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다시 뛰자/張炳珠 대우 무역부문 사장(서울광장)
○23년전 자세로 돌아가서
5월은 종합무역상사 출범 23주년을 맞는 달이다.지난 75년,당시 정부는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한 간판주자를 필요로 했으며,종합상사를 대표선수로 선발했다.
그동안 종합상사의 수출을 지난 해 기준으로 출범 첫해와 비교해 보면 150배 가량 신장했고,한국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로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이처럼 종합상사가 우리 수출의 외형적 확대를 통한 경제 규모의 양적(量的)성장에 중심적 역할을 해왔음은 다아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금년이 우리 종합상사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는 이유는 당면한 경제상황이 이른바 신(新)수출 드라이브를 통한 수출확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7년 폐지되었던 무역진흥 월례회의가 ‘무역투자진흥대책회의’라는 이름으로 10여년만에 부활하였고,수출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는 등 수출진흥을 위한 의지와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충천해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종합상사는 경제위기를 극복하고,경제활로를 개척하는 역할의 선봉(先鋒)에 나서야 할 때가 다시 도래했다고 본다.일본의 종합상사들이 무역거래 대신에 제조업 투자나 기업 인수·합병(M&A)중개,정보산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이미 종합기업화되었으며,우리 종합상사들도 사업다각화 등 변신을 서두르고 있지만,당분간은 지난 70년대로 돌아가 수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물론 80년대 중반 이후 일부 대형 제조업체들이 수출 노하우를 축적하고,직접 해외무대에 나서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것을 곧 종합상사의 입지가 축소되는 것으로 해석한다거나 심지어 상사 무용론(無用論)을 제기하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본다.
○유망 中企품목 패키지 지원
우리의 종합상사는 이미 다양한 형태의 무역경험과 그간 수출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구축해 놓은 글로벌 마케팅 네트워크,그리고 정보력·금융력·국제화된 무역전문 인력·대외신인도 등에서 유·무형의 고유한강점과 비교우위를 분명히 가지고 있으며,이것은 한국 전체수출에서 종합상사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종합상사는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수출확대에 앞장서야 한다.특히 최근들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제품중 유망한 품목을 적극 발굴하여 수출해야 하며,단순 수출입보다는 종합상사의 제반기능을 복합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복합수출을 늘려 나가야 한다.즉 상품이나 설비를 단순 판매하는데 그치지 않고,수출기획 단계부터 금융알선에 이르기까지 패키지로 지원하는 복합수출방식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전세계사업장을 기반으로 정보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연결시켜주는 ‘오거나이저’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종합상사의 구조적인 취약부문도 함께 개선해 나가야 할것이다.우선 그룹 계열사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다.일부 상사의 경우 계열사 제품의 수출비중이 약 80∼90%에 이르고 있어 그룹의 수출창구 역할에 치우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비단 종합상사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품목별,지역별 편중현상도시정되어야 한다.지난 해의 경우 전기전자제품 수출이 상사수출의 약 37%를 차지하고,주요 수출시장중 하나인 동남아시장이 외환위기로 위축되고 있는 여건에서 품목이 다양화되고,지역이 다변화되어야 특정품목,특정지역의 해외시장 여건에 크게 좌우되지 않고,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출성장 기반을 갖출 수 있다.
○품목·지역별 편중 고쳐야
정부 또한 수출에 걸림돌이 되는 요소는 과감히 제거해 주어야 한다.종합상사에 대한 새로운 지원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예전에 해오던 금융 시스템을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수출은 늘어날 것이다.요즘 무역거래는 대부분 외상거래가 관행인데 은행의 수출환어음 매입기피에 따라 종합상사들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난 23년동안 열사(熱砂)에서 동토(凍土)에 이르기까지 수출역군 선두주자의 특명을 받고 숨가쁘게 달려온 종합상사는 이제 ‘샤프심에서 미사일까지’,수출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앞장서야 한다는 명분에 충실할때가 왔다.청년으로 성장한 우리 종합상사가 수출한국을 대표하는 얼굴로 힘차게 다시 뛰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