건현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치하기도 했다. 이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증거를 찾아낸 뒤에야 백씨에 대한 구속이 이뤄졌다. 과학수사는 전문인력과 첨단 장비의 결합물이다. 문제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국내의 과학수사는 1955년 세워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을 중심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인력과 교육 시스템 등 미흡한 점이 적잖다.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흩어져 있는 사건 자료의 관리부실, 전담 인력 부족, 체계적인 조사 시스템 미비 탓에 어려움이 많다. 특히 과학수사요원 인력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현재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는 32명을 비롯해 전국 16개 지방청과 250여개 일선경찰서에서 뛰는 과학수사요원들은 1100여명으로 한 경찰서에 평균 3~5명이 근무하고 있다. 과학수사요원은 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 등 5대 범죄뿐만 아니라 현장감식이 필요한 모든 사건에 출동하기 때문에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최용석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계장은 “현장 감식을 하다 보면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붓을 들고 지문을 찾는 등 각종 장비를 동원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인력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그나마 낮에는 2~3인 1조로 움직이지만, 교대근무를 하는 야간에 발생한 사건 현장에는 과학수사요원 1명만 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 증거와 시신의 상태가 중요한 증거가 되는 변사사건의 경우에도 일반 의료기관 의사 등이 현장에서 시신을 살펴보고 2~3일이 지나서야 국과수에서 부검을 하는 게 일반화되어 있다. 경찰청은 올해 안으로 법의학자를 변사현장에 배치하는 ‘현장검안제도’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인력 부족 문제로 도입이 힘든 상황이다. 현재 국과수에는 법의학자가 23명밖에 없어 밀려드는 시신을 부검하기에도 역부족이다. 경찰 소속 검시관도 56명에 불과하다. 인력 못지않게 과학수사요원들의 전문성을 키워주는 교육시스템도 낙후돼 있다. 세계 최고의 과학수사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에서는 과학수사의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수한 요원만이 증거물을 다룰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과학수사 분야를 세부적으로 구분해 현장사진전문가, 지문분석전문가, 총기분석가, 문서분석가 등을 따로 양성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과학수사요원을 뽑는 별도의 전형이 없이 일선 경찰서의 수사관들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선발하고 있다. 뽑힌 과학수사요원들은 4주간의 기본 과정과 현장감식, 화재감식, 현장촬영기법 등에 대한 1~2주간의 전문교육을 추가로 받을 뿐이다. 경찰청에서는 외부전문가와 내부 과학수사요원들이 참여하는 워킹그룹을 구성, 매뉴얼과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 자체적인 전문교육 과정을 실시할 방침이지만 이마저도 예산문제로 쉽지 않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 관계자는 “총 13개 분야의 워킹그룹을 만들 계획이며 현재까지 6개가 구성됐다.”면서 “예산의 한계 때문에 추가 구성문제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력과 예산, 전문교육 등의 부족으로 국내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매장 시신 발굴과 미세증거물 분석, 혈흔형태 분석, 일부 DB 분야가 많이 뒤떨어져 있다. 미국의 경우 시신이 묻혀 있는 현장이 발견되면 발굴 전문가가 출동해 시신과 증거물을 발굴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시간과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체계적인 발굴이 힘들다. 또 선진국에서 1900년대 초에 시작된 미세증거물과 혈흔형태 분석도 국내에서는 2000년대 후반에야 도입됐다. DB분야에서는 지문DB 이외에 많은 선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용 페인트 자국이나 카펫 섬유 등에 대한 DB도 턱없이 적다. 서중석 국과수 법의학 부장은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다른 나라보다 출발점이 늦지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고 체계적인 교육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뉴 캅스-수사 버전을 올려라] (2부)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① 장기미제사건 전담팀 만들자

    1979년 미국 애틀랜타. 흑인 청소년 30명이 잇따라 실종되거나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유일한 증거는 변사자들의 몸에 붙어 있던 같은 섬유 조각뿐이었다. 범인은 더 이상 물증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시신을 강물에 버리기까지 했다. 사건은 2년 동안 지속됐다. 목격자도, 새로운 증거도 확보되지 않았다. 사회적 관심이 낮아짐에 따라 사건이 잊혀질 정도였다. 그러나 수사는 계속됐다. 수사관들은 범인과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였다. 인근지역 모든 다리 밑에서 매일 잠복했다. 1981년 어느날 강에서 ‘첨벙’소리가 났다. 경찰은 다리를 건너는 모든 차량을 검문, 웨인 윌리엄을 용의자로 체포했다. 윌리엄은 범행을 강력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윌리엄 집의 카펫과 차량 시트 섬유가 피해자들의 몸에서 나온 것과 일치했다. 윌리엄은 30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완전범죄를 꾀하던 윌리엄의 연쇄 살인행각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끈질기게 뒤를 쫓은 전담수사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 20건 달해 미국·영국·캐나다 등에서는 주나 지방경찰청마다 ‘장기미제 전담팀’을 꾸려 수년, 수십년 된 미제사건에 매달릴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미제사건에 대한 장기적인 증거물 보관 시스템과 관리가 미비할 뿐만 아니라 미제전담반 자체도 유명무실하다. 잦은 인사 이동과 눈앞의 실적에 급급한 탓에 제대로 된 전담반 운용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다. 2009년 경북경찰청이 미국 등의 장기미제 전담팀을 벤치마킹해 전담팀을 설치했다가 8개월 만에 해체했다. 경찰 관계자는 “금방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어서 진급 누락 등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팽배했다.”면서 “온다는 이도 적었지만 순환 근무로 인해 전문적으로 꾸준히 수사에 전념하기도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부터 대전경찰청이 강력계 형사들로 미제전담팀을 꾸렸으나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경찰이 전국 16개 지방청에 흩어져 있는 38명의 프로파일러(범죄분석요원)들을 수도권·중부권·영남권·호남권 등으로 묶어 지원받기로 했지만 이 역시 장기 미제사건 전담이 아니라 주요사건 발생 때 공조하는 형식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미제사건 관리시스템도 허술하다. 1999년 이후 중요 미제사건은 20건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자료가 일선 경찰서에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지 않은 데다 순환 인사로 사건 내용을 인지하고 있는 수사관조차 없다. 서울지역의 한 경찰은 “통상 6개월 이상 범인이 잡히지 않을 경우 미제사건으로 분류해 수사를 하는데 지속적으로 해결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기관장 등의 지시에 따라 특별수사를 하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필요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경찰도 “유가족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토착비리, 날치기 등 당장 위에서 떨어지는 그때그때의 기획수사에 매달려야 특진 등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증거물을 보관할 수 있는 곳조차 없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한국은 외국과 달리 20년, 30년 된 물증과 관련 자료들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베테랑 형사를 전담팀에 배치해야 이에 따라 장기미제 증거물보관실과 함께 경찰청 차원의 전담반 구성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발생 사건과 장기미제사건을 전담하는 인력을 나눠 수사의 연속성을 갖는 게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강력 수사를 많이 해 본 베테랑 형사들을 지방청 소속의 미제전담팀에 배치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면서 “다만 현재 경찰의 문제점인 단기 업적, 실적주의에서 벗어나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행렬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는 “제일 큰 문제는 인력”이라고 말했다. 업무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인사이동이 수사의 일관성 및 지속성을 깰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범죄 분석관들이 소속돼 있는 지방청 과학수사계에 장기미제전담팀을 만들고, 과학 수사 요원들이 새롭게 분석한 자료를 근거로 현장 형사들이 범인을 검거하는 식으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실종은 신고접수때 정확한 분석을 아울러 장기미제 사건 중의 하나인 장기실종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실종전담팀을 두고는 있지만 2000~2009년 해결되지 않은 사건은 현재 91건이나 된다. 경찰청이 지난 6월 ‘실종자 가족 간담회’을 열었을 때 참석자들은 “사건을 소홀히 다루는 경찰을 믿을 수 없다.”며 항의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잇달아 장기미제, 실종 사건을 해결한 인천 서부경찰서의 박찬수 경사는 “처음 실종신고가 접수됐을 때 정확하게 분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보통 미귀가와 가출의 경우 범죄와의 관련성을 크게 두지 않고 수사를 시작하다 피해자가 발생하곤 하는데 항상 범죄와 연관성을 고려하고 적극적으로 수사를 하다 보면 큰 사고를 예방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 ●자문기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문단 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특별취재팀 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서울신문은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 기획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경찰 수사로 피해를 입었거나 비리 등을 목격한 독자의 제보를 받습니다. 사회부 경찰팀(전화 02-2000-9172~6) 또는 white@seoul.co.kr로 연락 바랍니다.
  •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뉴 캅스-수사버전을 올려라] 고발장 받고도 임의파기… 청소년 윽박질러 진술 받기도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57년 만인 지난 6월, 경찰의 숙원인 ‘수사 개시권’이 명문화됐다.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하는 ‘수사권 조정 2라운드’ 싸움 역시 불과 2개월 남짓 남은 상황이었다. 서울신문은 독자적인 수사주체로 처음 인정을 받은 경찰이 현장에서 어떻게 사건을 처리하고, 얼마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힘을 쏟았고 쏟고 있는지 등을 살필 계획이다. 또 신고·수사 절차에서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족한 시스템 등 수사 전반을 둘러싼 고질적인 병폐와 문제점, 원인을 짚고 해법을 모색할 방침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수사주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뉴 캅스(New Cops), 수사버전을 올려라’라는 시리즈는 크게 ▲피의자에서 피해자 중심의 수사로 ▲과학적 수사가 해답이다 ▲국민의 경찰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눠 다룰 예정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인권연대·경찰대·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로 ‘전문 자문단’을 구성, 조언을 들었다. white@seoul.co.kr로 제보 및 의견을 받는다. ●자문단=곽대경(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박행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 오창익(인권연대 사무국장), 유정현(한나라당 의원), 이동희(경찰대 법학과 교수), 이수정(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윤호(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특별취재팀=백민경, 이영준, 윤샘이나, 김진아기자 경찰은 지난해부터 지난달까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121건의 시정권고를 받았다. 권익위가 경찰 수사과정에서 발생한 과실과 인권침해, 직권남용 등 부당함이 인정돼 개선하라는 행정지도를 내린 것이다. 시정권고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경찰의 수사과정과 태도 등에 부당함을 느낀 국민들의 민원 신청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 공공질서 유지에 힘써야 할 경찰이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 국민에게 피해를 입힌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익위 시정권고 현황을 중심으로 경찰의 불합리한 수사관행과 수사상 과실로 국민들이 입은 피해사례를 살펴본다. ●6시간 방치 60대 남성 결국 숨져 2006년 12월 초. 112신고센터에 경북 포항시 항구우체국 앞에 한 60대 남성 A씨가 술에 취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이 A씨를 발견했을 때 다행히 의식은 남아 있었지만 비까지 내린 혹독한 겨울 날씨에 몸은 이미 언 상태였다. 경찰은 A씨를 병원이 아닌 지구대로 데려갔다. A씨는 그 뒤로 차가운 지구대 의자 위에서 6시간 이상 방치됐다. 평소에도 술에 취해 지구대를 자주 들락거렸기 때문이다. 이날 오후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경찰은 “주취자의 안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형식적인 해명을 했다. 그러나 지구대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는 경찰의 잘못된 대처가 고스란히 담겼다. 경찰은 A씨에게 냄새가 난다며 신문지로 얼굴과 가슴 쪽을 덮고, 가슴을 발로 차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폭행사실 등 과오를 시인했다. 권익위는 지난해 12월 해당 경찰서에 대해 ‘보호조치 대상자 처리매뉴얼 위반’에 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사적인 용도로 개인정보 조회 경찰이 수사상의 필요에 의한 것처럼 속여 자신과 민사소송 중인 상대방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조회한 직권남용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사는 한 40대 남성 B씨는 사적인 이유로 서울의 한 경찰서에 재직 중인 C경감과 민사소송을 진행하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C경감이 B씨 가족의 주민번호와 은행계좌정보 등 개인정보를 재판에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C경감은 B씨 가족의 은행 계좌가 개설된 지점, 이사를 간 시점까지 세세한 정보를 모두 알고 있었다. 권익위의 조사결과 C경감은 수사과정상 필요한 정보라며 수개월 동안 B씨의 거주정보를 조회해 오고 있었다. C경감은 또 은행 콜센터에 자신이 경찰이라고 밝히며 B씨 가족의 개인정보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당시 C경감이 소속된 경찰서에 시정권고를 내렸고 C경감은 경찰 내부 징계위원회에도 회부돼 감봉조치를 받았다. ●청소년·장애인 등 인권보호 뒷전 인천에 사는 중학교 3학년생 D군은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고 권익위에 진정서를 냈다. D군은 이른바 ‘일진회’ 멤버로 인근 학생들을 대상으로 500만원을 빼앗는 등 상습공갈 및 협박, 특수절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경찰 조사과정은 문제투성이였다. 겁에 질린 D군을 윽박질러 진술을 하게 하는가 하면 늦은 시간 조사가 끝난 뒤 차비도 없는 D군을 혼자 돌려보냈다. 경찰은 보호자나 변호인이 입회했을 때만 청소년을 조사할 수 있다는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해 결국 D군의 진술은 모두 효력이 없게 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D군에게 “바른대로 말하지 않으면 교도소 간다.”라고 겁을 주고 욕설을 퍼붓는가 하면 밤 9시에 조사를 마칠 때까지 밥도 주지 않았다. 권익위는 사회적 약자인 청소년에 대해 욕설과 폭언을 하고 인권보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며 경찰에게 시정을 권고했다. 해당 경찰들은 자체적으로 열린 징계위원회에서 견책처분을 받기도 했다. ●“내 업무 아냐”… 수개월 기다려야 경찰이 수사를 오랫동안 지연시켜 공소시효가 지나 버리는 등 수사 지연과 업무태만도 도마에 올랐다. 경남 통영시의 한 어촌마을에 사는 70대 노인 E씨는 마을에 조직된 어촌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등 마을사람들과 불화가 있었다. E씨는 경찰서에 마을사람 중 한명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어업피해 보상과 관련한 어촌계 내부의 비리를 알고 있다.”는 내용의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담당경찰은 비리사건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라면서 담당자를 찾아 연락을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E씨가 고발장을 제출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참다 못한 B씨가 6개월 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물었지만 그제서야 “고발장이 제대로 접수되지 않았다.”는 어이없는 답변만 늘어놓았다. 화가 난 B씨는 고발장을 내놓으라고 했지만 경찰은 “문서를 이미 파기했다.”며 사과했다. 권익위는 경찰이 제출한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하지 않고, 임의로 없애 범죄수사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전남 여수의 한 어촌계장이 6년간 저질러 온 임대료 횡령, 편취 등의 각종 범죄행위를 알면서도 묵인해 공소시효를 넘기게 한 경찰도 있었다. 마을 주민 F씨는 어촌계장이 6년간 공동어업권을 무단으로 빌려주고 임대료를 횡령하거나 여수 인근의 무인도인 수리섬의 소유권 이전을 두고 돈을 챙기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며 어촌계장을 고소했다. 그러나 수사의뢰를 받은 경찰관은 수수방관했다. 특히 경찰은 어촌계장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탓에 지난해 6월 공소시효가 지났다. ●접수하면 신고자 보호 나 몰라라 경찰은 사건의 신고자, 목격자 등에 대한 보호를 소홀히 해 오히려 이들이 피해를 입은 사례도 포함됐다. 40대 남성 G씨는 길거리에서 폭행사건을 목격하고 112에 신고했다가 되레 봉변을 당했다. G씨는 그날 경기도 부천에 일을 보러 갔다가 중년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길거리에서 여성을 마구 때리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알렸다. 잠시 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하자 방금 전까지 때리고 맞던 남성과 여성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맞던 여성은 경찰에게 자신을 때린 사람은 G씨라며 거짓말을 했다. 여성이 막무가내로 우기는 통에 경찰도 G씨를 폭행 피의자로 생각하고 남녀와 함께 경찰차 뒷좌석에 태웠다. 다행히 현장을 떠나기 직전 또 다른 목격자가 “때린 사람은 G씨가 아니라 다른 남자”라고 진술해 오해는 풀렸지만, 경찰이 목격자 진술을 듣기 위해 차에서 내린 사이 뒷좌석에 나란히 앉아 있던 남녀는 G씨의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리며 분풀이를 했다. G씨는 사건을 신고하고도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됐다. 권익위는 “경찰이 신고자 보호에 소홀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던 피해를 입혔다.”고 시정권고했다.
  • 수사망도 출입국 심사도 허점투성이…살인자, 유유히 고국으로

    수사망도 출입국 심사도 허점투성이…살인자, 유유히 고국으로

    #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옥탑방. 40대 중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수차례 머리를 맞은 게 결정적인 사인이었다. 범인은 범행 현장에 튄 피를 걸레로 닦고 신발 자국도 지웠다. 피가 묻은 모자는 물에 담가 유전자정보(DNA) 채취를 막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집 인근 폐쇄회로(CC) TV를 검색해 같은 모자를 쓰고 있던 중국인 방모(46)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혈흔이 남아 있던 모자에서 나온 DNA는 방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은 방씨의 집에 들이닥쳤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불법체류자였던 방씨는 ‘자진출국’ 신고를 한 뒤 몇 시간 만에 국내를 유유히 빠져나가 버렸다. # 허위조서 작성 혐의를 받던 서울 지역 경찰관 이모(43)씨. 그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출국했다가 올 초 귀국했다. 하지만 입국 심사대에서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귀국과 동시에 검거돼야 하는 ‘A’ 수배 대상자였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입국시 이씨에 대한 통보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범죄 피의자와 지명 수배자가 제재 없이 공항을 무사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출입국 심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수사 당국과 출입국관리소 간의 공조가 부족한 탓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경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특정 피의자에 대한 ‘출입국 통보’ 요청을 받을 경우 검경에 미리 통보해 해당자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강력범죄 피의자 등이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 적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경이 모든 피의자와 수배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통보 요청을 하지 않는 데다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방씨는 수배 직전 ‘자진출국’을 악용, 수사망을 따돌렸다. 자진출국이란 외국인이 불법체류임을 신고하면 입국 시기와 경로 등 간단한 조사만 거쳐 과태료를 물지 않고 몇 시간 안에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제도다. 출입국 심사의 구멍은 수사 기록을 가진 경찰과 출입국 정보를 가진 법무부 간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는 사건 발생 때부터 모든 수사내용이 기록된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없다. 수사 당국으로부터 관련 요청이나 통보가 오지 않으면 범죄 관련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출입국을 제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진출국 전 수사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수배 전이라도 출국을 보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 수배자나 주요 피의자는 수사 당국의 요청 없이 자동적으로 출입국 통보 대상에 오르도록 하는 별도의 공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일본처럼 경찰이 출입국 심사대 앞에 상주하면서 수사 대상자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민경·이영준기자 white@seoul.co.kr
  • 장안동 40대女 살인범, 재빨리 공항에 달려가더니..

    장안동 40대女 살인범, 재빨리 공항에 달려가더니..

     #지난해 말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옥탑방. 40대 중국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흉기에 수차례 머리를 맞은 게 결정적인 사인이었다. 범인은 범행 현장에 튄 피를 걸레로 닦고 신발 자국도 지웠다. 피가 묻은 모자는 물에 담가 유전자정보(DNA) 채취를 막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은 집 인근 폐쇄회로(CC) TV를 검색해 같은 모자를 쓰고 있던 중국인 방모(46)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혈흔이 남아 있던 모자에서 나온 DNA는 방씨의 것과 일치했다. 경찰은 방씨의 집에 들이닥쳤지만 검거에 실패했다. 불법체류자였던 방씨는 ‘자진출국’ 신고를 한 뒤 몇 시간 만에 공항을 통해 국내를 유유히 빠져나가 버렸다.  #허위조서 작성 혐의를 받던 서울 지역 경찰관 이모(43)씨. 그는 검찰 조사를 받던 중 돌연 출국했다가 올 초 귀국했다. 하지만 입국 심사대에서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당시 그는 체포영장이 발부돼 귀국과 동시에 검거돼야 하는 ‘A’ 수배 대상자였다. 출입국관리소 관계자는 “입국시 이씨에 대한 통보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일부 범죄 피의자와 지명 수배자가 제재 없이 공항을 무사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출입국 심사 시스템에 허점이 드러난 것이다. 수사 당국과 출입국관리소 간의 공조가 부족한 탓이 주된 요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8일 경찰청과 법무부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검찰과 경찰로부터 특정 피의자에 대한 ‘출입국 통보’ 요청을 받을 경우 검경에 미리 통보해 해당자가 출입국 심사대를 통과하는 것을 제재해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강력범죄 피의자 등이 출입국 심사를 받을 때 적발되지 않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검경이 모든 피의자와 수배자를 대상으로 출입국 통보 요청을 하지 않는 데다 절차를 밟는 과정에서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특히 방씨는 수배 직전 ‘자진출국’을 악용, 수사망을 따돌렸다. 자진출국이란 외국인이 불법체류임을 신고하면 입국 시기와 경로 등 간단한 조사만 거쳐 과태료를 물지 않고 몇 시간 안에 바로 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제도다.  출입국 심사의 구멍은 수사 기록을 가진 경찰과 출입국 정보를 가진 법무부 간의 정보 공유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형사사법정보시스템인 ‘킥스’(KICS)에는 사건 발생 때부터 모든 수사내용이 기록된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는 이를 즉각 확인할 수 없다. 수사 당국으로부터 관련 요청이나 통보가 오지 않으면 범죄 관련 여부를 파악할 수 없어 출입국을 제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진출국 전 수사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수배 전이라도 출국을 보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 수배자나 주요 피의자는 수사 당국의 요청 없이 자동적으로 출입국 통보 대상에 오르도록 하는 별도의 공조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일본처럼 경찰이 출입국 심사대 앞에 상주하면서 수사 대상자를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백민경·이영준기자 white@seoul.co.kr
  • 외국인 범죄…피의자만 있고 피해자는 없다?

    경찰이 해마다 증가하는 외국인 범죄와 관련, 가해자와는 달리 외국인 피해자에 대한 국적· 인종·피해 정도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 등 관리·분석에 소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피의자만 있고 피해자는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해자의 인권보호도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경찰청에 외국인 대상 5대 범죄 건수 및 국적별 피해자 현황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27일 “별도로 집계하지 않아 답변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반면 외국인 범죄 가해자 피의자 현황은 상세했다. 경찰청의 ‘외국인 피의자 검거현황’에 따르면 외국인의 범죄는 2007년 1만 4524건, 2008년 2만 623건, 2009년 2만 3344건, 2010년 2만 2543건, 2011년 6월 현재 1만 3777건이었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가장 많고 미국, 태국, 필리핀이 뒤를 이었다. 죄종별로 보면 경제범죄 등의 지능범, 폭력, 절도, 강도 등의 순으로 많았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피의자 현황은 처벌뿐 아니라 향후 범죄 발생 때 정보 파악에 필요하기 때문에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국적 등을 입력한다.”면서 “피해자의 경우 실익이 없어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ICS는 피해자의 나이, 이름, 주소, 성별 등 20여가지를 입력하지만 국적 부분은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숫자가 126만여명에 달하는 현실에서 외국인 범죄 피해자에 대한 통계 집계부터 피해 보호 대책까지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아직까지 수사기관이 피해자보다 가해자 중심의 수사 관행을 따르고, 수사 성과를 따지다보니 소수의 외국인 인권에 관심이 적다.”면서 “글로벌, 다문화 시대를 맞아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보호 시스템 마련과 보호센터 활성화, 연구 등이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경찰청은 외국인의 범죄피해자 통계를 별도로 내야한다는 요구가 적잖다는 점을 감안, 검찰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강력범죄나 외국인 범죄 등을 구별해 넣는 부분을 논의하고 있지만 범죄 통계의 산출에는 통계마다 법적근거가 필요하고 시스템 개선작업도 해야 하기 때문에 경찰·관계 전문가들과 계속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제2의 송지선’ 하루 20명이 벼랑끝 놓인다

    ‘제2의 송지선’ 하루 20명이 벼랑끝 놓인다

    악성 댓글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송지선 아나운서의 자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는 가운데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에게 무차별적으로 인신공격을 퍼붓는 ‘사이버 폭력 범죄’가 하루 평균 20여건씩 일어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이버 폭력 범죄를 줄일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4일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범죄 검거건수는 2007년 7222건(1일 평균 19.7건), 2008년 7663건(20.9건), 2009년 6500건(17.8건), 지난해 7660건(20.9건), 올 4월 말 현재 1592건(13.2건)에 이른다. 대부분 인신공격 성격을 띠는 사이버 폭력 범죄는 명예훼손 및 모욕, 협박·공갈, 사이버 스토킹 등이 해당된다. 이런 사이버 폭력 범죄는 실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지난 1월엔 대전의 한 산부인과 직원 A씨가 인근 병원을 비방한 혐의로 검거됐다. A씨는 ‘산부인과를 추천해 달라.’는 인터넷 글에 인근 병원에 대한 악소문을 올렸다. A씨는 “밤에 의사가 없어 아기가 나오려는 것을 간호사가 30분 넘게 틀어막아 친구가 고생했다고 들었다. 이 병원에서 분만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등 80차례에 걸쳐 비방 댓글을 작성했다. 소문은 빠르게 퍼져 경쟁 병원에는 환자가 줄기 시작했고,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8일에는 트위터에 올라온 한 승객의 글로 납치범으로 몰린 택시기사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박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지만 진위를 확인하기도 전에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이 택시기사의 신상정보 등을 퍼날랐고, 욕설과 비난글을 올렸다. 유명인의 경우 피해는 더 심각하다. 송지선씨와 마찬가지로 최진실·유니·정다빈 등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들도 모두 생전에 각종 악성 루머와 악플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졌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사이버 폭력이 위험한 것은 직접 얼굴을 맞대는 것이 아닌 만큼 가해자는 파장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이라면서 “반면 피해자는 모든 사람들이 비난글을 본다고 생각해 수치심을 느끼고, 루머가 확대·재생산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훨씬 큰 고통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인터넷 윤리에 대한 이용자들의 이해를 높이고 자율적인 정화 작용을 유도해 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우리 관할 아냐” 나몰라라 경찰

    지난해 4월 중앙대 재학생 두 명이 한강대교 남단 첫 번째 아치 난간 위로 올라갔다. 이들은 이곳에서 학내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의 위치는 행정구역상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이었다. 하지만 강 건너에 위치한 용산서 경찰이 출동해 이들을 연행했다. 현장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순찰차로 10여분. 그동안 학생들의 목숨을 건 시위는 계속됐다. 불과 1분 거리에 동작서에는 책임이 없었다. 이유는 시위가 ‘다리 위’에서 벌어졌기 때문. 서울경찰청 훈령 ‘경찰서 관할 책임에 관한 규칙’ 등에 따르면 한강 교량에서 발생한 사건·사고는 북측 지역 경찰서가 맡는다. 1991년 만들어진 이 규정은 20년째 그대로다. 경찰의 ‘관할지역 규정’을 보완·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점이 많아 사건·사고 해결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18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관할지역이 아닌 곳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거, 진압 등 관련 업무를 처리할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경찰서 바로 앞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반사항도 관할이 아니라는 이유로 외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남서는 대치동에 있다. 그런데 대치동은 수서서 관할지역으로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강남서 정문 앞에서 불법 시위가 벌어지면 차로 10분 걸리는 수서서(개포동)에서 출동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불법 주차 단속도 마찬가지. 강남서 앞 견인지역은 평소 불법 주차 차량이 많다. 바로 옆 강남운전면허시험장 앞 편도 1차선 도로는 견인지역임에도 택시들이 차선의 절반을 차지한 채 줄지어 서 있어 차량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하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강남서는 방치하고 있다. 단속 권한은 있지만 의무는 없는 셈. 강남서 관계자는 “이곳은 주로 강남구 도시관리공단이 단속한다.”면서 “강남서 앞에서 사고가 나면 초동조치 후 수서서에 인계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관광 명소인 청계천과 교통량이 많은 남산터널 등도 마찬가지. 청계천은 종로구와 중구, 동대문구와 성동구의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청계천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일률적으로 북쪽에 있는 종로서와 혜화서가 책임을 진다. 입구는 중구, 출구는 용산구에 위치한 남산터널에 대한 관할 책임은 모두 중부서에 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의 책임 한계를 명확히해 사건·사고 등을 분쟁없이 신속히 처리하기 위해 이처럼 경계지역을 중간지점으로 나누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행정구역 등을 기준으로 한 현재의 경찰 관할구역 규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경찰서가 늘어나면서 거리상으로 관할구역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는데, 최근 치안 수요나 행정 여건에 따라 관할 책임을 재조정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정신질환 범죄자 5년새 두배 급증

    정신질환 범죄자 5년새 두배 급증

    20년간 경계성 인격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정모(40·여)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자신의 집 근처에서 이웃 김모(26)씨를 흉기로 찔렀다. 평소 김씨가 자신의 집 안을 엿보는 것이 불만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앞서 정씨는 2000년 10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치료감호를 받았지만 우울증을 계속 앓다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 서울동부지법은 정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다시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별다른 이유 없이 이웃의 생명을 위협한 데다 범죄 전력을 보아 정씨를 엄히 처벌해야 하지만, 정신장애로 말미암은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지른 점을 참작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 범죄자가 5년 사이 2배 가까이 늘어 정신질환 범죄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예방과 재발 방지책은 여전히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경찰청의 ‘2005~2010년 범죄자 범행시 정신상태’에 따르면 살인·강도·방화·절도 등 4대 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가운데 정신이상, 정신박약, 기타 정신장애로 구분되는 정신질환자의 숫자는 2005년 839명, 2007년 1042명, 2009년 1594명, 2010년 1618명으로 5년 만에 1.9배가 됐다. 5년간 정신질환 범죄피의자 7279명 중에는 절도 피의자가 6068명으로 비중이 가장 높았다. 살인을 저지른 피의자도 361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의 반사회성과 공격성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적절한 치료와 보호가 제공되지 않는 것이 정신질환 피의자 증가의 원인”이라면서 “형사사법적인 처벌은 물론 정신보건적인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신질환 범죄자의 경우 다른 범죄자들보다 재범 가능성이 훨씬 높다.”면서 “처음에는 단순 폭력·상해 등으로 입건됐다가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풀려나거나 감형되는 과정을 반복하다 급기야 살인까지 저지르는 끔찍한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표 교수는 “현재 시행되는 치료감호법은 인력과 예산이 부족하고 시설도 열악해 재범 우려가 없어질 때까지 장기간 치료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역시 “전과가 있는 정신장애인들은 또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현저히 높은데도 우리나라 사법절차는 정신질환 범죄자를 계속 풀어 주는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현재 아동대상 성범죄자 등에 대해서는 보호감호와 치료가 병행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을 겪는 다른 부류의 범죄자들은 전문인력이 없는 교도소에 격리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들의 절제력, 의사판단능력 등을 향상시켜 줄 수 있는 심리사 등을 교도관으로 채용하는 등 전문인력의 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게으른 경찰, 국민 알 권리 나몰라라

    서울 지역 일선 경찰서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 무관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서 3곳 가운데 1곳이 인터넷 웹사이트에 공개하기로 한 수사 결과 자료 등을 전혀 올리지 않는 등 대민 정보 서비스가 ‘빵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 부처가 브리핑 등의 자료를 매일 빠짐없이 공개하는 것과 대비된다. ●온라인 대민서비스엔 무관심 1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지역 31곳 경찰서 가운데 강남·송파·수서·종로·중부서 등 11곳(35.5%)의 홈페이지 알림마당 ‘보도자료’방은 텅 비어 있다. 특히 ‘사건 1번지’ 강남서의 경우 하루 평균 한건 이상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홈페이지 게시물은 ‘0건’이다. 한건 이상 게시한 20곳 경찰서 가운데 마포·노원·종암·서부·강북·강동·용산서 등 7곳(35.0%)은 ‘보도자료’방에 언론사의 기사 몇 건을 올리는 데 그쳤다. 그나마 올려 놓은 보도자료들도 몇 달이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3건의 보도자료가 게시돼 있는 성동서의 경우 지난해 12월 6일 자로 공개된 자료가 마지막이었다. 보도자료방에는 수개월째 거미줄만 쳐진 셈이다. 일부 경찰서는 자신들의 소식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다. 송파서의 경우 ‘서울경찰의 하루 24시, 각종 홍보 사진을 제공해 드립니다. 서울경찰의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보여 드리겠습니다.’라는 문패를 단 ‘경찰서 소식’방에는 게시물이 한건도 없다. 관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경찰서 홈페이지의 관리와 홍보 업무는 해당 경찰서의 경무계가 담당한다. 담당자도 정해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찰서들이 올해 초 홈페이지를 개편한 뒤 방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장의 지시가 없기도 했지만 게을러서 그런 것”이라면서 “국민의 알 권리 보장과 대국민 홍보 차원에서 보도자료를 빠짐없이 올리는 것이 옳으나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부부처는 매일 공개 대조적 이와 대조적으로 정부 부처들은 정책 보도자료와 브리핑 동영상 등을 홈페이지와 ‘생생브리핑’ 사이트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경찰 수사 결과는 범죄 예방 등 공익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도자료 등을 국민들에게 충실히 공개해야 한다.”면서 “경찰청 차원의 관리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대한민국은 지금 ‘신정아 블랙홀’

    대한민국은 지금 ‘신정아 블랙홀’

    신정아(39)씨의 자전에세이로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다. 인터넷은 말할 것도 없고 사무실, 식당 어디를 가도 신씨 얘기뿐이다. 흡사 ‘신정아 블랙홀’을 연상케 한다. 도중만(49) 목원대 역사학과 교수는 23일 “(신씨의 주장이) 사실일 수도, 사실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가십거리’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파장이 큰 것을 보면 사회가 정상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씨의 ‘폭로’에 대해 신광영 중앙대 교수는 “바람직하다, 않다를 평가할 순 없다.”면서도 “진실일 때는 필요악이 될 수 있지만, 거짓일 때는 무고한 사람을 피해자로 만들어 매장시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를 정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반면 절망하게 만드는 심리적인 악영향도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정운찬(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 전 총리를 포함한 정·관계 유력 인사, 언론인의 부적절한 행태를 담은 신씨의 자전에세이 ‘4001’은 그래서 파장이 컸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을 썼던 모니카 르윈스키와 비교하는 측도 있다. 신씨가 정 전 총리 등 유력인사를 겨낭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서전 대박을 노린 노이즈 마케팅이라는 해석부터 정치적 음모설까지 제기된다. 신씨의 자기고백을 ‘복수’라고 보는 견해가 우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2007년 신씨가 학력위조 사건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을 때, 그녀와 친분이 있는 정·관계 인사 가운데 신씨를 도와주지 않은 인물에 대한 복수심리가 반영됐다는 것이다. 당시 신씨와 변양균(62)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이 폭로됐을 때 정·관계에서는 “그것은 개인사에 불과하며 사건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덮기에 급급했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신씨가 스캔들의 중심에서 마녀사냥당하듯 공격받으며, 비판의 대상이 되고 정신병자로까지 내몰렸을 때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면서 “신씨와 긍정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책에서 거론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또 “신씨가 자서전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그녀가 추구하는 사치스러운 삶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 같은 ‘폭로 자서전’을 놓고 정치·사회학자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자서전은 신뢰성이 핵심인데, 신씨의 자전에세이는 한쪽의 주장만 있어 신뢰성에 의심이 간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자서전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있고, 검증단계를 거치지만 신씨의 경우 자기가 자서전을 쓴 것이기 때문에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 책을 많이 팔아보겠다는 노이즈 마케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일축했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분명 의도를 갖고 출간한 것”이라면서 “거론되고 있는 사람의 비중 때문에 이슈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카다피, 망상이냐 전략이냐

    “나의 모든 국민은 나를 사랑한다.” 국민을 상대로 희대의 살육전을 불사하고 있는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지난달 28일 미국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말이다. 수많은 국민을 무자비하게 학살해 놓고도 아무렇지도 않게 ‘국민’과 ‘사랑’을 입에 올리는 이 독재자를 보며 세계는 다시 한번 경악했다. 수전 라이스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완전히 망상적인(delusional) 얘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국민을 학살하면서 외신을 향해 웃으며 얘기하는 모습은 카다피가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웅변한다.”고 지적했다. 카다피의 망상적 발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으로도 향했다. 오바마를 “좋은 사람”이라고 하고는 “하지만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카다피의 이런 이상 언행은 어디서 비롯되는 것일까. 홍진표 서울아산병원 정신과 교수는 “성공한 사람들 중 일부에서 나타나는 자기애성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자신에 대한 과장된 평가를 바탕으로 특권의식 아래 타인에게 착취적인 행동을 하는 병이다. 카다피의 경우 40년 넘게 독재하면서 생긴 자신에 대한 확신이 망상적 수준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자기애적 성향의 사람은 자기가 믿고 싶은 대로 확실히 믿는다.”면서 “아마도 카다피는 국민의 50%가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분석도 있다. 카다피의 언행은 결코 망상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에서 나온 생존전략이라는 것이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표창원 교수는 “미국이 자신의 자산을 동결하고 군사작전에 나설 조짐을 보이자 카다피가 탈출구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범죄를 부인하려는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미국 방송과 인터뷰를 갖거나 오바마는 좋은 사람이라고 치켜세우는 것도 막다른 골목에서 미국에 타협을 타진하려는 충동적 제스처라는 것이다. 표 교수는 “카다피는 팬암기 폭파사건을 저지르는 등 서방에 맞서 살아남으려면 강해야 한다는 것을 학습했고, 이를 지금 자기 국민들에게 적용하고 있다.”고 그의 학살 심리를 분석했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유대근기자 carlos@seoul.co.kr
  • 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5.5일에 한번꼴로 ‘존속 살인’

    천륜을 끊는 ‘존속(尊屬)살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엔 평균 5.5일에 한번꼴로 발생했다. 부모 자식 간의 ‘사소한 갈등’도 살인으로 연결된다.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과 잘못된 가정교육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25일 경찰청에 따르면 존속살인은 2008년 44건, 2009년 58건, 2010년 66건으로 2년 사이에 50.0% 늘었다. 전체 살인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08년 4.0%, 2009년 4.2%, 지난해 5.3%로 꺾이지 않고 있다. 이는 2009년 기준 미국 2%, 프랑스 2.8%, 영국 1%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다. 범죄전문가들은 “형법상 규정돼 있지 않는 비속살인까지 포함하면 패륜범죄는 2~3일에 한번꼴로 발생한 것”이라면서 “이 같은 가족살인의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꺾이지 않고 지속 될 것”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내놨다. 과거에는 부모의 재산이나 보험금을 노린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너무 쉽게’ 가족을 해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연애·혼수·이사·취업 문제로 생긴 갈등만으로도 가족을 살해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지난해 12월 충북 보은에서 대학생 임모(19)군은 여자친구와의 교제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부모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같은 해 9월 경기 성남에서는 술을 먹지 말라고 꾸짖는다는 이유로 아버지 김모(70)씨를 흉기로 살해한 아들(36)도 있었다. 이와 관련, 정성국 강원지방경찰청 검시관은 ‘정신분열증’이 존속살해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 검시관은 최근 ‘살인사건 중 존속살해와 정신분열의 연관성 분석’ 논문에서 2008년도 존속살해 피의자 분석결과 과거 정신분열증을 앓았던 경우가 전체의 55.0%에 달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존속살해 건에서 정신분열이 존재할 가능성은 일반 살해 집단보다 약 40배 많다.”고 덧붙였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신분열 범죄자를 분석해 보면 어린시절부터 가정폭력·아동학대 등 잘못된 양육방식으로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학생의 가정사를 개인적인 부분으로 치부해 접근을 쉬쉬하는 것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족이 담당했던 인성교육의 역할이 점점 약화되다 보니 가족 간의 오랜 기간 부대끼면서 축적된 갈등이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터져나오는 것”이라며 “가정을 건강하게 만들어 나가는 것이 존속살인 예방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치안 강화했지만 강간·절도 되레 증가

    조현오 경찰청장 취임 직후 4개월간(2010년 9~12월) 강간 범죄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살인·강도·폭력 범죄는 각각 4~29%가량 줄어 대조를 보였다. 강간·절도 범죄의 증가로 이 기간 전체 5대 강력범죄는 약 6% 늘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기의 보급 확산, 피해자 신고 의식의 변화, 시민단체의 지원에 따른 신고율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24일 경찰청의 ‘5대 범죄 월별 발생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9~12월 강간 건수는 434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3810건보다 13.9% 증가했다. 절도는 9만 2747건에서 10만 8717건으로 17.2% 늘었다. 반면 살인은 467건에서 426건으로 8.8% 줄었다. 강도는 1968건에서 1392건, 폭력은 10만 9398건에서 10만 5344건으로 각각 29.3%, 3.8% 감소했다. 강간·절도 범죄의 증가 탓으로 조 청장 취임 직후인 지난해 9~12월 5대 강력범죄 전체 발생건수는 22만 435건으로, 2009년 같은 기간 20만 8390건에 비해 5.7% 늘었다. 취임 직전 4개월인 지난해 5~8월의 20만 7799건과 비교해도 6%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김수철 사건 이후 강화된 치안체계에도 강간 범죄가 늘어난 이유로,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 유포 활성화로 모방심리가 범죄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성범죄 초범은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보고 모방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과거와 달리 한명의 범인이 여러 건의 강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었으며, 이상 성격의 범죄자도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내 경쟁이 심해지면서 성격 이상자가 늘고, 이들이 평소에 열등감을 느끼다가 강간을 통해 지배욕을 느끼고 이 때문에 반복해서 성범죄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역시 “상대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이 사회 생활에서의 긴장감과 소외감을 성범죄로 풀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성범죄 신고율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쉬쉬했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라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신고율도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강간 등 성범죄를 막기 위해 예방 교육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현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가정과 사회, 학교 교육을 통해 도덕성을 키워 무분별한 성적 충동을 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정 교수는 “특히 상습범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면서 “전자발찌 같은 응보적인 방법도 대안이 되지만 무엇보다 행동교정을 통해 교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설문조사 및 분석에 도움을 주신 전문가들(가나다순) 곽대경(47)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수정(47)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이승주(56) 초당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윤환(52) 건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이창무(49)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장석헌(51)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최종술(46) 동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표창원(45)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한상암(51) 원광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 피 흘리는 ‘증인’들

    피 흘리는 ‘증인’들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과 진술을 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증인이나 신고자에게 해(害)를 가하는 ‘보복범죄’가 늘고 있다. 최근 3년 새 84%나 증가했다. 때문에 진실을 말하거나 신고하기가 두렵다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자칫 범죄에 눈감아 버리는 사회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며 위험성을 경고했다. 14일 서울신문이 입수한 경찰청의 ‘보복범죄 발생 현황’(기소 전단계 기준)에 따르면 보복범죄 발생 건수는 2006년 70건, 2007년 85건, 2008년 79건, 2009년 129건으로 3년 사이에 84.2% 증가했다. 4년간 발생한 363건의 보복범죄 중 65.5%에 해당하는 238건은 직접 물리적 위해를 가한 경우다. 상해 118건, 폭행 116건이다. 상해치사와 폭행치사도 2건씩이나 된다.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닌 직접적 신변위협이 동반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협박은 91건, 체포감금 6건, 면담 강요 등 기타 28건이다. 박정열 경찰청 인권보호계장은 “보복범죄는 통상 가중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엄격히 분류된다.”면서 “피해자가 증인이나 참고인, 사건 관련 자료제출자 등에 해당되고 보복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 또 범죄행위 유형이 살인, 폭행(폭행치사), 상해(상해치사), 협박 등에 해당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복범죄가 판치는 것과 관련, “경찰 인력 부족 등으로 피해자나 신고인 보호는 사실상 말뿐이고, 증인 보호 프로그램 등 대안 마련도 몇년째 겉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직 경찰관인 배모(47)씨는 불법 도박장을 함께 운영했던 동업자 화모씨가 지난 1월 검찰조사에서 공동운영 사실을 털어놓자, 같은 달 11일 불을 질러 화씨를 숨지게 했다. 배씨와 화씨에 대한 대질조사는 이날 예정돼 있었다. 앞서 지난해 12월 21일 배씨가 화씨를 폭행해 불구속 입건되는 등 충분히 보복이 예견되는 상황이었지만 실질적 보호조치는 없었다. 또 지난 9일에는 부산에서 자신을 고소한 여성의 집을 찾아가 수차례에 걸쳐 협박한 A(46)씨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보복범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보복범죄는 사회불안을 가중시키는 데다 당사자를 향한 일대일의 분노를 넘어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묻지마 범죄’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며 “보복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의 경우 처벌 외에 접근 금지나 보호관찰, 치료명령 등을 병행하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신고·증언자 보호장치 제대로 가동되나] 수사·재판과정 신원노출도 문제

    [신고·증언자 보호장치 제대로 가동되나] 수사·재판과정 신원노출도 문제

    전문가들은 보복범죄의 증가가 사회혼란을 야기하고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신고자나 증언자, 사건 관련자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이들이 또 범죄의 희생양이 돼 결국 ‘신고 문화’가 자리잡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웃에서 일어나는 범죄까지 외면하는 ‘방관자 효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의 증인·신고인 신변보호제도는 선진국에 비해 미약한 수준이다. 14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부터 ‘피해자권리고지제도’를 확대, 개인정보 보호나 보호 요청 등 피해자의 권리를 알려주고는 있지만, 이들에 대한 신변보호는 아직까지 비상연락망 제공이나 느슨한 순찰 정도에 그치고 있다. 가정폭력을 당했던 한 주부는 “경찰에 남편의 구타사실을 여러번 신고했지만 집안일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하고 순찰 한두번 돌다 가는 게 전부였다.”고 말했다. ●비상연락망 제공 등 미미한 보호 수사·재판과정에서의 신원 노출도 문제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는 “재판 때 상대방 변호사가 서류상으로 참고인 진술이나 증인 신원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모든 범죄는 아니지만 범죄단체조직,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에 대해서는 조서에 증인과 참고인의 이름을 가명으로 쓰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증인 보호프로그램도 수년째 검토만 되고 있다. 대검찰청에서 ‘특정범죄신고자 보호법’을 손질해 미국식 증인보호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며 2009년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렸지만 아직까지 원안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검 관계자는 “증인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신원세탁 등을 하려면 민법과 국적법 등 관련 법령을 동시에 개정해야 되고, 증인이 외국 국적을 택할 경우 해당 국가와 외교적으로 이 문제를 협의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현실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한수 대검찰청 피해자인권과장은 “지난달 나온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미국식 증인보호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수정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결국 검찰에서든 경찰에서든 범죄 관련 신고자나 증언자 보호에 큰 ‘구멍’이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우는 다르다. 미국은 거주 이전 및 신원 세탁, 생계비, 고용지원까지 해준다. 독일은 임시 위장신원도 제공한다. ●피의자 ‘치료사법’ 도입해야 곽 교수는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목격자가 피해자를 방치하는 부조리한 사회풍토가 조성되고, 결국 장기미제사건도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선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보복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는 처벌뿐 아니라 접근 금지나 보호관찰, 치료 명령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감정 조절이 힘든 알코올·마약중독자나 재범 가능성이 높은 가정·성폭력범 등을 위해 ‘치료사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치료사법이란 범죄자에게 법적으로 의학적 치료를 강제하는 조치를 말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외국은 보복이 우려되는 알코올중독 피의자에게 술을 못 마시게 하는 등 ‘행동통제’나 마약 중독자에게 치료를 의무화하는 ‘치료명령’을 내려 보복범죄를 예방한다.”고 전했다. 표 교수는 “경찰청, 복지부와 함께 현재 치료사법 도입 방안 등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곽 교수는 “재판과정에서 나온 내용 등은 전산화 등의 대책을 통해 정보 보호를 강화하고, 물리적으로 증인 등을 보호하는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하)] “법 개정 통해 성매매 남녀 모두 강력 처벌해야”

    [새벽 2시 강남 ‘호빠’선 무슨 일이(하)] “법 개정 통해 성매매 남녀 모두 강력 처벌해야”

    ‘새벽 2시, 강남 호스트바에선 무슨 일이’ 시리즈를 정리하면서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우후죽순 퍼져 나가는 호스트바 시장의 성매매, 세금 탈루, 미성년자 탈선 등의 불법적 운영 실태에 대해 전문가들의 대안을 들어봤다. 이들은 근거가 미약한 불법 호스트바 단속 및 처벌 법규와 남성 접대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대한 시선이 호스트바를 불법·탈법이 자행되는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 보건복지부 권기철 식품접객 담당 사무관, 표창원 경찰대 교수 등 국회, 정부, 학계의 전문가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현실과 법의 괴리를 줄여 호스트바 불법 영업에 대한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고 제언했다. 1. 원인과 문제점은 →최근 호스트바가 가정주부나 여대생, 심지어 미성년자들까지 찾는 대중적인 유흥업소로 확산되고 있는 원인과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표창원 교수(이하 표) 호스트바의 확산은 건전한 여가 문화와 건강한 가정의 근본을 무너뜨린다. 가정에도 커다란 문제가 발생한다. 어머니가 호스트바에 중독되고 호스트바 문화에 탐닉하면 가정 내에서 자녀 관계와 부부 관계가 흔들린다. 여성들에게 호스트바 문화는 지금껏 맛볼 수 없었던 새로운 문화, 금지된 문화다. 이런 향락에 빠지고 중독되는 현상이 우려된다. 게다가 호스트바에서 쓰는 돈이 적지 않으니 경제적 파탄마저 가져올 수 있다. 마약이나 도박 못지않은 중독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의 성적 일탈과 건전한 성 인식이 저해될 우려도 있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마저 선정적인 것이 통하는 분위기는 대중문화 전반에 선정성이 만연하게 만든다. -권기철 사무관(이하 권) 서울신문 기사를 읽고 저렴한 호스트바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강남권에서 대중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복지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통감하고 좀 더 실태를 파악하고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 복지부에서는 호스트바를 따로 떼서 중점적으로 관리하지는 않는다. 다만 식품접객업상 유흥주점업과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하는 호스트바가 법의 허술한 부분을 파고들어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호스트바가 유흥주점이 아닌 다른 업종, 일반음식점이나 단란주점으로 신고한 채 영업을 하거나 유흥주점에서도 해서는 안 될 불법 성매매 등을 할 경우는 현행법상으로도 문제가 된다. 하지만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호스트바 같은 유흥주점뿐만 아니라 노래방, 단란주점 등에서도 남성 접객원을 고용하는 것은 막을 규정이 없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호스트바가 음성적인 형태로 여성들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성매매까지 할 것이다. -최영희 의원(이하 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늘고 여권이 신장되면서 과거에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차별적으로 적용됐던 성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성매매 등의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예전에 시민단체에 있을 때 남성 호스트를 만난 적이 있다. 나이가 23~34세였는데 21세가 넘으면 인기가 없어져 소위 ‘퇴기’가 된다고 하더라. 결국 그 남성은 돈을 너무 쉽게 벌어 그 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되니 인생을 망치는 거고, 그런 호스트바를 이용해 욕구를 표출하는 사람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잘못된 성의식 등으로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결국 개인·사회 모두의 손해다. →호스트바 불법 영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인가. -표 현실과 법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현행 우리 법은 아직까지 유흥업소에서 이뤄지는 불법 행위를 단속하는 것에 있어서 남성 (성)구매자만을 상정한다. 여성이 (성)구매자이고 남성이 판매자인 호스트바의 현실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다. 남성만을 구매자로 상정한 현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한정하는 전근대적인 문구 등 법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남성도 유흥 접객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법에 명시해 두지 않으니까 단속을 하는 경찰이나 주무부처에서 처벌을 할 때도 이들 남성 접객원은 쉽게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이다. 예전에도 호스트바 단속 형태를 보면 경찰이 단속했을 때 여자 손님들만 망신을 당하고 (남성) 접객원들은 그냥 넘어갔다. 그러면 안 된다. -권 현행법의 문제는 호스트바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고치려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지금처럼 음성적인 영업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흥업이 계속되고, 일부에서는 성매매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문제는 호스트바의 ‘2부 영업’, 즉 일반음식점이나 단란주점으로 신고해 놓고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행위다.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이다. 업종을 다르게 신고하고 유흥주점을 할 때는 세금 탈루의 문제도 있고 유흥 접객원의 현황 등을 파악하기 더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 근본 해결책은 →이러한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나. -표 가장 좋은 해법은 남성이 판매자인 성매매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성적 구매자와 판매자가 바뀌어도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해야 한다. 또 이런 호스트바 문화가 부끄럽더라도 그 심각성과 폐해를 사회적 전반에 드러내고 원인과 현상을 밝혀야 한다. -최 현실을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복지부가 식품위생법에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만 규정한 내용을 바꾸는 법 개정안을 내도록 요구하겠다. 법에 ‘유흥 접객원은 부녀자’라 규정한다고 해서 지금처럼 만연한 호스트 등의 남성 접객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현실을 인정하고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남성들을 접객원으로 치지 않으니 경찰의 단속이 어렵고 은밀한 곳에서 성매매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이를 그냥 두고 넘어가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선량한 국민들이다 -권 식품위생법의 주무부서인 복지부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해결점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즉 유흥 종사자의 범위를 지정한 식품위생법 시행령 제22조에서 ‘유흥 종사자란 손님의 유흥을 돋우는 부녀자인 유흥 접객원을 말한다.’에서 부녀자라는 용어를 빼면 되는 것이다. 복지부와 여성부가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논의 중이다. 3. 법 개정 외 추가 대책은 →유흥 접객원을 부녀자로 한정한 법규만 바꾸면 모두 해결되는 문제인가. -최 물론 추가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성매매특별법이라든지, 청소년 성보호법 등 이미 갖춰져 있는 현행법에 근거해 호스트바를 통해 은밀한 곳에서 이뤄지는 2차 성매매 등을 근절해야 한다. 또 구청에서 성병의 검진이나 확산 현황 등에 대해 철저히 관리하도록 제재하는 법도 있어야 한다. 법으로 위생과 성병 등의 문제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결국 현실적으로 모든 국민에게 이득이 되는 길이다. -권 단순히 식품위생법상 유흥 접객원의 정의를 바꾼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다. 법 조문에 규정된 부녀자를 빼거나 남녀 모두로 바꾼다면 양성평등의 차별성은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남녀 구분을 하지 않고 유흥 접객원으로 규정하면 명분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반사적으로 호스트바와 남성 유흥 접객원을 마구잡이로 양산하는 꼴이 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보수 측에서 남성을 유흥 접객원으로 인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남성 접객원을 양성화하는 반작용을 우려하고 있으며, 여성계나 진보 측에서는 남녀 차별 둘 필요 없이 부녀자라는 용어를 빼자고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남성들의 잘못된 성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여성들이 남성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는 문화가 추종되고 확산된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가장 중점적인 해법은 남성이 가해자인 성매매에 대한 법적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동시에 남녀 간 성 구매자와 판매자가 바뀌어도 단속을 철저히 하고 처벌해야 한다. →이 외에 호스트바 불법 영업으로 야기되는 성매매 근절, 가정 붕괴 등을 막을 추가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표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보다 많은 자유를 누리고 주체성을 갖는 것은 좋은 현상이다. 하지만 여성들의 자유라는 것이 남성들을 성적 노리개로 삼아 즐기는 것으로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남성들이 해 왔던 잘못된 성문화를 여성들이 따라 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그동안 받아왔던 억압을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이런 점을 여성들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 근본적 해법이라고 본다. 또 어린아이들에게 성 상품화는 인간을 상품화하고 인간을 물건 취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문제라는 것을 꾸준히 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 호스트바를 통한 불법 성매매 등 여성들의 도를 넘은 유흥행위를 언제까지 덮어둘 수는 없다.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전근대적인 법과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또 이곳에서 우려되는 청소년 탈선, 성병 확산 등 모든 문제를 법이 제어할 수 있도록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백민경·윤샘이나·김양진기자 white@seoul.co.kr
  • ‘사이버 킬’ 제자와 성관계 교사 남편까지 ‘신상털기’

    ‘사이버 킬’ 제자와 성관계 교사 남편까지 ‘신상털기’

    30대 유부녀 교사가 중3 제자와 성관계를 가진 사실<서울신문 10월 18일자 8면>이 드러나 충격을 준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이 해당 여교사의 사진은 물론 남편의 신상까지 공개해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19일 개인의 신상을 들추는 행위는 처벌받을 수 있으며, 개인의 인생과 그 가정을 망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여교사와 제자의 관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반복된다. 사실 이 같은 ‘신상털기’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가수 타블로 논란과 관련, 한 방송국 피디의 이름·출신대학은 물론 사원번호까지 공개됐다. 어떤 개인이 상식이나 규범에 어긋나는 일을 했을 때, 심지어 자신이 단순히 다른 의견을 나타낼 때 이에 대한 보복조치로 신상을 공개하고 공공의 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도덕적으로 물의를 빚고도 법적인 처벌은 면한 데 대한 분노가 신상공개와 같은 방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흥미를 추구하고 더 상세한 정보를 원하는 것은 일반적인 군중의 패턴이다. 한국사회에서 센세이셔널한 일이 발생했으니 그 정도가 강해지고 가속도가 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하는 행위가 특정인에게 정신적 피해를 줄 수 있으며 이로 말미암아 자신도 범죄자가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도 “네티즌 수사대가 부도덕한 사람들의 치부를 드러내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긍정적 기능도 한다.”면서도 “도가 지나쳐 가족들의 신상까지 들추는 행위는 관음증적 요소가 다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렇게 신상을 공개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허위사실이나 사실이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을 적시하면 형법 제307조 명예훼손죄에 의해 2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한편 서울 강서교육지원청은 이날 해당 학교 교장·교감 등 관리자에 대해 관리소홀이 있었는지, 교원복무지도 및 학생생활지도에 문제점이 없는지 등을 조사했다고 밝혔다. 지원청 관계자는 “조사결과에 따라 학교장에 대한 징계 여부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묻지마 살인’ 2년새 56%↑

    ‘묻지마 살인’ 2년새 56%↑

    전국에 ‘묻지마 살인’ 광풍이 불고 있다. 지난 11일 검거된 서울 신정동 살인사건 피의자처럼 뚜렷한 동기도 없이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홧김에 타인을 살해하는 ‘묻지마 살인’이 2년 새 56%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신문이 13일 경찰청의 ‘전국 살인 피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우발적이거나 현실불만으로 인한 살인은 동기가 불분명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로 볼 수 있다.”면서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생활밀착형 안전망을 갖추지 않으면 이 같은 범죄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석 결과, 묻지마 범죄로 꼽히는 ‘우발적 또는 현실불만으로 인한 살인’은 2007년 366건, 2008년 454건, 지난해 572건으로 2년 새 56%나 폭증했다. 올해도 4월 기준 165건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사회적 성향이 사소한 요인에 촉발 전문가들은 묻지마 살인이 급증한 이유로 “가족 해체와 적대적 경쟁사회 등 개인적·사회적 배경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라고 분석했다. 표창원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는 보통, 범죄자의 이상심리, 사회적 스트레스, 촉발 요인 등 세 가지가 합쳐져 발생한다.”면서 “붕괴된 가정, 소외된 학교와 사회 속에서 이상심리를 갖게 된 일부 반사회적 성향의 사람들이 결국 ‘웃음소리’ 등 사소한 촉발 요인에 의해 폭발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부산이 39건에서 124건으로 2년 새 217%가 늘어 전국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대구가 17건에서 48건으로 182% 증가해 뒤를 이었다. 이어 강원(75%), 전남(73%), 인천(66%), 경기(41%) 등의 순이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특정지역에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특별히 증가했다고 볼 수 있다.”면서 “문제가 된 지역은 유동인구가 급격히 늘었다든가 경제난 등 갑작스러운 사회·경제적 지표가 변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실제 부산지역의 경우 대형 쇼핑몰 오픈으로 유동인구가 급증했다. 신세계백화점 측에 따르면 지난해 센텀시티가 문을 연 뒤 개점 20여일 동안 150여만명이 다녀갔다. 대구의 경우 청년실업률이 2년 연속 광역자치단체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구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지난해 9.8%(전국 평균 8.1%)로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았다. ●사회구조적 원인해결·치안망 확립해야 전문가들은 묻지마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구조적 원인을 해결하고, 생활 속 치안망을 확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상현 동국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반사회적 행동이상을 보이는 이웃을 공중보건센터에 의뢰해 상담·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재소자 관리 등 범죄 교화 및 예방시스템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문단속이나 귀갓길 통보 등 기본적인 생활 속 치안에 신경쓰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행복한 웃음소리 듣기 싫어 범행”

    “행복한 웃음소리 듣기 싫어 범행”

    “14년6개월 만에 출소했더니 취업도 안 되고…. 단란한 가정의 웃음소리가 싫었다.” 지난달 7일 발생한 서울 신정동 ‘묻지마 살인’ 사건은 전과자의 불행한 처지를 비관한 30대 남자가 출소 3개월 만에 저지른 범행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장기 복역자의 출소 후 사회 적응을 돕는 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2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검거돼 범행을 자백한 피의자 윤모(33)씨는 “출소해 사회로 돌아와 보니 세상은 변해 있었고, 취업은 꿈도 꿀 수 없었다. 무엇보다 전과자에 대한 주위의 냉소와 따돌림이 싫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윤씨는 행복하게 사는 이웃에 대한 이유 없는 증오와 개인적 불행을 이유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무참히 살해했다. 경찰은 윤씨에 대해 살인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윤씨는 강도강간 혐의로 19살에 교도소에 수감돼 올 5월 출소했다. 20대를 감방에서 보낸 셈이다. 출소 후에는 법무부 산하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에서 생활하며 공사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 그러던 윤씨는 지난달 7일 오후 6시쯤 신정동의 한 다세대주택 옥탑방에 침입, 거실에서 자녀들과 TV를 시청하던 장모(42·여)씨의 머리를 둔기로 때려 중상을 입힌 뒤 비명을 듣고 방에서 뛰쳐나온 남편 임모(42)씨의 옆구리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이날 윤씨는 일거리를 구하지 못해 양천구 일대를 배회하다 신정동의 한 어린이 놀이터에서 막걸리 한 병을 사 마셨다. 그때 맞은편 다세대주택에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자 범행을 결심했다. 윤씨는 “나는 세상을 어렵게 사는데 다른 사람들은 행복하게 사는 것만 같아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범행 후 윤씨는 공단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했다. 공단 관계자는 “(범행 후에도 윤씨는) 정상적인 생활을 해 왔다. 사건 전후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신과에서 진료를 받은 이력도 없다고 경찰은 전했다. 전문가들은 장기 복역 후 출소자에 대한 심리상담 추진 등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교도소가 재소자들에 대한 교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범죄자 개개인의 문제를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교정 프로그램이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수정 경기대 교수도 “장기 복역을 할수록 출소 후 사회화 과정이 힘들다.”면서 “단순히 끼니·일자리를 제공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화를 위한 치료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장기 수감 후 출소한 이들에 대한 지원기관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법적 근거도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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