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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험도 없이 “더 빨리·더 많이” 강요당한 배달대행 라이더들

    보험도 없이 “더 빨리·더 많이” 강요당한 배달대행 라이더들

    하루 9.5시간 근무, 배달건수 2배 더 높아 자영업자 성격의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 수입 높지만 고정비 줄이려 보험도 생략 “업체에 산재보험 가입 의무화 검토 필요”“일주일에 6일, 하루에 12시간씩 일하고요. 주말은 절대 못 쉬어요. 경조사가 있어도 2~3주 전에 미리 얘기해 허락받지 못하면 역시 쉬지 못합니다.”(1년차 배달기사 김규현(가명)씨) 배달대행업체 소속 배달노동자의 근무 환경이 한 음식점에 소속된 배달노동자보다 훨씬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다 보니 돈을 더 벌려면 자발적 노예가 돼야 했다. 업체 입장에서도 일정 규모를 갖춰야 하기에 ‘더 빨리 더 많이’ 배달하도록 강요했다. 자영업자처럼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을 맺다 보니 오토바이 유지비 등 각종 고정비를 떠안아야 했지만 보험 가입률은 불과 1% 미만이었다. 서울신문은 20일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로부터 한국노동연구원의 ‘배달업 종사자 현황 실태 파악 및 보호방안 연구’ 보고서를 입수했다. 배달대행 노동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실태조사다. 이번 조사에선 2만~3만명으로 추산되는 배달대행 노동자 중 300명(배달대행 252명, 점포 소속 4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진행했다. 하루 평균 배달 시간은 배달대행 노동자가 9.5시간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7.9시간)보다 1.6시간 더 많았다. 이에 반해 하루 평균 배달 건수는 배달대행 노동자가 주중 58.5건(주말 67.9건)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 주중 23.4건(주말 28.6건)보다 두 배 더 많았다. 면접에 참여한 한 배달대행 노동자는 “‘식사 시간은 없다’고 가정한 채 배달하고 손님도 기다린다”면서 “(일 중간에 식사를 하는데) 최대 한 시간 아니면 30분 정도 된다”고 말했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의 업무 강도가 더 센 까닭은 배달하는 만큼 돈을 벌기 때문이다. 표면적인 임금 격차는 컸다. 배달대행 노동자는 월수입 500만원 이상이 53.6%로 가장 많았고, 300만원 이상~400만원 미만이 44.4%였다. 이에 반해 점포 소속 노동자는 100만원 이상 200만원 미만이 79.2%였고, 2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이 16.7%로 주를 이뤘다. 물론 배달대행 노동자는 오토바이 유지비 등 각종 고정비가 최소 월 100만원 이상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 월수입은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점포 소속 노동자(200만~250만원) 수입의 1.5~2배 정도 차이가 난다. 배달대행 노동자들은 고정비를 줄이려다 보니 자신이 직접 가입해야 하는 산재보험도 안 들기 일쑤다. 산재보험의 경우 배달대행 노동자의 가입률은 0.4%인 데 반해 점포 소속 노동자는 97.9%에 이른다. 지난 1년간 안전사고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배달노동자는 전체 38.7%로 배달대행 38.9%, 점포 소속 37.5%였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경제적 종속성 등을 고려했을 때 배달대행업체가 노동자의 산재보험료를 강제로 내게 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해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사설] ‘쉬었음 인구’ 200만 시대

    비경제활동인구 중 ‘쉬었음’ 인구가 지난해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쉬었음 인구는 1년 전보다 23만 8000명 늘어난 209만 2000명이었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3년 이후 최대 규모이다. 쉬었음 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청년층과 중·장년층에서 증가율이 급증했다. 쉬었음 인구의 연령대별 증가율은 20대 17.3%, 30대 16.4%, 40대 13.6% 등으로 평균 증가율(12.8%)을 앞질렀다. 물론 ‘쉬었음’의 절대 연령층은 여전히 50대와 60대다. 각각 42만 6000명, 87만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한창 일할 20~40대에서 쉬었음 증가율이 급증하는 것은 관리하지 않으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쉬었음 인구가 취업 의사가 없는 실업자 수(106만 3000명)보다 2배 가까이 많은 것도 우려할 만하다. 구직조차 포기하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이 늘면 미래 설계가 불투명해지고 결혼과 출산 등에도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경제 활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충격을 키울 수 있다. 고용지표에는 반영되지 않는 우리 경제의 암울한 현실이다. 표면적으로는 경기 부진의 여파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영향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지난해 제조업과 금융·보험업에서는 각각 8만 1000개, 4만개의 일자리가 쪼그라들었다. 이는 정부 일자리 정책의 한계와도 맞닿아 있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 폭이 30만명대를 회복하고 고용률이(60.9%)이 22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지만 고령층을 위한 저임금 단기 일자리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다. 제4차 산업혁명기에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 비례 밥그릇 싸움에… 정의당 원내교섭단체 꿈 ‘흔들’

    비례 밥그릇 싸움에… 정의당 원내교섭단체 꿈 ‘흔들’

    후보 40명선… 외부인사 할당 결론 못내 당내 기탁금 3500만원으로… 7배나 인상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당내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진보정당 최초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이라는 오랜 꿈이 비례대표 ‘밥그릇 싸움’에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의당은 19일 제4차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개방할당제 도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다음 전국위로 넘기는 수정안을 가결시켰다. 수정안에는 ‘범진보단체와 적극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방안이 담겼다. 다만, 논란이 됐던 개방할당제는 사실상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개방할당제는 비례대표 후보의 4분의1을 외부인사에게 보장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정의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당선을 노릴 수 있는 1~24번 중 절반을 전략경쟁명부로 구성했는데, 이 중 다시 절반을 개방할당명부에 배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원들은 ‘당내 활동가’들의 국회 진출을 막는다며 반발했다. 이날 전국위에서도 비례대표를 둘러싼 잡음이 있었다. 당 지도부는 비례대표 후보의 문을 외부로 열어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각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이들은 “당내 인사부터 챙기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지난 17일 임한솔 전 부대표의 탈당과 제명 사태는 비례대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서대문구 구의원직을 수행하면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추적해 오던 임 전 부대표는 전국적 인지도가 쌓이자 구의원직 사퇴 및 총선 비례대표 출마를 전격 결행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불허하자 결국 탈당했다. 임 전 부대표뿐만 아니라 정의당에서 진보 정치를 위해 활동했던 인사 상당수는 당선 가능성이 큰 비례대표 출마를 내심 바라고 있다. 정의당에 따르면 현재 비례대표 후보로 나서겠다고 알려 온 후보만 35명이다. 최종 후보는 40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비례대표 경선 참가자의 당내 기탁금은 3500만원으로 2016년 총선 때의 500만원보다 7배나 인상됐다. 강민진 대변인은 “개방형 경선제 운영과 시민선거인단 모집에 따른 비용 때문”이라고 했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식용유 화재 초기 물 대신 차라리 마요네즈를 뿌리세요”

    “식용유 화재 초기 물 대신 차라리 마요네즈를 뿌리세요”

    물 뿌리면 더 위험…화재 초기엔 마요네즈·배춧잎 효과계속 과열되면 마요네즈도 위험…K급 소화기 가장 효과적“식용유 때문에 불이 났을 땐 물 대신 차라리 마요네즈를 뿌리세요.” 울산 중부소방서가 설 연휴를 앞두고 주방 화재 대처법을 소개하기 위해 16일 시연회를 열었다. 소방서 마당에서 열린 시연에서 소방관들은 주방 용기에 식용유를 담고 불을 붙인 뒤 물, 분말소화기, 젖은 수건, K급 소화기, 배춧잎, 마요네즈 등으로 각각 진화를 시도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용기에 열을 13분 정도 가하자 온도가 330도까지 오르면서 식용유에 불이 붙었다. 소방관이 물을 끼얹자 곧바로 화염이 1m 넘게 치솟으면서 열기가 몇 미터 떨어진 곳까지 느껴졌다. 물이 뜨겁게 달궈진 기름에 닿으면 순식간에 기화해 1900배가량 팽창하고 이 때 기름이 튀어 오히려 연소가 확대해 화상 위험이 크다. 이어 분말소화기를 뿌렸지만 불길이 잦아드는가 싶다가 다시 살아났다. 분말소화기 분말만으로는 기름 증기 전체를 덮을 수 없고, 냉각 효과도 부족하다고 소방서 측은 설명했다. 가장 큰 진화 효과를 보인 것은 K급 소화기였다. K급 소화기는 주방의 영어 단어 ‘키친’(kitchen)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말 그대로 주방 화재에 특화된 소화기다. 기름 표면에 유막을 형성해 산소를 차단하고 냉각 효과를 발생시킨다. K급 소화기를 사용하자 곧바로 불이 꺼졌다. 가정에 K급 소화기가 없을 때에는 젖은 수건이나 심지어 배춧잎, 마요네즈도 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화재 초기 때에만 진화할 수 있다. 식용유에 막 불이 붙었을 때 배춧잎을 여러 장 계속 투입하자 5∼6초 만에 불길이 잡혔고, 마요네즈를 넣으니 순간적으로 불길이 더 사는가 싶었지만 계속 투입하니 곧 불이 꺼졌다. 마요네즈는 식용유에 뜨는 성질이 있어 표면에 기름 막을 형성하고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끌 수 있으나 이후에도 계속 가열되면 불이 재발할 수 있다. 소방서 측은 마요네즈처럼 주방에 흔한 케첩을 뿌리면 수분이 많기 때문에 케첩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음식물 관련 화재는 1만여 건으로 이 가운데 20%가 식용유·튀김기름 화재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미세먼지로 꽉 막힌 모공, 피부관리사 직업 각광 받아

    미세먼지로 꽉 막힌 모공, 피부관리사 직업 각광 받아

    파란 하늘을 좀처럼 보기 힘든 올 겨울, 연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해물질을 담고 있는 미세먼지로 인해 건강 관리 역시 적색등이 켜졌다. 미세먼지의 크기는 직경이 10㎛이하로, 모공 크기의 10분의 1로 작기 때문에 피부의 표면인 모공에 쌓이기 쉽다. 중금속에 오염된 미세먼지 알갱이가 모공을 막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트러블, 각질, 가려움증 등 각종 피부질환의 원인이 된다. 이처럼 미세먼지로 약해진 피부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위해 전문적인 피부관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피부관리사 직업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다. 피부관리사가 되려면 전문적인 교육이 꼭 필요하지만 피부관리 교육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관은 많지 않다.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미용학 전공에서는 피부미용 세부 전공을 운영해 피부관리사 양성을 위한 전문 교육을 실시한다. 먼저 피부관리사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피부미용학, 화장품학 등 각종 이론 교육을 배운다. 가장 중요한 실습 교육은 뷰티아트센터 피부미용 전문 실습실에서 진행한다. 피부미용 실습실은 피부관리실과 같은 시설이 구비되어 있어 재학생들은 피부관리사가 되기 위한 스킬을 쌓을 수 있다. 또한 교내에 뷰티샵&에스테틱이 있어 현장실습을 통해 실제 고객을 상대하고 실무를 경험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피부관리사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은 피부국가자격증이다. 국가자격증이 없으면 피부관련 취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는 이를 위해 매년 국가자격증 특강을 개최하여 재학생의 자격증 취득을 돕는다. 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은 서경대학교 총장명의 학사학위 취득이 가능하기에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서경대학교 평생교육원 미용학전공은 수능과 내신 없이 전공적성검사와 면접으로 선발하며, 주 1회 수업이 가능한 특별반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월까지 2020학년도 미용학전공 신입생을 모집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아하! 우주] 수만㎞로 회전하는 초거성 베텔게우스의 섬뜩한 비밀

    [아하! 우주] 수만㎞로 회전하는 초거성 베텔게우스의 섬뜩한 비밀

    오리온자리의 적색거성 베텔게우스(Betelgeuse)가 섬뜩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는 새 연구가 발표되었다. 새 연구에 따르면, 베텔게우스는 원래 동반성을 거느린 별이었으며, 과거 어느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동반성이 주성에게 잡아먹힘으로써 현재 베텔게우스가 보이고 있는 여러 특성들을 만들어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미국 국립전파천문대에 따르면, 베텔게우스는 지름이 9억 6500만㎞로, 이는 화성 궤도보다 더 큰 초거성에 속한다. 지구에서 520광년 떨어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는 베텔게우스는 망원경으로 표면 특징을 포착할 수있는 몇 안 되는 별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배턴루지 소재 루이지애나 주립대학의 천문학자 마노스 차조풀로스는 베텔게우스의 표면을 면밀히 모니터링한 결과, 별의 회전 속도가 시속 1만7700~5만3000㎞라는 계산서를 뽑아냈다고 지난 6일 미국천문학회 235차 회의에서 발표했다.베텔게우스의 자전 속도가 이처럼 빠른 것은 놀라운 사실로 받아들여지는데, 왜냐하면 거성이 노화하여 적색거성의 단계에 들어서면 몸피가 팽창하기 시작하고, 이에 따라 회전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상례이기 때문이다. 베텔게우스는 또한 도망성(runaway star)으로서, 은하수의 배경 별들에 비해 무려 시속 10만 8000㎞의 속도로 달아나고 있는 중이다.  베텔게우스가 이 같은 빠른 회전속도와 후퇴속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 유명 스타의 두 가지 조합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차조풀로스는 이렇게 반문한다. “당신은 이 두 가지 사실을 어떻게 해석하겠습니까?”이 의문에 대한 힌트는 베텔게우스가 탄생한 오리온자리 OB1a 성협이라는 별의 밀집 지역에 숨어 있었다. 차조폴루스는 동료 연구자들과 함께 그 지역의 많은 별들의 움직임을 조사한 결과, 수백만 년 전 별들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인해 베텔게우스가 고속으로 튕겨져나갔다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또한 베텔게우스는 자기보다 작은 동반별을 가지고 있었는데, 별이 노화되는 과정에 몸피가 팽창함에 따라 동반별을 잡아먹기에 이르렀고, 그 결과 베텔게우스의 외층이 ‘스틱으로 커피를 휘젓는 것과 같이’ 뒤섞였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고 있다. 차조풀루스와 동료 연구원들은 이 같은 아이디어를 통합해 정교한 별 진화 컴퓨터 모델을 구축했다. 이제껏 관측된 베텔게우스의 특징에 가장 적합한 결과는 쌍성 중 큰 별 하나가 태양 질량의 16배, 작은 쪽은 태양 질량의 4배인 별이라는 결론이 도출되었다. 연구원들은 그들의 연구를 천체 물리학 저널에 제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베텔게우스가 최근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지난 10월 이후 베텔게우스가 50년 관측 이래 가장 침침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초신성 폭발의 전조일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차조폴루스의 연구가 베텔게우스의 탄생에 관한 거라면, 베텔게우스의 초신성 폭발의 그 임종에 관한 이야기가 된다. 하나의 별에 대해 탄생과 임종이 동시에 조명되는 희귀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셈인데, 어쨌든 베텔게우스가 초신성폭발을 한다면 지구에는 2주간 밤이 없어질 것이라고 한다. 초신성폭발이란 우주의 최대 드라마로, 한 은하가 내놓는 빛보다 더 많은 빛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낮에는 태양이, 밤에는 베텔게우스가 지구를 환히 비춰주는 신기한 현상을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현장에서는 이미 폭발했을 수도 있다. 최근에 폭발했다면 지구행성인들은 520년 후에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광식 칼럼니스트 joand999@naver.com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나를 지키기 위한 가시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나를 지키기 위한 가시

    식물세밀화를 그린다는 건 햇빛이 드는 따뜻한 작업실 책상에 앉아 스케치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나는 오늘도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구과들을 찾느라 산책로가 아닌 숲길을 걸어 다녔다. 지금 내 손가락에는 반창고도 붙어 있다. 며칠 전 해당화를 그리기 위해 열매를 채집하다 가시에 찔렸기 때문이다. 동료 식물 연구자들에게는 팔이나 손에 상처가 하나쯤 있다. 조사를 다니다 식물의 날카로운 가시에 찔리는 건 일상이다. 뾰족한 가지에 얼굴이 찢어져 꿰매거나 산에서 미끄러져 허리 디스크가 온 지인도 있다. 고충 없는 직업이 있겠는가만 아름다운 해당화가 가진 가시처럼 평화로운 식물 연구에도 이런 나름의 속내가 숨어 있다.이런 이면을 두고 사람들은 ‘장미의 가시’와 같다고 말한다. 장미의 줄기 전반에 난 뾰족한 기관인 가시. 사실 장미는 내가 가시에 찔린 해당화와는 친척뻘이다. 이들이 속한 장미속은 대부분 몸 전체에 날카로운 가시를 지닌다. 특히 장미의 잎은 역사적으로 향수산업에 기여한 바가 가장 클 정도로 향기로운데, 이 향기로운 장미를 동물들이 가만히 둘 리 없다. 그래서 곤충이 꽃을 향해 줄기로 기어 오르지 못하도록 장미에 가시가 생겼다고 추측한다. 물론 장미 가시는 일반적인 가시가 아니다. 식물 가시엔 줄기와 가지가 변형되거나 잎의 일부분이 변형된 형태가 있는데, 장미는 식물 표피의 일부가 튀어나온 것으로 뿌리가 깊지 않아 쉽게 부서진다. 식물의 모든 가시에는 그만한 존재의 이유가 있다. 내가 가시에 늘 찔리면서도 이것을 유난히 흥미로워하는 이유도 같다. 이 기관이 겉으로는 상당히 공격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물이 주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책으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가시가 있는 식물을 그릴 때에는 채집 과정에서부터 더 조심히 다루게 된다. 해당화를 그릴 때에도 그랬다. 가위로 줄기를 자르고, 채집 봉투에 넣어 밀봉해 두어도 봉지가 가시에 구멍이 뚫리기 십상이고 채집해 온 것을 작업실로 가져가 현미경으로 관찰할 때에도 핀셋으로 살살 다루어야 한다. 이 조심스러운 나의 행동은 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해당화의 의도에 따른 당연한 결과다. 나는 ‘해당화는 왜 가시가 있어서 나를 힘들게 하나’라는 투정보다는 ‘이들을 채집하려고 손을 댄 동물인 내 탓이지’ 하며 반성하고, 결국 이건 식물을 그리는 나의 숙명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래, 너는 너를 지켜야지. 나도 나를 지킬게.’ 그러고 상처에 연고를 발랐다. 물론 장미속 식물보다 더 공격적인 가시로 무장한 식물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선인장은 비가 자주 오지 않아 늘 건조한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뿌리와 잎이라는 최소한의 기관으로 진화했고, 가끔 비가 오거나 아침 이슬이 맺히면 그것을 조금씩 모아 잎 안에 수분을 저장해 둔다. 이런 선인장을 초식동물들이 가만히 둘 리 없으니 선인장은 잎 표면에 뾰족한 가시를 만들어 냈다. 벌레잡이식물 중 하나인 파리지옥은 번식력이 강한 식물들로부터 숲에서 척박한 물가로 내쫓기는 바람에 주변에 먹을 것이 없어 근처에 있는 동물을 유인하고 포착하느라 가시 돋친 잎을 만들어 냈다. 선인장과 파리지옥 모두 각자가 살기 힘든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소의 방어책으로 생긴 가시다. 그러나 이들 모두 도시에서는 집 화분에 재배하거나 정원에 심어 관상하는 대표적인 화훼식물이다. 우리 인간은 이 가시의 존재가 껄끄러워 가시 없는 선인장과 장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나 역시 선인장과 파리지옥처럼 가시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지는 않지만, 가끔은 예전보다 부쩍 예민해진 내 모습에 놀랄 때가 있다. 누구나 그렇듯 살다 보면 종종 무례하거나 어이없는 일을 겪기 마련이다. 이 무례함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더 예민하고 날카로워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다. 그렇게 내 가시는 점점 더 뾰족하고 두텁게 무장하고 있다.그러나 이런 가시를 잘라 낼 생각은 없다. 주변을 살피다 더 날카로운 가시가 필요하다 싶으면 나는 의도적으로 더 뾰족해지거나, 반대로 내 가시를 둥글고 매끈하게 변하게도 할 것이다. 식물은 움직임이 적어 늘 뾰족할지 몰라도 움직일 수 있는 동물은 이렇게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으니까. 그저 우리가 장미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가시의 존재를 이해하려 하듯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무엇이 서로의 마음에 가시를 자라나게 만들었는지를 떠올린다면 좋겠다. 그러면 서로를 이해할 한 장의 새싹 정도는 키워 낼 수 있지 않을까.
  • 광주과기원, 맨 눈으로 볼 수 없는 보안용 편광 디스플레이 개발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광운대 전자공학부 공동연구팀은 육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특정 방향의 빛(편광)을 쬐어주면 보이는 초박막 편광 디스플레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 최신호에 실렸다. 기존 편광 디스플레이는 나노기둥을 정렬하기 어려워 수 마이크로미터(㎛) 면적으로 만드는데 그쳤고 소재가 딱딱해 다양한 표면에 사용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자기정렬형 나노기둥을 유연기판 위에 센티미터(㎝) 크기의 면적에 비스듬한 형태로 넓게 증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번 기술은 광학보안 기술 활용 이외에도 표면에 물이 닿았을 때 감춰진 패턴을 드러내게 만들 수도 있어서 환경 오염 감지용 센서로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美, 제재 의지 여전한데… 韓, 금강산 개별 관광 등 예외 추진 시사

    美, 제재 의지 여전한데… 韓, 금강산 개별 관광 등 예외 추진 시사

    강경화 “사안 따라 남북이 먼저 갈 수도 남북합의 중 제재 저촉 안되는 부분 있다” 美 ‘한미 긴밀 공조’ 강조, 일단 선 긋기 대선 앞둔 美에 전략선택 넓혀 줄 수도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남북 경협과 금강산 개별 관광 등에 대해 추진의사를 밝힌 데 대해 미국이 ‘한미의 단합 대응’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였다. 남북 관계가 북미 관계를 추월하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남북 관계의 선행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다 확고하게 밝혔다. 이를 두고 한미 간 불화가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왔지만, 연말 대선까지 북한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미국 측에서도 전략 선택이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었다. 강 장관은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미·한미일·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큰 틀에서는 남북·북미 대화가 서로 보완하면서 선순환 과정을 겪으면서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특정 사안에 따라서는 북미가 먼저 나갈 수도 있고 또 남북이 먼저 나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 장관은 “남북 간에 중요한 합의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제재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예외 인정을 받아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이 있다”면서 “이런 것에 대해 폼페이오 장관과 여러 가지 의견을 나눴고, 미국 측에서도 우리의 의지나 희망사항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개별 관광 허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미국 측에 전했다는 의미다. 이날 미국 국무부는 금강산 개별 관광이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문 대통령의 신년 회견 발언에 대해 “미국과 우리의 동맹국 한국은 북한과 관련된 문제에 긴밀하게 조율하고 있다. 모든 유엔 회원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를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미의 단합 대응이라는 기존 원칙을 재반복한 것이다. 미 국무부가 이날 한미 외교장관 회담과 관련한 보도자료에서 “한미가 긴밀한 대북 조율 지속을 재확인하고 한미 동맹의 지속하는 힘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한미일 삼자협력의 중요성을 논의했다”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결국 표면적으로 한미가 금강산 개별 관광을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인 셈이다. 금강산 개별 관광 의제는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5~18일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대북특별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미가 금강산 개별 관광을 두고 표면적으로 얼굴을 붉힐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대북제재 공조를 이어갈 전망이지만, 연말 대선까지 북한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생일축하메시지, 실무협상 개최 의지 전달 등에도 북한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가 완전히 일치하는 입장은 아니겠지만, 우선 한국이 금강산 개별 관광을 미국에 제안하는 모습만으로 대북 관리 효과를 어느 정도 얻을 수 있다. 물밑에서 보면 미국에도 꼭 나쁜 카드만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서울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층간소음까지 해결해주는 투명망토물질 개발

    층간소음까지 해결해주는 투명망토물질 개발

    영화 ‘해리포터’와 ‘반지의 제왕’에서는 몸을 숨길 수 있는 망토가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레이더나 음파를 흡수해버리는 스텔스기나 스텔스함정, 스텔스 잠수함 등이 있다. 이렇게 스텔스 기능을 만들어 주는 것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메타물질 때문이다. 국내 연구진이 음파 성질을 자유자재로 바꿔 투명망토나 스텔스 기능은 물론 소음까지 없애줄 수 있는 메타물질을 개발해 주목받고 있다.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 홍콩과학기술대 공동연구팀은 디지털 프로그램으로 폭넓은 영역에 스텔스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가상 메타물질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기초과학 및 공학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14일자에 발표했다. 특히 이번 기술은 음향 파동이라는 물질적 특성을 자유자재로 구현할 수 있어 다양한 분야로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특이한 물리적 특성을 가진 물질로 고해상도 이미징, 투명망토, 스텔스 기능, 무반사 태양전지 등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메타물질을 만드는데 사용된 자연물질과 구조체의 특성에 따라 메타물질의 성질과 기능이 결정되기 때문에 메타물질을 사용하려는 목적에 맞춰 모든 영역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기존에 메타물질을 설계할 때는 메타물질 구조체를 설계한 다음 원하는 특성을 가질 때까지 조금씩 변형하는 설계기법이 쓰였다.연구팀은 거꾸로 원하는 특성을 얻을 수 있는 메타물질 구조를 계산해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를 위해 디지털 회로와 신호처리 기술을 이용해 자연물질의 분극현상을 흉내내 실제 구조체 없이도 원하는 파동물성과 주파수 분산 특성을 자유자재로 구현하는 가상화 음향 메타물질 기술을 개발했다. 스텔스기를 만든다고 할 때 기존에는 스텔스기 표면에 물리적으로 메타물질을 붙이거나 도색을 해야 했지만 이번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항공기도 스텔스 기능을 갖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가상의 메타물질을 이용해 빛, 소리 등 파장의 반사, 산란 같은 현상을 제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레이더나 소나로부터 탐지되지 않는 스텔스 기술이나 방음, 흡음설계도 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와우! 과학] 세계서 가장 빠른 美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모든 것

    [와우! 과학] 세계서 가장 빠른 美 정찰기 SR-71 블랙버드의 모든 것

    냉전 시대, 그 어떤 비행기보다 높고 빠르게 비행한 미국 전략정찰기 ‘SR-71 블랙버드’를 미국 CNN이 최근 집중 조명했다. CNN에 따르면, 미국 록히드(현 록히드 마틴)사가 개발한 정찰기 ‘SR-71 블랙버드’는 첫 비행에서 5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주에 닿을 정도로 높고 미사일을 능가할 정도로 빠르게 날 수 있다. 1950년대 후반 비밀리에 설계된 이 비행기는 현재도 수평 비행에서의 최고 비행 고도와 로켓을 동력으로 하지 않는 비행기의 최고 비행 속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SR-71 블랙버드는 아직 정찰 위성이나 드론(무인항공기)이 없던 시절, 적지에 침입해도 격추되지도 발견조차 되지 않기 위해 개발됐다. 열을 분산하기 위해 기체를 검게 도장하면서 ‘블랙버드’라는 애칭이 붙은 이 비행기는 유선형의 날렵한 외형 덕분에 기존 비행기와 전혀 다르게 보인다. 이에 대해 항공 역사학자이자 ‘블랙버드의 설계와 개발’이라는 저서를 출간했던 피터 멀린은 CNN에 “(블랙버드는) 50년대에 설계됐는데 지금도 미래의 비행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CIA의 정찰기1960년 5월, 소련 영공에서 항공 사진을 촬영하던 미국의 정찰기 U-2가 격추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즉시 미소 냉전의 외교상 파장을 일으켰고, 미국은 다시 한번 더 빠르고 더 높게 비행할 수 있어 대공 사격을 받지 않는 신형 정찰기를 개발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CIA(미국 중앙정보국)가 원한 것은 고도 27㎞ 이상에서 고속 비행이 가능한 데다 가능한 한 레이더에 포착되기 어려운 정찰기였다”고 멀린은 설명했다.이 야심찬 정찰기의 설계를 맡은 이들은 세계 최고의 항공기 설계자 중 한 명인 켈리 존슨과 그가 이끄는 록히드에서 조직된 기술자들로 구성된 비밀부서 ‘스컹크웍스’ 연구원들이었다. 존슨은 블랙버드가 처음 퇴역했던 1990년에 “모든 것을 발명할 필요가 있었다”고 개발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는 같은 해 사망했다. 블랙버드 계열의 첫 비행기는 ‘A-12’로 명명돼 1962년 4월 30일 첫 비행을 했다. 총 13대의 A-12가 만들어졌고 이들 비행기는 CIA가 운용하는 극비의 특별 프로그램에 따라 운용됐다. 티타늄 기체 SR-71은 시속 3200㎞ 이상으로 비행하기 위해 설계돼 있어 주위의 외기와의 마찰에서 기체의 표면 온도가 상승해 기존의 기체는 고온에서 녹아버린다. 따라서 기체의 소재로 티타늄 합금이 채택됐다. 티타늄은 고온을 견딜 수 있고 철보다 가볍다. 그러나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면서 다른 문제가 생겼다. 우선 티타늄으로 만든 도구 세트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철로 만든 도구를 사용하면, 티타늄은 도구와 접촉했을 때 깨지거나 부서지기 때문이다. 또 티타늄 자체를 조달하기도 어려운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세계 최대 티타늄 공급국가는 소련이었다. 미국 정부는 티타늄을 대량으로 구매할 필요가 있었다. 아마 가상의 회사를 통해 구매한 것일 것”이라고 멀린은 말했다. SR-71의 1호기는 완전히 도장하지 않고 기체의 은색 티타늄 합금을 드러낸 상태에서 비행하고 있었다. SR-71이 처음으로 검은색으로 도장된 시기는 1964년의 일이다. 검은색 도료는 효율적으로 열을 흡수하고 방출해 기체 전체의 온도를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해서 ‘블랙버드’가 탄생했다. ‘블랙버드’ 계열블랙버드 계열의 첫번째 모델인 ‘A-12’에서는 여러 파생형이 개발됐다. YF-12는 기수 이외에는 A-12와 흡사하지만 이는 정찰기가 아니라 요격기다. 총 3대가 생산돼 미 공군에 의해 운용됐다. M-21은 기체의 후방에 드론을 탑재하고 발사하기 위한 파일론(PYLON)을 갖추고 있었다. 총 2대가 제작됐지만 1966년 드론이 본 기체에 충돌해 승무원 중 한 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인해 M-21 개발 계획은 중지됐다. 그리고 A-12의 마지막 파생형인 SR-71은 1964년 12월 22일 첫 비행을 시행했으며, 그 후 30년 이상에 걸쳐 미 공군의 정보 수집 활동을 담당했다. 총 32대가 생산돼 블랙버드 계열은 최종적으로 50대가 됐었다. 스텔스기의 선구자 SR-71의 기체에는 세계 최초로 비행기에 사용된 복합 소재의 일부가 포함돼 있었다. 이 소재 덕분에 이 비행기는 적의 레이더에 발견되기 어려웠다. “당시에는 아직 스텔스라는 말이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 비행기는 본질적으로 스텔스기다”라고 멀린은 말했다. 대공 사격이 도달하지 않는 고도로 미사일보다 고속으로 비행이 가능한 데다 레이더로도 거의 발견되지 않기 때문에 SR-71은 모두 쉽게 적의 영공에 침입할 수 있었다. 멀린은 SR-71에 대해 “적이 발견하고 미사일을 발사할 무렵에는 이미 적의 영공을 뒤로 하고 있다는 발상이었다”면서도 “당시에는 아직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링크할 수 없어 (SR-71은) 상공에서 필름 사진을 촬영하고, 이 비행기가 기지로 가져간 필름을 처리해 연구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블랙버드가 적에게 격추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 비행기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어, 총 32대 중 12대가 사고로 소실됐다. 또한 운용이나 조종이 어려운 비행기이기도 했다. “이 비행기는 준비에 상당한 인력이 필요했다. 블랙버드가 출동할 때는 우주왕복선을 발사할 때와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로 카운트다운(초읽기)이 이뤄졌다. 승무원과 비행기 모두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면서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많은 노력과 인력이 필요했다”고 멀린은 말했다.또 이 비행기의 조종사들은 고도의 극한 상태를 견딜 수 있도록 특별한 복장을 착용해야만 했다. 멀린은 “그들은 기본적으로 오늘날 우주왕복선 승무원들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의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며 “고속으로 비행하고 있으면 조종석이 매우 더워지므로 조종사들은 장시간의 임무 동안 자신들의 식사를 유리창에 나둬 따뜻하게 데워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블랙버드가 소련의 영공을 비행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1960년 사건 이후 미국 정부는 소련 영공에서의 비행을 완전히 중단했다. 그러나 블랙버드는 냉전 중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고 중동과 베트남 그리고 북한과 같은 다른 중요한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1976년, SR-71 블랙버드는 비행 고도 8만5069피트(약 2만6000m), 최고시속 2193.2마일(약 3530㎞=마하 3.3)이라는 현재도 깨지지 않은 세계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정찰 위성과 무인기 등 신기술의 실용성이 향상된데다가 감시 데이터를 즉시 사용할 만큼 기술이 발전하면서 블랙버드 계획은 1990년 중단됐다. 1990년대 중반에 일시적으로 부활하기도 했다. 1999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SR-71 블랙버드의 마지막 비행을 시행한 뒤 남은 기체는 모두 박물관으로 보내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아하! 우주] 행성도 시한부 인생?…300만년 후 사라질 WASP-12b

    [아하! 우주] 행성도 시한부 인생?…300만년 후 사라질 WASP-12b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수천 개 이상의 외계 행성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2008년 발견된 'WASP-12b'는 뜨거운 목성형 가스 행성으로 많은 연구를 통해 흥미로운 사실이 알려져 있다. WASP-12b와 모항성과의 거리는 343만㎞ 정도로 공전 주기도 26시간에 불과하다. 따라서 표면 온도는 섭씨 2,600도에 달한다. WASP-12b는 모항성에 너무 가까워서 뜨거워진 뜨거운 목성형 행성의 대표적인 사례다. 후속 연구를 통해서 밝혀진 놀라운 사실은 목성 질량의 1.4배 정도 되는 가스 행성임에도 불구하고 목성과 달리 매우 어둡다는 것이다. 이는 표면에 풍부한 탄소 때문으로 산소보다 탄소가 훨씬 풍부한 것으로 밝혀진 첫 번째 외계 행성이기도 하다. 이 행성의 알베도(Albedo·행성 등 천체 빛의 반사율)는 0.064로 들어온 빛의 6.4%만을 반사해 아스팔트처럼 어두운 표면을 갖고 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 천체 물리학자들은 WASP-12b의 불안한 미래를 예측했다. 연구팀은 이 행성이 모항성과의 중력과 조석 작용에 의한 마찰력으로 점점 가까워져 천문학적인 관점에서 짧은 시간인 300만 년 이내에 파괴될 것으로 예측했다. 행성이 모항성의 중력에 의해 파괴되는 로슈 한계(Roche limit)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행성에 작용하는 별의 중력은 당연히 가까운 쪽이 더 크고 멀어질수록 작아진다. WASP-12b는 지구와 달처럼 행성의 한쪽 면만 별을 향한다. 별에 가까운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과 반대쪽에 작용하는 중력의 차이가 점점 커지면 결국 행성을 양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된다. 이 힘이 너무 커지면 행성이 산산조각이 나는데, 그 거리가 바로 로슈 한계다. 파괴된 행성의 잔해는 고리 모양으로 별 주변에 존재했다가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이런 식으로 행성 혹은 위성이 파괴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비록 태양계에는 가까운 미래에 파괴될 행성은 없지만, 앞으로 파괴될 위성은 존재한다. 화성의 위성 포보스의 경우 3000~5000만 년 후에는 결국 파괴되어 고리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성의 고리 역시 과거 파괴된 위성의 잔해 중 일부라는 가설이 있다. 생자필멸의 법칙은 누구도 벗어날 수 없다. 모항성에서 안전하게 멀리 떨어진 행성이라도 별의 수명이 다해 적색거성이 되어 부풀어 오르는 과정에서 모항성으로 흡수되거나 혹은 본래 궤도에서 밀려나서 떠돌이 행성이 될 수 있다. 우리 지구도 예외는 아니지만, 다행히 300만 년 후가 아닌 50억 년 후의 미래의 일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자연스럽게’ 허재, 인생 첫 사골국 도전에 “아내 존경”

    ‘자연스럽게’ 허재, 인생 첫 사골국 도전에 “아내 존경”

    MBN이 선보이는 소확행 힐링 예능 ‘자연스럽게’의 허재가 인생 첫 셀프 사골국에 도전하며 가마솥 앞에서 무려 6시간을 대기했다. 그는 최고의 사골국을 만들기 위해 알람을 맞춰 가며 불순물을 제거하고, 식사 도중에도 사골국을 향해 달려가는 지극 정성을 발휘했다. 13일 방송될 MBN ‘자연스럽게’에서는 이웃 동생들인 은지원&김종민의 허술한 식생활 개선을 위해 “내 식구는 내가 해 먹인다”는 야심찬 포부를 품고 무려 11만원 어치의 사골을 사 온 허재의 모습이 그려진다. 가마솥에 한 가득인 엄청난 양의 사골을 보고 허재는 “너무 많이 샀나?”라며 의구심을 품었지만, 사골 표면이 깨끗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철수세미를 들고 사골을 하나하나 박박 씻었다. 쉬운 줄 알았던 사골국을 끓이는 데 할 일이 너무 많음을 안 허재는 “사 먹어버릴까? 에이…그냥 사 먹을 걸”이라고 그 때서야 후회했지만 이미 일은 벌어져 있었다. 사골이 든 가마솥을 아궁이에 장착시킨 허재는 부재료 준비를 시작했고, 깐마늘의 꼭지를 하나하나 따는 단순 노동을 또 한 번 해야 했다. 끝도 없는 일거리에 허재는 혀를 내두르며 “예전에 와이프는 이런 걸 어떻게 했지?”, “지원이, 종민이는 내가 이렇게 하는 걸 알까”라며 ‘내 식구 먹이기’의 어려움을 새삼 실감했다. 그는 내 식구가 먹을 사골국이라는 일념으로 정확히 30분 동안 알람을 맞춘 뒤 불순물을 제거하는 한편, 밥을 먹다 말고 울리는 알람 소리에 사골국을 향해 달려가는 눈물겨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먹을 줄만 알았지, 이렇게 할 일이 많은 줄 정말 몰랐다”며 “뼈 넣고 그냥 끓이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선수 시절 사골국을 해서 먹여준 어머니와 아내의 노고에 정말 감사하게 된다”고 ‘초보 살림남’다운 소감을 밝혔다.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허재의 인생 첫 사골국 끓이기 도전 과정은 1월 13일 월요일 밤 11시 MBN ‘자연스럽게’에서 공개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검찰 덕성 문제로 변화 강요받아” 여성 2호 검사장 사표

    “검찰 덕성 문제로 변화 강요받아” 여성 2호 검사장 사표

    ‘여성 2호 검사장’ 이영주 사법연수원 부원장(53·사법연수원 22기)이 10일 사의를 표명했다. 지난 8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고위간부 인사 이후 첫 사표다. 이 부원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구성원들에게 사의를 전했다. 이 부원장은 “이번 인사가 아니라 6개월 전의 인사 후에 검찰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검찰 상황과 관련해 “큰 변화를 앞두고 그 어느 때보다도 혼란스러워 보인다”고 평하며 “검찰 구성원이 열정을 갖고 헌신적으로 일했음에도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변화를 강요받게 된 근본적 원인이 우리가 종종 잃어버린 공정성 때문이고, 이는 재능이 아니라 덕성의 영역에서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배 여검사로서 후배 여검사들을 향한 응원의 말도 함께 남겼다. 이 부원장은 “지금은 여성검사의 수가 비교할 수 없이 늘었지만, 조직 속에서 개개인이 느끼는 어려움은 저희 때보다 줄어든 것이 없을 것”이라며 “후배 여성검사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드리거나 제대로 모범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반성하며 그럼에도 분투를 기대하고 응원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춘천지검장 시절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이 부원장은 “아마 기록이 영구보존으로 분류가 되지 않을까 싶고, 관심이 있으시면 그 수사기록을 한 번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법무부 인사와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지금 가진 생각을 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서 직시하면 근저에 그 원인이 보이고 해결책이 떠오를 것이고, 이는 표면적인 생각이 다른 분들과도 통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는 말만을 남겼다. 서울 혜화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이 부원장은 법무부 여성정책담당관, 대검찰청 형사2과장,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장, 수원지검 형사1부장, 춘천지검 차장검사, 부천지청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춘천지검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7월 인사 당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에서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번 인사에서 다시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으로 전보됐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 로켓’…NASA, 차세대 로켓 SLS 공개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우주 로켓’…NASA, 차세대 로켓 SLS 공개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2024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앞두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로켓을 공개했다. ‘스페이스 런치 시스템’(Space Launch System, SLS)으로 명명된 이 로켓은 NASA의 차세대 우주 로켓으로 2014년부터 제작되기 시작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로켓으로 알려진 SLS 로켓은 30층 건물 높이 정도의 크기로, 아폴로 우주선을 달에 보냈던 새턴 5로켓보다 추진력이 15% 더 강하다. 뉴올리언스에 마련된 로켓 제작 공장에서 약 6년간 제작된 SLS 로켓은 드디어 모든 제작일정을 마치고 테스트를 위해 이동한다. 현지 시간으로 8일, SLS 로켓은 대형 바지선이 있는 곳으로 옮겨졌으며, 이곳에서 바지선에 실려 미시시피 주에 있는 스테니스우주센터(Stennis Space Center)로 옮겨질 예정이다. 스테니스우주센터에 도착한 후에는 ‘그린 런’(Green Run)으로 불리는 테스트가 시작된다. 제작 사상 최초로 코어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을 시험하는 역사적인 단계가 이뤄지는 것. 이번 테스트 결과에 따라 2024년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일정도 변동될 가능성이 높다. NASA에 따르면 SLS 로켓의 ‘코어 스테이지’로 불리는 핵심 부품에는 총 2개의 추진체 탱크가 장착돼 있으며, 이중 하나에는 액화 산소가, 또 다른 하나에는 액화 수소가 담겨있다. 이 둘을 합치면 270만ℓ에 달하며 모두 강력한 코어 스테이지를 가동하기 위한 추진체로 사용된다. SLS 로켓은 향후 유인 탑승 캡슐인 ‘오리온’을 우주로 데려가는데 가장 중점적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NASA SLS 스테이지 메니저인 줄리 바셀러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한 역사적인 단계가 시작됐다”가 자평했다. 한편 SLS 로켓뿐만 아니라 유인 탑승 캡슐 오리온에 대한 테스트도 예정돼 있다. 오리온 캡슐은 우주인을 태워 3주 동안 우주에서 머물면서 달 궤도를 6일간 돌게 되는데 올해 시험발사에서는 사람을 태우지 않는다. 총 3단계로 계획된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1단계 미션은 사람을 태우지 않는 채 달 근처를 비행하는 것이며, 2단계 미션은 우주인 4명을 태우고 달의 궤도를 따라 비행하는 것, 3단계 미션은 남성 우주인과 여성 우주인을 각각 한 명씩 태우고 달의 남쪽으로 건너가 표면에 착륙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단독] 3주차 신입이 독가스 처리… 청년의 죽음 아무도 막지 못했다

    [단독] 3주차 신입이 독가스 처리… 청년의 죽음 아무도 막지 못했다

    유대인 학살 때 썼던 맹독성 물질 시안화수소 노출 5분 만에 사망 마스크 착용 등 보호장비 없이 작업 비치된 마스크도 기준미달 있으나 마나 유해·위험직업 취업제한 등 관리 절실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가 사상 처음으로 800명대로 낮아졌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여전히 청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인천 남동공단의 도금업체에서 맹독성 물질인 시안화수소에 노출돼 사망한 23세 청년의 사고도 스스로 막을 수 없는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9일 강성규·함승헌·최원준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이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보고한 ‘도금 사업장 근로자에게 발생한 시안화수소 급성중독과 작업환경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A(23)씨는 2018년 5월 28일 의식을 잃고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그는 3주 전 전자부품 도금업체에 취업했고 완제품 건조와 포장 작업을 했다. A씨는 그날 대체인력으로 처음 도금 공정에 투입됐다. 그는 도금 공정에 대해 잘 몰랐지만 공장장의 지시를 받고 도금 작업에 필요한 시안화합물 용해액을 준비했다.응급실로 실려 온 A씨는 간수치가 급상승하고 신장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손상된 상태였다. 의료진이 급히 기도삽관과 응급투석을 하는 한편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심한 ‘뇌부종’이 관찰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혈액검사 결과 혈액 1ℓ당 이온화된 ‘시안화수소’가 14.6㎎이나 검출됐다. 검출된 시안 이온의 양은 기준치인 0.1㎎/ℓ의 ‘146배’에 달했다. 시안화수소는 시안화나트륨(청산소다), 시안화칼륨(청산가리) 등을 통해 생성되는 맹독성 물질로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학살에 사용했던 독가스다. 조사 결과 A씨는 사고 당일 공장장의 지시로 주말 동안 45ℓ 용량의 수조 2개에 담겨 있던 시안화나트륨, 시안화칼륨 용해액을 바가지로 퍼 사업장 바닥에 버린 뒤 수돗물을 새로 받았다. 이후 ‘약품창고’에서 시안화나트륨을 옮겨 와 다시 2개의 수조에 넣었다. 당시 농도가 급격히 높아진 시안화수소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있었다. 시안화수소 중독 위험성은 사고 뒤에도 상존했다. 실제로 사고 뒤 다른 근로자가 작업량을 최소화하고 배기장치를 가동한 실험에서도 시안화수소가 기준치의 20%까지 검출됐다. 시안화나트륨과 시안화칼륨은 약품창고라고 불리는 3.3㎡(1평) 공간에 보관돼 있었다. 이곳에는 환기장치조차도 없었다. 연구팀은 “환기시설이 없기 때문에 약품창고에서의 노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자의 호흡기를 보호할 수 있는 ‘마스크’였다. A씨에게 마스크를 쓰라는 지시는 없었고 그는 고무장갑, 장화, 앞치마만 착용하고 작업을 했다. 심지어 비치된 마스크도 ‘저농도 유기화합물’ 용도의 마스크여서 시안화수소를 여과할 수 있는 기능이 없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A씨는 총 30분간 작업했고, 시안화수소 노출 5분 만에 실신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연구팀은 “일산화탄소, 황화수소와 같이 밀폐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은 실시간으로 농도를 측정하는 직독식 측정기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며 “시안화수소와 같은 급성독성물질도 실시간 측정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국내 습식 표면 가공업체는 3000개가 넘고 그중 절반이 전기도금업체다. 이들 업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98.2%고, 50.0%는 10인 미만 영세 사업장이다. 연구팀은 “도금 공정은 고용노동부령 ‘유해·위험 작업의 취업 제한에 관한 규칙’ 제3조에서 정하고 있는 자격·면허 필요 작업에 포함돼 있지 않다”며 “그러나 도금사업장에서 독성이 높은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하고 있는 만큼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진중권, 정의당 탈당 의사 거듭 확인 “탈당계 처리 부탁해놨다”

    진중권, 정의당 탈당 의사 거듭 확인 “탈당계 처리 부탁해놨다”

    정의당 당원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9일 “정의당에 탈당계를 처리해달라고 해놨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이용자가 “정의당 지도부는 조국 사태의 시작부터 끝까지 표면적인 어설픈 비판에 본질적인 책임은 외면하고 겉핥기식인 태도를 보이면서 끝내 타당 인사의 관련 실언, 아니 망언을 솔선해서 변명해주고 있다”며 “아직 정의당 당적을 가지고 계시느냐”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진 전 교수는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에 대한 의견 차이로 탈당계를 제출했고, 당 지도부 설득에 탈당 의사를 철회한 바 있다. 진 전 교수는 2013년 12월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측은 공지를 통해 “현재까지는 새로운 탈당계가 유관 부서에 제출된 바 없다”며 “기제출된 탈당계에 대한 처리 요청 역시 접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진 전 교수는 전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와 관련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추 장관이 “검찰총장이 명을 거역했다”고 밝힌 데 대해 “추미애 장관, 당신이 국민의 명을 거역한 것이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건 당신들이다. 바로 당신들이 도둑이다”라고 맞받았다. 진 전 교수는 또 “이 사람들, 윤석열 총장도 마저 내보낼 모양이다. ‘항명’ 어쩌구 하며 윤석열을 자를 명분을 쌓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79만년 전 라오스를 강타한 초대형 소행성 흔적 확인 (연구)

    79만년 전 라오스를 강타한 초대형 소행성 흔적 확인 (연구)

    지구에는 매일 같이 작은 운석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크기가 매우 작고 위험하지 않은 것이지만, 6600만 년 전 비조류 공룡과 많은 중생대 생물의 멸종을 가져온 대형 소행성 충돌처럼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도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에 얼마나 대형 소행성이 자주 충돌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지표를 샅샅이 뒤져 숨겨진 크레이터를 찾아내고 있다. 지구의 경우 활발한 지질 활동으로 지표가 끊임없이 변하는 데다, 물에 의한 침식 작용과 식물 등 여러 가지 요인이 표면을 바꾼다. 더구나 행성 표면의 상당 부분이 바다라서 위성인 달과 달리 크레이터의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소행성 충돌 시 고온 고압 환경에서 생성된 파편인 텍타이트 (tektite)를 이용해 오래전 있었던 소행성 충돌의 증거를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확인된 소행성 충돌 중 하나가 79만 년 전 발생한 대규모 소행성 충돌이다. 당시 충돌 파편인 텍타이트는 아시아 남부는 물론 호주 대륙과 남극 일부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발견된다. 텍타이트가 퍼진 면적은 지구 면적의 10분의 1에 달한다. 미국, 싱가포르, 태국, 라오스의 국제 과학자팀은 이 충돌이 발생한 정확한 지점을 알아내기 위해 인도차이나 반도의 예상 충돌 지점을 조사했다. 파편의 방향으로 볼 때 태국과 라오스에 걸친 지역이 가장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지층 조사를 통해 텍타이트 이외의 충돌 파편 및 정밀한 지형 조사 결과 라오스에 있는 용암 지대인 볼라벤 화산 지대(Bolaven volcanic field)가 충돌 지역임을 확인했다. (사진) 이 지역은 용암이 자주 분출했던 지역으로 79만년 전 충돌 이후에도 용암이 흘렀다. 따라서 이제까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볼라벤 크레이터의 지름은 13-17km로 충돌 당시 광범위한 주변 지역을 초토화시키고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를 일으켰을 것이다. 만약 지금 이 정도 크기의 소행성이 지구를 강타했다면 수백만 명이 죽고 여러 지역에서 기상 이변이 속출했을 것이다. 다행히 이런 일은 매우 드물게 발생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빈도와 파급 효과를 알기 위해 과학자들은 숨은 크레이터를 계속해서 찾아 나갈 것이다. 사진=123rf.com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사람 피부와 똑같은 기능 가진 온도조절 물질 개발

    사람 피부와 똑같은 기능 가진 온도조절 물질 개발

    국내 연구진이 사람 피부와 똑같은 기능을 가진 온도조절 물질을 개발했다. 피부에 있는 땀샘처럼 온도 변화에 따라 변화함으로써 쉽게 온도조절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으로 스마트폰 같은 전자기기 발열을 막아주는 방열소자나 에너지 발전소자, 미세제어시스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소재부품원천연구본부 신소재연구실 연구팀은 외부 전원 없이 사람의 피부 표면온도와 비슷한 31도에서 온도가 낮으면 팽창해 구멍이 닫히고 높아지면 자동으로 열리는 방열소자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에 실렸다. 연구팀은 온도에 따라 물 흡수량이 달라지는 ‘온도 반응성 하이드로겔’을 풍차모양으로 만들어 일정 온도보다 낮으면 물을 머금어 팽창해 닫히고 온도가 높아지면 물을 배출해 수축하는 밸브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박막 소자는 두 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는데 윗층은 프레임으로 단우구조 셀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하고 아래층은 밸브 구조로 제작돼 고분자간 결합을 통해 유연한 박막형태의 냉각소자로 만든 뒤 내부에는 물로 채웠다. 팽창-수축을 반복하는 밸브는 사람의 땀샘 크기와 유사하게 미세하게 만들었다.이번에 개발한 방열소자의 크기는 가로, 세로 각각 3㎝ 크기로 인공땀샘 2만 개가 들어가 있다. 소자 두께는 2층으로 돼 있지만 70㎛(마이크로미터)이고 인공땀샘 하나의 크기는 100㎛, 밸브는 20㎛ 크기이다. 연구팀은 온도에 따른 증발력을 측정한 결과 기존 방열 박막에 비해 저온에서 증발이 30% 가량 억제되는 것이 관찰됐고 반복 사용에서도 일정한 성능을 유지하는 것이 확인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인공 피부 박막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승언 ETRI 박사는 “이번에 개발한 재료는 인공피부로 활용할 수도 있으며 열전소자와 결합시키면 손목시계 같은 전자장치를 부착하고 있기만 해도 생체정보를 연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특정 부위에 약물을 투여하는 등 다양한 웨어러블 소자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2년 이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제주 숙박업소 과잉 난립,신규 숙박시설 제한 추진

    제주 숙박업소 과잉 난립,신규 숙박시설 제한 추진

    제주도는 숙박시설 공급을 억제하기 위해 관련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고 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는 관광진흥조례를 개정,특정 지역 등에는 호텔 등 관광숙박업 시설을 짓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조례가 개정되면 주거지역이나 취락지구에서는 숙박시설 건설이 전면 제한된다. 도는 다음달 중 조례안에 대한 조례규칙심의위 검토와 입법예고를 거쳐 상반기 안에 도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앞서 도는 2016년 숙박업소 신규 제한 등을 담은 관광진흥조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당시에는 숙박시설 과잉 공급에 대한 우려가 표면화되기 전이어서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도 관계자는 “숙박업소 신규 제한은 총량제 형태는 아니지만 호텔을 지을 수 있는 장소를 한정하는 방식”이라며 “제주특별법으로 권한 이양을 받아 가능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연도별 제주지역 숙박시설은 2013년 2292곳,3만6335실, 2014년 2706곳,4만2007실, 2015년 3491곳,5만127실, 2016년 4076곳,5만5978실, 2017년 4794곳,6만7297실, 2018년 5180곳,7만7189실로 5년 사이에 숙박시설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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