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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5) 고라니의 DMZ 살이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5) 고라니의 DMZ 살이

    민통선·비무장지대(DMZ) 고라니들의 일상은 ‘평화’와 ‘불안’이 교차한다.인적이 떠난 단절된 환경 속에서 눈에 띄는 천적도 없고,주변 산야의 풍부한 물과 나무뿌리 등 널린 먹이는 여느 곳 고라니들이 부러워할 만하다.그러나 지뢰와 불발탄에 희생되거나 ,연례행사처럼 매년 봄 계속되는 비무장지대의 산불에 쫓기는 등 그네들이라고 고초를 겪지 않는 건 아니다.남방한계선 철책 인근 남쪽에 자리를 잡았거나,간혹 수로 아래 철책 구멍을 통해 남쪽으로 넘어온 녀석들은 농부들의 농작물을 탐내다가 올무에 희생되고,농로와 작전로를 지나는 차에 치여 비명횡사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뛰어들어 비명횡사 6월11일 낮.강원도 화천군 오작교 하류 2㎞ 지점 북한강 상류에 어미 고라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폭 100여m의 강변 모래밭,토종자라가 90도 가까이 곤두서서 수영을 즐기고 있는 웅덩이 옆을 지나 껑충거리는 특유의 몸짓으로 오작교 방향을 향해 강을 따라 5분여를 유유히 달리다 시야에서 사라졌다.고라니는 수영을 잘하니 녀석도 수영하러 나왔던가 보다.이 고라니는 탐사대에 DMZ 야생 고라니의 평화스러운 모습을 가장 오래 드러내 보인 녀석이다.탐사대는 탐사기간 동안 거의 매일 고라니를 1∼2마리씩 목격했다.그러나 미확인 지뢰지대 풀숲에서 ‘두두둑’ 소리를 내며 불쑥 등장해 아취형 등짝만을 보여주고 달아나거나,강변 억새 숲속에서 쉬고 있다 풀잎을 가르며 순식간에 달아나는 모습이 대부분이었다. 6월10일 임진강 초평도 너머 장단반도의 서부전선 이중 철책 사이에서 목격된 고라니는 500여m 남짓한 구간을 동서로 왔다갔다 배회하는 행동을 반복했다.남방한계선 너머 북쪽에서 살다가 철책을 넘어와 길을 잃은 녀석으로 보였다. 영어로 물사슴(Water Deer)이라 불릴 정도로 물과 친숙한 고라니는 DMZ에서도 대부분 호수나 강변 숲에서 목격됐다.경기도 연천 필승교 남방한계선 임진강 철책 하류 100여m 풀숲의 고라니는 임진강가의 갈대숲을 터전으로 삼았다. 강화도 북부 해안의 창우리에서 본 어미와 새끼 2마리의 고라니 모자는 묵논 습지를,파주 스토리사격장내 풀숲을 갑자기 뛰쳐나와 탐사대를 놀라게 한 고라니는 미군 사격장내 피탄지점 자연습지를 터전으로 삼고 있었다. 고라니 서식밀도는 6·25전쟁 이전에 비해 한동안 현저히 줄었다가 생피를 마시고 보약재로 쓰려고 성행했던 밀렵을 엄격하게 단속한 이후 근년들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개체수가 늘고 특히 DMZ에선 흔한 짐승이다.그래서인지 멸종위기종이 돼 버린 산양 등과는 달리 고라니의 습성에 대한 집요한 연구결과를 찾기는 힘들다. 지난달 6일 밤 마을앞 도로에서 고라니를 차로 쳤다는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이장 김동일(42)씨는 “마을 사람들도 가끔 고라니와 부딪치는데 녀석들이 모두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향해 달려든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그러나 전방부대 장병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경기도 연천의 DMZ 철책담당 중대장은 “10㎞ 순찰로를 밤중에 한번 돌면 보통 10여마리를 목격한다.군용 손전등을 가까이 들이대면 놀라서 얼어붙은 듯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몸길이 1∼1.2m의 왜소한 체격에 등이 휘어 때론 옹졸해 보이기조차 하는 고라니는 위험에 처하면 마냥 줄행랑을 놓는 ‘소심하고 아둔한 약자’다.먹이를 저축하거나 겨울잠을 자지 않으므로 겨울은 시련의 시기다.인가도 경작지도 없는 비무장지대 고라니에겐 특히나 잔인한 계절이다.DMZ 장병들은 폭설이 심한 겨울엔 배고픔과 추위에 지쳐 숨진 고라니를 가끔 목격한다. ●논·밭 망쳐 농민들과 ‘원수지간’ 탐사가 진행되던 6월초 남북이 서로 철책에 설치된 선전방송용 대형 스피커와 전광판을 철거하기로 합의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소음과 야간 불빛에 시달리던 고라니에게도 좋은 소식일 것이다.그러나 민통선 지역을 출입하는 농민들과 고라니는 불행하게도 ‘원수지간’이 되어간다.벼와 콩 등 밭작물의 새순을 잘라먹거나 논 군데군데 자리를 차지하고 눌러앉는 고라니의 등쌀에 농민들은 정부가 피해를 보상하라고 아우성이다.툭하면 논두렁을 무너뜨리고 가을에 볏단을 짓밟곤 하는 멧돼지에 대한 불만만큼이나 크다.고라니는 ‘겁쟁이’ 노루보다도 작고 약하지만 인적없는 땅 DMZ에서 꿋꿋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아 노루나 사슴보다 더욱 번성해 가고 있다.우리에게 “인간과 자연의 공존한계는 어디인가.”를 되물으면서…. 화천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전문가 칼럼 겨울철에도 눈이 말끔히 치워진 길을 따라 민간인통제선 지역으로 들어서면 길 옆 눈이 쌓인 곳에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멧돼지를 비롯해 노루나 고라니가 대부분이지만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기쁨이다.어쩌다 산양의 발자국이라도 만날 때면 기쁨은 더욱 커지고 발자국을 따라 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 힘들다.그나마 나라 안에서 야생동물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곳은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구역뿐이다.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에 따라 한 개의 군사분계선을 확정하고 남북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2㎞씩 물러남으로써 넓이가 6400만 평에 이르는 드넓은 비무장지대가 만들어진 것이다.군사분계선은 서쪽으로 한강 하구의 교동도에서부터 판문점을 지나 중부지방의 철원,양구,인제와 동해안의 고성에 이르는 248㎞ 길이로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다.민간인통제구역은 비무장지대의 남방한계선으로부터 지역에 따라 5∼20㎞ 밖에 그어진 민간인통제선 안의 지역을 말하며 비무장지대 일대의 군 작전 및 군사시설보호와 보안유지를 목적으로 민간인 출입을 제한하는 구역이다. 휴전 이후 사람들의 간섭을 덜 받음으로써 어느 정도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구역은 생태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야생동물만 보더라도 남한 지역에서는 멸종된 것으로 짐작되는 반달곰,표범,여우와 같은 종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여겨지며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비롯한 수달의 흔적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먹이를 찾아 산을 오르는 멧돼지와 노루,고라니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고 겨울철이면 강원도 고성 오소동과 고진동 계곡에서는 산양이 무리지어 나타나 군인들이 던져주는 먹이를 먹으며 겨울을 넘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자연 상태에서 야생동물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생태계의 건강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몸담아 살아가고 있는 곳의 자연은 야생동물의 모습은 그 흔적조차 제대로 볼 수 없을 만큼 건강함을 잃었고 우리들의 삶도 아픔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야생동물이 살 수 없는 땅은 우리네 인간들도 살 수 없다.야생동물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비무장지대와 민간인 통제구역만이 우리들에게 가냘픈 희망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대표
  • [서울신문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 전문가 칼럼

    지난해 늦가을 고진동 계곡 철책 앞에 서서 산양 암수 한 쌍이 짝짓기 놀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쫓기면서도 싫은 기색이 별로 없던 암컷과,죽어라 쫓아가던 수컷의 모습이 떠오른다.올 봄에 태어난 새끼는 지금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그 녀석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산양속(屬)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에서부터 미얀마,태국,중국을 거쳐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이 곳의 종(種)의 학명은 Naemorhedus caudatus로 4아종을 포함하는데,우리나라와 중국 두만강유역,연해주에 살고 있는 아종은 Naemorhedus caudatus raddeanus다.영명은 Amur goral.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Ⅰ에 올라있는 멸종 위기종이다.나라 안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1968년부터 보호하고 있다.강원도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면서 향로봉·매봉,설악산·오대산,삼척 가곡지역,경북 울진 지역에 걸쳐 600∼700마리쯤 살아가는 것으로 보고된 매우 드문 짐승이다. 산양이 살아가는 곳은 삶터의 바탕이랄 수 있는 바위절벽과 풀밭이 함께 있는 곳이며 여름철에는 그늘진 숲속이나 바위 아래에서 지내고,겨울철엔 쉽게 눈이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위 비탈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살아간다.계절에 따라 옮겨다니며 봄철에서 가을철까지는 주로 초본류를 먹이로 삼고 겨울철에는 목본류를 주로 먹는다.산양은 야생에서 평균수명이 15살쯤이며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10∼11월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6월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태어난 새끼는 1년 반에서 2년쯤 어미를 따라 다니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2살쯤 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해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가장 많은 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비무장지대와 간섭이 덜한 민통선 지역이다.그러나 백두대간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산양의 무리들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천적으로는 호랑이,표범,반달곰,늑대,담비,삵이지만 이 종들은 멸종되었거나 매우 드문 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다.어린 산양의 눈에 비친 세상이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꿈꾼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창간 100년 DMZ 51년 생태계-그 빛과 그림자](1) 산양부부의 사투

    ‘비무장지대(DMZ)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서울신문은 창간 100주년을 맞아 이런 물음을 던졌다.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을 각각 2㎞씩 뒤로 물린 정전협정(1953년 7월 27일)에 따라 포성이 멈추고 DMZ가 생겨났다.그로부터 51년.인간의 발길이 끊어진 DMZ일대에 자연의 생명력은 힘차게 꽃피어 올랐다.남과 북이 세운 철책선은 곧 DMZ 생태계의 삶의 울타리였다.그러나 민족의 환경유산,생태계의 보고(寶庫)란 수식어가 미래의 DMZ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서울신문 탐사대는 민간인이 갈 수 있는 최북단인 남방한계선 일대를 각계 전문가와 함께 보름여동안 샅샅이 훑었다.총 20회의 연재를 통해 펄떡이며 살아숨쉬는 DMZ 생태계의 풍경과 보전대책,바람직한 미래상을 그려본다. (편집자 주) ‘목이 탄다.철책 아래 흘러내리는 물을 들이켜도 갈증은 더해만 간다.자유의 목마름….아내도 지친듯 힘없이 몸을 기대온다.물로 허기를 달랜지 오늘로 나흘째.깊은 밤,네온 불빛에 홀려 이중철책 안으로 뛰어든 것이 실수였다.철망은 물어뜯어도,몸을 부딪쳐도 도무지 끄떡없다.그래,이제는 알겠다.남과 북을 가르는 저 철책의 단단함을,넘지못할 그 높이를….’ ●살아있는 화석,산양을 찾아서 6월 14일 강원도 고성 고진동 계곡.12일간의 탐사활동이 어느덧 끝자락에 이르면서 탐사대의 조바심도 점점 고조됐다.‘끝내 산양을 촬영하지 못하고 돌아가는 건 아닐까….’ 200만년을 내리 살아오면서 여전히 태고적 모습을 간직한 녀석.‘살아있는 고대동물’ ‘화석(化石)동물’이란 별칭이 붙은 건 그런 연유에서다.서울신문 100주년 탐사의 중요 ‘표적’이 아니될 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사흘 전 양구군 백암산 자락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어린 산양이 못내 아쉽기만 했다.4륜구동 취재차로 덜컹대며 전방부대 비포장길 커브를 돌자 화들짝 놀라면서 쏜살같이 내빼던 산양….80도는 족히 됨직한 경사진 바위 비탈을 너무도 가뿐하게 뛰어올랐다.놀라기론 탐사대도 못지않았다.취재차에서 내려 부랴부랴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토실토실 살찐 녀석의 모습을 담진 못했다.비명을 지르는 새소리 같은 험악한 울음으로 탐사대를 을러댄 뒤 서둘러 숲속으로 몸을 숨겼기 때문이다. 아쉬운 기억을 떠올리며 육군 ○○사단 ‘율곡부대’에 절박한 취재협조 요청을 냈다.하지만 정훈공보참모 박영희 중령은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이 시기는 힘듭니다.(눈에 쉽게 띄는)겨울철이면 몰라도….” 맞는 말이다.그동안 여러 기관의 수많은 탐사·조사에도 불구하고 ‘여름 산양’의 자태가 제대로 드러난 적은 없었다.그러나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었다.“지난 5월 고진동 골짜기에서 산양 10여 마리를 봤다.”는 인근 주민들의 목격담도 힘이 됐다.6월 14일,그런 실낱같은 기대를 안고 고진동 남방한계선을 찾았다. ●철책 안의 산양,운명같은 조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철책선 수문보강공사 중인 고진동 ‘라맨교’ 옆 GOP 초소.전방을 주시하던 초병에게 “요새 산양을 본 적 있느냐.”고 묻는데 웬일인지 눈길을 피한다.갑자기 바로 옆 이중철책 안에서 ‘두두두’ 땅이 울린다. ●철책 너머엔 어린 산양 한마리가 무언가가 획∼하니 번개처럼 지나간다.산양이었다.이중철책 사이 폭 2m 정도의 좁은 통로를 산양 2마리가 거침없이 내달리고 있었다.전혀 뜻밖이었다.어떻게 철책 안에 갇혔을까.의문부호와 함께 녀석을 살폈다.잿빛 단단한 몸에 80㎝ 정도의 키다.검은 갈기가 등을 달리고 꼬리와 발굽 털은 새하얗다.‘뿔 나이테’로 추정되는 나이는 4살.암수 한쌍이다. “오늘로 사흘째입니다.어디를 어떻게 통해선지 철책 안으로 들어왔지만 나가는 구멍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양의 불운은 탐사대엔 행운이었다.초병의 설명을 귓전으로 들으며 카메라 렌즈는 연신 녀석의 얼굴과 꽁무니를 좇았다.이중철책 안은 경계를 위해 제초작업을 해 둔 곳이다.그러니 녀석은 꼬박 사흘동안 굶으며 자기 모습을 노출시킨 셈이다.카메라 렌즈에 들어온 산양의 큼직한 두 눈엔 좌절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철책 북쪽 너머론 막 돌을 넘겼음직한 어린 산양 1마리가 서 있었다.탐사대와 동행한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가 옆에서 연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아무래도 어린 새끼인 듯합니다.산양은 가족끼리 몰려다니는 습성이 있거든요.” 초병들도 그제야 “새끼 산양이 사흘째 철책 안의 산양들과 보조를 맞추며 근처를 배회하고 있다.”고 귀띔했다.그렇다면 녀석들은 또 하나의 이산가족인 셈이다.사람의 간섭을 막는 생명의 울타리였을 철책선이 이제는 분단의 빗장이 되어버렸다. ●나흘간의 사투 그리고 탈출 6월 15일 탐사대는 다시 고진동 현장을 찾았다.철책 안의 산양은 이제 달리기를 멈췄다.며칠동안 통로를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수백번 오르내리며 탈출구를 찾았단다.철책을 사이에 두고 2m 앞까지 다가가도 도망가지 않는다.던져주는 풀을 받아먹지도 않는다.때때로 멍한 눈길로 철책 너머 새끼를 바라보곤 한다. 십여년 남짓 설악산 속에서 살다시피 하며 산양보호운동을 펼쳐 온 박 대표가 한숨을 섞어가며 뒷말을 이었다. “이 산양들의 처지가 DMZ 생태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지금처럼 DMZ 안의 야생동물들이 남과 북의 철책을 넘지 못하고 계속 근친교배를 반복하면 열성 유전이 심화돼 멸종의 위험도 점점 높아집니다.특히 산양처럼 개체수가 적은 동물일 경우는 더욱 문제가 심각하죠.남과 북 사이의 야생동물 이동통로 마련 등 실질적인 해결책 고민이 시급합니다.” 하늘이 도운 것일까,산양가족의 애처로움이 수문공사 인부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일까.산양 부부는 감금 나흘째인 15일 오전 ‘우연히’ 생겨난 수중철책 사이의 틈새를 발견하곤,그 사이로 큼직한 몸채를 밀어넣었다.철책 너머 기다리던 새끼와 합류한 이들은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곧장 가까운 산림 속으로 훌훌 사라져 버렸다.나흘동안 가둔 철책을 온전히 남북한 사람들의 숙제로 남기고…. 고성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특별탐사대 명단 ●전문가 김귀곤 서울대 농생대 교수(탐사대장),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신준환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과장,심재환 광주서강정보대 교수,최승호 전북대 생물다양성연구소 연구교수,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박희정 환경부 자연정책과장 ●기자 염주영 편집부국장,한만교 수도권부 차장,이종원 사진부 차장,손원천 사진부 기자,조한종·채수범 사회교육부 기자,박은호 공공정책부 기자 ■전문가 칼럼 지난해 늦가을 고진동 계곡 철책 앞에 서서 산양 암수 한 쌍이 짝짓기 놀음하는 것을 지켜보았다.쫓기면서도 싫은 기색이 별로 없던 암컷과,죽어라 쫓아가던 수컷의 모습이 떠오른다.올 봄에 태어난 새끼는 지금쯤 커다란 눈망울을 굴리면서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이다.그 녀석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산양속(屬)은 파키스탄과 인도의 히말라야 지역에서부터 미얀마,태국,중국을 거쳐 러시아 극동지방에 걸쳐 살고 있다.이 곳의 종(種)의 학명은 Naemorhedus caudatus로 4아종을 포함하는데,우리나라와 중국 두만강유역,연해주에 살고 있는 아종은 Naemorhedus caudatus raddeanus다.영명은 Amur goral.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의 부속서Ⅰ에 올라있는 멸종 위기종이다.나라 안에서는 천연기념물 제217호로,멸종 위기종으로 지정해 1968년부터 보호하고 있다.강원도의 비무장지대와 민통선지역,그리고 백두대간을 따라 내려가면서 향로봉·매봉,설악산·오대산,삼척 가곡지역,경북 울진 지역에 걸쳐 600∼700마리쯤 살아가는 것으로 보고된 매우 드문 짐승이다. 산양이 살아가는 곳은 삶터의 바탕이랄 수 있는 바위절벽과 풀밭이 함께 있는 곳이며 여름철에는 그늘진 숲속이나 바위 아래에서 지내고,겨울철엔 쉽게 눈이 녹아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바위 비탈의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살아간다.계절에 따라 옮겨다니며 봄철에서 가을철까지는 주로 초본류를 먹이로 삼고 겨울철에는 목본류를 주로 먹는다.산양은 야생에서 평균수명이 15살쯤이며 수컷 한 마리가 여러 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며 10∼11월에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5∼6월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태어난 새끼는 1년 반에서 2년쯤 어미를 따라 다니며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고 2살쯤 되면 어미 곁을 떠나 독립해서 가족을 이루고 살아간다.가장 많은 수가 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곳은 아무래도 사람들의 간섭이 없는 비무장지대와 간섭이 덜한 민통선 지역이다.그러나 백두대간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다른 산양의 무리들은 사람들의 끊임없는 간섭으로 그 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천적으로는 호랑이,표범,반달곰,늑대,담비,삵이지만 이 종들은 멸종되었거나 매우 드문 종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이 가장 큰 천적이다.어린 산양의 눈에 비친 세상이 생명 있는 모든 것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를 꿈꾼다. 박그림 설악녹색연합 대표
  • 생활물가 ‘고공행진’

    예상했던 대로 6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크게 올랐다.특히 ‘생활물가’ 상승률이 5%에 육박해 체감지수를 높였다.그러나 이는 지난해 6월 물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데 따른 통계적 반등 탓도 적지 않다.7∼8월에는 더 오를 것이 확실시돼 당분간 ‘물가 고통’을 각오해야 할 듯싶다.통계청이 1일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물가는 지난해 6월에 비해 3.6% 상승했다.자동차책임보험료·햄버거·가사도우미 등 개인서비스 요금(4.2%)과 공업제품 요금(2.5%)이 많이 오른 탓이다.전년 동월대비 상승률로는 연중 최고치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156개 품목만을 따로 묶은 ‘생활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4.9%나 올랐다.15개월 만의 최고치다.특히 과실(31.5%)과 채소(1.4%) 등 신선식품 값이 제철임에도 불구하고 많이 올랐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당초 정부가 예상했던 것(3.7%)보다 덜 오른 편이다.전달과 비교해서도 보합세(0.0%)다.올들어 6월까지의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올라 정부의 목표범위(3%초반)를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하지만 삼성증권 성기용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인상,여전히 높은 국제유가,태풍 등 물가 위협 요인이 앞으로도 적지않다.”며 “심각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낮은 강도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속의 물가상승)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부 당국은 일각의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과장이라면서 “일시적 고(高)물가 때문에 경제정책의 기조를 바꾸지는 않겠다.”고 재차 밝혔다. 재정경제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농축수산물과 신선식품 값이 생각보다 안 떨어진 데다 국제유가도 당분간 큰 폭의 하락세를 기대하기 어려워 7∼8월에는 물가상승률이 4%를 넘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현재 추진중인 이동통신요금 인하 등이 하반기에 이뤄지면 연간 물가상승률은 3.5%를 약간 웃도는 선에서 억제될 것”이라고 반박했다.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가급적 3.5%를 넘기지 않겠다고 했던 정부가 불과 일주일 만에 “이보다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혀 물가 우려에 대한 그늘을 짙게 드리웠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재경부 “올 물가방어 쉽지않다”

    재정경제부 이승우 경제정책국장은 24일 “올해 물가상승률이 정부 목표치(3%초반)를 크게 벗어나진 않겠지만 목표범위 안에 묶어놓는 게 쉽지는 않다.”고 밝혔다.하반기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억제 의지를 표명한 것이었지만,한편으로는 물가 방어가 녹록지 않음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었다. 이 국장은 “공공요금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전체 물가를 0.1% 포인트 더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상시기가 7∼8월에 집중된데다 그동안의 국제유가 상승분도 국내 물가에 본격 반영돼 하반기 몇달간은 소비자물가가 4%까지 급등할 수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재경부는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이동통신 요금을 인하하고,10월로 예정된 담뱃값 인상은 더 늦추는 방안을 적극 강구중이다.내수회복 지연으로 하반기 ‘더블딥’(경기하강 재연)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물가까지 급등할 경우 국민들의 체감고통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국장은 “이런 상황을 정보통신부(통신요금)와 보건복지부(담뱃값)도 잘 알기 때문에 관계부처들이 협조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어른을 위한 동화] 치타를 위한 진혼곡

    [어른을 위한 동화] 치타를 위한 진혼곡

    ●치타의 이야기 나는 가만히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이런 내 모습을 보면 표범,넌 또 뭐라고 할까? 어느날 내가 먹을 만큼 먹고 사냥한 고기에서 물러나자,독수리 떼들이 앞을 다투어 그 먹이에 달려들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아,글쎄 사자들 치사한 것 좀 봐.배가 빵빵해져서 더 이상 한 입도 먹지 못하면서도 한사코 우리를 쫓아내려 드는 거야.거기에 비하면 저 치타는 정말….” “그러게나 말이야.결국은 잠이 들어 버리더구만.”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그래.난 먹이를 남겨두었다가 다시 먹는 일을 싫어한다.아니,내 손으로 얻은 갓 잡은 고기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게다.그것은 냄새 때문이다.먹이에서 나는 냄새.훔치거나 구걸한 고기에서는 냄새가 난다.대개 조금씩 부패해 가는 중인 그 먹이에서는 어둠 냄새가 난다.축축하고 끈적거리고 또 어느 만큼은 매캐하기도 한,그런 냄새가. 그 냄새는 때때로 내가 구한 먹이에서도 난다.내가 두고두고 내 배만 채우자고 욕심을 부릴 때는,영락없이 그 냄새가 나보다 먼저 와 있다.난 도저히 그 냄새를 견딜 수가 없다.바람이 일기 시작한다.뱃속이 비었다.머릿속도.서둘러야겠다.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사냥을 마쳐야 할 테니.이 말을 들으면 넌 또 한마디 짚고 넘어가겠지? ‘어째서 남들은 일부러 기다리는 밤 사냥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무슨 배짱이냐?’ 글쎄,잘 모르겠다.아무튼 난 먹이를 구하는 일에 어둠을 이용하거나 술수를 쓰고 싶지는 않다.절대로 그런 식으로는 목숨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목표물을 정하고,그 목표물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그뿐이다.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어찌됐든 이젠 정말 서둘러야 한다.아,마침 잘됐다.저기 떼지어 달아나는 가젤영양들 중에 한마리를 고르자.그래,저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녀석이 좋겠다.목표물이 정해지자마자,나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린다. 달려라,달려! 나는 내닫는다.죽을 힘을 다해.아,좋다.나는 이처럼 목표물을 정하고 그 목표물을 향해 온몸을 던지듯 달리는 일이 정말 좋다.슉,슉,슉.양쪽 귀밑에서 바람이 갈라진다.아,난 그대로 바람이 된다.나는 느낀다.‘살아있슴’을 온몸으로 느낀다.세포 하나하나가 터질 듯 충만하다. 두두둑 두두둑.가젤영양들도 달린다.마른 먼지가 솟구친다.두두둑 두두둑 가젤영양의 발굽소리와 터질 듯한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귀를 가득 채운다.온몸이 쩌릿쩌릿하다. 두두둑 두두둑 둥둥둥둥 둥둥둥둥 아,실패다! 시간이,시간이 없다.숨이 차 오른다.가슴이 점점 옥죄여 온다.삼십 미터,사십 미터,오십 미터.….힘들다.이제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가슴이,가슴이 폭발해 버릴 것 같다.영양은 저만치 달아나는데 더,는,무,리,다.그래….나는 한구석에 쓰러진다.아직도 가슴은 터질 것 같고,발가락 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머리 위를 맴돌던 독수리들도 날아가고 하늘에는 불그레한 노을만 가득하다. ●표범의 이야기 자,마침내 해가 지평선에 걸려 있다.곧 어두워질 테니 이제 슬슬 일어나 움직여 봐야지? 나는 슬슬 몸을 일으킨다.어디 보자….오늘은 누가 내 저녁거리가 되어줄까.어? 마침 저기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어린 영양들이 있다! 됐다,됐어! 이제는 평소대로 내 솜씨를 멋지게 한번 발휘하면 되겠다! 나는 우선 무대를 고른다.그래.이렇게 자리를 옮기고 얼굴을 찌푸린 다음 시작하는 거야.자,좀더! 좀더! 배를 이렇게 감싸쥐고,금방 숨이 넘어갈 듯이….그래! 옳지! 한 걸음만 더! 너희들끼리 키득거리는 것도 이제 끝이다.그 웃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아마 너희들은….그래 어서 와라,어서 와.그렇지! 그대로 조금만 더 가까이…. 나는 그중 한 녀석을 순식간에 낚아챘다.잡았다,요녀석! 껄껄껄.그러게 내가 웃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지? 어린 영양의 살코기는 보드랍고 고소하다.음,나는 행복하다. 불쌍한 어린 것 들! 하긴 불쌍할 게 뭐 있겠어.난 중얼거린다.충고 한마디할까? 삶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더구나 경거망동은 금물이라는 것이다.내가 연기를 잘해서 진짜 아픈 것 같이 보였다 해도 그렇지,천적인 내 앞에서 방심을 하고 허점을 보이다니.더구나 건방지게 키득거려가면서.그건,커다란 실수였다.목숨과 맞바꿀 만큼 아주 결정적인 것이었지.가진 능력을 모두 활용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터에 경솔한 장난이라니! 그래서 말인데 치타,너! 내가 지금 한 말 명심해 두는 것이 좋겠다.이 충고는 너도 받아야 될 것 같으니.넌 달리는 일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 같다.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사냥법을 연출해 내지 않고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달리는 것만이 전부라는 말이냐? ‘먹이를 구하는 일에 술수나 속임수를 쓰지 않겠다? 당당하게 정공법으로 사냥을 하겠다?’그래,아주 좋은 말이다.상당히 멋진 말이고말고! 그러나,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그러다 굶어죽기 십상이란 말이다.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한다.아무렴! 그리고 ‘눈속임’이라는 말도 그렇다.아까 내가 어린 영양들에게 어디가 아픈 것처럼 ‘연기’를 했다.넌 그런 내 모습을 말 할 가치조차 없다고 입을 꽉 다물어 버릴 거다.하지만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냐? 그 녀석들은 분명히 치명적인 잘못을 했고,이 세상은 그런 녀석들까지 흐느적거리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좁다.난 그렇게 확신한다. 그렇게 정신 빠진 녀석들은 어차피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게 되어있다.그게 나라고 해서 대단히 잘못된 일이냐? 살아남기 위해서 그 정도의 눈속임이 뭐가 그리 큰 문제란 말이냐? 그건 그렇고,급한 불은 껐으니 남은 것을 챙겨서 나무 위로 올라가야겠다.내가 애써 잡은 것을 공짜로 남에게 줄 수는 없다.나도 생 땀을 흘려가며 얻은 것이니까.물론 너는 이 점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많겠지.하지만 내가 왜? 아,좋다.배도 부르고 이렇게 나무 위에 느긋하게 엎드려 있으니 참으로 세상 부러울 것이 없구나.이제 막 해는 지고,바람이 쓰다듬듯 얼굴을 간지르고 지나간다. ●다시,치타의 이야기 터질 듯 거칠던 가슴의 박동이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얼마나 이러고 있었을까? 이제 곧 정말 어두워지겠구나.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그러나…. ‘그럼에도 정면으로 맞부딪치겠다.승부란 그래야 하므로….’ 나는 잠깐이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추스리면서 가뿐하게 몸을 턴다. ‘얼룩말이다!’ 목표물을 정하자마자 나는 다시 바람처럼 내닫는다.나는 나를 아끼지 않는다.나를 온통 내던지듯 달리고 또 달린다. ●작가의 말 현란하기까지한 온갖 테크닉에 비해 슬프리만치 정직한 치타의 사냥법을 보면 자꾸만 겹쳐지는 얼굴이 있습니다.그가 치타와 함께 오늘,여기에서 메이저에 속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어른을 위한 동화] 치타를 위한 진혼곡

    ●치타의 이야기 나는 가만히 서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이런 내 모습을 보면 표범,넌 또 뭐라고 할까? 어느날 내가 먹을 만큼 먹고 사냥한 고기에서 물러나자,독수리 떼들이 앞을 다투어 그 먹이에 달려들으며 하는 말을 들었다. “아,글쎄 사자들 치사한 것 좀 봐.배가 빵빵해져서 더 이상 한 입도 먹지 못하면서도 한사코 우리를 쫓아내려 드는 거야.거기에 비하면 저 치타는 정말….” “그러게나 말이야.결국은 잠이 들어 버리더구만.” 나는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그래.난 먹이를 남겨두었다가 다시 먹는 일을 싫어한다.아니,내 손으로 얻은 갓 잡은 고기가 아니면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일 게다.그것은 냄새 때문이다.먹이에서 나는 냄새.훔치거나 구걸한 고기에서는 냄새가 난다.대개 조금씩 부패해 가는 중인 그 먹이에서는 어둠 냄새가 난다.축축하고 끈적거리고 또 어느 만큼은 매캐하기도 한,그런 냄새가. 그 냄새는 때때로 내가 구한 먹이에서도 난다.내가 두고두고 내 배만 채우자고 욕심을 부릴 때는,영락없이 그 냄새가 나보다 먼저 와 있다.난 도저히 그 냄새를 견딜 수가 없다.바람이 일기 시작한다.뱃속이 비었다.머릿속도.서둘러야겠다.완전히 어두워지기 전에 사냥을 마쳐야 할 테니.이 말을 들으면 넌 또 한마디 짚고 넘어가겠지? ‘어째서 남들은 일부러 기다리는 밤 사냥을 하지 않겠다는 거냐? 무슨 배짱이냐?’ 글쎄,잘 모르겠다.아무튼 난 먹이를 구하는 일에 어둠을 이용하거나 술수를 쓰고 싶지는 않다.절대로 그런 식으로는 목숨을 이어가고 싶지 않다.목표물을 정하고,그 목표물을 향해 전력 질주를 하고,그뿐이다.난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어찌됐든 이젠 정말 서둘러야 한다.아,마침 잘됐다.저기 떼지어 달아나는 가젤영양들 중에 한마리를 고르자.그래,저기 오른쪽에서 세번째 녀석이 좋겠다.목표물이 정해지자마자,나는 땅을 박차고 몸을 날린다. 달려라,달려! 나는 내닫는다.죽을 힘을 다해.아,좋다.나는 이처럼 목표물을 정하고 그 목표물을 향해 온몸을 던지듯 달리는 일이 정말 좋다.슉,슉,슉.양쪽 귀밑에서 바람이 갈라진다.아,난 그대로 바람이 된다.나는 느낀다.‘살아있슴’을 온몸으로 느낀다.세포 하나하나가 터질 듯 충만하다. 두두둑 두두둑.가젤영양들도 달린다.마른 먼지가 솟구친다.두두둑 두두둑 가젤영양의 발굽소리와 터질 듯한 내 심장의 고동소리가 귀를 가득 채운다.온몸이 쩌릿쩌릿하다. 두두둑 두두둑 둥둥둥둥 둥둥둥둥 아,실패다! 시간이,시간이 없다.숨이 차 오른다.가슴이 점점 옥죄여 온다.삼십 미터,사십 미터,오십 미터.….힘들다.이제 더 이상 달릴 수 없다.가슴이,가슴이 폭발해 버릴 것 같다.영양은 저만치 달아나는데 더,는,무,리,다.그래….나는 한구석에 쓰러진다.아직도 가슴은 터질 것 같고,발가락 끝 하나 움직일 힘도 없다.머리 위를 맴돌던 독수리들도 날아가고 하늘에는 불그레한 노을만 가득하다. ●표범의 이야기 자,마침내 해가 지평선에 걸려 있다.곧 어두워질 테니 이제 슬슬 일어나 움직여 봐야지? 나는 슬슬 몸을 일으킨다.어디 보자….오늘은 누가 내 저녁거리가 되어줄까.어? 마침 저기에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어린 영양들이 있다! 됐다,됐어! 이제는 평소대로 내 솜씨를 멋지게 한번 발휘하면 되겠다! 나는 우선 무대를 고른다.그래.이렇게 자리를 옮기고 얼굴을 찌푸린 다음 시작하는 거야.자,좀더! 좀더! 배를 이렇게 감싸쥐고,금방 숨이 넘어갈 듯이….그래! 옳지! 한 걸음만 더! 너희들끼리 키득거리는 것도 이제 끝이다.그 웃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아마 너희들은….그래 어서 와라,어서 와.그렇지! 그대로 조금만 더 가까이…. 나는 그중 한 녀석을 순식간에 낚아챘다.잡았다,요녀석! 껄껄껄.그러게 내가 웃을 시간이 별로 없다고 했지? 어린 영양의 살코기는 보드랍고 고소하다.음,나는 행복하다. 불쌍한 어린 것 들! 하긴 불쌍할 게 뭐 있겠어.난 중얼거린다.충고 한마디할까? 삶은 장난이 아니라는 것,더구나 경거망동은 금물이라는 것이다.내가 연기를 잘해서 진짜 아픈 것 같이 보였다 해도 그렇지,천적인 내 앞에서 방심을 하고 허점을 보이다니.더구나 건방지게 키득거려가면서.그건,커다란 실수였다.목숨과 맞바꿀 만큼 아주 결정적인 것이었지.가진 능력을 모두 활용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터에 경솔한 장난이라니! 그래서 말인데 치타,너! 내가 지금 한 말 명심해 두는 것이 좋겠다.이 충고는 너도 받아야 될 것 같으니.넌 달리는 일에만 지나치게 매달리는 것 같다.그때 그때 상황에 맞는 사냥법을 연출해 내지 않고 탈진해 쓰러질 때까지 달리는 것만이 전부라는 말이냐? ‘먹이를 구하는 일에 술수나 속임수를 쓰지 않겠다? 당당하게 정공법으로 사냥을 하겠다?’그래,아주 좋은 말이다.상당히 멋진 말이고말고! 그러나,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지.그러다 굶어죽기 십상이란 말이다.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한다.아무렴! 그리고 ‘눈속임’이라는 말도 그렇다.아까 내가 어린 영양들에게 어디가 아픈 것처럼 ‘연기’를 했다.넌 그런 내 모습을 말 할 가치조차 없다고 입을 꽉 다물어 버릴 거다.하지만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거냐? 그 녀석들은 분명히 치명적인 잘못을 했고,이 세상은 그런 녀석들까지 흐느적거리며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좁다.난 그렇게 확신한다. 그렇게 정신 빠진 녀석들은 어차피 누군가에게 잡아먹히게 되어있다.그게 나라고 해서 대단히 잘못된 일이냐? 살아남기 위해서 그 정도의 눈속임이 뭐가 그리 큰 문제란 말이냐? 그건 그렇고,급한 불은 껐으니 남은 것을 챙겨서 나무 위로 올라가야겠다.내가 애써 잡은 것을 공짜로 남에게 줄 수는 없다.나도 생 땀을 흘려가며 얻은 것이니까.물론 너는 이 점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할 말이 많겠지.하지만 내가 왜? 아,좋다.배도 부르고 이렇게 나무 위에 느긋하게 엎드려 있으니 참으로 세상 부러울 것이 없구나.이제 막 해는 지고,바람이 쓰다듬듯 얼굴을 간지르고 지나간다. ●다시,치타의 이야기 터질 듯 거칠던 가슴의 박동이 조금씩 조금씩 가라앉는다.얼마나 이러고 있었을까? 이제 곧 정말 어두워지겠구나.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그러나…. ‘그럼에도 정면으로 맞부딪치겠다.승부란 그래야 하므로….’ 나는 잠깐이나마 흔들렸던 마음을 추스리면서 가뿐하게 몸을 턴다. ‘얼룩말이다!’ 목표물을 정하자마자 나는 다시 바람처럼 내닫는다.나는 나를 아끼지 않는다.나를 온통 내던지듯 달리고 또 달린다. ●작가의 말 현란하기까지한 온갖 테크닉에 비해 슬프리만치 정직한 치타의 사냥법을 보면 자꾸만 겹쳐지는 얼굴이 있습니다.그가 치타와 함께 오늘,여기에서 메이저에 속해 사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We 동화] 맹수 삼천지교

    ‘자신을 지키며,나름대로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쉬운 일이 아닐 거야.’ 어미사자는 태어난 지 다섯 달밖에 안 된 새끼사자 형제에게 젖을 먹이며 하늘을 우러렀지. ‘이 녀석들을 잘 가르쳐야 해.훗날 제몫의 살림을 잘 해낼 수 있도록.’ 다음 날부터 어미는 새끼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잘 달리는 방법에서부터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는 법,먹이를 잡는 법과 적과 싸워 이기는 법 등,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여러 가지를 가르쳤지. 여러 달에 걸친 기본적인 공부가 끝났어.실습을 할 때가 되었지.형 새끼사자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의 풀숲에 납작 몸을 엎드렸지.물론 어미는 일찌감치 몸을 감춘 뒤였고. 조금 기다리려니까 비늘꼬리다람쥐가 다리를 절룩거리며 사자들의 사냥권 안으로 들어섰지.물론 사자들이 미리 숨어 있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로. ‘잡아라!’ 신호를 시작으로 사냥이 시작되었지.동생 사자가 벌떡 일어서며 큰 소리로 울부짖었어.다람쥐를 계획대로 몰기 위해서였지.비늘꼬리다람쥐는 동생 사자의 체취와 울음소리에 얼이 빠져서 미리 숨어 있던 형 사자 쪽으로 쏜살같이 도망쳤어.모든 것이 예상대로 되었지. ‘참 내,별것도 아니구나.’ 새끼사자들이 픽,웃으며 비늘꼬리다람쥐를 단번에 쓰러뜨리려는 순간,어미가 나타나 새끼들을 뒷발질로 낚아채 버렸어.새끼들은 순식간에 공중회전을 당하고는 땅바닥에 쾅,소리를 내며 엉덩방아를 찧었지.새끼들이 도대체 무슨 일이냐고 묻기도 전에,어미사자가 잘라 말했어. “치사하구나.이 녀석은 너희보다 체구가 훨씬 작아.너희들 상대가 못 된다고!” 어미의 말을 알아들은 새끼들은 고개를 푹 수그린 채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 나섰어.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지. 사냥감을 찾기는커녕,하이에나 떼에게 둘러싸이고 만 거야.물론,이들이 완전히 다 자란 사자라면 하이에나들이 어떻게 감히 그런 짓을 하겠어.그러나 그들은 아직 모든 면에서 서툰 어린 사자였거든. 힘든 싸움을 벌인 끝에,새끼사자들은 가까스로 하이에나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지.하이에나들을 물리친 후,숨을 헐떡이고 있는 새끼들 앞에 어미사자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어. “그렇게 힘들던? 거 봐라.이 세상에 쉬운 일이란 하나도 없지 않니? 하지만 명심해라.아무리 힘겨워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처리해야만 한다는 것을.” 새끼들은 자기도 모르게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어미를 쳐다보았어.그렇지만 어미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지. 다시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었어.목표는 얼룩말,이번에는 어미도 힘을 보탰고,사냥감은 곧 쓰러졌지. “와,맛있겠다!” 하루 종일 고생을 했기 때문에 새끼들은 배가 너무 고팠어.미처 어미가 말리기도 전에,형 사자가 먹이 주위를 겅중겅중 뛰었지.우두머리 수사자가 얼굴을 찌푸렸어.콧잔등에 세로 줄이 서너 개 그어졌지.그러나 새끼사자들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야.이번에는 동생 사자까지 나섰으니까.녀석은 한술 더 떠서 쓰러져 있는 얼룩말의 허벅지를 힘껏 깨물었어. “이 녀석!” 어미사자가 벌떡 일어서며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렸지.말없이 새끼사자를 노려보는 수사자의 갈기도 푸르르 떨렸어. 다음 순간,어미사자는 먹이를 입에 댄 새끼사자의 엉덩이를 인정사정 없이 물어버렸지. “어서 저쪽으로 물러나 있지 못하겠니? 이 정도에서 흥분을 하다니.먹이 앞에서일수록 품위와 예절,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그렇게 수없이 말했건만은!” 당연하게도 새끼사자들에게는 얼룩말 고기 차례가 돌아오지 않았지.그뿐이 아니었어.어미는 새끼사자들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때까지,아니 지쳐서 그런 소리조차 나지 않을 때까지 먹이를 주지 않았어.굶어 죽기 직전까지. “너무 지나친 것 아닐까요?” 더러 그런 말이 나오기도 했어.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미사자는 고개를 저었지. “삶은 장난이 아닙니다.분명한 현실이지요.지켜야 할 질서는 반드시 지켜야지요.그래야 살 수 있습니다.” 어미 사자의 매서운 벌을 다 받은 후에 새끼사자들은 다시 먹이 사냥을 나가게 되었지.그 때 이 사자들은 어떻게 행동했을까? 이후,대를 거듭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사자는 모든 동물의 왕으로 불려지기 시작했지.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사자가 나서서 왕이 되겠다고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모두가 그렇게 인정하게 된 거야.같은 고양이과의 표범,재규어,하이에나를 제치고 말이야. 그 이유는 뭘까? 파랑새 어린이 ‘왕다운 왕 사자우화’에서 글 이윤희 그림 이정아 ●작가의 말 사자를 사자답게 키우려는 어미의 행동이 의미심장합니다.요즈음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무엇’으로 키우고 싶은 걸까요? ˝
  • 캐나다 바다표범 포획 허용

    동물보호단체들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 50년만에 최대 규모의 바다표범 포획이 12일 개시됐다고 BBC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바다표범 사냥꾼들은 캐나다 정부가 올해 30여만 마리를 포함,3년간 바다표범 100만마리의 포획을 허용하자 이날 일제히 배를 타고 동부 뉴펀들랜드와 래브라도의 빙원으로 향했으며,13일까지 약 14만마리를 사냥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는 25년 전 어린 바다표범이 곤봉에 맞아 처참하게 포획되는 장면이 TV로 방영되며 국제사회가 거세게 항의하자 포획 쿼터를 연간 1만 5000마리로 제한해 왔으나 국제 패션시장에서 바다표범 모피 수요가 일자 지난해 포획량을 늘리기로 결정했다.캐나다 당국은 과거 논란을 감안,앞으로는 곤봉 구타 방식이 아닌 총기로 바다표범을 잡게 하는 등 포획 방식을 엄격히 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
  • [We 동화] 하마의 팔자 타령

    수영이 필요한 동물들은 모두 그걸 배워 잘 할 수 있게 되었단다.남은 것은 바다표범과 하마와 펭귄,이렇게 셋이었어.그들은 뒤늦게나마 수영을 시작해야 했지. “에이,어쩐지 기분이 좋지 않아.뭔가….” 수영 강습을 가는 첫날,하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렇게 중얼거렸어.그때 펭귄이 다가왔지. “아니,너도 수영을 하려고? 그렇게 어마어마한 몸집으로?” 펭귄이 하마의 덩치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어. 하마는 순간적으로,미리 기다리고 있던 기분 나쁜 일이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들었지.그래서 퉁명스럽게 쏘아 붙였어. “네 걱정이나 해! 사실,넌 새잖아? 날지도 못하면서 이젠 헤엄까지 치려고?” 하마는 펭귄의 말을 되받아쳤지.펭귄도 화를 벌컥 냈어. “별꼴이야! 너야말로 남의 걱정 마.내가 걷든,날든,헤엄치든 무슨 상관이야?” “자,자,입씨름은 그만하시고 수영 강습을 시작합니다!” 돌고래 선생님이 소리쳤어.첫 시간은 우선 물속에서 걷는 연습을 시켰지.하마는 오히려 불안했어.첫번째 과정이 지나치게 쉬웠거든. “아침부터 기분이 찜찜하더니만,펭귄과의 싸움질로 액땜이 되려나?아직은 그럭저럭 견딜 만한데….저 녀석 때문에 어쩐지 맥이 빠지는 느낌이야.” 하마와는 달리,펭귄은 겅중겅중 물 위로 솟아오르는 것이 아주 재미있었지.하지만 바다표범은 키가 작아서 고개만 물 위로 내놓은 채,엉거주춤 뛰어올라 앞으로 나아갔어.하지만 중심을 잡지 못해서 삐뚤삐뚤 엉망이 되었지. 한 서른 번쯤 저쪽 끝까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한 다음 강습이 끝났지. 둘째 날은 입장이 바뀌었어.돌고래가 뒤로 돌아 뛰기를 시켰거든.그것은 펭귄이 제일 잘했고 그 다음이 바다표범.뚱뚱한 하마는 눈에 띄게 숨을 몰아쉬었지. ‘내 이럴 줄 알았어.어쩐지 일이 그렇게 잘 풀릴 리가 없지….지겨워.’ 하마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어.자기도 모르게 지겹다는 말을 되뇌어 놓고는,대번에 얼굴을 찌푸리고 말았던 거야.그런데 그렇게 말하고 보니,수영이 정말 지겨워졌어. 셋째 날이 되었어. 그 날은 얼굴을 물속에 담갔다가 꺼내는 연습을 했어.물론 물속에 있을 때는 입을 아주 조금만 벌리고 음- 소리를 내면서 숨을 내쉬고,고개를 든 후에는 파! 하는 소리를 내면서 짧고 힘차게 숨을 들이쉬어야 했지. “음 ~ 파!” “음 ~ 파!” 하지만 하마는 말을 듣지 않았어. ‘숨을 어떻게 참아? 난 못 해!’ 기껏 두어 번 숨쉬기 연습을 한 하마는,고개를 흔들며 요란하게 물을 털어 냈지.그러고는 물 속에서는 콧구멍 귓구멍을 아예 닫아 버리기로 마음먹었어.그렇지만,아무리 그래도 물을 전혀 먹지 않을 수는 없었지. “아이구,지겨워! 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되잖아? 난 물 먹는 게 싫다고,더러운 물을 먹는 게 진짜 싫어!” 하마는 수영에 대해 더욱 정이 떨어져 버렸지.자꾸만 저절로 ‘지겨워’ 소리가 나왔어.어거지로,어거지로 강습 시간을 때운 뒤에,하마는 부리나케 돌아가 버렸어. 그러고는…. 그 다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것이야,영원히.바다표범과 펭귄이,물고기가 부럽지 않을 만큼 아주 멋지게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만큼 날이 흘렀는데도. 어쩌다,하루종일 물 속에 살면서 왜 그리 수영이 서투르냐고 누군가가 물으면,하마는 이렇게 대답을 하지. “아,배우려고 했었지요.그런데….” 여기까지 말하고 하마는 멋쩍게 한 번 씨익 웃어. “아,글쎄 수영 강습 첫날,가는 길에서부터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영락없이 펭귄이란 녀석이 시비를 걸고….그 친구와 옥신각신하다 보니 왠지 기운이 쭉 빠지는 것이,내가 수영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더라고요.그러더니 아니나 달라? 연습하는 과정이 나한테는 영 안 맞는 거예요.그래서 걷어치워 버렸어요.그때 꾹 참고 수영을 완전히 익혀 놓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전혀 안 든다면 거짓말이지만,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 때 내가 지겹다는 단어 대신에,일부러라도 재밌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면,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수도 있었을 테지만.허허,그러나 어쩌겠습니까? 이것도 다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지.안 그렇습니까?” 글 이윤희 그림 이정아 작가의 말 속담중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을 믿습니다.좋은 말,긍정적인 말을 하면 좋은 일 긍정적인 일이 생기더군요.수영을 배우면서 이 이야기를 썼는데,이 봄에 다시 수영을 시작해볼까 합니다.˝
  • [We 동화]‘잘난 척 신사’ 기린

    기린은 사람 키의 서너 배다.그런데 사람의 목뼈는 일곱 개.그렇다면 기린의 목뼈는 몇 개나 될까? 정답은 일곱 개.그렇다면 그 일곱 개가 길어진 사연을 들어볼까? 아주 오래 전에도 아프리카는 정말 멋진 곳이었단다.거기,초원에는 많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어.물론,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기린도.그런데 그 기린은 아주 멋쟁이였어.곧게 뻗은 다리에 날씬한 몸매.멋진 그물무늬의 가죽에다 약간 긴 듯한 목이며.(그 때는 기린의 목이 지금처럼 길지는 않았거든.사슴처럼 약간 긴 느낌을 줄 정도였지.) 그런데 그 기린은 잘난 척이 심했어. “아휴,지저분해.” 기린은 툭하면 이렇게 말했어.특히,하루종일 진흙탕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하마나,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사막을 달리는 타조를 보면 기린은 먼지가 묻을세라 앞발을 탕탕 굴렀지.잘생긴 얼굴을 찌푸리며,고개를 한껏 뒤로 빼고서.(목뼈 첫째 마디 늘어남.) 게다가 기린은 입이 너무 고급이었어.기린은 나뭇잎을 좋아했거든.그러나 꼭대기 쪽에 있는 여린 잎이나 부드러운 새순 이외에는 먹지 않았어.목을 힘껏 늘일 수밖에 없었지.(두 번째 마디 늘어남.) 그러면서 기린은 이렇게 말하곤 했지. “어휴,도대체 너희는 어떻게 그런 억센 잎을 먹니?” 이야기가 이쯤 되고 보니,기린은 친구가 없었어.전혀.어느 날 늘 외톨이였던 기린이 드디어 큰일을 당하고 말았지.기린이 잠을 자고 있을 때 검은 표범 한 마리가 기린의 코 끝을 꽉 물어 버린 거야.기린은 기절할 뻔했지.물린 코 끝을 빼내려고 안간힘을 썼어.줄다리기가 시작됐지.검은 표범은 엄청난 힘으로 코 끝을 물어 당기고,기린은 죽기 살기로 버티고….(기린의 목이 쭉,쭉,쭉 늘어났어.세 번째,네 번째,다섯 번째 마디까지도.) 그 때 얼마나 혼이 났던지,기린은 불면증에 걸려 버렸어.지금까지도 기린은 잠을 자지 못한단다. 그냥 선 채로 그 자리에서 잠깐잠깐 졸기만 할 뿐이지.그런 일을 겪은 뒤,기린은 갑자기 외로워졌어.함께 있어주고 주위를 살펴주는 친구가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정말 슬펐지. 그렇지만 이제 와서 어쩔 수 있겠어.그저 다른 동물들이 어울리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한껏 뺀 채 말이야.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기린의 목뼈 여섯째 마디가 몰라보게 늘어나 버렸지. 이제 기린은 상당히 긴 목을 가지게 되었어.동물들은 회의를 열었지.여러 시간의 열띤 논쟁 끝에 기린을 자기들에게 끼워 주기로 결정을 했어.그 말을 들은 기린은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지.늘어난 긴 목이 휘청거릴 정도로.그 대신,동물들은 한 가지 사실에 대해 다짐을 받았지. ‘조심할 것.말과 행동을 조심할 것.’ 기린은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어.그렇지만 끝내 실수를 저지르고야 말았지. 햇살이 유난히 따가운 어느날,저만치 떨어진 숲속에서,검붉은 동그라미들이 휙 휙 옮겨 다니는 것이었어.그것도 여러 개가.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어진 기린이 숲 가까이로 다가가서 살펴보니 멀리서 보던 동그라미들은 원숭이의 궁둥이였지.아기 원숭이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바알간 엉덩이를 있는 대로 뒤로 빼고 나무타기 연습을 하고 있었던 거야. “으하하하,저 모습을 좀 봐.아이고,아이고 배야!” 기린은 큰 소리로 웃어젖혔어.데굴데굴 구르다가,목을 꼬다가,한참 동안을 정신없이 웃어댔지.서늘한 기운을 느낀 기린이 문득,웃음을 그치고 고개를 들었을 때는,많은 동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지.굳어진 동물들의 눈이 한결같이 ‘돌아가!’라고 말하고 있었어.기린 때문에 아기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떨어져 크게 다쳤거든. 기린은 예전에 머물던 숲가를 향해 걸었지.풀이 죽은 기린의 목이 저절로 숙여졌어.머리가 땅에 끌릴 정도였지.기린의 목에 또다시 이상이 생겼어.머리통과,늘어난 여섯 목뼈의 무게 때문에,나머지 한 마디의 목뼈도 쭉 늘어나 버린 거야.(일곱 번째 목뼈 길어짐.) 다시 혼자가 된 기린은 중얼거렸어. “미안해.그렇지만 나도 노력했어.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나와.조금만,너희들이 한 번만 더 참아 주었으면 정말 고마웠을 텐데….” 세월이 많이 흘렀어.그러나 지금도 기린은 긴 속눈썹을 깜박거리며 눈물을 참고 있지.터무니없이 늘어난 목을 휘청이며. “조금더 지켜보아 줄 수는,정말 없었니?” 글 이윤희 그림 심수근 작가의 말 같은 뼈마디수로 훨씬 길어진 기린의 목이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그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봅니다.너무 슬픈가요?˝
  • EBS 2부작 다큐 ‘공존의 그늘’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삼산리 오대산 끝자락에 자리잡은 닭농장.뒤편 산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삵,담비,족제비,너구리 등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들에겐 없어서는 안될 삶의 터전이다.이들의 공격으로 아침이면 여기저기 목 잘린 닭들이 널려 있다.인간이 놓은 덫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도 하지만 굶주린 야생동물이 그나마 ‘생계’를 이어갈 곳은 인간이 세운 농장뿐이다. EBS는 ‘인간과 동물의 따뜻한 공존’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다큐멘터리 2부작 ‘공존의 그늘(연출 서준)’을 29∼30일(오후 11시) 방송한다.위태롭게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생존방식을 집중 조명,이들을 살리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1부 ‘사라져 가는 이야기’에서는 닭농장을 둘러싼 야생동물들의 생존투쟁이 펼쳐진다.고양이 만한 몸집에 표범 못지않게 용맹한 삵은 닭을 사냥할 때도 대범무쌍하다.소심한 담비는 농장 근처를 빙빙 돌 뿐.그런가 하면 덫에 걸려 앞발이 잘려나간 너구리는 닭농장의 무법자다.며칠을 굶었는지 한번에 여섯 마리의 닭을 해치우는 모습은 차라리 측은하다.미끄러운 오리알을 둥지로 가져가려고 안간힘을 쓰던 족제비가 차에 치여 고속도로 변에 널부러져 있고,앞 발이 잘린 삵이 농장에 나타나 닭 대신 쥐를 잡는 장면에선 생명의 한살이에 웬지모를 뭉클함이 밀려온다. 1부가 육식동물편이라면 2부 ‘인간의 땅,야생의 영역’은 초식동물들의 이야기다.고라니와 멧돼지 그리고 농부들이 고랭지 배추밭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쟁투’를 담았다. 제작진은 최상의 화면을 위해 적외선 조명기구를 직접 만들어 사용했으며,길에 카메라를 묻어 삵이 쥐를 잡아 먹는 장면을 생생하게 잡아냈다.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를 감상하듯 동물에 맞춰 배경음악을 사용,지루한 느낌을 덜었다.제작 기간은 1년.형형색색 변화하는 오대산의 사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것도 이 프로그램의 미덕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스포츠라운지]여대생 프로레슬러 최소라·이혜란

    여자 프로레슬러는 ‘스포츠 천국’ 미국에서나 가능한 줄로 알았다.‘박치기왕’ 김일과 ‘표범’ 이왕표가 여자 프로레슬러들을 후계자로 키운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에도 얼마나 상황이 열악하면 여성까지 끌어들이겠냐고 의심했다. 이런저런 의구심을 가득 품은 채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이왕표체육관’을 찾았다.프로레슬러라기보다는 모델에 가까운 외모의 두 여성이 뒤엉켜 헤드록을 걸더니,어느새 팔을 비튼다.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얼굴이 ‘장난’이 아니었다. 장난삼아 팔을 내밀었다.‘악’하는 외마디와 함께 매트에 내리 꽂혔다. ●박치기왕 김일 “희망 봤다” 격려 최소라(21·숙명여대 2년)와 이혜란(23·선문대 4년).이왕표씨는 이들을 “여자 프로레슬링의 끊긴 맥을 이을 기대주”라고 단언했다. 각각 지난 1월초와 2월초에 처음 체육관을 찾았지만 체격이나 운동 소화능력,의지 등을 종합 판단한 결과 프로레슬러로 대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노환중에도 가끔 체육관을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는 김일씨도 “죽기 전에 새 희망을 봤다.”고 말했을 정도다. 최소라는 빼어난 외모로 입문하자마자 유명세를 타고 있다.일곱살 위의 오빠와 어렸을 때 이불을 깔아 놓고 프로레슬링을 흉내내면서부터 꿈을 키워 왔다.초등학교 때부터 부모를 졸라 태권도와 검도,복싱으로 몸을 만들어 온 그녀는 고교 2년때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꿈을 말했다.어머니의 대답은 “너 미쳤니?”였다. 1년이 넘도록 부모와 신경전을 치른 최소라는 대학에 입학하면 허락한다는 ‘항복’을 받아냈다.공부에 뜻이 없었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1년 동안 죽어라 공부했고,대학에 합격했다.결국 어머니는 이왕표씨와 김일씨를 잇달아 만난 뒤 금쪽 같은 딸을 맡겼다. 이혜란은 ‘인간 병기’에 가깝다.태권도 2단,합기도 3단,유도 1단,프로레슬링을 무예화한 격기도 3단,용인대가 개발한 특수 무도인 용무도 3단 등 도합 12단이다.대학 1년 때 어느날 밤에는 추근대는 동네 불량배 2명과 싸워 손가락과 이를 부러뜨린 실전 경험도 있다. 격한 운동을 하면서 프로레슬러의 꿈을 키워 왔지만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이왕표체육관측에서 오래 전부터 그녀를 설득해 온 터에 마침 한참 ‘하수’인 최소라가 링에서 구르는 모습을 보고 결국 뜻을 굳혔다. ●무예짱·얼짱… WWE 접수 자신 “사람들은 ‘여자’인 우리가 프로레슬링을 한다는 것 자체에만 관심을 가질 뿐이지요.얼마나 힘들게 하는지,과연 성공할 것인지 등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어요.어떻게 시작한 운동인데….” 색다른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들도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사랑한다.스쿼트(앉았다 일어서기),팔굽혀펴기,버피(팔짚고 엎드렸다 일어서기),낙법을 수백번 반복하고 암드랙(팔감아 던지기) 등 기초기술을 익히다 보면 어느새 밤 11시가 넘는다.당장의 목표는 올해 안에 데뷔전을 치러 한국 여자프로레슬링을 다시 살리는 것이다.이를 위해 여름에는 일본 연수를 다녀올 생각이다.궁극적인 목표는 미국의 WWE(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 무대에 우뚝 서는 것.죽을 힘을 다해 링에서 구르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미국의 디바들과 겨루는 상상이 떠나지 않는다.“몸이 따라주는 한 끝까지 링에 남겠다.”는 최소라와 이혜란.쉽지 않아 보이는 두 디바의 삶이 내지르는 기합만큼이나 힘차 보였다. 글 이창구기자 window2@ 사진 강성남기자 snk@˝
  • [모래 파동] 바닷모래 채취 영향

    해안선 유실의 가장 큰 원인은 바닷모래 채취다.바다 속에는 바다산으로 일컫는 사퇴(砂堆)가 있고,해안가에는 모래언덕인 사구(砂丘)가 있다.바닷모래는 주로 사퇴 위에서 채취된다. 사퇴와 사구는 해양 생태계의 보고.사퇴와 사구는 바람과 파도를 따라 모래를 서로 주고 받으며 자정작용을 한다.여름철에 태풍이 불면 사구의 모래가 해수면으로 이동한다.바다로 들어온 모래 속에는 유기물이 풍부하다. 사구는 빗물을 머금고 있어 각종 생물들의 생활 터전이 된다.충남 태안 신두리 사구에 멸종위기의 금개구리와 표범장지뱀,무자치,갯메꽃 등 다양한 생물이 사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규모 모래 채취로 사구와 사퇴가 사라져 해수욕장이 제기능을 잃고 어류 산란장이 파괴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바닷모래 채취로 전남의 한 해역(길이 80㎞ 폭 10㎞)은 평균 수심이 5∼35m에서 20∼50m로 깊어졌다.이 때문에 새우 등 먹이사슬이 파괴돼 병치·꽃게·농어·민어 등 어족자원이 고갈됐다.도내 827개 섬과 그 주변 해안선 1730㎞,해수욕장 78㎞도 침식됐다. 2001년 전남 신안·진도·해남군 앞바다에 나간 바닷모래 허가량은 1395만㎥이지만 실제로는 이 허가량의 10배 이상 채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992년부터 10년간 신안군이 바닷모래 채취를 허가하고 받은 지방세는 166억원에 그친 반면 유·무형의 손실 가치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잇따르고 있는 해일피해를 막으려면 사구가 제대로 관리돼야 하고 바닷모래 채취를 엄금,사구 형성에 도움을 주는 바닷속 사퇴를 보존해야 한다. 충남 보령시 고대도 앞바다에서 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이후 주변 해수욕장에 모래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보고가 있다.반면 일본 히로시마(廣島)현은 1965년부터 바닷모래를 1억 5000만㎥를 반출하면서 먹이생물인 새우가 사라져 현 전체에서 어류의 43.2%가 줄어든 것으로 보고돼 생태계에 미치는 바닷모래의 가치를 일깨웠다. 목포 남기창기자 kcnam@˝
  • [국제플러스] 조류독감 포유류까지 확산 우려

    |방콕 연합|태국에서 애완용 고양이가 조류독감으로 죽고 동물원 호랑이가 이 질병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조류독감이 조류에서 포유동물로 확산될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태국 카셋삿대학 수의학과 타니랏 산티왓 교수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죽은 집 고양이 3마리에서 H5N1형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타니랏 교수는 또 방콕 인근 촌부리주(州)의 카오 키에우 동물원의 흰 호랑이 1마리도 검사결과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이 동물원은 지난달 구름무늬 표범 1마리가 조류독감에 걸려 죽은 곳이다.
  • 태국 동울원 표범, 조류독감으로 숨져

    |베이징·방콕 AFP 연합|중국과 타이완,베트남 등에서 조류독감이 추가로 확인됐다.또 태국 동물원의 표범 한 마리가 조류독감으로 숨졌다.표범의 죽음과 관련,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사례가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조류 독감이 야생동물 또는 고양이과 동물에까지 전염된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라팟 판야찻락사 태국 천연자원·환경장관은 13일 수도 방콕 남쪽 70㎞ 지점 촌부리 지방의 카오 키유동물원에서 죽은 얼룩무늬 표범 한마리의 2·3차 검사결과 전문가들이 조류독감으로 죽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익명을 요구한 동물원 관계자는 “표범이 죽은 것은 조류 독감에 걸린 닭을 먹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중국 농업부는 13일 성명을 통해 상하이(上海) 등 7곳에서 발생한 조류독감 의심사례가 모두 조류독감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관영 신화통신은 조류독감 7건 추가 발생으로 중국에서 조류독감 발생 건수는 총 30건으로 늘어났고,의심사례 발생건수는 17건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타이완 정부도 이날 중부 지방의 한 농장에서 조류독감이 확인돼 닭 1만 1400마리에 대해 살처분 명령을 내렸고 남부의 한 조류농장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등 2건의 조류독감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토종 생태동물원 내년 문연다/과천 서울대공원 내 1만 9000평

    반달가슴곰 등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동물만 모은 ‘토종 생태동물원’이 내년에 들어선다. 서울시 산하 과천 서울대공원은 멸종 위기에 놓여있는 토종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내년 9월까지 100억원을 들여 토종 생태동물원을 조성키로 했다고 2일 밝혔다. 동물원내 남미관 우측 1만 9000평(6만 2800㎡)의 부지에 꾸며지는 토종 생태동물원에는 야생동물의 생태환경에 가깝도록 철망 등 인위적 구조물을 없앤 동물방사장 12곳과 관람 공간 6곳,방문객 센터 등이 만들어진다. 동물방사장에는 한국 호랑이와 반달가슴곰,표범 등 유전자 검증을 통해 토종 여부를 확인한 우리나라 토종 야생동물 13종 84마리가 방사된다. 대공원 관계자는 “이들 동물 가운데 반달가슴곰 등 11종 52마리는 이미 확보됐으며,나머지 8종 32마리는 내년 8월까지 북한 등지에서 구입하거나 기증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훈기자 shjang@
  • 이 주일의 어린이 책/키플링이 들려주는…

    키플링 글 / 위드 그림 홍연미 옮김 / 청솔 펴냄 코끼리의 코가 왜 길어졌는지 아세요? 호기심 많은 아기 코끼리가 악어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코를 물린 채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랍니다.그럼 낙타 등에 혹은 왜 생겼을까요? ‘흥흥’거리며 일하기 싫어하는 낙타에게 사막의 정령이 내린 벌이라네요.정말이냐고요? 못 믿겠으면 키플링 할아버지에게 물어보세요.늑대소년 모글리의 모험담을 그린 ‘정글북’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분이시거든요.엄마 아빠에게 뭐든지 물어보는 우리들처럼 키플링 할아버지에게도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딸이 있었대요.할아버지는 ‘표범의 얼룩무늬는 어떻게 생겼을까.’ ‘고래는 왜 작은 물고기밖에 먹지 못할까.’ 묻는 딸을 위해 엉뚱하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셨대요.영국에서 태어난 할아버지는 인도와 아프리카 등지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동물들에 대한 지식도 아주 풍부하세요. 마치 엄마가 읽어주는 듯 다정한 이야기체 글 옆에 알록달록 신기하고 재밌는 그림들이 달려있답니다.흥미진진한 동물의 세계로 같이 가실래요.초등학생 저학년용.9800원. 이순녀기자 coral@
  • 18세기 문예계 큰 스승 강세황의 詩·書·畵·評/새달 29일까지 예술의전당서 특별전

    표암(豹菴) 강세황(1713∼1791)은 시서화 삼절(三絶)의 문인예술가이자 서화비평가였으며 김홍도·이인문·신위 등을 키워낸 18세기 조선 문예계의 큰 스승이었다.아호인 표암은 태어날 때부터 등에 흰 얼룩무늬가 표범처럼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표암은 32세부터 30년 동안 일체의 벼슬을 단념하고 안산 초야에 묻혀 학문과 예술에 전념했다.그는 안산시절 체득한 충만한 자의식과 72세 때 사신으로 연경에 다녀온 이후 고양된 안목으로 18세기 조선의 사회 문화 전반을 휩쓴 변화의 기운을 표출했다.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18세기 예술의 큰 스승-표암 강세황의 詩ㆍ書ㆍ畵ㆍ評’전은 표암의 시서화평에 담긴 정신세계를 ‘문인예술가’라는 측면에서 살핀 대규모 기획전이다. 표암은 서양화법을 최초로 도입했으며 중국에서 들어온 남종문인화의 조선화 내지 토착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다.지금까지 표암은 주로 화가로서 연구돼 왔고 전시도 회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시인이나 서예가로서의 면모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표암의 시서화평 모두를 본격적으로 다루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제는 푸른 솔은 늙지 않는다는 뜻의 창송불로(蒼松不老).표암이 죽기 직전 오도송처럼 남긴 절명구다.전시에는 초상,글씨,산수인물,사군자 및 초충화훼,서화평과 교유관계를 보여주는 작품 등 5개 분야 114건의 작품이 나와 있다.이중 표암이 79세 작고하던 해에 쓴 ‘표암유채첩’은 연행(燕行) 이후 일변된 모습을 보여주는 말년 최고의 득의작이다.골기(骨氣)가 뚜렷이 드러난 이 작품은 19세기 ‘완당바람’의 전조를 느끼게 한다.표암의 글씨는 중국에서조차 ‘미하동상(米下董上·미불보다는 아래이지만 동기창보다는 위이다)’이라든가 ‘천골개장(天骨開場·천품이 글씨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 표암의 생애는 초기 학습기(32세 이전),안산시절(32∼61세),출사와 연행(61∼79세) 등 세 시기로 나뉜다.이 가운데 특히 안산시절과 연행은 표암의 예술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가장 중요한 시기로 꼽힌다.표암은 평생 중국과 조선의명작·화보에 대한 임모(臨模)와 방작(倣作)을 통해 그 작품들을 자신의 것으로 하고자 했다.이번에 공개된 ‘방석도필법산수도’‘방공재춘강연우’‘표옹서화첩’ 등에서는 그런 근거들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표암은 안산에 칩거하면서 시나 서화를 주고받거나 시회(詩會) 등을 통해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표암의 교유관계는 성호 이익을 중심으로 한 여주이씨 일문과 안산15학사,유경종을 중심으로 한 진주 유씨 가문으로 요약된다.이들은 대부분 현실정치와는 거리가 먼 기호남인이나 소북계 인사들로 현실에 구애됨이 없는 자유로운 정신의 소유자들이었다.전시에서는 ‘강내한수친연송시첩’‘단원아집’‘무이구곡도’‘현정승집’‘섬사편’ 등 안산시절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한편 표암의 셋째아들 관이 쓴 ‘계추기사’는 표암 초상화의 제작내력,표구 제작과정 등을 적은 초상화 제작일기로 눈길을 끈다.전시 기간중인 2월7일에는 표암의 작품세계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열린다.서울대 안휘준 교수가 ‘표암과 18세기 조선의 문예동향’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한다.2월29일까지.(02)580-1511. 김종면기자 jmkim@
  • 열아홉 그 여든 그녀 사랑에 빠지다/박정자 주연 연극 ‘19 그리고 80’

    여든살 할머니와 열아홉살 청년이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사랑이 아무리 국경과 나이를 초월한다고 해도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조합이다.하지만 연극 ‘19 그리고 80’을 보노라면 그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올해초 3개월간 장기공연되며 수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던 이들의 아름다운 러브스토리가 1년만에 다시 찾아온다.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사랑이 추하거나 불쾌하지 않고,가슴을 적시는 유쾌한 감동으로 다가온 데는 작품 자체의 힘 못지않게 80세 할머니 ‘모드’역의 배우 박정자(62)가 내뿜는 매력이 큰 몫을 했다. ●귀여운 할머니와 움울한 청년의 사랑 박정자는 길가의 나무를 뽑아다 공기좋은 곳에 옮겨심고,동물원에서 바다표범을 몰래 데려다 바다에 풀어주는 엉뚱하고,귀여운 할머니 모드 역을 아주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높은 나무위를 장난꾸러기 소년처럼 성큼성큼 오르는 박정자의 모습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로맨틱하면서,동시에 연륜이 가져다준삶의 지혜까지 갖춘 모드의 사랑스러움은 박정자로 인해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지난 공연중에 ‘80세 생일이 될 때까지 매년 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었다.그 꿈은 이내 배우로서 이뤄내야 할 삶의 목표가 됐다.내년 1월9일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막올리는 ‘19 그리고 80’공연은 그가 목표 지점을 향해 내딛는 두번째 발걸음인 셈이다. “모드를 연기하면서 80이란 숫자에 매료됐어요.배우로서 도전해야 할 산처럼 느껴진 거지요.끝까지 오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예순 넘어서 목표를 갖게 됐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요.” 그는 이 작품을 ‘배우 박정자의 레퍼토리’로 정하면서 한가지 원칙을 세웠다.매년 연출자와 상대 배우,스태프 등을 모두 바꿔 새로운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번 공연에는 여성 연출가 한태숙과 연극배우 김영민이 낙점됐다. ●매년 공연때마다 연출·스태프 바꾸기로 “같은 작품이라도 연출가와 배우에 따라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져요.두번째라고 해서 익숙한 것은 하나도 없어요.그래서 늘긴장되지요.” 한태숙 연출가와는 ‘그 자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에쿠우스’에 이어 세번째 공연.무겁고 진지한 작품을 주로 연출해온 한태숙 연출가가 경쾌한 코믹물에 가까운 이 작품을 어떻게 다듬어낼지 관심거리이다. 상습적으로 자살을 시도하던 음울한 청년에서 모드를 만나 사랑과 삶의 희망을 깨닫는 해럴드역의 김영민은 ‘레이디 맥베스’‘추적’ 등에서 실력을 쌓은 젊은 배우.미소년 이미지의 그가 무대에서 보여줄 새로운 해럴드의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지난 공연에서 극중 모드와 해럴드의 키스신은 큰 화제가 됐다.박정자는 “주변에서 ‘복도 많다’고 부러워한다.”면서 “매번 젊은 남자배우와 키스하려니 염치는 없지만 행복하다.”고 농담을 했다.그러더니 “이번엔 연출가가 러브신을 보강하겠다고 해서 내심 기대를 하고 있다.”며 짖궂은 미소를 짓는다. 모드는 평소 ‘죽기에 적당한 나이’라고 여겨온 여든번째 생일날,해럴드로부터 청혼을 받지만 이미 결심한 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그토록 삶에 낙천적이던 모드가 자살하는 대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하자 박정자는 가만히 고개를 젓는다. “모드에게 죽음은 삶의 일부이자 또다른 세상으로 나가는 변화일 뿐이에요.모드는 자신의 죽음을 통해서 해럴드가 새롭게 태어나고,성숙할 수 있도록 모든 영양분을 원없이 주고 간 것이지요.모드가 해럴드에게 아낌없이 나눠준 사랑과 지혜는 결국 작가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고요.” ●대학로 정미소서 내년 2월말까지 해럴드역의 김영민이 보는 이들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해럴드나 모드 둘다 어떤 면에서 사회로부터 소외된 인물들이에요.세상과 소통하지 못하는 두사람이 서로에게 동화된다면 충분히 사랑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전엔 상상도 못해본 상황이지만 연습을 하면서 차츰 해럴드를 이해하게 되더라고 말했다.김영민은 요즘 극중에 삽입될 ‘월광소나타’연주를 위해 색소폰을 배우는 중이다. ‘19 그리고 80’(원제 해럴드와 모드)은 미국 시나리오 작가 콜린 히긴즈의 작품으로,1980년 브로드웨이에 처음 선보인 뒤 프랑스 등 유럽 무대에서 인기를 끌었다.2월29일까지(02)765-5476. 이순녀기자 co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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